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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책속 이미지] 디자인으로 편견에 맞선 여자들

    [그 책속 이미지] 디자인으로 편견에 맞선 여자들

    우리에겐 우주선 모양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유명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생전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설계를 폐기해야 했을 때, 하디드는 “3중으로 운이 나빠서”라고 했다. 여성, 외국인, 표준을 벗어난 설계라는 ‘3중고’에도 그는 실력으로 유리 천장을 뚫었다. 책은 19세기 디자인 학교에서 21세기 IT업계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분야에 도전해 성공한 여성 20명을 소개한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틀로 규정되길 거부하면서도, 그 상징성 때문에 자신이 다른 여성들의 롤모델임을 알고 있었다. “내가 다른 여성들에게 그들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란 걸 잘 안다”는 하디드가 2011년 자신이 설계한 영국 리버사이드 미술관 앞에 선 모습은, 그래서 더욱 당당해 보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씨줄날줄] 연등회/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연등회/서동철 논설위원

    ‘연등회는 불교의식이었으나 지금은 누구나 참여하는 국가적 봄철 축제가 됐다. 스스로 만든 연등을 들고 행진하며 자신과 가족, 이웃, 나라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연등회는 사회적 경계를 일시적으로 허무는 시간이다.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하니 연등회의 포용적 본질이 나타난다. 사회적으로 어려울 때는 공동체를 단합시키고 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한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의 평가기구가 ‘연등회’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권고하면서 적시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연등회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어떻게 일반적 연례행사가 더 다양한 협력을 이끌어내고 소속감과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는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불교경전의 하나인 ‘법화경’에는 ‘등공양의 공덕이 무량하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부처 앞에 등을 밝혀 스스로의 마음을 밝고 맑고 바르게 하는 것이 등공양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연등회는 일찍이 신라 진흥왕 12년(551) 팔관회와 더불어 국가적 행사로 열렸다. 고려시대에는 ‘나의 소원은 연등과 팔관에 있으니…’라는 태조의 ‘훈요십조’에 따라 거국적 행사로 베풀어졌다. 이후 조선 태조 15년(1415) 초파일 연등을 중지시켰음에도 끊어지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현대적 연등회는 1955년 조계사 주변에서 가진 제등행렬이 시작이다. 1996년부터는 연등행렬의 규모가 커지고 불교문화마당, 어울림마당, 회향한마당과 같은 행사가 더해지면서 개방적 축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유네스코가 특히 주목한 것은 연등회가 공동체에 부여하는 가치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국적, 인종, 종교의 장애를 뛰어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등회에는 인도·몽골·스리랑카·태국·미얀마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한국은 이미 20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과 판소리, 강릉단오제,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한산모시짜기, 농악 등이다. 대부분 전통시대 확립돼 전승되는 무형문화다. 김장 문화와 씨름 정도가 생활문화와 현대적 스포츠로 재탄생하면서 변화한 종목이 아닐까 싶다. 연등회는 전통의례에 정신적 기반을 두지만, 실제 내용은 21세기 한국의 문화적 저력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롭게 창조되는 축제라는 점에서 다르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도 연등회 등재를 권고함으로써 죽어 가는 무형유산의 가쁜 숨을 간신히 이어 가게 하는 수동적 역할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무형유산의 전통을 다시 세워 가는 적극적 기능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 文, 2주 연속 ‘화상 다자외교’ 무대

    文, 2주 연속 ‘화상 다자외교’ 무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무대에 나선다고 청와대가 17일 밝혔다. 지난 12~15일 아세안 관련 5개 정상회의에 이어 화상 연결로 이뤄지는 다자회의에 2주 연속 참석하는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20일 밤 화상으로 열리는 APEC의 주제는 ‘공동번영의 회복력 있는 미래를 향한 인적 잠재력의 최적화’”라면서 “21개 회원국들은 코로나 대응 논의와 함께 향후 20년간 APEC의 장기 목표가 될 ‘미래 비전’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한국의 코로나 방역 경험을 공유하고 인도적 지원과 치료제·백신 개발 노력 등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소개한다. 또 세계 공급망 유지 및 디지털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노력을 포용성 강화를 위한 사례로 제시할 계획이다. 21~22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 주제는 ‘모두를 향한 21세기 기회 실현’이다. 회원국들은 코로나 극복 및 미래 감염병 대비 역량 제고 방안과 함께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만들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은 필수 인력의 국경 간 이동 등 코로나 대응을 위한 공조 강화를 강조하고 한국의 그린·디지털 뉴딜 정책을 소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서 G20의 선도적 역할을 제안할 계획이다. 강 대변인은 “세계 인구의 3분의2,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는 G20이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세계경제 회복에 앞장서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기회”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이번엔 APEC·G20…文대통령, 2주연속 다자외교 나선다

    이번엔 APEC·G20…文대통령, 2주연속 다자외교 나선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일부터 사흘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무대에 나선다고 청와대가 17일 밝혔다. 지난 12~15일 아세안 관련 5개 정상회의에 이어 코로나19 위기 속에 화상 연결로 이뤄지는 다자회의에 2주 연속 참석하는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20일밤 화상으로 열리는 APEC 회의 주제는 ‘공동번영의 회복력 있는 미래를 향한 인적 잠재력의 최적화’”라면서 “21개 회원국들은 코로나 대응 논의와 함께 향후 20년간 APEC의 장기 목표가 될 미래 비전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한국의 코로나 방역 경험을 공유하고 인도적 지원과 치료제·백신 개발 노력 등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소개한다. 세계 공급망 유지 및 디지털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노력을 포용성 강화를 위한 선도적 사례로 제시할 계획이다. 21~22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 주제는 ‘모두를 향한 21세기 기회 실현’이다. 회원국들은 코로나 극복 및 미래 감염병 대비 역량 제고 방안과 함께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만들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은 필수 인력의 국경 간 이동 원활화 등 코로나 대응을 위한 공조 강화를 강조하고 한국의 그린·디지털 뉴딜 정책을 소개하면서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서 G20이 선도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강 대변인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 GDP(국내총생산)의 80%를 차지하는 G20이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세계경제 회복에 앞장서 나가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미디어와 정치의 스포츠화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미디어와 정치의 스포츠화

