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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월드컵
    202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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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밤하늘 수놓은 8강축포, 승리의 순간

    밤하늘에 축포가 터졌다.스탠드를 가득 메운 붉은 물결도 일제히 요동쳤다.2시간여에 걸친 사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벤치에 있던 히딩크 감독과 한국팀 스태프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운동장으로 뛰어들어서는 너나할것없이 모두 얼싸안고 하나가 됐다.반면 이탈리아 선수들은 전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역전골을 허용한 이탈리아의 골키퍼는 특히 충격이 큰 듯했다.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골문안에 한참을 드러누워 있었다.아직도 패배가 믿기지 않는 듯 미동도 없었다.망연자실한 표정의 이탈리아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고 하나둘씩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한국팀의 극적인 역전승.기대는 했지만 과연 해낼 수 있을까.아무도 장담하지 못한 승리였다.태극전사들이 세계 5위의 ‘아주리 군단’을 무너뜨렸다. 대전월드컵 경기장은 한국 응원단의 함성에 파묻혔다.‘대∼한민국 대∼한민국’.축포가 잇따라 터지고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한국의 8강 진출이 믿기지 않는 듯 관중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얼굴을 서로 부벼대며 눈물을 글썽이는 이도 있었다. 승리의 기쁨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손에 손에 태극기를 쥐고 운동장을 힘차게 돌며 승리의 원동력이 된 관중들의 성원에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또 다른 이벤트도 한창 진행중이었다.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아이들처럼 깡충깡충 뛰며 8강 진출을 자축했다. 이천수 차두리 등 신세대 스타들은 현란한 스텝을 선보이며 남몰래 갈고 닦은 춤솜씨도 한껏 자랑했다. 선수들은 이어 서로의 손을 꼭 부여잡고 나란히 줄지어 그라운드로 달려갔다.그리고는 관중석을 향해 모두 함께 슬라이딩.포르투갈전에 이어 또다시 보게 되는 장쾌한 골세리머니였다. 경기가 끝난 지 오래지만 자리를 떠나는 관중들은 아무도 없었다. “히딩크,히딩크.”관중들은 한국축구의 신화를 창조한 히딩크 감독을 연호했다.히딩크 감독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2002년 6월18일 한국축구의 새 역사가 쓰여졌다. 대전 김성수기자 sskim@
  • 10대들이 본 가요계시각 집중 조명

    월드컵 열기에 밀려 안방극장에서 가장 먼저 내쳐져 피해를 본 TV 프로그램을 든다면 아마 가요 관련 프로그램들일 것이다. 월드컵 기간중 가요 프로그램들이 홀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10대 위주의 것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밀려난 것일까,아니면 왜곡된 국내 대중음악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일까. EBS FM 라디오(104.5㎒)는 우리 가요계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2002년,한국대중음악과 10대’를 오는 20·21일 오후 2시에 방송한다. 요즘 우리 대중음악계는 ‘10대를 위한 10대에 의한 10대만의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0대 중반만 돼도 유행하는 대중음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유치’하다고 느낄 정도로 10대 위주의 장르가 돼 버렸다.그러나 과연 10대라고 이런 가요계 풍토를 마냥 좋아만 할까. 특집 다큐멘터리는 우리 가요계 실상을 짚어보면서 젊은이,특히 10대가 가요계를 보는 시각을 꼼꼼하게 짚어낼 예정이다. 우선 20일 제1부 ‘우리는 이런 음악을 원한다’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후 변함없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댄스음악이 10대의 문화와 정서에 끼치는 영향력을 분석한다. 제작팀의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10대가 대중음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를 들어보고,동시에 댄스음악을 즐기면서도 비판하는 청소년들의 모순된 반응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곳곳에 퍼져 있는 ‘라이브 하우스’를 기반으로 인디밴드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웃나라 일본의 대중음악과도 비교해 본다. 둘째날 제2부 ‘새로 만들자! 신나는 음악세상’은 대중음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코너.10년 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비판받는 대중음악이지만 그곳에도 자기비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특히 무작정 스타를 따라 다니던 10대 팬클럽이 눈에 띄게 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집은 이에 따라 달라진 팬클럽들의 모습과 ‘팬덤’(fandom=스타덤의 상대 개념)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분석하고,직접 무대에서 연주하는 10대 밴드들을 소개해 변화가 추구하는 비전을 제시한다. 또 기존 음악수업과 차별화한 커리큘럼으로 끊임없이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며소통하는 음악교사들도 소개한다. 이송하기자 songha@
  • [월드컵 피플] 이창주 ‘빈체로’사장

    “여기가 2002년 6월 한국의 ‘현재’를 가장 현장감 있고 박력있게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서울 삼성동에 ‘KT플라자’를 6월 한달 동안 운영하는 문화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이창주(48) 사장이 내세우는 자부심이다.서울 여의도 등 곳곳에 등장한 월드컵플라자중 한 곳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삼성동 ‘KT플라자’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이다.지난 14일 오후 한국·포르투갈의 경기를 기다리는 ‘거리의 붉은악마’들이 가득한 ‘KT플라자’는 무엇이 달랐나.대형 스크린과 스피커·조명 외에 무엇이 더 있었나. 막사 안에 마련된 초고속망이 깔린 컴퓨터 20여대로 붉은악마들이 수시로 인터넷을 즐기고 있었다.무료 페이스 페인팅 이벤트도 벌어졌다.플라자 한쪽에서는 멍석을 깔아놓고 외국인까지 참여한 제기차기 시합,화살을 병에 집어넣는 전통놀이 투호,외국인 대상의 전통 혼례의상 입어보기 등이 벌어지고 있었다.KT측이 마련한 대형모형관에서는 한국 정보기술(IT)의 수준을 보여주는 초고속망·인터넷·모바일폰 등의 발전현황을 보여주고있었다. 전통과 현대,놀이와 기술이 한자리에 버무려져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강남의 ‘문화 빠꼼이’들이 어슬렁거리며 재미를 찾고,즐기고 있었다. 이 사장은 “마침 외신기자들의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코엑스 이곳에서 강남구청의 땅과 KT의 IT기술,빈체로의 문화기획이 만나 ‘한국의 현재’가 생생하게 전세계로 전송되고 있다.”고 자랑했다.더이상 한국전쟁과 군사쿠데타,화염병으로 뒤덮인 사회 혼란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미래지향적인 한국 이미지를 수출하는 전진기지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어인 ‘빈체로’는 ‘나는 이길 것이다.’라는 의미.이 사장이 고급 문화,또 스포츠와 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싶어 95년에 자본금 1억원으로 세운 회사다.한국외대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서 4년 일한 뒤 87년 유럽으로 건너가 여행사와 스포츠 마케팅사를 운영한 그는 93년 귀국한 뒤 돈보다 문화와 가까이 있고 싶었다.이번 월드컵을 맞아 ‘월드뮤직 페스티벌’을 열어 우리에게 덜 익숙한 보사노바·아카펠라·재즈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한 일이나,월드컵 전야제 기획에 참여한 것도 그같은 욕심 때문이었다. 월드컵 16강 진출로 온 나라가 달아오른 요즘 이 사장은 또 다른 기획에 골몰한다.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해 인천·수원·제주 등 전국에 퍼져 있는 축구전용구장 10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88∼93년에는 대한축구협회 유럽에이전트까지 맡았던 그는 90년 국가대표팀의 첫번째 외국인 감독인 크라머 영입에도 관여했다. “축구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유럽처럼 축구전용 경기장에서 대규모 문화공연을 벌여 축구를 생활화해야 합니다.국민 관심이 줄지 않아야 2006년 월드컵에서도 16강·8강에 진출하지 않겠습니까.” 문소영기자 symum@
  • [2002 선거 대해부] 지역주의 여전했던 ‘6·13’

