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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칼럼] 돌배나무숲과 고분의 공존을 위하여/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금요칼럼] 돌배나무숲과 고분의 공존을 위하여/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두타산 삼화사라면 강원 동해 무릉계곡에 자리잡은 유서깊은 사찰이다. 창건설화는 절의 역사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전한다. 그런데 안내판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다보면 뜻밖의 사실과 마주치게 된다. 당초 삼화사가 있던 자리는 1977년 시멘트공장 채석장이 됐고, 그 결과 1979년 절을 지금의 터전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문화재 보존에도 시대정신이 있게 마련이다. 개발시대 시대정신은 안타깝게도 산업화가 문화재 보존에 우선한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삼화사가 아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많은 신도를 거느린 대찰(大刹)이자, 삼층석탑과 철조노사나불좌상이 각각 보물로, 수륙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유산의 보고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 어디서나 땅을 파기만 하면 나오는 매장 문화유산은 사정이 다르다. 굴착기 삽날에 걸려나오는 과거의 흔적은 공사의 속도를 더디게 하는 원흉일 뿐이다. 한때는 ‘그깟 땅속 문화재의 보존’보다는 ‘먹고사는데 필요한 개발’이 우선이라는 분위기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 지금은 21세기다. 적어도 공장을 세운다고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고찰(古刹)을 옮기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수록 매장 문화유산이 여전히 20세기적 위기상황에 머무는 것은 안타깝다. 경북 구미 송삼리 유적도 그렇다. 구미시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관내 무을면 일원 460㏊에 돌배나무를 심고 주변 도로 14㎞에도 돌배나무를 가로수로 심는다는 계획이었다. 올 가을 110㏊를 끝으로 나무를 모두 심으면 내년부터는 돌배의 상품브랜드화를 추진해 주민 소득을 높이고, 꽃이 피는 시기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구미시는 ‘무을 돌배나무 특화숲 조성 사업’이라 이름 붙였다. 문제는 구미시가 기초적인 매장문화재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해 지하 유적을 대거 파괴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송삼리와 무수리, 무이리 등의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39만 8915㎡ 가운데 7만 4310㎡가 훼손된 만큼 보호조치와 원상복구는 물론 발굴조사를 포함한 구체적인 보존대책을 수립하라고 구미시에 통보했다. 구미시의 대책은 그러나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영남고고학회는 ‘구미시 발표에는 재발 방지와 파괴된 유적의 보존을 위한 대책 수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다 봉분에 심어놓은 나무를 보호조치 없이 옮겨심는다면 더 큰 유적 파괴를 불러올 뿐’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저지르는 불법적 문화재 파괴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공무원의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사건은 ‘공장을 지으려면 바로 그 땅이 필요하다’는 개발시대 문화유산 파괴 논리와도 양상이 다르다. 돌배나무를 지역 특화 수종으로 만들어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는 사업계획은 나름대로 참신한 문화적 발상이다. 하지만 그 새로운 문화를 기존 문화, 그것도 5세기 수장급 고분군(群)을 파괴한 자리에 만들겠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돌배나무숲과 고대국가의 옛 무덤군이 조화를 이룬다면 훨씬 더 매력있는 관광자원이 아닐까. 구미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부서가 사업을 추진할 때 문화재 부서와 협의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화숲 조성 같은 대형 사업을 하면서 문화재 조사를 선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해당 부서가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최종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구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문화유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중요한 지역 자산이다. 눈앞의 작은 성과에 집착해 이를 파괴하는 정치인이라면 주민들로부터 ‘표의 응징’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나라가 진짜 문화국가 아닌가.
  • [씨줄날줄] G20 한일 정상회담/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G20 한일 정상회담/황성기 논설위원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성과를 낸 적은 별로 없었다.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담은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두 주인공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1998년 회담이 수교 54년 역사에서 거의 유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안부문제 해결 없이 한일 정상회담 없다’면서 문턱을 높였다. 2015년 서울 한중일 정상회의에 온 아베 신조 총리는 박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했으나 밥 한끼 대접받지 못하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지난해 5월 도쿄 한중일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당일치기였다. 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지금까지 61차례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 이 가운데 국제회의에서 잠시 만난 것을 빼면 25년간 26차례 두 정상이 한일을 오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2012년 8월) 이후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돼 셔틀 외교가 끊긴 이후로 여태껏 두 나라 정상이 예의를 갖춰 방문한 일이 없다. 한일 외교의 엄혹한 현주소다.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런 규모의 정상회의라면 개막 일주일 전에야 양자회담이 결정된다. 한 달도 더 남은 지금 회담 성사를 예측하긴 어렵다. 하지만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관방부 부장관이 정부 당국자로선 처음으로 지난 13일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을 만나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꺼냈을 때 ‘성의 있는’ 답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곤란하다는 뜻이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 중국, 영국 등 9개국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일본과는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G20 직후 개최된 요코하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때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과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수탈한 조선왕실의궤 등 우리의 문화재급 도서 1205권의 반환이라는 빅이벤트를 연출했다. 따라서 G20 한일 양자회담은 불필요했을 뿐이다. G20에서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없다면 어느 쪽이 외교적 체면에 손상이 갈까. 의장국인 일본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일 정상회담에 강제징용 문제를 반드시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일본 측 태도에 의문이 든다. 한일에 공통의 위협인 북핵 문제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굳이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의제로 삼고 싶으면 ‘양국 간 제 현안을 인식하고 있으며,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하면 될 일이다. 총리 관저, 외무성이 아베 총리를 의식하는 ‘손타구’(忖度·윗사람의 마음을 살핀다는 일본의 유행어)가 지나친 감이다.
  • 허석 순천시장, ‘新 우리는 일꾼’ 출간

    허석 순천시장, ‘新 우리는 일꾼’ 출간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에는 중심 역할을 하는 간부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의 사고방식과 판단력, 추진력에 따라 그 집단의 성공 여부는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시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간부들이다면 그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허석 순천시장이 최근 이같은 간부들의 중요성을 다룬 책을 발간해 관심을 끌고 있다. 21세기 간부 혁신을 위한 제언인 ‘新 우리는 일꾼’. A4용지 크기에 227쪽 분량이다. 허 시장이 1994년 노동단체와 학생회 집행부를 대상으로 썼던 ‘우리는 일꾼’이라는 책을 25년의 변화를 담아 모든 조직의 간부들에게 맞게 새롭게 펴냈다. ‘우리는 일꾼’은 그 당시 한총련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필독서였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허 시장은 “사회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만큼 간부에게 요구되는 자세도 예전과는 다를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간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며 “크고 작은 조직의 간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간부의 관점, 조직관리, 자세 등 3개 장에 36가지 소주제를 다뤘다. 행정관료를 독자층으로 삼은 느낌이어서 딱딱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공장 근로자의 애환을 겪은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을 글로 녹여내 오히려 따뜻한 마음이 와닿게 한다. 2015년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언론발전) 대상을 받고, ‘문학광장’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하는 등 10여권의 책을 출판한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논리와 감성이 적절하게 섞여있어 술술 읽힌다. 그는 우선 ‘혁신할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간부는 먼저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고, 살아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수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살아지는 것이고, 능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과 주변을 사랑하는 사람은 적극적인 변화의 의지를 갖게되고, 변화의 의지가 쇠퇴한 사람들은 주변은 물론 자신마저 사라지고 만다. 나는 지금 살아가는 것인가 살아지는 것인가‘ 그는 또 간부가 갖춰야 할 자세로 자기중심적 사고 배제, 창조적 파괴, 인내심, 헌신성, 실천, 나눔의 미학 등을 강조한다. 허 시장은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조직에 충실하는 것이고, 자신의 생활을 혁신하는 것이 조직을 혁신하는 출발점이라는 명제를 새삼 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책은 “조직의 근간을 이루는 간부가 개인주의에 대처하지 못하면 큰 폐해가 온다”며 “한 번 흐트러진 조직을 다시 복원하기란 쉽지 않은 만큼 조직 활성화를 위해 스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허 시장은 “지난 1월에 전남의 설화와 인물을 펴낸 데 이어 다시 책을 내니까 바쁜 와중에 언제 책을 썼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선거 전에 써두었던 책들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음악가’ 세종대왕을 만난다...세종음악기행

