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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유병언 딸 유섬나 구속영장 청구…9일 영장실질심사

    검찰, 유병언 딸 유섬나 구속영장 청구…9일 영장실질심사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51)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유씨는 프랑스 도피 3년 만에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전날 강제송환됐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김형근)는 8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전날 체포한 유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포함한 유씨의 범죄 혐의액수는 총 46억원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아버지인 유 전 회장의 측근 하모(61·여)씨와 함께 운영하는 과정에서 관계사인 ‘다판다’로부터 컨설팅비용 명목으로 25억원을 받아 챙겨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유씨의 지시를 받은 하씨는 당시 다판다 대표 송모(65)씨를 만나 “유섬나의 뜻이니 모래알디자인에 매달 디자인컨설팅비 명목으로 8000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씨는 유씨의 독촉으로 10여 일 동안 수시로 다판다를 찾아가 같은 요구를 반복했고 결국 강제로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다판다의 연간 순이익은 20∼25억원에 불과했으나 1년에 9억원가량을 디자인컨설팅비로 모래알디자인 측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실제로 디자인컨설팅을 해주고 대가를 받은 것”이라며 ‘허위 거래’로 관계사 자금을 챙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씨는 모래알디자인의 자금 21억원을 디자인 컨설팅이나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동생 혁기(45)씨가 운영하는 회사 등에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14년 5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당시 유씨의 죄명은 특경가법상 횡령이었지만 하씨와 송씨 등 공범의 재판 사례를 참고해 특경가법상 배임으로 죄명을 변경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애초 유씨의 범죄 혐의 액수는 2014년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492억원으로 알려졌으나 한국과 프랑스 간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혐의액수가 크게 줄었다. 해당 조약 15조(특정성의 원칙)에 따르면 범죄인인도 청구국은 인도 요청 시 피청구국에 제시한 범죄인의 체포 영장 혐의 외 추가로 기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2014년 5월 유씨의 체포 영장에 포함된 디자인컨설팅 용역비용 90억원가량 외 나머지 다른 관계사들로부터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 선급금 명목으로 받은 400여억원은 이번에 제외됐다. 또 한국과 프랑스의 공소시효가 달라 약 90억원 중 또 다른 관계사인 세모와 관련한 컨설팅비용 등 40여억원의 배임 혐의도 영장 청구 단계에서 빠졌다. 만약 검찰이 유씨의 사진 작품 선급금 부분과 세모 관련 배임 혐의를 추가해 기소하려면 프랑스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검찰은 우선 유씨를 46억원대 배임 혐의로만 기소한 뒤 나머지 440억원대 혐의 중 입증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프랑스 당국의 승인을 받아 추가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2014년 5월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당시 유씨의 죄명은 특경가법상 횡령이었지만 하씨와 송씨 등 공범의 재판 사례를 참고해 특경가법상 배임으로 죄명을 변경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한국과 프랑스의 범죄인인도 조약 15조 3호에 따라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경우 죄명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씨를 상대로 모래알디자인과 관련해 수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추가로 수사하는 한편 559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동생 혁기씨의 행방도 추궁할 예정이다. 유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9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검찰 관계자는 “세모그룹 계열사에 유병언의 사진첩을 고가로 사도록 해 수백억 원을 배임한 혐의와 수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는 이번에 제외했으나 향후 수사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프랑스 정부의 동의를 받아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집값 안정 즉시 약발… ‘10차례 고무줄 처방’ 내성에 신뢰도 뚝

    집값 안정 즉시 약발… ‘10차례 고무줄 처방’ 내성에 신뢰도 뚝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이기를 검토하는 것은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는 데 단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부동산값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LTV·DTI를 강화하고서야 집값을 진정시킬 수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도 어느 정도 약발이 먹혔다. 그러나 근본 대책 없이 LTV·DTI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탓에 냉·온탕 정책이 반복됐고,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받는다. 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다음달 말 일몰을 맞는 LTV·DTI 규제 완화를 그대로 연장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일률적으로 LTV·DTI 비율을 조정할 경우 주택 실수요자와 부동산 경기에 충격이 우려되는 만큼 지역별·계층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LTV·DTI 향방은 이르면 이달 중 결론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LTV·DTI 강화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2005년 눈에 띄게 상승세 꺾여 KB경영연구소와 금융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2002년과 2005년 각각 도입된 LTV·DTI는 강화 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대부분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냈다. 2005년 6월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주택 LTV가 60%에서 40%로 강화되자 아파트 가격 월평균 상승률은 대책 발표 3개월 전 0.9%에서 발표 3개월 후 0.6%로 0.3% 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 월평균 증가율도 1.6%에서 1.2%로 꺾였다. 이어 같은 해 8월 DTI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아파트값 상승률(0.9→0.1%)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1.7→0.8%)은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2006년 3월에는 되레 상승 ‘역효과’ 2006년 3월에는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 신규 구입 시 DTI 40%를 적용했으나 오히려 집값과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역효과가 났다. 이에 같은 해 11월 투기지역 모든 아파트에 DTI 40%를 적용하는 한층 강경한 카드를 꺼냈고, 아파트값 상승률(1.9→1.1%)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1.5→0.7%)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009년과 2011년 LTV·DTI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거나 완화 이전 수준으로 환원했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는 부동산 침체가 심각하다며 은행권 LTV를 50~60%에서 70%, DTI도 50%에서 60%(수도권)로 다시 완화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렇듯 LTV·DTI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10차례 가까이 냉온탕을 오갔다. 이 바람에 시장 신뢰도도 떨어졌다. ●일괄 규제 땐 또 조였다 풀었다 악순환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LTV·DTI는 금융 건전성 관리를 위한 지표지만 시장에선 부동산 규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집값과 가계부채가 들썩인다고 근본적인 대책 없이 무작정 LTV·DTI를 다시 일률적으로 조이면 훗날 부동산 침체기 때 다시 풀어야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과거 LTV DTI 휘두른 효과 분석해보니..

    과거 LTV DTI 휘두른 효과 분석해보니..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이기를 검토하는 것은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는 데 단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LTV·DTI를 강화하고서야 집값을 진정시킬 수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도 어느 정도 약발이 먹혔다. 그러나 근본 대책 없이 LTV·DTI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탓에 냉·온탕 정책이 반복됐고,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받는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달 말 일몰을 맞는 LTV·DTI 규제 완화를 그대로 연장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과거처럼 일률적으로 LTV·DTI 비율을 조정할 경우 주택 실수요자와 부동산 경기에 충격이 우려되는 만큼 지역별·계층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LTV·DTI 향방은 이르면 이달 중 결론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LTV·DTI 강화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KB경영연구소와 금융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2002년과 2005년 각각 도입된 LTV·DTI는 강화 시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대부분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냈다. 2005년 6월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주택 LTV가 60%에서 40%로 강화되자 아파트 가격 월평균 상승률은 대책 발표 3개월 전 0.9%에서 발표 3개월 후 0.6%로 0.3% 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 월평균 증가율도 1.6%에서 1.2%로 꺾였다. 이어 같은 해 8월 DTI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아파트값 상승률(0.9%→0.1%)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1.7%→0.8%)은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2006년 3월에는 투기지역 6억원 초과 아파트 신규 구입 시 DTI 40%를 적용했으나 오히려 집값과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역효과가 났다. 이에 같은해 11월 투기지역 모든 아파트에 DTI 40%를 적용하는 한층 강경한 카드를 꺼냈고, 아파트값 상승률(1.9%→1.1%)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1.5%→0.7%)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009년과 2011년 LTV·DTI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거나 완화 이전 수준으로 환원했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는 부동산 침체가 심각하다며 은행권 LTV를 50~60%에서 70%, DTI도 50%에서 60%(수도권)로 다시 완화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렇듯 LTV·DTI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10차례 가까이 냉온탕을 오갔다. 이 바람에 시장 신뢰도도 떨어졌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LTV·DTI는 금융 건전성 관리를 위한 지표지만 시장에선 부동산 규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집값과 가계부채가 들썩인다고 근본적인 대책 없이 무작정 LTV·DTI를 다시 일률적으로 조이면 훗날 부동산 침체기 때 다시 풀어야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인권위, 여군 인권상황 직권조사

