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3만원
    2026-07-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5,801
  • [중국관광객이 몰려온다] 얼굴 고치는 中 이 다듬는 中 강남 성형외과 ‘불안한’ 문전성시

    [중국관광객이 몰려온다] 얼굴 고치는 中 이 다듬는 中 강남 성형외과 ‘불안한’ 문전성시

    중국인 허샤오양(45·여)은 주름을 펴는 시술을 받기 위해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의원에 도착한 그는 중국인에게 불친절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처음부터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직원의 융숭한 대접을 받고 무척 기뻤다. 진료와 관광을 결합해 서울의 고궁 관광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그는 “의료기관 직원이 여행정보를 알려줘 더 알찬 관광이 됐다.”면서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은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의료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를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은 1만 2789명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의 19.4%를 차지했다. 미국인(2만 1338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다. 불과 1년 전인 2009년에 4725명이었으니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일본의 경우 2009년 1만 2997명에서 지난해 1만 1035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미국인의 경우 주한미군이 다수 포함돼 있어 중국인이 사실상 국내 의료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중앙TV(CCTV)는 지난 4월 “한국에 중국인 의료관광 열풍이 분다.”고 대대적으로 기획보도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인 1명이 국내에서 진료비로 사용한 비용은 평균 132만원으로, 국내 환자보다 30만원 이상 많았다. 미용 부문에 특화된 의술과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열 현상 탓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의료기관과 환자를 연계해주는 일부 여행사 등에서 ‘한류스타와 같은 얼굴을 만들어준다.’거나 ‘세계 최고 수준의 성형외과를 소개시켜주겠다.’고 과대광고를 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환자 유치를 조건으로 10~15% 수준인 커미션을 40~50% 높여 받는 여행사까지 나타나면서 진료비가 폭등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 중국인 류모(30·여)는 “장나라와 같은 얼굴을 해준다는 에이전시 말에 속아 수술을 받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했다.”면서 “중국으로 돌아가 알아보니 비싼 중개료가 붙어 진료비를 한국인보다 두 배나 더 냈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은 “인증제를 도입해 시술을 잘하는 의료기관은 정부 차원에서 홍보를 해주고 그 내용을 광고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그렇지 못한 곳은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해외환자 유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사고에 대비한 공제회를 설립하고 한시적으로 정부에서 공제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의료계 등에서는 중개료 폭리 등 중국인 환자들의 불만 사항을 접수할 수 있는 외국인환자 신고센터 등 현실적인 대안부터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비교적 고액의 진료비를 내는 중증환자 유치도 아직은 요원한 상황이다. 2009년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입원 진료비는 656만원이었지만 지난해는 583만원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의료관광 마케팅 업체인 휴케어가 지난 6월 상하이 세계관광자원교역회(WTF)를 방문한 중국인 235명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받고 싶은 의료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성형외과(28%), 피부과(25%), 치과(15%), 안과(1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도 홍보 부족을 의식해 신문, 잡지 등에 각종 광고를 게재하고 있지만 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양균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중증질환은 커미션이 적기 때문에 미용 쪽으로만 환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도 홍보를 강화하고 중국이나 국내 민간보험사가 중국인 환자의 중증진료와 관련된 보험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지상파 디지털 전환 자기부담금은 얼마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 소득 수준 하위 50% 가운데 아날로그 수상기만 보유한 가구는 최대 10만 5000원을 부담해야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 하위 50%에 대해 컨버터 대여비 6만원 중 3만원을 지원하고 안테나가 필요할 경우 설치 비용 9만원 중 1만 500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수상기를 구입하지 않고, 유료방송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아날로그 수상기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직접 수신하려는 시청자는 3만원을 들여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컨버터를 달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7만 5000원을 추가 부담하며 디지털 신호를 잡는 안테나도 세워야 한다. 앞서 방통위는 취약계층 중 아날로그 수상기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에 대해 컨버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디지털TV 구매 시 10만원을 지급하는 지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지원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득에 관계없이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컨버터를 구입할 수 있는 40달러짜리 쿠폰 2장을 제공했다. 6년 동안 15조원을 들여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한 일본은 디지털 수상기를 사면 구입가의 10%를 다른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에코 포인트’로 돌려주는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실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원 대상을 소득 하위 70~80%까지 늘리고 컨버터 대여비는 1만~2만원, 안테나 설치는 3만원 수준으로 자기 부담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MB 사저 땅 다운계약서 의혹” “여러필지 계약하며 생긴 오해”

    “MB 사저 땅 다운계약서 의혹” “여러필지 계약하며 생긴 오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해 여야는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야당은 자금 출처 추궁과 함께 ‘다운 계약서’ 작성을 통한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했고 청와대와 여당은 “국회에서 이미 예산상 합의된 사안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10일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장남 시형(33)씨 명의로 국가와 공동으로 매입한 토지의 실거래가는 54억원인데 거래장부에 표기된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44% 수준인 약 23억 8000만원이고, 막상 신고한 가격은 11억 2000만원(20.74%)으로 공시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결국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시형씨가 내곡동 20-30번지의 공시가격은 5364만원인데 신고금액은 2200만원, 20-36번지는 1억 2513만원이데 신고액은 8025만원으로 낮춰 신고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결과적으로 반의 반값에 신고를 한 것이며 토지를 매도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양도소득을 안겨주고 시형씨와 국가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탈루한 것”이라고 다운 계약서 작성 의혹을 제기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다운계약서는 있을 수 없다. 무슨 목적으로 다운계약서를 쓰겠느냐.”고 강력 부인한 뒤 “행정처리 과정에서 여러 필지를 일괄계약하면서 공시지가에 맞게 정확히 배분하지 못해 (오해가)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도 “실명으로 거래하고 취득·등록세 3400여만원도 납부했다. 명예를 건다.”고 밝혔다. 등기 장부상의 총 공시지가 대비 지분율이 시형씨 54%, 국가 46%로 돼 있는 것에는 “등기시 개인, 국가 소유는 분할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이 대통령이 땅값이 비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수십억원을 들여 사저를 마련하는 이유도 추궁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국민들은 전·월세 대란으로 고통을 받는데 대통령이 꼭 강남에서 살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임 실장은 “(논현동)사저로 가면 75억원의 국가시설(경호 시설)이 필요하다. 예산 확보가 안 돼 맞춰 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윤석 의원은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사저 구입 비용이 16배까지 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은 “지난해 국회 예산 심의에서 사저와 관련, 여야 합의로 35억원을 책정했다가 운영위가 5억원 늘려 40억원으로 한 것 아니냐.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정치적으로 공격하거나 의혹을 부풀리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강주리·황비웅기자 jurik@seoul.co.kr
  • 노총각 노처녀 기준요? 딱 봤을 때 아줌마 필이면 ‘노처녀’ 아저씨 필이면 ‘노총각’

    노총각 노처녀 기준요? 딱 봤을 때 아줌마 필이면 ‘노처녀’ 아저씨 필이면 ‘노총각’

