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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분 길을 8분 만에… 터널 뚫고 ‘일거양득’ 양천

    32분 길을 8분 만에… 터널 뚫고 ‘일거양득’ 양천

    “마무리 작업하는 과도기에 사고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서울 양천구 경인고속도로 신월IC ‘신월여의지하도로(서울제물포터널)’ 공사현장을 지난 16일 방문한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공사 관계자들과 함께 터널 곳곳을 둘러보며 “공사를 마치고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과도기 때 잠깐 방심하는 사이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김 구청장은 “교통표지판 등 위험요소를 전반적으로 미리 검토, 점검해 구청에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인 터널 내부에는 유사시에 대비해 곳곳에 차량이나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사람 피난 통로는 200m마다, 차량 우회 통로는 600m마다 설치돼 있었다. 소화전함이나 각종 방송장비 등도 일정한 간격으로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양천소방서에서 출동한 소방차가 출입구를 통해 진입하려면 20여분이 소요되지만, 터널 지상부에 있는 자체 소방차를 활용하면 5~7분 내에 화재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16일 0시에 개통을 앞둔 신월여의지하도로는 1968년 개통한 경인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이다. 우리나라 최초 고속도로로 인천 서구부터 서울 양평동까지 이어지며, 그동안 서울과 인천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고 서울~인천 간 광역도시권 형성에 일조했다. 하지만 경인고속도로는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도심을 단절하고 상습적인 교통 정체로 인해 고속도로의 기능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10월 ‘서울제물포터널’이라는 이름으로 신월나들목에서 여의나루 나들목, 샛강 나들목까지 7.53㎞ 구간을 지하화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이 도로는 15인승 이하 소형차 전용도로로, 제한속도는 80㎞다. 스마트톨링이라는 시스템으로 무정차 통과가 가능해 신월여의지하차도를 이용할 경우 기존 도로로 32분 소요되던 시간은 8분으로 크게 단축된다. 기존의 국회대로는 지하 1층 지하도로와 지상층 도로로 분화될 예정이다. 지상구간은 2024년까지 공원과 같은 녹지로 조성된다. 구 관계자는 “지상교통량이 지하터널로 분산되며 지상의 교통량도 크게 감소해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는 지상공원화 사업과 연계해 보행자 중심의 걷기 좋은 거리로 만들고, 목동의 로데오거리를 활용한 상권 활성화 등의 연관 사업을 구상 중이다. 김 구청장은 “육교와 고가차도로만 이동이 가능해 양천과 강서 간 오랜 단절을 야기했던 지역이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며 활력 넘치는 거리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교육부 “조민, 판결과 별도로 학칙 따라 입학 취소 가능”

    교육부 “조민, 판결과 별도로 학칙 따라 입학 취소 가능”

    위조 서류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입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에 대해 교육부가 “법원 판결과 별도로 부산대 학칙에 따라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조씨의 입학 취소에 대해 “교육부 감사 전 수사가 개시되고 재판이 진행된 이례적인 사안으로 향후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요 기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형사재판과 별도로 대학이 학내 입시 관련 의혹의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일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입학 부정을 저지른 학생의 입학을 취소하도록 한 고등교육법을 조씨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 6은 “입학한 학생이 입학전형에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입학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6월 시행된 조항으로 2015년에 입학한 조씨에게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부산대 학칙과 모집요강에 따라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부산대로부터 조씨에 대한 향후 조치 계획을 보고받아 이번 주 중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일어설 때 핑~ 돈다면… 빈혈보다 ‘기립성 저혈압’ 의심

    일어설 때 핑~ 돈다면… 빈혈보다 ‘기립성 저혈압’ 의심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문모(17·인천 간석동)군은 최근 책상에서 공부하다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끼고 핑 도는 경험을 했다. 평소 다른 질병이 없어 일시적으로 몸이 피곤해서 그런 것으로 여겼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되자 병원을 찾았고, ‘기립성 저혈압’이란 생소한 질병 진단을 받았다. 요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 안에서 장시간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 및 증상,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환자 4년새 50% 늘어 고혈압 환자도 발생 기립성 저혈압은 앉거나 누워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몸을 일으킬 때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어지러움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누구나 누워 있거나 쪼그리고 있던 자세에서 갑자기 일어나면 수초~수분 정도 눈앞이 흐려지고 현기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증세가 이어지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말 그대로 몸을 일으켰을 때 일시적으로 저혈압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일반적으로 앉았다 일어났을 때 3분 이내 수축기 혈압이 20mmHg, 혹은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정상인은 갑자기 일어나더라도 몸의 자율신경계가 적절하게 반응해 혈압이 저하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15년 1만 3803명에서 2019년 2만 1501명으로 50% 넘게 증가했다. 신진호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평소에는 괜찮다가 유독 일어날 때 핑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어지럼증이 찾아오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빈혈이 아니라 기립성 저혈압일 가능성이 많다”며 “이 질환은 평소 혈압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고혈압 환자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립성 저혈압 증상은 일시적으로 뇌에 공급되는 혈류가 감소함에 따라 일어나는 어지러움 외에도 혈압 저하로 오는 두통, 뒷목의 통증과 뻣뻣함, 구역질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온몸에 힘이 빠지거나 시야가 흐릿해지기도 한다. 심할 경우 의식을 잃고 실신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어지럼증이 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특히 고령층은 치명적인 낙상 사고로 이어져 골절이나 외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70세 이상 인구 중 3분의1에서 유병률 기립성 저혈압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증가하며, 70세 이상 인구 중 3분의1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이지현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식후에는 장 혈류가 많아지면서 몸에 흐르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증상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머리가 핑 하고 도는 어지럼증을 느낄 때 빈혈이라고 알기 쉬운데, 빈혈과 기립성 저혈압은 의학적으로 큰 상관관계가 없다. 빈혈은 적혈구의 혈색소가 부족한 질환인데, 빈혈은 어지럼증 대신 피로감이나 허약감이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은 다양하다. 크게 신경 자체의 이상으로 발생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자율신경 기능이 약한 노인이나 당뇨병, 파킨슨병 등 신경계질환 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자율신경의 이상으로 혈압이 감소했을 때 그에 따라 맥박이 빨라지고 혈관이 수축하는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비(非)신경학적인 원인으로는 설사나 구토로 인한 탈수나 혈관확장제, 이뇨제 등의 사용으로 혈압이 감소하거나 체내 수분량이 감소해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서면 중력의 작용으로 혈액이 다리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게 되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를 감지한 자율신경계가 반사작용으로 다리에 있는 혈액을 즉시 수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자율신경계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거나,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약하게 하는 약물 등이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이 된다. 자율신경 실조증,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등의 자율신경계 질환이 대표적이다. 기립성 저혈압 치료는 발생 원인 및 환자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다른 기저 질환이나 약물이 원인일 경우 해당 약제를 중단하고, 그외 원인이 될 만한 질환 상태를 치료해야 한다.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피하고, 누웠다 일어날 때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기만 해도 상태가 호전된다”며 “증상이 심할 경우 수액 공급을 통해 혈류량을 증가시키거나 혈압 상승 약제를 투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래 서 있는 경우 탄력밴드·스타킹 도움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좋은 생활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무릎을 웅크리고 오래 앉아 있는 자세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웅크린 자세에서 일어날 때 다리를 주무르고 일어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할 경우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거나 난간을 짚고 일어서는 게 안전하다. 일어날 때 가슴까지 고개를 숙이고 일어나는 게 좋다. 평소에 걷기 운동 등을 꾸준히 해서 근력과 혈관의 적응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간 서 있을 경우 다리 정맥혈의 정체를 막기 위해 탄력밴드나 탄력 스타킹 등으로 다리나 허벅지 골반 부위를 압박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다리 혈관이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는 자세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탈수를 유발해 기립성 저혈압의 위험을 높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이나 사우나같이 땀이 많이 나는 상황에서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체내 수분량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박택규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복용한 약물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생겼을 경우 담당 의사와 약물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며 “증상의 호전이 없을 경우 저혈압 방지를 위한 약물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中 남성, 관공서에 사제 폭탄 터뜨려 4명 숨져… “토지 보상금 갈등”

