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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나눔] ‘대부업 신용정보’ 금융권 공유 논란

    [생각나눔] ‘대부업 신용정보’ 금융권 공유 논란

    금융감독 당국이 다음달부터 분기별로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이행 조건을 집중 점검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정확한 고객 분석을 위해 대부업 대출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이 강경하다. 대부업계는 법적 근거가 없고 고객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점검 결과 국내 저축은행의 지난해 개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6.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업체 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를 ‘충분치 못한 고객 정보’에서 찾으며 대부업 대출 정보 공유를 집요하게 주장한다. “대부업체의 고객 정보가 공유돼야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신용등급 체계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이용자의 상당수는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린 경험이 있거나 빌려 쓰고 있다는 게 저축은행들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정보가 없다 보니 대출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위험 부담이 높아져 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서울 지역 A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고객을 통해 금융기관의 대출 정보를 모두 열람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저축은행은 (대부업계 대출 정보 없이) 깜깜이 대출을 진행하라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업계는 “저축은행이 대부업계의 신용정보를 이용해 고객 관리를 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현재 대부 대출정보는 실시간 웹 서비스만 되지 않을 뿐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고객이 대출정보 조회를 요청하면 대부업체는 서면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업계는 “대부업체는 (당국의 규제를 받는)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신용정보를 금융기관과 공유할 의무가 없다”면서 “무엇보다 대부업 대출 정보가 다른 금융기관에 공개되면 고객들이 신용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 2000년대 후반 대부업체들이 대출 업무를 취급하면서 고객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바람에 해당 고객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금융 민원이 빗발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업권 간 형평성을 생각하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부업체를 금융기관으로 볼 것이냐의 법적 문제와 대부업체 고객들의 신용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현실적 난관이 걸려 있다. 당국은 우선 4월부터 대형 대부업체(자산총액 2억원 이상, 2개 이상 지역에 등록)를 신용정보집중 의무기관에 포함시켜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결정하는 자료로 쓰도록 하고, 정보 공유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중간 신용등급 소비자들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점진적으로는 업권 간에 신용정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되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는 신용정보 분석을 통해 등급별로 다양한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 세계 농업을 사들이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 세계 농업을 사들이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

    재작년 9월. 중국 육가공 기업 솽후이그룹은 세계 최대 양돈 기업인 미국 스미스필드를 약 5조원에 사들였다. 중국 기업이 인수한 미국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정부 비축 대상일 만큼 중요한 관리 품목이다. 그러나 낙후한 생산·안전성 기술, 악화되는 사료곡물 경작 기반, 심화되는 환경·물 문제 등으로 중국 양돈 산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의회 청문회까지 거친 이 기업 인수 거래를 두고 미국 일부에서 나온 비판은 중국이 자기 난관을 미국 국민 희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금으로 연구비를 조성해 개발한 공공 양돈 기술과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불하고 경작한 사료곡물로 돼지고기를 생산한 뒤 중국에 공급하고 발생하는 환경·물 문제는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것이다. 지나친 비판일 수 있지만 거기에는 중국 정부의 해외농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민간 부문에도 정부 개입이 광범위한 중국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거기에서 중국의 국가전략을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재정부는 예산보고를 통해 농식품 기업의 세계 진출을 장려하고 해외 자원의 적극적 활용을 지원한다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농식품 기업 인수에 저리 융자를 제공한다는 것도 포함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 민간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가 국가 전략의 일환이고 이에 미국이 이용된다는 미국 일부의 불만은 근거 없어 보이지 않는다. 중국 국가 차원의 해외농업 전략을 더욱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은 국영기업의 세계 농업 사들이기다.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국영기업의 이러한 활동은 국가 차원의 해외 농업 전략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중량그룹(COFCO). 중국 최대 국영 농식품 기업이다. 한국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기능은 유사한데 사업 영역과 규모는 지난해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401위에 포함될 정도로 세계적이다. 2012년 COFCO는 약 11조원의 준비금을 활용한 적극적 해외 진출 방침을 발표했다. 2000년대 초부터 자원·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펼쳐 온 중국 정부의 주출거(走出去·기업 해외진출) 전략에 농식품 기업도 참여한다는 의미였다. 마침내 COFCO는 지난해 10월 두 개의 대규모 국제 곡물기업을 사들였다. 약 3조 3000억원으로 ‘니데라’와 ‘노블’을 인수한 것이다. 이로써 총매출 34조원에서 70조원 수준이 돼 종전 세계 4대 곡물기업 벙기를 능가하는 거대 국제 곡물기업으로 단번에 변신했다. 식량 안보를 위해 세계 농업을 사들이는 국가 전략이 보인다. 50년 전 일본은 농협이 앞장서 국제곡물시장에 진출, 가치 사슬 단계별로 차곡차곡 기반을 구축해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고도성장 결과물인 풍부한 외환으로 이미 잘 갖추어진 기업을 일거에 사들임으로써 50년 후발 주자의 간격을 단숨에 메우고 있다. 한국은 2011년 AT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으로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제적 곡물회사를 목표로 출발했으나 후퇴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한·중·일, 동북아의 식량 취약 세 나라 가운데 한국만 답보 상태다. 일본의 시간, 중국의 돈, 어느 전략도 쓸 수 없는 처지다. 관심 가는 소식이 하나 있다. 국내 한라그룹 미국 법인 ‘우리만’이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에서 곡물을 수집해 한국·중국을 포함, 동남아와 유럽 등지 10여국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모든 설비는 외주로 활용하고 소수 인력만으로 연간 22만t을 달성했다고 한다. 물론 독립된 곡물 회사로 서기까지는 아직 멀다. 또 민간기업의 이윤 목적이 국가의 공익 목적과 일치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이 소식에 관심 가는 이유는 자체 설비 없이 사람만으로 버텨 왔다는 것 때문이다. 이것은 곡물 사업의 핵심이 설비 활용인데 외주 경험을 통해 복잡한 설비시장 구조를 파악하며 전체 곡물시장 생태를 바닥부터 익히는 사람이 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다시 사업의 근본이 되는 인력이 충분히 키워지고 자체 설비가 꼭 필요한 어느 단계에 이르면 적절한 공공·민간 제휴를 통해 상생 사업 모형을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한다. 이때는 종전과 달리 민간이 앞서고 공공이 뒤따르는 모형이 될 것이다. 세계 농업을 사들이는 중국 전략을 보며 답보하는 국가 곡물사업에 긍정적 자극이 되는 소식이었으면 한다.
  • “안녕! 명왕성” 뉴호라이즌스호 9년 만에 사상 첫 촬영

    “안녕! 명왕성” 뉴호라이즌스호 9년 만에 사상 첫 촬영

    “안녕 명왕성” 지난 2006년 1월 태양계 끝자락에 위치한 천체를 향해 무인 탐사선이 발사됐다.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다.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뉴호라이즌스호가 사상 처음으로 '직접' 촬영한 명왕성과 위성 카론의 모습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있다. 무려 9년이나 날아갔지만 촬영된 사진 속 명왕성이 아직도 점 수준으로 보이는 것은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구와 명왕성의 거리는 약 48억 km. 오랜시간을 쉼없이 날아간 뉴호라이즌스호는 이제 명왕성 2억 km까지 접근해 오는 7월 14일이면 목적지에 진입한다. NASA측이 지난달 27일 뉴호라이즌스호가 촬영한 사진을 4일에서야 공개한 이유는 있다. 이날이 바로 명왕성 발견자인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1906-1997)의 출생일이기 때문이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증조부이기도 한 톰보는 미국이 자랑하는 천문학자로 특히 그의 유해 일부는 뉴호라이즌스호에 실려있기도 하다. 그러나 당당히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등록된 명왕성은 지난 2006년 유럽 천문학자들을 주축으로 한 국제천문연맹(IAU)의 투표에 따라 왜소행성(134340 플루토)으로 격하됐다. 무려 7억 달러를 들여 명왕성으로 탐사선까지 보낸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열받는 셈. IAU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행성의 정의를 바꿨기 때문이다. 바뀐 행성의 정의는 크게 3가지로 첫째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둘째 충분한 질량과 중력을 가지고 구(sphere·球) 형태를 유지해야 하며, 셋째 그 지역의 가장 지배적인 천체여야 한다. 문제는 2000년대 들어 명왕성 인근에서 카론 등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명왕성의 위성으로 생각됐던 카론에 명왕성이 휘둘린다는(맞돌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명왕성이 행성이 되면 인근 카론, 제나, 케레스 등도 모두 행성이 돼 태양계의 행성 숫자는 최대 12개로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지구에서의 논쟁과는 별개로 뉴호라이즌스호는 나홀로 자신의 임무를 꿋꿋이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 탐사선에는 임무와 별 상관없는 비밀품목들이 실려있다. 톰보의 유골 일부는 물론 미국 국기, 우표, 25센트 동전, 이름 43만 4000개가 실린 CD-ROM 등이 그것이다. 뉴호라이즌스호 프로젝트 과학자 존스홉킨스 대학 할 위버 교수는 “이제 인류의 명왕성 탐사가 피니쉬 라인(finish line)에 다가서고 있다” 면서 “더이상 그래픽이 아닌 진짜 명왕성의 모습을 보게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아이돌과 다른 거북이, 세대 소통 도왔죠”

