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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잠잠하니 경제위기…미래전망 서적 잇따라 출간

    코로나19 잠잠하니 경제위기…미래전망 서적 잇따라 출간

    코로나19가 잠잠해졌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 속에서 불안한 미래를 고민하는 전망서들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끈다. ‘더 위험한 미래가 온다’(한스미디어)는 6명의 전문가가 경제, 투자, 자산, 국제 정세 등을 분석한다. 거시 경제와 국내 경제 전반을 분석한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박정호 명지대 교수는 당분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미국이 연거푸 금리 인상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내놓고 있는데, 여파로 한국도 소비가 위축하고 시장은 얼어붙는다고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그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중국을 곧 따라잡고, 이에 맞서 중국이 다시 견제에 나서는 등 미중경쟁이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정도 지속한다고 예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로 분석한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은 전쟁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가속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을 분석한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현재 공급계획이 지연되지 않는 한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30% 전후의 가격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강연현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미 중앙은행(FED)이 내놓는 금리 인상 방향을 눈여겨보고 이에 맞춰 조심해서 투자하기를 권했다. 책을 기획한 한스미디어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내년까지 ‘길고 추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의 경고를 참고해 기획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하는 모습을 진단하고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한 책”이라고 설명했다.‘세계미래보고서 2023’(비즈니스북스) 역시 내년 전망을 암울하게 내다본다. 매년 나오는 이 전망서는 2023년을 재앙 위에 새로운 재앙이 더해지는 이른바 ‘메가 크라이시스’라고 진단한다. 코로나19가 종식 기미가 보이지 않고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식량과 에너지 위기, 물가 폭등과 경제 침체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이야기다. 이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으라고 강조한다. 코로너19 이후 대한민국의 새로운 7가지 경향을 분석한 ‘세븐 웨이브’(21세기북스)는 홍석철 교수 비롯한 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들이 집필했다. 코로나19가 한국 사회에 불러온 변화를 ▲초딜레마 ▲해체와 재구성 ▲임모빌리티(이동의 제한) ▲통제사회 ▲불평등 ▲탈세계화 ▲큰 정부의 7개 개념으로 설명한다. 임동균 사회학과 교수가 방역 과정에서 첨예해진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갈등을 살폈다. 코로나19가 그동안 잊힌 개인의 가치를 복원하고, 공동체의 진짜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소원 심리학과 교수는 전통적 집단이 해체되고 온라인을 매개로 재구성하는 공동체에 주목했다.코로나19로 다가올 변화를 살피는 부분도 흥미롭다. 이건학 지리학과 교수는 이동의 통제, 김수영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자 정부의 사회복지 정보 시스템의 통제적인 속성을, 이준환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홍석철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속에서 더 큰 정부의 역할을 고민하고, 조동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는 세계화 후퇴 현상을 설명한다.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갑작스레 불어닥친 전방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각 분야 현안을 빨리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는 일이 중요한데, 이럴 때 전문가들의 분담집필 방식 출판이 빠르고 효과적”이라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픈 독자의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책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여섯 번째 대멸종 해법 있나… 지속 가능한 길을 논하다[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여섯 번째 대멸종 해법 있나… 지속 가능한 길을 논하다[2022 서울미래컨퍼런스]

    21세기가 막 시작됐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류는 희망으로 가득한 미래 예측을 제시했다. 그러나 10년도 지나지 않아 희망은 비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온난화와 기후변화, 이에 따른 예측 불가능한 신·변종 감염병의 등장, 빈부 격차의 심화, 세대·계층 간 소통 부재 등 다양한 문제들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올 초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직까지 이어지면서 일부에서는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상황까지 언급하며 우울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우울한 예측만 듣다 보면 21세기가 끝나기 전 인간에 의해 ‘여섯 번째 대멸종’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도 인류는 항상 지속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오는 26일 ‘경계 너머-미지(未知)에서 미지(美地)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2022 서울미래컨퍼런스’에서는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과학기술 발전이 미래에 미칠 영향과 변화를 예측하고,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막고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의 문을 여는 키노트 세션에서는 물질과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석학들이 ‘미래의 선택지, 미지의 세계, 인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란 주제로 기조강연과 대담을 진행해 미래의 길을 제시한다. 첫 번째 기조강연에 나서는 제프리 웨스트 미국 산타페연구소 특훈교수는 ‘스케일’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이론물리학자이자 복잡계 과학의 세계적 석학이다. 웨스트 교수는 오랜 기간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크기’가 동식물 같은 자연은 물론 도시와 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랜 연구에서 얻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웨스트 교수의 인사이트를 엿볼 수 있다. 웨스트 교수와의 대담에 나서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국내 최고의 생물학자라는 점에 이견이 없는 과학자다. 최 교수는 공생을 의미하는 심바이오시스(symbiosis)에 착안해 제시한 호모 심비우스라는 개념이야말로 인류 지속 가능성의 열쇠라고 강조해 왔다. 위기의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생이라는 것이다. 이번 기조강연에서도 최 교수는 ‘생태적 전환과 호모 심비우스’라는 주제로 지구 생태계와 인류가 발전적으로 공존할 방법을 찾아 간다. 두 석학은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점점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는 미래에 인류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 [포토] 北, ‘기상천외’ 저수지 SLBM 발사… 軍 “실효성·은밀성 의문”

    [포토] 北, ‘기상천외’ 저수지 SLBM 발사… 軍 “실효성·은밀성 의문”

    북한은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저수지에서 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었다고 지난 10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사 사진까지 공개했다. 당시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된 지대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이라고 초기 분석했는데 발사 플랫폼과 미사일 탄종이 실제와는 달랐다. 북한이 저수지 발사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방식을 창조해낸 이유로는 우리 군의 정찰·감시를 피하려는 목적이 크다. 북한이 먼저 발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저수지에서 쐈는지 알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감시망을 피했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 북한이 저수지에서 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쏠 수 있도록 개량한 모델로 분석된다. ‘미니 SLBM’으로 불리고 있다. 풀업(상하) 기동이 가능해 요격이 어려운 KN-23을 다양한 형태로 개발하고 있는데, SLBM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14일 쏜 KN-23은 평북 의주 일대에서 ‘철도기동 미사일연대’가 발사했다. 당시 북한은 “전국적인 철도기동 미사일 운용체계”를 언급해 각 도에 철도기동 미사일연대를 편성했음을 시사했다. 이런 동향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한미 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또 우리의 킬체인 능력을 상당히 의식한 궁여지책”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우리 정찰·감시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완전성을 위해서는 추가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사일 조기탐지 능력 강화를 위해 지상뿐만 아니라 해상 탐지자산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온갖 형태의 미사일 투발 수단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관측도 있다. 철도 기동 미사일은 과거 미국·러시아 등이 먼저 도입했다가 모든 국민을 상대 공격 표적으로 노출한다는 등의 비판 때문에 포기한 바 있다. 저수지 발사는 SLBM의 존재 이유인 은밀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수중 움직임 파악이 쉽지 않은 잠수함이 어디서 쏠지 모른다는 것이 SLBM의 효용성인데 저수지는 일종의 ‘고정 발사대’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수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SLBM이 아니라 단순 ‘수중 발사’ 또는 ‘저수지 발사’로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 기후를 고려하면 겨울철 영하 기온에서 운용이 불가능하리라는 점도 저수지 발사의 명확한 제약 조건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잠수함 건조가 제한되는 환경 속에서 미사일 발사대의 생존성 확보 목적일 가능성, 시험발사 시설 구축 목적일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모습.
  • 김연아·블랙핑크 입은 ‘21세기 한복’, 세계인 사랑받기 ‘딱’ [클로저]

