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1세기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 티베트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 시공사
    2026-01-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172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런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007년 캔사스 주립대에서 연설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서 보듯 세계는 ‘스마트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국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을 추구하는 공공외교는 그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보자.   김성해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고 싶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단행한 정치·경제적 개방 조치로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노출됐다. 한국 혼자 잘해서는 한국의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월가의 동향과 미국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이 출렁이는게 단적인 예다. 두번째로,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냉전시대만 해도 튼튼한 안보 우방만 확보하면 됐지만 지금은 국제관계가 대단히 복합적이다. 세번째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국제사회에서도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 때문에 한국이 공공외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 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공외교를 토론하는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외환위기 직후 문화관광부 장관을 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길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은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란 말을 하는데 굉장히 공감을 했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공공외교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그걸 인식해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성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개인적으론 공공외교보다 문화외교란 말을 즐겨 쓰곤 하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용어 정리조차 못하고 있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가 필요한가. 세상이 지금 그렇게 변하고 있다. 나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데 학문은 세상 변화를 반영한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1990년대 후반에 외국으로 유학간 국제정치학도 가운데 3분의 2가 국제금융을 전공했다. 21세기 되서는 전반적으로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미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있는 개념이다. 미국은 9·11 이후 ‘반테러’를 명분으로 전쟁을 수행하면서 힘으로 다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게 국제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런 연속선에서, 한국이 네트워크나 정보혁명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봐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학과 특성상 외무고시에 합격하는 학생이 많다. 예전엔 단연코 북미국이 인기 최고였다. 지금은 1지망으로 문화외교 공공외교 국제개발협력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엔 한직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에선 10위권일지 몰라도 직접 영향을 주고 받는 동북아시아에선 북한을 예외로 치면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본격적으로 공공외교란 개념이 등장한 건 20세기 후반이지만 21세기 들어 공공외교 패러다임이 발전하고 있다. 이를 신(新)공공외교로 부른다. 9·11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거기서 공공외교의 필요성이 나온다.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한다고 본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와 20세기 공공외교, 21세기 신공공외교 세 차원을 봐야 한다. 전통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한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정부가 주체, 객체는 상대국 시민이다. 신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은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open)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용어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공적인 목적으로, 장기적 국가이익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틈새가 있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Public Diplomacy’를 번역한 용어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주는 건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또한 공개성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교는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다. 외교를 비밀 공간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꺼내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두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 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현재 외교부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이다. 최근 반년 가량 외무부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공외교가 꽃 필 수 있다. 신낙균 공공외교는 정부 대 정부에서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 하는 게 전부다. 그 점을 문제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국가 차원에서 논의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공공외교 무엇이 문제인가   김상배 문제점과 방법론이 연결돼 있다. 먼저, 공공외교한다고 할때 예쁜 척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공공외교는 그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세번째로,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고,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고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사회생활과 비슷하다고 본다. 최소한 욕먹지 않고 살아야 한다. 자기가 힘들 때 도와줄 친구가 있어야 한다.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고 단기적 목표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정부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매력과 국익 등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택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입장과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국제여론에서 한국이 수세에 몰렸을 때 한국을 대변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공공외교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단적으로 한민족의 우수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게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는 접근법도 국제사회 성숙한 동반자로서 존중받고 같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주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우리 장점만 강조하고, 더 많은 물건을 팔 궁리만 하니까 수입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장사치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서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 보다는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 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해외사례 뿐 아니라 우리 모델을 찾자   김동률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 본받을 만한, 혹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해외사례는 어떤 게 있나. 김태환 특정 국가 사례를 본받고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례를 분류해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기준을 추출해야 한다. 먼저 비교우위와 경쟁우위 가운데 무엇에 입각한 공공외교를 할 것인가. 그건 답이 명확하다. 천연자원을 비롯한 각종 자원이 많은 미국이나 중국의 공공외교는 우리가 따라야 할 경로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 중앙집권적인 방식과 분산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김상배 우리에게는 벤치마킹 컴플렉스가 있다. 정부용역 보고서에서도 항상 해외사례와 시사점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당시 수백만 달러를 들여 엘빈 토플러에게 연구용역을 준 적이 있는데 정작 토플러는 결론에서 ‘한국은 이제 배울 모델이 없다. 스스로 만들어라’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나라 여러 경우를 조합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남의 답안지를 베끼지 말고 우리 답안을 스스로 만들자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낙균 여러 해외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는 건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가령 중국은 공자학원에 예산을 엄청나게 쓰고 있는데 공자의 가치와 현대 중국의 가치에서 부조화가 발생한다. 또 너무 정부 주도로 공공외교가 이뤄지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성해 우리가 배울 모델, 혹은 100% 베낄 모델이 없다는 건 동의한다.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우리는 거대한 청사진 속에서 전략을 구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걸 잘 하는 사례는 최대한 발굴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외교 전략을 위한 실천전략   김동률 왜 공공외교를 해야 하고 걸림돌이 무엇인지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공공외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김상배 공공외교 전략을 짤 때 집중과 분산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IT 강국 코리아’라고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정보통신부라는 컨트롤타워 혹은 코디네이션타워가 없어진 게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처럼 정통부라는 집중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여기서 집중과 분산의 조율이 필요하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특정 분야에 한정된 좁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디자인을 네트워크하는게 아닌가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공외교 수행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중이다. 지금은 외교부·문화부·지자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간 갈등만 생기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외교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주변 4대 강국만 집중하다 놓치는 게 너무 많다. 거기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를 협력해서 추진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정부 현실이다. 외교부 문화외교국에 등록된 민간외교단체가 500여개인데 문화부와 자치단체에 등록된 곳까지 합하면 수천 곳은 될텐데 백서조차 없다. 현재 국제교류재단이 정부와 함께 공공외교와 관련있는 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 준비중이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하고 서로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뉴미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공공외교를 위해서는 좀 더 질서정연하게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다매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원자료는 전통 미디어에서 나온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조차도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김동률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주고 싶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 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최근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 보자. ●왜 공공외교인가 김성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정치·경제적 개방을 통해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 혼자만 잘해서는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의 마음을 얻는 외교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공외교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일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을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라고 강조했다.