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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0년간 역사교육의 허와 실

    [역사 교육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김한종 지음/책과함께/504쪽/2만 5000원 뉴라이트 계열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해방 전후부터 최근까지 역사 교육의 변천사를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쓴 ‘역사 교육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지난 70년간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은 역사 교육의 실상을 23개의 주요 장면을 통해 조목조목 짚는다. 저자는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교육, 그중에도 역사 교육만큼 정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역사 교육은 통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민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서 특히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지만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에 힘쓰던 사람들도 정치적·사회적 이유로 역사를 강조하고 중시한 점은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해방 이후 역사 교육의 과제는 독립 한국에 걸맞도록 역사 교육을 바로 세우고 자국사 교육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미국식 민주주의 교육과 민족 전통에 토대를 둔 민족주의자들의 의견이 맞선 가운데 단군신화에서 나온 홍익인간이 교육이념으로 채택됐다. 이는 일민주의라는 이승만 정부의 통치 이데올로기와도 연결돼 있다. 1970년대 들어 국사 교육은 박정희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강화됐다. 사회과에 속해 있던 국사가 독립 교과가 되고,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에서도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저자는 “박정희 정부의 국사 교육 강화 정책에는 국사를 국정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중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민중 중심의 역사 서술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후반에 출범한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역사교육 운동에 앞장섰는데 이러한 변화를 경계한 보수 세력의 반발로 1994년 국사 교과서 준거안 파동이 불거지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역사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에 비해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의 대상이 됐다. 근·현대사 인식에 대한 사회적 갈등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으로 확대됐고, 21세기 들어서는 일본 우익단체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한·일 간에 역사 분쟁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21세기 역사 교육은 다인종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처하고 사회적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어야 하며, 국민들이 자발적 일치를 이룩할 수 있게 하는 민주교육이어야 한다”면서 “갈등과 대립을 정당화하는 역사 왜곡을 지양하고, 여론이나 교육정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역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남북한 민요에 어깨춤 덩~실!

    가을을 맞아 각 자치단체들의 축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축제가 열린다. 서울 성동구는 오는 4~5일 소월아트홀과 아트홀 야외광장에서 ‘성동 겨레의 소리 - 악(樂) 페스티벌’을 연다고 1일 밝혔다. 페스티벌에서 눈길을 끄는 단체는 재일조선인 민족악기중주단 ‘민악’(民樂). 재일조선인들은 일본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일찍부터 북한의 민족예술문화를 받아들이면서 현대음악을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음악 활동을 해왔다. 민악은 그 뜻에서 1990년 결성돼 20여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전통음악단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34명의 단원 가운데 4명이 참가해 ‘도라지’, ‘바다의 노래’ 등을 들려준다. 한국의 싱어송라이터인 백자와 함께 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이 외에도 해외 뮤직 페스티벌의 단골 초대손님인 월드뮤직밴드 ‘공명’,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OST에 참여한 피리 연주가 안은경의 ‘안은경 퓨리티(purity)’, 국악과 록음악을 결합한 대중적 음악으로 지난해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은 퓨전밴드 ‘억스’(AUX) 등 개성 넘치는 연주자들도 대거 참여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상위 10% 하버드생들은 행복했을까

    상위 10% 하버드생들은 행복했을까

    [행복의 비밀] 조지 베일런트 지음/최원석 옮김/21세기북스 펴냄/528쪽/2만 1000원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선 흥미로운 연구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공중위생학부 교수인 앨런 V 복 박사가 총장에게 제안한 이 연구에는 인간의 선천적·후천적 요인을 아울러 미래의 성격과 건강을 예측하고, 직업 선택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하자는 의도가 담겼다. 이듬해 복 박사는 하버드 홀리요크가의 붉은 벽돌 건물에서 인류학자, 심리학자, 내과·정신과 의사로 구성된 연구팀을 출범시켰다. ‘그랜트 연구’로 알려진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오래된 인간의 삶에 관한 연구로 알려져 있다. ‘버클리 앤드 오클랜드 성장연구’(1930), ‘프레이밍엄 연구’(1946) 등과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인 종단 연구로 불린다. 프로젝트는 복 박사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거부 월리엄 T 그랜트의 이름을 땄다. ‘성인발달연구’로도 불리며 초기 연구는 인간의 체형이 삶을 결정짓는다는, 오늘날의 관점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가설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연구가설은 시대에 따라 세 차례나 바뀌었다. 연구 대상은 18~19세의 건장한 백인 청년들. 이들은 전체 하버드대생 가운데 수학능력시험(SAT), 건강상태, 가정환경 등을 감안해 추려낸 268명의 상위 ‘10%’ 그룹이었다. 비슷한 신체·정신적 건강상태와 피부색, 교육 수준, 지능 등을 지녔고, 1939~1944년 차례로 하버드대를 졸업해 사회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 우월해 보이는 백인 남성들은 스스로 ‘실험용 쥐’라 부르며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75년간 무려 세 차례나 바뀐 연구팀은 거의 매년 대면 혹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피실험자들의 정신건강과 신체변화, 사회적 지위, 만족감 등을 측정했다. 일종의 10점 척도인 ‘10종 경기 점수’에선 피실험자의 3분의1이 2~3점을 받았다. 상·하위 3분의1은 각각 4점 이상, 2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들은 1919~1922년 출생해 사춘기 때 대공황을 겪었고, 대학 졸업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 내몰렸다. 직업적 안정을 찾아갈 중년 무렵에는 다시 베트남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행복의 비밀’은 1972~2004년 연구팀을 이끌었던 저자가 독특한 시각에서 그랜트 연구를 재해석한 책이다. 주로 심리적 요인에 집중해 “인간은 평생 변하고 성장하는 존재”라며 “인생에서 중요한 단 하나는 다른 사람과 맺는 인간관계”라고 결론내린다. 미국 중하위층 가정에서 태어난 애덤 뉴먼(가명)의 경우 포악한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방어기제로 극도로 절제된 행동을 보인 그는 외형상 완벽한 엘리트였다. 게르만계의 중배엽형 체격과 영민한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심리검사에선 항상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만사에 무관심했던 그는 의학자와 공학자, 사회학자의 범주를 오가며 변화무쌍하게 살았다. 72세에 암으로 볼품없이 숨지기 전 가진 마지막 면담에서 연구원은 놀랍게도 “그에게 매료됐다”는 의외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뉴먼이 앞서 연구원에게 “살아 있어 행복하다”는 편지를 남겼던 것이다. 상류층에서 태어났지만 위선적 부모 밑에서 자란 고드프리 카미유(가명)는 의사였다. 32세에 자살을 시도한 뒤 55세 때 폐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절망적인 삶을 살았다. 병원에서 영적 체험을 했다는 카미유는 82세로 죽을 때까지 30년간 영적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추도사를 읊은 목사는 “늘 베풀며 성인처럼 살았다”고 증언했다. 책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런 조건을 뛰어넘는 인간의 변화 의지, 성장의 방향이 행복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행복의 조건은 학벌, 재산, 지위가 아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내적) 능력이었던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책꽂이]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펴냄) 신문기자와 청와대 연설문 작성자로 일한 저자가 일목요연하게 대화의 32가지 기술을 전한다. “사람에게는 인품이 있고 말에는 언품이 있다”, “100명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1명의 적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진정성 있게 말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256쪽. 1만 2800원.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조나 버거 지음, 정윤미 옮김, 문학동네 펴냄) 와튼스쿨 마케팅학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가 전하는 소셜 마케팅 전략. 단돈 50달러로 만든 유튜브 동영상 덕분에 700% 성장을 이룬 믹서 회사 ‘블렌드텍’, 뉴욕타임스의 악평으로 매출이 45%나 늘어난 서적 ‘사나운 사람들’, 메일 속 글귀로 3억 5000만명의 가입자를 잡은 ‘핫메일’ 등의 사례가 담겼다. 368쪽. 1만 6000원.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필립 브라운·휴 로더·데이비드 애슈턴 지음, 이혜진·정유진 옮김, 개마고원 펴냄) 왜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폭락했을까. 영국의 노동시장과 교육 전문가인 저자들이 지식경제의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는다. 고등교육의 대중화 이후 어느 순간 불쑥 등장한 ‘대졸 실업자’와 ‘고학력 저임금’ 현상의 배경을 분석한다. 296쪽. 1만 6000원.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박평종 지음, 달콤한책 펴냄) ‘사진미학’ 분야에서 독보적 시선을 드러내 온 저자가 펴낸 두 번째 사진평론집. 다양한 예술 분야와 폭넓게 접속하면서 대중문화 속에 뿌리내린 우리 시대의 사진들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오늘날 한국의 사진문화가 어디로 가고, 우리에게 사진가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335쪽. 1만 8000원. 반나절 주말여행(꼰띠고 지음, 꿈의지도 펴냄)꼭 멀리 떠나야 여행은 아니다. 가까운 곳에도 좋은 여행지는 많다. 책은 수도권에서 반나절이면 갔다 올 수 있는 여행지 200곳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다. 추천 일정표와 계절·테마별 인덱스, 거리와 소요시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마일포스트 등을 수록했다. 또 400여곳의 맛집과 QR코드를 통해 맛집 선택에 실패가 없도록 돕는다. 416쪽. 1만 7000원. 절벽사회(고재학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언론인인 저자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폐해들을 분석했다. ‘불안사회’, ‘위험사회’라는 표현에 ‘절벽사회’라는 조어를 덧붙였다. 이른바 교육 절벽, 일자리 절벽, 인구 절벽 등을 열거한다. 저자는 그 해법으로 따뜻한 자본주의를 주장한다. 낭떠러지 끝에 든든한 안전망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280쪽. 1만 5000원. 미학 에세이(진중권 지음, 씨네21북스 펴냄) 대표적 진보학자인 저자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까지 미학적 사유의 장을 펼친다. 삶과 죽음, 성, 기술, 정치,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과 주제를 넘나든다. 정치 논객이기 이전에 미학자로서 그간 던져온 쉼 없는 고찰을 만날 수 있다. 324쪽. 1만 7000원. 여왕의 시대(바이하이진 지음, 김문주 옮김, 미래의창 펴냄)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하던 시대에 세계는 무엇이 달라졌고, 어떻게 진보를 이뤘는지 서술한다. 요부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 권력의 화신인 측천무후와 예카테리나, 용기와 지혜의 대명사인 엘리자베스 1세와 이사벨 1세까지 다양한 통치자들을 만난다. 560쪽. 1만 9800원.
  • 전후 日지도자 9명 통해 본 열도의 미래

