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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전 ‘망명녀’ 다시 잇다

    100년 전 ‘망명녀’ 다시 잇다

    신랄하고 리듬감 넘치는 근대 여성 작가 김말봉의 이야기를 한 세기 뒤의 여성 작가인 박솔뫼가 이어서 썼다.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말씨도 어휘도, 심지어 그들이 서 있는 마음의 풍경조차도 크게 다르다.‘기도를 위하여’(작가정신)는 출판사의 프로젝트인 ‘소설, 잇다’의 네 번째 책이다. 근대와 현대의 여성 작가를 한 명씩 선정한 뒤 이들의 소설을 한 권의 책에 담아서 읽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선배가 쓴 소설의 뒷이야기를 후배가 상상력을 발휘해 이어 나가는 방식이다. “나를 흉악한 구렁에서 건져낸 은인에게 머리를 베어 신이라도 삼아 바쳐야 할 윤숙이에게 이렇게 쓴잔으로 갚아야 되는가 어디 남자가 없어서 하필 윤숙이의 애인을 빼앗게 되는고……”(‘망명녀’, 44쪽)김말봉의 데뷔작 ‘망명녀’는 박솔뫼의 ‘기도를 위하여’로 이어진다. 담배와 모르핀에 중독된 명월관 기생 최순애는 친구 허윤숙의 도움으로 구렁텅이 같은 삶에서 빠져나올 계기를 얻는다. 그러나 이미 흐트러진 생활의 기강을 혼자서 다잡는 건 어려운 일. 그러던 순애는 별안간 윤숙의 애인 윤정섭이 설파하는 공산주의 사상에 매료되고, 자연스레 그에게도 이끌린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떠오르는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 순애는 정섭과 결혼을 맹세하고 그와 함께 나라에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둘의 결혼식 날 정섭은 순애에게 소포를 보내는데, 어떤 위험한 물건을 전해 달라는 내용이다. 박솔뫼는 감옥에 갇힌 순애와 정섭이 ‘옥중 혼례’를 치른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이번에도 윤숙의 도움으로 순애는 감옥을 빠져나오지만, 목숨을 오래 부지하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하지만 죽은 순애는 이내 산 사람의 세계로 넘어오고 순애의 혼과 윤숙, 정섭은 한자리에 눕는다. 셋은 각자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단편과 장편을 넘나들며 활약한 김말봉은 개성이 뚜렷한 필치에도 불구하고 문학사에서 좀처럼 제대로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 그는 당대 어느 문학평론가가 소설을 왜 쓰느냐고 묻자 대뜸 “돈 벌려고 쓰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누가 뭐래도 소설은 재밌어야 하고 널리 읽혀 독자들에게 선의의 감동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설은 철저히 대중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철칙을 지켰던 그는 현실에서도 대중 안에 있었다. 3·1운동 때 시위대 맨 앞에 있다가 구금됐으며, 해방 후에는 공창 폐지 입법화에도 앞장섰던 대가 센 여성 운동가다. ‘망명녀’ 외에도 김말봉의 걸작 단편 ‘고행’과 ‘편지’도 실려 있다. 특히 ‘고행’은 읽고 있으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좀체 참을 수 없을 정도다.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아내를 속이고 내연녀 ‘미자’의 집으로 간 주인공 남성. 그러나 미자와 절친한 사이인 그의 아내도 때마침 미자네 집으로 찾아온다. 결국 알몸으로 벽장에 숨어서는 아내가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린다. 하필 수박을 한 접시 먹고 거기다가 맥주까지 마신 그는 밀려오는 요의에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힘껏 오줌을 참으면서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을 합리화하는 그의 모습은 애잔하기 짝이 없다. “그래 남자가 오입 좀 하였기로서니 어떻단 말이야. 세계를 정복한 나폴레옹의 궁중 생활은 어떠하였으며 더구나 진시황은 삼천 궁녀를 그리고 솔로몬 왕은 일천 왕비를 두지 않았는가. 남자가 이렇게 담이 없고 기분이 없어 어디다 써?”(‘고행’, 82쪽)
  • [사설] 선거구 쇼핑에 옥중 창당까지, 국민이 우습나

    [사설] 선거구 쇼핑에 옥중 창당까지, 국민이 우습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그제 경기 성남중원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1년간 ‘30여년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출신’이라며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해 왔고 지난 11일 출마 회견도 했다. 공천 가능성이 낮아지자 2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다른 선거구로 출마하겠단다. 선거구 쇼핑이 따로 없다. 성남중원 국회의원은 비이재명계인 같은 당 윤영찬 의원이다. 얼마 전까지 친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출마를 준비했으나 성희롱 논란이 터지면서 출마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에 탈당을 준비하던 윤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30분 전에 잔류를 결정했다. 이 의원은 “성남을 지키는 것은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며 이재명 대표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진짜 친이재명계라고 강조한 것이다. 성남중원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더욱 가관은 옥중 창당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3월 1일 가칭 정치검찰해체당을 창당해 제2의 3·1운동정신으로 싸워 갈 것”이라고 했다. 3·1운동에 대한 모독이다. 그는 “민주당의 우당으로 민주당을 견인하겠다”고 했는데, 위성정당으로라도 정치 생명을 이어 가겠다는 꼼수일 뿐이다. 거야인 민주당은 유불리를 따지느라 선거제 당론을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위성정당에 힘을 싣고 있다. 이는 자신의 대선공약인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에 반하는 말이다. 4년 전 준연동형제 도입으로 탄생한 위성정당은 막장 정치 흑역사를 보여 줬다. 공직 부적격자의 국회의원 당선, 국회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논란 등이 그 예다. 민주주의의 꽃인 총선이 코미디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 ‘구속 수감’ 송영길, 구치소서 창당 선언…“민주당 자극, 견인하겠다”

    ‘구속 수감’ 송영길, 구치소서 창당 선언…“민주당 자극, 견인하겠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옥중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가칭 ‘정치검찰해체당’이다. 22일 송 전 대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27일 광주광역시에서 중앙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7개 지역에서 시·도당 발기인대회를 진행한다. 최종 중앙당 창당대회는 3월 1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전날 송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검찰해체당은 제2의 3·1운동 정신으로 싸워갈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우당으로 민주당을 자극,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무너져가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윤석열·한동훈 검찰범죄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무너뜨리는 선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 전 대표는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 교가 개정 등 ‘학교 일제 잔재 청산’ 나선 충남교육청

    교가 개정 등 ‘학교 일제 잔재 청산’ 나선 충남교육청

    교가 개정·교포 변경 등 ‘일제 잔재 지우기’역사의식 함양 ‘독립유공자 학교’ 알리기 1939년 개교한 충남 천안의 보산원초등학교 교가가 지난해 8월 교체됐다. 학생·학부모·동창회 등 교육 가족의 동의를 거쳐 노랫말과 멜로디를 모두 바꿨다. 친일 경력의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8일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18년부터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에 나섰다. 도교육청이 학교 내 일제 잔재 조사 결과 도내 24개교에서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이 작사·작곡한 교가를 사용했다. 교내 일본인 학교장 사진이 게시된 곳도 29개교에 달했고, 학생 생활 규정 중 일제 잔재가 남아있는 징계 항목도 100개교에서 확인됐다. 도교육청은 2020년까지 ‘1기 일제 잔재 청산’으로 학교 내 일본인 교장 사진과 4개교에 설치된 일제식 머릿돌을 모두 철거했다. 징계 항목에 ‘동맹휴학’·‘백지동맹’ 등의 용어를 사용한 100개교의 학생 생활 규정은 교육 가족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했다. 4개교에서는 친일 행위 경력자가 작사·작곡한 교가가 개정됐다. 2기(2021~2023년) 일제 잔재 청산에서는 서천여자정보고 등 4개교에서 친일 행위 경력자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개정했다. 논산 양촌초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가 연상되는 학교 휘장인 교표를 변경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독립운동 역사 계승과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을 위해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학교에 ‘독립유공자’ 학교 현판을 설치하고 있다. 논산의 강경중앙초와 천안의 목천초 등 54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14개교에 독립유공자 학교 현판이 설치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일제 잔재어 청산을 위해 ‘한글사용 책임 관제’나 ‘이끎 학교’ ‘우리말 우리글 꿈 잔치’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지철 교육감은 “충남의 학생들이 독립운동의 가치를 기억하고 그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본받아 미래 세대의 당당한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 작품이 되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 작품이 되다

