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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위기의 브라질, 체질 개선 나서야/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시론] 위기의 브라질, 체질 개선 나서야/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브라질이 정치·경제난에 빠졌다. 국영 석유회사 부패 스캔들로 시작된 정치 위기는 1980년대 민주화 시위보다 규모가 더 큰 반정부 시위를 불렀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연립정부 붕괴 위기,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탄핵 위기로 치닫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2주 사이 3명의 법무장관을 교체하는가 하면 룰라 전 대통령을 구출하기 위해 부분적 법적 보호를 받을 장관직을 제의하는 등 정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과거 디폴트가 선언됐던 1990년의 ?4.3% 이래 최악인 ?3.8%의 성장률을 지난해 기록했고, 올해는 ?4.5%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4년까지 6%대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10.67%를 기록해 13년 만에 최고치였다.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하고 싶지만 물가 자극을 우려해 지난해 7월 이래 기준금리를 14.25%로 동결시킨 상태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은 모두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했고, 이 중 피치사는 브라질 기업의 53%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림으로써 대량 실업 사태를 예고한 셈이다. 한때 신흥시장 대표 주자로 각광받던 브라질 경제, 그리고 재선에 성공한 호세프 대통령이 이처럼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그동안 브라질 경제와 다수 국민은 왜 행복했는가를 되물으면 찾기 쉽다. 브라질 경제는 2006~2010년 연평균 4.5%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 규모 세계 6위까지 올랐다가 2011~2014년 연평균 2.1%로 둔화되며 다시 7위로 내려앉았다. 룰라의 임기(2003~2010년) 8년은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 시기와 일치했다. 브라질은 항공기를 수출하는 공업 강국이기도 하지만 농축산물 및 석유·광물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철광석 및 대두 수출 대상국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풍부해진 국가 재원을 활용해 노동자당(PT) 출신답게 빈부격차 축소를 위한 초등교육 보편화 등 사회정책들을 쏟아 냈고 후임 호세프 대통령도 같은 정책 노선을 이어 갔다. 덕분에 2003~2013년 브라질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600만명이 가난에서 탈출했다. 같은 기간 소득불균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60 수준에서 0.54까지 떨어졌다. 브라질 전체 인구의 소득이 연평균 3.5% 증가하는 동안 인구 중 하위 소득자 40%의 소득은 그보다 두 배 가까운 6.1%로 빠르게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근년 들어 원자재 가격은 곤두박질쳐 왔고, 세계 경기 불황으로 브라질의 수출공업 부문도 활기를 잃었다. 국가재정은 긴축으로 전환됐고, 삶의 질 개선은 2013년 이래 이뤄지지 않았다. 오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건은 2013년 6월의 국민적 저항 운동이다. 당시 정부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조치를 취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때마침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최를 앞둔 시점이어서 스포츠 행사 준비에 재원을 쏟기보다 복지 및 교육투자, 공공 서비스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과 부패척결 구호가 설득력을 얻은 것이었다. 오는 8월 리우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어난 대규모 거리 시위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호세프가 탄핵당할까.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사례는 1992년 있긴 하지만,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이나 야권의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은 탄핵이 과연 자신에게 이로울지 따져 봐야 한다. 이들은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 추후 정권 재창출에 확신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강약을 조절해 각자 연정 탈퇴, 탄핵 추진 또는 연정 참여 축소, 스캔들 장기 활용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브라질이 당장 디폴트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전히 외환 보유고는 3600억 달러에 달하고 금융 부문이 취약하지도 않다. 또한 경상적자를 메울 외국인 투자도 일시 보류는 될지언정 구매력 높은 인구 2억의 브라질 시장에 언제든 쇄도하곤 한다. 다만 브라질이 더이상 원자재 가격이나 경기 변동에 취약하지 않고 견실한 성장을 보장받으려면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오늘의 브라질 경제는 지난 호황기 10년 동안 소비 진작에 주력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 이음새 하나가 0.001초 승부 가른다… 과학 입는 ‘평창 슈트’

    이음새 하나가 0.001초 승부 가른다… 과학 입는 ‘평창 슈트’

    지난 8일 네덜란드 마크네스에 있는 독일·네덜란드 합작 군사 연구시설(DNW)에는 난데없이 마네킹 하나가 등장했다. 키 185㎝에 몸무게 85㎏의 체격을 지닌 네덜란드의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30)와 똑같은 몸 형태를 지닌 마네킹으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복을 입은 채 전력 질주를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가로·세로 2.5m, 높이 3m의 실험실 한가운데 ‘크라머의 분신’을 세워 놓고 시속 15~18㎞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어 은색 막대기처럼 생긴 호스를 이용해 실험실 안쪽으로 인공 연기를 집어넣자 마네킹은 온몸으로 바람과 연기를 상대했다. 군사시설에서 이뤄지기엔 생뚱맞아 보이는 이 실험은 네덜란드의 운동복 제작 회사인 스포츠컨펙스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야심차게 준비 중인 ‘평창 슈트’ 개발 작업의 일환이다. ●공기저항 측정하는 ‘윈드터널 테스트’ 이날 실험은 네덜란드와 한국 선수들이 입을 ‘평창 슈트’의 공기 저항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이뤄졌다. ‘윈드터널’이라고 불리는 실험실에서 테스트가 시작되면 마네킹 곳곳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으로 연기와 바람이 들어가게 된다. 구멍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압력 변화를 마네킹 발 밑에 있는 ‘밸런스 센서’가 감지해 슈트에 가해지는 공기 저항을 측정하게 된다. 여러 벌의 경기복에 대한 실험이 끝나면 결과는 위층에 있는 연구실 기계 화면에 곧바로 수치화돼 표시된다. 스포츠컨펙스 직원들은 경기복별 저항을 비교 분석해 옷의 재질이나 패턴(신체 부위별 옷감 조각)을 개선하고 있다. ‘윈드터널 테스트’는 본래 비행기나 선박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빙상 경기복에 대한 연구에도 ‘윈드 터널’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확인돼 스포츠컨펙스는 9년 전인 2007년부터 이곳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하루에 10~12벌가량의 경기복에 대한 테스트가 가능하며, 날을 잡아 실험을 할 때마다 3000만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굳이 크라머르를 본뜬 마네킹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은 그가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전역에 있는 5곳의 ‘윈드 터널’ 중 이곳 군사시설을 택한 이유는 높은 보안성과 탁월한 기술력 때문이다. 민간인이 이곳을 방문하려면 사전에 출입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입 직전에는 신분증을 제시해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근무 중인 연구원들은 ‘윈드 터널’을 오랜 기간 다루고 있어 기술이 뛰어나며, 기밀을 함부로 발설하지 않도록 훈련돼 있다. 베르트 판데르 툭(48) 스포츠컨펙스 대표는 “실험 가격이 싸진 않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다”며 “연구진의 기술력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동양인 마른 체형… 치수부터 다시 재” ‘윈드터널 테스트’를 마무리지어 ‘평창 슈트’의 단점이 개선되면 크게 5단계(디자인 설계→디자인 인쇄→옷감 절개→로고 프린트→재봉)를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갖출 계획이다. 첫 단계는 ‘평창 슈트’의 디자인 설계다. 이때 주의할 점은 경기복의 패턴을 이어 붙였을 때 선수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마르셀 라딕스(30) 스포츠컨펙스 디자인 팀장은 “패턴을 자칫 잘못 이으면 오히려 선수의 경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여러 번에 걸쳐 테스트를 한 뒤에 붙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팀의 경기복은 색깔이 예뻐서 네덜란드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다만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좀 더 마른 편이어서 한국 선수도 처음에는 신체 수치를 일일이 다 재야만 했다”고 말했다. 경기복의 디자인이 끝나면 이것을 대형 프린트로 인쇄한다. 그리고 옷감을 밑에 깐 뒤 그 위에 프린트물을 올려놓고, 인쇄된 경기복 모양을 따라 대형 글라이더로 도려낸다. 깨끗하게 잘린 유니폼은 바로 특수 열처리 기계로 옮겨 선수를 후원하는 단체들의 로고를 입힌다. 마지막으로 각 패턴을 재봉틀을 이용해 한땀 한땀 이어 붙이면 경기복이 완성된다. 한 벌 제작하는 데 보통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경기복이 완성돼도 스포츠컨펙스 직원들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대회에 나가기 전 막상 선수가 경기복을 입어 보니 이전에 비해 근육량이 늘었거나 살이 쪄서 옷이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를 대비해 매 시즌의 월드컵 첫 대회나 올림픽 경기와 같은 큰 시합에는 스포츠컨펙스 직원들이 경기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장비를 준비해 현장에서 대기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경기복이 잘 안 맞았을 경우에는 즉석에서 바로 수정을 할 계획이다. ●“유니폼이 선수들 성적 80% 좌우한다” 경기복 하나를 만드는 데 이렇게까지 요란하게 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0.001초로 메달의 색깔이 갈리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슈트가 가지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미국 빙속 대표팀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경기복 문제로 막심한 손해를 보기도 했다. 당시 미국팀은 세계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첨단 기술을 도입해 만든 슈트인 ‘마하39’를 입고 경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선수들은 불편함을 연달아 호소했고, 결국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반면 스포츠컨펙스가 만든 옷을 입고 출전했던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은 빙속에 걸려 있던 36개 메달 중 23개(금8·은7·동8)를 싹쓸이했다. 베르트 판데르 툭 대표는 “유니폼은 선수들 성적의 80% 정도를 좌우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치 때보다 공기저항 8~10% 줄일 것” 스포츠컨펙스와 제휴를 맺어 한국 선수들에게 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 경기복을 공급 중인 스포츠 의류기업 휠라의 한 관계자는 “경기복의 무게는 330g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와 똑같이 할 예정이지만, ‘평창 슈트’는 소치 때의 경기복보다 공기 저항을 8~10%가량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컨펙스는 내년 말쯤 ‘평창 슈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대표팀 선수들은 스포츠컨펙스로부터 지급받은 유니폼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진 뒤 곧바로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에 나선다. ‘과학을 몸에 입은’ 양국 대표팀이 2년 뒤 어떤 놀라운 성적을 거둘지 벌써 기대가 된다. 글 사진 마크네스(네덜란드)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평창서 이승훈과 대결 기대… 꼭 金 딸 것”

