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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지는 국세청… 긴장하는 건보공단

    커지는 국세청… 긴장하는 건보공단

    국세청 기능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경제 양성화로 필요한 복지재원의 40%(53조원) 정도를 충당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런 ‘국세청 힘 싣기’에 남모를 고민에 빠진 기관이 있다. 2010년부터 4대보험 통합징수업무를 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31일 공단의 한 관계자는“4대 보험 통합징수 기능·조직이 국세청으로 넘어가거나 최소한 국세청 영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정부 조직개편이 마무리된 후 통합징수 업무 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 때 한 발언이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당시 박 당선인은 “4대보험을 건강공단에서 징수하는 것은 고지서 통합에 불과하다”면서 “소득 파악 시스템과 정보인프라를 원점에서 구축하려면 국세청이 4대보험 통합징수를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대상자가 같은데 제도마다 다른 기준·방법으로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사회보험의 고질적 문제를 줄이려면 국세청이 징수를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보험에서의 사각지대는 건강공단도 인정하는 문제다. 공단 노조 관계자는 “현재의 통합은 완전한 통합이라기보다는 과도기”라면서 “징수만 할 뿐 자격 부과업무는 각 공단이 맡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가입자들은 불편을 겪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건강보험이 경제 내 비공식 부문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가입자 4명당 1명꼴인 407만명 정도가 보험료를 적게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선인의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1966년 국세청을 신설하고 강력한 세금징수로 1970~80년대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당시 국세청이 1966년 세입목표였던 700억원을 달성해 대외신인도를 높였고, 더 많은 차관을 유치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당선인이 국세청의 전문성을 높이 사는 것에 이런 성장환경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선인의 ‘뿌리 깊은’ 국세청 신뢰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청의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공유는 개인정보 보호가 전제된 금융실명제를 위반할 소지가 많다”면서 “공약이 도그마가 돼 갇혀 있기보다 세정 개선과 세율 인상을 함께 고려해야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국세청을 야당 정치탄압에 활동하기도 하는 등 국민 신뢰가 형성됐는지도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도 “건강공단의 반발이라든가 국민의 국세청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풀어주는 것이 국세청의 기능을 강화하기 이전 과제”라고 말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NYT “원자바오 축재 기사 쓴 뒤 해킹당해”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일가의 3조원대 ‘비밀 재산’ 기사를 보도한 뒤 약 4개월간 중국 군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으며 최근 이들을 모두 내쫓았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커들은 원 총리 축재 기사를 작성한 뉴욕타임스 상하이 지사장 데이비드 발보사와 전 베이징 지사장 짐 야들리의 이메일을 해킹했으며, 이 밖에 다른 임직원 53명의 개인 컴퓨터에도 접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같은 해킹 연루설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금융권 中企 설자금 ‘껑충’ 3조 늘린 15조5000억원

    금융권이 설 연휴를 앞두고 중소기업을 위한 자금 지원을 확 늘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각별한 중기 챙기기’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은 중소기업에 각각 4조 6000억원과 10조 9000억원 등 총 15조 5000억원을 특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3조원 많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지난해보다 1조원 많은 3조원을 지원한다. 5000억원을 지원하는 산업은행은 운전자금 대출일 경우 최대 0.5% 포인트까지 금리를 깎아주기로 했다. 정책금융공사는 4300억원을 직접 대출해 준다. 6800억원의 보증을 지원하는 신용·기술보증기금은 건설사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추가 발행해 자금난을 덜어줄 계획이다. 우리, 국민, 신한은행은 특별자금 대출 2조 5000억원을 각각 신규 지원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신규 대출 5000억원 외에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상품(‘NH중소기업 동반성장론’)도 판매한다. 전통시장·영세 자영업자·서민 등 취약계층에는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대출 등으로 290억원의 긴급자금이 지원된다. 전통시장 상인은 기존 대출과 별도로 미소금융을 통해 최대 500만원까지 더 빌릴 수 있다. 새희망홀씨 대출의 개인별 한도는 다음 달 1일부터 15일까지 최대 2000만원으로 종전보다 300만원 늘어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건설업체 PF사업 막힌 돈줄 풀린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건설업체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가뭄을 다소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 정부는 대한주택보증이 PF 대출 보증을 선 건설 사업장에 한해 금융기관이 시공사의 신용등급이나 사업성과 관계없이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대한주택보증은 이 같은 내용의 ‘보증부 PF 적격대출’을 도입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현재 건설사의 PF자금 조달 금리는 일반적으로 건설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최하 2~3% 포인트, 사업성에 따라 4~5%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주택보증의 PF 대출 보증을 받아도 건설사의 신용등급이나 사업성에 따라 1% 포인트 이상 대출이자가 벌어진다. 원금 상환 방식도 사업자가 분할상환 방식과 준공 후 일시상환 방식을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시상환 방식을 택하면 분양대금으로 대출원금을 갚지 않고 우선 공사비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중도금 납부 방식으로 원금을 사업준공 전 4~6회에 걸쳐 나눠 내야 한다. 이와 함께 PF 대출 계약에 포함돼 있는 각종 불공정 조항을 개선하는 ‘적격 PF 대출 약정서’도 마련할 방침이다. 주택보증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보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올해 PF 대출 보증 한도를 지난해보다 43% 많은 3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KFX사업 타당성 논란 가열