    中 남성, 관공서에 사제 폭탄 터뜨려 4명 숨져… “토지 보상금 갈등”

    중국의 한 남성이 관공서에 사제 폭탄을 터뜨려 4명이 숨졌다. 다중망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광저우시 판위구에 위치한 마을 위원회 사무실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폭탄 테러가 발생한 마을은 약 30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현지인의 이전을 필요로 하는 재개발 지역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관공서는 지난해 상하이의 한 개발자에게 270에이커(약 109만2651m²)의 땅을 팔고, 이 지역을 관광객 유치가 가능한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계약을 맺었다. 80억 위안(약 1조 3800억 원)이 투입되는 재개발 프로젝트에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온 사람들의 터전을 이전시키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농업에 종사하는 지역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었고,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공안에 따르면 용의자는 59세 남성으로, 직접 사제 폭탄을 만든 뒤 이를 마을위원회 사무실에 투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탄이 터진 직후 건물 내부는 기존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공개된 사진은 건물 잔해 아래에 깔려 숨진 피해자의 모습과 핏자국으로 얼룩진 벽면,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의 모습 등 당시 참혹했던 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공안은 용의자도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5명이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농민들은 수십 년 간 진행된 도시화 탓에 강제 퇴거 및 불법 토지 탈취 문제에 시달려 왔다. 홍콩대학 연구에 따르면 2005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중국 정부는 매년 100만~500만 농민으로부터 토지를 빼앗아왔다. 일부는 보상조차 거의 받지 못한 채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다. 현지에서는 농민들의 토지를 빼앗는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발생한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터뷰] 이어령 “내 모든 것 글로 남기고 떠날 것...죽음은 끝 아냐”

    [인터뷰] 이어령 “내 모든 것 글로 남기고 떠날 것...죽음은 끝 아냐”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불안한 것이죠. 하지만 ‘어제 내가 세상을 떠났으면 오늘 내가 하는 것을 못하게 됐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겁니다.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몰랐던 것을 배우는 존재거든요.” ‘한국 지성사의 산증인’ 이어령(87) 전 문화부 장관은 끝자락까지 지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본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라면서 “건강이 다할 때까지 머릿속에 들어간 모든 것을 마지막 한 자까지 글로 남기고 떠나려 한다”는 말엔 한국을 대표하는 석학으로서 책임감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이 전 장관은 서울신문을 포함한 언론사 논설위원과 문학 평론가, 대학 교수 등을 두루 거쳤고 행정가로서도 활약했다. 2017년 암 선고를 받은 뒤 치료를 마다한 채 마지막 기력까지 다해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9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 고 이민아 목사를 추모하는 에세이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열림원) 개정판을 출간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는 이 전 장관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엔 민아 생전에 서로 못다 한 말들이 남아 이 책을 썼다”면서 “민아의 10주기가 가까워지면서 그가 남긴 사랑의 자취를 돌아보며 그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과 슬픔을 참았던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시키는 의미에서 책을 다시 냈다”고 밝혔다. 이어 “나 자신도 딸의 10주기인 내년까지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해 출간 일정을 (9주기로) 앞당겼다”고 덧붙였다.이 전 장관의 딸 고 이민아 목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일했다. 첫 아이를 먼저 세상에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은 뒤 기독교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위암 판정을 받고 영면에 든 때가 2012년 3월이다. 책은 이 과정을 따라가는 각각의 단편 에세이와 편지를 엮어 동시대 부모 마음을 애틋하게 대변한다.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며 서재 앞을 서성이던 딸을 안아주지 못한 일은 고스란히 저자의 아픔으로 남았고, 저자는 “네가 태어난 순간 나도 아버지가 됐다”고 고백한다. 이 전 장관은 2015년 4월에 낸 책의 초판 서문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세상 모든 이에게 바친다”고 썼다. 이번 개정판 서문은 깊은 슬픔을 달래지 못한 그때에서 벗어나 감내하고 기꺼이 표출하는 느낌이랄까. “네가 돌아왔구나. 널 잃고 황량했던 내 가슴에 꽃으로 새로 돌아왔구나. 민아야 이제 눈치 볼 것 없이 엉엉 울어도 된다.” 그는 “슬픔보다 새로 발견한 죽음의 문제, 그리고 그동안 오랫동안 생각했던 딸과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며 “단순히 딸을 잃은 사사로운 감정이 아닌, 개인의 체험이 집단의 보편적 체험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썼다”고 했다. 초판에 실렸으나 이번 개정판에서 빠지게 된 시들은 저자가 새로 쓴 시들과 함께 내년에 시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이 전 장관은 “딸이 ‘시험이 싫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인터뷰한 것을 뒤늦게 알고 가슴이 아팠다”고 떠올렸다. “아이가 외로웠는데 물질적 환경이 나아지면 행복을 줄 것으로 생각했지. 죽음을 앞뒀을 때 죽음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겁니다.” 이 전 장관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개인을 비행기로 보면 가족은 사회로 나가고 들어오는 일종의 활주로와 같아요. 긴 활주로는 떠날 때도 돌아올 때도 속도를 늦춰줄 때까지 받아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거죠.” 그러다 이 사회의 큰어른으로서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가족이 붕괴하는 상황을 보고 있다”는 걱정도 덧댔다. 무신론자였던 이 전 장관은 독실한 신자 민아의 영향으로 기독교에 귀의했다. 그는 “종교를 믿는 순간 가정이 회복되고 사랑이 회복되고 용서하게 된다”면서 “기독교에선 사랑보다 용서가 더 큰데, 증오와 갈등으로 뒤덮인 지금은 온 사회가 용서할 만큼 마음이 너그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우리가 어려울 때 신이 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신은 오는 게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라며 “신이 있느냐를 묻기 전에 내가 남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남을 용서할 수 있다면 신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 현대사에서 문화적으로 전환점이 됐던 순간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꼽았다. 그는 “AI 혁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알파고의 추억’이라는 책을 집필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교육부 “법원 판결과 별도로 부산대 학칙 따라 조민 입학 취소 가능”