    [일본 부활의 리더십] 손열 외 지음/동아시아연구원/332쪽/1만 6000원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 1970년대 후반까지의 번영기와 그 이후 ‘성공의 역설’에 빠져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정체기 또는 모색기로 대별된다. 일본 전문가 9명이 공동집필한 ‘일본 부활의 리더십’은 성격이 다른 두 시기에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변환적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 9명을 해부, 일본의 미래를 전망하려 한다. 전후 건축단계의 지도자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다. 1945~1947년, 1948~1954년 두 차례 총리를 역임한 그는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함으로써 안보를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 위주의 경제민족주의 시책을 펼치면서 자유·민주 등 보수대통합을 통한 정치 안정화를 이뤄 고도성장의 초석을 닦는다. 그는 타협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밀어붙이고 실리를 위해서는 비굴해지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 곡예에 능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전후 일본의 설계자’, ‘미국에 군사적 주권을 팔아넘긴 매국노’ 등 극단의 평가가 교차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는 소수 파벌이면서도 ‘대통령형 총리’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전후 체제의 문제점이 노정되던 1980년대를 슬기롭게 헤쳐갔다. 전후 요시다 체제의 탈피를 내세운 그는 퍼포먼스에 능한 언설 정치, 유력 파벌과의 연대 및 당내 유력자의 포섭 등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재정·행정·교육개혁에 나섰으며, 전후 체제의 긍정적 요소를 기꺼이 수용하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2001년 총리가 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는 정책결정 구조를 상향식에서 총리 주도의 하향식으로 바꾸고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정책을 소신 있게 펴 1990년부터 시작된 거품 경제의 일본 사회에 숨통을 터 주었다. 편자인 손열 연세대 교수는 결론적으로 분명한 비전과 목표, 하부 실행전략을 제시하고 정치적 지지를 끌어내는 21세기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대중과의 소통능력을 고루 갖춘 지도자가 등장할 때 새로운 일본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유엔총회의 ‘뻔뻔한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엔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일본이 전 세계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등 모순적인 주장을 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오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1세기인 지금도 분쟁지역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 계속되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일본은 여성에 대한 이러한 범죄행위를 막는 데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도 위안부를 둘러싼 일본군의 성범죄 등 과거사 문제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 여성의 사회진출과 보건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30억 달러(약 3조 2300억원) 이상의 정부개발원조(ODA)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성 인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꼼수’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분쟁지역에서의 여성에 대한 성범죄를 막고 여성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진정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뉴욕에서는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간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현안마다 대립하는 등 50분간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윤 장관은 우리 국민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일본 근대 산업 유산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하고 최근 일본 우익단체의 반한시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가시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기시다 외무상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면서 한국 대법원에서 일본기업의 패소가 확정되면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를 조기에 풀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기고] “천연가스 등 4121억 배럴 매장… 지구촌 新자원루트 경쟁 대비를”/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

    [기고] “천연가스 등 4121억 배럴 매장… 지구촌 新자원루트 경쟁 대비를”/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

