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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세계 1위’ 전초기지… 삼성전자, 인텔 넘는다

    ‘반도체 세계 1위’ 전초기지… 삼성전자, 인텔 넘는다

    세계 첫 4세대 3D V낸드 양산 64단 저장… 최강 기술 재확인 올 매출 74조… 글로벌 톱 확실시 주민 채용 기대·부동산 값 상승 통 큰 투자로 지역 경제에 ‘활력’ 4일 삼성전자가 평택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4세대(64단) 3D V낸드’ 반도체 양산을 본격화함으로써 반도체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글로벌 반도체 기술의 최선두를 재확인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매출 규모 면에서도 인텔을 넘어서 ‘세계 1위’의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반도체 산업에서 ‘4세대 3D V낸드’ 양산은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다. 실험적인 성공은 계속됐지만, 대규모 양산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불량률을 40% 미만으로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3D 낸드는 반도체에 정보를 저장하는 셀을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 작은 면적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높이 쌓을수록 저장용량이 커지지만, 그만큼 전류의 간섭 효과도 커져 더 높은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48단인 3세대에 비해 64단인 4세대 제품은 정보처리 속도 측면에서 50% 개선됐다”며 “평택 공장에 생산라인이 완전히 들어설 경우, 월 생산량은 웨이퍼 기준 20만장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4세대 3D V낸드’의 생산 비율을 올해 말까지 전체 낸드 플래시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빅데이터 등 최첨단 사업 분야에서 수요가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또 1992년부터 25년간 반도체 시장 1위를 지켜 왔던 인텔을 제칠 것이 확실시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의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7% 증가한 650억 달러(약 74조 7000억원)로 예상된다”며 “인텔의 올해 예상 매출액(602억 달러·69조 2000억원)을 넘어서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반도체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15년째 2위를 이어 오고 있다. 그는 또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 13조 6000억원에서 올해 32조원으로 급등하면서 같은 기간 17조 2000억원에서 19조 7000억원으로 증가할 인텔을 역전과 동시에 압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경기 평택공장에 14조 4000억원(기존 투자액 포함 총 3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안을 밝히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평택 공장 착공(2015년 5월) 이전인 2014년 말 44만 9555명이던 평택시 인구는 올 6월 말 47만 6353명으로 2만 6800명(6.0%)이 늘었다. 자영업자 이윤직(43)씨는 “2014년에 700만~800만원 선이던 신규 아파트 평당(3.3㎡) 분양가가 지금은 1000만원대로 훌쩍 뛰었다”며 “지역 주민들이 우선 채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오늘의 경제 Talk톡] ●4세대 3D V낸드 플래시 1세대(24단) V낸드가 탄생한 이후 매년 반도체 회사들은 적층 수를 늘려 반도체의 저장용량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였다. 4세대에 들어서 64단까지 입체적(3D)으로 쌓으면서 기가바이트(GB)의 1000배인 테라바이트(TB) 시대가 열린다.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말한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개혁 넘어 환골탈태 필요한 국방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개혁 넘어 환골탈태 필요한 국방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수많은 전쟁을 거듭하면서 인류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무기를 다듬고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선도했던 국가들은 역사의 주인이 되었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대부분 도태되거나 참담한 비극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군대가 국토방위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발전시켜야 한다. 전략이 뒤떨어진다면 아무리 좋은 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더라도 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무기가 뒤떨어진다면 전략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전투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군은 외형적으로는 규모와 전력(戰力) 면에서 세계 10위권 이내의 강군(强軍)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는 군사전략과 뒤떨어진 개념의 무기체계, 그리고 기형적 군 구조로 인해 미래 안보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켜내기 어렵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라 새 정부는 고강도 국방개혁을 예고하고 나섰다. 기형적 군대의 ‘최강 치트키’ 60만 대군을 유지하며 매년 4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한국군은 외형적으로 볼 때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즉 공식적 핵무기 보유국을 제외하면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40만 이상의 병력과 1500여 대를 훌쩍 넘는 3세대 전차, 2000문에 가까운 자주포와 500여 대의 헬기를 보유한 지상군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초강대국에 견주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가공할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군은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한 중대형 전투함 수십여 척과 고성능 잠수함을 20여 척 가까이 보유한 전력을 운영하고 있고, 공군에는 F-15K와 KF-16 등 200여 대 이상의 신형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까지 버티고 있다. 이렇게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안보 불안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면 전쟁이 발발해 전 국토가 불바다가 될 것을 걱정해야 하고, 중국이 사드 보복 운운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이면 중국에게 얻어맞을까 두려움에 떨곤 한다. 이는 국민들이 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한국이 처한 안보 환경의 특수성, 그리고 지난 수십 여 년 간 우리 군 수뇌부를 지배해 온 동맹에 대한 과잉 의존성, 여기에 더해 지난 30여 년간 군의 헤게모니를 틀어쥐어 온 특정 군의 자군 이기주의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한국이 아프리카나 중남미, 동남아시아 어딘가에 있는 국가라면 현재 수준의 군사력만으로 지역을 제패하고 강대국 대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은 핵으로 무장하고 거대한 병영국가 체제로 유지되는 현존 최악의 범죄 정권과 대치하고 있고, 인접한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력을 가진 강대국들뿐이다. 주변 안보 환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국민들 스스로 “우리 군사력만으로는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어렵다”는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미 동맹에 대한 군 수뇌부의 과잉 의존과 특정 군의 자군 이기주의 역시 우리 군을 사상누각(沙上樓閣)의 군대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6.25 전쟁 이후 한국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지상전은 한국군이 맡고, 해·공군은 미군이 맡는다는 고정관념 속에 살아왔다.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60~70년대에는 전투기와 군함을 구입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니 가난한 한국군은 지상군 위주의 병력 집약적 군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통했다. 그 결과 한국군은 전체 병력의 3/4 이상이 지상군인 기형적 형태의 군대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크게 발전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이후에도 한국군은 해·공군에 대한 투자에 소홀했다. 12.12 쿠데타 이후 확고부동하게 헤게모니를 장악한 군내 기득권 세력은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들고 나오자 수천 문의 자주포를 만드는 대응책을 내놓으며 세(勢)를 더욱 불렸고,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들고 나오자 수 백기의 지대지 미사일을 만드는 카드를 꺼내며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차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전쟁에 대비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시용(戰時用) 군대가 아니라 세를 늘리고 과시하기 위한 전시용(展示用) 군대를 만들다보니 한국군은 덩치만 비대할 뿐 북한은 물론 주변 그 어느 나라와 싸워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허울뿐인 군대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비한다며 만든 대규모 포병전력은 외형적으로는 이미 노후화된 북한 포병 전력을 질적으로 압도했고, 초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포병 전력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탄약 재고가 턱없이 부족해 통제보급률(CSR·Controlled Supply Rate)에 따라 하루에 정해진 양만큼만 포탄을 써도 며칠 못가 탄약이 떨어져 장기전을 수행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중 전력은 최신 4세대 전투기를 다수 보유한 막강 전력으로 홍보되지만, 보유 전투기의 절반은 노후 전투기이고, 자체 전력만으로는 지하 수십 미터에 강화 콘크리트 방공호를 지어놓고 버티고 있는 북한 지도부를 효과적으로 타격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바다에서는 최근 건조된 한국형 구축함과 신형 호위함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현역 전투함들이 싸구려 음파탐지기를 달고 수중 위협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된 채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위풍당당한 한국형 구축함들의 미사일 발사대는 적지 않은 수가 텅텅 비어있거나 미사일이 채워져 있더라도 한 번 쏜 뒤 다시 채울 재고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바다와 하늘에서 현대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비축 탄약과 물자가 부족해 전쟁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군 수뇌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의 ‘치트키’(Cheat code)를 가지고 있다. 바로 ‘연합전력’이다. 