    해군 여성 장교가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군대 내 여성 군인에 대한 인권상황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1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육·해·공군 전체를 대상으로 반복되는 성범죄 등 문제점을 직권조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달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정착’을 새 정부 10대 인권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세부 항목으로 ‘여군 인권보호 강화’를 든 바 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012년 여군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시행해 2013년 국방부에 여군 인권 증진을 위한 성폭력 예방조치 방안과 고충처리 체계 보완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2014년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했지만, 이후에도 성폭력 사건이 이어지는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권위는 군 성폭력 사건에 군의 특수성과 여성에 대한 성차별 문제가 혼재됐다고 보고, 전문가나 인권단체에서 피해 사례를 수집할 계획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황교안,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에 “전혀 사실 아니다”

    황교안,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에 “전혀 사실 아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법무장관을 지내던 2014년 11월 검찰의 세월호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황 전 총리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지방선거 관련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검찰의 수사,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 등을 통해서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겨레는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당시 세월호 사건을 수사했던 광주지검의 변찬우 검사장이 황 전 장관에게 불려가 크게 질책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당시 구조 작업에 투입된 해양경찰의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일을 놓고 황 장관이 수사팀을 질책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의 부실 구조 책임 당사자로 정부가 지목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 전 총리에게는 그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2014년 6·4 지방선거를 의식해서 세월호 사건 수사팀 구성과 수사 착수 시점을 선거 이후로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황 전 총리는 “그럼에도 해당 언론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반복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다. 잘못된 보도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잘못된 보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조치들을 취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황 전 총리는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에 나서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특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황 전 총리의 지난해 6월 중국 방문과 관련해 불쾌한 경험을 털어놨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의 요지는 지난해 6월 29일 황 전 총리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그리고 한·미 양국의 결정도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그로부터 9일이 흐른 지난해 7월 8일 사드의 한국 배치가 결정돼 중국의 뒤통수를 쳤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한국으로서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중국 측에 알렸다”면서 “한국이 사드 배치를 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다가 갑자기 배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흙수저 신화’ 대명사는 국세청… 현장 경험 중시 비고시 출신들 요직에

    공무원 사회에서 행정고시 출신과 비(非)고시 출신 간 장벽은 여전히 높다. 물론 행시가 7, 9급 공무원 시험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시를 통과한 공무원이 일을 더 잘한다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고, 최근에는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도 7급, 9급 시험에 몰리면서 고시와 비고시 출신 사이의 학력 차이도 크게 좁혀졌다. 올해로 정부가 공무원 인사시스템을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도입한 지 11년째다. # 이원종·이기우 9급 출신 성공신화 대표적 하지만 정부 부처의 1급 이상 고위공무원 가운데 7급이나 9급 출신은 여전히 드물다. 물론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급 체신부(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서기보에서 출발해 관선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중간에 행시를 통과했기 때문에 ‘9급 신화’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면이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06년에는 이기우 현 인천재능대 총장이 9급 출신으로 교육부 차관에까지 올라 화제가 됐다. 현직으로는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이 7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차관까지 오른 케이스다. # 중앙부처, 비고시 출신 1급 승진 ‘별따기’ 부처와 담당 업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7급 출신이 5급 사무관까지 가는데 15년 정도, 9급 출신은 20년 이상 걸린다. 7급 출신이 중앙부처의 국장(3급·부이사관), 9급이 과장(4급·서기관)까지만 올라가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정부부처 가운데 타부처보다 비고시 출신이 1급까지 오르는 경우가 특별히 많은 곳이 있다. 바로 국세청이다. # 국세청, 매년 7·9급 출신들 고위공무원 승진 국세청에서는 거의 매년 7, 9급 출신이 전체 직원 2만여명 중 40여명밖에 되지 않는 고위공무원으로 진급하는 ‘신화’가 반복되고 있다. 2006년에는 본청 차장, 중부지방국세청장과 함께 국세청의 ‘빅3’로 꼽히는 서울지방국세청장에 박찬욱 전 청장이 9급 출신으로 전격 발탁되기도 했다. 박 전 청장은 당시 일시적 저항 조짐까지 보였던 종합부동산세의 신고를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등 깔끔한 업무처리 능력을 발휘했다. 2014년에는 8급 특채(세무대학) 출신인 김재웅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이 1급으로 승진해 중부청장에 임명됐고, 김 전 청장은 다음 인사에서 서울청장으로 영전했다. 최근에는 국세청 안팎에서 차기 청장 후보 물망에 오른 김봉래 본청 차장 역시 비고시 출신(7급 공채)이다. 사실 국세청은 이미 26년 전인 1991년 7급 공채 출신이 수장에 올랐던 적이 있다. 8·9대 청장을 연임한 추경석 전 청장이 주인공이다.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실현을 최전방에서 이끌며 국세청 조직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추 전 청장은 이후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국세청 조직의 95% 이상을 비고시 출신 직원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추 전 청장 이후 비고시 출신 국세청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집행 기관이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비고시 출신도 일선 세무서장 등을 거치면서 조직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등 다른 부처에 비해 (비고시 출신의)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알파고, 이젠 의료·과학분야로 ‘무한도전’

    #1. 치료 적기를 놓치면 안 되는 대표적인 질병이 안과 질환이다.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해 6월부터 안과 질환 조기 진단 업무에 투입됐다. 영국 안과병원인 무어필즈와 손잡고, 이 병원 환자들의 안구 촬영 이미지를 분석해 시력 손상 가능성에 관한 진단을 내리는 게 딥마인드의 임무다. #2. 딥마인드는 영국 로열 프리병원과도 협력한다.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패혈증 징후가 포착되면, 딥마인드의 AI ‘스트림스’가 의료진에 경고를 보낸다. 딥마인드 측은 “스트림스 덕에 병원 간호사 업무가 매일 2시간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3. 구글도 2014년 딥마인드를 인수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딥마인드의 AI 기술이 가미되며, 구글 측은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유지하기 위한 냉방 전력을 40%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바둑의 세계를 정복한 뒤 은퇴한 알파고에 쓰인 AI 기술은 이처럼 이미 현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딥마인드가 28일 밝혔다. 인간이 장기간의 학습과 실습을 통해 배우는 전문가의 영역, 그중에서도 고도의 연산 능력이 직관적으로 발휘돼야 할 분야에서 AI 활용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 기후변화 예측, 단백질 형태 분석과 같은 의료·과학 분야가 AI의 첫 활용처로 꼽힌다. 알파고에 쓰인 기술은 ‘딥러닝’으로 알려진 기계학습법이다. 기존의 AI는 ‘규칙 기반 전문가 시스템’을 활용한다. 사전에 순차적, 반복적 절차가 규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논리적 연산과 추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딥러닝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이나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진화한다. 알파고는 이미지 처리에 강한 콘벌루션 신경망을 기반으로 학습한다. 연산을 AI가 직접 관찰하게 하고, 판단도 AI 스스로 하게끔 하는 방법이다. 특히 일종의 다층신경망 기술인 딥러닝은 자연어 처리, 음성과 영상 인식에 도움이 되고 다양한 인공지능기술과 자유자재로 결합할 수 있다. 딥러닝 기술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만나 개별 기업이나 개인에게 맞춤형 AI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전문가 시스템과 딥러닝을 접목시키면 IBM의 ‘왓슨’과 같은 의료용 AI가 탄생한다. IoT와 결합될 경우 폐쇄회로(CC)TV영상이나 교통량 정보, 대기오염정보, 기상정보, 주차공간 정보 등을 입력받아 도시 전체 에너지와 안전관리도 가능해진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일본 헌법학자들 “아베 개헌안, 이유 불투명하고 군비 확대 우려”

