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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주현영 인턴기자’가 웃기지 않을 때… “먼저 힘을 실어 줘라”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주현영 인턴기자’가 웃기지 않을 때… “먼저 힘을 실어 줘라”

    미국인들이 사랑했던 코미디언 놈 맥도널드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생전에 그가 등장했던 코미디 영상들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그의 유머 감각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런데 그중에 그가 뉴스앵커로 등장해 여자와 남자의 교통사고 유형 차이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가벼운 사고는 여성이, 사망 사고는 남성이 더 많이 낸다”고 말하는 그의 뒤로 통계 숫자를 보여 주는 원그래프가 등장하는데, 한눈에 봐도 각 항목의 퍼센트 숫자를 합하면 100이 넘었다. 맥도널드는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숫자가 이상하죠? 여자가 계산해서 그렇습니다.”하지만 사람들이 이 농담을 지금도 좋아하는 이유는 이게 1997년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똑같은 농담을 요즘 코미디언이 했다면 웃음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을 거다. 일단 “여자가 계산해서 그래프 숫자가 이상하다”는 말에 대해서는 ‘여학생은 수학을 못한다’는 지난 세기의 선입견을 갖고 있어야 웃든, 화내든 할 텐데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21세기에 ‘여자는 단순한 산수도 못한다’는 얘기는 그냥 무의미한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1997년도에는 어땠을까? 여성 청중도 남성들과 똑같이 그 농담을 즐길 수 있었을까?이 코미디가 나온 건 1997년이었다. 여성 비하적인 농담에 방청석에서 여성들이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맥도널드는 기다렸다는 듯 “화내시는 분들이 있는데, 방금 한 농담은 여성 작가가 썼습니다”라면서 “이제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모르겠죠?” 이 말에 사람들이 다같이 크게 웃자 그는 재빨리 “하하, 농담입니다. 저희는 여자 안 뽑아요.” 물론 마지막에 한 말은 농담이었고,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듯 또 한번 웃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두고 줄타기를 하면서 청중의 감정을 갖고 노는 맥도널드의 솜씨를 잘 보여 주는 예다.●여성 비하 농담 야유에 “여성작가가 썼어요” 인류 역사 내내 코미디언은 남성이었고, 여성은 농담의 소재, 혹은 대상으로 존재했다. 고고학자들이 찾아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농담들도 하나같이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다. 가령 BC 1600년에 기록됐다고 하는 고대 이집트의 농담은 이렇다. “파라오를 즐겁게 해 드리는 방법은? 그물만 걸친 여자들을 나일강에 넣고 파라오에게 낚시를 권한다.” 이게 왜 웃긴 건지 모르는 건 나 같은 현대인만은 아닐 거다. 나는 고대 이집트 여성들도 이걸 듣고 웃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귀한 자원을 써 가면서 기록에 남긴 걸 보면 적어도 고대 이집트 남성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여성의 수학 실력과 고용 문제를 소재로 한 맥도널드의 농담은 여성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던 1990년대 사회(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를 ‘여성 비하적인 무례한 남성’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묘사한 것이다. 즉 그 농담을 하는 주체는 ‘미국 남성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그걸 다 이해해도 여성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아무리 고차원적인 사회 풍자라고 해도 결국 여성들은 자신이 소재가 된 농담에서 남성들이 웃는 걸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농담의 주체와 객체’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맥도널드의 농담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그의 캐릭터가 무례한 남성 중심 사회를 상징한 것이니 여성도 웃을 수 있다는 당시 기준의 공감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이 공감대는 빠르게 변했다. 가령 미국 코미디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오피스’(The Office·2005~2013)는 상황 파악이 느리고 ‘PC한’(정치적으로 올바른) 것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 마이클 스콧이 자신이 지점장으로 일하는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들과 부딪치는 일을 다루는 시트콤이다. 내용이 그렇다 보니 주인공의 온갖 부적절한 언행이 웃음거리가 된다.●美 시트콤 ‘오피스’ 요즘과 코드 안 맞아 2011년에 방송된 한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작은 눈에 돌출된 이빨을 한, 20세기 중반 서양에서 많이 사용한 일본인 혹은 동양인의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직원들은 상상도 못할 행동을 하는 상사를 애써 무시하려 하고, 그의 뒤에서는 아시아 여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본다. 이 시트콤에 출연한 인도계 미국인 여성 코미디언 민디 케일링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오피스’에 출연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기는 하지만, “요즘이라면 방영되기 힘든 장면이 많다”고 했다. 10년 만에 사회적 분위기가 그만큼 변한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다시 시작한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는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 등장한 ‘주현영 인턴기자’가 화제가 됐다. 많은 사람이 20대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말투부터 몸짓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박수를 보냈지만, 동시에 “20대 여성을 미숙하고 철없는 존재로 묘사하고 웃음거리로 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이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도 20대지만, 학교 발표나 면접 때 저러는 애 많지 않냐”며 “웃긴 건 사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을 비웃는 유머는 정말 지긋지긋하다”며 누가 저런 말소리와 태도를 시키고 가르쳤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서 다시 맥도널드의 농담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여성 비하적인 농담을 한 후에 “이 농담은 여성 작가가 썼다”는 말로 청중의 입을 다물게 했다. 흑인들은 흑인 비하적인 표현을, 아시안들은 아시안 비하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위 ‘당사자성’을 들고나온 것이다. 물론 그것 자체도 농담으로 사용했지만, SNL의 인턴기자 역을 연기한 주현영 배우는 20대 중반의 여성이기 때문에 자신의 세대를 묘사하는 그에게는 당사자성을 부여하는 게 사실이다. 이 코미디가 던지는 화두가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美 코미디 원칙 “다 같이 기분 상하면 된다” 이 코미디가 축제 기간 중에 대학교 캠퍼스에 등장했다면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다소 우스운 모습과 딱한 처지를 풍자한 연기에 박수를 보냈을 거다. 문제는 이 코미디가 전 국민을 상대로 방송됐다는 것이고, 이 연기를 보면서 웃은 사람들 중에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직원이나 자기 회사에 지원했던 학생들을 떠올리면서 “똑같아, 똑같아”를 외친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사회에서 힘이 없는 특정 집단을 나머지 사람들을 웃기는 소재로 삼는 코미디는 아무리 성공해도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럼 ‘주현영 인턴기자’를 재미있게 봤다고 박수를 친 사람들(이들 중에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들은 그리고 젊은 여성들도 나이가 많은 세대를 얼마든지 놀릴 수 있고, 나이든 세대를 놀리는 코미디도 많기 때문에 이 정도의 묘사에는 상호성(相互性)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미국 코미디계에서는 이를 “모두 평등하게 기분을 상하면 된다”는 원칙으로 불리고, 미국 SNL이 이런 원칙으로 모든 인종, 젠더 집단을 희화화한다. 하지만 유머 코드만큼 특정 문화에 고유한 것도 드물어서 같은 서양 국가들 사이에서도 코미디와 농담은 쉽게 먹히지 않는다. 미국식 코미디를 한국이 반드시 좋아할 이유는 없다. ●美 ‘민스트렐’ 약자 조롱 저질 코미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현영 인턴기자를 즐겁게 봤다면 20대 여성이 그 정도의 약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한 여성들이 가벼운 코미디의 소재도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대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견해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코미디와 웃음은 항상 집단 내의 권력 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을 검게 칠한 백인 배우들이 흑인을 코미디 소재로 삼은 19세기 미국의 민스트렐(minstrel)은 약자를 조롱하는 저질 코미디였고, 유럽 봉건 영주의 궁정에 소속된 제스터(jester·어릿광대)는 왕을 공개적으로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게 허락된 유일한 사람이었다(앞서 이야기한 고대 이집트의 농담도 잘 보면 파라오에 대한 조롱의 언더톤이 보인다). 그렇게 봤을 때 현대사회에서 20대 여성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고 모두가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을 누가 보기에도 약자가 아닌 힘있는 집단으로 만드는 것이다. 젊은 여성뿐 아니라 놀리고 싶은 집단이 있다면 그들에게 먼저 사회적, 경제적 힘을 실어 주고 그다음에 농담의 소재로 삼으면 그들도 싫은 소리 안 하고 함께 웃을 거다. 오터레터 발행인
  • 50년 숨죽인 대서양 카나리아제도 화산 21세기 첫 대폭발…시뻘건 용암기둥 [영상]

    50년 숨죽인 대서양 카나리아제도 화산 21세기 첫 대폭발…시뻘건 용암기둥 [영상]