탄약과 물자가 부족한 것은 사전배치전단과 주일미군이 준비하고 있는 것을 끌어다 쓰면 되고, 수송기와 헬기가 없어 적지 후방에 ‘공수’를 못하는 ‘공수특전여단’은 미군 수송기와 헬기를 지원 받으면 된다. 텅텅 비어 있는 군함의 미사일 발사대는 미군 보급함에서 미사일을 보급 받아 채우면 되고, 평양 지하 수십 미터의 김정은 전쟁 지휘소는 미군 폭격기와 벙커버스터가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니 걱정할 것이 없다. 필요한 건 연합자산을 가져다 쓰면 된다는 이 논리는 정보자산이나 해·공군 전력 강화를 위한 소요제기를 깔아뭉개고 특정 군이 예산과 보직 등에서 절대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며 기형적 군 구조를 만드는데 ‘전가의 보도’(傳家寶刀)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안보-자주성 교환 모델(Autonomy security trade-off model)에 따라 한국군은 미군에게 의존하는 만큼 자주성을 잃어야 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고, 매년 막대한 예산을 미국제 무기를 구입하는데 지출해야 했으며, 한미 안보 협력을 논하는 자리에서 주도권을 쥐고 우리의 국익과 안보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관철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군내에서 이 같은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고, 그렇게 군은 지난 수십여 년 간 점차 머리와 몸통이 따로 움직이는‘기형아’가 되어왔다. 과감한 국방개혁이 필요한 때 지난 10여 년 사이 한반도 안팎의 안보 상황은 대단히 심각하고 위중하게 변모했다. 북한의 군사 위협은 재래식 군사 위협을 넘어 4세대 전쟁 수행을 위한 비정규전·사이버전 영역까지 확장됐고, 여기에 더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카드도 추가됐다. 급격한 세력 팽창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급속도로 군사력을 강화하며 한국의 해양주권과 권익을 침탈하는 것은 물론 경제 보복과 군사적 압박을 통해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법령을 개정한 일본은 군국주의의 빗장을 조금씩 풀어가며 주변국을 겨냥한 공세적 군사력 증강에 여념이 없다.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해법 논리, 그리고 군 구조가 60~8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군으로는 변화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국민들은 안보 불안 상황이 발생하면 발 뻗고 잘 수 없는 상황이다. 10여 년 전,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심각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2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을 통해 군 수뇌부를 질타했다. 그는 스스로 군 수뇌부가 작전통제도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국방장관, 참모총장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거들먹거린다며 이러한 군 수뇌부의 행태는 직무유기이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도 보여주었다. 참여정부 첫 국방장관으로 갑종장교 출신인 조영길 장관을, 두 번째 국방장관으로 해군 중장 출신의 윤광웅 장관을 기용해 고강도 국방개혁을 추진했다. 당시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국방개혁의 핵심은 미래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육군 위주의 군 구조를 해·공군 중심으로 바꾸고 이를 위해 해군력과 공군력을 크게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결국 국방개혁에 실패했다. 5년에 불과한 임기로는 개혁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기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오랜 시간 단단하게 고착화된 군내 헤게모니 구도 타파는 장관 하나 바꾼다고 해서 쉽게 이루어질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개혁은 이제 더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안보 위협의 양상이 바뀌었고, 그 상황이 대단히 위중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개혁을 미루다가는 국가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이 내부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고 과거 북한 군사위협의 잔상에 사로잡혀 시대착오적이고 기형적인 군사력을 건설하는 동안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라는 전략적 무기뿐만 아니라 기존 한반도 전장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재래식 무기들을 속속 내놓으며 재래식 전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가령, 북한이 핵미사일로 후방 전략시설들을 타격하고, 방사포와 특수부대로 주요 지휘소와 공군기지를 제압한 뒤 전면 남침을 감행하면 손발이 묶인 한국군으로서는 이를 막아낼 재간이 없다. 주변국 위협도 문제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 위협은 점차 노골화되어가고 있으며, 이들은 미국이라는 보호자가 사라지면 언제든지 한국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다. 중·일 양국이 한반도를 노리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양 자원도 자원이지만, 점차 격화되어 가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반도는 완충지대이자 상대방에게 강력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서 전략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방관 하에 중·일 양국이 한국의 주권과 권익을 침해하고 최악의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현재의 한국군 전력으로는 막아내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이들 국가가 제주 남방 해역에서 한국에 대한 해상 봉쇄를 시도한다면 현재의 해·공군 전력으로는 이에 대응하기 어렵고, 일본이 자위대를 동원해 독도를 무력으로 점거하더라도 현재의 군사력으로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안보 위협의 변화 양상을 꿰뚫고 이에 상응한 적절한 군사전략과 무기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군대는 전쟁에서 반드시 위태로워진다. 고려 말 정지(鄭地) 장군과 임진왜란 직전 이순신 장군은 앞으로의 안보 위협은 바다로부터 올 것이니 바다에서 오는 위협은 바다에서 막아야 한다는 이른바 ‘방왜해전론’(防倭海戰論)을 펴고 이를 위해 해군력을 정비할 것을 강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던 조선은 전 국토가 전란의 참화에 휩싸이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대한민국 역시 변화하는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군 구조와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반드시 위태로워질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안보 환경을 뒤흔들 수 있는 위협은 대부분 바다에서 오며, 이 때문에 한국은 지상군 중심의 군 구조를 탈피해 강력한 원거리 투사 능력과 방어 능력을 갖춘 해군력과 이와 보조를 맞추는 공군력 중심으로 군사력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의 선봉장은 당연히 바다와 해군을 가장 잘 아는 해군 출신이 맡아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며,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풀에는 이러한 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사들이 있다. 그 중에서 문 대통령이 새 정부 첫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의 경우 비록 능력 이외의 부분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에 휩싸여 있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국방장관이 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낙마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세력까지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송 후보자의 군 개혁에 대한 의지와 신념, 추진력은 무서울 정도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위중하다. 군 통수권자의 강력한 군 개혁 의지, 그리고 미래 전장 환경에서 필승의 전략을 가진 개혁적 국방 수장, 나아가 개혁에 국민적 열의와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기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씨줄날줄] 웜비어, 2002년의 기억/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웜비어, 2002년의 기억/황성기 논설위원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22)의 사망은 김정일에 의한 2002년 일본인 납치 고백 직후 일본을 경험한 필자로선 북한의 ’학습효과 제로’에 절망하게 했다. 2016년 1월 평양에 놀러 갔다가, 호텔에서 ‘제국주의 타도’란 선전물을 훔치고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혼수상태에서 미국으로 귀환한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야말로 북한이란 국가의 100점 만점 평가에 감점 70점을 줘도 모자라지 않다.웜비어 쇼크는 북한 납치 고백의 미국판이다. 광기란 똑같은 짓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면서 다른 해답을 구하는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나쁘게 해석하면 꼭 김정일·정은 부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김정일은 평양으로 불러들인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에게 중대한 고백을 한다. “아랫것들이 충성 경쟁을 하느라 일본인을 납치했다”고. 일본과 국교 정상화, 1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원조를 위해 ‘납치’의 산을 넘자고 했던 김정일식 ‘통 큰’ 도박이었다. 김정일은 유감을 표시하고 북·일의 ‘평양선언’이 나온다. 고백만 하면 잘 풀릴 줄 알았을 것이다. 최고 지도자가 고백을 하면 그것으로 끝일 것이란 평양의 집단사고가 작용한 것이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5명을 고이즈미의 전용기에 태워 보냈지만 일본 여론은 ‘야만 국가 북한’ 때리기로 들끓었다. 그중에서도 납치 피해의 상징인 여중생 요코타 메구미(1977년 북에 의해 납치·당시 13세)의 자살에 의한 사망 통보를 놓고 한번 돌아선 일본인의 대북 악감정은 지금까지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2002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웜비어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북·미 접촉을 통해 웜비어를 돌려보내기로 김정은식 통 큰 ‘결단’을 한다고 했을지 모른다. 미국 땅에 내리면서 TV에 비친 혼수상태, 그리고 사망에 이른 웜비어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2009년의 미국인 여기자 억류의 ‘성공 사례’를 생각하면서 평양의 ‘김정은 아랫것’들은 웜비어를 잡아다 ‘인질 외교’를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멀쩡한 청년을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무엇이든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식중독이다, 수면제다” 하는 북한 말을 누가 믿겠는가. 김정은도 “아랫것들이 했다”는 아버지를 따를지 모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다. 경험이든, 역사든 배워서 고치려 하지 않는 북한 체제야말로 납치와 억류와 같은 불행한 사건을 앞으로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광기와 경직성을 용납해선 안 된다. marry04@seoul.co.kr
  • 조원태, 대한항공 외 계열사 대표 사퇴… 김상조 효과?

