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000년대
    2026-07-12
    검색기록 지우기
  • 찬사
    2026-07-12
    검색기록 지우기
  • Japan
    2026-07-12
    검색기록 지우기
  • ICE
    2026-07-12
    검색기록 지우기
  • MS
    2026-07-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782
  • 시인 최영미 가족소설 ‘흉터와 무늬’ 로 데뷔

    시인 최영미 가족소설 ‘흉터와 무늬’ 로 데뷔

    1994년,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그해 문단을 폭풍처럼 강타했다. 불현듯 불어닥친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린 건 50만 독자들만이 아니었다. 작가 자신도 사방에서 불어오는 역풍에 속절없이 몸을 내맡겨야 했다. 인신공격성 폭언과 험악한 글들 속에서 작가도, 작가의 가족들도 심하게 마음을 다쳤다. 십년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작가는 그때 일을 사뭇 담담하게 회상한다.“‘잔치’가 ‘운동’의 상징으로 읽힐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썼을 것”이라고.“사회화가 덜 된 탓에 의도하지 않게 오해를 많이 샀다.”고. 그리고 고백했다. 마흔 즈음에서야 지나온 인생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됐고, 혹독한 자기반성을 거쳐 비로소 자신과 화해했음을. 시인 최영미(44)의 첫 소설 ‘흉터와 무늬’(랜덤하우스중앙 펴냄)는 그렇게 작가가 삶의 한 고비를 아프게 통과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고의 결실이다.‘갑자기 왜 소설을?’이라는 궁금증에 작가는 “소설쓰기는 시인이 되기 이전부터 품어왔던 오랜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2년 등단하기 전 300장 분량의 습작 원고를 들고 소설가 이문열을 찾아갔던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이문열은 “아직은 소설이 아니다. 하지만 세 번쯤 고치면 소설가가 되겠다.”는 말로 소설가 지망생을 격려했다. 그러나 첫 시집이 너무 잘 나간 탓일까. 등단 이후 소설가의 꿈은 뒤로 밀렸고, 마흔이 가까워져서야 옛 꿈이 다시 절실해졌다고 한다. 소설에 매달린 지난 4년간을 그는 “시인이었던 과거의 ‘나’와 소설가가 되려는 현재의 ‘나’가 치열하게 투쟁한 시간”이라고 규정했다.‘엄살 같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시는 정신노동이고, 소설은 정신노동에 육체노동이 더해진 노역”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글을 길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였다 조였다 하는 과정’을 숱하게 반복하는 수고로움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첫 작품 ‘흉터와 무늬’는 ‘세상에서 가장 긴 이야기이자 끝이 없는 이야기’인 가족 소설이다. 방송작가 정하경을 작중 화자로 삼아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굴곡 많은 한국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정씨 일가의 가족사를 담고 있다. 소설은 마흔넷의 하경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의 흉터를 의식하는 첫 장면에서 시작해 그녀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말살했던 가족의 불운한 과거가 서서히 베일을 벗는 형식을 띠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국에 입양됐다가 불치병으로 숨진 언니와 한국전쟁에 참전해 실수로 부하를 사살하고, 평생을 우익으로 살다간 아버지 정일도가 있다. 작가는 “한국 현대사 틈바구니에서 고통받은 사람들, 훈장없는 상처를 짊어진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신념에 찬 우익 정일도의 삶을 통해 흑백논리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단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137편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돼 있다. 인생의 어느 순간, 강렬한 인상으로 각인된 사건을 서술한 글들은 저마다 완결된 형식이면서 동시에 조각보처럼 맞대어져 큰 그림을 완성하는 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불연속적인 장면들로 한 사람의 인생을 재구성하는 형식적 특징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어느 바보의 일생’에서 영향받았다. 작가와 생년월일이 같은 화자, 작가가 지나온 시대적·공간적 배경이 겹치는 탓에 얼핏 자전적 소설로도 읽힌다. 하지만 작가는 “나와 하경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면서 “그럼에도 자전적으로 읽힌다면 독자가 속아넘어갈 만큼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비껴갔다. 당분간은 소설만 쓸 생각이라는 그에게 다음 작품 계획을 물었다.“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다른 빛깔의 연애소설 3부작을 구상중” 이라고 귀뜸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이적표현물은 ‘시대의 면류관’인가, 아니면 ‘국가 전복의 도화선’인가. 검찰은 지난달 31일 소설 ‘태백산맥’과 고려대 최장집 교수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건국회 등은 지난 28일 검찰의 태백산맥 결정에 불복, 서울고검에 항고하면서 이적표현물 판단에 대한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이적표현물이란 과연 무엇일까. 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반정부=이적표현물’ 1981년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을 쓴 대학생 박모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됐다. 정파(正派)와 사파(邪派)의 대결 구도로 변증법을 설명했다는 이유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사회주의 서적과 김지하와 리영희씨의 저서들도 대표적인 ‘불온 고전’이다. 올 광복절에 독립 유공자로 추서될 예정인 장지락(일명 김산)의 일대기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당시 대법원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서적이라도 일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하거나 동조하는 내용이 있다면 처벌했다. ●1990년대 중반,“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체제 위협해야.” 하지만 이적표현물의 기준도 변하기 시작했다.1991년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국보법 제7조 1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가 추가된 이후부터다. 대법원은 1992년 이후 판례를 통해 이적표현물은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북한 관련물들은 여전히 된서리를 맞았다.1990년대 초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북한바로알기운동’의 일환으로 알려진 ‘꽃 파는 처녀’등 북한의 4대 소설과 황석영씨 등의 북한방문기도 이적표현물로 분류됐다. ●1990년대 후반, 경직된 이적성 판단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사망하자 남북 관계가 급랭했다. 이적성 판단도 경직됐다. 경상대 교재 ‘한국 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도 이때 검찰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급심의 무죄 판결들이 대법원에서 번복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법원은 1998년 북한 소설인 ‘용해공들’ 등에 대해 “김일성 개인에 대한 찬양과 미화가 심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여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원심의 판결을 깨고 이적표현물로 인정했다. 또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그림 내용이 민중민주주의 혁명과 연방제 통일 등 북한 공산 집단의 주장과 같다.”고 밝혔다. ●2000년대, 이적성 판단에 ‘봄바람’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에도 해빙기가 찾아왔다. 대법원은 2001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레드 헌터’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지 11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송두율 교수의 저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도 소설가 조정래씨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해 남북 관계를 감안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식지 않는 이적성 논란 이적표현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1992년 이적표현물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이회창, 이재성, 배만운 등 세 명의 대법관은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의 이적표현물들을 다시 심판한다면 변경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무혐의 결정을 통해 2000년대 중반 판단 기준을 살짝 내비쳤다. 남북 관계와 대중성(태백산맥)그리고 학문과 순수 예술성(최장집)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법적용은 변한다.”면서 “국보법이 폐지돼 내란·외환의 예비음모죄로 이적표현물을 처벌한다면 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의 이적성 판단은 매우 자의적”이라면서 “사회가 미숙해 국보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보법이 사회의 성숙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가짜천국’ 중국의 소비자 운동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가짜천국’ 중국의 소비자 운동

    ‘짝퉁 천국’이란 오명을 안고있는 중국에서 ‘가짜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짝퉁(假冒·자마오)’ 근절을 위해 대대적으로 공권력까지 투입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독버섯처럼 번지는 모조품 범람에는 속수무책인 것 같다. 까닭에 최근에는 두둑한 보상금을 앞세워 내부자 고발을 유도하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3월15일 ‘3·15 소비자의 날’을 맞아 중국 전역에서 소비자들의 건강 권익 보호운동이 펼쳐졌다. 중국 소비자협회가 ‘건강 권익 보호’를 올해의 키워드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소비자들의 생명·신체 안전은 물론 정신적 건강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이날 베이징(北京)시 무역센터가 몰려있는 바이룽스마오(百榮世貿) 앞 광장에서 열린 소비자의 날 행사에서는 ‘건강 권익’이란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고 요란하게 행사를 진행했다. 베이징 소비자협회가 주관한 행사다. 협회는 담배와 술, 농약은 물론 전자제품 등의 진품과 모조품을 진열해 놓고 시민들을 상대로 가짜 상품 고르는 법을 강의하고 있었다. ●소비자협회 올 키워드는 ‘건강 권익 보호’ 베이징 소비자협회 관계자는 “가짜 상품을 구매했거나 가짜 제품을 이용하다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지체하지 말고 소비자 고발센터에 연락을 주십시오. 소비자의 권익은 여러분 스스로가 지키는 것입니다.…” 연사가 열변을 토하는 동안 협회 직원들은 ‘소비자 보호권익’ 책자와 베이징의 지역별 소비자협회 전화번호, 인터넷 고발센터의 주소록을 나눠주고 있었다. 변호사들도 참여해 시민들을 상대로 소비자 권익과 법률 상식 및 소송시 비용문제 등을 설명해줬다. 휴대전화 판매 업체 직원들도 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제품을 선전하면서 ‘가짜 휴대전화’ 식별법을 강의했다. 가구점에서도 나와 진품과 모조품에 대한 구별방법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위조품 스파이 수사’ 방식의 도입도 추진 중이다. 한정된 경찰 수사 인원과 제한된 정보망으로 중국에서 범람하고 있는 ‘짝퉁 근절’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소비자협회 텅자차이(騰佳材)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짜 상품의 근절을 위해선 짝퉁 제조업체 내부 관계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보상을 통해 내부자들의 정보를 수집, 사회 대중의 이익과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언론들은 “가짜 제조업체를 향한 선전포고”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짝퉁의 중고품이나 재가공 휴대전화, 밀수품 등이 정품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화려한 외관으로 치장한 싸구려 제품들도 범람, 소비자 고발센터에 밀물처럼 몰려든다. 마이카 시대와 함께 자동차도 소비자 고발센터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신고 접수 건수는 2003년에 비해 30%가량 많아졌다고 한다. 또 건강식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짜 상품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만병 통치약’으로 둔갑시키는 과장광고와 처방 함량이 미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 병원이나 의사들의 이름을 도용해 선전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최근 부동산 붐을 타고 불량주택 신고가 급증하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휴대전화가 소비자 불만의 표적 중국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터트리는 상품은 휴대전화이다. 국가공상총국에 따르면 전국 공상행정관리기관이 접수한 소비자 불만신고 77만 4529건 가운데 휴대전화가 13%인 9만 9222건으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불만 내용은 주로 통화품질 저하와 불통, 통화도중 끊김, 숫자판 및 덮개 불량, 애프터 서비스 불이행 등이다. 휴대전화 외에 소비자 불만 신고가 많은 품목은 의류, 신발, 식품, 주택, 기차, 통신서비스 순이다. 신고 상품을 보면 일용품이 32.11%, 식품 20.42%, 가전제품 14.46%, 서비스 9.37%, 농업용 기계 9.05% 등이다. 신고 내용은 품질 불량이 68.18%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수량이 8.40%, 가격 불만 6.22%, 모조품 6.61% 등의 순이었다. ●중국의 소비자운동 현황 중국의 소비자 운동은 1990년대 맹아기를 거쳐 2000년대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본격적인 활동에 접어들었다. 지난 1985년 처음으로 소비자 권익보호 개념이 제기된 이후 8년만인 지난 93년 ‘소비자 권익보호법’이 공식 제정된 것이다. 중국 소비자협회도 지난 1984년 국무원 비준을 거쳐 처음으로 탄생했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사회 감독을 진행하며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전국적인 사회단체인 것이다. 경비는 정부와 사회 찬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전국의 현급 이상에 소비자협회는 3138개가 있으며 성·시·자치구에는 31개의 중앙협회가 있다. 이밖에 농촌과 대학, 기업 등 단위별 신고센터는 15만 6000여개나 되고 의무 감독원과 자원봉사자까지 합치면 20만여명의 인원을 거느리고 있다. 소비자협회 성립 이후 1993년 ‘소비자 권익보호법’을 제정,94년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협회는 540만 5630건의 관련 신고를 접수했고 문제 해결은 96.9%에 달했다고 협회측은 밝혔다. oilman@seoul.co.kr ■ 中 가짜상품 시장 실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짝퉁 시장’은 지난해에만 5120억달러(약 512조원)로 전체 교역의 7%를 차지한다. 지난해 46%나 급증했다. 가전과 명품에서 최근에는 메모리칩, 차 부품, 담배, 신발, 의약품 등 거의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세계적인 짝퉁 생산기지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주간지 뉴스위크지는 중국에서 전체 가짜 상품의 3분의 2인 3413억달러어치가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는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가짜상품은 이보다 훨씬 적어 매년 190억∼240억달러어치에 불과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스타벅스→스타스벅·W마트→N마트로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그대로 베낀 유사 제품도 버젓이 중국 시장에 나돌고 있다.‘스타스벅(Starsbuck)’,‘퓨처콜라’,‘ N마트’,‘질헤니(Gilheney)’ 등은 각각 ‘스타벅스(Starbucks)’,‘코카콜라’,‘월(W)마트’,‘질레트’ 면도기 등과 헷갈리게 만든 유사 브랜드들이다. 베이징의 유명 오리구이 식당인 ‘취안쥐더(全聚德)’를 흉내 낸 ‘퉁쥐더(同聚德)’와 ‘진쥐더(金聚德)’도 영업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은행의 홈페이지를 똑같이 모방한 ‘짝퉁’ 홈페이지가 등장, 네티즌들의 신용카드 번호를 빼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짝퉁 홈페이지 사이트는 Bank ‘off’China로 얼핏보면 중국은행의 영문표기인 Bank ‘of’ China와 혼동하기 십상이다. 중국은행 담당자들도 진짜 은행 홈페이지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가짜 분유 파동 영아 수백명 숨지기도 GM 대우오토 앤 테크놀로지(GM대우)는 마티즈의 외관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해 판매하고 있는 중국 체리자동차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내기도 했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삼성 애니콜 휴대전화를 모방한 ‘짝퉁 애니콜’도 나돌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중국에서 수백명의 영아들을 영양실조로 숨지게 만든 ‘가짜 분유’는 물론 최근에는 ‘가짜 달걀’도 시중에 나돌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미국 파이저의 관계자는 “중국 내 위조공장이 우리 본사 공장보다 더 크다.”며 “중국 위조품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oilman@seoul.co.kr ■ 베이징 소비자협회 장밍 비서장“1890개 소비자 분회 베이징市에서 활동”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소비자운동 때문에 가짜 상품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베이징(北京)시 소비자협회 장밍(張明) 비서장은 “베이징시에만 지역별로 18개의 소비자협회가 있으며 분회는 시 인근의 향진(鄕鎭)까지 합하면 모두 1890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 시의 소비자 운동 방식은. -주로 인터넷 사이트와 전화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고발을 접수한다. 소비자 관련 사이트는 대략 100여개가 있으며 베이징 TV와 일부 보험회사와도 협조 관계를 갖고 있다.8명의 변호사들을 협회 고문으로 영입했고 50여명의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법률 자문에 응하고 있다. 소비자 운동을 통해 얻은 성과는. -우선 지난 20년동안 소비자들의 권리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 하루에 수백건씩의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고 지난해 해결 처리된 건수는 2만건이 넘는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신고로 가짜 상품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상품 제조업체들도 ‘불량품을 만들면 바로 자신들의 손해로 직결된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운동의 어려움은.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의료 등의 전문 분야에서 여전히 소비자들이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적인 수요를 충족할 만한 전문 인원도 모자란다. 하지만 최근들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봉사 인원들이 점차 늘고 있고 정부도 인민들의 권익보호 측면에서 소비자 보호 운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매년 정부에서 일부 경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연구와 사업을 집행하는 전문 인력들도 정부에서 파견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소비자협회는 국무원 소속이 아니라 정부의 지지를 받는 사회단체로 보면 된다. oilman@seoul.co.kr
  • 5년만에 모교 서울대서 강연한 소설가 이문열씨

