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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식인/스티브 풀러 지음

    컴퓨터 자판 끝에서 정보의 홍수가 일어나는 시대, 지식인의 종말이 해묵은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단순히 축적된 ‘앎’으로만 지식인을 규정하던 시대가 진작에 가고 없다는 사실쯤은 이제 누구나 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식인은 사라졌으니 사회에서 그들이 떠맡던 몫도 공란으로 비워져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지식인 범주에 들어가는 구성원이 달라졌을 뿐 그들의 고유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유효하며,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런 당위 아래에서 운을 떼는 책이 ‘지식인’(스티브 풀러 지음, 임재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과학철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저자(영국 워윅대 교수)는 21세기형 지식인이라면 ‘지적 자율성’을 핵심 덕목으로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적 자율성을 갖춘 이른바 ‘자율적 지식인’이란 자신이 믿어야 할 목소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을 책임질 수 있는 이들로 규정한다. ‘현대사회에서 지식인으로 살아남기’라는 흥미로운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아주 다양한 관점으로 주제에 접근한다.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들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논쟁행태를 통해 고대 지식인 계층의 특징을 살펴보는 작업에서부터 성의가 돋보인다.‘철학자’(지식인과 가장 가깝고도 먼 사촌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와 ‘지식인’의 대담형식으로 정리한 2부에서 독자들은 더욱 흥미를 느낄 만하다. 저자는 “지식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시대와 자신의 생애에서 분리하지 않는다.”는 말로 학자와의 기능을 엄연히 구분짓는다. 나아가 “지식인은 지식 생산자인 학자들에게 기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식을 가공·유통함으로써 학자들이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진화시키는 존재”라고 역설한다. 가까운 사례로 9·11 테러 당시 미국의 진보지식인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놈 촘스키가 나눈 공박은 현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결국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일 것이다.“인류의 정신을 일깨우는 영원한 자극제”로서 지식인의 조건을 크게 다섯 가지로 압축한다.▲판단능력을 잃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법을 배울 것 ▲무슨 생각이든,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기꺼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 노력할 것 ▲어떤 관점에 대해서든 그것이 완전히 그릇된 것이라거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 것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균형있게 보충해주는 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생각할 것 ▲자신의 주장이 오류로 판명나면 정중히 인정할 것. 책은 세상이 어떤 식으로 변하더라도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 비중은 변함없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일러준다. 지식인의 좌표가 사회세력의 약자 쪽에 기울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다. 지식인이 가장 보편적 사회계층인 피지배계급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40여년 전 사르트르의 목소리(지식인을 위한 변명)는 지금도 여전히 귀기울일 만하다.1만 6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지식인의 다섯가지 조건 ▲판단능력을 잃지 않고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법을 배울 것 ▲무슨 생각이든,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기꺼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 노력할 것 ▲어떤 관점에 대해서든 그것이 완전히 그릇된 것이라거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 것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균형있게 보충해주는 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생각할 것 ▲자신의 주장이 오류로 판명나면 정중히 인정할 것.
  • 한국전통문화대학법안 급물살

    한국전통문화학교를 일반 대학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법 제정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안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지난 13일 공청회를 가진 것.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법 제정으로 문화재 전문인력의 양성이 지금보다 원활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재윤(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전통문화 교육체계가 과학기술 분야 및 정보통신 분야보다 홀대당하는 현실에 문제가 있다.”면서 “카이스트처럼 21세기를 설계하는 전통문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혜숙(민주신당) 의원도 “애당초 전통문화학교를 고등교육법상의 ‘각종학교’로 설립한 것은 전통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무지의 소산”이라고 비판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기획예산처의 고민과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원(한나라당) 의원은 “현대적인 지식의 전문화를 통한 전통문화의 재창조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통문화 교육 환경의 변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배숙(통합신당) 위원장은 “전통문화 교육의 특성상 수월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능만이 아닌 지식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고 법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나선화 문화재위원과 최기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통문화학교의 대학 전환은 기능인, 기술자를 양성한다는 설립 목적에 위배되며 대학원 설립은 학교 몸집 부풀리기”라는 취지로 반대 토론에 나서기도 했다. 국회 문광위는 이 법안을 15일 정청래 위원장을 비롯한 전병헌·지병묵(이상 통합신당)·최구식·장윤석(이상 한나라당)·손봉숙(민주당)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상정한다. 이어 20일 문광위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롯데, 유통1위 탈환 ‘몸집 키우기’

    롯데, 유통1위 탈환 ‘몸집 키우기’

    롯데쇼핑이 지난해 신세계에 빼앗긴 유통 1등 위상을 되찾기 위해 덩치 불리기에 나서는 등 영역확장 전면전을 선포했다. 롯데쇼핑은 13일 “백화점, 할인점 등 국내 유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도심 밖에는 쇼핑몰과 아웃렛으로, 도심권에는 전문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망으로 21세기 국내 유통시장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09년에는 김해에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을,2010년에는 김포에 복합 쇼핑몰인 김포 스카이파크를 각각 오픈한다. 도심내 전문점포로는 젊은층을 겨냥한 패션전문점 영플라자를 현재 3개에서 2010년까지 10개로 늘린다. 완구 전문점인 토이저러스 점포는 오는 2012년까지 90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이같은 유통 사업의 확장을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의 일환으로 꼽고 있다. 백화점업은 이미 성숙 단계를 지났다. 롯데마트는 신세계 이마트에 밀려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총매출(9조 4467억원)에서 신세계(9조 5533억원)에 1000억원가량 밀리며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6월 여주에 오픈해 승승장구하는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의 확장 계획과 점포확대 및 (자사브랜드제품)PL 출시 등에 따른 신세계 이마트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롯데쇼핑의 영역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롯데는 14일 김포 스카이파크 기공식을 갖는다. 쇼핑, 호텔 등 그룹 10개 계열사가 참여해 동북아시대 롯데를 상징하는 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 할인점, 극장, 놀이공원 등으로 이뤄진다. 총 19만 4877㎡ 부지에 연면적 31만 4109㎡나 되는 지하 5층∼지상 9층짜리 건물이다. 녹지 비중은 70%다. 야외 조경면적이 국내 유통시설 최대 규모인 13만 249㎡이다. 16일에는 프리미엄 아웃렛이 들어서는 김해관광유통단지내 물류센터 기공식도 갖는다. 구치, 바바리 등 해외명품과 한섬, 빈폴 등 국내 대표 브랜드 120개가 입점한다.‘신세계 여주 아울렛´과 입점 브랜드 수와 영업면적이 비슷하다. 그러나 아웃렛 오픈 이후 김해유통단지에 스포츠센터, 놀이공원, 호텔, 콘도 등을 추가로 조성해 김해와 부산 서부지역을 연계하는 관광 명소를 만든다는 게 롯데측의 계획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대한화재 인수를 연내 끝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인수를 추진해오던 하이마트는 손을 떼기로 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줄기세포 권위자들 한국에

    전 세계 줄기세포 권위자들이 모여 연구동향을 공유하고 연구정보를 교환하는 국제심포지엄이 서울에서 열린다. 과학기술부는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이 ‘국제 줄기세포 서울 심포지엄’을 국내외 연구자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5∼16일 고려대에서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심포지엄은 2003년 10월 처음 개최됐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다. 미국과 일본, 스웨덴, 이스라엘, 싱가포르, 한국 등 6개국의 초청 과학자 19명이 ‘줄기세포 연구 전망’과 ‘배아줄기세포 연구’,‘성체줄기세포 연구’,‘줄기세포 분화’ 등 7개 분야 19개 주제에 대해 발표한다. 특히 과학저널 ‘사이언스’ 편집자이자 신경과학 권위자인 스웨덴 룬드대학 올 린드발 박사와 간 이식 및 간 줄기세포 권위자인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아이라 폭스 박사, 이스라엘 배아줄기세포연구소 베냐민 루비노프 소장, 미국 생명공학기업 ACT의 수석연구원인 재미 한국인 과학자 정영기 박사 등이 참여한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26) 긍정적 자아개념 심어주기