    조원태, 대한항공 외 계열사 대표 사퇴… 김상조 효과?

    재벌 개혁 칼날 선제 대응 분석… 한진 “경영 투명성·경쟁력 강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그룹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아 온 계열사 지분도 함께 정리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한진그룹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한진그룹은 15일 조 사장이 한진칼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한진칼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에선 등기이사직도 사임한다. 조 사장은 2014년 3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로 오른 이후 올해 1월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하는 등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해 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내린 결정”이라면서 “시기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법과 규정에 맞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한진관광과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그대로 유지한다.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도 진행된다. 조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유니컨버스를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유니컨버스는 싸이버스카이처럼 대한항공 자회사가 된다. 그룹 내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담당하는 계열사인 유니컨버스는 지난해 매출의 74%(253억원)를 내부 거래를 통해 얻었다. 이에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유니컨버스와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이익을 제공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과 조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사익 편취 의혹 등 비판을 불식시키고, 준법 경영을 강화해 투명한 경영 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의 이번 조치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을 시작으로 진행될 재벌개혁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면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매를 맞기 전에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현재 진행 중인 3세 승계 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분 구조 등에선 바뀌는 것이 없기 때문에 3세 경영 승계와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주요 계열사의 등기 이사직까지 내놓은 것은 재벌개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책임을 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김&장 시대] 대주주 견제장치 강화 기정사실화… “우려보단 기대”

    [김&장 시대] 대주주 견제장치 강화 기정사실화… “우려보단 기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명된 이후 최근 4대 그룹 계열사 중 지배구조 관련 주는 대부분 올랐다. 삼성물산, 삼성SDS, 현대차, 현대모비스, LG 등 총수의 그룹 지배와 관련 깊은 곳들이다.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김 후보자와 장 실장이 소액주주 운동을 통해 이십년 넘게 천착해 온 과제다. 새 정부에 둘이 합류하자 시장이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속화를 전망한 이유다. 이색적인 면모는 지배구조 개편 전망에 대해 긴장하고 불안해 하기보다 기회로 여기며 대비하는 듯한 시장의 반응이다. 후진적 그룹 지배구조에서 벗어나면 투자자 선호가 높아질 것이란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피 기대감’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지난 이십여년 동안 재벌과 시민단체 진영 간 지배구조 개편 공방이 이어지며 기업들이 제도적 변화에 대해 내성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재계가 법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별로 3세 승계가 본격화된 2000년대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 제고 요구가 이어졌고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사외이사 선임 등의 제도도 유지되고 있다.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며 대기업 규제책 중 하나인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했지만 집권 후반기 편법 승계 근절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같은 경제민주화 취지에 부응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9년여 동안의 보수 정권 집권기에도 기업들이 지배구조 관련 제도 변화에 상시 대응 체제를 멈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책 결정·집행 측면에서 ‘장외 비판자’였던 김 후보자 등이 ‘정책 집행권자’가 되면서 대주주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장치인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대주주 이외 세력의 이사회 진출 숨통을 틔워 주는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를 총수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 마법 금지 법안’ 등 각종 제도 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주요 그룹 지배구조 및 경영 관행을 바꿀 파괴력을 지닌 제도들로 평가된다. 동시에 이미 몇 년 동안 논의가 진행된 제도들이기 때문에 기업들 역시 무방비 상태에 놓인 처지는 아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검토 중이던 인적분할(지주회사·사업회사 분리) 계획을 포기하는 동시에 자사주 전량을 내년까지 소각한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국회 계류 중인 자사주 마법 금지 법안 통과 여부에 더 신경쓸 필요가 없게 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주회사의 자회사(상장사) 지분 의무소유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SK, CJ 등이 지분 추가 취득용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 삼성생명·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율이 금산분리 기준 초과 지분인 10% 이상에 달하는 경우 혹은 보험사 보유 계열사 주식을 현행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에도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자사주 마법 금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롯데 등은 계획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김 후보자와 장 실장이 주력해 온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의 사명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 맞춘 ‘주주 자본주의’에 입각한 작업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부상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새 정부 정책의 방점이 찍힌다면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의 개혁이 우선 이뤄질 수도 있다. 단기 이익을 우선하는 주주 대신 근로자,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따라 상시 유해·위험한 작업 인력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비율 축소 등 다른 정책을 먼저 추진하거나 지배구조 개선과 연계할 여지도 있다. 둘 중 장 실장이 주장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2013년 국제노동기구에서 창안한 개념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취지와 통하는 면이 많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호갱’ 자처한 세계무기시장의 큰손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호갱’ 자처한 세계무기시장의 큰손

    FBI 수사에 외압을 행사해 정치권에서 사면초가 위기에 몰렸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잭팟’을 터트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 1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기 수출을 성사시켰고, 향후 10년간 최대 400조원 규모의 무기를 수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많은 돈을 들여 무기를 사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거래를 놓고 벌써부터 이런저런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 -부풀려진 무기 가격 소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합리성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어떤 재화가 자신이 지불하는 돈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지갑을 연다. 또한 같은 물건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를 찾아 서성인다. 무기 구매도 마찬가지다. 군이 어떤 무기를 구매할 때는 우선 작전요구성능(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제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입찰공고를 낸다. 입찰에 참여한 후보 제품들이 군이 요구한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한다면 그 다음 평가 기준은 가격이다. 별다른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후보 제품 모두 ROC에 부합한다면 가격이 싼 제품이 선정된다. 거의 모든 국가의 무기체계 획득은 위와 같은 원리에 따라 이루어진다. ROC를 제시하고 제안서를 받아 최저 성능만 충족하면 가격으로 승자를 결정짓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무기 구매 절차는 일반적인 국가들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지난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서 60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사들였을 때의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사우디는 F-15SA 전투기 84대를 새로 구입하고, 이미 가지고 있던 70여 대의 F-15S 전투기를 개량하는데 294억 달러를 지출했다. F-15SA 전투기와 유사 사양인 우리 공군 F-15K가 대당 1억 달러 선이고, 기존 F-15S 전투기를 개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대당 1억 달러를 넘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우디는 이 전투기 사업을 통해 적어도 100~150억 달러를 더 지출했다. 또한 같은 시기 도입한 AH-64E 헬기 70대와 UH-60M 헬기 72대, AH-6i 헬기 36대 등 약 180여 대의 헬기는 아무리 비싸게 구매하더라도 150억 달러 정도면 충분했지만, 사우디는 여기에 3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물론 이 같은 구매 가격은 지난 1985년 토네이도 전투기 도입 사업 때 ‘뻥튀기’한 수준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당시 사우디는 대당 3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토네이도 전투기 72대와 1000만 달러 안팎의 호크 훈련기 30대 등 100여 대의 항공기를 무려 430억 파운드, 당시 환율로 약 330억 달러에 사들였다. 10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 전투기를 구매했던 것이다. 이 같은 이상한 가격은 이번 거래에도 적용됐다. 사우디는 이번 거래를 통해 미군이 도입 중인 최신형 장비들을 대거 구매할 예정이다. 지상군의 M1A2 전차나 M2A3 보병전투장갑차, M109A6 자주포를 비롯해 해군의 LCS 연안전투함, MH-60R 해상작전헬기, 공군의 CH-47F 수송헬기나 S-70 다목적헬기 등이 그것인데, 최신형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정상적이다. 약 35억 달러에 48대를 도입하는 CH-47F 치누크 수송헬기의 경우 대당 7300만 달러 수준으로 미 육군 정상 도입 가격의 2.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19억 달러에 10대를 도입하는 MH-60R 해상작전헬기의 경우도 통상적인 해외 판매 가격의 2~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번 무기 거래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은 바로 전투함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목적 수상전투함(MMSC·Multi Mission Surface Combatant)이라는 명칭으로 4척의 전투함을 주문했다. 이 전투함은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인 LCS(Littoral Combat Ship) 중 프리덤급(Freedom class)을 개조한 것으로 약 3000톤 규모의 호위함이다. 미 해군이 도입하는 LCS는 무장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사우디는 이 LCS에 Mk.41 수직발사기와 신형 함대공 미사일 ESSM, 하푼 함대함 미사일 등의 무장을 추가했다. 이러한 전투함 4척을 도입하는데 사우디가 지불할 비용은 무려 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통상적인 3000톤급 호위함의 건조 비용은 무장과 장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단순 초계용일 경우 1척에 2000억원 안팎이고, 위상배열레이더와 함대공 미사일 등 최고급 옵션을 선택하더라도 1척에 5000억 원을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미 해군의 LCS의 경우 사업 초기 각종 결함과 사업 지연으로 1척 가격이 7000억원에 육박했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4000억원 미만으로 납품되고 있다. 사우디가 주문한 수상전투함은 선체 규모나 무장 수준, 그리고 미 해군 납품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1척당 3500억 원 안팎이 적정 가격이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러한 군함을 적정 가격의 4배가 훨씬 넘는 금액인 1척당 1조 6500억 원을 주고 계약했다. 이 돈이면 미국과 우리나라, 일본이 도입하고 있는 1만 톤급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1척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처럼 사우디 정부의 무기 구매 사례들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강대국 무기상들의 ‘호갱님’인 것일까? -바가지 뒤에 숨은 왕실의 ‘용돈벌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정상 가격의 몇 배에 달하는 돈을 주고 무기를 구매하는 이유는 그들이 ‘호갱’이어서가 아니다. 새로 도입하는 무기에 비정상적인 가격표를 붙이는 주체가 판매자가 아니라 구매자이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재정 지출 규모는 약 2357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국방예산 지출은 546억 달러 규모였다. 국가 재정의 약 1/4을 국방비로 쓰고는 있지만, 이 돈으로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무기 구매에 쓰고 있는 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처럼 천문학적인 바가지를 써가며 무기를 구매하는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잘 알려진 것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이며, 매년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석유 판매로만 약 877억 달러를 벌어들일 정도였다. 문제는 이 석유 수출 대금을 이용한 정부 거래는 재무부를 통한 정식 집행 예산이 아니라 특별회계예산으로 분류되어 별도의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 ‘눈먼 돈’이라는 것이다. 이 특별회계예산을 통한 사업은 일명 야마마 사업(Al-Yamama project)으로 불리며, 왕실 인사들이 이 사업을 통해 매년 천문학적인 ‘뒷돈’을 챙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우디가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할 때 정상 가격보다 몇 배의 가격표를 붙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무기를 구매한 뒤 판매자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챙겨 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리베이트 수수가 가능한 것은 사우디의 정치체제가 전제왕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방 관련 주요 요직을 왕실 인사들이 모조리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국왕은 곧 국무총리를 겸직하고 있고, 그의 아들이자 올해 불과 33세인 무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는 국방장관 겸 제2부총리를 맡고 있다. 국토방위부 장관은 국왕과 사촌간이며, 알사우드 왕가의 왕족들이 주요부대 지휘관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즉, 모든 무기 구매는 왕실 인사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계약 실무를 맡는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반다르(Bandar bin Sultan) 왕자의 ‘BAE 리베이트 사건’이다. 현 국왕의 친척인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총장과 사우디 중앙정보국 수장을 맡기도 했는데, 한때 ‘아랍의 키신저’라는 별명으로 무려 20년간 주미대사직을 수행하며 서방세계와의 창구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가 왕세제였던 시절 막강한 막후 권력을 이용해 영국으로부터 토네이도 전투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성사시켰고, 이 과정에서 10억 파운드의 천문학적인 리베이트를 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국가원수 전용기로 쓰일 정도의 대형 여객기인 A340을 전용기를 구입하는가 하면, 미국과 사우디, 유럽 등지를 오가며 초호화 생활을 누렸다. 지난 2004년 영국 중대비리조사청(SFO·Serious Fraud Office)이 비리 사실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하자 사우디 정부를 움직여 “당장 수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영국제 전투기 도입 협상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며 위협해 수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사건을 담당하던 수사관들이 정부의 수사 중단 지시에 격분해 막대한 양의 조사 자료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를 ‘가디언’지에 제보함으로써 만천하에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사우디 왕실 인사들이 야마마 사업을 통해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트럼프 방문 일정에 맞춰 천문학적 규모의 무기 구매를 발표한 것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트럼프에게 내민 큰 선물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물론 이번 무기 거래를 통해 양국 관계는 이스라엘이 우려를 표명할 만큼 크게 개선될 것이지만, 과연 이 400조 원대 무기 거래가 트럼프를 위한 선물일지 사우디 왕실 인사들을 위한 선물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3040 국가원수… ‘아랍의 봄’ 부르고 늙은 유럽은 젊은 피 수혈

