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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일의 서재]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는 3가지 방법

    [금요일의 서재]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는 3가지 방법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우리는 왜 그를 좋아하는 것일까. 거칠면서도 섬세한 소용돌이로 그려낸 작품에 대한 존경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불우한 삶에서 느끼는 연민 때문일까. 생전에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가장 ‘나’다운 것, 자기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했던 그의 인생 때문은 아닐까. 출판계에서는 잊을 만하면 고흐 관련 책이 나온다. 그동안 잠잠하다가 최근 고흐를 다룬 책 몇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그래서 이번 주 ‘금요일이 서재’는 고흐 관련 신간 3종을 묶었다. 고흐의 인생을 그린 ‘빈센트: 그의 인생 이야기’(이상북스), 정여울 작가의 여행 에세이 ‘빈센트 나의 빈센트’(21세기북스), 고흐의 인물화만 다룬 ‘반고흐가 그린 사람들’(이종)이다. ●고흐의 인생을 좇다, 인간을 읽다=‘빈센트: 그의 인생 이야기’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기자이자 작가인 슈테판 폴라첵이 쓴 고흐의 평전이다. 고흐의 유년기부터 장례식을 치른 1890년 7월 29일까지 삶 전체를 독특하게 ‘이야기’ 형식으로 풀었다.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또는 그의 그림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를 중심으로 이해했던 고흐를 영화처럼 생생하고 구체적인 서사 속에서 녹였다. 목차가 이색적이다. “이젠… 돌아가도 좋다고 말해 줘요”(1890년 7월 29일), “난 천성이 악하고 비열한 인간이야”(1853-1872년), “나는 왜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지 못할까”(1873-1877년), “아무튼 난, 그림은 그릴 수 있을지 모른다”(1878-1880년) 식이다. 일상의 소소한 대화에 여러 자료, 기존 전기를 참고해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고흐의 삶 가운데 주요 순간을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내세워 그의 운명과 광기 그리고 정열을 잘 포착했다. 고흐의 인생을 읽어가며 화가이면서 심오하고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 때로는 연약하고 괴팍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인 그를 자연스레 이해한다. ‘러빙(loving) 빈센트가 아니라 노잉)knowing) 빈센트로 나아가는 좋은 안내사’라는 서평이 적절하다.  ●고흐가 말을 걸었다, 10년을 찾았다=‘빈센트 나의 빈센트’는 정여울 작가의 ‘고흐 찾기’ 에세이다. 작가는 방랑자, 외톨이, 괴짜와 다름없던 고흐에게 ‘이유를 알 수 없이’ 이끌렸다고 말한다. 자신의 꿈을 찾으려고 고민하던 20대 시절 고흐의 그림을 만나 구원과 같은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살아온 작가는 지난 10년 동안 고흐가 머물었던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도시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의 흔적을 기록하고 사진작가와 함께 풍경을 담았다. 그가 찾은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작품에서는 “밤하늘에 붓으로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은 정말 행복했던” 순수함을 느끼고, ‘해바라기’ 작품에서는 “열정과 갈망을 표현하던” 고흐를 발견한다. 저자는 10년 동안 여행을 통해 “고흐의 그림이 누구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심리학적 몸부림이자, 자신의 삶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가장 아름답고 치열하게 가꾸는 강렬한 의지였다”고 말한다. 버림받았지만 삶을 사랑했고, 지칠 줄 모르는 생명력으로 그린 그림들, 작가는 자신을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와 영국으로 이끈 그 손짓은 바로 고흐의 간절함을 담은 그림이었다고 고백한다. ●고흐가 그린 인물, 그들과 만나다=고흐는 꽃, 정물, 정원,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사후 명예를 얻었다. 그러나 고흐는 사실 “초상화가 나의 가장 중요한 작품 분야를 구성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가장 열정을 갖는 분야는, 내 직업군의 다른 모든 화가들과는 너무나, 너무나도 다르게도 바로 초상화, 현대적 초상화”라고 밝혔다. 기존 회화는 사실적 모사에 치중했지만, 그가 강조한 ‘현대적 초상화’는 이와 달리 풍부한 표현이 넘친다. 가난한 농부들의 투박한 식사를 재현한 ‘감자 먹는 사람들’, 밝은 보색을 사용해 강렬한 느낌을 주는 ‘탕기 영감의 초상’, 고흐 특유의 소용돌이치는 선을 볼 수 있는 ‘자화상’과 정신 발작으로 귀를 잘라 버린 후 자신의 모습을 냉정하게 그려낸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까지. 책은 모델의 본질적 특징을 전달하려 노력한 고흐의 초상화 75점을 담았다. 도시 계획가이자 건축가로 일했던 랄프 스키가 초상화에 얽힌 이야기를 안내한다. 고흐가 초상화를 그린 주요한 ‘목적지’를 연대순으로 구성하고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네덜란드, 프랑스의 파리, 아를, 프로방스의 생 레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 고흐가 숨을 거둔 오베르 쉬르 우와즈까지. 그 장소에서 만났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초상화, 그리고 자화상까지 생생한 그림과 함께 읽는 맛이 제법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팩트체크 저널리즘(김양순 외 5명 지음, 나남 펴냄)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저널리즘이 지켜야 할 ‘팩트 체크’의 개념과 기법을 알려 주는 책.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 KBS 김양순 기자 등 현직 언론인들과 박아란 언론재단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실전 경험과 이론을 조화했다. 312쪽. 2만원.인간의 성에 관한 50가지 신화(페퍼 슈워츠·마사 켐프너 지음, 고경심 외 2명 옮김, 한울엠플러스 펴냄) 어느덧 신화가 돼 버린 성에 관한 편견을 뒤집는 저작. 각각 워싱턴대 사회학 교수, 성 건강 전문가인 저자들은 피임약과 임신중절, 동성애자의 육아와 일생, 남녀의 생식기 등에 관한 편견들에 대해 사회학·심리학·생물학 연구 기록과 실례를 들어 알기 쉽게 파헤쳤다. 464쪽. 3만 9500원.도시로 읽는 조선(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펴냄) 한반도의 도시들이 어떻게 역사 속 특별한 장소가 됐는지 사료에 입각해 재현했다. 한양을 시작으로 전통문화의 보고인 전주, 천혜의 자연을 품고 조선의 학자들을 키워낸 변산, 제국주의 질서 속 조선의 위치를 명백히 보여 주는 인천 등 아홉 곳의 도시를 톺아본다. 272쪽. 1만 8000원.아메리카의 망명자(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황정아 옮김, 창비 펴냄) 칠레 사회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군부독재에 저항한 세계적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망명기를 담은 회고록. 1973년 9·11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망명길에 나선 후 파리와 암스테르담을 거쳐 다시 아메리카로 귀환한 자신의 여정을 2001년 두 번째 9·11을 겪은 다음의 시점에서 돌아본다. 480쪽. 1만 6000원.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 지음, 공명 펴냄) 서울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인 저자가 소년법과 소년보호제도를 설명한 책. 요즘 소년들이 저지르는 잘못은 무엇인지, 소년보호재판은 형사재판과 어떻게 다른지, 소년법의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만화를 곁들여 상세히 설명한다. 344쪽. 1만 7000원.빈센트 나의 빈센트(정여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지난 10년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도시 곳곳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빈센트 반고흐의 흔적을 기록한 에세이집. 세간의 외면과 오해, 비난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고흐. 그를 알아가는 여정은 예술과 문학에의 탐구이자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노라 작가는 고백한다. 356쪽. 1만 6000원.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과학과 인문학·사실과 가치의 경계는 없다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과학과 인문학·사실과 가치의 경계는 없다