    요즘 결혼 축의금에는 ‘공정가’가 있다. 성수기(4·5·9·10월)에는 3만원, 비성수기에는 5만원이다. 또 친구 부모가 내 이름을 알면 10만원, 모르면 5만원이다. 내 이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매하다면, 일단 봉투에 5만원을 넣고 부모에게 인사한 뒤 내 이름을 부르면 5만원을 더 넣으면 된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런 규칙, 누가 정해줬냐고? 바로 ‘애정남’ 최효종(25)이다. ‘애정남’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줄임말이다. KBS 2TV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의 ‘애정남’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애매한 인간사를 매주 시원하게 해결해주느라 바쁜 그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만났다. ‘애정남’으로 그가 뜨긴 확실히 뜬 것 같다.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광고 섭외 전화가 계속 이어졌다. 인터뷰 다음 날도 그는 지면 광고 촬영 일정이 있었다. 장안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가끔 인터넷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가 우르르 딸려 나오는 기사에 그저 놀랍기만 하단다. 자신의 인기보다도 코너의 영향력을 실생활에서 자주 느낀다고. “개콘의 또 다른 코너인 ‘생활의 발견’ 팀의 송준근씨가 최근에 결혼했는데 ‘애정남’의 기본 요금을 따라야 한다며 축의금을 3만원 낸 동료 개그맨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네티즌들은 그를 ‘공감 개그의 1인자’라고 부른다. 최근 ‘애정남’ 외에도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법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답은 간단하다.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진 뒤 여당 텃밭에서 여당 공천을 받으면 된다. 당선되려면 평소 가지 않았던 시장에 가서 먹지 않았던 국밥을 먹으면 된다. 선거 공약도 어렵지 않다. 다리를 놔 준다든가 지하철역 개통을 약속하면 된다. 상대후보 진영의 약점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아내 이름으로 땅 투기를 하지 않았는지 사돈에 팔촌까지 뒤지면 하나는 나온다.’ 시청자들은 그의 국회의원 되는 법을 듣고 시쳇말로 빵 터졌다. 정치인 몇 명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시사 풍자인 최효종’이란 말도 나왔다. “저는 정치에 관심 없어요. 진보나 보수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누구를 타깃으로 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정치인에 대해 많이 듣고 봤던 내용을 이야기하면 공감할 수 있겠다 싶어 한 거예요. 책을 쓰는 건 작가의 몫이지만 해석은 독자인 몫인 것처럼 저도 웃음을 드리는 역할을 하고, 의미 부여는 시청자 여러분이 해주시는 거죠.” 인기 비결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개그는 일방적인 게 아니라 쌍방향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코너를 만들 때도 소통을 가장 중시해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웃음이 있는 걸 끄집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애정남’도 사람들이 차마 말은 하지 못하지만 명쾌하게 답을 내고 싶었던 것에 대해 제가 시원시원하게 말하니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평범함’도 인기에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제가 명문대를 나왔고, 엄친아(모든 면에서 완벽한 엄마 친구 아들)였다면 잘난 척한다고 느꼈을 거예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보기에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나와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자’고 제안하니까 설득력이 가미돼 재밌게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바보 같아 보이는 게 좋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했지만 ‘애정남’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애정남이 제시하는 기준을 듣고 있노라면 비범함마저 느껴진다. 최효종은 “그건 팀원들의 경험과 시청자들의 제보 힘”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최효종의 아이디어에 많이 의존한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예컨대 ‘이성 친구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편도 최효종이 자신의 경험에서 착안해 만든 것이라고. “2년 넘게 열애 중인 여자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여자 친구의 이성 친구, 솔직히 남자 입장에서 별로거든요. 거기서부터 출발해 결론 내린 것이 교회 오빠, 엄마 친구 아들, 오랜만에 만난 동창 등은 만나선 안 될 남자라고 선을 그었지요. 제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절절히 진심을 담았달까요. 하하.”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돌려줘야 하는 금반지 기준 편도 화제가 됐다. 그가 국제 시세까지 언급하며 ‘디테일 개그’를 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최효종의 아버지는 금은방 주인이다. 최효종 이력에도 ‘○○주얼리 부사장’이라고 적혀 있다. “저는 실생활에서 관찰하는 걸 참 좋아해요. 사람들 대부분은 물의 표면만 보잖아요. 어떤 분은 저 보고 물속에 사는 사람 같다고 해요.” 시청자들의 제보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어서 채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A대학과 B대학에 동시에 합격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오늘 저녁밥으로 무엇을 먹을까요’ 등등. 이런 건 애정남도 정해주기 어렵다며 최효종은 웃었다. 그렇다면 이건? 애정남을 인터뷰한다고 하자 주위에서 물어봐 달라는 질문이 쇄도했다. 그중 하나가 ‘노총각 노처녀의 기준’이다. “하하. 그건 쉬워요. 딱 봤을 때 아저씨 필(느낌)이면 노총각, 아줌마 필이면 노처녀입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4) 살인 진실 밝혀낸 토양감정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4) 살인 진실 밝혀낸 토양감정

    “택시 강도를 당했습니다. 여자 승객이 납치됐어요….” 2003년 4월 14일 새벽 경기 부천중부경찰서 관내 한 파출소. 왼손을 감싼 택시기사 A(당시 35세)씨가 급히 안으로 뛰어들었다. 손가락을 칼에 심하게 베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일단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금 자기가 당한 납치 사건을 신고했다. 그는 20대 초반의 여자 손님을 태운 것은 오전 5시 30분쯤이라고 했다. “손님을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데 남자 2명이 갑자기 뒷문으로 들어오더라고요. 합승 손님인가 했는데 난데없이 그 손님을 찌르고 저도 공격했어요. 바로 칼을 겨누곤 고가도로 밑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그는 차를 세운 뒤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칼에 찔린 여자 손님을 뒤따라온 검은색 쏘나타에 태워 달아났다고 했다. ●돈 버리고 납치… 이상한 택시 강도 A씨의 말대로 여자 손님은 조수석에서 칼에 찔린 듯했다. 흥건히 젖은 조수석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 줬다. 무엇보다 앞좌석을 적신 출혈량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 끌려다닌다면 납치된 여성은 한두 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경찰은 관내에 비상을 걸었다. 감식반원들은 좀처럼 범인들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괴한 2명이 칼을 휘둘렀다는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깨끗했다. 콘솔박스 앞에는 현금 3만원과 여성의 신용카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범인들이 신용카드를 빼앗으려 했다면 카드에 지문 같은 흔적이 남아 있을 터. 감식반은 가변광원기를 들이댔지만 뭉개진 몇 개의 지문만 발견됐다. 조수석 시트 밑엔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납치된 여성의 것이었다. “이거 돈 훔치려던 강도들 맞아? 그냥 다 두고 갔어. 좀 이상한 놈들인데….” 택시 강도는 큰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벌이가 뻔한 택시를 노리는지라 100원짜리 동전까지 털어가기 마련이다.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운전석 바닥엔 흙이 묻어 있었다. 차량 바퀴와 휠에는 흙탕물이 튀겨 있었다. 택시를 꼼꼼히 살핀 한 베테랑 감식반원이 택시기사에게 툭 질문을 던졌다. “시 외곽에서 손님들을 받았나 보죠?” “아니요. 전 시내만 뛰는 걸요.” 몇 시간 뒤 전화가 울렸다.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현장 보고였다. 최초 택시 강도 신고가 들어온 파출소에서 불과 2㎞ 남짓 떨어진 하천변. 수사반은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은 비포장이었다. 농로로 쓰이는 곳이라 곳곳이 심하게 파인 곳이 많았다. 숨진 여인은 B(21)씨.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꿈 많은 초보 회사원에게 범인은 사정 없이 칼을 휘둘렀다. 범인은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끌어내려 20m가량 데려간 듯 보였다. 혈흔은 다리 위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혈흔과 주변 흙을 모아 담았다. 6시간가량 현장 감식을 마치고 오는 길. 감식반원은 웅덩이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고참 감식반원은 흙탕물을 용기에 담았다. “선배 뭐해요?” “범인 잡아야지….” 며칠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식 결과가 나오자 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차를 몰았다. 형사들이 몰려간 곳은 신고자 A씨의 집이었다. “당신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A씨가 미심쩍었다. 방금 겪은 일을 말하는 사람치곤 진술 내용이 허술했다. 특히 강도를 당할 때 상황도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일관성 있게 진술한 내용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굳이 손님까지 탄 택시를 범행 대상으로 고른 점이라든가, 돈은 놔두고 손님을 납치해 간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결정적으로 A씨가 범인임을 알려준 것은 흙이었다. 운전석 깔판 밑과 운전석 하부에 붙은 흙을 분석한 결과 피해 여성이 발견된 하천변 토양과 일치했다. 택시 바퀴와 뒷문 문짝에 튄 흙탕물 역시 진입로의 웅덩이 성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택시 기사는 다리 밑에 그녀를 버린 뒤 택시 강도를 당한 척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똑같아 보이는 흙… 1100가지 색을 담다 흙의 성분은 어떻게 구분할까.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광물학적인 분석으로 편광현미경 등을 이용해 조암광물의 형상과 입자 상태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광물은 3000여종. 하지만 기본 구성물인 조암광물은 수십종뿐이다. 법과학은 이 조암광물을 분석하고 따라간다. 두 번째는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크로마토그래프법, 열분해 분석법, X선법 등이 있다.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은 그것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또 그 지역에 어떤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는지 등에 따라 색상의 차이를 나타낸다. 외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양은 색상에 따라 1100여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토양 감정이라고 하면 흙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흙 속에 섞여 있는 기름이나 유리, 비료, 농약, 심지어 섬유까지 대상으로 한다. 현장에 방울져 떨어져 있던 적하(滴下) 혈흔도 A씨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B씨가 이미 살해당한 뒤 하천변에 버려졌다면 현장에는 다수의 적하 혈흔이 남아 있기 힘든 상황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현장의 혈흔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고, 피는 택시기사 A씨의 것으로 판명 났다.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상처였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에 A씨는 입을 열었다. 7개월 전부터 개인택시 영업을 했지만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다고 했다. 무리하게 택시를 구입한 데다 이전의 카드값까지 밀리면서 빚이 1억 5000만원까지 늘어나자 자기 택시를 이용해 강도짓에 나섰다고 했다. 국과수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숨진 B씨의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그가 죽었다고 여긴 그녀가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우리구 예산절감 이렇게…] 4배 비싼 전용 전화선, 일반선으로