    스페인령 화산 제도 카나리아의 라팔마 섬에서 50년 만에 화산이 폭발해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했다. 20일 AFP통신은 아프리카 북부 대서양에 있는 라팔마 섬 쿰브레 비에하 국립공원에서 현지시간 19일 오후 3시 15분쯤 화산이 분화했다고 전했다. 분화는 화산 서쪽 경사면에 있는 카베사 데 바카 지점에서 발생했다. 반세기 만에 분화한 쿰브레 비에하 화산은 수백 미터 상공까지 시뻘건 용암 기둥을 내뿜으며 포효했다. 치솟은 용암 기둥은 큰 세 줄기로 나뉘어 산비탈을 타고 흘러내렸다. 화산은 섬 전체를 집어삼킬 듯 맹렬한 기세로 검은 연기와 화산재를 내뿜었다.쿰브레 비에하 화산은 지난 11일부터 크고 작은 화산성 지진 6600여 건을 일으키는 등 분화 조짐을 보였다. 지난 8일간 스페인 국립지리원(IGN)이 화산 주변 국립공원에서 감지한 진동만 4222건이었으며 그 중 1000건 이상이 지진으로 공식 기재됐다. 화산이 터진 날에도 규모 3.8의 지진 등 320건의 진동이 감지됐다. 국립지리원 지진학자 이타히자 도밍게스는 “이번 폭발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진은 지난 몇 달간 지속됐다”며 추가 폭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지 전문가들은 추가 폭발 가능성과 함께 산사태와 낙석, 더 강한 지진으로 건물 피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분화 직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라 팔마를 방문하기 위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발하는 것을 연기했다. 관련 당국도 화산 폭발 경보단계를 기존 오렌지색에서 적색으로 상향 조정했다. 스페인 시민경비대는 엘 파소, 타자코르테, 로스 라노스 데 아리다네 등 4개 마을에 대피령을 내리고 주민 5000여 명을 대피시켰다. 피난민 규모는 최대 1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라팔마 섬은 쿰브레 비에하와 그 기생화산이었던 테네기아 등 두 개의 화산을 포함한 화산섬이다. 쿰브레 비에하는 1949년과 1971년 20세기 단 두 번의 분화를 마지막로 쉬고 있던 활화산이다.
  • 쿼드 첫 대면 정상회의 24일 백악관서 열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첫 대면 쿼드(미국·호주·인도·호주) 정상회의를 연다.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20년 전쟁 종료가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뒤 첫 대(對)중국 압박 행보로 평가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쿼드 격상을 우선순위로 삼았다”며 “이번 회의가 21세기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 관여하는 미국의 우선순위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유엔총회(20~27일) 기간에 뉴욕을 방문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외교장관 협의체로 시작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정상 간 협의체로 격상됐다. 지난 3월 화상으로 첫 정상회의를 열었고, 6개월 만에 첫 대면회의까지 여는 것이다. 백악관은 정상회의 핵심 의제로 유대 강화,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 신기술 및 사이버공간 협력,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촉진 등을 꼽았다. 특히 중국의 백신 외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저소득국에 백신을 제공하기 위한 협력이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은 아프간 전쟁을 끝내고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줄곧 밝혀 왔다. 백악관은 바이든이 지난 9일 취임 7개월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경쟁이 분쟁으로 바뀌지 않도록 양국의 책임감을 논의했다”고 했지만, 바이든은 11일 시 주석을 겨냥한 듯 “21세기에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고 진정으로 믿는 독재자가 많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회담에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지도 관심사다.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이 후보로 꼽힌다. 다만 한국은 중국을 감안해 직접적인 쿼드 가입보다는 백신, 기후변화 등 사안별 협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기고] 2050 탄소중립 달성하려면/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위원장

    [기고] 2050 탄소중립 달성하려면/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상임위원장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2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는 1.09도 상승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제로가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21세기 말에는 산업화 때보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1.8도 오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류의 안전과 생태계 안전의 한계선이라 할 수 있는 1.5도 선을 넘는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목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그렇기에 사회의 전체 구성원이 다 함께 관심을 두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탄소중립에서 중요한 영역은 에너지 부분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의 전환과 같은 공급 측면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당장 현실적이고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부분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이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법인 대기 전력 차단, 플러그 뽑기 등과 같은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시민단체들도 소등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시민이 에너지이고 시민이 발전소가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한국에너지공단과 시민홍보 협력 사업으로 에너지공단이 사회적 협약을 맺은 편의점, 마트, 은행 등에서 여름철 실내 적정 온도인 26도를 잘 지키고 있는지, 그리고 직원들의 실내 적정 온도 준수 의식이 어떠한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모니터링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직원이 실내 적정 온도가 몇 도인지 모르고, 잘 지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절반 가까운 매장에서 실내 적정 온도를 준수하고, 인식 개선도 상당히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실내 적정 온도 준수, 에너지 절약을 위한 홍보도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아직도 많은 매장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또 실내 적정 온도가 몇 도인지 모르는 곳도 많았다.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하면 매장의 매출이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카페나 음식점을 들어가더라도 지나치게 온도가 낮다면 이에 대해 항의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실내 적정 온도를 지키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그 가게를 ‘착한 가게’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매출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우리의 인식이 개선된다면 앞으로 ‘2050 탄소중립’ 정책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설] 카카오와 네이버의 ‘지네발’식 골목상권 침해

    카카오 같은 빅테크 선두 주자들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인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편리함으로 국민을 길들이자마자 거꾸로 ‘너희 목숨은 내 손에 달렸다’고 고객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상황이라면 평가는 달라진다. 빅테크의 대표 주자인 카카오는 2016년 말 70개 남짓이었던 계열사가 지난 6월 말에는 158개로 늘었다. 올해 석 달 만에 계열사를 19개나 늘렸다니 ‘세포분열’의 속도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재벌 기업이 ‘문어발’이었다면 21세기 빅테크 기업은 더 심각한 ‘지네발’식 확장을 하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구시대 재벌과는 다르게 신세대적 기업관(觀)을 첨단기술에 접목해 미래지향적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러니 대표 주자라는 카카오가 택시, 주차, 대리운전, 스크린골프는 물론 미장원과 꽃배달 사업에까지 진출해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 카카오가 택시의 시장 지배력을 80%로 끌어올리면서 이용료를 5배 인상했다가 취소한 사건은 매우 상징적이다. 국민의 뇌리 속 카카오는 신기술을 규제의 사각지대에 적용해 무차별적으로 돈을 버는 기업으로 인상 지워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치권이 규제를 언급한 것은 업계의 자업자득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은 지난 7일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 “혁신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카카오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영세 상인의 어려움은 더 가중됐다”면서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까닭을 해당 기업들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는 어제와 그제 급락했다.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규제의 강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해외 대표적 빅테크 기업들이 우주개발, 인공지능, 생명연장 등의 분야에 다투어 힘을 쏟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한다. 인류의 미개척 사업 영역 투자는 아직 힘이 부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영세 골목상권에는 오히려 플랫폼 경영 기법을 전수하는 등 ‘상생의 경영’으로 신세대 기업가 정신을 보이라는 충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구시대 재벌의 행태를 답습해서야 미래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나.
  •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 ‘서울물재생체험관’ 개관 앞두고 현장 점검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 ‘서울물재생체험관’ 개관 앞두고 현장 점검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위원장 성흠제)는 지난 6일, 10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서남물재생센터 내 서울물재생체험관과 내년 2월 준공 예정인 슬러지 건조처리시설 공사 현장을 방문해 최종 점검과 향후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공사현장을 점검한 후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측으로부터 공사 현황 및 운영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민들의 기피시설이었던 하수처리장을 지하로 옮기고 상부를 하수처리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물재생체험관과 공원 등의 친환경시설로 조성하는 서남물재생센터 현대화사업이야말로 21세기 친환경도시 서울이 나아가야 하는 선도적인 사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서울물재생체험관이 앞으로 물재생 분야와 관련된 체험교육의 산실이 되어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명품장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2단계 슬러지 건조처리시설 역시 매년 슬러지 처리를 위한 민간위탁비와 수도권 매립지 수수료 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재생센터 내에서 슬러지를 전량 자체 처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설에 해당한다면서 계획대로 내년 3월에 반드시 준공될 수 있도록 공정 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함께 당부했다. 성흠제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은평1)은 서울물재생체험관과 상부공원의 향후 운영과정에서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개관 전 사전점검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서울물재생체험관에 대한 대시민 홍보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물재생체험관은 기존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그 상부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물재생 체험과 공원을 조성하는 서남물재생센터 시설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금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으며, 서남물재생센터 2단계 슬러지 건조처리시설은 슬러지 처리비용 절감 및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사업으로, 2020년 8월 착공하여 2022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총 312억 원을 투입하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 [김기정 인터뷰 2] “아프간 사태 이후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못할 것”

    [김기정 인터뷰 2] “아프간 사태 이후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못할 것”