    북극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 매장된 각종 자원 개발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21세기 중반쯤에 고갈될 것으로 점쳐지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석탄, 각종 광물자원, 풍부한 어자원으로 세계인들의 눈길이 북극에 쏠리고 있다. 북극의 에너지자원과 식량자원, 광물자원 등이 아직 미개척·미이용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 많아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이어 새로운 자원 시장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 대한 자료가 풍부한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권에는 900억 배럴의 원유와 470억 배럴(47조 2608억㎥)의 천연가스, 440억 배럴의 액화천연가스(LNG)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천연가스, 액화천연가스를 포함한 매장량은 모두 4121억 배럴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2007년 원유 수입량이 8억 6800만 배럴, 2006년 천연가스 수입량이 2522만t인 것에 견주면 엄청난 양이다. 북극은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 외에도 엄청난 양의 금과 은, 다이아몬드, 아연 등 희귀 광물자원이 묻혀 있는 지구의 보물창고이다. 또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대구와 연어, 가자미류 등 어류의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이 지역이 새로운 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이 지역이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석유자원을 대체할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도 오호츠크해에 상당량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각종 풍부한 자원을 놓고 북극 주변 국가들의 각축전이 시작되고 있다. 북극을 덮고 있던 얼음이 급속히 녹으면서 북극과 관련이 없는 국가들까지 합세해 자원과 교역 루트 경쟁을 앞다투어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때를 같이해 우리는 북극을 비롯한 지구환경 보존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조하고 종합대책을 실행해 나가는 작업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비즈니스도 차분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북극해 변화가 지구촌을 위협하는 것만은 아닌,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시론] ‘김치 정신과 상극 극복’/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시론] ‘김치 정신과 상극 극복’/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21세기의 화두는 단연 화해와 평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갈등과 폭력이 난무하는 상극의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사물을 이분법적 대결구도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양쪽으로 편을 가르고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기려고 하는 이른바 이항대립이나 진영논리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이럴 때 ‘김치’ 생각이 난다고 하면 좀 생뚱맞은 일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의 3대 음식으로 보통 비빔밥, 찌개, 김치를 꼽는다. 그러나 비빔밥을 먹을 때도, 찌개를 먹을 때도 거기에는 반드시 김치가 있기 마련 아닌가. 김치가 없는 한국 음식문화, 한국인은 생각할 수 없는 셈이다. 세계 어디고 한국인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김치가 있다. 한국인과 김치는 ‘바늘과 실’이다. 김치의 재료로는 보통 무, 배추를 비롯하여 각종 채소와 과일, 생선, 육류가 들어간다. 영양학적으로는 산성 식품과 알칼리성 식품이 고르게 섞여 있다. 이런 재료들을 사용하여 일정한 조건하에서 젖산으로 발효시킨 것이 김치다. 발효과정에서 재료에 포함된 영양가 외에 젖산에 의해 새롭게 합성된 비타민, 다당류, 올리고당 등이 생겨난다. 이런 특징을 지닌 김치야말로 우주적 원리요 종교적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음양(陰陽), 상생(相生), 화(和), 양극의 일치(coincidentia oppositorum)의 원칙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최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질적이며 상극적 요소를 하나로 어우르는 조화정신의 가장 구체적 표본이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질문을 제기해 본다. 김치의 이런 정신적 가치를 오늘 우리들의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을까 하는 것이다. 이른바 ‘김치 정신’을 새롭게 구현하는 문제다. 사실 구현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구현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할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첫째, ‘김치 정신’을 통해 오늘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념적·정치적 대립을 극복하는 것이다. 김치가 이질적이거나 심지어 반대되는 물질을 삭여 제3의 새로운 맛과 영양을 창출하듯, 우리 가운데 있는 다양한 사상과 상충되는 이념들이 서로 상극(相剋)의 관계를 빚을 것이 아니라 상생(相生)과 호혜(互惠)의 아름다운 관계로 승화하게 한다. 둘째,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한 종교적 배타주의를 해소하는 데도 ‘김치 정신’이 발휘되어야 하리라. 서로 다른 종교는 국민들의 정신적 건강과 안녕에 기여하는 서로 다른 요소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서로 도와야 할 것이다. 종교의 진위나 우열을 오로지 ‘내 것, 네 것’이라는 잣대로만 판단하고 서로 싸우던 종래까지의 소박한 배타주의는 이런 김치를 만든 민족, 김치 애호가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셋째, 국제사회에서 ‘김치 정신’을 적용하는 것이다. 양대 이념뿐만 아니라 양대 세력에서 한국인은 ‘김치적’ 대응방법으로 양쪽을 조화롭게 하고 양쪽 모두와 우호관계를 맺도록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동서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비김치적 패권주의, 패거리주의, ‘문명의 충돌’ 등의 논리를 지양하고, 세계가 모두 어울려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김치적 보완과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힘쓴다는 것이다. 사실 김치는 포스트모던적 사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분법적 대결이나 흑백논리가 아니라 양자의 협력과 평화를 위한 대안 논리이다. 다양하고 다원적인 견해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는 입지주의(perspectivalism)적 입장에서 바라봄으로써 톨레랑스를 가지고 받아들일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다양성을 창조적 힘의 원천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다. 밥상을 대할 때마다 이런 뜻을 되새긴다면 우리 주위가 좀 더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 [씨줄날줄] 잡스의 영혼/정기홍 논설위원

    2010년 6월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4’를 출시하면서 내놓은 광고 콘셉트는 도발적이었다. “당신은 이미 이 제품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 이 문구에서는 사용법이 너무 쉬워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당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애플의 새로운 기기 출시에 혼을 빼앗기고 있을 때였다. 이 호언은 시장에서 그대로 적중해 또 한 번 애플의 혁신에 환호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0일 애플은 후속작인 ‘아이폰5S·5C’를 세계시장에 공개했다. 5S는 고급 시장을 겨냥했고, 5C는 중저가 모델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저그런 제품으로 평가절하한 채 실망감을 넘어 허탈해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스티브 잡스의 영혼이 새 아이폰과 함께 애플을 빠져나갔다”고 혹평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애플 본사의 벽에서 잡스 사진을 떼도 좋을 것 같다”며 애플에 ‘잡스의 혁신’은 없다고 단언했다. 2007년(한국은 2009년)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이후 6년 만의 최악의 평가다. 어느새 ‘애플 제국’은 자신이 아이폰의 모방품으로 비아냥거렸던 경쟁사 제품에 시장을 넘기면서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애플은 왜 맥없이 무너지는가. 애플의 추락 이유는 유라시아를 지배했던 몽골에서 찾을 수 있다. 800여년 전 몽골의 칭기즈칸은 유목민의 기마술로 가장 빠르게, 그리고 잔인하게 대륙을 정복했다. ‘몽골 군대는 소문보다 먼저 들이닥친다’는 데서 보듯 속도의 위용은 대단했다. “21세기는 새로운 유목사회”라고 진단한 GE의 전 회장 잭 웰치도 유목민의 속도감에서 그 의미를 찾았을 정도다. 하지만 몽골은 폐쇄정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중국의 주류 민족인 한족을 천대하면서 반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애플도 온라인제국을 건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하무인 격이었다. 폐쇄적 경영은 혁신을 등졌고, 곳곳에서 저항에 부닥치면서 서비스 경쟁에서 밀려났다. 잡스의 혁신은 ‘존재하는 것’과 ‘남의 것’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그의 사후 조직은 혁신의 날카로움을 잃어버렸다. 첨단의 시대엔 물리적으로 강한 자도, 지적인 자도 적응이 빠른 자에겐 이기기 어렵다.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한 지 2년. ‘잡스의 혁신 정신이 애플의 근간이 돼 영원히 남을 것’이라던 애플의 예상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 애플의 ‘비밀주의’도 유효하지 않다. 애플의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31.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잡스의 영혼을 잃은 애플도 언젠가 모토로라가 구글에, 노키아 휴대전화 부문이 MS에 팔린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를 일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당신의 책]