    3040 국가원수… ‘아랍의 봄’ 부르고 늙은 유럽은 젊은 피 수혈

    佛, 나폴레옹 3세 최연소 기록 깨 헝가리 오르반 총리는 35세 당선 튀니지 샤히드, 민주혁명 일으켜 김정은·카다피는 20대 권좌 올라‘프랑스의 정치 비기너’ 에마뉘엘 마크롱이 7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 정계에 젊은 지도자 열풍이 불고 있다. 1977년 12월 21일생인 마크롱(39)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마크롱 이전에는 1848년 40세에 제2 공화정 대통령으로 선출된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나폴레옹 3세)가 최연소 대통령이었다. 현재 프랑스 정치체제에서 최연소 대통령은 1974년 48세에 선출된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이었다. 세계 주요국 국가수반 중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가장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은 현직 국가지도자는 오르반 빅토르(54) 헝가리 총리이다. 1998년 35세에 총리가 된 그는 2002년 총선을 앞두고 오르반이 이끄는 정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 연합이 정치 및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는 바람에 그해 총선에서 패배해 총리직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다시 총리직에 올랐다. 샤를 미셸(42) 벨기에 총리는 2014년 마크롱보다 한 살 어린 38세에 총리직에 올랐다. 1840년 이후 벨기에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쥐스탱 트뤼도(46) 캐나다 총리는 2015년 43세 나이로 취임했다. 자유당 대표였던 그는 ‘젊은 피’를 내세웠고 이후에도 수려한 외모와 운동 실력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위리 라타스 에스토니아(39) 총리와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39) 우크라이나 총리는 2016년 각각 38세 나이로 국가지도자에 취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43) 그리스 총리는 2015년 40세에 총리직에 올라 그리스 역사상 150년 만의 최연소 총리로 기록됐다. ‘아랍의 봄’을 부른 튀니지의 지도자도 ‘젊은 피’다. 2016년 40세로 집권한 유세프 샤히드(42) 총리는 1956년 튀니지 독립 이후 최연소 지도자다. 안제이 두다(45) 폴란드 대통령은 2015년 43세에 대선에서 승리했다.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48) 조지아 대통령은 2013년 44세에 국가지도자 취임 선서를 했다. 전직 지도자 중에서는 영국에서 1997년 토니 블레어(64)가 43세의 나이로 총리직을 수행했다. 데이비드 캐머런(51) 전 총리도 2010년 43세에 국가 수장에 올랐다. 캐머런 전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를 공약으로 걸어 당선된 뒤 EU와 협상을 진행해 잔류로 돌아섰지만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지난해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마테오 렌치(52) 전 이탈리아 총리는 34세에 피렌체 시장, 39세에 이탈리아 총리에 당선됐다. 렌치 전 총리는 1922년 39세로 총리직에 올랐던 베니토 무솔리니와 함께 나란히 ‘이탈리아 최연소 총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42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43세에 각각 국가지도자에 취임했다. 한편 1982년생으로 주장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11년 말 20대에 권좌에 올랐다. 2013년 즉위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은 37세에 불과하다. 2011년 반군에 사살된 리비아의 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는 1969년 27세에 권력을 잡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佛 흔든 ‘데가지즘’… 변방의 39세 엘리제궁 새 주인 될까