    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KFX)의 추진 여부를 놓고 2006년부터 타당성 조사가 지속된 가운데 이 사업이 높은 개발 비용에도 장기적으로 20조원이 넘는 산업 파급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FX는 공군 노후 전투기 F4, F5기를 2020년 이후 대체할 기종 100여대를 국내 개발로 확보하려는 사업이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28일 주관한 ‘KFX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군은 고성능 전투기는 FX를 통해 해외에서 구매하더라도 KF16 같은 중간급 전투기는 국내에서 개발해 운용하는 방안이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이대열 단장은 “한국형 전투기는 FA18E 등 해외 전투기에 비해 획득 단가가 낮고 시간당 운용 유지비가 낮아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KFX 비용으로 개발비 약 6조원, 양산단가 약 8조원, 30년 기준 운용 유지비 약 9조원 등 총 23조원을 추산했으며 해외에서 직구매할 경우 양산비 11조원, 운영유지비 17조원 등 총 28조원이 들 것으로 평가했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를 국내에서 개발하면 일정 기간 운영한 후 성능 개량을 할 때 우리나라 업체가 이를 주도하기에 재원은 국내 기업의 이익”이라면서 “현재 7000여명 규모인 국내 항공 관련 종사자들이 최대 9만명까지 늘고 생산성과 부가가치 등 산업 파급효과가 12년간 19~23조원, 기술 파급효과는 약 4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주형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사는 “현재 전투기와 훈련기 중간 수준의 개발 경험을 보유한 우리 기술 수준으로는 체계개발에만 10조원 이상 소요되는 등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수출 가능성도 희박한 만큼 산업 육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시론] 250조 넘는 LNG 도입계약, 국민 몰라도 되나/김수덕 아주대 시스템에너지학부 교수

    [시론] 250조 넘는 LNG 도입계약, 국민 몰라도 되나/김수덕 아주대 시스템에너지학부 교수

    우리 경제는 1년 전 수출입 규모가 1100조원을 돌파했다. 그중 총수입액의 3분의1이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했다. 우리는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다른 데서 열심히 번 돈의 상당 부분을 털어야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우리가 주방 취사와 한겨울 난방을 위해 소비하는 도시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한 것이다. 1986년 시작된 LNG 수입은 2011년 한 해만 3669만t, 금액으로는 약 27조원이라는 막대한 규모로 커졌다. LNG는 2년마다 수급계획을 세워 가스공사가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도입 계약의 특성상 20년 단위의 상당히 긴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85% 이상이다. 가스공사가 2011년 초부터 1년 반 동안 체결한 LNG 중장기 계약규모는 총 3억 7000만t이 넘는다. 3년 후인 2016년부터 매년 1774만t이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3년 후까지의 계약만료 물량 676만t과 과거 10년 평균 소비증가율 7.1%를 고려해도 너무 큰 규모다. 게다가 전 세계가 셰일(shale)가스의 등장으로 향후 가스시장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에 이런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진행한 사실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2011년 평균 도입단가 기준으로는 260조원이 넘는다. 최근 한 해 현물시장 도입물량 약 500만t, 북한 경유 예정 러시아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700만t, 모잠비크 LNG 420만t, 파푸아뉴기니 800만t, 그 외 북미의 프리포트(Freeport), 캐머런(Cameron), 코브 포인트(Cove Point) 프로젝트 등은 여기에서 빠져 있다. 이를 모두 고려한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LNG는 도시가스뿐 아니라 전력, 지역난방용 열병합발전, 상업용 가스냉방, CNG(압축천연가스)자동차, 연료전지용 수소생산, GTL(가스액화연료), 냉동창고, 기타 산업분야에서 다양한 가치사슬(value chain)을 갖는 탄력적인 에너지다. 특히 전력 생산에서도 전기요금의 도매가격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전체 에너지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활발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가 국내 LNG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 때문에 가스시장은 물론 다른 관련 에너지 시장도 경쟁시장의 효율성을 거의 누릴 수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동안 에너지 공기업이 수행한 역할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국내 LNG 도입은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 25개 LNG 소비국가 중 두 번째이고, 이를 독점 공급하는 가스공사는 단일 LNG 수입사로는 단연 세계 최대다. 그런데도 평균 도입단가가 2010년 이전까지는 항상 세계 최고가격이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계약 결과가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데도 가스시장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소비자들이 상세히 몰라도 될까. 적절한 수급분석 아래 도입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최소한의 공개적 절차나 논의구조를 거쳐 진행되었는지, 또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 서둘러 그 많은 계약을 체결해야 했던 급박성이 있었는지, 그 구체적 필요성은 정당화될 수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셰일가스로 인해 앞으로 싼값에 가스를 도입할 수 있게 되면 우리나라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 추진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해마다 반값등록금에 3조원, 5세 이하 무상보육에 7조원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한두 사람의 펜대에서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 발생하는 도입단가 차이로 앞으로 20년간 가구당 수백만원, 전체 국민경제로는 수십조원에서 100조원 이상 추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라고 자임하는 필자가 신문지상을 통해서만 관련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두렵기까지 하다.
  • 스마트폰으로 재미본 삼성 스마트폰에 발목잡힐 수도

    스마트폰으로 재미본 삼성 스마트폰에 발목잡힐 수도

    삼성전자가 세계 경기침체와 경쟁 격화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연간으로도 영업이익이 30조원에 육박하고 매출액은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스마트폰에 편중된 데다가 원화강세로 올해만 3조원가량의 환차손이 예상되는 등 올해 경영환경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삼성전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56조 600억원, 영업이익 8조 8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 실적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던 지난해 3분기(매출 52조 1800억원, 영업이익 8조 600억원)와 비교해 매출은 7.4%, 영업이익은 9.6% 늘어난 것이다. 연간으로는 매출 201조 1000억원, 영업이익 29조 500억원을 거뒀다. 201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1.9%, 영업이익은 85.7%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토요타자동차와 함께 아시아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토요타의 이번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의 매출은 21조 6000억엔(약 257조원), 영업이익은 1조 8160억엔(약 21조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매출은 토요타가 삼성전자를 제쳤지만,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토요타를 크게 앞선다. 이런 실적을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에서 토요타를 넘어 아시아 최고 브랜드로 올라섰다.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2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에서 2011년(17위)보다 8계단 상승한 9위에 올라 토요타(10위)를 밀어내고 사상 처음 ‘글로벌 톱10’에 진입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실적 성장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기기 부문이 큰 역할을 했다.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무선사업부가 속한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5조 4400억원으로 전체 이익의 62%를 차지했다. IM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도 19조 44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7%나 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63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4780만대를 판매한 애플에 1520만대가량 앞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삼성전자는 2억 1300만대를 팔아 1억 3580만대의 애플을 7720만대 앞섰다. 삼성의 연간 판매량 2억 1300만대는 한 업체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 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다. 종전 기록은 2010년에 노키아가 세운 1억 10만대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경이적인 실적 성장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데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킬러 제품’도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보급형 제품이 대거 등장해 가격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현재 환율이 지속될 경우 연간 3조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저성장 우려가 지속되고 환율 리스크가 커지는 등 경영 환경이 만만치 않은 데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커버스토리] 증세, 결국은 부가세 vs 부유세

