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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北美전쟁,교포들이 막아야 한다/이선형 美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다섯살 때 미국으로 이민가 현재 캘리포니아주 보건국의 공무원으로 일하는 이선형 씨가 ‘북한 방문기’를 보내왔다.이민 1.5세대가 보고 느낀 북한의 모습을 요약해 싣는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그리고 뉴욕에서 모여든 미주 한인청년 8명으로 구성된 평화대표단은 지난 6월22일 평양에 도착하였다.청년 평화대표단은,대부분 미국에서 성장하였으나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적 유산,정체성,그리고 동포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유지해 온 젊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12일동안 우리는 군사분계선 북쪽의 삶을 약간이나마 맛보았다. 북한에서 대표단은 여성복 공장·협동농장·진료보건소·법원 그리고 사범대학 등 여러곳을 방문하였다.모든 시민이 독서·음악감상·컴퓨터사용을 할 수 있는 7층짜리 건물인 인민대학습당에서는 무료 시민교육을 하는데,우리는 한 강의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엑셀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것을 보았다.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무용·음악·체육 등의 특기활동을 하는 대소년궁전도 가보았는데 소년궁전은 지역마다 있다고 한다.항일투쟁 기념탑들을 둘러보았고,북쪽의 판문점에 들러 조국분단의 생생한 증거를 보았다.백두산·묘향산의 아름다운 자연도 경험했다. 북쪽 생활은 남쪽과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어느면에서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비슷했다.음식이라든가(평양냉면은 정말 맛있다!),노래를 좋아하는 것,한국인으로서의 긍지 등 공통점이 정말 많았다. 북한은 식량부족을 국제원조에 의존해 왔지만 그 양이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하루 성인에게 필요한 칼로리의 반 정도만을 평범한 북한인들은 섭취해 왔다고 들었다.13세라고 들은 어린이들이 신장이 작아 우리 눈에는 8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농장 일이 대부분 손으로 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움직이는 트랙터는 거의 없었다.2200만 인구의 13% 정도가 기아나,관련된 이유로 사망하였을 것이라는 통계 자료들이 있다. 이 시대에 한나라가 고립되어 생존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북한도 국제사회와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우리 대표단은 많은 유럽 기술자들과 남한 사업가들,그리고 중국 관광객들을 보았다.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되면서 남북교류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과거 4년동안 5만명의 남북한 이산가족이 만났으며 65만명의 남한 사람이 금강산을 관광하였다.현재 두 정부는 신의주·금강산·개성 등 3가지 공동경제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남한의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빠르게 적응하는 데에 반해 미주 한인들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인정하는 것이 훨씬 늦다.실제 미주 한인동포 가운데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에 찬성하는 경우까지 있다.우리는 그러나 한반도 평화가 미주 한인동포들의 안전보장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임을 이해해야 한다.남북한에 우리 가족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미국의 대북 전쟁은 미국에서 사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대이라크 전쟁 발발후 미국에 사는 아랍인들과 남아시아 사람들이 미 국민 대중의 무지함과 편견 때문에 공격받고 차별을 겪은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똑같은 일이 미주 한인동포들에게 일어날 수 있다.그러므로 우리는 미국 정부에 대북 정책이 평화를 보장하는 쪽으로 추진되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지난 60년 가까이 우리 조국은 전쟁과 이념차로 갈라졌으나 5000년 역사를 가진 민족에게 60년은 긴 시간이 아닐 것이다.왜 우리는 다른 사람은 환영하고 초대하면서,동포를 이방인으로,적으로 간주하는 것일까? 평화와 상호이해는 우리나라가 화합하는 길의 시작이다.우리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이다.이제 다음 세대를 위해서 우리 노력으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단합으로 나아가자. 이선형 美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 5일 韓·印 정상회담…IT·인프라건설 협력 논의

    |뉴델리 박정현특파원|인도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5일 낮(현지시간) 뉴델리의 대통령궁에서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정보기술(IT) 분야의 협력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IT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하드웨어와 인도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하고 제3국에 공동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노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의 평화적 북핵해결 방안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 남아시아연합(SAARC)과의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두 정상은 도로·댐 등 인프라 건설사업에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을 넓히는 방안과 무역·투자 확대방안 등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노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은 4일 인도 도착 직후 다야니디 마란 통신정보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IT분야 협력방안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두 장관은 ▲한·인도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프로그램 공동개발 ▲전자정부 구축 참여 등 상호협력 ▲양국 국제연구망 구축 ▲3세대 및 차세대 이동통신 협력 강화 ▲초고속 설비구축 협력 등 8개 항목에 대한 구체적 협력방안을 수립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장관은 이달 말 협력위 실무추진단을 구성,올해 말까지 협력위의 과제와 목표를 구체화한 뒤 내년 2월 양국 장관회담을 다시 열어 구체적인 협력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jhpark@seoul.co.kr
  • 중국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진시황제/쓰루마 가즈유키 지음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정체성을 형성한 것은 전국시대를 통일하면서부터다.그 주역은 역시 진시황제다.중원을 처음으로 통일해 대제국을 건설하고 스스로 황제라 칭한 진시황제.그러나 진시황제와 그의 시대는 숱한 고사와 전설로 신화화되어 있다.진시황은 과연 분서갱유를 저지른 무자비한 폭군인가.정말 여불위의 자식인가. ‘중국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진시황제’(쓰루마 가즈유키 지음,김경호 옮김,청어람미디어 펴냄)는 사료와 문헌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분석을 통해 시황제의 실체를 밝힌다. ●폭군인가, 여불위의 자식인가 시황제는 전국시대(기원전 403∼221년) 말 진나라의 왕자로 태어났다.13세에 왕위에 올라 처음 25년 동안은 전국시대 진나라의 왕으로,후반 12년 동안은 통일제국 진의 황제로 군림하다 50세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이러한 시황제에 관한 기록은 중국 전한시대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남아 있다.사마천은 시황제를 폭군으로 적었다.‘사기’의 ‘진시황본기’엔 시황제는 승상 이사의 제언에 따라 기원전 213년 분서(焚書)를 명령했고,다음해에는 학자 460여명을 땅에 묻어 죽인 것으로 되어 있다.이 사건은 훗날 시황제를 깎아내리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그러면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고대사를 전공한 저자(54·일본 가쿠슈인대 교수)는 시황제를 둘러싼 신화와 전설의 옷을 벗겨내고 역사의 진실에 한걸음씩 다가선다. 먼저 ‘사기’의 한계를 지적한다.‘사기’는 시황제가 죽은 기원전 210년으로부터 1세기가 지난 뒤 한대인(漢代人)의 관점에서 한(漢)왕조의 정통성을 찬미하기 위해 쓴 역사서다.그런 만큼 진시황의 실상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시황제 당대의 시대상을 복원하기 위해 15년에 걸쳐 시황제릉과 병마용갱 등 유적지를 답사하고,수호지 진묘 죽간,용강 진간,마왕퇴 백서,장가산 한묘 죽간,한대 화상석 등 다양한 출토자료들을 검토했다.전국시대 진나라의 사서인 ‘진기’,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현존하는 중국 최고의 종합 지리서인 ‘수경주’ 등 각종 문헌사료들도 폭넓게 활용했다. ●분서갱유는 정책의 일환 이렇게 해서 저자가 얻은 결론은,시황제가 분서령을 내린 것은 유가를 탄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 정치정세에서 현실을 비방하는 학자들의 언동을 처벌하고 대외전쟁을 치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이는 의약서나 농학서 등 실용서들이 대부분 분서 대상에서 제외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저자는 한대의 유가들이 분서령의 부정적인 면을 부풀리면서 시황제의 분서갱유 정책이 유가탄압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강조한다. ‘사기’의 ‘여불위전’은 진왕 정(훗날의 진시황제)의 출생 비밀에 관해 상인 여불위가 자초(진나라 장양왕)의 장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자식을 임신한 여자를 자초에게 바쳤다고 전한다. 진시황제는 흔히 사마천의 기록대로 여불위의 자식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저자는 그것은 진나라의 정복에 반감을 가진 동방 사람들이 진 왕실의 정통성을 흔들기 위해 한 말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사마천 스스로도 사실(史實)과 전설의 내용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듯이,전설에서 사실을 분리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시황제를 유능한 군주이자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는 ‘진시황본기’나 ‘진본기’등 시황제 관련 문헌사료들의 내용은 상당 부분 실상과 거리가 있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이 책은 220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간극을 뛰어 넘어 시황제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하나의 작은 시도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클라이브 크리스티 엮음,노영순 옮김,심산 펴냄) 동남아시아는 대륙부와 해양부로 나눌 수 있다.대륙부 동남아시아는 태국,미얀마,베트남 등이 주축으로 인도문명과 불교문명이 만나는 지역이다.반면 해양부 동남아시아는 하나의 광범위한 언어·문화집단(말레이폴리네시아계)으로 이뤄져 있었지만,15세기 이후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가 우세한 지역(필리핀)으로 나뉘게 된다.이렇게 여러 문명권과 종족으로 구성된 이 국가들을 동남아시아라는 하나의 테두리로 묶을 수 있을까.책은 이 지역이 역사적으로 놀라울 만큼 동질적인 경험을 해왔음을 밝힌다.2만 5000원. ●괴테 파우스트 휴머니즘­신이 떠난 자리에 인간이 서다(김수용 지음,책세상 펴냄)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집필한 필생의 역작,독일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파우스트’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시도한 연구서.해석의 키워드는 ‘현대’와 ‘휴머니즘’이다.저자(연세대 독문과 교수)는 ‘파우스트’에 나타난 현대 인본주의의 신화를 분석,이 작품이 기독교적 중세의 틀을 벗어던지고 인간중심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 ‘현대’의 산물임을 밝힌다.‘영원한 방랑자’ 파우스트에게는 소시민적 안락함도,순수한 예술의 세계도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안정과 정주는 곧 정체이기 때문이다.1만 5000원. ●송도집(松濤集)(김용직 지음,깊은샘 펴냄) 학술원 회원인 저자(서울대 명예교수)가 한시 창작모임인 ‘난사(蘭社)’활동을 하면서 쓴 작품들을 모은 한시집.오언절구와 칠언절구,칠언율시 등 110여 수가 실렸다.한시 중에서 절구와 율시는 운자를 지키고 평측도 어김없이 밟아야 한다.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말도 고전적인 격식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한시 중에서도 작법이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돼 있다.1만원. ●위대한 기업 위대한 리더십(크리스 로니 지음,김이숙 옮김,휴머니스트 펴냄) 1540년 예수회를 창립한 성(聖) 이그나티우스 로욜라와 동료들은 자신들의 단체이름에 ‘컴퍼니’라는 말을 넣어 ‘컴퍼니 오브 지저스’라고 했다.16세기 ‘컴퍼니’의 의미는 현재의 기업적 이미지보다는 ‘동료’나 ‘친구’ 집단이란 의미가 강했다.그들은 네 가지 리더십 원칙을 통해 역사상 가장 성공한 회사가 됐다.그 원칙은 자아인식과 독창성,사랑,영웅적 자질이다.예수회는 이런 원칙들을 토대로 460여년 동안 다국적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해 왔다.이 책은 그 비결을 밝힌다.1만 5000원. ●이야기 영국사(김현수 지음,청아출판사 펴냄) 영국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주주의.영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1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현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원탁 테이블은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에게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후 민주주의의 초기 법령을 제정한 에드워드 1세,시민과 타협하는 정치체제를 수립한 윌리엄 3세를 거쳐 왕·귀족·시민의 균형을 이뤄가며 오늘날의 정치제도로 숙성됐다.저자(단국대 교수)는 아서왕에서 엘리자베스 2세까지 영국의 역사와 문화이야기를 들려준다.1만 4000원.
  • 첫아이 28.6세에… 갈수록 늦어져