    뜨거운 월드컵의 열기 속에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한나라당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단체장 가운데 호남과 충남·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을,전국 232개 기초단체장은 140개 지역을,그리고 광역의원은 전국 609석(비례의석 제외) 가운데 431석을 석권했다. ◇민주당의 호남의존도 상승 한나라당의 승리는 민주당이 서울·경기를 비롯한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지지층을 상실하고,한나라당은 비영남 지역에서 지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민주당 지지도는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지난 97년 대선과 2000년 총선 때보다 8%포인트 정도 하락했다.그러나 한나라당은 영남권 밖에서 10%포인트가 넘는 지지도 상승을 기록했다.이렇게 양당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현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해 국민이 심판을 내린 결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과 비교할 때 호남과 충청지역의 민심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민주당은 아성인 호남지역에서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66.8%의 지지를 얻었으며,이번 지방선거(광역비례대표)에서도67.2%의 지지를 확보했다.물론 지난 대선과 비교한다면 이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감소했다.호남 유권자들은 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에게 94.4%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호남 이외 지역의 민주당 지지도 역시 31.5%에서 23.5%로 내려갔다.결국 97년 대선, 2000년 총선, 2002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은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호남지역에서는 지난 총선 이후 비슷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별 지지율 변동은 민주당의 호남 의존도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특정 정당이 자신의 텃밭에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지역의존도 지수’는 특정 정당이 ‘지배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을 그 외의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로 나눈 것이다.지역의존도 지수가 1이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며,수치가 커질수록 자신의 텃밭에 의존하는 ‘지역정당’의 경향이 증가한다.지난 97년 대선 때 민주당의 지역의존도 지수는 2.9였다.2000년 총선에서는 2.1로감소하였다가,이번 선거에서 2.9로 다시 증가했다.지난 대선과 같은 수준이다.이는 호남유권자의 지지가 민주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즉 민주당의 호남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진 것이다. ◇여전한 충청권의 자민련 지지 자민련은 충청지역에서 2000년 총선 당시 34.8%,이번 지방선거에서는 33.1%의 지지를 획득했다.자민련의 몰락이라는 이번 선거의 전체 결과와 달리 충청지역에서 자민련의 지지율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하지만 자민련은 다른 지역에서 지난 총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정당투표 결과로 볼 때 영남 이외의 지역에서 자민련은 민주노동당보다도 지지도가 낮아져 제3당 자리마저 빼앗겼다.게다가 충청권에서는 2000년 총선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했지만,상징성이 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단 1곳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이원종 후보가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뒤 다시 당선돼 충북지사 자리를 한나라당에 빼앗겼다.대전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46.6%의 지지를 얻은 반면 자민련 후보는 40.2%의 득표로 패했다.마찬가지로 광역의회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크게 잠식한 충북지역에서 자민련의 득표율은 12.6%였지만 총 24석 가운데 2석(0.8%)을 얻는데 그쳤다. 결국 자민련의 몰락은 지난 선거와 비교해 볼 때 ‘지지의 감소’라기보다 탈당이라는 정치적 요인과 ‘단순 다수제적 선거제도’가 야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충청권 이외에서 자민련에 대한 지지 감소는 자민련의 지역의존도 지수에 뚜렷이 반영된다.이번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에 대한 충청권의 지지는 다른 지역의 9.7배에 이르며,지난 총선과 비교할 때 거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2000년 총선 당시 지역의존도는 5.0이었지만 이번에는 9.7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한나라당의 전국적 지지도 상승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을 수성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모든 지역에서 지지층을 넓혔다.영남지역에서 ‘노풍(盧風)’은 나타나지 않았으며,오히려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에서 지난 대선과 총선에 비해 득표율이 14∼17%포인트나 높아졌다.다른 곳에서도 12∼13%포인트 가량의 표를 더 얻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이후 영남 이외의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비영남권에서 97년 대선 때 30.9%,2000년 총선에서 32.2%,이번 지방선거에서는 4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이에 따라 지난 대선 당시 1.9였던 한나라당의 지역의존도 지수는 이번 선거에서 1.7로 떨어졌다. ◇이회창·노무현 후보와 정당지지도의 함수관계 한나라당의 대선가도에 완연한 청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다.다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호남이나 충청권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또 김대중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현재 민주당에 대한 ‘지지 철회’로 표현되고 있지만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주당에 대한 ‘저항적 투표’는 시계추가 되돌아오듯 언제든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게다가 한나라당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지금까지 한나라당 지지도보다 낮았지만,노무현 후보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이번 지방선거 정당투표에서 한나라당은 52.2%,민주당은 29.1%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러한 정당지지와 후보자 지지의 편차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결국 대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 개인의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할 과제를 안고 있고,민주당은 호남 이외 지역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을 효과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
  • [2002 선거 대해부] ‘6·13’ 결과와 향후정국