    [커버스토리] 증세, 결국은 부가세 vs 부유세

    대다수의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부자 등 특정 계층에게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35조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내걸면서 증세는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워낙 파장이 큰 사안이라 정치권도 쉽사리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증세 불가피성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논쟁은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와, 부유세 신설 등 부자 증세로 나뉜다. 25일 각 진영의 대표주자에게서 논리를 들어보았다. ■‘부가세 인상론자’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 “부가세 2%P 올리면 세수 15조↑ 국민 공감대 마련 보편적 증세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보편적 증세론자이다. 여러 세미나 등을 통해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지속 가능한 보편적 증세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부가세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붙기 때문에 세율이 올라가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획일적으로 부담이 늘어난다. 강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부가세율이 18.5%”라며 “우리나라만큼 낮은 부가세율(10%)을 적용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부가세율을 2% 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세수가 15조원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그가 부가세 인상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최고치)에 못 미치는 저성장 기조에 따라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이 깔려 있다. 강 대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밑돌면 연간 15조원의 적자 국채 발행 요인이 발생한다”면서 “여기에 새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10조원의 적자 국채가 추가로 발행되면 총 규모가 25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증세 없이는 순식간에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부가세를 높이면 물가가 올라간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강 대표는 “일본도 5%인 부가세율을 2015년에 10%로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장기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0% 수준에서 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면서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부가세율을 인상한다고 기업이 쉽사리 물건값을 올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강 대표는 “새 정부가 증세 없이 조세부담률을 2% 포인트 가까이 높이려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등의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보편적 증세를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극심한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재원 대책으로는 복지공약 실천에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고부담 고복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저부담 저복지를 선택할 것인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대표는 “적자 국채를 어느 정도 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 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증세밖에 도리가 없다’는 당선인 측의 솔직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예산은 이명박 정부가 짰으니 내년 예산 편성 때 자연스럽게 복지 공약 이행에 대한 논의가 재정부와 국회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여러 전제들이 충족된 조건 하에서 내년부터 부가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부유세 신설론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부자·대기업이 세금 더 내야 부유세, 지하경제 양성화 도움” “그동안 많은 혜택을 누려온 부자들이 세금을 좀 더 내도록 하는 것이 새 정부가 사회를 통합해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 공약 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부유세는 도입돼야 한다”며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소득 상하위 20%간의 자산 격차는 2006년 4.5배에서 2011년 5.7배로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富)의 극심한 양극화에 복지 확대 요구까지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선거 때마다 ‘부유세 신설’이 여론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부유세 신설 필요성을 거론했다가 하루 만에 부랴부랴 거둬들이기도 했다. 부유세는 개인이나 가구의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 초과분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부의 재분배 기능이 크다. 과세 대상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통상 순자산 1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1년 세계노동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10%의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3% 세율의 부유세를 매길 경우 연간 64조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유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국민에게 좀 더 투명한 과세 부담을 지우려면 부자나 대기업들이 지금 더 부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부유세를 도입하면 박 당선인이 약속한 지하경제 투명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영국 시민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는 1970년부터 40년간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7790억 달러(약 833조원)라고 주장했다.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라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에 적발된 해외 자산도피 규모는 2007년 166억원에서 2010년 1528억원으로 3년새 9배 이상 급증했다. 유 교수는 “부유세가 도입되면 국세청 등 세정당국이 좀 더 정밀한 세정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독주택이나 상업용 수익건물의 부속토지는 가격이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은 시가 파악이 어렵다는 점 등도 부자 증세를 실행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유세를 도입하면 부의 해외 이전 내지 자산 도피를 부추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유 교수는 “운전자들이 신호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신호등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및 금융자산 소유 현황과 분기별 외환송금정보, 환치기(외국에서 빌려쓴 외화를 국내에서 한화로 갚는 것) 사례 등을 좀 더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이통사·IT업계 희색… 식품업계는 긴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세부 개편안에 대해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차관이 명실상부한 ’ICT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동통신사, 정보기술(IT) 업체는 반색하고 있다. 반면 식품업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을 기존 보건복지부에서 독립시켜 국무총리실 산하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하면서 식품업계는 긴장된 표정 속에 숨을 죽이고 있다. 국내 주요 ICT 업체들은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ICT 생태계 상생 발전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이동통신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단말기 제조사(삼성전자·LG전자), 인터넷서비스사(NHN·다음커뮤니케이션) 등 7개 업체는 ‘ICT 상생발전 사업자 협의체’(가칭)를 발족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ICT 산업 생태계의 상생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사업자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며 “미래창조과학부가 ICT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산업 진흥 정책을 많이 내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ICT 컨트롤타워가 생기는 것은 좋지만 진흥과 규제가 완전히 분리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진흥 정책에 따른 시장 활성화 방안은 규제와 충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기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ICT전담부서 이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게임업계는 조직개편 최종안에 기대를 걸고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해외 수출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는 게임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문화관광체육부가 아닌 ICT 전담부서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업계는 식약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불량식품 판매 이득의 10배를 환수하는 이익몰수제 도입을 보고하고,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식약청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하자 자칫 유탄을 맞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량식품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품에서 이물이 나오거나 소비자 불만 제기됐다고 해서 불량식품으로 부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박했다. 업계는 불량식품이라 불릴 만한 제조, 유통과정에서의 고의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나 ‘블랙소비자(Black Consumer) 근절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하기도 했다. 또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익몰수제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 없이 매출액 10배의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 받을 업계의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5일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중소기업부 신설 무산에 실망하면서도 박 당선인이 언급한 ‘손톱 밑 가시’ 해소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중기중앙회는 24일 ‘손톱 밑 가시’를 접수한 민원인 2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부처와 민원인 간 1대 1 상담을 추진한다.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도 ‘손톱 밑 가시’ 사례를 2월 1일까지 접수하고 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서울광장] 미래·창조·과학을 모두 살리는 방법/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래·창조·과학을 모두 살리는 방법/함혜리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의 조직 중 핵심으로 꼽히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두고 말들이 많다. 부처 명칭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역할이 아닌 비전을 담은 것부터 문제이고, 영문 명칭도 달갑지 않다고들 한다. 순수·기초과학이 단번에 성과를 내는 응용과학에 밀릴 것이라고 벌써부터 과학계는 우려한다. 그런가 하면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차관을 두기로 한 데 대해서는 ‘개악’이라며 전담 부처 신설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미 방향은 정해졌다. 지금 이런 논쟁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가 있던 기초과학 및 융합과학의 연구지원 기능,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의 ICT 진흥 기능,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배정 및 조정 기능,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 및 규제 기능 등을 흡수 통합하게 된다. 여기에 미래성장동력 발굴 및 관련 정책 수립과 일자리 창출까지 책임져야 한다. 열거하기도 숨이 찰 정도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과학기술 분야를 한군데에 모은 것은 옳지만 조직이 커지면 그만큼 문제가 많아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다양한 업무와 기능이 합쳐지게 되면 업무 간 충돌은 물론 우선순위 논란이 생긴다. 이런 갈등이 쌓이다 보면 조직원 간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지면서 결국은 실패로 귀결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 조직 역사상 거대 부처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연구의 성질이나 라이프사이클이 확연히 다른 분야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것인 만큼 문제 발생 소지가 매우 크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역할 분담을 위한 교통정리를 잘 해야 한다. 각 부문의 기능과 업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쳐 자리매김을 확실히 한 뒤 ICT와 각 기초연구 분야가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단순한 물리적 결합을 넘어 창조경제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의 화학적 융합’이 성공할 수 있다. “나중에 알아서 조정하겠지” 하고 넘어갔다가는 낭패를 면하기 어렵다. 이 신생 거대 조직의 장을 누가 맡느냐가 큰 관심사인데 이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어떤 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기로 한 만큼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국가과학기술최고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이 위원회의 간사를 맡아 과학기술 관련 부처와 책임자들의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관계 현안을 협의·조정하면서 모든 국정에 과학기술이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자문회의도 필요하다. 자문회의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과학기술 정책의 장기 비전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소 12조~13조원의 국가 R&D 예산을 배분하고 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막대한 예산이 ‘눈먼 돈’이 아니라 과학입국의 종잣돈이 되려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가 R&D를 교차 검색하면서 예산의 비효율을 원천적으로 막아 줄 평가기관도 필요하다. 현 국과위 산하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국무조정실 산하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각 부처 산하에 있는 평가기관들을 하나로 합쳐서 기술 예측과 국가 R&D 조사·분석·평가 및 예산의 조정·배분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라는 ‘근혜노믹스’ 구상은 근사해 보인다. 지식기반사회, 융복합의 시대에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한 대통령이 될 것인지, 미래·창조·과학을 모두 살린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이 공룡 부처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렸다. lotus@seoul.co.kr
  • [사설] 기초연금 지급, 부자·특수직역 수급자는 빼야