    [김미라 교수의 부모들을 위한 교육특강] (26) 긍정적 자아개념 심어주기

    ‘원을 세 개 그리고 그 위에 선분을 하나 그어 보세요.’어떤 그림을 그리셨나요? 먼저 위 지시의 내용을 이해하실 수 있는지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그라미를 세 개 그리고 그 위에 작대기를 하나 그려 보세요.’는 어떤가요? 둘 가운데 어떤 지시든지 혹은 이런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든지 이해가 된다면 위 지시문과 관련된 이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표현과 관계 없이 이해능력 자체를 검사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정보처리 능력을 알아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보처리 능력은 지능검사를 통해 측정합니다. ●지능 똑같아도 정보처리 방식은 달라 그러나 지능이 동일하다고 해도 선호하는 정보처리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동일한 내용의 책을 읽어도 책이 글로만 되어 있을 때 이해가 잘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표나 그림 등으로 되어 있을 때 이해가 원활한 사람이 있습니다. 글을 선호하는 사람을 ‘언어적 인지양식이 우세한 사람’이라 하고 그림 등을 선호하는 사람을 ‘시각적 인지양식이 우세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인지양식은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능지수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인지양식에 적합한 정보가 더 잘 처리되고 더 잘 학습되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인지양식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각 인지양식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언어-시각적 인지양식에 따라 구분 ‘원을 세 개 그리고 그 위에 선분을 하나 그어 보시오.’라는 지시에 <그림 1>을 그렸다면 당신은 단순명쾌한 정보처리를 선호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분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를 제대로 배우는 정보처리자입니다. 그러나 가르쳐 준 것만 학습하고 상황에 별 관계없이 배운 것만 반복적으로 적용하려 하기 때문에 응용력이 부족하기 쉽습니다. 만약 <그림 2>를 그렸다면 당신은 융통성이 큰 정보처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분들은 하나를 배우면 열 개를 아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융통성 높은 학습의 대가로 정확하게 아는 것이 드물 수 있습니다. 열 개를 알긴 아는데 제대로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몇 개 되지 않을 때가 왕왕 나타나곤 합니다. 두 가지 인지양식의 장점과 단점을 알려주고 난 다음에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그림 3>을 그리는 경향성이 증가합니다. 하나를 배우면 하나만 정확하게 아는 사람에게는 발상의 전환이나 확산적 사고를 하도록 교육하고,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지만 제대로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모호하게 알고 있는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도록 하면 이런 그림들이 나타납니다. ●본인 특성맞춰 교육하면 창의력 키울 수 있어 각 인지양식을 확장 보완한 그림들을 보십시오. 이 그림들은 바로 21세기가 요구하는 정보처리 특성, 즉 창의성 그 자체입니다. 누구나에게 주어진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 누구나에게 통용되는 의미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창의성이라고 한다면 동그라미 세 개와 작대기 하나로 누구나가 알아 볼 수 있는 사람 얼굴, 꽃다발,100원짜리 동전,0% 등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21세기를 자신의 시대로 꽃 피울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된 것이지요. 21세기의 주역이 되어야 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원 세 개와 선분 하나’로 미래를 만들어 가보시기 바랍니다.
  • [열린세상] 이씨조선의 꼭두각시극/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이씨조선의 꼭두각시극/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변호사가 사제관으로 피신하고, 사제단이 변호사를 보호한다. 과거에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들이 그리로 들어갔었다. 그런데 21세기 디지털시대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보던 일이 다시 벌어진다. 어찌된 일일까? 이번 일은 우리 사회의 권력이동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 정치권력을 비판하려면 목숨을 건 실존적 결단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요즘 “대통령 씹는 것이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는 어느 여당 정치인의 푸념대로, 이제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부담없이 즐기는 가벼운 오락이 되었다. 시장권력은 다르다. 이건희 회장한테 명예박사학위를 주는 데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학생들은 학교와 동료 학생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고대 보직교수들이 일괄사표를 내놓았다. 그 학교 학생들이 전직 대통령의 학교진입을 막았을 때에도 올라오지 않았던 교수들의 목이 일개 기업 회장을 위해 총장님 책상 위에 줄줄이 올라온 것이다. 그뿐인가? 얼마전 ‘시사저널’이라는 잡지에서 이건희 회장도 아니고,2인자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거의 모든 기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기자들의 대량 해직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나 있었던 일 아닌가? 심상정 의원이던가? 멀쩡한 의원들이 고장난 녹음기처럼 같은 소리를 반복하면 삼성에서 다녀갔다고 보면 된다고 했던 것이? 명색은 국민이 뽑는다 하나, 의정활동의 범위를 정해주는 것은 삼성.‘법’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그들이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넣지.” 이것이 대한민국 검찰의 원칙인지. 이제 우리는 떡값 받은 검사를 색출하는 일을 떡값 먹은 검찰에 맡겨야 한다. 그뿐인가? 떡값 리스트에는 법관과 대법관의 이름까지 들어 있단다. 그게 사실이라면, 사법부까지 기업의 조종에 춤을 추어왔다는 얘기가 된다. 국세청은 어떤가? 폭로에 따르면 검찰이 먹은 것에 0이 하나 더 붙는다고 한다. 역시 납세의무를 남다르게 수행하는 데에는 품이 많이 드나 보다. 불쌍한 것은 언론. 받아먹었다는 돈이 겨우 십만원 단위다. 광고로 이미 데스크를 커버할 수 있으니, 기자들에게는 그냥 애들 과자값만 줘도 된다는 얘길 게다. 명절날 떡값. 세시풍속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기업이 나서서 민족문화의 명맥을 이으려 한다. 귀한 일이다. 특히 막대한 돈을 들여 민속극의 전통을 되살린 공은 영원히 기억되어야 한다. 남사당의 전통은 입법, 행정, 사법, 나아가 언론까지 동원된 저 거대한 꼭두각시극 속에 면면히 살아 숨쉬게 되었다. 일개 기업이 사법, 입법, 행정이라는 국가의 근간을 쥐고 흔든다. 일개 기업이 헌법적 가치를 우습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는 일개 ‘기업’이 아니라 일개 ‘가문’이 하는 일이다. 이 모두가 결국 일개 가문에서 억지로 기업을 사유화하려 드는 데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 디지털 시대에 아직도 세습을 하는 곳이 세군데 있다. 북조선, 한국교회, 그리고 삼성. 대형교회 목사들에게 왜 세습을 하냐고 물으면,“리더십 때문”이라고 대답한단다. 북한에서 세습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떤가? 삼성도 회장 가문의 리더십이 없이는 붕괴하고 말까? 회장 ‘가문’이 없다고 삼성이라는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런다면 그것은 기업이 아니라 아마 사이비종교일 게다. 가문과 기업은 구별되어야 한다. 졸지에 이씨조선의 시대를 맞은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기업은 가족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는 근대적 기업윤리가 아닐까?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미래사회 신성장동력”

    미래사회 신성장동력”