    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당한 참패는 한국 선거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김대중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 이반의 정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고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그러나 그 이면에는 복잡다양한 원인이 있다.이같은 선거결과가 가지는 의미와 특징은 무엇이고,8·8재보선과 12월 대통령선거등과의 연관성은 어떤지를 살펴 본다. ■득표·당선자수 비교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한나라당은 11명을 확보(68.8%)했다.반면 민주당은 4곳(25%),자민련은 1곳(6.3%)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98년 시·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6곳(37.5%)을 차지했었다. 득표율면에서도 한나라당은 95년 지방선거 33.3%,96년 총선 42.9%,2002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득표율 52.9%를 각각 기록했다.특히,한나라당은 취약 지역으로 여겨지던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 3곳의 단체장을 모두 석권했다. 전국 232개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기초단체장선거에서 한나라당은 140석(60.3%)을 차지했다.민주당은 44석(19%)으로 한나라당의 3분의1에도 못 미쳤다.한나라당은 95년과 98년의 지방선거에서는 각각 70명과 74명을 배출한 것이 전부였다.609명을 선출하는 지역구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431석(64%)을 얻어 121석(19.9%)을 얻는 데 그친 민주당을 압도했다. 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처음으로 도입된 정당투표제에서도 한나라당은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투표를 통한 정당 지지도가 밝혀지고,그 결과가 12월 대선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당투표 결과,한나라당은 52.2%의 득표로(859만 1299표) 민주당 29.1%(479만 2675표)보다 23.1%포인트(379만 8624표)나 앞섰다.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에,충남에서 자민련에만 뒤졌을 뿐 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의 압승정도는 선거제도 연구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득비율(advantage ratio)'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하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다.이득비율이란 한 정당이 특정 선거에서 얻은 의석률(또는 점유율)을 득표율로 나눈 값이다. 이득비율이 1일 때는 정당이 얻은 득표만큼 비례해서 단체장이나 의석 등 '자리'를 얻었다는 뜻이다.정당이 얻은 득표율보다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할 때 이득비율은 1보다 커진다.반대로 정당이 얻은 득표율보다 더 적은 자리를 차지할 때 이득비율은 1보다 적어진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이득비율은 광역단체장 선거 1.30,기초단체장 선거 1.36,광역의회 선거 1.49 등 모든 선거에서 이득비율이 1보다 훨씬 높았다. 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야당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수도권을 석권했던 민주당이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에서 이득비율이 모두 1보다 낮았던 점과 비교할 때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득표에 비해 훨씬 많은 자리를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들로 하여금 한나라당의 압승 정도를 현실보다 훨씬 크게 느끼도록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김형준 KSDC 부소장 ■진보정당 급부상 지방선거 결과의 또 다른 특징은 민주노동당이 제3당으로 올라선 것이다.광역의회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정당투표에서 민주노동당은8.1%(133만 9726표)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득표를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제3당이었던 자민련의 득표율 6.5%(107만 2429표)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민주노동당의 정당지지도가 충청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자민련보다 앞섰고 호남지역에서는 14.2%(29만 7802표)로 한나라당의 8.4%(17만 7476표)보다 높은 지지율을 획득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민노당이 ‘전국 정당’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97년 대선과 2000년 총선의 민주노동당 득표율이 1.2%에 불과했던 것에 견줄 때 엄청난 변화이다. 민주노동당의 핵심지지 기반인 울산은 이번에 정당지지도가 28.7%나 됐다.97년 대선(6.1%)의 4.7배,2000년 총선(17.3%)의 1.7배에 이른다. 민주노동당의 이와 같은 성과는 유권자들의 이념성향 변화와도 상당히 관련이 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97년 대선,98년 지방선거,2000년 총선까지 유권자의 주관적 이념성향에 대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중도 성향’과 ‘상당한 진보 성향’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의 보수 편향적 이념 성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자신의 이념적 성향이 ‘중도’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97년 대선 22.2%,98년 지방선거 23.6%,2000년 총선에서는 37.5%로 크게 증가했다.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 ‘상당히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97년 8.3%,98년 8.4%,2000년 10.6%로 나타났다.이러한 결과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지난달 17∼24일에 실시한 한국인의 이념 성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일관성 있는 진보성향’의 비율(31.3%)이 ‘일관성 있는 보수성향’의 비율(17.4%)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유권자 이념 성향의 변화가 민주노동당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나라 수도권 약진/ 기초장 82% 석권… 98년의 5배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한나라당의 수도권 대약진이다. 98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최병렬 서울시장 후보는 48.5%,안상수 인천시장 후보는 33.3%,손학규 경기지사 후보는 44.9%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가 52.1%(+3.6%포인트),안상수 인천시장 후보가 56.2%(+22.9%포인트),손학규 경기지사 후보가 58.4%(+13.5%포인트)를 각각 얻어 득표율이 크게 높아졌다. 수도권 6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서울 22석(88%),인천 8석(80%),경기도 24석(77.4%) 등 54석(82%)을 차지해 민주당을 압도했다.한나라당이 9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5곳(20%),경기도 6곳(19.4%),인천에서 한 곳도 배출하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의석수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 수도권 광역의회 정당투표에서 한나라당은 서울 51.5%,인천 54.4%,경기 55%로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얻은 37.1%,29.8%,32.2%를 훨씬 앞섰다.득표수로 볼 때는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 서울 51만표,인천 17만표,경기 67만표를 비롯해 수도권에서 135만표를 앞섰다. 한나라당의 이와 같은 압승은 ▲대통령 아들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심판▲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개혁 중심 세력인 젊은층의 투표 불참이 만들어낸결과이다. 한나라당이 선거기간 동안 제기한 ‘부패정권 심판론’이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정계개편·제3세력 결집 이번 지방선거의 참패로 민주당은 당내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충청권에 대한 김종필 총재의 영향력도 급격하게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의원이 주도하는 한국미래연합은 정치적 한계를 절감,새로운 길을 모색할것으로 전망된다. 즉 지방선거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민주당과 자민련,한국미래연합 등은 모두 정치적 생존을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민주당은 쇄신운동을 통해 '노무현 당'으로 전환하든지,아니면 기존의 기득권을 포기한 채 '반(反)한나라당 대연합' 구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자민련은 이념적·지역적 성향이 일치하는 이인제·박근혜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도의 총 유권자수는 345만 736명이고 대구·경북의 총 유권자수는 385만 9493명으로 집계됐다.비록 자민련이 광역단체장선거에서 충남에서만 승리함으로써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자민련은 이 지역 정당투표에서 33.1%의 득표력을 보였다.아직도 충청 지역에서 약 100만명 이상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미래연합은 정당투표에서 대구 8.3%,경북 5.5% 등 이 지역에서 6.5%의 표를 획득했다.대구·경북지역에서 최소 25만명의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따라서,JP와 이인제·박근혜 의원 사이에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100만표 이내에서 승부가 결정될지도 모를 박빙의 대선구도에 의외의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월드컵 이후 정몽준 의원이 대선 경쟁에 동참한다면 대선 정국은 제3정치 세력의 부상과 결집을 둘러싸고 크게 요동칠 개연성이 충분하다. 특히 박근혜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 실질적인 연대를 이루게 되면 대선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8·8 재보궐선거 전망 다가오는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지속적으로 세를 확장한다면 대선 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예컨대 진보 성향을 가진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노무현 후보의 표를 잠식함으로써 한나라당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그러나 한국인의 일반적인 투표 행태를 보면 정당보다는 인물(후보자) 중심의 투표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라는 정당 지지가 바로 그 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선의 진정한 전초전은 8·8 재·보궐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정치무대가 지방에서 중앙으로 바뀌는 것이다.따라서 8·8 재·보궐선거 전후로 중앙에서 정치 현안이 부각되고 그러한 이슈에 대한 민심의 향방이 어느 정당으로 쏠리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수도권 가변성 수도권 향배가 대선을 가름하는 중요한 열쇠다.수도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주의 성향이 약하고 전체 유권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선거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이 지역의 민심이 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대선후보 가상 대결에서 노무현 후보가 수도권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고학력자가 많으며 직업적으로도 전문·사무직 종사자가 많다.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론 주도층으로 그들의 지지 성향이 전국적으로 파급될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이들이 대선 투표에 대거 참여하면 대선 결과는 바뀔 수 있다. 이번 대선은 노무현 후보가 개혁 지지세력의 중심인 젊은층을 얼마나 선거에 참여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도 젊은층과 여론주도층에 자신이 ‘3金정치’를 극복하고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보다 유리한 선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대선후보 지지도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결과로 12월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노풍의 근간은 허물어지고 이회창 대세론이 다시 점화될 개연성이 많다. 실제로 지방선거 직후인 15일 일부 언론기관에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상당한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방선거 당일 SBS와 TN소프레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도 이회창 후보(37.6%)가 3월 이후 처음으로 노무현 후보(35.6%)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바로 대선 결과와 연결하는 것은 위험하다.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김대중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지방선거 여진이 가시면 다른 요인들에 의해 대선후보 지지율이 또 변할 수도 있다.정치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국민 앞에 자신의 국정 운영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공정한 정치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 [월드컵 관전기] 우리 모두가 승리자

    이겼다.해냈다.대한민국은 48년을 기다려왔던 월드컵 16강에 진입했다.14일 저녁 8시30분,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 D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1대0의 승리로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국위를 한껏 드높였다.이번 월드컵 개막식 주제 ‘동방으로부터’에서처럼 개최국으로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충분히 살려냈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2명이나 퇴장을 당하는 거친 공격을 퍼부었다.주앙 핀투 선수는 유도선수처럼 박지성 선수의 다리를 양 다리 사이에 넣고 비틀어 넘어지게 하였다.후반전에서도 또 한 명이 퇴장을 당했다. 16강의 마지막 관문인 포르투갈과의 접전이 얼마나 뜨거울지는 예견된 일이었다.무승부만 이뤄도 16강에 진출하는 우리지만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피파(FIFA) 랭킹5위의 포르투갈이 필승을 다짐하는 적극 공세로 나올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우리로서는 비겨도 되는 경기였지만 무승부전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개최국이 16강에서 탈락한 적이 없는 가운데,낮 경기에서 일본이 먼저 H조 1위로 16강에 합류하여 심리적인 부담도 없지 않았다.전반 5,6분 경 대전에서 벌어진 미국과 폴란드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폴란드가 2대0으로 앞서가자 우리 관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여유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수성 작전을 피하고 정정당당하게 싸웠다.그리고 이겼다.정정당당한 경기자세로 이내 코너킥을 박지성이 가슴으로 받아 오른 발로 고르고 왼발 슛으로 골문을 열고야 말았다. 폴란드전과 미국전에서 황선홍 선수의 공중차기 슛,빨랫줄 같은 유상철 선수의 중거리 슛,안정환 선수의 해딩슛에 이어 박지성의 왼발 슛도 명슛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경기로 세계 속의 축구와 함께 한국의 국위를 드높였다.이제는 8강이다.우승까지도 안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8강을 기대하는 것부터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기에 주문하지 않는다.우리는 16강 진입 그 자체로 승리자가 되었다.그 이상의 승리를 안겨 준다면 덤으로 얻는 선물이 될 것이다.8강은,최선을 다하여 싸우기 바라고 열띤 성원을 보낼 뿐이다. 오늘의 승리로 먼저 23명의 태극전사와 명장 히딩크가 찬사를 받아야 한다.경기내내 선수들이 빠르고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관전자들은 우리 팀이 약체라는 생각을 말끔히 지워낼 수 있었다.그리고 12번째 선수라고 하는,대한민국 도처에 자리잡은 ‘붉은 악마’를 위시한 거대한 응원 동력은 자랑할 만하다. 우리의 국호 “대~한민국”이란 외침은 인천 문학경기장만을 들어올린 게 아니다.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제주의 탑동 광장까지 전국 곳곳에서,대학로에서,공원에서,체육관에서,예술의 전당에서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응원폭풍이 진동했다.오늘만은 성대가 갈라지고 손바닥이 부서져도 좋았다.그 함성과 열기가 선수들한테 기를 불어넣어 주어 오늘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붉은 악마’의강한 인상을 남긴 열정의 응원 모습,경기가 끝난 뒤 쓰레기까지 치우는 성숙한 응원자세는 관전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겼다.잘 싸웠다.승리를 아무리 외쳐도 지나치지 않다.우리는 월드컵 첫 승리를 맛본 데 이어 16강까지 진입하는 데 48년이란 세월을 인내해야 했다. 히딩크.그의 장한 이름에 한때 실망했다면 그것은 우리의 염원이 너무 간절했기 때문이다.히딩크를 계속 국가대표 감독으로 붙들어 한국인의 뜨거운 마음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최기인/ 소설가
  • 월드컵/ 16강 감격의 순간, 붉은 물결 “히딩크” 연호

