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1세기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입건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야생동물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277
  • [서울광장] 한국의 외국인, 외국의 한국인/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의 외국인, 외국의 한국인/육철수 논설위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독일에서 귀화한 한국인이다. 옛날로 치면 ‘객경’(客卿, 이방인 공직자)인 셈이다. 이젠 ‘진짜 한국인’이지만, 35년 동안 이 땅에 살면서 권위적이고 배타적인 문화에 마음이 상한 적도 많았던 모양이다. 그는 ‘툭! 터놓고 씹는 이야기’라는 저서에서 김영삼(YS) 대통령과 얽힌 ‘기분 나쁜’ 기억을 털어놓았다. YS와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여러 차례 만났다고 한다. 한번은 YS와 독일 콜 총리의 회담 때 통역을 맡았다. 회담 직전, 이 사장은 YS가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할 줄 알았는데 시선을 외면해 불쾌했다고 한다. 일국의 대통령이 일개 통역과 아는 척하는 게 체통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아 언짢았다고 한다. 지금은 이런저런 문화적 상처를 다 이겨내고 공기업을 맡아 잘 이끌고 있다. 외국의 정·관·재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도 이 사장 못지않게 이질적 문화에 애를 먹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상·하원 의원과 백악관·행정부에서 고위직에 오른 한국계가 많다. 주한 미국대사도 한국계이고,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대사도 한국계가 물망에 올랐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 장관이 됐다. 물론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나서겠지만 그 나라의 문호 개방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주초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전격 사퇴는 여러 상념에 젖게 한다. 재미교포인 그는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꿈이 산산조각 났다”며 사퇴 이튿날 황망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중국적 문제와 이상한 소문에 시달리다 못해 그만뒀다지만,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대통령이 삼고초려해서 새 정부의 핵심 부처를 맡기려 했던 인물이기에 더욱 그랬다. 해외에서 꿈을 이룬 우리 인재들이 국내에 들어와 또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답답하다. 인재 영입의 중요성은 22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 초(楚)나라 출신으로 진(秦)나라의 객경이던 이사(李斯)는 축객령을 내린 진시황에게 상소를 올려 “태산은 한 줌 흙도 사양하지 않으며, 큰 강과 바다는 작은 개울물도 가리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로 설득했다. 하물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춘추전국시대 사람들보다 생각이 못해서야…. 동식물은 이종교배나 접붙이기로 품종을 개량한다. 사과 중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부사’는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품종이다. 문화도 융성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면서 진전한다.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로마제국이 강성한 이면에는 이민족에게 황제 자리까지 내줄 만큼 개방적이었던 덕분이다. 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된 마당에 국경을 초월한 인적 교류와 외부 두뇌의 영입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이민자의 천국인 스웨덴은 정치인의 18%가 이민자 출신이다. 이민자가 이 나라를 가장 선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민자에 대한 정착지원금 보조, 언어훈련, 문화·직업교육 등 정책마다 빈틈이 없다. 어느 나라나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스웨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사회의 노력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외국인에 대해 배타성이 강한 우리는 스웨덴에서 배울 게 많다. 외국인이 100만명이 넘었어도 공직에 진출한 사람은 이참 사장과 이자스민(필리핀 출신) 의원 등이 고작이다. 하기야 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 인재 한 사람을 영입하기도 쉽지 않은데 귀화한 인사까지 챙기라면 당장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외국에서 대성한 한국인은 물론,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에게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21세기는 인적 자본이 곧 국력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ycs@seoul.co.kr
  • 사회·정치 환경 바꾸는 21세기 여성의 영향력

    미국의 사유자산 중 51.3%를 여성이 소유한다(마티 바레타, 2006년 조사).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면서 재산을 상속한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여성의 수익력이 증가한 결과다. 개인 사업체 중 여성 경영 기업은 1997년에 26%였지만, 2007~2008년에 40%에 육박했다. 국제통화기금이 2009년에 발표한 세계 전망을 보면 미국 여성의 구매력은 4조 9000억 달러였다. 여성이 최초의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120년 전 뉴질랜드(1893년)였다. ‘3·8 여성의 날’을 만들었지만, 미국은 그로부터 30여 년 지난 1920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쿠웨이트 여성들은 2005년에 투표권을 얻었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여전히 모든 성인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는 않고, 기혼여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척박한 정치 환경에도 중동국가에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여성 의원들은 증가추세다. 여성을 중심으로 한 힘의 변화는 이미 여러 방식으로 많이 다루어졌다. 최근 번역돼 나온 ‘빅 보스가 된 여자들’(매디 디히트발트·크리스틴 라손 지음, 김세진 옮김, 북돋움 펴냄)은, 그 과정과 현재, 미래 전망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여성이 경제력을 발휘하는 단계를,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설에 빗대 설명하는 것이 흥미롭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서 다음 단계 욕구를 충족한다는 이론이다. 여성의 성장 단계는 생존-독립-영향력 단계로 나뉜다. 남성에게 의존하던 때가 생존 단계라면, 교육을 받고 투표권과 직업을 가지면서 독립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는 권력이나 재력 같은 자신의 자산을 이용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여성의 영향력은 작게는 가정과 직장에서부터 크게는 사회와 경제, 정치 환경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책은 영향력 단계에 올라선 여성의 이야기를 책은 생생한 사례와 자료로 소개한다. 아버지와 남편에 이어 워싱턴 포스트를 경영한 캐서린 그레이엄부터 여드름 예방에 초점을 맞춘 피부 관리법을 선보이고 정보성 의료광고를 처음 제작한 의사 케이티 로던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잘난 여성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힘과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는지 남녀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 1만 5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차베스의 석유 사회주의/육철수 논설위원