    몇 해 전부터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포스팅을 한 지 첫 한두 시간 내에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페이스북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그 포스트를 보여 준다는 사실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한 포스트는 더 많은 ‘좋아요’를 받고, 더 많은 팔로어를 만들어 낸다. 나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 글을 쓸까’를 고민하게 됐고, 좋아요를 많이 받은 포스트와 그렇지 못한 포스트를 비교해 보며 어떤 요소가 그런 차이를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살펴보다가 깨달은 사실은 소위 ‘사이다 발언’이 들어간 글이 눈에 띄게 ‘좋아요’를 많이 받더라는 거다. 밤고구마를 먹다 막힌 것처럼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는 발언, 명쾌한 논리로 상대방의 주장을 무장해제시키는 글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끈다. 내가 그런 발언을 직접 할 필요도 없다. 사이다 발언을 잘하기로 소문난 정치인들의 말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그 포스트는 많은 사람의 ‘좋아요’를 받고 널리 퍼져 나간다. 대표적인 ‘사이다 정치인’이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다. 이들의 발언은 부자들 편에 선 미국 정치인들이 숨기는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고, 명쾌한 논리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니 인기가 없을 수 없다. 미국 정치인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사이다 발언’을 검색해 보면 현재 한국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되는 사안들에 대한 양 진영의 통쾌한 발언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될 게 있다. 사이다 발언은 오로지 자신이 동의하는 의견일 경우에만 ‘탄산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반대하는 진영에서 사이다라고 좋아하는 발언은 전혀 동의할 수 없거나, 오히려 나의 분노만 더욱 키울 뿐이다. 영어 표현에 “성가대를 향해 설교한다(preach to the choir)”라는 게 있다. 목사가 신도, 혹은 청중의 생각을 바꾸는 설교를 하는 대신, 성가대원들 즉 이미 목사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의 사이다 발언이 사실은 이런 성가대를 향한 설교인 경우가 흔하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이 최소한 중도에 속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발언은 같은 편을 즐겁게 해 주는 엔터테인먼트 이상이 아니다.●최고의 투표율이 남긴 것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올해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그 중요성에 걸맞은 높은 투표율을 낳았다. 미국에서 67%라는 투표율은 120년 만에 처음 보는 놀라운 숫자다. 투표가 ‘민주주의 꽃’이라면 미국은 찬란한 꽃을 피운 셈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번 선거를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패한 후보가 총체적인 부정선거라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의 축제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다. 칼과 총이 동원돼 정권이 교체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발전된 모습인 건 분명하지만, 21세기에 정치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선거가 상대방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두 진영이 벌이는 사나운 전투가 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한 선진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철학교수인 조너선 엘리스는 미국의 정치가 갈수록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분열과 대립으로 흐르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20세기에 미국의 각급학교에 확산된 ‘토론팀’(debate team) 문화를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학생 시절 토론팀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올해 71세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포함, 그 이하의 나이대에 속한 인기 정치인들 중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토론팀을 하지 않았던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카메라 앞이나 토론장에서 거침없는 화술을 구사하는 건 어린 시절부터 단련한, 거의 반사신경에 가까운 토론기술 때문이다. 논리는커녕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말문이 막히면 악을 쓰는 국회의원들을 많이 봐 온 우리로서는 미국 정치인들의 말솜씨가 부러운 게 사실이지만, 토론에 능한 정치인들이 가득한 미국에서 일구어낸 정치문화가 2020년에 우리가 목도한 모습이라면 그런 토론교육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이 문제를 지적하는 엘리스 교수도 토론의 중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가 지적하는 건 미국 학교들의 토론팀이 관중을 가진 스포츠 리그처럼 운영되는 ‘방식’이다. 좋은 토론이란 자신이 믿는 바를 설명해서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내거나, 적어도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인데,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 형태로 운영되는 토론팀의 대결에서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이런 문화에서 자란 정치인들은 합의를 도출하는 대화에 익숙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각 토론팀은 자신의 신념이 아닌, 주최 측으로부터 배정받은 주장으로 대결해야 한다. 한마디로 신념도 없고, 합의할 줄도 모르는 정치인을 만들어 내는 양성소가 되는 셈이다. ●유권자들의 편가르기 낯선 미국의 고등학교 문화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보는 ‘100분 토론’이나 ‘심야토론’을 봐도 다르지 않다. 혀를 칼처럼 휘두르는 검투사들이 나와서 생사의 대결을 펼치고, 사람들은 그걸 지켜보며 자기편을 응원하는 일이 항상 벌어진다. 방송사들은 토론 프로그램이 현안에 대해 깊이 알아보자는 의도로 준비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은 두 진영으로 갈라진 시청자들의 응원과 욕설로 가득하다. 여기에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미디어의 이해관계다. 토론이 스포츠처럼 뜨겁게 진행될 경우와 (본 적은 거의 없지만) 차분한 대화를 통한 정보와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 어느 쪽이 더 시청률이 높을까? 물론 방송사가 시청률을 위해 양측이 하기 싫어하는 싸움을 붙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토론이 대결의 구도로 만들어진 이상, 참여자는 이겨야 한다는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중요한 매스미디어가 그렇다면, 알고리듬이 지배하는 소셜미디어는 훨씬 더 심각하다. 정치인들이 TV 토론에서 상대방을 이기려고 노력한다면, 인터넷에서는 바이럴될 수 있는 통쾌한 한마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20세기의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말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들어오면서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졌다. 미디어의 성격이 말의 내용을 결정한다면, 알고리듬이 지배하는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사이다 발언을 하도록 유도한다. ●지루한 정치의 가치 미국은 민주주의로 시작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많이 배운 부자 남성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건국 초기의 공화정에서 모든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로 옮겨가게 된 배경에는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의도로 출발한 민주주의가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양쪽의 진지전(陣地戰), 혹은 관중을 흥분시키는 스포츠로 변질되고 있다. 정치가 과거보다 더 많은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냈음에도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가 미디어와 만나는 과정에서 위에서 설명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요란한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를 통과하면서 미국에서는 “정치를 다시 지루하게 만들자(Make Politics Boring Again)”는 구호가 등장했다. 온 국민이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4년을 보내면서 영웅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지루한 정치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경선주자들 중에서 가장 말솜씨 없고 지루한 후보였던 조 바이든이 결국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 그리고 그가 본선에 올라가서도 대중 유세연설을 거의 하지 않고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최소한의 메시지만 전달하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무시한 채 수많은 청중을 모으고 흥분시킨 트럼프를 이긴 것도 스포츠로 전락한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피로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필수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관심의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관심의 성격이다. 정치인은 우리를 흥분시키는 스포츠 선수일 필요가 없다.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합의의 도출이지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아우님’이라 부르며 70분 통화… 두 스님, 멈추다