    위대한 수학문제들(이언 스튜어트 지음, 안재권 옮김, 반니 펴냄) 최소한의 색깔을 사용해 구역이 구분되도록 지도를 색칠하려면 몇 가지 색이 필요할까. 답은 네 가지다. 4색이면 어떤 복잡한 지도도 구별해서 그릴 수 있다는, 유명한 ‘4색 정리’다. 간단해 보이지만 증명이 어려워 오랫동안 난제(難題)로 여겨졌다. 1976년 어펠과 하켄 교수가 1000시간 넘게 컴퓨터를 활용해 수학적 귀납법으로 증명해냈다. ‘케플러 추측’은 제한된 공간에 공을 가장 조밀하게 쌓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증명하는 데 400년이나 걸린 이 문제의 답은 과일가게 주인의 과일 쌓기 방식이었다. 영국 수학자이자 대중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이처럼 수학사를 뒤흔든 14가지 난제를 소개한다. 492쪽. 2만 3000원. 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해나무 펴냄) 가장 큰 규모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빅 히스토리’(거대사) 입문서로, 2011년 빌 게이츠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의 핵심 강의 시리즈를 묶은 것이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처음 고안한 ‘빅 히스토리’ 개념은 과학과 인문학을 결합시킨 융합학문으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간의 역사를 넘어 우주 전체의 역사를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책은 빅뱅에서부터 별의 탄생,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생명의 기원, 인류의 등장, 문명의 출현, 현대사회로의 발전 등 137억년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펼쳐 보여준다. 432쪽. 1만 5000원. 이매진, 초일류들의 뇌 사용법(조나 레러 지음, 김미선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글로벌 기업 P&G의 밀대형 청소용품인 ‘스위퍼’는 먼지를 손쉽게 닦아내는 혁신적 기술로 주부들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한 할머니가 부엌 바닥에 쏟은 커피 가루를 빗자루로 쓸어낸 뒤 종이 행주를 물에 적셔 커피 알갱이 한 알까지 깨끗이 닦아내는 장면에서 착안했다. 창의성은 이처럼 우리가 날마다 하는 일을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낼 때 발현된다. 이 책은 밥 딜런, 3M, 픽사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창의성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창의적 재능이 몇몇 예외적인 인물에게만 있다는 선입견을 깨뜨린다. 328쪽. 1만 6000원. 인디고 서원에서 정의로운 책읽기(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펴냄) 학업에 치여 책조차 마음대로 읽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전문가나 어른의 시각이 아닌 또래의 눈높이로 선정한 독서 길라잡이다. 부산에 있는 청소년인문학서점 ‘인디고 서원’의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두었던 좋은 책들의 목록과 현실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삶이 지루한 친구들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한 친구들에게는 ‘노인과 바다’를, 경쟁이 지긋지긋한 친구들에게는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를 추천하는 등 상황과 관심사에 따른 맞춤형 책 80여권을 소개한다. 368쪽. 1만 5000원.
  • [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인터넷과의 전쟁’/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인터넷과의 전쟁’/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언론은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위해 일하는 선전 도구다. 그러므로 무엇을 선전하고 무엇을 선전하지 말지는 당의 방침과 지도에 따라야 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언론의 사명으로 제시한 ‘정치가판보’(政治家辦報·당의 시각으로 신문을 만들다) 정신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주요 언론 사상 중 하나다. 그런데 이것이 시진핑(習近平) 시대에는 인터넷으로 확대 적용되는 분위기다. 언론 못지않게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주석 집권 첫해에 열리는 전국선전사상공작회의에서는 새 지도자의 언론관 격인 선전 지침이 발표되는데 시 주석은 인터넷 통제를 첫손에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8월 19일 열린 이 회의에서 강력한 인터넷 부대를 조직해 뉴미디어를 장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달 초 홍콩의 사우스모닝포스트가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당국은 전국선전사상공작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유명 블로거들을 공공질서 문란 혐의로 속속 체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유포한 악성 루머가 500회 이상 재전송(리트위트)되거나 5000번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규정까지 마련했다. 당국이 이처럼 인터넷 통제에 혈안이 된 것은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이겨야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지켜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웨이보에서도 민주와 헌정 등의 정치개혁을 요구하거나 보편가치 등을 촉구하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공산당을 위협하는 공작이라고 중국 당국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앞서 관영 언론들이 구 소련의 몰락은 민주주의 도입에 따른 결과라며 정치개혁 요구를 ‘중국 분열’을 위한 서방의 음모라고 몰아붙인 것도 이 같은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명 블로거들이 공공질서 문란죄로 체포되거나 성매수 혐의로 끌려가는 장면이 TV 화면에 공개되는 등 인터넷 여론 통제가 강화되면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터넷 제보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던 부패 공직자 고발이 어렵게 된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발언하거나 당을 조롱하는 말을 감히 할 수 없는 ‘공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개혁파인 인민일보 부총편집 출신의 저우루이진(周瑞)은 최근 한 학술지에 게재한 글에서 ‘인터넷 통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정권이 언로를 막으면 더 큰 화를 입게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라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가 중국인을 위한 최적의 제도라는 자신이 있고 실제로 사람들이 그렇게 믿도록 정권을 운영한다면 반대 여론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마오가 ‘정치가판보’ 정신을 주창한 것은 집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반(反)우파 투쟁을 벌였던 1957년의 일이다. 지금은 21세기 정보화 시대지만 당이 일련의 조치를 내린 이후 웨이보 발언율은 급감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옥죄기가 공산당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jhj@seoul.co.kr
  •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됐던 글로벌 금융 위기. 유례가 없을 만큼 무겁고 광범위한 공포의 장막을 전 세계에 드리웠던 5년 전의 위기는 사회주의가 사라지고 자본주의로 합일화된 21세기 지구촌에 엄중한 질문을 던졌다. 과연 자본주의는 이 상태로 지속 가능할 것인가,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과 정승일 복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 만났다. 대담은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의 강 의원 방에서 진행됐다. [위기의 원인] 강석훈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됐을 때, 1930년대 대공황의 충격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결과적으로 그런 충격은 없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은 것이지요. 그러나 내재된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리먼 사태 이전부터 자본주의 경제의 두 개 축인 ‘성장’과 ‘분배’는 모두 도전을 받고 있었습니다. 금융 중심의 성장 구도는 금융 버블(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꺼지면서 어떻게 성장을 모색해야 하나 방황하는 중이었죠. 미국의 일부 소득지표는 192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재 세계경제는 새로운 성장의 해법도, 악화되는 소득분배를 완화할 방법도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정승일 현재 세계경제는 말 그대로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성장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누구도 미래에 대한 명확한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른바 ‘자본주의 4.0’을 만들자는 건데 시장 만능주의가 중시되던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를 벗어나 과거 케인스주의(자본주의 2.0)의 장점을 덧붙이자는 겁니다. 결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강 저는 자본주의 4.0을 시장과 정부가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룰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으며 경제 거품을 만들게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아무리 지출을 늘려도 시장의 뒷받침 없이는 성장의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정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보여 주었던 시장 만능주의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금융 부문은 규제를 늘리고 보완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 모두가 안 되는 불안한 상황이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습니다. 성장의 축은 기업 투자입니다. 케인스주의가 탄생한 1930년대에도 기업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안 했습니다. 그래서 기업 투자를 잡는 불확실성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케인스의 주장입니다. 또 저성장 국면에서는 소비가 줄기 때문에 정부의 지출이 늘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분배정의] 강 글로벌 금융 위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재정적자와 저금리 기조에서 촉발됐습니다.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 증대보다는 민간의 투자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해 과잉 생산에 나서면서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분야가 줄고 있습니다. 또 세계화의 진행으로 임금을 주고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업보다는 자본을 투입하는 게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적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와 일반 국민경제의 관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투자 프레임보다는 창조경제와 같이 무형자산 투자나 혁신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은 복지에서도 크게 나타났습니다.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힘을 받게 된 거죠. 강 소득분배의 악화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커다란 이슈가 됐습니다. 소득분배 구조가 열악해진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인구구조의 고령화입니다. 기술의 진보로 고학력·고숙련자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저학력·저숙련자의 필요성은 낮아졌습니다. 세계화에 대한 적응 정도에 따라 계층이 나뉘었고 금융이나 의료 등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한마디로 고용을 통해 경제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이 효과가 약해진 겁니다. 정 리먼 사태 때 저는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로 이어졌던 1997년 외환위기가 떠올랐습니다. 5년 전 미국을 보면서 “너희도 터지는구나” 하는 쾌감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IMF나 미국은 정경유착, 국가주도 경제 등 우리나라의 내재된 문제들을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한국이라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와 금융시장이 가진 문제도 컸던 셈입니다. 외환위기 당시 IMF는 우리나라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시장에 자율회복 기능이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5년 전 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개입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까지 파산할 위기였으니까요. 이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됐습니다. 강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은 저금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방식으로는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또 2010년 유럽발 금융 위기는 재정이 약한 나라부터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죠. 재정이 튼튼해야 하며, 저금리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학습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가 움츠릴 때 밖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또 경제와 사회가 떨어질 수 없다는 것도 배웠죠. 대기업들도 사회와 공존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만 챙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더욱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 저금리 정책이 금융 버블을 만들었지만 저금리 정책의 이유도 잘 따져 봐야 합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저금리 정책을 편 것은 연준의 임무가 물가 상승 방지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자 ‘고용 없는 성장’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 투자가 줄고 고용도 감소합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종업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주주들의 환심을 사 주가를 높였습니다. 물건 값은 싸지만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이른바 ‘월마트 자본주의’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장기 투자가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손’이 필요해진 겁니다. [고용없는 성장의 해법] 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문제는 구조조정이나 가격조정 등 고통을 감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을 푸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 돈을 언제 거두느냐가 문제가 됐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핵심 이슈는 고용이 성장과 분배의 고리로서 역할을 해 주느냐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성장이 곧 고용 증가였습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가져다 주는 투자를 합니다. 투자 지표는 올라가는데 고용은 늘지 않습니다. 단순 투자가 아니라 고용을 유발하는 투자를 장려해야 합니다. 정 고용 없는 성장으로 성장의 열매를 모두가 나누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지난 200년간 유지된 것은 부자의 탐욕이 투자로 연결되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서였죠. 사람들이 ‘고용 창출’ 때문에 자본주의를 용인했는데 이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이유 중 하나는 ‘주주자본주의’입니다. 제조업을 경시하고 서비스업을 중시하면 고소득 서비스업이 조성될 것 같았지만 경제 버블만 일어나고 질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주저앉은 아일랜드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을 하자는 환상을 버리게 했습니다. 금융은 중개 기능만 하면 된다는 거죠. 강 고용 없는 성장은 사실 주로 선진국의 고민입니다. 베트남만 가도 아직 봉제공장투성이니까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경제 상황은 신흥국에 가까운데 고용 없는 성장은 선진국과 같다는 점입니다. 정 가장 좋은 창조경제는 제조업이라고 봅니다. 제조업은 연구개발(R&D) 집약형 사업입니다. 제조업에서 10조원을 투자하면 통상 5조원은 설비투자고, 5조원은 R&D 투자입니다. R&D 인력이 늘어나니 ‘고용 있는 성장’입니다. 창조경제를 얘기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추격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항공, 제약산업, 생명공학 등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포스트 캐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R&D 인력을 늘렸고, 우주항공과 제약 산업을 키웠습니다. 이런 사업은 투자 10년 후에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기업 스스로 하기는 힘듭니다. 강 하지만 우주항공 등의 분야는 선진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강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시도는 해야 하지만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시대 ‘한강의 기적’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미식 경제구조를 실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유럽식 복지 제도를 실험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방식에 가까울 겁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의 시스템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미 많이 따라했습니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별적 복지도, 보편적 복지도 한쪽만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어떻게 조정해 한국형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이 사라졌죠. 선진국이 전부라는 생각이 사라진 겁니다. 이 글로벌 금융 위기는 2011년 금융기업의 탐욕을 꾸짖는 반월가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에 공정한 룰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 강 반월가 시위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았죠. 하지만 경제민주화 논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그간 재벌들은 새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 창출을 많이 했습니다. 반면 2000년대 후반부터 안전한 투자에 집중해 왔습니다. 결국 동네 상권까지 진출하니까 경제민주화 얘기가 나온 겁니다. 대기업은 자본뿐 아니라 인재도 집중됩니다. 해마다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몰려갑니다. 돈과 사람이 있으니 그 힘은 막강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사회와 어우러지는 대기업을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정 재벌 가족과 재벌 기업은 따로 떼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이익을 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거래 규제를 다소 풀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우주항공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할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 내에 이익이 안 나는 부서는 바로 정리합니다. 강 경제민주화 원칙은 대기업의 투자는 보장하되 대기업 사주의 사익편취 행위는 막겠다는 겁니다. 향후 몇 년간은 고령화, 중국경제 대응, 남북 통일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인구구조는 고령화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겁니다. [성장동력의 해법] 정 저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새로운 플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장 위주의 철학을 과감히 되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장 얘기를 많이 하죠. 현재 많은 사회적 논쟁은 향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일정표가 없어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복지 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세수가 부족해 못 한다면 언제 복지정책을 어떻게 진행할지 알려 주면 됩니다. 기업들도 투자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강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정말 시장에 의존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정부가 개입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부 역할의 강화가 있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금융 분야는 분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졌지만 정부가 산업계획까지 이끌 능력과 정책 수단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1년 단위의 계획도 경제의 변화로 잘 맞지 않습니다. 또 5년 이후의 장기 플랜은 다음 정권이 할 일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 힘듭니다. 정 분명히 성장을 다시 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정도이고, 미국은 4만 달러입니다. 산술적으로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6~7% 성장을 해도 30년이 걸립니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정부의 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둘째, 분배 위주의 복지국가로 가야 합니다. 셋째, 투자 주도의 성장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 사내에 잔뜩 쌓아 놓고 있는 유보금을 쓰도록 하는 방향의 규제가 필요합니다. 규제를 완화하느냐, 강화하느냐가 아니라 규제의 방향이 중요한 것이죠. 수출 쪽은 기업 규제를 풀고 내부 서비스 진출은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진행 김태균 경제부장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석훈 의원은 ▲1964년 경북 봉화군 출생 ▲서라벌고-서울대 경제학과-미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패널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1997년~) ▲한국재정학회 이사(2003~2006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2009년) ▲제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구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정승일 연구위원은 ▲1961년 서울 출생 ▲장충고-서울대 물리학과(중퇴)-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2004년 9월~2006년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2004년 9월~2011년 1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2011년 2월~) ▲‘쾌도난마 한국경제’ 공저(2005년)
  • 미국은 왜 전쟁을 계속하는가