    최초의 SF로 여겨지는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손에서 창조된 괴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실험을 하다가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 내고, 괴물은 빅터에게 창조의 책임을 요구한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프랑켄슈타인’의 테마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영화와 소설에 나타나고 있다. 21세기의 실험실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거친 새로운 생명이 매일 태어난다.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문화는 이처럼 과학을 담아내고 성찰하며 때로 예측한다.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현대의 고전과 명작, 대중문화를 통해 과학을 성찰하는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서울대 교양과학 강의 ‘과학기술과 대중문화’에 바탕하여 집필되었다. SF 영화에는 기술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책임질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오는 괴짜 과학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현실의 과학자들에 비해 많이 과장된 모습이지만, 핵전쟁과 환경파괴를 겪은 인류가 과학에 대해 경계하고자 하는 바가 전형적 인물로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대부분 남성으로 나오는 괴짜 과학자들과 달리 여성 과학자의 대중적 이미지를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다. 여성 과학자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 퀴리는 그의 딸이 집필한 전기를 통해 ‘슈퍼우먼’이자 완벽한 영웅으로 신격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실제 그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현실의 여성과학자들은 과학계 여성에 대한 편견과 결혼, 출산 등으로 수많은 난관을 마주하게 되고, 마리 퀴리의 시대에는 더욱더 그러했다. 마리 퀴리의 삶을 살피는 일은 과학자의 영웅담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도 이어진다.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 사실과 가치라는 두 문화가 통념과 달리 분명하게 구분될 수 없다고 말한다. 과학 역시 인간에 의해 행해지는 인간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과학이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잘못된 과학적 해석에 이르렀던 사례들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백인 남성들과 여성, 흑인, 동성애자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던 이분법적 과학은 과학의 이름으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곤 했다. 과학은 사회 속에 있고 시대를 구성한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우리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인류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그렇기에 저자는 일상에서 과학을 사고하는 일이 우리가 삶을 총체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학을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과학에 대한 성찰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존재에 대한 성찰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 ‘체제 경쟁’ 이기고 ‘노동 경쟁’서 졌다… 美 중임금 노동자의 몰락

    ‘체제 경쟁’ 이기고 ‘노동 경쟁’서 졌다… 美 중임금 노동자의 몰락

    영국의 브렉시트 사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 심지어 사회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전통이 강했던 유럽에서도 포퓰리즘 성향의 신생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 역시 ‘불평등 확대’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포용국가론 역시 ‘불평등 해소’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정책의 세계에서,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정책수단이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것이다. 좋은 정책의 선결조건은 정확한 ‘원인 분석’이다. 한국의 불평등은 왜 확대되고 있는 것일까? 선진국에서는 왜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일까? ‘불평등 확대 원인’을 둘러싸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재벌·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때문이라고 보는 경우이다. 이를테면 ‘적폐’(積弊) 때문에 불평등이 커진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 경우 불평등 해법은 갑을관계 개선, 원청·하청의 공정경제 실현,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부유층에 대한 강력한 누진세 적용 등이 된다.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정치권, 진보성향 시민단체, 진보성향 언론에서 이런 경향이 강하다. 물론 이 주장 역시 ‘진실의 일단’을 담고 있다. 우리는 전속거래의 폐해, 대기업의 기술 탈취, 단가 후려치기 등이 실존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요인들도 불평등 확대의 ‘일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중심적인’ 원인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접근이다. 불평등 확대에 대한 두 번째 해석은 ‘경제 환경의 구조변화’로 보는 시각이다. ‘경제 환경의 구조변화’란 국제 분업 구조의 재편과 기술적 환경변화를 포괄한다. 두 번째 해석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미국의 노동시장 양극화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미국의 노동시장 양극화 배경 및 시사점’(한은, 국제경제리뷰, 제2019-01호)이라는 연구보고서는 매우 흥미롭다. 미국의 노동시장 불평등이 확대되는 양상과 원인을 명료하게 보여 준다. 최근 미국 실업률은 3.9%(2018년)까지 하락했다. 1969년(3.5%) 이후 최저 수준일 정도로 고용 상황이 좋다. 흥미로운 것은 취업자를 ①고임금 ②중임금 ③저임금으로 나눌 경우 2008년~2017년의 기간 동안 ①고임금(+1.8%) ③저임금(+1.7%)은 늘어났지만, ②중임금(-0.2%)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다. 임금수준별 취업자 수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2008년~2017년 중 ①고임금(20.3%→22.6%) 비중과 ③저임금(17.4%→19.2%) 비중은 늘어났다. 그런데 ②중임금(62.3%→58.2%)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 임금수준별 비중의 변화분만을 살펴보면 V자 곡선에 가깝다. 특히 자동화에 유리한 반복 업무(routine job)에서 인력 대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복 업무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일자리가 ‘중간숙련 일자리’이다. 2008년~2010년 기간 동안 미국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216만개 감소했는데 이 중에서 78.7%(170만개)가 ‘중간숙련’ 일자리였다. 흥미로운 현상은 중임금(중간숙련) 일자리는 대폭 줄었는데,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는 오히려 가장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는 왜 늘어나는 것일까? 2010년~2017년 기간 중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율을 보면, 고숙련(2.0%) 일자리가 중간숙련(1.4%) 및 저숙련(1.8%) 일자리를 상회했다. 세부 직종을 보면 이들은 대부분 첨단 고숙련을 상징하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 부문에 해당한다. 그럼 저임금(저숙련) 일자리는 왜 늘어났을까? ‘고령화’로 인한 실버산업의 성장 때문이다. 의료 산업, 요양 서비스 산업이 해당한다.●아시아 중산층 승자… 선진국 중산층은 패자 ‘중임금=중간숙련 노동자’는 왜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일까? 부분적으로는 ‘자동화=로봇화’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화보다 더 큰 요인이 있는데 이는 ‘세계화’이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세계화’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해를 봤는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화의 실체는 ‘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을 의미하며, 세계화의 최대 수혜집단은 아시아의 중산층이고, 세계화의 최대 피해집단은 선진국의 중산층이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 주는 자료가 ‘코끼리 곡선’이다.(‘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21세기북스) 밀라노비치의 코끼리 곡선 그래프에서 X축은 전 세계 인구를 소득 100분위로 배열했다. Y축은 1988년~2008년 기간 동안의 소득 증가율이다. 그래프상에서 A지점, B지점, C지점을 각각 살펴보자. A지점은 글로벌 소득 백분위로 볼 때, 약 55분위에 위치한다. 해당 기간 동안 소득증가율은 80%에 달한다. X축을 기준으로 글로벌 소득분포에서 40분위~60분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소득증가율이 70% 수준이다. 이들의 규모가 세계 인구의 5분의1이다. A지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고, 나머지는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국민들이다. B지점은 글로벌 소득분포에서 80분위~90분위에 해당한다. 이들은 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이들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중임금·저임금 노동자들이다. C지점은 세계 각국의 최고 부유층인 최상위 1%들이다. 이 중 절반은 미국 부유층이고, 나머지는 일본을 포함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부유층이다. 종합해 보면, 아시아에 몰려 있는 글로벌 신흥 중산층이 세계화로 가장 큰 이익을 봤고,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중산층이 가장 큰 손해를 봤다.●‘공산주의 붕괴’ 역설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세계화 효과를 측정함에 있어서 해당 기간을 1988년~2008년으로 잡았다. 왜 하필 1988년일까? 그것은 ‘공산주의 붕괴 시점’이기 때문이다. 1989년 동독이 몰락하고 독일 통일이 이뤄진다. 1989년~1990년에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의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차례차례 몰락한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이 해체된다. 미국과 소련을 정점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체제 경쟁’을 했다. 동유럽과 소련의 몰락으로 체제 경쟁의 승자가 분명해졌다. 미국과 자본주의가 승리했다. 문제는 자본주의가 승리하고,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발생했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몰락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1970년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공업화를 위한 ‘추격(Catch Up)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대격변이 벌어진다. 리처드 프리먼의 연구에 의하면 ‘공산주의 붕괴 이전’에 약 15억명이었던 글로벌 노동시장 규모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에 약 30억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노동력 공급’이 2배로 늘어나게 됐다. 프리먼은 이를 “거대한 2배”(Great Doubling)라고 표현한다. 글로벌 노동력이 30억명으로 늘어나게 되자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시장은 두 가지 영향을 받게 된다. 첫째 자본에 대한 ‘노동의 교섭력’이 약화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이다. 둘째 선진국 노동시장을 ①고임금 ②중임금 ③저임금으로 구분할 경우, 선진국의 ‘중임금 노동자’가 중국 노동자에 비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차원에서 경쟁열위가 된다. 직관적으로 비유하면, 미국 중임금 노동자가 300만원에 만드는 산출물을 중국 노동자는 200만원에 만드는 꼴이다. 미국 중임금 노동자가 ‘통째로’ 퇴출당하게 된다. 요컨대 선진국의 노동시장 양극화는 선진국 부유층이 ‘착취’를 강화해서가 아니라,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노동자들이 선진국의 ‘중임금 노동자’를 몰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체제 경쟁’에서 승리했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노동시장 경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중이다.●정세 변화의 본질은 ‘경쟁 격화’ 글로벌 정세변화의 본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쟁 격화’이다. 경쟁 격화는 경제주체 모두에게 과거와 다른 대응을 강요하고 있다. 여기서 경제주체란 ▲국가 ▲산업 ▲기업 ▲지역 ▲개인 모두를 포괄한다. 변화된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대응은 ‘공급측’ 역량강화(Empowerment)에 필요한 정책 일체이다. 전후(戰後) 유럽의 복지국가는 공급측 경쟁압박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수요를 관리하는 ‘수요측’ 복지국가였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과 포용국가론 역시 전성기 시절 유럽 복지국가 모델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역시 ‘수요측’ 정책이 중심이다. 우리가 ‘경제환경의 구조변화’를 수용한다면, ‘공급측’ 소득주도성장론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공급측 역량강화 정책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가능하다. 첫째 자본과 노동 자원의 ‘효율적 재배치’를 돕는 정책 일체가 중요하다. 각 부문의 ‘비효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공공부문 개혁, 노동시장 개혁, 재벌 개혁, 중소기업 지원체계 개혁을 점진적으로, 그러나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둘째 경제정책은 경제정책스럽게, 사회정책은 사회정책스럽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은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중시해야 하고, 사회정책에서는 ‘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대상자는 좁게, 금액은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개별정책으로 보면 ▲근로장려금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인적자원개발 ▲평생교육 체계정비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조기개입 강화(아동장려금, Child Tax Credit)가 중요하다. ‘경쟁격화’의 상황에서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강조했던 슘페터리안적 접근이 더욱 절실하다. ■2월부터 ‘논설위원의 사이다’와 ´2019년 쟁점 분석´을 격주로 게재합니다.
  • “법의학, 인권 다루는 학문… 욕망으로만 의대 진학 안 돼”