    “아이돌과 다른 거북이, 세대 소통 도왔죠”

    “2000년대 가요계 ‘소외그룹’이었던 ‘거북이’의 활동 16년을 되짚었죠.” 자신의 가요계 경험을 토대로 2000년대 가요시장의 급격한 변화상을 석사 논문으로 풀어낸 가수가 있다. 주인공은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힙합그룹 ‘거북이’ 출신 이지이(35·여)씨. 2일 한국외대에 따르면 이씨는 ‘2000년대 힙합댄스 그룹 거북이의 활동 양상 연구’라는 논문으로 이번 달 졸업과 함께 석사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다. 아이돌 그룹들이 평정한 당시 가요계에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민중가요 ‘사계’를 빠른 템포로 바꿔 불러 등장한 3인조 혼성그룹 ‘거북이’는 신선한 반응을 끌어냈다. ‘빙고’·‘왜 이래’·‘비행기’ 등의 히트곡을 내며 승승장구하던 거북이는 2008년 리더 ‘터틀맨’(임성훈)의 사망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졌다. 이씨는 “2000년대 기획사가 만들어낸 아이돌 그룹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에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경계 해체, 세대 경계를 초월한 팬덤 현상 등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얘기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탓에 부담도 컸다. 이씨는 “‘네가 제일 잘 아는 것을 써보라’는 지도교수님의 말에 용기를 냈다”며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고 16년 가수 활동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논문이 가요계 후배들과의 소통에도 활용되길 바랐다. 이씨는 “요즘 후배들은 무조건 멋있고 쉽지 않은 음악을 하려 하는데, 어머니나 할머니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글로벌 시대]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인들/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인들/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미국 어바인에 방문학자로 있을 때 알게 된 친한 형과 최근에 통화하다가 주거 환경이 좋고 학군이 좋아 한국인들이 선호했던 그곳에 이젠 중국인들이 밀려들고 있고, 현지 아파트 곳곳에 출산이 임박한 중국 임신부들이 자녀들의 시민권을 위해 단기 렌트로 거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830년쯤 미국 진출 초창기 중국인들은 뉴욕에서 장사를 하거나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노동을 했고, 서부 금맥 발견 이후엔 광부로, 미국 노예 해방 이후 흑인 노예를 대체할 인력이 필요할 때는 쿠리(苦力)라는 이름으로 하급 노동자 역할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중국 대륙 사회주의 시절에도 중국인이 미국을 간다는 것은 대단한 특혜와 영광이었다. 대부분 국가의 허락을 얻어 떠나고, 유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받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다는 조건으로 미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홍콩의 많은 부호가 홍콩머니를 들고 미국에 진출했다면, 2000년대 이후는 중국 대륙의 차이나머니가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벼락부자와 고위 공직자의 처자식들은 중국 사회를 위협하는 요소인 식품안전, 대기오염, 의료낙후, 부패, 산아제한 등 사회 문제를 걱정하며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떠나는 이민자들 중 40%가 미국을 택하고 있고, 최근 미국 투자이민 카테고리(EB5)에서 전체의 80% 이상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중국 부자들의 미국 이민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2013년 외국인들이 구입한 미국 부동산 중 12%를 중국인들이 사들였는데, 미국의 주택값이 중국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대부분 현금을 들고 즉석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투자이민 정책이 유연하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물가 등이 저렴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거주 환경과 2세의 교육을 위해 차이나머니가 움직이는 것이다. 중국인 구매 부동산의 절반은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 출산 전용 아파트인 머터니티 맨션이 등장했다. 학군이 좋은 어바인의 주택은 중국인의 수요에 맞게 주택을 디자인하고, 주택 중 일부는 남향으로 창문을 내는 등 풍수지리를 따르기도 하며, 주소에서 ‘4’를 빼기도 했다. 뉴욕의 호화 맨션은 80층에서 88층까지 8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이 구매했다고 하니 미국 속의 중국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중국인들에겐 어글리 차이니스라는 오명이 있다. 보양(柏楊)은 ‘추한 중국인’(醜陋的中國人)에서 중국인은 불결, 무질서, 소란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의 질서의식 부족, 매너 부족, 무례함 때문에 시진핑도 “해외 여행을 가는 중국인들에게 교양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한 중국인일지라도 돈의 위력 앞에서는 다른 대접을 받는 게 사실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주요 호텔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셔틀버스와 전용 시설을 구비하고 있고, 다가오는 춘제(春節)를 앞두고 중국 장식으로 호텔을 꾸미고 있다. 오늘날 중국 경제 발전의 단초를 마련했던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함께 ‘먼저 부자가 되어 가난한 중국을 이끌자’는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했다. 이제 먼저 부자가 된 중국인들은 풍요로운 미국을 향해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하급 노동자로 미국에 진출했던 상황과 ‘사회주의는 좋아’(社會主義, 好)를 외치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1·끝) 문학 작품 속 서울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1·끝) 문학 작품 속 서울