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회의적이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인가.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 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요즘엔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세계를 운영하려는 미국의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 있는 개념이다. 예전엔 외무고시 합격자들 사이에 북미국이 최고 인기 분야였고, 문화외교·공공외교·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한직으로 통했다. 요즘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동북아시아를 본다면 한국은 북한과 함께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의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9·11 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흐름이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했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상대국 시민을 직접 대상으로 한다. 21세기 신(新)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 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광대한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 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 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으로 경쟁한다면 한국이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제사회가 국가끼리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 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 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 주는 게 바로 공공성이다. 전통적으로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던 외교를 공적 영역으로 꺼내 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도 담고 있다. 두 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외교부에서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像)이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구체적으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낙균 공공외교에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 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때문에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를 주선하는 게 전부다. 그런 문제점을 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김상배 문제점은 방법론과 연결돼 있다. 무엇보다 예쁜 척 좀 그만해야 한다. 현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 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세 번째로 꼭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고, 외국인의 이해와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예로 들면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만 하려 들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의 매력과 국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한민족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파하는데 이것이 자칫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면서도 결국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많이 벌려고만 하니까 ‘천박한 장사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보다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공공외교 실천 전략은 김동률 공공외교를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사견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한다. 아울러 현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 주고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외교부와 문화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 간 갈등만 생기고 효과는 떨어진다.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특히 공공외교에서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게 우리 정부의 현실이다. 국제교류재단은 공공외교와 관련 있는 시민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고 한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상호 간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를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나 중국, 러시아 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맥락을 제대로 짚어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매체가 중요해진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에서조차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 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 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 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서울시장보선 ‘안철수 회오리’] “국민 변화 갈망… 총선·대선 출마할 연합체·신당 추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적극 검토하기까지에는 그의 정치적 후원자라 할 윤여준(72) 전 환경부 장관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지난봄부터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함께 전국을 돌며 진행하고 있는 ‘2011 희망공감 청춘 콘서트’를 매개로 이들 3명은 ‘새로운 정치, 탈이념 정치’에 의기투합했다. 4일 만난 윤 전 장관은 ‘안철수 서울시장’,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안 원장의 출마를 기점으로 기존 여야의 틀을 벗어난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틀이 정당일 수도, 아닐 수도 있으나 적어도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볼 때 이미 제3세력의 토양은 갖춰져 있다는 게 그의 현실인식이다. 인터뷰는 2시간 30분간 진행됐다. 대담 이춘규 정치선임기자 →안철수 원장의 출마는 굳어진 건가. -본인은 90% 마음을 굳혔다고 본다. 그런데 나머지 10%가 문제다. 가족과 집안, 주변사람들의 반대가 대단할 거다. 이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안 원장이 선거 치를 준비는 돼 있나. -준비하고 있다. 기성 거대정당처럼 조직을 만들 생각도, 시간도 없다. 정규군이 있는 거대 정당 후보를 상대로 게릴라전으로 임할 것이다. 노마드의 시대니 기동성을 최대한 살리겠다. →안 원장은 왜 출마하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격 사퇴하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문제가 터진 직후인 29일 안 원장이 박경철씨 등 지인 5명과 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안 원장 등 참석자들 모두 격노했다. ‘어떻게 정치를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평소 이 나라 정치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에 더해 이런 모습들이 출마를 적극 검토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승산이 있다고 보나. -20~30대 유권자가 40%대, 40대까지 포함하면 60%를 넘는다. 젊은 유권자를 어떻게 투표장에 나오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10대 총선이나 1985년 2·12총선 등 선거혁명의 중심에 청년들이 있었다. 청년들의 변화 에너지를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 요즘 여성들의 정치의식도 부쩍 높아졌다. 예민한 부동산, 보육 등 이슈가 걸려 있다. 단순명쾌한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함께 뛸 사람들은 있다. 다 본업이 있는 사람들로, 일과 뒤에 서울 시내 사무실에 모여 선거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1995년 첫 동시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다 낙선한 박찬종씨와 비교하기도 한다. -제2의 박찬종은 되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졌다. 또한 박찬종과 안철수는 다르다. 안 원장에게는 개인에 대한 신뢰와 감동이 있다. 그에 대한 열광에는 뿌리가 있다. 거품이 아니다. →안 원장에 대한 이미지는. -그는 백신으로 떼돈을 벌 수 있었는데 7년간 무료로 배포했다. 그게 공적 헌신성이다. 이 헌신성이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에게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바로 공적 헌신성이다. 공공성을 추구하고 존중하는 정신이 가장 우선하는 기초다. 그는 사리 분별력이 있다. 전직이 의사인데 의외로 폭넓은 독서를 해서 사고의 폭이 넓더라. 어떤 자리를 줘도 제대로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장이 수행해야 할 행정은 다른 건데.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공적 헌신성이다. 그게 없으면 그 사람의 능력은 역작용한다. 개인, 특정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공 이익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 이게 없는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은 반드시 패악을 끼친다. →서울대로 간 지 몇 달 안 됐는데 비난 여론 없겠나. -그 때문에 본인도 고민 많이 하는가 보더라. 무책임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박원순 변호사 나온다고 하는데 평소 가까운 둘이 나와 경쟁하는 것도 고약한 구도다. →안 원장의 정치인으로서의 소양은.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현실 정치는 권력이다. 선거는 다툼에서 이겨야 한다. 순수, 진지성보다는 권력의지가 강해야 하는데 이 사람이 권력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극심한 네거티브에도 꿈쩍 안 하고 받아칠 만한 의지가 있는지, 상대의 네거티브 전략에 대해 네거티브로 반응할지, 한국에서의 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 방편은 때로는 비도덕적이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을지…. 만난 지 5개월 정도라 좀더 지켜봐야 한다. →안 원장이 한국 정치를 건강하게 해보겠다는 발언을 하던데. -안 원장이나 박경철씨도 내가 한국정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자 “한국 정치의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고 이 일에 헌신할 준비는 돼 있다.”고 했다. 다만 정치가 자기(체질)에 맞지 않는다길래 ‘현실 정치 안 하면서도 바꿀 수 있다. 나랑 같이 해보자’고 했다. ‘당신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했더니 그 점에는 동의했다. 청춘콘서트 때 한 얘기다.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의 희망, 기대에 부응하고 한국 정치를 바꿀 것인가라는 점까지는 얘기가 됐고 그때 출마설이 터졌다. →현 한국 정치 상황을 어떻게 보나 -지금 여당인 한나라당이 집권할 때나 지금 야당인 민주당이 여당했던 10년, 대체 뭐가 달라졌나.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두 세력이 같다는 뜻이다. 국민들이 진저리 치고 있다. 실망이 혐오를 넘어 분노로까지 바뀌었다. 보수나 진보,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정치의 문제다. 이대로 두면 정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다. →제3의 정치세력화나 신당 구상이 있는가. -‘정치적 성격이 강한 운동체’를 구상하고 있다. 강고한 기득권의 벽을 허물지 않고선 안 된다. 지금 두 정당에도 좋은 뜻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지만 역할을 못 한다. 그러니 밖에서 국민들이 강력한 의지로 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 내부에서 좋은 뜻 가진 의원들의 활동 공간이 생기도록 환경을 만들고, 양질의 정치권 밖 인재들의 길을 터주고, 이런 것들을 국민의 이름으로 하자는 것이다.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 (신당 창당도)가능성이 열린다. 그 때는 (총선·대선 참여 등)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적 호응을 얻는 게 관건이다. →신당이나 운동체는 구심점, 얼굴이 있어야 되는데. -평소에 가능성이 있는 분들을 지켜보고 있다. 신문에 난 글과 말, 다 보고 있다. 고비마다 변화를 추동하는 에너지는 청년이었다. 그런 청년들이 정치를 혐오하고 투표 안 하면서 좋은 일자리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자격 없다고 나는 말하곤 한다. 자기부터 국민의 책임을 다하고,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부상하고 있는데 -술수 부릴 사람은 전혀 아닌 것 같은데 권력의지는 모르겠다. 현실정치를 끌고 나갈 가능성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어떤 경우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고정 지지표가 15~18%다. 지역, 성별, 세대, 계층 편차 없이 고르다. 굉장한 자산이다. 큰 선거에서 이기려면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중요하다. 그분은 장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만큼 수양된 사람이 드물 거다. 다만 21세기가 10년 지난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을 잘 끌어갈 국가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느냐를 보여준 적은 없다. 이제 링에 올라가니 이제부터 보여주지 않겠나. →보수·진보 간에 정책 차이가 있다고 보나 -큰 차이가 없다. 진보가 보수의 정책을 갖다 쓰고, 보수가 진보의 정책을 갖다 쓰는 세상이다. 그게 실용주의다.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을 ‘나는 균형과 합리로 본다’고 했더니 안 원장은 ‘저는 상식과 비상식으로 본다’고 하더라. 또 ‘제가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인데 그럼 제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라고 되묻더라. 정리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보이지 않는 일꾼, 유령을 거부하다