    “법의학, 인권 다루는 학문… 욕망으로만 의대 진학 안 돼”

    “삶이 유한하다는 걸 아는 거 자체가 많은 공부가 돼요. 인격적으로 미성숙했던 사람이 법의학을 십수년 하다 보니 많이 발전하게 되더라고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관에서 만난 유성호(47)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끝이 있다는 걸 알면 천년 만년 살 것처럼 방종하지 않고 품격과 품위를 유지하게 된다”며 죽음론을 설파했다. 유 교수는 최근 21세기북스의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첫선으로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펴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부검 관련 자문 교수로 출연, 뭇사람들에게는 ‘그알 교수’로 유명한 그다. 책은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끈 유 교수의 교양강의 ‘죽음의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 20년간 1500건의 부검을 담당한 유 교수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살, 안락사, 사회적 타살 등 죽음에 관한 민감한 주제들을 다룬다. 책에서는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특정 화제에 대한 소신을 잘 밝히지 않는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게 하기 위해서다. “저 역시 대학 입시를 제외하고는 결혼, 아이 양육 등 주체적인 삶을 살아 왔어요. 마지막에 ‘나의 주체적인 삶’을 판가름하는 것은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한테 ‘아버지를 살려주세요’를 맡기고 싶지 않아요.” 그는 주체적인 죽음이란 꼭 자살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숱한 죽음을 마주했던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죽음은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 사망한 20대 여성이다. 그 자신도 고아였던 미혼모 여성은 다섯살 배기 아들을 꼭 끌어안고 화마를 견뎠다. “보상, 배상 문제 때문에 형사가 검사를 설득해서 부검을 하게 됐어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더라고요. 그 아픔을 어떻게 견뎠을까, 살아 있는 그 며칠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형사도 울고 저도 울었어요.” 삶의 마지막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건, 상투적이지만 역시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유 교수는 드라마 ‘SKY(스카이) 캐슬’의 학부모들이 오매불망하는, 서울의대 출신의 서울의대 교수다. 정확히는 매년 정원이 135명인 서울의대에서 1998년 졸업생 이후 유일무이한 법의학 전공 교수다. 그는 “의대에서 유일하게 인권과 정의를 말할 수 있는 과목이라는 게 좋았다”고 했다. 스카이 캐슬을 한두번 봤다는 그는 학부모들 욕망의 최전선에 의대 진학이 있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의대는 욕망으로만 오는 학교는 아니에요. 사람이 아플 때 돌보는 게 의사잖아요. 머리가 좋으면서 따뜻한 사람이 들어오면 좋겠는데, 최근에는 똑똑한 것에만 방점이 찍혀서 아쉬워요.” 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마흔 줄 언니 셀프 안식년

    마흔 줄 언니 셀프 안식년

    새해에는 새해에 걸맞은 정신무장, 다짐이 필요하다. 그런 게 없으면 굳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새해가 무슨 필요랴. 서점가에는 새해 맞이 결심을 돕는 각종 책들이 넘쳐나지만 결국엔 듣도 보도 못한 깨달음을 주는 책보다는 내가 알고 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 주는 책들이 최고다. 거기다 플러스 알파로 실용적인 스킬까지.‘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는 매번 일에 종속되지 않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는 직장인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책이다. 대학 졸업 후 20년간 프리랜서로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쓰며 방송과 강연을 했던 마흔 줄 언니가 들려주는 친숙하면서도 능숙한 고언이다. 책은 카테고리별로 지속가능한 태도·휴식·재능·돈·자립·나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남들 들으면 ‘오~’ 소리가 나오는 프리랜서지만, 잠시 숨 돌릴까 하는 순간 수입이 뚝 끊기고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인큐베이팅될 기회도 없는 이다. 그런 저자도 ‘셀프 안식년’을 선언하고 태국 치앙마이부터 포르투, 마드리드, 이스탄불까지 한 도시에서 한두 달씩 살아 보는 여행을 시작했다. 막상 치앙마이에 도착해서도 ‘내일은 뭐하지 그다음 날은 뭐 하지’ 하며 전전긍긍하던 저자. 친구의 한마디에 깨달음이 왔다. “네 인생에서 그 6주쯤 마음대로 쓴다고 큰일 나지 않아.” 청소·살림·재테크·여행·관계·다이어트 등 1인 가구를, 반백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침들은 모두 나온다. ‘지속가능한 휴식’에는 이런 것이 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저자는 양파를 썬다. 몇 킬로그램씩 양파를 썰다 보면 흐르는 눈물 덕분인지 기분만큼은 묘하게 개운해진다. 그러다 어정쩡하던 칼질에 슬슬 일정한 리듬이 달라붙을 때쯤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단다. 이렇게 썬 양파는 냉동실에 넣어 두고 두고두고 먹는다.(106쪽) 더이상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가지 않을 때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게 얼마나 생산적인지는 해 본 사람들이면 다 알 것이다. 결혼을 종용하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사자후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다그치는 사람들은 정작 비혼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훈수를 둔다니, 참 이상하죠.”(246쪽) 함께 새해를 열기 딱 좋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트렌드 알려주는 책이 요새 트렌드… ‘옥석’ 잘 가려야 해요