    땅만 파면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나라의 국민은 행복할까. 막대한 오일머니로 국가가 대학까지 보내주겠다, 집 지어주겠다, 세금도 없겠다…. 중동지역에는 등교한 학생들에게 날마다 수업수당을 챙겨주고, 연말이면 집집마다 몇 백만원씩 나눠주는 나라도 있다. 그러니 지상낙원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런 나라일수록 자유·평등·민주주의 같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나라는 여성에게 운전을 못하게 하고 국민에게 술도 못 마시게 한다. 중동 산유국 지도자들은 오일머니를 독점해 독재 왕정을 지탱하고 있다. 국민으로선 석유로 인해 일득일실(一得一失)인 셈이다. ‘석유 사회주의’(oil socialism)로 부강한 나라를 꿈꾸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며칠 전 타개했다. 그는 세계 1위의 풍부한 석유자원을 활용해 ‘석유정치’와 ‘석유외교’(petrodiplomacy)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차베스가 집권할 무렵인 1998년 말, 유가는 배럴당 15달러였으나 2008년엔 135달러로 치솟았다. 그러니 석유는 차베스에게 전횡의 멍석을 깔아줬다고나 할까. 그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석유는 국민의 것”이라며 다국적기업이 운영하던 석유회사를 국유화했다. 베네수엘라의 연간 외화소득의 95%(900억 달러)는 석유를 팔아 번 돈이다. 차베스는 정부 예산의 50%를 석유대금에서 충당하고, 연간 150억 달러를 국가발전기금에 넣어 마음대로 썼다. 이 돈은 통치자금으로, 빈민지역에 무료병원과 무료학교를 짓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도 이 나라 국민의 50%가 여전히 빈곤층이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차베스는 외교에서도 오지랖이 넓었다. 17개 카리브해 연안국가에 원유를 싼 값으로 공급했다. 돈으로 따지면 해마다 70억 달러(약 7조 4200억원)를 지원한 셈이다. 쿠바에는 하루 10만 배럴씩, 연간 30억~40억 달러를 원조했다. 차베스의 선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브라질 삼바축제, 멕시코 빈민 눈수술, 미국 동부지역 빈민에게 난방연료 지원 등 내키는 대로 오일머니를 뿌려댔다. 차베스의 사망으로 그의 도움을 받던 동맹국들은 물주(物主)가 사라져 벌써 걱정이 태산이란다. 그의 덕을 톡톡히 봤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볼리바르동맹(ALBA) 등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단다. ‘반미의 아이콘’으로 21세기 사회주의를 꿈꾼 차베스가 집권 14년 동안 흥청망청한 결과 남은 건 별로 없다. 그의 서천(逝川)과 함께 ‘석유 사회주의’와 포퓰리즘도 종말을 고했으면 좋으련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朴 대통령 “과거사 미래세대에 넘겨주지 말자”

    朴 대통령 “과거사 미래세대에 넘겨주지 말자”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10여분간 전화 통화에서 “양국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과거사 문제를 미래 세대에 넘겨주지 않을 수 있도록 정치 지도자들이 결단을 내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과거사문제’를 아베 총리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다. 다만 독도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총리로부터 취임 첫 축하 전화를 받고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김 대변인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자유와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인 한·일 양국이 21세기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 정상 회의를 계기로 회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초청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방일 초청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의 첫 단추가 긴밀한 양국 관계인 만큼 한·일 신(新)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도 양국 간 솔직한 의견 교환을 토대로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또 대북 정책과 관련, 양국은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공룡의 습격 ‘프라이미벌:뉴 월드’

    공룡의 습격 ‘프라이미벌:뉴 월드’

    글로벌 미국 드라마 채널 AXN이 영국 드라마 ‘프라이미벌’의 스핀오프(번외편) 시리즈 ‘프라이미벌:뉴 월드’를 5일부터 국내 최초로 방송한다. 총 13부작으로 매주 화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프라이미벌’ 시리즈는 갑작스럽게 현대사회에 출현한 공룡의 습격을 다룬 드라마로, 영국에서 시즌 5까지 제작돼 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팬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골수 팬을 보유한 인기 드라마이기도 하다. 21세기 사람을 위협하는 주인공은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공룡’. 공룡들은 현대에 나타나 사람들을 잔인하게 사냥하기 시작하고, 그것을 막으려고 과학자들은 사투를 벌인다. 그와 함께 공룡이 나타나게 된 비밀, 과학자들이 비밀 프로젝트에 몸담게 된 사연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라이미벌:뉴 월드’는 영화 ‘쥬라기 공원’ 못지않게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과 연출력, 독특한 줄거리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스핀오프 편은 출연 배우와 줄거리 등이 다 바뀌었지만 원작과의 연결고리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과학자 에반 크로스에게 다가가는 코너 템플은 원작에서 등장했던 인물로 크로스에게 공룡 습격에 대한 경고를 하기 위해 나타난다. ‘프라이미벌:뉴 월드’는 과학자 크로스가 이상 현상을 찾아 다니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의 특별한 프로젝트는 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공간 이동의 문 ‘아노말리’를 찾는 것이다. ‘아노말리’는 현대와 공룡 시대를 이어 주며 공룡이 현대로 드나들 수 있게 해 준다. ‘아노말리’를 통해 현대로 온 공룡들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사냥한다. 크로스는 팀을 만들어 비밀리에 공룡들을 다시 그들이 살던 시대로 되돌려 보내려 한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공룡의 습격을 쉽사리 멈출 수가 없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朴 “가해·피해자의 역사, 천년이 흘러도 불변”

