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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美 정상회담] 셰일가스 등 청정에너지 기술 교류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은 정치·외교 분야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협력기반 마련, 국민체감형 편익 창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한·미 양국은 청정에너지와 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협력 강화를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주요한 경제적 성과로 꼽고 있다. 양국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미국은 에너지부) 장관 간에 ‘한·미 에너지 협력 장관 공동성명’을 동시에 발표했다. 양국 간 셰일가스 기술·정보 교류,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협력 확대, 청정에너지 공동 연구개발, 2014년 한국이 의장국인 제5차 청정에너지 장관회의(CEM) 성공 개최 등의 내용이다. 청와대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양국 간 기존 협력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청정에너지 등 상호이익이 되는 분야로 협력을 확대·심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자평했다. 셰일가스는 채굴과정에서 공해가 적게 발생하고 확인된 매장량만 전 세계가 앞으로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로 ‘21세기 금광’으로 불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에서 셰일가스 산업을 미래 에너지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을 만큼 관심이 높다.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가 저온 고압의 상태에서 물과 결합해 형성된 고체 연료로 공해가 없고 채산성이 높은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양국은 또 한·미 간 정보통신기술(ICT)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차관급(잠정) 연례 정책 협의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국무부의 ICT 담당 대사(차관급)를 수석대표로 제안했다. 청와대는 “미국의 ICT 정보를 신속히 국내에 전파하는 동시에 우리 관련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데스크 시각] 관광경찰제 도입 논의 서둘러야/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관광경찰제 도입 논의 서둘러야/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20세기 말인 1999년 2월, 당시 한국관광공사는 사장 명의의 기고를 한 일간지에 낸다. 주제는 관광경찰제 도입이었다. 기고는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요금과 불법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관광경찰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 기고는 “지난해(1998년)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관광불편 신고건수가 전년보다 17.3% 증가했고, 숙박·택시와 관련된 부당요금 징수 등 불편사항이 60%에 가깝다”고 적고 있다. 시계추를 현재로 돌리자. 지난 4월 13일 자 한 일간지에 한국관광공사 감사 명의의 기고가 실린다. 제목은 ‘관광경찰제를 도입하자’다. 부분적인 내용은 달랐지만, 제도 도입의 근거로 든 것은 1999년의 기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언론 보도 또한 20세기 말의 데자뷔였다. 일본의 골든 위크와 중국의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상당수의 매체들이 택시와 콜밴, 쇼핑, 음식점, 노점 등 5대 분야의 바가지 요금을 단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13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우리 관광 시스템은 20세기 말의 현상들에 발목 잡혀 있는 셈이다. 관광경찰제가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목록에도 올랐다. 대체 관광경찰이 뭔가. 문체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국가(지방)경찰 또는 자치경찰에 소속되어 국내외 관광객 보호에 관련된 치안서비스와 관광지에서의 안전 및 보호 활동을 중심으로 관광분야의 특정한 경찰작용을 행사하는 경찰관(기관)’이다. 쉽게 말해 관광 접점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들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경찰이다. 앞서 2001년에도 관광경찰제 도입 문제가 심도 있게 진행됐었다. 당시 정부가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사법경찰이나 행정공무원 중에서 관광경찰을 선발하겠다는 세부 계획까지 세웠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중단된 바 있다. 문제는 제도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여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대통령 업무 보고 이후 관련 부처와 기관들을 상대로 은근히 ‘간만 본’ 상황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열심히 명분을 축적 중이다. ‘관광경찰제도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를 해달라며 경찰학회에 용역을 발주해 뒀다. 그 결과가 대략 이달 중순께 나온단다. 결과를 토대로 제도의 골격을 만들고, 문체부가 이를 들고 관련 기관들과 수차례 논의를 거쳐야 할 텐데, 그러다 보면 올해 안에 윤곽 잡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내년 대통령 업무 보고 때도 같은 얘기를 되풀이할 수는 없잖은가.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참에 주문 하나 하자. 기왕 할 거면 강력하게 하라. 처벌 없는 단속은 ‘단속을 안 하겠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걸핏하면 ‘강력 단속’ ‘철퇴’ 운운하지만, 철퇴 맞아 바가지 요금 사라졌다는 소리를 들은 적 없다. 단속 현장에서 ‘먹고살기 힘들어서’라는 읍소를 들을 때도 있을 터다. 정에 약한 민족이다 보니, 유난히 먹고사는 일에 관대하다. 하지만 값싼 온정주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저 먹고살겠다고 남에게 바가지 씌우는 사람 있겠나.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일 터다. 21세기다. 관광 접점에서의 구시대적 행태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이제 그만 되풀이할 때도 됐잖은가. angler@seoul.co.kr
  • “헤지펀드는 메뚜기일까요 꿀벌일까요”

    “헤지펀드는 메뚜기일까요 꿀벌일까요”