    7일자 지면에 미처 싣지 못한 김기정(65)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싣는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통일 및 외교 정책 핵심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설계자로 통한다. - 문재인 정부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5년제 단임제의 한계이기도 한데 한국이 주변 국가들과 미국에게 평화 공존으로 가야 하며 그래야만 이들 나라의 이익이 주어진다고 설득하는 데도 짧기만 한 시간이다. 한국인의 열망과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이 아무리 커도 분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자국의 이해를 추구하는 데 분단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하는 나라들을 설득하고 동참시키는 게 버겁다. 정권과 정부의 노력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성찰과 상상력이 응집돼야 한다. 우리는 2018년의 단초를 통해 냉전 질서의 끄트머리쯤에 있지 않은가 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 - 차기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분단과 통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역사적 관점에서 통찰하며, 미래를 그리며, 한반도의 평화공존이 동북아 전체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신념을 갖추고, 분단의 관성이나 냉전의 스테이스 쿠오에 짓눌린 정무적 판단으로 역사를 퇴행시키지 않고, 상상과 열망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미국이 한국을 더 성가시게 할 것이란 시각이 많은데. “안보와 자율성을 교환하는 구조가 한미정상회담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고 느낀다. 한국은 경제성장, 군사력 성장, 자긍심과 민도의 상승, 시민성에 기초한 방역 성공 등으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더 활용할 만한 가치가 높은 존재가 됐다. 일본은 미국이 생각하는 대중국 포위망의 정중앙에 자진해 들어간 반면, 한국은 한 발 물러선 위치에 서는 일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처럼 보인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자유롭게 움직일 여지가 있게 됐다. 미·중 대립이 격화될수록 우리 외교의 유연성이 중요해진다고 본다. 워싱턴 정가는 한발 뒤로 물러선 한국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낫다고 판단하기 시작한 것 같다. 미국은 폴리티컬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데, 일부러 한국을 중국 쪽으로 계속 밀어대는 일본보다 중간에 위치한 미들파워(한국)를 강화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얘기다.나폴레옹 전쟁 이후 100년 동안 유럽이 안정된 것은 중부유럽을 강화한 덕분이었다. 물론 중부유럽이 너무 강해져 1차, 2차 세계대전이 촉발되는 부작용을 낳긴 했지만 말이다. 미국이 더 큰 폴리티컬 게임을 하고 싶으면 한국뿐 아니라 북한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헨리 키신저 같은 대전략가가 부재해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는, 초유의 상황, 코로나 이후 국제질서가 비정형적으로 풀려나갈 소지가 높아 방법을 찾지 못해 자꾸 냉전 초기의 담론을 차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키신저의 방법은 중국이 총구를 소련에 돌리게 한 것이었는데, 어쩌면 미국은 한국과 북한까지 중국에 총구를 돌리게 하는 빅게임을 하고 싶어하는데 아직 그 단계로 넘어가는 일을 망설이며 주저하는 것 같다. 미국이 과거처럼 ‘주한미군 빼버릴 거야’란 식으로, 한국의 불편한 심리적 의존성을 압박하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한국이 너무 커져 버렸다. 한국이 미국에 너무 많은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가 돼버렸다.” - 미·중 대립의 본질은 무엇인지. “두 국가의 권력 관계가 바뀌어 나타나는 갈등인데 상당히 오래 갈 것이다. 이념과 국제 분업 구조, 표준화 경쟁 등 층위가 다양할 것이다. 가장 기저에는 심리적 분노가 자리한다. 국민들의 반감이 권력과 구조의 경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외교를 잘해서 봉합될 수는 있겠지만 부문별 각축에 의해 다시 전체의 경쟁으로 비화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다.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외교적 유연성을 갖추는 일일 것이다. 주관이 없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전술적으로 한 쪽에 기울더라도 다른 쪽을 놓치지 않고 나중에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자는 얘기다. 미·중 관계가 격화되면 손해를 보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유럽, 어쩌면 그런 척하지 않을 일본, 호주, 인도 등이다. 팔짱만 끼고 볼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다. 중간국가 연합을 주도하거나 적극적 동참하는 것도 유연성을 키우는 일이다. 피봇팅하듯 한 발에 중심을 두고 몸을 이리저리 돌려 공격 방향을 찾는 일을 외교에 적용할 수 있겠다. 여러 나라에 전술적인 무게 중심을 둬 이런저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움직이는 일이 현 시점에 준비됐으면 한다.” -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2차대전 종전 이후 미국의 외교적 수단은 군사력이었다. 누군가는 미국 외교의 90%는 국방 예산에서 나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외문제를 군사력으로 해결하는 방식의부작용과 실패가 베트남, 이라크에 이어 아프간에서 나타났다고 본다. 아프간전 철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아프간인들이 ‘싸울 수 있는 의지(will to fight)’가 없다고 말했는데 1905년 미국이 조선과의 외교를 끊고 맨먼저 철수했을 때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조선인들은 스스로를 ‘방어할 의지(will to defend)’가 없다고 말했던 일을 연상시킨다. 외국의 지원과 돈에만 의존해 국민들과 괴리된 정부가 얼마나 힘없이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줬는데 세계 6위의 군사력에 1910년의 수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하나된 우리를 잘못 비교한 뒤 ‘미군 빠지면 저 꼴 난다’고 여기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 같다. 문 정부와 일본 어느 쪽에 더 잘못이 있었다고 보는지. “어느 정부나 국제관계, 국내관계의 균형점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 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이 그나마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남북한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전에 국제질서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먼저 설명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게 더 급하다고 판단하고 나중에 설득하면 된다고 본 것 같다. 이때 가장 소외된 것이, 그렇게 느낀 것이 일본이었다. 이 때 일본에게도 이해를 구하고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는 방향으로 병렬해 나아가지 않은 것이 하노이에서의 훼방놀이란 값비싼 대가로 돌아왔다고 난 본다. 그런데 한·일 관계가 틀어진 근본적인 책임은 일본이 더 크다고 본다. 오래 전부터 혐한의 분위기가 있었고, 보수 정권은 우익과 결합하고 있었다. 아베 정권은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 일본의 19세기 역사관과 한국의 21세기 역사관으로 대립하고 있다. 한국은 분단됐지만 평화공존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데 일본은 분단과 적대를 관리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낡은 가치관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하다. 화해할 수 없는 이격(離隔, 사이가 벌어짐)이 문 정부와 아베 내각 사이에 일어났다. 문 정부가 대일 외교를 잘못해 두 나라 관계를 망쳤다는 논리는 대단히 불공정한 비판이다.” - 한·일관계를 제대로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나라는 1965년 체제의 끄트머리에 있으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65년 체제란 반공과 식민지 청산이란 두 연결고리를 풀고자 했는데 전자는 쉽게 합의한 반면, 후자는 도저히 풀지 못해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agree to disagree)하고 봉합한 것이었다. 그 기저에는 세계 분업구조에 일본의 하부로 편입되는 열망이 작용했다. 두 나라 정부가 원폭과 사할린 징용, 위안부 등을 풀어야 할 과제로 합의했는데 어느새 반공이란 고리가 사라져버렸다. 이를 대신할 전략적 공유 이익을 찾지 못했다. 식민지 청산이란 연결고리마저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 의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외교적 봉합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반공 대신 평화를 공동의 전략적 이익으로 삼아야 하는데 일본은 반중으로 합의하고 싶어한다. 식민지 청산을 포괄하는 역사적 화해로 나아가야 하는데 일본이 쉬 수용하지 못한다. 해서 마지막 몸부림으로 인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본다. 일본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야 하며 그렇게 이익이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이 이해해야 하는 일이 첫 걸음이 될 것이다.” - 우리의 국가전략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대립을 공존으로, 두 국가 체제를 인정하면서도 하나로 움직이는 사실상의 통일(de-facto unification)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화폐를 갖게 되면 유럽처럼 되는 것이고, 다른 정부, 군대를 각자 갖고 있지만 군비 통제와 군사적 신뢰 구축이 되면 통일로 가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평화 공존을 제도로 보장하는 일을 다음 정부가 해야 한다. 적대 질서로 돌아가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다. 평화 공존을 외교적인 틀에서 국제사회에 설득하고 인정받는 일을 국가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통해 포용 국가 담론을 만들어야 하고, 각자도생의 생존 논리 대신 공동체를 존중하는 사회, 안보 개념을 더욱 확장해 여러 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세이프티(safety) 개념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국가전략이 됐으면 한다.
  • “매 순간 즐기려 노력” 英 걸그룹 스타 사라 하딩 암투병 끝 하늘의 별로