    김연아·블랙핑크 입은 ‘21세기 한복’, 세계인 사랑받기 ‘딱’ [클로저]

    전통과 21세기 디자인의 만남고전미와 현대미 더한 새 한복고증 통해 규칙 지키며 작은 변모까지美 판매량 가장 많아…‘21세기 한복’의 확산‘우리 것’에 대한 전국민적 애착이 날로 강해지면서 한복의 생활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11일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새로운 디자인의 한복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습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한복과 한류 연계 협업 콘텐츠’의 기획과 개발에 김연아가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연아와 논의해 한복 기업 10개사가 김연아의 특성을 살린 한복을 새로 디자인했습니다. 문체부 설명에 따르면, 조선을 상징하는 달항아리·훈민정음 등을 담은 디자인으로, 혼례복인 활옷부터 기본 형태까지 그 모양새도 다양합니다. ● 전통+고증+영감=새 디자인 업계에 따르면, 한복 디자이너들은 이 같이 ‘신한복’을 제작할 때 전통 고증을 따르며 새 요소를 창의적으로 넣기 위해 고민합니다. 과거에 허락되지 않던 색감을 풍부하게 하거나 직물과 관련없는 당대의 건물 디자인 등에서도 영감을 받습니다. 한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에 꾸준한 연구는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논문, 박물관 도록 확인, 학술지 공부, 출토 유물 검토 등은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디자인을 준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오늘날에 어울리도록 한복을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게 만듭니다. ● 한복 진흥 사업, 셀럽 타고 활황 한복진흥센터는 이를 가리켜 신한복이라는 2014년 용어로 정리했습니다. 센터는 당시 한복을 부흥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한복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활동을 장려했습니다. 이 같은 인식 개선은 지난 2020년 그룹 블랙핑크가 신한복을 착용하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대중의 더 큰 관심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이라고 논쟁까지 일어났던 그들의 무대의상은, 짧은 저고리에 시스루 한복으로 멤버들을 빛내는 새로운 한복입니다. 일각에서 전통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후 케이팝 가수들을 중심으로 짧은 저고리, 고름, 봉황무늬, 족두리의 장식, 현대화된 노리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오히려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었다는 평도 나옵니다. 이날 한복업계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K-POP 그룹이 입은 한복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다”며 “특히 미국에서 판매량이 많다. 그룹이 입은 후의 반짝 인기가 아니라 꾸준하게 주문량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이 같은 이른바 ‘셀럽’을 통한 신한복 홍보가 세계 속의 한복을 공고화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블랙핑크의 한복을 제작했던 업체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블랙핑크가 입었던 한복은 스테디 셀러다”라며 “현재 품절 항목은 2주 내로 수급하는 구조다. 그만큼 회전이 된다. 국내에선 보다 다양한 디자인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사이즈 자유로운 한복, 美 소비자에 강점 그렇다면 신한복은 언제까지 이 같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단하 단하주단 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신한복이라고 현재 표현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20년이 지나면 지금의 디자인은 신한복이 아니게 된다”며 “21세기 한복이라고 명명하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습니다. 한복은 역사를 거쳐오며 계속 진화하며 발전했으니,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신한복의 디자인은 훗날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에서입니다. 블랙핑크의 의상을 만든 업체 중 하나였던 이 곳은, 코로나19로 인해 되레 판매 호황을 이룬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전시를 하거나 서울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 사무실을 꾸리는 등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가 주된 창구였기에 코로나19에도 오프라인 고객 감소로 인한 영향은 받지 않았습니다. 단하 대표는 “한국에서 판매량이 월등하다”면서도 “해외 판매량에서는 미국의 비중이 60% 정도로 가장 크다”고 전했습니다. 단하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한복 디자인의 장점을 꼽습니다. 팔을 넣고 허리에 둘러 입을 수 있는 한복 치마는 오늘날 현대인이 익숙한 대부분의 옷과 달리 사이즈가 없는, 이른바 ‘프리 사이즈’입니다. 해외 배송으로 구매해야 할 경우 사이즈 걱정이 없기에 반품할 필요가 없다는 점, 미국에선 드레스가 필요한 파티가 많다는 점 등이 단하 대표가 꼽은 한복의 인기 이유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많이 낸다는 생각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한복 디자인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고품질로 소량만 생산하자는 주의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디자인도 세계인은 충분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하 대표) 이 같은 한복 장인들의 뚝심있는 마음이 전통과 현대의 중간 지점에 선 신한복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요. 21세기 한복의 내일은 어떨지, 주목됩니다. 
  • [서울광장] 국가보안법의 운명, 차분히 지켜보자/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가보안법의 운명, 차분히 지켜보자/박록삼 논설위원