    1992년 통일 독일이 출현하면서 유럽 각국의 통화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영국 파운드화도 폭락 조짐을 보였다. 영국 정부는 즉각 방어에 나섰다. 파운드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영국에 대한 배신으로까지 규정했다. 헤지펀드를 굴리던 조지 소로스는 영국 정부의 허세를 간파하고 엄청난 현찰을 동원하여 파운드화를 공격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이에 맞서 고군분투했으나 속절없이 떨어지는 파운드화 가격을 막아내기 어려웠다. 결국 이 싸움으로 소로스는 10억 달러라는 거액을 벌어들였다. 소로스가 영란은행을 참패시킨, 저 유명한 ‘파운드 전쟁’ 이야기다. 이성한(56)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일개 헤지펀드에게 무릎 꿇은 사건”이라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실감시켜 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오는 13일 3년의 임기를 마치는 이 원장은 “쓰나미처럼 세계 경제를 덮친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피 말리는 싸움터’인 국제금융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생각과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도 펴냈다. 21세기북스에서 나온 ‘당신만 몰랐던 국제금융 이야기’다. “국제금융 현장을 생동감 있게 다룬 책이 의외로 드물어 (책을) 쓰게 됐다”는 이 원장은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직접 지켜보며 체득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국제금융현장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담아냈다. “독일의 한 정치가는 헤지펀드가 주식시장을 황폐화시킨다고 맹비난하며 ‘메뚜기떼’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런데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은 헤지펀드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며 꿀벌 같은 존재라고 정의했다. 과연 어떤 게 맞는 말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이 원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열린세상] 130년 만의 조선책략 개정판/민병원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130년 만의 조선책략 개정판/민병원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1880년 김홍집이 일본에 수신사로 다녀와 고종에게 보고한 것이 일본 주재 청나라 공서참찬(公署參贊) 황준센의 ‘사의조선책략’(私擬朝鮮策略)이었다. ‘조선책략’으로 잘 알려진 이 책에 대한 당시 조선의 반응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발견된다. 중국의 일개 외교관이 쓴 조선정세 분석이었음에도 고종과 대신들은 상당히 공감했고, 수신사를 접대한 일본의 후의와 외교정책 방안을 한 수 가르쳐준 중국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었다. 반면 무조건적으로 외세를 배격하려는 국내의 척화 여론에 대해서는 불신했다. 기울어 가는 나라의 운명을 되살려 보려는 조선 말기 지도층의 시세 인식이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책략’의 내용은 자못 논리적이었다. 강대국 러시아가 동아시아로 영토를 확장하려 하니, 가장 위기에 처해 있는 조선의 살 길은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맺고 미국과 연결하는 것이라는 것이 책략의 핵심이다. 추운 지방에 위치한 러시아는 항상 따뜻한 남쪽으로 팽창해 왔는데, 유럽에서는 터키를 노렸으나 열강들의 공동대응으로 뜻을 이루지 못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연해주로 야욕의 대상을 넓혀 왔다는 점이 강조됐다. 사할린과 만주를 취한 러시아의 다음 먹잇감은 조선반도임에 틀림없으므로 중국, 일본, 미국이라는 주변 국가들과 힘을 합해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 일본을 평가한 부분도 독특하다. 조선과 일본은 늘 운명을 함께하는 지정학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보완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 나라가 망하면 다른 나라도 무사할 수 없다는 순망치한의 논리였다. 또한 과거 진(秦)의 확장을 주변 국가들이 힘을 합해 막아냈던 것처럼, 중국과 일본·조선이 러시아의 팽창을 막기 위한 세력균형 연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보았다. 유럽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약소한 자를 돕고 공의를 유지하려는 미국 역시 조선이 받아들여야 할 훌륭한 외교 파트너로 간주됐다. 그런데 이런 핵심적인 제안과는 별도로 글 속에 숨어 있는 중국의 조선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당시 황준센은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중국의 힘뿐만 아니라 중국이 주변 국가를 침략하지 않는 평화지향적 국가라고 주장하면서 ‘온화한 제국’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베트남·미얀마와 같이 중국과의 관계를 등한시해 환란에 빠지지 말고 ‘한집안’이라는 인식으로 중국을 섬기면 외세의 야욕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과시가 깔려 있다. 당시 서양의 침탈로 청나라가 기울어져 가던 와중에도 조선을 여전히 속국으로 간주하던 중화질서관이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중국 인민일보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둘러싸고 관련 국가들에 대하여 엄중한 훈계를 던졌다. 한반도 정세가 북한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하지 말라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제재만 해서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고, 일본이 한반도 위기를 기회 삼아 군사적 팽창을 노려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도 덧붙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최대의 피해자가 될 터인즉, 대화로써 중재를 취하라는 점잖은 조언도 잊지 않았다. 러시아 팽창의 위협에 직면했던 130여년 전 위기상황에 비해 환란의 원인은 달라졌지만, 중화질서관을 바탕으로 한 정세 인식은 그리 바뀌지 않은 ‘조선책략’ 개정판이라고 보아 무리가 없을 듯하다. 21세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중국의 조언과 인식은 중요하다. 이웃 강대국이 한반도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책략’의 의미가 그 방략의 정확함보다는 주변정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있음을 감안할 때, 오늘날의 ‘조선책략’ 개정판 이면에 깔려 있는 은근한 메시지도 필히 주목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조선책략’이 기울어져 가는 중국의 맥없는 자문이었다면, 지금의 ‘조선책략’은 커가는 중국의 힘이 잔뜩 실린 경고인 듯하여 자못 찜찜하다.
  • 난개발의 역습, 치사율 20~70% 신종 바이러스 몰려온다

    난개발의 역습, 치사율 20~70% 신종 바이러스 몰려온다

    전 세계 인구의 5분의1이 감염돼 5000만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1918년), 홍콩에서 시작돼 180만명을 사지로 몰고 간 아시아독감(1957·1968년), 희생자가 30만명까지 치솟아 21세기 첫 ‘팬데믹’(대유행 전염병)으로 규정된 신종플루(2009년). 인간과 동물을 매개로 진화해 온 바이러스는 한 나라의 역사를 넘어 때로는 세계사의 흐름까지도 바꿔 놓았다. 바이러스는 수십년 단위로 모양을 바꿔 가며 창궐해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인류사가 곧 ‘바이러스와의 전쟁사’인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지구촌이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 재래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H7N9형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베이징을 포함해 중국 대륙 남북으로 확산된 데 이어 타이완으로까지 퍼져 3일 현재 127명이 감염돼 27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20%가 넘는다. 아직 사람 간 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홍콩 AI(1997년)나 멕시코의 돼지인플루엔자(SI·2009년)처럼 언제 사람 간 감염을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유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hCoV-EMC)가 퍼지고 있다. 사우디에서만 현재까지 5명이 숨지는 등 사우디와 요르단, 독일, 영국 등에서 23명이 감염돼 벌써 16명이 사망했다. 치사율 70%로 사스(11%)보다 6배나 높은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가별 사망자가 급증함에 따라 세계 각국에 적극적인 감시를 당부했다. ‘살인 진드기’로 불리며 일본과 중국에서 2000여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작은소참진드기는 인체에 치명적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를 갖고 있어 ‘진드기 공포’를 불러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전역에 분포하는 데다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신조차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모기도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를 옮긴다.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와 뎅기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한 해 50만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21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는 인간과 동물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변이를 거쳐 강력한 신종 바이러스로 ‘진화’한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식용을 위한 가축의 집단 사육이 늘어나면서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됐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프리카 콩고와 카메룬에서 처음 발견된 에볼라(1976년)나 에이즈(1981년) 바이러스는 박쥐와 침팬지를 거쳐 결국 인간에게 옮겨 왔다. 자연에 역행하는 인간의 무한한 욕심이 바이러스 재앙을 일으키고 자연은 다시 신종 바이러스로 인간에게 복수하는 ‘악순환’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사설] 새로운 한반도 시대 여는 한·미 정상외교되길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상외교의 막을 연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중국 방문까지 감안하면 동북아시아 주요국 정치 리더십이 모두 정비된 상황에서 역내 외교안보 지형을 새롭게 구축하는 최고위급 외교의 시동을 거는 셈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질적 도약을 도모하고 북의 안보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차원을 넘어 과거사와 영토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중층적 대결구도를 슬기롭게 헤쳐갈 해법을 모색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이번 방미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고 할 것이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7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현안들은 하나하나 중차대한 것들이다. 핵을 끌어안은 채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지난 정부에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된 양국 관계를 질적으로 발전시킨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2015년 주한미군의 전시작전권 한국 이양을 앞두고 한 치의 안보 공백도 허용하지 않는 대책을 세워야 하며, 2년 연장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체제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향후 20~30년을 이어갈 새로운 동북아 질서의 모색에 있다. 한반도에서의 남북 대치, 동아시아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상징되는 냉전질서를 마감하고 역내 국가들이 대등한 협력으로 동북아 공동번영을 이뤄나갈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할 동북아 다자협력 구상, ‘서울 프로세스’는 시대적 의미가 크다. 기후변화와 테러, 재난 등 인류 공동의 도전에 역내 국가들이 함께 맞서 싸우며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와 안보 등 더 큰 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이 구상을 제대로 실현해 낸다면 21세기 동북아 시대는 성큼 앞당겨질 것이다. 이는 개성공단까지 접어가며 오로지 미국만 쳐다보고 있는 북한을 남북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관건은 우리의 외교력이다. 2007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제주 프로세스’를 내놓은 바 있으나 관련국들로부터 외면받고 말았다. 우리의 작은 체구로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려면 그만큼 고도의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박 대통령부터 주변국 지도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8일 있을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중심으로 다각도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어제 개성공단의 남측 인력 7명이 돌아옴으로써 남북 관계는 한시적 단절 상태에 놓였다. 더 이상의 추락이 없는 바닥이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방미가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를 여는 먼 여정의 힘찬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 “광주역엔 왜 가나…” KTX 정차역 갈등 새국면