    미래 신성장동력은 헬스케어(건강관리), 엔터테인먼트, 환경·에너지, 차세대 통신, 지능형 부품·소재, 메카트로닉스(기계·전기·전자를 융합한 신개념 공학), 비즈니스 서비스, 라이프 서비스 등 8대 사업군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간 경계 붕괴… 융합 가속화 조용수 LG경제연구원 미래전략그룹장은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제1차 신성장동력포럼 주제 발표를 통해 “21세기에는 산업간 경계가 붕괴되고 융합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기술융합으로 산업간 경계에서 신사업이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산업 패러다임 진화에 따른 미래 변화 트렌드로 인구 구조변화, 소득수준 향상, 혁신 신기술 출현, 유비쿼터스화, 환경·자원의 세계 이슈화 등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신성장동력으로 ▲환경·에너지 분야의 연료전지 ▲자동차·운송기기의 텔레매틱스 ▲보건의료의 가정용 모바일 헬스케어기기 ▲항공우주의 무인비행기 등을 제시했다. 또 ▲건설 분야의 디지털 출입통제시스템 ▲기계장비의 차세대 LCD장비 ▲미디어의 커뮤니케이션 모듈 ▲콘텐츠·소프트웨어의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및 기기 ▲엔터테인먼트의 디지털 시네마 시스템 등을 꼽았다. ●R&D분야 세금감면 필요 포럼 참석자들은 한국경제의 당면과제는 다가올 10년을 책임질 차세대 성장동력과 유망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 육성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함께 기업의 연구 및 개발(R&D)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 개정을 추진 중인 당해연도 기준 세액공제 비율 3∼6%를 선진국 수준인 10∼15%로 높이고 적용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현재 우리 경제는 샌드위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것이 최대 고민”이라면서 “정부나 기업 모두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지 못하고 있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성장동력포럼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포럼 대표로 선임된 김윤 삼양사 회장은 “포럼이 경제를 이끌어 갈 새로운 성장동력과 기업들의 수익원을 찾는 다양한 정보와 아이디어의 창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책꽂이]

    ●중국 지리 오디세이(호아상·팽안옥 지음, 일빛 펴냄) 현재의 중국을 형성하는 지리공간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발견되고 상징화됐는가를 되짚어 추적했다. 중국의 곳곳을 지질학, 역사학, 문화인류학, 종교학 등 통합학문 방식으로 탐색한 접근법이 돋보인다. 장쩌민, 후진타오 등 자연과학 전공자를 줄줄이 최고지도자로 배출하며 ‘과학입국’을 노려온 중국이 왜 그토록 지리학을 발전시켜 왔는지도 짚었다.2만원.●커넥티드(대니얼 앨트먼 지음, 해냄 펴냄) 세계화로 상징되는 글로벌 경제에서 60억 인구가 어떻게 서로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지 추적했다.2005년 6월15일 24시간 동안의 주요 뉴스를 토대로 지구촌 경제의 연관성을 짚어봄으로써 유기적으로 얽혀 돌아가는 세계경제를 한 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칼럼니스트.1만 3800원.●기나긴 혁명(레이먼드 윌리엄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영국의 대표적 문화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문화를 정의하고 고급문화에 가려졌던 대중문화의 가치를 탐색했다. 문화를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한 저자의 ‘문화와 사회’(1958)의 속편격으로 19961년 영국에서 처음 발간됐다. 어떤 절대적 또는 보편적 가치라는 관점에서 인간을 완벽함에 이르게 하는 과정이라고 문화를 정의했다.2만 5000원.●헤일로 이펙트(필 로젠츠바이크 지음, 스마트비즈니스 펴냄) 기업의 매출이 치솟으면 세상사람들은 그 기업이 뛰어난 전략과 유능한 리더, 탁월한 기업문화를 가졌을 거라고 단정한다. 이름하여 ‘후광효과(헤일로 이펙트)’이다. 그러나 책은 이를 망상에 가까운 비즈니스 사고(思考)라 규정하고, 기업성패의 원동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길잡이가 돼준다.1만 5000원.●식민지 근대의 패러독스(윤해동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모든 근대는 식민지 근대다.”라는 도전적 화두 아래 식민지 근대는 탈식민시대인 지금까지도 연속성을 갖고 있음을 주장한다. 식민지가 ‘현재’속에도 버젓이 살아있다면 식민지배를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이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했다.1만 8000원.●위기의 달러 경제(파울 W 프리츠 지음, 비즈니스맵 펴냄)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의미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가 누적되면서 미국의 달러화에 대한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저자는 아시아가 달러의 영향력에서 이탈하기 시작하면 달러가치는 급락하고 국제금융 시장은 붕괴되고 대공황 같은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향후 금 본위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1만 3000원.●클래식 드러커(피터 드러커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 15편을 엮은 책. 성공하는 사람의 자기관리,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방법, 인사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방법, 혁신기업을 만들기 위한 기본원칙, 목표를 달성하는 최고경영자의 행동규칙, 지식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요건,21세기 경영자의 도전과제 등이 실렸다.1만 6500원.●커피 기행(박종만 지음, 효형출판 펴냄) 세계무역 시장에서 원유 다음으로 교역량이 많은 상품이 커피. 커피연구를 생업으로 삼아온 커피박물관장이 현대 일상의 최고 윤활유로 역할하기까지 커피의 궤적을 직접 발품을 판 탐험기록으로 풀었다.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예멘, 터키 등 고급 원두커피의 산실을 생생한 현장사진을 곁들여 소개했다.1만 3000원.
  • [최재천 인간견문록] 기업이 대학교육을 바꿀 수 있다