    23명의 태극전사가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손에 손을 잡은 채 그라운드를 달린 선수들은 모두 잔디위를 미끄러지며 환호성을 질렀다.일어난 선수들은 다시 반대쪽 관중석을 향해 그라운드를 달려 나가 또다시 팔을 뻗치며 미끄러지며 팔을 뻗쳐 크게 외쳤다.“우리가 해냈다.” 드디어 우리 모두가 해냈다. 이 기쁨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48년 동안 그렇게 한국 축구는 눈물과 고통의 나날을 보낸 모양이다. 2002년 6월14일 오후 10시25분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인 포르투갈은 위용을 뽐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노도와 같은 공격을 펼쳤다.조르제 안드라데가 한국의 골문을 향해 길게 공을 넘기려는 순간 아르헨티나의 엥겔 산체스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순간 4700만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이영표와 송종국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머금은 채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붉은 바다가 일어섰다. 태극기와 붉은 천의 물결로 출렁인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대∼한민국’과 ‘오∼코레아’가 인천의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벤치에서 스태프와 기쁨을 나누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그제야 목이 탔는지 음료수를 마시다 문득 깨달은 듯 응원단을 향해 걸어가 특유의 허공을 가르는 손짓을 하며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감동을 터뜨렸다.관중들은 “히딩크”를 연호했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세계 제일의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는 그라운드를 걸어나와 주저앉고 말았다.땀으로 범벅된 머리카락 틈으로 그의 큰 눈망울에서 그렁대는 눈물이 비쳤다. 히딩크 감독은 곧 피구를 껴안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선수들은 히딩크에게 다가왔고 그는 16강을 일궈낸 전사 한명 한명을 끌어안았다.눈물을 글썽이던 선수들은 감독 품에 어린 아이처럼 안겨들었다. 인천 박준석기자 pjs@
  • [오늘의 눈] 16강 새로운 시작이다

    태극전사들이여,들었는가.4700만 겨례가 외치는 저 승리의 함성을. 태극전사들이여.보았는가 월드컵 16강이 확정된 그 순간,4700만 겨례가 한몸으로 엉킨,기쁨의 군무(群舞)를. 2002년 6월 14일.태극전사들이여,그대들이 해낸 것은 단순히 16강 진출만이 아니다.48년 우리의 월드컵 역사와 함께한 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들은 한 순간에 넘어섰다. 굴종과 억압으로 점철된 한반도의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한 것이다.외세에 찢기고 IMF에 멍들고,남북 분단도 모자라 동서분열로 치닫는 우리 민족의 비극을 역사의 뒤안길로 만들었다. 태극전사들이여,광화문에 운집한 45만 붉은 악마들,전국 300만 길거리 응원단들의 외침이 들리는가. 한몸으로 부둥켜 안은 이들에겐 남북도,경상도도,전라도도 없었다.정치판에 난무한 추잡한 ‘색깔’도 보이지 않는다.오직 순수의 열정으로 뭉친 ‘하나’만이 있었다. 자정을 넘어 광화문에 모인 45만의 붉은 악마들이 외치는 ‘아리랑’의 함성은 밤새 멈출지를 몰랐다. 더 이상 100년전 북간도를 넘는,50년전 남북분단의 비극을 한탄하는 그런 아리랑이 아니었다.불과 15년전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운 데모대들의 처절한 민주화 외침 대신,승리의 노래로 가득했다.바로 세계로 웅비하려는,젊은 한국,새로운 한국을 만들려는 절규인 것이다. 자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4000만 민족이 함께 일궈낸 16강을 한 순간의 ‘한풀이’로 끝내지 말자.오늘 어렵사리 하나로 뭉친 ‘우리가’ 내일 또다시 분열과 비방의 주체로 변할 것인가. 태극전사들이여,그대들은 기억하라.최대 위기였던 지난 10일 미국전,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국민들의 열망이 기적을 이뤘다는 것을.4700만 겨레가 온몸으로 표출한 에너지를 새로운 한국 건설로 이어가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일 것이다. 오일만/ 사회교육팀기자oilman@
  • [조영증의 관전평] 미드필드 압박 세계최고

    두려움 없는 정면승부가 한국의 운명을 바꿨다. 포르투갈전은 한국축구 100년사를 다시 쓰게 된,세계가 한국 축구를 다시 보게 된 경기였다. 한국의 미드필드 압박은 세계 최고수준에 올랐다.공격과 수비 어느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48년만에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 선수들 정말 최선을 다했다. 루이스 피구,파울레타,세르지우 콘세이상 등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포르투갈의 최강 공격을 완벽히 차단했다.상대 공격진이 볼을 잡는 순간 2∼3명이 에워싸는 수비의 조직력은 공격의 실마리조차 주지 않았다. 특히 미드필더 김남일의 빈틈없는 중앙 압박은 수비라인과 함께 철옹성을 치면서 대표팀이 공격의 주도권을 잡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송종국은 오른쪽 측면 공략을 시도한 피구를 완벽하게 마크하는 등 공격과 수비 라인의 조화가 훌륭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자 최고의 전략이었다.대표팀의 이를 악문 끈질긴 공격과 위협적인 돌파는 전반 27분 주앙 핀투,후반 20분 베투의 퇴장을 얻어내면서 한국 승리에 쐐기를 박은 재치있는 플레이였다. 한국의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이 마침내 포르투갈을 침몰시켰다.후반 24분 박지성의 오른발 강슛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지장’ 거스 히딩크 감독의 전략은 포르투갈전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었다.‘무승부를 위한 경기를 하지 않는다.’는 히딩크 감독의 투지와 자신감은 줄곧 경기를 주도하는 정신적 지주가 됐다. 수비에서 미드필드 압박까지 포르투갈의 역습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무리없이 경기를 주도한 히딩크 감독의 전략이 2002년에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면서 한국 축구사를 바꾼 출발점이 됐다.한마음으로 민족의 염원을 마침내 이뤄준 태극전사들 너무나 자랑스럽다. 조영증/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 월드컵계기 中 ‘한류’ 다시뜬다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중국 대륙에 또다시 ‘한류(韓流) 열풍’이 불고 있다.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와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으로 한국산 휴대폰·의류·화장품·한국 영화 DVD·VCD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한국 드라마들도 인기 속에 방영되고 있다. 12일 베이징(北京) 세관에 따르면 올들어 한국산 제품의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6%가 급증한 2억 4000만달러를 기록했다.이중 삼성 애니콜의 수입액이 7000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의류제품의 수입액도 10만달러를 넘어섰다.특히 아가방 등 한국 유아의류 제조업체들이 구이유(貴友) 백화점에 처음으로 등장,호평을 받으며 판매되고 있다.바이성(百盛) 쇼핑센터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산 캐주얼 의류인 ‘TB.2’ ‘on & on’ 등이 간결한 멋을 추구하는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베이징방송(B-TV)에서는 이번 월드컵기간 동안 한류 스타인 송혜교가 주연한 ‘가을동화’가 방영돼 중국 안방을 장악한데 이어,후속 ‘세상 끝까지’도 호평 속에 방영되고 있다. 여대생 왕란(王蘭·21)은“몇년 전 ‘사랑이 뭐길래’라는 한국 드라마를 처음본 뒤 한국 드라마 팬이 됐다.”며 “한국 드라마를 보면 중국 드라마보다 감정이입 방법이나 화면 처리 등이 좀더 세련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서라벌 등 한국 음식점도 평소보다 10% 이상 손님이 늘어나는 등 호황을 구가해 월드컵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0년 동안 100만명의 중국 손님을 맞은 서라벌 1호점인 량마허(亮馬河)점은 부족한 좌석을 늘리기 위해 장소를 넓혀 18일 다시 개업할 예정이다.
  • [2002 길섶에서] 75%와 45%