    새누리당의 대선 복지공약에 따른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암·뇌혈관·심혈관·희귀질환 등의 4대 중증 질환 진료를 공짜로 받고, 65세 이상 모든 노인이 매달 많게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 천국이 온다는 기대보다 불안감이 앞선다. 불안감은 복지공약 이행에 과연 얼마나 많은 재정이 들어갈 것이며, 그 돈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새누리당에서조차 공약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건만 정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밀한 재원 계산 없이 약속 이행 입장만 내놓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을 비롯한 보건·복지 관련 학회, 연구기관들이 엊그제 토론회에서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차기 정부의 주요 3대 복지 공약(기초연금·4대 중증질환·기초생활보호 대상 확대) 이행에 77조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34조원보다 무려 43조원이나 많은 것이다. 4대 중증질환에 5년간 6조원이면 될 것이라던 새누리당의 전망은 21조원으로 늘어나고, 기초연금에 19조원이 아닌 39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지금 와서 누구의 셈법이 틀렸고 누구의 계산이 옳다고 따질 계제는 아니나 완급 조정이 시급하다고 본다. 복지공약 가운데 일부는 논란을 겪고 있다. 기초노령연금법을 기초연금법으로 바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운영을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세대갈등의 대상이 돼 버렸다. 국민연금의 재원은 연금보험료이고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은 예산조달 방식이어야 하는데, 연금에서 돈을 빼서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고 하니 젊은 층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연금은 손대지 않고 세금을 투입해 기초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무마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소득자를 기초연금 수령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보편적 복지의 함정이자 불합리한 대목이다. 상당한 노후 혜택을 받고 있는 군인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수급자들에게 기초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수위에서 이런 불합리한 점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소득계층에 따라 기초연금 수급액을 차등지급하는 조정작업으로만 몇 조원의 지출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중복 수령 노인 숫자도 100만명을 넘어서 연금제도의 종합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공약을 이행하는 용기 못지않게 불합리한 공약을 고쳐나가는 지혜도 중요하다. 공약은 상황에 따라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야 한다. 하나를 지키려다 전부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회계층 간 연대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연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바란다.
  • [주말 인사이드] ‘죄악산업’ 면피경제학