    교육부 “법원 판결과 별도로 부산대 학칙 따라 조민 입학 취소 가능”

    위조 서류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에 대해 교육부가 “법원 판결과 별도로 부산대 학칙에 따라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조씨의 입학 취소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한 결과 “교육부 감사 전 수사가 개시되고 재판이 진행된 이례적인 사안으로 향후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요 기준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형사재판과 별도로 대학이 학내 입시 관련 의혹 관련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일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위원회에 출석해 “조씨의 입학 취소 여부는 학교장(부산대 총장)의 권한”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입학 부정을 저지른 학생의 입학을 취소하도록 한 고등교육법을 조씨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지난해 6월 개정된 고등교육법 제34조의6은 “입학한 학생이 입학전형에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입학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를 2015년에 입학한 조씨에게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육부는 “부산대 학칙과 모집요강에 따라 입학취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부산대에 조씨에 대한 향후 조치 계획을 보고하도록 했으며 부산대는 22일 밤 교육부에 조치 계획 보고를 올렸다. 교육부는 이번주 중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확성기 쥔 샌드라 오·청문회 선 대니얼 대 김, 증오범죄 규탄 전면에 나선 한국계 스타들

    확성기 쥔 샌드라 오·청문회 선 대니얼 대 김, 증오범죄 규탄 전면에 나선 한국계 스타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한국계 스타들도 증오범죄 규탄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의 샌드라 오(왼쪽)는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Stop Asian Hate)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전날에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서 확성기를 쥐고 “우리는 처음으로 두려움과 분노에 대해 목소리를 내게 됐다. 아시아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외쳤다. 배우 대니얼 대 김(오른쪽)은 18일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시아계에 대한 구조적인 폭력과 차별을 증언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동생이 2015년 증오범죄로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 놓으며 “가해자에게 다른 아시아 여성에 대한 폭행 전력이 있었지만 경찰은 난폭운전 혐의만 적용했다”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도 트위터에 아시아계 피해자들을 돕는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제이 베이커 대변인의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그는 총격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을 두고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옹호하며 인종차별적 편견을 드러내 비난을 받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소멸 위기 마을도, 폐교 직전 학교도… 민관 뭉치니 ‘회생의 반전’

    소멸 위기 마을도, 폐교 직전 학교도… 민관 뭉치니 ‘회생의 반전’