    “평창서 이승훈과 대결 기대… 꼭 金 딸 것”

    세계선수권 8번째 우승 대기록 선수인 아버지 따라 3살 때 운동 “세계 정상 비결은 사생활 포기 프로선수로서 오직 훈련만 해” 밴쿠버서 실격… 이승훈 1만m 金 스벤 크라머르(30)는 네덜란드 최고의 인기 선수다. 동계올림픽에서만 7개(금3·은2·동2)의 메달을 따낸 그는 이미 여러 편의 TV광고에 출연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구독자를 36만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크라머르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날이면 현지 신문과 방송은 관련 기사로 도배가 되곤 한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크라머르를 ‘스피드스케이팅계의 메시’라고 부르고 있다. ‘특급 선수’인 만큼 성격도 도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지난 8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티알프 빙상장에서 만난 크라머르는 털털한 사람이었다. 팬들을 위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 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곧바로 익살스런 표정과 함께 포즈를 취했고, 사람이 많은 경기장 관람석에서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그가 왜 네덜란드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이날 인터뷰의 중심 화제는 그의 스피드스케이팅 올어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 8번째 금메달 획득 소식이었다. 크라머르는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개인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893년 대회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없었던 대기록이다. 현지 신문들은 곧바로 앞다퉈 ‘크라머르 말고 다른 누가 있나’, ‘고독한 왕 크라머르’라는 머리말로 이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크라머르는 대기록을 달성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금 피곤했었지만 행복한 주말을 보냈다. 곧이어 열리는 이번 시즌 마지막 월드컵 경기만 끝나면 4주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 바라보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비결에 대해서는 “프로 선수로서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일 파티와 같은 사적인 일들을 포기했어야만 했다”며 “스케이팅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3살 때 운동을 시작하며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결국 꿈을 이뤄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유독 빙속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스케이팅은 네덜란드 문화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이곳에선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 온도가 낮아지면 밖에 나가서 스케이팅을 즐긴다”고 답한 뒤 “그 덕에 네덜란드 선수들 간의 경쟁이 아주 심해져 더 실력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빙속에 걸려 있던 36개 메달 중 23개(금8·은7·동8)를 싹쓸이한 이 종목의 절대 강국이다. 크라머르는 한국의 스케이팅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했다. 그는 “이승훈(28·대한항공)이 매스스타트에서 좋은 결과를 냈고, 이상화(27·스포츠토토)도 단거리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며 “이러한 좋은 선수를 통해 한국 빙속이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달성하고 싶은 마지막 목표에 대해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만m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며 “이 종목에서 과거 이승훈 선수에게 졌었는데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고 말한 뒤 웃어 보였다. 수많은 메달을 딴 크라머르이지만 동계올림픽 1만m 금메달은 아직 없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릭픽에서는 실격을 당해 이승훈에게 금메달을 넘겨줬고,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팀 동료 요리트 베르스마(30)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은퇴 무대로 여기고 준비에 한창인 이승훈과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크라머르가 2년 뒤에 펼칠 진검승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사진 헤이렌베인(네덜란드)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이승훈, 서른이 되길 기다렸다…마지막 불꽃 태우련다

    이승훈, 서른이 되길 기다렸다…마지막 불꽃 태우련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 이승훈은 올해 한국 나이로 29세다. 2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은 30대의 나이로 치르게 된다. 종목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운동선수에게 30대가 된다는 것은 이제 슬슬 팔팔한 10~20대 선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좀 달랐다.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실내빙상장에서 만난 이승훈은 “어렸을 때부터 30대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에게 30대란 사회적 활동도 왕성하고 에너지도 넘치는 시기인 것 같다”며 “빙속에서 현재 5000m든 1만m든 제일 잘 타는 선수는 전부 30대다. 나도 30대에 오히려 더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30대를 코앞에 둔 이승훈은 자신의 바람대로 올해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2위와 0.06초 차이의 짜릿한 금메달을 따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그는 “당시 마지막 구간에서 추월을 시작하며 상대 선수와 나란히 섰을 때 이미 우승을 확신했다”며 “올 시즌은 매스스타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집중했었는데 목표했던 바를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금메달은 시즌 내내 인고의 시간을 거듭한 끝에 따낸 것이다. 이승훈은 2014~15시즌 5번의 월드컵 대회에 나가 5개의 메달(금3·은1·동1)을 따냈는데, 이를 지켜본 다른 나라 선수들이 집중 견제를 해 2015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월드컵 대회에선 튀지 않고 조용히 보내는 전략을 택했다. 2015~16시즌 그의 월드컵 메달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4차 대회의 동메달이 유일했다. 이승훈은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았지만 정작 세계선수권에서 견제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래서 시즌 내내 눈에 안 띄도록 노력했다. 심지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초·중반에는 나서지 않다가 마지막에서야 자리를 잡고 뛰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대회를 금메달로 마무리 지어 다행이었지만 사실 이승훈에게 2015~16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기였다. 그는 시즌의 시작을 예상치 못했던 실격과 함께 출발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매스스타트 종목에 출전하기 바로 직전 경기복이 찢어져 시합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이승훈은 “경기 출전 이틀 전쯤 신설 규정에 맞춰 방탄소재로 바뀐 매스스타트용 유니폼을 새로 받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며 “시합 직전 경기복을 입은 뒤 몸을 일으키니 지퍼 부분이 터져 버렸다.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고, 다른 남는 옷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였던 이승훈은 당시 실격으로 순위가 7계단이나 곤두박질쳤다. 속상할 법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까 당황스럽긴 했지만 세계선수권이나 동계올림픽도 아니고 (대회 규모가 더 작은) 월드컵에서 벌어진 일이니 다행이다고 생각한다. 앞으론 조심해서 입어야겠다”며 “이후 더 큰 걸로 달라고 했더니 이젠 입으면 약간 펄럭거릴 정도다. 그나마 이게 움직이긴 편하긴 하다”고 말한 뒤 허허 웃어 보였다. 훈련방식에서도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승훈은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3~14시즌 때 역도 훈련을 열심히 했었는데, 이것이 월드컵 메달로 이어지며 효과를 톡톡히 봤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역도 효과’를 기대하고 이번 시즌에도 훈련에 열중했는데 과도한 의욕이 결국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승훈은 “역도에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 바벨 무게를 올리고자 체중을 불렸던 게 장거리 타는 데엔 마이너스가 됐다”며 “중거리인 1500m 기록이 좋아진 반면에 주 종목인 장거리가 약해져 이게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거리에 맞춰 다시 훈련하다 보니 리듬이 깨져 이번 시즌 5000m와 1만m에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선수권에 온 힘을 쏟아부었던 이승훈은 오는 11~13일 네덜란드에서 있을 월드컵 파이널 대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금은 한국체대에서 하루 5시간가량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이어 3월 중순부터는 한 달 가량 휴가를 계획 중이다. 이승훈은 “매년 휴식기 때면 제주도에 가서 쉬다 오곤 했다. 올해도 갈 것 같다. 우리나라인데도 서울과는 분위기가 달라 여유가 느껴져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쉴 때에는 주말에 가족들과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추리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며 “뮤지컬을 보는 것도 즐기는데 시즌 때 못 갔으니 휴가 때 보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즘 늦게 일어나도 돼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 이승훈은 휴식기간이 끝나는 4월 말쯤부터는 다시 오전 4시 50분에 일어나 하루 8시간씩 이어지는 강도 높은 훈련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남은 시즌을 후회 없이 보낼 계획이다. 이승훈은 “사실 지금으로선 평창 동계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운동이 많이 힘들기도 하고, 이후 은퇴를 하면 다른 일들도 많이 할 게 있을 것 같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내면 선수로서 욕심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은퇴 뒤에 무엇을 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일단 다른 일을 하려면 한동안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뒤에는 강단에 서는 일들을 했으면 한다. 후배들에게 나의 성장과정을 들려주는 일도 좋고, 쉽지 않겠지만 교수가 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승훈이 31살 때 열린다. ‘마지막 국제대회’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의 목표는 주력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는 “평창에서는 매스스타트, 팀추월, 5000m, 1만m에서 모두 메달을 따내고 싶다”며 “잘 마무리를 지어 아시아에서는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선수가 되고 싶다”며 빙그레 웃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23살의 나이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승훈이 30살로서는 처음 맞는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한층 노련해진 그의 스케이팅이 기대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이승훈은 ▲1988년 3월 6일 ▲서울 중구 출생 ▲리라초-신목중-신목고-한국체대 ▲178㎝, 70㎏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은메달 ▲2016년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금메달
  • 3·1절 4 -1승… FC서울 만세