    소설가 이문열(57)씨가 14일 서울대의 정례 관악초청강좌에 ‘주변이냐 변경이냐’를 주제로 강연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중퇴한 그의 모교 강연은 2000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그는 “작가활동을 하며 일년에 5∼6차례는 강연에 나섰지만 최근 2년 동안은 흥이 나지 않아 횟수를 줄였다.”면서 260여명의 후배들 앞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동북아균형자론 명확하지 않은 길” 그가 주제로 택한 ‘변경’과 ‘주변’에 대한 논의는 자신이 80년대 주장한 ‘변경론’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한다. 하나의 강한 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다른 나라는 ‘주변’이 되지만, 제국에 반하는 반제국이 형성돼 제국이 분열되면 다른 나라들은 ‘변경’이 된다는 논리다. 이씨는 “미국에 대항할 잠정적 대항핵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의 변경에 놓여 있으며 한반도 사회는 특수한 변경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서 “동북아 균형자론은 잘 되면 좋겠지만 명확하지 않은 길”이라고 주장했다. 변경에 있는 나라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중심에 편입되거나, 이탈하거나, 또다른 중심으로 소속을 변경하는 세가지 길뿐이라는 것이다. 소련의 몰락과 함께 ‘변경론’이 의미를 잃었다고 생각했다는 이씨는 “2000년대 들어 일본과 중국의 변화를 보면서 이 개념이 아직 용도폐기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계는 다시 두 세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경제는 미국의 질서에 편승하면서 정치적으로만 미국의 반대편을 선택한다면 혼란만 초래되고 내부적 합의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작가로서 자신의 정년은 65세” 이씨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기에 앞서 “모처럼 젊은 대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 왔으니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변명할 기회를 달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작가의 정년’을 묻는 질문엔 “작가는 자신의 정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농담을 던진 뒤 “개인적으로는 65세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답변했다. 친일청산 문제와 관련해 이씨는 “내가 한일합병은 합법이라고 했다거나 친일문제에 관대하다는 보도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누군가가 친일을 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를 먼저 고려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서점가1번지 부활 종로 강남과 ‘맞장’

    서점가1번지 부활 종로 강남과 ‘맞장’

    종로 서점가가 부활하고 있다. 서울문고가 22일 종로 일대에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의 문을 열어 교보문고·영풍문고와 함께 대형 서점 ‘3강 구도’를 형성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종로서적이 문을 닫고, 서점들이 강남으로 잇따라 진출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종로 서점가가 서울문고의 진출을 계기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반디앤루니스 진출, 대형서점 3강구도 형성 반디앤루니스가 새로 자리를 잡은 곳은 삼성 종로타워 지하 2층.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연결되어 있는 곳으로, 지난해까지 ‘밀레니엄 프라자’라는 이름의 의류쇼핑몰이 있던 자리다. 인근 교보문고와 500여m, 영풍문고와는 불과 180여m 떨어져 있다. 매장 면적은 1500평이며 50만권의 책을 보유할 예정으로 교보문고(2700여평·230만권)와 영풍문고(3000여평·100만권)에 비해 규모는 다소 작은 편이다. 그러나 ‘편안한 만남과 휴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컨셉트로 다른 서점들과 차별화된 색다른 휴게공간인 ‘독서 사랑방(가칭)’을 마련, 독서인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독서 사랑방’은 반디앤루니스가 종로구청과 함께 서점 앞 광장에 만들고 있는 560평 규모의 독서 휴게공간이다.1880∼2000년대 250여종의 역대 베스트 셀러를 전시하고, 갈대숲을 이용한 친자연적인 인테리어로 꾸민다. 반디앤루니스 기획실 박성우씨는 “휴게 의자를 설치해 학생들은 교육의 장소로, 어른들은 향수의 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3개 대형서점 차별화 경쟁 반디앤루니스의 개점으로 교보문고·영풍문고 등 인근 서점들의 차별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는 ‘책이 가장 많은 서점’이라는 이미지를 고수해 나갈 예정이다. 교보문고 기획홍보팀 홍석용씨는 “고객들이 ‘교보에도 없는 책이 있냐?’고 반문할 정도로 종류나 양적인 면에서 모두 풍부하게 책을 갖추어 놓고 있다.”며 “앞으로 매장 곳곳에 소비자 상담 전문 요원을 배치해 놓은 ‘북 마스터 제도’를 더욱 강화해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책 컨설팅’을 해줄 수 있도록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문고는 넓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여유롭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더욱 강화해 갈 계획이다. 깨끗한 이미지와 청결함을 보강하기 위해 최근 화장실 개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영풍문고 종로점 영업관리과 박래풍씨는 “책과 어우러질 수 있는 생화 등을 비치해 감성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려 한다.”면서 “젊은 감각에 맞춰 인테리어 색상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너지 효과 기대,‘강남 앞서갈 것’ 불과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지만, 서울문고의 진출에 대해 이들 서점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교보문고 홍석용씨는 “세 개의 서점이 서비스 경쟁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강남 서점가 쪽으로 발길을 돌리던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강북으로 돌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풍문고는 반디앤루니스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휴게 공간을 충분하게 확보해 놓고 있어 ‘자신있다.’는 입장. 영풍문고측은 “매장에 커피전문점, 샌드위치점 등 편의시설이 전체 면적의 10% 가량을 차지한다.”며 “편의 공간에 있어 어느 곳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클릭 이슈] 불붙은 스크린전쟁