    구청 직원이 낸 작은 아이디어가 연간 3000만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송파구는 지난 4월부터 관내 167곳의 ‘독점 전화선’을 일반 전화로 전환하는 ‘전용회선 정비사업’을 벌여 매월 272만원(연 3200여만원)을 절감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독점 전화선은 한 기관이 특정 국번을 임대해 사용하는 전용회선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등이 많이 쓴다. 내선 간 통화요금이 없고 통화 품질이 높은 게 장점이다. 송파구의 경우는 ‘2147’를 고유 국번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독점 전화선은 기본요금이 2만원가량으로 일반전화의 4배 수준이다. 송파구는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사용시간, 요금 등을 일제 점검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독점 전화선을 일반전화로 교체했다. 천마공영주차장, 석촌고분, 장애인 운전연습장, 근린공원 등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구청 전체의 전화료는 지난해 2015만원에서 사업을 완료한 지난 8월 1743만원으로 줄었다. 아이디어를 낸 통신실 임종현 주무관은 “휴대전화와 다른 통신수단이 발달한 요즘, 비싼 전용선을 쓰는 건 예산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참혹하게 살해된 20대녀…택시기사를 잡은 것은 흙탕물

    참혹하게 살해된 20대녀…택시기사를 잡은 것은 흙탕물

    “택시강도를 당했습니다. 여자 승객이 납치됐어요….” 2003년 4월 14일 새벽 인천 부천중부경찰서 관내 한 파출소. 왼손을 감싼 택시기사 A씨(당시 35세)가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손가락을 칼에 심하게 베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일단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금 자기가 당한 납치사건을 신고했다. 그가 20대 초반의 여자 손님을 태운 것은 오전 5시 30분쯤이라고 했다. “손님을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데 남자 2명이 갑자기 뒷문으로 들어오더라고요. 합승 손님인가 했는데 난데없이 그 손님을 찌르고 저도 공격했어요. 바로 칼을 겨누곤 고가도로 밑으로 가라 하더군요.” 그는 차를 세운 후 정신없이 도망쳤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칼에 찔린 여자 손님을 뒤따라 온 검은색 소나타에 태워 달아났다고 했다. 돈을 버리고 사람을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A씨의 말대로 여자손님은 조수석에서 칼에 찔린 듯했다. 흥건히 젖은 조수석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줬다. 무엇보다 앞좌석을 적신 출혈량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 끌려다닌다면 납치된 여성은 한두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었다. 경찰은 관내에 비상을 걸었다. 감식반원들은 좀처럼 범인들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괴한 2명이 칼을 휘둘렀다는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깨끗했다. 콘솔박스 앞에는 현금 3만원과 여성의 신용카드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범인들이 신용카드를 빼앗으려 했다면 카드에 지문 같은 범인의 흔적이 남아있을 터. 감식반은 가변광원기를 들이댔지만 뭉개진 몇 개의 지문만 발견됐다. 조수석 시트 밑엔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납치된 여성의 것이었다. “이거 돈 훔치려던 강도들 맞아? 그냥 다 두고 갔어. 좀 이상한 놈들인데….” 택시강도는 큰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벌이가 뻔한 택시를 노리는지라 100원짜리 동전까지 털어가기 마련이다.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운전석 바닥엔 흙이 묻어 있었다. 차량 바퀴와 휠에도 흙탕물이 튀겨 있었다. 택시를 꼼꼼히 살핀 한 베테랑 감식반원이 택시기사에게 툭 질문을 던졌다. “시 외곽에서 손님들을 받았나 보죠?” “아니요. 전 시내만 뛰는 걸요.” 몇 시간 뒤 전화가 울렸다.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현장 보고였다. 최초 택시강도 신고가 들어온 파출소에서 불과 2㎞ 남짓 떨어진 하천변. 수사반은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은 비포장이었다. 농로로 쓰이는 곳이라 곳곳이 심하게 팬 곳이 많았다. 숨진 여인은 B씨(21).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꿈 많은 초보 회사원에게 범인은 사정없이 칼을 휘둘렀다. 범인은 교각 옆 다리 위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끌어내려 20m가량 데려간 듯 보였다. 혈흔은 다리 위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혈흔과 주변흙을 모아 담았다. 6시간가량 현장감식을 마치고 오는 길. 감식반원은 웅덩이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고참 감식반원은 흙탕물을 용기에 담았다. “선배 뭐해요?” “범인 잡아야지.” 며칠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식결과가 나오자 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차를 몰았다. 형사는 몰려간 곳은 신고자 A씨의 집이었다. “당신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경찰은 처음부터 A씨가 미심쩍었다. 방금 겪은 일을 말하는 사람치곤 진술내용이 허술했다. 특히 강도를 당할 때 상황도 구체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일관성 있게 진술한 내용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굳이 손님까지 탄 택시를 범행대상으로 고른 점이라든가, 돈은 놔두고 손님을 납치해간 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었다. 결정적으로 A씨가 범인임을 알려준 것은 흙이었다. 운전석 깔판 밑과 운전석 하부에 붙은 흙을 분석한 결과 피해여성이 발견된 하천변 토양과 일치했다. 택시 바퀴와 뒷문 문짝에 튄 흙탕물 역시 진입로에 웅덩이 성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택시 기사는 다리 밑에 그녀를 버린후 택시강도를 당한척 자작극을 벌인 것이다. 똑같아 보이는 흙…1100가지 색을 담다 흙의 성분은 어떻게 구분할까.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광물학적인 분석으로 편광현미경 등을 이용해 조암광물의 형상과 입자 상태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광물은 3000여종. 하지만 기본 구성물인 조암광물은 수십종뿐이다. 법과학은 이 조암광물을 분석하고 따라간다. 두번째는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크로마토그래프법, 열분해 분석법, X선법 등이 있다. 흙 속에 함유된 유·무기물 성분은 그것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또 그 지역에 어떤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는지 등에 따라 색상의 차이를 나타낸다. 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양은 색상에 따라 1100여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토양 감정이라고 하면 흙만을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실제 감정은 흙 속에 섞여 있는 기름이나, 유리, 비료, 농약, 심지어 섬유까지 대상으로 한다. 현장에 방울져 떨어져 있던 적하(滴下) 혈흔도 A씨 검거에 큰 역할을 했다. B양이 이미 살해를 당한 뒤 하천변에 버려졌다면 현장에는 다수의 적하혈흔이 남아 있기 힘든 상황.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현장의 혈흔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고, 피는 택시기사 A씨의 것으로 판명났다.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상처였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에 A씨는 입을 열었다. 7개월 전부터 개인택시 영업을 했지만 돈벌이가 신통치 않았다고 했다. 무리하게 택시를 구입한 데다 이전의 카드값까지 밀리면서 빚이 1억 5000만원까지 늘어나자 자기 택시를 이용해 강도짓에 나섰다고 했다. 국과원은 또 하나의 안타까운 검사 결과를 통보했다. 숨진 B씨의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그가 죽었다고 여긴 그녀가 이곳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뒤늦은 후회를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연재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현장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긴장한 범인이 현장에 남긴 대변이 결정적 증거를…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7) 여성 유린 위해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그녀가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죽은 여성이 남긴 데스노트…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치밀한 남편 ‘전류반’은 못 숨겼네 찌릿찌릿 전기충격기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두려움이 만든 ‘자기 폭력적 자살’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 용의자 중엔 없는데…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24)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4회]택시강도의 진실…흙탕물이 살인자를 지목하다
  • 정부·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량’ 합의 난항