    보이지 않는 일꾼, 유령을 거부하다

    화장실에 서서 일 보는 남자들의 가랑이 사이로 청소 노동자들이 밀대를 쓱쓱 밀어 넣어가며 청소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청소 노동자들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인 아줌마라서’란 설이 그동안 우세했다. 하지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아고라 펴냄)는 청소 노동자들이 다름 아닌 유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 홍명교(28)씨는 요즘엔 ‘거의 씨가 말랐다’는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2003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2005년 경영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징계를 받기도 했다. 홍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에서 “첫 강의 시간에 교수가 ‘우리 학교 왔으면 벤츠 정도는 타 줘야지, 안 그래?’라고 말해 너무 충격 먹었다. 그 뒤로 수업에 잘 안 들어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너무 많았다. 경영대란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술자리와 모임에 빠지지 않았더니 어느새 학생회장이 되어 있더라.”며 웃었다. ‘이명박 라운지’(고대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기부한 돈으로 조성한 공간)에서 공부하다가도 한 발짝만 벗어나면 마주치게 되는 노동자들의 삶에 괴로웠다는 그는 결국 4학년 때 학교를 도망쳐 나왔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공부 중이다. ‘자발적 퇴교’ 선언을 했던 김예슬씨는 그의 대학 후배. 홍씨는 신문에서 김씨의 대자보 내용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청소 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야말로 대학생 자신, 20대 자신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홍씨가 청소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새내기이던 2003년 ‘뼈 빠지게 일했더니 월급 54만원 웬말이냐’는 내용의 교내 플래카드를 보고서였다. 플래카드를 건 측은 ‘불철주야’(불안정노동 철폐를 주도할 거야)란 학생모임이었다. ‘불철주야’에 참여하면서 홍씨는 ‘유령’이 아니라 내 주변의 할아버지, 할머니인 청소 노동자들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후 학교 내의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연대 활동을 폈다.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에서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으며 불안정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것은 홍익대 청소 노동자 170여명이 집단 해고를 당한 사건 때문이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홍익대 사건은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 세력’으로 더욱 주목받게 된다. 영화배우 김여진씨는 “평소 마주쳤던 청소노동자들의 울분을 가슴속 어딘가에 담고 있다가 홍대 사태를 보고 ‘빵 터졌다’”며 농성에 가세했다. 이를 계기로 ‘소셜테이너’(socialtainer·사회참여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생겨났다. 홍씨는 소셜테이너에 대해 “침묵하고 지켜보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 노동자운동이 어떻게 대중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새롭고 대단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우며 한계지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이란 위치에서 바라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의 기억인 자신의 책 ‘유령 ’이 작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책에는 홍씨의 글뿐 아니라 박건웅, 심흥아, 전지은씨의 단편만화 3편이 같이 실려 불안정한 21세기 청춘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냈다. 한때 ‘실천하는 젊은 지성’으로 불렸던 대학생은 이제 ‘스펙쌓기의 노예’로 폄하된다. ‘유령’은 각 세대의 불행을 전제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세대론’을 경계한다.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동시에 아프지 않은 것이 바로 청춘이라고 말한다. 1만 3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볼일 보는 남자 옆에서 아줌마가 쓱쓱 청소한다. 왜? 유령이기 때문!

    볼일 보는 남자 옆에서 아줌마가 쓱쓱 청소한다. 왜? 유령이기 때문!

     화장실에 서서 일보는 남자들의 가랑이 사이로 청소 노동자들이 밀대를 쓱쓱 밀어 넣어가며 청소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청소 노동자들이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인 아줌마라서’란 설이 그동안 우세했다. 하지만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아고라 펴냄)는 청소 노동자들이 다름 아닌 유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 홍명교(28)씨는 요즘엔 ‘거의 씨가 말랐다’는 학생 운동권 출신이다. 2003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2005년 경영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징계를 받기도 했다.  홍씨는 지난 31일 서울 예장동 문학의 집에서 “첫 강의 시간에 교수가 ‘우리 학교 왔으면 벤츠 정도는 타줘야지, 안 그래?’라고 말해 너무 충격먹었다. 그 뒤로 수업에 잘 안 들어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너무 많았다. 경영대란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술자리와 모임에 빠지지 않았더니 어느새 학생회장이 되어 있더라.”며 웃었다.  ‘이명박 라운지’(고대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기부한 돈으로 조성한 공간)에서 공부하다가도 한발짝만 벗어나면 마주치게 되는 노동자들의 삶에 괴로웠다는 그는 결국 4학년 때 학교를 도망쳐 나왔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공부 중이다.  ‘자발적 퇴교’ 선언을 했던 김예슬씨는 그의 대학 후배. 홍씨는 신문에서 김씨의 대자보 내용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청소 노동자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야말로 대학생 자신, 20대 자신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홍씨가 청소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새내기이던 2003년 ‘뼈 빠지게 일했더니 월급 54만원 웬말이냐’는 내용의 교내 플래카드를 보고서였다. 플래카드를 건 측은 ‘불철주야’(불안정노동 철폐를 주도할 거야)란 학생모임이었다. ‘불철주야’에 참여하면서 홍씨는 ‘유령’이 아니라 내 주변의 할아버지, 할머니인 청소 노동자들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후 학교 내의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연대 활동을 폈다.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에서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으며 불안정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것은 홍익대 청소 노동자 170여명이 집단 해고를 당한 사건 때문이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홍익대 사건은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 세력’으로 더욱 주목받게 된다.  영화배우 김여진씨는 “평소 마주쳤던 청소노동자들의 울분을 가슴속 어딘가에 담고 있다가 홍대 사태를 보고 ‘빵 터졌다.’”며 농성에 가세했다. 이를 계기로 ‘소셜테이너’(socialtainer·사회참여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생겨났다.  홍씨는 소셜테이너에 대해 “침묵하고 지켜보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 노동자운동이 어떻게 대중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새롭고 대단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우며 한계지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이란 위치에서 바라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의 기억인 자신의 책 ‘유령 ?’이 작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책에는 홍씨의 글뿐 아니라 박건웅, 심흥아, 전지은씨의 단편만화 3편이 같이 실려 불안정한 21세기 청춘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냈다.  한때 ‘실천하는 젊은 지성’으로 불렸던 대학생은 이제 ‘스펙쌓기의 노예’로 폄하된다. ‘유령?’은 각 세대의 불행을 전제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세대론’을 경계한다.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동시에 아프지 않은 것이 바로 청춘이라고 말한다. 1만 3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애덤 맨스바크 지음, 리카르도 코르테스 그림, 고수미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밤 늦도록 자지 않는 아이를 재우다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부모들을 위한 통쾌한 그림책. 사랑스러운 그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빠의 짜증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이 폭소를 자아낸다. 1만원. ●공룡 시대를 탐험하라(바버라 테일러 글, 이충호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중생대에 지구를 지배한 신비로운 동물 공룡을 3차원 입체 팝업북으로 만나보자. 공룡에 대한 최신 이론을 풍부한 입체 그림으로 담아냈다. 1만 9500원. ●어젯밤에 뭐했니(염혜원 그림, 비룡소 펴냄) 2009년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그림책 작가 염혜원씨의 글자 없는 그림책. 아이의 상상 속 모험을 몽환적 분위기로 그렸다. 8500원.
  • 21세기 한·중 교류協 지도자포럼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 회장은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 베이징리젠트호텔 등에서 중국외교부 산하 외교학회와 한·중 지도자포럼을 연다. 전략적 상호신뢰와 동북아평화, 교역 3000억 달러 시대의 한·중 경제무역협력 방향 등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김대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장상 민주당 최고위원,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 안인해 고려대 교수 등이 한국측 대표로 참가한다.
  •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0.01초… 0.1㎝ 47편의 드라마 심장이 뛴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0.01초… 0.1㎝ 47편의 드라마 심장이 뛴다