    일본 헌법학자들 “아베 개헌안, 이유 불투명하고 군비 확대 우려”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헌법 개정(개헌)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일본 헌법학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개헌의 이유가 불투명하고, 국제 정세를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헌법학자들의 단체인 입헌민주주의회는 2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총리의 개헌 주장은 이유도, 필요성도 불투명한 허술한 제안”이라면서 “자위대는 이미 국민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존재로,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만큼 헌법 개정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면 군비확대 경쟁으로 이어져 국제정세를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아베 총리의 개헌 주장은 개헌 자체가 목적으로 보인다”면서 “헌법을 경시하는 언사를 반복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화헌법’ 9조를 그대로 놔두면서도 자위대의 존재를 그 조항에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지난 9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헌법 9조에 두는 방안을 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인 일본은 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현행 일본 헌법 9조는 일본으로 하여금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군대 보유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1954년 국내 치안 목적으로 자위대를 창설했다. 비록 최소한의 자위권 유지를 위한 방어조직을 둔다는 의미에서 창설된 부대지만 사실상 군대처럼 활동하고 있어 헌법학자 다수는 자위대의 존재 자체가 위헌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니시타니 오사무 릿쿄대 특임교수(철학)는 2014년 일본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한 것을 염두에 두고 “현 내각은 각의 결정으로 헌법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런 정권으로 하여금 개헌을 하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베 정부는 2015년 9월 야당과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을 뿌리치고 참의원 본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뼈대로 한 안보법제 제·개정안의 통과를 밀어붙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아베 총리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수습자 가족들의 3년, 그 ‘기다림의 기록’ 전세계 방영된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3년, 그 ‘기다림의 기록’ 전세계 방영된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미수습자 유가족들을 밀착 취재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전세계에 전한다. 다큐멘터리는 돌아오지 못한 딸을 찾기 위해,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버텨온 단원고 학생 어머니들의 사연을 다뤘다.NHK의 세월호 참사 특집 다큐멘터리 ‘통곡의 바다∼한국 세월호 사고 이후 어머니들의 3년’이 오는 21일 오전 0시 NHK 위성 제1텔레비전(BS1 채널)을 통해 일본 국내에서 최초로 방영된다고 연합뉴스가 20일 전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는 28일 오후 9시 NHK 월드 프리미엄(World Priemium) 채널을 통해 전세계 100개국에 일본어로 동시 방영된다. 또 오는 7월 1일에는 NHK 월드(World) 채널을 통해 전세계 160개국에 영어로 방영된다. NHK취재팀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후 3년간 피해자 가족의 모습을 앵글에 담아 49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수학여행을 가려고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학생 등 승객 295명이 목숨을 잃었고, 9명은 미수습자로 남아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최근 미수습자 9명 중 고창석 교사, 단원고 학생 허다윤양의 유해가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은 미처 담지 못했다. 취재팀은 고등학생이던 딸을 찾기 위해 3년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한국 정부와 사회에 미수습자 9명의 수습을 위한 인양의 중요성을 주장해온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다.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와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취재팀은 눈물로 매일 ‘4월 16일’이 반복되는 날들을 보내면서도 자식을 찾기 위해, 잊혀져 가는 사고의 교훈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에서 3년 전에 일어난 사고를 왜 새삼 일본 언론이 취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취재를 계속한다’라고 말입니다.” 야마모토 코지 NHK 서울지국 책임 프로듀서가 전한, 이번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된 이유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세월호 참사 1129일 만에 허다윤양 신원 확인…선체 수색으론 처음

    세월호 참사 1129일 만에 허다윤양 신원 확인…선체 수색으론 처음

    세월호 참사 발생 1129일 만에 미수습자인 단원고 학생 허다윤양의 신원이 확인됐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19일 세월호 3측 객실 중앙부 우현(3-6구역)에서 수습된 유해의 치아와 치열을 감정한 결과 단원고 허다윤양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법의관(법치의학)이 치아와 치열을 육안, 방사선(엑스레이) 검사로 분석하고 미수습자의 치과진료기록부, 치과 방사선 사진 사본 등 자료와 비교·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라 현장수습본부가 공식적으로 신원을 확인한 미수습자는 침몰해역에서 유해가 발굴된 단원고 고창석 교사에 이어 2명으로 늘었다. 선체 수색으로 미수습자 신원을 확인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윤양의 유해는 지난 16일 오전 8시 30분에 발견돼 불과 사흘 만에 신원이 확인됐다. 법치의학 감정이 DNA 분석보다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같은 구역에서 수습된 뼈들에 대한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구역에서는 지난 14일 3층 중앙부 우현 에스컬레이터 자리에서 2점이 나오고, 16일에는 치아 등 주요 부위 뼈가 나오는 등 4일간 뼈 49점이 수습됐다. 현장수습본부는 동일인의 것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분석을 의뢰했다. 단원고 교사와 학생 1명씩 신원이 공식 확인된 데 더해 4층 선미 부분에서 무더기로 나온 뼈는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이 유력하다는 추정이 나온 바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는 “치아는 확인됐는데 아직 다른 부위는 확인이 안 돼 온전히 찾았다고 볼 수 없다”며 “나머지 미수습자도 함께 돌아왔으면 한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지키며 딸을 기다려온 다윤양 부모는 기다림과 남겨짐의 고통을 반복하며 지난 3년을 보냈다. 2014년 4월 16일 ‘전원 구조’ 뉴스를 보고 물에 젖어 떨고 있을 막내딸 다윤이가 걱정돼 옷 한 벌 달랑 챙겨 진도에 내려왔던 박씨는 다윤양 옷이나 다윤양이 좋아하던 색깔 옷을 자주 입고 딸을 기다렸다. 2014년 8월 세월호 수중 수색 과정에서 다윤양의 가방이 발견됐고, 그 안에서 휴대전화, 명찰, 신발까지 나왔으나 기다리던 다윤양은 나오지 못했다. 다윤양 부모는 수색작업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6시 30분, 또는 7시 30분께 세월호 선체로 올라가 딸을 마중가는 심정으로 현장을 살펴보고 돌아오기를 반복해 왔다. 어머니 박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3년간 딸의 귀환을 기다려 왔다. 박씨는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된 기적이 일어났듯 9명 모두 찾는 기적이 우리에게 또다시 찾아올 거라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IT 신트렌드] 양자컴퓨터의 현재와 미래/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IT 신트렌드] 양자컴퓨터의 현재와 미래/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양자컴퓨터는 미시세계의 물리 현상을 표현하는 양자역학에 기반한 차세대 계산 장치다.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은 198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그로부터 35년이 흐른 지금, 양자컴퓨터의 일부가 구현됐으나 상용화까지는 아직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다. 현대 컴퓨터의 성능은 몇 년 안에 공정상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성능 발전의 정체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차세대 컴퓨터 기술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기술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특성은 정보를 저장하는 단위로부터 설명할 수 있다. 현대의 컴퓨터는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가 단위이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0, 01, 10, 11과 같이 두 개의 이진수로 정보 저장이 가능하고 3개 이상의 이진수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이 ‘큐비트’라는 단위인데, 정보 저장과 처리의 관점에서 기존의 컴퓨터 대비 곱절 이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대표적인 적용 분야는 소인수분해이다. 소인수분해를 계산하기 위한 컴퓨터 알고리즘은 우리가 중학교 때 배웠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수를 일일이 대입해 보고 나눠지는지를 판단하는 작업의 반복이기 때문에 상당한 계산 능력을 요구한다. 실제로 193자리의 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데에 80개의 연산처리장치(CPU)를 사용해 5개월이나 걸렸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은 1994년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계산에 소요되는 시간을 수백분의1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소수 기반의 암호체계가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바로 이러한 알고리즘 때문이다. 지금까지 양자컴퓨터가 소인수분해에 성공한 가장 큰 수는 2014년의 ‘56153’이었다. 더 큰 수의 해석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이 사실을 보면 양자컴퓨터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양자컴퓨터의 양자적 특성은 외부환경에 매우 민감하고 극저온 환경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현실과 과학기술의 장벽이 여전히 높은 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자컴퓨터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에서는 양자컴퓨터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고 미래창조과학부도 올해 업무계획에서 양자컴퓨터 연구개발 지원을 언급했다. 여기서 우리가 추가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양자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양자컴퓨터상에서의 코딩은 큐비트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코딩과 그 범주를 달리한다. 원천기술 확보와 더불어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소프트웨어 기술 육성이 중요한 이유다.
  • 수백억대 편취 태국·필리핀 거점 보이스피싱 38명 구속