    내년 말 호남 고속철(KTX) 개통을 앞둔 가운데 ‘KTX의 광주역 진입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1일 광주시에 따르면 ▲하남역 인근~광주역 진입 ▲광주송정역 정차 후 일부 편수 광주역 진입 방안 등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한 용역 결과를 이달 중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광주 북구와 광산구 지역 정치권, 주민들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광산구 출신인 송경종 광주시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광주시는 2009년 4월 ‘광주의 KTX 정차역은 송정역으로 일원화한다’는 공문을 국토부에 발송했음에도 2011년 9월 시민 동의 절차 없이 갑자기 단일역 정책을 폐기했다”며 “시는 KTX 정차역 갈등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광산구 지역 주민단체인 ‘21세기주민자치참여연대’도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 광주 발전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광주역을 송정역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강기정(광주 북구갑) 민주통합당 의원은 광주역 진입 주장을 거듭 밝혔다. 강 의원은 “주민 편의와 도심 공동화 방지 등을 위해서라도 광주역 연결선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의회 의원 17명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광주권 KTX 이용객 60%가 광주역을 이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 타당성의 높고 낮음으로 호남고속철도 사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호남고속철도 광주권 정차역은 2006년 건설 기본계획 확정 당시 ‘광주송정역’으로 결정됐다. 또 2009년 지방자치단체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당초 기본계획대로 송정역을 정차역으로 하는 의견이 제출돼 국토부가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강 의원을 비롯해 광주 북구지역이 ‘KTX 광주역 진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됐다. 광주시는 2011년 9월 ‘KTX 광주역 진입’을 요구하는 수정안을 국토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당신은 포르노 배우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당신은 포르노 배우

    에로스냐, 포르노냐.  아주 새로운 얘긴 아니다. 포스트모던 시대 사적 영역이 부각되면서 현대사회 풍경을 군도로 묘사하는 건 낯설지 않다. 가장 극단적 사례는 진정한 대화, 소통, 사랑은 찾아볼 수 없고 이제 남은 건 저마다 홀로 늙어 죽는 것밖에 없다고 토로해 대는, 히키코모리의 나라인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이다.  정작 서구 이론가들은 감정을 통한 연대, 진정한 사랑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데 말이다. 이름 좀 있다 싶은 철학자들이 에로스 문제를 다루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이는 아마 ‘88만원 세대’(레디앙 펴냄)를 낸 우석훈일 게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친숙한 모든 관계가 유예되는 한국 사회에 짱돌이라도 던지라고 부추기는 책인데, 정작 책의 첫 장은 ‘첫 섹스의 경제학 -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로 시작하니 말이다.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로도스 펴냄)는 포르노로 전락해 버린 현대사회 에로스 풍경들을 다룬다. 이미 몇몇 사람들 이름이 머릿속을 지나갔을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책 끝 부분에 가서 “아마 진실된 사회는 발전을 식상해 하면서 무언가에 쫓기듯 낯선 별을 정복하러 돌진하기보다 가능성들을 다 쓰지 않은 채 남겨둘 것이다”라는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냥 놓아두기’, ‘무위’를 통해 에로스를 회복하자고 제안한다.  최근 인물로만 꼽아도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펴냄)의 한병철, ‘리퀴드 러브’(새물결 펴냄)의 지그문트 바우만이 툭 떠오른다. 동시에 이에 대한 장정일과 진중권의 비판도 떠오른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분석에 이은 내 탓이오를 외치는 해법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결국 좀 배우고 먹고 살 만한 사람들 얘기 아니냐는 평 말이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혁명을 기획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평가 또한 자신만은 대중과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식상한 믿음 위에 서 있긴 매한가지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우리 모두 단체로 다 가난해지고 비참해질 필요는 없으니까. 스토리 자체는 뻔한 감이 있음에도 일단 펴들면 쭉 읽게 되는 것은 순전히 저자의 입담 덕이다. 프로이트를 기본에 깔고 오디세우스의 배, 성 안토니우스의 광야,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쏟아지는 아가톤의 집, 하이데거의 오두막 등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다니는데, 무겁지가 않다. 한병철의 책이 종교적 잠언집 냄새를 짙게 풍기고, 바우만의 책에서는 묵직한 연륜의 냄새가 느껴진다면, 38살 여성 철학자가 쓴 이 책은 그냥 친구들끼리 맥주 한 잔 마시며 수다 떠는 느낌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에로스는 넘쳐나지 않던가. 인터넷만 열면 여신, 베이글, 꿀벅지 등이 넘쳐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유행이란 천쪼가리로 가리는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하기사 조선시대에도 여염집 아낙들이 기생패션 따라해서 골치였다 하니, 21세기에 룸살롱 패션을 천지 사방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그리 놀랍다고 하긴 어렵다.  이런 소리 더 늘어놨다간 꼴통 소리만 나올 판이니 일단 여기까지. 저자는 이렇게 광범위한 ‘전 사회의 포르노화 현상’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근본적으로 더 근엄해지고 더 금욕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속이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금욕을 위해 벗는다. “향락의 극단성은 자유의 증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단적인 충동포기의 증상”일 수 있다.  이제 하나씩 보자. 웰빙시대다. 골라먹는다. “콜라를 마시고 포르노를 보며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사회의 하층민들은 탐욕적이다. 그들과 거리를 취하기 위해 고상한 중산층은 품위 있는 금욕을 훈련한다.” 그 결과는? “많은 레스토랑이 고객의 허기를 달래주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 빈약한 먹거리를 엄청나게 큰 접시에 멋지게 담아내는 데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음식은 이제 고객의 위보다는 그의 눈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음식의 향락은 포르노그래피적 행위로 전락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포르노를 소비할 때처럼 탐욕의 대상과 거리를 두며 음식 자체가 아닌 음식의 모사품을 즐긴다. 이것은 소외다.”  여가도 통제돼야 한다. 금연문화? “물론 건강에는 좋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자신의 더럽고 비합리적인 측면을 공개적이고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느긋하게 즐길 기회를 점점 잃고 있다.” 퇴근 뒤 맥주 한잔의 여유는 사라지고 “요즘엔 목욕과 운동 이외에 드라마가 이런 기능을 맡는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은 강박증 환자가 되어 간다. 자기 연출, 자기 관리의 시대. 그러니까 여가 시간도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해야 하는 강박의 시간이다.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이다. “워커홀릭은 포르노그래피의 쾌락 기계와 매우 유사하다.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신체들도 쉬지 않고 쾌락의 국민총생산에 최대한 기여하는 고성능 노동자다. 그렇게 본다면 포르노는 오히려 현대 노동 세계에 대한 상징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고 아무리 지쳐도 무서우리만큼 다시 의욕을 내는 신체들이다.” 일터에서 자아실현에 몰두하는 당신은 포르노 배우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프로이트의 책 ‘문화의 불안’을 불러낸다. 그는 어린 꼬마들이 불을 오줌으로 끄면서 노는 장면을 일러 “힘이 센 남근 상대와의 경쟁”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불은 끄는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한다. “불을 보호하는 자만이 그 불을 운반할 수 있고 자기 뜻대로 이용”할 수 있다. 그게 인간 문명의 시작점이다. “불을 끄고 싶은, 오줌을 누고 싶은, 경쟁을 하고 싶은 유아적 욕망의 포기가 비로소 불의 위대한 문화적 정복을 가져왔다.”  불빛을 보자마자 바지춤을 주섬주섬 내리는 게 포르노라면, 에로스는 불을 끄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른 채 그 일렁이는 불빛과 함께 관능적인 춤을 추는 것이다. 일에 매진하느라 술, 담배 끊고 학원에 요가에 다이어트에 비타민제를 달고 살면서도 늘 우울한, 군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다시 음미해봐야 할 삶이다. 1만 4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 힐링 만화로 돌아오다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 힐링 만화로 돌아오다