    ‘아우님’이라 부르며 70분 통화… 두 스님, 멈추다

    마음치유학교장이자 방송인 등으로 폭넓게 활동하던 베스트셀러 작가 혜민(왼쪽·47) 스님이 15일 모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7일 한 케이블방송에서 남산뷰 자택과 명상앱 사무실 등을 공개한 뒤 비난 여론이 확산된 데 따른 결단이다. 혜민 스님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께 참회한다”며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기도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출가 수행자로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불법을 전하려 노력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부족함으로 인해 불편함을 드렸다”며 “승려 본분을 다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참회했다.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수오서재)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혜민 스님은 앞서 한 방송에서 서울 종로구 삼청동 2층 주택과 직원이 많은 사무실이 공개된 뒤 ‘멈추면 보이는 남산뷰’, ‘멈추면 보이는 욕망들’과 같은 비판을 받았다. 2016년 한국 불교를 비판하고 한국을 떠난 숭산 스님의 미국인 제자 현각(오른쪽) 스님도 혜민 스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혜민의 하버드대 선배인 현각 스님은 페이스북 글에서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혀 모르는 도둑놈뿐이야,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뿐이야”라고 비판했다. 특히 “진정한 참선 경험이 전혀 없다”며 “그의 책을 접하는 유럽 사람들은 선불교의 요점에 대해 매우 피상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불평한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SNS에선 혜민 스님에 대한 비판과 함께 “21세기 온라인 시대엔 산속에서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명상과 상담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편 현각 스님은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혜민 스님을 ‘아우님’이라고 부르며 “혜민 스님과 70분간 통화했다”면서 “혜민 스님과 나는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배우고 공유하기 위해 연락하기로 했고, 내가 조계종에 머물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는 항상 나의 도반이 될 것이며, 나는 그의 순수한 마음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현각 스님은 앞서 썼던 혜민 비판 글을 삭제하고 대신 이 글을 올렸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박기석의 외교통일수첩] 김대중·오부치 선언 잇는 문재인·스가 선언, 가능성 있나

    [박기석의 외교통일수첩] 김대중·오부치 선언 잇는 문재인·스가 선언, 가능성 있나

    정부가 한일 갈등의 해법으로 ‘문재인·스가 선언’을 들고 나왔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골자로 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한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한일 관계를 복원하자는 구상이다.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0일 스가 내각 출범 이후 한국 고위 당국자로는 처음 일본을 방문, 스가 총리를 만나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향후 10년, 20년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토대가 될 만한 선언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정부·여당은 문재인·스가 선언의 불씨를 이어 가려는 모습이다. 문재인·스가 선언의 구상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당시 악화 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를 반전시킨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다. 한일 양국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5년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발언한 후 과거사 문제와 한일 어업협정으로 마찰을 빚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김대중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둔 1998년 1월 한일 어업협정을 일방 파기했다. 그러면서 연안 200해리까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인정하는 1994년 유엔 해양법협약의 발효를 근거로 새 어업협정 체결을 한국에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어업협정을 일방 파기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버르장머리’ 발언에 대한 보복과 더불어 외환 위기와 정권 교체로 혼란을 겪던 한국 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1998년 1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업협정 파기는 ‘정권의 탄생을 코앞에 두고 매우 모욕적인 일’이라며 반발했다. 그럼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햇볕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과거사 문제를 해결해 한일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한국 정상이 한일 관계의 복원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2020년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까지는 남북·북미 관계에 치중하며 한일 관계는 후순위에 두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남북·북미 관계가 교착되고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시점이 임박해 오자 최근 한일 관계 회복에 적극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1998년과 2020년 일본 정상의 태도가 상반된다는 점이다. 오부치 전 총리는 냉전 이후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신뢰 형성을 일본 외교의 중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당시 외무성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서 과거사 문제를 무라야마 담화를 인용하는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었는데, 오부치 전 총리는 인용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한국 국민들에게 전하는 형식을 제안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한일 갈등에 대해 한국이 먼저 갈등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양국이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과 투트랙으로 이뤄졌으나, 현재는 현안 해결이 요원하기에 문재인·스가 선언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1998년 당시 양국은 김대중 정부 첫해에 한일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공동선언을 위한 실무협상과 어업협정 교섭을 동시에 추진해 성과를 이뤘다. 반면 2020년 현재 한일 양국은 2년 넘게 강제징용 배상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정부·여당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힘드니 우선 큰 틀에서 정상 간 선언으로 관계를 관리하자는 것이지만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와 달리 일본 내 반한 여론이 높고 일본 정부도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우선 해결을 주장해 여건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 한일 관계 가장 좋았던 그때…‘김대중-오부치 선언’은 무엇?

    한일 관계 가장 좋았던 그때…‘김대중-오부치 선언’은 무엇?