    정부·산업계 ‘온실가스 감축량’ 합의 난항

    내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의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목표치 할당 마감 시한인 지난달 30일을 넘기고도 정부와 개별 기업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에 보다 많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제시하고,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이 곧 비용이기 때문에 목표치를 낮추려 하기 때문이다. 일단 합의안이 나오면 내년 감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기업은 시정 조치 기간을 거쳐 300만~10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또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이라는 도덕적 낙인까지 찍히게 돼 기업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2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량 할당 마감 시한이 이달 중순으로 연기된 가운데 정부의 목표관리협상팀과 471개 관리업체는 2012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산정을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산업계 “터무니없는 감축량” 지경부는 내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0.8~2.4%로 정하고 28개 산업·발전 목표관리팀이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 기업 366곳을 일일이 방문해 타협점을 찾고 있다. 하지만 철강, 자동차, 전기·전자업계 등의 대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 내년 감축 목표는 2007~2009년 온실가스 배출량 평균을 기준으로 내년 예상 성장률, 업종별 감축 계수 등을 더해서 산정된다. 산업계가 가장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배출량 평균 산정 방식이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2007~2009년에는 미국발 금융 위기로 우리 산업계 전반이 침체기였던 때이다. 당시는 매출 급감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 온실가스 배출 등이 가장 적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 자체가 불합리하다. 2008년 12월은 세계 금융 위기로 산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부닥쳤던 때라 온실가스 배출이 적었다.”면서 “이때를 기준으로 하면 내년 감축 목표량이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보다 실제는 몇 배가 넘게 된다.”고 말했다. A 철강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제시안은 2% 내외 감축이라고 하지만 실제 감축량은 2008년 대비 5%가 넘는다.”면서 “이렇게 되면 내년에 온실가스 감축 비용으로만 400억원 이상이 들게 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목표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1년 단위 목표관리제도 불만 예상 성장률과 신·증설 시설을 배출량 목표 설정에 포함하는 것도 불만이다. 산업계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변하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면서 “하지만 기업의 내년 성장률이나 시설 투자 계획 등을 어떻게 미리 확정해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할 수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첨단 정보기술(IT) 분야는 6개월 단위로 투자 계획 등을 세워야 하는데 어떻게 1년 단위로 하는 목표관리제에 맞출 수 있겠느냐.”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에 뒤처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경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끼리 업종별 감축 계수에 대한 조율도 못 하고 있어 산업계는 더욱 혼란스럽다. 산업단체 관계자는 “감축 계수가 확정되지 않아 해당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면서 “부처 간 조율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목표치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정부 목표인 온실가스 1.6%를 감축하는 데는 1500여억원이 소용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에서 거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가격(t당 3만원)으로 계산했을 경우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일본의 경우 철강업종은 온실가스 1t을 줄이는 데 20여만원이 든다는 보고서도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추가 비용 지출이 업체당 200억~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경조금·선물 기준 시절따라 ‘왔다 갔다’

    최근 청와대는 공직사회의 관행적 비위를 단속하기 위해 각 부처에 긴급지시를 내렸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유관기관에 직원의 경조사를 알리지 말라는 것. 정부 차원의 이런 대책은 내용을 약간씩 달리했을 뿐 잊힐만 하면 수면 위로 부상했던 공직기강 다잡기용 ‘매뉴얼’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이 정식 제정·시행된 것은 2003년. 그 이전에는 경조사나 금품 관련 규율을 놓고 관가의 설왕설래는 오히려 더 잦았다. 경조사에 대한 지침이 내려져 대대적 공직사회 단속이 있었던 것은 1996년. 고위간부들을 겨냥, 직위를 이용해 경조사를 알리는 행위를 금지시킨 것이 골자였다. 이후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자 1999년 6월 정부는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발표했다. 중앙부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그때 지시사항은 3급 이상 간부들에게는 아예 경조금 자체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어서 뒷말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경조사 고지 금지, 5만원 이상 선물 수수금지 등 준수항목이 당시 공직사회에서는 큰 이슈였다. 3급 이상 공무원 경조금 접수 금지에 구설이 잇따르자 정부는 곧 금지대상을 1급 이상으로 국한시켰다. 공직자 10계명이 과도하게 공직사회를 경직시킨다는 불만이 높았던 데다, 1급 이상이라도 직장 동료 간 2~3만원선의 경조금 성의는 주고받는 것이 미풍양속이라는 내부 의견들이 많았다. “축의금도 못 내고 결혼식장에 얼굴만 내밀고 돌아올 때는 뒤통수가 뜨끔뜨끔하기도 했다.”는 고위 공무원은 “2·3급 공무원들은 그 무렵 경조금을 받는 것이 허용됐는데도 주변 눈치 때문에 대놓고 알리는 풍토가 잦아들었다.”면서 “그런 분위기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따져 보면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산물인 셈이다. 내수경기를 푼다는 취지에서 관가의 선물 주고받기가 적극 권장된 시절도 있었다. 2004년 11월, 당시 이해찬 총리가 “통상적인 미풍양속 차원의 선물 주고받기는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공언하자 공직사회는 또 한동안 설왕설래했다. 공직자 선물 기준을 놓고는 올 초에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권익위가 ‘공직자 반부패 청렴성 강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3만원 이상 선물 금지행위를 강조하자 뜻밖에 불똥이 화훼농가 쪽으로 튀었던 것. 권익위 관계자는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난화분 선물에 가격제한이 없는데도 행동강령 내용이 곡해돼 알려진 바람에 화훼농가들로부터 권익위만 된통 혼이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1)경조사비