    늘 옛 작품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현재진행형인 작가에게 그리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20여년 전 장편 데뷔작을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작품이 한국 만화사의 한 페이지를 아로새긴 까닭이다. 1989년 12월 청소년 만화 잡지 ‘아이큐점프’를 통해 처음 선보인 한 편의 SF 만화에 국내 만화 팬들은 열광했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전쟁을 다룬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으나 민주화 물결과 계급 투쟁 등 당시 국내 사회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한국형 사이버펑크로 각광 받았다. ‘드래곤볼’을 시작으로 일본 만화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던 그 시기. ‘망가 쓰나미’에 맞서 한국 만화의 자존심을 살렸던 작품으로도 기억된다. 바로 ‘기계전사 109’다. ‘기계전사 109’의 김준범(46) 작가가 힐링 만화로 돌아왔다. 최근 ‘네모가 동산으로 간 까닭은?’(북극곰 펴냄)이라는 명상 만화를 출간했다. 법륜 스님의 정토회 홈페이지와 정목 스님의 유나방송 홈페이지에서 ‘코스모스 로드’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연재했던 것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동글선사와 그의 제자인 네모, 동글이와 그 친구들, 외계인과 견공들이 주고 받는 문답을 그렸다. 1990년대 국내 출판계에 명상 에세이 바람을 일으켰던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힐링 만화다. “우리 나라가 어느 정도 경제적 부유함을 갖추긴 했어도 강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적으로 척박하기 때문이에요. 요즘 세상을 보면 아이들에게 마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경제적인 동물로 만드는 데 관심이 있죠. 쉬엄 쉬엄 마음 편하게 살아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결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예수, 부처, 노자, 장자가 했던 이야기들을 21세기 현재 우리 식으로 바꿔 만화로 옮긴 것 뿐이죠.” ’기계전사 109’를 생각하면 언뜻 연결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힐링 만화를 그리게 되기까지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 2000년 대 들어 별자리와 인연을 맺은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그는 2002년 천문 해석 공부를 시작한 뒤 만화 보다는 천문 해설 활동에 매진했다. 천문선원이라는 작은 오프라인 공간과 코스모스로드(www.cosmosroad.com)라는 온라인 공간을 근거지 삼아 별자리 강좌와 상담을 갖고 별자리 입문서 ‘별이 전하는 말’을 집필하기도 했다. “10년 정도 천문 공부를 했어요. 어스트랄로지(astrology)하면 대개 점성술이겠거니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 데 그것만은 아니에요. 마음 공부의 하나죠.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부터 성경, 불경까지 공부해야 해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되죠. 그래서 힐링을 키워드로 만화를 그리게 됐죠.” 그가 새로 단행본을 낸 것은 거의 10여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만화로는 소식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사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중의 뇌리에서 김준범이라는 이름 석 자가 서서히 잊혀져 갔다. 한국 만화의 미래를 짊어질 천재 작가로 손꼽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주무대였던 만화 잡지 시장에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이 찾아왔어요. 만화 대여점이 생기며 더욱 부채질했죠. 서른 즈음에는 2년가량 투병 생활을 하며 펜을 놓기도 했습니다. 창작 환경이 원고 작업에서 컴퓨터 작업으로 옮겨갔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까닭도 있어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그림체가 바뀌고 스토리가 달라졌습니다. 인기를 쫓는 쪽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게 대중에게는 활동을 안하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그렇게 대중과 점점 멀어진 것 같아요.” 마냥 세상의 변화를 탓하며 방황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흐름 속에서 1인 만화 웹진이나 선주문 출판 등을 통해 기존 만화 유통시스템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섰다는 평가만 남았을 뿐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지금은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발 비껴 선 처지. 시대의 파고를 넘어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비슷한 연배의 작가들을 지켜보면 부럽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몇몇 작가라도 살아남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윤태호 작가 등 가진 실력에 견줘 조명을 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상태는 너무 기쁘죠. 저도 언젠가 살아날 수 있는데, 그 무대를 지켜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김 작가는 2013년을 만화 복귀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비상업 만화를 그렸다면, 앞으로는 상업 만화에도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작화 보다는 스토리 작가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스마트폰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별자리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에 대한 청춘들의 고민을 다루는 아이돌판 ‘섹스 앤 더 시티’ 느낌의 작품이라고 김 작가는 귀띔했다.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꿈꾸며 2500년 전 인도를 배경으로 한 부처 제자의 삶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오랫 동안 천문 공부, 마음 공부를 하며 수 천 년 내려온 좋은 말씀들을 만화로 옮기다보니 언젠가부터 스토리 창작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어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올해엔 만화와 관련한 여러가지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우리 만화 팬이라면 ‘기계전사 109’ 같은 작품을 기대할 게 분명할 터. 하지만 그는 아쉽게도 다른 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만화 팬들이 20년 전 ‘기계전사 109’ 같은 그림만 떠올리는 게 아쉬워요. 그 같은 작품을 소설이라고 한다면 언젠가부터 한 편의 시 같은 그림체로 옮겨갔지요. 소설 같은 그림체는 저보다 훨씬 잘 그리는 후배들이 많아 굳이 직접 그릴 필요가 있겠나 싶어요. 그래서 서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후배에게 그림을 맡기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직접 그려 보려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고승들의 삶을 그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설 같은 그림체로 한 번 쯤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준범 작가는 원래 만화가가 아니라 화가를 꿈꿨다. 그런데 화가는 미대를 나와야 할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을 만큼 고지식 했다. 공부에 자신이 없었다. 미술 외에 국영수까지 잘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던 그는 1985년 허영만 화실의 문들 두드리며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2시간 10분’ ‘아스팔트 위의 사나이’ 등의 스토리를 써 이름을 날리던 노진수 작가와 의기투합해 내놓은 첫 장편이 바로 ‘기계전사 109’다. 이후 ‘따로 따로 형제’(1991) ‘ ‘부전자전’ ‘필승아 놀자’(이상 1998) 등을 가족과 따뜻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다.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대한민국 행복발전소(KBS1 밤 7시 30분) MC 이윤석이 주얼리 예원을 입양하고 싶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메인코너 스타 아빠들의 육아를 다룬 ‘용감한 아빠들’에서 이윤석은 배우 윤용현과 딸 다임이의 사랑이 넘치는 애정 표현을 부러워하며, 주얼리 예원을 향해 거침없이 입양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아이리스 2(KBS2 밤 10시) 중원은 미스터블랙(김갑수)의 지시로 핵을 탈취한다. NSS는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수연은 유건에게 도움을 청한다. 날이 갈수록 유건의 상태가 점점 더 악화돼 가자 연화는 그런 유건이 걱정스럽다. 한편, 장철에게 백산의 계획을 전해 들은 유건은 백산이 목숨을 걸었음을 직감한다. ■여성이 미래다 2부(MBC 오후 6시 20분) 21세기는 여성의 시대, 여성의 리더십이 강조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대다수 여성들은 유리천장, 일, 육아, 가사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과연 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실제로 어떠할까.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와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내게만 일어나는 것 같은 안 좋은 일들은 단지 운이 없어서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인 걸까. 식빵이 땅으로 떨어질 때 잼을 바른 쪽으로 떨어지는 이유를 통해 머피의 법칙에 숨은 과학을 배워본다. 또한, 사람이 되고 싶어 환웅을 찾아간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통해 쑥과 마늘의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5분) 최고 품질의 죽염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대나무의 분량은 약 220다발이다. 대나무에 빈틈없이 죽염을 채우고 나서 섭씨 1500도 가마에서 꼬박 12시간을 굽는다. 그렇게 대나무에 소금을 넣고 가마에 굽기를 8번. 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9번째 공정인 용융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OBS 뉴스&이슈(OBS 오후 4시 45분) 봄 개편을 맞아 오늘의 주요 뉴스를 보다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전달한다. 김용재·김하나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경인지역 뉴스와 정치권 뉴스, 국제뉴스, 증시현황 등 다양한 핫 이슈를 신속하게 전한다. 아울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정치인을 초대하여 대담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한다.
  • 미친 세상, 홀로 울며 노래하며 살아낸 ‘광주’를 위하여