    [클릭 이슈] 불붙은 스크린전쟁

    롯데시네마의 마케팅 책임자는 요즘 서울 잠실 본사 대신 명동으로 출퇴근한다. 지난달 25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에 오픈한 에비뉴얼관의 관객 호응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첨단 설비와 고급 인테리어로 ‘럭셔리’한 이미지를 부각시킨 에비뉴얼관은 롯데시네마의 서울 진입 1호점. 초기 관객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98년 CGV 강변점을 시작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3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간의 경쟁이 지방에서의 1라운드 격전에 이어 올해를 기점으로 서울에서 2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롯데시네마의 에비뉴얼관은 그 격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3파전 98년 507개에 불과했던 전국 스크린 수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3대 멀티플렉스의 공격적인 확장에 힘입어 현재 1450개로 3배가량 몸집을 불린 상태. 하지만 이들 업체 사이의 스크린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전국 13개 도시에 15개 영화관, 총 118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롯데시네마는 2008년까지 40개 도시,60개 영화관에 총 450개의 스크린을 갖출 계획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대구·울산 등 전국 14개관 113개 스크린을 보유한 메가박스는 연내 이 숫자를 20개관 160개로 늘리고, 내년에는 25개관 200개로 2배 가까이 확장한다. 현재 28개관,225개 스크린으로 수적인 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CGV도 올해 말까지 7개관,54개 스크린을 추가한다. 무엇보다 서울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 광주·부산·일산 등 지방에서 강세를 보여온 롯데시네마는 에비뉴얼관을 시작으로 영등포·노원·홍대입구 등 서울 주요 지역에 속속 영화관을 개관한다. 롯데시네마 이동호 마케팅부장은 “2008년 잠실 제2롯데월드에 오픈할 동양 최대규모(25개 스크린,7000석)의 영화관이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 역시 강남 코엑스점의 성공을 발판으로 목동·신촌·동대문 지역으로 세를 확장할 예정. 구로·목동·상암·용산 등 일찌감치 서울 시장을 선점한 CGV도 연내 강남 지역 두 곳에 새로 영화관을 오픈하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 ●2007년 포화… 美처럼 도산사태 올 수도 스크린 경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시장의 성장세에 비춰볼 때 당분간은 스크린의 양적 확대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영화관람객 수는 1억 3200만명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고, 연간 1인당 관람 횟수도 전년 대비 2.5회에서 2.8회로 증가 추세다. 삼성증권은 주 5일제 근무 확산과 30∼50대 연령층 및 지방관객 수의 증가로 향후 4년간 평균 12%의 성장 가능성을 전망했다. 스크린 1개당 인구 수로 봐도 약 4만 2000명으로, 미국(8300명) 싱가포르(2만명) 홍콩(3만 5000명)에 비해 많은 편. 하지만 스크린 수가 2000개를 넘는 2007년 이후에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스크린 과다 경쟁에 따른 부작용은 지방을 중심으로 벌써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울산.2001년 롯데시네마를 시작으로 메가박스, 프리머스시네마가 경쟁적으로 들어선 이곳은 대형업체들의 가격 할인 경쟁과 서비스 차별화에 밀려 지난달 재래식 영화관이 모두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가열되면 2000년대 초 미국 멀티플렉스 업계가 그랬던 것처럼 연쇄도산의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호텔급 서비스 ‘고급화’로 승부 업계 관계자들은 2∼3년 뒤 양적 경쟁이 한풀 꺾이고 나면 결국 최후의 승부는 서비스 차별화와 고객 충성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고급화 전략은 각 업체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방침. 롯데시네마의 샤롯데관이나 CGV의 골드클래스, 메가박스의 VIP라운지 등은 호텔급 서비스를 방불케 하는 초호화 관람 여건을 제공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작은극장’들의 생존법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공격적인 세 확장에 맞서 기존 재래식 극장들과 예술영화관 등 상대적으로 ‘작은 극장’들의 생존 몸부림도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극장과 함께 종로 극장가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해온 단성사와 피카디리극장은 각각 지난 2월과 지난해 11월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최첨단 복합 상영관으로 탈바꿈했다. 반면 36년 역사의 허리우드 극장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게 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영화 상영을 중단한 허리우드극장은 오는 15일부터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새롭게 관객을 맞을 예정.1개관은 서울아트시네마로,2개관은 필름포럼의 이름으로 운영된다. 예술영화전용관들의 수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코아아트홀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서울아트시네마도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002년 아트선재센터에 터를 잡은 서울아트시네마는 예술영화의 산실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지만 지난 2월 건물주가 임대계약 연장을 해주지 않아 폐관 위기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하게 됐다. 동숭아트센터가 운영하는 하이퍼텍나다와 백두대간의 시네큐브도 그리 사정이 좋지는 않다. 경제적인 논리에 밀려 민간 예술영화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실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책은 그나마 아쉬운 대로 숨통을 틔워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진위는 오는 10월 서울역 민자역사 안에 예술영화전용관 2개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건설사 재건축 40여곳 수주전 치열

    건설사 재건축 40여곳 수주전 치열

    재개발사업 관련 법 조항이 완화되면서 시공사들의 수주전이 과열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전후해 입주권 가격이 2배로 뛴 곳도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서울 강남에서 일었던 재건축단지 수주전을 보는 듯하다. 재건축에서 형성됐던 집값 거품이 재개발로 옮겨 붙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대부분의 재건축단지에서 시공사가 정해져 건설업체들이 재개발단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서울 강북 30곳 시공사선정 앞둬 정부는 최근 재개발사업과 관련, 조합 설립인가 이전인 재개발추진위원회 운영 상태에서 사업승인을 받으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재개발지구가 앞다퉈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 있는 것.40∼50곳으로 추정된다. 서울에서는 은평구, 서대문구, 성북구 등 강북 지역 30여곳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마포구 대흥동 대흥3구역은 지난달 시공사가 정해졌고 대흥2구역과 은평구 갈현동 갈현1구역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갈현1구역은 현대건설, 삼성건설,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업체별로 컨소시엄 구성 논의도 오간다. 대흥2구역은 삼성건설,GS건설, 대림산업, 태영이 수주전에 참여했다. 부산도 10여곳에서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어 수주전이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품살포 등 과열 양상도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서로를 헐뜯거나 금품을 살포하는 등의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갈현1구역과 부산의 한 재개발단지에서는 건설업체가 주민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소문이 나오고, 특정 업체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업체 선정을 앞둔 단지의 경우 주부 모니터 등 임시 직원의 하루 임금도 치솟고 있다. 부산의 경우 숙련된 모니터 직원이 없어 하루 30만원을 주고 채용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하루 15만∼20만원대다. 재개발 컨설팅 전문업체인 ㈜모던의 박상선 차장은 “2000년대 초 재건축 수주전을 보는 것 같다.”면서 “지나친 수주전은 집값 상승은 물론 주택업계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권 가격 2배 오르기도 시공사 선정을 앞둔 갈현1구역의 대지 지분 13평형(33평형 입주 가능)은 지난해 말 가격이 1억 5000만∼1억 6000만원이었으나 최근에 2억 5000만∼2억 6000만원으로 올랐다.22평형에 입주가 가능한 6평형은 1억 7000만∼1억 8000만원으로 지난해(7200만∼8000만원) 대비 두배 이상 올랐다. 대흥2구역도 32평형 입주가 가능한 7평형 대지 지분이 지난해 말 9800만∼1억 1900만원이었으나 수주전이 벌어지면서 1억 9200만∼2억 2400만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지구 26평형(42평형 입주 가능)은 6억 3000만∼6억 5000만원으로 지난해 말(4억 1600만∼4억 42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재개발단지에서 비슷한 실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집값을 겨우 잡았는데 이제는 재개발이 움직이고 있다.”면서 “시장 과열에 휩쓸려 입주권을 샀다가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재개발의 경우 사업 기간이 10년이 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장기간 돈이 묶이는 경우도 많다. 또 가격에 거품이 형성된 곳도 있어 매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윤동식 “사쿠라바 꺾겠다”

    “최강의 파이터들이 모인 프라이드를 정복해 그 간의 비운을 떨치고, 한국 유도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 오는 23일 사쿠라바 가즈시(37·일본)와 맞대결을 펼치는 ‘비운의 유도스타’ 윤동식(33)이 종합격투기 프라이드FC 데뷔전에 대한 자신감을 털어놓았다. 윤동식은 7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쿠라바의 경기 비디오를 보면서 많은 연구를 했다.”면서 “그라운드 상태로 몰고 간다면 꺾기, 조르기는 눈감고도 들어갈 만큼 자신있어 쉽게 이길 것”이라고 승리를 장담했다. 선수 시절 승리의 90% 가까이를 꺾기와 조르기로 엮어낼 만큼 ‘종합격투기 스타일’인 윤동식은 지난 2001년 은퇴할 때와 똑같은 91㎏을 유지하는 등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 좋은 승부를 기대할 만하다. 다만 짧은 훈련기간과 실전경험 부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본 오사카돔에서 열리는 ‘프라이드FC 미들급 그랑프리’는 격년제로 열리며 단 16명의 검증된 선수들에게만 출전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주관사인 일본 DSE측이 윤동식에 거는 기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더군다나 상대는 사쿠라바 가즈시. 레슬러 출신의 사쿠라바는 2000년대 초 당대 최강이던 브라질의 그레이시 형제들을 연달아 깨며 ‘일본의 우상’으로 떠오른 선수다. 근래들어 반다레이 실바(브라질)에게 3연패하면서 슬럼프에 빠졌지만 관록은 무시하기 어렵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사카키바라 노부유키 DSE대표는 “윤동식의 화려한 커리어가 이번 그랑프리 출전에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결과에 따라 윤동식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한국에서 공식경기를 치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동심의 향기에 빠져보아요