    [최재천 인간견문록] 기업이 대학교육을 바꿀 수 있다

    요즘 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사들은 단연 대기업의 CEO들이다. 나도 강의 좀 한다고 알려져 가끔 다른 대학에 명사특강을 하러 가지만 내가 불러모을 수 있는 학생 수는 기껏해야 몇백명 수준이다. 하지만 CEO 강사들이 뜨면 손쉽게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모인다. 취직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CEO들의 얘기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대학을 찾는 CEO들 중에는 우리의 대학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요즘 대학 졸업생들은 쓸모가 없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자세히 들어 보면 그들의 비판은 대학이 분발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들은 단순히 더 훌륭한 인재를 길러 달라는 수준이 아니라 기업맞춤형 족집게 교육을 시켜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전문대학이나 일부 기술관련 대학이라면 모를까 일반대학에서 졸업과 동시에 당장 기업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것들만 가르칠 수는 없다. 예전처럼 한 기업체에서 평생토록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실정에서 도대체 어느 기업의 입맛에 맞도록 학생들을 교육시키란 말인가? 외국의 유수 기업들은 모두 신입사원을 받아 자체 교육을 시킨다. 몇년 전 돌아가신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21세기는 지식경영의 시대이기 때문에 배움에 끝이 있을 수 없다. 고령화시대에는 누구나 평균 대여섯 번씩 직장을 옮기며 살아야 한다는 예측이 나와 있다. 평생토록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새로운 직업으로 옮겨 탈 수 있도록 수학능력을 갖춰 주는 것이 대학의 임무다. 나는 기업이 대학의 교육을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들이 많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그저 단순하게 학생들의 평점을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이제 우리 기업들도 학생들의 성적표를 보다 복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쉬운 과목만 골라 들어 A를 수두룩하게 늘어 놓은 학생이 어려운 과목을 들어 가끔 C를 걸어 놓은 학생보다 정말 기업이 더 원하는 학생이란 말인가?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학생을 선발할 때 단순하게 평점만 보지 않는다. 그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얼마나 어려운 과목을 많이 들었는가를 먼저 본다. 쉬운 과목만 골라 들은 학생은 심사 대상에서 우선적으로 제외된다. 그래서 미국 명문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대학 수준의 수업인 AP 과목들을 가능하면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여러 해 동안 ‘인간본성의 과학적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매주 3시간의 강의는 물론 두세 시간의 토론 시간에도 참여해야 한다.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매주 논문을 읽어야 하며 책도 거의 2주에 한 권씩 읽고 그에 대한 비평문을 써야 한다. 한 학기 동안 시험도 두세 번 봐야 하고 학기말에는 과제물로 특정한 주제에 관한 논문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기준으로 보면 좀 해야 할 게 많은 수업인 것은 사실이다. 거의 매년 학기 초에는 무려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신청했다가 중간에 죄다 도망가고 거의 예외 없이 40여 명만 남는다. 고개를 떨군 채 도망간 학생들은 모두 내 수업보다 훨씬 쉽고 학점도 잘 주는 과목으로 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우리 기업들은 열심히 건져가고 있다. 기업의 눈이 바뀌면 대학의 몸과 정신이 모두 바뀔 수 있다. 기업이 두 눈을 부릅뜨면 우리 학생들이 정말 공부다운 공부를 하게 된다. 나는 우리 기업들이 대학에 찾아와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켜 달라고 구차하게 구걸할 게 아니라 대학생들로 하여금 자성할 수 있도록 앞서 갔으면 한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열린세상] 양성평등과 남성교사 채용목표제/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양성평등과 남성교사 채용목표제/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올해 행정고시 2차 합격자를 보면, 여성 합격자 비율이 전체 합격자의 48.1%로 지난해 행시 2차 여성 합격률 43.4%와 비교해 볼 때,4.7%p가 증가하여 여성 강세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적용으로 국제통상직에서 남성 2명과 교육행정직에서 남성 1명이 추가로 합격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정부의 공무원 채용시험에 있어서 여성채용목표제가 성공하였으며, 그 뒤를 이어서 실시된 양성평등채용제가 실제로 잘 적용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정부는 여성채용목표제를 1996년부터 도입하여 시행하였으며,2003년 부터는 이를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발전시켜 실시하고 있다. 여성채용목표제의 실시 이유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인적자본으로서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사회발전에 매우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동안 공직사회에 존재하였던 여성차별적 각종 제도와 관행을 철폐함으로써 우수한 여성인재의 적극적 공직유치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여성 인력에 할당제의 혜택을 부여하여,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으로 많이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성채용목표제의 도입 이후 여성들의 공직진출이 눈에 띄게 확대되었으며, 올해 행정고시의 사례와 같이 현재는 시험점수에서의 혜택이 없어도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30%를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한걸음 더 나아간 제도가 바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이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여성과 남성 어느 쪽이 30%보다 낮은 비율을 차지할 경우에는 최소한 30%까지 구성비율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실시는, 우리나라에서 공무원 채용시장의 여건이 더이상 여성만이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차원으로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특정분야에서는 남성의 비율이 부족하여 오히려 남성의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최근 초·중등학교 남성교사의 비율 확대를 위하여 남성교사 채용목표제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그 이유는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여교사 비율은 작년에 82.3%까지 늘어났으며, 대전지역 중등학교 여교사 비율이 95%를 훌쩍 넘어섰고, 서울지역의 초ㆍ중등 교사 신규 임용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이라는 결과 등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르면 앞으로 여성교사의 비율이 90%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며, 따라서 양성평등제의 도입이 필요한 여건에 있음이 분명하다. 이렇게 남성교사의 채용목표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하여 여성교사 지망생들은 역차별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채용목표제가 성공적으로 실시되어 여성들의 공직진출이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남성들에게도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 즉 일시적으로 남성들에게 할당제의 혜택을 주어 유능한 인재들이 초·중등학교 교사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전체를 위한 방안이다. 여성채용목표제의 성공 과정을 살펴보면 일시적으로 약간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여성인재들이 공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현재는 혜택을 주지 않아도 실력으로 당당하게 합격하는 여성의 비율이 늘어났었다. 따라서 남성교사의 경우도 남성교사채용목표제를 채택하여 유능한 인재들이 교직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하며,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혜택을 부여하지 않아도 초·중등학교에서 남녀교사 비율이 적절히 유지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 [기고] ‘행복도서관’을 꿈꾸며/ 한상완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 위원장

    빌 게이츠의 도시인 미국의 시애틀에 가면 시가지 중심에 마치 어린시절 보리짚으로 만들어 메뚜기와 여치를 잡아 담던 삐뚤빼뚤한 여치집 같은 초현대식 5층짜리 건물과 만난다. 유명한 시애틀 공공도서관이다. 시민들이 성금을 냈고, 빌 게이츠가 거액을 희사하여 지은, 시민들의 자랑거리이다. 엄마·아빠는 1층에 색색으로 꾸민 아름답고 편한 어린이도서실에 자녀를 보내고 2·3·4층 필요한 곳을 향해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자신들의 삶에서 기쁨과 가치있는 일을 창출해 내는 일이 그리 멀고도 심각한 것이라고 느끼지 않아 보인다. 이방인인 나에게 그들은 밝고 편안하며 자랑스러워 보였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 그러했다. 30여년 전에 영국의 유서깊은 대학도시 옥스퍼드에서 열흘 동안 지낸 일이 있다. 그런데 대학의 위대함과 전통, 오래된 도서관의 분위기 등에서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정작 나에게 깊은 인상과 깨달음을 준 곳은 옥스퍼드의 시장 풍경이었다. 물건을 팔고 사는 시장의 근본적인 기능이 어디인들 다르랴만 그곳은 달랐다. 시장 한 가운데 시끄럽고 활기찬 분위기를 마다하지 않고 옥스퍼드 공공도서관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의표를 찌르는 도서관의 위치였고 발상이었다. 유모차를 밀고 장을 본 뒤 도서관으로 가는 젊은 엄마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그는 일단 도서관 입구의 유아방에서 어린 딸을 놀게 했다. 이어 아마도 며칠 전에 빌렸을 책과 콤팩트디스크, 비디오를 반납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영아들이 있는 방의 문을 밀고 들어가 보았다. 널찍한 그 방은 어린이들의 낙원이었다. 갖가지 모양으로 만든 조그마한 가구, 헝겊으로만 인쇄된 책들, 편안하게 눕고, 기어다니기에 편리한 방바닥, 그리고 방의 한쪽에선 어린이 전문사서가 1인 연극으로 동화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런 공공도서관이 진정한 주민을 위한 문화와 지식정보를 주고, 직접적으로 삶의 수준을 높여주는 현장임을 절절이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서관을 이리저리 살피기를 한 시간쯤하고 되돌아 나오다 예의 그 젊은 엄마와 다시 재회하게 되었다. 그녀는 책 몇 권과 오디오·비디오 자료, 제법 큰 그림 한 점을 유모차에 얹어 놓고 있었다. 이 도서관은 세계의 명화의 복사본도 빌려주어 바꾸어가며 걸 수 있게 봉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세계인들로부터 부러워하며 칭송을 듣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루었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문화와 복지를 피부에 와 닿게 제공해야 한다. 국민과 가장 가까이 다가서서 봉사할 수 있고, 보람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번지고 있는 작은도서관 운동과 공공도서관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적극적인 노력은 21세기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발전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떠받치고 돕는다는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도 지난 6월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와 기획단을 출범하고, 장·단기적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만들어 우리의 도서관 환경을 시대의 요청에 맞게 향상시켜 서비스의 수준을 국민의 피부에 와닿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우리 국민도 시애틀·옥스퍼드의 시민처럼 행복하고 기쁘게 지식정보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 때까지 정부와 국민이 한 덩어리가 되어 함께 노력할 수 있게 되기를 이 아름답고 청명한 독서의 계절에 염원하며 다짐해 본다. 한상완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 위원장
  • [지방시대] 광주공항 국제선 폐지,다시 고려하라/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광주공항 ‘국제선’을 무안공항으로 옮긴다고 한다. 광주지역 지자체는 물론 시민단체, 기타 관련 업체들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는 ‘밀어붙이기식’ 인상을 주면서까지 이 문제를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건교부는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이라면서 “진도가 너무 나갔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더니 결국 2008년 6월까지 국제선 이전을 유보하는 선에서 일단 불을 끈 것처럼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광주공항에 광주∼무안, 순천∼목포간의 고속도로가 완성되는 기간까지 한시적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매듭을 지으려는 것 같다. 물론 새로 개설되는 국제선은 광주공항에서가 아니라 무안공항에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동안 국제선 폐지에 따른 보완책으로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건교부는 지자체와 수차례 실랑이를 벌이다가, 궁여지책으로 고속도로 조기 완성, 광주∼무안공항간 통행료 면제 등 몇 가지 지엽적인 방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단락지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지자체의 맹렬한 항의에 다급해진 건교부는 “공군 비행장도 무안공항으로 이전키로 국방부와 기본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발표하면서 광주지역 여론 무마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선 폐지,‘이전 보완책’에 따른 건교부의 발표(11월1일)에 지역 여론은 시큰둥하다. 생계에 쫓긴 시민들은 당장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지 않지만 “혹시 이러다 광주가 더 쭈그러들지 않는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지 않아도 전남도청을 무안으로 옮겨 광주시내 중심에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 140만 광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새어나오는 판국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21세기인 지금은 도시와 나라 발전에 ‘하늘길’이 가장 중요한 몫을 하는 이른바 ‘범세계적 에어라인시대’가 아닌가. 현 단계에서 보면 한반도의 남녘 중심 도시인 광주가 ▲5·18 민주성지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첨단산업 거점 ▲남도문화 중심축 ▲호남교육 중심지로서 보다 폭넓게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하늘길’, 특히 국제선의 활성화가 중차대한 시점이다. 이런 점들을 깊이 고뇌하지 않고 ‘광주공항 국제선 폐지, 무안공항으로 이전’만을 최상책으로 삼는다면 과연 후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심사숙고해 봐야 하리라. 그런 다음, 국토의 균형 발전을 꾀하는 작업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는 게 전남 도민, 광주 시민들의 바람일 게다. 필자는 바로 이런 생각과 함께 하늘길 개척이야말로 ‘정치+경제’적 측면만 아니라 ‘문화+경제’적 측면에서 재고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문화가 정치·경제를 리드하는 것이 오늘과 내일의 추세라는 점을 건교부 정책 입안자들도 고려하길 바란다. 거대한 선박 제조 못지않게 한 장의 CD, 한 사람의 영혼이 수천명의 밥그릇을 채워주는 일이 이미 문화 선진국에선 벌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광주의 혼,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한 축이기도 한 광주의 하늘을 ‘국제선 폐지’로 막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광주의 하늘은 광주의 자존심이요, 그리하여 더 많은 세계인들이 찾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 [씨줄날줄] 신사임당 옹호론/이용원 수석논설위원