    日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문서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일본 방문 중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당시 채택된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선언을 강조하면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10월 8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채택한 합의문으로, 당시 양국 정상은 과거사 인식을 포함해 11개 항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양국의 우호협력 결의, 각료 간담회 설치, 대북 햇볕정책 지지, 다자간 경제협력 촉진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 특히 일본이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밝힌 것은 양국이 과거 역사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 또 합의문에는 부속 문서로 정상회담 연 1회 이상 실시, 대북정책 공조, 민관투자촉진협의회 개최, 청소년 교류 확대 등 43개 항목의 ‘행동 계획’도 채택했다. 이후 한국 내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 개방과 한국 공과대학 학생들의 일본 유학 등이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 사이에 채택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발표되고,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공동 개최됐다”며 “그때 한일 관계가 최근 현대사에서 가장 좋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처럼 문재인-스가 공동선언 같은 것도 나올 수 없을까. 향후 10년, 20년 한일 관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만한 선언 같은 게 나오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전태일 50주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야

    오늘은 서울 청계피복상가에서 새벽까지 재봉틀을 돌리던 ‘청년 전태일’이 “노동법을 지켜라”라고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인 지 50주기가 된 날이다. 서울신문 탐사팀은 어제 시민들이 잠든 사이에 이뤄지는 ‘달빛 노동’의 현실을 보도해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전태일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각성제를 먹어 가며 밤샘 미싱에 내몰렸다가 과로사나 질병에 시달리던 어린 미싱공들이 21세기 노동현장에도 허다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108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0.2% 정도라고 한다. 올 상반기 산재 사망자가 1101명으로, 이 중 적어도 148명이 야간노동자이며 주 88시간 근무에 내몰리고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사각지대가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전태일 분신 후 반세기가 흘렀지만 노동현장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야간노동자들의 삶과 노동 현장에 대한 통계는 2013년 고용노동부의 통계가 가장 최근 것이라니 정부의 무관심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사망과 질병, 사회적 단절 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만 매년 2조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의당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용자 등을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서 회피한 부분을 보강하는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입법에 공감했다니 다행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박주민 의원실을 중심으로 법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다만 50인 미만의 기업은 배제한다고 하니 관련법 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길 바란다. ‘산재사망 없는 사회’를 위한 공감대는 상당히 형성됐다. 리얼미터가 서울교통방송(TBS) 의뢰로 전국의 150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2%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는 27.5%에 그쳤다. 아울러 당정청이 어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협의회를 갖고 돌봄·택배·대중교통 근로자들의 건강검진이나 건강보험 등에 내년 예산 1조 8000억원을 배정하는 한편 생활물류법,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등을 제정하기로 한 것도 전태일 50주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 등이 택배 및 배달 노동자들의 하루 근로시간을 정하고,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게 유도하며, 배달 수수료가 일정 수준 밑으로 하락하지 않도록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하는 시절에 정부가 노동자의 친구로 역할하기를 기대해 본다.
  • 콘크리트 문명 고정 관념을 허물다

    콘크리트 문명 고정 관념을 허물다

    아파트가 어때서/ 양동신 지음/사이드웨이/324쪽/1만 7000원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만 보더라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10명 중 7명은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 있다. 하지만 그 높은 선호도와는 달리 ‘비인간적’, ‘반자연적’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아파트가 어때서’는 ‘성냥갑 같다’는 인식을 확 바꾸라고 주문하는 파격적인 아파트 비평서이자 토목 인문서다. 20년 전 도시계획과 토목공학을 공부하기 시작해 인도, 이라크, 남아공, 덴마크 등 10여개국을 오가며 다양한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건설 엔지니어이자 칼럼니스트인 양동신이 저자다. 경험을 토대로 문명과 사회에 대한 관심 전환을 촉구하는 흐름이 독특하다. 한국인들이 아파트에 열광하면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모순의 원인은 뭘까. 저자는 ‘친환경성’에 대한 해묵은 오해를 지목한다. 언제부턴가 팽배한 토목 구조물과 사회기반시설인 인프라 건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다. 그 사회적 오해와 반감을 풀지 않고서는 토건 사업을 향한 피상적이고 비생산적인 분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사례가 흥미롭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정령의 힘을 동원해 콘크리트 댐을 허무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정작 작품 배경인 노르웨이는 댐을 통해 한 자릿수 미세먼지 농도의 청정 환경을 누리고 있다. 또 알프스산맥에 세계 최장의 고트하르트 터널을 뚫은 스위스는 늘 지속가능성과 환경성과지수에서 전 세계 1, 2위를 다툰다. 저자는 스위스 정부가 환경 파괴를 들어 터널 대신 산을 구불구불 넘어가는 도로를 만들었다면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로 시달리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책에서 돋보이는 점은 자연과 인공에 대한 획기적인 관점이다. 흔히 ‘회색빛 무미건조한 구조물’이라 비판받는 콘크리트 문명을 놓고는 “철조 콘크리트야말로 인류의 축복”이라고 잘라 말한다. 21세기 들어 보편화한 하수도 시설 덕분에 인류는 수인성 전염병에서 해방됐고 평균 수명이 35년가량 늘어났다. 하수 처리 인프라는 콘크리트가 없었다면 결코 개발될 수 없었던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그 연장선에서 되짚는 한국 ‘판상형 아파트’의 진보적 가치도 흥미롭다. 저자가 풀어내는 과거 도시와 현대 도시의 차이는 ‘건폐율과 용적률의 차이’다. 도시화를 둘러싼 오해와 정반대로 고층아파트처럼 ‘낮은 건폐율, 높은 용적률’의 구조물은 한정된 자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가장 진보한 방식이며 그 방향만이 입체적이고 빛나는 도시를 선사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비하했던 한국의 ‘성냥갑 문화’(‘아파트 공화국’, 2007)에 대응해, 저자는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구상을 꺼냈다. 파리 도시 문제를 해결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원칙(필로티, 옥상 정원, 자유 평면 등)이 한국 아파트에 모두 적용됐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토건 사업을 둘러싼 무분별한 개발 열풍과 투기 세력, 비리와의 담합 같은 것들엔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인프라의 힘은 여전히 구성원들의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담보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중앙집권 권력이 ‘전진 앞으로’ 하는 인프라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녹아 들어가 개선되는 인프라 문화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소년이 이어도로 간 까닭은(이어도연구회 지음·펴냄)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상상 속의 섬이었던 이어도. 실제 이어도는 섬이 아닌 수중 암초였다. 2003년에 국내 최초 해양과학기지가 지어져 재탄생됐다. 이어도연구회가 그곳에 500년 된 이무기가 산다는 상상을 입혀 이를 퇴치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실었다. 109쪽. 1만원.물속에 쓴 이름들(손호철 지음, 이매진 펴냄) 진보 정치학자의 이탈리아 여행기. 로마, 피렌체 등 22일에 걸친 기행에 담긴 이탈리아는 다양한 사람들이 시대의 제약과 개인적 한계 속에서 자기만의 사상을 펼친 곳이다. 마키아벨리와 그람시를 중심축으로 단테, 갈릴레이, 다빈치 등 시대의 반항아들이 남긴 흔적을 돌아봤다. 344쪽. 1만 8000원.도덕적 혼란(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민음사 펴냄) 해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명되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연작 단편 소설집. 자전적 요소가 반영된 한 여성의 삶을 유년부터 노년에 걸쳐 스냅 사진처럼 포착했다. 애트우드는 자신의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며 생의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도덕적 혼란에 대해 말한다. 396쪽. 1만 6000원.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라훌 잔디얼 지음, 이한이 옮김, 윌북 펴냄)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가 들려주는 뇌 이야기. 실제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에 최신 뇌과학 정보와 두뇌 건강 관리법을 덧붙였다. 이야기들 사이사이 기억력, 언어, 창의력, 노화, 수면, 학습, 음주, 꿈, 치매까지 뇌와 관련한 정보를 총망라했다. 296쪽. 1만 5800원.비판 인문학 100년사(성일권 지음, 르몽드코리아 펴냄) 지난 한 세기의 인문학사를 10년 단위로 나눠 들여다본 저작.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부터 멀티미디어 시대의 집단지성에 이르기까지 사상적 흐름을 짚어보면서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한다. 272쪽. 1만 6000원.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김은진 지음, 생각의힘 펴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는 미술보존가가 미술품 보존과학에 대해 썼다. 저자는 미술 복원 과정을 알게 되면 우리가 오늘 눈앞에서 보고 있는 예술 작품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304쪽. 1만 7000원.
  • ‘세계개천문화대축제’ 온택트 개막…지구촌에 뿌리 내린 한국 정신문화