    “요새 책 트렌드는 뭐야?” 신간 서적을 매주 받아 보는 ‘책골남’이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정답을 잘 아는 질문이니 답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1개월 기준으로 가장 눈에 띄게 들어오는 책 종류를 말해 주면 되니까요. 요새 책 트렌드는 ‘트렌드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지난 2주 동안 7종이나 들어왔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19’(미래의 창), ‘2019 대한민국 트렌드’(한국경제신문), ‘2019 한국경제 대전망’(21세기북스), ‘라이프 트렌드 2019’(부키), ‘디지털 트렌드 2019’(책들의정원), ‘2019 ICT 트렌드’(한스미디어), ‘미세유행 2019’(정한책방). 책 제목은 약속이나 한 듯 ‘2019’와 ‘트렌드’입니다. 이런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뚜렷합니다. ‘내년에는 이런 게 유행하니, 알고는 있어라.’ 아마 이 정도일 겁니다. 책골남은 사실 트렌드를 알려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복잡한 우리 사회를 몇 개의 키워드로 요약해 알려주니까요. 바쁜 데다가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 모든 분야에 일일이 관심을 두긴 어렵습니다. 가끔은 좀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몇 개의 굵직한 키워드로 마치 세상을 이해한 듯한 생각도 들곤 합니다. 그러나 씁쓸한 마음을 지우긴 어렵습니다. 키워드 앞글자를 억지로 짜맞춰 단어를 만들어내는 조잡한 행태가 거슬립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들고 나온 짜깁기성 함량 미달 책도 많습니다. 여러 명의 저자가 나눠 쓰느라 일관성이 틀어지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무엇보다 자기반성이 없습니다. 지난해에 자신들이 내놨던 트렌드가 올해 맞았는지 틀렸는지 따지지 않습니다. ‘신문에 나오니까, 설문을 해보니까 이렇더라’며 던져놓고 그만입니다. 게다가 책에서 ‘돈 냄새’가 너무 납니다. 트렌드 알려주는 책이 뜨니 우후죽순 마구 편승하는 모습은 꼴불견입니다. 서점에서 목차만 훑어봐도 되지 않을까, 차라리 평소에 신문을 좀더 잘 챙겨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gjk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장강명 외 7인 지음, 황금가지 펴냄) 장강명, 듀나, 구병모 등 인기작가 8인이 선보이는 슈퍼히어로 단편집. 신라 시대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슈퍼히어로라는 소재를 한국적 정서와 결합해 폭발적인 상상력을 선보인다. 2015년 출간된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이은 두 번째 슈퍼히어로 단편집이다. 320쪽. 1만 3000원.개성상인의 탄생(허성관 지음, 만권당 펴냄) 2005년 개성상인의 후예 박영진씨 가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복식부기 장부가 발견됐다. 이 장부를 통해 전통 회계의 탁월함과 조선시대에 이미 자본주의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한 개성상인들의 현대적 경영 기법을 고찰했다. 260쪽. 1만 6000원.되돌아보고 쓰다(안진걸 지음, 북콤마 펴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가장 많은 민·형사 기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저자가 20여년 광장에서 살아온 삶을 써내려 갔다.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집회·시위 기획자로 살아온 저자의 판단이다. 288쪽. 1만 4500원.인듀어(알렉스 허친슨 지음, 다산초당 펴냄) 인간의 한계를 깨는 지구력의 힘을 심리학과 과학의 시선으로 탐구한 교양서. 국가대표 육상선수 출신의 물리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10년간 수백명의 학자와 운동 선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지구력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원리를 이해하면 운동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생활에서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504쪽. 1만 9800원.제국의 품격(박지향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영국사 권위자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그간의 연구를 집대성했다. 제국주의라는 이념에 매몰돼 진가가 가려져 있던 영제국의 경영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자유와 그로 인한 경제적 번영, 문명화에 대한 사명감이 영제국을 전무후무한 강대국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364쪽. 2만 5000원.초격차(권오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삼성반도체를 세계 1위로 도약시킨 ‘샐러리맨의 신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리더십을 담은 책. 평범한 연구원으로 입사해 회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현장에서 고뇌하고 탐구한 결과로서 얻어낸 경영 철칙과 지혜를 담았다. 336쪽. 1만 8000원.
  • 고양이, 출판시장 ‘야금야금’

    고양이, 출판시장 ‘야금야금’

    1인 가구 늘면서 고양이 인기 “공간·시간 면에서 개보다 선호”애완동물 관련 서적의 인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책 구매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동물만이 아닌, ‘함께 사는’ 동물로 보는 인식이 두드러지며 관련 출판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고양이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급증했는데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6일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교보문고 애완동물 관련 서적 판매량은 지난해 3만 6556권으로 2016년 2만 7636권에 비해 32.3% 증가했다. 이 중 고양이 관련 서적이 2016년 6887권에서 2017년 1만 2089권으로 175%로 늘면서 전체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올해 1~2월을 따져 보니 개, 고양이, 기타 동물 서적 판매가 전년 대비 각각 18.3%, 25.4%, 5.7% 늘었다. 김지연 교보문고 모바일인터넷영업팀 MD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애완동물 서적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영섭 우송정보대 애완동물학부장은 이런 추세에 관해 “애완동물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3년 동안 고양이 숫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이런 추세가 출판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동물을 잘 키우는 방법, 건강이나 미용 등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최근에는 친구나 가족으로 대하는 방법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관련 서적의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달 출간한 고양이 책(아트북스), 강아지 책(아트북스)은 개와 고양이를 주제로 한 그림들만 모았다. ‘나는 냥이로소이다’(21세기북스)는 ‘국내 최초 고양이 저널리스트’를 내세워 고양이가 필자가 돼 쓴 에세이다. ‘행복하고 싶다면 고양이와 함께 사세요’(문학세계사)는 고양이를 통한 자기계발서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아마존에서 3년 연속 관련 고양이 부문 최고 판매 기록을 보유한 책을 번역했다. 기혁 문학세계사 기획팀장은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독자층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며 “고양이를 통한 자기계발이라는 시도가 특이해 관련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고양이 전문 서적만 출간하는 곳도 등장했다. ‘야옹서가’가 발행한 고양이 에세이 ‘히끄네 집’은 인터넷 판매로만 1만 5000권이나 팔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고경원 야옹서가 대표는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고양이의 인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넓은 공간을 요하고 산책을 비롯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공간도 클 필요가 없고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아도 돼 1인 가구에 잘 맞는 애완동물”이라며 “지난해에는 2권을 출간했지만 올해는 5권 정도 책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재선 대전과학기술대 애완동물과 학과장은 이런 추세에 관해 “애완동물이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는 관련 시장이 계속 늘어나고 출판계도 이에 맞춰 비슷한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애완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중심이었다면 함께 사는 방법이나 애완동물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감정과 관련한 서적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나혜석, 글쓰는 여자의 탄생(나혜석 지음, 장영은 엮고 해설, 민음사 펴냄)한국 근대 페미니즘 작가 나혜석이 여성의 연애와 결혼, 근대 신여성의 직업관, 정치의식을 담은 글을 선별해 묶었다. 336쪽. 1만 2000원.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이준석·손아람 지음, 강희진 엮음, 21세기북스 펴냄)용산 참사를 다룬 영화 ‘소수의견’의 원작 소설을 쓴 진보 작가 손아람과 이준석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구병 지역위원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권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대담집. 320쪽. 1만 6000원. 복수의 심리학(스티븐 파인먼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펴냄)유인원들의 복수 행태부터 오늘날의 사이버 테러, 리벤지 포르노, 정치 보복 등 개인 및 가족, 직장, 사회와 국가 사이에서 행해진 복수의 사례를 살피고, 이를 통해 복수 충동에 담긴 인간의 본질적인 심리와 복수의 순기능 등을 짚는다. 272쪽. 1만 4500원. 유럽민중사(윌리엄 A 펠츠 지음, 장석준 옮김, 서해문집 펴냄)미국 시카고의 노동계급사연구소 이사이자 엘긴 커뮤니티 칼리지의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중세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민중사를 서술한 책. 488쪽. 2만원.
  • 감자ㆍ밀ㆍ쌀… 인류를 지탱한 대표 먹거리