    그렇지 않은 시절이 별로 없었겠지만 2004년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3월 12일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이튿날부터 국회 규탄 집회가 연일 펼쳐졌다. 곧바로 열린 4월 15일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이 거세게 불며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대통령 탄핵안은 5월 14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17대 국회에서 개혁의 고삐를 거세게 틀어쥐었다.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중 특히 국가보안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다. 유엔과 국제앰네스티 등에서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9월 “국가보안법이라는 낡은 칼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12월 절정을 이뤘다. 칼바람 부는 여의도 국회 앞 아스팔트 위에서 1000여명이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벌이는 진풍경을 선보였다.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위해 청년 활동가 송현석씨가 당시 사상 최장이었던 60일 단식을 진행한 것을 비롯해 집단으로 한 달 가까운 단식 농성을 펼쳤다. 연인원 수천 명의 시민들 또한 여의도공원에 모여 “국가보안법 없는 2005년 새해를 맞이하자”면서 철야 농성을 벌였다. 여론조사마다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및 개정 의견이 85% 안팎을 차지했다. 국가보안법은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때려잡던 치안유지법을 그 뿌리로 삼아 1948년 제정됐다. 당시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반대했고, 조선일보 역시 “광범위하게 정치범, 사상범을 만들어 낼 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해방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개혁 세력이 행정부와 입법부의 주도권을 동시에 차지한 것은 2004년이 처음이었다. 분단과 냉전을 자양분 삼아 수십 년을 버텨 오던 국가보안법의 퇴장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야당과 언론, 학계는 급격한 변화를 우려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국가보안법 제7조 개정 찬성안’으로 폐지를 막으려 했다. 7조는 반국가단체 찬양 및 이적 표현물 소지 등을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의 대표적 독소 조항이고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조항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진전이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개혁 세력은 독소 조항 개정도, 대체입법도 모두 거부하고 국가보안법 철폐에 매진했다. 결국 회의장을 봉쇄한 김기춘 법사위원장과 한나라당에 막혀 일자일획도 고치지 못한 채 18년의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국가보안법은 7번의 합헌 판결 이후 여덟 번째 위헌심판대에 올라가 있다. 헌재는 지난달 15일 역대 위헌심판에 없던 공개변론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2조 1항, 7조 1항·3항·5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연내 결론이 날 것이다. 물론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국가보안법 자체가 21세기 자유민주주의에 걸맞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국제사회의 인권 기준과 헌법 합치성도 없다. 위헌 판정이 나더라도 18년 전과 똑같이 이참에 전면 폐지하자는 의견과 대표적 독소 조항만 핀셋으로 들어내자는 여론이 부딪칠지 모르겠다. 또 한 번 이념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흑인이 더이상 노예가 아닌 사회, 여성이 투표권을 갖는 사회, 하루에 8시간만 일하는 사회 등 지금 여기 우리의 모습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연한 꿈같은 일들이었다. 지금 당연시되는 국가보안법 없는 사회 역시 어느 날 문득 ‘언젠가 그런 법이 있던 시절이 있었지’ 하며 돌이켜 보는 날이 올지 모른다. 18년 전처럼 목숨 걸고 처절히 싸우지 않아도 된다. 헌재 판결과 이후 국회 입법 과정을 차분하게 기다릴 때다.
  • 핏빛 월요일, 공포의 극대화 전술… EU “민간인 표적 전쟁 범죄”

    핏빛 월요일, 공포의 극대화 전술… EU “민간인 표적 전쟁 범죄”

    러시아가 1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대도시의 월요일 출근 시간대에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건 전쟁 공포를 극대화한 전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연합(EU)은 이 공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미사일은 이날 오전 8시 15분쯤 키이우 도심 지역을 직격했다. 큰 폭발이 10차례 이상 일어났다. 키이우 공습만으로도 최소 5명이 숨지고 12명 이상 다쳤다. 현지 영상과 사진에는 출근길 시내에서 참혹하게 숨진 희생자와 피를 흘리며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 화염에 휩싸인 차량과 건물 등이 담겼다. 러시아의 공습 목표에는 도시뿐 아니라 에너지 기반시설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와 인근 폴타바, 르비우 등 피격된 일부 도시에서는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하고 주민들의 생존에 타격을 줌으로써 저항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EU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무차별 공습을 ‘전쟁 범죄’로 규탄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는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만행으로, 최고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긴급 통화를 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독일은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에 전방위 방공시스템인 중거리지대공미사일(IRIS-T SLM)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이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이날 통화 후 성명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민간인 희생을 초래한 공격에 관해 극도의 우려를 전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완전히 지지한다는 점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필요에 맞춰서 군사장비 등의 지원을 확대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AFP가 전했다.
  • 러 우크라민간인 공격에 주요국 “전쟁범죄”…中 “상황 수그러들길”

    러 우크라민간인 공격에 주요국 “전쟁범죄”…中 “상황 수그러들길”

    러시아, 민간인 공격에 21명 사상EU “21세기 있을 수 없는 만행”영국 “러 강함 아닌 약함 보여줘” 오스트리아 “우크라 무기지원 불가”중국, 또 대러 직접적 비판 삼가해러시아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와 주요지역에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을 감행한 데 대해 주요 각국이 전쟁범죄에 준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오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무기 공급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중국은 상황 완화를 언급하며 주요국 중 유일하게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았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에 대한 미사일 공습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이는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만행으로, 최고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썼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도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독일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외무부는 러시아의 공습에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전쟁 범죄”라고 강조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민간인을 대상으로 고의로 공격했다. 전쟁 본질에 엄청난 변화”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번 민간인 공격은 “푸틴 대통령의 힘이 아니라 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리투아니아 외무부도 트위터에 “러시아의 테러 전술은 정권의 절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사악한 미사일 공격에 경악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동없고 확고한 지원”을 강조했다.반면 오스트리아는 “군사적인 중립국으로서 전쟁 당사자(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협상을 촉구하며 “상황이 가능한 한 빨리 수그러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국과 다른 분위기로, 러시아의 주요 동맹인 중국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을 자제해왔다. 러시아의 이날 공격은 키이우를 포함해 최소 10개 지역에서 진행됐으며 1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경찰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다리인 케르치해협대교(일명 크림대교)가 공격을 받은 지 이틀만에 보복성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 “한국사 왜곡 심각성 인지… 내용 바로 잡길”

    “한국사 왜곡 심각성 인지… 내용 바로 잡길”

    한국사를 왜곡한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이 항의·시정 요청을 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 “왜곡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교과서 내용이 편집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9일 반크에 따르면 HBS 교수이자 한국사 왜곡 교과서인 ‘코리아’(Korea)의 공동집필자 포리스트 라인하트 교수는 반크의 항의 서한에 대한 답신에서 “우리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 것에 관심이 있다”며 “당신이 제시한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연구 결과물을 향상하는 것에 항상 관심이 있고, 이번 문제에 관해서도 내용 편집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크는 지난달 29일부터 ‘고려는 중국의 속국’, ‘일제강점기 일본이 지원한 덕분에 한국이 발전했다’ 등 한국사 왜곡 내용을 쓴 HBS에 항의 시정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반크의 마민서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항의 서한을 보냈고 일주일 만에 답신을 받았다. HBS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일본 정부는 한국 경제를 자국과 통합하고, 한국어 사용을 금지했다”며 “하지만 이 기간 한국은 크게 산업화했고 교통과 전력이 발전했다. 교육, 행정, 경제 체계도 근대화됐다”고 소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고대사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서기 668년부터 시작된다고 잘못 전했다. 여기에 고구려·백제는 물론 발해사도 아예 기술하지 않았으며, 고려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속국이었다고 왜곡했다. 마 연구원은 HBS·교과서 집필진·출판사·학교 온라인 지원센터·교육센터 등 6곳에 보낸 서한에서 “일제 식민지배로 인한 일본군 위안부, 강제노역, 수탈, 핍박 등 고통받은 한국인의 역사를 무시했다”며 “삼국시대를 축소하고 고려사를 왜곡한 하버드대 필수 교과서를 시정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하버드 측의 답신을 받은 반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21세기에 걸맞은 교육을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한국어·영어로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 “北보다 기술력 우위… 관건은 신뢰성 향상”

    “北보다 기술력 우위… 관건은 신뢰성 향상”