    “매 순간 즐기려 노력” 英 걸그룹 스타 사라 하딩 암투병 끝 하늘의 별로

    2002년 TV 경연 ‘팝스타: 더 라이벌’ 출연‘걸스어라우드’ 5인조 마지막 멤버로 합류싱글 430만장, 앨범 400만장 전설 이정표“21세기 英 걸그룹 역사 새로 썼다” 평가10년간 전성기…작년 유방암 진단 후 분투TV 경연 프로그램으로 등장해 21세기 영국 걸그룹의 새 역사를 써내려갔던 인기 걸그룹 ‘걸스어라우드’(Girls Aloud) 출신 사라 하딩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BBC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39세. 2012년까지 10년간 전성기를 누렸던 하딩은 다양한 연예 활동을 하던 지난해 유방암 진단 판정을 받았지만 “매 순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자세로 분투했다. 그러나 끝내 병마를 이기지는 못하고 1년 만에 하늘의 별이 됐다. 모친, SNS로 하딩 사망 소식 전해 “아침에 평화롭게 눈 감아,밝고 빛나는 별로 기억해주길” 모친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통하게도 오늘 내 아름다운 딸 사라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한다”면서 “많은 분이 사라가 마지막까지 암투병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오늘 아침 그녀는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한 해 동안 그녀를 지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면서 “사라는 암 투병 대신 밝고 빛나는 별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은 2002년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TV 경연 프로그램인 ‘팝스타: 더 라이벌’에 나와 이름을 알렸다. 그는 결승 진출까지 성공해 니콜라 로버츠, 나딘 코일, 킴벌리 월시, 셰릴 콜에 이어 ‘걸스어라우드’로 결성된 5인조 그룹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했다.10년간 21번이나 英 싱글차트 상위 10위권 기록 걸스어라우드는 싱글 430만장, 앨범 400만장 판매 기록을 달성하며 21세기 영국 걸그룹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2년에서 2012년까지 21번 동안 영국 싱글차트 상위 10위권을 기록했고, 사운드오브언더그라운드나 더 프라미스 등이 히트를 치며 전성기를 누렸다. 2013년 그룹 해체 이후에는 독립영화나 드라마,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예계 활동을 이어나갔다. 고인은 지난해 유방암 진단 소식을 알렸고, 지난해 크리스마스가 아마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의사 소견을 지난 3월 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얼마나 살든 매 순간을 살고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날 고인의 사망 소식 이후 걸스어라우드 멤버들을 비롯해 연예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 [세종로의 아침] 어딜 봐서 ‘중재’법인가 어딜 봐도 ‘통제’법인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어딜 봐서 ‘중재’법인가 어딜 봐도 ‘통제’법인데/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이름이 이상하다. 언론‘중재’법이라니. ‘중재’의 사전적 의미는 ‘분쟁에 관한 판단을 법원이 아닌 제3자에게 맡겨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꼭 사전을 들추지 않더라도 의견 대립이 극심한 양자 사이에서 타협을 이끌어 내는 기교, 혹은 그 수순을 일컫는 단어가 ‘중재’라는 건 상식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필칭 언론‘중재’법엔 중재자가 없다. 분쟁의 당사자가, 그 분쟁의 원인과 결과를 자의적으로 판단한 뒤, 이에 따른 시정명령을 해당 언론에 하달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문장의 요건은 갖췄으나 이치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 형용모순이다. 요즘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흔히 듣는다. 이 단어를 가장 애용한 이는 아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외에 쓴소리만 퍼부어대는 언론 대부분은 ‘가짜뉴스 생산자’였다. 당시 전 세계는 그의 독선적인 행보를 조롱하면서도 일말의 두려움을 가졌다. 세계 초강대국의 최고 권력자였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었고, 그의 퇴임 전 기간을 ‘가장 위험한 60일’이라고도 했다. 만약 지금 한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면 다른 나라들의 반응은 어떨까. 이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가짜뉴스의 생성은 쉽지 않다. 생각조차 어렵다. 우선 팩트를 흔들 자신이 없다. 이미 제정된 언론과 관련된 무수한 법률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어서다. 사실이 아닌 기사를 사실이라고 썼다간 쇠고랑 차기 십상이다. 그리고 외부의 평가는 박하지만, 뉴스 생산자로서의 본령을 지켜야 한다는 기자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있다. 사실 이게 기사 작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권력자들이 걸핏하면 입길에 올리는 ‘가짜뉴스’는 사실 자체가 가짜인 뉴스가 아니다. 정부, 국회 등 권력기관 종사자가 자신의 업무 추진 의도나 방식, 과정에 대한 언론의 평가와 비판을 ‘틀리다’고 판단한 뒤 이를 ‘가짜’라고 주장하는 것이 실체적 모습이다. 쉽게 말해 권력을 소유한 나는 당신네들의 판단을 받을 사람이 아니며, 더더욱 비판의 대상이 되지는 않겠다는 뜻이 담긴 단어가 현재 횡행하는 ‘가짜뉴스’의 본질이다. 몇 해 전 방한했던 ‘닉슨 게이트’의 주역인 언론인 밥 우드워드도 이와 비슷한 요지의 말을 남겼다. 그는 ‘가짜뉴스’에 대해 “언론의 신뢰를 저해하려는 의도에서 (정치권력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정의했다. ‘가짜뉴스’라는 단어 자체가 권력자들의 바람이 담긴 정치적인 표현이란 얘기다. 물론 트럼프는 이런 내용들로 자신을 비판한 우드워드의 책에 대해 당연하게도 ‘가짜뉴스’ 딱지를 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은 언론‘규제’법이 정확한 실체다. 계획대로 법이 통과된다면 ‘가짜뉴스’가 권력의 입맛에 맞게 재단될 가능성이 ‘백프로’다. 게다가 내포된 여러 규정들의 모호성 등 법률로서 존재하기엔 구성이 너무 허술하다. 구멍 숭숭 뚫린 치즈덩어리와 같다. 그래도 권력자들은 이게 최고의 치즈라며 눈을 부라린다. 딱 지록위마다. 언론이 싸우는 대상은 정치권력뿐만이 아니다. 행정, 사법에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경제 권력과도 싸워야 한다. 그런 와중에 언필칭 언론중재법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칠링 이펙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1980년대 신군부 이후 최강의 권력을 쥐고 흔드는 현 집권 여당은 그래서 더 비판받고 감시받아야 한다. 한국이 구시대의 미몽에서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다. 언론의 견제와 감시조차 넘어선 초월적 존재는, 21세기를 맞은 한국에서 존재할 수 없다.
  • 바이든 “다른 나라 위한 군사개입 종료, 중국과 경쟁 속 아프간 철군은 최선”

    바이든 “다른 나라 위한 군사개입 종료, 중국과 경쟁 속 아프간 철군은 최선”

    “올바른 결정, 현명한 결정,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다른 나라들의 이익에 맞춰 중대 군사작전을 벌이는 시대의 종료를 뜻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약 30분간의 연설을 통해 혼란스러운 철수와 대피 작전으로 국내외적 비난을 초래한 아프간 철군의 정당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의 연설은 미리 제시해둔 31일 시한에 쫓기다시피 이뤄진 철군, 혼란을 부채질한 대피 작업을 두고 비판이 비등하는 가운데 철군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함으로써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은 아프간 시간으로 전날 철군을 완료하며 아프간전을 종식했지만, 200명이 안되는 미국인과 수천명 규모로 추정되는 현지 조력자들이 대피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며 굴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세계가 변하고 있다.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여러 전선의 도전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사이버 공격에, 핵확산에 맞서고 있다. 우리는 21세기의 경쟁에 있어 이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 10년 더 꼼짝 못하는 걸 제일 좋아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프간 철군이 중국 견제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체적 대외기조 아래 이뤄진 결정임을 내세워 정당성을 부각하고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시대의 도전과제로 제시한 핵확산은 북한을 포함한 원론적 언급으로 해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27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5메가와트 원자로 가동에 들어간 정황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여부는 떠나느냐 아니면 긴장을 고조시키느냐 사이의 선택이었다면서 “나는 ‘영원한 전쟁’을 연장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그는 솔직해야 할 시점이었다면서 아프간전 미군 희생자와 투입된 천문학적 비용의 규모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 결정은 아프간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며 다른 나라들의 이익에 맞춰 중대 군사작전을 벌이는 시대의 종료를 뜻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혼란 속에 이뤄진 대피 작전을 두고서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대피를 원하는 미국인 90%가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서 남은 미국인들의 대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카불공항 자폭테러를 감행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대해서는 “끝난 게 아니다”며 보복이 계속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 돌아온 박영선, 이재명과 유튜브서 ‘선문명답’

    돌아온 박영선, 이재명과 유튜브서 ‘선문명답’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온다. 박 전 장관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유튜브에서 대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재명 지사의 열린캠프는 31일 박 전 장관이 묻고 이 지사가 답하는 형식의 ‘선문명답’ 5부작 영상을 캠프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박영선TV’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예고편에 이어 내달 1∼5일에는 이 지사가 소년공으로서 헤쳐온 도시 빈민의 삶,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을 다룬 본 영상이 차례로 방송된다. 캠프는 “두 정치인의 만남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망하며 21세기 대전환기 새 리더십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선대위의 지원실장과 비서실 부실장을 각각 맡은 인연이 있다. 박 전 장관은 미국 싱크탱크 수석고문 자격으로 당분간 워싱턴DC에 머물 예정이다. 당내 경선과 거리를 둬온 박 전 장관이 출국을 앞두고 사실상 이 지사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낙선 후 와신상담해온 박 전 장관은 9월 초 출국,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 자격으로 한동안 미국에 머물며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차기 대선 이후를 대비한 ‘내공 쌓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 [와우! 과학] 이제는 로봇이 미사일 발사?…이동식 무인 발사대 로그