    감자ㆍ밀ㆍ쌀… 인류를 지탱한 대표 먹거리

    사피엔스의 식탁/문갑순 지음/21세기북스/364쪽/1만 7000원2015년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영화 ‘마션’에는 동료들과 떨어져 화성에 홀로 남겨진 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기계공학자이면서 식물학자인 주인공은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물 재배에 나서는데 이때 선택된 것이 바로 ‘감자’다.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기로 결정한 것은 식물학자로서 감자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자는 소금기 많은 해안가에서부터 히말라야나 안데스 고산지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심지어는 북극과 가까운 그린란드에서도 잘 자란다. 재배도 쉽기 때문에 삽 하나만 들고 씨감자를 대충 뿌려 놓아도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재 125개국에서 연간 3억t 이상 생산되면서 각종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 비타민C가 100g당 20㎎이나 포함돼 있어 감자를 먹으면 괴혈병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보너스까지 있다. 16세기 후반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처음 건너갔을 때 감자는 지금과는 달리 못생긴 외형과 색깔 때문에 ‘악마가 보낸 저주의 식물’로 천대받았지만 17세기 독일 프리드리히 대왕과 프랑스 농학자 앙투안 오귀스트 파르망티에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훌륭한 식재료로 인정받았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영국의 대표음식 피시앤드칩스나 포테이토칩은 구경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감자를 비롯해 13가지의 대표 식품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읽고 있다. 저자가 주목한 식품은 밀, 쌀, 옥수수로 대표되는 곡물, 감자, 콩, 생선, 과일인 바나나와 향신료, 조미료인 소금, 설탕 그리고 기호식품인 차, 커피, 초콜릿이다. 사람들이 현재 주로 소비하고 있는 식품들은 인류 최초의 농부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밀, 벼, 옥수수, 보리, 수수 같은 곡류, 메주콩, 감자, 고구마, 카사바, 사탕수수, 사탕무, 바나나 12종이 전 세계 농작물 생산량의 80%에 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인류는 약탈이나 육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하며 발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며 더이상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풍요의 세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량생산을 위한 단일경작, 밀집재배 등으로 인한 작물의 유전적 취약성이 커지는 것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인류는 아직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저자의 비판은 ‘지속가능한 식량 확보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아무도 모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따뜻한 감성을 담은 영화로 주목받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자신의 전작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한 영화 자서전. 448쪽. 1만 8000원.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리처드 존스 지음, 소슬기 옮김, MID 펴냄) 지난 40여년간 똥이 만들어 내는 생태계를 연구해 온 권위자이자 곤충학자인 저자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지만 모두가 언급하기 꺼리는 똥의 자연사를 들려준다. 464쪽. 1만 8000원.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김도균·김태일·안종순·이주하·최영준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총 경제활동인구의 26%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형성 과정과 현황을 논하고 부채·조세·특수 고용직 문제를 비롯해 기술변화에 따른 자영업자의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316쪽. 1만 6000원. 다윈의 물고기(존 롱 지음, 노승영 옮김, 플루토 펴냄) 척추동물 진화 연구를 위해 로봇을 이용하는 해양생물학자 존 롱이 그간 물고기 진화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로봇 물고기를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을 담았다. 368쪽. 1만 7000원. 부채 트릴레마(김형태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청년 부채 악순환의 시작인 학자금 부채부터 가계 부채, 국가 부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경제의 뇌관인 부채 삼중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지분과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60쪽. 2만원. 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노성두 지음, 삶은책 펴냄) 루벤스의 소묘 작품 ‘한복 입은 남자’ 등 고전 미술 작품 20개의 역사와 숨겨진 비밀을 시대, 지역, 작가, 장르, 주제, 기법 등에 주목해서 들려준다. 256쪽. 1만 8000원.
  • 루터는 【 】다

    루터는 【 】다

    1517년 10월 31일은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 교회 출입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날. 이른바 기독교계가 ‘종교개혁’의 시발로 규정한 날이다. 면벌부와 관련해 독일 제국교회 수석대주교 알브레히트 폰 브란덴부르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그 반박문은 부패와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종교개혁의 태동이자 요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지금 기독교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출판가에 관련 책들이 쏟아진다. 루터의 재조명부터 종교개혁의 허실, 한국 기독교의 현주소까지 다양하게 짚고 있다.●‘개혁가’ 루터,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 출간된 책들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단연 루터의 재조명이다. ‘종교개혁 태두’의 재발견을 통해 개혁의 배경과 성과를 되짚어 신선하다.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21세기북스), ‘루터’(제3의공간), ‘루터의 두 얼굴’(평사리)…. 이 가운데 서울대 박흥식(서양사학) 교수가 쓴 ‘미완의 개혁가…’는 루터의 진면모를 따져 새삼스럽다. 저자에 따르자면 루터는 ‘헌신적 개혁가’였지만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 종교개혁이 낳은 분열이며 농민전쟁, 반(反)유대주의 같은 한계를 풀어낸 책에서, 루터는 그동안 대세였던 ‘신격화의 대상’에서 ‘보통사람’으로 격하한다. 귀족들의 농민착취에 눈감았는가 하면 권력자에게 기대 눈앞 이득을 찾으려 애썼다는 면면의 소개가 흥미롭다. 그 재평가는 한국 개신교로 이어진다. “한국 개신교회도 루터의 유산을 분별력 있게 계승해 이웃을 위한 종교로 거듭나자.”‘르네상스기 교황제’의 권위자인 폴커 라인하르트가 쓴 ‘루터’도 루터 재해석으로 흥미롭다. 종교개혁과 관련, ‘부패한 교황 대 깨끗한 루터’라는 구도를 보기 좋게 뒤집는다. 바티칸 문서고에서 건져낸 교황청 회의록, 칙서, 외교관 보고서를 통해서다. 그 전복 중 하나는 ‘미디어 전술 천재’로서의 루터이다. 기독교 문명의 변방인 독일의 이름 없는 수도사가 어떻게 교황 레오 10세를 상대로 싸울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출판의 힘이었다고 한다. 루터는 논쟁마다 기록하고 인쇄 배포해 민중과 소외된 지식인, 성직자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에 반해 교황청은 인쇄물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다가 뒤늦게 ‘말의 전쟁’에 뛰어들었고, 그마저도 라틴어를 고집해 민중 대부분을 홀대하는 실수를 범했다. 루터의 비판이 득세한 건 가톨릭 주변부로 소외감을 느끼던 독일지역 제후들이 뒷받침했고, 샌님 같았던 루터가 인쇄술로 강렬한 문건을 전파하는 여론전에 능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학자·루터 지지자 등 통한 사실적 추적 이에 비해 ‘1517 종교개혁’(21세기북스)과 도서출판 길의 루터 3부작(‘종교개혁의 역사’, ‘루터의 3대 논문집’, ‘루터와 종교개혁’),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을유문화사)은 개혁 인물과 사건, 그리고 현실문제를 사실적으로 추적해 주목된다. 이 가운데 ‘1517 종교개혁’은 슈피겔지 언론인들이 엮은 책. 독일의 사학자, 교회사학자, 신학자 26명의 주장을 비교해 실었다. 루터의 열혈 지지자였던 기사 지킹엔, 종교개혁기 3대 화가 중 한 사람인 루카스 크라나흐, 종교개혁 운동에 기여한 여성, 뉘른베르크시와 스웨덴 등 여러 곳에서 진행된 독특한 양상의 개혁을 추적해 볼 수 있다. 도서출판 길의 루터 3부작도 비슷한 구성의 역작. 특히 루터의 3대 논문집은 루터가 교회에 맞서 1519년 발표한 3대 논문의 번역본으로, 루터의 초기 사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생생한 기록이다. 라틴어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판본인 ‘바이마르 비판본’을 옮긴 점이 특징이다. ●개신교 치부 가감 없는 해부도 눈길 3부작 중 독일 교회사가 토마스 카우프만이 쓴 ‘종교개혁의 역사’와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의 ‘루터와 종교개혁’에선 우리 시대에 대한 비판이 돋보인다. 가톨릭 타락상을 강조하고 루터의 영웅성에 초점을 맞춘 종교개혁의 기존 접근법 비판에 더해, 비판 대상이었던 가톨릭은 역(逆)종교개혁으로 살아남은 반면 개신교는 정치화되고 분열했다는 주장이 들어 있다.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을유문화사)은 한국 교회를 가장 비판적으로 들여다본 책. 라은성 총신대 교수, 이상규 고신대 교수 등이 기독교의 역사부터 지금 한국교회의 문제까지를 꼼꼼하게 훑었다. 친일 청산 좌절, 교회의 정치권력 유착, 성장만능주의 등 우리 개신교계의 치부를 가감 없이 해부한 점이 눈에 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익숙한 새로움’이 메가히트작 만든다