    [주말 인사이드] ‘죄악산업’ 면피경제학

    경마·복권 등 도박과 담배, 술. 사회적으로 장려되기보다는 폐지나 금지 논란에 시달리는 품목들이다. 그러나 경기침체 등 사는 것이 힘들 때 사람들은 여기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해당 업종의 매출이 증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매출액 증가 등 업황이 좋아졌다는 언급을 꺼린다. 대신 기부 등 선(善)한 활동을 늘린다. 악(惡)을 판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죄악주’로 불리는 이들 기업의 생존 경제학을 짚어 본다. 18일 KT&G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담배 매출액은 1조 8956억원으로 전년(1조 7923억원)보다 5.8% 늘었다. 금연 열풍이 불면서 2008년 2조 127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09년 1조 9193억원, 2010년 1조 7565억원 등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담배 매출액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오름세로 돌아서 1조 7923억원을 기록했다. 복권 판매액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로또복권 발행이 시작된 다음 해인 2003년 총 복권 판매액은 4조 2342억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이다. 2004년에는 3조 4595억원으로 줄더니 2005년 2조 8438억원으로 2조원대로 떨어졌다. 새 상품이 나오면 매출액이 늘어났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흥미나 기대감이 사라져 판매가 부진해지는 ‘복권 피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다 연금복권이 발매된 2011년 3조원대로 올라섰다. 2012년 들어 연금복권의 인기는 시들었지만 복권 판매액은 3조 1859억원으로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복권 판매액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마도 그렇다. 2002년 7조 6491억원으로 7조원을 넘었던 마권 매출액은 2007년까지 5조~6조원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7조 4219억원)에는 7조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는 7조 839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로 생활이 어려워지면 그걸 잊고 싶어서 도박이나 다른 수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도박의 경우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증가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죄악산업이지만 술은 다소 다른 모양새다. 소주나 맥주의 매출은 2008년 최고를 기록한 뒤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여파가 계속되는 모양이다. 하이트맥주 매출액은 2008년 1조 444억원을 기록한 뒤 2009년 1조 175억원, 2010년 1조 223억원 등으로 줄었다. 2008년 34억 8422만병이 출고됐던 소주는 2009년부터 32억병 수준을 맴돌고 있다. 반면 2009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인수된 OB맥주는 매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주류시장에서는 재매각을 위한 몸집 불리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소주는 워낙 값이 싸 맥주보다 경기 불황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라며 “경기 침체기에는 매출액이 줄어드는 것이 주류업의 전반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2012년 매출 집계가 끝나지 않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주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2011년 말 2만 5150원이었던 하이트진로 주가는 지난해 말 3만 400원으로 20.9% 올랐다. 지난해 코스피 평균 수익률(9.38%)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죄악주들은 경기 영향을 덜 타 불황기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좋아할 처지는 못 된다. 주가가 오르고 이익이 늘면 이들 기업은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정부의 인허가 사업인지라 사회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권은 아예 수익금을 중소기업진흥기금, 보훈복지의료공단 등 법정배분 사업은 물론 소외계층 복지, 서민주거안정 등 공익사업에 쓰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지난해 지원된 복권기금은 1조 2699억원으로 2011년(1조 2022억원)보다 5.6% 늘었다. 올해는 1조 4604억원을 쓸 예정이다. 복권위원회는 2008년부터 아예 봉사단을 구성해 자체적인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복권기금의 경우 쓰임새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정부 부처가 공익사업을 진행할 때 재원으로 가장 먼저 공략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통일재원 마련 대상으로 논의된 것도 이 같은 까닭에서다. 한국마사회는 승마힐링센터를 열어 말을 이용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송동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와 발달장애 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승마 강습 후 장애 아동들의 우울 및 불안 등이 뚜렷한 호전을 보였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인천, 경기 시흥 두 곳에 승마힐링센터가 마련됐다.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30개를 세울 계획이다. 저소득층에게는 무료 개방이다. 일반 이용객에게도 실비(3만원)만 받을 작정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30곳이 지어지면 6만명가량이 동시에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T&G는 ‘상상펀드’를 가동했다. 임직원들이 월급 가운데 1만원 미만의 짜투리돈에 고정기부금을 얹어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임직원 봉사활동 1시간을 1만원으로 바꾼 금액도 회사에서 더 얹어 낸다. 2011년 출범한 이 펀드에 임직원 98%가 참여하고 있다. 운영 규모만 연간 24억원이다. 이를 통해 희귀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선천적으로 심장에 구멍이 생기는 병인 심실중격결손증 소아환자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기도 했다. 새터민(탈북자)인 아이의 어머니는 “한국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고마워했다. KT&G 관계자는 “우리가 파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래도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출구 찾는 박근혜 공약… 지역사업 제외 1순위

    출구 찾는 박근혜 공약… 지역사업 제외 1순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결국 상당 부분의 ‘지역 공약’이 제외되거나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세 없이 한정된 재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지역 공약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공약 출구 전략’의 1순위로 지역 공약이 꼽히고 있는 셈이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도 대선 공약을 ‘100대 국정 과제’로 전환하면서 지역 공약을 제외했다. 이 때문에 지역 공약과 100대 국정 과제에서 빠진 대선 공약들은 ‘공약이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17일 “부처별 업무 보고에서 재원 마련책을 최우선으로 요구했지만 지역 공약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앙 정부 차원의 공약에는 5년간 복지 부문에 28조 3000억원, 교육엔 18조 7000억원이 들어가는 등 총 131조 4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지출 총액’이 있지만 지역 공약엔 이마저도 없다. 지역을 돌며 약속한 ‘말’(공약)은 있는데 이를 실현할 ‘돈’(재원 대책)이 없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아는 일부 지자체 단체장은 인수위에 대한 로비에 나서기도 한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전날 인수위를 방문해 광주 발전 공약사업을 빠짐없이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당선인은 시·도별로 7개의 공약을 내걸었다. 서울·경기에서는 3조원가량이 들어가는 수서발 KTX 노선의 의정부 연장 사업, 제주에서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약속했다. 또 대전·충남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 전남 남해안 철도고속화사업, 인천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지하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선 기간 내걸었던 지역 공약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서는 10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재원 대책이 없는 지역 공약을 어떻게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박 당선인도 지역 공약과 관련해 ‘MB(이명박 대통령)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공약실명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제원 부족에 따른 ‘공약 수정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날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 수정론과 관련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인수위원들은 공약 수정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인수위의 공식 입장과 다른 분위기가 있음을 드러냈다. 박흥석 경제1분과 인수위원은 “논의하는 과정이며, 무엇을 따지고 이렇게 하기보다 공약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부총리제, 부처 정책생산 막는 역작용 막아야”