    佛 흔든 ‘데가지즘’… 변방의 39세 엘리제궁 새 주인 될까

    23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39)과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이 결선 진출을 확정하면서 프랑스 정치지형의 대변혁을 예고했다. 현 결선투표 제도가 마련된 1965년 이후 처음으로 비주류 정당 후보끼리 결선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반면 기성 거대정당인 사회당, 공화당이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지난 50여년간 양당 체제를 구축해 온 프랑스 정치 구도가 향후 대대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24일 프랑스 내무부가 집계한 1차 투표 결과 마크롱과 르펜이 각각 23.86%, 21.43%로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제1야당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이 19.94%로 3위, 극좌 장뤼크 멜랑숑이 19.62%로 4위에 올랐다. 집권당인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은 6.35%에 그쳤다. 마크롱과 르펜은 다음달 7일 열리는 결선 투표에서 사상 첫 비주류 출신 프랑스 대통령 자리를 놓고 승부를 겨룬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치러 대통령을 결정한다. 1965년 이후 대선 때마다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모두 10번 치러진 결선 투표 중 이번 선거를 제외한 9번은 중도 좌우를 대표하는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 중 한 명이 반드시 진출했다. 또 9번 중 7번은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가 대결했다.●‘기득권 타파’ 외친 마크롱 그동안 주류 좌우 정당의 후보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엘리제궁을 차지해 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사회당과 공화당이 정계 변방의 ‘이단아’에게 주역 자리를 내줬다. 이 같은 결과는 프랑스 유권자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염증이 반영된 것이다.블룸버그통신은 유권자들이 주요 양당을 ‘거부’한 것은 이슬람 테러, 경기 침체, 실업률 악화 등의 충격을 겪으면서 프랑스 사회에 내재된 분노를 여실히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구체제나 인물의 청산을 뜻하는 ‘데가지즘’이 프랑스 정치의 새로운 사조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크롱은 대선 레이스 기간 ‘기득권 타파’를 외치며 거대정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를 파고들면서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탔다. 그는 현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냈으나 좌우로 양분된 프랑스 정치를 혁신하겠다면서 ‘제3지대’를 표방한 앙마르슈를 창당했다. 그 결과 마크롱은 선출직 첫 도전에서 기성 정당 대선 후보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마크롱이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하면 1848년 나폴레옹 3세 이후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직에 오르게 된다.●‘원조 극우’ 父 극복… 입지 키운 르펜 르펜도 기득권과는 거리가 멀다. FN은 1972년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창당했으나 결선에 진출한 2002년 외에는 주로 주변부 정당에 머물렀다. 하원 의석도 전체 577석 중 2석에 불과하다. 그러나 르펜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잇따른 테러, 경제 불황을 ‘프랑스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지지층을 확보하면서 ‘원조 극우’로 불리는 아버지를 극복하고 정치적 입지를 키웠다. 선거 결과는 사회당, 공화당으로 양분된 프랑스의 전통적 정치지형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당장 사회당과 공화당은 6월 총선에서 1당과 2당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반면 현재 하원에 의석을 갖고 있지 않은 신당 ‘앙마르슈’는 마크롱이 결선에서 승리해 집권하면 그 바람을 타고 총선에서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선에서는 마크롱의 압승이 예상된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 소프라 스테리아’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전날 각각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오늘 당장 결선이 실시될 경우 마크롱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62∼64%로 르펜(36∼38%)을 압도했다. 그러나 마크롱보다 르펜의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점, 최근 잇따른 테러로 안보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르펜 당선이라는 대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리정치대 세르주 갈람 교수의 시뮬레이션에서 르펜 지지자의 90%가 투표하고 마크롱 지지자의 65%가 투표한다고 가정하면 르펜이 50.07%의 득표율로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탄핵이후 대한민국의 길] ‘재벌은 정부가 만든다’ 60년대 인식 버려야 혁신 기업 만든다

    [탄핵이후 대한민국의 길] ‘재벌은 정부가 만든다’ 60년대 인식 버려야 혁신 기업 만든다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기업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하여 미르와 K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하였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들에 출연을 요구하였다…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 하여금 재단법인에 출연하도록 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2016 헌나 1 탄핵 사건 결정문’에서 정경유착 행위가 명백하게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적시했다. 헌재는 재벌들이 미르재단 등에 출자한 돈이 뇌물인지를 따지지 않은 채 모금 행위 자체를 대통령 탄핵 사유로 봤다. 즉 기업이 권력에 떠밀려 돈을 냈더라도 대통령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낸 돈이 뇌물인지는 향후 최순실 게이트 관련 공판 및 검찰의 추가수사 과정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헌재의 지난 10일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경유착에 대한 법리적 선고는 끝났다. 실제로도 앞으로 재벌과 권력이 결탁하는, 정경유착의 시대는 종언이 될까. 촛불민심이 “재벌도 공범”이라며 정경유착의 종언을 소리 내 요구한 지금이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게 울리고 있다. 정경유착은 건국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승만 정부의 적산기업(일제가 패망 뒤 한반도에 남긴 기업) 불하 과정은 ‘기업 부자는 정부가 만든다’는 인식을 심기 충분했다. 당시 불하받은 기업인은 매각 대금의 20%만 선납하고, 나머지 금액은 연리 7% 저리에 10년간 분할해 갚으면 됐으니 사실상 거저 기업을 준 셈이었다. 본격적으로 국가 주도 경제개발이 이뤄진 박정희 정부 시절 이후엔 정부가 선별한 사업을 따낸 기업들이 승승장구했다. 정경유착의 역사를 짚어가다 보면 대한민국 정치·경제사의 주요 궤적이 그려질 정도로 정경유착의 역사가 오래된 셈이다. 뇌물의 액수로만 따지면, 과거 정경유착의 정도는 현재보다 훨씬 강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돈으로 각각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기업으로부터 받아 챙겼다. 그러나 정경유착에 대한 비난 여론은 그때보다 지금 약해지지 않았다. 연초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재벌 경제체제의 개인·한국경제에의 영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66.4%가 ‘재벌 체제가 한국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재벌 체제를 비판한 이들 중 39.1%는 ‘사회 양극화를 부르기 때문’이라고, 38.1%는 ‘정경유착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이어받아 검찰이 우선 수사해야 할 대상을 묻기 위해 MBN이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재벌 관련 (정경유착) 의혹’이 30.6%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정경유착의 양(뇌물 액수) 대신 질(특혜)에 초점을 맞추면, 정경유착을 비난하는 여론의 강도가 왜 이렇게 거센지 이해하기 쉽다. 재계 관계자는 15일 “과거 정경유착 상황에선 국가 주도 경제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변명할 여지가 있었던 데다 정경유착으로 이권을 몰아준 각종 산업이 크는 과정에서 고용이나 하청 기업이 창출되는 순기능적 측면도 일부 찾을 수 있었다”면서 “재벌 총수가 2, 3세가 된 현재는 정경유착을 통해 기업들이 얻는 반대급부가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승계 과정에서의 절세 등 공익에 반하는 요소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을 제공한 대가로 자신의 안정적 삼성 그룹 승계를 보장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SK, CJ 등 향후 수사 대상 그룹들 역시 권력에 선을 댄 반대급부로 총수 사면 등을 약속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자한 재벌은 16곳, 이 가운데 정경유착 의혹이 정조준돼 수사 대상이 된 삼성은 재단 출자금과 별도로 최씨 측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또 다른 수사대상인 SK는 최씨 측으로부터 추가 금품제공 제안을 받았다 거절했다. 권력(측근)과 재벌이 직거래하는 방식, 이른바 P2P식 정경유착은 이처럼 명백하게 수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통해 기업들이 모금 형식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를 형사적으로 처벌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정작 정경유착의 주요 양태가 P2P 방식보다 모금 방식으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모금 방식의 정경유착은 형사적 처벌이 어렵다는 측면뿐 아니라 기존 기업들 간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하는 측면에서도 사회적 해악을 일으킨다. 재단 출자 자체로 ‘내부자 그룹’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각종 원자재, 소재, 인허가가 필요한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각종 ‘협회’가 구성돼 대정부·대언론 창구 역할을 하고 혁신적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민형사적 처벌은 요원한 상태다. 은밀해지고 세련되어진, 그러면서 해악은 커진 정경유착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재벌사 연구 권위자인 이한구 수원대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는 “정경유착을 막을 시스템은 충분하다”면서 “실행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명예교수는 “정경유착을 막겠다고 새로운 규제를 너무 많이 양산하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기업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유전무죄라는 체념적 상식을 깰 실행의지를 갖고 기업 경영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서서히 정경유착이 근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경유착이 언론 등에 포착돼 단죄받는 속도가 과거에 비해 개선됐고, 결국 우리 사회가 정경유착을 줄여 나가는 쪽으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 문명재 교수와 동아대 행정학과 황창호 교수는 2012년에 발표한 ‘권력형 비리와 리더십 위기’ 연구에서 “전두환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집권 초반에 발생한 권력형 비리가 퇴임 이후나 집권 후반에 발각된 반면 이명박 정부에선 집권 초반에 발생한 권력형 비리가 집권 초반에 적발됐다”고 집계했다. 문 교수는 “과거보다 현재 시민의 감시가 강화됐고, 박근혜 정부에선 시민들이 주도해 정경유착을 행한 권력을 탄핵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시민들의 감시와 참여가 이어진다면, 정경유착 근절을 향해 우리 사회가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부실 계열사·이사회 개혁·승계… 삼성 앞 ‘깔딱고개’

    부실 계열사·이사회 개혁·승계… 삼성 앞 ‘깔딱고개’