    ‘음악가’ 세종대왕을 만난다...세종음악기행

    세종대왕 탄신일(5월 15일)을 맞아 ‘음악가‘세종대왕을 조명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세종음악기행: 작곡가 세종’을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율화-대왕, 세종을 위한 서곡’(황호준 곡) 등 관현악곡을 비롯해 ‘여민락’(김백찬 곡), ‘대왕, 민에게 오시다’(박일훈 곡) 등을 새롭게 선보인다. 공연에서 연주하는 6개 작품이 모두 초연작이다. 세종대왕은 한글창제, 애민사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임금은 음률을 깊이 깨닫고 계셨다”는 ‘세종실록’의 기록이 남아있는 등 음악가로서도 업적을 남겼다. 세종대왕이 2019년에 살아있다면 어떤 음악이 탄생했을지, 15세기 음악이 21세기에 어떻게 새롭게 창조될 수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측은 설명했다. 이번 무대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해 서울시합창단, 서울시극단 등 시예술단이 대거 출연하고 뮤지컬 배우 박소연을 비롯해 국악인 김나리, 김영근, 하윤주 등이 함께 올라 국악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특히 서울시극단 김광보 예술감독의 연출로 배우 강신구가 세종대왕을 연기하는 등 음악에 스토리를 불어넣는 음악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 공연은 국악방송 특별기획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곡가 세종을 만나다’와 결합해 선보인다. 박호성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은 “방송콘텐츠를 무대화한다는 것도 의의가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쉽고 가깝게 새로운 문화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에너지를 봐야 지구촌 질서를 알 수 있다 에너지 지정학 보고서 1

    에너지를 봐야 지구촌 질서를 알 수 있다 에너지 지정학 보고서 1

    “크렘린과 미국의 석유 메이저들(세계 에너지가 거의 대부분 이들 손을 거친다는 점에서 ‘middlemen’의 전형임)의 유착 관계를 상기해 보도록 합시다.” 지난달 28일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의 오피니언면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의 글을 형편 없이 옮긴 것을 보고 오역은 물론 기자의 듣고 아는 바가 적음을 준렬히 꾸짖은 ‘방배동 거사’가 이메일을 통해 요즈음 지구촌 사정을 살펴보는 키워드로 권한 것이 에너지지정학이었다. 재단법인 여시재는 지난해부터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와 공동 연구한 보고서 ‘21세기 에너지 지정학과 동북아 에너지 협력’이 완성돼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며 1회를 지난 3일 내보냈다. 김연규 교수는 국제 석유정치 문제 등을 연구해 국내외 학술지에 70여편의 논문과 보고서를 발표한 에너지 자원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다. 미국 퍼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워싱턴의 에너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미 에너지 태스크포스’ 등 여러 연구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자원개발혁신TF 가스분과위원장도 맡고 있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 다 싣지 못하고 각 편을 읽을 수 있게 링크를 걸어 놓는다. 우선 서문을 간단히 소개한다. 시리아 전쟁부터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전략 등등. 최근 일어나고 있는 국제정치의 큰 사건들이다. 그 저변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에너지다. 중동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러시아의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이 갖는 의미를 꿰뚫지 못하면 국제 정치와 군사적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설 땅이 없다. 에너지 쟁투가 있는 곳에 전쟁이 있었다. 지금 중동의 질서가 변하고 있고 동북아의 파고가 높아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기술전쟁의 이면에는 더 큰 질서의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 이후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중동 걸프지역을 장악, 에너지 패권을 유지해 왔다. 1975년 미국-사우디의 ‘페트로-달러 협약’으로 완성됐다. 걸프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에너지 기지’는 일본-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상품-제조업 기지와 함께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2대 기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연간 50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군사비를 투입했고 동북아 3국과 걸프 국가들은 미국 국채를 사들여 부담을 분담했다. 소련의 붕괴는 이런 가치 사슬을 결정적으로 강화시켰다. 이 가치 사슬 속에서 한-중-일 동북아 3국에선 에너지 수요의 75%를 걸프에 의존하는 기형적 에너지 수급 구조, 딜레마에 빠졌다. 동시베리아와 몽골에 무궁무진한 에너지원이 존재함에도 개발 진척은 일어나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이 지역에서 ‘국제 에너지 협력체제’를 구축하자는 논의가 일어났다.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그리고 몽골의 전력을 한국과 중국, 일본에 공급하게 될 경우 이 지역에도 ‘에너지 안전보장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진전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몇가지 중대한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먼저 중동 질서 재편성이다.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자급을 넘어 수출국가가 된 미국에게 중동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졌다. 그 틈을 러시아와 중국이 파고들고 있다. 지금 중동 지역은 미국 단독 지배에서 러시아, 유럽, 중국 등을 포함하는 다자질서로 이동하고 있다. 둘째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재부상이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해군력의 60%를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셋째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의 부상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얽히고 설키면서 세계 에너지 질서가 급격하게 변화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동북아, 특히 한국에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이는 이 나라와 한반도의 미래를 끌고 나가는 데 핵심적 요소다. 1편 ‘20세기 에너지 지정학과 동북아 에너지 딜레마’는 현재 미국 주도의 에너지 패권 구조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2편 ‘21세기 에너지 지정학과 신에너지 공급 체계’는 2010년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패권질서 변화 움직임과 에너지 문제를 다룬다. 3편 ‘21세기 동북아 에너지 협력의 이슈들’은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에너지 메이저 회사들과 각국의 움직임을 다룬다. 1편 보러 가기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안녕? 자연] 온실가스 못 줄이면 21세기 안에 ‘아름다운 빙하’ 절반 녹는다

    [안녕? 자연] 온실가스 못 줄이면 21세기 안에 ‘아름다운 빙하’ 절반 녹는다

    만일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에 실패하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속하는 아름다운 빙하 중 거의 절반이 21세기 안에 사라진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4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새로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알레치빙하, 그린란드의 야콥스하븐빙사, 히말라야산맥의 쿰부빙하 등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 46곳에 있는 빙하 1만9000개 중 21곳의 빙하가 2100년까지 소멸한다. 이런 결과는 IUCN 세계유산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위스 로잔대(UNIL)의 장바티스트 보손 박사와 스위스 취리히공대(ETH 취리히)의 마티아스 호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각종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해 최악의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해 나왔다. 즉 2015년 세계 196개국(미국에서 시리아로 바뀜)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 체결을 통해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2도 이하, 가능하면 1.5도 밑으로 유지한다는 목표에 실패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빙하 소실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자연유산 지역은 아르헨티나의 로스 그라시아레스 국립공원과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에 걸쳐 있는 워터턴글래시아국제평화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페인 피레네산맥 몽페르뒤산에 있는 소규모 빙하는 2040년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일 각국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한 최상의 시나리오(RCP2.6)라고 하더라도, 이번 분석 대상이 된 세계자연유산 지역 46곳 중 8곳에서는 2100년까지 빙하가 사라질 것으로 이번 연구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피터 세이디 IUCN 세계유산프로그램 선임자문위원은 “이런 상징적인 빙하를 잃는 것은 비극인 동시에 수자원 이용 가능성과 해수면 상승 그리고 기후 패턴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기후과학저널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 최신호(4월29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제 그만! 과학팔이 연예인급 석학들의 ‘과학 할리우드 액션’