    우리 역사의 뿌리와 건국이념을 되새기고, 이를 나침반으로 21세기 지구촌 상생(相生)의 길을 모색하는 이색 국제행사가 열린다. 역사문화운동 시민단체인 ㈔대한사랑이 오는 15일 개최하는 ‘2020세계개천문화대축제’로, 전 세계에서 참여할 수 있는 온택트 이벤트로 진행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 STB상생방송 메인홀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전체 2부로 짜여진다. 1부 ‘신시개천(神市開天)을 말하다’에선 한국·한국인의 시원역사와 뿌리를 밝히고 그 건국이념과 개천정신을 돌아본다. 2부 ‘이제 다시 개천을 선포하라’에선 동방의 원형문화와 동학정신으로 지구촌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대한사랑 상임고문인 안경전 STB상생방송 이사장의 특별강연과 함께 가수 김연자, 록밴드 크라잉넛, 케이팝 댄스팀이 무대를 꾸민다. 행사가 열리는 대전 현장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본으로 각종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 지정 좌석제로 진행한다. 대한사랑 측은 “케이팝부터 최근 K방역까지 지구촌 한류 열풍의 에너지를 한민족 역사와 정신문화의 본바탕인 개천(開天)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이번 행사가 기존 대중문화 한류를 넘어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와 깊이를 알리고 확산시키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eoul.co.kr
  • 2200년 대한민국 서울, 인간과 ‘인공’의 구직난… ‘진짜 인간’ 의미를 묻다

    2200년 대한민국 서울, 인간과 ‘인공’의 구직난… ‘진짜 인간’ 의미를 묻다

    영화 ‘구직자들’은 200년 후 미래를 다루며 SF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배경은 전혀 SF스럽지 않다. 서울 청계천 일대의 마천루와 을지로의 철공소 골목, 인력시장을 헤매며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 등은 우리네 일상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대랑 보급된 인공인간의 존재를 등장시켜 ‘진짜 인간’의 의미를 묻는 것이 영화의 ‘진짜 의미’이므로,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인간 위해 만든 인공인간 일자리 위협 2200년 대한민국. 정부는 인공인간, 즉 복제인간으로 사람들의 삶을 유지시키고 있다. 인간들이 납부하는 의료보험료로 만들어진 ‘인공’은 원본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이용되고, 그 전까지 국가기간산업이나 공공 근로에 투입된다. 편의점의 ‘1+1’ 삼각김밥을 나눠 먹으며 우연히 동행하게 된 두 구직자에게도 사연은 있다. 진짜 인간(정경호 분)은 아픈 아이의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고, 청년 인공(강유석 분)은 원본 인간의 보험 해지로 인해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공을 만들었지만, 인간도 인공도 편치 않은 것이 2200년의 대한민국 모습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공은 인간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인간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인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매매하게끔 내몰린다. 인공은 인간의 지위를 사 ‘진짜 인간’이 되는 데 혈안이 된다. 황승재 감독은 영화 중간중간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물으며 약 100명의 인터뷰 장면을 삽입했다. 여기서 영화는 SF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인터뷰이들은 각자 삶, 죽음, 행복,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생각들을 이어 나간다. 배우 봉태규도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삶이 거듭되어도 더 나은 방책이라는 것은 없더라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심지어 2200년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21세기 현재의 모습과 흡사해 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21세기를 유토피아로 상정한 탓이라는 데서는 맥이 탁, 풀린다. 지금도 힘든데, 200년 후에는 지금을 그리워한다. ●인터뷰이 100명에 듣는 인간 존재 의미 인간도 인공도, 200년 후에도 처절하게 일자리를 찾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영원히 쓸모를 고민하는 구직자임을 일깨운다. 황 감독은 “용도를 정해 두고 만든 게 복제인간인데, 인간 역시 쓸모 있게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가 비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타개책까지는 내놓지 않지만, 인터뷰이 100명의 대답들 속에서 각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 오는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21세기 전태일의 눈물… 비정규직 67% “고용 불안 시달린다”