    2009년 상반기에 발행하는 10만원권·5만원권 지폐를 장식할 역사인물로 백범(白凡) 김구와 신사임당이 선정됐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오랜 고심 끝에 두 분을 최종 선택했는데도 뒷말은 끊이질 않는다. 남북 화합과 통일을 지향하는 시대에, 민족 독립·통일을 삶의 지표로 삼은 백범이 선정된 데에는 이의 제기가 거의 없다. 논란은 신사임당이 과연 한국의 여성상을 대표할 만한가에서 비롯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사임당은 5만원권 화폐에 실릴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 여성 후보로서 신사임당과 끝까지 경합한 분은 유관순으로, 그분 역시 민족을 대표하는 여성으로서 하등의 손색이 없다. 그러면 신사임당은 어떠한가. 여성계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신사임당으로 상징되는 ‘현모양처(賢母良妻)’ 이미지가 가부장적 가치를 대표하기 때문에 21세기에 어울리는 여성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진 어머니이자 착한 아내’인 현모양처는 여전히 우리사회가 존중해야 할 미덕이다. 인류 역사 이래 어머니는 자식에게, 최초의 보호자이자 영원한 스승이며 한결같은 사랑이었다. 그래서 모성(母性)은, 남녀를 불문하고 자식 된 모든 이에게 시공을 초월한 그 무엇이다. 아울러 부부로서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희생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현모양처는 21세기라고 해서 버려야 할 구습이 아니다. 문제는 현모양처가 여성에게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윤리일 수는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여성계는 신사임당이 대표여성으로 선택된 것을 환영하는 것과 함께 이 사회에 새로운 가족관을 제시해야 한다. 남성들에게도 ‘어진 아버지이자 착한 남편’인 ‘현부양부(賢父良夫)’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가정 내에서 부부의 할 일이 뚜렷이 구분되던 옛날과는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아버지 역시 자녀 양육에 동등한 관심과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를 위해 희생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 또한 남편의 당연한 책무이다. 이율곡·이매창 남매를 키워냈고 그 자신 희대의 예술적 성취를 이룬 신사임당을 우리의 어머니로 기리려면 그에 걸맞은 가치관을 가다듬는 것이 이 시대 남성들이 할 일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입시제도 자주 바꾸지 마세요”

    “입시제도 자주 바꾸지 마세요”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지 말아 주세요.”,“사교육 열풍을 잠재워 주세요.”,“학력 차별을 없애 주세요.”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수련교수회관. 제78회 학생의 날을 맞아 서울지역 고등학교학생회연합 ‘미래’와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나는 이런 대통령을 요구한다.’는 토론회에서는 참가 학생들이 가슴에 묻어둔 속내를 털어놨다. 다분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쓴소리였다. 200여명이 참가한 토론회는 기존의 청소년 문제 관련 토론회와 달리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자리였다. 김모(17)군은 “학교는 학생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해,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수출’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러다보니 학생을 성적에 따라 차별하고 인권마저 침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17)양은 “학생회 선거 때 두발 및 복장 관련 공약을 내걸어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공약을 지워라.’고 요구한다.”고 주장했고, 김모(14)양은 “학교가 공부하는 장소라면 굳이 두발과 복장에 까다로운 제한을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론회에서는 수도권 중·고생 2208명을 대상으로 ‘나는 이런 대통령을 요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학생들은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청소년 문제’로 21.5%가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를 꼽았으며, 이어 ‘과도한 사교육 열풍(12.4%)’,‘두발 및 복장규제(11.3%)’가 뒤를 이었다.‘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로는 ‘학력차별(12.6%)’,‘청년실업(10.1%)’,‘빈부격차(9.6%) 등의 순이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토요 영화] 헤드윅

    [토요 영화] 헤드윅

    ●헤드윅(OCN 오전 11시) 내일이 지구의 종말이고 그때까지 단 한편의 ‘록뮤지컬 영화’만 보도록 해주겠다면 당신은 무슨 영화를 보겠는가. 머릿속에 언뜻 ‘헤드윅’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당신은 아직까지 이 영화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일 테다. 농삼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헤드윅(Hedwig And The Angry Inch,2000)’은 내용은 물론이고 작품성과 완성도면에서도 탁월한, 그야말로 ‘물건’이다. 존 카메론 미첼은 록뮤지컬 ‘헤드윅’이 오프브로드웨이와 세계 순회공연에서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자, 직접 감독 겸 주연으로 나서 영화로 만든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는 곧 ‘21세기형 로키 호러 픽처쇼’라는 찬사를 받으며 갖가지 영화제의 주요상을 휩쓸기 시작했다.‘선댄스 영화제’의 관객상과 감독상도 그중 하나.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수상 이력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영화 자체의 미덕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한 것. 내용은 원작 뮤지컬과 다르지 않다. 동 베를린 출신의 한 남성이 미국 록스타로 발돋움하는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평범했던 독일 소년이 미군 병사의 결혼 제의를 받고 성전환 수술을 하는 과정, 하지만 이 수술이 실패해 영문제목 ‘the angry inch(성난 1인치)’가 암시하는 것처럼 성기부분에 1인치의 살덩어리만 남게 된 아픔 등이 생생히 그려진다. 그리고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 사랑의 배신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록스타로 우뚝 서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뮤지컬에서도 그랬듯이 중간중간에 삽입된 애니메이션이며, 영화 전반에 깔린 록뮤지컬 감성의 사운드트랙 등은 비극의 승화와 감정의 조율을 제대로 이뤄내며 영화의 작품성을 드높인다. 국내에서 ‘헤드윅’은 뮤지컬이 지난 2005년 4월부터 시작해 600회가 넘는 공연 동안 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누렸다. 주인공 ‘헤드윅’을 맡은 조승우, 오만석 등은 ‘조드윅’‘오드윅’이란 별칭을 얻으며 일약 뮤지컬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뮤지컬 ‘헤드윅’의 원작자이자 영화감독 겸 주연배우 존 카메론 미첼이 직접 방한해 헤드윅 콘서트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헤드윅’의 인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러닝타임 9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Metro] 단국대 2일 개교 60돌 기념식