    ‘위기는 기회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교육기관, 공공기업, 주민 등이 힘을 합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소멸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역에서 지역사회 구성원 전체가 지역 특색에 맞는 인구유치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면서 ‘소멸’에서 ‘회생’의 반전이 시작됐다. 일부 농촌의 주민소득이 높아지고, 도시에서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늘고, 폐교 직전의 시골 학교와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다.●잘나가는 하동군 비결은 2011~2016년 전국 광역 및 기초지자체 지역내총생산(GRDP) 분석자료에 따르면 경남 하동군은 2011년 1조 3390억원이던 GRDP가 2016년 2조 273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17.4%씩 고도 성장을 한 것이다. 경남도 내 18개 시군 가운데 성장률 1위다. 전국 228개 시군 가운데서도 11위다. 하동군 연도별 GRDP는 2012년 1조 2372억원, 2013년 1조 3340억원, 2014년 1조 8380억원, 2015년 2조 2426억원으로 늘었으며 2016년에 최고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7년 2조 2396억원. 2018년 2조 1239억원으로 해외 수출 감소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 하동군의 높은 GRDP 성장률은 농·수특산품 수출 및 국내 판매량 증가 등으로 농림어업분야 GRDP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또 축제와 관광산업 발굴로 관광객 방문이 늘어 음식·숙박 매출이 늘어난 것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100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세계 곳곳을 발이 닳도록 드나들며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관광산업 인프라를 적극 확충했다”면서 “이러한 노력으로 지역 종합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군민들의 경제적 삶도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도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농수산물 수출시책 평가에서 하동군은 도내 최우수기관에 선정됐다. 하동군은 윤 군수를 비롯한 해외시장 개척단이 해외를 누비며 농·수산물 판로를 개척하고 넓히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지자체로 소문났다. 2019년 한 해 하동군은 농·수산 특산물 52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수출 품목도 밤과 배, 단호박, 녹차참숭어, 신선농산물·가공품·수산물 등 40여개에 이른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수출과 국내 판매 환경 모두 좋지 않는 악조건에서도 수출 7000만 달러, 내수 600억원을 목표로 온라인 수출상담회와 해외 홈쇼핑 방송 등을 통한 판매활동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또 하동군은 곳곳에서 전국적인 축제가 사계절 내내 이어지는 지자체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야생차문화축제, 북천코스모스·메밀꽃축제, 섬진강문화재첩축제, 화개장터벚꽃축제 등을 개최해 연간 600만~700만명의 축제 관광객을 유치한다. 2017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시에서 열린 세계축제협회 총회에서 하동군은 ‘2017 세계축제도시’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축제도시로 인정받았다.●경남도엔 무슨 일이… 지난 2월 27일 경남 함양군 서하면 서하초등학교 인근 서하게이트볼장에서는 ‘함양 아이토피아 임대주택’ 입주 기념식이 열렸다. 농촌재생을 위한 함양 주거플랫폼 선도사업’의 하나로 건립된 임대주택단지에 입주하는 주민들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아토피아는 ‘아이’와 ‘유토피아’를 합친 단어로 농촌을 아이들 천국으로 만들어 젊은 귀농·귀촌 인구가 들어오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함양군 서하초는 2019년 말 전교생이 14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다. 이에 학교와 동창회, 군, 주민 등은 학교와 마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닥치는 것을 보고 ‘학교와 마을을 살리자’며 뭉쳤다. 이들은 2019년 11월 ‘학생모심위원회’를 구성해 ‘아이토피아 서하만들기’ 활동을 시작했다. 학생과 함께 전입하는 가정에 주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장학금, 어학연수 지원 등 전학·전입 가구 지원 계획을 마련해 2019년 12월 전국설명회를 했다. 전국에서 75가구(144명)가 전입을 희망했다. 군과 학교 측은 다자녀 가정 등 모두 다섯 가정을 선정했다. 두 가정은 스스로 주거를 마련해 전학을 왔다. 현재 서하초는 학생수가 1~6학년 각 1학급씩 모두 6학급 32명으로 늘었다. 병설 유치원에도 6명이 다니는 등 시골 학교와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서춘수 함양군수는 “함양군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작된 ‘농촌 유토피아’ 사업이 쇠퇴하는 농촌을 살리고 정부의 핵심 과제인 국가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모범사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은 함양군 농촌 유토피아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농촌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시작했다. 전국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를 경남 도내로 전입시켜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마을과 학교를 동시에 살리는 사업이다. 첫해인 지난해 고성군 영오면 영오초, 남해군 상주면 상주초 등 2개 학교를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두 학교의 설명회에는 전국에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했다. 영오초는 15명이던 학생수가 18명으로 늘었다. 유치원에도 12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다. 남해 상주초등학교도 학생수가 지난해 36명에서 올해 44명으로 늘었고 유치원 원아도 12명에 이르는 등 학교살리기 사업으로 학교와 마을이 동시에 살아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경남도 관계자는 “영오초와 상주초는 전국에서 이주와 전학을 문의하는 학부모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인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니네 아빠 거지라 똥차” 모욕한 차주, 사과글 올렸다

    “니네 아빠 거지라 똥차” 모욕한 차주, 사과글 올렸다

    부산에서 한 슈퍼카 운전자가 모욕적인 말과 함께 보복 운전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 중인 가운데 슈퍼카 운전자가 사과의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22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해운대 갑질 맥라렌’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부산에 사는 다둥이 아빠라고 밝힌 작성자 A씨(40대)는 “지난 13일 오후 7시쯤 아이 셋과 함께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서 귀가하던 중 슈퍼카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고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골목길에서 갑자기 맥라렌이 빠른 속도로 굉음과 함께 급정차 하며 끼어든 후 선루프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아이들에게 ‘얘들아,너희 아버지 거지다.그래서 이런 똥차나 타는 거다.평생 이런 똥차나 타라’고 반복해서 욕설을 퍼붓고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번일로 아이들이 “아빠, 우리가 거지냐”라며 하루에도 몇번이나 물어보는 등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이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자 맥라렌 차주 B씨는 반박 글을 게시했다. B씨는 “제 차량이 빠른 속도로 굉음을 울리며 급정차하며 끼어들었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천천히 진입했다”며 “뒤에 있던 미니 차주가 차량을 비켜주지 않으려고 제 차량을 가로막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먼저 욕을 해서 저도 감정조절이 안 돼 같이 욕을 하게 됐다”며 “상대방 차에서 욕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 제가 선루프에 대고 ‘애들 있는 거 보고 참고 있다.애가 뭘 보고 배우겠냐.그러니까 거지처럼 사는 거다’라고 말한 게 자극적으로 와전된 것 같다”고 글을 게시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A씨가 당시 CCTV 영상 등을 올리고 재반박에 나섰고,온라인에서는 B씨의 행동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차에서 내려 아이가 탄 차량 선루프에 대고 욕설과 막말을 한 것은 명백한 보복 운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B씨는 사과문을 게시하고 “잘못의 경중에 있어 제 잘못이 많이 크고 잘못된 거라 깨우쳐주셔서 감사하다”며 “어젯밤부터 우리 가족 모두 단 1분도 눈붙이지 않고 제 잘못에 대한 생각,제 잘못된 처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혀야겠다는 그런 고의적인 나쁜 생각은 하지 않았고 제가 화난다는 그 짧은 생각 하나로 가족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 같아 정말 죄송스럽다”며 “모든 처벌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에게 따로 연락을 주면 다시 사과드리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19일 협박 등 혐의로 B씨를 해운대 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교통사고조사계 아닌 형사계(강력팀)에 배정해 보복 운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15년부터 보복운전은 특수협박죄를 적용하고 있다.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형량은 7년 이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논란의 불씨 ‘한명숙 사건’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종결