    [박은영의 DVD 레서피]동심의 향기에 빠져보아요

    연어들이 하천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은 전에 살던 물 냄새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머리보다 먼저 코가 추억을 떠올리는 경험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냄새는 치매를 치료할 만큼 강력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 아기들에게서 나는 달콤하고 비릿한 젖 냄새에서 자연스레 유년 시절을 반추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냄새는 때때로 그 자체가 훌륭한 요리가 되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 전라도 낡은 식당에서 먹었던 청국장 냄새, 비 오는 날 먹었던 파전의 고소한 기름 냄새는 실제의 맛보다 기억 속에서 훨씬 더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봤던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비슷한 잔향을 느낄 수 있다. 주제가를 함께 부르는 것만으로도 금세 끈끈하고 묘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1942년에 제작된 디즈니의 ‘밤비’는 쿠엔틴 타란티노도 걸작이라고 인정했을 만큼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꼽힌다. 당시 목소리를 맡았던 어린이들은 이미 초로의 노인이 되었고 ‘밤비’를 본 세대 역시 수없이 바뀌었다. 그러나 1940년대나 2000년대에 본 이들 모두에게 이 애니메이션은 유년의 비릿한 젖 냄새로 기억될 것이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베스트셀러를 옮긴 ‘스노맨’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이 높다. 서정적인 화법과 유년의 따뜻한 팬터지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 밤비 어린 사슴이 숲의 왕자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라이온 킹’의 원전이라 할 만하다.1942년 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풍부한 색상과 질감이 돋보인다. 특히, 부가영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감독과 월트 디즈니, 스태프들의 미팅 기록을 모아 두었다가 그들이 실제 대화하는 것처럼 재연한 ‘스토리 미팅’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인상주의 화법으로 완성된 배경에 관한 꼼꼼한 설명과 스토리보드는 매우 귀중한 자료라 주목할 만하다. 유아들부터 어린이까지 할 수 있는 게임과 DVD롬에서 구동되는 영어학습 프로그램도 수록되었다. 방대한 분량의 제작 뒷이야기도 놓쳐선 안 될 부가영상이다. ● 스노맨 아이들의 동화이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한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눈사람이 녹기까지 하룻밤 안에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데이비드 보위가 회상하는 인트로 부분을 빼면 대사도 거의 없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스코어와 색연필로 한 장 한 장 그려낸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의 그림으로만 이루어졌다. 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어린왕자’처럼 이야기와 그림체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이번 DVD는 20주년 판으로 약간의 추가 장면이 있다. 제작과정, 초기 애니메이션, 스토리보드 등의 부가영상은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참고 될 만큼 심도가 있다.
  • [재계 인사이드] 정홍식 데이콤 사장 “갈길 멀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멀다….” 정홍식 데이콤 사장은 29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열린 창사 23주년 기념식에서 ‘제2 종합정보통신사업자’ ‘제2 기간통신사업자’ 등을 운운하며 2등 자리 고수를 위한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기념사에서 “데이콤은 2000년대 들어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멀다.”며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했다. 이에 앞서 그는 기념식장에 들어서자마자 홍보 관계자에게 대뜸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이 (신문 제목에) 같이 나오면 어떡하느냐?”며 그의 특유 화법인 농반진반으로 호통을 치기도 했다. 이날 보도된 유선통신사업자 담합 기사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후발업체인 하나로텔레콤과 같은 선상에서 취급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 섞인 것이다. 그러나 전날 하나로텔레콤을 앞지르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자체 조사가 나왔다. 정 사장이 위기감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콤은 최근 직원, 고객, 외부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기업 이미지에 대한 설문을 벌였다. 기존 사업인 전화시장은 한계가 있어 성장동력으로 TPS(전화·방송·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자회사인 파워콤과 함께 초고속시장을 공략하더라도 2년안에 2위인 하나로텔레콤을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이와 관련,“데이콤이 지속 성장을 하려면 확고한 비전, 새로운 서비스, 그리고 가입자 기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워콤에 대한 정부의 조건부 소매 허가는 7월 중에나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전날 파워콤이 데이콤과 초고속인터넷사업을 함께 하겠다며 정보통신부에 사업권 승인을 신청하자 파워콤 망을 빌려 쓰는 케이블사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TPS서비스를 하려면 케이블사업자들과의 공조는 불가피하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미국에서 시도한 채권 발행건도 무기 중단됐다.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그는 끝으로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려면 사업의 수익성, 재무구조의 안전성, 임직원의 생산성 제고가 절실하다.”며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이명박 시장 홈페이지 글 전문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 -수도분할을 중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인터넷에 띄우신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은 잘 읽어보았습니다.그 글에서 “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꿈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렇습니다.저 이명박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저의 꿈은 통일수도입니다.대통령께서는 ‘분할된 수도’를 꿈꾸고 계시지만,저는 ‘통합 된 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충청권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온나라가 함께 잘사는 나라,남한과 북한이 하나 되고 함께 잘사는 나라,남북한 7천만 겨레가 합의하는 통일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개혁과 국가발전을 위해 애쓰고 계신 것에는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하지만 수도분할은 아닙니다.개혁도 아니고,균형발전도 아닙니다. 사실 수도이전 논의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나온 것이어서,저는 선거가 끝나면 당연히 국민의 의사를 물어 재고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께서는 ‘수도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한나라당에서도 재미좀 보라.’,‘정권의 명운을 건다.’,‘지배세력 교체를 위해 천도해야 한다.’,‘수도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다.’라고 말씀하시는 등 국가대사를 극단적으로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보고,국가의 중대사인 수도이전을 오직 정치적 계산에서 추진한 것이지,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하여 추진한 것이 아님이 명백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신행정수도 예정지를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습니다.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성공한 예가 없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습니다.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수도이전은 지난해 대다수 국민의 반대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저는 그때 국민과 함께 ‘국력낭비를 막았다.’면서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도이전이 수도분할의 망령으로 되살아나 또다시 정치에 남용되고 있고,국민을 괴롭히고 있습니다.수도이전보다 더 나쁜 수도분할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성난 민심을 의식하여 “수도권 후속대책”을 쏟아내고 있고,국무총리는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수도분할을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수도분할로 충청권 주민을 현혹하더니,이제는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주민을 현혹하려 하고 있습니다.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제17대 국회는 2005년 3월 2일 수도를 분할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대통령과 6부는 서울에 남고,국무총리와 12부4처는 충청남도 연기·공주로 이전한다고 합니다.대통령은 3월 18일 이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도를,그것도 행정부를 갈라 나누어 놓은 예는 없습니다.수도분할은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국력 낭비,그리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 요즘은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입니다.국정운영의 효율은 국가경쟁력의 기초입니다.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들이 서로 120km나 떨어진 장소에서 근무해서는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원만한 부처간 협의도,신속한 위기관리도 어려워집니다.수도분할은 국가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는 것으로서,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에 정략적으로 담합한 정치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16대 국회는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그때 저는 이 법률의 통과를 막기 위해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과 함께 사방으로 뛰어 다녔으나,여·야 정치권은 저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하게도 우리의 입헌민주주의는 살아있었습니다.헌법재판소가 2004년 10월 21일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대의민주주의의 타락에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 순간이었고,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잊지 못할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은 위헌 결정을 환영하면서,수도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그러나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또다시 수도분할에 동조했습니다.수도를 두 동강내는 결정에 동조했던 정치권은 역사에 공동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중앙정부는 서울시와 단 한번의 사전·사후협의 없이 수도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수도이전은 건국 이후 최대의 국책사업입니다.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사전에도,사후에도 서울특별시장의 의견을 구하거나,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도,이해당사자나 전문가와 오랜 기간 기술적·경제적으로 치밀한 사전 검토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합니다.이것은 최소한의 예의이며,필수적인 절차입니다.수도이전은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 대사입니다.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정치적 담합으로 수도분할을 기정사실화 해놓고,“후속대책을 마련한다.”는 빌미로 사후적으로 지방정부를 불러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가 아닙니다.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의 부활이며,참여를 가장하여 지방자치를 억누르는 ‘참여권위주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지방자치의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해야 합니다.시대에 역행하는 ‘권위주의’ 방식의 모양 갖추기에는 결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수도분할 반대는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제가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것은 수도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국가균형발전은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로 이룰 수 없습니다.만일 제가 충청권 시·도지사였을지라도,수도이전의 문제점을 똑같이 지적했을 것입니다. 수도이전 문제는 통일을 대비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해양수산부 이전 반대 이유는 지금도 타당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장관 재직 시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지금 보아도 아주 잘하신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가면 서울에 따로 사무소를 두어야 하고,장관은 거의 서울에 있어야 한다.”,“장·차관이 매주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국회에도 출석해야 하는데,서울에서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지방으로 이전하면 결재 등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처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참으로 올바른 지적이며,지금도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나,지금이나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그런데도 대통령께서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수도권 후속대책”은 국민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수도권 후속대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서울시가 이미 계획했거나 추진하는 사업을 자신들이 새롭게 수립한 것인 양 발표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아무런 사전상의도 없이 서울시의 정책을 복사하여 발표한 것은 명백한 표절입니다. 중앙정부의 뚜렷한 역할이나 예산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여당에서는 “서울시 청사를 광화문네거리에 대형 건물로 짓겠다.”고 하고,정부에서는 “대학로 발전방안”까지 발표했습니다. 대학로를 꾸미는 일은 기초자치단체인 종로구가 추진하고 있는 고유 업무이며,“청계천 역사문화벨트 조성”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입니다.그런데도 이러한 사업들을 마치 중앙정부가 마련하고 주도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며,그간 준비가 안 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에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촉구합니다. 정부·여당은 수도분할로 텅 비게 될 정부청사에 “벤처단지 조성”과 “초고층 업무빌딩 유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수도권과밀 해소를 위해 수도분할을 한다면서,그 후속대책으로는 오히려 수도권과밀을 부추긴다면,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입니다.정부부처가 떠난 자리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면,처음부터 연기·공주에 유치하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 해소’를 이유로 추진되어 왔습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저의와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선거 때마다 이용하려는 정치책략임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되었습니다.그래서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심 쓰듯이 “후속대책”을 급조하고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수도분할을 더욱 잘못되게 하는 일이며,충청권과 수도권,나아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입니다.국민을 두려워한다면,국가균형발전을 원한다면,이제는 진정으로 지방을 도와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수도분할과 “수도권 후속대책”은 바른 길(正道)이 아닙니다.국민의 행복보다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그릇된 길(邪道)입니다.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바른 길로 돌아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길로 가기를 호소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분권과 재정지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고 한다면,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재원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집중을 막기 위해 백약을 다 썼으나 무효였다고 하고 그래서 수도이전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실은 백약 중 가장 효험이 있을 약은 제쳐두고 있었습니다.그것은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나누어 넘겨주는 일,즉 진정한 ‘분권’입니다. 