    첫아이 28.6세에… 갈수록 늦어져

    25일 발표된 ‘2003년 출생·사망 통계현황’에서 저(低)출산율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엄마가 늙어간다.’는 사실이다.출산모 평균연령이 29.8세로 서른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이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 ‘영유아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을 내놓았던 정부는 그러나 올해 세제개편 때는 별도의 출산장려책을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대신 ‘육아 지원’을 통해 출산을 유도할 방침이다.키우는 부담을 덜어줘 아기를 낳게 한다는 복안이다. ●엄마가 늙어간다 아이를 둔 엄마의 평균연령은 1993년 27.6세에서 10년새 29.8세로 2.2세나 올라갔다.남녀 평균 초혼연령이 같은 기간 각각 28.1세와 25.1세에서 30.1세와 27.3세로 올라간 탓이다.자연히 첫 아이를 낳는 나이도 상승(26.3세→28.6세)했다.통계청측은 “출산모 평균연령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점도 출산율 저하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전체 신생아의 절반(49.9%)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태어났다. ●경상도 남아선호 여전 여아 100명당 남아수는 2002년 110.0명에서 지난해 108.7명으로 줄어 남녀 출생성비(性比)의 불균형이 비교적 개선됐다.시·도별로는 인천과 전북의 남녀 성비(106.3명)가 가장 양호했다.그러나 울산(115.6명)과 경남(113.7명)은 전국에서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해 남아선호 풍조가 여전히 뿌리깊음을 보여주었다. 전체 신생아수에서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로 10년전(1.13%)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의술이 발달하면서 불임부부의 인공수정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됐다.정부는 이같은 추세를 감안해 지난해 가을부터 의료보험 대상에 정관·난관 복원수술도 포함시켰다. ●40∼50대 남자사망률 여자의 3배 지난해 인구 1000명당 10.2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동안 5.1명이 사망했다.10년 전에는 16.4명이 태어나고 5.4명이 사망했다.‘덜 태어나고 덜 죽은’ 셈이다.수명 연장은 모든 인류의 염원이지만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덮어놓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한창 활동해야 할 40∼50대 남자가 같은 연령대의 여자보다 훨씬 많이 사망하고 있다.40대 남자의 사망률은 40대 여자의 사망률보다 2.9배나 높았다.50대 남자도 2.8배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는 시점은 남자의 경우 60대,여자는 70대부터여서 60∼70대 노령층의 각별한 건강관리가 요구된다. ●정부,세제혜택 대신 육아 지원 정치권은 일단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여야가 합심해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출산장려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임산부 권리선언,아이 수당 신설,출산·육아 각종 세제혜택 부여 등이 핵심내용이다.경기도와 충청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이를 낳으면 15만∼30만원씩의 장려금을 주고 있는 데서 한발 나아가 국가가 장려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그러나 예산 확보가 문제다.법을 만든다고 해서 아이를 더 낳을지도 미심쩍다.정부는 출산에 따른 세제혜택 제도를 지난해 내놓은 만큼 올해부터는 ‘육아’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보건복지부는 0∼8세에 대한 구체적인 육아 지원책 마련을 추진 중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저주에 갇힌 59년… 원폭피해 첫 실태조사

    “원폭 피해자의 문제는 일본과의 외교문제가 아니라 피해자 개개인의 생존차원 문제입니다.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가 어떻게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 ‘한국 원폭2세 환우회’의 김형률(34) 회장은 13일 정부에 갖는 서운함을 이렇게 표현했다.원폭 피해자 1세는 물론 2,3세들에서도 원폭피해가 나타나고 있으나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적십자사 등록 원폭 1세대만 2100여명 김 회장의 어머니는 6살 때인 1945년 가족과 함께 일본 히로시마에서 미군이 투하한 원자폭탄에 노출됐다.“피폭 당시 외할아버지와 큰이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김 회장은 “어머니는 다행히 살아남아서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돌아왔지만 원폭의 피해는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몸무게는 37㎏에 불과하고 폐기능의 70%가 손상된 상태다.선천성 면역체계 결핍으로 갖은 병치레와 폐렴만 15차례 걸리는 등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다.그는 “함께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동생은 생후 1년6개월만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나처럼 원폭 피해를 2대에 걸쳐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차 아직 파악이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현재까지 유일한 실태조사인 보건사회연구원의 1991년 조사에 따르면 1932명의 원폭피해자 중 41.4%가 “1명 이상의 자녀가 원폭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대답했다.자녀 4명 이상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답한 사람도 23.6%에 달했다. 그는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원폭 1세대만 2100여명”이라면서 “이들의 자녀가 7000∼1만여명에 달한다고 할 때 얼마나 많은 2,3세가 원폭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을지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경북 합천에 살고 있는 노모(27)씨는 원폭 3세 피해자다. 노씨는 “19살 때부터 전신에 털이 빠지기 시작했다.”면서 “암환자처럼 온몸의 털이 빠졌는데 조직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노씨의 할아버지(88)는 히로시마에서 3㎞ 떨이진 곳에서 원폭에 노출됐으나 본인은 물론 자녀들도 문제가 없었다.노씨의 질병의 뿌리를 ‘원폭’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정밀진단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 속 고통 더 커져 원폭 2세들은 정부의 무관심으로 더 속상하다. 지난 6월15일 한국 원폭2세 환우회와 원폭2세 환우 공대위는 경남 합천에서 실시한 일본 원폭전문의사단의 진료에 한국 원폭2세 환우들도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원폭 피해자 2세를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기는 어려우며 자료를 수집 중”이라는 답변만 보내왔다. 김 회장은 “일본도 2002년부터 원폭 2세에 대한 역학조사를 시작했다.”면서 “일본의 결과만을 기다리기에는 한국의 원폭2세가 60세를 넘기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며 ‘선 지원 후 규명’을 요구했다. ●국가위원회,뒤늦게나마 조사착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1일 원폭피해자 2세의 현황과 건강상태에 대한 연구용역 사업을 발주,연구기관으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선정했다.올해 말까지 원폭피해 2세들의 신상자료와 유전질환 등 건강상태를 중점 조사키로 한 것이다. 인권위의 결정은 ‘원폭 2세 환우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지난해 8월 원폭피해자 2세에 대한 인권보장과 실태조사를 요구하며 낸 진정이 인권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효섭 이효용기자 newworld@seoul.co.kr
  • 백화점 식품매장은 ‘세계음식 집합장’

    백화점 식품매장은 ‘세계음식 집합장’

    백화점 식품매장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간편하게 식사나 식품을 구입하는 차원을 넘어,쇼핑을 즐기면서 이국적이고 색다른 세계 식문화도 맛보는 장(場)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본점 식품매장에 국내 최대인 1100여평 규모의 ‘푸드코트’를 오픈했다.스낵코너·델리(테이크아웃)코너·와인숍 부문으로 구성된 이 푸드코트는 한식·양식 등 국내외 60여개 다양한 브랜드의 갖가지 맛을 선보이고 있다.푸드코트가 5000∼6000원,델리상품이 1000원부터 2만∼3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이국적 식문화 맛보는 장으로 변신중 이성홍 롯데백화점 식품매입팀 바이어는 “본점 식품매장의 하루 평균 이용자가 1만 8000여명으로 푸드코트 확장·오픈 전보다 소비자수는 3000여명,매출액은 15% 이상 늘어났다.”며 “푸드코트는 단순히 먹을거리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재미를 함께 제공하는 ‘헬펀푸드’ 매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독특한 코너는 영국 왕실이 선택한 명품브랜드인 ‘헤로즈’상품 매장.홍차를 비롯한 각종 차와 베이커리,식기 등 주방용품,잼류 등을 판매하는 이 매장은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티라운지도 마련돼 있다.프랑스 와인을 포함,칠레·헝가리·호주·남아공 등 제3세계 와인까지 판매하는 와인숍,뷔페식 철판요리 전문인 ‘몽고스칸’ 코너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자리서 국내외 60여개 브랜드 선보여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민경(21·여·대학생·서울시 노원구 중계본동)씨는 “먹고 싶은 고기나 채소를 직접 그릇에 담아가면 주방장이 국수와 소스 등을 섞어 즉석에서 볶아주는 것이 흥미롭다.”며 “먹는 즐거움 못지않게 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 테이크아웃 개념의 델리존을 구성한 데 이어,‘웰빙 하우스’를 선보이는 등 식품매장의 고급화를 선도하고 있다.웰빙 열풍에 힘입어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수입 과일·친환경 농산물·건강식품 구성을 크게 늘린 덕분에 강남점이 개점 3년만에 강남상권 1위로 올라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25평 규모의 웰빙하우스는 비타민·허브 및 아로마용품,보디용품,친환경세제,유기농 가공식품 등 웰빙상품 1000여가지를 내놓았다.‘고메홈 한식 약선요리’ 코너도 눈여겨 볼만하다.약선요리를 연구한 박희자 교수가 직접 운영하는 이 코너는 인체의 저항력을 길러주는 죽류·반찬류·전류·김치류·요리류 등 30여개 품목을 판매한다. 변비 등에 좋은 검은깨를 갈아 9가지 약재와 함께 만든 ‘구선왕도고 흑임자죽’이 6500원,동맥경화·고지혈증에 효과적인 ‘결명자 황태구이’(100g)가 5000원,두통·불면증·우울증에 치료효과가 있는 ‘조구등 메추리 호두초’ 3500원 등이 대표적. ●고급화·다양화해야 경쟁력 앞서 궁중음식점 코너인 ‘지미재’,일본 전통 케이크를 판매하는 ‘에구치’ 등은 명인이 만든 명품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인간문화재 황혜성씨가 운영하는 ‘지미재’는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맛을 바탕으로 한 정통 요리 등 모두 100여가지 최고의 한식을 판매한다.임대환 신세계백화점 식품팀장은 “식품매장은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입맛과 취향이 다양한 강남 상권의 경우 식품매장의 고급화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고품격 호텔식 델리숍을 대폭 강화하는 등 ‘유럽풍 고품격 식품매장’으로 변모하고 있다.천호점이 최근 리뉴얼을 통해 ‘아모제’,‘꼬치구이’,‘가마보코’,즉석 치즈케이크 등 델리상품을 대폭 강화했다.압구정동 본점은 부분 리뉴얼로 가공식품이나 생필품을 과감히 축소하고,대신 유기농 가공식품 등을 보강하고 스낵가를 고급스럽게 재조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유럽에 온 것과 같은 기분이 들도록 한다는 구상이다.가격은 푸드코트 5000∼6000원,델리코너가 1000원부터 1만원대까지이다. 8월 공사를 마무리할 무역센터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델리상품 보강에 주력할 계획이다.장경주 현대백화점 식품팀 부장은 “본격적인 주 5일 근무제로 휴일이 늘어나 테이크아웃 식품을 비롯해 즉석 조리식품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이를 위한 판매활동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웰빙 베이커리 스페셜코너 오픈 애경백화점은 23일 구로점 웰빙 베이커리 매장인 ‘르꼬르동 블루’에서는 웰빙 스페셜 코너를 오픈한다.효모와 호밀로 자연 발효시킨 팽드캉파뉴·녹차식빵·허브바게트·허브식빵 등 20여종의 웰빙 베이커리를 내놓는다.가격은 식빵류 3000원,바게트류 2500원선이다.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양식코너에 치킨샐러드·해초비빔밥 등 이색 식품을 판매한다.가격은 4000∼4500원.금천점은 회전초밥대를 설치,연어·우럭·광어·새우 등과 같은 다양한 초밥을 판매함으로써 빙빙 돌아가는 회전대에서 초밥을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값은 1000∼2500원선.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알뜰살뜰 정보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는 23일 오후 7시 옥상공원에서 밸리댄스를 즉석에서 보고 배우는 ‘밸리댄스 타임’ 행사를 갖는다.24일 오후 2∼6시 1층 정문 공연장에서는 힙합댄스와 칵테일댄스 강좌인 ‘피버 클래스’도 연다. ●신세계백화점은 29일까지 강남점·미아점·인천점에서 ‘악동 가필드와 함께’라는 여름방학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이 기간동안 백화점을 찾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구매와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1m짜리 대형 가필드 인형(1명),애니메이션 가필드 시사회 가족권(10명),소형 가필드 인형(50명) 등을 제공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패션관은 오는 8월 말까지 영업을 중단하고 리뉴얼 공사를 실시한다.하지만 식품매장은 23일까지만 휴무하고 24일부터 정상 영업을 계속한다.이 기간동안 불편한 점을 감안,식품매장에서 갤러리아카드를 이용해 5만원 이상 구매하면 3000원 상품권을 준다. ●애경백화점 수원점은 30∼31일 5층 이벤트홀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사랑의 도미노 쌓기 대회’를 연다.6∼10세의 자녀가 포함된 3∼4인 가족을 대상으로 선착순 접수하며,기간은 29일까지.접수 장소는 6층 문화센터이며,직접 방문 접수해야 한다. ●롯데마트는 22일부터 마일리지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캐시서비스’를 실시한다.기존 마일리지 제도가 5000포인트(5000원) 이상돼야 해당 금액의 상품권으로 바꿔주는 것과는 달리,매장에서 구매하는 상품을 마일리지 포인트로 계산대에서 바로 결제해 준다.다만 3000포인트 이상이라야 가능하며,그 이상이면 10포인트 단위로 결제할 수 있다.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는 22일 전국 30개 매장에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상품을 선보였다.기존 오프라인 자동차보험에 비해 최고 30만원(그랜저 XG 신차 기준)이나 싸게 설계된 할인형 자동자보험으로, 전화(1566-0015)나 홈페이지(www.homeplus.co.kr) 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그랜드마트 계양점은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해 서점 규모를 50평에서 150평 규모로 확장했다.문구팬시 코너와 독서대,구연동화용 청음기 설치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저자와 만남,도서전시회,북클럽 등 소프트웨어 측면도 보강했다.각종 도서류를 20∼30% 할인 판매하는 행사도 곁들이고 있다. ●LG마트는 23·26·29·30·31일과 8월 3·6·9·13일 저녁 8시 이후에 매장을 방문하면 마일리지 보너스 포인트를 2배로 적립해 준다.특히 이달은 마일리지에 대해 일정 포인트 별로 상품권이나 사은품을 제공한다.
  • [다음생각] 제3세계 공관 직원들 “우린 떠날 사람”