    논란의 불씨 ‘한명숙 사건’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종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의 모해위증 의혹 공소시효가 22일 만료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이날 “오늘 자정이 되면 한 전 총리 사건은 더는 실체적 부분에 대해 기소 여부를 다툴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재심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한 전 총리의 뇌물·정치자금법 사건은 당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기획수사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자금 공여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전직 총리를 재판대에 세운 만큼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당초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재직 당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9년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뇌물 액수·전달 방식 등에 관한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한 전 총리는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2013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다 2010년 4월 1차 뇌물수수 사건의 1심 선고 하루 전 검찰이 별도 혐의로 한신건영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한 전 총리의 2차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를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정치 개입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정치자금 공여자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직접 건넸다”는 검찰 조사 때의 진술을 뒤집자, 검찰이 사기 혐의 등으로 복역 중이던 한 전 대표를 압박해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씨는 법정에서 “3억원은 한 전 총리 비서실장에게 빌려줬고, 나머지는 로비자금으로 썼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자 약정도 없이 큰돈을 빌려주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한씨가 번복한 법정 진술을 믿지 않았지만, 직접 돈을 줬다는 검찰 조사 진술도 신뢰할 수 없다며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한씨의 검찰 조사 진술을 신뢰할 수 있다며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한 전 총리는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2년을 복역하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했다. 한씨는 재판 후에도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돼 2년을 더 복역하고 2018년 출소한 뒤 사망했다. 이후 세간에서 잊혔던 한 전 총리 사건은 지난해 4월 한 전 총리 재판 관련 내용을 기록한 한 전 대표의 비망록이 뒤늦게 언론에 공개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여기에 한 전 대표의 구치소 동료들이 검찰이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고 진정하면서 모해위증·교사 의혹까지 불거졌다.모해위증·교사 의혹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로까지 이어졌지만,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리면서 이날 공소시효를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 사건 관련 의혹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22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 의혹을 무혐의로 처리한 대검 확대회의 결정과 관련해 “재지휘를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만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회의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시도 없었고 사전 협의도 없이 의혹의 당사자인 한명숙 수사 검사를 회의에 불러 의견을 듣고, 비공개에 부치기로 했던 회의 결과를 누군가가 특정 언론에 유출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검찰 수사 관행 문제, 이번 모해위증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 있었던 절차적 문제에 대해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의 합동 감찰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 개선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래퍼 키스에이프, 3~6개월 시한부 선고 “날 싫어하는 이들에게 좋은 뉴스”

    래퍼 키스에이프, 3~6개월 시한부 선고 “날 싫어하는 이들에게 좋은 뉴스”

    래퍼 키스에이프(Ketih Ape)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실을 고백했다. 키스에이프는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날 싫어하는 이들에게 좋은 뉴스가 있다”며 “의사가 내게 ‘3~6개월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내 인생에 작은 영감을 줬거나 나와 함께 성장한 뮤지션들에게 무보수로 피처링을 할 것”이라며 “지구를 떠나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내 소리를 남기고 싶으니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달라”고 덧붙였다. 키스에이프는 자신의 위치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으로 표시했으며, 병원 침대에 누워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을 함께 공개했다. 키스에이프는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댓글에 대해 “내 건강말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자”며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키스에이프는 지난 2013년 예명 키드애쉬(Kid Ash)로 그룹 코홀트로 데뷔했다. 2015년 발표한 싱글 ‘잊지마(It G Ma)’로 인지도를 높였으며 해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재판 출석 어렵다”…‘충수염’ 이재용, 법원에 일정변경 요청

    “재판 출석 어렵다”…‘충수염’ 이재용, 법원에 일정변경 요청

    충수 터져 지난 19일 응급수술 받아 최근 급성충수염으로 수술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건강 상태를 이유로 계열사 부당합병에 관한 첫 공판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에 절차 진행에 관한 의견서를 냈다. 변호인은 의견서에서 이 부회장의 수술 경과와 몸 상태를 설명하고, 오는 25일로 예정된 첫 공판에 출석하기 어려운 상태인 점을 고려해 일정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준비기일로 변경해서라도 25일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조만간 재판 기일 연기 여부를 판단해 기일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찰과 피고인 등 당사자들에게 통보할 전망이다.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충수가 터져 지난 1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돼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쳤으며 첫 공판을 앞둔 상황이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주도하면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거짓 정보를 유포했고, 이 과정을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아빠 거지라 똥차” 맥라렌 운전자 고소장 접수…경찰 조사 나서

    “아빠 거지라 똥차” 맥라렌 운전자 고소장 접수…경찰 조사 나서

    부산에서 한 슈퍼카 운전자가 모욕적인 말과 함께 보복 운전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 중이다. 22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해운대 갑질 맥라렌’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부산에 사는 다둥이 아빠라고 밝힌 작성자 A씨(40대)는 “지난 13일 오후 7시쯤 아이 셋과 함께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서 귀가하던 중 슈퍼카 운전자와 시비가 붙었고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골목길에서 갑자기 맥라렌이 빠른 속도로 굉음과 함께 급정차 하며 끼어든 후 선루프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아이들에게 ‘얘들아,너희 아버지 거지다.그래서 이런 똥차나 타는 거다.평생 이런 똥차나 타라’고 욕설을 퍼붓고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번일로 아이들이 “아빠, 우리가 거지냐”라며 하루에도 몇번이나 물어보는 등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이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자 맥라렌 차주 B씨는 반박 글을 게시했다. B씨는 “제 차량이 빠른 속도로 굉음을 울리며 급정차하며 끼어들었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천천히 진입했다”며 “뒤에 있던 미니 차주가 차량을 비켜주지 않으려고 제 차량을 가로막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먼저 욕을 해서 저도 감정조절이 안 돼 같이 욕을 하게 됐다”며 “상대방 차에서 욕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 제가 선루프에 대고 ‘애들 있는 거 보고 참고 있다.애가 뭘 보고 배우겠냐.그러니까 거지처럼 사는 거다’라고 말한 게 자극적으로 와전된 것 같다”고 글을 게시했다. A씨는 지난 19일 협박 등 혐의로 B씨를 해운대 경찰서에 고소했다. 2015년부터 보복운전은 특수협박죄를 적용하고 있다.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형량은 7년 이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지구를 보다] 용암 구경하는 시민들…800년 만에 터진 아이슬란드 화산