    3·1절 4 -1승… FC서울 만세

    J리그 우승팀과 ‘미니 한·일전’… 아드리아노 2경기 연속 해트트릭 이적생 신진호는 3도움 대활약 3·1절에 열린 축구클럽 한·일전에서 FC서울이 4-1의 대승으로 상암벌에 불어닥친 꽃샘추위를 녹였다. 아드리아노는 1차전 4골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으로 득점 선두에 올랐다. FC서울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아드리아노가 3골을 몰아치는 화끈한 골잔치를 벌여 4-1로 역전승했다. 2승째를 거둔 서울은 2패에 빠진 히로시마를 제물 삼아 조 1위를 질주하며 16강의 꿈을 그렸다. 지난달 23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원정 1차전(6-0승)에서 5골을 합작했던 아드리아노-데얀 조합이 이날도 빛을 발했다. 특히 아드리아노는 1차전 4골에 이어 이날도 3골을 몰아넣으며 조별리그 두 경기 만에 7골을 기록하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적생 신진호는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최용수 감독은 아드리아노와 데얀을 최전방 공격수로, 오스마르-김원식-김동우를 스리백으로 포진시키는 3-5-2 포메이션을 꺼내 들고 득점 사냥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히로시마 멤버였던 미드필더 다카하키 요지로도 베스트 11에 포함됐다. 서울은 경기 초반 지난해 J리그 우승팀인 히로시마의 강한 중원 압박에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여러 차례 역습을 허용하며 기회를 내주던 끝에 전반 25분에는 선제골까지 빼앗겼다. 그러나 서울은 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김원식이 동점골을 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은 완전히 서울의 독무대였다. 시작과 함께 강하게 히로시마를 밀어붙인 서울은 후반 3분 신진호가 찬 프리킥을 아드리아노가 감각적인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해 경기를 뒤집었다. 아드리아노는 후반 11분 연속골까지 넣어 히로시마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고광민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낮은 패스를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어 일본의 골망을 또 흔든 것. 3분 뒤에는 데얀이 왼쪽 측면으로 치고 나간 뒤 연결한 공을 이어받은 신진호의 힐패스를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받아 골대 왼쪽에 쐐기골을 박았다. 전의를 잃은 히로시마는 주력 선수들을 모두 교체하며 활로를 모색했지만 오히려 수비 압박이 헐거워지며 잇따라 서울에 기회를 내줬다. 패스까지 이어지지 않으면서 서울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채 2패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골든볼’ 든 손…손연재 월드컵 종목 시즌 첫 金

    ‘골든볼’ 든 손…손연재 월드컵 종목 시즌 첫 金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가 올 시즌 첫 월드컵에서 짜릿한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28일 오후 10시 현재까지 종목별 결선 후프 동메달과 개인종합 은메달도 챙기며 ‘메달 잔치’를 이어 가고 있다.  손연재는 이날 핀란드 에스포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종목별 결선 볼에서 18.450점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FIG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14년 4월 리스본월드컵 개인종합과 후프, 볼, 곤봉에서 1위에 오른 뒤 2년여 만이다. 볼 종목별 결선에서 세 번째 연기자로 나선 손연재는 클라이막스에서 한쪽 다리를 쭉 펴며 도는 포에테 피봇 동작을 선보이며 깔끔한 연기를 펼쳤다. 경기를 마친 뒤 긴장된 표정으로 점수 발표를 기다리던 손연재는 높은 점수가 나오자 옆에 있던 옐레나 니표도바 코치와 함께 환호했다. 이날 손연재가 기록한 볼 점수는 전날 개인종합 경기에서 받은 18.350점을 뛰어넘는 개인 최고점이다. 손연재는 종목별 결선 후프에서도 프랑스 영화 팡팡의 배경음악 중 ‘왈츠’에 맞춰 연기를 펼쳐 18.400점을 받아 동메달을 추가했다. 손연재의 강력한 경쟁자인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3·벨라루스)는 연기 도중 수구가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큰 실수를 범하며 16.450점을 받았다. 손연재는 전날 있었던 개인종합 경기에서도 은메달을 따냈었다. 그는 대회 둘째날에 리본 18.400점, 곤봉 18.400점을 받아 첫째날 볼에서 받은 18.350점, 후프 18.400점을 합쳐 총 73.550점으로 알렉산드라 솔다토바(러시아·73.750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주에 열렸던 올 시즌 첫 국제대회인 ‘2016 모스크바그랑프리’에서 72.964점으로 개인 최고점수를 경신하며 은메달을 따낸 지 불과 1주일 만에 또다시 개인 기록을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이어 간 것이다.  이번 은메달은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73.250점)와 스타뉴타(73.100점)를 각각 3위와 4위로 밀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부동의 세계 1위 야나 쿠드럅체바(19·러시아)와 마르가리타 마문(21·러시아)은 나란히 발목 부상을 호소하며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녹지 않는 전설·쫄지 않는 신예들이 온다

    녹지 않는 전설·쫄지 않는 신예들이 온다

    빙속 단거리 세계 최강자들이 한국에서 자웅을 겨룬다.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가 27~28일 이틀간 서울 노원구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세계스프린트 선수권이 열리는 것은 2000년 이후 16년 만이다. 세계스프린트 선수권은 500m와 1000m 시합을 각각 2번씩 뛴 결과를 합산해 승부를 가린다.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단거리 부문의 세계 최강자로 등극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 세계 정상급 선수 각 3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남자부에서는 러시아의 신성 파벨 쿨리즈니코프(22)와 미국의 베테랑 샤니 데이비스(34)의 불꽃 튀는 신구 대결이 주목된다. 쿨리즈니코프는 이번 시즌 세계종목별선수권 500m와 1000m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있었던 ISU 2차 월드컵 대회 500m에선 33초98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세계스프린트 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쿨리즈니코프는 이번에 2연패를 노린다. 1000m 세계신기록(1분6초42)을 보유하고 있는 데이비스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1000m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낸 단거리의 전설이다. 나이가 30대 중반에 들어선 만큼 최근에는 전성기 때의 기량을 못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 시즌 2차 월드컵 1000m에서 1분7초37로 4위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자부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자인 브리트니 보(28·미국)가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보는 이번 시즌 1000m에서 1분12초18로 세계신기록을 갱신하며 세계 정상의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보와 동갑내기인 장훙(28·중국)도 만만치 않다. 장훙은 이번 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500m를 36초56에 주파해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2013년 세운 500m 세계신기록(36초36)에 0.2초 차이로 따라붙을 정도로 물이 오른 상태다. 2012년과 2014년 대회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땄었던 장훙은 이번엔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종목별 세계선수권 남자 500m에서 종합 6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보이는 김태윤(22·한국체대)과 2016 릴레함메르 동계청소년올림픽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김민선(17·서문여고)이 상위권 안착을 노리고 있다. 이 밖에 여자부의 김현영(22·한국체대)·박승희(24·스포츠토토), 남자부의 김진수(24·의정부시청)의 선전도 기대된다. 관심을 모았던 남자 단거리의 간판 모태범(27·대한항공)은 허리부상으로 최근 출전을 포기했고, 이상화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불참해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권순천(33) 코치는 “선수들이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 신인이다. 좋은 성적을 위해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문제가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씨줄날줄] 룰라의 ‘추락’/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룰라의 ‘추락’/박홍기 논설위원