    |미디어다음 신동민 기자|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외교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제3세계 외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중동연구소 박종평(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소장은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 이전부터 중동의 반한 감정을 접하고 있었지만 외교부 중동 담당자에게 의견을 전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평소 교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한국동남아연구소 신윤환 소장은 “제3세계의 대사관 직원 중에는 부임지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다.”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 나라 말을 배울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말하는 외교관도 만났다.”고 씁쓸해 했다. 일반 교민과 유학생들도 대사관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지난 4월까지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귀국한 박정경 박사는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는 일부 외교관들은 ‘의욕을 보이며 일하면 이곳에 남게 된다’.면서 ‘아프리카에는 시간 때우러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루마니아 부큐레슈티에서 유학생활을 한 엄태현 박사는 “지역연구보다는 본국에서 오는 손님 접대가 더 큰 일이라는 불평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재외공관에 대한 인식은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남아 노동자들이 자국 대사관에 갖는 인식에 비해 큰 차이가 난다.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주한대사관은 자국 노동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자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 100자 의견 중국에서 여권 분실하고 고생했다 자판모쳐님 여권을 잃어버려 중국 영사관에 갔더니 공안국으로 가라더군요.거기에 가니 “여권 잃어 버렸는데,여길 뭐하러 왔느냐.”물어 분노했었음. ●영어만 조금 하는 외교관 Benjamin님 지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도 현지언어에는 까막눈인 사람도 있다. ●기업주재원보다 못한 Charles님 영사업무에 대한 가치가 제고되어야 한다.외교관 능력이 기업의 해외 주재원보다 부족한 것 같다. ●외무고시 폐지 보헤미안님 특권의식의 출발점이 외무고시다.고시 출신 말고도 지역 역사와 언어에 능통한 능력있는 사람 많다. ●고시 폐지 안된다 JooJoo님 서방의 경우 평범한 사람이 외교관이 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시는 일반인도 외교관이 될 수 있게 만드는 등용문. ●제3세계에 관심을 구름마을님 제3세계를 택하는 외교관에게는 일정한 혜택을 줘야 열심히 일할 것이다. ●제발 골프만 치지 마라 gale님 대사님들! 오늘도 아침 골프 연습장은 다녀 오셨습니까? 아니면 오후 부킹 약속이라도 잡아 놓으셨습니까?
  • 백화점 식품매장은 ‘세계음식 집합장’

    백화점 식품매장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간편하게 식사나 식품을 구입하는 차원을 넘어,쇼핑을 즐기면서 이국적이고 색다른 세계 식문화도 맛보는 장(場)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본점 식품매장에 국내 최대인 1100여평 규모의 ‘푸드코트’를 오픈했다.스낵코너·델리(테이크아웃)코너·와인숍 부문으로 구성된 이 푸드코트는 한식·양식 등 국내외 60여개 다양한 브랜드의 갖가지 맛을 선보이고 있다.푸드코트가 5000∼6000원,델리상품이 1000원부터 2만∼3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이국적 식문화 맛보는 장으로 변신중 이성홍 롯데백화점 식품매입팀 바이어는 “본점 식품매장의 하루 평균 이용자가 1만 8000여명으로 푸드코트 확장·오픈 전보다 소비자수는 3000여명,매출액은 15% 이상 늘어났다.”며 “푸드코트는 단순히 먹을거리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재미를 함께 제공하는 ‘헬펀푸드’ 매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중 독특한 코너는 영국 왕실이 선택한 명품브랜드인 ‘헤로즈’상품 매장.홍차를 비롯한 각종 차와 베이커리,식기 등 주방용품,잼류 등을 판매하는 이 매장은 친구들과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티라운지도 마련돼 있다.프랑스 와인을 포함,칠레·헝가리·호주·남아공 등 제3세계 와인까지 판매하는 와인숍,뷔페식 철판요리 전문인 ‘몽고스칸’ 코너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자리서 국내외 60여개 브랜드 선보여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민경(21·여·대학생·서울시 노원구 중계본동)씨는 “먹고 싶은 고기나 채소를 직접 그릇에 담아가면 주방장이 국수와 소스 등을 섞어 즉석에서 볶아주는 것이 흥미롭다.”며 “먹는 즐거움 못지않게 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 테이크아웃 개념의 델리존을 구성한 데 이어,‘웰빙 하우스’를 선보이는 등 식품매장의 고급화를 선도하고 있다.웰빙 열풍에 힘입어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수입 과일·친환경 농산물·건강식품 구성을 크게 늘린 덕분에 강남점이 개점 3년만에 강남상권 1위로 올라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25평 규모의 웰빙하우스는 비타민·허브 및 아로마용품,보디용품,친환경세제,유기농 가공식품 등 웰빙상품 1000여가지를 내놓았다.‘고메홈 한식 약선요리’ 코너도 눈여겨 볼만하다.약선요리를 연구한 박희자 교수가 직접 운영하는 이 코너는 인체의 저항력을 길러주는 죽류·반찬류·전류·김치류·요리류 등 30여개 품목을 판매한다. 변비 등에 좋은 검은깨를 갈아 9가지 약재와 함께 만든 ‘구선왕도고 흑임자죽’이 6500원,동맥경화·고지혈증에 효과적인 ‘결명자 황태구이’(100g)가 5000원,두통·불면증·우울증에 치료효과가 있는 ‘조구등 메추리 호두초’ 3500원 등이 대표적. ●고급화·다양화해야 경쟁력 앞서 궁중음식점 코너인 ‘지미재’,일본 전통 케이크를 판매하는 ‘에구치’ 등은 명인이 만든 명품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인간문화재 황혜성씨가 운영하는 ‘지미재’는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맛을 바탕으로 한 정통 요리 등 모두 100여가지 최고의 한식을 판매한다.임대환 신세계백화점 식품팀장은 “식품매장은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입맛과 취향이 다양한 강남 상권의 경우 식품매장의 고급화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고품격 호텔식 델리숍을 대폭 강화하는 등 ‘유럽풍 고품격 식품매장’으로 변모하고 있다.천호점이 최근 리뉴얼을 통해 ‘아모제’,‘꼬치구이’,‘가마보코’,즉석 치즈케이크 등 델리상품을 대폭 강화했다.압구정동 본점은 부분 리뉴얼로 가공식품이나 생필품을 과감히 축소하고,대신 유기농 가공식품 등을 보강하고 스낵가를 고급스럽게 재조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유럽에 온 것과 같은 기분이 들도록 한다는 구상이다.가격은 푸드코트 5000∼6000원,델리코너가 1000원부터 1만원대까지이다. 8월 공사를 마무리할 무역센터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델리상품 보강에 주력할 계획이다.장경주 현대백화점 식품팀 부장은 “본격적인 주 5일 근무제로 휴일이 늘어나 테이크아웃 식품을 비롯해 즉석 조리식품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이를 위한 판매활동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웰빙 베이커리 스페셜코너 오픈 애경백화점은 23일 구로점 웰빙 베이커리 매장인 ‘르꼬르동 블루’에서는 웰빙 스페셜 코너를 오픈한다.효모와 호밀로 자연 발효시킨 팽드캉파뉴·녹차식빵·허브바게트·허브식빵 등 20여종의 웰빙 베이커리를 내놓는다.가격은 식빵류 3000원,바게트류 2500원선이다.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양식코너에 치킨샐러드·해초비빔밥 등 이색 식품을 판매한다.가격은 4000∼4500원.금천점은 회전초밥대를 설치,연어·우럭·광어·새우 등과 같은 다양한 초밥을 판매함으로써 빙빙 돌아가는 회전대에서 초밥을 골라먹는 재미도 있다.값은 1000∼2500원선.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알뜰살뜰 정보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는 23일 오후 7시 옥상공원에서 밸리댄스를 즉석에서 보고 배우는 ‘밸리댄스 타임’ 행사를 갖는다.24일 오후 2∼6시 1층 정문 공연장에서는 힙합댄스와 칵테일댄스 강좌인 ‘피버 클래스’도 연다. ●신세계백화점은 29일까지 강남점·미아점·인천점에서 ‘악동 가필드와 함께’라는 여름방학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이 기간동안 백화점을 찾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구매와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1m짜리 대형 가필드 인형(1명),애니메이션 가필드 시사회 가족권(10명),소형 가필드 인형(50명) 등을 제공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패션관은 오는 8월 말까지 영업을 중단하고 리뉴얼 공사를 실시한다.하지만 식품매장은 23일까지만 휴무하고 24일부터 정상 영업을 계속한다.이 기간동안 불편한 점을 감안,식품매장에서 갤러리아카드를 이용해 5만원 이상 구매하면 3000원 상품권을 준다. ●애경백화점 수원점은 30∼31일 5층 이벤트홀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사랑의 도미노 쌓기 대회’를 연다.6∼10세의 자녀가 포함된 3∼4인 가족을 대상으로 선착순 접수하며,기간은 29일까지.접수 장소는 6층 문화센터이며,직접 방문 접수해야 한다. ●롯데마트는 22일부터 마일리지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캐시서비스’를 실시한다.기존 마일리지 제도가 5000포인트(5000원) 이상돼야 해당 금액의 상품권으로 바꿔주는 것과는 달리,매장에서 구매하는 상품을 마일리지 포인트로 계산대에서 바로 결제해 준다.다만 3000포인트 이상이라야 가능하며,그 이상이면 10포인트 단위로 결제할 수 있다.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는 22일 전국 30개 매장에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상품을 선보였다.기존 오프라인 자동차보험에 비해 최고 30만원(그랜저 XG 신차 기준)이나 싸게 설계된 할인형 자동자보험으로, 전화(1566-0015)나 홈페이지(www.homeplus.co.kr) 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그랜드마트 계양점은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해 서점 규모를 50평에서 150평 규모로 확장했다.문구팬시 코너와 독서대,구연동화용 청음기 설치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저자와 만남,도서전시회,북클럽 등 소프트웨어 측면도 보강했다.각종 도서류를 20∼30% 할인 판매하는 행사도 곁들이고 있다. ●LG마트는 23·26·29·30·31일과 8월 3·6·9·13일 저녁 8시 이후에 매장을 방문하면 마일리지 보너스 포인트를 2배로 적립해 준다.특히 이달은 마일리지에 대해 일정 포인트 별로 상품권이나 사은품을 제공한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칠산바다 지키는 수성당할머니