    우리 군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한다며 발사했던 현무2C는 뒤로 날아가 추락했다. 이는 북한이 최근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는 것과 비교되면서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자칫 북한보다 미사일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살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미사일 관련 기술력은 우리가 분명한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첨단무기체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일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거의 대부분 노후된 것들이다. 다만 최근 신형미사일을 늘리는 것 자체는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북한이 고가의 복합재를 사용하는 신형미사일을 기술적 신뢰성의 제한 및 경제적인 이유로 바로 전력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또 생각했지만 지속적인 시험발사를 통해 신뢰성도 확보하고 무기체계 획득에 최우선하는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이어 “신형미사일의 계속되는 발사로 볼 때 KN23, KN24, KN25, 신형전술유도탄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지속적으로 전력화 배치 중으로 판단되며, 이는 기존 구형의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근 계속된 미사일 발사는 무력시위뿐 아니라 실전을 위한 훈련과 검증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실전능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 남한의 현무2 미사일 실패 시간대를 골라 도발한 것으로 남한 대비 우월한 전술운용 역량을 보여 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역시 “최근 미사일 발사는 2019~21년 개발 이후 개량을 거쳐 올해 초부터 본격 양산·배치된 무기들의 실전 운용 능력을 검증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 군도 더 많은 훈련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예비역 해군 대령인 임명수 이화여대 안보학 특임교수는 “현무 같은 특수병기는 어느 국가나 훈련을 자주 못 하고, 자주 할 수도 없다”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갖는 파장에서 보듯 우리 역시 주변국에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첨단무기는 워낙 정밀한 장치이기 때문에 오류 가능성을 항상 갖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세계 최강 전투기 F22조차도 기계결함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 거기에 더해 이번 낙탄의 경우 너무 급작스럽게 발사 결정을 하진 않았는지 등 면밀한 검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춘근 전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연구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수출효자 품목인 K9 등의 화포는 엄청난 발사실험과 교정을 통해 신뢰성을 쌓아 온 반면 고가의 미사일은 선진국에 비해 개발 단계에서의 시험발사가 충분하지 않은 채 실전배치된 것이 제법 있다”면서 “개발 단계에서 더 많은 시험발사를 해서 작은 문제점까지 수정하고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현무 미사일 낙탄, 기술력이나 훈련부족 때문으로 볼 수 있을까

    현무 미사일 낙탄, 기술력이나 훈련부족 때문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 북한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는 반면 우리 군은 현무-2C 미사일이 뒤로 날아가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북한 미사일 기술은 나날이 향상되는 반면 우리 군의 미사일 낙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군사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미사일 관련 기술력은 우리가 분명한 우위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첨단무기체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일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은 거의 대부분 노후된 것들이다. 다만 최근 신형미사일을 늘리는 것 자체는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북한이 고가의 복합재를 사용하는 신형미사일을 기술적 신뢰성의 제한 및 경제적인 이유로 바로 전력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또 생각했지만 지속적인 시험발사를 통해 신뢰성도 확보하고 무기체계 획득에 최우선하는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이어 “신형미사일의 계속되는 발사로 볼 때 KN-23, KN-24, KN-25, 신형전술유도탄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지속적으로 전력화 배치 중으로 판단되며, 이는 기존 구형의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근 계속된 미사일 발사는 실전능력 과시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실전능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 남한의 현무-2 미사일 실패 시간대를 골라 도발한 것으로 남한 대비 우월한 전술운용 역량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리 군의 무기체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춘근 전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연구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수출효자 품목인 K9 등의 화포는 엄청난 발사실험과 교정을 통해 신뢰성을 쌓아 왔다”면서 “반면 고가의 미사일은 선진국에 비해 개발 단계에서의 시험발사가 충분하지 않은 채 실전배치된 것이 제법 있다. 이런 것은 배치 후에도 교육훈련과 연계해 발사실험을 지속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것도 충분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해군 대령인 임명수 이화여대 안보학 특임교수는 현무 낙탄 사고를 일각에서 제기되는 ‘훈련 부족’과 연결시키는 것은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무 같은 특수병기는 어느 국가나 훈련을 자주 못하고, 자주 할 수도 없다. 훈련 자체가 주변국에게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첨단무기는 워낙 정밀한 장치이기 때문에 오류 가능성을 항상 갖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세계 최강 전투기 F-22조차도 기계결함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 거기에 더해 이번 낙탄의 경우 너무 급작스럽게 발사 결정을 하진 않았는지 등 면밀한 검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美 하버드 경영대학원 “한국사 왜곡 교과서, 내용 편집되길”

    美 하버드 경영대학원 “한국사 왜곡 교과서, 내용 편집되길”

    한국사를 왜곡한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이 항의·시정 요청을 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 “왜곡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교과서 내용이 편집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9일 반크에 따르면 HBS 교수이자 한국사 왜곡 교과서인 ‘코리아’(Korea)의 공동집필자 포리스트 라인하트(왼쪽 사진) 교수는 반크의 항의 서한에 대한 답신에서 “우리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 것에 관심이 있다”며 “당신이 제시한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연구 결과물을 향상하는 것에 항상 관심이 있고, 이번 문제에 관해서도 내용 편집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반크는 지난달 29일부터 ‘고려는 중국의 속국’, ‘일제강점기 일본이 지원한 덕분에 한국이 발전했다’ 등 한국사 왜곡 내용을 쓴 HBS에 항의 시정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반크의 마민서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항의 서한을 보냈고 일주일 만에 답신을 받았다. HBS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일본 정부는 한국 경제를 자국과 통합하고, 한국어 사용을 금지했다”며 “하지만 이 기간 한국은 크게 산업화했고 교통과 전력이 발전했다. 교육, 행정, 경제 체계도 근대화됐다”고 소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고대사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서기 668년부터 시작된다고 잘못 전했다. 여기에 고구려·백제는 물론 발해사도 아예 기술하지 않았으며, 고려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속국이었다고 왜곡했다. 마 연구원은 HBS·교과서 집필진·출판사·학교 온라인 지원센터·교육센터 등 6곳에 보낸 서한에서 “일제 식민지배로 인한 일본군 위안부, 강제노역, 수탈, 핍박 등 고통받은 한국인의 역사를 무시했다”며 “삼국시대를 축소하고 고려사를 왜곡한 하버드대 필수 교과서를 시정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하버드 측의 답신을 받은 반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21세기에 걸맞은 교육을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포스터(오른쪽)를 한국어·영어로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공존을 향한 전환의 도시