    안경신(1888~?)과 현미옥(1903~1956?). 생소한 이름의 두 사람은 독립운동사에서 많이 조명받지 못한 인물들이다. 수많은 서사에 가려있던 이들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최근 두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한 연극이 연달아 무대에 올랐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돼 지난 14일 공연을 마친 ‘언덕의 바리’, 오는 2월 1일까지 선보이는 ‘아들에게: 미옥 앨리스 현’이 그것이다. ‘언덕의 바리’는 ‘여자폭탄범 안경신’의 이야기를 한국 대표 신화 중 하나인 바리데기와 엮어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안경신은 1888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출생한 인물로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평양에서 군중을 선동해 만세를 부르다 체포된 이력이 있다. 1920년 8월 3일 평안남도 경찰국 청사 폭탄 투척 사건을 일으켜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10년형으로 감형됐고 7년이 되던 해 가출옥해 친오빠의 집으로 갔다는 기록 이후로 행방이 묘연하다. 바리공주는 한국 신화에서 대표적인 신이자 영웅으로 무당들의 조상으로 대접받는 존재. ‘바리의 언덕’은 바리라는 신화적인 존재와 안경신이 감옥에서 출소해 아들을 만났고 세상으로부터 사라진 지점을 신비롭게 결합했다. 제목에 맞춰 원래 관객들이 앉아야 하는 객석은 언덕이 됐고 관객들은 무대 바로 옆을 둘러싼 객석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구조였다.“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해요”라는 대사처럼 경신은 겉보기보다 심지가 독한 사람이다. 당대 시대상으로는 약자인 여성이지만 강한 면모를 드러내는 공통점이 바리와 경신을 이어준다. 독립운동에 투신한 그는 임신한 몸으로 폭탄 테러를 준비한다. 임신한 경신이 아들이 혹여 예정보다 일찍 나올까 몸을 꽉 조여 맨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무한한 축복을 받아야 하는 새 생명마저 축복하지 못하는 비극적 시대상, 어미로서 죽을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했던 경신의 독기가 서늘하게 다가온다.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며 강렬히 열망하는 무언가를 위해 헌신하는 경신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초 끝에 매달린 불꽃처럼 위태롭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살아가는 삶에서는 어떤 숭고함도 느껴진다. 김정 연출은 “안경신은 폭탄 투척에 실패한 뒤 자취를 감췄다는 점에서 성공하지 못한 독립운동가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그의 강렬한 열망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니멀한 무대를 한 여성의 서사가 꽉 채우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아들에게’는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중국, 일본에서 공부했으며 중국, 러시아, 미국을 오가며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을 했던 현미옥(앨리스 현)의 이야기이다. 치열한 삶을 살았으나 공산주의자였기에 결국 남한과 미국에서는 설 곳이 없었고 북한에서는 미국 간첩 혐의로 죽은 경계인의 삶을 그렸다. 작품은 1956년 함경북도 청진 해안에서 미옥이 즉결심판으로 바다에 던져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디선가 나타나 기자로 칭한 인물인 박기자가 미옥의 삶을 취재하면서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현미옥은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현순(1880~1968) 목사의 딸로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부친을 따라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며 여운형, 박헌영과 친분을 쌓았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넘나들며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활동을 펼쳤다. 해방 뒤엔 남한에서 미군 군무원으로 일하다 공산주의자로 찍혀 미국으로 추방됐다. 1949년 아들이 의사로 일하던 체코를 거쳐 북으로 건너가 조선중앙통신, 외무성 등에서 일하다 박헌영이 ‘미 제국주의 간첩’으로 기소됐을 때 간첩 활동 매개자로 지목돼 처형당한다.‘아들에게’는 몇 줄 글로 빠르게 요약되는 그의 삶을 아주 상세히 풀었다. “죽은 정신으로라도 이 길을 거닐겠다”며 투철한 신념을 따라 살았던 현미옥의 인생이 3시간 가까이 펼쳐진다. 제목에 대해 김수희 연출은 “현미옥의 자신의 삶을 항변한다면 가장 먼저 아들에게 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붙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고 여자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경계인으로서 세상에서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죽는 비극을 맞는다. 현미옥의 아들 정웰링턴의 삶도 비극적인데 그 역시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1963년 체코에서 부인과 자녀를 남기고 자살한다. 격정적인 드럼 연주와 그림자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무대 연출, 삶에 얽힌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이 대극장 연극의 힘을 보여준다. 다만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알아낸 정보를 다 보여주려고 있었던 일을 최대한 다 넣은 탓에 극이 지나치게 늘어진 점이 작품 감상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두 작품은 개별적이지만 나란히 요즘 창작물의 추세가 담겼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최근 창작물을 보면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 서사의 개발과 근현대 역사에서 소재를 발굴하는 흐름이 주를 이루는데 두 작품은 이 두 가지를 다 담은 딱 요즘 시대 작품이었다.
  • [씨줄날줄] 정치인의 연고(緣故)/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치인의 연고(緣故)/임창용 논설위원

    “종로는 독립운동가인 조부가 몸을 숨겼던 곳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5선 의원을 지낸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이 조부임을 강조하고, 3·1운동 직전 귀경했을 때 잠깐 몸을 숨긴 곳이 종로구 통인동 128번지라며 종로와의 인연을 부각했다. 새 지역구와의 인연을 찾다 보니 조부가 숨었던 곳까지 소환해 낸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연고가 없는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은 하나의 선거구”란 엉뚱한 ‘연고확장론’을 펴면서 “구민들 가슴속에 DJ 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란 ‘후손 마케팅’을 덧붙였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의 ‘연고 마케팅’이 본격화하고 있다. 출마 지역이나 존경받는 유명 정치인과의 인연을 최대한 찾아내 부각하는 사실상의 선거운동이다. 어떻게든 관계를 짓기 위해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내 친밀도를 높이려 한다. 작은 ‘인연의 끄나풀’마저 찾기 어려우면 두루뭉술한 명분을 내세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보궐선거에서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면서 “정치인은 국민 앞에 무한 책임이 있다”며 공격을 피해 간 게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선거에선 기본적으로 연고주의가 강하게 작동한다. 정치인들이 연고 마케팅에 매달리는 이유다. 혈연·지연·학연 등이 지나치게 중시되면서 ‘우리가 남이가’식 폐해가 크기도 하지만,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선 연고가 필요한 측면이 크다. 물론 선거용 ‘억지 인연’ 만들기가 아니란 전제에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연고 내세우기가 가히 발군이다. 부모 고향과 옛 거주지, 검사 때 좌천됐던 곳, 정치를 결심한 곳, 야구를 직관했던 곳 등 가는 곳마다 인연을 강조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서의 연고를 내세운다. 특히 부산과 충북 진천 등 검사 시절 여러 번의 좌천이 맺어 준 인연을 강조한다. 지역의 처지와 자신을 동조화하려는 의중이 엿보인다. 강조한 인연만큼 그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뒷받침될지는 두고 볼 일. 다만 한 위원장의 인연 강조가 단지 그가 말한 ‘여의도 사투리’의 학습 과정은 아니었으면 한다.
  • 3·1문화상에 곽충구·김유수·김영재·안성훈