중앙집권의 낡은 틀을 그대로 둔 채,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을 한다고 해서 지방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균형발전의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지방에 실질적인 결정 권한과 재원을 주면,지방정부는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을 이뤄 나갈 능력이 있습니다.세원이 많은 곳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수도분할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의 일부를 지방에 지원해야 합니다.그러면 지역별로 특색에 맞는 발전을 이루어 지역균형발전은 빨라질 것입니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을 인위적으로 강제 배분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며,지방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의 과밀은 해소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수도이전 또는 수도분할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과밀 해소 및 국가균형발전입니다.수도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경제·산업·교육의 기능을 분산시키고,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세계화와 개방화의 시대입니다.수도권의 기능을 억제한다고 해서,이것이 곧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왜냐하면 자본과 시설,사람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지난날 수도권정책이 수없이 반복되었어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인위적으로 억제해서 그 반사이익이 상해,동경 등 다른 경쟁도시의 몫으로 돌아간다면,그것은 오히려 서울과 지방을 공멸시키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하겠습니다.수도권 집중을 억제해도 비수도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비수도권의 발전은 그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수도분할의 이유를 들면서 국가균형발전보다 수도권 과밀을 걱정하셨는데,이것은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현재 수도권은 과밀화 진행 단계를 지났습니다.서울의 인구는 줄고 있고,서울의 교통,환경,주거 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1970∼80년대에는 인구과밀을 걱정했으나,1990∼2000년대에는 인구의 과소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서울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실제로 구체적인 성과를 착실히 이뤄가고 있습니다.서울에 세계의 첨단기업이 모여들고 있는 것은 그 증거입니다. ●공장의 위치보다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합니다. 정부는 지금 수도권규제완화를 거론하고 있습니다.그렇습니다.일부 규제는 필요하겠지만,수도권의 경쟁력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할 것입니다.그간 서울시는 수차례에 걸쳐 지나친 수도권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했으나,반영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세계화 시대입니다.세계 각국이 자본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면,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외국으로 나갑니다. 공장의 위치가 수도권에 있느냐,지방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고,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흥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별개의 사안입니다.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제로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대통령께서는 “행정수도이전 정책과 수도권규제 개선은 수도권과 지방의 정치적 빅딜로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는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를 “맞교환하자.”는 주장인데,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수도이전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대사로서,수도권규제 완화와는 그 성격과 비중이 다릅니다. 수도이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도권의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은,마치 ‘정치적 흥정’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수도이전을 해도,지금의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이라면 그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옳을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수도이전을 하지 않더라도,수도권 규제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이를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서울시가 수도권규제 완화와 수도권발전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중앙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수도분할에 대한 수도권주민의 분노가 들끓자,이를 달래려는 ‘사탕발림’ 식으로 수도권발전을 거론하고 있습니다.국가경영에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시류에 따라,정치 분위기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됩니다.중앙정부가 진정으로 수도권발전을 원한다면,서울시가 꾸준히 건의해 온 방안을 검토하기를 바랍니다. ●서울은 지방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서울의 경쟁력은 필수입니다.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대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주변 강대국의 주요 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동경,북경,상해,싱가포르 등 경쟁도시들과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하고,이겨야 합니다.그래야 대한민국의 국력이 커질 것입니다.그런데 멀쩡한 수도를 두 동강낸다면,서울과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일본 도쿄도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적이 있습니다.오랜 세월 검토하다가,지난 2003년에 수도이전 논의를 중단했습니다.오히려 도쿄의 도시경쟁력을 키워주고 있습니다.2002년 7월 “수도권·기성시가지의 공업 및 제한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여 동경의 경쟁력이 곧 일본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럽의 국가들도 20세기에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분산정책을 취했습니다.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대도시의 경쟁력을 육성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런던,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베를린,그리고 브뤼셀 등 유럽 각국의 수도들은 유럽연합(EU)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력한 집중전략을 다시 펴고 있습니다. ‘수도이전이 국가균형발전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서울은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지방도시와 경쟁하지 않습니다.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놓고,도쿄,상하이,베이징,홍콩,싱가포르 등 대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아시아 주요 도시와의 경쟁에서 서울이 이겨야 중앙정부가 표방하는 ‘동북아중심국가’도 성공할 것입니다. ●서울과 지방은 상호보완 속에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은 획일적인 형평성을 지향하는 ‘하향평준화’가 아닙니다.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향일류화’가 되어야 합니다.그러자면,수도권과 지방이 상호보완을 이루어,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는 서울과 지방을 분열시키지 않아야 합니다.서울과 지방은 서로 돕는 보완관계에 있습니다.예를 들어,전라남도의 관광단지가 발전하면 서울의 시민들이 가서 보고,지방의 무공해 농산물은 수도권시민이 이를 소비합니다. 수도를 약화시켜 다른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은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수도를 여러 개 만들어서는 안 되며,서울·대구·광주는 각자 특색 있게 발전시켜 상호보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수도이전에 쓸 재정이 있다면 통일비용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수도이전은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과 통일한국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구상되어야 합니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경제난이 겹쳐 체제가 내구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이러한 정세를 감안할 때,통일이 언제 실현될 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그러나,정부가 수도를 분할하여,새로운 행정도시를 완성하는 시기 이전에 통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도를 온전히 지키는 일은 “통일 다음으로 중요한 이 시대의 애국과제”라고 생각합니다.그 이유는 수도가 국정수행의 중심이자,국가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그리고 후손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수도를 두 동강내서는 안 됩니다. 국가경영에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수도분할은 시급하지 않습니다.지금은 수도분할이 아니라,민족통일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됩니다.남·북한이 통일 후 공동 번영을 이루려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것인데,이렇게 한가하게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수도분할에 사용할 재정이 있다면,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재원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100만 명에 이르는 젊은 실업자가 있습니다.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입니다.수도이전에 쓸 돈이 있다면,차라리 그 비용으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현명합니다. ●국익을 위해 결심을 바꾸는 것은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입니다. 국가지도자는 결심을 하고 집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때로는 결정을 취소하고 결심을 바꾸는 용기도 필요합니다.개인적인 차원의 명분보다 국가의 명운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께서 지도자로 높이 평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말에 추진했던 ‘행정수도이전계획’은 수도의 영구이전이 아닌 임시 행정수도로의 이전계획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언급하여 한미관계가 어려워지고 안보불안이 커진 상황에서,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기 위한 국가안보상의 필요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는 그 때와 모든 국내외 상황과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동서냉전 시대가 가고 남·북 긴장이 완화되었으며,이제 세계는 경제적으로 국경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북한의 기습공격을 대비해야 했던 30년 전에는 수도이전이 논의될 만 했을지라도,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세계와의 경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6년에 ‘제6회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가,경제여력이 없다는 이유로,그리고 소요 재원을 국가적으로 더 시급했던 산업발전에 쓰기 위해 이를 반납했던 적이 있습니다. 행정중심도시는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일입니다.저는 젊어서부터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부터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해 왔습니다.그러나,세계 어느 곳에서도 수도를 분할한 사례를 본적이 없고,브라질·호주·말레이지아 등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나라의 경우에도 수도이전에 성공한 사례를 본적이 없습니다.결국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분할도 국력낭비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사정이 이런데도 꼭 해야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가지도자는 단순히 정책을 수립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닙니다.때로는 국익을 위해 기존의 정책을 바꾸거나 포기하는 지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혜안과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의 결단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대통령께서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수도분할을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만약 생각을 바꾸신다면,우리국민들은 은퇴 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것이라 믿습니다. 2005년 3월 24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 [열린세상] 인도로 가자/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먼 옛날 우리에게 천축으로 알려졌던 인도. 신라의 혜초 스님이 걸어서 그 머나먼 인도 길을 다녀온 지 1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인도는 먼 나라로 남아 있다. 우리 민족 가운데 최초의 세계인으로 일컬어지는 혜초의 발걸음이 무색하게 비행기로 8시간 거리의 인도는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 평소 우리의 눈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동아시아 네 마리 작은 용으로 일컬어진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부러움과 시새움을 받았다면,1990∼2000년대에는 브릭스(BRICs)가 부상하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국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가난했는데, 이제 이들 4나라가 용틀임을 하고 있다는 데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5년도에 들어 인도가 더욱 우리에게 어필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이유일 것이다. 인도 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점유율은 2003년 2.2%로 13위였다가 2004년 상반기에는 3.3%에 8위로 올라서면서 경제 파트너로서 인도의 유용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90년대 이후 연평균 5∼6%의 경제성장을 꾸준히 이루어 나가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추세라면 205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5배로 늘어나면서 전체 국민소득은 일본을 능가하게 될 것으로까지 전망되고 있다. 중국에 이은 인도의 초고속 경제성장은 두 나라 인구를 합쳐서 25억이 넘기에 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보고 친디아(Chindia)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인도는 영어 구사능력이 좋은 국민과 IT 부문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일찍이 의회민주주의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스트 제도의 사회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경제적 번영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지만,21세기의 전환기에서 인도는 경제 개혁개방의 기치를 높이고 있다. 경제적 개혁개방은 필히 사회적 유동성과 정치적 다원성을 더욱 확대시키면서 인도에 총성 없는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열대 지방 특유의 기후로 인해 인도에서의 개인적 일상생활은 퍽 안온할 수 있다. 다만 자급자족이 쉬울수록 긴장과 경쟁이 적어서 사회 전체로서의 활력은 그만큼 떨어진다는 데에 발전경제학의 역설이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한편으로는 12억 인도인이 다 먹고 사는 것만 해결해도 대단해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격심한 빈부차이와 사회계층간의 격절로 인해 무언가 신선한 돌파구가 없는 한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없으리라는 생각도 든다.1인당 GNP가 아직도 10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어 인구의 60%는 여전히 가난하다. 대다수 인구가 역동적으로 경제건설에 참여했던 한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인도에서는 높은 교육수준의 상위 5∼10%만이 초국적기업의 자본가들과 손잡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으로 끝나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는 한반도와 동북아간의 긴밀한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어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를 내걸고 있다. 여기서 동북아가 한·중·일의 지리에 한정되지 않는 동북아를 경유하는 세계 지향으로 본다면, 한반도와 인도간의 긴밀성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특히 IT를 중심으로 한 R&D, 물류, 금융 등으로 우리의 경제영역이 세계로 확장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인도의 잠재력과 시장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경제적 프런티어이다. 아직도 먼 나라로 남아 있는 인도로의 길을 닦아가는 데 기업만이 아니라 대학과 시민단체도 혜초와 같은 사명감으로 지렛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뒷골목 맛세상] 화성의 봄나들이