    ●깎아지른 절벽위 여신모신 성소가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새삼 에게해와 그리스신화가 관심을 끈다.아테네 도심의 파르테논 신전 못지않게,아티카반도 끝자락 수니온곶(串)의 포세이돈 신전도 낙조 풍경과 어울려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포세이돈 신전.에게해의 찬란한 석양이 비끼는 천애 절벽에 각인된 역사와 신화의 지문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신화시대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다.바다의 신 포세이돈.그의 뜻에 따라 질풍과 노도가 일어나니,바다의 모든 것이 그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포세이돈의 황금전차가 말발굽 요란하게 바다 위를 가로지를라치면 거센 폭풍은 간데없고 잔잔한 고요가 그를 옹위했다.원형은 파괴됐으나 15개의 도리아식 원주는 고스란히 남아 에게해의 험한 바닷길을 아우르고 있다.지금도 이 신전 앞을 지나는 그리스 어부들은 고개 숙여 예를 표한다.첨단이 지배하는 오늘날에도 뱃길에 나선 사람은 누구나 포세이돈의 신화적 영력에 깊은 외경과 간절한 기원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도국가 그리스의 끝자락에 바다의 신전이 있다면,같은 반도국가인 우리의 사정은 어떠할까? 우리라고 왜 바다신을 모신 신전이 없을까만,남의 떡만 크게 보이고,내 것은 초라하게만 여기는 문화사대주의의 병폐가 여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나이아가라폭포의 웅장함에 취해 박연폭포 정도는 ‘애들 장난’으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필자가 줄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은 ‘우리 것부터 좀 챙겨 보라.’는 충고이다.포세이돈이 중요하다면,중국의 여자 해신 마조(祖)도 알 필요가 있으며,더불어 ‘문화 종다원성’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바로 이 땅의 수성당할머니를 생각해야 한다. ●서해바다 거닐며 거친 물길 다스려 해신은 세계 어느 바다에나 있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변산반도의 끝자락 격포 수성당은 우리 해신의 위엄과 격식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신성(神聖)의 성소(聖所) 격이다.우선,위치가 눈길을 끈다.잘록한 자루처럼 돌출한 곶의 깎아지른 절벽을 ‘성소’로 선택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수성당 길목은 해안초소를 설치해 민간인 출입을 막는 군 작전구역이었다.그 후 전주박물관에서 이곳 일대를 발굴한 결과,고대의 제사터임이 확인되었다.민간의 구술(口述)전승이 이루어진 이곳에서 확인 발굴이 이루어졌음은 우리 문화에서 구술이 지닌 실증적 힘을 웅변한다.트로이문명이 애초에 구술과 신화에서 출발했다가,훗날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입증된 것과 다를 게 없다. 수성당은 시누대가 창검처럼 밀집해 빼곡하게 들어찬 단애(斷崖)에 숨어 있다.바닷물이 밀물처럼 다가와 이 안에 들면 절벽에 서있다는 느낌을 잊게 된다.그러나 자칫 한발 잘못 내디디면 벼랑으로 곤두박질이다.오금이 저리도록 가파른 곶.벼랑 아래로는 여근처럼 갈라진 해식동굴이 있어 조수가 드나들며 보는 이의 현기증을 자아낸다.일명 용굴 혹은 여우골이라 불리는 이곳이 수성당할머니의 거처이다.서해 어업의 중심기지였던 위도가 굽어보이는 칠산바다의 관망대에 해당하는 곳으로,임진왜란 때 왜군이 여우골로 몰려오는 것을 할머니가 무찔렀다는 전설은 지금도 남아 전한다. ‘개양할미’라고도 불리는 수성당할머니는 딸만 여덟을 낳아 각도에 한명씩 시집보냈다고 전해진다.더러는 그녀가 딸 일곱을 낳았으며,그들이 수성당에서 굽어보이는 칠산바다의 일곱 섬 지킴이가 되었다고도 한다.수성당 할머니는 엄청나게 큰 키로 굽나무신을 신고 저벅저벅 서해바다를 걸어다녔다.위험한 곳에는 표지를 남겨 어부들이 해를 입지 않게 돌보았으며,심지어 수심까지 재어 어부들이 알도록 했다.괴력난신(怪力亂神)의 힘을 보여준 ‘서해 창건주’의 전설이므로 이 말이 맞느냐,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변산 격포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정초에 정성껏 제물을 마련해 이곳을 찾는다.세상이 바뀌어 서해 여신으로서의 지위는 볼품없이 쪼그라들었지만 그때의 마을굿 양식이 여전히 잔존해 있으며,무신도도 걸려 있었으나 지금은 불타고 없다.‘1804년 상량(上樑)’이라고 적힌 상량문으로 미뤄 적어도 200여 년 전에 이 신당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신당이 어찌 사람의 신탁(神託)의식과 같은 나이일 수 있겠는가.이 상량문과 무관하게 훨씬 이전에 신당이 있었고,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의 가슴 속에 수성당할머니가 살아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수성당은 변산반도 일대를 지켜주는 ‘지역신’으로 ‘강등’되었으나,그 해양문화적 원형은 바다를 지켜주는 거녀(巨女)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제주도의 설문대나 전국에 골고루 분포한 마고할매는 수성당할머니의 문화적 원형이다.마고나 설문대가 순 토속어인 반면 수성(水星)이라는 한문투 용어가 후대에 덧 씌워졌을 뿐이다.즉,마고식의 해양문화 원형질에서 수성이란 지역적 여신이 탄생한 것이다. ●거대한 치맛자락에 가려 어둠 내리고 사실,우리의 의식에는 가부장적 남신들만 가득 차 있었다.그러나 바다만은 달라 그곳은 늘상 여신들의 무대였다.바다는 모든 생명체가 탄생한 최초의 자궁이다.그런데도 기이하게 바닷가에서 여성은 사실상 금기의 대상이다.지금은 그런 금기의식이 많이 희석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신권(神權)만큼은 여신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여신을 숭앙하는 바다’의 신권과,‘여성을 배척하는 바다’의 생활이란 두 측면은 바다문화를 둘러싼 대단한 역설을 설명해 주는 단초가 된다. 수성당에서 서쪽을 굽어보니 초여름 햇살을 받은 칠산바다가 싱싱한 비늘을 반짝이며 꿈처럼 펼쳐져 있다.그곳에 서서 신화적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수성당에 기대 칠산바다를 바라보는 마음의 물길을 따라 당할머니가 들어왔다.그녀는 저물어 수평선 아래로 잠겨드는 해를 안간힘으로 붙들려고 했으며,그러다가 이른 저녁의 별밭을 거닐어 내게 이른 것이다.그 덕분에 칠산바다는 여름의 붉은 황혼에 늦도록 젖어 있었다.흡사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첫마디를 속삭였을 때처럼 그렇게 붉게. 그녀는 깊은 바닷물에 겨우 발목만 적신 채 아주 천천히 걸음을 떼고 있다.아주 천천히,우리 역사의 태고적 울림은 그렇듯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서해바다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우리와 중국이 육지로 맞붙어 있던 그 옛날의 땅을 디디고 걸었음직한 그런 발걸음이다.생각해 보면 수성할머니 같은 거녀는 한반도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중요한 존재가 아닐수 없다. 여신들은 늘 바닷가를 뚜벅뚜벅 걸어다녔다.풍랑이 일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깊었다.깊은 곳으로 발을 잘 못 내디뎌 빠지는 바람에 치맛자락이 살짝 젖었다.끝모르게 큰 여신들이었지만 치맛자락이 젖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녀는 젖은 치마를 벗어 산 위에 펼쳐 널었다.산에서는 난리가 났다.치마를 널자 지상이 온통 컴컴해졌고 동물들은 갑자기 맞은 밤이 두려웠을 것이다. 여신은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소피도 여러번 보았다.여신의 오줌이 물길을 만들어 곳곳에 강이 생겨났다.여신의 똥은 군데군데 섬으로 남았다.저녁 무렵에 찬 이슬을 맞자 마고는 기침을 했다.그러자 폭풍이 불어 풍랑이 일었고,산과 들의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다.이윽고 밤이 왔다.여신은 하늘의 별을 만지고,달을 껴안고 그렇게 외로운 밤을 지냈다.참으로 외로웠다.사람이 탄생하기 전이라 그녀를 즐겁게 할 미물 인간이 아직 없었던 탓이다. ●위도 핵폐기장엔 인간사 갈등 고스란히 얼마나 컸으면 바다를 걸으며 치맛자락만 적셨을 뿐일까.참으로 막강한 여성의 위력이다.우리 신화의 들머리를 차지하는 마고,수성당할머니 등은 지모신(Great Mother,Mother Goddess)이다.수성당을 찾아온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잃어버린 여성의 힘.거녀로서 세상을 창조하는 거대담론을 이끌어 온 문화적 원형질을 당할머니에게서 발견한다.현대인들은 그만 그 거대한 신화적 힘,자연친화적 순응을 거부하고 말았으니,수성당 코앞의 새만금간척지나 위도 핵폐기장 같은 인간사의 복잡다단한 갈등이 그것이다. 당할머니가 바다를 걷는 발자국소리를 듣노라니 상상력은 멀리 상전벽해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왜 하필이면 국가적인 큰 제사터가 수성당에 자리잡고 있었을까.우리는 그동안 ‘전북지역은 곧 백제문화권’이라는 도식적 편견에 함몰돼 있었다.전주박물관 발굴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유병하는 이를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의 마한,백제,가야,왜의 노천제사라고 주장했다.3세기 후반에는 마한,4세기는 마한과 백제,5세기 전반과 6세기 전반은 백제,가야,왜의 제사가 이루어진 듯하다. 마한,백제는 그렇다치고 멀리 가야와 왜의 유물이 나온 사실은 흥미롭다.백제 땅으로 들어서자면 반드시 변산반도를 돌아,고군산열도를 비집고 들어가,금강하구로 들어서야 했을 것이니,수성당의 위치는 지정학적으로 해양의 길목이다.위도나 고군산에서 바라볼 때,곶의 신비로운 장소에 신당을 세우고 해신에게 정성껏 제사를 올렸으리라.채석강과 적벽강이 펼쳐진 천혜의 절경에 자리잡고 있으니 신들조차도 비경을 선호했음이다. 근년까지도 풍어기(豊漁旗)가 올라가던 수성당 앞바다에서 역사시대의 제사가 올려졌고,더 앞선 시대에는 마고할머니가 걸어다녔다는 사실에서,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수성당 신앙의 해양문화적 지속성을 보고야 마는 것이다.이렇듯 바다에는 인간 이전에 여신들도 살고 있었던 것이니,‘바다에 살어리랏다‘에서 어찌 이들을 모른 채 할 수 있을 것인가.˝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칠산바다 지키는 수성당할머니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칠산바다 지키는 수성당할머니