    ●문학작품 속의 서울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문학은 픽션이지만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망원경이거나 현미경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현실을 우화처럼 보여 주는 만화경(萬華鏡)이 되기도 한다. 역사가 서울에 관한 공식적이고 근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문학작품에는 역사에 나오지 않는 서울사람들의 내밀한 희로애락이 실려 있다. 공룡 같은 도시, ‘서울공화국’을 상징하는 거대한 빌딩과 아파트 숲에 가려진 서울사람들의 진면목은 역사보다 오히려 문학 속에 살아 숨 쉰다. 우리 문학작품 속의 서울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파리의 에펠탑이나 몽마르트르 언덕, 센강처럼 낭만적이고 생동감 있는 모습일까. 한번쯤 가 봐야 하는 버킷리스트에 올라가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시와 소설 속 서울은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로 넘친다. 내 집 마련의 꿈과 전세살이의 고달픔, 실직과 타향살이의 애환,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투성이다. 노동운동과 민주화 과정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천민자본주의의 욕망이 꿈틀댄다. 한때 프랑스 도시사회학자들이 유행시킨 ‘Seoulization’이라는 용어가 서울을 상징하는 단어로 회자된 적이 있다. 미국 뉴욕의 고층건물 집적화를 꼬집을 때 쓰였던 ‘Manhattanization’처럼 부정적 의미로 쓰였다. ‘Seoulization’이란 초거대도시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유형의 현상 중 하나로 흔히 ‘서울형’이라고 설명됐다. 환경오염과 파괴, 무질서, 범죄가 판치는 쓰레기통 같은 도시라는 뜻으로 쓰였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책을 펴내 서울을 아파트의 나라로 특징지었다. 한국과 프랑스는 아시아대륙과 유럽대륙을 대표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제 국가였다. 파리는 프랑스 그 자체였고, 서울이 곧 한국이었다. 그런 공통점 때문에 보존으로 한발 앞서간 파리사람들이 개발에 목을 매는 서울사람들을 비하한 것인지도 모른다. ●20세기 이전 서울을 그린 시가와 산문 작품들 어떤 문학작품이 단순히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만으로 서울을 다룬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다. 우리나라 문학과 예술작품의 대부분이 서울에서 생산되고 서울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당대 서울의 의미 있는 특성을 부각한 작품만을 대상으로 가려 살펴볼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의 문학은 시가 문학과 산문 문학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시가 문학은 조선의 개국과 한양천도를 알린 정도전의 ‘신도가’와 ‘신도팔경시’가 대표적이다. 신도가는 “아으 다롱디리 앞은 한강수여 뒤는 삼각산이여”라는 대목으로 유명하다. 권근의 ‘신경지리’, 정이오의 ‘남산팔영’, 변계량의 ‘화산별곡’, 윤회의 ‘경회루시’ 등 한결같이 한양을 찬탄하는 내용이었다. 서거정 등의 ‘한도십영’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이석형의 ‘호야가’에서 한양도성 축성에 동원된 백성의 참상을 묘사했으며 임진, 병자 양란 이후 비판적 작품들이 나왔다. 박제가가 ‘성시전도’에서 근대지향적인 실사구시를 선보였으며 한산거사의 ‘한양가’와 작자 미상의 ‘장안걸식가’에서는 서울거리의 풍물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이동하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문학·국어학과 서울연구’ 논문에서 “조선 전기의 산문 문학은 성현의 ‘용재총화’, 허균의 ‘장생전’ 등 잡록을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후기로 접어들면서 전(傳), 야담, 소설 등 다양한 산문 장르가 경쟁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서울에 관한 자료가 여럿 발견됐다”고 말했다. 정내교의 ‘김성기전’과 ‘임준원전’, 박지원의 ‘마장전’과 ‘광문자전’, 유득공의 ‘유우춘전’, 이옥의 ‘시간기’(市奸記), 조수삼의 ‘육서조생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옥은 시간기에서 “서울에 세 군데 큰 장이 서는데 동편은 배오개, 서편은 소의문, 중앙은 운종가다. 모두 좌우양편으로 전이 늘어서 은하수처럼 벌여 있다.…”라고 19세기 초 서울의 시장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20세기 시와 소설… 근대문학 작품들 일제 강점기와 전쟁·분단의 비극과 참상 그리고 서울로의 미친 듯한 집중과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무자비한 개발이 낳은 인간성 상실과 사회 병리현상의 실체를 문학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진에 찍히지 않는 실체적 진실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이동하 교수는 임화의 ‘네거리의 순이’, 김광균의 ‘장곡천정에 오는 눈’, 오장환의 ‘수부’(首府), 서정주의 ‘광화문’, 정회성의 ‘어두운 지하도 입구에 서서’, 박노해의 ‘가리봉시장’, 유하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연작 등 7편의 시가 1920~1990년대까지 서울을 특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소설은 시대순으로 염상섭의 ‘사랑과 죄’, 이상의 ‘날개’, 박태원의 ‘천변풍경’과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 박태순의 ‘밤길의 사람들’, 윤대녕의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 등을 꼽았다. 서울은 물질적으로는 유토피아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디스토피아이다. 빛과 그림자의 도시인 셈이다. 문학작품 속에서 서울을 읽는 코드는 다양하지만 몇 가지 특징을 추출해 낼 수 있다. 근대화와 개발에 의해 소외된 군상, 아파트와 달동네로 대변되는 주거를 둘러싼 소시민 군상, 전쟁과 민주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저항의 군상 등이 그것이다. 개발시대 인간군상을 다룬 시 중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는 1960년대 개발에 의해 삶의 보금자리를 잃고 쫓겨나는 인간의 애절함을 비둘기에 비유했다. 신동엽도 시 ‘종로오가’에서 이농과 도시빈민, 매매춘 같은 개발연대 희생자들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 준다. 조선작의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의 여주인공 영자는 70년대 우리의 딸들이 겪은 인생유전의 자화상이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서울 변두리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무허가 주택 마을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보여 줬다. 박완서의 소설 ‘이별의 김포공항’은 당대를 휩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그렸다. 신경림, 정희성, 장정일은 1970~80년대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의 무기력한 삶을 시로 읊었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2000년대 서울은 구원이 필요한 도시다. 서울은 소돔과 고모라로 그려진다. 주거를 둘러싼 인간군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김광식의 소설 ‘213호 주택’은 1950년대 서울의 대규모 공영주택단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상도동을 중심으로 정릉, 안암동, 청량리, 약수동 등 벽돌처럼 찍어낸 교외 단지주택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풍경이다. 1970년대 접어들면서 소설가 최인호는 ‘타인의 방’에서 아파트 생활에서 발생하는 현대인의 미묘한 정서를 다뤘고 조세희는 ‘민들레는 없다’에서 “잠실은 모래로 만들어진 동네이다. 모래땅에 모래 아파트들이 가득 들어 서 있다”며 요즘 잠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양귀자는 연작소설집 ‘원미동사람들’에 수록된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에서 1980년대 서울을 떠난 서울사람이 아닌 서울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었다. 이문열의 ‘서늘한 여름’, 박영한의 ‘지상의 방 한 칸’, 신상웅의 ‘도시의 자전’, 최수철의 ‘소리에 대한 몽상’, 이창동의 ‘녹천에는 똥이 많다’, 박상우의 ‘내 마음의 옥탑방’ 등도 집을 매개체로 서울과 서울 언저리를 떠도는 서울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황지우의 시 ‘徐伐 셔, 셔발, 서울 SEOUL’이 제5공화국의 서울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허위성을 나타냈다면 1980년대 강남을 그린 박완서의 ‘꽃을 찾아서’에서는 의외의 장면과 마주친다. “가락동, 오금동, 방이동…다 싫어요. 혜화동, 안국동, 경운동하는 동네이름 좀 좋아요, 품위도 있고…” 그 시절 강남은 강북 콤플렉스를 가진 그렇고 그런 동네였다. 반면에 김원일의 ‘깨끗한 몸’, 이남희의 ‘플라스틱 섹스’, 이순원의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등 일련의 소설들은 1990~2000년대 강남을 무대로 펼쳐지는 퇴폐와 향략상을 담았다. 강남은 서울의 시원지였으나 이천년 가까이 잊혀졌다가 다시 새로운 서울의 원천으로 떠오른 땅이다. 인생역전이요 세상은 돌고 도는 것임을 소설은 가르쳐 준다. 저항의 군상을 대표하는 작품은 김지하의 ‘오적’(五賊)이다.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독재정권의 부도덕성과 오적의 소굴이라고 불렸던 동빙고동, 성북동, 수유동, 장충동, 약수동에 사는 재벌, 국회의원,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 계층을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1960~70년대 청계천 평화시장은 왜곡된 노동구조와 비인간성이 판치는 자본주의의 하수구였다. ‘전태일평전’을 쓴 조영래의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윤정모의 ‘신발’, 강석경의 ‘숲속의 방’, 이균영의 ‘어두운 기억의 저편’,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은 어쩌면 당대를 산 문인들의 참회록이다. 이균영은 “서울은 원주민이 없는 낯선 도시”라고 선언했다. 우리 문학사에서는 ‘소설가 구보씨’가 세 번 등장한다. 1930년대 박태원이 ‘소설가 구보씨의 1일’에서 식민도시 경성의 거리를 거닐던 지식인의 상실과 자조를 보여 주었다면 1970년대에는 최인훈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통해 서울을 관찰했고 1990년대에는 주인석이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라는 거의 동명의 작품을 통해 서울의 하루를 정밀스케치했다. 2003년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김종은의 ‘서울특별시’와 이혜경 등 여성 작가 9명의 서울에 관한 단편을 모은 ‘서울, 어느날 소설이 되다’도 소설가의 눈에 포착된 서울의 일상이자 기록으로 남았다. 소설과 시는 어쩌면 역사보다 위대하다. 선임 기자 joo@seoul.co.kr 서울의 생성과 소멸의 궤적을 추적한 ‘노주석의 서울택리지’는 이번 회로 끝을 맺습니다. 2012년 6월 연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41회에 걸쳐 연재되었습니다. ‘서울택리지’ 1권이 지난해 10월 책으로 출간됐고, 2권이 올 봄 출간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 슈퍼볼 ‘창이냐 방패냐’

    슈퍼볼 ‘창이냐 방패냐’

    1억명이 지켜보는 단판 승부의 초절정 미학, 제49회 슈퍼볼이 펼쳐진다. ‘디펜딩 챔피언‘ 시애틀 시호크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2일 오전 8시 33분(한국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있는 피닉스 대학 주경기장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을 치른다. 특히 시애틀은 역대 여덟 번째로 2년 연속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겨냥한다. 공교롭게도 일곱 번째 영광의 주인공이 슈퍼 모델 지젤 번천의 남편인 쿼터백 톰 브래디를 앞세워 2004년과 이듬해 트로피를 들어올린 뉴잉글랜드다. 이미 세 차례나 슈퍼볼 우승 반지를 낀 브래디가 이번에 우승하면 최다 우승에 빛나는 ‘전설’ 조 몬태나, 테리 브래드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네 차례 우승한 쿼터백에 이름을 올리게 돼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야전 사령관인 쿼터백 다툼에서 관록의 브래디가 프로 3년 차 러셀 윌슨에 크게 앞서지만 윌슨이 슈퍼볼 우승을 경험한 쿼터백을 상대로 10승 무패를 기록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윌슨은 지난해 슈퍼볼에서도 ‘세기의 쿼터백’으로 불리는 페이턴 매닝(덴버 브롱코스)을 압도했다. 뉴잉글랜드의 ‘창’을 리그 최강으로 손꼽히는 시애틀의 ‘방패’가 얼마나 막아낼지가 관건이다. 1985~86년 시카고 베어스 이후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최소 실점과 최소 야드 허용을 기록했다. 세이프티 캠 챈셀러, 코너백 리처드 셔먼이 버티는 수비진은 2000년대 후반 ‘철의 장막’으로 불렸던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뉴잉글랜드는 브래디의 송곳 패싱에다 타이트엔드 롭 그론코스키의 복귀에 러닝백 르개럿 블런트가 가세하면서 공격 옵션이 훨씬 다채로워졌다. 세이프티 패트릭 청, 코너백 대럴 레비스와 브랜든 브라우너 등 수비진도 시애틀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뉴잉글랜드 수비진이 패싱뿐만 아니라 러싱에도 능한 상대 쿼터백 윌슨을 봉쇄하고 리그 최고의 러닝백으로 떠오른 마숀 린치의 발까지 묶는다면 뉴잉글랜드는 10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뉴잉글랜드가 승리한다고 해도 진정한 승자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뉴잉글랜드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와의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결승에서 ‘바람 빠진 공’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염상섭부터 김애란까지… 민초의 100년 삶 비추다