    이제 그만! 과학팔이 연예인급 석학들의 ‘과학 할리우드 액션’

    과학계와 관련된 뉴스는 언제부터인가 슬프고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후반의 혁신적 기술개발로 관심을 모았으나 사기로 밝혀진 나노이미지센서 사건과 ‘황우석 복제기술 사기 논란 사건´ 등 특정 연구 및 연구 중심 기관들의 사기 기술 이전 등 100억원대 이상 빅 사이즈 연구의 부실과 부정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으로 알려진 박영수 검사가 2005년경에 올린 빛나는 실적이 연구 비리 척결이었다. 이때 참여했던 실무 검사가 언론에 했다고 알려진 유명한 말이 “연구비 횡령에 연루된 서울대 교수 전원을 사법처리할 경우 학교가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비리가 관행이 돼 있다”는 한탄이었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 가운데 연구개발(R&D)에 지출되는 비중은 5%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연간 지출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하지만 양적 성장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과학기술, R&D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과학기술 정책의 발전과 분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산업화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공적인 산업화 이면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 분야 연구개발이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 해외에서 유치한 기술자, 과학자, 공학자들과 함께 한 실용화 및 지원 연구와 더불어 국가 주도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같은 국책 연구소들이 산업화 지원과 산업 역군 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이때 이후 우리는 과학 및 산업 분야의 태두급 인사들을 갖게 되었다. 1967년 설립된 과학기술처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을 이끌어가던 때의 모습이었다. 197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 이후 정부 연구개발 투자를 GDP(혹은 GDI) 혹은 정부 지출의 5%까지 끌어올리며 국가의 도약을 이끌어내겠다는 선언이 주로 언급됐던 때가 이태섭 과학기술처 장관 시절이던 1980년대 중반이었다. 이때부터 산업화 지원에 큰 역할을 한 공공 분야 연구개발의 역할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계에도 ‘선진화’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후의 ‘공공 분야 연구개발’은 1990년대 들어 기초기술, 공공기술, 그리고 산업기술로 세분화되었으며 적절한 지원과 집중을 통해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생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은 기초기술, 산업기술, 공공기술로 구분되어 진행되었으며, 각각을 담당하는 연구회가 존재하였다. 이것이 점차 통합되면서(그림1 참조) 현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정통부의 직할기관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전반적인 사항을 총괄하고 있다. 정부에 따라 명칭은 변화되어 왔지만 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과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을 통해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산업기술 연구개발’ 기본 정책이 관계 부처 주도로 수립되어 왔는데 용어의 틀은 동일하나 함의는 달랐다. ●실용화에 흔들리는 기초과학연구 최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산업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기관 평가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산업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란 주제가 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핵심과제가 되면서 과거의 기초기술 연구개발, 공공기술 연구개발, 산업기술 연구개발 등이 어수선하게 혼재된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5개년 계획을 이야기할 때의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산업기술 연구개발’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 분야 기술 연구개발’이 ‘선진화’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국가 R&D로 이뤄진 ‘과학기술 연구개발’ 결과가 종국에 산업화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정부 연구개발 모토가 되어버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하는 ‘국민 체감형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나 ‘난제해결형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그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반복된 기관 평가를 통해 점차 체계적인 구조가 갖춰져 가고 있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현재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공공기술 연구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도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다. 공공기술 연구개발은 이전 정부에서 기초기술과 산업기술 연구개발에 각기 흡수되어 사라졌던 연구 개념이다.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창조적 지식 확보와 우수 연구인력 양성에 기여하기 위해 2011년 설립된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대규모 연구비를 집행하는 21세기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을 상징하는 연구기관이다. 하지만 결과에 비해 논문당 연구비 단가는 너무 높으며, ‘조기 산업화’할 수 있는 ‘기초연구’라는 모순된 목표를 제시하고 있어 정체성이 모호하다. 심지어 몇몇 전·현직 단장은 연구비 횡령과 연구결과 빼돌리기 의혹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이다.●민간에 넘겨야 할 산업기술연구 1990년대 중반까지 진행되었던 ‘산업화’ 시절의 산업기술 연구개발은 공기업 혹은 민간기업의 절실한 필요에 따라 학교와 연구기관이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의 역할을 담당한 체제였다. 이후 정부주도형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은 전략적으로 확장되면서 참여정부 때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통한 차세대 기간산업화로 변화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차세대’를 ‘신(新)’으로 대체한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전환되었으며,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성장동력사업 부분도 떨어져나가면서 신산업(특히 에너지 신산업)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렇게 산업기술 연구개발은 시대에 따라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오면서 이번에 제기된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에서는 그 패러다임 변화가 지나치다 못해 산업기술, 과학, 공학을 난제 해결을 위한 ‘21세기 연금술로 육성하자’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기초기술과 산업기술 간의 관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은 이제 정부의 손에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궁극적인 산업 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결국 가야 할 길이다. 산업부는 이제 정부주도형 산업기술 연구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고, 민간이 하려는 사업들에 방해에 되지 않도록 앞길을 터줘야 한다. 이런 맥락으로 선진화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과 전략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비전문가에게 휘둘리는 과학기술 정책 누적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현 정부의 정책과 대응은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기초과학 육성’이 잠시 화제가 됐지만, ‘기초기술 연구개발’이란 방점은 용두사미가 된 지 오래다. 앞으로 기초과학의 뿌리를 책임져야 할 대덕연구단지의 박사후과정 인력 운용이 아무런 비전도 없이 무정책, 무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문 후속세대 붕괴가 임박했다는 현직 연구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과학기술 정책의 뚜렷한 목표와 변화의 방향성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과학을 모르는 이들이 과학기술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는 경제실장 아래 과학기술 보좌관은 있지만, 과학기술 수석은 없다.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은 정보통신쪽에 치우쳐 있고 과기부 혁신본부장은 존재감 자체가 빈약하다.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도 과학을 언급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과학 대중화라는 환상과 얼치기들 과학의 대중화를 강조하지만, 그 대중화를 이야기하고, 대표하는 사람 가운데 해당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진정한 과학과 공상 과학이 혼동된 지 오래다. 새로운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급조되어 쏟아지는 전문가, 무작정 연구 유행을 좇는 쭉정이 가짜 석학과 석학 행세하는 과학팔이 B급 연예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연구자와 연구기관이 논문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쓰는 상황이 오늘의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현실인 것이다. 유행을 좇는 ‘빅 사이즈 연구’와 과학 홍보자 수준의 코디네이터가 노벨상에 근접한 ‘빅 가이’가 될 거란 안일한 기대도 버려야 한다.●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필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이다. 부정부패로 낭비되는 연구개발예산을 정리하고 꾸준하고 지속가능한 연구를 지원하도록 국가 R&D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 연구비리가 만연해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연구비리 척결을 위한 특별 외부감사 기관을 감사원이나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연구비를 횡령하고 타인의 연구결과를 표절하고도 버젓이 다시 연구자로 행세하는 좌절스러운 상황을 타파해야만 한다. 연구인력 확충과 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젊은 과학기술 인력 자체가 소멸할 위기에 놓여 있다. 소수의 스타 연구자에게 대규모 예산을 집중시킬 것이 아니라 중복을 감수하고라도 직접적인 연구활동이 가능한 30대의 핵심 연령대 과학자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실패에도 부담없이 지속될 수 있는 스몰 사이즈(small size) 연구 지원이 그것이다. 연구비 정산을 중심으로 100% 목표 달성을 강요하는 허황된 평가관리에서 벗어난 충실한 결과 보고 중심으로 꾸준하고도 장기적인 연구 지원 형태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유와 조건 없이 지원하되 연구 결과는 공개와 공유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연구실보다는 기자회견장에서, 국회나 정부의 위원회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들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전문가들로 과학기술 정책의 기본 자체가 흔들렸다.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원칙만이 기초과학을 살리는 길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산학협력 부단장 ●박철완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로 산학협력단 부단장을 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 차세대전지 성장동력사업단을 책임졌고, 국가나노기술 정책 입안, 차세대전지 국가과학기술지도 등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에 참여했다.
  • “정신질환자 강제 치료 근절을… 공공의 안전과 대립하지 않아”