    2008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추월하면서 전 세계 도시 문제를 관장하는 유엔기구인 유엔해비타트는 21세기를 ‘도시의 세기’(urban century)로 규정했다. 인류 최초로 맞이한 도시의 세기는 과연 얼마나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2016년 전 세계가 합의한 지속가능성의 가치는 변화와 유지라는 서로 다른 힘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실현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의미한 일회적 현상이 아닌, 날로 축적되며 유의미한 진화를 만들어 내는 변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존의 체계를 대체·파괴하는 대립적 발전보다는 보완적 진보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전환’이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일’은 새로운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극복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와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저성장 등 새로운 위기가 도시라는 공간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전환’은 개별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변화의 단면을 넘어서 그것이 다른 분야에 미치는 통합적인 영향을 고려한 균형 있는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같은 전환기에 도시가 변화를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재편하는 한편 새로운 여건 변화에 대응한 기회 창출을 위해 제도와 정책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사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오는 19~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시의 전환’을 주제로 ‘제3회 대한민국도시포럼’을 개최한다. 대한민국도시포럼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시의 전환’을 주제로 급격한 대내외적 변화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도시의 대응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메인 세션에서는 도시의 하드웨어 중심의 관점을 넘어 경제·산업, 환경·거버넌스 등 소프트웨어 관점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도시의 체질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이어지는 일반 세션에서는 ‘도시의 전환’에 대한 부문별 실현 전략을 ▲삶과 일자리 ▲생산과 소비 ▲도시계획 ▲도시 개발 ▲이동(모빌리티) ▲에너지 등 6가지 차원에서 다룬다. 또한 지방정부와 공동 주관으로 진행되는 특별 세션에서는 ▲주거안전 취약계층의 주거권 확보(서울시)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경기도) 등 지속가능한 도시의 전환을 추구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맞이한 주요 이슈들을 다룰 예정이다.
  • 레고처럼 분자 합성 ‘클릭화학’… 두 번째 노벨상 노익장 쾌거도

    레고처럼 분자 합성 ‘클릭화학’… 두 번째 노벨상 노익장 쾌거도

    2022년 노벨 과학상의 대미를 장식한 화학상은 원하는 물질과 생체 물질의 결합을 유도할 수 있는 분자 반응을 개발한 미국과 덴마크 출신의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에서는 21세기 들어 두 번째 노벨상을 받아 노익장을 과시한 연구자도 나왔다.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캐럴린 버토지(56)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모르텐 멜달(68)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배리 샤플리스(81)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박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수상자들은 ‘클릭화학’과 ‘생체직교화학’이라는 분자합성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샤플리스 박사는 2001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에 이어 21년 만에 다시 한번 같은 분야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버토지 교수는 생체 합성 과정에서 다른 생체 분자와는 반응하지 않고 원하는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반응을 연구하고 여기에 생체직교화학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였다. 즉 DNA는 DNA, RNA는 RNA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다. 버토지 교수의 연구는 암과 다른 질병에 관한 세포 반응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샤플리스 박사는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일곱 번째 노벨상 2회 이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노벨화학상 분야만 본다면 1958년과 1980년 2회 수상한 프레더릭 생어 박사 이후 두 번째다. 샤플리스 박사는 현존하는 유기화학자 중 최고 대가로 2001년에는 전이금속인 타이타늄을 이용해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치료제로 쓰이는 글리시돌이라는 신물질을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번 수상 업적인 클릭화학은 노벨화학상을 받은 해인 2001년 5월 28일 논문을 발표해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분자합성은 몇 종류의 반응을 이용해 탄소-탄소 결합이 형성되고 여기에 작은 분자들이 연결되면서 이뤄진다. 그렇지만 이를 실험실에서 구현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이에 샤플리스 박사는 실험자가 원하는 특성을 가진 작은 분자들을 간단한 반응으로 블록 쌓듯이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레고 블록을 서로 끼워 맞출 때 나는 ‘딸깍’(클릭)이라는 의성어를 이용해 ‘클릭화학’의 개념을 만든 것이다. 멜달 교수는 ‘N=N=N 아자이드’라는 물질을 이용해 샤플리스 박사가 제시한 클릭화학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노벨상은 흔히 20~30대 젊은 시절 연구했던 성과로 받는 경우가 많지만 클릭화학은 샤플리스 박사가 60대에 만들어 낸 연구 성과”라고 소개했다. 이번 화학상 수상자들은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 70만원)를 3분의1씩 나눠 받게 된다.
  • 올해 노벨화학상은 레고처럼 분자합성하는 방법 만든 화학자 3인의 품에

    올해 노벨화학상은 레고처럼 분자합성하는 방법 만든 화학자 3인의 품에

    2022년 노벨과학상의 대미를 장식한 화학상은 원하는 물질과 생체물질의 결합을 유도할 수 있는 분자반응을 개발한 미국과 덴마크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번 노벨화학상에서는 21세기 들어 두 번째 노벨상을 수상해 노익장을 과시한 연구자도 탄생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캐롤린 버르토지(56)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모르텐 멜달(68)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배리 샤플리스(81)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박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수상자들은 ‘클릭화학’과 ‘생체직교화학’이라는 분자합성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샤플리스 박사는 2001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에 이어 21년 만에 다시 한 번 똑같은 분야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버르토치 교수는 생체 합성 과정에서 다른 생체 분자와는 반응하지 않고 원하는 분자와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반응을 연구하고 여기에 ‘생체직교화학’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였다. 생체직교화학은 세포 내 특정 생화학 물질과만 반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DNA는 DNA, RNA는 RNA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버르토치 교수의 연구는 암과 다른 질병에 관한 세포 반응 과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샤플리스 박사는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7번째 노벨상 2회 이상 수상자로 기록됐고, 같은 분야에서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3번째 연구자가 됐다. 노벨화학상 분야만 본다면 1958년과 1980년 2회 수상한 프레데릭 생어 박사 이후 두 번째이다. 샤플리스 박사는 현존하는 유기화학자 중 최고 대가로 2001년에는 전이금속인 타이타늄을 이용해 고혈압, 심장질환 등 치료제로 쓰는 글라이시돌이라는 신물질을 만든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번 수상업적인 클릭화학은 노벨화학상을 받던 해인 2001년 5월 28일 처음 논문을 발표해 세상에 선보였다. 이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노벨과학상은 흔히 20~30대 젊은 시절 연구했던 성과로 받는 경우가 많지만 클릭화학은 샤플리스 박사가 60대에 만들어 낸 연구성과”라며 “이렇게 노년의 연구 성과로 노벨상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과학자에게 연구는 평생의 업이라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분자합성은 몇 종류의 반응들을 이용해 탄소-탄소 결합이 형성되고 여기에 작은 분자들이 연결되면서 이뤄진다. 그렇지만 이를 실험실에서 구현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게 된다. 이에 샤플리스 박사는 실험자가 원하는 특성을 가진 작은 분자들을 간단한 반응으로 블록 쌓듯이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레고블록을 서로 끼워 맞출 때 나는 ‘딸깍’(클릭)이라는 의성어를 이용해 ‘클릭화학’의 개념을 만든 것이다. 멜달 교수는 샤플리스 박사가 제시한 클릭화학을 ‘N=N=N 아자이드’라는 물질을 이용해 실제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이동환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자연계가 만들어 내 생체조건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클릭화학”이라며 “이번 수상자들은 제약합성을 할 ? 독성이 어디서 작용하는지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임상시험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화학상 수상자들은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나(13억 70만원)를 3분의1씩 나눠 받게된다.
  • ‘윤석열차’ 논란 시끌…“대놓고 블랙리스트” vs “표절이 문제”