    경제부총리 부활과 미래창조과학부 설치 등 정부조직 개편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어떤 후속 조치들이 따라야 할까. 행정학자 및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16일 “각 부처의 특수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조직개편 취지와 목표에 적합한 업무 분장과 역할 분담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독립성 및 예산권 보장 등을 주문했다. 또 ‘작은 청와대와 부처 중심의 정책생산’을 강조하다 보면 청와대와 총리실의 정책 조정기능이 ‘옥상옥’ 형태가 재현될 수 있고, 부처 및 관료 이기주의로 인해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 전달이 더뎌지는 등 행정 왜곡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선 경제부총리 제도에 대한 경계론이 높았다. 부총리의 조정과 통할권을 강조하면 눈 앞의 현안과 경제 우선주의에 매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과 창조 기술을 위해 투자하고 미래를 대비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정부조직 개편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광선 산·학·연 협회 회장은 “예산권을 쥔 경제부총리가 단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 회생에 몰입하다 보면 경제논리에 빠져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데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경제논리에 휘둘릴 수 있음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원천 기술 및 미래투자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옛 과기부 체제의 문제점이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는 “과학기술이 산업으로 연결돼야 하지만 이를 강조하다 보면 원천 창조기술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생명과학 등 국민 삶과 직결되지만 투자 기간이 긴 창의·원천 연구를 보장할 수 있는 후속 업무 분장과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국가연구개발(R&D)이 중복을 피하면서도 각각 취지에 맞게 집행되도록 할 컨트롤 타워와 조정 문제도 쉽지않다. 지식경제부의 산업R&D기금 4조원, 교육과학부 기초과학연구기금 3조원, 과학재단 연구기금 4조원 등이 각각의 취지에 맞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계해 운영돼야 하는데 경제관료와 과학기술 전문가들 사이의 큰 입장 차를 메워나갈 수단과 틀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이해영 영남대 교수는 “부총리제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순기능도 있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간섭하고, 부처중심의 정책생산과 활동을 가로막는 역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명확한 방향제시와 총리실의 정책조정 등 적극적인 역할 정립이 이 같은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중소기업청이 중심에 서서 중소기업 육성·진흥체제를 만들고 추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시급한 현안이다. 상위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기청의 인사권을 갖고 예산과 정책에서 ‘감 놔라. 배 놔라’라고 흔들 수 있는 구조다. 독자적인 입법권조차 갖지 못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서만 입법이 가능한 것도 중기청의 한계다. 중기청으로 이관된 테크노파크 관리 등 지역특화발전사업과 관련, 지방자치단체들과 업무 중복 및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력과 조정의 제도화도 빼놓을 수 없다. 안전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규제에 빠져 관련 산업이 글로벌 추세에 뒤처지고 발전 영역을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부조직개편안이 나오고 부처들 간의 실질적인 업무 영역 확대를 위한 물밑 경쟁이 본격화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부처의 업무 조정과 분장, 실질적인 운영을 통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결손’ 지방재정 확충안에 주력