    수백억대 편취 태국·필리핀 거점 보이스피싱 38명 구속

    태국과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인 일당 3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일 사기 혐의로 최모(39)씨 등 39명을 붙잡아 38명을 구속하고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김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해외 거주 조직원 10명 등 19명을 수배하고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최씨 등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태국과 필리핀에 각각 1개 조직, 3개 콜센터를 두고 전화금융사기로 200여명에게서 20억원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 시중은행 직원을 사칭한 뒤 신용불량 등으로 정상대출이 피해자 등을 상대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겠다며 제3금융권에서 거액을 대출받도록 했다. 이들은 대출받은 피해자들에게 “신용등급을 올리려면 제3금융권(대부업체)의 대출을 받아 갚았다는 실적이 있어야 한다”며 속였다. 이어 “대출을 상환하면 제3금융권에 위약금을 줘야 하는데, 제3금융권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위약금을 없애주겠다”고 속이고 대출금을 보이스피싱 계좌로 입급하도록 했다. 피해 금액은 1인당 1000여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범행 후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는 은행 직원이 전화하면 “내가 사업상 돈을 보냈는데 이런 것까지 일일이 확인하느냐며 소리를 지르고 끊으면 된다”고 교육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조직원들은 60∼90일짜리 관광비자를 이용해 출입국을 반복하면서 범행을 저질렀고 사기 금액의 20∼30%를 챙겼다. 국내 가담자들은 “해외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 월 300만원 이상 보장한다”는 다른 조직원들의 꾐에 빠져 가담했다. 갓 돌을 지난 어린 딸을 둔 30대 여성이 딸을 가족에게 맡기고 출국해 가담하기도 했다.김범수 국제범죄수사대장은 “1개 센터에서 확보한 장부에서 2주간 편취한 금액이 9억 3000만원이고 이런 센터 6개가 동시에 가동됐기 때문에 전체 피해 규모는 수백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예방보다 ‘검진’…암 사망률 65% 감소

    [메디컬 인사이드] 예방보다 ‘검진’…암 사망률 65% 감소

    원인 다양해 예방 쉽지 않은 암생명보호 위해 조기 진단이 최선암은 해마다 사망 원인 1위로 꼽히는 무서운 병입니다. ‘201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으로 인구 10만명당 150.8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심장질환(55.6명), 뇌혈관질환(48.0명), 당뇨병(20.7명), 간질환(13.4명)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암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돼 생기기 때문에 예방이 쉽지 않습니다. 맹렬한 운동과 건강식품 복용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분들이 많지만, 몇 가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일 뿐 완벽한 대책은 아닙니다. 그래서 암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데 ‘건강검진’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1일 국립암센터가 의료인에게 제공한 ‘7대암 검진 권고안’을 중심으로 여러분의 생명을 지키는 암 검진법을 살펴봤습니다. ●위내시경 검사 2년 간격 시행 위암은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암 1위, 여성암 4위로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암 가운데 하나입니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2년 간격으로 ‘위내시경’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검진 과정이 비교적 간단한 ‘위장조영촬영’을 선택하는 분들도 있는데, 국립암센터는 검진 정확도 등을 고려해 위내시경을 1차적으로 선택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김열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은 “위장조영촬영은 위내시경을 할 수 없거나 수검자가 원하는 경우에 시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젊은층에서 반드시 위암 권진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40~74세가 검진 효과가 높고, 75세 이후부터는 검진 효과가 불충분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85세부터는 검진을 받은 사람의 위암 사망률이 오히려 높은 것으로 조사돼 검진을 권하지 않습니다. 위내시경 검진은 위암 사망률을 최대 65%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대장암은 남녀 모두 발병률 3위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암종입니다. 45~80세 성인은 1년이나 2년마다 대변을 통해 질병 유무를 살피는 ‘분변잠혈검사’를 받도록 권고합니다. 80세를 넘으면 검진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낮기 때문에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분변잠혈검사 외에도 수검자의 요청에 따라 ‘대장내시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으로 ‘선종성 용종’을 발견하면 기준에 따라 검사를 다시 받습니다. 선종성 용종은 10%가량이 암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선종성 용종이 3개 이상이거나 크기가 1㎝ 이상일 때는 1년마다, 1㎝ 미만이고 2개 이하는 3년마다, 선종성 용종이 없으면 5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하도록 권하는 ‘1-3-5’ 추적검사를 이용합니다.●대장내시경 ‘선종성 용종’땐 재검사 가족의 병력도 기준이 됩니다. 심병용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형제, 부모 중 60세 이하인 1명이 대장암 병력이 있거나 2명이 가족력을 갖고 있다면 40세 이전 또는 가족이 진단받은 나이보다 10세 어린 나이에 대장내시경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60세 이상에서 대장암 가족력이 있으면 50세 이전 또는 가족이 진단받은 나이보다 10세 이전에 대장내시경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심 교수는 “50세 이하의 조부모, 숙부, 숙모, 사촌에서 대장암 가족력이 있으면 50세 이전에 대장내시경을 하고 5년마다 반복한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40세 이상 B·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매 6개월 간격으로 ‘간 초음파 검사’와 ‘혈청아파태아단백 검사’를 받으면 됩니다. 간경화증으로 진단받으면 마찬가지로 검진을 시행합니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간암 발병률을 37%나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또 40~69세 여성은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유방촬영술’을 매 2년마다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가슴을 압박할 때 생기는 통증 때문에 검사를 기피하는 여성이 많지만, 충분한 화질의 영상을 얻으려면 불가피한 과정입니다. 유방촬영술은 암 사망률을 19% 줄여줍니다. 여성암 7위인 자궁경부암 검사는 좀 다릅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시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만 20세 이상 여성은 ‘자궁경부세포도말 검사’(팹스미어)나 ‘액상세포도말 검사’(LBC)를 3년 간격으로 시행할 것을 권합니다. 세포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통증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자궁경부세포도말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사망 위험이 무려 64%나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는 ‘애연가’를 위한 검진도 생겼습니다. 30년간 담배를 하루 1갑 이상 피운 55~74세 폐암 고위험군은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매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검진하면 폐암 사망률이 20% 낮아지고 전체 사망률도 7% 감소한다고 합니다. ●증상 있을 때만 갑상선 초음파 갑상선암은 여성암 1위, 남성암 6위였지만 과잉 진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는 선별 검사를 권하지 않습니다. 목소리 변화나 갑상선호르몬 영구 복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술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김 부장은 “다만 만져지는 혹 등의 임상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적절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답안 스터디·학원 모의고사 때 받은 사소한 지적도 간과해선 안돼”

    “답안 스터디·학원 모의고사 때 받은 사소한 지적도 간과해선 안돼”