    아이들은 공간만 주어지면 달린다. 도움 닫아 뛰어오른다. 잡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본능이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리한다. 인간이란 게 그렇게 생겨 먹었다. 이유가 있다. 문명 이전, 달리는 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다. 사냥감을 잡기 위해 달렸고 사냥당하지 않기 위해 달렸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잡혀 죽었다. 인간은 달리는 존재로 태어났다. 그래서 육상은 인간의 본성을 담은 스포츠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직접 트랙 위를 달리는 선수들도, 그걸 지켜보는 팬들도 그저 몸속에 기입된 본능을 끄집어 내기만 하면 된다. 텔레비전 화면 속 선수들의 심장 박동과 내 심장 박동을 맞추어 보자. 어릴적 운동장을 달리던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 그 터질 것 같던 가슴을. 그리고 묘한 고통과 쾌감을. 지금 선수들도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육상은 달리는 자와 보는 자가 함께 느끼는 스포츠다. 27일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시작된다. 원시시대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달리기는 이제 21세기 가장 진화된 모습의 육상 경기로 우리 곁에 왔다. 현대 육상은 더 이상 생존의 문제는 아니다. 0.01초 혹은 0.1㎝ 기록과의 싸움이다. 거친 흙바닥은 탄력을 극대화한 몬도트랙으로 바뀌었다. 상처투성이 맨발은 특수 제작 운동화로 감쌌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스프린터복도 첨단 기능의 집합체가 된 지 오래다. 이제 이 모든 걸 직접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다. 1896년 이 땅에 근대 육상이 도입된 지 115년 만의 일이다. 우리도 이제 육상을 제대로 즐길 때가 됐다. 대구 대회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47개다. 메달 숫자보다는 인간의 한계를 깨어 가는 과정과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28일 100m 결승을 치른다. 목표는 다시 새로운 세계기록이다. 아시아의 희망 류샹도 이번 대회 남자 110m 허들에서 재기를 노린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결승은 오는 29일이다. 아시아 40억 인구가 숨죽여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남자 400m 종목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나선다. 출전에 논란이 있었다. “의족으로 기록에 이익을 본다.”고들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출전금지 처분을 내렸지만 국제스포츠중재법원(CAS)이 처분을 무효화했다. 모두가 각자의 드라마를 쓰기 위해 출발선에 섰다. 우리는 그 역사의 현장에 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글로벌 스타 소품 드려요” 롯데百 창립32돌 행사

    롯데백화점은 창립 32주년을 맞아 글로벌 자선단체인 ‘21세기 리더스’와 손잡고 기부활동과 연계한 사은 행사를 26일부터 9월 4일까지 열흘간 전 점에서 진행한다. ‘21세기 리더스’는 세계적인 스타 600여명이 직접 디자인한 그림이나 소품을 기증받아 이를 상품화해 수익금의 일부를 유니세프 등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1세기 리더스’가 기획해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 조지 클루니, 디자이너 도나 캐런,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이 직접 디자인하거나 그림을 그린 소품들을 사은품으로 증정하거나 판매할 예정이다. 당일 3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머그컵이나 쇼퍼백을, 4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아이폰 케이스를 선물로 제공한다. 또한 본점, 잠실점, 강남점에서는 사은품 증정 품목을 포함해 20여개에 달하는 스타들의 작품도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이 밖에 최근 3개월 이내 헌혈증이나 봉사활동 확인서, 기부 영수증 등 ‘나눔활동 증명서’(공식인증기관 발급 증명서에 한함)를 가져오는 고객에게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 이언 맥그리거, 피어스 브로스넌의 머그컵 중 한 가지(선착순 800개 한정)를 무료로 증정한다. 롯데백화점 정승인 마케팅 부문장은 “앞으로도 낮은 곳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뮤지컬 ‘영웅’ 세계 공연계 심장부 두드렸다

    뮤지컬 ‘영웅’ 세계 공연계 심장부 두드렸다

    ‘영웅’이 세계 공연계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영웅’(Hero)은 23일(현지시간) 전원 기립박수를 끌어내며 미국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 데이비드코크 극장 1~3층을 꽉 채운 약 1500명의 관객은 막이 내린 뒤에도 한참을 환호하며 열광적인 박수를 쏟아냈다. 그 속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숙 신임 주유엔대사도 있었다. ●‘명성황후’ 이어 두번째 브로드웨이 진출 다음 달 3일까지 총 14회 공연되는 ‘영웅’은 1997년 ‘명성황후’에 이어 한국 뮤지컬의 두 번째 브로드웨이 진출작이다. 관람료는 브로드웨이 작품 수준인 70~180달러로 책정됐다. 데이비드코크 극장은 ‘명성황후’가 공연됐던 바로 그 극장이다. 원래는 2550석 규모이지만 이날은 1500석만 개방했다. 탕! 탕! 탕! 공연은 일곱 발의 총성과 함께 시작됐다. 안 의사가 1909년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쐈던 총탄 수다. 독립군과 일본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추격전과 짜임새 있는 군무는 관객으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특히 안 의사 역의 배우 정성화가 거사를 결심한 뒤 절제된, 그러나 애절한 목소리로 ‘그날을 기약하며’를 부를 때는 외국인 관객들조차 숨을 멈췄다. 28억원이 투입된 대작답게 만주벌판을 달리는 3.5m 높이의 실물 기차와 3차원(3D) 영상 등 볼거리도 풍성했다. 안 의사가 어머니가 지어 보낸 수의를 입고 사형대에 오르는 장면에선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특히 감옥에 갇힌 안중근과 죽은 이토 히로부미의 환영이 “서로 다른 운명을 가졌을 뿐,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한 건 같다.”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적막도 잠시, 내려왔던 커튼이 다시 올라가자 3층 객석까지 모두 일어나 갈채를 보냈다. 한국에서도 2009년 초연돼 지난해 앙코르 공연까지 가졌다. 주미 콜롬비아 대사의 부인인 파울라 나폴리는 “한국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 정확한 사실 관계를 모르는데도 공연 내내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맨해튼에서 왔다는 영화제작자 피에르 데펜 디니는 “소재는 한국적인데 노래는 굉장히 일반적이어서 좋았다.”면서 “브로드웨이의 웬만한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한국 뮤지컬 수준이 이 정도로 높은지 몰랐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환영행사에 참석한 반 총장은 “여러분 모두가 영웅”이라며 가난과 질병에 대항하는 ‘21세기 영웅’이 돼줄 것을 주문했다. 김 대사는 “보는 내내 울컥해서 혼났다.”며 말을 아꼈다. ●애국심 강조 장면 많아 다소 불편 ‘영웅’ 공연팀의 현지 총괄 매니저 스티븐 래비는 “‘영웅’은 스토리 라인(이야기 구조)이나 음악 측면에서 매우 탄탄한 작품”이라면서 “영어 버전으로 바꾸면 미국은 물론 영국(의 대표적인 공연 중심지인) 웨스트엔드에서도 성공할 만한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뉴욕 공연은 한국어로 하는 대신 영어 자막을 썼다. 하지만 애국심을 강요하는 대목과 매끄럽지 못한 무대장치 연결은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유학생 최지은씨는 “지나치게 애국심을 강조하는 장면이 많아 불편했다. 외국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면서 “음악도 오케스트라가 아닌 엠알(MR·녹음곡)을 쓴 게 아쉽다.”고 말했다. 뉴욕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타인의 종교 소중히 여기자” 조계종, 자정·종교평화 선언