    광복 후 최초의 정규 4년제 대학으로 문을 연 단국대가 개교 60주년을 맞는다. 학교측은 2일 오전 11시 죽전센트로캠퍼스 음악관에서 동문, 교직원, 재학생,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념식을 갖는다. 앞서 1일 오후 6시에는 하얏트호텔에서 축하 전야제를 개최했다.단국대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21세기형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을 모토로 삼고, 지난달 31일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권기홍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을 일신할 비전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며, 다양성에 기초한 글로벌 리더십과 소통능력을 키우는 데 교육의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단국대는 1947년 11월3일 서울 낙원동에서 문을 열었다. 단국대는 지난 9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으로 캠퍼스를 옮긴 뒤 ‘또다른 도약’을 선언했다.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응모 전 내무부 장관,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신동엽 시인 등 14만명의 동문을 배출했다.용인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중국 방문 전두환 전 대통령 자칭린 정협주석 면담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전두환 전 대통령은 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과 면담하고 북핵 문제와 6자회담 등에서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중국이 기울여준 노력을 치하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위원회를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동행한 김한규(전 총무처 장관) 21세기 한·중 교류협회장은 “전 전 대통령이 86아시안게임을 치르고,88올림픽을 유치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중국측의 관심이 컸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중국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지난 29일 방문했으며 주량(朱良) 전 당 대외연락부장, 정훙예(鄭洪業) 전 중국 무역촉진회 회장, 양원창(楊文昌) 인민외교학회 회장 등 한·중 관계 발전수교와 한·중 수교에 공을 세운 중국 인사 1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갖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안현태 전 경호실장, 이상희 전 내무부 장관, 이원홍 전 문공부 장관, 염보현 전 서울시장, 고명승 전 3군사령관, 허화평·이학봉 전 의원 등 12명이 수행했다. jj@seoul.co.kr
  • [옴부즈만 대상 수상자]

