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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토론 전초전 기싸움

    TV토론 전초전 기싸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TV토론’이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19일 TV토론 전초전을 벌였다. 문 후보는 한국기자협회 주관 토론회에, 안 후보는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 참석, ‘본선’에 대비하며 치열한 논리싸움을 펼쳤다. 두 행사는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지만, 두 후보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시작 전 각각 카메라 앞에 나선 두 후보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되자 두 후보의 눈빛은 확연히 달라졌다. 문 후보는 차분함 속에 자신감이 묻어났고, 안 후보는 특유의 온화한 화법으로 능숙하게 질문을 받아넘겼다. 단일화 TV토론을 앞두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문 후보는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대선 후보 가운데 누가 서민이고 누가 99%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인가.”라면서 “저는 서민의 삶을 살았고 99%에 속한 유일한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예상대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문 후보는 “안 후보 측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원한다면 흔쾌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시간에 쫓겨서 여론조사가 쉽지 않게 된다면 담판을 통해서라도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또 ‘양보 불가론’을 펼치며 안 후보를 압박했다. 그는 “사실상 후보 양보가 불가능하다.”면서 “제가 독단적으로 양보한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또 “대통령 아래서 직책을 맡는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가 마지막”이라면서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총리 등 공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안 후보는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18층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안 후보에게도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안 후보는 “단일화되는 양자 모두 새 정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양쪽 지지자들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그러지 않을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굉장히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의 3가지 자질’로 세계 여러 분야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와 비전 제시 능력, 수평적 리더십, 공정한 인사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적 빚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최고 수준 전문가를 임명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국가보안법 개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국보법이 인권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어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정책과 관련, 안 후보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먼저 대화를 시작하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만나는 것(정상회담)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기 첫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고 공언한 문 후보를 겨냥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책꽂이]

    ●권력을 향한 허상들의 말춤(이철용 지음, 통비결 펴냄) 장애인이자 빈민운동가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저자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불고 있는 안철수 열풍에 대한 반감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1만 2000원. ●덕불고(정두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저자는 육군 3사관학교 7기생으로 중장으로 예편한 예비역 장성. 32사단장 시절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을 도입해 군 문화 개혁 운동을 벌인 주인공으로 이 운동이 어떻게 탄생하고 이어졌는지 설명했다. 또 전역 이후에도 이 운동을 이어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를 꾸려 총재직을 맡고 있다. 1만 4000원. ●세상은 나의 멘토(UNGO아카데미 강사진 지음, 책마루 펴냄) UNGO란 UN과 NGO의 합성어다. 월드비전, 유니세프, 유엔난민기구, 한국국제협력단(KOICA), 참여연대 등 세계기구와 시민단체 쪽에서 활동하는 젊은이 13명이 모여 만든 아카데미다. 국제 활동이나 기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 단체의 실무들을 다뤘다. 1만 5000원. ●하이테크 시대의 로테크(허원순 지음, W미디어) 현대의 속도 경쟁사회에서 행복의 키워드는 하이테크가 아닌 로테크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직 언론인인 저자는 책에서 하이테크와 로테크, 하이콘셉트와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4개의 키워드로 현대 사회를 설명하고 문화의 안목을 키우라고 권한다. 1만 3000원. ●치바이스가 누구냐(치바이스 지음, 김남희 옮김, 학고재 펴냄)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 미술의 값어치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국적인 화풍을 보여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목공 출신 치바이스의 자서전. 피카소가 “치바이스가 있는데 왜 중국 사람들이 미술을 하러 프랑스에 오느냐.”고 되물었다는 일화는 물론 최근 작품이 피카소의 작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화가의 얼굴, 자화상(로라 커밍 지음, 김진실 옮김, 아트북스 펴냄) 미술 평론가로 신문에 관련 글을 기고하는 저자가 초상화 가운데 자화상에만 집중해서 써낸 책으로 뒤러,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뭉크, 반 고흐, 워홀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자화상에 대한 얘기들을 담았다. 화려한 도판과 함께 진행되는 평이한 수준의 설명이 흥미롭다. 3만 5000원.
  • [대한민국 그린건설대상] 건축 대상 - 대우건설 ‘아이타워’

    [대한민국 그린건설대상] 건축 대상 - 대우건설 ‘아이타워’

    대우건설이 짓는 송도 아이타워(I-Tower)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역사적이다. 먼저 국내 첫 유엔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이 아이타워에 들어온다. 환경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GCF가 들어서면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결정들이 이곳에서 열린다. 교토 의정서와 같은 역사적인 협의가 앞으로 이곳에서 이뤄진다. 두 번째로 국내 그린오피스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환경과 기후를 위한 국제기금인 GCF가 들어서는 만큼 아이타워는 친환경·에너지 절약형으로 설계됐다. 마치 GCF가 입주할 것을 미리 예측한 것처럼 친환경·에너지 절약 시스템이 건물 전체에 배어 있다. 먼저 건물 운영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건물에서 자체 생산된다. 연면적 8만 5843㎡ 규모인 송도 아이타워 운영에 필요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1634TOE(석유환산t)이다. 아이타워는 이중 291.49TOE(17.8%)를 태양광과 지열 등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자체 생산해 조달한다. 한마디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빌딩이다. 에너지 활용 측면에서도 탁월한 효율성을 자랑한다. 건물 에너지효율 1등급을 위해 자연형 설계기법을 적용했다. 또 냉·온수의 온도차를 활용한 열원시스템과 폐열회수 활용, 대기전력 자동차단 시스템 등을 이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대우건설이 짓는 아이타워의 장점은 친환경만이 아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최우수등급을 획득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고 초고속 정보통신 인증 특등급을 받아 21세기형 오피스 공간의 모범이 되고 있다. GCF 입주 이후 열릴 국제회의를 위한 시설도 완벽하다. 지상 8층에는 6개 국어를 동시통역할 수 있는 100석 규모의 대회의실 등이 설치돼 각종 국제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모여라, 고3수험생…풀어라, 문화 갈증