    룰라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1) 전 브라질 대통령의 애칭이다. 2003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해 재선을 거쳐 8년간 재임했다. ‘브라질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2010년 2월 퇴임 인터뷰에서 “가장 큰 업적”을 묻자 “모든 국민이 ‘내가 브라질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러나기 2개월 전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룰라는 신화를 낳았다. 극빈층 출신인 데다 초등학교가 최종 학력이었다. 구두닦이와 땅콩·오렌지 행상도 했다. 19세 때 자동차 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금속노조위원장을 거쳐 노동자당 창당을 주도했다. 2002년 10월 네 번째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 차례의 실패를 딛고 선 것이다. 3전4기다. 브라질이 1889년 공화국이 된 이후 첫 좌파 대통령이었다. 취임사에서 “임기가 끝날 무렵 모든 국민들이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다면 제 일생의 임무를 다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 퇴치를 위한 ‘포미제로’와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볼사 파밀리아’라는 복지정책에 전념했다. 전임 정부의 정책이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빈곤층은 “구직소로 가는 도중 배고파 죽는다”며 ‘물고기를 잡는’ 방법 대신 ‘물고기를 가져다 주는’ 정책으로 방향마저 틀었다. 룰라의 두 차례 집권 동안 브라질은 탈바꿈했다. 2005년 12월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빌린 차관을 2년이나 앞당겨 갚은 데다 2006년 석유의 자급자족 체제를 갖췄다. 4000만명의 실직자도 구제했다. 국내총생산(GDP)은 3배 넘게 커져 세계 8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신흥경제 5국인 브릭스(BRICs)로도 자리매김했다. 노동자, 빈민의 대표를 넘어 국민 전체를 아우른 소통의 정치와 정책을 편 결과다. 리더십이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도 유치했다. 룰라는 2005년 5월 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경제단체장들과 오찬 도중 미국의 나이아가라폭포는 브라질 이구아수폭포에 비하면 “슈베이루(Chuveiro·샤워기)에 불과하다”고 자랑했다.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이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지문을 강제하자 항의 차원에서 브라질 공항으로 들어오는 미국인에게만 지문 채취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룰라가 최근 재임 시절 문제가 됐던 부패 연루와 2006년 대선자금 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냉담한 여론 탓에 노동자당의 TV 홍보물에서도 빠졌다. 2018년 다시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크게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룰라는 거대한 불의에 의한 희생자”라고 두둔했다. 룰라가 ‘가장 성공한 대통령’에서 추락할지 오뚝이처럼 딛고 일어설지 지켜볼 만하다. 정치는 민심에 좌우되는 까닭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평창 프리스타일 코스, 어렵지만 창의적”

    “평창 프리스타일 코스, 어렵지만 창의적”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두 번째 테스트 이벤트인 2016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월드컵이 무난한 평가를 받으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18일 강원 평창군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이번 대회 첫 경기는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부문 남녀 예선전이었다. 이날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코스가 너무 재밌다”고 호평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슬로프스타일 금메달리스트인 데어라 하월(캐나다)은 “이런 코스는 이전에 본 경험이 없을 정도로 매우 독창적이다. 특히 마지막 점프도 여느 대회에서 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꾸며져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독일의 리사 짐머만도 “내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코스 자체는 매우 훌륭했다. 창의성이 잘 발휘된 코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경기에는 1000여명의 관중이 입장해 경기장 분위기를 달구기도 했다. 한편 남자부 예선에서는 예스퍼 차데르(92.00점·스웨덴)가 1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남자 슬로프스타일 세계랭킹 1위인 조스 크리스텐슨(25·미국)은 많은 기대를 받으며 출전했지만 1차 시기에서 불안한 착지를 보인 뒤 경기를 포기해 예선에서 탈락했다. 한국 선수로는 천호영(20·한국체대)이 50.40점으로 49명의 출전 선수 중에 36위를 기록했다. 남자부는 상위 10명의 선수만이 20일 열리는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 여자부 경기에서는 여자 슬로프스타일 세계랭킹 1위 티릴 크리스티안센(노르웨이)이 90.40점을 받으며 예선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이 밖에 2위를 기록한 케이티 서머헤이스(82.20점·영국), 3위 하월(76.40점) 등 상위 6명의 선수가 결선에 합류했다. 관심을 모았던 미국 입양아 출신 국가대표 이미현(22·대한스키협회)은 전날 훈련 도중 불안정한 착지로 발꿈치에 심한 타박상을 입어 출전하지 못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하프타임]

    오세일, SK하이닉스 男 핸드볼 감독에 SK하이닉스 남자핸드볼 사령탑에 오세일(49) 현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 지도자가 선임됐다. SK는 17일 “오세일 감독과 황보성일(41) 전 광주도시공사 여자팀 코치로 코칭스태프 구성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오세일 감독은 여자청소년 대표팀을 맡아 2014년 난징 하계청소년올림픽과 2015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우승을 일궈낸 지도자다. 입양아 출신 이미현, 스키월드컵 불참 1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지난해 한국 국적을 재취득한 스키 국가대표 이미현(22)이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다. 이미현은 18일 강원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개막하는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7일 훈련 도중 발뒤꿈치 타박상으로 아쉽게 대회 출전이 불발됐다.
  • 매스스타트, 평창 새 금맥 ‘스타트’

    매스스타트, 평창 새 금맥 ‘스타트’

    24명 동시 출발…구간·순위별 점수화, 자리 다툼 경쟁 치열 쇼트트랙과 비슷 韓 노하우·정상급 경기력 올림픽 승산 15일 폐막한 2016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남녀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2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가 우리나라의 확실한 ‘금맥’으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인 이승훈(28·대한항공)과 김보름(23·강원도청)이 러시아 콜롬나에서 치러진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나란히 금·은메달을 목에 걸자 빙상계는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승훈은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7분18초26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아리얀 스트뢰팅아(네덜란드·7분18초32)를 0.06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09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은 몸에 밴 쇼트트랙 감각을 되살려 마지막 바퀴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김보름은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17초66을 기록, 우승을 차지한 캐나다의 이바니 블롱댕(8분17초53)에 0.13초 차로 뒤져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매스스타트는 아직 생소한 종목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세부 종목 중 하나로 24명의 선수가 레일 구분 없이 동시에 출발해 순위를 가린다.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녀 모두 400m 트랙을 16바퀴(6400m)씩 돈다. 이때 4, 8, 12바퀴째에서의 1~3위에게 각각 5·3·1점을 주고 마지막 바퀴의 1~3위에게는 60·40·20점씩을 부여해 이 점수를 합쳐 최종순위를 결정한다. 그동안 시범종목으로만 운영되다 2014~15시즌부터 월드컵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종목별 세계선수권에는 2015년부터 정식종목에 추가됐다. 또 지난해 6월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걸려 있는 메달은 남녀 한 개씩이다. 현재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는 월등한 신체조건을 가진 유럽 선수들이 강세지만 매스스타트만큼은 한국 선수들이 정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큰 종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계 정상급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의 노하우와 우리 선수들의 순발력을 접합하면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과 김보름도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하다가 전향한 케이스여서 레인이 없는 경기에서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 20여년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이규혁(38) 스포츠토토 감독은 “매스스타트 경기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중간 영역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우리나라 선수들이 코너를 돌 때의 테크닉이 유럽 선수들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기간 선수 저변을 늘리고 체력적으로도 준비를 잘 한다면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