    염상섭부터 김애란까지… 민초의 100년 삶 비추다

    “염상섭의 ‘만세전’에서 비로소 근대적 자아가 보입니다. 식민지 근대를 염두에 두고 염상섭의 작품을 시작으로 택한 이유예요.” 황석영(72)이 꼽은 근현대 문학의 출발 기점은 염상섭(1897~1963)이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10권·문학동네)의 첫 작품이 염상섭의 ‘전화’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동인·이광수의 작품은 근현대 문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제외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 역시 “이광수는 계몽적 자아에 머물러 문학 영역으로 온전히 들어왔다고 보기 어렵고 김동인은 일본이나 외국 문학 번역 소설로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한 단계가 아니었다”고 거들며 한국근현대문학의 파천황을 염상섭으로 꼽았다. 황석영은 2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문학동네 북카페 ‘까페꼼마’에서 출판간담회를 가졌다.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3년 동안 연재됐다. 2011년 11월 11일 염상섭의 ‘전화’로 시작해 지난해 11월 5일 김애란의 ‘서른’으로 끝났다. 7권까지는 일주일에 한 권씩 연재하다 8~10권은 일주일에 네 권씩 게재했다. 황석영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단편 문학 선집을 재편성해 내고 싶었다”면서 “새로 나와도 종래 선집들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작가들 몇 명 붙일 뿐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100편으로 기획됐지만 한 편이 늘어 101편으로 마무리됐다”면서 “백 편을 채우고도 넘치고 남아서 백한 번째 소설에 도달한 것은 완결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유명 작가의 지명도 높은 단편뿐 아니라 지금은 거의 잊힌 작가의 숨은 단편들도 포함했다. 작가들의 최전성기 때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골랐다. 원작과 황석영의 작가·작품 해설, 신수정의 시기별 해설로 구성됐다. 리뷰에는 황석영의 기억과 여러 인터뷰나 증언 자료를 토대로 해당 작가의 문학 세계뿐 아니라 기행, 개인생활, 작품을 쓴 배경 등 뒷얘기를 담았다. 1, 2권에는 이태준, 박태원, 이기영 등 월북 작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얘기가 수록돼 있다. 또 8~10권은 1990년대~2000년대 후배 작가 31명을 황석영만의 필터로 걸러 내며 새롭게 조명했다. 황석영은 “101편의 단편들은 100년간 살아온 민초들의 일상이자 풍속사·문화사·사회사다. 지난 세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젊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젊은 피를 수혈받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기획은 말년 문학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새로운 출발의 의지를 다졌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기획] ‘민족의 영산’ 백두산, ‘北ㆍ中 미사일 기지’ 전락

    [기획] ‘민족의 영산’ 백두산, ‘北ㆍ中 미사일 기지’ 전락

    백두산은 기원전 2467년 환웅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터전을 잡고 한민족의 역사를 시작한 곳으로 오랜 시간 동안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 산은 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곳으로 우리 민족에게 있어 크나큰 의미를 갖는 곳이지만, 한민족 역사에서 김일성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이후 철저하게 짓밟히고 훼손되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6.25 전쟁 참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평양에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이라는 것을 체결했다. 이 조약을 통해 북한은 백두산 천지의 45.5%에 해당하는 면적을 중국에게 넘기고 천지를 남북으로 분할하는 경계선 이북을 중국 영토로 넘겨주었다. ▲백두산 천지의 45.5% 중국에 넘어가 이것도 모자라 소련 군영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출생지를 항일 빨치산 투쟁 당시 머물렀던 ‘백두산 밀영’이라고 조작해 아들을 신격화시키는데 활용했다. 그 결과 국경선 이북의 중국 쪽 백두산은 무차별 벌목과 난개발로, 국경선 이남의 북한 쪽 백두산은 신격화 공원을 만들기 위한 난개발과 땔감을 구하기 위한 주민들의 벌목으로 인해 황폐화되어가며 민족의 영산으로서의 기운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북한과 중국은 한민족 민족정기의 상징과도 같은 백두산을 크게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백두산 일대를 ‘미사일 천지’로 만들고 있다. 백두산 미사일 기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3년 국내 주요 언론들이 정보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백두산 인근 소백산에 대규모 미사일 사일로가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깊은 산중의 콘크리트 사일로 당시 정보 당국자는 “백두산 바로 아래 있는 해발 2,000m 가량의 소백산 일대에 미사일 격납 시설인 사일로(Silo)가 건설되고 있다”고 전하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공사가 시작된 이 사일로는 규모로 볼 때 최소한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 발사 시설로 추정된다”고 전한 바 있다. '사일로'란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대형 미사일을 격납·보관·발사하는 시설이다. 지하에 설치되기 때문에 조금만 위장해 놓으면 상공에서 쉽게 식별이 어렵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보호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공습으로는 파괴하기 어렵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적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두꺼운 콘크리트와 강철 해치로 보호되는 지하 미사일 사일로를 대규모로 운용했으며, 양국은 현재도 사일로에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북한이 백두산 인근 지하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기지는 중국 국경에서 불과 4.5km 떨어진 곳에 있다. 즉, 중국 영토에 대한 오발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한미연합군이 이 미사일 사일로를 타격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북한 영공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곳이기 때문에 한미연합공군이 이 지역에서 들어가려면 중국 공군 전투기의 견제, 심할 경우 충돌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험준한 산 속 지하 깊은 곳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타격한다 하더라도 파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이 미사일 사일로의 위치는 김정은 일가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활동지’, ‘김정일의 생가’로 성역화 해 선전하고 있는 삼지연과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인 상징성도 대단히 크다. 삼지연에서 불과 9km 가량 떨어진 이 미사일 기지는 남북으로 약 3km, 동서 1.9km 가량의 면적에 건설되었는데, 위성사진을 통해 보이는 것처럼 이 기지는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한다. ▲한반도 전역 타격 '핵탄두 노동 미사일' 배치? 기지의 서쪽은 중국 국경에서 4.5km 가량 떨어져 있는데, 서쪽은 산세가 대단히 험준해 접근이 어렵다. 기지 동쪽은 대공포 진지와 경비부대의 것으로 보이는 막사, 위병소와 진입 도로 등이 식별된다. 특히 이 지하 기지 주변은 약 100m 폭으로 나무와 수풀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는데, 적이 숲을 통해 은밀히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기지 출입구 남동쪽에 반원 형태로 대공포 진지가 구축되어 있는데, 이 진지 안에 들어가 있는 대공 무기가 대공포인지 지대공 미사일인지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거점을 방어할 때 대공포는 반원형으로, 지대공 미사일은 윤형으로 배치하는 전술을 채택하고 있는데, 진지의 배치로만 놓고 보았을 때는 대구경 대공포, 각각의 진지 크기를 고려했을 때는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대공 진지가 동쪽에만 배치되어 있는 것은 서쪽은 중국 국경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동쪽은 동남쪽 130km 지점에 해안이 있기 때문에 동남쪽 방향에서 접근하는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 등을 요격하기 위한 의도로 이러한 시설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인근의 이 지하 시설은 김정은 일가가 머무는 지방 별장에 준하는 수준의 강력한 방어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이 북한이 지난 2013년 완공한 지하 미사일 기지일 공산이 크다. 북한은 이곳에 사거리 3,000km급 수준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무수단’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노동 미사일 역시 이 기지가 가장 유력한 배치 기지로 알려지고 있다. 기지의 규모만 놓고 보자면 북한 최대의 탄도 미사일인 대포동 2호나 은하 3호 계열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역시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컨대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주요 전략 거점을 모두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한미 연합군의 주요 타격 수단이 타격할 수 없는 중국 앞마당에 배치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 미사일 기지化, 중국도 가세 백두산을 미사일 천지로 만들고 있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중국 역시 이 일대에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4일 중국 관영 CCTV는 인민해방군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의 동북지방 혹한기 훈련 영상을 소개했다. CCTV는 “선양군구의 제2포병 부대가 모처에서 혹한기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을 전했는데, 훈련이 이루어진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창바이산(長白山), 즉 백두산이라고 분석했다. 영상 속에 나오는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는 해발 1,000 ~ 1,800m에 서식하는데, 중국 동북지역에서 이들 나무가 울창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은 백두산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2포병 예하 부대 가운데 백두산 인근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부대는 없기 때문에 이 훈련을 실시한 부대는 다른 지역에서 이동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에서는 훈련에 동원된 부대가 다롄(大連)에 배치된 제810도탄려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동 거리나 각 부대별 임무를 고려했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부대는 압록강 북쪽에 위치한 퉁화(通化)에 배치된 제816도탄려(道彈旅), 즉 제816미사일여단이다. 거리상으로 보았을 때 백두산에서 가장 가까운 부대이자 이번에 영상에서 식별된 동풍(東風)-21A(DF-21A) 미사일을 보유한 부대이기 때문이다. 제816도탄려는 제2포병 예하 군단급 부대인 51기지에 소속된 3개의 미사일 여단 가운데 하나로 유사시 한반도를 담당하는 선양군구(瀋陽軍區)를 지원하는 부대이며, 사거리 600km의 DF-15와 사거리 1,800km의 DF-21A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대가 보유한 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200~500kt의 핵탄두 또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더라도 명중 오차가 50m에 불과할 정도로 대단히 정밀하기 때문에 남한 전역의 주요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은 물론 일본 각지에 산재한 주일미군 시설에 대한 타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어 대단히 위협적인 전력이다. ▲중국, 美 등 탄도 미사일로 견제 중국이 요동반도와 산동반도 일대에 주로 배치했던 DF-21 미사일을 백두산 중턱까지 끌고 와서 훈련을 벌이고 이를 관영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무언의 시위로 볼 수 있다. 요동과 산동 일대의 DF-21은 해안 평야 지대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다로부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백두산 북사면의 이동식 미사일 차량은 해발 2,000m가 넘는 백두산이라는 자연 방벽의 보호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근로 상에 북한의 밀집 방공망이 버티고 있어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로의 타격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훈련에 동원된 부대는 퉁화에 사령부를 두고 예하 부대는 길림성(吉林省) 일대에 분산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매년 백두산 인근에서 훈련을 실시해 왔다. 따라서 이 미사일 부대의 백두산 전개 훈련은 정례 훈련의 성격이 짙지만, 중국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미사일 부대의 전개 훈련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번 보도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 신형 미사일을 백두산에 전진 배치해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최근 한미일 3국이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도 평가하고 있다. 일부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전역은 물론 태평양 지역에서 미·일 연합 전력이 동해 및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접근로를 탄도 미사일로 차단 및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백두산은 일찍이 환웅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덕분에 백두산은 “인간을 널리 해롭게 할 만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반만 년 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펼쳤던 그 곳이 대량살상무기들로 채워져 가는 모습을 보며 환웅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시대별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체형변천사 영상 화제