    “타인의 종교 소중히 여기자” 조계종, 자정·종교평화 선언

    ‘각 종교마다 기본 교리는 다를 수 있으며,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느라 남의 종교를 비난하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이건 자신의 종교에 오히려 더 큰 해악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존경해야 합니다.’(인도 아소카왕·기원전 268~기원전 232년 재위) 불교계가 종교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앞장설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조계종 자정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 초안을 발표했다. 종단 차원에서 종교평화 선언문을 내기는 처음이다. ‘21세기 아소카 선언’으로 이름 붙여진 이 선언은 조계종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정과 쇄신운동의 사실상 첫 작품으로 불교계 안팎의 큰 반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아소카 선언’은 불교계 스스로의 반성을 토대로 평화를 실현하자는 선언과 실천 다짐으로 요약된다. “우리 불교인들은 이웃 종교를 진정한 이웃으로 생각하는 데 충분하지 못했으며 이웃 종교인의 허물을 내 허물로 여기고 그들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여기는 데 충분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총론) 여기에 덧붙여 실천강령으로 ‘진리는 모두에게, 모든 믿음에 다 열려있다.’는 열린 진리관과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히 여기자.’는 종교 다양성의 존중을 세웠다. 전법과 전교의 원칙에선 ‘실천적 활동을 통해 내 믿음의 참됨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불교와 다른 종교 모두에 대한 주문도 들어 있다. ‘신앙이 공적 영역에 작용해 종교적 편향성을 낳는 것은 모든 종교의 비극으로 이어진다.’‘종교 간 평화를 가로막는 갈등상황이 오더라도 우리 불교인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평화를 이뤄가야 한다.’ 화쟁위는 당초 선언에 담을 내용으로 종교 평화와 보수·진보 갈등을 두고 고민한 끝에 종교 평화에 낙점했다고 한다. 박경준(동국대)·성태용(건국대)·조성택(고려대) 교수와 조계종 명법 스님이 초안 작성에 참여해 8개월간의 작업 끝에 세상에 내놓은 사회평화의 선언이다. 화쟁위는 우선 중앙종단과 종회, 교구 본말사, 신자 등 4부대중의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0월쯤 종단 차원의 최종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든 종교계와 종단협의회가 참여하는 세미나와 시민 토론회를 열어 국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확산시키는 한편 선언문을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종교학회에도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7대 종단을 중심으로 이웃 종교의 동참도 적극 유도할 예정이어서 종교계에 비슷한 선언과 실천운동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화쟁위 위원장 도법 스님은 “종교 때문에 국민들이 걱정하는 상황에 대해 불교 최대 종단에 속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죄송함을 느낀다.”면서 “종교 문제로 인한 불신과 갈등이 종식돼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교, 조계종이 먼저 나서게 됐다.”고 선언문의 취지를 밝혔다. 글 사진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북·러 정상회담 울란우데는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베리아 동부의 부랴트 자치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구 약 40만명인 울란우데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세계 최장 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주요 중간 기착지일 뿐 아니라 몽골횡단철도가 갈라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몽골횡단철도는 울란우데에서 출발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를 거쳐 중국 베이징까지 이어진다. 김 국방위원장이 특별열차편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통의 요지라는 것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전문가인 이동규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박사에 따르면 울란우데는 옛 소련 시절부터 몽골과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특성 때문에 군사 밀집지역으로 묶여 있어서 21세기 들어서야 개방됐다. 하지만 풍부한 지하자원과 발달된 군수산업 때문에 향후 경제협력의 여지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지 소식통들은 울란우데의 한 군부대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하고 있다. 아울러 울란우데 인근 아르샨도 회담 후보지로 거론된다. 험준한 산에 위치한 온천지역인 아르샨에는 옛 소련 시절부터 소련 공산당 고위 당간부들이 애용하던 전용 휴양소가 있다.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보안 유지에 유리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소유의 불편함을 깨치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가진 것, 즉 소유물을 가치 평가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이른바 ‘좋은 것’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성공했다고 여기는 사회 통념에 맞춰 모든 이들은 끊임없이 소유하려고 든다. 그 과정에서 고통 또한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소유물을 줄여 사는 건 어떨까. ‘버리고 사는 연습’(고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21세기북스 펴냄)은 ‘가진 것’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실감나게 그리고 알기 쉽게 일깨우는 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불교와 명상에 빠져 사는 일본 쓰키요미지 주지 스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침묵 입문’ ‘이젠 화내지 않는다’ ‘빈곤 입문’ ‘위선 입문’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스스로가 대학 시절 비싼 옷을 사들이고 허세 부리기를 좋아했다는 스님은 돈에 쩔쩔매며 살기보다, 우아하게 돈을 지배하며 사는 길을 택하라고 끊임없이 외친다. 물건이나 돈 욕심에서 해방돼 마음의 평안과 자유를 얻는 방법이 불교의 원리와 교훈에 얹혀 알기 쉽게 풀린다. 짤막짤막한 글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메시지는 역시 고통을 만들어 내는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그럴 때 행복한 돈 쓰기를 하게 되고 덩달아 돈에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차분한 평정심의 원천. 그래서 저자는 행복은 환경이나 다른 사람, 혹은 돈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스스로 평온하게 지낼 수 있는 능력에 따라온다고 말한다. 책 속에 들어 있는 행복의 조건은 집중(정신통일)과 생각대로 되는 것, 헤매지 않고 확신을 갖는 것. 도 닦는 사람처럼 돈을 전혀 쓰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잘살 수 있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생각대로 되는 자유’를 얻기 위해 행복한 돈 버리기를 익히라고 거듭 권한다. 이른바 ‘초식남’ ‘수동태’ 같은 일본 젊은이들의 행태에 감춰진 속내도 들춰낸다. 일본에선 물질과 헛된 욕망에 초연하고 싶어하는 부류로 인식되지만 따져보면 어차피 해결하지 못할 욕망이 올라오지 못하게 뚜껑을 덮고 누르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 욕망에 뚜껑을 덮고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척하는 것도 욕망에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저자는 책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다. “돈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최대의 행복 중 하나이다. 그런 행복은 욕망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것이자 내 인생의 목표이다.” 1만 20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한국의 주택… ’ 임창복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한국의 주택… ’ 임창복 교수