    박근혜 대통령은 1일 “(한·일) 양국의 미래 세대에까지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의 과거사 반성과 책임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역사는 자기 성찰의 거울이자 희망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면서 “역사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이뤄질 때 공동 번영의 미래도 함께 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 세대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이 우리와 동반자가 되어 21세기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그럴 때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취임 이후 첫 3·1절 경축사로는 비교적 강하게 일본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성장하는 국력에서 오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건설적 한·일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전 대통령은 실용과 미래에, 노 전 대통령은 내부적 각성에 무게를 두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 위기와 관련,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며, 핵개발과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고립과 고통만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에는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되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더욱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난의 가시밭길을 헤쳐 오신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설 수 있었다”며 “그동안 대한민국도 안팎의 숱한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제로 다크 서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제로 다크 서티’

    9·11테러가 일어나고 2년 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마야는 파키스탄으로 파견된다. 그의 주 임무는, 9·11을 주도한 무장 조직 알카에다 지도자로 알려진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내는 것이다. 미국의 집요한 추적 노력을 비웃듯 빈라덴의 행방은 묘연하다. 소재가 파악되기는커녕 생존 여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만 이어진다. 현장 요원 대부분이 지쳐 갈 즈음, 마야는 빈라덴의 측근을 뒤쫓다 은신처를 찾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확실한 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작전 명령을 내리지 못하자, 그의 집념은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다. ‘허트 로커’로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쓴 캐스린 비글로는 다시 한번 중동의 화염 속으로 뛰어든다. 미국이 이슬람 국가 혹은 조직과 벌이는 전쟁만큼 중요한 소재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제로 다크 서티’는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사실적인 접근으로 10년 연대기를 쓴다. 이러한 자세는 미국과 이슬람 세계의 대결을 탁월한 시각으로 바라본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영향을 받았다. 시간 순서에 따라 소제목을 붙여 가며 사건을 빠트리지 않고 기록한 ‘제로 다크 서티’는 비밀에 숨겨진 작전에 관한 일급 보고서로도 모자람이 없다. 비글로는 영리하게도 보고서를 작성할 뿐 본심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사실을 보여준 다음 진실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기로 한다. ‘제로 다크 서티’는 마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등장 이후 모든 사건에 개입해 진행 과정을 목격하는 그는 보기 드물게 진정한 주인공이다. CIA에서 12년 동안 재직한 그는 테러 조직의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바친다. 의심과 회의에 빠진 주변 요원들과 달리, 그는 주어진 임무에 대해 개인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즉, 그의 태도는 영화의 그것과 닮았다. 그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의미를 따지기보다 임무를 완수하는 데 온 신경을 쏟는다. 마야는 배치되자마자 고문 현장에 투입된다. 혹독한 고문 앞에서 눈을 돌린 그는 곧 본분에 충실한 모습을 되찾는다. 고문에 지친 포로가 도움을 애원할 때, 냉정한 목소리로 ‘아는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요구한다. 진실 대신 사실만을 캐는 자세 탓에 임무는 자연스레 개인적인 집착으로 변질된다. 제거 작전에 투입되는 특수부대원에게 그가 ‘나를 위해 그를 제거해 달라’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마야는 미국이 9·11 이후 버리지 못한 집착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3000여명이 죽었고, 미국은 21세기의 첫 10년을 복수의 심정으로 보내야 했다. 9·11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하는 녹음으로 시작되는 ‘제로 다크 서티’는 마야의 공허한 표정으로 끝난다. 홀로 비행기에 탑승한 그에게 조종사는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대답하지 못하는 그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 그 눈물의 의미가 영화의 주제다. 빈라렌 제거 작전의 명칭은 ‘제로니모’였다. 제로니모는 백인에게 끝까지 저항한 마지막 아파치 전사의 이름이다. 21세기의 제로니모인 빈라덴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으나 미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또 다른 적의 이름을 가공해낼 것이다. 유령과 다름없는 적과의 싸움. 비글로가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제로 다크 서티(편집자 주: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을 지칭한 군사 용어)에서 발견한 진실은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7일 개봉. 영화평론가
  • 朴, 20분 단위 19개국 외교사절 접견…“한·미 북핵 해결 위해 긴밀 협력할 것”

    朴, 20분 단위 19개국 외교사절 접견…“한·미 북핵 해결 위해 긴밀 협력할 것”

    취임 이틀째인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30분간 톰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장관급)을 비롯한 미국 특사단을 접견했다. 도닐런 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측근 인사다. 도닐런 보좌관은 북핵과 관련해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대응은 물론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에 있어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 60년간 쌓아 온 양국 간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21세기형 포괄적 전략 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고, 도닐런 보좌관도 공감을 표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물론 지역 및 범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양국이 보다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특히 도닐런 보좌관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은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위해 양국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도닐런 보좌관은 이와 함께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박 대통령의 방미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고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 양국의 협력 발전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미국 특사단에는 성 김 주한 미국 대사와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대니얼 러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전날인 25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류옌둥(劉延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빅토르 이샤예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개발부 장관 등 3강 사절단을 만난 바 있어 이날 도닐런 보좌관 일행을 접견하는 것으로 ‘취임식 4강 외교’를 마무리한 셈이다. 이날도 박 대통령의 ‘취임식 외교’가 이어졌다. 25일 6개국 외교 사절들과 단독 면담을 한 데 이어 이날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과 19개국 정상급 인사 및 외교 사절단을 만났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15분, 20분 단위로 면담 일정이 이어졌다. 취임을 축하하는 재외 동포 초청 리셉션까지 겹치면서 박 대통령의 ‘대통령 2일차’ 일정은 말 그대로 강행군이었다.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과의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공적개발원조(ODA) 같은 것들을 해 가면서 한국이 경험했던 농촌 개발 계획이나 새마을운동을 공유하면서 개발, 원조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후쿠다 야스오·모리 요시로 일본 전 총리, 퀜틴 브라이스 호주 총독 등과 잇따라 만나 이틀간의 ‘취임 외교’를 마무리지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북핵·금융위기 극복… 국민이 행복한 ‘제2 한강 기적’ 이룬다