    3·1문화상에 곽충구·김유수·김영재·안성훈

    재단법인 3·1문화재단(이사장 김기영)은 제65회 3·1문화상 수상자로 곽충구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와 김유수 일본 도쿄대 응용화학과 교수, 국악인 김영재, 안성훈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학술상 인문사회과학부문 수상자인 곽 명예교수는 아시아 전역 이주 한인들의 언어 자료를 현지 조사와 문헌 조사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 이를 체계화한 뒤 사전으로 편찬해 한국어 언어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술상 자연과학부문 수상자인 김 교수는 단일 분자의 에너지 이동과 변환 과정을 실제 공간에서 정량적으로 규명해 단분자 분광법으로 발전시킨 석학으로 기초연구 촉진과 기술적 과제 해결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예술상 수상자인 국악인 김영재는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창작곡을 발표해 전통악기인 해금을 대중에게 알렸으며 거문고산조의 계승 및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교수는 적정 기술과 스마트 기술을 통합한 ‘적정 스마트 팩토리’라는 개념을 만들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개발도상국에 관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술·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상패와 휘장, 1억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시상식은 오는 3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다. 3·1문화상은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의 문화 향상과 산업 발전 기반을 제공하는 취지에서 1959년 만들어진 상이다.
  • 3·1운동 전 세계 알린 외국인… 그가 살던 ‘딜쿠샤’

    3·1운동 전 세계 알린 외국인… 그가 살던 ‘딜쿠샤’

    ‘한국인들이 독립을 선언하다’(Koreans Declare for Indepedence) 1919년 3월 13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AP통신을 통해 한국의 독립선언서를 소개한 이는 다름 아닌 미국인 사업가 앨버트 테일러(1875~1948). 덕분에 실린 뉴욕타임스 기사는 3·1운동을 처음 전한 영어권 기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앨버트와 한국의 인연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1919~2015)는 3·1운동 전날인 1919년 2월 28일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독립선언서를 세브란스 병원에서 인쇄했는데 간호사들은 일본 순사의 감시를 피하고자 외국인 병실에 독립선언서를 숨겼다. 이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앨버트가 동생을 통해 독립선언서를 외국으로 빼돌린 덕분에 한국의 독립운동이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었다.서울 종로구 행촌동에는 이들이 살던 집이 있다. 이름은 딜쿠샤.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란 뜻이다. 2017년 8월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로 지정됐다. 지난 7일 개막해 30일 국립정동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둔 뮤지컬 ‘딜쿠샤’는 이 집에 얽힌 사연을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지난해 ‘창작ing’를 통해 국립정동극장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제작했다. 브루스가 인왕산 자락에 있던 딜쿠샤를 그리워하며 금자와 편지를 주고받는 내용을 바탕으로 딜쿠샤에 얽힌 격동의 근현대사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브루스가 태어났을 때 간호사가 독립선언서를 숨겼던 일부터 시작해 한국전쟁에도 무사히 살아남고 이후 여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실제 이야기들이 두 사람의 편지를 통해 하나둘 소개된다. 배우들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100년 넘게 집을 다녀간 사람들을 생생하게 되살려놓는다. 한국과 인연이 각별한 집이지만 딜쿠샤는 오래도록 잊혀진 집이기도 했다. 한때는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의 사옥인 것 같다는 오해가 있었는데 문화재 지정을 위해 조사하던 과정에서 ‘DILKUSHA 1923’이라 새긴 명판이 발견되면서 잃어버렸던 이름을 다시 찾는 일도 있었다. 불과 5년 전인 2018년까지도 사람이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딜쿠샤’의 무대 구조는 단순하지만 이 집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을 풍성하게 표현해냈다. 아름다운 넘버들과 편지라는 매체가 주는 애틋한 감성, 복작복작하게 어우러져 살아가던 따뜻한 정까지. ‘딜쿠샤’는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의 온기를 채우는 작품이다. “당신은 살면서 언제 이 집이 가장 그리웠어요?”라는 금자의 질문에 “지금”이라는 브루스. 그의 말은 저마다 가슴 속에 품은 그립고도 따뜻한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관객들은 딜쿠샤를 통해 물리적 장소로서의 집이 아니라 기다리고 지켜주는 존재로서의 집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딜쿠샤’는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기획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KBS 다큐공감-희망의 궁전 딜쿠샤’를 보고 매료되어 무대화하게 됐다”면서 “사람의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채우고 싶은 분들이 찾아와 희망의 메시지를 받아 가셨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브루스는 미군 입대를 위해 집을 떠난 지 66년 만인 2006년 가족들과 함께 딜쿠샤를 찾았다. 2015년 세상을 떠난 그의 생전 마지막 딜쿠샤 방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딸 제니퍼는 2016년 한국을 찾아 조부모의 유품 349점을 기증했다. 지금 딜쿠샤는 테일러 부부가 거주할 당시 모습을 재현해 전시실로 운영하고 있다.
  • 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 시리즈 완간…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 조명

    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 시리즈 완간…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 조명

    여성 독립운동가 100여명 집대성5년간 13명 집필자 참여 최초의 여성 의병 윤희순과 유관순 등 일제 강점기 한국 여성 독립운동가 100여명을 집대성한 5권의 책이 발간됐다. 독립기념관은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과 기억을 위해 한국역사연구회·역사공장과 함께 2019년부터 시작한 ‘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 시리즈 5권’을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5년간 13명의 집필자가 참여했다. 책의 주제는 ▲ 3·1운동에 앞장선 여성들(2019) ▲항일무장투쟁과 여성독립운동가(2020) ▲국내 사회운동과 여성독립운동가(2021) ▲국외한인사회와 여성독립운동가(2022) ▲여성 단체들의 독립운동(2023) 등으로 구성됐다. 5권에 걸쳐 등장하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100여명으로 개인부터 여성 단체에 이르기까지 독립운동 전선에서 보여준 활약상이 담겼다. 책에는 근우회 등 여성 단체에서 활약한 여성들도 많지만, 적극적으로 무장투쟁에 나선 여성들도 담았다. 대표적으로 윤희순은 최초의 여성 의병으로서 군자금 모금, 무기 제조 등의 활동을 하다가 직접 여성 의병부대를 조직하고 의병장이 되기도 했다. 김정숙·김효숙·오광심·오희영·지복영 등은 중국 전역에서 여성 광복군이 돼 항일투쟁을 수행했다. ‘3·1운동에 앞장선 여성들’ 내 수록된 ‘권애라’ 편은 충청남도 점자도서관과 협업으로 점자책으로 발간돼 전국 점자도서관·특수학교·공공도서관 등의 장애인 자료실에 배포됐다. 개성의 첫 3·1 만세 시위를 이끈 여성 독립운동가를 조명한 ‘권애라’ 편 시각장애에도 독립운동을 펼친 심영식(1897~1983) 열사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이번 책 발간은 독립운동의 주체로서 여성의 역사를 기억해 여성 독립운동의 사회적 인식과 관심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고 말했다.
  • 이승만, 32년 만에 첫 ‘이달의 독립운동가’