    2002년 여름 한국에는 두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월드컵과 지방선거.둘 사이에는 공통점도 많고 차이점도 많다.우선 공통점.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는 표밭을 뛰는 후보와 같다.선수를 지휘하는 감독은 후보를 지원하는 정당에 해당한다.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은 선거전을 감시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인 셈.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은 유세장을 찾은 유권자에 비유된다.정해진 규칙에 따라 한쪽은 골을,다른 한쪽은 표를 얻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도 비슷하다. 그런데도 둘은 너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관중은 축구에 푹 빠져 있는데 유권자는 선거에 냉담하고,축구에는 온갖 찬사가 쏟아지지만 선거판에는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한다.경기장에는 연일 관중이 밀려드는데 유세장은 썰렁하기만 하다.축구는 재미와 꿈과 희망을 주지만 선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축구경기의 TV중계 시청률이 무려 75%에 육박했다.지방선거 투표율은 4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45%가 75%가 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염주영 논설위원
  • [일본에선] “아쉽지만 잘 싸웠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김현·간노 도모코 객원기자] “아쉽지만 잘 싸웠다.”,“포르투갈전에서 승부를 내자.” 한 덩어리가 됐다.재일 한국인과 조선인,남과 북 없이 민족의 승리를 염원하며 한목소리로 응원했다.불굴의 투혼을 살려 안정환이 동점골을 터뜨리자 TV를 지켜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동포들은 목청을 드높여 “한국,한국”을 외쳤다.이국땅이어서 더욱 뜨거운 민족애를 느낀 90분이었다. ●코리아 타운= 도쿄의 ‘코리아 타운’ 신주쿠(新宿) 쇼쿠안도리도 빨간색으로 물들었다.한·미전을 생중계한 곳곳의 한국 음식점마다 ‘붉은 악마’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하프타임 때 아리랑과 애국가를 합창하며 분위기를 돋웠으며 ‘이긴다,이긴다.’를 연호했다. 한 유학생은 르투갈이 폴란드를 큰 점수차로 이긴데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으나 “전세계 동포들이 한마음으로 성원을 보내는 만큼 선수들이 온힘을 다해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쇼쿠안도리에는 ‘재일 한국인은 한국과 일본의 8강 진출을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으며 일본 방송사들도 코리아 타운의 뜨거운 열기를 다투어 취재했다. ●대사관= 주일 한국대사관에서도 사무실에 삼삼오오 모여 한국전을 응원했다.이날 오후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린 ‘2002년 FIFA 월드컵 개최 기념 한국의 명보(名寶)’ 개막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온 조세형(趙世衡) 대사도 후반전을 집무실에서 관전했다. ●민단= 8층 회의실에 대형 TV를 설치하고 일반인에게 시청을 개방한 도쿄 시내의 민단 중앙본부에는 이날 600여명이 모여 경기를 관전했다. 민단 직원들은 사무를 일부 중단하고 경기를 관전했으며 유학생들과 재일 한국인들이 모여 한국의 16강 진출을 가름하는 중요한 일전을 지켜봤다. ●조총련= 재일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산하단체인 재일 조선인 체육연합회 직원들은 이날 분쿄(文京)구 출판회관 사무실에 모여 위성 TV 중계를 관전했다.지난 3일 4박5일 일정으로 한국-폴란드전을 관전하고 돌아왔다는 임권길(林權吉·47) 부이사장은 “같은 민족이니까 응원에 남과 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인 팬들= 9일의 러시아전에서 사상 첫 승리를 따낸 일본도 ‘한·일 16강 동시 진출’을 기원하며 위성으로 중계된 한국-미국전을 집이나 사무실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이노 신지(26·자영업)는 “어제(9일) 한국이 일본을 응원을 해준 데 고마움을 느끼고 한국을 응원했다.”고 말했다. marry01@
  • 이주일의 아동도서/ 어린이용 월드컵 백과사전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뜨거워진 요즘 서너 살짜리도 “빨간 애들 응원해야 돼.”라고 말한다.‘꼬맹이들’도 날밤을 새우는 어른들의 축구 열기에 감염(?)된 탓이다.이런 아이들에게 일일이 축구경기의 룰이 어떻고,월드컵이 뭔지 설명하려면 여간 짜증스럽지가 않다.TV봐야 하니까. 이럴 때 아주 유용한 책이 있다.‘방귀대장 뿡뿡이 월드컵짱’(디지털 싸이버 펴냄)과 ‘렛츠플레이 월드컵’(럭스미디어 펴냄).어린이를 위한 월드컵 가이드로,‘방귀∼’는 만화책,‘렛츠∼’는 사진과 삽화 위주의 실용서다.두 종류 모두 컬러.축구에 관심을 가진 아이라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고,중학교 1학년에게도 질적으로 모자라지 않다. ‘방귀∼’는 모두 3권으로 꾸몄다.뿡뿡이가 도깨비 꾸리,축구를 좋아하는 친구 3명과 시공을 넘나들면서 축구의 유래,월드컵의 탄생배경,역대 월드컵의 주요경기,월드컵에서 탄생한 축구영웅들을 소개하며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는 내용이다.부록으로 한·일 월드컵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세계 32개국의 축구역사와 참가국의 경기일정도 조별로 분류해 첨부했다.각권 8500원. ‘렛츠∼’는 2002년 월드컵 관련 정보에 집중돼 있다.본선에 진출한 32개국 대표팀과 유명선수들의 사진과 일러스트,짧지만 생생한 정보가 들어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편집이 다소 어수선하지만,아이들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조별로 구성팀과 특성,관전포인트를 짚어주고 있다.대진표도 넣어 시각적으로 본선 토너먼트를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다.‘아일랜드는 코치를 몇명이나 데려왔나’ 등과 같은 엉뚱한 퀴즈가 나라별로 준비돼 있어 게임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을수도 있다.5000원. 문소영기자 symun@
  • 월드컵/ 日 반세기만의 첫승

    본선을 밟기가 힘들었을 뿐이다. 9일 러시아를 꺾고 감격의 첫승을 거둔 일본의 월드컵 본선 도전사는 한국보다 훨씬 더 지난했다.지난 54년 스위스 대회 지역예선에 도전한 이후 98년 프랑스 대회때까지 반세기 동안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54년 스위스대회 지역예선에서 한국에 0-2로 져 본선에 참가하지 못했다.58년 스웨덴대회와 66년 잉글랜드대회 지역예선을 빼고 94년 미국대회 지역예선까지 9회연속 좌절한 끝에 98년 처음으로 본선 티켓을 땄다. 프랑스 월드컵 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에 속한 일본은 바닥을 헤매다가 이미 본선 티켓을 확정지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겨 조 2위에 올랐고 이란과의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플레이오프에서도 2-2로 접전을 벌이다가 오카노 마사유키의 골든골로 감격적인 월드컵 데뷔를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크로아티아,자메이카와 함께 이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H조에 편성된 일본은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에게 결승골을 헌납,0-1로 무릎을 꿇었고 당시 3위 돌풍을 일으킨크로아티아에 0-1 쓴잔을 들어야 했다. 일본은 월드컵 첫승 상대로 찍은 자메이카에도 1-2로 패해 3전 전패의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일본은 프랑스대회가 끝나자마자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을 영입,개최국으로 자동 출전이 보장된 21세기 첫 월드컵을 준비했다.그리고 4년의 절치부심 끝에 2002년 6월9일 일본은 드디어 첫승을 맛보았다. 임병선기자 bsnim@ 양팀 감독의 말 ▲필리프 트루시에 일본 감독= 오늘 승리가 일본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줬다.일본 대표팀 감독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선수 모두를 칭찬하고 싶다.1차 목표는 16강에 진출하는 것이다.오늘밤 캠프에 돌아가면 남은 경기에 대해 연구하겠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깨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하지만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특히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게 중요하다. ▲올레크 로만체프 러시아 감독= 전반에는 우리가 다소 우세했지만 후반에는 일본이훨씬 잘했다.하지만 패배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조별리그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우리는 아직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가 남아 있고 승리한다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따라서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 韓·日 역사의 아픔 넘어 ‘희망찾기’