    북핵·금융위기 극복… 국민이 행복한 ‘제2 한강 기적’ 이룬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5344자(원고지 27매 분량)를 묶는 키워드는 ‘희망의 새 시대’다. 그동안 국가 발전이 국민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으며, 독일의 광산과 열사의 중동 사막 등에서 일하며 ‘한강의 기적’을 만든 위대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찾아드리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담고 있다. 이 시대의 ‘민의’가 희망과 행복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직면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이룩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방명록에도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 경제부흥 : 공정시장·경제민주화… 창조경제 꽃 피우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중 경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민주화의 ‘부활’이다. 대선 과정에서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던 경제민주화는 최근 국정과제에서 빠지며 ‘후퇴’ 논란을 불러왔지만 취임사에서 창조경제와 더불어 ‘근혜노믹스’의 한 축으로 재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논리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경제 부흥의 양대 주춧돌로 삼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구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강조했던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좀 더 정교하게 제시했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좌절하게 하는 불공정행위 근절 등을 제시했다. 창조경제의 모습도 구체화했다.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산업, 문화 등이 기존의 칸막이에서 벗어나 서로 융합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선도할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창조경제는 기존 대기업 중심이 아닌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가 주도하는 “사람이 핵심”인 경제 구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규모 공장에서의 소품종 대량 생산이 아닌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운영하는 벤처·중소기업 등에서의 다품종 소량 생산이 우리 경제의 주축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한 ‘종속 변수’로 위상이 내려간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경제민주화를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 확립과 함께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취임사에서는 창조경제 뒤로 밀렸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를 8차례, 경제민주화를 2차례 언급했다. 지난 1월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토론 자리에서 “중소기업이 ‘열심히 노력하면 단가도 제값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해야 경제주체들이 의욕을 갖고 나라가 발전한다. 경제민주화 따로, 성장 따로가 아니라 그게 다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과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양극화 해소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 재편 등 구조적 변화를 의도한 발언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대적인 변화 대신 공정한 시장에 무게 중심을 둔 ‘완만한 경제민주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 국민행복 : “학벌·스펙의 사회를 능력 위주로 바꿀 것” ‘국민행복’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특별한 단어 중 하나다. 팍팍한 삶에 찌든 국민들에게 정서적으로 파고든 ‘정치 슬로건’이었다. 피폐해진 서민경제에 대한 책임론이 당시 여당 후보에게 쏠리는 것을 일정 부분 막아낸 측면도 있다. ‘국민’과 ‘행복’이라는 단어는 취임사에서도 각별했다. ‘국민’은 모두 57차례 사용될 정도로 가장 많이 나왔다. 또 ‘국민행복’(7차례)을 포함해 ‘행복’이라는 단어도 20차례 등장했다. 국민행복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 발전이 국민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통찰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을 위한 세부 과제로 국민 맞춤형 복지와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교육, 국민 생명·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한 사회 등을 꼽았다. 우선 국민 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했다. 성장과 복지가 ‘따로 가는 두 바퀴’가 아니라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두 바퀴’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의 도입과 4대 중증질환 무상진료, 차상위 계층의 기준을 ‘중위소득 50%’로 상향 조정한 것도 복지가 소비가 아닌 재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 조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에 더욱 다가가기 위한 주요 과제로 교육을 꼽았다. 그는 “학벌과 스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꿈과 끼가 클 수 없고, 희망도 자랄 수 없다”면서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학벌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국정 과제로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비롯해 반값 등록금, 대입전형 간소화, 고교 무상교육 도입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수단으로 ‘공정한 법 실현’을 제시했다. 18대 대선에서는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등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이라면서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문화융성 : 세대·계층 문화격차 해소… 北에 “공동 발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화 융성을 ‘3대 키워드’의 하나로 내세웠다. ‘문화가 21세기 국력인 시대’라고 평가했다.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지난 18대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 선정에서는 구체적으로 볼 수 없었던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문화 융성을 단순히 새로운 성장동력 차원으로만 접근하지 않았다. ‘문화’를 고리로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사회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복안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는 대북 메시지를 내놓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에게 이런 막중한 시대적 소명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이명박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그리고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여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낼 것입니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노력과 피와 땀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하면 된다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저력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성취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 그리고 영하 수십도의 최전방 전선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모든 우리 국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도전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을 믿습니다. 역동적인 우리 국민의 강인함과 저력을 믿습니다. 이제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첫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제가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들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습니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개인이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습니다. 또한 국내의 인재들을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로 키워 미래 한국의 주축으로 삼겠습니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지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그런 경제 주체들이 하나가 되고 다 함께 힘을 모을 때 국민이 행복해지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토대 위에 경제부흥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국민도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국민들이 근심 없이 각자의 일에 즐겁게 종사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주춧돌로 삼아 국가가 발전하게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배움을 즐길 수 있고, 일을 사랑할 수 있는 국민이 많아질 때,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사장되고, 창의성이 상실되는 천편일률적인 경쟁에만 매달려 있으면 우리의 미래도 얼어붙을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서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이루어가고, 그것으로 평가받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서 사회에 나와서도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학벌과 스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꿈과 끼가 클 수 없고, 희망도 자랄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학벌위주에서 능력위주로 바꿔 가겠습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여성이나 장애인 또는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입니다. 지금 한류 문화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고,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5000년 유·무형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정신문화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우리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 곳곳에 문화의 가치가 스며들게 하여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인종과 언어, 이념과 관습을 넘어 세계가 하나 되는 문화, 인류평화발전에 기여하고 기쁨을 나누는 문화, 새 시대의 삶을 바꾸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민행복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할 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랍니다.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면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한민족 모두가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꿈꾸는 국민행복시대는 동시에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고, 지구촌 행복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와 협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아시아, 대양주 국가 등 역내 국가들과 더욱 돈독히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고, 지구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의 임무를 시작합니다. 이 막중한 임무를 부여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입니다. 나라의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나가는 새로운 길에 국민 여러분이 힘을 주시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와 국민이 동반의 길을 함께 걷고,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성공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 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입니다.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며, 세계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미래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저와 정부를 믿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길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 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꼭 이뤄낼 것”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꼭 이뤄낼 것”