    ●깎아지른 절벽위 여신모신 성소가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새삼 에게해와 그리스신화가 관심을 끈다.아테네 도심의 파르테논 신전 못지않게,아티카반도 끝자락 수니온곶(串)의 포세이돈 신전도 낙조 풍경과 어울려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포세이돈 신전.에게해의 찬란한 석양이 비끼는 천애 절벽에 각인된 역사와 신화의 지문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신화시대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다.바다의 신 포세이돈.그의 뜻에 따라 질풍과 노도가 일어나니,바다의 모든 것이 그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포세이돈의 황금전차가 말발굽 요란하게 바다 위를 가로지를라치면 거센 폭풍은 간데없고 잔잔한 고요가 그를 옹위했다.원형은 파괴됐으나 15개의 도리아식 원주는 고스란히 남아 에게해의 험한 바닷길을 아우르고 있다.지금도 이 신전 앞을 지나는 그리스 어부들은 고개 숙여 예를 표한다.첨단이 지배하는 오늘날에도 뱃길에 나선 사람은 누구나 포세이돈의 신화적 영력에 깊은 외경과 간절한 기원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도국가 그리스의 끝자락에 바다의 신전이 있다면,같은 반도국가인 우리의 사정은 어떠할까? 우리라고 왜 바다신을 모신 신전이 없을까만,남의 떡만 크게 보이고,내 것은 초라하게만 여기는 문화사대주의의 병폐가 여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나이아가라폭포의 웅장함에 취해 박연폭포 정도는 ‘애들 장난’으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필자가 줄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은 ‘우리 것부터 좀 챙겨 보라.’는 충고이다.포세이돈이 중요하다면,중국의 여자 해신 마조(祖)도 알 필요가 있으며,더불어 ‘문화 종다원성’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바로 이 땅의 수성당할머니를 생각해야 한다. ●서해바다 거닐며 거친 물길 다스려 해신은 세계 어느 바다에나 있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변산반도의 끝자락 격포 수성당은 우리 해신의 위엄과 격식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신성(神聖)의 성소(聖所) 격이다.우선,위치가 눈길을 끈다.잘록한 자루처럼 돌출한 곶의 깎아지른 절벽을 ‘성소’로 선택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수성당 길목은 해안초소를 설치해 민간인 출입을 막는 군 작전구역이었다.그 후 전주박물관에서 이곳 일대를 발굴한 결과,고대의 제사터임이 확인되었다.민간의 구술(口述)전승이 이루어진 이곳에서 확인 발굴이 이루어졌음은 우리 문화에서 구술이 지닌 실증적 힘을 웅변한다.트로이문명이 애초에 구술과 신화에서 출발했다가,훗날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입증된 것과 다를 게 없다. 수성당은 시누대가 창검처럼 밀집해 빼곡하게 들어찬 단애(斷崖)에 숨어 있다.바닷물이 밀물처럼 다가와 이 안에 들면 절벽에 서있다는 느낌을 잊게 된다.그러나 자칫 한발 잘못 내디디면 벼랑으로 곤두박질이다.오금이 저리도록 가파른 곶.벼랑 아래로는 여근처럼 갈라진 해식동굴이 있어 조수가 드나들며 보는 이의 현기증을 자아낸다.일명 용굴 혹은 여우골이라 불리는 이곳이 수성당할머니의 거처이다.서해 어업의 중심기지였던 위도가 굽어보이는 칠산바다의 관망대에 해당하는 곳으로,임진왜란 때 왜군이 여우골로 몰려오는 것을 할머니가 무찔렀다는 전설은 지금도 남아 전한다. ‘개양할미’라고도 불리는 수성당할머니는 딸만 여덟을 낳아 각도에 한명씩 시집보냈다고 전해진다.더러는 그녀가 딸 일곱을 낳았으며,그들이 수성당에서 굽어보이는 칠산바다의 일곱 섬 지킴이가 되었다고도 한다.수성당 할머니는 엄청나게 큰 키로 굽나무신을 신고 저벅저벅 서해바다를 걸어다녔다.위험한 곳에는 표지를 남겨 어부들이 해를 입지 않게 돌보았으며,심지어 수심까지 재어 어부들이 알도록 했다.괴력난신(怪力亂神)의 힘을 보여준 ‘서해 창건주’의 전설이므로 이 말이 맞느냐,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변산 격포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정초에 정성껏 제물을 마련해 이곳을 찾는다.세상이 바뀌어 서해 여신으로서의 지위는 볼품없이 쪼그라들었지만 그때의 마을굿 양식이 여전히 잔존해 있으며,무신도도 걸려 있었으나 지금은 불타고 없다.‘1804년 상량(上樑)’이라고 적힌 상량문으로 미뤄 적어도 200여 년 전에 이 신당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신당이 어찌 사람의 신탁(神託)의식과 같은 나이일 수 있겠는가.이 상량문과 무관하게 훨씬 이전에 신당이 있었고,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의 가슴 속에 수성당할머니가 살아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수성당은 변산반도 일대를 지켜주는 ‘지역신’으로 ‘강등’되었으나,그 해양문화적 원형은 바다를 지켜주는 거녀(巨女)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제주도의 설문대나 전국에 골고루 분포한 마고할매는 수성당할머니의 문화적 원형이다.마고나 설문대가 순 토속어인 반면 수성(水星)이라는 한문투 용어가 후대에 덧 씌워졌을 뿐이다.즉,마고식의 해양문화 원형질에서 수성이란 지역적 여신이 탄생한 것이다. ●거대한 치맛자락에 가려 어둠 내리고 사실,우리의 의식에는 가부장적 남신들만 가득 차 있었다.그러나 바다만은 달라 그곳은 늘상 여신들의 무대였다.바다는 모든 생명체가 탄생한 최초의 자궁이다.그런데도 기이하게 바닷가에서 여성은 사실상 금기의 대상이다.지금은 그런 금기의식이 많이 희석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신권(神權)만큼은 여신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여신을 숭앙하는 바다’의 신권과,‘여성을 배척하는 바다’의 생활이란 두 측면은 바다문화를 둘러싼 대단한 역설을 설명해 주는 단초가 된다. 수성당에서 서쪽을 굽어보니 초여름 햇살을 받은 칠산바다가 싱싱한 비늘을 반짝이며 꿈처럼 펼쳐져 있다.그곳에 서서 신화적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수성당에 기대 칠산바다를 바라보는 마음의 물길을 따라 당할머니가 들어왔다.그녀는 저물어 수평선 아래로 잠겨드는 해를 안간힘으로 붙들려고 했으며,그러다가 이른 저녁의 별밭을 거닐어 내게 이른 것이다.그 덕분에 칠산바다는 여름의 붉은 황혼에 늦도록 젖어 있었다.흡사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첫마디를 속삭였을 때처럼 그렇게 붉게. 그녀는 깊은 바닷물에 겨우 발목만 적신 채 아주 천천히 걸음을 떼고 있다.아주 천천히,우리 역사의 태고적 울림은 그렇듯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서해바다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우리와 중국이 육지로 맞붙어 있던 그 옛날의 땅을 디디고 걸었음직한 그런 발걸음이다.생각해 보면 수성할머니 같은 거녀는 한반도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중요한 존재가 아닐수 없다. 여신들은 늘 바닷가를 뚜벅뚜벅 걸어다녔다.풍랑이 일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깊었다.깊은 곳으로 발을 잘 못 내디뎌 빠지는 바람에 치맛자락이 살짝 젖었다.끝모르게 큰 여신들이었지만 치맛자락이 젖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녀는 젖은 치마를 벗어 산 위에 펼쳐 널었다.산에서는 난리가 났다.치마를 널자 지상이 온통 컴컴해졌고 동물들은 갑자기 맞은 밤이 두려웠을 것이다. 여신은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소피도 여러번 보았다.여신의 오줌이 물길을 만들어 곳곳에 강이 생겨났다.여신의 똥은 군데군데 섬으로 남았다.저녁 무렵에 찬 이슬을 맞자 마고는 기침을 했다.그러자 폭풍이 불어 풍랑이 일었고,산과 들의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다.이윽고 밤이 왔다.여신은 하늘의 별을 만지고,달을 껴안고 그렇게 외로운 밤을 지냈다.참으로 외로웠다.사람이 탄생하기 전이라 그녀를 즐겁게 할 미물 인간이 아직 없었던 탓이다. ●위도 핵폐기장엔 인간사 갈등 고스란히 얼마나 컸으면 바다를 걸으며 치맛자락만 적셨을 뿐일까.참으로 막강한 여성의 위력이다.우리 신화의 들머리를 차지하는 마고,수성당할머니 등은 지모신(Great Mother,Mother Goddess)이다.수성당을 찾아온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잃어버린 여성의 힘.거녀로서 세상을 창조하는 거대담론을 이끌어 온 문화적 원형질을 당할머니에게서 발견한다.현대인들은 그만 그 거대한 신화적 힘,자연친화적 순응을 거부하고 말았으니,수성당 코앞의 새만금간척지나 위도 핵폐기장 같은 인간사의 복잡다단한 갈등이 그것이다. 당할머니가 바다를 걷는 발자국소리를 듣노라니 상상력은 멀리 상전벽해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왜 하필이면 국가적인 큰 제사터가 수성당에 자리잡고 있었을까.우리는 그동안 ‘전북지역은 곧 백제문화권’이라는 도식적 편견에 함몰돼 있었다.전주박물관 발굴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유병하는 이를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의 마한,백제,가야,왜의 노천제사라고 주장했다.3세기 후반에는 마한,4세기는 마한과 백제,5세기 전반과 6세기 전반은 백제,가야,왜의 제사가 이루어진 듯하다. 마한,백제는 그렇다치고 멀리 가야와 왜의 유물이 나온 사실은 흥미롭다.백제 땅으로 들어서자면 반드시 변산반도를 돌아,고군산열도를 비집고 들어가,금강하구로 들어서야 했을 것이니,수성당의 위치는 지정학적으로 해양의 길목이다.위도나 고군산에서 바라볼 때,곶의 신비로운 장소에 신당을 세우고 해신에게 정성껏 제사를 올렸으리라.채석강과 적벽강이 펼쳐진 천혜의 절경에 자리잡고 있으니 신들조차도 비경을 선호했음이다. 근년까지도 풍어기(豊漁旗)가 올라가던 수성당 앞바다에서 역사시대의 제사가 올려졌고,더 앞선 시대에는 마고할머니가 걸어다녔다는 사실에서,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수성당 신앙의 해양문화적 지속성을 보고야 마는 것이다.이렇듯 바다에는 인간 이전에 여신들도 살고 있었던 것이니,‘바다에 살어리랏다‘에서 어찌 이들을 모른 채 할 수 있을 것인가.
  • [김영희 이혼클리닉] 자녀들이 새엄마라고 미워해요

    세살 된 아들을 전 남편에게 빼앗기고 2년 전 재혼한 33세 여성입니다.42세인 지금 남편은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네에서 가정의학과를 개업하고 있습니다.초등학교 6년생 딸과 중2년생 아들이 있는데 너무 힘이 듭니다.딸아이는 아무리 잘해줘도 저를 미워하고,툭하면 남편 병원으로 달려가 웁니다.가까이 살고 있는 시어머니는 쫓아와 저에게 심한 말을 하고요.두고 온 제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진심으로 잘하고 있는데….재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하지만 또다시 실패할 수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강정은- 강정은씨, 초혼보다 몇 배가 어려운 게 재혼이라고 합니다.재혼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픈 과거가 있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다 보니 전에 받았던 배신과 불신에 대한 피해의식이 남아 있어 새로운 배우자에게 마음을 다 열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며 상대방을 관찰하게 된다고 합니다.또다시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염려로 마음에 긴장을 풀 수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상대에게 완전한 마음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정은씨, 전 남편의 외도 때문에 이혼을 하면서 세 살배기 아들까지도 남편이 키우고 있다면 여자로서,어머니로서,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두고 온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마음이 있기에,재혼한 자식 둘을 친자식같이 잘 키우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당신 마음을 몰라주어 불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엎친 데 덮친다고 가까이 살고 있는 시어머니가 달려와 아이들 역성을 들며 당신에게 모진소리를 해대는 데다,딸아이는 툭하면 아빠한테 달려가 울고불고 매달리고,속상한 남편은 당신에게 화를 내고….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재혼가정에서 가장 많이 생기고 있는 문제점이긴 합니다만,당신 혼자서 참고 견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재혼부부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자녀문제라고 하는데,부모의 이혼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던 아이들은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깊은 데다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을 아빠,엄마로 부르며 함께 산다는 사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당신의 경우 중 2년생 아들과 초등학교 6년생인 딸이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갑자기 잃어 충격이 컸을 것이며 친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에 낯선 사람을 새엄마로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정은씨, 당신 가정은 남편이 중심을 못 잡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딸아이가 엄마에게 꾸지람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오면 응석을 받아주지 말고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고,시어머니가 단걸음에 쫓아와 당신에게 심한 말을 하는 것을 못하게 했어야지요.더구나 아이들 앞에서 시어머니가 당신에게 수모를 주는 것은 절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였습니다.물론 엄마를 잃은 아이들이 측은하고 가엾은 마음으로 그랬겠지만….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부모의 태도입니다.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선 부모의 자녀교육 방침이 같아야 하는데도,많은 가정에서는 아버지 따로,어머니 따로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렇게 되면 어린 자녀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를 판단치 못하게 되어 무조건 자신을 감싸주는 부모만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한 쪽 부모를 싫어하게 된답니다. 재혼한지 2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들과 불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 큽니다.당신 혼자서 아무리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아 붓는다고 해서,그 사랑을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남편과 시댁의 적극적인 협조와 격려 없이는 아이들과 당신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가까워 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은씨, 더 늦기 전에 오늘이라도 남편에게 당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아버지로서,남편으로서 중심을 잡아달라고 말하고 당신 또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후회가 남지 않는 법입니다.정은씨, 내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삶을 사십시오.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가는 것입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김영희 이혼클리닉] 자녀들이 새엄마라고 미워해요