    이승만, 32년 만에 첫 ‘이달의 독립운동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내년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국가보훈부가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1월 이후 32년 만으로, 464번째 이달의 독립운동가다. 보훈부는 ‘세계 속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2024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 38명을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주로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거나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외국 출신 인물들이 뽑혔다. 외국인 출신으로는 부산 일신여학교 학생들과 3·1운동을 함께했던 호주인 마거릿 샌더먼 데이비스·이저벨라 멘지스·데이지 호킹(3월),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에서 한국 독립을 호소한 프레더릭 A 매켄지·플로이드 윌리엄 톰킨스·루이 마랭(6월), 제주도 교인들에게 일본의 실태를 폭로한 아일랜드 선교사인 패트릭 도슨·토머스 대니얼 라이언·오거스틴 스위니(12월) 등이 선정됐다. 8월에는 곽낙원(김구 어머니), 임수명(신팔균 부인), 이은숙(이회영 부인), 허은(허위 손녀) 등 여성 독립운동가, 9월에는 부부가 함께 광복군 활동을 했던 안춘생·조순옥, 박영준·신순호가 뽑혔다. 이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라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종신 집권을 위한 부정 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력 때문에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이 전 대통령을 “국부”로 지칭하고 “이승만기념관 건립이 소신”이라고 밝혀 온 박민식 보훈부 장관의 영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장관이 마음대로 할 사안이 아니라 선정위원회 등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 박만순 단국대 최고경영자과정 총동문회장 취임

    박만순 단국대 최고경영자과정 총동문회장 취임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은 ‘최고경영자과정 23대 총동문회장’으로 박만순 바르게살기운동 충남협의회장이 취임했다고 22일 밝혔다. 박 총동문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어 깊은 책임감과 동시에 무한한 기대와 열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23대 총동문회의 비전은 동문 간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함께 손을 맞잡고, 지난 성취를 경험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회원들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동문 간 지속적인 교류 촉진과 차별화된 프로그램 등으로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제시했다. 박 총동문회장은 충청남도 볼링협회 회장과 전 충청남도 체육회 이사, 충청남도교육청 학교체육 진흥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바르게살기운동 충청남도 회장과 충청남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 휘도는 용의 기세…휘감는 꿈의 기운

    휘도는 용의 기세…휘감는 꿈의 기운

    충남 홍성 용봉산(381m). 이름 한번 거창하다. 야트막한 산인데도 ‘용’(龍)과 ‘봉’(鳳) 등 전설적인 동물들을 이름으로 삼았다. 안내판은 이름의 유래를 이렇게 적고 있다. “산세가 운무 사이를 휘도는 용의 형상과 달빛을 길어 올리는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용봉산이라 부른다.” 새해는 푸른 용의 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면서 용의 기운까지 받을 수 있는 산을 찾고 있다면 용봉산이 제격이다. 봉우리마다 기암을 이고 있어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불린다.●‘용의 형상과 봉황 머리를 닮았다’ 용봉산은 말 그대로 가성비가 좋은 산이다. 짧고 굵다. 가파르지만 위험하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산은 작은데 등산 코스는 여럿이다. 용봉초등학교를 출발해 투석봉과 정상, 노적봉, 악귀봉 등을 찍는 종주 산행은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여행 삼아 용봉산을 찾은 이들에겐 다소 긴 코스일 수 있다. 용봉산자연휴양림을 출발해 정상만 찍고 오는 이들도 있다. 이 경우 소요 시간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한데 너무 야박하다.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용봉산의 정수를 돌아보려면 노적봉과 악귀봉까지는 다녀와야 한다. 용봉산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3시간 남짓 걸리는 코스다. 용봉산을 찾는 산객들 대부분이 이 코스로 오른다. 코스가 그리 길지 않아 출근 전에 운동 삼아 오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용봉산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 숙박객은 물론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 등 각종 시설이 잘 갖춰졌다. 하늘엔 아직 별이 총총이다. 부지런히 오르면 용봉산 정상에서 해가 돋는 광경과 마주할 수 있다. 물론 사위가 캄캄할 때 단독 산행에 나서는 것이 마뜩잖은 이도 있을 터다. 한데 용봉산엔 새벽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은근히 많다. 혼자 산에 오르는 걸 겁낼 필요 없다. 두런거리며 앞서가는 이들을 자박자박 따르다 보면 금세 정상이다. 용봉산은 조금만 올라도 하늘이 트인다. 뒤돌아보면 어느새 내포신도시가 펼쳐져 있다. 충남도청이 홍성으로 이전하면서 조성되기 시작한 신도시다. 도시의 가로등과 아파트 불빛 등이 어우러져 제법 볼만한 풍경을 펼쳐낸다. 다가오는 ‘푸른 용의 해’ 마중할까노적봉~악귀봉 기암괴석 줄줄이바위 틈엔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 ●새벽 산행 자박자박 걷다 보니 정상 용봉산 정상까지는 줄곧 오르막이다. 평소보다 더 자주, 더 길게 쉬며 오른다. 땀을 내지 않기 위해서다. 겨울 산행에선 가급적 땀을 흘리지 않는 게 좋다. 땀이 식으면서 체온도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용봉산 정상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쉬엄쉬엄 걸어도 그렇다. 정상에서 산객을 맞는 건 이른바 ‘길냥이’들이다. 랜턴을 비추면 수십 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먹이를 던져 주는 산객이 많아 정상 일대를 거처로 삼은 듯하다. 용봉산 정상은 사실 표지석 외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 하이라이트는 노적봉에서 악귀봉으로 향하는 암릉길이다. 불과 300여m 거리지만 사자바위, 물개바위 등 기암괴석이 줄줄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노적봉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노적봉 아래 바위에는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가 뿌리박고 있다. 이른바 ‘용봉산의 보물’이라 불리는 소나무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분재처럼 앙증맞은 크기지만 수령이 100년을 넘나든다고 한다. 이처럼 자연엔 어느 하나 만만히 볼 게 없다. 여기부터 암릉 산행은 절정을 이룬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지고 거대한 바위 군락을 넘어설 때마다 색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예산의 덕숭산, 서산의 가야산, 내포평야가 시원스럽게 다가오고 동쪽으로 금마천과 삽교천이 느릿하게 흐른다. 악귀봉은 봉우리 전체가 기암괴석의 집합체다. 행운바위, 물개바위 등 용봉산에서 유명한 바위들은 죄다 여기 모인 듯하다. 악귀봉을 내려서면 임간휴게소다. 여기서 용바위를 거쳐 신경리 마애석불로 내려선다. 마애석불은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홍진세계에서 온 중생을 토닥거리기라도 하는 듯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홍주읍성 등 문화유적 둘러보고남당전망대 눈부신 ‘장밋빛 노을’갯벌서 방금 캔 석화는 탱글탱글 ●신경리 마애석불, 나를 토닥거리네 병풍바위를 등지고 용봉사가 단아하게 앉아 있다. 개창 연대는 백제 말로 거슬러 오르지만, 여러 전란과 화마를 거친 탓에 1905년 새로 지어 올렸다고 한다. 절집은 소박하다. 대웅전엔 조선 숙종 때 제작된 ‘영산회괘불탱화’(보물)가 보관돼 있다. 지방의 소도시지만 홍성엔 뜻밖에 문화 유적이 많다. 대부분 읍내 중심부에 몰려 있어 돌아보기도 수월하다. 홍주읍성부터 간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옛 성벽이다. ‘홍주’는 홍성의 옛 이름이다. 홍주읍성의 성벽 둘레는 축성 당시 1772m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은 800m가량 남았다. 읍성 안에 있던 옛 관아 건물과 성곽 문루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 파괴됐다. 조양문과 군청 정문처럼 쓰이는 홍주아문, 안회당, 여하정 등이 복원돼 남아 있다. 홍주아문 옆엔 해마다 성탄 트리가 세워진다. 고색창연한 조선시대 유적과 현란한 성탄 트리가 제법 잘 어울린다. 홍성 주민들의 인증샷 명소이기도 하다. 이제 홍성의 바다로 나간다. 서해 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해넘이 풍경이 빼어난 공간들이 많다. 요즘 가장 ‘힙’한 노을 명소는 세 곳이다. 남당노을전망대는 남당항 바로 옆에 있다. 해 질 무렵이면 해변의 모래들이 노을빛을 받아 붉게 물든다. 옅은 장밋빛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이 느낌이 참 좋다.●연인 조형물 ‘행복한 시간’ 핫플로 바로 이웃한 어사리 노을공원은 요즘 핫플로 뜬 곳이다. 연인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 ‘행복한 시간’ 덕에 요즘 한창 사진 명소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노을공원 바로 아래에 주민 공동작업장이 있다. 해거름에 갯일 마치고 돌아오는 어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갯벌에서 방금 캔 석화도 살 수 있다. 속동전망대는 뭍과 바짝 붙은 섬에 조성한 전망대다. 요즘 홍성 스카이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다. 홍성엔 역사책에서 자주 봤던 위인들의 탄생지가 많다. 홍성 북쪽의 홍북읍은 고려의 명장 최영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이웃한 노은리엔 조선 초의 충신 성삼문 유허지가 있다. 독립투사들의 유적지는 ‘홍성 8경’으로 지정해 알리고 있다. 그만큼 이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이 강하다는 방증일 터다. 홍성 서쪽엔 한용운(3경), 김좌진(7경) 생가지가 이웃해 있다. ‘만주벌 호랑이’ 김좌진 장군은 저 유명한 ‘청산리 대첩’을 이끈 독립투사다. 갈산면 행산리에 그의 생가와 기념관, 사당 등이 조성돼 있다. 인접한 결성면에선 만해 한용운이 태어났다.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의 공약 3장을 작성하고 시집 ‘님의 침묵’을 출간하는 등 저항문학에 앞장선 인물이다. 생가 주변에 민족시비공원, 만해문학체험관 등이 있다. ■ 여행수첩 산행의 피로는 온천에서 푼다. 용봉산에서 예산 덕산온천이 지척이다. 스플라스 리솜은 용출온도가 약 50℃에 달하는 온천수를 활용해 워터파크, 스파, 리조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휴식 공간이다. 오는 24일 ‘비보이 산타 스페셜 공연’, 31일 ‘굿바이 2023 스페셜 공연’ 등도 선보인다.
  • “동학혁명 정신, 헌법 전문에 명시해야”