    [와우! 과학] 이제는 로봇이 미사일 발사?…이동식 무인 발사대 로그

    최근 하와이 인근 바다에서 진행된 미 해군의 SINKEX(Sink at Sea Live Fire Training Exercises)에는 새로운 개념의 신무기가 등장했다. 미국의 군용 트럭 제조사인 오시코시 디펜스가 개발한 원격 조종 로봇 차량인 로그(ROGUE)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이 회사기 개발한 합동 경량 전술차량(JLTV) 차체 위에 NMESIS(Navy Marine Expeditionary Ship Interdiction System) 미사일 발사대를 탑재했다. (사진) NMESIS는 군함과 차량에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스템으로 미 해군의 주력 대함 미사일인 하푼 시리즈보다 약간 작은 NSM(Naval Strike Missile) 대함 미사일 2~4기를 탑재한다. 이 미사일은 노르웨이의 콩스베르그사가 개발했으며 유럽 국가는 물론 미 해군과 해병대도 도입했다. NSM은 길이 4m에 185㎞의 사거리를 지니고 있으며 탄두 무게는 125㎏ 정도다. 작은 크기 덕분에 JLTV 같은 소형 전술 차량에도 탑재할 수 있다.그런데 막강한 공군력과 해군력을 지닌 미 해군과 해병대에 왜 원격 조종 로봇 발사대가 필요할까?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미사일 발사대는 매우 가치가 높은 목표물로 적의 집중적인 표적이 된다. 물론 지금까지는 미국의 전력이 압도적이고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어서 미군은 주로 적의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강대국과의 전쟁 상태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드론 공격이나 급조 폭발물에 의한 공격 등 비정규전에 따른 위협도 존재한다. 따라서 미사일 발사대의 생존성을 높일 방법이 필요하다. 이동식 무인 로봇 발사대는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몇 가지 큰 장점이 있다. 로그는 두 기의 NSM 대함 미사일을 탑재하고도 전체 크기가 JTLV와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작다. 따라서 적의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아니라 은닉하거나 운반하기도 쉽다. 이보다 더 큰 장점은 적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더라도 인명 손실이 없다는 점이다. 미사일 발사대는 폭발성이 매우 강한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 적의 공격에 취약할 뿐 아니라 탑승한 병사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 원격 조종 무인 발사대는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사실 미사일, 탄약, 연료 등 인화성과 폭발성이 높은 고위험 화물을 지닌 차량은 무인화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최근 급격히 발전한 원격 조종 및 자율주행 기술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도이기도 하다. 다만 비싸고 위험한 미사일을 지닌 차량이 고장 나거나 만에 하나라도 오인 사격을 한다면 단순히 미사일 손실을 넘어서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실전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하늘을 나는 무인기인 드론은 21세기 전쟁의 주역이 됐다. 지상 군용 차량의 무인화 역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강남순의 낮꿈꾸기] 지구의 공동 소유권자, 난민은 동료 인간이다

    [강남순의 낮꿈꾸기] 지구의 공동 소유권자, 난민은 동료 인간이다

    “난민들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얼굴을 지니고, 이름이 있고, 삶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으로 대우받아야만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4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유럽의 난민 위기가 극심할 때 그리스를 방문했다. 그리스 방문 후 그는 시리아에서 온 12명의 무슬림 난민들을 바티칸으로 데리고 갔다. 그 12명 중에는 6명의 아이가 포함됐다. ●세계 곳곳의 난민 문제 우리의 평화와도 관련 어떤 사건이 등장할 때 우리는 종종 인간을 숫자로만 기억하면서, 그 인간이 개별적으로 얼굴을 지닌 존재임을 잊곤 한다. 2019년 12월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코로나19 사태에서 인간은 코로나 확진자 ○○명 또는 사망자 ○○명이라는 숫자로 표기된다. 또한 한국, 유럽 또는 북미 등으로 유입되는 난민도 숫자에 불과하다. ‘제주도 예멘 난민 500명’이란 신문 기사의 표제어는 여전히 우리의 뇌리에서 그 난민을 ‘500명’이라는 숫자로만 기억하게 한다. 그러나 그 수가 많든 적든, 그 숫자 속의 인간은 각기 다른 고유한 얼굴과 이름을 지닌 인간이다. ‘얼굴’은 한 사람이 단지 숫자가 아니라, 유일무이한 고귀한 존재라는 인간의 개별성을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우리는 얼굴을 통해 타자의 존재를 인식한다. 마치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처럼, 얼굴은 한 사람의 존재와 만나게 하는 ‘문’이다. 이 점에서 숫자가 아닌 얼굴에 대한 기억은, 나와 타자의 인간됨을 지켜내는 소중한 토대다. “난민들은 숫자가 아니다”라는 선언은, 바로 우리가 개개인을 단지 숫자가 아닌 고유한 존재로 보면서 그들 모두 나와 같이 존엄성을 지닌 인간임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인식이 우리가 난민 디아스포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중요한 출발점이다.난민 문제는 21세기 이 세계가 대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다. 2001년부터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은 등록된 수만 250만명이 넘는다. 이는 아시아 가운데 가장 많고 세계에서는 시리아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점령한 후 난민 문제가 또다시 긴급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포함해서 세계 곳곳의 난민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일까. 난민은 우리의 동료 인간이다. 또한 한국의 평화는 세계의 평화와 분리될 수 없다. 세계 곳곳의 난민은 나, 우리의 평화를 일구어 내는 데에 결정적인 문제 중 하나다. 동질성을 나누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색채를 지닌 이들이 동료 인간으로 서로를 환영하는 ‘코즈모폴리턴 환대’ 개념이, 21세기에 다시 긴급한 정치사회적 주제로 부상하는 이유다. 한국은 독립된 나라이면서 동시에 이 세계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한국만의 평화’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을 포함해 세계 전체가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1795년에 ‘영구적 평화’라는 글을 출판한다. 칸트는 이 세계의 평화를 일구어내는 데 필요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세계 시민의식, 둘째, 환대에 대한 보편적 의무 그리고 셋째, 이 지구 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의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이루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현재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위기를 넘어서서 평화를 이루며 함께 사는 삶을 이루는 데 직접적으로 연결된 긴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첫째, 세계 시민의식, 즉 코즈모폴리턴 의식은 우리 모두 두 가지 소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하나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소속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태양 아래 모두가 소속돼 있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속성이다. 이 두 종류의 소속성은 서로 갈등 관계에 있지 않다. 우리는 한국인이면서도, 동시에 태양 아래에 있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속성을 지닌다. 둘째, 환대에 대한 보편적 의무란 우리가 사는 나라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 환대의 전제조건은 단 한 가지, 즉 “지구상에 거하는 인간”이다. ‘지구상에 거한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 태어난 곳이 달라도, 태양 아래 속한 세계 시민으로 ‘동료 인간’이라는 정체성에 근거한다. ‘지구상에 거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환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칸트는 ‘코즈모폴리턴 환대’라고 명명한다. 셋째, 모든 사람의 평화와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 주고 존중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모든’ 사람이란 추상적 범주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고유한 얼굴을 의미한다. 칸트의 코즈모폴리턴 환대 개념은 21세기 현대 세계가 대면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 중 하나인 난민 문제에 중요한 원리를 제공한다. 칸트는 그의 코즈모폴리턴 환대 개념에서 “환대란 이방인이 타국에 도착했을 때, 적으로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방인의 권리를 의미”하며 이 권리는 “모든 인간이 이 지구 표면의 공공 소유권을 지닌다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강조한다. 어디에 살든 인간이라면 이 지구 표면의 ‘공동 소유권’을 지닌다. 물론 이러한 지구 공동 소유권에 대한 의식은 땅 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한국 사회에서, 상상하기조차 불가능한 의식인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본래적 의미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점차 많아질 때, 도처에 있는 ‘난민 디아스포라’에 대한 의식을 전적으로 바꾸게 한다. 누구도 이 지구의 영토에 대한 절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아니, 주장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인간은 이 지구에 손님으로, 임시 거주자로, ‘난민 디아스포라’로서 잠시 머무는 것일 뿐이다. ‘지구의 공동 소유권’이라는 의식, 또한 모든 이들이 ‘동료 인간’이라는 코즈모폴리턴 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한국이라는 특정한 영토의 절대적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땅에 오는 이들을 적대하고 배척해서는 안 된다. 2021년 8월 26일 378명의 아프간 국민이 한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국을 도운 ‘협력자’라는 범주에 들어간 이들이다. 그래서 난민이 아니라 “특별 공로자”라고 명명한다고 한다. 이들을 이렇게 한국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이들 ‘특별 공로자’만을 한국이라는 영토의 ‘포용의 원’에 넣는 것은 지나치게 작은 출발점일 뿐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는 그 작은 환대의 원을 이제 더욱 확장해야 한다. 한국을 직접적으로 돕지 않았다 해도,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밖에 없는 난민에 대해 인류공동체로서의 책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설사 그들의 종교, 언어, 문화, 생활방식 등 여러 가지가 한국 문화에서는 여전히 낯선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와 ‘그들’이 지닌 가장 중요한 공동 기반이 있다. 이 지구의 ‘공동 소유권’을 나누는 세계 시민으로서 ‘동료 인간’이라는 점이다. ●‘난민 환대’는 시혜가 아닌 인간의 권리·책임 2020년 9월 9일 독일 베를린을 포함해서 40여개의 도시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있었다.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있는 난민 수용소에서 대형 화재가 나서 그곳에 수용됐던 난민 1만 2000여명이 어려움을 겪자 독일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시위 시민들은 “난민 수용소를 해체하고 당장 (난민을) 데려오라”, “유럽연합(EU)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독일의 18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독일이 난민 수용에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각기 다른 여러 분석이 있다. 그런데 칸트의 ‘코즈모폴리턴 환대’를 사회정치적으로 확산하는 이러한 의식은, 아무리 나치 시대의 과오에 대한 역사적 사죄의 의미가 있다고 해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같은 정치가들의 난민에 대한 정치 철학과 결단, 그리고 시민들의 성숙한 세계 시민의식이 없다면 상상하기 어렵다. “난민은 숫자가 아니다”라는 선언, 그리고 이 지구 위에 거하는 모든 이들이 ‘지구의 공동 소유권’을 지닌 동료인간이라는 코즈모폴리턴 의식은 지금 이미 한국에 들어온 “특별 공로자”만이 아니라, 오늘 하루도 생존하기 위해 절규하고 있는 모든 ‘난민’들에게도 최대한의 환대를 실천해야 하는 우리의 책임성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여러 가지 현실적인 한계와 제한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 시민들, 종교단체들 등 한국을 구성하는 이들이 ‘난민 디아스포라’에 대한 환대를 확산할 때, 한국은 물론 세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난민에 대한 환대는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난민에 대한 환대는 인간으로서의 권리이며 동시에 책임이다. 살아감이란 결국 ‘함께-평화롭게-살아감’이기 때문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여기는 남미] 제작은 했는데…빌딩 안에서 나오는 비행기의 사연