    강서구가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을 위한 한마당잔치를 마련했다. 구는 오는 21일과 22일 이틀간 강서구민회관 우장홀에서 ‘2012 거침없이 도전하라’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행사는 예비 사회인으로서 도전정신을 길러 주고 자신의 꿈과 미래의 개척을 위한 동기를 부여해 주기 위해 마련했다. 행사는 오전 9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명사와의 만남, 축하공연, 장기자랑 등이 이어진다. 이틀에 걸쳐 1200여명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는 개그맨 김태호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며, 명지대 응원단 ‘청아’의 축하 공연으로 시작된다. 21일에는 21세기 한국을 이끌어 갈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선정된 백신영 대표가 ‘청소년이여, 세상의 중심에 서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22일에는 서울벤처대학원 이호선 교수가 강사로 나와 ‘연애, 제대로 합시다’라는 주제로 청소년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숨겨진 열정을 이끌어 낸다. 노현송 구청장은 “이 행사가 수능시험으로 억눌렸던 수험생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고, 열정과 패기를 가진 도전 정신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위기의 한국호 해법-전문가에게 묻다] 소선거구제 폐지해 지역 정치독점 깨야

    [위기의 한국호 해법-전문가에게 묻다] 소선거구제 폐지해 지역 정치독점 깨야

    ‘2012년 한국’은 각 부문에서 난국에 빠져 있다. 국내적으로는 지역과 이념에 찢긴 갈등 구조가 세대 간, 계층 간 분열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 경제는 초유의 2%대 성장에 직면한 가운데 미래를 열 동력 자체가 시들어 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주요 2개국(G2) 대결이 격화되면서 우리의 대외 전략이 뚜렷한 방향 없이 표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가 상징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쉽사리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달 19일 치르는 18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위기의 ‘한국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이정표가 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대안이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거전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분야별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차기 정부가 풀어 나가야 할 위기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처방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12일 “우리 사회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산업화, 민주화 세대의 갈등 구조를 뛰어넘고 21세기 한국호를 이끌어 갈 통합과 다원화라는 시대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과 그 정부에는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 상황을 해결해 나갈 덕목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우리 사회가 당면한 세대 갈등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 안전망 구축과 분배 기능의 효율적 작동, 공공정책 수준의 자영업자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망국병인 지역 갈등 해법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지역 균형 개발 발전 전략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정치적 해법으로는 소선거구제·정당추천제 폐지를 통한 특정 정치 집단의 지역 독점 차단을 꼽았고 권역별·거점별 명문대 설립, 지역 자원 활용과 지역별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을 비롯해 저성장과 글로벌 위기라는 복합 경제 불황 속에서의 한국의 생존 전략,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양극화 문제, 1987년 헌법 체제 속에서 진영 논리에 갇힌 한국의 정치 불신 구조, 미국과 중국의 권력 교체 속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 등을 차기 정부와 대통령이 풀어 나가야 할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시론] G2 지도부 교체,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시론] G2 지도부 교체,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12년 동북아 정치에 있어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영향력이 큰 사건은 역내 국가들의 지도부 교체일 것이다. 2012년 11월 미국과 중국, 소위 ‘G2’의 연이은 동반 지도부 교체는 아시아 차원을 넘어 21세기 국제정치에 새로운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한국 대선은 동북아 지도부 교체의 종지부를 찍는 이벤트이다. 오늘날 지구촌 사회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본격적인 긴축재정 시기를 맞이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미·중의 상호협력 필요성은 단순히 양국의 국가이익 도모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국제적 차원에 걸쳐 산적해 있는 주요 현안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화와 함께 다양한 행위자로의 권력 분산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세계 지도자급 국가들 간 협력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극복과 국제사회의 안녕에도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의 양대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중은 정치전통, 가치체계 그리고 정치문화의 근본적 차이로 인해 구조적 불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다가오는 위협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도 미국이 중국을 돕기 위해 아니면 해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 미·중 간 서로의 의도에 대한 이러한 불확실성은 양국 간에 나타나고 있는 권력의 불균등한 변화로 인해 그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켜 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세계 전략은 제1기 때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특히 긴축재정 시기를 맞이해 ‘현명한 축소 전략’과 ‘선택적 개입 전략’ 사이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그 핵심은 대중(對中) 전략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제2기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은 위험 분산화를 의미하는 대중 헤징 전략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균형 요소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우방국 및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의 안정을 확보하면서 대중 견제와 동맹국 안전을 재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안보 전략은 구체적으로 소위 ‘3+3 체제’ 구축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은 가능하다면 대중 균형과 동아시아 안보 차원에서 ‘미국-일본-한국’, ‘미국-일본-호주’, ‘미국-일본-인도’로 이어지는 3각 안보체제를 구축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새로 출범하는 미·중 양국의 지도부가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모두 수렴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양국의 새로운 지도부 출범 이후 단기적으로는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의 정신으로 양자적, 지역적 그리고 지구적 수준에서 공동의 이익창출을 위해 협력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부상과 쇠퇴·축소라는 양국의 권력 변화에 따라 미·중 관계의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는 수렴보다는 상충되는 상황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의 출범과 더불어 2013년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미·중 간 전략적 관계 양상은 양국의 안보전략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기존 안보전략의 검토와 새로운 대안적 안보전략의 모색을 강하게 추동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 관계의 한반도 정치는 미·중의 전략적 관계 변화로부터 구조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 차원에서 전개되는 미·중 강대국 정치의 다양한 형태와 성격은 남북한의 한반도 정치에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미·중 강대국 정치의 적폐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적으로 남북한의 한반도 정치에서 서로에 대한 정책 방향 및 접근 방법에서 최소한의 공통적 입장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르고’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아르고’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나자 절대 권력을 누리던 팔레비 국왕은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를 싸고도는 미국에 맞서 민간인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는 것으로 항의를 표시한다. 이 와중에 민감한 골칫거리가 불거져 나온다. 6명의 영사관 직원들이 몰래 빠져나간 것이다. 캐나다 대사관저로 도피한 그들의 존재를 이란이 알게 되면 국제 문제로 비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들을 구출하려고 중앙정보국(CIA)의 인질 구출 전문가 토니 멘데즈가 선택되고 그는 영화 ‘혹성탈출’에서 영감을 얻은 작전을 구상한다. 멘데즈는 가짜 영화의 촬영이 이란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꾸민 다음 직접 적진에 들어가 기상천외한 계획을 진행한다. 현실이 영화적일 때가 있다. ‘아르고’(10월 31일 개봉)의 소재인 인질 구출 작전이 그 예다. 멘데즈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봄 직한 작전을 구사한다. 이란에 숨어 있는 미국인 여섯 명의 신원을 캐나다인으로 바꾸고 그들이 영화 스태프로 행세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생사가 걸린 문제였기에 당사자들은 목숨을 걸고 작전에 임했으며 CIA와 할리우드의 관계자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작전을 뒷받침해야 했다. 20년 가까이 기밀에 부쳐진 사건의 전모는 21세기에 이르러 공개됐다. 할리우드가 놀랄 만한 소재를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여기에 성공적인 감독 경력을 쌓는 중인 벤 애플렉이 투입돼 연출과 주연을 겸했다. 영화 같은 사건은 한 편의 영화로 묘사된다. 시대와 사건의 사실적인 재현보다 영화적 표현에 더 치중했다는 말이다. 실제 사건에 대한 정보 없이 ‘아르고’를 보면 1980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정치 스릴러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시시각각으로 죄어 오는 이란 측의 손길과 억류된 인질을 교차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시선이 바깥으로 흐르지 않도록 복잡한 정치 상황 대신 사건 자체에 관심을 집중한다. 사실과 재현의 차이, ‘아르고’는 그것을 십분 활용한다. 출국을 기다리는 미국인들을 도마 위의 생선처럼 다루는 클라이맥스는 실로 효과적이어서 보다 까무러칠 정도다. ‘아르고’의 장점은 역사적 사건을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느끼게 한 데 있다. 비교적 긴 상영 시간의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기도 힘들다. 하지만 영화가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는지는 의문이다. 극 중 작전은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담과 다를 바 없이 전개되며 이야기는 철저하게 작전 당사자의 시선 안에 머물러 있다. 인질 억류 사건의 역사적 의미는 거론되지 않거니와 때때로 이란 측을 야만스럽게 묘사해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장르 영화였다면 눈을 감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1980년대 사건을 지금 불러냈을 때는 더욱 냉정하고 정직한 태도가 요구된다. 배우로 익숙한 애플렉은 ‘가라, 아이야, 가라’와 ‘타운’을 연출해 감독으로서도 호평을 들었다. 두 사회물에서 그가 던진 질문은 설득력 있는 것이었고 주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자세 또한 좋았다. 애플렉은 ‘아르고’를 통해 영화를 장악하는 능력이 일보 전진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동료 배우인 조지 클루니가 메가폰을 잡을 때 그렇듯 이번에 애플렉은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인물에 대한 진심이 재미와 과욕에 묻힌 점은 아쉽다. 그에게 필요한 건 기교보다 인간에 대한 원숙한 이해다. 영화평론가
  • [씨줄날줄] 한글날 ‘부활’/박정현 논설위원