    ‘익숙한 새로움’이 메가히트작 만든다

    히트 메이커스/데릭 톰슨 지음/이은주 옮김/21세기북스/508쪽/2만 2000원20년 넘게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영화 ‘스타워즈’, 매회 시청률 경신을 기록하는 ‘왕좌의 게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새로운 정보와 제품이 쏟아지는 지금, 세상을 사로잡은 글로벌 메가히트작의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 저널리스트 데릭 톰슨은 ‘히트’(Hit)를 화두로 대중문화와 미디어 부문에서 엄청난 인기와 함께 상업적 성공을 거둔 다양한 콘텐츠를 분석했다. 저서 ‘히트 메이커스’에서 톰슨은 “겉으로는 우연한 결과물로 보여도 히트 상품은 몇 가지 핵심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과학적’ 결과물”이라며 “그 핵심요소에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 아이디어 전파 수단인 소셜네트워크, 문화시장 경제학 등이 포함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친숙한 것에 끌리기 때문에 반복적 노출은 기본이다.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드가, 세잔, 피사로, 시슬레 등 7명을 인상파 원조로 꼽는 것은 반복적 노출의 결과다. 역시 실력 있는 화가로 인상파 그룹에서 활동했던 구스타프 카유보트는 가난한 동료 화가들을 도우려고 일부러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을 사들인 뒤 프랑스 정부에 유증했다. 인상파 화가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않았던 시절이라 유증 작품 인수문제를 놓고 수년간 줄다리기가 벌어졌고 오랜 승강이가 오히려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다.하지만 친숙함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친숙한 놀라움’ 혹은 ‘익숙한 새로움’이라고 톰슨은 강조한다. 그는 “대다수 소비자는 새것을 좋아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이중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새로운 것과 기존의 것, 불안과 이해라는 양극적 요소를 적절히 결합해 의미 있는 순간을 창조할 수 있어야 최고의 히트 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타워즈’는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워즈’의 작가 조지 루카스는 어린 시절에 즐겨 봤던 영웅담 ‘플래시 고든’ 시리즈의 판권을 사는 데 실패하고서 직접 시나리오를 쓰기로 하고 여러 장르에서 따온 수백개의 클리셰(식상 또는 진부한 표현) 조각을 하나로 모아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완전히 새로운 작품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1950년대를 풍미한 산업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가 정의한 ‘마야’(Most Adavnced Yet Acceptable) 원칙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수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마야 원칙의 핵심이다. 사람들은 과감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제품에 매력을 느낀다. HBO의 최고 히트작 ‘왕좌의 게임’이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걸출한 상품도 결국은 ‘새 옷을 걸쳐 입은 오래된 이야기’이다. 여기에 ‘거대 전파자’가 등장하면서 더 막강한 파급력이 생긴 것이다. 입소문이 나면 바이러스처럼 퍼진다는 ‘바이럴 마케팅’은 다매체 시대에는 더이상 효력이 없다. 호주의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미국의 메이저출판사 랜덤하우스가 재출간한 덕분에 책은 40개국에서 번역출간될 수 있었고 독자 서평 사이트의 ‘파워독자’ 몇 명이 올린 서평이 큰 힘을 발휘했다. “사람들의 기호는 ‘단순과 복잡’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과 익숙한 것에 대한 편안함이 조합된 결과물”이라는 톰슨의 결론은 콘텐츠 생산자들이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인류를 지배자로 만든 비밀병기 ‘언어’

    인류를 지배자로 만든 비밀병기 ‘언어’

    언어인간학/김성도 지음/21세기북스/360쪽/1만 8000원인류 발달사는 문화와 문명의 진화를 척도로 삼는다. 그 영역에선 언제나 고고학·인류학의 목소리가 컸고 여전히 압도한다.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가 펴낸 책은 그런 점에서 신선하다. 언어를 중심에 놓고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풀어내는 발상 전환이 눈길을 끈다. 유인원, 유인원과 현생인류의 중간 단계인 직립원인, 고대인류 네안데르탈인, 현생인류의 조상 크로마뇽인…. 누구나 학교에서 배웠을 그런 도식적 구분은 이 책과는 무관하다. 언어의 활용이 문명의 탄생·진화 과정과 인류 유형을 가늠 짓는 기준이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그라피쿠스, 호모 스크립토르, 호모 로쿠엔스, 호모 디지털리스…. 언어학자나 철학자들은 언어를 인간의 고유한 의사소통 체계로 확신한다. 그래서 언어의 중요성과 정신적 가치를 높이 사는 언사는 숱하게 전해진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운명을 결정짓는 무기”로 보았고 철학가 하이데거는 “존재의 힘”이라 단언했다. 그런가 하면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곧 나의 세계의 한계”라고까지 정의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 가운데 파악된 것은 7000개가 넘는다. 그 다양한 언어들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학계에선 10만년~3만 5000년 전쯤 출현한 음성언어를 시원으로 삼는다. 초기의 원형언어는 즉각적인 욕구 해결에 부응하는 동물적 수준에 불과했다. 원숭이처럼 동료에게 위급 상황을 알리기 위해 몸짓과 함께 으르렁 소리를 내는 정도였다. 이후 점차 발달해 몇 개의 간단한 문장들로 사냥한 먹잇감의 특징과 사냥 과정을 명료하게 무리에게 설명하는 음성언어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3만 6000년 전 제작된 프랑스 쇼베 동굴 벽화와 라스코 동굴 벽화를 남긴 호모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사람)의 출현이다.네안데르탈인에 비해 기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열등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결국 언어를 통해 세계를 정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인지혁명’이라며 이렇게 쓰고 있다. “언어라는 비밀병기를 발명함으로써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비로소 ‘지금 여기’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비롯된 ‘언어 인간’은 다양하게 분기했지만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호모 사피엔스의 상징적 사유는 쇼베 동굴이나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추상적인 이미지로 드러나는데 이는 문자언어 이전, 시각언어를 탄생시킨 호모 그라피쿠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중세시대 스테인드글라스나 채색 도서에서 흥성했던 시각언어는 효용성 탓에 문자언어에 자리를 내주고, ‘쓰는 인간’인 호모 스크립토르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오늘날 글쓰기 활동 소멸과 함께 부상한 ‘말하는 인간’ 호모 로쿠엔스로 이어졌고, 과학기술 발달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호모 디지털리스는 종전과 전혀 다른 디지털 문자의 탄생과 소통 혁신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언어인간을 샅샅이 풀어낸 저자는 지금 디지털 시대를 ‘원시 영상시대로의 귀환’이라 여긴다. 기존 존재방식의 근본적 범주가 해체된 세계에서 어떻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진 저자는 이렇게 방점을 찍는다. “지식의 내용을 나무나 물고기에 비유한다면 지식을 담는 형식과 매체인 언어는 나무를 벨 수 있는 도끼, 또는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그물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AI의 등장, 로봇의 인간 지배? 인간 ‘대혼란의 시대’ 살아남기

    AI의 등장, 로봇의 인간 지배? 인간 ‘대혼란의 시대’ 살아남기

    늦어서 고마워/토머스 프리드먼 지음/장경덕 옮김/21세기북스/688쪽/3만 8000원지난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1대4라는 인간 완패에 세상은 불안에 휩싸였다. 불안은 일자리 대체의 박탈을 넘어 로봇의 인간지배라는 위기로 치닫는다. 흔히 ‘현기증 나는 가속의 시대’라 불리는 세계. 인간의 적응능력을 앞지르는 기술의 진전에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가 ‘미국 쇠망론’ 이후 6년 만에 펴낸 신간. 예사롭지 않은 책에서 저자는 보통의 인식과 달리 낙관적인 견해를 편다. “인공지능은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인간만 지배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가속의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력을 키우라”고 생존의 법칙을 귀띔한다.저자가 말하는 ‘가속의 시대’란 컴퓨터 기술과 세계화 시대의 시장, 기후변화 같은 대자연의 변화에 한꺼번에 가속도가 붙어 세상을 크게 요동치게 만드는 시대다. 그 세상에서 인간은 한참 뒤처져 있고 괴리는 갈수록 심해진다. 그 가속과 괴리의 으뜸 요인은 마이크로칩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이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가 제시한 이 법칙은 지난 50년간 깨지지 않았고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2007년이야말로 인간세상의 큰 변곡점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007년은 종전과는 다른 변화들이 집중적으로 생겨난 해이다. 아이폰이 출시됐고 페이스북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IBM이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만들고, 구글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사들인 것도 이때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가 10억명을 돌파한 시점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 사회적·정치적 변화와 규제개혁이 얼어붙으면서 기술변화와 인간적응의 격차에 눈떴고 그 괴리감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는 주장이다. 2013년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연구소는 미국의 일자리 중 47%가 20년 안에 컴퓨터에 넘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대혼란의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답은 의외로 평범한 상식에 닿아 있다. ‘태풍의 눈은 태풍에서부터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그 안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를 만든다.’ 가속의 시대를 헤쳐나갈 유일한 길은 태풍의 눈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겁먹거나 후퇴하지 말고 잠시 멈춰 서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라.” 그 태풍의 눈 속에서 인간이 찾아야 할 눈은 가속의 시대에 걸맞은 ‘역동적 안정감’의 유지다. 자전거를 탈 때 넘어지지 않으려면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이치다. 그 페달 밟기의 방법은 여러 각도에서 풀어진다. 무엇보다 기술 외의 모든 일에서 혁신을 이룰 것을 조언한다. 특히 일터에서는 인간이 정확히 무엇을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무엇을 기계와 ‘함께’ 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사람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라고 역설한다. 그 대목에서 도드라지는 주장은 AI를 똑똑한 도우미(IA·Intelligent Assistants)로 바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해법이다. 각종 센서로 무장한 빌딩에서 건물 관리인이 데이터 엔지니어로 변신하는 식이다. 물론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번영의 토대였던 공동체적 지역시민사회를 재건하자는 주장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고향인 미네소타주 세인트루이스파크에서 자신의 가족도 속했던 유대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펼쳐낸 청소년기의 포근한 추억을 그 예로 들고 있다. 그 페달 밟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 저자는 기후변화의 대처와 관련한 한 환경운동가의 말을 인용해 대미를 장식한다. “우리는 딱 맞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다.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후손 사라져 가는 국가… 어떤 리더가 살리나