    “논술형인 2차 시험의 ‘복병’은 국제정치였습니다. 공부하는 것과 답안으로 써내는 것 사이의 괴리가 컸습니다. 갖고 있는 지식을 답안으로 구현해내는 연습을 시기별 3단계로 나눠 했습니다. 1순환 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실한 답안을 위해 반복해서 고쳐 쓰는 연습을 했다면 2순환 때는 준비 없이 써 봤습니다. 3순환 때는 시간 내에 써 내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지난해 외교관 후보자 선발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김예지(24)씨는 30일 자신의 2차 시험 대비 전략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올해 2차 시험은 오는 11~12일 이틀간 치러진다. 인천국제고 2기 졸업생인 김씨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외교학을 전공했다. 그는 “혹여나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않으려고, 계획한 공부량은 밀리지 않도록 관리했다”며 “답안스터디나 학원 모의고사 때 받은 사소한 지적도 지나치지 않고 개선하려고 한 게 합격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처음 공부를 시작한 시기는 2014년 4월이다. 이듬해 첫 도전은 2차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같은 해 7월 고시촌에 입성해 온·오프라인 강의를 들으며 답안 스터디를 병행했다. 김씨는 “친한 친구와 했던 답안 스터디를 꾸준히 했는데, 서로를 위해 각자 답안에 대해 솔직하게 비판하고 지적해 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차 면접 대비는 2차 합격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다고. 김씨는 “영어가 가장 자신 없었기 때문에 평일엔 학원을 다니면서 주말에는 토론 스터디에 빠짐없이 참여해 가능한 한 많은 연습을 하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면접관들은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얘기보다는 실무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는 1차 공직적격성평가(PSAT)와 관련, “취약했던 자료해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되 상황판단이나 언어논리는 되도록 기출문제나 모의고사를 풀어 가며 준비했다”며 “시험 전 1주일 동안은 익숙한 문제와 접해보지 못한 문제를 번갈아 가면서 풀었는데, 자신감도 쌓으면서 실전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자신 없는 과목은 인터넷강의든, 스터디든 실력 향상을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서 실천했다”며 “시간이 부족한 경우 강의를 듣는 것보다는 책을 보면서 중요한 스킬 중심으로 연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동맹 강조→거액 청구서라니… “방위비 분담금 협상 사전포석”

    동맹 강조→거액 청구서라니… “방위비 분담금 협상 사전포석”

    트럼프 “통보했다” 정부 “금시초문” ‘韓 방위비 100% 부담’ 발언 연장선… “美·中 사이 코리아 패싱 논란 커질 수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 10억 달러(약 1조 1365억원)를 지불하기를 원한다는 ‘폭탄 발언’을 하자 정부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내년에 시작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상의 동맹관계를 강조했던 미국이 느닷없이 거액의 청구서를 들이밀면서 안일한 당국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국에 대한 비난 여론도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국방부와 외교부는 이날 발언 배경과 진의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사드 비용 부담 문제를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지만 외교부와 국방부 모두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측으로부터 관련 사실에 대해 통보받은 바가 없다”면서 “상황을 계속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한·미는 이날 오전 합참의장 간 통화, 전날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통화를 진행했지만 여기서도 사드 비용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는 물론 선거 과정에서도 사드 비용에 관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비 100% 부담’을 주장한 적이 있어 이번 발언이 그 연장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100% 부담 주장 등을 사전 통보라고 여기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식 화법의 특성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드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난해 사드 배치를 논의하던 단계에서도 지적됐다. 사드 1개 포대 배치 비용은 총 1조 5000억원가량으로 미측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 정부에 일부 부담을 떠넘길 수 있으며, 그 형식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었다. 이에 당시 국방부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만 제공한다는 입장을 반복했지만 결국 우려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셈이다. 이날 국방부는 부지는 우리가, 포대 배치 비용은 미국이 낸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가 사드 배치를 아예 철회하거나 비용 부담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10억 달러는 비현실적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제9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따라 지난해 전체 주둔 비용의 절반가량인 9441억원을 지불했다. 여기에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더 내라는 것은 사실상 주한미군 주둔 비용 전액을 우리가 부담하라는 주장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미군 부지까지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주둔 비용의 70%가량을 부담하는데 사드 비용까지 내라는 건 주한미군을 용병으로 쓰라는 것”이라면서 “추후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번 발언이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사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 미측이 비용 문제를 꺼내면 철회 여론이 비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드로 중국에 보복당하고 미국에 비용을 요구받는 상황에 ‘코리아 패싱’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新전원일기] 바리스타 농부, 사람 향기 좇는 커피 마을의 꿈