    행정안전부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지방 재정난 타개와 전자정부 3.0, 행정조직 효율적 운용 시스템 활용 등을 중심 내용으로 업무보고했다. 행안부는 부가가치세에서 이양되는 지방소비세 비율을 조금 더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지방소비세는 5%에서 10%로 오르지만, 지방재정 확충 차원에서 15~20%까지 올려야 한다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계 등의 의견을 고려해 업무보고에 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3조원인 지방소비세수는 최소 8조~11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행안부가 연간 3조원 가까이 발생하는 지방세수 결손을 메우는 실무적 방안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의 취득세 감면 연장 방침에 대해 지자체들의 원성이 높은 데 따른 해결 방안이다. 추경편성 이전에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도 행안부가 제시하는 주요 방안의 하나다. 더불어 영유아 무상보육사업은 물론 여러 가지 국가 주도의 복지사업들로 과도한 부담을 떠안은 지방재정을 위해 국고보조율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법도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 4대기구 등에서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의 실질적 기능 부여, 집행력을 담보한 지방분권위원회 설립 등이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는 이 밖에 지자체 공무원 비리 근절 방안으로 감찰 강화와 ‘지자체 통합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활용에 대해서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전자정부 3.0은 박 당선인의 공약인 만큼 현 정부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전자정부 및 행정한류 수출의 성과 및 향후 과제도 보고 내용에 담겼다. 온나라 시스템과 디지털 협업 시스템을 통합하는 정부 통합의사 소통 시스템 구축 방법 등도 보고됐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박근혜 공약’과 관료주의 허실 꼼꼼히 따져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제부터 중소기업청 등을 시작으로 정부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부처의 일반현황을 비롯해 정책 평가, 주요 현안, 당선인의 공약 이행, 예산 절감,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불합리한 제도·관행 개선 계획 등 ‘7대 지침’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부처는 예산 절감 방안은 없고 몸집 불리기와 권한 확대에 매달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부처의 관행적·이기주의적 행태에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런 불협화음은 정권 인계·인수가 신·구 정부 간 괴리를 좁히는 과정임을 고려할 때 이해할 만한 측면은 있다고 본다. 의견이 크게 엇갈린 분야는 복지다. 수요 확대 추세를 반영해 올해 나라 예산의 30%가 복지에 배정됐다. 그러나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추가적 복지 재원까지 확보하자면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는 게 당연하다. 연금 개혁과 의료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면 예상보다 2배 이상의 재원이 있어야 한다. 공약대로라면 새 정부 5년간 연금·의료·빈곤 구제 등에 28조원이 들어간다. 이것 말고도 기초연금에 연간 7조원이 더 들어가고,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행 75%에서 100%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데도 연간 2조~3조원이 더 소요될 전망이란다. 게다가 노인 임플란트와 치매환자 지원 등을 합치면 해마다 복지에 들어갈 돈은 엄청나다. 인수위는 증세 없이 예산 절감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한다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부처에 예산 절감을 무조건 독려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모든 예산은 부처의 권한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수혜자들의 이해가 걸려 있기 마련인데 당장에 딱 잘라 줄이기가 쉽겠는가. 다행히 어제 기획재정부가 인수위 보고에서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마른 수건을 짜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선인의 공약 실행에 5년간 재정 135조원이 투입되며, 이 중 82조원을 세출(稅出) 구조조정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만만찮은 부담임이 분명하다. 인수위 보고는 대선 공약의 허실을 점검하고 재원대책을 살펴 정책공약의 완급을 조절하는 자리다. 정부 조직 개편을 앞두고 부처 이기주의를 경계하며, 무사안일 관료주의의 실태를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부 내의 소통 확대로 새 정부의 역량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해법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인수위는 좀 더 열린 자세로 부처와의 대화에 나서야 하며, 과욕을 버리고 공약의 허실과 우선순위를 원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현 정부도 이기주의를 벗고 국가 대계를 새롭게 제시한다는 자세로 인수위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 10명 중 8명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찬성”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대해 행정학자와 과학기술 전문가 10명 가운데 8명은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국가장기발전계획 및 과학기술 분야의 종합계획 수립과 함께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위상과 관련, 8명이 과학기술 등 관련 부처들의 업무평가 권한을 갖고 상위에서 통괄·조정하는 부총리급 선임 부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국가장기발전계획의 수립을 미래창조과학부가 해야 할 가장 필요한 업무로 꼽았고, 과학기술 종합계획 수립 및 조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신문이 10일 행정 및 과학기술 전문가 10명에게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 및 업무 정책 등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반대한 응답자 2명은 “교육과 과학의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키고, 거대 부처가 만들어져 비효율 때문에 당초 취지가 퇴색하기 쉽다”는 이유를 들었다. “과학기술 관련 부처를 독립시키는 것에 찬성하더라도 국가전략 및 경제기획 업무를 거시경제 기능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으며, 이를 과학기술 공무원들이 담당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도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 및 기능과 관련해 “정책 및 미래기획과 업무집행 기능 둘 다 포함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8명이었다. “정책기획과 예산 분배에 대한 권한을 갖는 컨트롤타워 역할만 하고, 실제적인 정책의 집행 기능은 기존의 각 부처에 맡긴다”란 설문에는 6명이 반대했다. “기획재정부(예산), 지식경제부(산업·응용부문 연구개발), 교육과학부(기초연구 및 산학협력), 고용노동부(일자리), 문화체육관광부(콘텐츠) 등의 여러 업무를 귀속 통합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7명이 찬성했다. 응답자들은 융합형 통합 부처를 선호한 셈이다. 그동안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교과부 3조원, 지경부 4조원, 연구재단 4조원 등으로 분산돼 있는 데다 통합된 전략 없이 각각 나뉘어 집행돼 중복 투자 및 비효율성이 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과부가 기초과학 연구에, 지경부가 생산기술 및 응용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하고, 이를 통괄할 장기 전략 없이 표류해 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때문에 통괄·추진할 일관된 전략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상위 기관 부재에 대한 반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았다. 지난 5년 동안 통괄·조정 기능을 위해 설치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조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이 같은 의견의 주요 배경이 됐다. 반면 “전체 연구개발 예산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은 기존의 각 부처 운영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하므로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나왔고, “거시경제 업무와 분리한 국가전략 및 기획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과학기술 담당 부서가 경제관료들의 하위 부서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기획 기능과 집행 기능 등을 가진 융합형 대부처가 탄생할 경우 과학기술부의 부활이 아닌 경제 부처에 과학기술 정책이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래창조과학부에 필요없는 기능(복수 응답)에 대한 설문에는 ‘대학정책 개발’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정책을 교과부에서 분리해 과학 담당 부서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행정 전문가들의 반감이 높은 편이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LH 택지개발지구 보상 지연 전국 138곳, 주민 “파산 직전…지정 해제를” 봇물

    LH 택지개발지구 보상 지연 전국 138곳, 주민 “파산 직전…지정 해제를” 봇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개발지구로만 지정하곤 수용 보상을 제 때 못하자 차라리 민간도시개발사업을 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지구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2일 LH에 따르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수용 보상 등 사업이 제 때 추진되지 못하는 곳은 2010년 6월 현재 의정부 고산지구와 고양 풍동2지구 등 138곳에 이른다. 관련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약속한 수용보상 일정을 믿고 가구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대출받아 대토를 마련해뒀다. 그러나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되면서 탄생한 LH가 부채 급증과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약속한 대로 보상을 못하자, 대출이자를 감당 못하고 파산 직전에 내몰리는 실정이 허다하다. 넝마주이로 전락하는 사람도 있다. 김모(65)씨는 7년 전 경기 의정부 고산동으로 이주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유명한 갈비집을 운영했었으나 지금은 폐지를 주워 생활한다. 장사가 너무 잘되자 건물주가 해마다 월세를 올려 고산동에 농지 4130㎡를 사 2006년 6월 건물을 신축한 것이다. 그러나 고산택지개발지구로 편입돼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그동안 진 빚 6억원의 이자도 내기 어렵게 됐다. 풍동2지구 이모(45)씨는 2010년이면 15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보고 10억원대 대출을 받아 대토를 샀다. 하지만 LH는 보상시기를 2차례 연기하더니 이젠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이자를 제 때 못 내 신용불량자가 됐고, 건물 2동을 경매로 날렸다. 고산지구와 풍동2지구 토지주 10명 중 2명이 경매로 재산을 모두 날리거나 그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LH도 할 말이 많다. LH 관계자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진데다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정부 정책을 도맡아 처리하면서 재정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적정 자금 운용능력은 연간 26조~30조원이지만 지구 지정된 곳을 모두 추진한다면 143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택지가 제대로 매각된다면 그래도 어떻게 해보겠지만 건설업체 사정도 좋지 않아 시기조절이 필요하다”면서 “주민들이 정치권과 지자체장을 앞세워 거세게 요구하지만 LH가 부실해지면 국가에 큰 부담이 될 게 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 우리도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택지개발지구 수용예정지 주민들은 제3자에게 토지를 매각할 수 있도록 차라리 택지개발 지구 지정을 해제하라는 입장이다. 고산지구 김씨는 “이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풀려 지구지정 해제가 어렵겠지만, 토지를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음식점으로 건물 용도를 바꿔 장사라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풍동2지구 이씨도 “LH가 사업을 포기하면 민간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미 민간 건설업체들이 많은 땅을 계약했기 때문에 사업이 백지화되면 잔금을 받을 수 있으니 지구지정을 빨리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는 “고산지구같이 사업을 계속 해 달라는 곳은 사업성이 떨어지더라도 시기조정을 해서 추진하고, 풍동2지구처럼 해제 요구 비율이 많은 지역은 주민의견 수렴결과를 토대로 곧 국토해양부에 지구 지정 해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한국기업 글로벌 파고 넘어라] 美, 2차 석유파동후 日기업 견제 MP3개발 국내中企 특허 무효화