    [테마로 본 공직사회] (21)경조사비

    5만원, 3만원.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뜀박질하는 현실에서 보통사람들에게 이 액수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수치들의 상징성은 공직사회에서만큼은 각별하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게 이 액수 규정은 내심 고마운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사정도 답답한데, 한도액을 엄격히 묶어주니 다행스러울 따름”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간간이 다른 얘기도 들린다. “요즘 어디 5만원, 3만원으로 제대로 인사치레를 할 수가 있느냐?”는 조심스러운 의견들이다. 이 단위는 공직사회의 반부패, 청렴성을 대변하는 제도적 장치다. 5만원은 경조사 때 주고받을 수 있는 경조금품의 한도이고, 3만원은 직무관련자에게 받아도 되는 선물, 향응의 통상적 관례 범위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7조에는 공무원이 경조사를 통지하고 경조금(품)을 주고받는 데 대한 규정이 들어 있다.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나 직무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 다만 예외가 있다. 친족이나 현재 또는 과거에 근무했던 기관의 소속 직원에게는 통지해도 된다. 따라서 거의 모든 정부기관들은 직원들의 경조사를 내부통신망으로 알리는 게 원칙으로 통한다. 이때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 액수가 5만원이다. 단 이를 기준선으로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소속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조금품 상한규모를 정하게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관계자는 “5만원은 행동강령에서 제시한 적성선인데도 거의 대부분 정부기관들이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기관장 재량에 맡겨진 만큼 일부 공직유관단체들에서는 주사급 이하는 3만원, 사무관급 이상은 5만원으로 액수 규정이 나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행동강령’ 예외 규정 몰라 불편 호소 이 액수 규정이 나온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이 제정·시행된 2003년부터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일반 사회에서는 아주 각별한 관계자의 경조사에 달랑 5만원짜리 봉투를 전하면 민망할 수도 있겠지만, 10여년 가까이 적응되다 보니 이제는 받든 주든 솔직히 그 액수가 속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가 공직사회의 규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행정안전부의 한 사무관은 “개인적으로 꼭 특별한 성의를 보여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 액수가 민망할 때가 더러 있다.”면서 “받는 사람이 공무원 행동강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면, 구구하게 설명을 해줄 수도 없고 두고두고 찜찜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강령의 예외규정을 정확히 몰라 불편을 호소하는 공무원들도 의외로 많다. 권익위에는 현실에 맞게 경조금 상한선을 올리는 편이 낫다는 민원이 적잖이 접수되는 건 그래서다. 권익위 관계자는 “예외규정을 모르는 이들은 절친한 친구 등에게 받는 경조금도 5만원 한도액을 꼭 지켜야만 하느냐는 문의를 자주 해온다.”고 말했다. 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이 소속된 종교 및 친목단체에서 제공되는 경조금품은 기준금액을 초과해도 되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직무관련자가 아닌 친구는 이 범주에 포함돼 5만원 이상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기관의 분위기에 따라 경조사에 대한 고지 절차에도 차이가 있다. 감사원, 권익위 등 감찰기관을 포함한 몇몇 곳에서는 간부들의 경조사는 아예 고지되지 않는 게 암묵적 관행이다. 감사원의 경우 한 감사위원의 딸 결혼식을 며칠 앞둔 지난달 29일 관련 사실을 아는 내부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내부 직원은 “일반 직원들의 경조사는 고지되지만 지금까지 간부들의 경조사, 특히 그들 자녀의 혼사에 축의금을 내본 기억은 거의 없다.”면서 “특별히 그들에게만 금지규정을 두는 게 아닌데도 간부급이 되면 그런 관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봉투 한 장으로 간단히 오가는 경조금품과는 달리 공직사회에서 선물(향응) 주고받기는 생각보다 더 까다롭고 번거롭다. ●위반 사례 2003년 이후 62건 불과 행동강령 제14조에는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 부동산, 선물 또는 향응을 기본적으로는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통상적 관례의 범위(3만원)에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편의는 받을 수 있다. “승진 등 인사가 있으면 외부 지인들에게서 3만원이 넘는 난화분을 선물해도 괜찮느냐는 확인전화가 미리 걸려온다.”는 한 공무원은 “직무와 무관한 사람이라면 사실상 선물 액수 제한은 없지만, 이래저래 주변 눈치가 보여서 무조건 보내지 말라고만 얘기한다.”고 씁쓸해했다. 반면, 또 다른 공무원은 “공무 관련 외국인을 만나는 식사자리 등 3만원 규정을 상대 쪽에서 불편해하는 경우가 솔직히 많다.”면서도 “비현실적 규정이라는 내부 의견도 있지만, 그 규범에 맞추려 의식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유지되는 만큼 3만원이라는 계도액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년에 한두 차례 각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경조사나 선물 관련 행동강령 위반여부를 정기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경조사의 경우는 자체 적발 사례가 거의 없다. 권익위에 접수된 경조사 통지 및 경조금품 위반 사례는 지난해의 경우 단 9건. 행동강령이 시행된 2003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다 합해도 62건에 불과하다. 중앙부처의 한 감사담당자는 “고지 과정이 합당했는지 정도를 점검할 수 있을 뿐, 실제로 자진신고하지 않는 이상 위반사례를 찾아내서 징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5만원, 3만원의 금액 기준은 공무원들이 스스로의 행위를 단속하게 하는 선언적 의미가 사실상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중학생이 사채놀이

    중학생들이 동급생들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했다는 고소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2일 “인천 모 중학교 3학년 이모(15)군 등 3명이 동급생에게 돈을 빌려준 뒤 제때 갚지 못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등 괴롭히고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면서 “대질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문모(15)군의 부모는 “아들의 같은 반 친구들이 아들에게 6만 5000원을 빌려준 뒤 교실과 화장실 등에서 ‘돈을 빨리 갚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해 아들이 1주일마다 늘어난 이자와 원금을 포함한 33만원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이군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던 문군은 부모 통장에서 돈을 몰래 빼내 빌린 돈을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경찰 “중학생이 사채놀이한다” 고소사건 수사

     인천남동경찰서는 인천 시내 A중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급생을 상대로 사채놀이 형식의 돈놀이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 수사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아들을 상대로 동급생 2∼3명이 돈을 빌려 준 뒤 제때 갚지 않을 경우 폭력을 휘두르는 등 괴롭혀 왔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시켰다.”며 “가해 학생과 피해자의 주장이 서로 달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B군의 학부모는 소장에서 “3학년생인 아들이 지난 4월 C군 등 같은 반 친구 3명으로부터 6만 5000원을 빌렸지만 제때 갚지 못해 1주일마다 늘어난 이자와 원금을 포함해 33만원을 갚았다.”고 밝혔다.  돈을 갚지 못해 괴롭힘을 당하던 B군은 부모 통장에서 돈을 몰래 빼내 C군 등에게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학부모는 “그동안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겨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온실가스 감축량 강제할당제 앞두고 산업계 비상