    한글은 우리 민족의 영욕과 궤를 같이한다. 민족이 질곡에 처했을 때 한글은 무시당했고 천대받았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지만 그것은 완전한 글이 아닌 반글, 속된 글자라는 뜻의 언문으로 불렸다. 중국과의 사대관계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부녀자와 어린아이를 위한 글이라는 굴레를 벗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한글이라는 온전한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913년 주시경 선생에 의해서다. 하지만 일제하 한글은 명맥만 유지할 뿐, 학교에서 주로 사용된 문자는 한자와 일본의 문자인 가나(?名)였다. 광복을 맞고 나서 1945년 10월 9일이 한글날로 지정됐고 이듬해 훈민정음 반포 500주년을 맞아 한글날은 공휴일로 정해졌다. 한글과 한글날이 명실상부하게 우리 글로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그러나 1991년부터 한글날은 국군의 날과 함께 사뭇 황당한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완된 사회분위기를 바로잡고, 10월에 집중된 연휴를 줄임으로써 수출 부진 등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한다는 게 당시 정부의 설명이다. ‘공휴일 한글날’이 사회분위기를 흐리고 수출 입국에 차질을 준다는 어설픈 개발경제·성장제일주의 시대의 명분에 밀린 것이다. 한글이 어떤 문자인가. 566년 전 창제된 한글의 우수성은 디지털 시대에 최고의 알파벳으로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로 5초면 작성하는 문장이 한자나 가나로는 35초나 걸린다. 광속의 시대에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문자가 바로 한글이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은 그의 책 ‘알파 베타’에서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한글의 위상은 격하됐다. 한글날이 내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다고 하니 만시지탄이다. 2005년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바뀐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노는 날 하나 더 는 것으로 가볍게 봐 넘길 일이 아니다. 공휴일 지정의 사회적 편익이 5조원에 육박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한글 국경일로 만들어야 한다. 한글은 한류(韓流)의 꽃이다. 삼성 사장단이 최근 ‘21세기와 훈민정음’이라는 특강을 들었다고 한다. 훈민정음에 담긴 혁신·위민의 정신을 배우자는 뜻에서 였을 것이다. 대선의 계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세종대왕의 정치’가 그립다. 한글의 가치는 우리가 지킬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커버스토리] 1970년대를 사는 사람들