    [新전원일기] 바리스타 농부, 사람 향기 좇는 커피 마을의 꿈

    봄꽃이 절정을 지나가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등이 전 국토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다가 서서히 지고 있다. 졸졸졸 물 흐르는 계곡 옆 경기 ‘가평하늘커피 농장’에도 진한 커피 꽃 향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모양도 향도 색깔도 재스민 꽃과 비슷하다. 농장주 엄기용(61)씨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나무가 되나요”란다. 물론 된단다. 온도만 잘 맞춰 주면….# 보고 듣고 체험하는 커피 농장의 재미 커피는 흔히 6~7세기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염소 치는 목동이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소들이 유난히 활기차고 밤에도 잠을 잘 자지 않아 살펴보니 빨간 열매를 먹고 있더란다. 그 열매를 부근의 수도원으로 가져가 보고했다. 수도원장은 ‘신의 저주’라 여겨 불 속으로 던져버렸다.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콩이 타는 냄새가 온 수도원 안으로 향긋하게 퍼졌다. 수거해 뜨겁고 검은 음료를 추출해 냈다. 그 후로 밤샘 기도를 하는 수도사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가 됐다.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터키 등으로 퍼지며 11세기 페르시아에서는 약재로 처방되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 때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무슬림이 즐기는 음료라 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그 맛과 향과 효능을 높이 산 교황이 커피에 세례를 주고서야 일반 대중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게 됐다. 한쪽에서는 묘목이 자라고, 한쪽에서는 커피 꽃이 피고, 한쪽에서는 열매가 맺어 빨갛게 익어 가는 온실의 입구 벽에 붙은 칼디상 앞에서 엄씨가 일사천리로 설명하는 커피의 역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세계 3대 커피의 특징과 원산지, 재배법, 향과 맛을 비롯해 씨앗을 뿌리고 싹이 돋고 묘목이 되어 3~4년이 지난 뒤 열매를 수확하기까지의 과정, 열매 채취 방법, 가공 방법에 따른 분류에 대해서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故박완서 선생님 만남과 이유 있는 퇴임 엄씨가 농장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전, 개장한 지는 이제 만 1년밖에 되지 않았다. 1981년 양평군에서 7급 공채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엄씨는 34년이 되던 해인 2014년 여름, 구리시 안전도시국장이라는 직함의 3급 부이사관으로 인생의 제1막을 마감했다. 그가 2년 이른 퇴직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계획했던 사업 추진과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계획했던 사업이라는 것이 바로 지금의 커피 테마 농장이었다. 아침에, 식후에, 일하다가, 손님을 만나, 휴식을 취하며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를 좀더 특별하게 만난 것은 그로부터 4년여를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기획한 아차산 고구려 대장간 마을 조성을 위해 인근을 수시로 드나들 때였다. 아치울 마을의 주민인 고 박완서 선생을 댁 앞에서 우연히 만나 집 안으로까지 들어가게 됐다. “집 안에 진한 커피 향이 가득 차 있더라고요. 한창 바쁠 때였는데,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 왠지 모르게 편안해졌습니다. 선생님은 당시 하얀 모시 적삼을 입고 계셨는데 집안의 분위기며, 새로 내려주시는 커피 향과 어우러져 뭔가 다른 격조가 느껴졌지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일에만 급급하며 살아왔는지.” 이후 화분에 심긴 커피 묘목 한 그루를 구입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웠는데 한 해가 지나니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수확해 다시 심어봤다. 신기하게도 싹이 나고 떡잎이 자라 나무가 되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나니 34평 아파트 베란다가 온통 커피나무 숲이 되었다. “커피는 늘 마시는데 한 잔에 5000~6000원씩이나 하고. 이왕 마실 거 좀 알고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됐고 테마 농원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 거죠.” 그러나 사실 베란다에서 조금씩 키울 때부터 바쁜 엄씨 대신 물을 주고 순을 따 주는 등 가꾸는 일은 주로 아내 장경순(58)씨의 몫이었다. 그런데 커피로 귀농을 한다니, 취미로 즐겁게 하는 것과는 분명 다를 터였다. 게다가 장씨는 정든 도시를 떠나 도통 시골살이를 할 자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엄청 반대했어요. 남편만 내려가게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데, 34년 동안 가족을 위해 일만 해 온 사람인데,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해 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당신은 귀농, 나는 귀촌이라고 못을 박고 들어왔죠. 그런데 농사일이라는 게 어디 또 그런가요. 막상 닥치니 네 일, 내 일이 없게 되더라고요.” 그 대신 엄씨는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새로 구입하는 땅이며 집 등을 모두 아내 장씨의 몫으로 돌렸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모든 것들을 자신의 이름으로만 하고 살아왔더란다. 아내에게도 아내의 이름을 돌려주고 싶었다. “지금 농장 대표도 실은 저 사람이에요. 저는 그냥 여기 일하는 사람이죠. 바리스타 농부 엄기용, 저는 이제 그거면 되거든요.”# 경험의 힘, 실수가 선생이다 2013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4년 농지를 매입했다. 그전부터 목공이며 작물 선택 및 관리 등의 귀농 교육도 꾸준히 받았다. 그해 6월에 퇴직하고 인근 마을로 세를 들어 이사했다. 다음해에 농가주택 건축 허가를 받아 집을 지었다. 농장을 조성할 때에도 집을 지을 때에도 마을 주민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이 추천하는 업체에 의뢰했다.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주민들은 서로 내 일처럼 도와주었다. 그런데 자금 계획을 착실하게 세운다고 세웠는데도 2년여간 예상 외의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엄청 좋다’라는 지인들의 칭찬에 취해 생활비 부담만 가중시켰다. 관상용 커피 외에 보조 작물로 친환경 논농사도 시작하고 각종 과수도 심었지만, 경험 부족으로 큰 나무를 이식했다가 고목으로 사라지게 하고, 일 없는 포도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70%를 동사시키기도 했다. 커피나무를 시험재배했던 비가림 천막이 날아가 막 모내기를 마친 인근의 논바닥을 헤집고 포도 꽃이 잔뜩 피어 있는 남의 포도나무에 가 걸려 있기도 했다. “구리시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었는데 마을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그땐 정말 거기서 여기까지가 얼마나 멀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포도 꽃이 떨어지면 열매를 맺을 수 없잖아요. 대체 얼마나 배상을 하게 될지 가늠도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 넝쿨 유인줄을 고정시키는 철사에 딱 걸려서는 꽃이 거의 다치지 않은 거예요. 정말 하나님이 도우셨구나 싶었죠.” 하루에도 열두 번씩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커피나무는 품종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로 23~25도를 유지해 줘야 한다. 온실관리 비용 등 운영비는 계속 들어가는데 입소문만으로 교육생과 체험객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희망은 점점 더 절망 쪽으로 치우쳐 갔다. 그때 찾아낸 것이 ‘가평군 농촌교육농장 시범사업 공모’였다. 처음 구상 단계부터 그린 설계도와 마인드맵을 바탕으로 열심히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심사받고 실무자의 현장 실사도 받았다. 11개 농가 중 최종 2개 농가 안에 들어 보조금을 받게 됐다. 엄씨는 공직 생활로 선정하던 입장에서 막상 받는 입장이 돼 보니, 보조금이라는 것이 왜 필요하며 어떤 곳에 쓰여야 하는지 새삼 절감하게 됐단다. 전반적으로 갖춰져 있는데 약간 부족한 상태, 교육장 및 시설 확충을 위해 1500만원, 스스로 교육자가 되기 위한 공부 및 컨설팅 비용으로 1000만원, 도합 2500만원의 지원금이 당시로서는 2억 5000만원보다도 더 큰 의미로 다가오더란다. 절망 끝에 끌어올린 희망이었다.# 커피 꽃의 꽃말 ‘언제나 당신과 함께합니다’ 직접 흙바닥을 고르고 나무 탁자와 의자 등을 짜서 한 달 만에 바리스타 교육장을 온실로부터 분리시켰다. 로스팅만 하는 장소와 시설을 따로 마련하고 화장실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도 새로 꾸몄다. 농장을 조성하고 집을 짓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그 과정을 한 달 내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생중계했다. “퇴직하면서 ‘네이버 밴드’(꿈이 열리는 커피나무)를 열었습니다. 공직 사회에서는 퇴직 후 뭐든 하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처음부터 커피 농장을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퇴직을 했던 터라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죠. 그런 속설을 깨고 후배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후 그것이 거꾸로 농장의 자산이 됐다. 후배들이 타지에서 교육생을 보내고, 지인들의 입소문을 통해 학교와 학원 및 각종 단체, 개인 체험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휴양단지인 지역 특성을 활용해 인근의 펜션과 연수원과도 협약을 맺었다. 2016년 4월 정식 개장 이후 12월 말까지 1600여명의 교육생과 체험객이 다녀갔다. 8개월 동안 2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려 운영비를 확보하고 올봄에는 관상용 묘목을 500그루 이상 판매했다. 현재까지의 예약 상황만으로도 올해 5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농장의 규모는 전체적으로 1700평 정도란다. “가장 보람 있을 때는 3, 4대가 함께 와서 즐거워할 때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녀, 손자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잖아요. 마지못해 억지로 체험 학습 온 학생들이 바리스타뿐 아니라 커피와 관련된 여러 직업군에 대해 알게 되고 그 꿈을 갖게 되었다는 편지를 보내올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최종 목표이자 꿈은 조선 숙종 때부터 신숙이라는 분을 중심으로 100여년간 유토피아였다는 이 지역을 커피 테마 마을로 조성하는 것입니다.” 부부는 내내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여유 있고 격조 있는’ ‘휴식’ 같은 말들을 반복했다. 커피 꽃의 꽃말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합니다’인 것처럼, 그들이 택한 인생의 제2막은 결국 사람인가 보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할 때 삶의 격조는 저절로 깊어질 터이다. 그들의 바람은 곧 우리의 바람. 흙 냄새, 물 냄새, 바람 냄새, 갓 볶아 내린 진한 커피 냄새 속에 내가 있고, 또 당신이 있다.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이 있다.
  •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아들이 내 폰으로 몰래한 ‘현질’은 환불 안 돼?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아들이 내 폰으로 몰래한 ‘현질’은 환불 안 돼?