    시대별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체형변천사 영상 화제

    고대 이집트에서 2000년대까지 이상적인 여성의 체형 변천사를 제작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미국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버즈피드(BuzzFeed)의 동영상팀이 만든 ‘이상적인 여성 체형 변천사’(Women‘s Ideal Body Types Throughout History) 영상을 기사와 함께 소개했다. 영상에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2000년대 현재에 이르기까지 체형들을 각각의 모델들이 출연해 보여준다. 호리호리한 몸·좁은 어깨·높은 허리·좌우 대칭 얼굴의 고대 이집트(기원전 1292~1069년), 통통한 체형·풍성한 보디·밝은 피부의 고대 그리스(기원전 500~300년). 중국 한 왕조 시대(기원전 206~서기 220년)에는 가는 허리·창백한 피부·큰 눈·작은 발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1400~1700년)에는 풍만한 가슴·둥근 복부·커다란 엉덩이·흰 피부가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신체였다. 이어 영국 빅토리아 왕조(1837~1901년)에는 과하지 않은 풍만함·큰 체격·잘록한 허리, 20세기 급변기(1920년대)에는 납작한 가슴·짧은 밥 헤어스타일·남성적인 외모, 할리우드 황금기(1930~1950년)엔 굴곡이 드러난 몸매·모래시계 체형·큰 가슴·잘록한 허리의 여성이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에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마른 체형·길고 가는 다리·미성년의 체형이, 슈퍼모델 시대인 1980년대에는 건강한 체형·말랐지만 풍만한 몸·큰 키·그을린 팔이, 1990년대에는 방랑의 느낌·아주 마른 체형·반투명의 피부·양성적 느낌이라고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에서 현재까지는 홀쭉한 복부·건강하지만 마른 체형·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매력적인 허벅지 사이의 틈이 있는 여성들이 이상적이라며 현재의 여성들은 “이상적인 체형을 가지려고 성형수술을 받는다”란 말이 나오며 영상은 끝이 난다. 한편 이 영상은 지난 26일 유튜브에 게재된 지 사흘만에 426만 48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영상= BuzzFeedVideo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美 중산층 46년새 10%P 사라졌다

    美 중산층 46년새 10%P 사라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정연설에서 부자 증세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중산층이 40여년 새 10% 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년층과 고학력층의 비율이 높아져 중산층의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인구통계국과 미네소타 인구센터의 자료를 분석해 연소득 3만 5000달러~10만 달러(약 3785만원~1억 813만원)에 해당하는 가정을 중산층으로 보고 이들의 특징을 분석했다. 미국 내 중산층에 대한 기준은 정해진 건 없지만 10만 달러 이내 연소득 규모로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NYT에 따르면 이 같은 연소득 계층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인구통계국이 가계소득 조사를 시작한 1967년 53%였으나 해마다 줄어들어 2013년에는 43%(5300만 가구)로 떨어졌다. 46년 만에 10% 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중산층 이탈의 원인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가계소득이 늘어나면서 고소득층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실업 등 때문에 저소득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 구성원에도 변화가 컸다. 30대 미만과 30~64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줄었지만 65세 이상 노인층은 같은 기간 20%에서 39%로 증가했다. 더 많은 사람이 정년이 지난 60대 후반까지도 계속 일하는 데다 이들의 임금이 늘어났고 은퇴 관련 지원 혜택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구의 소득 중간값은 2000년 이후 9% 하락했지만 노인 가구는 오히려 14%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중산층의 학력 변화도 눈에 띈다. 1970년대에는 고졸 이하가 50%를 넘었으나 2013년에는 3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졸자도 45%로 떨어졌지만 이는 2000년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NYT는 “1970년대에는 고졸자들도 임금을 많이 받아 중산층에 다수 포함됐지만 지금은 그런 직업들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매사추세츠·코네티컷·뉴저지 등 동북부에서 중산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제 부흥기에 부를 축적한 도시민들이 옮겨 갔던 교외 동네가 많은 곳이다. NYT는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서는 “부자는 더 부자가 되지만 중산층은 제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백두산 천지, ‘미사일 천지’ 되나?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백두산 천지, ‘미사일 천지’ 되나?