    월드컵 기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작가·연출가가 하나의 작품을 공동으로 집필·연출하고,양국 배우가 한 무대에 서는 연극이 선보인다. 예술의 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은 ‘강 건너 저편에’를 오는 28·29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연출은 ‘서울 시민’‘도쿄 노트’로 두차례 한국 공연을 가진 히라타 오리자와,백상예술대상·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이병훈씨가 함께 맡았다. 2002년 봄 서울 한강 둔치.소설가를 꿈꾸는 독신남인 한국어학당 교사 김문호는 가족과 나들이를 나온다.이곳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한국인 일본인이 모여든다.주부,학생,회사원,관광객,재일한국인 등 서로 다른 삶의 무게를 떠안고 사는 사람들.그들의 대화 속에는 한일 양국의 역사관계,가족의 끈,재일 한국인 문제,국제결혼,국가관,관습의 차이 등이 녹아 있다. 한·일간 역사문제를 거창하게 다룬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을 끄집어냈다.서로의 다른 모습과 같은 모습을 모두 포용하고,더 나아가 아픈 역사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진지하게 조명해 보겠다는 것. 이번 공연에 대한 구상은 지난 99년 예술의 전당이 신국립극장으로부터 제작협력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됐다.시놉시스에 맞춰 장면을 나눈 뒤 1년이 넘게 e메일을 주고 받으며 대본을 완성했다.일본 연출가 히라타는 “점차 변해가는 한·일 관계의 분기점에서 이번 작품을 발표해 영광”이라면서 “두나라 사이에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과거를 기록해 진정한 희망을 찾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금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02)580-1300. 김소연기자 purple@
  • [사설] 돈 뒷받침 없는 ‘약속’ 안된다

    한국정책학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7일 발간한 ‘2002년 지방선거 정책공약 비교분석집’은 각 당이 6·13 지방선거를 겨냥해 쏟아낸 공약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이나 구체적인 목표치는 없는 말의 성찬이 대부분이다.‘유권자들이 속아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이니 한심하다. 한나라당은 교육재정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7%로 확충,의무교육 교원보수 전액국가 부담,5년내 학급당 학생 수 30명 수준으로 감축 등을 공약했으나 재원조달 방안은 물론,투자 우선순위도 제시하지 않았다.민주당이 제시한 지방대학 특성화 집중지원,지역실정에 맞는 특성화 고교 확대 등도 구체적인 수단과 목표치가 없었다.자민련의 고교평준화제도 폐지와 자립형 사립고의 확대는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통적으로 공약한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는 지난 4년동안 말로만 떠들었을 뿐 기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사안이다. ‘퍼주기식 지원은 안된다.’(한나라당)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민주당)고목청을 높였던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문제도 표를 의식해 ‘독자생존’쪽으로 슬그머니 말꼬리를 돌렸다.독자생존에 따른 자금지원 방안이나 국민의 추가 부담,국가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고 있다.여기에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책 베끼기’ ‘공약 재탕’도 재연되고 있다. 정치권의 공약(空約) 경쟁에 정책당국도 가세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들도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올 하반기부터 매년 20%씩 줄이기로 했던 운수업계 국고보조금 지원이 2006년까지 삭감 없이 유지키로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이에 소요되는 재원 2조 7000억원의 조달방안이 언급되지 않아 선거용 선심정책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향후 10년간 50만호를 공급키로 했던 국민임대주택 규모가 불과 1개월만에 100만호로 부풀러진 것이라든가,신용카드 방문모집 금지대책 완화,신용협동조합 출자금 예금보호대상 계속 인정 등도 비슷한 사례로 지적돼야 할 것 같다. 현실성이 감안되지 않은 정책과 공약이 남발되면 정책은 불신을 초래하고,결국 비효율성을 수반하게 될 수밖에 없다.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경제가 짊어져야 한다는 게 지금껏 경험한 교훈이다.유권자들이 월드컵 열기에 마냥 들떠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냉철한 판단만이 유권자 스스로의 주머니를 지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부처 요구 예산 대폭 삭감 불가피, 내년 나라살림 규모 조정 방향

    7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각 부처의 2003년도 예산요구서 제출 현황에 따르면 54개 중앙 행정기관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가용재원 규모를 훨씬 웃도는 예산을 요구했다. 내년도 예산 요구액(재정규모 기준)은 올해 예산 112조원보다 28조 5000억원 늘어났지만 이는 공무원 인건비 증액분을 제외한 것으로 인건비 증액분까지 포함할 경우 세출 증액규모는 31조원 수준에 이른다.그러나 2003년부터 재정적자 보전용 국채발행을 금지하겠다는 게 정부의 재정운영 방침임을 감안할 때 내년도 균형재정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중 80% 정도를 삭감해야 한다는 예산당국의 입장이어서 세부예산편성 과정에서 각 부처와 당국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도별 요구 증가율 추이= 전체 규모는 늘었지만 각 부처의 예산요구 증가율은 재정규모 기준으로 2000년 24.0%에서 작년 29.9%로 높아졌다가 올해 28.0%,내년 25.5%로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큰 사업들이 마무리되고 공적자금 이자 요구분과 사회복지 분야의 요구 증가액이 지난해에 비해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정경제부가 요구한 공적자금 이자는 올해 1조 5000억원에서 내년 8000억원으로 줄었다.사회복지 부문의 경우 2001년 예산(8조 1000억원)보다 4조 9000억원 늘어난 13조원을 2002년 예산으로 요구했었다.그러나 내년에는 올 예산보다 4조원 늘어난 14조원을 요구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내년도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각 부처의 예산요구서 제출시 과다한 증액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이 다소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분야별 요구= 주 5일제 근무 시행에 대비한 중소기업 설비투자자금 지원 확대(1조원) 등으로 중소기업 및 수출지원 예산 요구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이밖에 기술혁신 기술개발에 1651억원,산업혁신기술 개발에 3897억원,지역특화산업 육성에 2281억원이 요구됐다. 문화·관광분야는 월드컵·아시안게임 등의 국제행사 지원 소요가 줄었지만 문화재 보수정비(2250억원),문화콘텐츠 진흥(760억원),궁·능원 정비(593억원) 등으로 54.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사회복지분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국민건강보험재정 안정화대책 등 제도정착으로 지출증가 요인이 둔화됨에 따라 총 규모는 늘었지만 요구 증가율은 낮아졌다.농어촌 지원분야는 농가소득 보전,쌀 수급안정 지원소요 확대 등으로 요구 증가율이 다소 증가했다. 총 9조 9000억원이 요구된 과학기술 및 정보화의 경우 우주기술개발(1825억원),기초과학지원(3729억원),초고속공중망 구축지원(1100억원) 등이 요구됐다.SOC분야는 인천국제공항의 경영수지 개선을 위한 출자전환소요 4000억원을 포함,국도건설(1조9809억원) 등에 총 21조 8000억원이 요구됐다.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 불가피=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세입전망을 매우 어렵게 보고있다.경기활성화로 세입은 늘어나지만 올해에 비해 세외 수입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올해에는 공기업 매각분 5조 4000억원 외에 적자보전을 위해 국채 1조 9000억원을 발행,7조 3000억원의 세외수입을 올릴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이렇다할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획예산처는 앞으로 예산편성 과정에서 세출사업 전반에 걸쳐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아울러 모든 예산사업을 영점 기준에 입각해 재검토함으로써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함혜리기자 lotus@ ■내년 각분야 신규사업 계획 내년부터 논에 쌀 대신 대체작물을 재배하면 ㏊당 392만원이 지원된다.또 자연계진학을 촉진하기 위해 이공계 신입생들에게 50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고,국립대 시간강사들에게 월 200만원의 급여를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7일 54개 중앙 행정부처의 내년도 예산요구 사업에 따르면 농림부는 쌀 생산을 줄여 나가기 위해 내년부터 논에 대체작물을 재배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는 ‘전작(轉作) 보상금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 아래 총 790억원(2만㏊ 기준)을 요구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청소년들의 자연계 진학 촉진을 위해 이공계열 신입생 1만 5000명에게 연간 500만원씩의 장학금을 지급하고,재학생도 5만명을 선발,연 45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강의교수제 도입을 위해 720억원을 요구했다.국립대학강사 2000명에게 국고에서 월 200만원,공·사립대학 강사의 경우 국가와 대학이 각각 50%씩 분담해 월 200만원을 2000명에게 지급하게 된다. 기초학력 국가책임제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10만명에 이르는 기초학습 부진아들이 국가의 지원으로 정규수업 이외에 특기·적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33억원이 요구됐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의 근로의욕 저하를 막기 위해 근로소득공제제도 전면 실시를 전제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에 따라 2581억원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생업을 포기하고 중증장애인을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호수당으로 343억원이 요구됐다.기초생활보호 대상가구 가운데 18세 이상 1∼2급 장애인을 보호하는 사람들(약 9만 5000명)에게 월 4만 5000원씩의 수당이 지급된다. 이밖에 194개 지방 소도읍의 도로·공원·주차시설 확충 지원을 위해 500억원,부패방지 관련 정보수집 및 공동활용체제 구축을 위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에 500억원,접경지역 도로정비와 주택개량 등 지원사업에 1004억원이 요구됐다. 국방분야에서는 차기 전투기로 선정된 미 보잉의 F-15K 도입을 위한 연도별 예산지원을 위해 4918억원이 새로 책정했다.아울러 24개 신규 전력투자사업에 3084억원이 요구됐다.▲지휘헬기(VH-X) 도입 및 화생방방호사령부 창설 등 4개 사업 395억원 ▲남부전투비행사령부,휴대용 대공유도탄 등 4개사업 1493억원 등이다.이밖에 군인 대학생자녀 학비보조수당,스토리사격장 부지매입비 등이 요구됐다. 함혜리기자
  • [선택 6.13 7대 승부처] (5) 서울·경기·인천