    누가 요금 결제했는지 입증해야 하지만 스마트폰이 부모의 명의라면 쉽지 않죠 그래서 업체도 처음 1~2번은 돌려줘요 하지만 자주 반복된다면 법적 다툼 가죠40대 직장인 안모씨는 최근 스마트폰 요금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모바일게임 이용 요금으로 20만원이나 결제된 거죠. 아들에게 가끔씩 스마트폰을 주고 게임을 시켜 줬는데, 부모 몰래 유료 게임을 다운로드받고 아이템까지 샀던 겁니다. 안씨는 바로 게임 업체에 전화를 걸어 “아들이 내 동의 없이 결제한 거니까 환불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업체 측에서는 “고객님 명의로 된 스마트폰인데 아들이 결제한 건지, 고객님이 결제한 건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면서 “이런 경우에는 환불을 해드릴 수가 없다”고 하네요. 안씨는 과연 게임 업체로부터 아들이 결제한 요금을 되돌려 받지 못 할까요? ●민법상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자 계약은 취소 가능 2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안씨는 모바일게임 이용 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민법에서 미성년자가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체결한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죠. 실제로 미성년자가 자신의 명의로 된 스마트폰으로 유료 게임이나 아이템을 산 경우 게임 업체들도 대부분 환불을 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안씨의 사례처럼 부모 명의의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했을 때죠. 명의가 일단 부모로 돼 있고, 소액결제나 신용카드 등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해 결제했기 때문에 ‘자녀가 아닌 부모가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게임 업체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한정희 한국소비자원 약관광고팀 과장은 “부모 명의의 스마트폰이라면 게임 업체들은 환불을 안 해준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민법에 따라 게임 업체에서 환불을 해줘야 하고, 환불을 해주지 않으려면 업체에서 미성년자가 결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 스마트폰인데 게임 업체에서 요금을 누가 결제했는지 입증하기란 쉽지가 않죠. 그래서 게임 업체들은 부모 명의의 스마트폰으로 미성년자가 결제했을 때에도 처음 1~2회 정도는 대부분 환불을 해준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환불을 거부하고 법적 다툼으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최근 모바일게임 이용자가 늘면서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모바일게임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14년 103건, 2015년 96건, 2016년 124건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피해 유형은 게임 업체가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변경하는 등의 ‘계약 관련 피해’가 23.8%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버 접속 불가 등 ‘서비스 장애’가 18.3%, 안씨와 같은 ‘미성년자 결제’가 18.0% 등으로 뒤를 이었죠. 소비자원이 주요 모바일게임 15개의 이용 약관을 분석한 결과 게임 업체가 마음대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우 모바일 캐시나 유료 아이템도 같이 사라진다는 거죠. 게임 업체들은 약관에서 캐시나 유료 아이템의 사용 기간을 서비스 중단 시점까지로 정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게임 업체가 마음대로 서비스를 중단·변경해 소비자가 캐쉬나 유료 아이템을 쓸 수 없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캐시·유료 아이템 날리지 않으려면 약관 꼼꼼히 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가 약관에 동의했기 때문에 보상받을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비자원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모바일게임 표준약관’ 제정을 건의했고, 게임산업협회 등과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바일게임 관련 피해를 예방하려면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때 ‘무료 이벤트’라는 문구 등에 현혹돼 성급하게 가입하지 말고 이용 약관에서 유료 서비스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 소액결제가 이뤄질 수도 있어서 스마트폰 요금 청구서도 꼼꼼히 체크해야 하죠. 게임에서 오류가 생겨서 유료 아이템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면 바로 스마트폰 화면을 캡처하거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입증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한 과장은 “게임 업체의 이용 약관이 자주 변경되므로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면서 “만약 게임 운용 정책이나 약관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바뀌었다면 소비자원에 상담 신청을 하고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sjang@seoul.co.kr
  • [대선 후보들에 바란다-교육 7대 이슈 점검] 영유아 교육 불균형 해소… 세밀한 정책 내야

    [대선 후보들에 바란다-교육 7대 이슈 점검] 영유아 교육 불균형 해소… 세밀한 정책 내야

    유치원 논란이 대선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공립 유치원 부족 문제를 놓고 후보들 간 공방이 치열하다. 그러나 정작 유치원 문제의 열쇠인 어린이집과의 통합(유·보통합)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산과 행정, 그리고 기관 간 갈등이 얽히고설킨 유·보통합은 차기 대통령이 가장 풀기 어려운 교육 숙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재정 부분 통합됐지만 문제는 여전 영유아 교육·보육을 담당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의 선호는 뚜렷하다. 학부모가 가장 원하는 곳은 교육비 부담이 적고 우수 교원을 확보한 국공립 유치원이다. 그러나 정부가 투자를 게을리하면서 국공립 유치원 수는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대신 민간 어린이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1년 4210곳(국립 3곳 포함)이던 국공립 유치원은 2015년 기준 4678곳(국립 3곳 포함)으로 모두 285곳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사립유치원도 4197곳에서 4252곳으로 55곳밖에 늘지 않았다. 반면 이 기간 국공립 어린이집은 1323곳이 증가했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1만 8791곳에서 3만 9888곳으로 무려 2만 1097곳이나 늘었다. 급기야 국공립유치원에 들어가면 ‘로또’로 불릴 정도가 되면서 ‘누구는 운이 좋아 국공립 유치원에 입학하고, 누구는 운이 나빠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느냐’는 식의 볼멘소리도 커졌다. 대선 후보들이 학부모의 표를 의식해 너나없이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겠다”고 강조하지만, 현재의 이런 불균형 상황을 놓고 보면 향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불균형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유·보통합을 든다. 유·보 통합은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만 5세까지 교육과 보육을 담당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관리부처 일원화, 그리고 행·재정과 서비스 기능, 교사 자격과 양성 과정, 시설 기준을 비롯한 교육과 보육의 전반적인 통합을 가리킨다. 첫발은 이명박 정부가 내디뎠다. 2012년 만 5세 유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하고, 이듬해 만 3·4세까지 확대하면서 2013년부터 만 3~5세 대상 누리과정이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재원 조달방안으로 보건복지부 관할 어린이집 보육료까지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도록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감독·책임·재정지원 주체가 다른데 돈은 시·도교육청이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의 갈등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극적으로 3년 시한의 특별법으로 정부가 돈을 내기로 물러섰지만, 3년 뒤에 또다시 갈등이 예상된다. 누리과정 도입으로 재정 통합은 불완전하게나마 이뤘지만, 다른 분야는 사실상 답보 상태다. 박근혜 정부는 “현 정부 임기 내 유·보통합을 완료하겠다”며 2013년 국무조정실 산하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통합에 나섰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부처 통합을 시작으로 정보공시, 평가인증, 재무회계규칙, 재정관리 교육과정시설 기준, 교원자격 등 10개의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로 종료된 위원회가 처리한 업무는 결제카드 통합과 정보공시 통합 등 4개에 불과하다. 특히 유·보통합 핵심인 관리부처 통합과 0~2세 유치원 허용, 교사 자격·처우 개선은 여전히 미진한 상태다. ●부처 통합·시설 문제 정부의지 필요 현장에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 유·보통합 추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2015년 기준 유치원 교사는 5만 645명, 어린이집 교사는 27만 1454명에 이른다. 교대를 나와 국가 임용고시를 통과한 공무원인 국공립 유치원 교사와 인터넷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보육교사에 이르기까지 교사들 수준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이를 통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기옥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영유아 교육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유·보통합을 해야 하는 게 옳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어린이집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유치원 하향평준화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가정분과 위원장은 “누리과정 이후 보육교사들도 걸맞은 실력을 갖춰가고 있다. 보수 교육 과정과 평가 체계를 탄탄하게 마련해 일정 수준의 보육 교사를 유치원 교사로 전환한다면 유·보통합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차기 대통령이 이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장기적이고 세밀한 계획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관리부처 통합은 정부가 의지를 보이면 해결되는 문제이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시설 문제 역시 재정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에 대한 문제는 상당히 예민하다”면서 “차기 대통령이 성급히 달려들지 말고 이 부분에 대해 세밀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구체적인 재정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탈이 없을 것”이라면서 “새 대통령이 지난 정부에서 했던 연구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이에 맞춰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특히 양 기관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여기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배우자로 좋은 공무원 따로 있다!… ‘공부원’ 비율도 직종 따라 큰 차