    “주거건축은 인간의 생활을 담는 그릇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의식주가 언급되듯이 주택은 인간을 위한 피난처, 즉 셸터(Shelter)로서 어떤 형태로든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지요. 사회가 진화하면서 인간의 생활욕구도 변해 왔고 이는 다시 그릇이 되는 공간에 영향을 주었지요.” 임창복(65)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신간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를 통해 이러한 주택의 변천과정에서 나타나는 유형의 변화에 주목했다. 오랫동안 주거의 공간과 이것의 변화로 인한 문화 현상을 연구해 온 저자는 제목에서 보듯 1876년 개항 이래 2000년까지 약 120년 동안의 우리나라 단독주택 변천사를 토대로 그것에 담긴 문화적 의미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했다. 1970년대 중반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 분야에서 활동한 세월 대부분을 주택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니 35년 가까이 걸린 셈이라며 웃는다. 20여년 전부터 틈틈이 서울 종로구 옥인동 등 여러 유형의 단독주택에 찾아가 일일이 사진을 찍고 도면을 그려 보기도 했다. 이런 발품을 모아 이번에 책을 내게 된 것. 상류층 주택과 표준 주택, 그리고 일반 서민들의 주택 등 단독주택의 유형과 변천사를 쓴 것은 임 교수가 처음이자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주거문화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을까. “캐나다 토론토 대학원에 유학을 할 때였습니다. 첫 학기에 ‘주택 및 주거지 패턴’이란 강좌를 수강하게 됐지요. 과목의 발표주제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할 때 담당 교수가 한국의 주택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마루와 온돌이 있는 독특한 주택이라고 하면서 발표해 줄 것을 권하더군요. 담당 교수는 한국에 한번 왔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주택에 관심을 갖는 동기가 됐지요.” 그러던 1978년 정부의 요청으로 귀국한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주택연구실장으로 있으면서 행정수도 주거지 계획과 주거 관련 여러 연구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의 주택과 주거지 패턴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임 교수는 “그때 행정수도에 대한 보고서 작성까지 마쳤다.”면서 10·26사건으로 행정수도 계획이 백지화되자 1980년대 초 대학으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달 교수정년을 맞지만 2학기 때부터 대학원에서 이번에 출간한 책을 토대로 강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인이 꿈꾸는 도시 주거환경에 관심을 두고 더욱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 교수는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후 캐나다 토론토대학원에서 석사를,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계획론’ ‘주거론’ ‘21세기에는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이상 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주거공간의 의미’ 등 다수가 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컨트롤타워 부재·기득권 안주가 위기 자초

    컨트롤타워 부재·기득권 안주가 위기 자초

    구글의 모토롤라 모빌리티(휴대전화 사업부문) 인수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 ‘구글 쇼크’로 불리는 거대한 변화가 감지되면서 이제 국내 IT 기업들도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관점을 총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T 컨트롤타워 부재와 대기업들의 기득권 안주가 오늘날의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플랫폼 경쟁력 상실 18일 업계에 따르면 21세기 들어서면서 ‘닷컴 버블’ 붕괴로 고전하던 미국 실리콘밸리는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이에 편승한 징가(2007년), 그루폰·트위터(2008년) 같은 거물급 벤처기업들이 생겨나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이러한 열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 맞물리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예외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게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힌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IT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 이를 조기에 상용화하는 데 앞장섰던 정통부가 사라지면서 플랫폼 구축 능력이 떨어져 지금의 위기를 맞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시기에 애플과 구글은 자신들을 생태계의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삼성·LG 등 국내 업체들은 플랫폼 기업에 좌지우지되는 ‘반쪽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4세대(G) 통신기술인 ‘와이브로’를 개발하고도 플랫폼 주도권을 경쟁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빼앗겨 고전하고 있다. 실제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43.4%에 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독자 플랫폼인 ‘바다’는 1.9%에 머물고 있다. 국내 업체들조차 ‘경쟁 업체인 삼성에 자신들의 하드웨어 핵심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로 바다 OS 채택에 미온적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우리 IT 기업들이 미국·유럽 업체들과 1대1로 싸워 플랫폼 경쟁에서 이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주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지금부터라도 IT 분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 정통부 같은)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후진적 행태도 한몫 IT 업계의 거대한 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하고 기득권 안주에 매달리는 국내 IT 대기업들의 후진적 행태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이 2003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개발해 놓고도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의 반대로 출시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통사들은 앱스토어 개념의 ‘애니콜몰’ 등을 보며 “왜 제조업체가 이통사업자들의 영역을 넘보느냐.”며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이통사와 제조사 간 밥그릇 싸움 과정을 지켜보던 애플이 2007년 먼저 아이폰을 내놓게 됐다. 이후 국내 이통사들은 애플에 의해 사실상 강제로 무선인터넷망을 개방당하게 됐다. 1999년 벤처기업이던 새롬기술은 세계 최초로 ‘다이얼패드’라는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이 서비스는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보다는 주가관리에만 열을 올리다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후 다이얼패드 사업은 미국 야후에 인수됐고, 당시 다이얼패드 임원진이 구글로 넘어가 구글 보이스 서비스를 맡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경우 될성부른 벤처 서비스가 나타나면 이를 정당한 대가를 주고 사들여 상생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그대로 모방한 서비스를 내놔 고사시켜 버린다.”며 국내 IT 시장의 위기를 진단하기도 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클래식