    [여기는 남미] 제작은 했는데…빌딩 안에서 나오는 비행기의 사연

    빌딩 창문에서 비행기가 나오는 진풍경이 아르헨티나에서 목격됐다. 2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지방 산루이스주(州)의 도시 메르세데스에서는 긴장감 넘치는 작전이 전개됐다. 작전명은 지상으로 '구오르' 내리기. 구오르는 사람이 아니라 꼬마빌딩 안에 있는 비행기였다. 중장비가 동원된 작전 끝에 빌딩 안에 갇혀 있던 비행기는 사고 없이 지상으로 내려와 인근 비행장으로 옮겨졌다. 빌딩의 유리창을 뜯어냈지만 워낙 덩치가 큰 녀석이라 비행기는 날개를 분리해야 했다. 비행기를 만든 청년 페르난도 페르사는 "크기를 정확하게 재고 치밀하게 준비를 했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다행히 비행기를 무사하게 내릴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행기는 어떻게 빌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보는 사람마다 이런 의문이 들었겠지만 비행기는 완성체로 빌딩에 들어간 게 아니라 이 빌딩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페르사는 친구 하비에르 다르나이와 함께 비행기 제작에 흠뻑 빠져 있는 21세기판 '라이트형제'다. 이미 경비행기 2대를 만든 바 있는 두 사람은 코로나19로 외출과 활동이 제한되자 빌딩 안에서 비행기를 만들었다. 페르사는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면서 "마침 꼬마빌딩 2층이 저렴하게 임대물로 나온 게 있어 여길 빌려 비행기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4인승인 이번 3호 작품을 만드는 데는 3000시간 작업이 필요했다. 날로 계산하면 꼬박 125일이 걸린 셈이다. 4인승은 처음, 빌딩에서 비행기를 만든 것도 처음이다.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페르사는 "워낙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 비행기를 판매해야 한다"면서 "제작비를 공개하긴 약간 곤란하다"고 했다. 답답한 빌딩 안에 갇혀 있던 비행기는 땅으로 내려온 뒤 곧바로 산루이스 비행기클럽으로 옮겨졌다. 비행기는 여기에서 다시 날개를 달고 시험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1호기와 2호기를 성공적으로 띄운 바 있는 페르사는 "4인승은 처음이지만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행기는 곧 팔릴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르사에겐 이미 비행기를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예약문의가 가고 있다. 페르사는 "워낙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 비행기를 팔지 않으면 다음 프로젝트가 어렵다"면서 "비행기를 파는 대로 곧 다음 프로젝트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비행기를 만들면서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 법무부 차관 무릎 꿇고 받힌 우산에 쇼가 돼버린 ‘미라클 작전’

    법무부 차관 무릎 꿇고 받힌 우산에 쇼가 돼버린 ‘미라클 작전’

    목숨을 걸고 아프가니스탄 기여자를 한국으로 데려온 ‘미라클 작전’이 법무부의 과잉 의전 때문에 ‘인권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전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아프간 특별기여자 조기 정착 지원 계획 브리핑을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진행된 10분 정도의 브리핑 도중 법무부 직원이 강 차관 뒤에서 비에 젖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들어 논란을 낳았다. 법무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야외 브리핑이 불가피했고 법무부 직원이 무릎을 꿇은 자세를 취하게 된 것도 카메라 영상에 걸린다는 취재진의 요구에 스스로 자세를 조정하다가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황제의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법무부는 또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을 취재하는 기자단에게 ‘취재허가 취소’를 언급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 촬영을 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 377명은 한국군 수송기에 탑승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도착했고, 취재진은 보안구역에서 사지를 탈출한 아프간인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법무부 직원들은 취재 중이던 기자단에게 입국심사대 앞에서 박 장관이 아프간 어린이들에게 인형을 전달할 예정인데, 자리를 옮겨 ‘인형 전달식’을 취재해달라고 요청했다.기자단은 기자들을 대표해 아프간인 입국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며 이동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법무부 직원들이 장관 취재를 요구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법무부 직원은 ‘공항 취재를 우리가 허가했는데, 협조를 하지 않으면 허가를 안 해줄 수도 있다’ ‘이곳은 방호복을 입은 사람만 있을 수 있으니 방호복을 입지 않은 기자들은 장관 행사장으로 이동해달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입국심사대로 이동하는 아프간인 취재를 위해 자리를 옮기면서 결국 박 장관의 인형 전달식도 함께 취재했다.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은 28일 강 법무부 차관의 사진에 “인권쇼의 비참한 결말. 부끄러움은 국민몫”이라며 “북한인가? 눈을 의심했다. 21세기 자유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이 권위주의 정부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상징적인 영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택시기사 주폭사건의 주인공 이용구 전 차관에 이어,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면서 “이런 마인드니 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언론통제법’을 밀어 붙이는 것”이라고 문 정권을 공격했다.최재형 국민의힘 대선주자도 “비 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차관이 비를 안 맞도록 우산을 받쳐 든 그 젊은이는 속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우리 사회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라며 “청년들이 꿈과 희망과 미래를 빼앗아 가 버린 정권, 입으로만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정권, 이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강 차관은 권력의 갑질을 하거나 비오는 날 부하 직원을 맨땅에 무릎 꿇게 한 뒤 우산 받쳐들게 할 분이 아니다”라며 “사고치고 퇴임한 전임 이용구 차관과 달리 인품과 성실성을 갖춘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문재인 정권 4년간의 ‘법무부 문민화’의 결과”라며 “법무부를 검사들이 장악해서 문제가 많다며 다 쫓아내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이용구, 황희석 같은 자들로 가득 채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문 정권 4년 동안 법무부가 변변히 내놓을만한 정책이나 법안은 없이 조국, 추미애, 박범계 같은 장관들이 무게와 책임을 망각한 채 난장판을 만들어 기강과 조직시스템이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 [서울광장] 서울 설치 이건희 기증관, 다시 생각해 보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서울 설치 이건희 기증관, 다시 생각해 보라/서동철 논설위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은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구경할 생각을 아예 포기했다. 앞으로도 관람을 예약하는 ‘인터넷 클릭 속도전(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에 짓겠다고 공표했다. 그것도 경복궁 동쪽 송현동 부지와 용산 중앙박물관 동편 부지로 압축했다. ‘접근성’을 이유로 들었다. 다른 지역에서 명품전이 열리면 파리만 날린다는 뜻인가. 역설적으로 명품전의 열기는 문체부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정부의 문화정책과 민간의 문화투자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민간의 문화투자가 접근성 좋은 입지를 우선시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찾아야 수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마저 같은 논리에 매몰되면 문체부가 추진하는 문화 시설은 인구 집중 지역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말고는 어디에도 세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황당하지 않은가. 당연히 수도에 있어야 하는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는 다른 문제다. 이건희 컬렉션이 화려하다지만 서울 문화권의 기반을 뒤흔들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기증관이 수도권 밖, 그것도 문화 기반이 취약한 고장에 들어선다면 해당 도시는 물론 주변 지역까지 ‘문화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건희 컬렉션을 한 지역을 문화적, 경제적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거대한 바람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정부를 설득하고 싶다. 잘 알려진 것처럼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퇴락하던 공업도시 빌바오는 1997년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면서 도시가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다. 이런 변화를 ‘빌바오 효과’라고도 한다. 이건희 기증품 수준의 컬렉션이고, 지금의 국민적 관심이라면 ‘빌바오 효과’ 이상의 ‘이건희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이런 게 바로 ‘문화적 태풍’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건희 기증관 이야기가 나온 이후 필자의 뇌리에 줄곧 감도는 이름은 탄광도시 태백이다.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구체적인 지역을 거론하기 시작했으니 미술관 적지를 좀더 생각해 본다. 남북 접경지대인 연천과 철원은 서울에서 원산을 잇는 경원선 철길 주변이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은 우리의 통일 의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두 고장은 그동안 문화적 혜택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건희 기증관은 ‘금강산 문화권’의 시발점으로 역할도 할 것이다. 새만금이 이건희 기증관의 적지라고 주장하면 조금 뜬금없을까. 바다를 막아 조성한 새만금은 엄청난 규모의 산업단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21세기형 첨단 산업단지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건희 기증관은 이곳을 최첨단 산업과 최첨단 문화가 공존하는 ‘핫플레이스’로 만들 것이다. 지금은 실리콘밸리 출신이 현대미술을 이끄는 시대가 아닌가. 문화와 산업은 배척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포용하는 관계다. ‘무진장’이라고 부르는 무주, 진안, 장수도 있다. 수도권에서 이어지는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익산·포항 고속도로는 장수에서 만난다. 익산~장수 구간은 이미 개통됐고, 장수~포항 구간도 단계적으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가야 문화를 되살려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산간 지역이다. 영남에서는 역사 유산은 적지 않되 현대 문화는 빈약한 중앙고속도로 주변의 영주와 봉화가 생각난다. 광주와 대구를 이을 달빛고속철도 주변 도시도 대상에 넣어야 한다. 달빛철도는 담양, 순창, 남원, 장수, 함양, 거창, 합천, 고령을 지난다. 달빛철도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영호남 화합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이유는 수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건희 기증관은 지역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달빛철도의 경제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건희 미술관 비수도권 건립 기초지자체 연대’가 결성됐다는 뉴스도 들린다. 부산, 대구, 울산, 충남, 경북, 경남, 전남 등의 19개 기초지자체가 미술관 서울 건립 방침 철회와 지방 건립을 요구하는 모임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나열한 지역은 하나같이 이건희 기증관의 유치를 꿈도 꾸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건희 기증관을 건립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효과가 문화적 파급효과에 있다면 어디가 됐건 문화가 성긴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 그것이 정부 문화정책의 상식이 아닐까 싶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59년 내 코로나 같은 감염병 또 온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59년 내 코로나 같은 감염병 또 온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1917~2016) 전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라는 기념비적 저서에서 “인간의 창의성, 지식, 제도가 아무리 발전하고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질병에 취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20세기 들어 위생과 영양 상태가 개선되는 동시에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서 1960년대를 기점으로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인류는 21세기 초가 되면 더이상 감염병에 고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1990년대 말부터 감염병이 다시 증가해 2002년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2013년 살인진드기,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비롯해 웨스트나일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를 거쳐 2019년 코로나19까지 그야말로 21세기는 ‘신·변종 감염병의 시대’가 됐습니다. 현재 감염병만 놓고 본다면 196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의과학자들은 벌써 ‘포스트 코로나’에 나타날 또 다른 감염병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 미국 듀크대, 마케트대 공동연구팀은 감염병 발생 통계 분석을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규모의 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59년 내에 코로나와 유사한 규모의 감염병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25일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8월 24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1600년부터 1945년까지 발생한 감염병 182건의 확산 강도에 대한 확률 분포를 계산했습니다. 각각의 감염병이 확산된 지리적 범위와 지속 기간, 사망자와 감염자 규모, 당시 사회의 인구사회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대유행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 것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 약 2500만~5000만명의 목숨을 빼앗아 간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1918~1920년까지 비슷한 규모의 전염병 발병 확률은 연간 0.3~1.9% 수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코로나19와 비슷한 규모의 감염병 발생 확률은 2%를 훌쩍 넘었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 같은 계산에 따르면 앞으로 59년 이내에 코로나19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감염병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류 전체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감염병도 향후 1만 2000년 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도 합니다. 연구팀은 인구 증가, 식품 공급 시스템 변화, 기후변화 등 환경 악화, 인간과 동물 간 빈번한 접촉을 통한 인수공통감염병 증가, 교통·운송 수단의 발달 등 모든 요소가 맞물려 작동하면서 대유행병 발생 확률을 높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윌리엄 팬 듀크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스페인 독감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며 “59년 내에 대유행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통계학적 예측은 대유행병이 59년 뒤에 찾아올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당장 또는 내년에라도 또 다른 대유행 감염병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말”이라고 밝혔습니다.
  • [시론] 코로나19 이후 새 중동 관계 모색해야/김중관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