    진주 방화·살인사건, 부산 친누나 살인사건 등 최근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조현병 공포증’을 호소하는 여론이 커졌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짙어지면서 ‘강제로라도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도 커졌다. 하지만 1일 서울에 모인 국내외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과도한 방식의 강제 치료는 근절돼야 한다”며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공공의 안전 문제는 대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강압적으로 치료할 대안 개발해야” 이날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립정신건강센터, 한국정신장애연대와 함께 개최한 ‘21세기의 정신건강과 인권’ 심포지엄에는 다이니우스 푸라스 유엔 건강권 특별보고관이 참석했다. 푸라스 특별보고관은 “여러 국가에서 정신건강시설 내 인권보호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되지 않고 있다”면서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치료는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제 치료를 막기 위해 “정신질환자 격리수용시설에 대한 투자를 멈추고 비강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과 협력해야 하며 이들의 자율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신질환자들도 본인 동의 없는 과도한 약물 투약이나 격리와 강박 등 여러 인권침해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말한다. 주로 정신장애인이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의료기관과 요양시설에서 입원이나 치료, 통신제한, 폭력 등에 노출된다는 내용이다. 강문민서 인권위 차별시정국장은 종합토론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입원절차가 강화되면서 입원율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4% 이내로 감소한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정신장애인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며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낙인, 회복된다는 반복 경험해야 사라져” 정신질환자에 의해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신질환자 전체에 씌워진 사회적 낙인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이상훈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교육과 과장은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과 인식이 바뀐 건 치료약만 먹으면 회복돼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다는 ‘반복적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조현병에 걸린 사람도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되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다는 것을 (사회가)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편견과 낙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반기문 “미세먼지, 국내 해결이 먼저…중국 탓 말아야”

    반기문 “미세먼지, 국내 해결이 먼저…중국 탓 말아야”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 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습니다. 한국 미세먼지 발생 요인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한 뒤에 중국 요인을 다뤄야 했습니다. 중국 때문이라고 남 탓만 하는 ‘블레임 게임’(비난)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 감정을 건드려선 해결될 일도 없습니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고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21세기 한중교류협회(회장 김한규 전 총무처장관) 조찬 간담회에서 한중 양국이 공방보다 협력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21세기 한중교류협회와 주한중국대사 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간담회에서 “중국은 시진핑 정부 들어서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 5년간 공해 공장 퇴출과 노후 자동차 2000만대 폐기 등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베이징의 파란 하늘을 되찾을 정도의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할 일을 하면, 한중 협력도 더 잘 될 것이고 중국 사례와 경험에서 많이 배울 수 있다”면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대외 협력을 제 역할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몽골을 포함한 동북아 협력도 필수적”이라며, “국제제재로 석유 공급이 줄어든 북한이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 사용을 늘릴 것이고, 미세먼지의 북한 요인도 늘 수 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 위원장은 국내 미세먼지 저감 노력과 관련, “250만대의 노후 경유차 상당수가 경제적 약자 등의 생계 수단으로 쓰여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그는 “환경 문제를 정치 이슈로 만들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5개 정당에 환경회의 대표 파견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해답이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반 위원장은 이날 취임 인사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 위원장을 만나 “제가 지난달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보니 미세 문제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어 협조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대구시교육청 영어교사들, 캠프워커 내 중고교 교사와 교류 활성화

    대구시교육청 소속 영어교사 10여명은 1일 미군부대인 캠프워커 내 위치한 Daegu Middle High School(DMHS)를 방문하여 학생들의 PBL(Project-based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 수업 박람회를 참관하고, DMHS의 교사들과 함께 수업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및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방문은 지난 4월 13일 지역의 중·고 영어교사와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개최된 ‘2019. 대구 중등 영어교사 Talk & Share’ 행사에 ‘프로젝트 기반 수업-평가 사례 나눔’ 강사로 참여했던 DMHS 교감 Teresa Hahn이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관심 있는 영어교사들을 PBL 수업 박람회에 초청하면서 이루어졌다. DMHS는 21세기에 필요한 역량 중심 교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2017년 8월 기존의 학교와는 다른 형태의 학교 공간을 새롭게 마련해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자 중심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DMHS와의 교류를 계기로 지역사회의 인프라를 활용한 상호교류를 통하여 교실수업 개선에 더욱 힘쓰며, 영어 교과뿐만 아니라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PBL 실천학교와의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중국 인구 4년 뒤 2023년 이후부터 급속히 줄어든다

    중국 인구 4년 뒤 2023년 이후부터 급속히 줄어든다

    중국 인구가 4년 뒤인 오는 2023년 정점을 찍고 급속히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에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중국 경제의 충격이 예상보다 클 전망이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회사 글로벌 데모그래픽스와 컴플리트 인텔리전스는 최근 중국 인구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구는 오는 2023년 14억 1000만 명으로 정점에 이른 후 가파르게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예측하는 인구 정점기인 2028년보다 5년이나 빠른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앞서 지난 1월 발표한 ‘중국 인구와 노동’ 보고서에서 중국 인구가 2029년 14억 400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21세기 중반 13억 6000만명으로 감소하며 2065년에는 11억 7000만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1978년 급속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한 자녀(獨生子女)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은 2015년 폐지돼 중국의 모든 부모는 2명의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됐지만, 출산율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토니 내시 컴플리트 인텔리전스 대표는 “한 자녀 정책이 너무나 늦게 폐지된 영향이 컸다”며 “한 자녀 정책이 2005년에 폐지됐더라면 출산율 등은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지난해 신생아 수는 1523만 명이다. 전년보다 200만 명 감소해 1961년 이후 가장 적다. 한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6명에 그쳤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가임기 여성(15∼49세) 인구가 2018년부터 2033년까지 5600만명 감소할 전망이라며 ‘산모 절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4세 이하 유아 인구는 2017년 8400만명으로 정점을 이미 찍었으며 앞으로 해마다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시 유아 인구의 감소를 불러오며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장난감과 의류, 유제품, 교육 등 관련 산업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인구 감소가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역은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黑龍江)성이다. 랴오닝(遼寧)성과 저장(浙江)성, 지린(吉林)성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헤이룽장성과 랴오닝성, 지린성 등은 ‘중국의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동북부 중공업 중심지이다. 인구구조 분석회사 글로벌 에이징 인스티튜트의 리처드 잭슨 대표는 “중국은 부자가 되기 전 이미 늙어가고 있다”면서 “여기에 심각한 남녀 성비 불균형,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사회 발전을 더욱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칭화(淸華)대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내 3300여개 주요 도시의 야간조명 조도(照度·단위 면적이 단위 시간에 받는 빛의 양)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28%에 이르는 938개 도시에서 조도가 약해졌다고 밝혔다. 야간조명의 조도가 약해졌다는 것은 해당 도시의 인구와 경제 규모가 ‘역성장’한다는 것을 뜻한다. 칭화대 연구팀은 역성장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헤이룽장성 등 동북부 지역이었다고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소드 라인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소드 라인