    [뒷골목 맛세상] 화성의 봄나들이

    봄에 느끼는 꽃이며 생명에 대한 신비는 결코 젊은이들의 소유가 아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무심한 꽃다지 한 송이에도 지나온 70,80년의 시간이 통째로 들어있는 것을 느끼며, 그 생명의 신비가 너무 깊어서 차마 만지지도 못하는 저 노인의 떨리는 손길을 보아라. 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이는 이미 꽃다운 나이를 지나 몸과 마음 모두가 더이상 꽃일 수 없는 저 노인일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이야 제 자신이 꽃다운 나이이므로 어디 꽃의 신비며 그 깊이에 눈 돌릴 까닭이 있으랴. 고작해야 단 한번의 일별로 건듯 부는 바람처럼 지나치든가 아니면 살풀이하듯이 함부로 꺾고 짓뭉개려 들 터이다. 만일 그대에게 지난 겨울을 안녕히 넘기고 뜰에 있는 매화 옛 등걸처럼 또다시 봄을 맞이하는 어른이 있다면, 어떤가, 하루쯤 좋은 날을 받아 함께 봄맞이 길을 떠나보는 것이. 그리하여 햇살 바른 언덕에 자리를 펴고 앉아 준비해온 다기(茶器)에 물을 끓여 어린 쑥잎이며 냉이의 선연한 향기를 음미해보는 것이. 나이든 어른과 함께 하는 얼마간 고풍스러운 봄맞이에서 아직 젊은 그대는 지금껏 전혀 몰랐던 꽃이며 생명의 신비에 번쩍,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해의 봄맞이 여행으로 나무랄 데 없어 경기도 화성은 서남쪽에서 반달 모양으로 수원을 감싸 안은 채, 비산비야로 처녀의 젖가슴처럼 부드러운 구릉을 잇따르며 서해안을 향해 사뿐한 발걸음을 옮긴다. 이를테면 화성의 어디에 자리를 잡고 앉아도 거칠거나 위압적인 산야는 눈에 뜨이지 않아, 나이든 이를 위한 하루해의 봄맞이 여행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는 경관이다. 태안 일대의 목장지대며 보통 저수지와 봉담 저수지를 위시해서 군데군데 빼어난 저수지들이 에메랄드처럼 박혀있는가 하면 남양이며 송산을 거치면 마침내 서해안에 이르러 제부도의 바닷길이 소위 모세의 기적으로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 경관뿐이랴. 남양반도며 조암반도를 위시한 화성 일대의 차진 갯벌에서는 예부터 꽃게며 낙지, 굴을 위시한 해산물이 풍성해서, 하다 못해 걸신 걸린 듯 먹어대는 이를 일러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 한다.’는 속담이 나올 정도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발안IC로 빠지거나 수원이나 오산에서 국도를 따라 발안으로 오다 보면 발안 네거리가 나오고 바로 이어 왼쪽으로 양감면으로 가는 43번 국도가 기다린다. 이 길을 따라 10분쯤 달리면 양감면사무소 못 미쳐 오른편에 뽕나무골(031-353-6220)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음식점이 있다. 일찍이 서울 농대 잠사학과를 나와 누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고, 농촌진흥청 잠사곤충연구소 소장을 거쳐 대한잠사회 회장을 역임한 임수호씨가 애오라지 누에로 한길만을 걸어온 끝에 일구어 놓은 필생의 꿈과 노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뽕나무골은 임수호씨가 30년 가까이 무려 2만여평에 걸쳐 일구어 놓은 실크타운이라는, 누에농장·누에박물관·감실 및 누에사육장·곤충생태관찰관·자연허브온실·뽕나무밭·오디밭·회화나무 삼림욕장·단풍나무터널·장미터널 산책로·실크로드 산책로·누에 산책로·잔디광장 등 다양한 시설 속에 부속된 식당이다. 기실 뽕나무골이라는 식당이 우선이 아니라 누에에 미쳐서 일생을 바친 한 사람의 누에에 대한 꿈이 우선 돋보이는 곳이다. ●누에박사가 일구어 놓은 필생의 꿈 실크타운 누에로 만드는 명주 옷감이 중국산 싸구려에 밀려 사양길을 걸으면서, 우리 누에산업은 뽕잎이며 누에를 중심으로 한 기능성 식품으로 방향을 바꾼 듯하다. 누에박물관에는 누에며 뽕나무를 원료로 하여 생산한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뽕잎차·뽕잎비누·실크파우더·동충하초·오디술·뽕나무뿌리와 동충하초를 원료로 한 고급술 불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이 모든 제품에 대한잠사회 회장을 지낸 임수호씨의 손때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다.60대의 그이는 불행히도 몇해 전에 갑자기 몸이 불편해지면서 잠사회의 일을 놓아두고 이곳 실크타운에서 요양중이다. 중국에서 진시황 때부터 불로초로 알려졌던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벌레로 있다가 여름에는 버섯이 된다는 뜻으로, 원래는 티베트지방에서만 자생적으로 나오는 신비한 약용버섯이었다. 이 동충하초를 우리의 경우 누에를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생산해낸 것이다. 버섯의 종균을 누에에 뿌려놓으면 몸속에 잠복하여 누에의 단백질을 영양원으로 발육하면서 겨울을 지내다가 이윽고 여름이 되어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마침내 누에에 자실체를 만들면서 버섯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실크타운에서 뽕나무골을 직접 운영하는 이는 임수호씨의 부인되는 김성숙씨인데, 역시 뽕나무골이라는 이름답게 뽕나무며 누에와 연관된 요리가 적지 않다.1인당 1만 5000원인 뽕나무골 한정식에는 뽕잎전·뽕잎장아찌·뽕잎나물·누에고치의 가루를 원료로 한 실크파우더로 숙성시킨 돼지갈비찜에서부터 돼지보쌈·조기구이·게장·가오리찜·된장찌개·고추전·물김치·시래기무침·느타리버섯무침·참나물·숙주나물·해파리무침·조개젓 등 한 상 가득히 나온다. 그러나 뽕나무골의 비장의 메뉴는 동충하초오리백숙이다. 먼저 동충하초와 뽕나무뿌리를 오래 삶아서 육수를 낸 다음에 오리를 통째로 넣어 인삼·황기·대추·밤·엄나무·당귀 등의 한약재와 함께 푹 고아낸다. 만일 그대 내외가 어른 내외를 모시고 넷이서 봄맞이에 나선 길이라면 뽕나무골에서 한정식 2인분과 함께 동충하초오리백숙을 시킬 것을 권한다. 아이들이 한두 명쯤 딸렸어도 무방하다. 안녕하게 겨울을 넘기고 봄을 맞이한 어른들에게 보약 한 첩 지어준다고 여기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일 터이다. 오래 고아서 부드럽게 입안에 넘어가는 오리고기의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동충하초에서부터 각종 한약재까지 어우러진 진한 국물로 쑤어낸 죽으로 입맛을 마무리 하고 나면, 세상살이의 무엇이 더 이상 부러우랴. 그대가 그렇듯 여유로운 눈길이 되어 뽕잎차 한 잔을 들고 문득 실크타운의 아름다운 경관을 돌아보면, 봄은 한 발 더 성큼 그대에게 다가와 있으리라. ●비장의 동충하초 오리백숙 보신용으로 제격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를 빠져나와 306번 도로를 타고 송산면으로 오다 보면 사강리에 사강횟집거리가 있다. 그리고 사강횟집거리의 택시터미널 뒷골목에 마산횟집(031-357-5001)이라는 탁자가 6개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이 숨어 있다. 마산횟집이라는 간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인아주머니 되는 이난용씨가 17년 전에 처음으로 이곳에 마산횟집을 열었을 때 달았던 간판이 바로 마산횟집인데, 지금은 횟집을 하지 않으면서도 아예 간판을 바꿔달 생각이 없이 여전히 옛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이다. 마산횟집이야말로 소문을 모르는 이라면 전혀 찾을 수가 없는 집이다. 그런데 바로 그렇듯 숨어 있는 마산횟집을 찾아 멀리 서울이나 수원에서 허위허위 달려오는 이들이 있다. 일찍이 시인이면서 교육자로 수원이며 화성이며 오산 일대에서 오래 교육장을 지낸 김윤배씨도 애써 허위허위 먼 길을 찾아오는 이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마산횟집의 메뉴는 놀랍게도 딱 한 가지다. 낙지연포탕. 남양만의 차진 갯벌에서 나는 커다란 산낙지만을 재료로 쓰는 낙지연포탕은 1인분에 2만 5000원이다. 뒷골목에 숨어 있는 위치며 허름한 실내며 17년간이나 바꿔달지 않은 간판 같은 것으로 보면, 낙지 두 마리의 연포탕 가격은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낙지연포탕이야말로 조리하기에 가장 쉬운 요리가 아닌가. 실제로 마산횟집의 조리법도 다른 집에 비해 무슨 특이한 비법 따위는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맹물에 무를 삶다가 낙지를 산 채로 집어넣고 마늘과 소금을 넣어 끓인 다음에 대파와 후추를 넣어서 마무리하는 식이다. 사는 일이며 음식 만들어 돈버는 일에 별로 크게 마음 두지 않는 듯한 주인아주머니의 무심한 어투에도 무슨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한번 맛들이면 먼길 마다않고 찾는 마산횟집 “비법은 무슨 비법, 그냥 낙지가 생물이다 보니까 맛이 있는 게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번 마산횟집의 연포탕 맛을 들이면 그 맛에 연연해하여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마산횟집의 비법이라면 어쩌면 바로 주인아주머니의 무심한 마음씨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인아주머니의 그런 무심함이 연포탕에 배어서 얼핏 다른 집에 비해 싱거운 것 같으면서도 차츰 맑고 시원한 맛이 가슴 저 밑바닥까지 깊게 스며드는 것인지도. 이런 맑고 시원한 맛이라면, 육류를 싫어하는 어른들께는 다시없는 요리일 터이다. 더군다나 원래 낙지 자체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데다가 타우닌 성분이 들어 있어 성인병에는 물론이거니와 나이든 어른들의 봄 입맛을 찾는 데는 적격이 아니랴. 마산횟집에서는 연포탕을 시키면 비싼 꽃게 간장게장이 무료로 무한정 나오는데,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이라면 연포탕보다는 싱검싱검한 간장게장만으로 실컷 배불릴 수 있다. 여기에 밑반찬으로 톳나물, 달래, 미나리, 표고버섯무침, 파장아찌, 멸치볶음, 김치가 손 큰 주인아주머니의 품성대로 풍성하게 나온다. ■창해상전 추억의 선창포구 발안에서 82번 도로를 타고 조암으로 빠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월문리 삼거리에서 332번 도로와 나누어진다. 이 332번 도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선창포구다.1970년대 말 내가 어머니와 함께 월문리에서 살 때는 수원에서 발안을 거쳐 월문리며 선창포구로 가는 길은 아직 비포장도로였다. 하루에 서너 번 마을 앞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며 15분 가까이 가다 보면 마침내 선창포구였는데, 아아,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제방을 경계로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있는 황량한 갯벌이라니! 제방 위에 아무렇게나 지은 낮은 지붕의 움막 서너 채와 함께 선창포구의 풍경은 흡사 세상의 끝에라도 온 듯 분위기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직 서른 살의 젊은 나이가 너무 무겁게만 여겨지던 나는 끝 간 데 없는 갯벌이며 낮은 지붕의 움막들이 마치 내면의 풍경인 양 전혀 낯설지 않아서 곧잘 선창포구를 찾았다. 그리고 어부들을 상대로 하는 움막 한 곳의 구멍가게에서 네 홉들이 소주와 새우깡을 사들고 제방 위에 앉아 자신의 내면에 있는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며 병나발을 불었다. 그렇게 낮술에 취해 기절이라도 하듯이 혼곤히 잠속으로 빠져들고는 했는데,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잠이 깰 때도 없지 않았다.‘어어, 안 죽고 살았네!’ 그이들은 나의 혼곤한 낮잠을 자살을 하려고 음독이라도 한 것으로 여긴 것이었다. 얼마 후 영화감독 이장호씨며 배창호씨와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이장호씨도 첫마디로 꺼내었다.‘자살하기에는 더 없는 곳이네!’ 1980년대가 되어 수원에서 발안은 물론 선창포구까지 포장도로가 나자, 어느날 문득 선창포구는 횟집이며 생선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인근에서는 유명한 횟집거리가 되었다. 선창횟집·주곡리횟집·소문난 횟집·이어도횟집·판장횟집·진명횟집·서해바다횟집·군산횟집…. 나는 횟집에 앉아 술을 마시면서도 어쩐지 누군가에게 내 젊은 날의 소중한 장소를 빼앗겨버린 것 같은 상실감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 접어든 어느해에 다시 선창포구를 찾았더니 제방 너머로 끝 간 데 없이 펼쳐졌던 갯벌은 물론 바다마저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와 함께 횟집거리로서의 선창포구도 화려한 번성의 한때를 지나 경기가 시들해지면서 빈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횟집의 유리창 너머로 아프게 눈을 찔러오는 것은 갯벌 대신 생겨난 간척지의 생뚱한 풍경이었다.
  • 상습 정체 방학사거리 교통난 해소된다

    상습 정체 방학사거리 교통난 해소된다

    서울 도봉구 창4동에 새로 지하차도가 지어진다. 오는 2006년말 완공되면 방학동 방학 사거리와 방학 지하차도의 만성적인 교통 체증이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창4동에 올 상반기 착공, 내년 말 완공 신설되는 지하차도는 창4동 181∼224 사이. 폭 20∼25m, 연장 352m의 왕복 2차선으로 건설된다. 경원선 철도를 횡단해 도봉로와 마들길에서 뻗어나온 왕복 4차선 도로를 잇게 된다. 올해 상반기에 착공,200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비 158억원은 전액 시비에서 충당된다. 2000년대 들어 방학 사거리와 방학 지하차도 일대는 최악의 차량 정체 현상을 빚어왔다. 신도·동아·쌍용아파트 등 인근 대단위 아파트가 최근 3∼4년 사이에 신축됐기 때문. 6월 이후 입주할 창동 현대I파크를 포함, 부근에만 모두 2만여가구가 들어서는 바람에 교통량이 급증했다. 또 창동역 농협하나로클럽과 신세계 이마트 등 인근에 5개의 대형 유통점이 들어서고, 지하철 1호선 방학역 맞은 편에 도봉구 신청사가 입주한 것도 교통난을 부추기는데 한몫을 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주도로인 방학로뿐 아니라, 도봉로와 마들길은 출퇴근시간 이외에도 상습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려 왔다. 지하차도 신설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높은 것은 물론이었다. ●평균 시속 17.5㎞서 22.5㎞로 빨라질듯 지하차도가 완공되면 서울 북동부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현재 방학사거리에서 기존 방학지하차도까지 700여m 구간의 차량 통과량은 무려 시간당 1800여대. 평균 속도도 시속 17.5㎞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하차도가 완공되는 2007년 이후에는 사정이 훨씬 나아진다. 상당량의 차량이 신설 지하차도를 이용하면서 방학사거리에서 방학지하차도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이 시간당 1300여대로 30% 가량 줄어든다. 속도도 시속 22.5㎞로 훨씬 빨라진다. 도봉구 관계자는 “지하차도가 신설되면 지역 주민들이 도심과 의정부를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신설 지하차도와 함께 우이∼신설동 경전철 노선이 방학동까지 연장되면 도봉구의 교통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 고금석기자 douzirl@seoul.co.kr
  • 학원없는 시골 고교 대입 성공기