    방학 있는… 선생님 28% ‘최고’ 해외 근무… 외교부 7% ‘최저’ 경찰·소방관 10% 간신히 넘어 ‘어떻게 해야 공무원 배우자를 만날 수 있나요?’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주로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는 국가직·지방직 공개채용시험 이후에 이런 문의 글이 꽤 올라온다. 안정적인 합격권 점수를 받았다면 다음 목표인 ‘공부원’(공무원 부부)이 되기 위한 질문이다. #교사 부부, 교대·사범대 출신 학연도 한몫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손모(29)씨는 “공무원연금도 깎였고, 9급의 경우 처음 받는 월급이 180만원이 채 안 된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공유하기 위해 같은 처지의 공무원을 배우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성향에 힘입어 공무원 부부의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부원’ 비율이 직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직종별 부부 공무원 비율은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알려진 교원이 27.9%로 가장 높다. 반면 해외 근무가 많은 외교부 공무원은 7.3%로 가장 낮았다. 업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찰과 소방관도 10%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16일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총조사(2014년 발간)에 따르면 전체 기혼 공무원(72만 8799명) 중 공무원과 결혼한 사람(19만 9877명)의 비율은 27.4%로, 5년 전 조사의 24.6%와 비교해 2.8%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공무원 중 비율은 22.1%이었고 국가직은 22.6%, 지방직은 21.4%로 지역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직종별 차이는 컸다. 전체 공무원 중 공무원과 결혼한 경우의 비율은 교육(27.9%), 선거관리위원회(26.8%), 법원(24.9%), 행정부(22.5%), 국회(13.7%), 헌법재판소(12.8%), 경찰(12.6%·국가직 기준), 소방(11.4%·지방직 기준), 검사(11.1%), 외교(7.3%) 순이었다. 교사 부부의 경우 교육대, 사범대 출신이라는 학연과 ‘학교’라는 업무공간의 특수성이 영향을 미친다고 당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교대나 사대는 여학생 비율이 다른 학과에 비해 높은 편으로 교대 대부분이 신입생 선발정원의 25~40%를 남학생에게 할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학생 품귀 현상’과 함께 ‘안정’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자연스레 캠퍼스 커플의 비율이 높고, 향후 결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는 설명이다. 교사 부부의 가장 큰 장점은 ‘방학’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최모(50·여)씨는 “다가오는 방학을 기다리며 부부가 외국 여행 계획을 짜는 식으로 학교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떨치곤 한다”며 “방학 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는 시간을 가질 때면 ‘부부가 교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부부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나누고 공감하며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학교라는 제약된 공간에서 오는 단점도 있다. 교사 홍모(49)씨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 외부인사와 교류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경우가 많다”며 “교사 부부 대부분이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데 서툴다”고 전했다. #‘3교대·극한 업무’ 경찰·소방관 커플 힘들어 외교부의 경우 외국 근무가 많은 직무 특성상 공무원 부부로 안정된 가정을 꾸리기가 힘든 것이 부부 공무원 비율이 가장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한 국장급 외교관은 “한쪽이 재외공관 근무를 나갈 때 배우자가 휴직을 하고 함께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몇 차례씩 반복되면 배우자의 커리어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한쪽이 직장을 포기하거나 장기 별거를 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위급 외교관 부부인 김원수(외시 12기) 유엔 사무차장과 박은하(외시 19기)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1987년 결혼 이후 최근까지 4차례나 이산가족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외교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 차원에서 근무지를 조정하거나 가족 관련 지원책을 확대하는 등 나름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내에 일·가정 양립 고충심의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재외공관의 특성상 모든 부부가 함께 근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한 외교부 서기관은 “부부를 배려한다고 같은 대륙의 재외공관으로 발령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근무 국가가 다른데 같은 대륙에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부부 공무원 비율이 10%대 초반으로 역시 낮은 경찰·소방직은 2교대 혹은 3교대 근무체제와 현장업무가 많은 직무 특성상 공무원과 커플로 맺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 많았다. 경기도 소방공무원인 오모(34)씨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지방공무원 아내(32)와 2011년 결혼했다. 그는 “내 경우는 다행히 아내가 제 시간에 들어오지만 2교대 근무를 하는 소방관 부부의 경우 아이를 아예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씨의 아내도 대출금 상환 압박 등 경제적인 이유로 육아휴직을 1년만 사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공무원의 육아휴직은 자녀 1명당 최장 3년이지만, 육아휴직급여는 1년만 지급된다. 한 해양경찰관은 “불법 중국어선을 감시하는 24시간 3교대 근무를 마치면 다음날 늦은 오후에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찾으러 갈 수 있다”며 “비상이라도 걸리면 밤샘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아이를 찾으러 가는 시간이 매번 바뀌는데 눈치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지방직 모두 7·8급이 가장 많아 공무원 직급별로 공부원 비율을 보면 국가직과 지방직 모두 최근 10년 새 결혼적령기를 맞은 7·8급 공무원이 가장 높았다. 9급 공무원의 경우 아직 미혼 공무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혼인 지방직 공무원 고모(28)씨는 “아직까지 결혼 생각이 없지만, 입직 연도가 얼마 차이 안나는 선배들은 대부분 공무원 커플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공무원이 지금처럼 결혼 상대 1위가 되기 전에 임용된 6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급수가 올라갈수록 부부 공무원의 비율이 낮아졌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북마크]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북마크] 여기 ‘기록’이 있습니다

    수습기자였던 2000년 6월 30일. 유족들의 멘트를 받아 오라는 선배 기자의 지시로 갔던 현장이 씨랜드 참사 1주기 추모식이었습니다. 씨랜드 사건은 한 해 전 경기도 화성의 청소년수련원 씨랜드에서 일어난 불로 5~6세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등 23명이 숨진 참사입니다. 그날 유족들로부터 한마디도 듣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말조차 건네지 못했습니다.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엄마(아빠)가 미안해”라고 절규하는 부모들 속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했을 뿐입니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의 뜻을 그때 실감했습니다.그 수습기자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참사들, 인재(人災)와 안전 불감증이라는 토씨 하나 바뀌지 않는 진단, 그리고 개인에게 재난의 고통을 전가하는 국가의 몰염치한 태도조차. 16일은 봄이어서 더 무참했던 세월호 참사 3년입니다. 배는 뭍으로 귀환했지만 우리는 304명의 죽음 뒤에 숨은 괴물의 정체를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출판계는 남겨진 자들의 기록으로 추모를 대신합니다.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해토), ‘재난을 묻다’(서해문집), ‘세월호가 묻고 사회과학이 답하다’(오름) 등 참사 3년을 맞아 출간된 책들은 우리의 상처와 기억이 오롯이 담긴 ‘시대화’(時代畵)입니다. 책으로 복원된 기록 중 ‘44년 전의 세월호’ 남영호 참사가 있습니다. 제주~부산을 오가는 여객선 남영호는 1970년 12월 15일 새벽 침몰해 최소 319명, 최대 337명(정부 기관별 사망자 추정)이 숨진 비극입니다. 침몰 원인은 과적으로 결론 났지만 당시 정부가 사고 발생을 알고도 10시간 넘게 구조에 나서지 않은 사실은 은폐됐습니다. 정부는 분노한 유족들을 불순 세력으로 매도했습니다. 두 비극이 유일하게 다른 점은 기록입니다. 남영호 참사가 제대로 된 공식 기록조차 찾기 어려운 “망각의 완전한 승리”였다면, 세월호는 우리 안에 호명되고 기록되고 환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설가 김훈 선생과의 저녁식사 중 ‘세월호를 소설로 쓰려고 하지 않으셨나’고 물었습니다. 선생은 “세월호 자료도 모으고 팽목항과 동거차도를 기웃거리며 인터뷰도 했지만 그 참담함과 비통함은 글의 한계 너머에 있다”고 답하시더군요. 강유정 문학평론가는 문학잡지 릿터 5호에서 “말을 하든 문장을 쓰든 마침에 당도하기가 어렵고 특히 술어가 잘 떠오르지 않게 된 소설가(황정은)들의 고백을 전하며 “2014년 4월 16일 이후 쓰는 것, 써야 하는 것, 보고 들었던 그 ‘사건적 경험’에 대한 사후적 윤리 감각(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기억이 기록되지 않는 이상 진실에 닿을 수 없다”(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며 펜을 놓지 않는 수많은 무명(無名) 기록자들의 헌신이 고맙습니다.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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