    삼성이 58년 동안 이어져 온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며 선택한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는 삼성이 그룹 형태를 이룬 뒤 이제껏 ‘가본 적 없는 길’이다. 더욱이 미전실 해체 뒤 후속 조치 일정을 예정해 둔 ‘질서 있는 해체’도 아니다. 당분간 삼성의 주요 경영적 결정 및 계열사 경영 체계에 혼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는 일제히 삼성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주시했다.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이 ‘큰형’ 역할을 하며 계열사 간 조율을 이끄는 ‘3두(頭) 체제’가 유력시되지만, 주력 계열사와 수직 계열화 정도가 약한 계열사는 ‘약한 고리’로 꼽힌다. 삼성중공업, 에스원, 호텔신라 등은 재무적으로 여러 계열사들과 그룹을 이루지만 사업적으로 주력 계열사들에 수직 계열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이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그룹)을 이루는 상황에서 미전실이란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 이 기업들은 대기업 규제를 받지만 계열사와의 사업적 연결 고리는 약화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최근 경영이 악화된 삼성중공업과 같은 계열사는 미전실 해체로 시장의 신뢰를 놓칠 가능성도 커진다. 조선업 불황으로 경영 위기를 맞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덕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지분율 17.62%)를 비롯해 삼성생명(3.38%), 삼성전기(2.39%) 등의 계열사와 재무적으로 엮여 있지만 삼성전자와의 사업 관련성은 크지 않은 계열사 사례로 꼽힌다. 삼성중공업보다 1년 앞서 2015년 재무적 위기에 처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했는데, 이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과정 조율 및 대외 홍보에 미전실이 적극 관여하기도 했다. 삼성의 그룹 차원 신수종 사업 발굴 작업, 적기 투자 등의 업무가 미전실 해체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이후 삼성의 먹거리인 바이오, 2차전지 등 신수종 사업을 2010년 발굴한 주체 역시 미전실이어서다. 역으로 주력 계열사와 수직 계열화가 잘된 계열사에선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 체계가 ‘구호’에 그칠 것이란 정반대의 우려도 있다. 지난해 12월 그룹 차원에서 단행됐어야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로 인해 미뤄진 사장단 인사 일정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1일 “이달 말 계열사별로 열리는 주주총회에 앞서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 ‘자율경영 체계’를 외부에 공표할 첫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전날 삼성SDI가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으로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내정했다. 문제는 현재 삼성전자에 수직 계열화된 계열사들이 ‘독립 경영 기치’를 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삼성전자에 사업적으로 종속돼 있다는 데 있다. 더욱이 삼성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의 이사회는 그동안 경영 감독·견제 기능을 쌓는 법을 학습하지 못했다. 이사회가 계열사별 주주와 근로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의결에 나서기보다 자신들을 선임한 총수 일가의 눈치를 보는 관행을 이어 간다면, 자율경영은 요원해질 것이란 뜻이다. 경제개혁연대가 “미전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분산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에 독립적 사외이사가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이후 한 차례 해체됐던 미전실이 2년 뒤 복원돼 컨트롤타워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핵심 이유인 경영권 3세 승계가 실현되지 않은 점 역시 계열사별 자율경영 실현을 막을 변수로 꼽힌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관한 이 회장의 장악력을 이 부회장이 승계하려면 지주회사화 등 계열사별 지분 정리, 이 부회장 일가의 유동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미전실이란 컨트롤타워는 사라졌지만, 계열사의 매출 및 지분 구조에 손을 대 경영권을 승계받아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필요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기업의 미래, 4차 산업혁명] LG화학, 기초소재·바이오로 ‘글로벌 톱5’ 야심

    [기업의 미래, 4차 산업혁명] LG화학, 기초소재·바이오로 ‘글로벌 톱5’ 야심

    LG화학은 기초소재와 전지, 정보전자를 바탕으로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 지난해 LG생명과학과 합병을 통해 진출한 바이오산업을 통해 2025년 ‘글로벌 톱5 화학회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은 기존 사업부문에서 위치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갖춘 고부가 합성수지인 엘라스토머의 생산량을 현재 9만t에서 2018년 29만t으로 3배 이상 늘려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엘라스토머 핵심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면서 “기초원료부터 촉매, 최종제품까지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전지사업도 한발 앞선 연구개발(R&D)을 통해 가격과 성능,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를 지켜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3세대 전기차(1회 충전 시 500km 이상 주행)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지켜간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생명과학사업본부는 대사질환, 바이오의약품, 백신 등 3대 시장선도 핵심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첫 당뇨치료 신약인 ‘제미글로’를 시장선도 제품으로 육성하고, 당뇨·고혈압·고지혈 복합제 개발 등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대사질환 분야에서 단기적으로는 국내 1위의 마켓리더가 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백신사업 진출을 위해 현재 충청북도 청주 오송에 백신원제공장을 추가 증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93세 짐바브웨 대통령 재선 출마, 37년째 집권… 100세까지 도전

    37년째 아프리카 짐바브웨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이 내년 대선에 또다시 출마할 뜻을 밝혔다고 19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93번째 생일을 앞두고 자국 국영 매체와의 가진 인터뷰에서 “(집권당)아프리카 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과 짐바브웨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나를 대체할 어떠한 후계자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내가 대선에 나오길 원한다. 국민 다수도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는 후계자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나는 은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5년 더 집권할 수 있어 99세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키게 된다. 무가베 대통령이 평소 농담조로 얘기해 온 ‘100세까지 대통령을 하겠다’는 공언이 거의 이뤄지게 된 셈이다. ZANU-PF는 지난해 12월 무가베 대통령을 2018년 대선 단일후보로 확정했다. 당시 ZANU-PF의 청년조직은 심지어 무가베가 죽을 때까지 대통령직을 맡을 수 있도록 선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레이스 무가베(51) 영부인은 지난 17일 “무가베는 죽은 후에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당신은 국민이 시신상태인 무가베에게도 투표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백인 정권에 대한 무장 투쟁을 전개하다 1980년 건국된 짐바브웨 초대 총리에 올랐다. 1987년 그는 내각제를 폐지하고 일당 독재 대통령 체제를 구축해 장기 집권을 이어왔다. 무가베 대통령은 그동안 후계자나 은퇴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려왔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이재용 구속으로 3세 그룹 승계 작업 올스톱...삼성 경영공백