    ‘윤석열차’ 논란 시끌…“대놓고 블랙리스트” vs “표절이 문제”

    고교생 그린 ‘윤석열차’ 설왕설래“미술적 감성” vs “노골적 정치”“전두환 시대로 역행” vs “英 매체 그림 표절”한국만화영상진흥원 “논란 예상 못했다”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받은 고교생 작품 ‘윤석열차’에 대한 정부의 대응·표절 의혹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블랙리스트와 비교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국립극단 연극 ‘개구리’의 정치적인 편향성을 문제 삼은 게 블랙리스트 사태의 시작이라 본다고 하자 이 같이 반박했다. ‘정치적 내용을 다루면 문체부가 엄중 조치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윤석열 정부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며 “문제 삼은 것은 작품이 아니다. 순수한 미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은 중고생 만화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만든 만화진흥원을 문제 삼는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예능 ‘SNL’ 출연 당시 정치 풍자는 프로그램의 권리라고 말한 영상을 틀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도 문제가 되고 대통령 뜻과도 반한다”고 했다. 이에 박 장관은 “저의 독자적인 입장이다”라고 응수했다. ● “문제 안 된다” vs “정치 주제 노골적”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인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열차 조종석에는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보이며, 다른 열차에는 검사로 보이는 인물들이 칼을 들고 있다. 사람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도 보인다. 수상작 선정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전날 “현실을 풍자한 그림은 예전부터 있었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림 관련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같은날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이라며 주최 측에 ‘엄중 경고한다’는 입장을 전하는 등 여진은 이어졌다. 문체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다”며 공모전의 심사 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중히 살펴보고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이 일어나자 “후원 명칭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전두환 시대 역행” vs “표절 의혹” 문체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논쟁은 이어졌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교생이 만화대회에 윤석열차라는 그림을 그려 출품했는데, 이것 하나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완전히 전두환 시대로 역행하고 있다. 범국민적인 저항운동의 한 일환으로 민주당이 펼칠 활동을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당과 내홍을 빚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문사마다 일간 만화를 내는 곳이 있고 90% 이상이 정치 풍자인 것은 그만큼 만화와 프로파간다, 정치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며 작품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적했다. 여권은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엄호에 나섰다. 윤석열차는 2019년 영국 매체 ‘더 선’ 논평에 실린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 풍자 일러스트를 모방한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을 통해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표절 의혹 때문에 논란이 크다”며 “외국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낀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의원은 해당 그림을 직접 제시하며 “한 눈에 봐도 표절이다. 본질적인 것은 학생이 표절을 했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의원은 “만화축제 공모 개요에는 창작 작품으로 제한한다는 조건이 있다. 표절의 문제이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 “논란 예상 못해, 정치 풍자라 주목” 이날 서울신문 취재 결과 해당 작품은 현재 축제 종료와 함께 전시 기간이 끝나 작가에게 돌아간 상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체부 지침이 내려오면 적법하게 따를 예정이다”라며 “심사위원은 개인정보 문제가 얽혀 있어 앞으로도 밝힐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수상작 중 대개 대상이 주목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경우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금상 수상작은 총 5편이며 특정 작품을 우리 진흥원에서 내세울 필요는 없다. 특정 작품 중심으로 축제를 홍보하지 않는다. 다른 작품들에도 풍자가 들어가 있지만, 이 작품은 정치 풍자라는 측면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또다른 관계자는 이날 ‘웹툰협회에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등 입장을 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어떤 입장인가’라는 서울실문 질의에 “지금 단계에서는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전날 ‘고등학생 작품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입장에 부쳐’라는 입장문을 통해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102억원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블랙리스트’ 행태를 아예 대놓고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이다”라며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통제의 차원에서 국민 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이라는 지적에는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다”라며 “이보다 더 행사 취지에 맞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 동해안 낀 경북도, 파도로 전기 만드는 사업에 뛰어 든다