    제4회 옴부즈만 대상 시상식이 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다. 기관부문 대상(대통령 표창)에는 부산 금정구가 선정됐다. 우수상(국무총리 표창)은 한국철도시설공단, 국민연금공단, 특별상(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 서울신문 사장 표창)은 인천세관, 인천동부교육청, 방위사업청에 돌아갔다. 개인부문 옴부즈만 분야 대상에 정재운·김옥희·윤정문씨가 선정됐으며 특별상에는 박영상·최은환·김나연·김규대·이혜승·이주용·이주호·최경숙씨가 차지했다. 옴부즈만 대상은 민원제도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서울신문사가 공동으로 주최, 시상해 왔다. 올해는 국민고충처리위의 독립법 시행 2주년에 즈음해 국민참여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우리사회 참여 민주주의 발전과 옴부즈만 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신문고의 날’ 기념 행사와 같이 개최한다. ■ 기관부문 대상 - 부산 금정구 부산 금정구는 부산의 지자체 가운데 주민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구청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올해 구정 슬로건도 ‘주민복지 향상과 구민 감동을 통한 신뢰받는 혁신행정 구현’이다. 금정구는 이 슬로건처럼 27만 구민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는 방침 아래 다양한 ‘시민옴부즈만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구민의 다양한 욕구(민원)와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운영하는 ‘금정 신문고’는 민원의 소리를 듣고 해결하는 데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부곡동 한보아파트 입주자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미준공아파트에 대한 사용 승인은 대표적인 민원 해결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금정구는 1991년 아파트 시공업체의 부도로 진입 도로가 확보되지 않아 16년 동안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은 이 아파트에 대한 입주민들의 진정이 잇따르자 대책반을 만드는 등 발벗고 나서 올 8월 사용 승인을 받아주는 등 문제를 해결했다. 입주민 김모(48)씨는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승인을 받도록 해줘 내 집의 소유권을 갖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구민 누구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신문고를 두드리면 구청이 나선다. 신문고는 그동안 기초생활수급자 병원 수술비 지원 등 14건의 민원을 접수, 모두 해결했다. 구정 현안 등이 발생했을 때 주민과 청장이 직접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한 ‘구청장-민원인 핫라인 제도’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부곡4동 이면도로에 반사경 설치 등 8건의 현안 문제를 처리했으며, 민원조정위원회, 실무종합심의회, 민원후견인제도 등을 운영, 억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민원 해결도 활발하게 한다. 민원인들이 구청 홈페이지에 민원 불편사항 및 개선사항을 올리면 이를 접수한 뒤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 지난해에는 1119건, 올해는 530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구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 구정 참여단’과 ‘민원모니터 제도’도 함께 운영해 구민 의견을 수렴, 구정에 반영하는 등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일선 동사무소의 정기 종합감사 때는 구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민감사관제’를 도입해 감사 사각지대 해소 및 깨끗한 공직 풍토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같은 공로가 인정돼 금정구는 전국 580여개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실시한 옴부즈만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기관부문 우수상 ●한국철도시설공단 철도를 건설하고 철도망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의 어느 사업보다도 민원이 많이 제기된다. 철도에 편입되는 토지를 둘러싸고 토지 소유자들과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 철도변 소음 및 도심 구간 단절 등으로 기피 시설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철도는 정시성(定時性)과 친환경성으로 21세기의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도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각종 민원을 조정하고, 새로운 교통 수요에 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올해 초부터 본사와 수도권·영남·호남·충청·강원 지역본부에서 받은 서신 및 온라인 민원을 통합 관리하는 KR(Korea Rail)민원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제기된 민원과 처리 결과는 전 직원이 공유해 업무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높였다.99.9%를 기한 내에 처리했으며, 평균 처리기간도 7일에서 5.6일로 단축했다. 민원을 적극적으로 처리해 유사한 민원을 줄이다보니 2005년 9830건에서,2006년 7090건, 올해는 현재까지 4600건으로 감소했다. 또한 KTX가 운행될 호남고속철도 건설 사업과 전라선 익산∼신리 복선화 사업을 위해 주민설명회, 공청회, 불교단체와 환경단체에 대한 설명회를 수십차례 열어 갈등 예방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환경 NGO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각종 건설사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생태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공단이 발주하는 각종 공사와 사업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들과 동반자적인 인식을 공유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CEO 직속의 고객만족경영팀과 본사 및 5개 지역본부에 고객봉사실을 개설해 협력업체의 민원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있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은 산하 위원회의 유기적인 운영으로 적극적인 민원 해결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지사의 이의신청위원회에서 수렴한 민원을 현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본부의 민원개선위원회에 곧바로 상정해 민원인의 편의를 돕고 있다. 민원과 관련해 법령 개정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국민연금자문단에 상정해 복지부와 협의해 처리하고 있다. 특히 공단은 고충민원에 대해 접수 당일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평생고객 이력관리시스템’을 운영해 민원이 발생할 소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민원인의 편의뿐만 아니라 민원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공단은 또 지난해 7월1일 옴부즈만제도를 국민연금자문단으로 확대 개편, 지역 주민들의 불평 및 불만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제도 및 서비스 개선사항 등을 발굴해 공단에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내부 직원 제안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 지난해 제안 건수가 1만 5967건으로 2005년에 비해 26배가량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다른 한편으로는 콜센터(1355)를 운영해 콜백(민원인에게 전화를 되걸어주는 서비스)과 해피콜(민원인이 담당자와 전화 연결되지 않았을 경우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 민원을 해결하는 서비스)을 시행해 올해 콜센터 서비스 품질지수(KSQI) 조사 공공부문 1위에 뽑히기도 했다. 김호식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민원행정 분야 최고 권위의 옴부즈만 대상에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최상의 연금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최고의 사회보장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기관부문 특별상 ●인천세관 인천세관은 인천항 주변의 여러 공공기관 중에서도 민원이 많기로 유명하다. 늘 화제가 되는 한·중 보따리상 외에도 복잡한 수출입 관세와 화물 통관 절차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인천세관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원스톱 이사화물 통관서비스, 수입검사신고서 처리기간 단축, 소량·원거리 이사화물 택배서비스 등 지난해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민원제도 개선안 발굴 실적이 무려 250건에 달한다. 때문에 인천세관은 ‘제도 발명기’라는 별칭을 얻었다. 세관측은 분기별 1회 이상 모니터단 회의를 통해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있다. 고객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수출입 관련 업체 등을 순회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옴부즈만 제도 활성화를 위해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인천동부교육청 인천동부교육청은 말 많고 탈 많은 학교 정화구역 관련 민원 해결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마련했다. 유흥·위락업소가 들어설 수 없는 학교 앞 정화구역을 해제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되면 우선 민원인을 대상으로 사전에 의견을 듣는다. 이는 당사자 사전의견 청취제도(BS)다. 심의 과정을 공개하고 민원인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 사후에는 만족도를 조사했다. 불만이 있을 때 이의제기 시스템을 안내하는 고객관리시스템(AS)을 신설했다. 심의위원회가 열릴 때에는 학생·학부모가 공개 참관할 수 있고 모니터한 뒤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학교 정화구역 문제를 둘러싼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공정·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보장된 것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방위사업청 공공기관 가운데 옴부즈만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곳이 적지 않다. 방위사업청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방위사업 분야를 다룬다는 업무 특성 때문에 왠지 옴부즈만제가 어울리지 않는 기관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전문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독립적 지위와 권한이 부여된 옴부즈만(3명)은 비영리 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아 방위사업청장에 의해 위촉된다. 이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조사를 벌인 뒤 합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청장에게 시정을 요구하거나 제도 개선을 권고한다. 전문 지식을 토대로 민원인의 입장에서 조사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방위사업 관련 민원은 국방 물자 계약이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내용인 만큼 정밀한 조사가 뒷받침된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개인 부문 대상 ●정재운 방위사업청 감사기획과장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운영담당관으로서 옴부즈만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법제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법에 근거해 전문 옴부즈만 제도를 마련한 뒤에는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의욕적으로 노력했다. 한국투명성기구, 참여연대, 감우회 등 방위사업과 관련있는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옴부즈만 추천을 받고,62회에 걸친 옴부즈만 정례회의, 민원조사 지원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김옥희 전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총무과장(현 건설교통부 총무팀) 민원처리 불만족 신고센터를 지휘하면서 민원 만족도를 개선했다. 행정 서비스 이행 기준을 개정한 뒤 민원처리실태 1일 점검으로 민원처리 평균 일수를 지난해 7.4일에서 4.9일로 크게 단축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총무과장으로 재임할 때는 ‘찾아가는 민원서비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민원인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과 특수시책 추진 등 고객 만족도 및 민원 청렴도 제고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정문 울산지검 검찰시민옴부즈만 교직 생활을 정년 퇴임한 뒤 검찰 시민옴부즈만으로 추천돼 검찰과 주민의 가교 역할을 했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죄인도 없어야 한다는 검찰 시민옴부즈만의 임무에 충실, 주민의 고충과 건의를 검찰에 정확히 전달하고, 검찰 업무에 반영하는 데 애를 썼다. 재판 판결 내용을 궁금해하는 피해자에게는 판결문 사본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피해품 회수 절차를 몰라 고민하는 절도 피해자의 고민도 해결해 줬다. ■ 개인부문 특별상 ●박영상 부산 금정구 건축과장 각종 건축 민원을 주민의 입장에서 해결하는 등 ‘열린 행정’을 폈다. 입주민의 숙원 사업이던 부곡동 한보아파트가 준공을 받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서·금사지역 재정비(뉴타운) 사업을 위해 뉴타운조성팀과 뉴타운행정지원단을 설치·운영해 이들 지역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도록 했다. 도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건축과 재개발사업도 추진,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에 앞장선 공로가 인정됐다. ●최은환 인천세관 옴부즈만 고객이 운영하는 업체들을 찾아 체험학습을 함으로써 업무를 이해하고 요구사항을 수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민원제도 개선을 위한 모니터단 및 참여 패널을 구성하고 분기별 1회 이상 회의를 통해 개선사항을 발굴했다. 수입검사신고서 처리시간 단축을 통해 물류 비용을 줄였으며, 고객들의 세관 방문 생략을 위해 ‘소량·원거리 이사화물 택배서비스’ 등을 시행했다. ●김나연 인천동부교육청 교육주사보 ‘고객사랑협의회’를 신설해 민원처리 해피콜과 현장의 소리 모니터단에서 접수된 고객 불편 사항과 제도개선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고객지원실에 컴퓨터, 복사기, 정수기, 혈압계, 휴대전화 충전기, 고객소리함 등 편의 시설을 설치하고 각 과에 민원 담당자를 지정해 전자민원 창구인 ‘24시간내 답변 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반적인 민원처리를 성실히 수행해 고객들로부터 친절 공무원 추천을 받은 적도 있다. ●김규대 대구지방검찰청 검찰시민옴부즈만 2005년 8월부터 대구지검 시민옴부즈만으로 위촉되어 인터넷상담 52건, 직접면담및 전화상담 354건을 접수 처리했다. 특히 고소한 사람이나 하려는 사람에게는 화해 및 합의를 종용하고 피고소인이나 피의자에게는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도록 잘 설득했다. 민원인들의 검찰에 대한 불만사항을 청취, 검찰행정혁신협의회 등에 건의 반영토록해 검찰에 대한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 ●이혜승 SBS 아나운서 지난해 ‘뉴스와 생활경제’ 프로그램의 생활민원 코너에서 민통선 내 국유지에서 생계를 유지하다가 임진강 홍수조절지 댐 공사로 생활터전이 수몰돼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등 다수의 고충 민원을 소개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원회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5월부터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정부민원안내콜센터 110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뒤 별도의 초상권료 없이 홍보물 촬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홍보예산을 절감했다. ●이주용 인천세관 관세주사보 세관 민원창구에 근무하면서 민원인들이 호소하는 불편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개선했다. 원 스톱 이사화물 통관 서비스를 위한 인터넷 뱅킹 관세수납 시스템, 이사화물자동차 사전배부제, 자동차 등록절차 안내서비스, 집에서 이삿짐을 받을 수 있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통관 서비스 등이 그의 작품이다. 이로 인해 해외 이사화물 통관을 위해 걸리는 시간이 4시간에서 1시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주호 국민연금공단 고객권리보호팀 차장 국민 불편·불만 사항을 발굴하는 경로를 다양화하고 ‘사전 예방적’ 민원 처리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등 열린 서비스 행정을 실천했다. 불만고객 대처방안과 유의사항 등을 수시로 고객접점 최일선인 지사에 전달해 2차 민원발생을 예방했다. 원거리 고객을 위한 이동상담실을 운영해 3만 7219건에 이르는 민원을 상담·처리하고, 홈페이지 고객상담실을 활성화하는 노력으로 민원 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4.8점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최경숙 병원노동자희망터 소장 1986년부터 노동·복지·의료 분야 시민단체, 병원노동자희망터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 개선에 반영해 왔다. 현재는 간병노동자를 비롯해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를 위한 상담과 교육 활동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확보를 위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위원회 보건의료 분야 자문위원 역할을 맡아 의료기관 외래진료실 운영, 고령화사회 간병서비스 등 제도 개선을 도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친절한 경희씨’ 청소 하던 날