    백두산은 기원전 2467년 환웅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터전을 잡고 한민족의 역사를 시작한 곳으로 오랜 시간 동안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 산은 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곳으로 우리 민족에게 있어 크나큰 의미를 갖는 곳이지만, 한민족 역사에서 김일성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이후 철저하게 짓밟히고 훼손되기 시작했다. 김일성은 6.25 전쟁 참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평양에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이라는 것을 체결했다. 이 조약을 통해 북한은 백두산 천지의 45.5%에 해당하는 면적을 중국에게 넘기고 천지를 남북으로 분할하는 경계선 이북을 중국 영토로 넘겨주었다. 이것도 모자라 소련 군영에서 태어난 김정일의 출생지를 항일 빨치산 투쟁 당시 머물렀던 ‘백두산 밀영’이라고 조작해 아들을 신격화시키는데 활용했다. 그 결과 국경선 이북의 중국 쪽 백두산은 무차별 벌목과 난개발로, 국경선 이남의 북한 쪽 백두산은 신격화 공원을 만들기 위한 난개발과 땔감을 구하기 위한 주민들의 벌목으로 인해 황폐화되어가며 민족의 영산으로서의 기운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북한과 중국은 한민족 민족정기의 상징과도 같은 백두산을 크게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백두산 일대를 ‘미사일 천지’로 만들고 있다. -깊은 산중의 콘크리트 사일로 백두산 미사일 기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3년 국내 주요 언론들이 정보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백두산 인근 소백산에 대규모 미사일 사일로가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정보 당국자는 “백두산 바로 아래 있는 해발 2,000m 가량의 소백산 일대에 미사일 격납 시설인 사일로(Silo)가 건설되고 있다”고 전하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공사가 시작된 이 사일로는 규모로 볼 때 최소한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 발사 시설로 추정된다”고 전한 바 있다. 사일로란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대형 미사일을 격납·보관·발사하는 시설이다. 지하에 설치되기 때문에 조금만 위장해 놓으면 상공에서 쉽게 식별이 어렵고, 두꺼운 콘크리트로 보호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공습으로는 파괴하기 어렵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적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두꺼운 콘크리트와 강철 해치로 보호되는 지하 미사일 사일로를 대규모로 운용했으며, 양국은 현재도 사일로에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북한이 백두산 인근 지하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 기지는 중국 국경에서 불과 4.5km 떨어진 곳에 있다. 즉, 중국 영토에 대한 오발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한미연합군이 이 미사일 사일로를 타격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북한 영공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곳이기 때문에 한미연합공군이 이 지역에서 들어가려면 중국 공군 전투기의 견제, 심할 경우 충돌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험준한 산 속 지하 깊은 곳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타격한다 하더라도 파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이 미사일 사일로의 위치는 김정은 일가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활동지’, ‘김정일의 생가’로 성역화 해 선전하고 있는 삼지연과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인 상징성도 대단히 크다. 삼지연에서 불과 9km 가량 떨어진 이 미사일 기지는 남북으로 약 3km, 동서 1.9km 가량의 면적에 건설되었는데, 위성사진을 통해 보이는 것처럼 이 기지는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한다. 기지의 서쪽은 중국 국경에서 4.5km 가량 떨어져 있는데, 서쪽은 산세가 대단히 험준해 접근이 어렵다. 기지 동쪽은 대공포 진지와 경비부대의 것으로 보이는 막사, 위병소와 진입 도로 등이 식별된다. 특히 이 지하 기지 주변은 약 100m 폭으로 나무와 수풀이 완전히 제거되어 있는데, 적이 숲을 통해 은밀히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기지 출입구 남동쪽에 반원 형태로 대공포 진지가 구축되어 있는데, 이 진지 안에 들어가 있는 대공 무기가 대공포인지 지대공 미사일인지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거점을 방어할 때 대공포는 반원형으로, 지대공 미사일은 윤형으로 배치하는 전술을 채택하고 있는데, 진지의 배치로만 놓고 보았을 때는 대구경 대공포, 각각의 진지 크기를 고려했을 때는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대공 진지가 동쪽에만 배치되어 있는 것은 서쪽은 중국 국경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동쪽은 동남쪽 130km 지점에 해안이 있기 때문에 동남쪽 방향에서 접근하는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 등을 요격하기 위한 의도로 이러한 시설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인근의 이 지하 시설은 김정은 일가가 머무는 지방 별장에 준하는 수준의 강력한 방어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곳이 북한이 지난 2013년 완공한 지하 미사일 기지일 공산이 크다. 북한은 이곳에 사거리 3,000km급 수준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인 ‘무수단’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노동 미사일 역시 이 기지가 가장 유력한 배치 기지로 알려지고 있다. 기지의 규모만 놓고 보자면 북한 최대의 탄도 미사일인 대포동 2호나 은하 3호 계열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역시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요컨대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주요 전략 거점을 모두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한미 연합군의 주요 타격 수단이 타격할 수 없는 중국 앞마당에 배치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백두산 미사일 기지化, 중국도 가세 백두산을 미사일 천지로 만들고 있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중국 역시 이 일대에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4일 중국 관영 CCTV는 인민해방군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의 동북지방 혹한기 훈련 영상을 소개했다. CCTV는 “선양군구의 제2포병 부대가 모처에서 혹한기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을 전했는데, 훈련이 이루어진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창바이산(長白山), 즉 백두산이라고 분석했다. 영상 속에 나오는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는 해발 1,000 ~ 1,800m에 서식하는데, 중국 동북지역에서 이들 나무가 울창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은 백두산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2포병 예하 부대 가운데 백두산 인근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부대는 없기 때문에 이 훈련을 실시한 부대는 다른 지역에서 이동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언론에서는 훈련에 동원된 부대가 다롄(大連)에 배치된 제810도탄려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동 거리나 각 부대별 임무를 고려했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부대는 압록강 북쪽에 위치한 퉁화(通化)에 배치된 제816도탄려(道彈旅), 즉 제816미사일여단이다. 거리상으로 보았을 때 백두산에서 가장 가까운 부대이자 이번에 영상에서 식별된 동풍(東風)-21A(DF-21A) 미사일을 보유한 부대이기 때문이다. 제816도탄려는 제2포병 예하 군단급 부대인 51기지에 소속된 3개의 미사일 여단 가운데 하나로 유사시 한반도를 담당하는 선양군구(瀋陽軍區)를 지원하는 부대이며, 사거리 600km의 DF-15와 사거리 1,800km의 DF-21A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대가 보유한 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200~500kt의 핵탄두 또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더라도 명중 오차가 50m에 불과할 정도로 대단히 정밀하기 때문에 남한 전역의 주요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은 물론 일본 각지에 산재한 주일미군 시설에 대한 타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어 대단히 위협적인 전력이다. 중국이 요동반도와 산동반도 일대에 주로 배치했던 DF-21 미사일을 백두산 중턱까지 끌고 와서 훈련을 벌이고 이를 관영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무언의 시위로 볼 수 있다. 요동과 산동 일대의 DF-21은 해안 평야 지대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다로부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용이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백두산 북사면의 이동식 미사일 차량은 해발 2,000m가 넘는 백두산이라는 자연 방벽의 보호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근로 상에 북한의 밀집 방공망이 버티고 있어 항공기나 순항 미사일로의 타격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훈련에 동원된 부대는 퉁화에 사령부를 두고 예하 부대는 길림성(吉林省) 일대에 분산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매년 백두산 인근에서 훈련을 실시해 왔다. 따라서 이 미사일 부대의 백두산 전개 훈련은 정례 훈련의 성격이 짙지만, 중국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미사일 부대의 전개 훈련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번 보도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 신형 미사일을 백두산에 전진 배치해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최근 한미일 3국이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도 평가하고 있다. 일부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전역은 물론 태평양 지역에서 미·일 연합 전력이 동해 및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접근로를 탄도 미사일로 차단 및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백두산은 일찍이 환웅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만한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덕분에 백두산은 “인간을 널리 해롭게 할 만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반만 년 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펼쳤던 그 곳이 대량살상무기들로 채워져 가는 모습을 보며 환웅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열린세상] 복잡한 신입 사원 채용절차, 청년실업 부추긴다/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열린세상] 복잡한 신입 사원 채용절차, 청년실업 부추긴다/이상일 호원대 초빙교수·언론인

    올해도 불황이 깊어져 취업난은 가중될 전망이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들의 취업 시장을 보면 언뜻 이해하기 힘든 상반된 현상이 있다. 하나는 ‘민간고시’로 불리는 어려운 취업문을 통과하자마자 입사를 포기하는 합격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모 제조업체는 115명을 최종 합격자로 뽑았는데 최근 신입 사원 교육에는 이 중 60여명만 참석하고 50명 정도는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절차에서 2박3일간 합숙면접까지 실시한 어느 금융사는 20명을 합격시켰지만 이 가운데 3분의2인 15명 정도가 바로 이탈하고 5명 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10대 기업 신입 사원의 9% 정도는 입사 후 1년 안에 그만두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조기 퇴사율은 19.9%에 달한다. 취업시장의 또 다른 풍경은 취업이 안 돼 재수나 삼수, 사수까지 수년간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조기 퇴사율과 장기 취업준비 등 상반된 두 현상을 개인의 역량 차이, 조직 부적응과 기업 여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오히려 기업들의 신입 사원 채용절차상 문제 탓도 있지 않나 싶다. 기업들은 늘 ‘탈(脫)스펙’을 외쳐 왔다. 학벌, 학교 성적, 어학 실력이나 자격증의 잣대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신입 사원 채용 방식은 1980년대까지 필기시험 위주였으나 1995년부터 필기시험이 없어지고 기업들은 유행처럼 너나없이 직무적성검사와 인적성 검사를 도입했다. 2000년대에는 대학별 채용설명회 개최와 면접 방식의 다양화(술자리 면접, 다차원 면접, 행동관찰 면접)도 채택했다. 요즘은 대부분 기업들의 신입 사원 채용 절차가 5, 6 차로 길어지고 복잡해졌다. 서류전형-인적성검사-직무PT면접-집단토론-인성면접-임원면접 등이다. 각각의 채용 절차도 간단치 않다. 서류전형의 경우 수주간 과제를 몇 개 주고 동영상과 에세이를 내도록 요구하는 곳도 있다. 면접도 역량면접, 상황면접에다 압박면접(위기대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면접) 등으로 세분화된다. 일부 기업은 1박2일이나 2박3일의 합숙면접을 통해 대인관계 매너와 동료 간의 관계까지 관찰한다. 부모나 교수들은 이런 식으로 선발한다면 “우리 기성세대 중 입사시험에 붙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렇게 한 개 기업의 취업 절차가 복잡하고 지원생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많다 보니 한 곳에서 실패했다고 다른 기업이나 다른 분야로 순발력 있게 바꾸기가 어려워진다. 소수의 기업을 겨냥해 한 우물을 파듯 재수나 삼수, 사수를 감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청년 실업이 해소되지 않는 일부 요인을, 복잡하고 어려운 채용 절차를 고안한 기업들이 제공하는 셈이다. 지원자가 많은 데다 인재를 제대로 뽑기 위해서라고 기업들은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복잡해진 선발 절차가 성공적인지 입증된 바 없다. 조기 퇴사율은 여전히 높다. 선발 절차가 복잡해 지원자의 어떤 장단점이 선발에 영향을 주는지 감이 안 잡히는 것도 문제다. 합격자들의 조기 퇴사가 여전한 것은 기업들의 말과 달리 소수의 스펙 좋은 인재를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선호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최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스펙에 의한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올 초 기업 경영진들은 ‘직무적합성’을 강조하고 ‘창의성 면접’ ‘역사에세이’를 신입 사원 채용 때 반영한다고 말한다. 사원 선발 절차를 유행처럼 그때그때 바꾸면 정말 그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더 아리송해진다. 일본전산은 ‘밥 빨리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원칙을 줄곧 사원 선발에 적용하고 있고 세계적인 절삭기 제조 업체인 일본주켄공업은 ‘짧은 면접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며 지금도 ‘선착순 채용’을 고집한다. 이들 기업을 본뜰 수는 없어도 국내 기업들의 신입 사원 선발 절차는 좀 더 단순하고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취업준비생들이 덜 힘들게 되고 기업에 대해 나쁜 감정도 덜 갖게 될 것이다.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롯데그룹] 공격적 M&A로 매출 83조… 재계 5위 ‘우뚝’