    [커버스토리] 1970년대를 사는 사람들

    ‘충남의 알프스’, 대중가요 ‘칠갑산’으로 알려진 충남 청양군. 군 전 지역을 통틀어도 산부인과와 영화관이 없다. 소아과 병원도 없다. 백화점은 고사하고 할인점도 없다. 금융기관은 농협과 새마을금고뿐이다. 수십억원짜리 호화 주택과 외제차가 홍수를 이루고, 없는 것 없는 생활 편의시설에 과소비와 명품이 판친다는 소식은 이곳 주민들에게 딴나라 얘기일 뿐이다. 정부는 도농 간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학자들은 수많은 해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농어촌의 주거환경과 가난한 자치단체 살림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으며 주민들의 신음소리는 커지고 있다. ●소아과·어린이 치과 없어 보령·서산으로 2일 청양읍내. 한낮인데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자동차들만 부지런히 어디론가 달려갔다. 건물은 낮고 허름했으며, 골목에서는 창문이 깨진 빈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청양군 인구 3만 2000여명 중 40% 가까이가 모여 사는 읍내조차 눈부신 발전을 일군 한국에서 완벽하게 소외된 풍경이다. 소아과가 없어 아이가 아플 때마다 30분 이상 차를 몰고 홍성이나 예산으로 간다는 주부 구모(23)씨는 “응급실이나 입원할 수 있는 병원도 없어 아이들이 갑자기 아프면 마음을 졸인다.”며 “아이들이 폐렴으로 보령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매일 왕복 한 시간을 다녀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구씨는 세 살, 네 살 두 딸을 아산에서 낳았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마도나(30)씨는 “어린이 치과가 없어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한 시간씩 걸려 서산으로 나가 치료를 받고 온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영화관이 없어 군이 매달 말 문화예술회관에서 영화를 상영해 준다. 군 관계자는 “수백만원을 들여 영화 배급처에서 ‘연가시’ 등 최신작 필름을 사와 틀어 준다. 상영할 때마다 500석이 가득 찬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197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든다. 생활·문화도 21세기가 맞나 싶다. 그 흔한 햄버거 가게도 최근에야 생겼다. 주민들은 대형 마트를 가기 위해 홍성이나 보령, 심지어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대전까지 달려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다양한 상품을 좀 더 싸게 사려고 ‘원정 쇼핑’을 떠나지만 기름값 등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든다고 주민들은 볼멘소리다. ●어린이집 교사도, 군청 공무원도 떠날 생각만 읍내에서 가게를 하는 김영미(가명·45)씨는 “휴일이면 주민들이 도시로 쇼핑을 하러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가 손님이 없다. 일요일에는 문을 닫을 생각”이라며 “평일에도 오후 7시만 되면 지나가는 사람이 없고 가게 문을 닫아 거리가 깜깜하다.”고 전했다. 열악한 생활 인프라가 다른 지역에서 소비하게 하고, 결국 지역의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을 불러오는 형태다. 반면 단란주점과 노래방은 5곳과 10곳, 다방은 30곳에 이른다. 별다른 위락시설이 없는 탓이다. 다른 지역에서 온 어린이집 미혼 여교사들은 퇴근 후 갈 데가 없다고 떠나고, 군청 공무원들조차 매년 20명 안팎이 다른 지역으로 전출을 간다. 노인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하루 종일 마을회관에서 지낸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에 자기 집 구들장을 데울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읍내1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최기순(80)씨는 “젊은이들도 해먹을 게 없다고 떠나는데 늙은이들이 무슨 돈벌이냐. 이웃에 기름값 부담을 줄까봐 마실도 안 간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후진타오 10년의 명암] (중)군사력 바탕 ‘힘의 외교’

    [후진타오 10년의 명암] (중)군사력 바탕 ‘힘의 외교’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대하고, 각자의 이익을 존중하며 중대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협조를 강화해 21세기 새로운 대국관계와 국제관계를 건설해야 한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지난 7월 8일 베이징 칭화(淸華)대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서 ‘새로운 대국관계 건설론’을 들고나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대의 외교가 이젠 ‘도광양회’(韜光養晦·칼집에 칼날의 빛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다)를 뛰어넘어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를 하겠다는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라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협력자로서 세계 질서의 새판을 짜겠다는 것이다. 이 처럼 ‘후진타오 시대’는 한마디로 ‘힘의 외교’가 시작된 것으로 요약된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커진 덩치를 바탕으로 힘을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얘기다.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동남아 국가들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서 그런 실태가 이미 나타났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 분쟁 대상국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에게 공동개발 카드를 제시하며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분쟁은 당사국 간 양자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며 무력을 배제하려는 듯한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중국이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발전하고 세계평화를 도모한다는 ‘화평굴기’(和平?起)의 외교 전략을 표방해온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4월 이후 스카버러섬(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을 놓고 필리핀과 해상 대치를 강행하는가 하면, 일본과의 센카쿠 분쟁에서도 강공책으로 일관하며 ‘힘의 외교’를 과시했다. 스카버러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 정부는 5월 필리핀과 해상 대치 사건이 발생하자 그 보복으로 자국민의 필리핀 여행을 제한하는 한편, 필리핀산 농수산물 검역 강화 등으로 기를 꺾었다. 앞서 2010년에는 자국 어선이 센카쿠열도 부근에서 일본 순시선에 나포되자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로 일본을 ‘굴복’시켰다. 중국 외교의 강경 일변도 정책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맞서 남중국해 제해권(制海權)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급증의 산물이고, 대내적으로는 고조되는 민족주의적 여론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 베이징 정가의 분석이다. 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과의 분쟁을 최대한 억제해왔으나, 지금은 그 틀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힘의 외교’의 동력은 경제력이 뒷받침된 ‘군사 굴기’에서 나온다. 중국은 1990년대 초반 인민해방군 전력 증강을 외치며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비율로 국방예산을 늘려왔다. 올해 국방예산은 1067억 달러(약 116조 3500억원)를 기록,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미 2007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사대국으로 도약한 바 있다. 특히 지난 9월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을 정식 취역시켰고, 스텔스기인 젠(殲)-20과 ‘항모 킬러’로 불리는 대함 미사일 둥펑(東風)-21,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 등 신종 첨단 무기를 선보이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에 장성급 전략기획부를 신설, 군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육·해·공군 각 병종별로 전략 부서를 가동했지만,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전략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통합 전략부서를 만든 것이다. 후 주석의 지시로 신설된 전략기획부는 중대 전략 연구, 군 건설 발전기획 및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군 전략 차원의 배치와 통제 방안을 건의하는 등 군의 거시적 기획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경제발전으로 인민해방군이 업그레이드되면서 통합 전략의 필요성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씨줄날줄] 인문주간/진경호 논설위원