    세살 된 아들을 전 남편에게 빼앗기고 2년 전 재혼한 33세 여성입니다.42세인 지금 남편은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네에서 가정의학과를 개업하고 있습니다.초등학교 6년생 딸과 중2년생 아들이 있는데 너무 힘이 듭니다.딸아이는 아무리 잘해줘도 저를 미워하고,툭하면 남편 병원으로 달려가 웁니다.가까이 살고 있는 시어머니는 쫓아와 저에게 심한 말을 하고요.두고 온 제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진심으로 잘하고 있는데….재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하지만 또다시 실패할 수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강정은- 강정은씨, 초혼보다 몇 배가 어려운 게 재혼이라고 합니다.재혼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픈 과거가 있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다 보니 전에 받았던 배신과 불신에 대한 피해의식이 남아 있어 새로운 배우자에게 마음을 다 열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며 상대방을 관찰하게 된다고 합니다.또다시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염려로 마음에 긴장을 풀 수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상대에게 완전한 마음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정은씨, 전 남편의 외도 때문에 이혼을 하면서 세 살배기 아들까지도 남편이 키우고 있다면 여자로서,어머니로서,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두고 온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마음이 있기에,재혼한 자식 둘을 친자식같이 잘 키우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당신 마음을 몰라주어 불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엎친 데 덮친다고 가까이 살고 있는 시어머니가 달려와 아이들 역성을 들며 당신에게 모진소리를 해대는 데다,딸아이는 툭하면 아빠한테 달려가 울고불고 매달리고,속상한 남편은 당신에게 화를 내고….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재혼가정에서 가장 많이 생기고 있는 문제점이긴 합니다만,당신 혼자서 참고 견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재혼부부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자녀문제라고 하는데,부모의 이혼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던 아이들은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깊은 데다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을 아빠,엄마로 부르며 함께 산다는 사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당신의 경우 중 2년생 아들과 초등학교 6년생인 딸이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갑자기 잃어 충격이 컸을 것이며 친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에 낯선 사람을 새엄마로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정은씨, 당신 가정은 남편이 중심을 못 잡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딸아이가 엄마에게 꾸지람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오면 응석을 받아주지 말고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고,시어머니가 단걸음에 쫓아와 당신에게 심한 말을 하는 것을 못하게 했어야지요.더구나 아이들 앞에서 시어머니가 당신에게 수모를 주는 것은 절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였습니다.물론 엄마를 잃은 아이들이 측은하고 가엾은 마음으로 그랬겠지만….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부모의 태도입니다.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선 부모의 자녀교육 방침이 같아야 하는데도,많은 가정에서는 아버지 따로,어머니 따로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렇게 되면 어린 자녀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를 판단치 못하게 되어 무조건 자신을 감싸주는 부모만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한 쪽 부모를 싫어하게 된답니다. 재혼한지 2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들과 불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 큽니다.당신 혼자서 아무리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아 붓는다고 해서,그 사랑을 아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남편과 시댁의 적극적인 협조와 격려 없이는 아이들과 당신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가까워 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은씨, 더 늦기 전에 오늘이라도 남편에게 당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아버지로서,남편으로서 중심을 잡아달라고 말하고 당신 또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후회가 남지 않는 법입니다.정은씨, 내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삶을 사십시오.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가는 것입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3일 TV하이라이트]

    ●찾아라!맛있는TV(MBC 오전 11시5분) 두부에 포함된 영양을 알아보고 두부전골,두부부침,두부보쌈 등 두부요리를 만나본다.‘스타의 맛집’에서는 견미리와 그녀의 가족이 함께 선택한 가족외식 메뉴로 안성맞춤인 오리요리를 맛본다.이번 주는 맛 남매가 쇠고기 맛 좋기로 유명한 고장 강원도 홍천을 찾아가 본다. ●씨네 24(YTN 낮 12시25분) 자신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특히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휴대전화를 소재로 한 이색 일본 공포영화 ‘착신아리’를 소개한다.또한 감각적이고 비주얼한 면모를 갖춘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주목받았던 이명세 감독에 대해 살펴본다.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3인조 포크그룹 ‘자전거 탄 풍경’의 이번 무대에서는 따뜻한 통기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그렇게 너를 사랑해’,‘꽃과 어린왕자’ 등의 노래를 부른다.1990년대 포크 음악의 기수 이정열도 만나본다.‘소낙비’,‘서른 즈음에’,‘그대 고운 내 사랑’ 등의 노래를 부른다. ●뮤직($)조이(iTV 오후 6시) 지난 80년대 초반 ‘Hey’로 뭇 여성들의 심장을 녹였던 로맨틱 라틴 발라드의 황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공연과 프랑스 샹송가수 파트리샤 가스의 무대를 만난다.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제 3세계 음악을 라이브 공연으로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파리의 연인(SBS 오후 9시45분) 한 회장은 태영이 기주의 부탁으로 회사에 들어온 사실을 윤아에게 전해 듣고 김 이사를 불러서 꾸짖는다.한편 기주는 최 이사가 소액 주주들을 모아서 어떤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기주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태영을 불러서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라고 말한다. ●애정의 조건(KBS2 오후 7시50분) 한걸은 정한에게 금파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가 금파가 선을 보았다는 말에 말문이 막힌다.하지만 금파는 이런 한걸의 생각에 대해,힘들지만 이혼녀로 살겠다며 강하게 반발한다.이혼 사정을 모르는 복실은 피자가게로 금파를 찾아가 싫은 소리를 한다. ●한국사회를 말한다(KBS1 오후 8시) 지금 신문은 위기다.그 근본적인 원인은 신문이 환경 변화에 대해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이제 신문은 정치적 영향력에 기생하던 버릇을 버리고 경영과 제작,영업,판매 등에 남아 있는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요소를 제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
  • 가사 공평부담 8%뿐… 고된 삶

    ‘국내 인구 100명당 49.7명.평균 27.3세에 결혼하며,15세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5명 가량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다.10가구 중 2가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2004년을 살아가는 한국 여성의 자화상이다.통계청이 30일 펴낸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가정과 직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으나 복지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남아 선호 및 가사 부담도 여전히 여성에게 고통이 되고 있다. 총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9.7%로 남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2002년 태어난 여아는 23만 6000명으로 남아(25만 9000명)보다 2만 3000명이나 적었다.초혼연령이 높아지고 동갑·여성 연상의 부부도 늘어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성의 상당수는 여전히 가사에 대한 남녀 공평 부담을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사를 여성이 주도하는 가정은 2002년 88.9%에 달한 반면,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는 가정은 8.1%에 그쳐 과거와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2년 여성의 공적연금 가입비율은 32.7%로 남성(67.3%)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특히 노령연금을 받는 여성은 27.9%에 그쳤다. 15세 이상 여성 중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응답은 64.4%였고,‘야간보행에 두려운 곳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도 58.8%나 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0)남해 노도(櫓島)의 파도소리

    국문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작가이자 조선 후기 이름 난 문신(文臣)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1637∼1692)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 양오리 백연 마을 건너 노도(櫓島)에서 56세 일기로 생을 마쳤다.그는 서울 태생인 데다 생애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다.그런 그가 한반도의 끝 남해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한 작은 무인도에서 숨을 거둔 이유는 정치범이라는 죄를 덮어 쓰고 이곳으로 유배되었기 때문이다. ●역모죄로 유배… 천연의 무인도 특별감옥 노도는 유배지였다.그러나 김만중 이전,또는 이후에 이곳으로 유배된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노도는 김만중 한 사람을 유형시키기 위해 선택된 특별감옥이었던 셈이다. 그의 죄목은 역모와 관련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숙종 임금과 희빈 장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서인(西人)과 남인(南人)의 다툼에서 서인이 패배하게 되자 관직을 빼앗기고 죄인이 되었다.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무거웠다.사람이 살 수 없는 변방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남해(南海)에 위리안치(圍籬安置),즉 사방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안에 감금하는 형벌이었다. 이같은 조건을 잘 갖춘 곳이 노도다.섬의 동남쪽은 가파른 경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어서 일부러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다.서쪽도 급경사지여서 탈출이 불가능하다.북쪽으로 난 밋밋한 한 자락만이 간신히 바다에 이르는 길로 이용할 수 있는데,이곳에서 맞은편 남해까지 사이에는 급류가 흐르고 있어 이 또한 천혜의 장애물이다.감옥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노도에다 김만중을 혼자 몰아 넣어 놓고 숙종은 장희빈과 쾌락의 나날을 보냈고,남인 권력자들의 끝없는 욕망은 조선시대를 비탈로 끌어내렸다. 그리움의 정서가 자주 표출되는 그의 시편들은 그의 생애가 잘 투영된 것들이다.또한 많은 인물 대부분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는 소설과 시들은 그의 낭만주의 정감을 엿보게 한다.실제로 노도에 유배당한 김만중은 유배지로 찾아온 어머니와 아내와의 피맺힌 해후를 통하여 한글소설 ‘구운몽’을 탄생시켰다. 그가 53세 되던 1689년에 끌려와서 3년 뒤인 1692년 타계할 때까지 홀로 꿈꾸고 절규했던 적소(謫所),노도로 가기 위해 백연 마을 포구에서 고깃배를 빌려 탔다.불과 5분 남짓이면 노도에 닿는 거리다.그러나 노도와 백연마을 사이를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 같은 것은 있었던 적이 없었다.포구의 방파제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의 패악질로 곳곳이 무너진 채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작은 고깃배를 몰고 가는 초로의 남자가 전해 준 말에 따르면 백연마을이나 노도는 1985년까지도 등잔불을 켜고 살았단다.십여 년 전부터 노도를 찾아오는 이들이 가끔 있어서 기름값이나 받고 손님을 실어다 주기도 한다는데,그 손님들 대부분이 어떻게 노도에서 혼자 3년 동안이나 지낼 수 있었는지 끔찍하다며 말을 잃곤 하더란다. 노도에는 그가 귀양살이 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북쪽 산비탈에 울창한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에서 산새 몇 마리가 가는 소리로 울고 있다.김만중의 외로운 넋이런가 싶다.이 섬에서 북쪽 동백나무 숲 아래의 다소 밋밋한 언덕배기가 배를 접근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피눈물로 얼룩진 어머니·아내와의 해후 필자는 배가 닿았던 지점에서 맞은편 백연마을 포구를 바라본다.소리치면 건너편 포구까지 닿을 듯도 싶다.큰소리로 외쳐본다.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지 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그때 필자는 김만중이 유배생활 중에 겪었던 피눈물로 얼룩진 사건을 떠올렸다.어쩌면 바로 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그가 노도로 유배 온 이듬해 늦은 봄이었다.움막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애절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붓을 놓고 귀를 귀울였다.분명 사람 목소리였다.움막 밖으로 나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그의 눈길이 노도 맞은편 백연마을 언덕으로 가 닿는다.세 사람이 언덕 위에 서서 노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두 사람은 여인이고 한 명은 남자였다.그 남자가 다시 고함을 쳤다.저쪽 사내는 김만중을 찾고 있었다.놀랍고 반가웠다.되도록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다가섰다.바람이 불고 있었다.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바람에 파묻혔다가 토막난 채 들려온다.김만중 자신을 찾는 것이 분명했다.그렇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저쪽의 여자 한 사람이 절규한다.김만중의 아내였다.그 옆의 여인은 어머니였다.남자는 김만중의 집일을 도맡고 있는 주석아범이었다. 죄수가 유형생활하는 유배지에 가족이 찾아오는 것은 법으로 엄금했다.그리하여 주변을 지키는 포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잠시만 만나기도 했다.노도에 있는 김만중을 만나려면 특별하게 마련된 배가 필요했다.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주석아범은 백방으로 손을 써봤지만 배를 구할 수 없었고,그렇게 먼발치에서라도 소리쳐 이름 불러볼 수 있게 된 것도 여간 공들인 것이 아님을 알렸다.어머니는 자식이 하도 보고 싶어 서울에서 남해까지 왔지만 자식의 적소까지는 다가설 수 없어서 애를 태웠다.김만중은 울음을 참으면서 소리 질러 집안 안부를 물었고 어머니는 주석아범 목소리를 빌려서 부디 몸조심하라 신신당부했다. 늦은 봄날 하루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마침내 어머니가 혼절했다.주석아범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아내는 나귀를 몰고 돌아섰다.아내가 가다 말고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세 사람 모습이 사라진 뒤 김만중은 바닷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래오래 울었다.늦은 봄밤이 깊어와 파도소리도 따라 울었다. ●소설 못보고 어머니 눈감자 그도 앓다 숨져 그날 이후 김만중은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어머니께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그는 어머니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었다.지난날 그가 중국 사신으로 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중국 소설책 몇 권을 구해와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사신의 임무가 너무 막중하고 분주하여 어머니의 부탁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이다.그 뒤로 다시는 중국 여행길이 마련되지 않아 늘 어머니께 송구한 마음이었다.김만중은 노도에서 그렇게 어머니와 이별한 뒤로 지키지 못한 어머니와의 약속을 다시 떠올렸다.언제 풀려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절해고도에 갇힌 몸이라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초조함이 더했다. ‘구운몽’은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인생을 특정한 사상의 틀 안에 넣어서 보지 않고 모든 틀을 깨고 나와서 자유롭게 관조한다는 주제로 씌어진 소설이다.그래서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금강경의 공(空)을 소설화했다고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김만중 자신의 육신이 절해고도에 감금당하고 자신의 삶이 철저한 불행 속에 놓여진 뒤에야 깨닫게 된 정신세계의 변화였다. 세속의 상식으로 볼 때 그의 인생은 끝장난 것이다.남은 것은 외로움에 찢겨 피흘리다 파도소리에 젖은 채 죽는 일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그때 그는 역설의 묘법을 눈치챈 것이다.명예,권력,소유의 욕망을 놓아버리면 한없이 자유로운 자연이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마침내 자신의 감옥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구운몽’을 쓴 셈이다. 소설이 완성되었지만 보낼 길이 막연했다.어머니는 그렇게 다녀가신 그 해 가을에 눈을 감았다.소식을 갖고 온 조카에게 완성된 ‘구운몽’을 들려보내면서 장례에도 못 가는 불효자식을 대신하여 구운몽을 어머니 영전에 올려달라며 피울음을 울었다.자식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기 위해 쓴 소설이지만 정작 그 소설을 보지도 못한 채 눈 감은 어머니를 부르며 바닷가를 거닐었다.어머니라는 등불이 꺼지고나자 자신의 삶은 더욱 작고 초라했다. 어머니와 아내가 서 있던 언덕의 느티나무 잎이 지고 파도가 흰 갈기를 세우며 세상을 질타하는 겨울 내내 김만중은 병을 앓았다.그리움은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김만중은 그렇게 앓으며 파도소리에 갇힌 채 유배지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육신을 벗어버림으로써 더는 갇힐 것 없는 무애의 빛이 되었을까.구운몽 책갈피가 파도소리에 젖는다. 우리말과 글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로 글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내는 것과 같다면서 국문가사예찬론을 폈던 서포 김만중의 목소리가 이 여름 노도를 씻어가는 파도소리로 다가온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0)남해 노도(櫓島)의 파도소리