    [재계 인맥 대해부 (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롯데그룹] 공격적 M&A로 매출 83조… 재계 5위 ‘우뚝’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은 2004년 10월 그룹 정책본부장 취임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1997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4년 만인 2011년 2월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회장으로 올라섰다. 2004년 당시 그룹 매출은 23조원이었지만 10년이 지난 2013년 83조원을 넘어서며 3.6배 이상 커졌다. 고향이 경상도인 아버지 신격호(93) 총괄회장의 피를 물려받은 영향인지 신 회장은 평소 말수가 적고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을 할 때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편이다. 롯데그룹이 재계 5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영향이 컸다. 그가 2004년 정책본부장을 맡은 이후 하이마트,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등 국내외에서 30여건의 크고 작은 M&A를 추진한 게 그렇다. 2006년 롯데쇼핑을 한국과 영국 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켰고 지난해 4월에는 롯데주류에서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숙원 사업이던 맥주시장에도 진출했다. 신 회장의 가장 큰 경영 성과는 국내 최대 유통 사업군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2010년 당시 유통업계 대형 매물로 손꼽히던 바이더웨이와 GS리테일의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모두 인수했다. 인터넷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2000년 2월 1일 롯데닷컴을 만들었다. 2006년에는 우리홈쇼핑을 인수해 롯데홈쇼핑을 출범시키는 등 유통 채널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2010년에는 중국 홈쇼핑 업계 3위 업체인 러키파이를 인수해 중국 본토 공략에도 나선 상태다. 새로운 유통 모델을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광주월드컵점과 김해점을 열며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에 진출했다. 2012년에는 하이마트를 인수해 가전양판 사업에도 새롭게 진출하면서 당시 329개 매장을 436개로 늘렸다. 신 회장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부문은 석유화학이다. 신 총괄회장의 전공이 화학이라는 점과 그룹의 시작이 이런 전공을 응용해 비누와 껌을 팔면서 이뤄졌다. 신 회장도 한국 롯데그룹에 첫발을 내디딘 게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이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신 회장은 1990년부터 호남석유화학 경영에 참여했고 2000년대 들어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한 뒤 2009년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를 합쳤다. 2012년에는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해 현재의 롯데케미칼을 출범시켰다. 2013년 기준 매출의 41%는 유통, 다음으로 29%가 석유화학에서 나오면서 석유화학 분야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관광서비스는 15%, 식품은 10% 정도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업계 국내 2위로 에틸렌 생산은 국내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 셰일가스 개발에 투자했다. 신 회장은 언론에 나오는 것을 극히 꺼리지만 스키에 대해서는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적극적인 대외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스키 선수로 활동할 만큼 스키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지난해 11월 대한스키협회 20대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 일대 스키장을 방문해 대회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실제 경기가 이뤄지는 최고 난이도 코스를 막힘없이 내려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안녕 명왕성!” 뉴호라이즌스호, 9년 날아가 첫 ‘출사’

    “안녕 명왕성!” 뉴호라이즌스호, 9년 날아가 첫 ‘출사’

    "안녕 명왕성" 지난 2006년 1월 태양계 끝자락 머나먼 행성을 향해 무인 탐사선이 발사됐다. 바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다. 지구로부터 약 48억 km 떨어진 명왕성을 향해 무려 9년을 항해한 뉴호라이즌스호가 첫 '출사'에 나선다. 최근 NASA 측은 "뉴호라이즌스호가 25일(현지시간) 명왕성을 첫 촬영할 예정으로 사진 상으로는 점보다 조금 더 큰 수준으로 나타날 것" 이라고 밝혔다. 무려 9년이나 날아갔지만 지금도 명왕성이 점 수준으로 보이는 이유는 거리가 아직 1억 6000만km나 남았기 때문이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도착하는 시간은 앞으로 7개월 후인 오는 7월 14일. 뉴호라이즌스호 프로젝트 과학자인 존스홉킨스 대학 할 위버 교수는 "이제 인류의 명왕성 탐사가 피니쉬 라인(finish line)에 다가서고 있다" 면서 "더이상 그래픽이 아닌 진짜 명왕성의 모습을 보게될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명왕성의 공식이름은 ‘134340 플루토’. 1930년 처음 발견된 이후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의 행성 분류 정의가 바뀌면서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격하된 비운의(?) 행성이다.   바뀐 행성의 정의는 크게 3가지로 첫째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둘째 충분한 질량과 중력을 가지고 구(sphere·球) 형태를 유지해야 하며 셋째 그 지역의 가장 지배적인 천체여야 한다. 문제는 2000년대 들어 명왕성 인근에서 카론 등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명왕성의 위성으로 생각됐던 카론에 명왕성이 휘둘린다는(맞돌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명왕성이 행성이 되면 인근 카론, 제나, 케레스 등도 모두 행성이 돼 태양계의 행성 숫자는 최대 12개로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이에 유럽 천문학자들을 중심으로 행성의 정의를 위와같은 3가지 조건으로 정리하며 투표를 통해 명왕성 행성 퇴출을 결정했다. 그러나 명왕성에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까지 보낸 미국 천문학자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으며 이후 툭하면 명왕성의 복권을 다시 주장하고 있다. 지구에서의 논쟁과는 별개로 뉴호라이즌스호는 나홀로 자신의 임무를 꿋꿋이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 탐사선에는 임무와 별 상관없는 비밀품목들이 실려있다. 명왕성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증조부)의 유골 일부가 용기에 넣어져 있으며 미국 국기, 우표, 25센트 동전, 이름 43만 4000개가 실린 CD-ROM 등이 그것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분단 극복의 상징 남북종단철도 구상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분단 극복의 상징 남북종단철도 구상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 인구의 71%가 살고 전 세계 육지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대륙이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반도를 포함해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하나의 대륙’, ‘평화의 대륙’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 주장의 요체는 지역 내 단절과 고립, 긴장과 분쟁을 극복하고 개방을 통해 함께 번영하는 새로운 유라시아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는 중요한 사업이 ‘유라시아 철도 구상’과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다. 특히 유라시아 내 끊어진 물류 네트워크를 연결해 물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지역 내 철도와 도로로 연결하는 복합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유럽까지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유라시아의 물류와 에너지네트워크를 통해 물류비 절감과 무역활성화로 이어지며 유라시아 경제권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통일부를 비롯한 외교안보부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실현 및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올해 부산과 전남 목포에서 출발해 남북을 X자로 종단한 뒤 신의주와 나진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로 이어지는 철도 시범 운행을 북한에 제의하겠다고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을 밝히면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가속화해 통일기반을 축적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이 계획은 부산을 출발해 서울~평양~신의주~TCR로 이어지는 노선과 목포를 출발해 서울~원산~나진~TSR로 이어지는 노선에서 철도 운행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TCR과 TSR은 유럽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북한이 호응해 시범 운행이 성사되면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 공동 문화행사를 열 방침이다. 열차에는 분단 70년의 역사를 상징하는 각계각층을 선발해 탑승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는 올해 광복절 즈음에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작년 러 석탄 나진까지 운송… 선박으로 포항에 정부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단추가 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나진항 제3부두에서 하산까지 철도(54㎞)를 개·보수하고 화물터미널의 건설과 화물열차 확보를 통해 나진항과 TSR을 연계하는 물류사업이다. ‘나진~하산 철도 개통 및 운행’, ‘부산~나진 간 해상수송 후 TSR 경유 컨테이너 물류수송’은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레일·포스코·현대상선 등 우리 측 기업 3사가 2008년 7대3의 지분 구조로 설립된 러시아와 북한의 합작기업인 ‘라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 절반을 사들이는 우회 투자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13년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러시아 철도공사의 나진~하산 간 철도운영 및 나진 지역 항만개발사업에 3사 컨소시엄이 참여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업과 정부 관계자 등 민관 합동 점검단 13명은 러시아 철도 공사와 합동으로 24~28일 방북해 철도 운송과 선적, 선박 입출항 등 육해운 전반에 걸친 기술적 점검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시베리아산 석탄을 실은 선박이 처음으로 포항항에 입항해 포스코에 석탄을 공급했다. ●아시아·유럽 물류망 복원… 한반도 평화에 기여 남북 분단으로 인해 직접적인 대륙진출 통로가 막힌 한국의 교통·물류체계는 해상운송 위주로 편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한국은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한 거대한 시장이자 원료 공급지인 중국, 러시아와 같은 국가와의 협력에서 지정학적 이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마련돼 남북철도 연결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남북 간 실타래처럼 얽힌 정치·군사적 문제로 인해 해결보다는 대립과 반목으로 한반도 횡단 철도의 효용성은 떨어졌다. 하지만 남북한 간의 철도연결 사업은 분단된 국토를 연결하는 상징성과 함께 기존 남북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고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여는 중요한 정책 과제 중 하나다. 유럽철도망이 교통망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유럽의 경제·사회·문화를 통합해 유럽연합(EU) 결성을 앞당겼듯이 현재 진행 중인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사업은 남북 협력 인프라를 마련함으로써 ‘통일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사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내 노동·자원·기술·자본 협력 땐 급성장 전망 남북철도가 TSR, TCR,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 등과 연결될 경우 그동안 단절됐던 유라시아 공간은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 및 동북아의 인적·물적 교류가 활성화돼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라시아 지역은 풍부한 천연자원(러시아 극동지역)과 노동력(북한·중국), 산업기술(한국·일본)과 자본력(일본)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략적 입지 여건으로 인해 높은 경제협력 시너지 효과가 기대될 뿐 아니라 거대시장까지 갖춘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또 지역 간 물적·인적 교류의 수요 증가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남·북·러·중·일 주요 국가 간 철도연계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은 1990년대부터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철도 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철길과 침목 등 철도 기반시설의 개·보수도 못해 열차가 평균 시속 30~40㎞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철도는 산업의 ‘동맥’이라고 불리며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가늠케 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北철도 보수·복선화 필요… 러가 가장 적극적 그러나 북한은 낙후된 철도 시설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철길 대부분이 단선으로 연결돼 있어 실질적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복선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나라가 바로 러시아다. 지난해 10월 러시아는 북한과 20년에 걸쳐 북한 내륙철도를 개·보수하는 사업에 합의하고 1차로 250억 달러를 투입해 3500㎞ 구간을 우선 개·보수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북한 내 광물자원을 개발해 판매하는 대금으로 사업비를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과 중국 등이 북한 내륙 철도 개·보수 사업에 투자하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막심 셰레이킨 러시아 극동개발부 차관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러시아와 북한 간에 합의된 철도 개·보수 사업에 대해 “북한 철도 개·보수 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실사 등 1단계 작업이 마무리되면 러시아가 외국 투자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 단계에서 외국 투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제3국의 북한 철도 투자 관련 사안은 특별히 알려진 바 없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공연리뷰] ‘노트르담 드 파리’ 10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로