     내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의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목표치 할당 마감시한인 지난달 30일을 넘기고도 정부와 개별 기업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제시하고,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이 곧 비용이기 때문에 목표치를 낮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일단 합의안이 나오면 내년 감축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기업은 시정조치 기간을 거쳐 300만~10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또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이라는 도덕적 낙인까지 찍히게 돼 기업으로써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2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량 할당 마감시한이 이번 달 중순으로 연기된 가운데 정부의 목표관리협상팀과 471개 관리업체는 2012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산정을 위한 막판협상을 벌이고 있다. 터무니없는 감축량에 산업계 반발  지경부는 내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0.8~2.4%로 정하고 28개 산업·발전 목표관리팀이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기업 366곳을 일일이 방문해 타협점을 찾고 있다. 하지만 철강, 자동차, 전기·전자업계 등의 대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  내년 감축목표는 2007~2009년 온실가스 배출량 평균을 기준으로 내년 예상 성장률, 업종별 감축계수 등을 더해서 산정된다.  산업계가 가장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배출량 평균 산정 방식이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2007~2009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 산업계 전반이 침체기였던 때이다. 당시는 매출급감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 온실가스 배출 등이 가장 적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 자체가 불합리하다. 2008년 12월 세계 금융위기로 산업계 전반이 어려움에 부닥쳤던 때라 온실가스 배출이 적었다.”면서 “이때를 기준으로 하면 내년 감축 목표량이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보다 실제는 몇 배가 넘게 된다.”고 말했다. A 철강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제시안은 2% 내외 감축이라고 하지만 실제 감축량은 2008년 대비 5%가 넘는다.”면서 “이렇게 되면 내년에 온실가스 감축비용으로만 400억원 이상이 들게 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목표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 업종별 감축계수 확정 못 하고 우왕좌왕  예상 성장률과 신·증설 시설을 배출량 목표설정에 포함하는 것도 불만이다. 산업계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변하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면서 “하지만 기업의 내년 성장률이나 시설 투자계획 등을 어떻게 미리 확정해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할 수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첨단 정보기술(IT) 분야는 6개월 단위로 투자계획 등을 세워야 하는데 어떻게 1년 단위로 하는 목표관리제에 맞출 수 있겠느냐.”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에 뒤처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경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끼리 업종별 감축계수에 대한 조율도 못하고 있어 산업계는 더욱 혼란스럽다. 산업단체 관계자는 “감축계수가 확정되지 않아 해당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면서 “부처 간 조율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목표치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정부 목표인 온실가스 1.6%를 감축하는데 1500여억원이 소용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에서 거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가격(t당 3만원)으로 계산했을 경우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일본의 경우 철강업종은 온실가스 1t을 줄이는데 20여만원이 든다는 보고서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철강기업들은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추가 비용지출이 업체당 200억~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지방대 출신 두번 울리는 ‘취업 물가’

    지방대 출신 두번 울리는 ‘취업 물가’

    지난 2월 부산대를 졸업한 최나경(23·여·부산 동래구)씨는 지난 28일 입사 지원한 기업으로부터 “서류전형에 합격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이내 걱정이 앞섰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이른바 ‘상경 면접’을 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최씨는 지난 6월까지 11차례에 걸쳐 서울에서 입사 면접을 보느라 300만원가량 쓴 경험이 있어서다. 최씨는 “몇몇 대기업은 지방에서 면접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울에서 면접을 실시한다.”면서 “올 들어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 물가가 많이 뛰었고 여성 취업 준비생의 경우 옷값, 미용비 등 지출 규모가 더 크다.”고 말했다. 취업 시즌을 맞아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깊다. 가파른 물가 탓에 면접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대 출신의 경우 서울서 면접을 치르는 데 소요되는 교통비와 숙박비 등이 크게 올라 부담이 만만찮다. 대체로 한 번 상경해 면접을 보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20만~30만원이다. 최씨가 한번 올라올 때마다 지출한 비용은 27만 9000원이다. 교통비 10만 4000원(서울~부산 KTX 왕복), 숙박비 5만 5000원, 식비 3만원, 미용실 5만원, 기타 잡비 4만원이다. 최씨는 “올 초 졸업 후 첫 면접에서는 비즈니스 호텔을 이용했는데 너무 비쌌다.”면서 “다음 면접 때는 저렴한 가격의 모텔이나 찜질방에서 잘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실무면접에 합격해 경영진 면접을 보게 되면 40만~50만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최씨는 앞으로 치를 면접을 위해 72만원짜리 정장(원피스 29만원, 재킷 35만원, 바지 8만원)과 14만원짜리 구두를 장만했다. 여성 지원자는 면접에서 외모와 첫인상이 중요시되는 게 현실이라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남성 취업준비생도 사정은 다를 게 없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4학년 김두영(26)씨는 최근 서울서 가진 기업 면접에 20만원 가까이 썼다. 교통비 10만원, 숙박비 3만 5000원, 미용실 1만원, 식비 2만~3만원이 들었다. 김씨는 “지난 1학기 때 6군데 면접을 보고 200만원 정도를 썼다.”면서 “일부 대기업의 경우 교통비를 보전해 주기도 하지만 2만~3만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의류비, 미용비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여성 정장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현재 취업 면접용 정장 가격은 50만원 안팎으로 불과 1~2년 사이에 10만~15만원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비용도 지난해보다 대략 5000~1만원 정도 인상됐다. 취업 준비생 김모씨는 “실무면접이라도 지역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실시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강원 새달 가을축제 활짝

    강원 새달 가을축제 활짝

    “송이축제를 시작으로 마가목축제, 오징어축제, 커피축제, 억새꽃축제, 한우축제까지….” 10월의 문턱, 강원도 곳곳에서 가을맞이 축제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우선, ‘천년의 향!’을 주제로 강원 양양송이축제가 29일 오전 산신제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새달 3일까지 양양 남대천과 주변 송이산지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외국인 송이 현장체험과 내국인 송이보물찾기, 송이 생태견학 등 송이를 주제로 한 현장체험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하루에 두 차례씩 송이산지에서 개최되는 외국인 현장체험에는 일본인 등 300여명이 이미 참가신청을 마쳤다. 외국인들은 채취 송이 1개씩을 가져갈 수 있다. 축제기간 송이주제관과 표고버섯 전시장, 송이가공식품 홍보관, 양양송이 직거래장터를 운영하며 송이탁본뜨기, 오산리선사유적 발굴체험, 송이룰렛 등 체험행사와 송천떡, 송이요리, 낙산배, 송이가공식품 등을 시식하고 판매하는 행사장도 마련했다. 새달 3일까지 강릉 주문진에서는 오징어축제가 열린다. 최근 어획량이 늘면서 20마리 한 축의 위판가격이 종전 6만∼9만원에서 3만원대로 크게 내려 축제가 성황을 이룰 전망이다. 인제군 백담사 용대리에서는 새달 1~ 2일 ‘백담꽃마을 마가목 2011 문화축제’가 열리고, 2~3일에는 서화면 서화·천도리 일대에서 ‘2011 인제DMZ평화생명 문화제’가 열린다. 춘천국제연극제도 1~9일 춘천 일원에서 펼쳐진다. 올해 13회째인 춘천국제연극제는 인도, 러시아, 일본 등 국외 참가팀과 국내 참가팀 14개 단체의 공연이 춘천문화예술회관과 봄내극장, 몸짓극장 무대에 오른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연극리뷰] 극단 ‘마방진’의 ‘들소의 달’ - 폭력의 악순환