    한국은 많은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종교 천국’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 땅에선 차별, 강요란 이름의 종교 편향과 폭력이 빈번히 발생하며 그로 인한 갈등과 마찰은 더이상 ‘종교 천국’이 아니라는 관측까지 낳는 형국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은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자며 그 차별과 편향의 부조리에 맞서고 있는 대표적 시민사회단체다. 그들이 앞장서 온 개선의 몸짓과 성과는 숱하다. 2010년 대광고 사건의 대법원 승소, 2008년 공직자 종교중립법 제정, 2007년 종교시설의 투표소 설치 불가, 지하도로의 사적 점용을 허가한 사랑의교회 문제와 관련한 법률 개정…. 2006년부터 종자연을 이끌고 있는 박광서 대표(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를 만나 그간의 사정과 한국 종교 상황에 대해 들었다. →종자연은 일반인들에겐 생소하다. 어떤 단체인가. -2004년 대광고 학생회장 강의석군이 학교 강제 예배에 대해 ‘종교 자유, 학교는 예외인가’라는 문제 제기를 하며 1인시위, 제적 처분, 단식으로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길희성 교수, 류상태 목사 등 개신교인 중심의 학교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합(학자연)이 움직였고 언론, 정치권에서 핫이슈로 다뤘다. 그 후 참여불교재가연대 주도로 각계 인사 50여명의 준비위원회가 결성돼 1년여의 연대 활동을 거쳐 2006년 3월 학자연과 기존 종자연이 합쳐져 공식 출범했다. →활동 내용을 놓고 개신교계와 마찰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종자연의 뿌리가 개신교계 인사들의 모임인 학자연과 불교시민단체 재가연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 인권과 정교분리 문제를 야기하는 대부분 사례가 개신교계에서 불거진다는 측면이 짙다. 2012년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주한 인권 상황 실태조사 연구용역 중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학교에서의 ‘종교에 의한 차별 실태와 개선 방안 연구’를 종자연이 맡게 된 과정과 개신교계의 반발 또한 한국 사회의 특이한 종교 권력이 만들어 낸 해프닝이다. 1, 2차 접수단체가 종자연밖에 없었고 나중에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가 함께 신청했다가 평가 과정 중 스스로 철회하는 곡절 끝에 종자연이 최종 선정됐다. 인권위가 개신교계 눈치를 살펴 종자연에 맡기길 조심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의 종교교육 실태는 나아졌다고 보나. -강제 종교교육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개인 종교 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긴 했다. 일부 학교 현장에선 여전히 학부모까지 참석한 입학식, 졸업식 등 공식 행사를 대놓고 종교 행사로 치르고 매주 이뤄지는 종교교육과 강제 예배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교 운영예산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고 대다수 학생이 그 종교와 무관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싸우길 피곤해한다. 감독관청인 교육청도 형식적 공문을 보내 장학지도할 뿐 세밀한 상황을 파악하고 강력하게 개선을 주문하는 등 인권 향상을 위해 행정력을 동원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종교(편향)교육 실상을 구체적으로 든다면. -스님이 유치원을 방문했을 때 한 어린이가 침을 뱉기도 했고, 3년 전엔 도넛 가게에 들어가려던 비구니 스님을 한 아주머니가 막고 서서 소리치고 삿대질하며 못 들어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석가탄신일 때 장로나 선교사가 불교 상징인 조계사 건너 길가에서 마이크를 동원한 선교를 하고 심지어 경내까지 들어와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유명 사찰에 몰려가 소위 ‘땅 밟기’라는 걸 한 적도 있다. 일부 신자의 과격한 행동은 기독교 근본주의에 젖은 종교 지도자들의 타 종교에 대한 비하, 혐오 발언이 이를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다. 종교를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이유이다. →공공 영역에서의 종교 신념 표출을 문제 삼는 이유는. -국가가 공적으로 관리하는 국민 전체의 공유 공간에 특정 종교 광고가 내걸리거나 공적인 자리에서 공인이 종교 신념을 과도히 표출하는 일은 자제돼야 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내 돈으로 통행료까지 내며 다니는 고속도로에서도 피할 길 없이 특정 종교 선전을 마주해야 하고 서울광장이란 수도 서울의 핵심 공간에 매년 종교상징물이 설치되는 건 위헌적 발상이다. 공기관이 그걸 허용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 국민 세금으로 국가가 관리하고 좋은 성적을 낼 때 연금은 물론 병역면제까지 해 주는 국가대표는 공인 중의 공인이다. 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제스포츠행사에서 티나게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건 우리 선수들뿐이다. →우리나라의 종교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장애인 권리, 여성 인권, 노동권 등 여러 분야에서 인권 신장을 일궈 왔다. 하지만 유독 종교와 관련된 부분은 사회의 변화를 외면하며 개인의 인권을 제약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종교계가 운영하는 학교나 복지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특정 종교를 강요해 기본권인 종교 자유가 전혀 보호받지 못하거나 동성애 등 성적 지향에 대해서도 개신교계가 사회적 논의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며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법제화에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 폭력과 차별의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곳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목사의 개입 아래 납치, 감금한 사람을 개종 교육시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 교직원이나 복지단체 직원 채용 때 특정 종교인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도 차별이다. 직업 선택에서 종교인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부분까지 특정 종교인에게 기회를 줘 노동권, 직업선택권에서 심한 차별을 당하고 사는 셈이다. 인권위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권고하지만 종교계는 요지부동이다. →종교인과세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왜 맡았나. -천주교는 물론 불교, 원불교, 심지어 개신교계도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인데 대형 교회 중심의 보수 개신교는 저항하는 형국이고 반대 논리도 빈약하다. 비과세 관행, 이중과세, 근로가 아닌 봉사 등의 논리 배경은 세무조사, 즉 재정 투명화와 관련된 듯하다. 종교인 과세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종교계 압박을 의식해 국회로 공을 돌렸다. 국회도 새로운 세법 개정을 할 게 아니라며 정부에 되돌리면 그만인데 서둘러 이상한 법을 만들었다. 근로소득세 혹은 기타소득의 종교인 세목 중 하나를 본인이 선택하도록 했다. 종교인 세목을 선택하면 80%까지 실경비로 인정해 근로소득세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내게 되는 셈이다. 납세의무자에게 적게 낼지, 더 많이 낼지를 물어 세금을 결정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이슬람국가(IS) 테러와 관련해 이슬람 혐오증이 확산되는 추세인데. -다른 것을 포용하지 못하고 공존도 불가하다는 경직된 종교 근본주의에 대해 더욱 경계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특정 종교 신념을 무차별적으로 모든 이에게 강제하려는 폭력성 때문이다. 한 민족, 한 종교로 충분하던 시절에야 아무 문제없었지만 다양한 것이 공존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일 것이다. 수십 년 내 종교가 사라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종교의 권위와 기능이 달라질 것이고 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나마 종교 지도자들의 지혜로운 리더십이 살아 있다면 말이다. →종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은데. -우리나라는 종교라는 깃발만 꽂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이상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인권 의식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종교 자유를 자신만의 자유로 과잉 해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서구라는 힘을 등에 업고 들어온 권력화된 종교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정당성을 결여한 정치권력이 정치와 종교의 영역을 서로 침범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권력을 나눠 관리하기로 암묵적으로 약속한 결과이기도 하다. 시대가 달라졌다.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해 내고 난 후 인권 의식도 높아졌고 비대해진 종교 권력과 종교 패거리 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박광서 대표는 ▲1949년 충남 공주 출생▲경기고 졸업 ▲서울대 문리대 물리학과 졸업▲미국 브라운대학 박사▲미국 MIT 연구원(1981~1983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1983~2013년)▲한국교수불자연합회 창립(1988년)▲생명나눔실천본부 창립(1994년)▲고속철도경주도심통과반대운동(1996년)▲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 (1999~2006년)▲달라이라마방한준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2000~2002년)▲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2006년~)▲문화체육관광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 자문위원(2008~2010년)▲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2014년)▲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 공동대표(2015년)
  • 평창올림픽 첫 테스트 이벤트 6~7일 정선에서 스키월드컵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2월 9일)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첫 공식 테스트 이벤트가 오는 6일부터 이틀간 강원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다. 테스트 이벤트는 올림픽 개막에 앞서 대회 시설과 운영 등 사항을 점검하고 올림픽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열리는 대회다. 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2016 아우디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월드컵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스피드 종목 대회다. 알파인 스키는 크게 스피드 종목과 테크니컬 종목으로 나뉘는데 이번 테스트 이벤트에서는 스피드 종목인 활강과 슈퍼대회전이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슈퍼대회전에서 우승한 크예틸 얀스루드(노르웨이) 등 16개국 선수 59명, 임원 137명 등 총 196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한국은 당초 출전 계획이 없었으나 김현태(25·울산광역시)가 슈퍼대회전 경기에 나가기로 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직원 152명, 자원봉사자 239명 등 총운영인력 1067명을 투입해 대회 운영에 대한 경험도 쌓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얼음꽃은 쉽게 녹지 않는다

    얼음꽃은 쉽게 녹지 않는다

    女 500m 38초10 … 통산 4번째 작년 ‘무릎통증’ 불참… 2년 만에 부활 ‘빙속 여제’ 이상화(27·스포츠토토)가 2년 만에 출전한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이상화는 2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7회 동계체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일반부 500m에 강원도 대표로 출전해 38초1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김유림(의정부시청·41초47)을 3초37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는 자신이 2014년 동계체전에서 세웠던 대회 기록(38초45)을 0.35초 앞지른 신기록이다. 이번 금메달로 이상화는 2012년 일반부로 처음 출전한 이후 통산 4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에는 무릎 통증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상화는 지난달 14일 캐나다 캘거리로 출국해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와 함께 오는 11∼14일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리는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선수권대회를 준비해왔다. 당초 이상화는 2015~2016 ISU 월드컵 5차 대회(29∼31일)가 열리는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합류해 함께 훈련할 계획을 세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국내로 돌아와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평창, 죽기 전 가보고 싶은 곳 톱20으로”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평창, 죽기 전 가보고 싶은 곳 톱20으로”