    박근혜 정부 시대가 개막됐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내·외빈과 국민 대표 등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18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날 0시 군 통수권을 비롯해 대통령으로서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넘겨받은 박 대통령은 오는 2018년 2월 24일 밤 12시까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책무와 권한을 행사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통해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을 국정의 3대 키워드로 제시한 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향후 경제정책과 관련, “경제 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방점을 둔 창조경제와 공정시장이 핵심인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관련,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며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행복과 관련,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국민 맞춤형 복지 패러다임 구축과 창의교육 실현 등을 통한 ‘국민 행복 실현’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또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라며 문화 융성을 또 하나의 국정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 만찬에서는 “이제는 남북한 간 지속되는 불신과 대결, 불확실성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며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한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근대 베스트셀러, 마녀사냥

    마녀사냥, 그러면 대개 다들 두 주먹 움켜쥐고 부르르 떤다. 중세 암흑기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이 개명천지한 21세기에도 벌어져서야 되겠느냐고. ‘마녀 프레임’(이택광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은 피식 웃는다. 그거 원래 중세가 아니라 근대와 함께 시작된 증상이라고. 개명천지한 21세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녀사냥이 벌어진다고. 오히려 중세에는 마법과 마녀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였다고. 더 나아가 중세엔 “마법은 과학적 인식에 기반을 둔 테크놀로지와 공존”했을 뿐 아니라 마법사는 “사랑의 묘약이나 주문 같은 것을 처방”하는 일에 당당히 종사했다고.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마녀사냥의 발원 그 자체보다 대중적으로 마녀사냥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널리 퍼졌느냐다. 저자는 이런저런 역사적 흐름을 언급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대 인쇄술의 발달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배척되지 않았던 마법과 마녀를 새로운 악의 근원으로 지목한 ‘이단적 마녀의 응징’, 그에 이어 마녀식별법을 담은 ‘마녀의 해머’ 같은 책이 연이어 나왔는데 ‘마녀의 해머’는 20쇄를 거듭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과 달리 글 읽는 사람도 별로 없던 시절에 말이다. 이는 무슨 의미인가. “마녀사냥이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행해진 일방적 폭력”이란 사실을 부정하고 “어떤 공모”가 있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 증거는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자신이 마녀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아니, 심판받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자백이라니? “마녀였지만 회개하고 죽으면 천국행이 보장됐기 때문”에 “회개라는 행위가 주는 심리적 카타르시스는 대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위기에 처한 공동체가 앓은 거대한 열병이 마녀사냥이지만, 한편으로는 마녀사냥 자체가 대중매체를 통해 요란하게 소비된 하나의 쇼였다는 것이다. 내가 하면 검증이요, 네가 하면 마녀사냥이라는 논법은 여전히 시끄럽다. 인쇄술에 기반한 신문, 출판으로 구성된 상상의 공동체가 곧 근대국가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결국 인쇄술에 기반한 신문, 출판의 가장 강력한 존립 근거는 어쩌면 마녀사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는 즐거움에 대한 문제”라는 저자의 표현이 재밌으면서도 섬뜩한 기운을 풍긴다. 1만 2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111세 피아니스트의 굴곡진 인생악보