    “동학혁명 정신, 헌법 전문에 명시해야”

    “동학농민혁명의 명칭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해 숭고한 정신의 세계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이학수 전북 정읍시장은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행사에 머무는 동학농민혁명 기념행사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단일화된 브랜드 개발, 상징물 제작, 기념공원 활용 확대, 기록관 건립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고부농민봉기 재평가를 통해 ‘동학농혁명의 중심, 혁명의 도시 정읍’으로서 위상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동학농민혁명 명칭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일제 강점기 의병운동,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민족운동사의 정신적 뿌리이다. 2020년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동학농민혁명의 명칭과 정신이 헌법전문에 포함돼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으나 더 이상 논의가 없다. ‘혁명의 도시 정읍’에서 발 벗고 나서 동학농민혁명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한다.” -동학농민혁명은 정읍시의 큰 자산이다. 지역발전과 연계 방안은. “동학농민혁명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선양사업을 발굴하겠다. 전 국민과 전 세계인이 함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 혁명의 도시 정읍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된 동학농민혁명기념 공원과 황토현 전적에 건립된 ‘불멸, 바람길(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군상)’을 중심으로 정읍이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번 부각해 지역발전과 연계하겠다. 고부농민봉기의 재평가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확산시키겠다. 세계 혁명도시들과 연대와 협력 강화로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를 추진하겠다.” -동학농민혁명 기념행사의 전국화 방안은. “정부 차원의 단일화된 브랜드 개발과 상징물 제작, 홍보전략 수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기념공원은 민주주의 및 지방자치 교육 공간, 각종 연구활동과 체험공간으로 활용해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고 선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국가기념일 행사를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고정 개최해 전국 동학단체, 유족, 학회 등이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연대와 협력의 밑바탕을 제공해줘야 한다.” -동학농민혁명 유적과 유물이 빛을 보지 못한다. “정읍에는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40곳이 있다. 이 가운데 전봉준 고택·황토현 전적은 국가지정문화재이고 만석보터·고부관아터·말목장터와 감나무 등은 시도지정문화재다. 전국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117곳의 4.2%에 그친다. 정부나 도 차원에서 문화재 지정이나 등록이 확대돼야 예산을 투입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도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자료 제공을 위한 복합공간 건립이 시급하다. 고부관아 복원은 필수다.”
  • 집으로 가는 길 꽉 채운 낭만 선율…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집으로 가는 길 꽉 채운 낭만 선율… 서울시향 ‘퇴근길 토크 콘서트’

    대형 콘서트장은 아니었지만 작은 공간에 소소한 행복이 가득했다. 따뜻하고 친절한 해설에 잘 아는 음악들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나오자 객석에는 감동이 흘러넘쳤다. 서울시향이 7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선보인 올해 마지막 ‘퇴근길 토크 콘서트’는 가을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헛헛하지 않게 관객들의 마음을 낭만으로 꽉 채운 무대였다. 공연이 열린 정동제일교회는 한국 개신교 최초의 교회이자 한국 최초의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장소다. 특히 파이프오르간은 아래 좁은 공간에서 유관순과 동지들이 3·1운동 당시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역사도 있다. 비밀 공간이었기에 일제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었다. 역사적인 공간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를 주제로 선보였다.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의 지휘로 김태용 영화감독 해설과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퇴근길 토크 콘서트’에서 영화 OST를 연주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익숙한 좋은 음악을 듣는 데서 오는 감동이 상당했다. 나쁜 음악은 좋은 영화를 망칠 수 있다. 그만큼 영화에서 좋은 음악은 필수다. 어떤 음악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어우러져 감동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어떤 음악은 영화는 망해도 명음악으로 존재감을 남기기도 한다.생상스의 영화 ‘가즈공작의 암살’ 중 1악장으로 시작한 공연은 영화 ‘E.T.’ 중 비행 테마로 이어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해 불멸의 음악으로 사랑받는 영화 ‘미션’ 중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나올 때 관객들은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어떤 관객은 가슴에 손을 얹는 모습으로 감동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3월 하늘로 떠난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인 ‘마지막 황제’ 중 비,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마녀 배달부 키키’ 중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 이어진 후 한국 영화의 곡이 이어졌다. 영화 ‘올드보이’의 곡에 이어 이날 해설을 맡은 김태용 감독의 영화 ‘여교사’의 OST가 나와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공연의 마지막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통해 클래식을 모르는 팬들도 많이 알게 된 말러 교향곡 제5번 중 아다지에토가 나왔다. 조은아 교수는 “박찬욱 감독님이 클래식을 좋아하셔서 서울시향 공연을 종종 보러 오신다. ‘헤어질 결심’에 들어간 말러 교향곡도 서울시향이 연주한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고 기온 10도로 부쩍 쌀쌀해진 날씨였지만 관객들은 가을밤을 꽉 채운 서울시향의 낭만 선율 덕에 따뜻한 마음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다. 서울시향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는 9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 [씨줄날줄] ‘근대 문예인’ 위창 오세창/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근대 문예인’ 위창 오세창/서동철 논설위원