    동해안 낀 경북도, 파도로 전기 만드는 사업에 뛰어 든다

    동해안을 낀 경북도가 파도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파력(波力) 발전 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주목된다. 파력 발전은 공해가 없는 해양에너지로 21세기를 이끌 청정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도는 27일 동부청사에서 ‘동해안 파력발전’ 기획연구 용역 최종보고회를 했다. 도는 연안, 도서 지역을 대상으로 파력발전 장치 설치와 관련한 입지 여건을 조사·분석하고 향후 파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기반 확보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했다. 파력발전은 파도 움직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해양에너지로 태양광, 풍력보다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 영국 등 유럽연합 일부 국가만 기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도는 이번 용역 결과 울릉 태하포구·현포항·남양항, 포항 영일만항이 파력발전에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앞으로 동해안 파력발전 실증시험을 통해 경제성이 입증되면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와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이경곤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국내 파력발전 기술은 실증단계이며 경북 동해안은 파랑 조건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파력 발전은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KRISO)가 해양수산부 과제를 받아 2016년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에 용수시험파력발전플랜트(500㎾급)으로를 건설한 바 있다. 1만 2000t 규모의 콘크리트케이슨 방식으로 가로 37m, 세로 35.2m, 높이 29.5m 규모다. 2021년 11월엔 제주 추자도에 방파제와 연계한 묵리파력발전소를 건설해 현재 실증운영 단계에 있다.
  • [열린세상] 해양분쟁 시대, 법률전에 대비하고 있는가/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열린세상] 해양분쟁 시대, 법률전에 대비하고 있는가/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 최근 몇 년간 미중 관계의 충돌을 예측하는 국제정치의 지배적 담론이다. 신흥강국(중국)이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미국)의 견제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와 21세기의 국제질서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대양 진출은 미국 동맹세력(동아시아)의 균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작금의 위기를 표현하는 데 적절하다. 강대국 간 국제질서를 둘러싼 힘의 대립은 여전히 조정 중이라는 의미다. 해양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은 유엔해양법협약의 탄생(1982년 채택)으로 예견된 일이다. 주변국과 해양범위 주장이 중첩되는 해역은 경계선을 그어야 하나 쉽지 않다. 협상을 통해 차지할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기 때문이다. 주변국의 관공선 활동과 불법어업, 해양조사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이유다. 중국과 일본의 진출은 거침이 없다. 관공선의 대형화와 무장화, 순찰 범위의 확대 등 이어도와 독도 주변 진입은 상시화됐다. 사통팔달의 지정학적 한반도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향후 5년 이내에 산발적으로 혹은 동시에 벌어질 수 있다. 해양분쟁의 시대다. 해양 문제는 일방의 제소로 쉽게 국제소송으로 전환된다. 2016년 남중국해 판례가 대표적이다. 필리핀의 일방적 제소로 시작됐고, 중국은 불참하겠다고 했지만 중재재판은 진행됐다. 결과는 필리핀의 완승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제소할 경우 5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중재재판소가 맡게 된다. 절차 회부는 강제적이고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국제재판에 회부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6년 해양경계획정 관련 분쟁, 군사활동에 관한 분쟁, 법집행 활동 등은 국제재판에 회부되는 것을 배제하는 서면선언을 했다(제298조). 최근 국제재판소는 제소되는 해양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려고 하고 있다. 불법어업 단속 과정에서 해경의 무기 사용, 경계미획정수역에서 진행되는 일방적인 행위와 시설물 설치, 해양활동과 오염 등 언제든지 우리가 피소 혹은 제소국일 수 있다. 이제는 국제소송과 법률전에 본격적으로 대비할 때다. 중국과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꾸준히 재판관을 배출하고 있다. 영토 분쟁과 해양 분쟁 모두 정통하다. 국제재판도 충분히 경험했다. 우리가 극복할 해양 문제는 주변 분쟁에 제한되지 않는다. 자유로웠던 공해는 2018년부터 시작된 정부 간 회의를 통해 제약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양생물유전자원 접근에 관한 새로운 규범(BBNJ 협약)이 1~2년 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심해저 광구의 수익배분 개발규칙도 2023년까지 채택될 예정이다. 유엔환경총회(UNEA)는 올 초에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할 국제협약안을 채택하는 데 합의했다. 21세기형 해양질서를 둘러싼 법률전쟁이다. 국내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해양 분쟁과 국제해양협약을 다룰 전문인력은 로스쿨 도입(2009년) 이후 사실상 소멸상태다. 해양법 현안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는 학계와 연구기관을 통틀어 약 15명에 불과하다. 중국, 일본과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가 간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다 보니, 법률시장에서 수요도 없다. 학문의 자생적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연구기관에서 해양법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기껏해야 몇 년에 한 명꼴이다. 인재 공급과 진출 시장이 모두 붕괴된 것이다. 해양 분쟁에 대한 어설픈 준비는 뼈아픈 국익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1세기의 해양 분쟁은 국가의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 이제는 해양백년의 대계를 다시 한번 수립할 때다.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여성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일이 ‘여성혐오’라고?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여성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일이 ‘여성혐오’라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4일에 일어난 서울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서 많은 사람의 분노를 샀다. 그의 발언에 반박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그 사건은 그릇된 남성 문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하게 위치하지 않다는 잘못된 차별 의식이 만들어 낸 여성혐오 범죄가 맞다고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박 전 위원장의 말이 맞다. 김 장관 같은 사람들은 “범인이 여성을 ‘혐오’해서 죽이지 않았으니까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좋아해서 쫓아다닌 거니까 살인죄로 처벌받아도 그게 여성 ‘혐오’는 아니라는 거다. 이건 여성혐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 신문은 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의 말을 두고 “그가 언급한 여성혐오(misogyny)는 단순한 혐오(hate)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것으로 분석된다”는 설명까지 붙였을까. 그런데 여성혐오는 “그런 개념으로 분석”되는 게 아니라 그게 정의다. 박 전 위원장이 내린 정의도 아니고 선진국에서는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그 신문기사를 쓴 여성 인턴기자는 여성혐오의 정의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기사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박 전 위원장이 정의하는 여성혐오는 이렇다’라는 투로 썼거나, 아니면 여성혐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스크에서 이를 박 전 위원장만의 생각인 것처럼 바꾼 듯하다. 이런 식의 기사는 ‘여성혐오’를 그 단어를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해석해도 되는 하나의 ‘주장’ 정도로 축소시킨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런 궁금증이 들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여성혐오를 ‘여성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하는 일’이라고 정의하지 않나? 범인이 피해자를 병적으로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면 여성혐오는 아닐 것 같은데?” 여성혐오는 영어 단어 misogyny(미소지니)의 번역어인데, 이 영어 단어는 그리스어 misos(혐오)와 gun(여성)이 결합돼 만들어진 말이다. 이런 단어에 국어사전에서 굳이 ‘병적으로’라는 제한을 둔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여성을 싫어하는 건 정상이고, 병적으로 싫어해야 여성혐오라는 얘기일까? 물론 그런 종류의 ‘병’은 정신질환 진단의 국제 표준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존재하지 않는다. 국어사전의 이런 비과학적이고 낡은 정의는 바뀔 때가 됐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여성들 중에는 여성혐오라는 표현보다 영어 단어인 ‘misogyny’를 외래어로 받아들여 ‘미소지니’라고 표현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영어사전은 미소지니를 어떻게 정의할까? 옥스퍼드 영어사전과 미리엄웹스터 영어사전 모두 20세기 내내 ‘여성에 대한 혐오’(hatred of women)라는 아주 단순한 정의를 적어 놓은 게 전부였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여성혐오’와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변화가 생겼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2002년에 이 단어의 정의를 확장해 ‘여성에 대한 증오, 멸시, 뿌리 깊은 편견’(hatred or dislike of, or prejudice against women)이라고 바꿨고, 그보다 10여년 늦었지만 미리엄웹스터 사전도 그와 거의 동일한 정의로 변경한 것이다. 한글 위키피디아에서 제시하는 ‘여성혐오’의 해석도 이들 사전을 따르고 있고, 박 전 위원장의 발언도 바로 이렇게 일반화된 정의를 가져온 것이지 그가 새롭게 만들어 냈거나 주장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신당역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를 좋다고 쫓아다닌 건데 그게 ‘여성에 대한 증오, 멸시, 뿌리 깊은 편견’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얘기지? 2014년 미국에서 일어난 끔찍한 여성혐오 사건이 있다. 누구도 여성혐오 범죄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캘리포니아의 이슬라비스타라는 한 작은 동네에서 22세의 남성이 인근 대학교 기숙사와 주변에서 자기 또래의 여성들만 골라 6명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 범인은 범행 전에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을 거부한 여자들을 징벌하고 싶다”고 말했다. 살해당한 여성들은 범인을 “거부한” 적도, 어떠한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범인의 눈에는 그들 모두가 똑같은 ‘여자’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 범행을 두고 여성혐오라고 말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성이 동일한 집단으로 묶여 혐오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후에 서울에서 일어난 ‘강남역 살인 사건’의 범인도 거의 똑같은 진술을 했다.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다는 게 범행의 이유였다. 하지만 범인의 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상(여성)만이 아니다. 그는 ‘징벌’(punish)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징벌은 법적 혹은 도덕적 규칙을 어긴 데 대해 벌을 주는 행위를 말하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은 그렇게 할 만한 권위를 가졌다고 가정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범인은 이 단어를 사용했을까? 여기에서 엿볼 수 있는 그의 사고방식은 두 가지다. 우선 그는 자신(남성)이 만나자고 할 때 상대(여성)가 순응하는 것이 ‘룰’이라고 믿고 있다. 자신의 요청을 거부한 여성들은 그 룰을 어긴 것이다. 게다가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남성인 자신이 거부한 여성들에게 벌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그 살해범만의 생각일까? 인류사회는 정도만 다를 뿐 암묵적으로 이를 당연시하거나 용인해 왔다. 이번 신당역 사건을 비롯해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한국 언론에서 별생각 없이 사용하는 ‘보복살인’이라는 표현이 그렇다. 보복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먼저 피해나 억울한 일을 당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이 흔히 그렇듯 신당역 사건의 범인은 꾸준히 가해만 했을 뿐이고, 그 결과 검찰의 구형을 받은 것이다. 그가 희생자에게서 받은 ‘피해’라는 건 만남을 거부당했다는 것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은 이를 쉽게 ‘보복’이라는 틀로 바라본다. 남자가 여자에게 만나자고 강요하고 스토킹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라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까 폭력적인 대응”을 했다는 이상훈 서울시 의원의 발언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귀를 의심할 만큼 충격적인 발언이지만 주위에는 이렇게 남성의 편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여성혐오를 여성에 대한 증오를 넘어 ‘멸시’와 ‘뿌리 깊은 편견’으로 해석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말과 행동은 단순히 특정 개인이 여성을 싫어한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여성혐오적 언행은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오고, 이는 인류 역사상 오래된 문화적 편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 이야기와 유대·기독교 문서에 등장하는 이브와 선악과 이야기는 둘 다 “인류는 여성 때문에 타락하게 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신화는 당시에도 이미 존재하던 여성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일 뿐, 여성혐오가 생겨난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다. 인류역사에서 대규모 학살과 전쟁은 예외 없이 남성들에 의해 저질러졌지만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은 여성이 세상을 타락하게 했다고 믿는다. 작가인 니나 레나타 에런에 따르면 미소지니라는 단어가 17세기 영어에 처음 등장하게 된 계기는 “(남자의 말에) 순종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공격글에 대한 반박문이었다. 이게 고대의 신화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사용하는 남자들이 하는 “(여자인) 네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내가 때리는 거 아니냐”는 황당한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을 뿐이다. 인류는 이제 이런 남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폭력의 근원이 여성혐오임을 인식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여성혐오라는 표현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멸시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다시 정의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여가부 장관은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오터레터 발행인
  • “물, 불, 흙, 공기 다음 원소는 이야기”