    세계 최고령 피아니스트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알리스 헤르츠좀머는 1903년 11월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성공한 상공인이었고 교육을 많이 받은 어머니는 유명한 화가 및 작가들과 교류했다. 그중에는 구스타프 말러, 라이너 마리아 릴케,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지그문트 프로이트 같은 인물들도 있었다. 알리스는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나 부유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브람스, 리스트, 쇼팽 등 불후의 거장들을 사사한 제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콘서트를 여러 번 열었고 1931년 사업가이자 음악가인 레오폴트 좀머와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1943년 7월 알리스와 남편, 아들 라파엘은 나치에 의해 테레진 수용소로 보내진다. 테레진은 대규모 수용소로 아우슈비츠 등 동유럽 전역에 있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장으로 가는 환승역이었다. 재능 있는 예술가들과 지성인들이 허기와 질병, 고문에 시달리며 죽어갔고 이곳에 수용된 유대인 15만 6000명 중 1만 7505명만 살아남았다. 테레진에 억류되는 동안 알리스는 동료 수감자들을 위해 100회 이상 연주했으며 어린이들에게 비밀리에 피아노 교습을 했다. 어머니와 남편, 친구들은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알리스와 아들만 살아남아 1949년 이스라엘로 이주한다. 46세에 히브리어를 배우고 새 삶을 개척하면서 하우스 콘서트를 열곤 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어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레너드 번스타인, 아이작 스턴 등 걸출한 음악가들이 참석했다. 한 세기 이상 극한 고통을 겪으며 살았지만 111세가 된 지금도 여전히 바흐,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의 악보를 보며 매일 세 시간씩 연주를 하면서 지나온 자신의 처절했던 삶을 반추한다. 신간 ‘백년의 지혜’(캐롤라인 스토신 지음, 공경희 옮김, 민음인 펴냄)는 세계 최고령 피아니스트이자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알리스 헤르츠좀머의 실화를 다룬 책이다. 20세기와 21세기를 살면서 세월과 국가의 경계를 넘고 죽음을 초월한 한 여성의 서사적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음악적 재능으로 테레진 수용소의 동료 수용자들을 위로했던 것처럼, 여전히 피아니스트이자 교사로서 수많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오랜 인터뷰로 얻어낸 알리스의 회고담에서 출발한 이 책은 그가 살아오면서 체득한 인생의 지혜와 충고들이 담겨 있다. 100세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수용소의 삶 등 그가 육성으로 전하는 내용들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1만 3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열린세상] 개발원조의 그랜드 디자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발원조의 그랜드 디자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 전문인력 양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미얀마를 다녀왔다. 양곤대 교육센터에서 박사과정 및 초급 교수들을 상대로 3주에 걸쳐 집중 강의를 수행했다. 다년간 국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는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의 개발원조와 외교정책에 관한 여러 단상들을 정리할 기회를 가졌다. 무엇보다 개발원조 현장의 생생한 모습과 절실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적 위상도 격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얀마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그 방향과 실천 방식에 중요한 변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 같다. 원조 수혜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우물을 파고 병원을 지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회 제도적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자생적 성장 능력을 배양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런 필요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개발원조와 외교정책에서 크게 두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전통적인 외교 전략인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외교관계와 자본의 힘에 기댄 경제적 접근 방법만으로는 진정한 교류를 구현할 수 없을뿐더러, 원하는 효과도 얻을 수 없다. 오랜 영국 식민지 경험과 일본·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미국의 경제 제재에 시달려온 미얀마의 입장에서 한국이라는 새 파트너가 동일한 길을 걷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규모 면에서도 우리가 그런 강대국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둘째,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닌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무역이나 투자 등 경제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나라 국민들의 대다수가 바라는 진정한 교류의 모습은 오히려 감성적인 면에서 더 크게 돋보이곤 한다. 먼 미얀마 땅까지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이곳 사람들의 평화 지향적 성향과 교육에 대한 열정, 종교와 역사관 등 우리와 유사한 점들이 매우 많다. 미얀마를 에너지 자원의 보고 또는 시장 확대의 기회로만 보기에는 그들이 지닌 미덕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개발원조의 방향도 서서히 지역·사안별로 맞춤형 접근을 해야 한다. 미얀마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원조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지식인과 엘리트들을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적 개발원조의 한 유형으로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미래를 대표하는 자원은 석유나 천연가스도 아니고 공장이나 시장도 아닌, 바로 ‘인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인적 자원은 물질적 관계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시장 논리나 비즈니스 마인드만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문화와 감성을 포괄하는 ‘공감’의 관계로 승화되어야만 장기적이고 진정한 인적 관계가 구현된다. 한류의 붐도 드라마와 영화를 팔고 가요를 수출하는 ‘산업’의 차원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의 ‘의미’를 찾아가는 공감의 토대로서 더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이라는 경이로운 나라가 전자제품이나 휴대전화를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과 비슷한 역사와 지리적 환경 속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발전을 이룩한 선행 모델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개발원조는 우리나라의 21세기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는 도구이자 기회이다. 그동안 프로그램의 성격과 실행 방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과 갈등이 공존해 왔지만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효율성과 진정성을 높일 때이다. 국제개발협력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개발원조의 키워드는 전략, 시장, 비즈니스, 기회가 아니라 공감, 문화, 의미, 소프트웨어가 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양적 성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우리의 대외적 위상을 제고하고 ‘스마트 파워’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한 우리 외교정책의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을 기대해 본다.
  • 기독교 국가 미국의 타 종교에 대한 ‘아름다운 관용’

    미국 달러화 지폐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 있다.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 재채기를 하면 주위에서 ‘신의 축복을’(God bless you!)을 남발하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할 때 성경에 손을 얹고 다짐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정치·사회를 이해하려면, 종교를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을 두고 경제적으로 ‘석유전쟁’이라고 하지만,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로 ‘21세기의 십자군 전쟁’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 볼링’을 출간해 미국에서 시민사회에 대한 참여 등 공동체적인 삶이 무너지면서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이 사회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한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 로버트 D 퍼트넘이 신간을 내놓았다. 노트르담 대학교 교수이자 미국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E 캠벨과 함께 펴낸 ‘아메리칸 그레이스’(American Grace)(정태식·안병진·정종현·이충훈 옮김, 페이퍼로드 펴냄)에서 미국에서의 종교 역할을 분석했다. 5년간 미국인 5700여명을 인터뷰해 내놓은 결과다. 미국은 전체 국민의 75%가 기독교 신자다. 그러나 1990년대 이래 종교가 정치와 강력하게 결합한 양상을 보이면서 정치와 종교에 염증을 느낀 많은 젊은이가 제도화된 종교를 버리고 떠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종교가 보수적인 정치인, 공화당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에 종교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퍼트넘은 진단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인 1970~1980년대에 세속사회에 대한 반동으로 보수적인 종교 우익이 등장한 것과 연결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의 종교화, 종교의 정치화는 오히려 미국에서 종교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종교가 없는 이들이 늘어나는 반면 복음주의 같은 보수 종교 세력도 동시에 힘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러나 온전한 종교인이 줄었다고 해서 미국 내에서 종교 간의 전쟁이나 심각한 갈등이 빚어진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어찌 된 것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종교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종교 간 결혼이 더 빈번해졌고,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다른 종교 신도와 깊은 우정을 나눌 때 기부, 자원봉사 등 더 많은 시민공동체 활동을 하게 됐다는 분석했다. 결정적인 것은 목사의 설교나 신앙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를 통해 겪는 사회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기독교가 아닌 타 종교를 믿는 자들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류 개신교가 79%이고, 가톨릭 신자는 83%까지 올라간다. 보수적 복음주의자들도 절반이 넘는 54%가 타 종교인의 구원을 믿었다. 다만 ‘진보적’인 주류 개신교 지도자들은 50%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독교 평신도들의 타 종교에 대한 관용성은 놀라운 것이다. 더 긍정적인 변화로 퍼트넘은 “교회에서 정치에 대한 설교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사회는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는 사회다. 그러나 선거 때가 되면 교회에서 정치적 설교가 늘어나고,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흔적들이 돌출하곤 한다. 대통령의 종교가 개인의 종교 활동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기독교 국가이면서 다른 종교에 관용을 보이는 미국 사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韓·中 공동 신년인사회