    극한 몸싸움과 막말이 오간 ‘난장 국회’로 정치권이 요동친다. 의회정치가 태동한 이래 의회 내 물리적 충돌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정치가 성숙하면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 됐다. 영국의 하원 의사당은 구조가 특이하다. 여야가 마주 보고 앉게 돼 있다. 의장석에서 보아 오른쪽이 여당석, 왼쪽이 야당석이다. 다섯 줄의 긴 벤치가 경기장 스탠드처럼 상대를 마주 보고 있다. 여야의 대결과 토론에 편리한 구조다.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의회가 의장석을 향해 반원형으로 앉아 있는 구조인데 비해 영국 의회는 의장 앞에 여야가 대립해 앉아 있는 형국이다. 여야 양당 사이에는 두 줄의 빨간색 ‘소드 라인’(Sword Line)이 그어져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검선’(劍線)이다. 여야 의원은 서로 이 선을 넘지 못한다. 양쪽에 서서 칼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거리인 2.5m 너비라고 한다. 긴 칼을 휘둘러도 상대방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수 없도록 간격을 뒀다고 해서 ‘검선’이다. 영국이 의회정치가 태동한 나라이긴 하나 초기에는 의원들 사이에 폭력 사태가 매우 잦았다. 의원들에 기사 출신이 많아서 의견이 충돌하면 의사당에서 칼부림까지 나곤 했다. 서로 가까이 앉아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 보니 말로 안 되면 주먹과 칼이 나갔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싸움이 나더라도 절대 넘어가면 안 되는 선, 빨간 줄을 두 개 그어 놓고 그것을 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금도 영국 의회에서는 이 소드 라인을 사이에 두고 여야 대표들이 나와 연설을 주고받으며 끝장토론을 벌인다. 간혹 여야 간 공방이 격화돼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져도 의장이 “질서”를 두어 번 외치면 이내 수습된다. 뜨거운 공방과 야유, 조소가 오가지만 물리적 폭력이 동원되는 경우는 없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고양이 두 마리가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상대를 덮칠 것처럼 보이지만, 둘은 보이지 않는 ‘소드 라인’을 넘지 않고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 제 갈 길을 떠난다. 동물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 21세기에 동물만도 못한 국회는 부끄럽지 않은가.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 [공무원 대나무숲] “과장 말고 국장 오라고 해”… 해도 너무한 국회 보좌관 갑질

    잊을만 하면 터지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갑질’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는 함량 미달 보좌관들의 갑질이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다. 관가에서는 “보좌관 갑질은 국회의원 갑질보다 한 수 위”라며 “‘보좌관 갑질 신고센터’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토로가 쏟아지지만 현실은 좀체 나아지지 않는다. 국회에 법안을 올려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보좌관은 말 그대로 ‘저승사자’다. 일정에 맞춰 의원실이 원하는 자료를 만들어주고 직접 찾아가 이들이 법안 취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도 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담당자는 세종청사와 여의도 국회를 오가며 세월을 보낸다. 하지만 법안이 절실할수록 보좌관들의 횡포는 도를 넘을 때가 적지 않다. ●법안 절실할수록 횡포… 무조건 고위급만 찾아 대표적인 사례가 “다 필요 없고 국장이 직접 와서 설명하라. 안 그러면 통과 안 시켜준다”고 호통치는 것이다. 사실 개별 법안은 담당 과장이나 사무관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과 말을 섞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무조건 고위 공무원만 찾는 보좌관들이 있다. 평소에도 업무 과부하 상태인 중앙부처에서 정책 결정권자들이 수시로 자리를 비우면 해당 부서는 일처리가 하염없이 늦어지는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난다. 일부 보좌관들의 과도한 요구는 분명 국가 행정 역량을 낭비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군대도 아닌데… 부처 모든 과장 일렬 집합 공무원에 대한 반발과 하대도 심각하다. 심지어 30~40대 젊은 보좌관이 50대 중앙부처 국장에게 반말투로 이야기할 때도 많다. 의원 토론회 등에 후원이 원활하지 않으면 장관실에 전화해 호통을 치기도 한다. 마치 보좌관 자신이 국회의원이라도 된 것인양 착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야당의 한 보좌진은 일개 중앙부처 모든 과장을 불러 모아 다짜고짜 화를 냈다. 예산 편성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참석자들은 그의 고압적인 자세 때문인지 “군대에 재입대해 ‘얼차려’를 받으려고 일렬 집합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야당의 일원으로서 정부를 견제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식으로 공무원을 다뤄야만 할까. 일부 보좌관들의 갑질은 결국 국회와 공직사회 전체를 욕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중앙부처 한 사무관
  • 온실가스 못 줄이면 ‘세계자연유산 빙하’ 절반 사라진다 (연구)

    온실가스 못 줄이면 ‘세계자연유산 빙하’ 절반 사라진다 (연구)

    만일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에 실패하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속하는 아름다운 빙하 중 거의 절반이 21세기 안에 사라진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4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새로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알레치빙하, 그린란드의 야콥스하븐빙사, 히말라야산맥의 쿰부빙하 등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역 46곳에 있는 빙하 1만9000개 중 21곳의 빙하가 2100년까지 소멸한다. 이런 결과는 IUCN 세계유산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위스 로잔대(UNIL)의 장바티스트 보손 박사와 스위스 취리히공대(ETH 취리히)의 마티아스 호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각종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해 최악의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해 나왔다. 즉 2015년 세계 196개국(미국에서 시리아로 바뀜)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 체결을 통해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2도 이하, 가능하면 1.5도 밑으로 유지한다는 목표에 실패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빙하 소실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자연유산 지역은 아르헨티나의 로스 그라시아레스 국립공원과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에 걸쳐 있는 워터턴글래시아국제평화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페인 피레네산맥 몽페르뒤산에 있는 소규모 빙하는 2040년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일 각국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한 최상의 시나리오(RCP2.6)라고 하더라도, 이번 분석 대상이 된 세계자연유산 지역 46곳 중 8곳에서는 2100년까지 빙하가 사라질 것으로 이번 연구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피터 세이디 IUCN 세계유산프로그램 선임자문위원은 “이런 상징적인 빙하를 잃는 것은 비극인 동시에 수자원 이용 가능성과 해수면 상승 그리고 기후 패턴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기후과학저널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 최신호(4월29일자)에 실렸다. 사진=지구의 미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BTS는 빌보드 점령한 국가대표”… 인기가 인기를 키웠다