    “‘세계인들이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 톱 20’에 평창이 포함될 수 있도록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르겠습니다.” 조양호(67)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2년 남은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테스트 이벤트 준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어떻게 마무리했나. -환경 훼손 논란과 잦은 비로 공사 기간이 촉박했지만 조직위와 강원도, 공사 관계자 등이 휴일도 반납하고 야간 공사를 펼쳐 정선 알파인 월드컵 정상 개최가 가능해졌다. 특히 눈이 부족해 유럽에서 스키 월드컵 대회들이 잇따라 취소 되는 마당에 정선에서 스키 월드컵 대회가 열려 의미가 깊다. 경기장 시설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모든 분야에서 철저하게 대비하겠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은 무엇인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지평’이라는 대회 비전처럼 올림픽을 통해 국민에게 활력을 주고 국민의 단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경쟁을 뛰어넘어 모두를 격려하는 글로벌 시민의식을 보여 주고 싶다. 대내외적으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한국인의 정과 따뜻함을 전해 주고 싶다.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세계인에게 영감을 주고 지구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동계올림픽의 새 시대를 열어 갔으면 좋겠다. →평창올림픽이 성공한 올림픽이 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 -2012년 런던과 2014년 소치올림픽을 돌아보면 올림픽 성공 개최 전제조건은 전 국민의 참여와 성원이다. 성공한 올림픽을 만들고자 철저하게 올림픽 운영을 준비하고, 더불어 국민의 참여와 지지가 뒷받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직위원장으로의 각오는. -새해 시무식에서 ‘올해가 대회 준비의 마지막으로 평창 대회에 명운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테스트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이 영원히 잊히지 않는 대회가 되게 하겠다. 평창을 세계 관광지도에 주요 관광지로 이름을 올린다면 우리의 노력이 미래에 대한민국을 위한 큰 투자가 될 것이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김현회의 축구싶냐] 올림픽 와일드카드는 ‘군 면제용’이 아니다

    [김현회의 축구싶냐] 올림픽 와일드카드는 ‘군 면제용’이 아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한 2016 AFC U-23 챔피언십에서 일본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세계 최초의 8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일본전 역전패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질 않는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뼈아픈 일본전 패배를 통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이 패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올림픽 축구는 약점 보완을 위한 와일드카드 석 장이 있다. 이제부터는 누구를 와일드카드로 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메달리스트의 병역 혜택, 꼭 필요한가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노골적으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이 병역 혜택용 대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은 참 불편하다. 과거에도 병역 미필 선수들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병역 혜택이 아닌 오로지 순수한 국위선양을 위해 출전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저마다 얼마나 간절히 병역 혜택을 바랐을까. 하지만 과거에는 병역 미필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군 문제’를 거론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속으로만 ‘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자’고 수 없이 다짐하며 땀을 흘렸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병역 혜택이라는 단어는 금기시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놓고 병역 혜택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고 그러면서 이제는 메달 획득에 대한 기쁨보다는 병역 혜택을 더 큰 선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주객전도다. 더 나아가 언론에서는 이제 올림픽 축구 와일드카드 후보군을 추천하면서 아예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만을 언급하고 있다. 군 문제가 걸려 있는 남자들이라면 다들 군대에 가기 싫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누군가에게 밀어주자는 노골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참 불편하다. 병역 혜택은 어디까지나 메달을 딴 이를 위한 혜택, 즉 보너스일 뿐인데 우리는 지금 보너스에만 혈안이 돼 있다. 또한 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이 국위선양을 한다고 믿지도 않는다. 스포츠로 국위선양이 된다면 올림픽 메달을 싹쓸이하는 중국이나 아마추어 스포츠 최강국 쿠바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올림픽에서 금메달 몇 개 더 딴다고 해 ‘저 나라가 강한 나라다’라고 믿을 만한 바보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위선양? 웃기지 마시라. 올림픽 메달은 개인의 영달일 뿐이지 국위선양이 아니다. 메달 획득 자체로 찬사를 보내면 될 뿐 국위선양이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의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게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메달 획득만으로도 메달리스트들은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며 충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걸로도 메달리스트들에 대한 대우는 충분하다. 신태용호의 공격진, 충분히 포화 상태다나는 올림픽을 노골적으로 병역 혜택과 연관 짓는 분위기도 싫고 그들이 국위선양을 한다고 믿지도 않는다. 더 나아가 이번 신태용호가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하면서 와일드카드를 병역 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도 뽑을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선수를 억지로 뽑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 언제부터 우리가 올림픽 축구에 나가서 메달을 땄다고 벌써부터 병역 혜택 운운하고 있나. 이제껏 딱 한 번 병역 혜택을 받았던 올림픽 축구를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신태용호가 올림픽에 진출하자마자 와일드카드 후보군으로 떠오른 이가 있다. 바로 손흥민과 석현준이다. 이 둘은 공교롭게도 병역 미필자들이다. 올림픽에 나서 메달을 따고 병역 혜택을 얻어 유럽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치길 원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반대다. 이 둘이 꼭 군대에 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신태용호의 전력을 놓고 봤을 때 와일드카드가 필요한 포지션은 공격보다는 수비이기 때문이다. 기존 공격수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력도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손흥민이나 석현준을 데려다 쓸 이유는 없어 보인다. 황희찬과 진성욱, 김현, 권창훈, 문창진, 류승우 등은 다들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여서 누구 한 명 버리기가 아깝다. 여기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는 박인혁과 상파울리의 최경록, 알코르콘의 지언학 등도 경쟁을 펼칠만한 자원이다. 이들은 소속팀에서 차출을 반대해 이번 아시아 예선에 나서지 못했지만 기존 멤버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손흥민이나 석현준 등도 굉장히 탐나는 자원이긴 하지만 이렇게 공격수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귀중한 와일드카드를 여기에 쓰기에는 아깝다. 손흥민과 석현준의 와일드카드 발탁을 주장하는 이들은 그들의 병역 혜택을 원하는 것이지 신태용호의 현재 상황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이 둘이 신태용호에 합류하면 공격에 시너지 효과를 줄 건 분명하지만 그러기에는 나머지 포지션에서의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더 큰 마이너스다. 와일드카드, 수비진에 쓰자이번 아시아 예선에서 가장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건 수비였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세 골이나 연이어 허용하는 모습을 보며 수비진에 와일드카드를 공들여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 장의 와일드카드 중 한 장 정도가 아니라 두 장까지도 수비진에 써야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가장 좋은 자원은 홍정호와 김영권 등 성인 대표팀 수비수들이다. 이 둘이 신태용호의 최후방을 지켜준다면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올림픽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라 소속팀에서 내줄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병역 혜택을 얻은 김영권이나 부상으로 군 면제를 받은 홍정호를 소속팀에서 차출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1순위로 고려되어야 할 대상이다. 소속팀에서 난색을 표해도 선수 본인의 의지, 그리고 협회의 행정력이 강하다면 이들의 올림픽 출전도 충분히 성사될 수 있다. 우리는 “소속팀에서 미쳤다고 올림픽에 선수들을 내주겠느냐”고 반문하지만 이는 실제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실제로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즈와 에딘손 카바니 등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했고 브라질 또한 티아구 실바와 헐크, 마르셀로 등이 와일드카드로 뽑혔다. 스페인은 후안 마타를, 영국은 라이언 긱스와 크레이그 벨라미 등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했다. 어차피 이들은 징병제 때문에 꼭 군대에 가야 하는 이들도 아닌데도 와일드카드로 올림픽에 나섰다. 그렇다면 홍정호와 김영권이 올림픽에 한 번 더 나서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지레 짐작으로 ‘어차피 병역 혜택을 얻었으니 소속팀에서 안 내보낼 거야’라고 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이번 2016 리우올림픽에서 브라질은 네이마르까지 와일드카드로 뽑겠다고 공언했다. 선수 본인의 의지와 협회의 행정력이 있다면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 중 그 누구라도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병역 혜택을 얻어 해외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이럴 때 한 번 더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희생하는 게 ‘기브 앤 테이크’ 아닐까. 되건 안 되건 일단은 홍정호와 김영권의 와일드카드 발탁을 추진해 봐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이건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경험 많은 곽태휘가 합류해 수비진을 이끄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홍정호와 김영권, 그리고 윤영선과 임채민홍정호와 김영권 발탁에 실패할 경우는 어떨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공격진의 활약은 만족스럽다. 아니 워낙 수비진이 흔들리고 있다 보니 공격진의 활약이 살짝 부족하더라도 먼저 수비진의 전력을 보강하는 게 순서다. 이미 병역 혜택을 받아 선수가 뛸 의지가 없고 해외 소속팀도 극구 반대한다면 K리그로 눈을 돌려보자. 소속팀 성남FC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성남 소속의 센터백 콤비인 윤영선과 임채민이 2순위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K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고 호흡 또한 훌륭하다. 올림픽 대표팀의 수비를 책임지기에 대단히 좋은 조합이다. 물론 와일드카드를 의식적으로 병역 미필자 중에 고르라는 건 아니지만 이 둘은 공교롭게도 병역 미필이다. 내 주장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소속팀에서의 협조가 수월하다는 뜻이다. 하나 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엔트리가 18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월드컵처럼 23명을 뽑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올림픽은 훨씬 더 적은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당연히 멀티 플레이어가 많아져야 팀이 다양한 전술을 들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는데 사실 현재 올림픽 대표팀에는 멀티 플레이어라고 할만한 선수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렇다면 와일드카드로 멀티 플레이어를 뽑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추천하는 선수는 바로 권경원과 신형민이다. 이 둘은 중앙 수비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 등 수비적인 역할이라면 그 어떤 역할도 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윤영선-임채민 수비 조합에 권경원이나 신형민 중 한 명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다면 후방은 마치 효도르를 보디가드로 둔 것처럼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장현수와 한국영, 박주호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른 선수들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이찬동이라는 변수가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좋은 활약을 펼치던 23세 이하의 이찬동은 이번 아시아 예선에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그가 올림픽 본선 때까지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가장 든든한 기성용을 와일드카드로 뽑아 중원을 강화하는 게 좋겠지만 기성용은 올 시즌이 끝나면 기초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신태용호 합류 가능성이 제로다. 이찬동의 회복 속도에 따라 신형민과 권경원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여러 모로 고민해 봐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올림픽에서 멀티 플레이어의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홍정호-김영권-신형민(혹은 권경원)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하거나 윤영선-임채민-신형민(혹은 권경원) 조합을 와일드카드로 뽑는 게 신태용호의 전력을 강화하는 훌륭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올림픽 와일드카드는 ‘군 면제용’이 아니다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사실 내 주장대로 신태용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와일드카드의 목적이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병역 혜택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전력과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 축구의 기둥과도 같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 그들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하는 건 반대다. 마음 같아서는 공격진에서 손흥민이나 석현준이 펄펄 나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그 모습만을 생각하고 앞뒤 보지 않은 채 와일드카드를 뽑아서는 안 된다. 손흥민이나 석현준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이들을 대신할 공격수들이 신태용호에는 즐비한 반면 수비진에는 문제점을 보완할 만한 해당 연령대 선수들이 별로 없다. 내가 수비진 위주로 와일드카드를 뽑자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림픽은 애들 장난이 아니다. 최근 들어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우리는 그 어떤 대회에서도 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어느 순간부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병역 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도 참으로 불편하다. 팀에 필요하다면 군대에 다녀온 선수도 뽑을 수 있어야 한다. 부디 한국 축구가 정당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와일드카드를 뽑았으면 좋겠다. 올림픽이 군대 면제용 대회는 아니지 않은가. 노골적으로 병역 면제만을 위해 와일드카드를 뽑을 거면 내 예비군 훈련도 좀 면제해 달라. 나도 예비군 훈련 가고 싶어서 가는 거 아니다.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 footballavenue@nate.com
  • ‘무증상’ 조용히 확산… “전세계 400만건 감염”