    조선시대 중인은 신분 질서의 최상층을 이룬 사대부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조선 말기가 되면 중인 가운데 중국어 통역인 한어역관(漢語譯官)이 명실상부한 지도 세력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들은 대과 과거시험만큼이나 어려운 한어 역과(譯科)를 거치면서 높은 수준의 학문과 교양을 쌓았다. 연경(燕京), 곧 북경을 드나들며 국제적 감각도 익혔다. 한어역관은 막대한 부(富)도 쌓을 수 있었다. 연경 사행(使行)은 국서(國書)를 전달하고 답서(答書)를 받아 오는 역할이었다. 더불어 우리가 방물(方物)을 보내면 중국은 이른바 회사품(回賜品)으로 응답했는데 그 물량이 적지 않았다. 상방원·상의원·내의원 등 궁궐 내부 각 기관에서 쓰이는 물품을 사행에서 조달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를 공무역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사무역의 경우 조선 초기부터 정사·부사·서장관 등 3사신(三使臣)이 관여해 질책을 받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역관의 사무역은 일종의 관행이다시피 했다. 그러니 역관들은 자제들도 같은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사교육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아들이 7~8세만 되어도 가숙(家塾)을 만들고 최고 학자들을 ‘과외 선생’으로 불러 과거를 준비시켰다. 개화사상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오경석 집안은 8대 역관으로 이름을 날렸다. 위창(葦滄) 오세창(1864~1953)이 이 집안의 마지막 역관이다. 위창은 역관에 머물지 않았다. 1886년 박문국 주사로 한성순보 기자를 겸했고, 1894년 군국기무처 총재 비서관이 됐다. 갑신정변에 연루되어 1897년엔 도쿄외국어학교에 머물렀다. 이후 만세보와 대한민보 사장을 지냈고 3·1운동 때는 민족 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옥고를 치렀다. 광복 이후엔 서울신문 초대 사장을 지냈다. 위창은 서화 연구가로 더욱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높은 수준의 문화적 교양에 경제력이 뒷받침되면서 예술품 수집 감상의 토대가 됐을 것이다. 올해는 위창 서거 70주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근대 문예인, 위창 오세창’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글자 그대로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대표적 문예인으로 위창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그의 독창적인 상형고문(象形古文)과 전서 작품도 볼 수 있다.
  • 가장 현지인다운 일상 여행… 오실 쉬실 즐기실 ‘속초오실’

    가장 현지인다운 일상 여행… 오실 쉬실 즐기실 ‘속초오실’

    강원 속초에 속했지만 속초 같지 않은 마을이 있다. 설악산 자락 아래 상도문 마을이 그곳이다. 속초 하면 대개 바닷가 마을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이 마을은 약간 다르다. 속초에선 드물게 논농사를 지으며 살고, 습속도 갯마을보다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 가깝다. 이 마을에서 운영하는 ‘속초오실’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떡 빚기, 짚풀공예 등 주민들의 일상과 비슷한 체험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첫발 떼기가 쑥스러워 그렇지 막상 발을 들이고 나면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금세 시간이 간다. 벌써 설악산 정수리에선 단풍이 시작됐다는데,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 묵으며 익어 가는 가을을 체감해 보는 것도 이 계절을 맞는 나름의 방법이지 싶다.‘속초오실’이란 표현엔 이름 그대로 ‘속초로 오시라’는 초대의 의미가 담겼다. 상도문 마을에서 2박 3일 머물며 지역 여행업체가 운영하는 각종 이벤트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되는데, 이 기간에 각 운영업에 신청하면 최대 50%의 여행비를 할인해 준다. 이벤트 이름은 ‘살아보기 생활관광 프로그램 13선’으로, ‘속초오실’은 그중 하나다. 지역에 따라 12월 말까지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있다. 상도문 마을은 500년 역사를 넘나드는 전통 마을이다. 외부엔 돌담마을로 널리 알려졌다. 마을 골목 담장은 모두 둥글고 매끈한 돌담이다. 시골 마을의 여느 담벼락과 달리 흙이 거의 섞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소 생경하다. 재료로 쓰인 돌은 수박만큼 크다. 마을 옆을 흐르는 쌍천에서 가져온 돌들이다. 담장 위에 올린 돌에는 참새, 강아지, 고양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른바 ‘스톤 아트’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는 동물들이 그림의 소재가 됐다. 돌담 곳곳엔 시를 적은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마을 주변 아홉 굽이의 빼어난 경관을 노래한 시인데, 이 마을 출신의 성리학자 매곡 오윤환(1872~1946)이 지은 구곡가를 모티브로 삼았다.정수리 부분을 기와로 마감한 돌담도 있다. 마을 안쪽의 수백 년 묵은 옛집을 헐면서 나온 기와를 재활용한 것이다. 독특한 건 각각의 돌담 끝이 빈 공간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대문이 있어야 할 자리가 훤히 뚫려 있는 것이다. 그 덕일까. 어쩌면 외부 세계와 완강하게 단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돌담인데도 푸근하게 느껴진다. 예능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나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 촬영지 노릇을 한 것도 시골의 정겨운 느낌이 여태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 가운데의 ‘문화공간 돌담’이 마을 여행의 들머리이자 여행자센터 역할을 한다. 농협 창고였던 곳을 카페 겸 갤러리로 꾸몄다. 체험의 시작은 ‘마을 이야기 투어’다. 마을 통장이 체험객들과 함께 산책하며 마을 역사, 습속 등을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구수한 옛이야기를 들으며 마을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돌무더기 하나가 새롭게 보인다. 방앗간에서 체험하는 돌담떡 만들기도 재밌다. 찹쌀 반죽을 길게 늘이고 검정깨 가루를 입힌 다음 직사각형 틀에 차곡차곡 쌓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떡의 단면이 돌담을 쌓은 모양으로 빚어진다. 체험객 손에서 얼렁뚱땅 빚어진 떡은 마을 할머니들이 찐 뒤 저물녘에 숙소로 가져다준다. 짚풀공예는 달걀 꾸러미 만들기로 진행된다.마을 안 ‘육모정상점’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문난 핫플레이스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문 닫은 옛 구멍가게를 흑백 셀프 사진관으로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 배경은 옛집 안방이다. 이용자들이 다양한 포즈를 취한 후 리모컨으로 셔터를 누르는 방식이다. 곧장 인쇄돼 나오는 흑백사진 덕에 추억이 한층 더 깊게 새겨진다. 인쇄하지 못한 사진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데이터 형태로 받을 수 있다. 마을 초입의 솔숲에 학무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속초 8경 중 하나로, 정자 앞의 금강소나무들이 일품이다. 구불구불 휘어진 붉은빛의 나무 둥치를 보자니 꼭 학이 춤을 추는 듯하다. 바닥엔 둥근 돌들이 깔렸다. 담장 재료로 쓰인 돌과 비슷한 형상인데, 정자가 처음 생길 때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학무정은 매곡 오윤환이 1934년에 지었다. 육각형 모양이어서 육모정이라고도 불린다. 일제강점기에 창씨개명에 반대하고 3·1운동에 앞장섰던 매곡이 이곳에서 선비들과 글을 짓고 시를 읊으며 후학을 양성했다고 한다. 학무정 앞의 샘물은 주봉산에서 끌어온 물이다. 물맛이 좋아 차를 타고 와 길어 가는 속초 시민들이 적지 않다. 학무정 뒤편으로는 200년가량 된 솔숲이 이어진다. 쌍천에서 주워 올린 돌로 오솔길을 만들어 제법 운치가 있다. 쌍천 제방 위로 걷기 좋은 길이 나 있다. 설악산을 두 눈에 담고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제방 흙길 위엔 아직 뜨거운 볕의 기운이 남아 있지만, 나무 그늘로 들면 단박에 서늘해진다. 길섶에선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아직은 성성한 주변 잡초와 나무의 푸른빛도 이 소란 탓에 조만간 붉게 물들지 싶다. 선택 체험으로 로컬 맥주 업체 ‘몽트비어’에서 주조 과정 체험, 속초관광수산시장 방문 등이 있다. 이음택시(2만 6000원)를 신청하면 속초 터미널에서 상도문 마을까지, 마을에서 2개 체험장까지 이용할 수 있다.속초 시내에서 찾아볼 만한 곳 하나 덧붙이자.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속초시 수산물 공동할복장’이다. 예전에 주민들이 명태와 오징어 등의 내장을 제거하던 공동작업장이다. 지금은 각종 프로젝트 전시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환골탈태했다. 현재 ‘속 깊은 마을, 살펴보는 걸음’전이 열리고 있다. 11명의 작가가 북한 실향민 정착촌인 아바이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삶을 재해석해 제작한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원래 9월 중순까지 예정됐었지만 주민과 관광객의 반응이 좋아 제58회 설악문화제가 종료되는 8일까지 연장 운영된다. 이 건물 옥상은 일몰 맛집이다. 설치 작품인 벤치에 편안하게 누워 설악 능선으로 떨어지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 여행수첩 -‘속초오실’ 등의 생활관광 프로그램 13선은 2박 3일(2명 기준, 필수체험 포함)이 기준이다. 선택체험은 1인당 1만~1만 5000원이 추가된다. 50% 할인된 금액이다. 민박 숙소는 보통 시골 주택이나 개량 한옥들이다. 고가의 한옥 고택과는 달리 정겨움을 안겨 준다. 속초오실 전용 객실처럼 ‘살아보기’ 여행 콘셉트에 맞도록 작은 주방을 마련해 둔 곳도 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시골 체험을 하기에 제격이다. 충북 충주의 ‘충주로oh개!’와 영동 ‘풍류스테이’, 전북 전주 ‘반반 전주’, 경남 사천 ‘비토썸’ 등 여행 마감 일정은 지역별로 다르다. 자세한 내용은 관광공사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의 생활관광 특집관 참조. 속초오실 누리집(www.sokchosil.com)이나 지구인투어(033-635-3441)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지역화합에 ‘방점’...대통령 추석 선물 의미는