    “BTS는 빌보드 점령한 국가대표”… 인기가 인기를 키웠다

    글로벌 아이돌, 21세기의 비틀스 등 각종 수식어가 모자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를 들고 컴백했다. 이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최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미국 NBC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역대급 컴백 무대를 선보였고, 새 앨범은 유튜브 조회수, 86개국 음원 차트 1위 등 차례차례 기록을 경신 중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시인, 기자가 모여 아이돌을 톺아보는 눈’이라는 뜻의 ‘평.시.기의 아이돌EYE’는 방탄 컴백의 계절에 이를 묵과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왜 BTS에 열광하는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세 사람은 언젠가는 끝내야 할 숙제를 한다는 마음으로 그 단순하고도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했다. ●40대 이상 댓글도 줄잇는 BTS 기사 이정수 기자(이하 이) BTS는 어느 하나 ‘이것 때문에 성공했다’ 이럴 순 없을 거 같고 세부적으로 살펴볼 게 많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국내외 팬들에게 각기 다른 포인트로 어필한 측면도 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이하 김) ‘지금 방탄의 인기가 왜 계속 상승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보면 일종의 상승효과라고 할까, 인기가 인기를 몰고 오는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팝스타들은 인지도를 얻기까지가 어렵지, 한 번 인기를 얻은 후 괜찮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면 팬덤이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수직상승한 인지도가 자연스레 대중성을 끌고 오기 때문이다. 빌보드 1위(지난해 5월 ‘빌보드 200’에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첫 1위를 기록했다) 이후 계속해서 팬층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그런 측면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사에 달리는 댓글에서 글 쓴 사람들의 연령대를 알 수 있다. 방탄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40대 이상도 많다. 김 각종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서 BTS를 특별한 아이콘으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높은 연령층도 팬덤 안으로 흡수가 되는 거다. 서효인 시인(이하 서) 국가대표는 누구나 다 응원하면서 좋아하게 된다. 다른 분야 국가대표들은 지기도 하는데 BTS는 거의 안 지고 이기기만 하니 얼마나 보기가 좋나. 김 어떻게 보면 다소 한국적인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빌보드 차트를 올림픽처럼 생각해서 1등이 금메달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BTS가 일종의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대중도 적지 않다.●‘상남자’로 입덕… 방탄은 역시 ‘춤·춤·춤’ 이 BTS를 언제 처음 인지했나? 서 전에 ‘상남자’(2014년 2월 발매) 때 BTS가 방송 활동을 진짜 열심히 했다. TV만 틀면 모든 가요 프로그램에 나왔다. 지겨울 정도로(웃음). 그러고 나서 잊고 있다가 ‘불타오르네’(2016년 5월 발매)를 보니 그때는 달라 보이더라. 그 이후에 자세히 보니 다른 케이팝 아이돌들에 비해 음악·퍼포먼스·스토리·세계관 등 모든 면에서 고르게 2~5%는 올라가 있는 그룹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이 ‘상남자’로 오래 활동했던 게 그만큼 반응이 와서 그랬을 것이다. 당시 커버댄스, 춤 영상 등이 유행을 탔다. 방탄이 가진 장점 중 하나를 딱 꼽으라 하면 춤이다. 완벽하게 추니까 유튜브 영상으로 활용되고 주목을 한 측면이 크지 않나 싶다. 서 당시만 해도 빅뱅이 인기 있었다. 지금처럼 군무를 춘다기보다는 자유롭게 추는 식이었다. 방탄 안무 짠 사람은 정말 상을 줘야 한다. 너무 창의적이다. 김 BTS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같은 안무가(손성득)나 프로듀서(피독)와 데뷔 때부터 계속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도 신인그룹 투모로우바이투모로우 데뷔 전까지만 해도 1대1 관계로 동반 성장한 케이스다. 아이돌 그룹의 생태계는 무척 섬세하고 유기적이어서 멤버들이나 스태프, 회사 사이의 유대감 속에서 생성되는 안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정도 인기를 얻고 환경이 달라졌으면 한 번쯤 흔들릴 만도 한데 방탄은 아직까지도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작년에 아직 재계약 시기가 한참 남았는데도 멤버 전원이 소속사와 7년 재계약을 다시 한 것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열일’하는 방탄소년단 이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인기 그룹이 된 건 언제일까. 김 아이돌신에서 갑자기 팬층이 많아졌다고 체감한 건 ‘상남자’ 때였고, 이후 ‘I need U’부터 청춘의 처연함, 애틋함 같은 정서에 타이트한 세계관이 붙기 시작하면서 ‘힙합 아이돌’에서 ‘팝 아이돌’로서의 전기가 만들어졌다. 국내 반응이 좋았던 건 ‘I need U’였지만, 해외에서 가장 먼저 큰 반응이 온 건 강렬한 군무가 인상적인 후속곡 ‘쩔어’였다. 이 두 트랙으로 같이 활동한 게 국내외 팬덤을 동시에 확보하는 요인이 됐다. 앞서 서효인 시인이 얘기했던, ‘상남자’ 때 엄청나게 음악방송 홍보를 뛴 것처럼 두 가지 상반된 매력의 곡들로 인터넷과 방송 모두에서 ‘열일’했던 게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빌보드’가 있을 수 있었다. 김 방탄의 ‘열일 모드’는 정말 보통이 아니다. 투트랙으로 활동하기 쉽지 않은데, 방탄은 멤버들마다 개성에 맞춰 믹스테이프도 꾸준히 발표하고, 개인적으로 사운드클라우드를 운영하거나 비하인드 영상을 편집해 공개하기도 한다. 브이앱 같은 팬 대상 콘텐츠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그런 건 다른 그룹들도 다 하는데 방탄만 인기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방탄은 ‘그런 것’을 ‘그런 것’이 대세가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꾸준히 해오고 있는 그룹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서 (컴백 무대를) 미국 SNL에서 했는데, 엠카운트다운에도 나오고 뮤직뱅크에도 나오고 너무 좋은 거다. 이게 ‘국뽕’은 아닌데 친근하기도 하고 좋더라. 변함없이 같은 태도로 계속해서 해 나간다는 게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인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한 톱니바퀴썰’ 서 이 대담 이후로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 이름)를 해야 할 것 같다(웃음). ‘화양연화’(2015년 4월 발매된 세 번째 미니 앨범) 때부터였나. 뮤비나 앨범 등에 숨겨져 있는 코드가 흥미로웠다. 고전 소설에서 비롯된 인문학적인 것, 칼 구스타프 융이 나오고. 스노비즘(속물근성)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대중가요에 아티스트가 좀더 고차원적인 것들을 활용하고 놓지 않는 것이 남다르다 느꼈다. 실력 외에 다른 부분을 찾자면 바로 그 지점이다. 김 요즘 방탄을 얘기하다 보면 너무 꿈보다 해몽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모든 톱니바퀴가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회사의 기획력도 얘기하고 싶은데, 앞서 말한 기획을 둘러싼 내부의 지속력이나 집중력도 좋지만 한편으로 늘상 색다른 시도들에 열려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정도 인기를 얻고 팬덤이 커졌으면 좀 으스대고 싶을 만도 한데, 이번 앨범 타이틀 곡에 ‘작은 것들을 위한 시’라는 제목을 붙여서 좀 놀랐다. 지금의 성공에 취하기보다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싶다는 시그널이 직관적으로 느껴져서, 얄미울 정도로 영민한 기획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완벽한 톱니바퀴 중의 하나가 멤버 조합이다. 팬을 모으는 기본적인 요소인 ‘비주얼 멤버’들이 있고, 슈가처럼 프로듀싱을 하는 멤버, RM 같은 리더십 담당이나 춤 담당이 있다. 다른 팀들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긴 하지만, 방탄은 그걸 일단 기본으로 가져간다. 김 시대의 변화도 방탄소년단의 편이었다. 유튜브 시대가 오지 않았다면, 방탄소년단이나 케이팝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방탄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시기에 맞물려 마침 빌보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차트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등을 적극적으로 차트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 변화의 흐름에 준비가 잘 돼 있던 팀인 셈이다. 그냥도 잘하는 팀이 꾸준히 에너지를 유지하고 운까지 맞아떨어졌는데 누가 이길 수 있겠나. 정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길섶에서] 시인의 아내/이두걸 논설위원