    6·13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이다.서울시장·경기지사 선거에서 이기는 당이 전국적 판도와 관계없이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두 지역에서 한나라당-민주당 후보간 경쟁양상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다.대한매일이 시리즈로 보도하는 ‘7대 승부처’기획의 일환으로 서울 및 경지지역 선거 민심을 알아보고,더불어 최근 변화가 감지되는 인천지역 선거전 양상도 살펴본다. ■서울 - “뉘신지요?”…표심없는 표밭 시장선거만을 놓고 본다면 서울은 안개 속이다.종착점이 며칠 안남은 7일까지도 시계(視界)는 여전히 뿌옇기만 하다.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와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가 맞잡은 저울추는 벌써 한달 가까이 꼼짝않고 곧추서있다.지난 3월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뒤 석달 가까이 숨가쁘게들 달려왔건만 상대의 거친 숨소리는 좀처럼 귓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눈 앞이 흐린 건 그들뿐이다.거리의 시민들은 월드컵 한국의 화창한 하늘을 만끽하고 있다.그라운드에 박힌 이들의 시선은 좀처럼이명박·김민석 레이스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무관심-. 6·13지방선거를 상징하는 이 한마디는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아니 그 어느 지역보다 서울의 표심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벤처회사에 다니는 함성식(36)씨는“지방선거요?…관심없어요.”라고 잘라 말했다.대학생 이모(21·여)씨도 “친구들끼리 월드컵 얘기는 많이 하지만 선거얘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선거 무관심은 동네 구석구석에서 계속되는 정당연설회나 후보연설회에서도 잘 나타난다.지난4일 저녁 불광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한 정당 후보의 연설회.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이 연단에 올라 목청을 높였다.그러나 10분여간고작 30여명이 잠깐 걸음을 멈췄을 뿐 대부분 곁눈질로 지나쳤다.월드컵 한국-폴란드전을 코앞에 둔 까닭이긴 했지만 월드컵과 지방선거의 비중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월드컵에 파묻힌 표심은 그 자체로 선거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특히 김민석 후보진영은 젊은 층의 투표율 저조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투표 무관심이 정당투표 성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무관심층이 많을수록 후보 대신 정당을 보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고,이는 최근 당 지지율을 감안할 때 지극히 불리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여의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42)씨도 “누가 낫다고 할 만큼 아는게 없다.”면서도 “부패다 뭐다 하는데 표를 주기는 좀 뭐한 것 아니냐.”고 말해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장년층에 지지기반을 둔 이명박 후보측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무관심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그러나 그 역시 불안정한 표심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선거막판 노풍(盧風)과 같은 ‘바꿔바람’이 불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있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구청장 선거나 광역·기초의원 단위로 내려가면 더욱 극심하다.불광동에서 제과점을 하는 전모(33·여)씨는 “각 후보진영이 매일 명함을 돌리고 찾아오는데 솔직히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서초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모(19)양은 아예 “누가 나왔는데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선거 무관심은 ‘누가 돼도 상관없다.’는,유권자 의식의 실종으로 이어진다.조모(48·식당주인)씨는 “지난 선거를 봐도 누가 되든 관계없는 것 아니냐.”며 “지금으로선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전반적인 무관심 속에서도 한표를 꼭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도 없지는 않다.초등학교 교사 임모(32·여)씨는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결정했다.”며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파출부 일을 한다는 정모(55·면목동)씨도 “정한 후보는 없지만 투표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6월 서울에는 월드컵 관중만 있을 뿐 유권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1000만명의 시민을 4년간 책임질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어쩌면 월드컵이 드리운 진한 그늘속에서 슬그머니 탄생할지 모를 일이다. 진경호기자 jade@ ■경기 - “똑같은 사람” 정치혐오 팽배 “선거요,관심 없습니다.” 유권자들의 지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의견은 지역과 세대,직업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그러나 “별로 관심없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왔다.광역단체장인지사 후보에 대해서는 그래도 관심을 보였으나,시장·군수 등 기초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누가 나왔는지조차 거의 몰랐다.경기도는 지난 98년 지방선거 때도 전국 평균인 52.7%에 못미치는 5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회사원 안덕균(安德均·34·화성군 상남면)씨는 “회사가 용인에 있는데 동료끼리 선거에 대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기초단체 의원들에 대해서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아 관심을 갖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600만명이 넘는 유권자를 갖고 있는 경기도는 면적이 넓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도 유권자들의 특성 차이가 크다.민주당 진념(陳^^) 경기지사 후보측은 경기도를 성남 부천 안양 일산 과천 등 ‘서울인접 도시권’,수원 용인 안성 평택 등 ‘남부임해권’,이천 광주 양평 등 ‘동남내륙권’,고양 파주 등 ‘서북해양권’,의정부포천 가평 등 ‘동북내륙권’으로 분류한다.한나라당도 비슷하게 권역을 나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크게 봐서 서울주변의 위성도시와 외곽의 농촌 지역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하지만 “대통령 아들들 비리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는 지역과 무관하게 나온다. 조민행(趙敏行·60·수원시 권선동)씨는 “DJ가 당초에 잘 할 것 같았는데 기대에 못미쳤고 민주당은 대통령 아들 비리 때문에 인상이 나빠졌다.”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로 따지면 한나라당이 조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듯하다.”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조씨는 “경기지사보다는 3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심재덕 수원시장의 당선 여부가 더 관심 거리”라고 지역민심을 전했다. 비교적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도 선거와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을 토로했다.주부 이옥희(李玉姬·63·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씨는 “투표는 꼭 할 것”이라면서도 “도지사야 인물 위주로 뽑겠지만 기초단체 의원 후보 가운데는 함량 미달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당을 보고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 “대통령 아들들 비리 때문에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인상마저안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일부 젊은이들은 진보정당에 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박혜원(26·여·고양시 일산구)씨는 “월드컵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누가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겠느냐.”고 반문한 뒤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 아버지도 집에서 선거에 관련된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또 “선거가 옛날처럼 흥이 나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심드렁하니 운동원들도 신이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선거무관심을 지적했다. 회사원 서현규(33·부천시 송내동)씨는 “진보정당에 투표하기로 마음을 결정했다.”면서도 “하지만 남동생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대학생 반모(21·안성시)씨는 “난생 처음하는 투표라 꼭 참가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친구들끼리 만나면 월드컵 얘기만 한다.”고 소개했다. 외곽의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는 투표율이 높을 듯하지만 민심이 흉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포천군 강산면 세월리 이장인 심재준(42)씨는 “40대 이상은 그래도 누가 군수가 될지에 관심을 표시한다.”면서 “쌀 수매가 준 데다 농민들의 빚도 늘어 시골에서는 민주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포천군 일동면의 김모(45·여)씨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진배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투표는 하겠지만 아직 뽑을 사람을 정하지는 못했다.”고 속내를 감췄다. 전영우기자 anselmus@ ■인천 - 부동표 막판 증가 ‘기현상' 인천지역은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전국 어느 곳보다 심한 편이다.민심을 비교적 잘 반영한다는 택시기사들조차 시장후보로 누가 나왔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천지역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7일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부동층이 줄어드는 게 보통인데,인천지역은 부동표가 선거운동기간 전 40∼50%대에서 지금은 50∼60%대로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투표율이 35%를 넘기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은 역대 선거에서도 투표율이 낮아 전국 꼴찌를 면치 못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월드컵 열기와 한나라·민주당간 극심한 상호비방전이 유권자의 무관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인천시장의 경우 인지도에서 앞선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 후보가 민주당 박상은(朴商銀) 후보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게 현지 각 당 선거운동원과 지역언론들의 견해다.‘어느정도 유리한가.’에 대한 시각 차이만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안 후보가 선거운동 돌입 이전과 마찬가지로 박 후보에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려 놓았다고 주장한다.98년 인천시장 선거와 99년 6·3 재·보선에 출마했던 안 후보의 인지도를 박 후보가 쉽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안 후보에 대한 병역기피 의혹 제기 등 적극적인 공세가 유권자에게 먹히면서,안 후보와의 격차를 오차범위인 5%포인트 이내로 좁혔다고 강조한다. 결국,막판 대세는 투표율이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투표율이 높을수록 인지도에서 앞선 한나라당 안 후보가 유리하고,낮으면 조직력이 비교적 탄탄한 민주당 박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천지역 역대 선거에서 주로 여당이 우세했다.”면서 “사실상 여당인 민주당이조직과 자금력 면에서 우월한 상황에서 유권자의 23%가량에 달하는 호남표가 결집할 경우 민주당이 막판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실제 9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 지역 기초단체장 10개를 석권했을 때 투표율은 27∼28%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투표율과 상관없이 승산은 한나라당에 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양측의 이전투구 속에 녹색평화당과 민주노동당,사회당 등 군소정당이 선전할 것이란 관측도 일부 나온다.이와 함께 유권자의 27%에 달하는 충청표는 지지성향이 갈려있어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상연기자 carlos@
  • 1500여 출판사 책 20만種 전시