    통신과학기술의 맹아라 할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세상은 두 가지에 열광했다. 하나는 당연히 아이폰이고, 다른 하나는 인문학(humanities)이다. 스티브 잡스가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게 다 그의 인문학적 소양 때문이라더라는 얘기에 세상은 너나없이 인문학을 파기 시작했다. 인텔은 정보기술(IT)과 인문학을 융합하는 연구소 IER을 만들었고, 구글은 지난해 채용한 6000명 가운데 5000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채웠다. 삼성 등 다른 굴지의 기업들도 앞다퉈 인문학 분야 전문인력들을 중심으로 연구소와 팀을 만들고 충원했다. 산업화 시대 쓰잘 데 없는 천덕꾸러기가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첨병으로 개벽하다니, 많은 인문학자들이 만세를 부를 법도 하다. 한데 실상은 좀 다른 듯하다. 자아(自我)에 대한 부단한 성찰을 추구하는 인문학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돈벌이를 위해 타자(他者)를 집요하게 염탐하는 도구로 전락해 가는 현실, 인문학의 또 다른 상실을 대하면서 쓴웃음을 짓고 있다. 인문학의 세 기둥인 문(文)·사(史)·철(哲) 가운데 문학, 그 가운데서도 소설의 초라한 추락이 인문학이 변주(變奏)되고 있는 딱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발간된 소설은 1814종으로 1년 전 2231종에 비해 19%나 줄었다. 번역된 해외문학도 1756종에 그쳐 한 해 전 2030종보다 14% 감소했다. 인문학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지만, 소설가 고 이청준이 ‘귀항지 없는 항로에서 헤맴의 과정을 통해 길어올린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한 소설, 그 인문학의 뿌리는 정작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익은 가을 한복판으로 인문주간(10월 29일~11월 4일)이 흐르고 있다. 29일 세종로공원에서 지난 10년 인문사회 기초학문 연구 성과를 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전국 32개 대학과 도서관, 문화원 등에서 풍성한 인문학 콘서트가 펼쳐지고 있다. 오늘부터는 부산 벡스코에서 제2회 세계인문학포럼이 막을 올린다. 상실의 세태를 반영한 듯 ‘치유의 인문학’을 주제로 한 포럼엔 국내에 많은 독자를 지닌 사회학자 미셸 마페졸리 파리5대학 교수 등 국내외 석학 60여명이 참여, 인문학의 현주소를 조망한다. 굳이 갈 것까지 없다. 인문주간을 맞아 선정된 270종의 관련 서적 가운데 몇 권 뽑아드는 것만으로도 이 가을 나를 찾는 길로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 http://www.facebook.com/inmunlove, http://blog.naver.com/inmun_love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이공계 대학(원)생 대상 ‘찾아가는 프론티어 연구포럼’ 개최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는 1일 ‘찾아가는 프론티어 연구포럼’을 2일부터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포럼은 2일 한양대를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고려대, 국민대에서 대학별로 2~4차례씩 총 10회 걸쳐 개최될 예정이다.  이 포럼은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과 글로벌프론티어사업에 참여하는 우수 연구자들이 전국 주요 대학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기초원천기술 개발의 중요성과 국내외 기술개발 트렌드 및 전망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다.  2일 첫 포럼에서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개발 사업단’의 신형철 한림대 의대 교수가 뇌와 기계와의 접속을 통해 뇌 신호로 동물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인간이 이를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9일에는 인간과 가상세계, 로봇이 교류하고 경험하는 시스템 연구(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 권정흠 박사), 16일에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개념의 태양 및 연료전지 연구 분야(차석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주제로 포럼이 열린다.  최건모 센터장은 “이번 연구포럼은 정부 주도로 차세대 유망 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장기 대형 국책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이공계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의 진로 결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 사업’은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이 가능한 국가 전략기술 분야를 선택, 1999년부터 집중 개발해 온 교과부의 대표적인 장기 대형 국책 R&D 사업이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潘총장 “방북 등 한반도 비핵화 직접관여 검토”

    潘총장 “방북 등 한반도 비핵화 직접관여 검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적절한 여건이 갖춰질 경우 북한을 방문하는 등 제가 직접 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 연설을 통해 “평화롭고 비핵화된 한반도 건설을 위해 제게 주어진 소임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기후 변화와 여성·아동 인권 등 범세계적인 의제를 주도하고 인류 복지 향상에 이바지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6월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반 총장은 또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촉구에 귀를 기울이고 범세계적 가치와 인권 존중을 통해 주민 삶을 개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영토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중·일 긴장 관계에 대해서도 “역내 지도자들은 자제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하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문제 해결을 추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1세기 공공외교와 문화의 새로운 지평’ 국제학술회의에도 참석해 오는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엔은 한국 내에서 스포츠 남북 단일팀이 조직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安 “투표시간 연장해야”… 국민청원 돌입

    安 “투표시간 연장해야”… 국민청원 돌입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1971년 정해진 ‘12시간 투표’가 40년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 21세기인데 선거시간은 70년대에 멈춰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민주노총도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어 야권이 투표시간 연장을 놓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2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열린 ‘투표시간연장 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해 “이제 국민이 투표시간을 바꿔 달라.”면서 “국민은 국민청원법에 따라 정부에 투표시간 연장을 공식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 후보 측은 투표 시간을 현행 ‘오전 6시~오후 6시’에서 ‘오전 6시~오후 8시’로 2시간 연장하는 내용의 국민입법 청원운동에 들어갔다. 안 후보는 “선거법을 한 줄만 고치면 되는데 국회에서는 몇 년째 이 법안이 잡혀 있다.”면서 “투표시간 연장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유권자, 휴일에도 근무하는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하면 당장 이번 선거부터 투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며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안 후보는 “박 후보가 100%의 대한민국을 말하는데 그 말이 진심이라면 우선 100% 유권자에게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누구보다 앞장서서 선거법 개정에 동참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 민주노총 등도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등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표시간 연장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문 후보도 이날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린 대전·충남·세종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투표시간 연장 방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이미 한 번 무산됐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한 의견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자료에서 “중앙선관위는 투표시간 2시간 연장에 100억원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국회 예산처는 33억원이면 된다고 한다. 설사 수백억원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210억원이 소요된 재외국민투표와 비교하면 큰 비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 북 페스티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났다. 박 시장이 “선거과정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힘들고 골치 아픈 일이 많은데 즐겁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안 후보는 “시민을 만나고 얘기하다 보면 나도 즐겁고 좋다. 선거 과정이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화답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Weekend inside-고물상의 진화] 옛날 넝마주이 아냐… 일부 자원수집업체 “대기업 안부러워”