    미친 세상, 홀로 울며 노래하며 살아낸 ‘광주’를 위하여

    “영암집 숙자가 죽은 사람은 있어도 죽인 사람은 없는 야속한 세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산 사람들은 사는 것이 바빠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어도 그 사람들이 언제 죽었느냐 하고서 잊어버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도 그 사람이 누구를 죽였든지 말든지 내 알 바가 아니라고 시치미 뚝 떼는 세상이라고. 이놈의 세상이 그렇게도 야속하고 무정하다고.”(166쪽) 공선옥(50)의 새 장편소설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창비 펴냄)는 시간상으로 1970년대 새마을운동부터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까지를 다루고 있다. 황석영이 1985년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전달했던 즉각적인 충격과 분노를 이 책에서는 찾을 수 없다. 5·18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그린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과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역사를 관통하는 것은 그 사건이 아니라 개인들의 연속된 삶이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인 농촌에서 순박한 부모를 잃고 쫓겨나 도시로 이주해 콩나물을 팔면서 동생을 건사해야만 했던 15살의 어린 소녀 ‘정애’의 삶을 그저 불운했다고 하기에는 마음이 답답하다. 국가의 요구에 무차별적으로 부응하는 집단의 광기와 국가의 폭력이 없었더라면 정애의 삶은 평범하고 아름답게 늙어 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몹쓸 일을 당할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어떤 형식이나 형태가 있는 노래가 아닌데, 무서움도 사라지고 위로가 찾아온다. 문제는 그녀가 너무 자주 노래를 불러야 했다는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가 여성들로 표상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비우호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였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소설에는 오일팔(5·18)을 겪고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미쳐 버린 인물이 ‘셋이나’ 나온다. 남동생을 찾으러 갔다가 군인들에게 몹쓸 일을 당한 정애를 비롯해 학생으로 오인받는 재미로 전두환이 누군지도 모른 채 얼결에 데모대에 휩쓸려 삼청교육대까지 끌려갔다가 돌아온 카센터 직원 박용재, 5·18에 공수부대 무전병으로 국난극복기장을 받았지만 제대 후 멀쩡한 팔을 기차 바퀴에 밀어 넣은 오만수다. 사실 ‘미친 사람이 셋이나’ 나온다는 기술은 정확하지 않다. 공선옥은 “자네를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도 미친 것은 다 한가지여. 세상이 미친 거여. 미치지 않은 세상은 언제였을까. (중략) 미친 세상에서 미친 사람만이 미치지 않은 거여”라고 박샌댁 입을 통해 일갈한다. 정애는 또한 말한다. “나쁜 사람이 나쁜 일을 한 것보다 좋은 사람이 나쁜 일을 하는 것이 나는 더 무서웠다”라고. 신뢰했던 국가, 그 국가의 폭력 앞에 노출된 시민들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흔적을 입은 것이다. 그 당시 국가의 폭력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우리는 자신할 수 있을까. 제3세계 국가에서 배우려고 오는 새마을운동이 1970년대 이농을 부추긴 실패한 정책이었음이 공선옥의 기억에서 되살아났다. 주인공 정애는 “새마을을 만들었는데도, 새마을이 됐다는데도 어인 일인지 사람들은 자꾸자꾸 새마을을 떠났다”고 했다. 당시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농가는 빚이 늘었단다. 정부는 통일벼를 심으라고 강요하고, 통일벼로 못자리를 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와서 짓밟았고,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다 빨갱이라고 했단다. 통일벼는 해충에 약해서 농약이 없으면 지을 수 없었다. 키가 작고 힘이 없어 초가집의 이엉을 얹을 수도 없었단다. 그러니 농가에서는 슬레이트로 지붕을 올려야 했고, 농약을 듬뿍 친 통일 볏짚을 소의 여물로 쓸 수 없으니 비싼 수입 사료를 먹여야 했단다. 70~80%가 농부였던 대한민국은 새마을운동을 거치고 21세기에 접어들어 이제 7~8%의 농부만 농촌에 남았다. 그 많은 농부는 저임금의 도시 노동자로 전락해 일요일 아침에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를 시청하면서 겨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누그러뜨렸으니 말이다. 공선옥은 저자의 말에서 “나의 이 허술한 글을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노래하고 혼자 울었던 내 어머니에게 바친다. 그리고…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들어주는 사람 없어 혼자 울어야 했던 그대, ‘광주’에 바친다”고 했다. 돌아보자. 광주가 아직도 홀로 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시건방춤 추는 ‘젠틀맨’ 싸이 “최선의 곡… 망해도 상관없다”

    시건방춤 추는 ‘젠틀맨’ 싸이 “최선의 곡… 망해도 상관없다”

    “역시 싸이다.” 가수 싸이(박재상·36)의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틀째인 15일 유튜브 조회수 4천만 건에 육박했다.또 노래도 10여개국 아이튠즈 순위에서 단번에 1위에 오르는 등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9시 유튜브 등 온라인에 공개된 이 뮤직비디오는 15일 오전 현재 3천945만 건을 기록 중이다. ‘강남스타일’의 기록을 앞선, K팝 사상 최단기록을 세우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음원 ‘젠틀맨’은 세계 각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순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말춤’에 이어 섹시한 ‘시건방춤’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지난 13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첫선을 보인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강남스타일’에 나왔던 코믹함과 야릇함을 오가는 B급 유머에 놀이터, 수영장, 헬스클럽 등지에서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짓궂은 중년의 악동 모습을 선보였다. ‘21세기판 놀부’를 보는 듯하다. 유재석, 노홍철, 하하 등 ‘무한도전’ 맴버 7명이 모두 등장해 폭소를 자아냈다. 수영장에 누워 있는 남자들 위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춤을 추는 아슬아슬한 장면은 ‘강남스타일’에서 여성들 다리 사이로 기어가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싸이는 이날 공연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젠틀맨’의 안무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히트춤인 ‘시건방춤’을 내 몸에 맞게 바꿨다”고 소개하면서 “‘젠틀맨’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곡이고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는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대해 “‘강남스타일’의 이면을 보는 것 같이 매우 유사한 스타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덜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콘서트에서 뮤직비디오를 본 프랑스인 엠버 타오라 짐머(20)는 “‘강남스타일’보다 더 중독성이 있다. 유럽에서 이번에도 성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3시간 이상 이어진 공연은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긴장감도, 일상에 치인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릴만큼 통쾌했다. 5집 타이틀곡 ‘라잇 나우’로 포문을 연 싸이는 ‘국민 응원단장’답게 “한국, 뛰어!”를 외치면서 분위기를 달궜고 관객 4만 5000여명은 흰색 야광봉을 흔들며 공연장을 흰색 물결로 뒤덮었다. 데뷔곡 ‘새’와 히트곡 ‘연예인’ 등 파워풀한 곡과 ‘예술이야’와 ‘내 눈에는’ 등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을 적절히 분배했다. 팝스타 비욘세를 패러디한 ‘싸욘세’로 분장해 ‘싱글레이디’를 부르며 자신의 특기인 코믹 댄스를 선보였다. 공연의 백미는 싸이의 공중 장면이었다. ‘낙원’을 부르면서 비둘기 날개 모양의 모형에서 등장한 싸이는 와이어에 매달려 순식간에 1, 2층 객석 앞까지 다가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공중에서 관객들과 합창하는 꿈을 꿨다는 싸이는 ‘거위의 꿈’을 부르다가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쏟았다. 그는 “많은 분들이 ‘젠틀맨’을 걱정하시는데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해외를 나갔나. 이렇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니 망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신곡 ‘젠틀맨’을 부르자 관객들은 후렴구인 “아임 어 마더 파더 젠틀맨”을 따라하며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시건방춤’을 추면서 흥을 돋웠다. 공연장에는 AP·AFP·로이터통신, 미국 ABC TV·뉴욕타임스, 영국 BBC·가디언, 일본 요미우리 신문 등 해외 매체가 대거 찾았다. 관객층은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했다. “사회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신나는 공연이었다”(채정숙·54), “신곡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텐데 당당한 무대를 선보여 좋았다”(김보라·31)는 관객들의 평이 이어졌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민족주의 정치인’… 베르디의 두 얼굴