    워싱턴 룰/앤드루 바세비치 지음/박인규 옮김/오월의봄/368쪽/1만 5500원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어떤 존재인가. 또 미국을 움직이는 워싱턴에는 어떤 룰이 있을까. 전쟁과 안보정책의 방향에서 살펴보자. 세계에 대한 개입주의, 이것을 작동시키기 위한 세계적 힘의 투사, 그리고 이를 위한 미국 군사력의 세계적 배치라는 행동방식은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생겨나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시 말해 2차 세계대전을 거친 뒤 미국은 새롭게 등장한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미국의 개입이 계속돼야 하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군사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안보정책의 기틀을 세운다. 그 중심에는 음지에서 활동하며 어떠한 민주적 통제도 받지 않는 중앙정보국(CIA)과 핵, 미사일, 폭격기 등을 내세워 노골적으로 무력을 과시하는 전략공군사령부(SAC)가 있다. 아울러 세월이 흐르면서 여기에 방위산업체와 거대 금융기관, 보수적 싱크탱크들이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국방부와 국무부, 국토안전부 등의 고위 관료뿐만 아니라 권력의 핵심부 인사들도 자연스럽게 ‘워싱턴 룰’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 됐다. 그렇다면 워싱턴에는 어떤 ‘룰’이 있을까. 신간 ‘워싱턴 룰’은 미국의 안보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를 살펴본다. 냉전 초기에 형성된 워싱턴 룰은 봉쇄전략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워싱턴의 공식 목표는 연쇄적인 공산화를 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자유주의를 위협하던 전체주의는 회복 불가능으로 패퇴했다. 21세기 오사마 빈라덴도 사담 후세인도 사라졌다. 하지만 워싱턴 룰은 여전하고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9·11 테러사건 이후 워싱턴 룰이 약간의 방향 전환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전쟁을 계속하면서도 미국식 도미노를 촉진하는 것. 미국식 가치,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전 세계에 강요하겠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워싱턴 룰로 이득을 보는 세력을 비판하는 동시에 미국 시민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준엄하게 묻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력은 약해졌지만 오바마 정부에서도 미국의 국방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 같은 워싱턴 룰이 깨지지 않는 이상 미국의 파국은 예고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내란 음모’ 이석기 구속] “진보당 당권파가 독선·패권주의 야기… 진보정치, 과거 관성 끝내는 계기 될 것”