    [Weekend inside-고물상의 진화] 옛날 넝마주이 아냐… 일부 자원수집업체 “대기업 안부러워”

    26일 오전 6시 30분.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실내 고물상 ‘21세기자원’에 들어서니 새벽 일찍 가져온 폐지 뭉치를 처리하는 이경삼(41) 사장의 손길이 분주했다. 건물 내부에 50㎡(16평) 규모로 자리 잡은 이 업체는 고물상으로 보기 힘들 만큼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덴마크에서 직수입한 무소음 초고속 압축기에 폐지들을 나눠 넣자 몇 초 만에 300㎏ 단위의 직사각형 블록으로 자동 가공돼 나왔다. 예전처럼 지저분하게 폐지를 쌓아 두었다가 힘들게 트럭에 옮겨 담을 필요가 없어졌다. 8년 전 이 일을 시작했다는 이씨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고물상 네 곳을 직접 운영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사업 경험을 토대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주택 밀집 지역 등에 편의점 형태의 ‘도심형 자원수집센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장은 “5~6년쯤 뒤면 깔끔한 인테리어와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도심형 고물상들이 편의점이나 세탁 전문점처럼 곳곳에 생겨날 것”이라면서 “국가적으로 볼 때도 자원 활용률을 높이고 안정적 고소득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험한 일’로 분류돼 기피대상이었던 고물상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고소득 전문직이 유입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조(兆) 단위의 매출을 거두는 거부들도 생겨났고, 프랜차이즈 형태의 업체들도 등장했다. 최근 폐자원 가격 급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글로벌 자원 전쟁’ 시대에서 자원수집 사업은 영원히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업체도 생겨나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자원수집업체 수는 1만 200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미등록 업체까지 더하면 3만곳이 넘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통상 자원수집상은 사업 규모와 영업 방식에 따라 ▲소상(小商) ▲중상(中商) ▲대상(大商)으로 나뉜다. 소상은 흔히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고물상들로, 개인에게서 고철이나 폐지를 사 모은다. 중상은 소상이 모은 폐자원을 사서 대상에 넘기는 역할을 하고, 대상은 이들에게서 고물을 구입해 용도별로 재가공한 뒤 제철소나 제지소 등에 납품하는 업체를 말한다. 자원수집 업체들의 경제력은 일반인들의 통념을 뛰어넘는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300~400곳으로 추산되는 대상들의 연간 매출은 최소 100억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조 단위 실적을 내는 곳들도 생겨났고, 지난해 1649억원의 매출을 거둔 고철수집업체 ‘자원’은 코스닥에 입성하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 넝마주이 시절의 관점으로 자원수집상들을 바라보면 이들의 진정한 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자들이며 영향력도 크다.”고 말했다. 현금 거래 위주인 업계의 특성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중상들도 연매출이 20억~30억원에 달하고, 소상 또한 2억~3억원은 거뜬히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지간한 소상 업체를 인수하려 해도 ‘억 단위’ 권리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자원수집상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자원재활용협회 관계자는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소상 사장들도 일반 직장인보다는 많은 수익을 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업다각화·2세경영·프랜차이즈도 등장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원수집 업체들도 위상에 걸맞게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상들의 경우 이미 폐가전제품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도시광업’에 뛰어드는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추진하거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대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원’의 경우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일본과 중국의 종합리사이클링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서재석 대표를 영입했다. 조인배 한국자원재활용협회장은 “일부 업체들은 경영학을 전공한 2세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한 소·중상들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려 프랜차이즈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모집하는 고물상 업체만 해도 수십곳에 달한다. 이들은 신규 창업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폐자원 수집 기법을 전수하고, 이들이 수집한 폐자원을 모아 대상으로 성장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내에선 초기 단계지만, 수집한 폐기물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폐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고물로 수집된 책들을 깔끔하게 다듬어 새 책처럼 만든 뒤 중고서점 등에 고가에 판매하거나, 가구·헌 옷 등을 선별해 손질한 뒤 유명 구제 브랜드나 업사이클링숍 등에 납품하는 식이다. 이렇듯 ‘폐자원은 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과거와 달리 ‘3040’ 젊은 세대의 사업 진출도 늘고 있다. 다른 사업과 달리 고물상은 아직도 5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창업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다 보니 고물상 창업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도 다수 생겨나 활동 중이다. 경기 지역의 한 고물상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만 해도 직장에서 명퇴한 50대 이상 분들이 고물상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30~40대 대졸 출신들이 상당수”라고 소개했다. ●최근 고철·폐지 수지타산 못맞춰 다만 최근 경기 불황으로 자원수집상들의 경제적 여건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당 최대 400원이던 고철이 올해 들어서는 200원대로, ㎏당 최대 200원이던 폐지는 50원 선까지 떨어졌다. 고철의 경우 건설경기 악화로 직격탄을 맞았고 폐지 역시 제지업계가 일제히 감량 비율(폐지 구매 시 수분 및 이물질 분량으로 가정해 일괄적으로 빼는 비율)을 크게 높이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한국자원재활용협회 회원 수도 2007년 3600여명에서 올해는 3100여명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자원수집상 프랜차이즈 업체인 포인트카본코리아 관계자도 “올 초까지만 해도 고물상 창업 문의가 꾸준히 들어왔지만 가을 들어 거의 끊겼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이 사장은 “상황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창업하면 월 최대 300만~40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여력은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자원재활용협회 관계자는 “회원들 가운데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지만 조만간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낙관하는 이들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열린세상] 하멜과 한글/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열린세상] 하멜과 한글/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소설 하멜’을 읽었다. 소설가이자 국제문제 대기자인 김영희의 최신작이다. 1653년 효종 4년에 제주 해안에 표착한 헨드릭 하멜 일행은 조선에서 억류 생활을 하다가 1666년 일본 나가사키로 탈출했다. 이 13년 세월은 한국과 서양 사이에 최초의 만남이 이루어지던 역사적 시간이었다. 우리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하멜의 조국 네덜란드는 조선보다도 작았지만 당대 유럽 최강국이었다.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대의 항구이자 20세기 미국의 월스트리트에 맞먹는 유럽의 경제 중심지였다. 당시 유럽이 보유한 선박의 4분의3이 네덜란드 국적이었다. 그들의 배는 5대양을 누비고 다닐 만큼 크고 성능도 좋았다. 러시아의 개혁 군주 표트르 대제가 신분을 숨기고 조선 기술을 배워간 곳도 네덜란드였다. 프랑스 역사가 브로델의 말처럼 17세기 유럽사의 주인공은 네덜란드였다. 이 무렵 네덜란드에서는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을 쓰고 있었고, 유대인 스피노자는 렌즈를 연마하면서 철학을 연구하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막강한 제해권을 바탕으로 북아메리카 허드슨 강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그 중심지를 뉴암스테르담이라 칭했다. 17세기 후반 영국이 이곳에 진출하면서 네덜란드와 경쟁을 벌인 끝에 이 도시를 장악하고 이름을 뉴욕으로 바꾸기 전까지 뉴암스테르담은 번영을 누렸다. 네덜란드인은 바타비아(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를 거점으로 타이완, 일본 등과도 활발한 무역 활동을 벌이면서 아시아 무역의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우리가 수십년 전 겨우 눈뜬 ‘세계경영’을 그들은 이미 17세기에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하멜 일행은 선진국 선원답게 제각기 기술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지식은 조선에 쓸모가 큰 것들이었다. 그들은 조선술, 소총·대포 제작, 축성, 천문학, 의술 등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러나 효종과 그의 신하들에게는 그들의 쓸모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었다. 한양으로 끌려온 세계 일등 선진국 선원들은 기껏 국왕 호위에 장식품으로 동원되고, 사대부 집에 불려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주면서 푼돈을 벌었다. 작가 김영희의 말처럼 조선 조정이 그들의 표착을 계기로 넓은 세상에 눈을 뜨고 미래를 준비했더라면 그후 한국 역사는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선조에서 효종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국왕과 신료들은 무능한 데다 국제감각도, 역사의식도, 국가전략도 없었다. 못난 조상들이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보름 전 한글날 이야기다. 필자가 지난 칼럼(9월 19일 자 ‘열린 세상’)에서 예상했듯이, 언론 보도는 한글의 과학성 예찬 등 하나같이 ‘언어학 담론’에 갇혀 있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진부한 한글 자랑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한글 자랑이 과장이나 거짓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과학성보다 천 배, 만 배 중요한 ‘콘텐츠 확충’ 없는 한글 자랑은 허망하다는 것을 강조하려 함이다. 한글 콘텐츠 확충의 핵심이 ‘번역’임을 말하고자 함이다. 전 세계의 지식을 온 국민이 모국어만으로도 습득할 수 있는 ‘지식 민주주의’의 실현은 우리에겐 가당치도 않은 꿈일까? 별 볼일 없는 2등 국민이라서?(일본은 이미 해낸 일이다) 한글을 지렛대 삼아 독창적 문화를 발전시켜 백범 김구가 말한 ‘문화 강국’을 건설한다면 우리도 ‘세계사적 사명’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모국어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품자! 2008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거행된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는 인간이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할 때 가장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21세기에 우리의 독창적 문화를 창조하는 일이 무가치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번역을 통한 한글 콘텐츠의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과학성 타령이나 하면서 언어학 담론에 국한시키기엔 한글의 가치가 너무나 크다. 다이아몬드(한글)로 공기놀이나 구슬치기만 하고 만족한다면, 하멜 일행을 데려다 춤추게 하고 노래나 부르게 하던 우리 조상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석을 보석으로 대접하고 활용하는 역사의식과 국가 전략이다. 100년, 500년을 내다보는 문화적 비전이 절실하다. 과학성 타령이나 하면서 언어학 담론에 국한시키기엔 한글의 가치가 너무나 크다. 다이아몬드(한글)로 공기놀이나 하고 만족한다면, 하멜 일행을 데려다 춤추게 하고 노래나 부르게 하던 조상들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 김무성 국면전환용 ‘新매카시즘’ 논란