    [지구를 보다] 용암 구경하는 시민들…800년 만에 터진 아이슬란드 화산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에서 자연이 남긴 경이로운 흔적을 보기위해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아이슬란드 레이캬네스 반도 지역에서 폭발한 화산 앞으로 이날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촬영된 사진을 보면 화산 폭발 후 흘러나오는 용암을 구경하는 많은 시민들의 모습이 확인된다. 보도에 따르면 당초 아이슬란드 당국은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했다가 이후 인근 지역의 통제를 풀었으며 다만 아황산가스 등 화산폭발로 인한 가스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아이슬란드 기상청(IMO)에 따르면 화산폭발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저녁 8시 45분 경에 발생해 이 지역의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화산은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불과 4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나 주변 지역에 사람이 살지않아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IMO 측은 “지난 몇 주 동안 지진 활동이 증가하고 있었으며 18일 오전에만 400여 차례 지진이 감지됐다”면서 “최근 몇 주동안 4만 회가 넘는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 화산폭발 가능성이 예상됐다”고 밝혔다. 이어 “레이캬네스 반도의 마지막 화산폭발은 거의 800년 전인 12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이슬란드는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 사이에 있어 유럽에서 가장 많은 화산이 존재하며 평균 5년 마다 분화한다. 지난 2014년 8월 홀루흐라운 화산이 가장 최근에 폭발했으며 2015년 2월에 끝났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이셋 탄 차에 “똥차XX”…해운대 맥라렌 공분 [이슈픽]

    아이셋 탄 차에 “똥차XX”…해운대 맥라렌 공분 [이슈픽]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서 한 슈퍼카 운전자가 아이 셋을 태운 가족 차량에 보복운전을 한 뒤 “네 아버지는 거지라서 이런 똥차나 타는 거다”라며 모욕을 준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부산에 사는 다둥이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해운대 갑질 맥라렌’이란 제목의 글을 쓰고, 지난 13일 오후 7시 귀가 중 심각한 보복운전 피해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A씨는 당시 아내와 아이셋을 차량에 태우고 송정에서 귀가하던 중이었고, 삼거리 부근에서 신호대기 중 정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오른쪽 골목길에서 자주색 맥라렌 차량이 엄청 빠른 속도로 굉음을 울리며 차량 우측 앞으로 급정차하며 끼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놀란 A씨는 바뀐 신호를 받고 운행을 하려했지만 맥라렌 차량 운전자가 유리창을 내린 후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똥차 XX가 어디서 끼어드냐”는 맥라렌 운전자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A씨는 다섯 가족이 탄 상황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알았으니까 빨리 가라’고 말하고 창문을 올렸다. 맥라렌은 송정삼거리 신호 대기 중인 A씨 차량 옆에 정차하더니 차에서 내려 미처 닫지 못한 썬루프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아이들에게 “얘들아 니네 아버지 거지다 알겠냐! 그래서 이런 똥차나 타는 거다! X발 평생 이런 똥차나 타라!”라며 주행 신호가 켜질 때까지 반복해서 욕설을 퍼붓고 차량으로 돌아갔다. A씨는 다른 길로 돌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는 “대로에서 저의 차를 기다리다 저의 차량을 발견하고는 빠르게 저의 차량 앞에서 차로를 막은채 저의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아이들과 와이프는 극도로 불안에 떨며 충격을 받아 울기 시작했고 차 안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어렵게 맥라렌을 피해 집으로 향하자 굉음과 함께 계속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때 저와 아내는 두려움과 공포에 떠는 아이들을 보며 판단력이 흐려지더라”고 회상했다. A씨는 집 근처 중동지구대로 향했고, 지구대에서 맥라렌 차주와 인적사항을 기록했다. A씨는 “맥라렌 차주는 ‘변호사가 알아서 할거다’ ‘이제 가도 되지요?’라며 거들먹거렸고,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우리는 변호사 선임은 생각조차 못하고 복잡해지는 것이 싫어서 지구대에서 나왔다”면서 “좋은 차 타고 돈이 많다고 이래도 되는 거냐? 8일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아이들은 그날의 충격으로 ‘아빠 우리 거지야?” “우리는 거지라서 돈도 없어” 등의 이야기를 하고, 맥라렌 차주가 했던 위협적인 행동을 떠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고민 후 고소장을 접수했고,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하겠다면서 목격자의 연락을 부탁했다.“증거 영상 하나 없이 이슈화” 반박도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한 가운데 “증거 영상 하나 없이 이렇게 이슈화 시키신거 보면 어이가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상대 차주로 추정되는 B씨는 “먼저 보복운전과 욕설을 한 건 상대 차량”이라며 “아내분이 계속 욕하시고 보복운전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분의 사과로 제가 좋게 합의를 봐드린 상황”이라며 “증거자료도 없이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우리나라 정말 무섭다. 경찰관 증언부터 저도 자료 정리 다 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찍어뒀지만 작성자 부부의 얼굴이 나와 삭제를 요청받았고, 삭제를 한 상황이라고도 부연했다. 이에 대해 다른 네티즌 역시 “영상 보기 전에는 중립이 좋겠다”라고 동의했다. 보복 운전은 2015년부터 도로교통법 대신 특수상해나 흉기 등을 이용한 특수협박죄를 적용하고 있다. 보복 운전이 인정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형량은 징역 7년 이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정주영 20주기… 범현대가, 집합금지 탓 시간 차 제사

    정주영 20주기… 범현대가, 집합금지 탓 시간 차 제사

    21일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0주기를 맞아 범(汎)현대가 일원들이 지난 20일 저녁 정 명예회장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옛 자택을 찾았다. 코로나19에 따른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지키고자 2~3명씩 시간 차를 두고 차례로 방문해 제사를 지냈다. 제사에는 정 명예회장의 장손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내외가 가장 먼저 참석했다. 정 회장은 청운동 자택의 현 소유주이기도 하다. 이어 정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대표가 차례로 방문해 제사를 지내고 돌아갔다. 정 명예회장의 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손자녀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남편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의 어머니 이행자씨와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도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가족들은 이날 고인의 부인 변중석씨의 제사도 함께 지냈다. 기일은 8월 16일이지만 지난해부터 정 명예회장과 제사를 합치기로 하면서다. 현대가는 2015년 8월 변씨의 9주기부터 제사 장소를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서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명예회장 자택으로 옮겼다가 2019년 8월 변씨의 12주기부터 다시 청운동에서 지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 명예회장의 20주기를 맞아 이날 청운동 자택의 내외부 모습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1층에 마련된 제사상 옆쪽에 정 명예회장의 어머니 한성실씨의 영정이, 왼쪽 벽면에는 정 명예회장과 변씨의 영정이 나란히 걸려 있다. 마당의 채석에는 ‘양산동천’(陽山洞天, 볕이 잘 들고 신선이 살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 ‘남거유거’(南渠幽居, 남거 장호진이 유거하는 집)가 새겨져 있다. 경기 하남시 창우동 선영 참배는 이날 제사와 마찬가지로 5인 미만 소규모로 축소해 진행됐다. 앞서 지난해 19주기 때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영 참배를 취소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동성애 탈북자 장영진씨 “북한 떠난 지 25년 만에 짝 찾아 결혼 계획”