    21세기 전태일의 눈물… 비정규직 67% “고용 불안 시달린다”

    비정규직 38% “노동 현실 나아졌다”정규직 52% 긍정 답변한 데 비해 낮아비정규직 49%는 8시간 이상 초과 근무“수당으로 부족한 소득 보충 위해” 이유민주노총, 전태일 3법 국회 통과 등 촉구50년 전 청년 전태일은 자신의 일터인 평화시장의 노동 실태를 조사하려고 사장들 몰래 설문지를 돌렸다. 전태일은 동료들이 한 달에 며칠 쉬는지, 며칠 쉬기를 희망하는지, 하루에 몇 시간 근무하는지 등을 꼼꼼히 조사했다. 그로부터 50년 후 노동자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민단체가 직장인 1000명에게 전태일의 질문을 던졌더니 ‘21세기 전태일’인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6명은 고용 사정이 불안정하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의 절반은 부족한 월급을 수당으로 채우려고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전태일 50주기를 맞이해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이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50년 전 전태일과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삶은 2020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어졌다. 전태일이 살았던 1970년대와 비교한 현재의 노동 현실을 묻는 질문에 정규직의 51.5%는 좋아졌다고 답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7.8%만이 좋아졌다고 했다. 현재 직장의 고용 상태에 대해 비정규직의 66.8%가 불안정하다고 응답했으며 54.5%는 앞으로 자신의 근로조건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직장인의 한 달 평균 휴일은 8.25일로 조사됐다. 그러나 8일 미만 쉰다는 응답은 정규직(21.3%)보다 비정규직(28.0%)이, 사무직(16.0%)보다 비사무직(32.0%)이, 공공기관 노동자(7.8%)보다 5인 미만 노동자(29.0%)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원하는 날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은 응답자의 54.8%로 집계됐다. 원하는 날에 쉬고 있다는 응답은 일터의 약자인 여자, 비정규직, 서비스직,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에서 낮게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8.05시간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들에게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일이 바쁘니까’가 54.7%로 가장 많았고, ‘수당을 더 벌기 위해서’(30.0%)가 뒤를 이었다. 수당 때문에 8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은 비정규직(49.0%)이 정규직(22.0%)에 비해, 비사무직(43.8%)이 사무직(18.6%)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취약한 노동자들이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려고 초과근무에 내몰리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태일 3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등의 개정을 촉구했다. 전태일 3법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것이 골자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가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를 위해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힘없는 특수고용,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한 해 2500명씩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리뷰] 평생을 구직하는 인간들… 영화 ‘구직자들’

    [리뷰] 평생을 구직하는 인간들… 영화 ‘구직자들’

    영화 ‘구직자들’은 200년 후 미래를 다루며 SF 영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배경은 전혀 SF스럽지 않다. 서울 청계천 일대의 마천루와 을지로의 철공소 골목, 인력시장을 헤매며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 등은 우리네 일상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대랑 보급된 인공인간의 존재를 등장시켜 ‘진짜 인간’의 의미를 묻는 것이 영화의 ‘진짜 의미’이므로,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2200년 대한민국. 정부는 인공인간, 즉 복제인간으로 사람들의 삶을 유지시키고 있다. 인간들이 납부하는 의료보험료로 만들어진 ‘인공’은 원본 인간의 건강을 위해 이용되고, 그 전까지 국가기간산업이나 공공 근로에 투입된다. 편의점의 ‘1+1’ 삼각김밥을 나눠 먹으며 우연히 동행하게 된 두 구직자에게도 사연은 있다. 진짜 인간(정경호 분)은 아픈 아이의 비싼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고, 청년 인공(강유석 분)은 원본 인간의 보험 해지로 인해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처지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공을 만들었지만, 인간도 인공도 편치 않은 것이 2200년의 대한민국 모습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공은 인간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인간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인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매매하게끔 내몰린다. 인공은 인간의 지위를 사 ‘진짜 인간’이 되는 데 혈안이 된다.황승재 감독은 영화 중간중간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물으며 약 100명의 인터뷰 장면을 삽입했다. 여기서 영화는 SF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인터뷰이들은 각자 삶, 죽음, 행복,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생각들을 이어 나간다. 배우 봉태규도 인터뷰이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삶이 거듭되어도 더 나은 방책이라는 것은 없더라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심지어 2200년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21세기 현재의 모습과 흡사해 보이는 것도 사람들이 21세기를 유토피아로 상정한 탓이라는 데서는 맥이 탁, 풀린다. 지금도 힘든데, 200년 후에는 지금을 그리워한다. 인간도 인공도, 200년 후에도 처절하게 일자리를 찾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영원히 쓸모를 고민하는 구직자임을 일깨운다. 황 감독은 “용도를 정해 두고 만든 게 복제인간인데, 인간 역시 쓸모 있게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가 비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타개책까지는 내놓지 않지만, 인터뷰이 100명의 대답들 속에서 각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 오는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경만선 서울시의원, ‘2020 호압사 한양천도 기념 문화제’ 축사