    [연극리뷰] 극단 ‘마방진’의 ‘들소의 달’ - 폭력의 악순환

    구양수.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죽기 직전까지 상처를 받고 폭력에 시달리다 정신이 이상해진 불쌍한 남자다. 그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며 연극 ‘들소의 달’은 전개된다. 1968년 봄, 엄마는 개장수와 떠났다. 1970년 탁구장, 양수는 한 동성애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1974년, 군인인 아버지가 양공주를 데리고 왔다. 1980년 5월 광주, 양수는 전자오락을 하러 가던 도중 시민군으로 오해받고 심한 고문을 받는다. 1982년 군대, 봉와직염을 앓는 이병 양수의 양말을 병장이 훔쳐간다. 양수는 하나밖에 없는 양말을 훔쳐간 병장을 벽돌로 찍어 내린다. 그리고 영창을 산다. ●죽기직전까지 폭력으로 상처받은 남자의 인생궤적 양수는 사회에 나와서도 여자친구 선녀의 옛 남자친구를 벽돌로 찍어 내린다. 세상이 그에게 가하는 다양한 농도의 폭력에 시달리던 양수는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던 양수는 들소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또 어릴 적부터 즐겨온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 속의 악랄한 인베이더들이 지구를 멸망시킬 거라 믿는다. 그들로부터 아내 선녀를 지키고자 양수는 몸부림친다. 그러나 그를 미치광이라고 여기는 선녀에 의해 죽고 만다. 분노로 가득찬 양수의 정신세계에는 야생동물의 천국, 아프리카의 ‘아카방고’가 존재한다. 그 안에 들소가 있다. 그는 위험한 사자로부터 들소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들소는 떼를 지어 산다. 무리에서 벗어나면 금세 먹잇감이 된다. 양수가 들소에게 집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에서 도태된 양수는 세상의 먹잇감이 됐고, 살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더욱 자신만의 정신세계에 존재하는 들소들에게 무리에서 이탈하면 큰일난다고 소리친다. 연극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는 뜬금없이 등장하는 막간극에 함축적으로 녹아 있다. 사슴 모자(母子)가 넓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다가 난데없는 비극을 맞는다. 슬금슬금 기어나온 사자 한 마리가 그들을 위협했고, 새끼 사슴은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어미 사슴은 사자를 노리다 갑자기 목표물을 변경한 포수의 총에 맞아 죽는다. ●아프리카 밀림 먹이사슬… 희화화된 폭력 관객들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약자, 사슴 모자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하지만 이때, 연극은 사슴도 가해자였노라고 관객에게 말한다. 관객이 잊고 있었던 존재, ‘풀’을 사슴이 죽였기 때문이다. 여기 또 하나의 피해자가 있다. 사자 엉덩이에 붙어 있다 죽은 ‘똥파리’다. 사자가 포수의 총소리에 놀란 순간, 똥파리는 사자 꼬리에 맞아 죽는다. 극단 ‘마방진’(대각선 각 방향의 합이 모두 같은 정방행렬에서 따온 말로, 한 사람의 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의 고선웅 연출은 ‘풀→사슴→사자→포수’라는 먹이사슬에 ‘똥파리’가 추가된 이 장면을 통해 폭력의 악순환을 희화화했다. 지난해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10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3만원. (02)3668-0029.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고용부가 ‘고용 차별’

    고용노동부의 한 지청 고용센터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는 이모(52)씨는 처음 입사했던 1998년부터 현재까지 13년째 취업알선과 실업급여 등 고유(상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고용부 무기계약직 관리규정에는 사무원들이 보조업무를 담당하도록 돼 있지만, 공무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그는 입사 초기에는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지금은 정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정년 57세)으로 일하고 있다. 200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8월 19일자로 내부직원 사기진작을 내세워 이들의 명칭을 ‘행정보조원’에서 ‘사무원’으로 바꿨다. 하지만 기존 정규직에게 지급하는 상여금과 가족수당, 교통비, 식대 등은 제외됐다. 임금 인상도 전혀 없었다. 기획재정부가 동종업종인 사무원들에게 명절상여금 100%, 매달 교통비 12만원과 급식비 13만원, 가계지원비 등을 지급하는 것과 명백히 차이가 난다. 지난 9일 고용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유사·동종업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할 것을 담고 있지만, 주무부서인 고용부는 정규직인 무기계약직마저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 대해 지난 1일 고용부는 각 지청 소속 고용센터에 이채필 장관 명의로 “공무원 외 직원들의 채용 목적에 맞게 업무분장을 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채용 목적에 맞는 업무분장이란 사무원 등에게 서류편철과 전화응대 등 보조업무만을 전담토록 하라는 뜻이다. 이들은 같은 무기계약직인 직업상담원과 비슷한 고유업무를 하고 있지만, 고용부의 이번 조치로 보조인력으로 격하될 처지에 놓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 센터에서는 사무원 가운데서도 고유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무원은 원래 상시적인 보조를 위해 채용한 인력”이라면서 “업무분장을 채용 목적에 맞게 구분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금융지주 회장들 “아차차”

    금융지주 회장들 “아차차”

    금융지주 회장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최근 자사주(자기 회사 주식) 투자 실적이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로 주가가 연일 폭락했던 지난달 초, KB·우리·신한 등 국내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의욕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싼값에 주식을 사서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리는 ‘저가 매수 효과’를 기대한 것. 그러나 노련한 금융 전문가인 이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이달 들어 유럽 및 미국 주요 대형은행들이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주는 코스피 지수 하락률(9.74%)의 2배에 육박하는 17.82%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주 회장들의 자사주 수익률도 최고 마이너스 30%까지 떨어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3명은 자사주 투자로 모두 8억 1803만원의 손실을 봤다. 올 들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던 어 회장의 손실액이 4억 7215만원으로 가장 컸다. 그의 연봉이 15억원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3분의1가량을 주식 투자로 까먹은 셈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어 회장은 같은 해 9월 30일 KB금융의 주식을 2000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11번에 걸쳐 모두 3만 770주를 샀다. 특히 주식시장이 출렁였던 지난달에만 1만 2560주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 가격은 4만 9944원이었으나 지난 23일 기준 주가가 3만 4600원까지 떨어져 수익률은 마이너스 30.7%였다. 우리금융의 이 회장은 2008년 취임 이후 2~3개월마다 적게는 1000주에서 많게는 6000주의 자사주를 꾸준히 사 모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0%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번번이 무산되고 금융위기 재발 우려까지 겹치면서 23일 기준 수익률이 마이너스 28.2%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신한금융의 한 회장은 5월부터 석달 동안 1만 2430만주의 자사주를 샀는데 원금의 24%를 잃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0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다만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등 지주 임원 6명이 지난 한달간 9280주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주가 하락에 따라 13.8%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자사주 투자가 신통치 않은 것에 대해 담담한 반응들이다. 우리금융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이 잠재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도 주가가 안 오르다 보니 안타까운 심정에서 자사주에 투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단기 투자 수익을 노리고 자사주를 사진 않는다.”면서 “최고경영자로서 주주들에게 책임 경영의 의지를 보여 주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대출억제 풍선효과 사채시장으로