    ‘민족주의 정치인’… 베르디의 두 얼굴

    19세기는 오페라의 시대였다. 마흔도 되기 전에 미치거나 과로사하거나 은퇴를 선언하는 작곡가들이 속출했다. 새로운 작품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음악과 무관한 농촌 여인숙집 아들로 태어나 평생 오페라를 히트시킨 작곡가가 있다. 최고의 오페라를 꼽아 달라고 하자 가난하고 늙은 예술가들을 위해 지은 예술가의 집 ‘카사 베르디’라 답했던, “이로써 내 평생의 대표작은 여전히 만들지 못했다”고 겸손해했던 작곡가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등 주옥 같은 오페라를 남긴 주세페 베르디(1813~1901)다. 이렇게 보면 대단히 서민적이고 소박하고 겸손한 예술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출간된 ‘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전수연 지음, 책세상 펴냄)는 베르디의 얼굴에다 이탈리아 민족주의 정치인의 얼굴을, 그것도 제국주의 협력으로 약간 일그러지기도 한 민족주의 정치인의 얼굴을 겹쳐 씌운다. 저자는 19세기 프랑스정치사 전공자. 그런데 웬 베르디? 마침 베르디가 태어났을 때 고향 파르마가 나폴레옹 치하에 있는 바람에 한때 국적이 프랑스였고 그러니 프랑스사 전공자인 나도 숟가락 하나 얹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둥 너스레를 한껏 떨어 뒀지만 책을 읽어 가다 보면 오페라 감상 취미가 왜 책으로 이어졌는지 알 수 있다. 베르디는 친프랑스적인 입장에서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운동인 ‘리소르지멘토’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내켜 하진 않았지만 그 공로로 통일 이탈리아에서 의원도 지냈고 심지어는 귀족 작위까지 받을 뻔했다. 사실 그의 작품들은 “테너와 소프라노가 사랑하려 들면 바리톤이 방해”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낳을 정도로 남녀 삼각관계를 통속적으로 그려낸 이탈리아 오페라 전통에 충실했다. 신화, 전설, 영웅 이야기에 심취했던 바그너 숭배자들이 베르디 오페라를 두고 촌스럽다며 아무리 비웃어도 베르디는 그게 바로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 바그너야 열광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베르디의 음악은 좋다고 쳐도 왜 그렇게까지 열광했는지는 짐작이 잘 안 된다. 저자는 그 열광의 비밀인 정치적 색채를 고스란히 복원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Verdi(베르디)라는 이름 자체가 통일 이탈리아의 초대 왕인 Vittorio Emanuele Re D’Italia(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머리글자라는 해석이 나돌고, 오늘날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태어났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끊임없는 커튼콜”이라는 저자의 표현대로 21세기에 이른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좌우파 정당 모두 베르디를 자기 편이라 주장하는 이유도 제시한다. 아마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우리에겐 열광적인 민족주의 풍경이 흥미롭게 다가올 듯하다. 그래도 책의 뼈대는 오페라이기 때문에 초기 히트작 ‘나부코’에서 말년 대작 ‘팔스타프’까지 줄거리, 캐릭터, 작곡 비화 등 다양한 얘기들이 빼곡하다. 2만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SNS를 생산적으로 잘 활용하자/이영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열린세상] SNS를 생산적으로 잘 활용하자/이영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람의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게끔 도와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유지, 관리하는 일련의 서비스를 의미한다. 21세기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필요한 정보를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더욱이 SNS는 스마트폰의 등장에 힘입어 크게 발전하고 대중화되었으며 과거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다양한 순기능을 제공해 주고 있다. 싸이의 뮤직 비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튜브 조회수 1위, 빌보드 2위라는 대한민국 가요계에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고 국내 스타 싸이는 월드 스타로 발돋움했다. 또, 누구나 소소한 일상사에서부터 정치적인 의견과 소신들을 주변의 팔로어 혹은 친구들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 및 각종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공유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SNS를 활용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신제품 혹은 신서비스의 광고를 하고, 광고는 구전 소문으로 빠르게 확산되기도 한다. 또한 정부 부처 및 시민단체들 역시 SNS를 각자의 필요에 맞춰 다양한 정보 확산 또는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신속성, 확장성, 접근 용이성, 경제성 등의 특징을 가진 SNS는 잘만 활용되면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의 경쟁력 제고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부정적인 사회 문제를 야기하면서 사회통합 저해등 국력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먼저, 정보의 내용과 표현 등이 정화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 부정확한 정보가 흥미 위주로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사실 확인도 없이 개인적 취향과 관심에 따라 선택적으로 퍼뜨려진다. 확산이 광범위하게 된 정보는 마치 그 내용이 사실 혹은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보여지게 된다. 정보의 오류와 편향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특정 개인의 인격을 짓밟는, 지저분하다 못해 ‘개념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표현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둘째, 정보의 교류가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면이 강하다. SNS에서는 그저 댓글 혹은 감상이 있을 뿐 분위기나 이미지를 느끼며 동의와 반박의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는 성숙한 관계 형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할 경우 정보의 양극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셋째,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정보는 상업적 또는 불순한 목적에서, 악의적인 해킹을 통해서든 우연이든 유출이 발생하는 순간 해당 개인은 위험에 노출되고 사생활은 사라진다. 넷째, SNS 중독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사용자의 40% 이상은 양치질을 하기 전에 페이스북에 접속한다고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고하는 시간과 생산적인 일을 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SNS는 최고의 정보소통 수단이지만 오히려 왜곡된 소통이 이뤄지게 하고 생산적 활동을 방해할 때가 많다. SNS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게끔 사회 주체들은 성숙한 질서의식과 행동으로 SNS의 건전한 이용문화와 제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SNS의 역기능 방지를 위한 교육이나 홍보뿐만 아니라 적절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또 SNS에서 영향력이 큰 이용자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용규약 제정이나 건전한 이용 캠페인 전개 등도 해봄 직하다고 본다. SNS 업체들은 플랫폼이 자정 능력을 갖고 정보보호가 강화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SNS를 활용해 정부 투명성을 높이고, 민의의 정확한 파악과 적시성 있는 정책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 능동적 활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SNS는 단순히 정보를 빠르게 훓어보고 지나가는 정보 진열장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이제 SNS가 자정능력을 갖춘 예의 있는 쌍방 소통이 이뤄지게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생산적인 도구이자 수단으로 역할을 하도록 해 국민통합과 창조경제에도 기여토록 하자.
  • [학술 플러스]