    동성애 탈북자 장영진씨 “북한 떠난 지 25년 만에 짝 찾아 결혼 계획”

    남으로 넘어온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유일하게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장영진(63)씨가 탈북한 지 거의 25년 만에 사랑을 찾았다. 그는 21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미국인 남자친구와 올해 안에 결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씨가 극적으로 탈북한 사연이나 남다른 성 정체성 때문에 귀순을 결심한 사연들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그는 2015년 자서전 ‘붉은 넥타이’(영어 제목 A Mark of Red Honor)를 발간해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 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됐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제법 교육받은 여성과 27세 때 결혼했다. 하지만 그는 첫날 밤에 “아내 몸에 손조차 대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4년 뒤 왜 임신을 못하느냐고 형이 추궁하자 그는 솔직히 이성에 대한 유혹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형은 병원에 가보자고 했다. 숱하게 병원을 다녔지만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아예 동성애란 개념 자체가 북한 사회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탈북자들에게 동성애에 대해 물어보면 곧바로 알아 듣지 못해 한 사람씩 붙잡고 따로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만약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다른 이의 눈에 띄면 사회에서 축출되거나 처형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는 것이다. 물론 병원 진단 결과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아내는 행복해하지 않았다. 해서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이혼을 결심했지만 법원이 허가해주지 않았다. 국민대 북한학과의 박정원 교수는 워낙 북한이 가정을 소중히 여기며 집권 이데올로기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때만 이혼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장씨는 북한을 떠나는 길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아내가 재혼할 길이 열린다고 믿었다. 고향 청진에서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선철이 어느날 놀러왔는데 감정이 애틋해짐을 느꼈다. “정말로 선철을 많이 좋아했다. 지금도 꿈 속에 나타나 만난다.” 하지만 선철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 낙담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그는 1996년 북한을 떠나 중국에 갔다가 우리 당국이 노동자 출신이라며 받아주지 않자 다시 청진으로 돌아갔다가 이듬해 4월 지뢰밭 천지인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해 귀순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탈주민을 하나원에서 한두 달 교육시키고 사회에 내보내는 것과 달리 워낙 위험한 지대를 무사히 통과한 그를 5개월 동안 붙잡아놓았다. 왜 망명을 결심했느냐고 추궁하다 나중에는 의사 진찰을 받아보라는 조건을 붙여 정착해도 좋다고 했다. 남한이 조금 낫다고는 해도 북쪽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몇몇 의사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귀순한 지 13개월이 지난 1998년 봄에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잡지를 펼쳤다가 한 동성애 남성의 커밍아웃 소식과 함께 두 남성이 침대에서 입을 맞추는 미국 영화가 있음을 알게 됐다. 그제야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장씨는 이때부터 서울의 게이바를 드나들었다. 2004년 한 바 주인으로부터 항공사 승무원이란 남성을 소개받아 3개월 사귀다 사랑에 빠졌다. 그 남자는 함께 살려면 더 넓은 집을 구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 해서 장씨는 전세금과 예금 등 전재산 9000만원을 건넸는데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경찰서에 보름 동안 찾아갔더니 그만 포기하라고 했다. 장씨는 앓아 누워 한달을 병원에 입원했다. 공장 일자리도 잃고 홈리스 신세가 됐다. 그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다시 전셋집이라도 구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맸다. 짬이 나면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하지만 다시 데이트할 엄두는 쉽사리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에야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미국에서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민수(가명)와 사귀기 시작했다. 4개월 뒤 북한 정권이 “늑대들 나라”라고 가르치는 나라에도 다녀왔다. 처음 본 민수는 반바지와 모자를 쓰고 나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버릇없는 남자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남자를 알아갈수록 그가 아주 좋은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보다 여덟 살 아래지만 먼저 다른 사람을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두 달 뒤 민수는 프러포즈를 결심했다. 장씨는 현재 북한에서의 첫 번째 결혼을 끝내는 서류 작업 중이다. 그 일이 완료되면 올해 안에 결혼할 계획이다. “난 혼자 살아오는 동안 늘 걱정 많고 슬퍼하며 외로워했다. 난 아주 내향적이며 감정이 예민한 사람인데 그는 낙천적이다. 해서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반쪽이다.” 장씨는 새로 행복을 찾았지만 가족과 친척들에게 씻을 수 없는 역경을 안겼다. 친척 상당수가 오지로 추방됐다. 어머니와 네 형제자매 등 친척 6명이 기아와 질환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다. 죄책감을 달래는 길은 열심히 뭔가를 쓰는 일뿐이었다. 북한에 두고 온 아내가 재혼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늘 재주가 많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진정 행복해졌구나 느낀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 민수와 함께 드라이브를 해 워싱턴 DC의 게이바 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함께 둘러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몽환적인 목소리’ 인디밴드 보컬 김도마, 세상 떠났다