    韓·中 공동 신년인사회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 중국대사관과 21세기 한·중교류협회(회장 김한규 전 총무처 장관) 공동 신년인사회에 참가한 내빈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한규 회장, 목요상 헌정회 회장,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장 대사는 “한·중 양측의 새 지도부 출범으로 새로운 협력관계를 열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관료가 아니라 공무원인 이유/정윤기 행안부 정보기반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관료가 아니라 공무원인 이유/정윤기 행안부 정보기반정책관

    정부의 고위공무원이 언론브리핑 도중에 국민이라는 용어 대신에 백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왕조 시대에나 쓰던 용어를 사용했다고 국민의 질타를 받을 것 같다. 실제로 몇 년 전에 한 인기연예인이 방송에 출연해 실수로 평민이라는 용어를 언급했다가 시청자들의 빈축을 산 사례가 있다. 용어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사용되는 용어도 바뀌는 경향이 짙다. 필자는 공무원이다 보니 ‘관료’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되는데, 2013년 한 달 반 동안 서울신문 지면에 관료라는 단어가 나타난 횟수를 세어 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다른 언론매체도 비슷하겠지만, 행정뉴스의 권위지인 서울신문에 관료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소재 같다. 백성, 평민과 마찬가지로 구시대 유물의 냄새가 나는 관료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헌법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면서 우리 헌법이 채택한 용어는 ‘공무원’이고, 하위 법률에서도 국가공무원, 경찰공무원 등 공무원이란 용어를 택했다. 또한, 헌법은 신분으로서의 관리제를 폐지하고 직업공무원제를 도입해 누구나 직장인으로서의 공무원이 될 수 있게 했으며, 관리와 백성 간의 관존민비 관계를 타파하면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한다고 규정했다. 미국의 경우, 연방헌법에서는 공무원(official, officer)이라는 용어를 채택했지만, 공무원인사법 등 많은 하위 법률에서는 직업군인까지 포함해 ‘정부 직원’(government employee)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정부 직원이라고 부르니 권위적 색채는 덜하면서 여러 직업 중의 하나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용어는 미국 내에 널리 확산되어 이제는 민간 문헌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단순한 호칭 하나지만 공무원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시각이 담겨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에선 관료라는 용어가 정부수립 이후 현재까지 존속하면서 공무원이라는 용어를 밀어내고 수시로 언론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관료라는 오래된 표현에 젖게 되면 정부와 공무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관청과 관리라는 옛 틀 속에서 바라보게 되지는 않을지, 백성은 국민으로 바뀌었는데 관료는 여전히 관료로 남아 있는 이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공무원인 필자로서는 관심이 가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신임공무원 연수를 받던 시절, 목민심서를 가르치던 공무원교육원 교수가 말씀하시길, 목민심서가 훌륭한 책이지만 백성은 양이고 관리는 목민관이라는 관존민비 시각에서 쓴 책이므로 시대적 의미는 새겨 읽으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정부 내에서는 공무원의 현대적 의미를 찾으려는 자발적 움직임이 오래전부터 조용하고도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 20여년 뒤 필자가 공무원교육원의 교수가 되어 보니, 요즘의 공무원 사이에선 공무원을 봉사하는 직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젠 언론과 국민도 공무원을 관료라는 틀에서 꺼내어 헌법적 가치에 맞는 용어로 불러 줄 때다. 순사를 경찰로 바꾸는 등 시대적 가치를 위해서, 또는 직업적 자부심을 위해 사회적 호칭을 정책적으로 바꾼 사례도 많다. 행정뉴스의 선도자인 서울신문에 거는 기대가 특히 크다.
  • [열린세상] 하늘로? 우주로?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비애/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하늘로? 우주로?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비애/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하늘로! 우주로!’ 공군의 구호다. 영공 방어를 위해 하늘은 물론 우주로 비상하겠다는 충정의 외침이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동능력을 자랑한다. 국산 T-50 훈련기로 구성된 공군의 블랙이글스 곡예비행단이 영국 국제 에어쇼에서 최우수상을 타지 않았던가. 우리는 완전한 국산 기술은 아니지만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 영토에서 우주시대를 연 것이다. 이렇게 병행 발전해야 하는 항공과 우주산업의 희소식들이 반가울 따름이다. 어쩌면 나로호 발사의 성공은 공군의 구호처럼 우리 항공우주산업이 ‘하늘로 우주로’ 비상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항공우주력은 매우 도태되어 있다. 합성섬유와 선박 수출, 광학기구와 전자정부의 지수는 세계 1위다. 정보화지수는 3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 5위, 연구개발투자 7위, 무역규모는 7위에 올라 있다. 21세기 한국의 세계 경쟁력을 상징하는 지표들이다. 이에 비해 항공우주산업은 세계 60위권에 머물러 있다. 산업 경쟁력을 고려할 때 항공우주 분야의 낙후한 경쟁력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항공우주공학과로 유학을 가면 학위 취득 후 취업이 어려워 전공을 바꾼다니, 이 정도면 ‘하늘로! 우주로!’는 애잔한 건배 구호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항공우주산업을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안보 면에서 북한은 미사일 및 장거리 로켓 발사체 개발을 통해 항공 우주력을 급성장시켰다. 이는 곧 우리에게 비대칭 위협이다. 대북 억지력의 꽃은 자생적 전투항공력에서 나온다. 우리 능력으로 대북 감시정찰과 도발원점 정밀타격이 실현될 때 실질적인 대북 억지가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전투항공력은 100% 미국산 기종을 사용한다. 일본은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지만, 우리는 완제품을 전량 수입한다. 이런 현실은 동맹의 어두운 면이기도 하지만, 뒤떨어진 항공산업 탓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K-FX)도 흐지부지되는 상황이라 공군과 항공업계는 ‘죽을 맛’이라고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항공우주산업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적합한 산업이다. 정보기술(IT), 전자, 소프트웨어, 기계산업 등 이미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핵심 기술을 집약할 수 있는 융복합 산업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도 매우 높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지식기반, 노동집약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생산액 10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자동차 산업은 일자리 1.9개, 반도체 1.7개, 선박 2.4개의 창출 효과가 있다. 반면 항공우주산업은 3.3개를 창출할 수 있다.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은 침체한 이공계와 기초과학의 중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국산 훈련기 T50 구매 결정은 앞으로 우리가 항공수출 시장에 힘을 기울이면 충분히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후대를 위해 무엇을 물려 줄 수 있는가이다. 30여년 전 무모하게만 보였던 조선·철강·자동차·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개발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지금 누리는 경제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의 비약적 발전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다.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은 후손에게 값진 선물이 될 수 있다. 비싼 운영비를 감수하는 수입 전투기로 언제까지 우리 영공을 지킬 것인가. 항공우주산업은 군 전력 고도화는 물론 자주국방의 꿈을 실현하려면 꼭 육성해야 할 전략산업이다. 지금이야말로 항공우주력의 강화를 위해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 정부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과 발사체 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의 지원 아래 산·학·연과 공군을 공동의 장으로 묶어 항공우주산업의 도약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30년 후엔 후손들이 우리 비행기와 우주발사체를 타고 ‘하늘로 우주로’ 훨훨 날아다니는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 황우여 “중요한 시기 새 이정표 제시 기대”