    경만선 서울시의원, ‘2020 호압사 한양천도 기념 문화제’ 축사

    경만선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3)은 7일 서울 호압사 경내에서 열린 ‘2020 호압사 한양천도 기념 문화제’ 참석자들에게 축사를 전했다. ‘2020 호압사 한양천도 기념 문화제’는 호압사 주지 우봉 스님이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기부금 전달식과 ‘한양천도와 도시철학’을 대주제로 불교사상을 짚은 학술대회 그리고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문화부장 오심 스님과 서정협 서울부시장 대행으로 참석한 경만선 서울시의원, 최기상, 정태호 국회의원, 유성훈 금천구청장, 박준희 관악구청장, 최기찬 서울시교육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과 교수, 연구자, 호압사 불자, 많은 서울시민 등 모두 100여명이 참석해 진행됐다. 본격적인 학술 대회에 앞서 호압사 주지 우봉 스님은 “한양이 1394년 10월 28일 수도가 됐으니, 626년 전 가을 이맘때다. 100여년 동안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예전 한양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며 “호암산 호압사는 조선 개국과 한양 천도를 함께한 사찰로서 21세기를 사는 이들에게 온고지신 지혜를 전달할 책임이 있어 학술대회를 마련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한편 경 의원은 축사에서 “건립 당시 한양은 철저한 계획 아래 교통·건축·방위·위생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지식과 철학이 동원된 첨단 도시였고 600여년이 지난 현재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첨단 도시다”며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시련을 겪고 있는 현재에, 옛 선인에게 지혜를 찾고 우리가 잊었던 가치를 재조명하는 세미나와 시민들을 위로하는 문화행사가 열려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랑구민 여러분”… 어? 유튜브에 뜬 경기씨

    “중랑구민 여러분”… 어? 유튜브에 뜬 경기씨

    “21세기 최대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바꾼 지도 벌써 10개월째에 접어들었습니다. 41만명이 사는 대도시에서 이만큼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구민 여러분의 헌신적인 희생과 협력 덕분입니다.” 류경기 서울 중랑구청장이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와중에도 방역 지침에 적극 협조하는 구민들에게 영상 메시지로 감사 인사에 나선 것이다. 중랑구는 지난 5일 ‘코로나19 10개월, 중랑구민의 안전과 민생을 더 챙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 메시지를 구청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송출했다고 8일 밝혔다. 류 구청장은 영상에 직접 출연해 학교, 병원, 요양시설 등 모두 6235건의 집단 전수검사를 포함한 2만여건의 선별 진료에 적극 협조해 준 구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새희망자금, 고용유지지원금,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비, 토닥토닥 마음건강상담소, 돌봄SOS센터, 치매안심센터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중랑구민의 안전과 민생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지난 2월, 8월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방역 수칙에 대한 안내도 담았다. 주민들도 “구청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느슨해진 마음들을 다잡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잘 극복하리란 믿음으로 함께 이겨 냅시다”는 등의 댓글로 화답했다. 류 구청장은 지난 9월 14일 추석을 앞둔 영상에도 직접 출연해 코로나19 관련 지침 안내 및 당부 내용을 안내하는 등 꾸준히 유튜브를 활용해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다. 류 구청장은 “각종 축제와 문화행사, 강좌, 공공정보를 비대면 영상으로 제공한 것처럼 앞으로도 대면·비대면 방식을 유연하게 활용해 구민들과 꾸준히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미사일 잡는 레이저 나올까?…고출력 레이저 무기 위해 손잡은 美 방산 업체들

    미사일 잡는 레이저 나올까?…고출력 레이저 무기 위해 손잡은 美 방산 업체들

    레이저는 개발 초기부터 군사적 목적으로 주목받았다. 먼 거리까지 빛의 속도로 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확히 목표만 가열해서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0년대 미국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메이먼이 최초의 레이저를 개발한 지 60년이 흘렀지만, 레이저를 파괴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IT, 의료, 과학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레이저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고 군사 분야에서도 레이저 유도 시스템이 중요하게 사용되지만, 공격 무기로 활용은 제한적이다. 이유는 레이저 무기의 출력이 낮기 때문이다. 2018년 미 공군이 정식으로 도입한 첫 레이저 무기인 RABDO는 3kW급 레이저를 사용해 안전한 거리에서 지뢰를 파괴할 수 있다. 수십m 정도 거리라면 이 정도 레이저면 충분하다. 만약 1-2km 정도 떨어진 소형 드론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강력한 10kW급 이상의 레이저가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현재 개발된 레이저 기술로 어렵지 않게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사일이나 무장을 탑재한 중형 드론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100kW급 고출력 레이저가 필요하다. 100kW 레이저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지만, 이를 에너지 공급 시스템과 함께 군용 트럭에 실을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만드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대표적 방산 기업인 제너럴 아토믹스 산하의 제너럴 아토믹스 전자기 시스템 (General Atomics Electromagnetic Systems, GA-EMS)와 보잉은 100-250kW급 고출력 레이저 무기 시스템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레일건과 레이저 무기 같은 미래 무기를 개발하는 GA-EMS는 레이저 자체와 순간적으로 엄청난 출력을 감당하는 헬리온 (HELLi-ion) 배터리 시스템, 그리고 통합 열관리 기술을 제공하고 보잉사는 표적 획득, 추적 및 조준 (Acquisition, Tracking and Pointing, ATP)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는 방법으로 협업이 이뤄진다. 구체적인 개발 시점이나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6x6 중형 트럭에 탑재할 수 있는 크기의 레이저 시스템으로 레이저 시스템 자체는 물론 에너지 공급 시스템, 표적 획득 및 추적, 조준 시스템을 통합한 형상으로 추정된다. (사진) 개발팀에 따르면 고출력 레이저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레이저 자체보다 통합 열관리 시스템이다. 레이저의 효율이 아무리 높아도 50-70% 수준이기 때문에 레이저 발사 시 30-50% 정도의 에너지가 폐열로 버려진다. 따라서 이 열을 해결할 냉각 장치가 없다면 시스템이 망가지거나 한 번 발사한 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자연히 냉각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GA-EMS는 이 분야에서 많은 노하우가 있지만, 100-250kW급 이동식 고출력 레이저 무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런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레이저 무기는 21세기 전장의 모습을 바꿀 차세대 공격 무기로 거듭날 수 있다. 예를 들어 300kW – 1MW급 고출력 레이저가 실전 배치되면 초음속 미사일이나 공격 헬기 등 훨씬 큰 목표도 빛의 속도로 공격할 수 있다. 물론 몇 년 이내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10년, 20년 후에는 서서히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상대방 입장 비틀어보는 가깝고도 먼 나라… 쌓여가는 반대와 혐오