    [‘내란 음모’ 이석기 구속] “진보당 당권파가 독선·패권주의 야기… 진보정치, 과거 관성 끝내는 계기 될 것”

    “이석기 의원이 어제 지리산 산자락만 봐도 설렌다고 말했는데 헌법가치의 부정을, 조국을 사랑한다는 식으로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와 관련, “국민이 합의한 법적 토대를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 의원 등 통합진보당 당권파에 대해서는 “1980년에 박제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의당은 2011년 12월 통합진보당과 통합했다가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9월 결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정의당이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 당론을 결정한 배경은. -당내에서도 체포동의안 찬성이 국가정보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냐면서 기권하자는 주장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체포동의안 포결은 이 의원의 특권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다.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기권이라는 모호한 태도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제 체포동의안 처리에 동의했다고 해서 그게 국정원에 찬성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것이다. →진보당의 대응도 결정에 영향을 줬나. -국정원의 녹취록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은 진보당도 인정하지 않았나. 이 의원이 절두산 성지를 결전의 성지로 바꿨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녹취록 전문의 전후 맥락을 보면 왜곡됐는지 아닌지를 안다. 하지만 진보당은 한 번도 진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사과한 적도 없다. 이정희 대표는 정당의 발언에 유념하겠다고 말했지만 안이한 인식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뒤에 숨으려고만 했다. →진보당이 이른바 종북세력으로 치부되면서 정의당도 힘들어진 것 아닌가. -우선 진보당 전체가 종북은 아니라고 본다. 종북의 개념도 명확지 않다.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인식이 북한과 유사하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아울러 진보당원 대다수가 이 의원과 같은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진보당을 주도하는 일부 세력의 행태지 당원 대다수는 아닐 것이다. 진보당과 정치노선이 다르고 패권주의로 인해 당을 나왔다. 그들과는 다른 세력이라는 선언이다. 안타까운 것은 당의 인지도가 낮아서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의 정보라도 알게 되면 국민이 충분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치권도 책임이 있다. 그들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정화나 세력이 대체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문제가 진보정치에도 악영향을 준 것 아닌가. -하나의 집단(진보당 당권파)이 두 개의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하나는 독선과 패권주의다. 우리는 옳다, 우리가 어떤 방식을 사용하더라고 권력을 잡는 것이 곧 진보라고 믿는 것이다. 지난해 비례대표 부정경선도 마찬가지다. 당시 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잘못이 있으니 모두 사퇴하자고 주장했지만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이 의원의 저런 위상도 몰랐다. 아마 이 의원의 사퇴는 고려 대상도 아니었을 것이다. 내용도 문제다.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폭력이나 무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선을 그어야 한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의 문제로 진보정치가 과거의 관성을 끝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진보는 국민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당대표 출마 슬로건이기도 하고 지난해 분당 과정에서도 밝힌 현대적 진보정당이다. 우선 마르크스·레닌 주의와 1980년대 운동주의의 잔영을 없애야 한다. 21세기에 맞는 시민의식을 갖고 사회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는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한다. 정당은 헌법을 기반으로 성립돼 활동한다. 세금도 지원받는다. 그렇다면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이다. 헌법도 개정돼야 할 부분은 있지만 그렇다고 헌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정원 개혁에 영향은 없나. -국정원이 정치에 공공연히 개입하고 있다. 이번 문제로 국정원의 개혁 목소리가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촛불이 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끝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촛불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다. 잠시 가려졌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韓·베트남 수교 21년] 정상급 회담만 14차례… 전흔 딛고 경제·문화 동반자관계 확고