    황우여 “중요한 시기 새 이정표 제시 기대”

    한·일 두 나라는 최근 정권이 바뀌었거나 곧 신정부가 출범하게 됩니다. 미국은 제2기 오바마 정부가 시작됐고, 중국 또한 시진핑이라는 새로운 지도자 시대를 열었습니다. 미국과 동북아 지역의 중심국가들이 모두 변화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어젠다를 중심으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한·일 양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폭넓고 수준 있는 토론을 통해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주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포럼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동북아 지역은 21세기 세계 중심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곳의 평화와 번영은 곧 세계 평화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 두 나라의 협력이야말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비롯하여 동북아지역의 안정에 기여하게 됨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40여년간 한·일 양국관계를 잇는 튼튼한 교량 역할을 해온 한·일의원연맹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양국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 포럼이 한·일의원연맹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고노 “일본 과거사 확실하게 반성해야 한다”

    고노 “일본 과거사 확실하게 반성해야 한다”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은 아베 신조 총리의 군사대국화 등 우경화 움직임에 대해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과거 항구적인 군사대국화 포기를 선언한 ‘후쿠다 독트린’을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고노 전 의장은 14일 한·일 국제 포럼 초청 특별강연에서 “일본은 과거 한국에 일본의 가치관을 강요한 역사적 사실을 진지하게 직시하고 확실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사실이 반드시 전제돼야만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친구’로서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의 ‘대등하고 상호 유익한 협력 관계’가 ‘일본의 반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재집권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군사대국화 기조에 대해 후쿠다 전 총리의 1977년 필리핀 마닐라 연설인 ‘후쿠다 독트린’을 거론했다. 그는 “일본이 군사 강국이 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쿠다 독트린의 원칙은 일본 외교의 중요한 기본 방침”이라며 아베 정부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 뜻도 밝혔다. 고노 전 의장은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에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청구권에 의거한 배상’이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조약을 체결한 것은 전략적인 큰 결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적으로 말하면 이 조약에는 일본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 문구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가 1998년에 맺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뒷얘기도 전했다. 고노 전 의장은 “김 전 대통령이 오부치 전 총리에게 ‘식민 지배에 대해 문서로 명확하게 사죄의 뜻을 표명한다면 두번 다시 이런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요청해 기본조약 체결 33년 만에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가 문서화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8년까지 일본 측이 명확한 문서로 사죄하지 않은 건 부당한 처사였다”며 “양국 관계를 인의를 바탕으로 구축하려 했다면 (과거사 사죄 문서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이 한·일 관계의 기초를 닦은 지도자라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서로 일방적인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노 전 의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동북아의 핵 위기에 대해 한·일 공동의 이익 추구를 위한 긴밀한 협력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