    후손 사라져 가는 국가… 어떤 리더가 살리나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토드 부크홀츠 지음/박세연 옮김/21세기북스/488쪽/2만 2000원미국에는 7550만명의 아이가 있다. 이들은 9000만 마리의 고양이, 7500만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살아간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페츠마트, 펫코 등 기업의 연매출은 100억 달러(약 11조 3000억원) 정도다. 반면 미국 최대의 유아매장인 칠드런스 플레이스의 연매출은 18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사람들의 관심이 아이들보다 반려동물에게 더 많이 쏠리고 있는 듯하다. 미국 여성들은 평균 1.89명의 아이를 출산한다. 이는 질병, 전쟁 등의 변수를 고려할 때 안정된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인 ‘대체율’ 2.1명에 못 미치는 수치다. 서유럽 국가들은 더하다. 독일은 1.4명, 이탈리아는 1.39명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1861년 이탈리아 왕국 이래 최저치다. 급기야 이탈리아 보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나라는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왜 이런 통계를 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이 펴낸 ‘월드팩트북’에선 한국의 출산율을 1.25명으로 적고 있다. 224개국 중 220위다. 이 수치라면 한국도 죽어가고 있다. 새 책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는 강대국들이 번영과 함께 직면하는 분열 양상을 파헤치고 있다. 책은 한 국가가 번영의 시절을 끝내고 파국을 맞을 때 나타나는 공통된 경향을 발견했다. 그중 하나가 출산율 하락이다. 이어 국제무역의 활성화, 부채 증가, 근로 윤리의 쇠퇴, 애국심의 소멸 등 다섯 가지 ‘번영의 대가’를 치르며 파국의 길로 들어선다. 책은 1부 ‘분열의 원인’과 2부 ‘리더의 자격’으로 나뉜다. 1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의 분열 과정을 살피고, 2부는 쇠락하는 국가를 회생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가 번영할수록 출산율은 떨어진다. 고대 스파르타인들은 정복 전쟁으로 많은 노예를 소유하게 되면서 자녀들의 노동에 의지하지 않게 됐다. 많은 자녀는 여유의 부족을 의미하고, 자신의 재산을 더 많은 사위와 며느리에게 나눠 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기원전 4세기 초반 스파르타 인구는 80%나 감소했다. 국가 쇠락의 다섯 가지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리더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피정복 민족을 결집하고 포용했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했던 터키 건국의 아버지 케말 아타튀르크, 일본 메이지 유신 시대의 지도자들, 이스라엘의 여성 지도자 골다 메이어 등에 주목하며 리더의 덕목과 자격을 이야기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인류의 미래, ‘1.4㎏의 뇌’에서 답을 구하다

    인류의 미래, ‘1.4㎏의 뇌’에서 답을 구하다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김대식 지음/21세기북스/348쪽/1만 8000원저자의 이름이 익숙하다. ‘알파고’ 충격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이 펼쳐질 때마다 등장했던 바로 그이다. 책은 뇌과학자인 저자가 인문학 아카데미인 ‘건명원’에서 한 강의 내용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중적이다. 창조적이면서 파괴적이고, 복잡한 듯하면서도 단순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로 꼽히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예로 들자. 대략 5000년 전 바빌로니아에서 전해왔다는 이야기의 결론은 뜻밖에 단순하다. ‘누구나 다 죽으니 놀고 먹고 즐기며 의미 있는 현재를 보내라’이다. 뇌도 비슷하다. 뇌는 대단한 진화의 과정을 겪었다. 점점 커지는 뇌 용량을 해결하기 위해 뇌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태어나기도 하고, 그도 모자라 뇌를 구기기도 하고, 지금처럼 구겨진 뇌를 겹치고 또 겹치기도 했다. 그렇게 복잡하게 진화해 왔지만, 명망가조차 운전하다 느닷없이 욕을 내뱉는 단순하고 동물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왜? 뇌는 대체로 세 개의 층으로 나뉜다. 맨 아래층은 도마뱀도 갖고 있는 뇌다. 주로 먹고살기 위해 기능한다. 이후 해마 같은 기관이 생겼다. 여기에는 과거의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해 둔다. 어지간한 포유류라면 여기까지는 갖고 있다. 인간은 하나가 더 있다. 피질이다. 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한번에 7~9개의 생각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운전하다 보면 기어를 넣고 음악을 듣는 등 9개가 넘는 일을 해야 한다. 용량 허용치를 벗어나다 보니 동물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책은 과학을 말하고 있지만 다분히 사유적이고 철학적이다. 저자는 특히 존재의 의미에 대한 흥미로운 담론들을 많이 건넨다. ‘나는 영원한 존재인가’처럼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를 과학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예컨대 이런 거다. 당신과 난 ‘과학적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 유전자를 통해 내가 자손 대대로 전승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아플까 봐서라면 차라리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한데 자아의 영원한 소멸 때문이라면 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이다. 139억년에 달한다는 우주의 역사 중 99.999…%에서 당신과 나의 존재는 없었다. 내가 없을 때도 우주는 잘 돌아갔고, 설령 내가 100년을 살다 간다 해도 잘 돌아갈 것이다. 우주에서 나를 더하거나 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주의 역사에서 보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책은 논지를 이어 간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난 준비된 후보다…출판의 정치학