    전문가 “에볼라보다 더 큰 위협” 임신부 대상 임상시험 못 해 ‘맹독성 약품’ 모기 퇴치 환경 파괴 신생아에게 선천성 뇌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지난 2년간 1만 1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의료 자선재단이자 생의학 연구기관인 ‘웰컴트러스트’를 인용, 이같이 전했다. 이 기관이 꼽은 위협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무증상으로 인한 조용하고 광범위한 확산과 백신 개발의 모순된 상황, 바이러스가 몰고 올 환경 파괴로 요약된다. 지카 바이러스는 에볼라보다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 매개체인 모기 서식지의 문제 등에서 한층 까다롭다는 이야기다. 이 기관의 제레미 파라 대표는 “5명 가운데 4명꼴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임신부나 노약자 등 취약층에 대한 바이러스 확산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상이 발현하더라도 대부분 가벼운 발열이나 두통, 관절염 등으로 제한되고 사망률도 극히 낮아 성인 남성들이 바이러스 전파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도 확산에 일조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두증을 증가시켜 소아마비처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 실제로 지카 바이러스의 이번 중남미 확산 사태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를 치르면서 ‘무증상’ 감염이 퍼진 탓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역인 로렌스 고스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이미 400만건의 감염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웰컴트러스트 측은 난항을 겪는 백신 개발의 모순된 상황도 거론했다. 1940년대에 처음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된 아프리카의 우간다는 물론 이후 전파된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 지역에선 감염자가 창궐하지 않았기에 최근 확산된 바이러스는 강력한 변종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백신 개발 과정은 인류를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웰컴트러스트의 마이크 터너 박사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에서 임신부를 상대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악몽”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백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동물실험인 전임상부터 최소 수백명을 대상으로 하는 1~3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 감염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지구 온난화 추세를 타고 서식지를 도시 지역으로 넓히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모기 박멸을 위해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DDT와 같은 맹독성 살충제가 사용될 경우, 환경 재앙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D-2년 특집]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D-2년 특집] 평창이 뛴다, 심장이 뛴다

    선수들의 땀, 강원도의 힘, 대한민국 꿈으로… 올림픽 성공 개최 붐업! ‘가자! 올림픽 축제장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오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살아나고 있다.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을 비롯해 강릉, 정선 등 개최 도시와 강원도 일대에서는 문화올림픽 등을 위해 각종 이벤트를 마련했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국민은 열광했고 강원도민은 3번의 도전 끝에 얻은 값진 성과에 감격했다.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세계 3대 이벤트를 모두 유치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열기를 살리는 각종 이벤트와 경기장 등 인프라 구축 현장 등을 찾았다. ●강원의 전통놀이·550개 대표 상품을 세계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강릉, 정선 지역에서 동계올림픽 2년을 남겨 놓고 풍성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오는 6일 열리는 ‘테스트 이벤트’에 맞춰 강원도내 18개 시·군이 참여하는 ‘올림픽 페스티벌’이다. ‘테스트 이벤트’란 경기 운영 경험을 축적하고자 준비 계획을 테스트 하려고 열리는 행사다. 조직위와 강원도는 성공적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개최 ‘D-2년’에 맞춰 본격적인 올림픽 붐 조성을 위해 마련했다. ‘올림픽 페스티벌’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회 기간에 강원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올림픽 이후에도 올림픽 축제 유산으로 남기자는 의미도 있다.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강릉 단오공원 일대에서 개막식과 문화예술공연, 강원 대표 상품관 및 먹거리관이 운영된다. 관광객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위주로 열린다. 4일 오후 1시 30분 개막식 공연을 시작으로 18개 시·군의 문화예술 작품 시연, 월드 디제이(DJ)페스티벌, 동아시아관광포럼 회원 지방정부 2개국 예술단 초청공연 등 23개의 공연예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특히 춘천의 김유정 봄봄, 정선의 아리랑, 강릉 농악, 양구 돌산령 지게놀이 등과 같이 강원도 내 18개 시·군에서 계승되는 전통놀이나 무형 문화재, 설화 등을 현대적으로 창작·개발해 지역색이 강한 공연예술로 재탄생시켰다. 문화예술공연관 옆에는 강원 인삼과 의료기기, 한지 같은 강원도 대표 상품 300개와 정보화 마을 우수상품 80개, 일반제품 170개 등 550개 상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강원도 대표 상품관’이 운영된다. 18일부터 20일까지는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 평창동계올림픽 랜드마크 조형물을 설치하고 야간에는 멀티 미디어쇼를 진행한다. ●‘테스트 이벤트’ 개최… 올림픽 경기장 사전 점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달부터 정선 알파인 경기장과 평창 보광 스노 경기장에서 테스트 이벤트를 개최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사전 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오는 6일부터 열리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세계적인 대회가 시작이다. 올림픽 대회를 위해 마련된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적응할 기회를 얻고 조직위원회는 경기 운영 경험 등을 쌓는다. 이를 바탕으로 2년 뒤 본대회를 차질 없이 치를 수 있게 된다. 평창올림픽을 위한 테스트 이벤트는 이달 6일 국제스키연맹(FIS) 남자 알파인스키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7년 11월까지 28차례나 펼쳐진다. 세계선수권대회가 5개, 월드컵이 14개 예정돼 있다. 코스 점검을 위한 트레이닝 위크 등 기타 대회도 9개나 열린다. 6일부터 7일까지 첫 테스트 이벤트 경기가 열리는 정선 중봉 알파인경기장 개장식이 신호탄이다. 이 대회에는 250여명의 선수와 국제연맹, 미디어 관계자 등 2300여명이 참가한다. 평창의 올림픽 준비 상황을 전 세계에 보여 주는 첫 대회다. 중봉 알파인 경기장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환경 훼손 문제가 불거진 데다 국내 분산개최 논란으로 2014년 5월에야 공사가 시작된 탓이다. ●6일 중봉서 첫 스키대회… 15개국 250여명 참가 현재 중봉 알파인 경기장의 준비상황은 완벽하다. 국내 첫 알파인 경기장인 중봉 경기장은 지난 1월 22일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올림픽 조직위는 FIS가 요구하는 눈(snow)높이 규정 1.2m를 충족했고, 3.7㎞에 달하는 통신케이블 설치도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시험운전과 안전검사를 마치고 국제스키연맹으로부터 최종 코스 점검을 받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회를 기다리고 있다. 알파인 테스트 이벤트는 60% 완공된 상태에서 경기 코스와 곤돌라, 제설 시스템 등 필수 시설만 갖추고 진행된다. 알파인대회는 유럽 최고의 인기 종목이다. 유로스포츠와 CNN 방송을 포함해 해외 28개 등 모두 57개 미디어 매체에서 247명의 기자가 평창동계올림픽의 준비 상황을 세계에 알린다. 여형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촉박한 공사 일정 때문에 첫 테스트 이벤트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모든 역량을 집중해 마침내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면서 “이제 정상 개최가 당연한 만큼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평창·강릉·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 ⑤ 양궁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 ⑤ 양궁