    학원없는 시골 고교 대입 성공기

    학교 수업과 EBS 수능 강의만으로 학생 여럿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시골의 작은 고등학교가 있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송산고등학교(교장 이도상)가 그 주인공이다. 전교생이 210명인 이 학교는 54명이 수능시험에 응시한 200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모두 27명을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를 포함한 4년제 대학에 진학시켰다. 송산고는 고액 과외와 입시 학원 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진정한 학교 교육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한때 폐교 위기까지 갔었던 송산고의 눈물겨운 대입 성공기를 취재했다. 수원역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을 달려 사강에 내리면 시골마을의 친숙한 재래시장이 보인다. 시장길을 따라 10분을 걸어가면 마을 한 가운데 송산고가 있다. 마도·서신·송산 3개면의 유일한 고교다. 지난 4일 찾은 학교는 새학년을 맞아 신입생들로 더욱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송산고는 1961년 개교해 1968년 송산종합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1990대 초반까지 지역의 명문고로 인정받아 왔다. 모두 21학급에 학생수가 1150여명에 이르던 이 학교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2000년대 들어서서는 학생수가 눈에 띄게 감소해 급기야 지난해는 전교생이 210명까지 줄었다. 농·어촌 학교에 대한 꾸준한 지원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지만 막상 학교를 다닐 학생이 없었다. ●동문 중심 학교 살리기 전주민 합심 지역 주민의 70%는 쌀농사와 포도재배를 병행한다. 따라서 집집마다 일정한 수입이 있었고 시화 지역 보상이 이루어지면서 1990년대말부터 지역 경제가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됐다. ‘내 자식만은 더 나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학부모의 바람은 농·어촌 지역도 마찬가지. 학부모들의 최대 염원은 자식들이 고교 교육만은 수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강에서 수원을 잇는 도로의 확장은 지역 중학생들의 수원행을 더욱 부채질했다. 하지만 자식을 수원의 고등학교에 보내 3년동안 하숙비와 사교육비 등 4000만∼5000만원을 쏟아부어도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웠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 학교의 역사가 쌓이면서 마을의 지도층에는 송산고 출신이 많았다. 동문을 중심으로 하나뿐인 지역 명문고를 살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학교 역시 주민들의 바람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송산종합고는 지난해 일반인문계 고교 송산고로 다시 출범했고, 첫해 대학 입시부터 뜻밖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연구부장 박영관(45)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데 무슨 비법이 있겠느냐.”면서 “교사·학생·학부모가 서로 믿고 충실히 공부한 것이 서울지역 고교에서도 부러워할 만한 좋은 성과를 거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는 학부모가 아닌 학생이 하는 것이며 학부모의 뒷바라지는 욕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며, 교사는 성적을 위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위해 가르쳐야 한다는 소박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송산고는 종합고 시절부터 인문계반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수능 시험을 준비시켰다. 최우인(47)교사는 “1학년은 기초실력을 다지고,2학년은 학습능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며,3학년은 수능 시험에 적응하도록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는 대입 학원이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송산고에 입학하는 동시에 모든 학습 정보는 학교로 창구가 단일화되기 마련이다. 학습지 역시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교사 16명이 과목별로 인터넷으로 취합한 자료를 학생들의 실력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 부교재가 된다. 인문계반 54명이 지난 한해 동안 학습한 부교재만 1.5t 트럭 분량이었다. ●학년별 체계적 준비·분기별 학습계획 설명 도시 학생들보다 취약한 수리영역은 EBS 방송을 적극 활용했다.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부터 8∼10명씩 수준별로 팀을 이뤄 교실에서 2∼3시간씩 EBS를 시청했다. 이해가 어려운 대목은 여러차례 반복해서 EBS 교재를 풀었다. 방송 수업이 끝나면 전교생이 밤 11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한다. 과외받는 학생도 없고 사설 독서실도 없기 때문에 강요가 필요없다. 자율학습이 끝나면 학부모들이 야참을 해오거나 집이 같은 방향인 학생들을 함께 차에 태워 돌아간다. 송산고의 성공에는 교사와 학부모의 돈독한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동문들의 바람은 학교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교사와 학부모가 마을 이웃이고 송산중·고교 선·후배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편한 마음으로 학교를 찾는다. 교사들도 이웃집 방문하듯 학생들 집에 찾아가 학생의 진로를 상담한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타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심한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과 달리 송산고 학생들은 교사·학부모의 유대관계 속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스스로 학습의욕을 북돋울 수 있었다. 대입 지원 전략도 단일화했다. 고3 담임 교사들은 학생의 적성과 진로를 생각해 진학할 학과를 먼저 결정한 뒤 대학을 선택했다. 추가 합격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두 곳은 상향지원, 한 곳은 하향지원토록 했다. 수시 지원은 포기하고 정원외 3%를 선발하는 농어촌특별 전형만 공략했다. ●10년째 줄던 신입생 2배 가까이 늘어 그 결과 고3 학생 92명 가운데 수능 시험에 응시한 인문계반 54명의 85%에 이르는 46명이 4년제 및 2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서울대 2명, 연세대 1명, 이화여대 1명, 중앙대 2명, 한국외대 1명 등 14명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농사를 짓는 학부모 김주우(47)씨는 “분기별 학부모회에서 계획을 설명해주어 학부모들은 전적으로 교사를 신뢰할 수 있었다.”면서 “학교가 발전해야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산고의 ‘성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10년째 줄어들기만 했던 신입생 수가 올해 처음으로 늘었다. 올해 입학생은 87명으로 45명이 들어온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도상 교장은 “올해 대학입시부터는 수시지원도 공략할 것”이라면서 “기숙사도 신축해 송산고를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명문고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화성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송산고 졸업생들의 공부 비법 송산고는 2005학년도에 서울대에 2명을 진학시켰다. 개교 이래 서울대 진학은 그동안 단 1명뿐, 그것도 30년 전의 일이었다. 따라서 김상연(18·농생명과학대)군과 정태구(19·생활과학대)군의 합격 소식은 송산고 후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전교생이 110명뿐인 송산중학교 재학시절 전교 30∼40등의 성적이었던 김군에게 4년제 대학 진학은 불가능한 꿈처럼만 보였다. 김군은 그러나 당시 송산종합고에 입학한 뒤 치른 첫번째 모의고사에서 중학교 때보다 다소 성적이 오르자 자신감을 얻었다. ●냉정한 자기실력 진단… 포기않고 차근차근 김군은 입학한 날부터 수능시험을 보기 전날까지 매일 밤 11시까지 공부했다.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듣고 방과후 특강 형태로 진행되는 그룹별 수업에 참여했다. 그룹별 수업에는 과목별 교사들이 1∼2시간 정도 심화학습을 진행했다.EBS교육 방송도 거르지 않았다.1학년 때는 기본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자율학습 시간에 다음날 진도나갈 부교재를 미리 풀어보고 그날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방법으로 실력을 다졌다. 언어영역은 시·소설·수필 등 작가 중심으로 작품을 읽고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인터넷으로 신문 칼럼을 꾸준히 읽어 논술과 심층면접에 대비했다. 외국어 영역은 독해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단어를 무작정 외우기보다 문장을 읽으면서 문장 속에서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유추했다. 2학년 때는 스스로의 실력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데 신경을 썼다. 언어·외국어 영역에 비해 수리영역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EBS 수리영역 강좌에 매달렸다. 학교에서 1∼2시간, 주말에 4∼5시간은 꼭 EBS강좌를 시청했다. 무료 인터넷 수학 강좌도 이용했다.3학년때 본격적인 수능준비를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김군은 지난해 수능 100일을 남겨두고 모의고사 성적이 계속 떨어지자 불안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그동안 진행해온 공부 패턴을 유지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숙제 잘하고 선생님 지도 잘 따라 중앙대 경영학부에 들어간 김지혜(19)양은 송산중 시절부터 전교에서 10∼20등의 성적을 유지했다. 고교 1학년 때는 특별한 공부 방법 없이 선생님이 지도하는 대로 따라갔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고 숙제 잘 하고, 부교재 풀어보는 것이 전부였다.2학년때부터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자 다소 방심하는 바람에 2학년말부터 다시 성적이 떨어졌다. 김양은 “담임 선생님이 자주 집에 들러 상담해주신 덕분에 쉽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말썽꾸러기 다독여준 선생님 덕분 청주대 인문학부에 들어간 한승택(19)군은 2학년때까지도 대학 진학의 꿈을 접었던 학생이었다. 자율학습에 참석하지 않았고 주말에는 마을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토바이를 구입해 친구들과 놀러다니기도 했다. 한군은 “말썽꾸러기를 한번도 혼내지 않고 다독여주신 담임선생님 때문에 2학년말부터 마음을 잡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군은 수리 영역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좋겠다는 담임 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근현대사·국사·한국지리 3과목에 목숨을 건다는 마음으로 사회탐구영역을 공부했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따로 준비하지 않고 학교 수업을 따라 갔다. 한군은 “공부하면서 역사에 흥미가 있고 소질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앞으로 한국사·세계사 과목을 중점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화성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정신질환자 사회안전망 없다] 자살자 80% 우울증…3대 사망원인으로

    [정신질환자 사회안전망 없다] 자살자 80% 우울증…3대 사망원인으로

    정신질환 의심환자 및 정신질환자의 자살이나 범죄가 날로 크게 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약물중독, 치매,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은 본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하는 고질병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만 932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살자의 80%가 우울증 단계를 거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나 허술하기만 하다. 이들을 위한 안전망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 피해사례· 실태 얼마전 톱스타 이은주씨가 우울증으로 자살, 큰 충격을 던졌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 모두가 정상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들 흉기찔러… 처가 ‘강제수용’ 의심 지물포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45·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사장님에 남 부러울 것 하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 강모(40·주부)씨의 우울증으로 시작된 정신질환 때문에 재산을 날리고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해야 될 형편에 놓였다. 강씨의 병명은 주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강박증. 병원과 한의원 등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 짓는다.6개월 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때리는 등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여 요양시설에 보내기까지 했다. 최씨는 “아내가 질환을 앓고 있는 것보다 참기 힘든 것은 처가쪽의 불신”이라며 울먹였다. 부인이 병을 앓게 된 것이 모두 최씨 탓이라며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시설에 보낸 것을 두고도 ‘살기 싫으니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한다.’며 강제 퇴소시켰다.”고 했다. 요즘엔 병원치료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자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집안에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해 놓았다. ●“애인 변심에… 죽게 놔둘것을” 경기도 광명시의 정모(53·미용실)씨. 아들만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2년 전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까지 했다. 집안 잔치까지 벌였다. 여자 친구도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아들은 자살 소동으로 집안을 뒤집어 놓았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들은 수면제 복용으로 목숨을 끊으려다 가까스로 살아났다. 정씨는 “벌 받을 소리지만 차라리 죽게 내버려 둘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지었다. ●한국 자살률 OECD 국가중 4위에 우울증을 비롯한 알코올 중독, 치매, 스트레스성 질환 등은 의학적으로 모두 정신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신질환은 고질병으로 재발률이 높아 완치를 기대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정신질환에 의한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사망과 질병에 의한 장애를 동시에 감안하면 1990년대에는 폐렴·장티푸스 등 법정 전염병이 주요 사망원인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허혈성 심장질환, 우울증, 교통사고가 3대 주요 사망원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정신질환이 차지하는 질병부담률이 1990년대에는 10%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에는 50%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명에 영향을 주는 10대 장애 질병 가운데도 우울증, 알코올 중독, 조울증 등이 포함돼 있다. 국내 정신질환 역학조사에서도 우울증이 있을 경우 한 달에 최소 6일, 신체적 질병 4일, 불안장애 3일, 알코올 중독 2일씩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다고 조사되었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질환 문제는 앞으로 큰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직장에서의 조기퇴출, 경제난, 취업난 등으로 우울증이나 각종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우리나라 국민 정신건강의 악화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중 자살 사망률 4위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국내에선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최근 국민 중 35%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질환이 심각하다는 자료를 내놨다. 국가 차원의 자살방지를 위한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나 가족들의 고통에 비해 공적 부담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의 수준은 다른 보건복지 대상자에 비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신보건센터와 보건소를 통한 시설 역시 저소득층 정신 질환자나 무연고 환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밖에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전국 52개 시·군·구에만 시험적인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초부터 자살 등 위기상담을 위한 전국공통전화(1577-0119)를 개설했다. 이밖에 ‘자살예방을 위한 TV공익광고 방영, 정신보건센터 확충과 기능 강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선언적 단계에 그치고 있다. 금강대학 고수현 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자살 충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신보건 서비스 체계를 강화하는 등 사회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전문가 제언-‘정신질환 미친사람’ 통념깨야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 등 사회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정신과 치료에 대한 각종 편견을 없애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료를 통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기 발견·치료못해 ‘사고’ 부른다 정신과 치료는 ‘미친 사람’이 받는다는 사회적 통념이 우선 깨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도의 차이라는 주장이다. 얼마 전 숨진 이은주씨의 예에서 보듯 본인이 우울증을 정확히 알고 치료를 받았다면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씨처럼 외부의 곱지 않은 눈을 의식해 치료를 소홀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곧 불행한 사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사들은 정신장애를 크게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으로 구별한다. 이 중 전 국민의 1% 정도인 정신분열증도 문제지만 우울증이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대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분열증 환자보다 10∼20배가 더 많다.”면서 “이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울증의 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해서는 국가, 의료기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 각각의 단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 교수가 소개한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이나 영국보다 우울증 관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의사와 지역사회가 잘 연결돼 있어 어느 쪽에서도 쉽게 체크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는 아직 정신질환자에게는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고통은 사회안전망을 통해 걸러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수준에 와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2010년 全보건소에 정신보건센터 특히 높은 본인부담비율을 갖고 있는 건강보험체계는 노동능력을 상실하고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정신질환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 위원은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정신보건센터를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246개 보건소 중 절반 정도인 126개소에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0년까지 전국 모든 보건소에 정신보건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韓流 韓도 日도 아닌 잡종문화?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싱겁게도 ‘한류(韓流)’에 ‘한(韓)’은 없다. 그래서인지 호들갑스러운 외국의 반응에 우리 스스로가 당혹스럽다. 어쩌면 당혹스러워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는 이미 한류 뒤에 숨어 있는 무차별적인 자본의 욕망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한국문화의 자부심 운운하는 한류 ‘생산자’들의 합창과는 상관없이. 최근 몇 년간 아시아권을 휩쓸었다는 한류의 의미를 짚어 보는 학술대회가 열린다.24일 예정된 광주 ‘아시아문화심포지엄’의 ‘글로컬시대 아시아문화연구의 쟁점’이 그것. 여기서는 한류를 포함한 아시아의 문화교류에 대해 비판적 의견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아시아 국가간 친근감은 소수의 것” 아시아 영화 발전을 분석한 필리핀 국립대 롤랜드 톨렌티노 교수는 아예 “아시아영화 발전이 아시아에서 서구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50년대 필리핀 영화의 황금기,60년대 일본의 뉴웨이브,75년 필리핀의 뉴시네마,80년대 초 홍콩의 뉴시네마,90년대 후반 한국의 뉴시네마 그리고 2000년대 태국의 뉴시네마로 이어지는 아시아영화의 긴 흐름은 사실 미국의 일본 재건, 대공산 우방으로서 필리핀의 특권화, 홍콩·타이완의 금융중심지 부상,IMF위기 뒤 한국과 태국의 부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영화에서 관철되고 있는 할리우드 규범성이 그 증거다. 규범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다큐멘터리 영화집단’ 같은 독립집단이다. 일본 와세다대 이와부치 고이치 교수도 비슷하게 접근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끼리 느끼는 친근함은 공간적으로 가깝다는 것뿐 아니라 “유사한 부의 수준, 세계화된 소비문화와 생활양식을 공유한다는 동시대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류니 뭐니 해도 아시아에서 대중문화의 교류는 다국적 기업의 자본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절대적 군사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적 틀을 넘는 것 같지만 혜택은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제공된다.” ●일본에게 한류는 ‘세련된 향수’ 성공회대 백원담 교수는 한류를 비롯한 아시아 문화교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백 교수는 한류가 일본에서는 ‘세련된 향수’, 동남아 등 개도국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선험”이기에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주도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탈영토화로서는 긍정적이지만 “중화민족주의나 대동아공영권 같은 아시아블록화로 재영토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일 미디어 합작품으로 끝날 수도 한류가 아시아의 진정한 소통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서 22일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주최로 열린 ‘아시아 대중문화연구 국제 세미나’에서도 제기됐다. 성공회대 신현준 교수는 한국가요 ‘K-pop’을 분석하면서 일본의 문화연구자 모리 요시타카의 ‘일식 한류’ 개념을 빌려 왔다. 일본문화도, 한국문화도 아니고 한·일 공동문화도 아닌 성립과 기원부터 잡종적 문화가 한류다. 문제는 뿌리가 없기에 아시아의 소통을 겉돌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신 교수는 “일식 한류는 역사에 대한 기억을 소거하는 양국 국영 미디어의 합작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비록 “진부하고 지루한 미학적 품질이 수치스럽더라도” 아시아의 역사를 다시 기억토록 한다면 한류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10년 바다속 6000m를 내집처럼