    난 준비된 후보다…출판의 정치학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한민국이 묻는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안희정 충남지사의 ‘안희정의 함께, 혁명’….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선 주자들의 출판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정치인들에게 ‘책’은 유년 시절부터 지금껏 살아온 삶의 궤적과 정책 비전, 철학을 진중하게 알릴 수 있는 고전적 수단인 동시에 출판기념회와 전국 순회 북콘서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중과 소통하고 인간적 면모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과거 출판기념회를 핑계 삼은 ‘책장사’가 판을 쳤지만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책값 이외의 모금을 금지하면서 정치자금 창구로서의 기능은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유력 정치인들에게 ‘저서정치’는 매력적인 카드인 셈이다. ●‘불황 칼바람’ 출판계에도 효자 상품 역할 출판사 입장에서도 유력 주자들의 책은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효자 상품이다. 문 전 대표가 지난 17일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초판 5만부, 2쇄 2만부, 3쇄 3만부 등 모두 10만부를 펴냈으며 출간된 지 이틀 만에 3만 5000부가 서점으로 출고됐다. 출판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7000부씩 팔리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2012년 7월 출간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은 하루 만에 1쇄가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누적 판매량은 70만부 정도. 출판사의 한 편집자는 “북콘서트 등이 대선 주자 입장에선 홍보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출판사로서도 책을 많이 팔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자서전과 에세이 형식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 들어 대담집과 정책집 등 형식도 다양해졌다. 문 전 대표도 당초 2012년 대선 당시 펴냈던 ‘문재인의 운명’ 형태의 에세이집을 고려했다가 대담 형식으로 바꿨다.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엮은 사람은 전문가도, 정치인도 아닌 대구·경북(TK) 출신의 문형렬 시인이다. ●김부겸, 가장 먼저 ‘대담 책’ 펴내 문 시인과 문 전 대표의 만남은 출판사인 ‘21세기북스’가 주선했다. 문 시인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영남일보 논설위원도 지냈다. 대담집으로 인연이 닿기 전까지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기획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다른 출판사에서 서울대 조국 교수, 철학자 도올 김용옥 교수와 문 전 대표와의 대담을 제안했는데 문 전 대표 측은 문 시인과의 대담을 선택했다. 첫 만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될 즈음인 지난해 10월 말 홍대 인근 북카페에서 시작됐고, 총 8차례에 걸쳐 인터뷰가 이뤄졌다. 출판사에서는 지난해 9~10월 문 전 대표에게 질의서를 만들어 미리 전달했다. 질의서는 문 시인이 주도하고, 출판사에 근무하는 20대 초반 직원부터 60대 직원까지 궁금한 점을 물어 추가 질문으로 포함했다. 정치 전문가가 아닌 인터뷰어와의 대담 형식을 먼저 도입한 건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다. 김 의원은 원외 시절이던 2015년 11월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씨와의 대담집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를 출간, 화제를 모았다. 김 의원은 재벌 위주의 약탈경제를 해체하고 기회의 불균등과 차별을 해결하는 ‘공존의 경제’에 관한 에세이 형식의 책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201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는 민주당이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20일 출간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는 이 시장이 제시하는 공정국가에 대한 구상을 담았다. 정치, 경제, 복지에 대한 이 시장의 철학을 알 수 있다. 이 시장은 2010년에는 지방선거 공약집 형식의 ‘고난을 통해 희망을 만들다’, 2014년 대담 에세이 스토리텔링 형식의 ‘오직 민주주의,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다’ 등 3권의 책을 출간했다. 책을 출판한 ㈜메디치미디어의 편집자는 “이 시장은 평소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데 책에서는 차분하게 본인의 정책 구상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정책 제안서와 자서전 두 권을 냈다. 지난해 10월 출간한 ‘콜라보네이션’은 충남도정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 제안서 격이다. 같은 해 11월 ‘안희정의 함께, 혁명’은 기존에 낸 자서전을 보충한 것이다. ‘안희정의 함께, 혁명’을 편집한 웅진지식하우스의 김지혜 에디터는 “안 지사가 정식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난 뒤 인지도가 올라가면 책 판매 부수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안철수의 생각2’ 출판을 한때 고려했으나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면서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의 생각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생각을 정리한 것인데 읽어 보면 그 생각에 바뀐 점이 하나도 없다”며 “정치를 시작한 목적이 변화의 열망을 실현시키는 도구가 되겠다고 한 것이었고 그런 초심은 똑같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정계 복귀와 동시에 저서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를 출판했다. 이 책은 손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전남 강진 토굴에서 생활하는 동안 지은 책이다. 당시 국회에서 2년여 만에 정계 복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었고 이후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를 열었다. 야권 대선 주자 중 ‘출간왕’은 단연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시민사회 출신인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전부터 저자로 등록된 책만 50여권이 넘을 정도다. 박 시장은 다음달 자신의 경제 정책인 ‘위코노믹스’(Weconomics)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책을 출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의 경제 정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철학과 비전을 표명하는 책자 성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與 주자들은 뜸해… 반기문도 “계획 없다” 여권 대선 주자들의 출간 소식은 뜸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자서전을 낼 계획이 없다. 반 전 총장 측은 “그동안 저서를 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낼 계획이 없다. 시기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004년 국회에 입성한 뒤부터 책을 한 권도 내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대필 작가를 통해 책을 내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 쓰게 하는 것은 싫고 책을 내기에는 너무 바빴다는 이유에서다. 유 의원은 “지난해 가을부터 살아온 이야기나 정치 경험, 정책, 현안 입장 등을 적어 오고 있는데 대선 때까지 완성해서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새달 첫 에세이집 계획 바른정당에서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다음달 20일 첫 에세이집 ‘가시덤불에서도 꽃은 핀다’(가제)를 출간한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밀한 ‘개인사’를 비롯해 수도 이전, 모병제, 사교육 폐지 등 정책 공약도 소개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 소속 최성 고양시장은 지난 5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뒤 18일 ‘나는 왜 대권에 도전하는가’를 출간했다. 국민의당에 입당해 안 전 대표와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힌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17일 ‘큰바위얼굴’과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북콘서트를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북콘서트로 대중 소통·지지자 결집 효과”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주기 용이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만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총론에 해당하는 정책 비전을 보여 줄 수 있다”면서 “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북콘서트를 지역별로 순회하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지속적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모으는 데 유력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후보자에게 관심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제된 입장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바이블(성경)처럼 가지고 다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풍요롭고 불평등한 세계화의 톱니바퀴

    풍요롭고 불평등한 세계화의 톱니바퀴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서정아 옮김/21세기북스/364쪽/1맘 8000원폭력적인 세계경제/장에르베 로렌치·미카엘 베레비 지음/이영래 옮김/미래의창/288쪽/1만 5000원분배의 정치/제임스 퍼거슨 지음/조문영 옮김/여문책/400쪽/2만원 ‘불평등’은 전 지구적 정치·경제 현상을 아우르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점으로 중국과 소련의 자본주의 편입과 글로벌 경제 통합의 가속 페달을 밟아온 지난 30년간의 ‘세계화’에 대한 실패 논쟁도 격렬해지고 있다. ‘승자 독식’과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부상은 불평등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묵시록이다. 이미 부유했던 서구 사회의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9%를 벌어들이고, 총자산의 46%를 차지하는 ‘국가간 불평등’ 현상뿐 아니라 나날이 견고해지는 ‘국가내 불평등’ 현상은 내부에서부터 소수의 승리자가 다수의 낙오자를 배제하는 시스템을 강화한다. 세계 경제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층 폭력성이 짙어진 불평등을 주제로 미래 경제를 전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 세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불평등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세계화가 증폭시켜 온 글로벌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파헤친 역작이다. 토마 피케티가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최상위 계층으로의 자본 집중 현상에 주목했다면 밀라노비치는 세계화로 일그러진 소득 분배에서의 불평등 양상을 조명한다. 그가 지난해 발표한 ‘코끼리 곡선’(elephant curve)은 가장 신뢰성 높은 세계화 성적표로 평가된다. 세계화의 절정기인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 1인당 실질소득의 상대적 증가율을 비교한 이 곡선에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상위 1%와 아시아 신흥국 중산층의 소득은 급격히 늘어 세계화의 수혜자가 됐지만 나머지 계층의 소득은 같은 기간 거의 ‘제로’(0)에 머물렀다. 밀라노비치 교수에 따르면 세계 최상위 1%에는 2008년 기준으로 미국인이 12%로 가장 많고, 한국인도 2%를 차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 양극화는 중산층 공동화와 금권정치, 포퓰리즘의 득세를 낳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자국 우선주의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보호무역과 신(新)고립주의는 우리가 치르고 있는 불평등의 혹독한 대가다. 세계화가 계속되면 불평등이 사라질까. 그는 “앞으로도 세계화의 이득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인 장에르베 로렌치의 ‘폭력적인 세계 경제’는 현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여섯 가지 제약을 범주화한다. 그는 기술 진보의 둔화, 노령 인구, 불평등의 심화, 자국을 벗어난 산업 활동의 대규모 이전, 한도가 없는 경제의 금융화, 투자 자금 조달의 불능이라는 여섯 가지 제약으로 인해 ‘세계의 충돌’(전쟁)과 ‘시스템 붕괴’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 경제의 재구조와 임계치에 도달한 불평등의 압력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저해하는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고조되는 세대 간 긴장은 경제적 현실을 읽는 풍조가 될 정도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터무니없을 정도의 불평등에 직면하고 있다”며 “인간의 역사에 자주 등장했던 반란의 움직임이 어딘가에서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경고한다. 위의 두 책이 경제학자들의 시각에서 지난 한 세대간 벌어진 구조적 경제 실패들을 실증하고 있다면 ‘분배정치의 시대’는 인류학자의 시선에서 획기적인 경제 실험을 시도할 것을 촉구한다. 미 스탠퍼드대 인류학자인 제임스 퍼거슨 교수는 30여년 동안의 남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현지 조사를 토대로 새로운 정치적 분배 모델에 주목해 왔다. 그의 주장은 영어 원제인 ‘물고기를 줘라’(Give a Man a Fish)처럼 빈민층에게 직접 현금을 주자는 것이다. 생산이 아닌 분배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12년 전체 가구의 44%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2002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남아공의 기아 가구 비율은 29.3%에서 12.6%로 줄었고, 교육과 보건 환경이 크게 신장됐다. 이 같은 기본소득 캠페인은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에서도 확대 운용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정규직 임금노동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적인 복지모델은 불평등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안정적인 임금 노동의 기회가 박탈되는 상황에서 서구의 복지 안전망은 더이상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이 같은 실험들은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시대 자본주의를 재고하는 ‘조용한 혁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퍼거슨의 첫 번째 번역서로, 그의 제자인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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