    [韓·베트남 수교 21년] 정상급 회담만 14차례… 전흔 딛고 경제·문화 동반자관계 확고

    ‘적국에서 사돈의 나라로….’ 한국과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에서 서로 상대에게 총을 겨눴던 과거를 넘어 1992년 12월 수교 후 21년 동안 강력한 우방국으로 발돋움했다. 양국 교역 규모는 1992년 4억 9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16억 6500만 달러로 43배나 확대됐다. 베트남에 설립된 한국 법인은 2532개사로, ‘메이드 바이 코리아’의 글로벌 생산 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들은 양국의 상징인 동시에 우리의 다문화 사회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 본다.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 미국·중국·러시아 등 일본을 제외한 4강 외교를 마무리짓고, 첫 방문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전략적 핵심 거점국으로서 베트남의 위상이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동맹국인미국, 중·러에 이어 우리와 네 번째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다. 경제적으로는 신흥경제권인 ‘포스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심국이고, 동남아시아 한류 열풍의 대표적인 진원지 가운데 한 곳이다. 양국은 1992년 수교를 계기로 교류 협력을 비약적으로 확대해 왔다. 한·베트남 관계는 2001년 8월 쩐득르엉 국가주석 방한 때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과 응우옌민찌엣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2011년 이후 양국 외교·안보 차관 전략대화도 매년 열리고 있다. 1960~70년대 미국의 베트남전에 참전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무수한 사상자를 냈던 과거의 아픈 기억이 무색할 정도다. 애증의 양국 관계인 셈이다. 수교 후 정상급 회담만 총 14차례, 장관급 교류는 100차례를 넘었다. 베트남은 개혁·개방인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추진하며 한국을 성장 모델로 삼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박 대통령과 9일 정상회담을 갖는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세 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던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은 우리의 주요 ‘사돈국’이기도 하다.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은 올해 1월 기준 3만 9000여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베트남 내 한인 규모가 10만여명,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도 12만명에 달한다. 한국과의 수교를 주도했던 부콴 전 베트남 부총리는 양국 관계를 “적으로 만나 친구가 됐고, 이제 사돈으로 한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립 기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우리의 강력한 지지국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등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사회주의 국가와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베트남 외교의 기본 기조에 따라 북한과는 제한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베트남은 2008~2009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을 수임할 정도로 국제 분쟁에 대해서는 유엔의 역할을 중시한다. 양국의 주요 현안은 무역 불균형 해소, 원전 등 대형 플랜트 사업 진출,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 지원 및 근로자 송출 등이다. 베트남과의 교역 규모는 수교 후 40배 이상 확대됐고, 우리의 여섯 번째 수출 시장이 될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지만 무역 역조 현상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 수출액은 159억 달러, 수입액은 57억 2000만 달러로 격차가 100억 달러를 넘으면서 베트남 사회의 불만이 고조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유·무상 원조가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의 무상 원조는 1987년 이후 지난해까지 2억 4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유상 원조는 한국의 47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원조 대상국 중 비중이 21%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 대상국이다. 1995년 이후 지난 7월까지 베트남에 대한 우리의 유상 원조 규모는 1조 9230억원에 이른다. 이번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최대 관심사는 원전 수주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건설할 계획이고 우리는 5, 6호기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세일즈 외교는 당장의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상대국 경제 인프라를 지원하며 물과 거름을 주는 중장기적 접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류는 K팝, 영화 및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한식 등 전방위적으로 베트남 사회에 확산돼 왔다. 베트남은 K팝의 주요 시장이다. 베트남 TV의 한국 드라마 방영 비율이 10%로, 해외 프로그램 중에서는 70%를 넘고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시장 점유율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정부는 베트남의 미래를 이끄는 젊은 층이 한류팬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미래 관계 발전에 큰 지원 세력이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기고] 내란음모 의혹은 선제대응이 핵심/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기고] 내란음모 의혹은 선제대응이 핵심/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주권과 국민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안보의 핵심은 선제대응과 억지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비난을 무릅쓰고 자국 내는 물론 전 세계에 걸쳐 실시간 전방위 감청, 정보 수집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빅 브러더’ 정보망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 따라 안보의 으뜸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헌법66조 2항, 69조, 74조).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침과 체제전복세력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사전에 보호하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9·11테러로 미국인들을 포함한 3000여명이 무고하게 생명을 잃었다. 대통령도 한번 잃은 생명을 복원할 순 없다. 21세기 무력충돌과 체제전복세력에는 국가 외 테러리스트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국가는 이들의 비밀공작과 기습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원을 총동원, 국민생명을 지키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3년 전부터 알카에다 테러식 내란음모에 선제대응한 것도 이런 안보추세와 일치한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이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사건’을 사전 적발한 것은 남북 간 군사대치 속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은 법적으로 전쟁상태로서,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켰다. 북한은 올봄 내내 휴전협정 무효화와 전면전 선언 등 반년 동안 전쟁위협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며 우리의 굴복을 강요했다. ‘이석기 집회’가 북한의 이런 전쟁위협 시기와 일치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국정원과 검찰이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사건을 더 수사해봐야겠지만 드러난 사실들만으로도 범죄혐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은 비밀 회합 때마다 ‘적기가’(赤旗歌)와 ‘혁명동지가’ 등 북한 혁명가요를 합창했고 사용용어들도 북한식 일색이었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들이 입수한 5건의 녹취록엔 ‘RO 총책’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조직원들을 교육한 내용과 핵심 조직원들의 회의 및 대화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수사에 대한 진보당의 ‘날조’ ‘공안탄압’ 등 주장, 이석기 의원의 잇따른 말바꾸기, 러시아 루블화도 섞인 1억 4000만원 현금다발 적발 등 수상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혐의점들이 그의 민혁당 전과와 함께 내란음모 의혹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진보당은 ‘공안탄압’ 등 상투적 수사로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왜 조작인가를 국민 앞에 설득력 있게 조목조목 설명해야 한다. 이석기 의원은 떳떳하다면 왜 한때 잠적했으며, 진보당과 보좌진들이 무슨 권리로 법적 압수수색을 방해했는가. 선거 때 국고보조를 제외하고라도 혈세로 연간 32억원이란 막대한 국고보조를 받는 진보당은 대한민국 제도권 정당으로서 압수수색영장 수용을 솔선수범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 민주주의의 근본은 법치주의며 법치주의는 준법정신이다. 진보당 자신들은 법 집행을 방해하면서 촛불시위로 ‘민주회복’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석기 사건은 각계각층의 종북세력망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주장이 무성하다. 수사당국은 일부 불순세력에 휘둘리지 말고 공명정대하고 철두철미한 수사로 내란음모 의혹의 내용을 명백히 밝힐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종북세력망을 파헤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문소영의 시시콜콜] 18세기 선비 이옥과 21세기 한국의 지식인