    [시론] 코로나19 이후 새 중동 관계 모색해야/김중관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

    중동 국가들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길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 보면 디지털, 인공지능(AI), 원전, 농업, 교육, 의료보건, 수소산업 등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중동의 주요국가들과 우리의 협력확대 유망 분야로 꼽을 수 있다. 이 분야들과 관련된 주요 협력 과제를 선택하고 우리 기업이 각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시장조사 및 정책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한국의 대(對)중동 산업 협력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에너지, 인프라건설 분야에 단선적으로 치중됐던 중동과의 산업협력 경향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 에너지 분야 의존도는 낮아지고, 대신 다양한 산업에서 협력 기회가 새로 생길 것이란 뜻이다. 즉 포스트 코로나와 포스트 오일이 함께 도래하는 시대 한국에는 중동 국가들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미래형 첨단 산업, 에너지, 식량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의 궤도 수정에 나서는 일이 필수적이다. 에너지 위주에서 협력 분야를 넓히는 일은 특히 염두에 둘 일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세계 석유의 35%를 담당하는 중동과의 협력이 에너지, 인프라 건설 분야에 치중되는 게 당연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중동 내부갈등과 국제패권 구도의 현실 파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둘 사이 협력 분야가 어떻게 확장되어야 하는지가 보인다. 첫째로 걸프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과 탈석유화 시대에 대비해 추진해 온 산업다각화 정책의 동력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들 국가와 추진하던 산업다각화 정책을 가속화하며, 미래 협력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권역별 실용적인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중동 핵심국가와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중동 지역의 정치·사회적 관계의 질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한·중동 경제교류 및 협력의 변화 방향을 타진하는 한편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해 우리 기업의 마그립 지역 진출 지원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세 번째로 적절한 대중동 정책기조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탈석유화 시대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한국의 대외정책 개발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대중동 협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과 논리개발이 필요하다. 걸프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이란, 중국, 러시아 등의 글로벌 패권투쟁 혹은 순니 지역과 시아 지역의 중동역내 내부경쟁을 면밀히 숙지해야 한다. 또 아시아 주요 경쟁국의 입장과 현황 분석을 기반으로 실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시점에서도 중동지역의 에너지 수급 상황을 다층적으로 파악하는 일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동 내에서도 저마다 다른 각국의 에너지 정책 및 탈에너지 정책을 면밀히 살펴야겠다. 아랍 및 이슬람의 가치에 대한 다양성을 인식, 기본에 충실하면서 각국의 정치적 상황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 중점산업을 중심으로 실리적 가치를 제고할 여지가 생긴다. 중동의 복잡다단한 정치·경제적 측면을 잘 알고 분석할수록 이들 나라에 접근할 논리 개발이 가능하다. 이후엔 신성장 산업 진출 협력 모색을 통한 제2의 대중동 국가발전 실현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다. 다섯째 한국의 수준과 시각에서 미래형 협력과제를 도출해 이 과제가 한국의 경제적 충격과 공급환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검토해야 한다. 최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과 같은 이슬람권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포스트 코로나와 포스트 오일 시대는 21세기 중반기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중동 협력의 새로운 판을 짜는 신성장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정량적 평가와 한·중동 협력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한편 정부부처별로 실리를 꾀할 수 있는 정책수립이 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현재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대중동 경제협력의 해법이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지역에 집중하여야 하지만, 중동의 에너지 요충지의 안정을 위한 국제정치, 소비국의 경제적 조건을 다층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결국 격변하는 중동에 대응하는 방법은 이슬람권의 급변 상황을 분석, 중동의 격변 사정에 따라 단계적인 정책 궤도 수정을 이르는 길뿐이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일상 속 단순노동 대체하는 인간형 로봇… ‘노동의 종말’ 부르나/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일상 속 단순노동 대체하는 인간형 로봇… ‘노동의 종말’ 부르나/오터레터 발행인