    최근 십수년 간 변하지 않는 생활필수품 중 하나는 유모차다. 2년 전 늦둥이 둘째가 태어난 뒤 새로 장만한 유모차는, 11년 전 첫째가 쓰던 것보다 안정적이면서도 가볍게 진화했다. ‘유모차 운행환경’도 개선됐다. 엘리베이터는 크게 늘고 노상 흡연자는 확연히 줄었다. 이러한 변화를 절감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아내 대신 내가 주로 유모차를 밀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와 유모차의 무게를 지탱하는 데에는 남성이 유리하면서도 효율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얼마 전 유모차의 한자(乳母車)에 ‘어미 모(母)’ 자가 들어간다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육아의 주된 주체가 어머니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低出産)도 비슷한 사례다. ‘낳을 산(産)’자가 포함되면서 저출산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다는 뜻으로 보여질 수 있다. 유모차 대신 ‘유아차’(乳兒車), 저출산 대신 ‘저출생’(低出生)으로 바꿔 쓰는 게 적절하다고 한다. 얼마 전 한 국내 언론이 고민정 청와대 신임 대변인을 ‘시인의 아내’라고 수식하자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모양이다. 한 기자는 SNS에 ‘지금은 21세기’라는 비판도 올렸다. 이른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는 건 무척 어렵다는 걸, 다시 절감한다. douzirl@seoul.co.kr
  • [부고] 신동준(21세기정경연구소장)씨 별세

    △신동준(21세기정경연구소장)씨 별세, 손경애(덕성여대 교수)씨 남편상, 신동훈(단국대 치과대학 교수)씨 형님상 = 25일 오후 1시25분께,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 10호실, 발인 27일 오전 10시. 02-792-1420
  • [금요칼럼] 국회의원의 대표성/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국회의원의 대표성/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지역구 국회의원의 대표성은 선거 결과이다. 특정 지역 유권자로부터 최다득표를 얻음으로써 그 지역의 대표가 되고, 바로 그 자격으로 국회에 들어간다. 현재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제가 없으므로, 투표 결과는 임기 4년 동안 국회의원 자격을 무조건 보장한다. 그러다 보니, 일단 당선만 되면 유권자는 안중에 없다. 마치 선거구 지역의 중세 봉건영주인 양 득의양양하여 정치적 이합집산을 자기 마음대로 자행한다. 지역구 유권자를 농노 보듯이 한다. 최소한의 양심이나 상식조차 안중에 없다.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애초 정당으로 입당하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해 줄 만하다. 그러나 특정 정당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 임기 중에 다른 정당으로 갈아탄다거나, 집단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 간판을 내거는 행위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유권자의 동의를 확실하게 받아야 가능하도록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자기를 뽑아 준 유권자의 동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정당을 바꾼다면, 국회의원의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면 선거구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서 국가대표가 된 자다. 유권자는 숱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예전에는 정당보다 인물이 더 중요한 투표 요인이었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인물이 정당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내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 정당의 수명이 특정 인물보다도 짧았다. 예전의 ‘3김’이라거나, 최근의 친노, 친이, 친박, 비박, 친문 등의 용어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야말로, 정당보다는 인물이 우위를 점하는 우리 정치풍토를 잘 보여 준다. 그래도 최근에는 갈수록 정당이 중요한 선택요인으로 부상한다. 2004년 탄핵역풍으로 당시 여당 후보가 초선으로 대거 국회에 진출한 것은 정당 배경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주요인도 후보자 개개인보다는 어떤 정당 소속인지가 유권자의 선택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요즘엔 국회의원 후보라 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유권자가 드물다. 사회생활이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 신문의 정치면 기사를 매일 확인하는 유권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보자 면면을 다 알 수 없다 보니, 유권자의 관심은 더더욱 정당 배경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당 배경을 고려해 투표하는 경향은 갈수록 뚜렷하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가 이런 상황임에도,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자기 마음대로 정당을 바꾼다면, 그것은 지역구 유권자에 대한 위약이자 일종의 사기에 다름 아니다. 투표행위는 일종의 구매와도 같다. 물건을 고를 때 구매자는 온갖 조건을 따지는데, 메이커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택배로 받은 물품의 메이커가 다른 회사라면, 당장 전화하여 반품처리하고 구매후기에 불만을 쏟아 낼 것이다. 국회의원이 상품은 아니지만, 선택받는 기본원리는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임기 중에 어떤 이유로든 정당배경을 바꾼다면, 그 유효성 여부를 객관적인 수치로 공인받아야 한다. 선거구 유권자를 상대로 국민투표식의 정당변경 찬반투표라도 하여, 공식절차에 따른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선거비용은 국민 세금이 아니라, 정당을 바꾸려는 국회의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번 주 뉴스에 부쩍 많이 나오는 이언주 국회의원을 보면,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들 지경으로 갈아타기의 달인이다. 그래서 그의 행보는 ‘정치’가 아니라 차라리 ‘국민모독’에 가깝다. 이언주 뒤에 숨어 있는 국회의원·정치인도 그 본질은 같다. 정당을 연례행사처럼 바꿔치는 저런 갈아타기 명수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국회의원으로 대우할 것인가?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학생 사상개조 캠페인에 나서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대학생 사상개조 캠페인에 나서는 중국