    “월드컵 기간에 열리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출판인들의 축제,2002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준비를 마친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정일 회장의 기대는 크다.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서울 코엑스 태평양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책으로 세계로 미래로’.전시규모가 10억원으로 1500여 출판사에서 20여만 종의 책을 한자리에 전시할 계획이다. 전시장은 국내도서,국제도서,월드컵 관련,관련단체 종합관 등 네 구역으로 나뉘었다.이중 국내도서 전시는 146개 출판사가 각사의 출판 경향을 특성있게 표현한 독립전시관으로 꾸몄다.국제도서 전시는 22개국 71개 출판사가 참여해 21세기 출판사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자리. 출판협회 송영만 상무는 “북페어(도서전)는 일반인들도 출판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과거 출판계를 이끌던 문학책과 인문·사회과학책이 쇠퇴하고 출판 흐름이 선진국처럼 아동·실용도서쪽으로 옮아가는 현황이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도 ‘출판의 꽃’인 인문·사회과학책의 출판 부진을 어떤 식으로 타개할 것인지는 또다른 출판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올 국제도서전에는 일본 고덴사를 제외하고,세계 유수의 출판사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대신 터키 중국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참가 의사가 아주 많았다는 귀띔이다.출판도 여느 문화와 마찬가지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만큼 향후 국내 출판계의 진로를 진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별기획전 ‘한국의 아름다움(Beautiful Korea)’은 월드컵으로 세계인의 시선이 한국에 쏠리는 점을 감안한 전시다.145군데 부스에서 한국의 문화유산과 민속,풍속,풍경 등 500여종의 도서와 70여점의 사진을 선보인다.18일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문학 번역 출판 국제 워크숍’도 의미있다.이밖에 매일 부대행사로 아동·경제서적 등에 관한 세미나 등이 준비돼 있다. 문소영기자
  • 한국, 폴란드 2-0 완파

    한국축구가 마침내 월드컵에서 이겼다.1954년 6월17일 스위스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로 참패한 이후 48년 동안 비원으로만 간직해온 그 1승을 2002년 6월4일 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일궈냈다. 마지막 공격에 나선 한국이 공을 폴란드 진영으로 멀리 차내는 순간,주심의 종료휘슬이 길게 울려퍼졌다.스탠드를 가득 메운 5만여 관중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대∼한민국’.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우렁찬 함성.휘날리는 붉은 깃발과 태극기.동시에 한반도는 지축을 흔드는 듯한 함성에 휩싸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4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폴란드와의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1라운드 D조 첫 경기에서 전반 26분 맏형 황선홍의 선제골과 후반 8분 유상철의 추가골을 묶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54년대회 이후 통산 6회 출전,4무10패 끝에 첫 승을 거두는 감격을 누렸고 아시아 국가로서는 94미국대회에서 모로코를 2-1로 꺾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8년 만에 승리를 거둬 아시아의 자존심을 지켰다.한국은 또D조에서 가장 먼저 승점 3을 따내 사상 첫 16강 진출의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시작과 동시에 폴란드의 불꽃 같은 공세가 번득였다.전반 2분 골게터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의 침투패스를 이어받은 야체크 크시누베크가 골그물 왼쪽을 살짝 스치는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공세를 시작한 폴란드는 4분 마치에이 주라프스키가 골문 오른쪽을 노리는 대각선 슈팅을 보태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전열을 갖추기도 전에 폴란드의 좌우 공략에 허점을 보인 한국이 첫 반격을 가한 건 9분.유상철과 1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박스 왼쪽을 가른 홍명보가 대포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을 폴란드 골문 정면을 향해 날린것.수비수의 머리를 맞고 밖으로 나갔지만 총공세의 기폭제가 된 이 슛 이후 한국은 설기현과 황선홍 투톱이 최전방을 휘젓고 미드필드에서도 스피드와 집중력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폴란드 선수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한국의 집중 포화에 수비라인이 무너졌다.한국의 기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전반 25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실패한 한국은 이을용이 폴란드 수비진이 쳐낸 볼을 미드필드 왼쪽에서 잡아 몰고 들어오며 골문 왼쪽에 포진한 황선홍에게 가볍게 연결했고 황선홍은 이 볼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왼발 논스톱 슛을 날렸다. 황선홍이 노린 곳은 골문 왼쪽 아래.볼은 정확하게 그곳으로 날아갔고 몸을 날리는 폴란드 골키퍼 예지 두데크를 스치며 그대로 구석에 꽂혔다.전반 26분.1-0.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하는 황선홍의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50호골.A매치 98경기 출전 끝에 따낸 결실이었다. 한국이 한번 쥔 주도권은 다시 폴란드로 넘어가지 않았다.남은 전반 내내 폴란드진영을 괴롭힌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공세적으로 나왔다.후반 5분 선제공의 주인공 황선홍을 대신해 안정환이 투입됐다.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의도였다.히딩크의 의도는 적중했다.미드필드진에 스피드가 보태졌고 미드필드 중앙을 휘젓던 유상철에게 기회가 왔다. 후반 8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수비수 한명을 제친 유상철은 그대로 달려들며 오른발 강슛을 골문 중앙으로 쏘았다.역동작을 취하던 골키퍼가 몸을 날리며 공에 손을 댔지만 골네트로 빨려드는 공을 막을 수는 없었다. 5만명의 관중들은 한국의 승리를 확신하는 환호를 터뜨렸고 폴란드 선수들의 벌걸음은 무뎌졌다.그리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한국이 이겼다. 한편 공동개최국 일본은 사이타마경기장에서 벌어진 벨기에와의 H조 첫 경기에서 후반 두골씩을 주고받아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첫 승점 1을 얻는 데 만족했다. 또 C조의 중국은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와의 1차전에서 후반 연속 2골을 허용하며 0-2로 주저앉아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부산 송한수 김성수 류길상 안동환기자 one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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