    지역화합에 ‘방점’...대통령 추석 선물 의미는

    올해 추석선물에 순창 고추장, 서귀포 소금 등참여정부 때부터 지역 안배 고려해 선물 구성MB는 배제·文은 포함 ‘술’ 선물 여부도 관심 중고거래 장터에 대통령 명절 선물 세트 판매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계절이 왔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선물’이라는 상징성 때문일까. 유명 중고거래 앱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추석 선물 세트가 이미 지난주부터 20만~30만원 상당의 고가에 팔리고 있다. 28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맞는 추석 명절 선물 세트에는 전북 순창 고추장, 제주 서귀포 감귤 소금, 경기 양평 된장, 경북 예천 참기름, 충남 태안 들기름이 담겼다. 지난해 취임 후 맞은 첫 추석 때 선물 세트는 전남 순천 매실과 전북 장수 오미자청, 경기 파주 홍삼양갱, 강원 원주 볶음 서리태, 충남 공주 맛밤, 경북 경산 대추칩 등으로 구성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 추석 선물 세트를 비교하면 모두 지역 특산물로 채워진 점이 특징이다. 특히 지역이나 구성품 등이 지난해와 겹치지 않도록 적절히 신경을 쓴 것으로도 보인다. 지역적 안배를 고려해 명절 선물 세트를 구성한 것은 2003년 지리산 복분자주와 경남 합천의 한과를 한 묶음으로 선물한 노무현 대통령이 첫 사례였다. 당시 참여정부 첫해 추석 선물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통합형’ 선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후부터 역대 대통령들은 지역적 안배를 염두에 두고 명절 선물을 선보였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는 명절 선물에 특정한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 2017년 추석에 평창 잣을 선물에 포함하며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고, 2019년 설 명절에는 연하장에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년이 되었다”는 문구를 넣어 ‘임시정부 계승’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대통령 명절 선물세트에 ‘술’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관심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는 전통주가 심심치 않게 ‘대통령의 선물’ 형식으로 소개된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명절 선물에서는 술이 배제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종교적 이유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현재까지 명절 선물에 술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명절 선물이 농산물 소비 진작을 위한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며 “주류보다는 좀 더 다양한 농산물을 명절 선물을 통해 소개하는 게 이같은 취지에 맞다”고 설명했다.
  • 독립운동가 후손 항소 끝에 유족 인정…법원 “공적 자료 없지만, 후손 진술에 증거 가치 둬야”

    독립운동가 후손 항소 끝에 유족 인정…법원 “공적 자료 없지만, 후손 진술에 증거 가치 둬야”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주익 선생의 손자가 ‘후손임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해 항소 끝에 승소했다. 공적 자료는 없지만, 법원이 후손의 진술에 증거 가치를 두고 신빙성을 확인해 유족으로 인정한 것으로, 향후 유사한 사례에 새로운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고법 행정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22일 애국지사인 주익 선생의 손자 A씨가 부산보훈청을 상대로 제기한 ‘독립유공자 유족등록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와 그 가족들의 존재와 진술은 유력한 증거로 평가할 수 있고,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객관적인 사실관계도 인정된다. 주익 선생과 원고 아버지의 부자 관계는 증명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시대적 상황, 시간의 경과에 따라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의 관계를 증명하는 공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사건 관계자라는 이유로 부차적 증거로 여기면, 숨은 독립운동가의 후손 찾기를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익 선생은 1919년 2월 독립만세운동 계획 단계에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 대표로 회합에 참여해 독립선언서 작성을 담당했다. 임시정부 선포를 위한 국민대회 13도 대표의 일원으로 선임됐고, 1919년 8월 학생 만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주익 선생이 독립운동의 주역이라는 점이 알려진 때는 2019년쯤이다. KBS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자료를 수집하던 중 일본 고서점에서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3·1운동 계보도’를 발견한 게 계기가 됐다. 계보도는 3·1운동 직후인 1919년 3월 22일에 작성된 것으로, 이미 알려진 독립운동가 외에 주익 선생 등 ‘잊혀진 주역’이 포함돼 있었다. 일제가 3·1운동의 주역으로 지목했지만, 우리는 몰랐던 독립운동가가 다수 존재했다는 뜻이다. 이후 주익 선생은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11월 17일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A씨는 주익 선생의 손자 자격으로 건국훈장 애국장 훈장증을 수령했고, 훈장증 수령 사흘 뒤인 11월 20일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다. 그러나 부산보훈청이 2020년 9월 주익 선생과 A씨의 아버지 간의 부자 관계를 증명할 만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거부하고, 훈장증 반환을 요구하면서 A씨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주익 선생과 A씨 아버지와의 부자 관계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부산보훈청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의 쟁점은 제적등본 등 주익 선생과 A씨 아버지의 부자 관계를 입증할 공적 자료가 없는데도 A씨를 주익 선생의 손자로 볼 수 있느냐였다. 공적 자료는 없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데 공을 들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독립운동을 한 주익 선생이 할아버지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어왔고, 주익 선생의 독립운동 기록이 담긴 ‘북청군지’를 오랜 기간 간직해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1980년대에 신안 주씨 대종회 사무실을 찾아가 조부와 아버지의 이름, 자신의 출신지역 등을 대며 조상을 찾고 싶다고 문의했다. 대종회는 항렬과 연대, 출생 지역 등을 검토해 주익 선생과 아버지, A씨를 족보에 올렸다. A씨는 2020년 대한적십자사에 남북 이산가족 찾기 신청을 할 때도 할아버지를 주익 선생으로 기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A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장기간에 걸쳐 진실성이 확인된 것으로 판단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조손까지만 등록되는데, 직업이 의사이고 80세의 고령인 A씨가 구태여 거짓으로 독립운동가의 손자라고 자처할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 고려대학교에 보관된 학적부상 주익 선생의 본적이 ‘함경남도 북청군 평산면 용전리 장동’이고, A씨 아버지의 본적은 ‘함경남도 북청군 속후면 용전리 770’인데, 재판부는 국토지리정보원, 국사편찬위원회, 국가기록원 등에 사실 조회를 거쳐 두 주소가 같은 지역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부산고법 관계자는 이라며 “독립운동가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공적 서류가 없지만, 후손임을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의미 있는 증거로 다뤘다는 게 이번 판결의 의의”라며 “진술의 신빙성 확인 등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 10여차례 사실조회를 거쳐 원고를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 폐가 정비하고 3색 담장 조성… “4년 만에 삶의 질 달라졌어요”[이토록 멋진 농업]