    중국 중부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 원안이(文安驛)진 량자허(梁家河)촌. 천지 사방이 온통 산이고 평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까닭에 ‘먹고 살 일’이 막막한 아주 편벽한 곳이다. ‘황토고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6살 때인 1969년 지식인의 사상개조 캠페인인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으로 내동댕이쳐진 산골 마을이다. 어린 시진핑은 ‘야오둥’(窑洞·산허리를 잘라 수평으로 파들어간 토굴)에서 7년 동안 생활하며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었다. 2~3명의 학우들과 함께 생활한 야오둥은 비가 오면 입구가 무너져 갖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해야 할 만큼 그저 비바람을 잠시 피해 몸을 누일 곳이지 집이란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부총리를 지낸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반동’으로 몰리는 바람에 몰락했지만, 고관의 자녀로 베이징에서 곱게 자란 그가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가 ‘죽기’ 만큼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2013년 가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어린 시진핑을 지켜본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귀하게 자란 그에게 량자허촌 생활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이었겠죠. 배고픔은 말할 것도 없고 베이징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벼룩과 이가 밤마다 괴롭혔습니다. 벼룩과 이에 물려 피부는 벌겋게 부었으며 물린 자국을 긁다가 물집이 생기고 피가 철철 흘렀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하지만 시 주석은 이런 어려움과 고된 노동을 견뎌낸 덕에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 우뚝섰다. 그가 즐겨 쓰는 “쇠를 두드리려면 자신부터 단단해야 한다(打鐵必須自身硬)”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중국 공산당이 오는 2022년까지 3년 간 이공계 전문대생과 대학생 1000만명 이상을 농촌으로 내려보내 재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중국 문화혁명(1966~76년)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이 실시했던 상산하향 운동을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홍콩 명보(明報) 등은 지난 12일 중국공산당 청년조직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지난달 하순 전국에 통지한 문건을 통해 농촌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공산당 지도부의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생들의 농촌 파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청단은 통지에서 이번 캠페인이 “시진핑 당총서기의 청년 공작에 대한 중요 사상을 학습하고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세기가 지난 21세기에 직접 피해 당사자인 시진핑 주석 시대에 상산하향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문건은 농민들의 사상과 예절을 높이는 프로그램에 청년 10만명 이상, 빈곤지역에 문화와 과학, 위생을 개선해주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에 1000만명 이상, 농촌 창업 프로그램에 10만명, 농촌 출신 공청단 간부 인력 1만명 이상을 보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파견 지역은 공산혁명의 근거지였던 낙후된 지역과 극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촌 지역, 소수민족 거주지역에 집중될 전망이다. 파견 대상은 과학·기술분야 전공 전문대생과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자원봉사 활동’ 형식으로 농촌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학생은 ▲농촌 지역에 시 주석의 사상과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정신 보급 ▲과학기술·금융·환경보호 지식 전수 ▲예술창작·공연·독서문화 보급 ▲ 유행병 예방, 기본 위생·건강지식 보급 등의 역할을 맡는다. 특히 현지 주민들과 함께 ‘스킨십’을 통한 상호 교류와 소통도 강화할 방침이다. 시 주석은 앞서 ‘농촌 부흥’을 강조하며 재능있는 젊은 인재의 농촌 귀환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성장과 맞물려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촌 지역은 고령화와 인력 유출 심화로 낙후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재 중국 농촌 인구는 5억 7700만명에 이른다. 공청단의 대학생 파견 계획은 과거 상산하향 운동처럼 청년 실업대책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경기둔화 속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학생들의 귀향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공청단이 20만 청년을 ‘농촌에서 창업시켜 부자가 되게 하겠다’, ‘대학을 졸업한 10만 청년을 귀농시켜 창업을 돕겠다’ 등과 같은 농촌을 기지로 한 다양한 청년 취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장린빈 후난(湖南)성 농촌마을 부대표는 “현재 농촌 지역은 컴퓨터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혁신해줄 수 있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방’(下放)으로도 불리는 상산하향은 문화혁명 때 도시 지식청년(知識靑年·知靑)을 농촌에 보내 농민들로부터 재교육을 받도록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1956년 10월 당중앙 정치국의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전국농업발전요강’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에 앞서 1955년 8월 베이징 청년 양화(楊華), 리빙헝(李秉衡) 등이 공청단 베이징지부에 변강구 개간을 제안했고, 그해 11월 도농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돼 당중앙의 승인과 격려를 받았다. 마오가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 12월 지청들이 직접 빈곤한 농촌지역을 체험하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상산하향 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2000만명에 이르는 지청들이 농촌 지역으로 하방됐다. 중국 지도부에선 시 주석 외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974∼76년 안후이(安徽)성 펑양(鳳陽)현에서, 자오러지(趙樂際) 당중앙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1974~75년 칭하이(靑海)성 구이더(貴德)현에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은 1969~71년 산시성 옌안현에서, 류허(劉鶴) 부총리는 1969~70년 지린(吉林)성 타오난(洮南)현에서 각각 지청 시절을 경험했다. 지청의 하방운동은 문화혁명이 끝나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는 1978년 이후에야 비로소 중단됐다. 이 운동을 겪은 2000만 명의 지청들은 뜻밖의 이산가족 비극을 경험했고 한창 공부해야 할 젊은 날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린다. 이번 캠페인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당·정·군에 포진한 최대 정치파벌인 공청단파(團派)의 세력을 견제할 목적도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공청단파의 ‘귀족화’를 비판하면서 그들을 요직에 등용하지 않고 홀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청단의 ‘21세기 하방’ 계획은 이런 역풍에 대응하려는 속셈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공산당 기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 딩쉐량(丁學良) 홍콩과기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사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2년부터 대학생들이 농촌 간부를 맡는 것을 장려해왔다”며 이는 공산당 기층조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촌 지역 부자들이 현지 자원을 독점하고 심지어 범죄조직과 결탁하는 등 공산당 통제 범위 밖에 놓여 공산당 기층조직이 농촌 현지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시대착오적 구상’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1인 체제’를 강화하는 시 주석은 ‘마오의 시대로 회귀’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받아왔는데 이번 파견 계획이 대표적인 조치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공청단 측은 “문화대혁명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하방 학생은 자원 봉사자로 여름방학에 1개월 이내 활동만 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청단의 농촌 파견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 자녀 운동’으로 도시에서 ‘소황제’(小皇帝)처럼 자라난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소득·문화 수준이 낮은 농촌 지역으로 대거 봉사활동을 떠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모던패밀리’ 미나♥류필립-박원숙 합류 “파격적 가족 투입”[공식]

    ‘모던패밀리’ 미나♥류필립-박원숙 합류 “파격적 가족 투입”[공식]

    신혼부터 졸혼까지 21세기형 스타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는 MBN ‘모던 패밀리’(기획 제작 MBN, 연출 서혜승)가 새롭게 단장한다. 지난 9회 동안 1인 가족 백일섭, 2대째 배우가족 김지영, 4인 핵가족의 표본 류진, 신혼부부 이사강-론 등 네 가족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었다면, 10회부터는 ‘로테이션’ 개념으로 더욱 파격적이고 색깔 있는 가족들이 등장해 ‘모던 패밀리’를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실제로 ‘남해 자연인’으로 싱글 라이프를 영위하고 있는 중견배우 박원숙이 10회부터 투입돼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전망이며, 5월 중순부터는 ‘17세 연상연하’ 미나-류필립 부부가 등장해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리얼 러브’를 그려낸다. 제작진은 “이사강-론 부부가 ‘군입대’를 계기로 방송에서 떠나면서, 새로운 가족을 투입하는 등 재정비를 하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을 위해 ‘자연인’ 박원숙이 등장하며, 17세의 나이차에도 알콩달콩 잘 사는 미나-류필립 부부의 모습이 진정한 사랑,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 여기에 재혼, 입양, 장거리, 글로벌 가족 등 파격과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21세기 스타 가족을 추가로 섭외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 10회에 첫 등장하는 박원숙은 초반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로 ‘예능 치트키’ 역할을 할 예정이다. MBN 간판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와의 파격 콜라보로, 다큐와 예능을 오가는 ‘예측불허’ 스토리를 선사하는 것. 심지어 자연인 상대에 능숙한 윤택마저, 박원숙과 만나 1일 남해인 체험을 하다가 실신에 가까운 탈진 상태가 됐다고. 박원숙과 윤택이 함께 한 남해인의 리얼 일상은 무엇인지, 이 둘의 케미가 어떻게 폭발했을지는 26일 ‘모던 패밀리’ 10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MBN ‘모던 패밀리’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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