    2010년 바다속 6000m를 내집처럼

    ‘해저 2만리’가 소설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현실 속으로 뛰쳐나오고 있다.1870년 출간된 이 책은 해양학자인 아로낙스 박사가 네모 함장의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태평양 등 해저 2만리를 누비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공상과학소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바다 속 탐사를 위한 무인잠수정, 심해자원 개발을 위한 로봇시스템 등을 제작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10년 대한민국이 일궈낼 ‘해저 2만리’를 미리 들여다본다. ●바다 속을 손금 보듯이 지구의 60%는 깊이 1500m 이상의 심해다.200m만 들어가도 햇빛이 들지 않아 깜깜하고, 수심이 10m 깊어질 때 압력도 1기압씩 높아져 5000m의 바다 속은 엄지손톱만한 넓이에 10여명의 사람이 올라선 것 같은 극한의 환경이다. 그러나 수심 60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국산 무인잠수정은 문제될 게 없다. 심해를 손금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는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 바다 위에 떠있는 모선과 연결된 수중진수장치, 수중진수장치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수중자율항해 무인잠수정’(AUV)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된 무인잠수정은 2007년 이후 3년째 바다 속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특히 무인잠수정이 보내온 자료 때문에 과학자들이 부쩍 바빠졌다. 우선 심해 생명체에 대한 신비를 밝힌 생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신물질 개발은 물론 의학과 생화학·생명공학 등의 분야에서도 연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 지질학자들은 해저 지하자원을 탐사하는 한편 해저 지형지도를 작성하고, 지진발생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에 몰입해 있다. ●광부가 필요없는 광물개발 태평양 하와이섬 동남쪽 2000㎞에 위치한 ‘클라리온·클리퍼톤 광구’의 퇴적면에 쌓여 있는 망간단괴를 채취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망간단괴는 망간·니켈·구리·코발트·티타늄 등 항공·우주산업과 전기·전자산업에서 두루 활용되는 40여종의 희소광물을 포함하고 있다. 매장량만 5억 1000만t(200조원 규모)에 달해 우리나라가 연간 300만t씩 채취해도 100년간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들 광물자원을 대부분 수입(연간 3조원 규모)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가게 됐다. 육상 광물자원이 바닥난 과거 ‘자원부국’들도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망간단괴를 채취하는 데는 사람이 필요없다. 궤도차량과 유사한 무인 집광로봇이 수심 5000m 이상의 해저면을 돌아다니면서 바닥에 깔려 있는 망간단괴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이어 망간단괴는 관을 통해 ‘버퍼’라고 불리는 중간집결지에 모인 뒤 물 위에 대기하고 있던 해상 채취선으로 보내진다. 망간단괴는 비중이 물에 비해 2배가량 크지만, 최첨단 펌프방식을 이용해 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심해저 탐사 및 개발 능력을 인정받아 망간각과 해저열수광상 등 다른 광물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도 얻게 됐다는 ‘낭보’가 전해지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기업가 정신 갈수록 빛바랜다

    기업가 정신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성장동력을 지속화하기 위해선 기업가 정신을 복원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발표한 ‘한국 기업가 정신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가 정신지표는 1977년 72.3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에는 정점 대비 10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기업가 정신지표는 1970년대 평균 32로 가장 높았고 80년대 22,90년대 9로 위축되다가 2000∼2003년에는 6에 그치는 등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기업가 정신지표는 기업가 정신의 호조와 둔화를 나타내는 대리 지표이며, 사업체(5명 이상 제조업·광업)수 증가율, 설비 투자액 증가율, 민간 연구개발비 증가율 등 3가지 구성요소를 단순 평균한 것이다. 이같은 하락 현상은 설비 투자액과 민간 연구개발비의 증가율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 설비 투자액 증가율은 70년대(30.2%)에 비해 80년대 연평균 증가율(17.4%)이 급감했고,2000년대(-2.6%)에 들어서는 역신장하고 있다. 민간 연구개발비 부문도 70년대와 80년대는 연평균 42.2%,38.7%로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으나 90년대 14.4%,2000년대는 11.3%로 급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南·北축구 “설날 승전 세배”

    南·北축구 “설날 승전 세배”

    ‘남북한이 손잡고 독일에 함께 간다.’남북한 축구대표팀이 사상 첫 월드컵 동반 진출을 위한 장정에 나섰다. 첫 승전보는 설날인 9일 전해진다. 한국은 이날 쿠웨이트와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한은 이보다 30분 빠른 저녁 7시30분 일본 사이타마 월드컵경기장에서 일본과 숙명의 한판을 벌인다. ■ “해외파 앞세워 쿠웨이트 제물로” 한국-쿠웨이트전은 ‘해외파’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본프레레호가 국내파 위주로 가진 지난 4일 이집트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죽을 쑨 이후 믿을 건 ‘역시 해외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결국 설기현(26·울버햄프턴), 박지성(24), 이영표(28·이상 에인트호벤)를 주축으로 한 해외파 공격진이 답답한 ‘골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최근 잉글랜드 7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설기현이 쿠웨이트 격파의 선봉에 선다. 쿠웨이트는 역습에 능한 기술의 팀으로 70∼80년대 중동의 강호였다.90년 들어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최근 전력이 다시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54위로 한국(21위)에 비해서는 뒤지지만, 역대 전적은 6승3무8패로 한국이 오히려 뒤진다. 다행히 지난해 7월 아시안컵에서 이동국의 2골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두며 지긋지긋한 ‘쿠웨이트 징크스’에서 일단 벗어났다. 쿠웨이트 선수들은 체격은 크지 않지만 체력과 정신력이 좋고 기습 속공에 능하다. 다만 수비 조직력이 다소 떨어지고 중앙수비수의 배후 공간 커버플레이가 약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한국팀으로서는 좌우 윙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과 기습에 대한 방어가 절실히 요구된다. 경계대상 1호는 골잡이 겸 팀의 리더인 바샤르 압둘라(27). 지난달 24일 강호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대등한 플레이 끝에 1-1로 비길 때 골문을 열었던 선수다. 키는 크지 않지만 순간 스피드가 뛰어나고 문전 위치 선정도 탁월하다.99년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올해의 선수’ 후보에도 올랐었다. 압둘라와 함께 20살의 ‘젊은 피’ 알 무트와도 득점능력을 갖춰 방심할 수 없는 선수. 결국 이들의 발을 묶기 위해서는 허리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해야 하고 수비라인에서도 협력 및 커버플레이로 사전에 슛 기회를 차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12년만의 나들이 일본 딛고 부활” ‘40년 만의 부활을 노래한다.’ 북한 축구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를 이룬 이후 4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도전한다. 19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뒤 12년 동안 움츠러들었다가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전력은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태.93년에는 4연패 뒤 1승을 신고하며 탈락했지만, 지난해 지역 2차예선에서는 정신력과 스피드, 체력을 앞세워 당초 예상을 깨고 5조 1위(3승2무1패·득11실5)를 차지하며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7위로 최종예선 B조에서 일본(19위) 이란(20위) 바레인(50위)에 이어 최하위지만,60∼70년대 아시아 강호였던 북한을 얕보는 팀은 아무도 없다.2000년대 들어 ‘강호 조선’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선수와 지도자 자질 향상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아시아청소년(U-17)선수권 4강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첫 경기에서 맞붙는 일본도 역대 전적(75년 이후)에서 4승3무4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어 마음을 놓치 못하고 있다. 특히 열도는 일본인 납치 등 정치 문제와 맞물려 총성 없는 ‘전운’이 가득하다. 일본 팬들의 광적인 응원과 더불어 조총련계 재일동포들도 5000명의 현장 출동은 물론, 대대적인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어 일본 정부는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5000여명의 병력을 경기장에 배치할 예정이다. 윤정수(43) 감독이 이끄는 북한대표팀은 북한내 최강팀인 ‘4.25체육단’ 선수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2차예선 4골로 팀내 득점 1위인 홍영조(23·175㎝)와 김영수(26·173㎝)가 투톱을 맡고,J리거 안영학(27·나고야)과 이한재(23·히로시마)가 미드필드에 가세, 전력이 더욱 탄탄해졌다. 왼쪽 측면 공격을 도맡고 있는 안영학은 지난해 태국과의 2차예선 홈경기에서 2골을 뽑아냈고 이한재도 10월 예멘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