    국문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작가이자 조선 후기 이름 난 문신(文臣)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1637∼1692)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 양오리 백연 마을 건너 노도(櫓島)에서 56세 일기로 생을 마쳤다.그는 서울 태생인 데다 생애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다.그런 그가 한반도의 끝 남해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한 작은 무인도에서 숨을 거둔 이유는 정치범이라는 죄를 덮어 쓰고 이곳으로 유배되었기 때문이다. ●역모죄로 유배… 천연의 무인도 특별감옥 노도는 유배지였다.그러나 김만중 이전,또는 이후에 이곳으로 유배된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노도는 김만중 한 사람을 유형시키기 위해 선택된 특별감옥이었던 셈이다. 그의 죄목은 역모와 관련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숙종 임금과 희빈 장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서인(西人)과 남인(南人)의 다툼에서 서인이 패배하게 되자 관직을 빼앗기고 죄인이 되었다.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무거웠다.사람이 살 수 없는 변방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남해(南海)에 위리안치(圍籬安置),즉 사방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 안에 감금하는 형벌이었다. 이같은 조건을 잘 갖춘 곳이 노도다.섬의 동남쪽은 가파른 경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어서 일부러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다.서쪽도 급경사지여서 탈출이 불가능하다.북쪽으로 난 밋밋한 한 자락만이 간신히 바다에 이르는 길로 이용할 수 있는데,이곳에서 맞은편 남해까지 사이에는 급류가 흐르고 있어 이 또한 천혜의 장애물이다.감옥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춘 노도에다 김만중을 혼자 몰아 넣어 놓고 숙종은 장희빈과 쾌락의 나날을 보냈고,남인 권력자들의 끝없는 욕망은 조선시대를 비탈로 끌어내렸다. 그리움의 정서가 자주 표출되는 그의 시편들은 그의 생애가 잘 투영된 것들이다.또한 많은 인물 대부분이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는 소설과 시들은 그의 낭만주의 정감을 엿보게 한다.실제로 노도에 유배당한 김만중은 유배지로 찾아온 어머니와 아내와의 피맺힌 해후를 통하여 한글소설 ‘구운몽’을 탄생시켰다. 그가 53세 되던 1689년에 끌려와서 3년 뒤인 1692년 타계할 때까지 홀로 꿈꾸고 절규했던 적소(謫所),노도로 가기 위해 백연 마을 포구에서 고깃배를 빌려 탔다.불과 5분 남짓이면 노도에 닿는 거리다.그러나 노도와 백연마을 사이를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 같은 것은 있었던 적이 없었다.포구의 방파제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의 패악질로 곳곳이 무너진 채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작은 고깃배를 몰고 가는 초로의 남자가 전해 준 말에 따르면 백연마을이나 노도는 1985년까지도 등잔불을 켜고 살았단다.십여 년 전부터 노도를 찾아오는 이들이 가끔 있어서 기름값이나 받고 손님을 실어다 주기도 한다는데,그 손님들 대부분이 어떻게 노도에서 혼자 3년 동안이나 지낼 수 있었는지 끔찍하다며 말을 잃곤 하더란다. 노도에는 그가 귀양살이 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북쪽 산비탈에 울창한 동백나무와 비자나무 숲에서 산새 몇 마리가 가는 소리로 울고 있다.김만중의 외로운 넋이런가 싶다.이 섬에서 북쪽 동백나무 숲 아래의 다소 밋밋한 언덕배기가 배를 접근시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피눈물로 얼룩진 어머니·아내와의 해후 필자는 배가 닿았던 지점에서 맞은편 백연마을 포구를 바라본다.소리치면 건너편 포구까지 닿을 듯도 싶다.큰소리로 외쳐본다.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지 포구에서 그물을 손질하던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그때 필자는 김만중이 유배생활 중에 겪었던 피눈물로 얼룩진 사건을 떠올렸다.어쩌면 바로 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그가 노도로 유배 온 이듬해 늦은 봄이었다.움막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애절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붓을 놓고 귀를 귀울였다.분명 사람 목소리였다.움막 밖으로 나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그의 눈길이 노도 맞은편 백연마을 언덕으로 가 닿는다.세 사람이 언덕 위에 서서 노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두 사람은 여인이고 한 명은 남자였다.그 남자가 다시 고함을 쳤다.저쪽 사내는 김만중을 찾고 있었다.놀랍고 반가웠다.되도록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다가섰다.바람이 불고 있었다.저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바람에 파묻혔다가 토막난 채 들려온다.김만중 자신을 찾는 것이 분명했다.그렇다고 대답했다.그러자 저쪽의 여자 한 사람이 절규한다.김만중의 아내였다.그 옆의 여인은 어머니였다.남자는 김만중의 집일을 도맡고 있는 주석아범이었다. 죄수가 유형생활하는 유배지에 가족이 찾아오는 것은 법으로 엄금했다.그리하여 주변을 지키는 포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잠시만 만나기도 했다.노도에 있는 김만중을 만나려면 특별하게 마련된 배가 필요했다.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주석아범은 백방으로 손을 써봤지만 배를 구할 수 없었고,그렇게 먼발치에서라도 소리쳐 이름 불러볼 수 있게 된 것도 여간 공들인 것이 아님을 알렸다.어머니는 자식이 하도 보고 싶어 서울에서 남해까지 왔지만 자식의 적소까지는 다가설 수 없어서 애를 태웠다.김만중은 울음을 참으면서 소리 질러 집안 안부를 물었고 어머니는 주석아범 목소리를 빌려서 부디 몸조심하라 신신당부했다. 늦은 봄날 하루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마침내 어머니가 혼절했다.주석아범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아내는 나귀를 몰고 돌아섰다.아내가 가다 말고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세 사람 모습이 사라진 뒤 김만중은 바닷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오래오래 울었다.늦은 봄밤이 깊어와 파도소리도 따라 울었다. ●소설 못보고 어머니 눈감자 그도 앓다 숨져 그날 이후 김만중은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어머니께 보내드리기 위해서였다.그는 어머니께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었다.지난날 그가 중국 사신으로 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중국 소설책 몇 권을 구해와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사신의 임무가 너무 막중하고 분주하여 어머니의 부탁을 그만 잊어버렸던 것이다.그 뒤로 다시는 중국 여행길이 마련되지 않아 늘 어머니께 송구한 마음이었다.김만중은 노도에서 그렇게 어머니와 이별한 뒤로 지키지 못한 어머니와의 약속을 다시 떠올렸다.언제 풀려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절해고도에 갇힌 몸이라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초조함이 더했다. ‘구운몽’은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인생을 특정한 사상의 틀 안에 넣어서 보지 않고 모든 틀을 깨고 나와서 자유롭게 관조한다는 주제로 씌어진 소설이다.그래서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금강경의 공(空)을 소설화했다고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김만중 자신의 육신이 절해고도에 감금당하고 자신의 삶이 철저한 불행 속에 놓여진 뒤에야 깨닫게 된 정신세계의 변화였다. 세속의 상식으로 볼 때 그의 인생은 끝장난 것이다.남은 것은 외로움에 찢겨 피흘리다 파도소리에 젖은 채 죽는 일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그때 그는 역설의 묘법을 눈치챈 것이다.명예,권력,소유의 욕망을 놓아버리면 한없이 자유로운 자연이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마침내 자신의 감옥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구운몽’을 쓴 셈이다. 소설이 완성되었지만 보낼 길이 막연했다.어머니는 그렇게 다녀가신 그 해 가을에 눈을 감았다.소식을 갖고 온 조카에게 완성된 ‘구운몽’을 들려보내면서 장례에도 못 가는 불효자식을 대신하여 구운몽을 어머니 영전에 올려달라며 피울음을 울었다.자식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기 위해 쓴 소설이지만 정작 그 소설을 보지도 못한 채 눈 감은 어머니를 부르며 바닷가를 거닐었다.어머니라는 등불이 꺼지고나자 자신의 삶은 더욱 작고 초라했다. 어머니와 아내가 서 있던 언덕의 느티나무 잎이 지고 파도가 흰 갈기를 세우며 세상을 질타하는 겨울 내내 김만중은 병을 앓았다.그리움은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김만중은 그렇게 앓으며 파도소리에 갇힌 채 유배지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육신을 벗어버림으로써 더는 갇힐 것 없는 무애의 빛이 되었을까.구운몽 책갈피가 파도소리에 젖는다. 우리말과 글을 버리고 다른 나라 말로 글을 짓는다면 이는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내는 것과 같다면서 국문가사예찬론을 폈던 서포 김만중의 목소리가 이 여름 노도를 씻어가는 파도소리로 다가온다.
  • 수출 항로 제3세계로 돌린다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의 신장세를 이어가려는 기업들의 새로운 개척지 확보노력이 치열하다. 내수 침체의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하반기에 수출마저 둔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대표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급부상한 곳으로는 러시아와 아프리카가 꼽힌다. ●자동차 러시아·동구권 ‘질주’ 대기업들은 고유가 덕택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러시아를 주목하고 있다.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원유매장량 8위의 자원대국이다. 현대차는 이달 초 폴란드에 있던 동유럽 지역본부를 모스크바로 이전,신(新)동구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현재 신동구 지역에서 4만대 수준인 판매량을 2010년 1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로 옮긴 동유럽 지역본부는 발틱 3개국을 제외한 러시아 등 CIS(독립국가연합) 12개국과 루마니아,불가리아를 비롯한 동유럽권 7개국 등 EU 미가입 19개국의 판매·사후보상서비스를 관할한다.러시아에서 현대차는 올해 지난해보다 140% 늘어난 3만 5000대를 팔 계획이다. IT(정보기술) 분야의 러시아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지난 98년 러시아 GSM(유럽형 이동전화) 사업자인 NTC를 인수한 KT는 극동 러시아지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NTC는 현재 80만명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전체 가입자의 41%를 확보,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올 1·4분기 휴대전화 500만여대(점유율 22.5%)를 팔아 노키아·모토로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LG전자는 에어컨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지난 3월에는 러시아 언론으로부터 에어컨,진공청소기,오디오부문의 러시아 ‘국민 브랜드’로 선정됐다. 건설업계도 러시아를 제 2의 중동으로 인식,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LG건설은 올해 초 러시아 타타르스탄자치공화국에서 3500만달러어치의 석유화학공장 건설공사를 따낸데 이어 26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플랜트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사할린 남쪽 코르사코프 항구 인근에 건설되는 7750만달러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가전업계 아프리카 쟁탈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 가전시장을 잡기 위해 뛰고 있다.삼성 윤종용 부회장과 LG 김쌍수 부회장이 최근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나이지리아에 에어컨 조립공장을 가동,연 10만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마케팅 활동과 ‘삼성’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최근 모로코 최대 관광도시 카사블랑카에서 열린 여자 마라톤 대회를 후원하기도 했다.케냐·탄자니아·우간다 등 중앙아프리카에서도 지난해 대비 25% 이상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LG 익스트림 스포츠’ 후원을 알리는 발표회를 가졌다.LG전자는 지난 4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FIFA(국제축구연맹)이 공인하는 A매치 대회인 ‘2004LG컵 국제축구대회’를 개최했다.인기스포츠 후원을 통해 LG브랜드를 알리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남아공·모로코·나이지리아·이집트를 거점으로 1개의 생산법인(이집트)과 3개의 판매법인(남아공·모로코·나이지리아)을 운영하고 있다.지난해 5억달러였던 아프리카 매출을 올해 7억 5000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수출시장 다변화는 지속적인 수출신장세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러시아나 아프리카의 경우 아직 국제적인 상관행이 엄격히 정착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현재 동구권보다 외국인 투자관련 법규가 더 불투명하다.”면서 “특히 건설업 등은 자금 회수가 가능한지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류길상 김경두기자 sunggone@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한·일월드컵 2주년