    ‘몽환적인 목소리’ 인디밴드 보컬 김도마, 세상 떠났다

    인디 밴드 ‘도마’의 보컬 김도마(28·김수아)가 세상을 떠났다. 기타리스트 거누는 21일 트위터에 “도마의 멤버 김도마 누나가 세상을 떠났다”고 도마의 사망소식을 알렸다. 이어 그는 “아마 월요일 전주에서 장례식을 진행할 것 같다. 자세한 사항들은 전해 받으면 다시 공유해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도마는 2015년 8월 데뷔 EP ‘도마 0.5’를 발매했다. 김도마가 홀로 만든 앨범이다. 이후 2017년 내놓은 정규 1집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는 인디 신에서 명반으로 통했다. 이 앨범은 ‘2018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음반·노래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3인 혼성 밴드로 출발했고, 이후 김도마·거누 듀오로 활동해왔다. 작사, 작곡 능력에 탁월한 김도마는 청명하면서도 몽환적인 목소리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안겼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5회 엔딩곡 ‘휘파람’도 그의 목소리였다. 도마는 2집을 준비 중이었다. 이이언, 권나무, 빌리 카터 등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애도했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은 “도마라고 하는 아름다운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하늘나라에 갔다. 명복을 빈다”고 썼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특별 대우받기 싫어했다”…수술 마친 이재용, 첫공판 미뤄지나

    “특별 대우받기 싫어했다”…수술 마친 이재용, 첫공판 미뤄지나

    수감 중 급성충수염 수술받은 이 부회장수술 잘 끝나 현재 안정 취하는 중‘경영권 승계용 합병’ 첫 공판 미뤄지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의 부당한 합병을 지시하고 승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응급수술을 받으면서 이번 주 첫 정식 공판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부회장의 상태가 아무리 빨리 호전된다 하더라도 오는 25일 예정된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관련 재판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반응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들의 첫 공판 기일이 오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정식 공판은 피고인에게 출석할 의무가 있지만, 이 부회장은 충수가 터져 지난 19일 수술받고 회복 중인 만큼 출석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 부회장 측은 아직 법원에 기일 연기나 공판 불출석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못하게 되면 법원은 함께 기소된 다른 삼성 관계자들만 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열거나 공판 기일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극심한 고통에도 참은 이유… “특별 대우받기 싫어했다” 수감 중이던 이 부회장은 지난 20일 급성 충수염으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경과는 양호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전날 복통을 호소했고, 오후 5시쯤 교정당국 의료진은 충수염 소견으로 외부 진료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괜찮다”며 주말까지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의료진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 외부병원 진료를 권유했지만, 이 부회장은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부회장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교정당국 의료진은 서울구치소 지정병원인 인근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으로 이 부회장을 이송했다. 하지만 이 병원에선 “다른(상급)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결국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이 부회장, 수술 잘 끝나 현재 안정 취하는 중 흔히 ‘맹장염’으로 불리는 충수염은 오른쪽 아랫배에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충수는 맹장 끝에 달린 기관으로, 충수염은 충수 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이 염증을 방치할 경우 충수가 터지고 기관 속 이물질이 복막으로 퍼지면서 복막염으로 번질 수도 있다. 충수가 터질경우 장기 세척 등을 통해 감염을 막는 과정이 진행되며 심할 경우는 패혈증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일반적인 충수염 수술은 1주일 이내 퇴원이 가능하나, 충수가 터졌을 경우엔 장내 감염 정도에 따라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수감생활 중이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수감 상태로 법무부 관리를 받고 있어, 삼성 측에서도 이 부회장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전해듣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정당국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의료진 권고에 따른 입원 치료 기간이 끝나면 구치소에 돌아갈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하면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허위 호재를 공표했고,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산을 과다 계상한 혐의도 적용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외교통일수첩]순두부찌개로 속이 좀 풀리셨나요

    [외교통일수첩]순두부찌개로 속이 좀 풀리셨나요

    블링컨 장관, 방한 기간 북·중 비판모두발언, 기자회견 통해 전부 공개첫 공동성명 의미 퇴색, 시각차 확인중국 빠진 성명에 中언론 “긍정 평가”정의용·서욱 공동기고..장밋빛 일색“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순방지에 한국이 포함된 것은 한미동맹 중요성, 굳건함을 재확인한 것이란 평가다.” 미 국무·국방장관의 동반 방한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방한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2015년 2월 국무부 부장관 취임 직후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했고, 2015~2016년 부장관으로서 총 다섯 차례 방한하는 등 한미동맹과 한미관계 발전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방한 첫날인 지난 17일 작심한 듯 북한과 중국을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이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 자치권을 침식하고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시켰으며 신장과 티베트의 인권을 침해하고 남중국해에 영유권을 주장한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코로나19 장벽을 뚫고 한국을 찾는다는 사실에 고무돼 있던 우리 정부는 무방비 상태로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접해야 했다. 회담에 앞서 양국 장관의 모두발언은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적당히 순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튿날인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블링컨 장관은 “북한 주민들이 압제적인 정권 밑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 “중국은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회의 직후 양국의 공동성명에서는 “공유 가치에 기반하고 신뢰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미 사이에 어떠한 이견도 없는 것처럼 돼 있는데 기자회견에서 양국 장관은 서로 다른 얘기만 늘어 놓았다. 양국이 합의한 공동성명보다 기자회견 발언이 더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고, 한미 간 시각차만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공동성명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최초로 발표하는 공동문서”라고 의미를 부여했던 외교부의 설명도 무색해졌다.인권, 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민주당 기반의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 틈바구니 속에서 외교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안마당’에 와서 연일 ‘북·중 때리기’에 나선 것은 한국을 동맹국으로서 배려한다는 인상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 직후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자 간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한 접근법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반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블링컨 장관은 5년 전 한국에서 맛 본 순두부찌개를 다시 먹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며 중국과의 고위급 협의를 위해 알래스카로 떠났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19일 화상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한일 순방에서 북한과 중국 등 도전과제를 놓고 아주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며 “성공적 방문”이라고 자평했다. 공동성명에 ‘중국’이 언급되지 않은 것만으로 한국 입장에선 성과일까.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우리의 외교정책의 기조라는 것이 어떠한 특정국을 배척하거나 배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의도가 그런데 그것을 미국이 수용해서 그 공동성명의 형태로 나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중국 언론에선 한미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거론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의 합리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에선 한국이 대(對)북한·중국 정책과 관련해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2+2 기자회견에서 미측은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런 문제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적지 않다”고 봤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방한 성과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은 공동기고문에서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 협력할 때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2+2협력체가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구체적 결실을 맺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밋빛 전망보다는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손님’을 맞았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한 이번 회담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복기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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