    김무성 국면전환용 ‘新매카시즘’ 논란

    대선을 50여일 앞둔 새누리당이 구태의연한 ‘색깔론’를 또 꺼내 들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돌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물타기’가 아니냐고 지적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24일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에 대해 “안 후보가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복지 확충 재원에 대해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쓰자’는 식의 대답을 했는데 이는 마르크스가 공산주의를 주창하며 사용한 슬로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이 구절이 등장한 전후 맥락을 보면 김 본부장의 주장에 고개를 젓게 된다. 안 후보는 저서에서 “우리가 희망하는 복지국가를 건설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의 재원으로는 모두가 바라는 나라로 갈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낮은 복지 지출을 지적했다. 이어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점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며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쓰자.”고 밝힌 것이다. 특히 “의료보험처럼 소득 수준에 따라 능력대로 세금을 더 내고 필요한 복지 혜택을 받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이를 “복지에 대해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얘기 두 가지를 했다.”고 힐난했다. 이어 “전 세계의 반을 차지했던 공산주의 국가가 74년 만에 패망한 것은 능력대로 일하자고 했지만 슬로건과 달리 노동의 동기 부여가 없어져 생산성이 급속도로 약화됐기 때문”이라면서 안 후보의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를 공산주의 패망의 원인으로 둔갑시켰다. 사실상 복지 지출을 위해 세금을 더 걷자는 안 후보의 ‘생각’을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슬로건’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지나친 논리적 비약으로 볼 수 있다. 김 본부장도 선대위 취임 일성으로 부유세 신설과 복지 포퓰리즘 반대를 주장했다. 이 같은 색깔론에 대해 당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1세기 유권자들이다. ‘신매카시즘’이 ‘안철수 현상’을 이길 수 있다고 보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색깔론은 보수층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외연 확대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김 본부장이 색깔론을 꺼내 든 것은 정수장학회 문제로 비롯된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與내부 “끝없는 논쟁 야기”… 野 “1970년대 대선후보”