    역사박물관 매주 木 야간개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이달부터 10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9시까지 개장 시간을 연장한다. 야간 개장일에는 오후 8시 한국어 해설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또 이달 11일부터 6월 27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문화로 보는 우리 역사 산책’ 강좌를 열어 일반인의 근현대사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정전60주년기념 특별전’,‘한·독수교 130주년 및 파독광부 50주년기념 특별전’ 등 특별전시회와 함께 ‘식목일 사진전’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도 연다. 구체적 내용은 홈페이지(www.much.go.kr) 참조. 한양대 역사문화硏 국제워크숍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17~20일 ‘기억과 기억하기’를 주제로 국제워크숍을 연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와 한양대 사학과 WCU(World Class University·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트랜스내셔널 일상사 사업단이 독일 일상사 연구의 대가 알프 뤼트케 교수를 초빙해 수행한 WCU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캐럴 글럭 컬럼비아대 교수는 ‘중간으로부터의 기억: 공공기억 연구에 관한 21세기적 접근방식’, 게지네 크뤼거 취리히대 교수는 ‘유골의 복원: 기억과 DNA의 정체성’을 주제로 발표한다. OECD 도서가격 법제현황 발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도서정가제 시행 현황과 최신 법률 자료를 소개한 ‘OECD 회원국 도서가격 법제 현황’을 최근 발간했다. 이 자료집은 특히 프랑스의 경우 ‘디지털 서적의 가격에 관한 법’을 새롭게 추가하여 전자책에 관한 도서정가제 법률을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도서정가제 시행국은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멕시코 등 14개국이고, 영미권인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6개국은 시행하지 않는다. (02) 2669-0721.
  • 안데르센이 지금 살았다면?

    안데르센이 지금 살았다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주머니에 사람이 들어가 꾸물꾸물 움직인다.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오는 주머니 사이를 어두운 표정을 한 남자가 헤맨다. 주머니는 남자의 고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하얀색 드레스에 핏빛처럼 빨간 천을 두른 눈의 여왕이 나타나 하나하나 이야기를 꺼내 든다. 기괴하게 웃는 인형 같은 여인이 끊임없이 춤을 추는 남자의 다리에 빨간 페인트칠을 하는가 하면, 현란한 파티장에서 정신없이 즐기던 여성 무용수들이 꿀럭꿀럭 뿜어나오는 연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마치 클럽에 온 듯 음악은 현란하고, 미디어 아트 전시장에 온 듯 은박으로 장식한 벽면에는 영상이 쏟아진다.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이 청소년 관객을 위해 준비한 무용극 ‘빨간구두 셔틀보이’는 어둡고 몽환적이고 강렬하다. 잔혹한 이야기인 ‘빨간구두’, 소녀와 소년의 우정을 그린 ‘눈의 여왕’, 안타까운 사랑을 담은 ‘인어공주’ 등 익숙한 안데르센 동화를 품고 있다. ‘장화 홍련’, ‘온달과 평강’ 등 동화와 설화를 모티브로 다양한 해석과 몸짓을 보여준 안무가 이경옥은 안데르센이 21세기에 살았다면 우리 청소년들을 보면서 어떤 동화를 썼을까라는 궁금증으로 ‘빨간구두 셔틀보이’를 구상했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는 우리 학생들이 겪는 비극과 맞닿아 있다”는 이경옥 안무가는 허영과 욕심 때문에 발목을 잘라야 했던 ‘빨간구두’ 소녀 카렌, 물거품이 되면서 자신이 처한 비극을 외면하는 인어공주를 떠올렸다. 왕따와 셔틀(심부름)이라는 굴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청소년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밝지만은 않다. 애초에 교훈을 주려는 의도도 없다. 이 안무가는 “동화를 이용해 무용극을 만드는 건 무용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작품의 메시지는 관객들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찾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디제잉과 그림, 영상 등을 섞어 귀와 눈이 즐거운 공연으로 기획했다. 아이돌(Eye Doll)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팝아티스트 마리킴과 미디어 아티스트 최종범이 영상작업에 합류했다. 김민경 음악감독과 디제이 수리가 클래식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섞어 기묘한 분위기를 더욱 상승시킨다. 9~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 2만원. (02)2280-4114.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세계서 가장 스마트한 도시 톱 7’…한국은?

    ‘세계서 가장 스마트한 도시 톱 7’…한국은?

    세계적인 정보화 평가기관이 ‘2013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도시 톱 7’을 선정했다. NBC뉴스 등 해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ICF(Intelligent Community forum) 가 최근 뉴욕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세계 7개 정보화 도시’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와 캐나다의 스트랫퍼드 등지가 올랐다. ICF는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정보화 평가기관이다. 이 기관은 전 세계 400여 도시 중 시민들에게 얼마만큼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만한 역량을 갖췄는지, 행정운영의 방식과 해당 도시대학들의 교육수준 등을 토대로 점수를 매겼다. ICF 대표인 로버트 벨은 “톱7은 글로벌 경제에 대해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선견지명을 가진 지적인(intelligent)도시”라면서 “이들은 성공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을 창조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규모 도시이거나 유명한 테크놀로지 허브(Hub)가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발전 가능성과 효율적인 행정시스템 등으로 21세기에 적합한 경제모델, 사회변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CF가 올해 선정한 세계 7대 정보화 도시 리스트에 가장 많은 도시를 올린 아시아 국가는 타이완뿐이었다. 타이완은 타이중을 비롯해 2곳이 톱7에 올랐다. 국내 도시 중에서는 2008년 강남구가 선정된 바 있다. 다음은 2013년 세계 7대 정보화 도시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핀란드 노던오스트로보트니아주 오울루(Oulu)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트랫퍼드(Stratford)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타이완 타이중(Taichung) ▲타이완 타오위안(Taoyuan) ▲에스토니아 탈린(Tallinn)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중앙 부처도 파주시 ‘반성백서’ 본받아라

    파주시가 시정(市政) 실책을 백서로 내놓아 눈길을 끈다. 지방자치단체의 백서는 대개 단체장의 업적을 부풀리고 실패를 숨겨 선거용으로 활용되곤 한다. 그러나 파주시는 행정 전반에 대해 실패 사례를 솔직하게 밝혀 재발 방지의 계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백서에는 민원처리 실수와 형식적인 지역축제에 따른 예산낭비, 이화여대 유치사업 실패에 이르기까지 담당 공무원이 그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반성할 사항을 기록해 놓았다. 따라서 전국의 단체장은 물론이고 중앙 부처 장관들도 본받을 내용이 많을 것 같다. 정책 실패를 백서로 엮어낸 게 파주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초 김해시는 ‘부산·김해 경전철 20년사’라는 백서를 통해 정치권에 휘둘리고 공무원의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백한 바 있다. 이 ‘실패백서’가 몇 년만 빨리 나왔다면 경전철을 무리하게 추진한 용인·의정부 등이 유사한 실책을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자체들은 아직도 한 해에 100조원 이상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지역 살림이 이렇듯 빠듯한데도 일부 단체장은 호화청사를 예사로 짓고 ‘붕어빵’ 지역축제로 혈세를 거덜내곤 한다. 이웃 지자체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중앙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국정철학에 따라 정책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좋은 정책은 이어받고 부적절한 정책은 포기하는 게 상식이다. 예를 들어 전 정권에서 추진한 녹색성장 정책을 보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가 화두가 됐다고 해서 ‘녹색’이란 용어를 모두 삭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녹색산업 역시 21세기의 주요 성장동력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창조경제와 연계할 부분도 많다. 전 정권이 다 잘한 것은 아니지만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 전 정권이 ‘반성백서’라도 남겼다면 녹색정책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정권이든 집권기의 자화자찬은 하고 싶지만 반성은 달갑지 않게 여긴다. 역대 정권들이 실패나 부실로 끝난 각종 국책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담은 백서 한 권 남기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파주시의 사례는 실패를 솔직하게 공개하고 바로잡는 것이 오히려 정책의 진정성과 신뢰감을 높인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 춘향은 어떻게 19세기 일본을 홀렸나