    상대방 입장 비틀어보는 가깝고도 먼 나라… 쌓여가는 반대와 혐오

    가깝고도 먼 관계인 한국과 일본. 과거사로 인한 앙금이 여전한데 청산을 위한 대화와 합의는 멀어만 보인다. 특히 냉랭할 대로 냉랭해진 지금의 양국 관계에선 오히려 ‘반일’과 ‘혐한’이라는 대칭적인 감정만 쌓여가는 것처럼 보인다. 8년 반에 걸쳐 한국 특파원을 지낸 사와다 가쓰마 마이니치신문 기자는 그 풀리지 않는 대립의 원인을 “상대 입장을 자신의 기준으로 짐작해 곡해하기 때문”이라고 못박는다. 최근 심하게 악화된 한일 관계도 바로 그 때문이며, 그 배경엔 냉전 종식 이후 달라진 세계질서 구도와 30년간 민주화를 이루고 국력이 일본만큼 성장한 한국의 변화가 있다고 풀어낸다. 저자는 우선 지금의 한일 관계를 ‘냉전 종결 후의 구조적 변화에 의한 삐걱거림’으로 묘사한다. 한일기본조약에 입각한 ‘1965년 체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냉전하의 유사동맹이었지만 이후 스스로 국력 신장을 자각한 한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지향하며 움직이고 있는 게 기본적인 구도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런 시대변천에 따른 인식변화는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에서 확인할 수 있다. 50대 이상 일본인 중에는 한국을 내려다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많지만 10~20대는 한국을 ‘선망의 대상’으로까지 본다. 세대차는 한국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정치성향 등에서도 뚜렷하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30년 전, 40년 전의 경험과 기억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을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는 한국 독자들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정말로 일본에서는 있는 일’이라고 밝힌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말할 때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친일파 청산’이라는 말의 울림은 일본인에게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른 강렬한 인상을 준다”며 이런 말을 남긴다. “한일 관계를 정상궤도로 돌리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피할 수도 없다. 상대방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그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코로나도 경제도 삼킬 ‘블랙홀 법정 공방’… 데드라인은 12월 8일

    코로나도 경제도 삼킬 ‘블랙홀 법정 공방’… 데드라인은 12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조지아 등 경합주에 대해 개표 중단과 재검표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루한 법정 공방과 그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미 대선의 악몽으로 기억되는 2000년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는 연방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5주가량 국정 공백을 초래했다. 이번에는 첨예한 법정 싸움이 진행되면서 코로나19 여파인 경기 침체를 타개하려는 부양책과 실업수당 지급 등이 실기할 수 있다.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백악관과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합의해야 하지만 양측이 법정공방에 매몰되면 합의는 요원해질 수 있다. 부양책이 늦어지면 피해가 커지면서 회복에 더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미국의 각주는 12월 8일까지 연방 하원에 선거인단을 보고해야 한다. 이후 14일 선거인단이 형식적이지만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에 투표하면서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선출한다. 연방 상하원은 내년 1월 6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현 대통령의 임기는 2021년 1월 20일 정오 직전까지다. 그날 낮 12시부터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그 이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돼야 한다.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이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권력승계 2순위인 하원의장이 권한대행을 행사한다. 하원의장은 내년 1월 3일 새로 시작되는 회기에서 선출된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의장에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인 낸시 펠로시 의장이 재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하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더기 소송에 대해 사법부의 최종 결론은 늦어도 의회 보고 시한 마지막 날인 12월 8일 이전까지는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000년 미 대선의 향배를 결정한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이 선거인단의 의회 보고 마감날 마지막 순간인 12월 12일 밤 10시에 주 전체 재검표를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이 최종 마감 두 시간 전에 내린 이런 결정에 당시 앨 고어는 승복했고, ‘아들’ 조지 W 부시가 백악관에 들어갔다. 이번 소송전이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에 불과할지 ‘사법’을 통한 집권 연장 시도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캠프는 최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합류하면서 연방대법원에서 보수 대법관이 절대 우위로 구성이 변한 것도 소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21세기 최선진국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선거일 투표 시간 연장과 한 달가량의 우편투표 기간에도 접수 마감 시한을 늘리는 등의 조치가 소송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캠프가 재검표를 요구한 것은 우편투표에서 서명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절차적 하자가 있는 투표들을 엄격히 걸러내겠다는 의도도 있다. 재검표에서 하자를 이유로 무더기 무효표가 나오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개표 중단을 요구한 것은 시간을 끌면서 최종 개표 결과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일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측도 호락호락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개표가 지연되면 신속히 개표를 진행하라고 맞소송을 낼 수도 있다. 바이든 캠프는 이런 소송을 대비한 위한 자금 마련에 들어갔다. 향후 소송의 쟁점은 ▲투표 종료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가 합헌인가 ▲만약 위헌으로 판정되고, 우편투표가 합법 투표와 섞여버렸다면 대안은 무엇인가로 요약될 수 있다. 연방대법원의 구성이 보수 6명과 진보 3명의 대법관으로 이뤄졌더라도 이들이 정치적 성향으로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법리와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해 결론을 도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캠프가 무더기로 소송을 냈지만 법정에서 기대할 게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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