    2002한·일월드컵 2주년을 맞았다.우리 모두에게 4강이라는 벅찬 감동과 영광을 안겨준 한·일월드컵은 2년이 지났어도 우리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대한민국은 조별리그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첫 승의 한을 풀었고,본선 토너먼트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강팀을 차례로 꺾고 4강의 꿈을 이루었다.그 뜨거웠던 6월은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4강 신화의 환희는 짧았다.지난해 3월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부임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신화 재현의 꿈에 부풀었다.그러나 한국축구는 단꿈에서 쉽게 깨어나지 못한 채 시련을 맞았다. 콜롬비아와의 데뷔전서 비기더니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에 잇따라 무릎을 꿇었다.월드컵 4강의 체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급기야 그해 10월 아시안컵 예선에서 오만과 베트남에 연패했고,올 3월에는 2006독일월드컵 예선에서 약체 몰디브와 무득점으로 비기면서 우리는 현실을 깨달았다. 이후 코엘류 감독과 2명의 기술위원장이 퇴진하는 등 한국축구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졌다.그러나 필자가 오랫동안 기술분야에서 일해 온 경험을 살려 향후 전망을 해 볼 때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한국축구를 든든하게 이끌고 갈 젊은 선수들이 무럭무럭 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에 이란전을 끝으로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친 올림픽대표팀은 6전 전승으로 5회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아테네올림픽 메달권 진입을 준비 중이다.조재진 김영광 김동진 김치곤 등 몇몇 선수는 이미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그외 선수들도 올림픽을 치른 뒤에는 국가대표팀의 백업 요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량과 체력을 갖추고 있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는 차기석 박주영 양동현 등 한국축구의 기대주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17세 청소년대표팀은 물론 5개 권역(서울,경기,충청강원,호남제주,영남)에서 실시하고 있는 12세 미만 상비군과 13세부터 이어지는 연령별 상비군 육성 제도는 유럽의 축구 선진국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지도자 자질 향상을 위해 해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20여차례의 등급별 지도자 강습은 전국의 지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세계축구 흐름은 유·청소년 발전 프로그램과 시설,지도자 자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현재 국가대표팀의 부진과 감독 선임의 어려움을 안고 있으나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프로그램의 연속이야말로 한국축구의 장래를 밝게 해 주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2)안의현감(安義縣監) 연암 박지원의 행정론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의초등학교 교정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비석 하나가 서 있다.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 선생에 관한 역사와 선생께서 활동하셨던 18세기 영조 정조시대의 조선 지성사와 사회사의 한 단면까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사적비(事蹟碑)다.위대한 문학가로서의 면모와 탁월한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함께 느낄 수 있으며,특히 안의현감이라는 지방의 한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 행정관 시절의 흥미로운 일화들은 정치와 권력의 남용으로 고통받는 이 시대를 향하여 무언의 꾸짖음을 던지고 있다. 오늘은 산 좋고 물 좋은 지리산 아래 함양 안의면의 오월 녹음을 주우며 그 푸르고 향그러운 색깔 속에 살아있는 한 지성의 인간과 세상을 향한 말씀을 들으려 길을 떠난다. 연암 박지원 선생을 두고 칭송하는 글귀는 매우 많다.‘그의 문장은 천마(天馬)가 하늘을 나는 것 같아 굴레를 씌우지 않았건만 자연스럽게도 법도에 다 들어맞는다.그러므로 그의 문장은 문장 가운데 으뜸이라 할 만하며,뒷 사람들이 배워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글과 ‘영국에 셰익스피어가,독일에 괴테가,중국에 소동파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박지원이 있다.’는 글이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이같은 선생은 흔히 ‘양반전’‘허생전’ 등 부패한 사회상과 타락한 양반 사회를 풍자적 기법으로 통렬하게 비판한 소설가로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선생의 나이 44세 때 청나라 여행을 계기로 국내 보수파들의 극렬한 비난을 무릅쓰면서 쓴 ‘열하일기’는 당시 문단에 충격을 던진 놀라운 문체로서 선생의 글이 단순히 글 재주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의 삶을 새로운 지평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위대한 통찰력과 상상력이 결합된 신선함의 상징이었다.여기에서 선생은 행정가 혹은 정치가로서의 안목과 구체적 능력을 암시하기도 했다. ●나이 50에 임금분부로 마지못해 벼슬길 이렇듯 천하 제일가는 문장가로 널리 알려진 선생이었지만 한사코 과거시험을 거쳐 벼슬길에 나아가는 일은 극력 회피했다.주위의 권유가 하도 잦고 간곡하여 몇 차례 과거시험장에 나간 적이 있었다.그러나 답안지를 작성한 뒤에는 이름을 적지 않았고,글 대신 그림을 그려 놓거나 엉뚱한 시편들을 대신 적기도 했는데,이 때 선생이 지은 글은 곧잘 큰 유행이 되기도 했고 많은 이들로 하여금 감탄과 아쉬움을 함께 자아내기도 했다.심지어 임금의 명령으로 과거시험장에 억지로 나간 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모두 이름을 적지 않았다.벼슬이나 권세가 깊은 학문과 향기 짙은 문학세계를 해칠 수 있다는 선생의 청정한 지조,혼탁하고 광분한 지성사를 꾸짖어 바로잡을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세상에 나아가면 더욱 세상을 어지럽힐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직과 청빈을 집안의 가훈으로 이어받은 선생 또한 몹시 가난하게 살았다.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마치 독서하는 군자처럼 살았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떴는데,선생이 나이 50세 때 임금의 거듭된 분부를 차마 뿌리치지 못해 음관(蔭官)으로 벼슬길에 나간지 반 년도 못 된 때였다.아내를 여읜 지 얼마 안되어 다시 맡며느리의 상을 당한 뒤로는 끼니 챙겨 줄 사람도 없이 19년여를 혼자 살았다.그 고적하고 불편한 생애의 후반에 이르러서야 선생의 학문과 행정가로서의 세계가 더욱 깊고 넓게 완성될 수 있었다. 선생이 참으로 엉뚱하게도 경상도 안의현감이라는 지방 목민관으로 부임한 것은 1792년 1월이었다.1796년 봄에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 5년 동안 안의현감을 지내면서 남긴 업적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직자와 정치가들에게 변함없는 교훈이자 반드시 닮아야 할 목표로 남아 있다.53세에 안의현감으로 부임한 선생 앞에 맨 먼저 던져진 과제는 아전들의 오래된 폐단이었는데,공금횡령과 현감을 속이고 우롱하는 행동이었다.다른 하나는 공금횡령을 부추기는 주변의 권유와 부정부패를 일삼아야만 출세할 수 있다는 공공연한 현실이었다. ●군량미 향곡 9000섬 야금야금 도둑질 지방관청의 실무 담당자들인 아전은 모두 그 지방 출신자들인데다 오래도록 아전으로 지낸 터여서 관내의 모든 일을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거기에 비해 서울에서 임명되어 오는 현감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었다.따라서 현감은 짧은 임기 동안에 안의지역에 관한 일들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떠나는 일이 흔했다.이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아전들이 고의적으로 현감의 임기를 되도록 짧게 만들기 위한 수작을 부리는 폐습이 뿌리 깊었다.부임하는 현감으로 하여금 안의 지역의 행정 업무에는 아예 손도 못대게 하기 위해 교활한 함정을 파서 빠뜨렸다.아전 상호간의 비리를 적은 투서를 익명으로 현감에게 보내는 것이었다.투서자가 익명이기 때문에 투서에 적힌 당사자를 소환하여 조사하면 으레 시치미를 잡아 떼면서 누명을 덮어 썼다고 항변했다.이같은 투서사건을 조사하느라 시일을 보내다보면 현감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고,그러는 사이에 현감이 무능하다거나 죄없는 아전들을 잡아들여 족치면서 뇌물을 요구한다는 투서가 서울로 보내졌다.결국 현감은 서울로 불려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겨갔다. 아전들의 이같은 행동은 자신들이 저지른 공금횡령 사실을 은폐시키기 위한 계획적인 짓이었다.아전들이 저지르는 공금횡령의 대표적인 사례는 군량미로 책정된 곡식인 향곡(餉穀)을 도둑질하는 것이었다.각 고을에서 백성들로부터 거두어들인 대동미 중에서 일부는 서울로 올려보내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용도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관청에다 보관해 두고 있었는데,이 곡식을 아전들이 야금야금 도둑질하여 선생이 안의현감으로 부임했을 때는 무려 6만여 휘(열 다섯 말이나 스무 말을 일컫는 수량의 단위)나 되었다.10말을 한 섬으로 치면 무려 9000섬이나 되는 엄청난 곡식이었다.아전들의 고질적인 횡령으로 국가와 지방관청은 늘 재정부족으로 허덕였다.선생은 특유의 직관과 지혜로서 아전들의 농간을 혁파하고 그들이 훔쳐 낸 공금을 모두 환수했다.그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도 죄를 묻거나 궁지에 몰아 넣지 않고 깊이 뉘우치면서 기쁜 마음으로 죄를 갚도록 함으로써 안의 사람들로부터 커다란 존경을 받기 시작했다. 선생은 과오를 저지른 아전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칠 수 있도록 다양한 교훈과 모범을 보였다.선생의 정직함과 청빈함이 아전들에게 교훈이 되었다.앞서 간 수많은 현감들의 탐욕과 위선이 아전들을 공금횡령으로 밀어 넣은 것이라고 선생은 말했다.오늘날의 저 많은 국가 공직자들과 지도자들이 다시 살펴봐야 할 두렵고 또 두려운 역사적 교훈이자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 위한 철학이다.이렇게 채워진 곡식을 두고 서울의 중앙관청 고관들로부터 나눠 갖자는 유혹이 있었다.어차피 없어도 좋은 것이므로 나눠갖자는 제의였다.또한 늘그막에 가난 때문에 지방 수령 노릇을 하니까 적당히 챙기면 가난은 면할 수 있으리라는 중앙의 벼슬아치들이 예사로 주고받는 말은 선생으로 하여금 더욱 청빈하게 만들었다.빈번한 흉년 때마다 굶주리는 백성들을 도울 때 선생이 한결같이 정성을 쏟은 것은 얻어 먹는 사람의 인권과 명예를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또한 부득이 아랫사람에게 곤장을 쳐야 할 경우에는 곤장질이 끝난 후 반드시 사람을 보내 맞은 곳을 주물러 멍을 풀게 했다. ●죄 묻거나 궁지에 몰지않아 모두 감복 “고을 원 노릇은 좋은 일이지만 사람을 매로 다스리는 일만큼은 몹시 괴롭고 싫다.”고 했다. 선생은 지방관청 행정가가 가장 공력을 많이 들여야 할 것으로 몇 가지를 꼽아 실천했다.가난한 사람을 돕되 가난의 원인을 해결해 주는 것,상업과 농업의 중요성만큼 장사하고 농사 짓는 사람의 인권과 명예를 존중해 주는 것,농민들의 노동력을 능률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청나라에서 실시하는 여러 가지 농기계를 제작하여 보급하는 것,지역민들이 자신들의 고장에 대한 긍지를 갖고 살도록 하기 위해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들을 꼽았다. 선생의 이같은 위업은 조선 후기 타락한 양반 관료들의 부패와 탐학의 만연으로 가려져 있었지만,오늘 다시 선생의 청렴과 결백한 행정가로서의 삶은 우리 시대를 향해 또 한 번 꾸짖는다.너는 왜 공무원이 되었느냐고. 선생은 부인과 함께 황해도 장단구 송서면 대현리에 묻히셨는데,지금 누가 그 무덤의 풀을 베고 술잔을 올리는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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