    춘향은 어떻게 19세기 일본을 홀렸나

    21세기 일본의 한류에 ‘카라’와 ‘보아’가 있었다면, 근대기에는 ‘춘향’이 있었다. 일본에서 피어오른 ‘19세기 판 한류’는 그러니까 춘향전이다. 신문소설가로 한때 이름을 날렸던 나카라이 도스이는 1882년 6월 ‘계림정화 춘향전’을 아사히 신문에 20회 연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일본에서 발표된 한글 고전문학 번역본의 효시로 손꼽힌다. 나카라이가 번역한 판본은 판소리의 영향이 강한 전라도 지역의 완판본이 아니라 서울·경기의 유행가요를 수용해 형성된 경판본이었다. 그러나 번역과정에서 단오절에 광한루에서 춘향이 그네를 타는 역동적인 모습은 3월 3일에 물 흐르는 정원에서 연회를 즐기는 정적인 곡수연으로 변형되고, 방자에게 화를 내는 모습은 삭제되는 등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당당한 춘향의 이미지는 사라졌다. 아시아의 유교적 양반성과 정조를 지키는 여성상, 권선징악이라는 테마로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시도 탓이다. 이선윤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HK연구교수는 이런 변용이 “일본식 오리엔털리즘을 조선에 덧씌우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리엔털리즘이란 서양이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 이미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1881년 조선은 일본의 서구개화 문명을 배우겠다며 젊은 관료들이 참여한 ‘신사유람단’을 파견해 일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후쿠자와 유키치가 발행하는 지지신보(時事新報) 등 일본 신문에 조선의 수구당과 개화당의 갈등이 자주 소개되는 등 조선에 대한 일본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나카라이는 ‘계림정화 춘향전’의 역자 서문에서 “조선의 풍토와 인정에 대한” 정보제공을 꾀했고, 이것이 “통상무역을 원활하게 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선윤 연구교수는 “이런 서문은 (개항 이후) 쌀 수출입을 둘러싸고 조선과 일본 간의 트러블을 12살이던 어린 시절 부산 왜관에서 목격한 나카라이의 경험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일본에서 춘향은 계속 번역·소비됐다. 1910년 잡지 ‘조선’에 조선학 연구자인 다카하시 도루가 번역했고, 1921년에는 ‘통속조선문고4’에 ‘광한루기’로 실려 있다. 1924년 ‘여성개조’에도 ‘춘향전’이 실린다. 1930년대에 가면 춘향전은 이제 소설이 아니라 희곡과 오페라로 번역, 발표된다. 춘향은 일본식 한자 읽기에 따라 ‘하루카’로 변용되는 시기다. 본격적인 일본식 오리엔털리즘이 반영된다. 1945년 이후에는 이인직이 번역한 ‘신편 춘향전’ 등이 일본어로 번역돼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소설과 함께 민화로 춘향전이 소비되고, 1996년에는 만화창작집단 CLAMP에 의해 ‘신춘향전’이 타이틀로 출판됐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한류 붐이 불던 2003년 재판이 등장했는데, 표지에 이도령과 춘향의 캐릭터를 내세워 로맨스물임을 강조됐다. 드라마 ‘쾌걸춘향’도 번역돼 방영됐다. 이선윤 연구교수는 ‘고전의 번역과 소비의 양상-‘춘향전’이 초기 일본어 번역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이화여대 인문과학원이 여는 “지식을 (재)번역하라: 20세기 초 한·중·일 번역의 지형”이란 제목의 국제학술대회에서 5일 발표한다. 이 밖에 박경 이화여대 교수의 ‘역관 현채의 근대 번역 주체로서의 성장 과정’, 김남이 부산대 교수의 ‘20세기 초 최익한의 지적 행로와 근대 지식주체의 형성’, 고모리 요이치 도쿄대학 교수의 ‘일본 근대 소설 문체의 성립과 번역문체’ 등 논문이 관심을 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도법스님, 美서 해방신학자들과 ‘맞짱 토론’

    도법스님, 美서 해방신학자들과 ‘맞짱 토론’

    ‘조계종 도법 스님이 해방신학자들과 한판 담판을 한다는데’, ‘해방신학자들이 한국불교의 생명윤리 사상을 어떻게 이해할까’…. 요즘 불교계에는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의 뉴욕 토론을 놓고 말들이 많다. 미국 유니언신학대학원이 ‘깨달음과 해방-참여불교인과 해방신학자의 대화’를 주제로 17일부터 20일까지 개최하는 국제 콘퍼런스에서 도법 스님의 ‘예상되는’ 언행이 화제다. 이 콘퍼런스는 세계적인 종교학자 폴 니터 교수의 정년 퇴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 세계적인 불교, 기독교 종교인과 학자 35명이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게 된다. 로버트 서먼, 샐리 킹, 버니 글래스먼, 래리 라스무센 등 미국 학자들과 울리히 두흐로브(독일), 담마난다(태국) 스님, 이본 게바라(브라질), 매리 존 마난잔(필리핀), 펠릭스 윌프레드(인도), 호세 마리아 비질(파나마) 등 발제와 토론에 나설 인물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유니언신학대학원 측은 폴 니터 교수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종교 간 대화를 지속적으로 나눠온 인연을 따져 도법 스님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의 초점은 아무래도 도법 스님이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내용과 콘퍼런스를 둘러싼 숨가쁜 행보이다. 도법 스님은 우선 18일 오후 ‘나의 불교수행, 화엄세계관과 생명평화운동-지금 당장 붓다로 살자, 붓다로 행동하자’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 이어 콘퍼런스 일정 내내 토론과 의식에 참여할 예정이다. 주제강연의 초점은 ‘21세기 절체절명의 화두는 지구촌 생명평화 공동체이며 종교인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비로소 종교가 종교다워진다’는 내용. 화엄경의 ‘본래부처론’과 ‘동체대비론’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불교 주류의 길인 개인적이고 내적이고 은둔적이고 정적인 수행을 20여년 동안 했지만 깊은 회의와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었고 화엄경과 간디의 만남을 통해 불교에 대한 이해와 믿음, 만인이 함께 가야 할 삶의 방향과 길을 발견하고 비로소 길고 긴 방향을 어느 정도 정리하게 됐다”는 내용도 들어 있어 해방신학자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도법 스님은 1990년대 이후 20여년간 지속적으로 벌여온 대안운동과 생명평화·민족화해·평화통일 기원 지리산 1000일 기도, 생명평화 결사, 생명평화 탁발순례 등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는 한편 불교계에서 추진해온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 선언’과 추진과정도 설명한다는 입장이다. 도법 스님의 행보는 특히 이번 콘퍼런스의 배경과 맞물려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유니언신학대학원은 이 콘퍼런스를 계기로 국제참여종교네트워크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조계종 결사추진본부는 이와 관련해 “도법 스님이 대안적 불교수행 공동체며 종교에 기반을 둔 다양한 실천 커뮤니티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에는 법륜 스님과 지정 스님, 정현경 교수도 참여하며, 미국 햄프셔대학교 교수인 혜민 스님이 통역 등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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