    ‘세계 최강’ 한국 양궁대표팀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한다. 리우올림픽에는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등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대표적 효자 종목인 양궁은 그동안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수많은 금메달을 안겨 줬다. 한국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서향순이 첫 정상에 오른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모두 19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 기간 양궁에 걸려 있던 30개의 금메달 중 63.3%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여자 양궁 단체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편입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여자 개인전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홈 이점’을 십분 활용한 장쥐안쥐안(35·중국)에게 금메달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1984년 이후 계속 금메달을 독점했다. 이런 한국 양궁대표팀도 올림픽 무대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따낸 적은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한 것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이다. 그래서 이번 목표는 전 종목 석권이다. 문형철(58)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20여년 전부터 양궁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고자 노력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날씨 변화나 경기장 상황 때문에 달성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꼭 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리우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삼바드롬’은 삼바 페스티벌을 위해 지어진 곳이어서 양궁 경기를 하기에는 바닥이 고르지 않은 편이다. 또 이곳의 관중석은 차량에 올라탄 삼바 댄서를 관람하기에 적합하게 설계돼 있어 땅에 서서 경기하는 양궁을 보기엔 적절하지 않다.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바드롬에 1m 높이의 단상을 설치하고 그 위에서 경기가 진행되게끔 했다. 땅에 발을 딛고 과녁을 조준하는 것과 단상 위에서 하는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선수들의 사전 대비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경기장의 바닥이 시멘트로 돼 있어 낮 경기 동안 복사열이 상당하며, 저녁 경기의 경우 다른 경기장에 비해 낮게 설치된 조명 때문에 과녁 조준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는 “올림픽 대표팀 선수가 최종 확정되면 한국의 훈련장을 삼바드롬과 똑같이 꾸며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부터 적용되는 단체전 세트제도 변수다. 3명이 한 팀을 이뤄 출전하는 단체전은 한 세트에 6발씩 쏴서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받는다. 총 4세트를 겨뤄 5점 이상을 먼저 얻으면 이긴다. 마지막 세트까지 동점이 나오면 한 발씩 추가로 쏴 과녁 중심에 더 가까운 위치에 화살을 꽂는 슛오프로 승부를 내야 한다. 개인전 세트제는 런던올림픽에서 이미 실시됐다. 한 세트당 3발씩 최장 5세트까지 맞대결을 펼쳐 6점 이상을 먼저 따내는 쪽이 승리하게 된다. 양궁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슛오프를 포함시키는 등 세트제에도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수많은 난관 때문에 전 종목 석권이 쉬운 도전은 아니겠지만 한국 양궁에는 기보배(28·광주시청)가 있어 든든하다. 기보배는 런던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적이 있는 스타 선수다. 2014년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지난해 태극마크를 되찾은 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2관왕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기보배가 리우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딸 경우 한국 여자 양궁 사상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서울올림픽 개인·단체전에서 2관왕을 차지한 김수녕은 이후 바르셀로나와 시드니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만 2개 추가했을 뿐 개인전에선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리우 프레올림픽과 2015 세계양궁연맹 월드컵 파이널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보배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최미선(20·광주여대)도 금메달 기대주다.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35·현대제철)과 지난해 세계선수권 및 프레올림픽 개인전 1위의 김우진(24·청주시청)도 남자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2015년 남녀 양궁대표팀 16명은 지난 20일 비행기를 타고 브라질로 넘어가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주로 시차 적응에 대한 훈련을 하며 오는 2월 11일까지 머물 계획이다. 이들은 3월 재야 대표 선수 16명과 함께 2016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경쟁한다. 이를 통해 선발된 남녀 각각 8명의 선수는 4월 중순쯤 진행되는 두 차례의 평가전을 거쳐 다시 남녀 각각 3명으로 추려진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선수들인 만큼 온갖 역경을 딛고 다시 한번 ‘골드’를 정조준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거짓말처럼’ 알파인경기장/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거짓말처럼’ 알파인경기장/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한 달 남짓 만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린 20일 산 깊고 물 깊은 강원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활강)경기장을 찾았다. 아침 출근시간대 서울 성동구를 출발했는데 3시간 만에 도착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경기장 들머리까지 도로 확장과 터널 공사가 마무리되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14년 6월 지인들과 함께 산행했던 가리왕산 중봉 자락에 마련된 국내 최초의 알파인경기장에서는 10여대의 제설기가 쉴 새 없이 인공눈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곳 알파인경기장에서는 평창대회를 앞두고 열릴 테스트 이벤트 가운데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는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대회가 다음달 6일과 7일 펼쳐진다. 지난달만 해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많은 우려를 낳았다. 비가 자주 내리고 강풍이 잦아 선수와 대회 요원들을 실어 나를 곤돌라 설치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곤돌라 타워 공사에 착수한 뒤 밤낮없이 작업해 상부와 중간, 하부 승·하차장과 정거장, 3.7㎞에 이르는 통신 케이블 설치를 거의 마무리하고 이날도 시험운전이 한창이었다. 또 상단부와 슬로프, 피니시 구역 등 대다수 임시 시설 설치도 끝났고, 조직위 운영 사무실도 벌써 문을 열었다. 제설기를 열심히 가동한 결과 지난 13일 현재 FIS가 요구하는 눈 높이 1.2m를 넘어섰다.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한진그룹 일을 제쳐 놓고 독려한 덕분이었다. 특히 FIS에서 요구하지 않았던 연습코스 조성도 22%나 이뤄져 FIS 실사단을 흡족하게 했다. 실사단을 이끈 군터 후아라 FIS 기술고문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경기장 코스와 곤돌라, 대회 운영인력, 지원시설과 A네트 등 안전시설, 부대시설 등을 점검해 이날 월드컵 대회 개최를 공식 승인했다. 조직위는 22일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와 함께 개장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산행이 가능한 날씨도 아니어서 승용차로 오르내리며 경기장을 돌아봤다. 대회 개막까지 보름 넘게 남았으니 손 볼 구석이 많아 보였다. 1년 7개월 전 지인 여섯과 함께 팔을 벌려 에워싸야 했던 큼지막한 주목은 잘 있을까? 함박꽃, 꿩의다리, 박새 등이 피어나고 산새들이 지저귀었던 중봉 일대 숲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장구목이를 들머리 삼아 중봉을 거쳐 정상까지 올랐다가 숙암분교로 하산해 그곳 운동장에서 이른 저녁을 함께했던 기억도 벌써 아련해졌다. 산과 숲을 사랑하는 체육 기자로서 평창대회와 관련해 매우 난감한 딜레마를 절감한다. 대회 성공을 위해 자연을 어느 정도 훼손하도록 용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영국 여행가 제이 그리피스는 ‘세상에는 두 가지 진영, 생명을 구하는 진영과 생명을 짓밟는 진영이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진영을 선택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어중간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인데 평창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는 내내 묵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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