    폐가 정비하고 3색 담장 조성… “4년 만에 삶의 질 달라졌어요”[이토록 멋진 농업]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젠 전국에서 ‘한 달 살기’ 하러 옵니다.” 충북 수리실 마을이 있는 영동군 심천면 장동2리의 이장을 33년째 맡아 온 ‘토박이’ 장종식(70)씨는 지난 4년간 마을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분뇨가 보이던 ‘푸세식’ 화장실과 흉흉한 폐가, 붕괴 직전 옹벽들 때문에 위생과 안전이 지켜지지 않던 마을은 이제 없다. 지난달 24일 찾은 마을 주변으로는 적갈색·고동색·먹색 담장이 1㎞ 이상 정비돼 있었다. 담장 위로 태양광 조명등이 설치됐고, 지금도 맑은 물이 차오르는 공동우물은 고풍스럽게 복원됐다. 32가구(총 38명) 주민들의 집에 대문이 없는 게 특징인데, 그 덕에 주민들 사이가 더 막역해졌다고 한다. 영동읍에서 12.5㎞나 떨어진 외지인 장동2리의 변화는 2019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추진하는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2015년 신설된 이 사업은 오지 마을 주민 요구에 맞게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지역당 15억원 안팎의 국비를 들여 4년간 지원하는데, 올해 80곳 등 8년간 529곳이 수혜를 입었다. 최근까지 재래식 화장실과 빈집을 400여개씩 철거하고 슬레이트 지붕 정비(9000동), 집수리(6000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누적 658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30억원 줄어든 1050억원(326가구)이다.장동2리는 주민의 72%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마을이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이 76%에 달해도 가꿀 동력이 부족한 곳이었는데, 개조사업 이후 공간의 변화를 체감하다 보니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주민 이의근(70)씨는 “70년대 느낌을 주던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거리에 쓰레기 하나 없고 서로 마을을 가꾸려고 한다”며 ‘공간의 변화’가 ‘인심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정비를 마친 이후 ‘생활인구’ 유입도 늘고 있다. 경북 안동, 충남 홍성 등지 16개 마을에서 견학을 왔고, 유튜브 등을 통해 변화가 알려진 뒤 관광객도 늘었다. 변화는 옆 마을로 퍼지는 중이다. 장동2리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마을, 3·1운동을 기획한 조동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 8명을 배출한 옥천군 청산면 백운리에서는 올해 말 사업 마무리를 앞두고 담장 정비가 한창이었다. 박선옥(73) 백운리 이장은 “박쥐·고양이·쥐떼가 들끓던 폐가를 정리하고 주민들 주도로 국화 축제와 독립운동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서 “사람들이 좋아할 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다양한 새들도 돌아왔다”고 전했다.
  • 벽안의 선교사·통영 10대 기생 등 ‘독립정신 계승’

    벽안의 선교사·통영 10대 기생 등 ‘독립정신 계승’

    영명학교 설립 美윌리엄스 포장광복군에 영어교육, 작전 돕기도통영 출신의 함복련 선생도 표창17세에 만세 시위 참여 옥고 치러생존 애국지사 없고 여성은 13명 유관순 열사 등 다수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충남 공주의 영명학교를 세운 업적으로 미국인 프랭크 얼 크랜스턴 윌리엄스에게 건국포장을 추서하는 등 78주년 광복절을 맞아 100명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한다고 국가보훈부가 14일 밝혔다. 감리교 선교사인 윌리엄스는 30여년간 영명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한국인을 교육하는 데 앞장섰다. 또 1943년 인도에서 일본군에 맞선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한국광복군의 인면전구공작대 대원에게 영어를 가르쳐 한영 연합작전을 도왔다. ‘인면’은 인도와 미얀마의 줄임말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일원인 영국이 관할하던 지역이다. 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는 영국군 산하 인도전구선전대에 투입됐다. 통영 출신 기생으로 1919년 3·1운동에 동참해 옥고를 치른 함복련 선생에게는 대통령 표창이 추서된다. 함 선생은 3·1운동 때 동료 기생 6명과 함께 앞장서다 일본 군경에 체포됐다. 함 선생은 1902년생으로 만세 시위에 참여했을 당시 17세에 불과했다. 보훈부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천대받던 신분인 기생의 만세 시위 참여는 경남 통영뿐만 아니라 평남 평양, 황해 해주, 경기 수원 등 예기 조합이나 권번(일제강점기 기생조합)이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생했다”며 “3·1운동이 나이와 계층을 불문한 거족적 독립운동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3·1운동 1주년이 되는 시점인 1920년 전남 나주에서 나주 신사 내외곽 시설을 훼손하고 독립 의지를 표명하는 글을 남긴 남상홍 선생에게도 대통령 표창이 추서된다. 1930년 부산에서 광주학생운동을 지지하는 활동을 이끌다 퇴학당한 박재선 선생(대통령 표창), 경남학도 전력증강 국방경기대회에서 편파 판정을 일삼은 심판장인 노다이 겐지를 응징한 김영조 선생(애족장), 중국 상하이에서 친일파 수괴인 상해조선인거류민 회장 이갑녕을 처단한 김현수 선생(애국장) 등도 포상 대상이다. 이번에 포상받는 독립유공자 100명 중 건국훈장은 30명, 건국포장은 5명, 대통령 표창은 65명이다. 포상자 중 생존 애국지사는 없으며 여성은 13명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권 상실이라는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오직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온몸을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생애와 정신이 우리 후손들에게 온전히 계승될 수 있도록 선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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