    ●2011 대한민국 국제관악제: 요한 데 메이 국내 최초 초청 28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바탕으로 작곡한 동명의 교향곡을 비롯해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꼽히는 네덜란드 작곡가 메이가 코리아심포니를 직접 지휘한다. 첼리스트 지진경이 협연한다. 메이 교향곡 제1번 ‘반지의 제왕’, ‘카사노바’ 등. 3만~5만원. (02)3486-1245. ●이화경향콩쿠르 60주년 기념음악회 31일 오후 8시 서초동 예술의전당. 1952년 부산 이화여고 가건물에서 시작된 콩쿠르 60주년을 맞아 역대 입상자들이 축하무대를 연다. 신수정(1회) 이경숙(5회) 김대진(24회·이상 피아노) 윤혜리(30회·플루트) 김민지(60·첼로) 등과 수원시향이 함께한다. 3만 3000~11만원. (02)780-5054.
  • 이건희회장 ‘소프트혁명 15년’ 성공할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한번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1996년 신년사를 통해 삼성의 ‘소프트 혁명’을 주창했던 이건희 회장이 15년이 지난 지금 또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향후 삼성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세트부문 사장단과 현안 점검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일련의 조치를 주문했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소집된 이번 회의에서 이 회장은 “정보기술(IT)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력도 확충하고, 인수·합병(M&A)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 회장은 “IT 시장의 파워가 (삼성전자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서 (애플·구글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도 이 회장은 ▲소프트 기술 ▲S급 인재 ▲특허 확보에 나서라고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이 회장이 그동안 ‘소프트 파워’를 강조해 왔고 이번 발언 또한 같은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소프트 파워를 기업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것은 1996년부터다. 당시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다가올 21세기에서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소프트 창조력이 될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며 비(非) 하드웨어 분야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덕분에 삼성은 영국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세계 기업 브랜드가치 평가에서 2000년 43위(52억 달러)에서 10년 뒤인 지난해 19위(195억 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디자이너 수도 1996년 200여명에서 현재 1000여명으로 5배 이상 늘었고, 최근 15년간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상도 550개 넘게 받았다. 그럼에도 아직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게 사실이다. 자신들이 개발한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에 독자 개발한 OS ‘바다’ 대신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해야 하는 게 현실인 만큼 이 회장의 요구에 더욱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프로야구] 김성근 SK감독 “올 시즌 끝으로 사퇴”

    [프로야구] 김성근 SK감독 “올 시즌 끝으로 사퇴”

    최근 재계약 논란에 휘말렸던 SK 김성근 감독이 끝내 사퇴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17일 문학 삼성전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 “올 시즌을 끝으로 SK를 떠나겠다. 이쯤에서 매듭짓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번복은 없다. 다시 얘기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재론의 여지를 스스로 차단했다. 갑작스럽지만 이미 전조는 있었다. SK 구단은 시즌 초, 김 감독에게 “재계약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시간을 끄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 감독과 두 차례 만났지만 구단은 “재계약은 시즌 뒤 논의하자.”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앞으로 감독에게 요구할 건 요구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얘기였다. 파국의 불씨는 이때부터 잠재돼 있었다. 이런저런 말이 돌기 시작했다. 구단 내부에서 승리에만 집착하는 김 감독의 이미지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우승보다는 기업 이미지가 먼저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타구단에 비해 많은 편인 훈련 비용 문제와 외국인 코치 숫자 문제도 불거졌다. 후임자에 관한 이야기도 여과 없이 언론에 전해졌다. 자존심 강하고 원칙에 충실한 김 감독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반복됐다. 그 동안 구단의 공식 입장은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김 감독과 재계약에 부정적이라는 게 야구판에 공공연한 얘기였다. 김 감독으로선 떠밀리기 전에 깨끗이 떠나겠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유는 또 있다. SK 이전에도 김 감독은 구단과 마찰로 감독 생활이 순탄치 못했었다. 스스로 정한 원칙을 훼손하는 걸 좀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훈련 비용과 외국인 코치 숫자는 민감한 문제다. 김 감독은 “쓸 만한 선수를 데려오려면 수십억이 든다.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코치를 더 쓰고 훈련을 더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었다. “요구할 건 요구하겠다.”는 구단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다. 김 감독의 갑작스러운 결심에 구단은 당황했다. 아직 대응책을 못 내놓고 있다. SK 관계자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다. 공식 입장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2007년 SK 지휘봉을 처음 잡았다. 부임 첫해와 이듬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엔 준우승했고 지난해 우승을 탈환했다. 호불호는 갈렸지만 SK를 21세기 최강 팀으로 만들었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올해도 2위 KIA를 한 경기 차로 추격하면서 선두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김 감독 부임 이후 관중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2006년 SK의 홈관중은 33만 1143명이었다. 이후 매년 구단 관중 동원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엔 98만 3886명을 기록했다.올 시즌엔 1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SK팬 가운데 대부분은 김 감독 팬을 자처하고 있다. SK와 김 감독의 계약기간(2009~2011년·총액 20억원)은 올해로 끝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新 골드러시] 구리광석·車·휴대전화에서… 금을 찾는 사람들

    [新 골드러시] 구리광석·車·휴대전화에서… 금을 찾는 사람들

    한국의 금은 주로 수입산 광석에 의존하지만, 뛰어난 제련 기술 덕분에 국제 금시장에서 최고급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볼품없는 광석을 반짝반짝 빛나는 금괴로 만드는 대표적인 곳이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공단에 있는 LS니꼬동제련㈜이다. 12일 규모 330여㎡의 금 생산공장에서 20년 이상 숙련된 기술사 4명이 1100도의 용광로 앞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전해담당 박만석(51)씨와 용해담당인 서계수(57)·김병해(55)씨, 그리고 검사포장담당 이복섭(50)씨가 이들로, 동 제련 부산물인 금사(금모래)에서 순금을 뽑아내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금 제련은 구리나 니켈 등 다른 금속 제련에 비해 수작업이 많아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 작업도 금광석을 잘게 부순 금사를 건조해 녹이는 용해 작업부터 순도를 높이는 전해 작업, 마지막 검사 및 포장 작업까지 분업화돼 있다. 기술사들은 순도 99.99%의 최상품을 만들기 위해 방진 처리된 작업복, 마스크, 모자, 장갑 등을 착용한 채 일을 한다. 국내에서 99.99%의 순금을 대량 생산하는 곳은 LS그룹 계열사인 이 회사와 인근의 고려아연㈜ 등 단 2곳뿐이다. LS니꼬동제련은 연간 50t을, 고려아연은 2t가량의 순금을 생산한다. 생산된 순금 제품의 90% 이상은 해외로 수출된다. 김득연 제련팀 기사는 “금 제련만으로 지난해 2조 2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서 “우리 제품은 런던귀금속연합회와 도쿄공산품거래소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최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금사에서 순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4일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칠레 등지에서 수입한 구리 광석에서 1차로 구리를 추출하고 발생한 부산물(분말 형태)을 귀금속 공장으로 옮겨 금과 은, 백금, 파라듐 등을 생산한다. 부산물에서 분류된 금사(금 함유량 70%)는 건조실에서 2~3시간 말린 뒤 고열 용해로에서 3시간가량 녹인다.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금괴는 전해조에서 염산에 담겨 전류로 순도를 높인 뒤 2차 용해로를 거쳐 10g, 100g, 1㎏, 12.5㎏ 등 4종의 완제품으로 탄생한다. 금 제련 과정은 정밀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4명의 기술사 중 마지막 검사와 포장을 담당하는 이복섭씨만 유일하게 만질 수 있다. 99.99%의 순금은 0.1%의 이물질조차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사 이씨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면 숙련기술뿐만 아니라 정성과 땀을 쏟아야 한다.”면서 “고열 작업 때문에 늘 속옷까지 금방 젖지만, 세계 최고의 명품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 덕분에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폐가전·폐자동차 부품에 쓰였던 금을 채취해 다시 사용하는 ‘도시광산’ 사업이 귀금속 확보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휴대전화 1t에는 금이 400g가량 들어간다. 같은 무게의 원석에서 금이 4g 추출되는 것과 비교하면 100배나 많은 양이다. 그러나 연간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는 1600만대가 넘지만 회수되는 제품은 500여만대에 불과하다. 자동차에도 금을 비롯한 희소금속이 많이 포함돼 있다. 자동차 1대에 쓰인 희소금속만 해도 약 4.5㎏으로,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 1800만여대에 포함된 희소금속을 합하면 8만 2000t에 달한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서울 류지영기자 jhp@seoul.co.kr
  • [소련 해체 20년 新러시아 20년] (상) 활로 찾는 항공메카 울리야놉스크