    “물, 불, 흙, 공기 다음 원소는 이야기”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세상은 인간에게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인간이 문학을 발명한 것은 아마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다정한 서술자’라는 에세이로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 선포’가 이 책을 엮게 된 중요한 계기라고 말한다. 열두 편의 에세이를 통해 그는 ‘인간이 어떻게 하면 스스로를 세상과 분리된 유일하고 단일한 존재로 인식하는 원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문학은 인간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 고찰한다. 26일 출판사 민음사를 통해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최성은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교수가 번역과 진행을 맡았다.토카르추크는 우리를 포함한 세계를 통합된 전체로 바라보고, 보다 유기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소설 테라피를 제시한다. 그는 “텍스트가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만 하고 이미지나 가상공간에서의 움직임이 주가 되는 인터넷의 세계로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책을 읽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며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감정을 일깨우고, 우리를 발전시켜 변화의 희열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문학은 세상에 대한 인간의 해석을 끊임없이 직조하는 과정이고, 이야기는 물, 불, 흙, 공기 다음의 다섯 번째 원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문학적 대안으로 그는 ‘다정한 서술자’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여기서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 바라보고, 그와 감정을 공유하고, 그에게서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이다. 그에게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것은 대상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일과 같다. 그는 작품을 통해 대안적 삶, 동물권, 전 생명체를 연결하는 글로벌 휴머니즘 연대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토카르추크는 ‘사인칭 서술자’와 ‘탈중심적인 이야기’를 활용한다. 그는 “사인칭 서술자란 극도의 전지적 시점을 가진 스토리텔러”라며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서술자, 예를 들어 개구리의 관점에서 새의 관점으로 자유롭게 시점을 넘나드는 초월적 지위를 가진 서술자, 저자의 한계를 초월하는 서술자”라고 소개한다. 덧붙여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거의 모든 사람이 글 쓰는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며 “그렇기에 우리로 하여금 예상치 못한 다른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고, 익숙한 사고방식이나 뻔한 행동 경로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탈중심적인 기벽이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7일 아베 국장이 英 여왕 장례보다 더 많은 돈 든다고?

    27일 아베 국장이 英 여왕 장례보다 더 많은 돈 든다고?

    “어떻게 아베 전 총리 국장 비용이 영국 여왕 장례 비용보다 많이 들 수 있어요?” 영국 일간 데일리 미러가 27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지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 비용이 16억 6000엔(약 159억원)으로 추정돼 지난 19일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 비용 13억엔(약 130억원)보다 훨씬 많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물론 일본 정부는 아직 아베 국장에 얼마나 지출될 것인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이 실제로는 곱절로 늘어 130억 달러(약 18조원)가 지출된 것에 비춰 많은 일본인들은 실제 장례 비용은 이것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두 나라 국장 비용의 차이가 대형 이벤트 개최에 끼어드는 중개인 기업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국장을 관장하는 업체는 도쿄에 본사를 둔 무라야마가 선정됐는데 단독 입찰해 1억 7600만엔 계약을 따냈다. 이 업체는 아베 전 총리가 매년 벚꽃축제를 개최했을 때 대행 업체였다. 최근 교도통신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일본 정부가 장례에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75% 이상이었다. 개최 비용의 절반이 삼엄한 경호 업무에 지출될 예정이며, 3분의 1정도는 해외 조문객들을 맞는 데 쓰일 예정이다. 217개 국가의 700명 정도가 공식 초청됐다. 커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 등인데 벌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예방하겠다며 도착하는 이들도 있다. 사흘 동안 치러지는 국장 내내 이른바 “조문 외교”가 치러진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국 여왕 국장과 저울질을 피할 수 없다. 여왕 장례에는 세계 각국의 현직 지도자들이 자리를 빛낸 반면, 아베 장례에는 주로 전직 정부 수장들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웬 군주제이며 국장이냐는 시선도 여전하지만 여왕 장례식에는 그래도 왕실과 국민의 교감이라든가 낭만적이며 인간적인 매력들이 번뜩였는데 아베 전 총리의 공과 때문에라도 일본인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인 아베의 삶은 지난 7월 9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갑자기 중단됐다. 그는 총리로서 일본의 국장이 치러지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의 전후 복구와 경제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는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가 1967년 사망한 뒤 국장이 엄수됐다. 당시 장례 비용은 1800만엔이었다.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7000만엔에 해당한다. 일본 경제는 전후 가장 안 좋은 상태다. 해서 가장 고통받는 저소득층 가족들을 부축하는 데 장례 비용을 쓰는 게 더욱 좋겠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막대한 장례 비용에 대한 반대 때문에 기시다와 내각 지지율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론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우편향과 국론 분열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겠다. 우리로선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하거나 못마땅해 할 이유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인데 영국 방송이 막대한 비용과 영국 왕실과의 비교에 치중하는 점도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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