    이재용 구속으로 3세 그룹 승계 작업 올스톱...삼성 경영공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수감됨에 따라 삼성은 ‘오너 부재’ 상태를 맞이하게 됐다. 긴장한 상태로 밤새워 법원 결정을 기다리던 삼성그룹은 79년만의 첫 오너가 구속이라는 사태를 맞아 당혹스러워하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아직 완결되지 못한 이 부회장으로의 3세 그룹 승계 작업은 전면 중단될 조짐이다.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 계열사별 신규 투자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고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3대째 이어진 삼성 오너 일가 사령탑 중 이 부회장은 첫 구속 사례다. 삼성의 2인자 그룹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등도 이 부회장과 동반 기소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 경영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상상해 본 적도 없다”면서 “앞이 안보인다”고 털어놨다. 해체가 예정된 미래전략실 조직을 중심으로 그룹 리더십을 재편할 동력도, 중장기적 사업구조 개편 대상으로 거론되던 계열사들을 추스려 독자 경영 체계를 구축할 계기도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의 승계작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 전부를 불법 행위로 규정했고, 이를 법원이 인정해서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이 한 차례 구속 위기를 모면한 게 이 부회장 승계에 독이 된 셈이다.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특검은 보강수사를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뒤 삼성의 각종 경영활동에 대해 불법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통합 삼성물산 출범 뒤 계열사의 순환출자 지분 처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조치의 불법성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 최소 반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이 기간 동안 경영권 승계 작업을 적극 감행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검찰 수사는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돼 왔다.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참여한 것은 1994년부터다. 이 부회장은 1998년까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배정받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고, 에스원·삼성엔지니어링·제일기획 주식을 통정매매해 차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상 중요한 계열사 지분과 승계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검찰이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사건 관련자를 기소하고 안기부 X파일 도청사건이 터진 2005년 이후 이 부회장에 대한 승계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삼성 비자금에 대한 특검 수사(2008년) 결과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0년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이 체제를 재정비한 이후에 승계 작업이 재개됐다. 이렇게 재개된 승계 작업의 첫 단추로 분류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재판 대상이 돼버렸다. 수감 기간이 길어진다면, 이 부회장은 총수로서 ‘평판’을 쌓을 골든타임도 놓칠 수 있다. 2014년 5월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한화·롯데와의 방산·화학 빅딜을 주도하고, 기술벤처인 루프페이·스마트씽스·비브랩스·하만 인수 행보를 펴며 경영 스타일을 정립해 가는 와중이었다. 삼성 측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계, 바이오 관련 산업계에선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한데 이 부회장이 부재하면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리더십은 그나마 훼손이 덜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리더십은 그나마 체계가 갖춰진 형태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부품(DS) 사업을,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소비자가전(CE) 사업을,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모바일(IM) 사업을 총괄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그룹 차원 의사결정은 오너인 이 부회장,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계열사 대표 등의 조율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데 계열사 대표의 리더십이 발휘된다면 최소한의 사업역량은 유지될 것으로 평가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안철수 학제 개편론이 주목받는 까닭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그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뒤로 여론의 입길에 뜨겁게 오르내리고 있다. 일찍이 자칭타칭 대선 후보지만 이런 주목을 받기는 근래에 처음이다. 안 전 대표는 교육부 폐지론과 학제 개편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누가 봐도 개혁 수준인 제언에 시선이 확 쏠린 까닭은 간단하다. 학부모든 아니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교육 현실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의 교육부 폐지론은 사실 느닷없는 게 아니다. 교육부가 예산을 틀어쥐고 대학의 자율을 방해하고, 각종 교육 정책을 일방통제할 때마다 그런 주장을 폈다. 중요한 사실은 그의 제언이 여론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설문조사를 했더니 국민의 70%가 교육부를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위기감의 방증이다. 안 전 대표의 학제 개편안은 그런 측면에서 여론을 환기시킬 만하다.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의 기존 학제를 유치원 2년, 초등 5년, 중학 5년, 진로탐색 학교 2년의 2-5-5-2 체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만 3세부터 시작하는 유치원 교육을 아예 공교육의 범주에 넣겠다는 발상이다. 대학 진학 전 2년을 진로탐색이나 직업학교 과정으로 둬서 오로지 대입을 위해 논스톱 경쟁하는 구도를 깨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물론 현실로 옮기는 데는 난관이 많다. 교육부 폐지론에 대해서도 다분히 포퓰리즘을 염두에 둔 발상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그런 평가 속에서도 안 전 대표의 학제 개편안을 많은 이들이 눈여겨보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학벌주의와 사교육 병폐가 국가적 고질로 꼽힌 지 오래다. 대선이 코앞에 닥쳤는데 이를 개혁할 선 굵은 청사진을 제시하는 후보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사교육을 전면 폐지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인상적인 정도다. 인문학 교육을 확대하고, 수능 정시 비중을 높이고, 특목·자사고를 폐지하자는 공약들도 모두 의미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은 단편적인 정책과 일부 기능을 손질하는 정도로는 미래형 교육을 말할 수가 없다. 유치원 입학과 동시에 명문대 진학이 목표이며, 꿈나무들의 장래 희망이 너나없이 공무원이고, 노후 자금은 십원 한 장 저축하지 못하면서 자녀의 학원비에 주머니를 털어 넣는 현실에서는 국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대선 주자도 이런 절박한 사정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내실과 구체성을 확보한 교육개혁 공약은 시시한 열 가지 공약보다 훨씬 더 위력이 크다. 입으로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자고 하지 말고 교육 혁신이 기대되는 공약을 더 왕성하게 제시해 보이라. 표심만 낚고 보겠다는 얕은 계산은 학부모와 국민이 먼저 알아본다.
  • 배구는 바늘구멍 전쟁

    배구는 바늘구멍 전쟁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봄 배구’에 승선할 팀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2일 열린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2로 이기면서 2위 자리를 지켜냈다. 초반 두 세트를 내주며 끌려갔지만 3세트부터 5세트를 따내는 집중력이 빛났다. 우리카드 역시 5세트에서 8-1까지 벌어지며 무너지는 듯했지만 연속 득점으로 9-7까지 따라잡는 저력을 보여줬다. 대한항공(18승8패)은 승점 53점으로 가장 먼저 50점 고지를 넘어서며 사실상 ‘1강’ 체제를 굳혔다. 정규리그 우승팀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할 수 있다. 2위와 3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 챔피언결정전 남은 한 자리의 주인을 가린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이 17승10패(승점 49)로 2위 자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우리카드(15승12패·승점 48) 역시 승점 1점을 추가했기 때문에 승점 차이는 1점에 불과하다. 이제 배구팬들의 관심은 준플레이오프 여부에 쏠린다. 정규리그 36경기를 치른 뒤 3위와 4위가 승점 3점 이내일 경우 3위와 4위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지금으로선 4위 한국전력(17승9패·승점 44)과 5위 삼성화재(12승14패·승점 40) 가운데 한 팀이 봄 배구 마지막 탑승권을 손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순항하던 한국전력은 4라운드에서 2승4패로 주춤했다. 그나마 2승 모두 풀세트 끝에 거둔 승리라서 6경기 동안 올린 승점이 4점뿐이다. 그 틈에 돌풍의 주인공 우리카드에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전력으로선 3일 OK저축은행을 제물로 삼는 게 필수다. 삼성화재는 갈 길이 멀다. 공격에서 맹활약하던 외국인 선수 타이스도 최근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최하위 OK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만만한 상대도 없다. 자칫하면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봄 배구에서 빠진 채 시즌을 마칠 수도 있기 때문에 막판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대선이슈 집중분석] 與野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한목소리

    [대선이슈 집중분석] 與野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한목소리

    ‘재벌개혁’은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대선 주자들의 단골 경제 공약이었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계기로 이번 대선의 중심 화두가 됐다. 현재 대선 주자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자신의 경제공약 1호로 재벌개혁을 발표할 정도였다.여야 대선 주자들은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강화 등 그동안 나왔던 해법들을 대동소이하게 제시했다. 문 전 대표의 집중 개혁 대상은 30대 재벌 자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4대 재벌(삼성·현대차·LG·SK)이다. 그는 재벌개혁을 위해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강화,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대표소송 단독주주권과 노동추천이사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 정경유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기업에 준조세(기업이 내는 각종 부담금과 기부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같은 당의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의 대기업 준조세 금지법은 대기업 부담금 폐지 특혜”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지난 23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재벌체제 해체’를 주장하며 여야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강하게 재벌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상속세를 정확하게 부과해 거둬들인 상속세로 공공부문이 대기업 집단의 지분을 구입하고, 대기업 지배구조를 공공화하기 위해 이사의 3분의1 또는 절반 이상을 노동자들로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대기업 집단이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주요 방법으로 이용하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것을 재벌개혁 해법으로 많이 제시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3일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를 만들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벌의 상속, 순환출자 구조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 2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어발 확장에 악용되는 순환출자제도도 뿌리부터 고쳐 나가겠다”면서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에 편법 동원되는 자사주 의결권도 제한하고 금산분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 역시 순환출자 해소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재벌 3세 경영세습을 금지하겠다는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최후의 구조조정 수단인 기업분할,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면이 논란이 되면서 재벌 총수·경영진 사면권 제한을 강조하는 대선 주자들도 있다.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경제정의’를 강조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재벌 총수·경영진에 대해 사면·복권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재벌이 시장을 지배하고 중소기업 등 경제력이 약한 상대에게 해왔던 행위들을 강력하게 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탈법 행위를 감시할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강화도 해법으로 나왔다. 김 의원이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공정위를 경제검찰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공정위에 권력을 줘 힘 있게 개혁하되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공정위의 모든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해 로비를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주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재벌개혁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말잔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대선 주자들이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선명성 경쟁에만 치중돼 있다”면서 “다중대표소송제 등 주주 권리 강화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경유착의 문제는 재벌개혁만이 아니라 정치개혁도 같이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규제 위의 규제를 만들 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등을 했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등 기존 제도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꽃길과 흙길 사이… 재벌 세대교체 ‘도련님 리스크’

    꽃길과 흙길 사이… 재벌 세대교체 ‘도련님 리스크’