    [소련 해체 20년 新러시아 20년] (상) 활로 찾는 항공메카 울리야놉스크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이 출범한 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1991년 8월 보수파의 불발 쿠데타는 발트 3국과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젠 등의 독립을 가져왔고, 결국 소연방의 해체로 이어졌다. 시행착오와 곡절 속에 다시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있는 러시아.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이 주관하는 한·러 언론인 교류프로그램으로 러시아의 첫 자치공화국인 바시코르토스탄과 울리야놉스크 주 등을 돌아보고 러시아의 변화를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레닌의 고향. 울리야놉스크의 거리에는 여전히 궤도 열차 트람바이가 시내 중심부를 달리고 있었다. 이 지역 토종 라다 승용차들과 뒤섞인 채 트람바이는 철길을 따라 도시 곳곳을 모세혈관처럼 잇고 있었다. 잡초들이 무성한 철로, 흙과 시멘트로 투박한 승강장은 외지인을 1970년대로 돌아온 느낌속으로 밀어넣었다. 그 순간 거리 곳곳에 서 있는 이동통신 선전물과 대형 상업 광고판들은 이곳 역시 시장 경제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일깨웠다. 옛 소련시대, 주민들을 효율적으로 수송하던 트람바이는 이제 현란한 광고물들을 차량 외면에 도색한 채 달리는 광고판 역할도 하고 있었다. ●레닌·푸시킨의 고향 인구 63만의 소도시 울리야놉스크. 이 도시는 같은 이름의 인구 130만명의 주의 수도로 국민시인 푸시킨의 고향이자 러시아 혁명의 아버지 레닌이 17살때까지 나고 자란 곳이다. 동쪽으로는 러시아 서부를 꿰뚫는 볼가 강이 흐르는 전원도시풍의 조용한 이곳은 실상 자동차와 항공기 제조의 메카인 제조업 기반도시다. 러시아 전역에서 항공기 생산 1위, 기계부품 생산 2위, 차량 생산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 연구인력만도 9000여명이 몰려있다. 러시아 주력 항공기인 TU(tupolev)-204 기종과 An(antonov)-124 등을 생산하는 항공기 제조회사 에비아스타(Aviastar)가 도시 동쪽의 볼가 강 건너 자리잡고 있고, 러시아 최대 항공인력 양성 기관 고등항공민간대학도 시내에 위치해 있다. 1990년부터 항공기 생산을 시작해 해마다 60여대의 항공기를 생산한다. 예전보다 주문도 줄고, 근로자도 1만 2000여명대로 줄었지만 현장 책임자 니콜라이 니콜라이비치는 “IL-476기종 등 새 화물수송기종으로 국제시장을 두드리며 재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76년 된 고등항공민간대학에서는 에비아스타가 만든 항공기를 움직일 조종사와 관제사를 양성한다. 유리 알렉산드로비치 학장은 “해마다 300여명의 조종사와 같은 수의 관제사 및 정비사 등을 배출한다.”고 소개했다. 에비아스타가 러시아제 항공기를 해외에 팔면 항공 학교에서는 고객 국가의 비행인력들을 2~3개월에서 6개월씩 맡아 교육시킨다. “2년전 적재량 100t 규모의 Ty204 기종을 사 간 북한의 조종사와 관제사 여러 명을 석달가량 이곳에서 교육시켰다.”고 알렉산드로비치 학장은 말했다. 울리야놉스크는 옛 소련의 중공업, 특히 항공산업의 유산을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적응시켜 활용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항공기 조립공장과 각종 부품 산업, 항공인력 학교 등을 연계한 항공 클러스터를 활성화시켜 글로벌 경제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각오다. 세르게이 모로조프 주지사는 “옛 소련시대 항공산업의 전성기를 다시 이뤄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이 지역이 모스크바 및 볼가 강 경제권에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 유망성을 거듭 강조했다. 볼가 강을 동쪽으로 끼고 있는 울리야놉스크는 러시아를 남북으로 꿰뚫는 볼가 강을 따라 남북으로 포진해 있는 니즈니 노보그라드, 카잔, 사마라 등 주요 공업 도시들과 제조업의 클러스터를 이룬다. 이같은 지리적 강점을 이용, 연안 특구를 제정해 외국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며 투자 손짓을 하고 있다. 북한의 3분의1 정도 면적(3만 7200㎢)에 인구 130만명밖에 안 되는 상황을 극복하면서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레닌의 고향은 적극적인 외자 유치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다. 바진 세르게이 니콜라이비치 울리야놉스크 주정부 투자유치관은 “외국기업은 8년동안 법인세 및 토지세 등이 면제된다.”면서 “투자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주지사 직속의 투자유치위원회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손꼽힌다는 러시아의 변화 움직임을 이곳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니콜라이비치 투자유치관은 “자동차 부품 등 기계 부품에 대한 투자가 한국 기업들에 유리할 것”이라면서 “첨단기초 기술에 대한 한국기업의 접근도 협의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자세다. 그는 “울리야놉스크에서 500㎞ 내 지역에서 러시아 공업생산의 15%가, 875㎞밖의 모스크바를 포함한 1000㎞내에서 러시아 공업생산의 절반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고급 인력에 주택 제공 파격 인센티브 이런 적극성속에 미국의 밀러 맥주, 독일의 헨켈, 중국의 자동차업체 BAW 등이 공장을 지었다. 힐튼호텔도 내년에 울리야놉스크 시에 175실 규모의 호텔을 연다. 적극적인 경제활성화 정책 덕택에 2005년 800억 루블이던 울리야놉스크 지역의 총생산량도 2008년에는 두 배 가까운 1510억 루블로 뛰어올랐다. 모로조프 주지사는 지난달 26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소비자들의) 수요와 욕구 만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시장 지향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을 최대한의 편의를 주는 시설로 채워지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문화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사회기반시설 확충뿐 아니라 도시의 활기를 불어넣을 문화 콘텐츠 확충에도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젊은 고학력 기술인력이 서구와 해외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인력 유치를 경쟁력 강화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런 전략 위에서 울리야놉스크주는 3년 이상 공공기관에 근무한 젊은 고학력 인력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자녀를 낳을 경우 주택 신용대출 가운데 25%, 두 자녀를 가지면 절반을 상환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대 모스크바 경제권, 볼가 강 경제권의 중핵에 위치한 울리야놉스크. 레닌과 푸시킨의 고향은 외자 유치와 경제 협력을 위해 손짓하면서 ‘라이징(rising) 러시아, 재도약 러시아’의 중심 도시로서 궤도를 따라 달리는 트람바이처럼 달려나가고 있었다. 글 사진 울리야놉스크(러시아)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