    대출억제 풍선효과 사채시장으로

    경기 고양시에 사는 진모(35·여)씨는 지난 7월 가계대출 억제 정책 때문에 은행뿐 아니라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못 받았다. 부랴부랴 100만원을 대출받은 곳은 결국 불법사채업체였다. 수수료와 선이자를 떼고 받을 돈은 60만원. 하루 이자는 3만원. 진씨는 보름 후에 60만원을 마련했지만 이자만 갚았을 뿐 원금은 갚지 못했다. 진씨는 “집까지 와서 행패를 부려 결국 경찰에 신고해 불법사채에는 이자를 안 주는 것으로 해결했다.”면서 “서민들은 소액 대출을 받을 곳이 없어져 힘들다.”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가 계속되면서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햇살론 제도 개선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다. 25일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88개 등록 대부업체의 가계대출 신규대출 현황은 지난 6월부터 꾸준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6월 5491억원이었던 대출액은 7월에는 4945억원으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4703억원으로 더 감소했다. 대출승인율도 평균 16%에서 7월 이후 8%로 낮아졌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 억제로 대부업계로 대출이 쏠리지 않도록 가계 대출 억제에 동참하는 것”이라면서 “최고금리를 44%에서 39%로 줄인 점과 8개 대형 업체들이 케이블TV 광고횟수를 한달에 6만 7000회에서 4만회까지 줄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업체까지 가계 대출 억제에 동참하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에 탈락한 개인신용등급 5~6등급의 고객들은 저축은행과 캐피털 업계로 발길을 돌린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에 실패한 7등급 이하 고객들은 대부업체로 발길을 옮겼다가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서 우량 고객인 5~6등급 고객이 많아지면서 회사로서는 고객 구조가 안정적이 됐다.”면서 “하지만 하위 등급에서 대출에 탈락한 사람들은 무등록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사채 이용이 늘면서 대부금융협회는 불법사채단속반 ‘사파라치’(사채업자+파파라치)를 운영할 정도다. 이달부터 미등록 대부업자가 영업하는 불법사채업자를 신고하면 1명당 10만원, 최대 3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최근 3년간 4500개 등록대부업체들이 등록증을 반납하고 폐업했는데 이들이 사채업자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들어 일부 지방은 이미 불법사채업자들이 대출업계를 장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채업자들의 평균대출금리는 연 200~1000%로 100만원을 빌려주면 일주일마다 10만~20만원을 떼가는 실정이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이모(42·여)씨는 “지난 6일 제도 금융권에서 대출이 되지 않아 100만원을 대출받고 45만원을 선이자로 떼였다.”면서 “16일에는 상환기간을 10일 연장하는 조건으로 이자만 45만원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부터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연 이자 11~14%)의 대환대출규모를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보증 비율(85%)은 늘리지 못해 제2금융권에서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대출실적도 출연금 규모(2조원)에 3000억원이나 모자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 “가계 대출 총량 규제를 안 하겠다. 연착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금융기관이 대출 억제 기조를 만들어 둔 상황에서 금융위기 상황을 볼 때 대출을 풀기 쉽지 않다.”면서 “적어도 올해까지는 대출 억제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0)성과평가제

    [테마로 본 공직사회] (20)성과평가제

    승진과 보수는 공무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공무원봉급 인상률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이나 연말 성과평가를 앞두고 사무실마다 업무실적 자료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과평가 결과가 보수로 반영되는 2~3월이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과천정부청사 등 관가에는 묘한 찬 바람이 분다. 평온한 듯하면서도 같은 부서에서도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뒤숭숭한 기류가 흐른다.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서기관급 공무원은 “동료에게 술 한 잔하자는 말도 섣불리 꺼내기 어려울 때가 있고 때로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작은 다툼도 일어나곤 한다.”고 곤혹스러운 분위기를 넌지시 전했다. 1999년 도입돼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는 공무원 성과평가제의 공과를 짚어본다. ●공직사회 생산성 향상 위해 도입 성과상여금제도는 뿌리 깊은 연공서열 보수 체계의 관행을 깨고 공직사회에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1999년 국민의 정부가 100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도입했다. 초기엔 3급 이하 공무원이 대상이었다. 근무성적평가 결과에 근거해 네 등급으로 나눈 뒤 상위 50%에게만 기본급의 50~200%에 해당하는 성과상여금을 차등 지급했다. 공무원 절반은 상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셈이다. 1995년부터 특별상여수당제도를 만들어 상위 10%에게 지급하긴 했지만 사실상 처음으로 전면 시행됐기에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거렸음은 물론이다. 이후 점점 적용대상이 확대돼 장·차관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무원이 대상이 된 상태다. 지급률 격차도 초기엔 150%→110%→100% 등으로 보수적으로 운영하다 성과상여금 제도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격차를 다시 늘려 현재 230%에 이르고 있다. 성과상여금제는 현재 42개 중앙기관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올해 국가일반직 공무원 31만 1091명을 대상으로 한 성과상여금 예산으로 1조 30억원이 편성됐다. 46만 4952명의 공·사립 교원 성과상여금 1조 2042억원을 포함하면 성과상여금 예산총액은 2조 2072억원이다. 성과상여금 지급 비율, 범위 등은 모두 정부 표준안일 뿐 부처별로 자율적으로 정한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국토해양부 등 24개 기관은 최하위 등급에도 성과상여금을 지급했고, 행정안전부 등 18개 기관은 지급하지 않았다. 표준안에 따르면 5급의 경우 상위 20%인 S등급은 593만 7000원을 받고, 그 다음 30%까지인 A등급은 413만원, 그 다음 40%에 이르는 B등급은 232만 3000원, 하위 10%인 C등급의 성과상여금은 ‘0원’이다. 9급 공무원의 경우도 최대 296만 7000원(S등급)에서 116만 1000원(B등급)까지 차이가 난다. 박봉의 공무원 월급 수준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액수다. ●고공단 대상 연봉제 ‘이란성 쌍둥이’ 연봉제는 성과상여금제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와도 같다. 1999년 정무직과 1~3급 국장급을 대상으로 시행됐다가 2005년 3~4급 과장급에까지 확대돼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봉제 운영도 유형을 나눠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대통령,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고정급 연봉제다. 고위공무원단(이하 고공단)은 성과계약을 맺은 뒤 성과목표 달성도 등 개인실적 평가와 부서실적 평가, 직무수행능력 평가 등을 통해 1~4개 등급으로 나누는 직무성과급적 연봉제가 적용된다. 성과급은 5급 이하든 이상이든 일시불로 지급된다. 고공단의 경우, 전년도 성과급 규모에 따라 다음해 연봉산정에 유불리가 생길 수 있어 부담이 더하다고 볼 수 있다. 고공단 ‘가’급인 실장급의 경우 최상위 20%에 해당하는 S등급은 지급기준액의 15%, A등급은 10%, B등급은 6%를 받는다. 돈으로 환산해보면 1207만원부터 483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역시 하위 10%인 C등급은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한다. 여기에 2년 이상 C등급을 받을 경우 적격심사 대상이 돼 자칫 고공단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핵심성과 파악 위한 신뢰성 갖춰야 고공단 성과평가는 도입 당시 절대평가 방식이었다. 상급자와 맺은 성과계약에 따라 업무 목표를 연말에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봤다. 하지만 아랫사람을 돌보려는 온정주의와 적격심사에 대한 부담감 등이 맞물려 전반적으로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생겼다. 2006년과 2007년 80% 가까운 평가대상자들이 A등급 이상을 받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부터 S등급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C등급 이하는 최소 10% 이상이 되도록 상대평가 방식으로 성과평가 규정을 바꿨다. 신영숙 행정안전부 성과급여기획과장은 “성과평가 규정을 바꾼 뒤 관대화 경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큰 오류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OECD 조사 결과, 성과평가와 성과급의 활용은 각각 8위, 10위 수준으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성과평가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13년째를 맞아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지난해 성과평가의 경우, 관세청 등 3개 부처에서 33건의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자신이 받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이 중 26건이 받아들여져 상향 조정됐다. 행안부 소속의 한 사무관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평가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교 평가되는 게 불쾌하고, 결과에 수긍하지 않더라도 내가 더 나은 실적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가만히 있는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피평가자와 소통을 통한 제도 개선이 더욱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수재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평가지표 등 형식적으로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핵심성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상여금 외에도 승진, 연수 확대 등 평가 활용의 방식을 다양하게 보완해 피평가자들에게 실질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