    오너가(家)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는 2013년 아버지인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서른다섯 살의 젊은 나이였다. 이 전무는 승계 과정에서 세금을 모두 납부하는 등 철저하게 원칙을 지킨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10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철강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다. 이 전무는 지난해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운칠기삼’을 ‘운삼기칠’로 극복해야 한다”면서 “일찍 경영을 맡게 되면서 좀더 조심스럽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재벌 4세로, 꽃길이 아닌 험지를 다닌다는 말을 듣는다. ‘회장님 아들’이 GS칼텍스에 입사한 뒤 2개월간 주유소에서 근무했을 때만 해도 결국 ‘보여 주기’ 아니냐는 뒷말을 듣곤 했다. 하지만 GS건설이 해외건설 부실로 고난의 행군을 하던 시절 재무와 플랜트 사업부에 투입되면서 경력 쌓기가 아닌 ‘진짜 일을 배운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GS건설의 한 직원은 “회식도 같이 하고 소맥도 잘 만든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소탈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재벌 3·4세들이다. 재벌가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재벌 2·3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들의 자녀인 3·4세가 경영 일선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미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효성도 올해 3세인 조현준 회장 체제가 시작됐다. 한진그룹도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쏘시오그룹도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에 강정석 부회장을 승진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2세 경영인들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5~10년 안에 많은 대기업의 오너가 3세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건희(74) 회장과 정몽구(78) 회장, 조석래(81) 전 효성 회장, 강신호(88)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 등은 이미 일흔을 훌쩍 넘겼다. 이 때문에 대기업 오너가의 세대교체는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벌 3·4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사실 꽃길만 걸었잖아요. 오너가 어떻게 하느냐에 회사 직원들의 밥줄이 달렸는데, 잘하기를 바라면서도 걱정도 됩니다.”(A그룹사 직원 최모씨)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일탈행위도 큰 이유다. 지난해 말 동국제강 장선익 이사가 술집 난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올 초에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씨가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직장인 정모(38)씨는 “연말에 직원들이 나가 사회봉사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벌 3세가 사고를 한 번 치면 기업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진다”면서 “3세 경영이 불안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3세들은 창업주 세대나 2세들에 비해 특권 의식이 강한 것 같다”면서 “창업주 세대가 보여 준 사회적 책임감이나 기업가 정신은 보이지 않으면서 자식들을 요직에 자꾸 꽂아 넣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오너가 3·4세 중에는 몸을 낮추고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왕좌에 오르기 위해선 ‘열심히 하는 것’ 이상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 창업주인 아버지와 함께 사업 현장을 뛴 2세들은 회장직에 오르기 전 히트작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1982년 시작된 반도체 사업을 꽃피웠다. 정몽구 회장은 갤로퍼 신화를 통해 현대자동차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실적으로 인정받은 대표적인 이들도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의 동생 조현상 사장도 2006년 세계적 타이어 업체인 미국 굿이어사에 대한 타이어코드 장기 공급과 공장 인수 등을 주도하는 등 해외 진출과 투자 등을 성공적으로 성사시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며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를 흑자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정 부회장은 “3세들 가운데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진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LG 오너가 4세인 구광모 상무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과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등에서 착실히 실무 경험을 쌓았다. 풍파가 잦은 한화그룹의 큰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전무)도 8년째 태양광산업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5년 미국 넥스트에라사와 세계 최대 규모인 1.5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계약을 주도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아들들도 나름의 분야에서 착실히 실적을 쌓고 있다는 평가다.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은 지난해 ‘쉐이크쉑’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도입하며 ‘수제버거’ 흥행에 성공했다. 장남 허진수 부사장은 제과제빵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하며 해외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240개나 열었다. 반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해 고민하는 후계자들도 적지 않다. 아직 큰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향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후계자로 지목되는 박세창 전략경영실 사장은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는 계기가 됐던 대한통운 인수전에 관여해 책임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의 한 부장은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데도 2년에 한 번씩 승진해 입사 10년 만에 사장이 되는 것을 보고,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불공평하다’는 불만보다는 ‘이러다가 회사가 큰일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더 크다”면서 “사례는 조금 다르지만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도 결국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가의 승계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열심히 뛴다고는 하지만 재벌 3·4세의 경영 승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재벌 신화가 깨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재벌 중심의 경제가 자신들의 삶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단지 핏줄만으로 수천명, 수만명의 밥줄이 달린 직장을 이어받아 경영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골목 상권까지 파고든 대기업의 지나친 이윤 추구도 서민들의 시선을 바꾸게 한 원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기업가는 하고 싶지 않은 사업도 국가를 위해 해야 할 때가 있고, 이익이 나는 사업도 결코 해서는 안 될 때가 있다’고 했는데,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는 기업인들을 찾아 보기 힘든 것 같다”면서 “빵집에 슈퍼마켓,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차리는 대기업을 보면서 서민들이 좋은 감정을 갖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벌 3·4세들이 법과 원칙을 존중하면서 창업주의 경영 철학을 되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창업주에게서 멀어질수록 기업 승계의 당위성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기업이 재벌 개인의 소유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과 개인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나라 전체를 생각했던 1세대 창업주들이 남긴 이야기만 잘 지켜도 존경받는 경영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비즈 in 비즈] 다보스行 재벌 3세들 우울한 재계 ‘빛’ 될까

    [비즈 in 비즈] 다보스行 재벌 3세들 우울한 재계 ‘빛’ 될까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오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립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고, 평소 만나기 어려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도 교류할 수 있어 기업인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불립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구속된 기간을 제외하곤 해마다 참석해 다보스포럼 ‘단골 인사’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최 회장이 출국금지 명단에 포함되면서 참석이 불투명합니다. 숙소부터 미팅 일정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특검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출국이 어려울 듯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한국의 밤’ 행사를 주최한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올해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몰리면서 7년 동안 진행돼 온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고 하네요. 다행히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 등 재벌 3세들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정의선 부회장이 포럼에 가는 건 2014년 이후 3년 만입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자녀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출국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이들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재벌 3세들이 원하건 원치 않건 재계의 대표 선수 자격으로 참석하게 됐으니까요. 다만 현재로선 참석 이상의 의미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별도의 공식 일정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재계는 지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최근에는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 등 재계 3·4세들이 일탈 행위를 하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일궈 놓은 신뢰를 까먹었습니다. 재벌 체제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처음으로 포럼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시진핑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포럼에서 맹활약할지도 모릅니다. 포럼에 참석하는 재벌 3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 재계는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잊혀지는 것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요.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한진그룹 조원태 사장 체제… 3세 경영 본격화

    한진그룹 조원태 사장 체제… 3세 경영 본격화

    영업익 1조… 젊은 조직으로 쇄신 차녀 조현민, 부사장 전단계 전무A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왼쪽·42)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시대를 본격화 했다. 한진그룹은 11일자로 사장 3명, 부사장 2명 등 모두 53명의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6일 밝혔다. 조 신임사장은 지난해 초 대한항공 부사장에서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된 후 1년 만에 승진이다. 지창훈 현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강영식 부사장은 한국공항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16년 대한항공이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승진인사를 내게 됐다”면서 “경영 성과와 함께 젊고 역동적인 조직 분위기로 쇄신하기 위해 조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부사장에는 우기홍(54) 경영전략본부장과 이수근(56) 기술·정비본부장 등을 선임하며 50대를 전면 배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까지 942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조 신임 사장은 인하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담당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여객사업본부장과 경영전략본부장, 화물사업본부장, 총괄부사장 등을 거치며 13년 만에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조양호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오른쪽·34) 대한항공 전무도 전무B에서 부사장 승진 전단계인 전무A로 승진했다. 2005년 LG애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조 전무는 2007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팀장, 여객마케팅부 상무,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 등을 거쳤다. 조 사장의 선임으로 대한항공은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됐다. 조 사장은 이미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국공항, 한진칼, 유니컨버스 등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 전무도 지난해부터 한진관광의 대표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동아·보령제약 오너 3세 경영체제

    동아·보령제약 오너 3세 경영체제

    ‘박카스’의 동아제약이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동아쏘시아그룹은 2일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에 강정석(53) 부회장이 승진했다고 밝혔다. 강신호(88)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이 됐다. 강정석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강중희 회장의 손자이자 강신호 명예회장의 4남이다. 중앙대를 졸업한 후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메디컬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 2015년 부회장을 맡았다. 그룹 관계자는 “최근 선임된 사장단과 함께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동아쏘시오그룹은 주요 계열사 대표에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젊은 사장단을 배치하면서 강정석 회장 체제를 준비해 왔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한종현(49) 사장, 전문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에스티의 민장성(49) 사장, 일반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제약의 최호진(51) 사장 등이 최근 선임된 계열사 대표로 모두 1960년대 후반 출생자다. 이날 보령제약그룹도 오너 3세인 김정균 전략기획실 이사를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상무로 승진시켰다. 김 신임 상무는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의 아들이다. 보령홀딩스 대표에는 안재현(56) 전략기획실장이 승진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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