    與내부 “끝없는 논쟁 야기”… 野 “1970년대 대선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정수장학회 해법이 인혁당 발언 논란에 이어 또다시 역풍을 맞고 있다. 인혁당 발언에 이어 지난 21일 박 후보의 기자회견도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강제 헌납 과정과 사법부의 판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시각에서 재단했다는 비판이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이 6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사 프레임으로 위기를 맞지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의 이상돈 위원은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 박 후보의 전날 입장 발표에 대해 “실망을 넘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에 있었던 일(장학회 헌납)은 지금 기준으로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서 “헌정이 일시 중단된 시기인데 그 시절 조치를 정당하다고 하면 끝없는 논쟁을 또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오 의원 역시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쿠데타가 아니었으면 부일장학회를 강탈할 수 있었을까.”라면서 “정수장학회는 법의 잣대가 아니라 국민 눈의 잣대로 봐야 한다.”며 박 후보의 전향적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당 지도부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일단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는 기류다. 한 최고위원은 “인혁당 발언 때와 달리 이번엔 본인도 관여된 일이라 여파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용진 공동선대위원장(전 헌재소장),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전 대법관) 등 법률 전문가와 법률지원단을 곁에 두고도 박 후보에게 법원 판결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권은 박 후보의 역사적 인식 부재와 사법부 판결의 독해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역사와의 불통’ 이미지를 문제 삼았다. 특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은 “2012년 대선에 출마한 1970년대 후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문 후보 측 이낙연 선대위원장은 “박 후보의 심리적 문제는 사고 정지, 즉 생각이 멈춰 있다는 점”이라며 “박 후보의 사고가 박정희 시대에 멈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스스로 예고했던 기자회견에 가장 기초적인 자료마저도 주변에서 준비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쪽지를 전해 줄 정도로 (새누리당) 전체의 사고가 정지된 것이 아니냐.”며 당내 불통 현상을 꼬집었다. 이인영 선대위원장은 “박 후보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유체이탈’ 화법을 반복하고 있다.”며 “김지태씨 일가가 부패 혐의로 몰리니까 헌납한 것이라고 하는 건 장물에 대한 사후 알리바이 조작”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국민은 21세기에 있는데 (박) 후보가 70년대라면 그런 선택지 앞에서 국민이 무엇을 느끼겠는가.”라고 반문했으며, 유민영 대변인은 “2012년 대통령 후보인데 인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그런 인식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미주통신] 美 텍사스 상징 ‘카우보이 동상’ 화재로 전소

    미국 텍사스주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지난 60년 동안 미국 시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카우보이 동상 빅 텍스(Big Tex)가 지난 19일(현지시각)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전소됐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1952년에 텍사스주 댈러스 시에 설치된 이 조형물은 매년 열리는 텍사스주 박람회의 상징물로 역할을 해왔으며 특히 올해 60주년 환갑을 맞아 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자 텍사스 주민은 물론 박람회 참석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박람회 폐막을 불과 이틀 앞두고 발생한 이번 화재는 높이 약 16미터에 달하는 이 조형물의 목 부근에서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불과 10분 만에 팔과 발목 일부만 남기고 골조만 앙상하게 드러난 채 전체가 전소됐다. 다행히 이번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화재를 목격한 시민들은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박람회 대변인 슈 구딩 역시 “어릴 때 나의 부모님은 내가 길을 잃으면 빅 텍스 앞에서 만나자고 할 만큼 빅 텍스는 박람회의 모든 것을 상징했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번 화재로 60년 된 카우보이 동상은 전소돼 사라졌지만, 마이크 롤링스 댈러스 시장 등 박람회 추진 관계자들은 내년 박람회에는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빅 텍스를 제작하여 선보일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다짐했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중국 정사 24史 기록에 바탕 삼국지 12권 공무원이 펴내

    중국 정사 24史 기록에 바탕 삼국지 12권 공무원이 펴내

    후한 이후 위·오·촉 삼국의 흥망성쇠를 다룬 소설 삼국지는 끊임없이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고 있는 불멸의 고전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소설가 이문열, 정비석, 황석영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이를 상재했고, 그런 이유로 삼국지는 문체가 무르익은 노련한 원로 작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통념을 깨고 한 공무원이 삼국지를 12권 분량으로 펴내 화제다. 21세기의 시각으로, 또 정사에 더 큰 무게를 실어 삼국지를 써냈다는 김경한 서울 마포구 부구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18일 김 부구청장은 “이 책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번역, 평역한 책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면서 “주자학적 가치, 정사(正邪)에 대한 흑백논리 등 현실과는 맞지 않는 연의의 가치관를 배제하고 정사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부구청장의 설명대로 이번에 나온 ‘김경한 삼국지’(동랑커뮤니케이션즈 펴냄)는 기존 소설가들의 이야기와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 기존 삼국지가 소설의 재미를 위해 문학적 상상력에 많이 의존했다면, 김경한 삼국지는 가능한 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여기 등장하는 사건의 전후 관계부터 심지어 대화까지도 가능하면 사료를 바탕으로 하고 상상은 심리 묘사 등으로만 한정했다. 이를 위해 김 부구청장은 삼국지연의의 원자료라 할 수 있는 진수의 ‘삼국지’ 10만자, 이에 대한 역사가 배송지의 주석 10만자를 직접 참고했다. 또 범엽의 ‘후한서’, 방현령의 ‘진서’, 사마광의 ‘자치통감’, 유의경의 ‘세설신어’, 위수의 ‘위서’ 등 중국 역대왕조의 정사인 ‘24사’를 원문 그대로 검토하고 해석해 인용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친 탓에 집필 자체에만 3년이 넘게 걸렸다. 김 부구청장은 행정고시(32회)에 합격하며 1990년 영등포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청와대 행정관, 서울시 푸른도시과장, 수도권교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 부구청장은 공직 생활 중에도 ‘학인 관료’에 뜻을 두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버클리대, 듀크대 등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한때는 문학에 뜻을 두고 신춘문예에 몇 차례 도전하기도 했다. 또 번역서를 내고 현재는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며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 부구청장은 “삼국지는 해외 연수 기간 동안 기회를 얻어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현재는 중책을 맡고 있으니 당분간은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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