    ‘친절한 경희씨’ 청소 하던 날

    더없이 화창한 7월의 어느 날 저녁으로 물들어가는 희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서울시의 공해와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한 깊은 상심에 잠긴 채 집으로 들어서던 나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엄마가 동생의 방을 청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방도 아니고 내방은 더더욱 아니고 우리집의 귀염둥이, 막둥이 세현이의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정신을 잃고 엄마에게 대체 지금 뭘 하고 계시는지 여쭤나봤다. “엄마 대체 지금 뭐하는 거야?” “보면 몰라 청소하잖아. 아가가(우리 엄마는 고3 19살인 내 동생을 아직 아가라고 부른다)집이 더러워서 공부가 안된데.” 정말 순간 적으로 하얗게 지워진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심지어 한국어도 아니었다. “왓 더 *! What The F***.” 그야말로 모국어로는 표현 할 수 없는 놀라움 속에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내닫으려 하는 것을 부둥켜 움켜잡고는 방으로 기어(문자 그대로 기 어 서)들어왔다. ‘아냐, 내가 왜 당황하고 있지? 그래 내가 당황 할 이유는 없는 거야. 내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던 엄마의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왜 당황하는 거지. 오히려 잘 된 거 아냐? 그래 드디어 엄마가 청소를 시작한 거야. 이제 우린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어. 맨발로 다녀도 발바닥이 더러워지지 않는 집에서 살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마음 깊숙한 곳 한켠에선, ‘아냐, 엄마! 엄만 그런 거에 굴해선 안 돼. 빗자루나 진공청소기 따위는 엄마의 그 황금 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만 그저 마우스나 잡고 하루 종일 싸이월드 하고 영화 보는 게 어울리는 여자야. 엄마는 이미 전업주부로는 유일한 ‘친절한 경희씨’란 말야! 대채 왜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야’ 성서의 교훈 중 하나,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기 전에 네 눈 속의 들보를 봐라.’ 즉 다시 말하면 남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 교훈이 조금이라도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일까 아니면 남 탓을 하지 말라는 것일까? 사실 정답은 나와 있다. 남의 탓을 하지도 말고 자신을 돌아보는데 게을리 하지도 말라는 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여기에 대해서 남과는 조금 다른 결론을 내리고 이미 몇 십 년 째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우리 엄마의 결론은 ‘내가 완벽하지 못할 바에야 남 탓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는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며 성서의 교훈에서 그다지 벗어나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사실 이보다 무서운 말은 없다. 저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저 말속에는 ‘당신의 잘못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의미와 함께 ‘대신 당신도 나한테 잔소리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한 단계만 더 나아가 보자. 논리학을 조금 끌어와 보자. 나는 완벽하지 못하다. 너도 완벽하지 못하다. 난 너의 탓을 하지 않는다. 고로 넌 나의 잘못을 꾸짖을 권한이 없다. 그러므로 너는!!! “너나 잘하세요.” 2005년에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금자씨의 대사는 사실 우리 엄마의 삶의 자세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노력에 불과했던 것이다. 우리 엄마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움직임 속에는 이런 굳건하고 잔인한 사상이 숨어있는 것이다. 예전에 학부시절 들었던 한 선생님의 문학 수업이 생각났다. 그 선생님은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예로 들며 모더니즘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거라는 말에 화를 발끈 내며 “웃기고 있네. 네가 불러주는 거랑 상관없이 이미 나는 꽃이야. 아니 나는 꽃도 아니야 난 나야. 니가 ‘flower’라고 하던지 ‘쯔볘딱(러시아어로 꽃)’이라고 하던지 상관없어 난 나야.”라고 하는 꽃이 있다면 그 꽃이 바로 모더니즘의 꽃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 엄마가 바로 이 모더니즘의 꽃이다. 사회에서 이미 이름 지어버린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 자식들의 도시락을 싸고 남편의 밥상을 차리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희생적이고 이타적인 모든 선한 것의 결정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나한테 있어선) 우리 엄만 이 모든 어머니의 가식을 ‘흥 웃기고 있네’ 라고 콧방귀치며 차버린 사람인 것이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황금의 마음을 가진 철의 여인. 21세기형 ‘어머니’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살아있는 ‘마더 모던(Mother, Modern)’그게 바로 우리 엄마다.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런 우리 엄마가, 아들의 27년에 걸친 저항에도 끄떡없던 엄마가 ‘청소’를 한 것이다. 사실 난 어쩌면 이 글을 쓰면서부터 ‘친절한 경희씨’의 팬이었는지 모른다. 지금 무너지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한없는 슬픔을 느끼고 있으니까. 하지만 난 아직도 믿고 있다. 그래 이건 단 한 번 있는 예외일 뿐이야. “다시는 ‘친절한 경희씨’는 청소를 하지 않을 거야.” 라고 이 연사 소리내어 외쳐봅니다. 박세회 :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후 진로 탐색을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음악활동(sunstroke.co.kr)과 영화감상에 매진하고 있는 보헤미안 백수입니다. 모든 이의 정신연령을 자신처럼 10살쯤 낮추는 것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 “지구 6번째 멸종 시작됐다”

    “지구 6번째 멸종 시작됐다”

    지구환경이 지난 20년간 치명적으로 악화돼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인류의 생존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대기오염으로 年200만명 사망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은 25일 네 번째 ‘지구환경전망보고서’(GEO-4)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987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던 브룬트란트 보고서 이래 가장 방대하고 상세한 지구환경보고서로 평가된다. 전문가 390명이 20년에 걸쳐 관찰과 통계를 토대로 작성했다. 보고서는 인류 미래를 위협하는 주요 환경문제로 기후변화와 더불어 대규모 동식물 멸종, 인구 증가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은 50만년 역사에서 가장 빨리 변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평균 기온은 섭씨 0.74도가 올랐으며 2100년까지 1.8도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물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2025년까지 물 사용량은 개발도상국이 50%, 선진국이 18%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18억명의 인구가 물 부족으로 고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해마다 200만명이 대기 오염으로 목숨을 잃고, 남극 오존층도 최대 규모로 파괴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1인당 작물 생산량이 1981년 이래 12%나 떨어지는 등 토지 황폐화와 사막화가 큰 위협으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지구 탄생 이래 6번째의 심각한 멸종이 진행 중이며, 이번 멸종은 인간 행위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서류 30·포유류23% 멸종 위기 양서류의 30% 이상, 포유류의 23%, 조류의 12%가 각각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 인구 증가 역시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요소다.1987년 50억명에서 67억명으로 34%가 늘었고,21세기 중반까지 90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원 고갈 현상의 심화가 우려된다. 보고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환경오염 정도와 해법의 차이에도 주목했다. 선진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많지만 피해는 개도국들이 훨씬 많이 보게 된다는 것. 또 선진국이 에너지산업 등을 개도국에 이전하면서 환경오염 부담도 떠넘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킴 슈타이너 UNEP집행국장은 “자연환경과 천연자원에 대한 조직적인 파괴는 경제적 생존을 위협해 우리 자손들에게 막대한 비용을 물려줘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경고음이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의 마이크 차일드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소와 야생환경파괴의 손실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일치된 정치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20년은 친환경적인 세상을 향한 혁명의 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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