    지난주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미국의 테슬라가 ‘인공지능(AI) 데이’ 행사를 열고 몇 가지 발표를 해서 관심을 끌었다. 그중에는 테슬라 자동차의 완전자율주행을 도와줄 인공지능 알고리듬과 그 알고리듬의 연산을 수행해 줄 슈퍼 컴퓨터 ‘도조’(Dojo)에 관한 내용도 있었지만, 정작 사람들이 집중한 것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다소 장난스럽게 발표한 휴머노이드(humanoid), 즉 인간형 로봇이었다. 개발 중이기 때문에 아직 실물이 존재하지 않지만 완성형을 보여 주려고 한 머스크는 사람에게 로봇과 비슷한 옷을 입혀 무대에 올라와 춤을 추게 했고 청중은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웃어야 하는지 웃으면 안 되는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어색한 짧은 쇼가 끝난 후 머스크는 “저건 물론 농담이지만” 테슬라는 정말로 인간형 로봇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로봇의 이름을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것 같은 ‘옵티머스’라고 해서 다시 한번 머스크 답게 장난스런 명명법을 보여 줬다.(테슬라 승용차들의 모델명은 붙여 놓으면 SEXY를 연상시키는 S, 3, X, Y이고 트럭의 이름은 ‘사이버트럭’이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분위기와 달리 머스크가 발표 때 이야기한 내용은 진지했다. 아니, 많은 사람이 진지하게 고민하며 싸우고 있는 내용을 가볍게 언급했다고 하는 게 좀더 정확하다. 그는 이번에 발표한 인간형 로봇이 나오게 되면 인간들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위험하고, 힘들고, 단순한 일을 대신할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서 “미래에는 육체노동이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본인이 원하면 할 수 있지만, 작업을 위해 인간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사람들 단순노동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 그의 말이 새로울 건 전혀 없다. 인류사회는 꾸준히 그 방향으로 진전해 왔다. 가령 미국인들이 종종 하는 “여성 해방의 일등 공신은 세탁기의 발명”이라는 말이 그렇다. 대부분 사회에서 여성은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존재였고, 그들이 가사 외의 다른 일을 하고 커리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없어도 집이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육체노동의 도우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빨래가 그렇게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단순 반복 노동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가사노동과 달리 임금을 받고 하는 단순 반복 노동은 그것을 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생계수단이라는 것이다. 내 주위에 주말에 취미로 목공일과 밭일을 하는 사람은 있지만 취미로 음식배달을 하거나 재미로 창고에서 물건을 나르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은 자동차를 만드는 육중한 산업로봇들과 달리, 이렇게 일상 속에서 이뤄지는 노동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럼 이제 그 사람들은 뭘 해서 돈을 벌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요즘 음식점에 보편화된 키오스크는 작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받고 나르는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의 일손을 덜어 주는 역할 정도를 한다면, 테슬라가 개발하는 것과 같은 ‘로봇 노동자’들의 등장은 마치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돼 일시에 많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국가 경제에 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노동자들은 현재 한국에서 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휴일도 없이 24시간 일하게 된다.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런 변화로 이득을 보게 되는 기업과 자본가들은 항상 같은 주장을 한다. “어렵고 힘든 일은 기계, 로봇, 자동화에 맡겨 두고 인간은 창의적이고 지적인 작업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여성은 남편의 허락 없이 신용카드도 만들 수 없었던 20세기 중반에 당장 내일 입고 나갈 와이셔츠가 준비되지 않고, 입을 속옷이 빨래통에 쌓여 있는데 아내가 밖에서 일하게 ‘허락할’ 남편이 몇이나 됐겠는가. 인류는 그렇게 자동화의 도움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정신노동을 선택하는 쪽으로 서서히 이동해 왔다. 하지만 21세기 로봇은 20세기형 자동화와는 다른 위협이 된다. 우선 로봇이 바로 지적노동, 정신노동을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자본주의를 통해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한 이후로 한 번도 위협을 받은 적이 없던 대표적인 지적노동자인 의사와 변호사도 예외가 아니다.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 AI가 방사선으로 촬영된 사진을 읽고 질병을 판단하는 작업은 빠르게 정확해지고 있고, IBM이나 애플 같은 첨단 테크기업들은 이미 수익률이 높은 의료 분야에 진출한 상황이다. 뉴욕의 로펌들은 초임 변호사들이 주로 하게 되는 방대한 문서 검토 작업을 AI에 맡기면서 인건비를 절약하고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변호사의 수요 자체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두낫페이’(DoNotPay, 돈 내지 마세요)라는 스마트폰 앱도 등장해 단순한 소송업무를 대신 해 준다. 즉 ‘로봇은 위험한 육체노동, 인간은 지적이고 정신적인 노동’이라는 전통적인 주장 혹은 핑계는 이미 의미를 잃었고, 인류는 이제 ‘노동의 종말’이라는 미래를 향하고 있다. ●기업 “인간은 창의적·지적 작업 하면 돼” 주장 물론 노동의 종말이 반드시 암울할 필요는 없다. 노동과 소득이 분리될 수 있다면 말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로 노동과 소득은 (일부 특권 계층을 제외하면) 분리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노동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머스크는 무슨 대안을 생각하는 걸까? 그는 로봇에 관해 발표하면서 UBI, 즉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인간이 일을 하지 않아도 생산이 이뤄지는데 소득이 노동의 대가로 남아 있으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어진다. 따라서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들에게 (일과 상관없이) 돈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인류는 노동과 소득을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정부는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에게 돈을 줄 때도 때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작업이라도 ‘공공근로’의 형태로 일을 하게 하고 그 대가로 조금의 소득을 허용한다. 물론 단순한 일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건 노인들의 건강에 좋지만, 그것보다는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받는다’는 개념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게 낯설고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과연 우리가 문제없이 해낼 수 있을까?●사회가 ‘보편적 기본소득’ 수용할 수 있을까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인에게 ‘트럼프 쇼’를 선사했던 미국 정치의 불안은 궁극적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으로 몰렸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리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 기원이 1992년에 미국, 캐나다, 멕시코 사이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기계를 조작하며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서너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NAFTA의 체결로 그런 일자리들은 임금이 싼 멕시코로 넘어갔고, 그 후에 가속화된 경제의 글로벌화는 미국의 다양한 블루칼라 일자리를 세계 곳곳으로 옮겨 버렸다. 1990년대 말에 나와서 인기를 끌었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은 환경 변화에 빨리 적응하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게 글로벌 경제에서 탈락한 선진국 노동자들에게 기업과 자본가들이 ‘네 불행의 원인은 너’라고 떠넘기기 위해 만들어 낸 논리였다.(실제로 기업에서 대량해고되는 직원들에게 그 책을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물론 비슷한 일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공장직 노동에 국한된 일을 해외에 수출하는 작업에서 받은 충격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인류가 훨씬 더 큰 노동의 변화, 아니 노동의 종말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목표가 분명한 작업도 온갖 국제, 국내 정치의 이권 싸움으로 해내지 못해 지구가 기후 위기로 치닫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는 노동의 종말에 대비할 수 있다고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이건 심각한 문제이고, 심각한 문제는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요구한다.
  • [여기는 중국] 中 최대 클라우드 업체, 회원 개인정보 무단 유포 충격

    [여기는 중국] 中 최대 클라우드 업체, 회원 개인정보 무단 유포 충격

    중국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알리윈(阿里云)이 회원 정보를 무단으로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알리바바 그룹 산하 기업인 알리윈은 전세계 21개국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분야 중국 최대 규모의 업체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회원 개인 정보를 무단으로 합자 회사에 유포했다는 혐의다. 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5일 알리윈 본사가 소재한 중국 저장성의 통신관리국이 소송상 활용한 문서 일부가 온라인 상에 누출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문서에는 지난 2019년 알리윈 유한공사가 회원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정보는 유포, 사실상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다수 노출했다는 혐의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자 중국 국영언론 관찰자망 등 다수의 매체들은 곧장 해당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보도에 따르면, 저장성 통신국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한 ‘21세기 경제보도’ 소속 기자의 질문에 대해 ‘2019년 11일 해당 업체가 사용자의 동의없이 회원이 남긴 개인 정보 기록을 제3의 업체에 공유한 것은 사실’이라고 혐의를 인정했다. 또,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관할 당국은 ‘중화인민공화국 통신보안법 제42조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관련 법 64조에 따라 문제에 대한 시정 조치를 시달한 상태’라고 상황을 확인했다. 단, 사건과 관련된 혐의자와 관련 부서, 정보 노출로 피해를 입은 회원에 대한 보상 여부 등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관할 부처가 알리윈의 이 같은 행위가 사실이라고 확인한 직후 현지 네티즌들과 언론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개인 정보 유출이 있었던 업체 알리윈이 가진 현지에서의 비중과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여부와 수사 내용에 대한 설명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알리윈은 설립 당시부터 줄곧 다수의 일반 개인 회원을 포함, 중국 정부 당국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꼽혀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중국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알리윈이 차지하는점유율의 약 40.67%에 달했다. 그 수치는 올해도 꾸준히 이어졌는데 올 상반기 기준 알리윈의 시장 점유율은 약 40%를 달성, 중국 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와 3위에는 각각 텅신윈과 화웨이윈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 2009년 알리바바 그룹이 설립한 알리윈은 이미 아마존의 AWS,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와 함께 세계 3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이라는 극찬을 받아왔다. 알리윈의 글로벌 사업도 400% 가까이 증가하는 등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미 지난 2014년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 거점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누구나 사용가능한 대중교통카드 ‘이지링크’에 알리윈 클라우드 플랫폼이 연동돼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공개된 상반기 알리윈의 매출액은 160억 5100만 위안을 돌파, 지난해 같은 동기 대비 무려 29% 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터넷과 금융 산업에서의 수익이 급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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