    과거 사례에서도 해외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통상 마찰과 특허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본은 1979년 세계적으로 2차 석유 파동을 겪은 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비약적인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아울러 동시에 일본 기업에 대한 견제도 시작됐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미국은 국내 생산의 저조로 실업률이 증가하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지 않는 범위에서 일본차에 대한 수입 규제에 나섰다. 그러자 일본은 총 생산량의 15% 이상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해외 현지공장에서 만들었다. 그 결과 당시 일본 자동차는 살아남았고, 이와 비교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못했던 전자 부문은 약해졌다. 다만 일본은 ‘수출자율규제’(VERs)를 통해 소고기, 오렌지, 반도체 등에서 통상 마찰을 극복했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지속적으로 해외생산 역량을 키우면서 보호무역의 장벽을 뛰어 넘는 것도 일본차의 경우처럼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또 한국의 식료품 부문이 중국 진출과 동시에 ‘안전한 먹거리’라는 점을 강조해 현지인의 호응을 얻은 것도 좋은 사례다. 해외 투자는 처음에 자원과 싼 임금을 찾아, 다음에는 통상 마찰을 피하려는 수단으로, 그 다음에는 생산과 판매를 일원화하는 글로벌(세계화) 전략에 따라 이뤄진다. 따라서 현지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소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허 분야에서 국내의 ‘MP3’ 기술은 안타까운 사례로 지적된다. MP3의 원천기술은 1997년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가 처음 개발했고 2001년 국내외에 MP3 플레이어에 대한 특허 등록을 했다. MP3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자 경쟁 기업들은 디지털캐스트의 특허를 무효화시키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금력이 없던 디지털캐스트는 소송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급기야 특허료 미납으로 특허를 놓치고 말았다. 미국의 특허괴물인 ‘텍사스 MP3 테크놀로지’가 MP3 특허를 헐값에 사들였고, 이후 3조원 이상을 벌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 사각지대, 노인빈곤 그리고 세대갈등/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복지 사각지대, 노인빈곤 그리고 세대갈등/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복지 관련 대선공약에서 눈에 띄는 게 기초연금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의 틀에 포함시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선별적 복지에 가까운 입장인 새누리당이 보편적 제도인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채택한 것 자체가 관심거리다. 새누리당이 유독 노후 소득보장에 관해서는 보편적 복지를 견지하는 배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 때문인 것 같다. 산업화의 역군인 노인 상당수가 빈곤으로 생활이 고통스럽다 보니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 이후 박근혜 당선인의 첫 공식 일정이 소외계층, 그중에서도 쪽방에 살면서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들이었다는 점은 향후 국정 운영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당선인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복지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이유도 다수의 노인 빈곤층에 대한 대책 마련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노인 빈곤의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보편적 기초연금제는 매우 효과적인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 본인의 보험료 기여 내역과 관계없이 모든 노인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함에 따라 노후 빈곤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장점이 있어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기초연금을 도입하면 당장 내년에 13조원, 2017년에는 17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적게는 8조원, 많게는 11조원이 더 필요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 현재 우리의 사회보장 지출수준 및 국가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제도 도입 이후 일정기간 부담이 되더라도 재원 조달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제 개편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원 확대, 극단적인 경우에는 적자예산 편성 등으로 필요 재원을 조달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제도 유지비용의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다. 초기 관점에서 기초연금의 소요 재원을 추정해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4.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등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후세대의 부담 증가는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가뜩이나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요즈음, 보편적 기초연금제 도입이 세대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필자만의 기우일까? 젊은 세대는 불만이 적지 않다. 산업화 시대에 비해 취업하기 어렵고, 고성장기의 집값 상승 등에 기인한 자본소득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높긴 하지만 노인이라고 모두 가난하지는 않다. 노인 중에서도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과 국민연금 수급자, 고액 자산가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88만원 세대가 부자 노인까지 부양해야 할 것”이라는 키워드는 가뜩이나 심상치 않은 세대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노인세대의 빈곤 완화 차원에서 기초연금의 도입 취지는 최대한 살리되, 후세대의 부담도 고려한 현명한 대처가 그래서 필요하다. 기초연금이 정치 쟁점화된 것은 참여정부 때다. 아직도 도입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고려할 대목이 많아서인 듯하다.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현재의 준보편적 기초노령연금제도를 유지하되, 빈곤에 심하게 노출된 취약 노인(전체 노인의 40~50%)에게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는, 차등화된 연금액 인상이 대안이다. 현재 근로세대의 잠재적 연금 사각지대 문제도 당선인의 의지로 지난해 하반기에 도입된 ‘두루누리 사회보험’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이다. 근로기간 동안 취약계층의 보험료 일부 부담을 전제로 국가가 나머지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각지대 축소를 유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 노인빈곤 완화, 그리고 후세대의 불만을 잠재울 대안을 찾는다면 해법을 못 찾을 이유가 없다. 아무쪼록 기초연금 도입 문제가 세대 갈등의 도화선이 아닌, 복지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는 지름길이 되도록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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