    [문소영의 시시콜콜] 18세기 선비 이옥과 21세기 한국의 지식인

    같이 어울려 다니는 무리나 짝을 ‘동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단어는 남한에서 금기어다. 북한이 쓰기 때문이다. ‘인민’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1945년 해방 전후에 백성, 인민, 국민 등이 혼용되다가 북한에서 인민을 애용하면서 기피 단어가 됐다. 1948년 5월 개원한 제헌의회에서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라는 영문 국호와 달리 ‘공화국’을 적시하지 않고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한 이유도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김진배 전 언론인이 쓴 ‘헌법의 두 얼굴’에 나온다. 북한 관련 드라마를 보면 “우리 공화국에선~”이 자주 나와 공화국도 왠지 불온한 듯해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화국이란 ‘주권을 가진 국민이 직·간접 선거에서 일정한 임기를 가진 국가원수를 뽑는 국가형태이자 세습 군주를 부정’하는 민주주의적 제도를 말한다. 글을 쓰다 사전을 찾아보면 알게 모르게 북한어를 사용해 깜짝 놀란다. 근대문학 등에서 일종의 사투리로 표현된 단어들이 무의식 속에 저장된 탓일 게다. 뜨락이나 쪼각, 누에벌레, 등멱을 하다, 멍멍하다, 또아리, 그러매다 등등은 북한어다. 뜰, 조각, 누에, 등물(목물)을 하다, 먹먹하다, 똬리, 얽어매다 등으로 바꿔줘야 한다. 그 단어를 내버려둘까 하다가도 ‘이게 빌미로 나중에 몰리는 것 아닐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정정하는 편이다. 잘못한 일이 없는데 왜 위축되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중앙정보부와 그 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등에서 한때 마녀사냥하듯이 멀쩡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사형시켰던 과거를 모르는 순진하고 태평한 사람인 게다. 최근 중국 사마천의 사기가 출전인 ‘이민위천’(以民爲天)도 맘놓고 사용할 수 없는 단어로 분류됐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이 사자성어는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가슴에 한 번쯤 품어야 하지만, 최근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북한 김일성의 좌우명으로 알려져 ‘종북’의 대명사처럼 됐다. 청나라의 패관소품(소설과 잡문)을 좋아했다고 해 벼슬길이 막힌 조선 정조 때의 선비 이옥이 생각난다. 주자의 순정한 문체를 따라야 한다며 문체반정을 주도한 정조는 청나라 풍의 가벼운 문체를 사용하던 이옥을 문제의 인물로 지목해 강제 군역도 시키고 하더니 주류 양반사회에서 밀어냈다. 현대에 이옥의 작품은 조선 후기 문학의 주체적·능동적 경향과 다양성을 대변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중세 학자들은 지동설과 같은 신성모독성 이론과 철학을 논의할 때 교황의 파문에서 벗어나고자 ‘사실이 아니지만 이렇다고 가정해보자’라며 연구했고, 그것이 근대 과학혁명의 씨앗이 됐다고 한다. 금지어와 금기, 억압이 지뢰밭처럼 촘촘한 나라에서 창의적 생각이나 시도가 가능할까?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1300억달러, 21세기 최대 M&A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버라이즌)이 영국의 세계 1위 이동통신사 보다폰과 공동 투자·설립한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를 인수하면서 21세기 최대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일(미국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보다폰과 2000년 합작해 세운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잔여 지분 45%를 1300억 달러(약 142조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양사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라이즌 측은 인수 자금 가운데 600억 달러(약 65조 9000억원) 정도를 은행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현금을 확보한 보다폰이 유럽과 인도 등 신흥 시장과 유선통신 분야에 투자할 여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버라이즌 또한 미국의 1위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경영 전략을 펴는 데 유연성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은 버라이즌의 현금 흐름이 좋기 때문에 이번 M&A에 조달한 인수 비용도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M&A 합의안의 이사회 통과 여부는 2일(영국 현지시간) 런던 주식시장이 마감되는 오후 4시 30분 이후에 발표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사회 승인 절차가 끝나 M&A가 성사될 경우 역대 M&A 가운데 최대 규모였던 1999년 보다폰과 독일 이동통신업체 만네스만(2030억 달러), 2000년 미국 인터넷 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과 미디어기업 타임워너(1650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M&A로 기록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 착수] “체포동의안 혐의 마녀사냥… 구체 내용 없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2일 국회 개회식 참석에 앞서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에 따른 입장은. -혐의는 내란음모인데 체포동의안 사유는 철저히 사상검증, 마녀사냥이다. 단 한 건의 구체적 내용도 없다. ‘당신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자유주의 철학자 볼테르가 18세기에 말했다. 21세기 대한민국 국회가 3세기 전만도 못해서 되겠는가 그런 생각이 든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당하게 적법절차에 따라 국가정보원이 왜곡·조작하고, 국민적 분노를 무마하기 위해 날조한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싸우겠다. →녹취록을 보면 무력투쟁이나 북한 관련 용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것이 하나의 문장이 아니고, 강의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말로 한 ‘입말’이다. 전체 말의 기조, 분위기가 중요한데 몇몇 단어를 가지고 짜깁기해서 마치 무력투쟁이니 북의 용어가 많은 것처럼 교묘히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1억 4000만원이 집세라고 했는데. 왜 외화인 루블과 달러가 섞여 있나. -좋은 질문이다. 이 질문이야말로 국정원이 얼마나 왜곡·날조 조작했나 명명백백히 보여준다. 미래부 국정의 일환으로 아리랑호와 관련해 러시아에 공식 출장을 간 적 있다. 그건 우리 돈으로 30만원도 채 안 되는 돈이다. 달러, 루블 합쳐 100만원 미만이다. 또 국정원과 일부 보수매체는 마치 이게 해외에 엄청난 재정 조직책이 있는 것처럼 오도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오늘 동아일보는 제가 북에 갔다 왔다고까지 묻지도 않고 거짓말로 기사화했는데 이게 여론재판 마녀사냥의 본질이다(이와 관련,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이 의원이 2005년과 2007년 두차례에 걸쳐 단체관광단의 일원으로 금강산에 간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금강산 관광 이외의 활동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정원 혐의사실에 국회를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삼았다는 말의 의미는. -그런 사실이 없다. 국민을 믿고 진실을 믿고 당당히 임하겠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내란 음모’ 수사] 민노총 등 “시대착오적 조작 중단을” 바른시민회의 “혐의 철저히 밝혀야”

    [‘내란 음모’ 수사] 민노총 등 “시대착오적 조작 중단을” 바른시민회의 “혐의 철저히 밝혀야”

    진보·보수 단체들이 국가정보원의 내란 음모 혐의 수사에 대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각각 ‘조작 중단’과 ‘적극 수사’를 촉구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국정원 내란 음모 조작과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는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 착오적인 내란 음모 조작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정원이 내란 음모 혐의를 내세워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10여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21세기 용공 조작극이며 ‘국정원 해체’와 ‘대통령 책임’을 요구하는 분노의 민심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질타했다. 또 “내란 음모는 유신 독재시대의 대표적인 민주 인사에 대한 탄압 도구였다”며 “유일하게 유죄가 된 내란 음모는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가 저지른 사건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상식을 가진 누가 통신·유류시설을 장악하고 총기를 준비하자고 하겠나”라면서 “진보세력에 혐오를 주기 위한 비이성적인 매카시즘이 개탄스럽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기 의원과 통진당의 내란 음모 혐의를 국민 앞에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진당 관계자들이 국가 주요시설 파괴를 모의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면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통진당은 스스로 해산해야 하며 정부도 바로 해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한민국상이군경회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진당 당사 앞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규탄 대회를 열었다. 이들 중 3명은 당사에 진입해 유리 현관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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