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 건물 더미속 “살려달라”
올해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인 파키스탄 지진은 50여년 동안 인도-파키스탄간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영토 분쟁지역… 군인들 피해 속출
파키스탄 군 대변인은 9일 사망자 1만 9136명 가운데 1만 7155명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은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면서 “히말라야 지역의 몇개 마을들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영토분쟁 때문에 배치돼 있던 군인 215명도 희생됐다.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는 진앙지와 가까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중심도시인 무자파라바드는 전체 가옥의 절반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북서프런티어 주의 도시 만세라에는 학교 2개가 붕괴돼 400여명의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수업시간중에 지진이 발생해 건물안에 있던 학생들의 희생이 컸다. 지역마다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수백여명이 그대로 땅에 묻혔다.
로이터통신은 “살려주세요. 엄마, 아빠를 불러주세요.”란 어린학생들의 아우성이 붕괴현장서 들려왔으나 여진으로 건물더미속의 학생들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해왔다.
한편 아내를 잃은 하지 파잘 일라히는 “가옥과 바위들이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을 봤다.”면서 “심판의 날이 온 것 같았다. 종말이 온 듯했다.”고 술회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0층짜리 아파트가 붕괴돼 이집트인 1명과 일본인 2명을 포함, 적어도 1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쳤다.
또 인도령 카슈미르에서도 군인 39명을 포함,360여명이 숨지고 900여명이 다쳤다고 인도 관리들이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잘랄라바드에서 집의 벽이 무너지면서 소녀 1명이 희생됐다.
●늦어지는 복구, 국제사회 지원 이어져
파키스탄은 군과 행정기관을 총동원했지만 밤새 비까지 내리면서 산사태와 도로 유실로 피해지역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장비 지원이 늦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막대기와 맨손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치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수십명의 생존자가 구출됐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건물에 깔려 부상이 심각한 상태다.
AFP통신은 카슈미르 주민이 대부분 빈곤층인데다 분쟁 속에서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흙으로 만든 4,5층짜리 건물이 대부분인데 지진에 아주 취약하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유럽연합은 우선 300만유로(약 38억원)를 파키스탄에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은 60명의 구조 전문가들과 구호용품, 일본은 50명으로 구성된 구호팀을 보냈다.
프랑스, 터키, 그리스, 스위스 등도 인력을 파견했다. 미국은 10만달러의 자금과 인력 지원을 약속했다.
유엔은 재난조정관 8명을 9일 이슬라마바드에 파견, 세계 각국의 구호를 총괄하도록 했다. 사망자 수가 3만명이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부터 3일 동안을 국가적 애도 기간으로 공포했다.
최초 지진 발생 이후 지금까지 45차례의 여진이 계속된 가운데 이날 오후 진도 6의 강력한 여진이 다시 일어났다고 파키스탄 기상청장은 밝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옥외로 다시 대피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이 전했다.
장택동기자 외신종합 taeck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