    [공연리뷰] ‘노트르담 드 파리’ 10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로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 노래해요 나의 에스메랄다 / 함께 갈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축 늘어진 에스메랄다를 끌어안은 콰지모도(맷 로랑)의 오열을 뒤로 하고 음악과 조명이 꺼졌다. 숨죽이던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2005년 첫 내한에서 8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본국에서도 9년 동안 중단됐던 프랑스어 버전의 세계 투어의 출발점을 한국으로 잡은 것이다. 첫 내한 때의 주요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 프랑스어로 노래한다. 2005년 한국 관객들에게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줬던 ‘원조’의 귀환에 공연계가 들썩이고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0년대 후반 국내에 불어닥친 프랑스 뮤지컬 열풍의 시작이었다. 싱어와 댄서가 구분된 독특한 형식, 원작의 메시지를 함축한 상징적인 무대,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안무와 의상 등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성공 이후 ‘십계’ ‘로미오와 줄리엣’ ‘돈 주앙’ 등 프랑스 뮤지컬이 국내에 소개됐고, 뒤이어 오스트리아, 체코 등 동유럽 사극 뮤지컬이 공연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경북 경주에서 시작해 대구와 대전을 거쳐 서울에 다다른 ‘원조’는 왜 10년 전 한국 관객들이 생소한 프랑스 뮤지컬에 열광했는지를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문 무용수들의 군무와 비보이 댄서들의 애크러배틱, 웅장한 듯 간결한 무대 세트와 갖가지 형상을 뿜어내는 조명까지 모든 요소가 무대 예술의 총체를 이뤄 객석을 압도한다. ‘대성당의 시대’ ‘아름답다’ 등 넘버들은 비음과 연음이 많은 프랑스어와 음절 단위로 결합해 중독성을 발휘한다. 배우들의 역량은 명불허전이었다. 맷 로랑의 거친 목소리와 처절한 몸짓은 콰지모도 그 자체였으며, 프롤로 주교 역의 로베르 마리엥은 타락한 성직자의 위선을 선명하게 새겨넣는다. 무엇보다 무대 언어를 통해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 담긴 휴머니즘의 정신을 고스란히 구현했다는 점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빛을 발한다. 신의 시대가 저물고 인간의 시대가 열리는 변혁의 소용돌이에서 무너지는 교회의 권위와 변화를 갈망하는 민중들의 열망 등 당시의 사회상이 시적인 가사와 역동적인 안무로 구현된다. 여기에 인간의 욕망과 타락,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까지 아우른다. 최근 들어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이 호화스러운 의상과 안무, 고음을 넘나드는 넘버에만 치중하는 분위기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오는 2월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만~20만원. 이후 울산, 광주, 부산에서 공연된다. (02)541-623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대한민국 공무원/김경운 정책뉴스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대한민국 공무원/김경운 정책뉴스부 전문기자

    꼭 120년 전인 1895년 조선 내정에 깊숙이 간섭하던 일본은 기어코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을미사변(乙未事變)을 일으킨다. 앞서 1894년 재래 문물제도를 버리고 근대적 체제를 확립하려던 갑오경장(甲午更張)이 대중의 외면을 받더니 일본 세력의 힘만 키워 준 꼴이 되면서 이듬해 참변을 불렀다. 지금 공직사회가 마치 당시의 혼란상을 겪는 듯하다. 갑오년(2014년)의 세월호 참사에서 비롯된 공직 개혁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해를 바꿔 을미년(2015년)으로 넘어오니까 이런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요새 어깨가 축 처진 채 울상을 짓고 있다. 고시 관문을 뚫고도 반평생 몸을 사리면서 잦은 야근을 견뎌온 것은 나중에 퇴직하면 월급 제대로 받는 곳에서 한 3년은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말단 공무원으로 들어가 박봉 앞에서 짧은 한숨을 내쉬는 아내의 모습을 봤어도, 나중에 퇴직금 대신 받을 공무원연금 덕분에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간의 눈초리는 퇴직 후 취업을 무조건 ‘관피아’로 몰아붙이고 연금은 국민의 세금을 좀먹는 부당이득으로 간주하며, 따끔따끔하다. 가족과 생이별을 한 채 정부세종청사 근처의 쪽방에서 지내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는 어디 가서 공무원 명함을 꺼내기도 싫다며 고개를 떨구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잘못은 공무원 대다수의 탓이 아니다. 공직 경험을 재활용하는 퇴직 후 취업 관행이나 개천에서 난 용을 찾는 고시 선발 전형, 곗돈 붓듯 모아온 공무원연금 제도 때문이 아니다. 합리적인 틀에서도 빈 곳을 찾아내고 유혹을 떨치지 못한 소수의 일탈이었을 뿐이라 믿는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반세기 전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하다못해 ‘발신→수신→참조→제목’ 등 전언통신문 양식도 우리 공무원들이 미군 행정병들로부터 배워서 민간 기업인들에게 전한 것이다. 시골 마을에서 꽤나 공부를 잘했다는 청년은 면사무소 새마을운동과의 말단 서기지만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이 컸을 것이다. 당시 새마을운동과는 누구나 원하던 총무과나 기획과보다 더 잘나가는 부서였고, 이게 동력이었다. 1980~90년대 나라의 기틀이 잡히고 산업이 발전하자 공무원 직업이 한때 외면받기는 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취업난과 민간기업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 다시 각광을 받는다. 시험 경쟁률이 100대1을 넘기도 한다. 이런 공직이 세월호에 떠밀려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만성적자에 허덕인다고 하니 연금 구조를 고치긴 해야 한다. 하지만 적자의 원인이 정부책임준비금 미납으로, 공공예탁금의 이자손실 등으로 줄줄 전용됐기 때문이라는 공무원 노조의 볼멘소리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 정부의 책임일지라도 사과할 일이 있으면 제대로 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싱가포르 공무원은 보수가 많고 권위도 인정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뇌물 등 비리 혐의가 포착만 돼도 법원의 영장 없이 체포나 압수·수색을 당할 수 있다는 그들의 반듯함을 우리 공무원들이 잊어선 안 된다. kkwoon@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GS그룹] 현장 중시·투명성 강화… 홀로서기 10년 만에 재계 7위로

    [재계 인맥 대해부 (2부) 후계 경영인의 명암 GS그룹] 현장 중시·투명성 강화… 홀로서기 10년 만에 재계 7위로

    GS의 2015년은 창립 10년을 맞는 특별한 해다. 반세기를 넘어서는 LG그룹과의 동반자 관계를 접고 2004년 7월 GS홀딩스(현 ㈜GS) 설립을 시작으로, 2005년 3월 새로운 그룹 기업이미지(CI)를 선포하고 GS그룹의 출범을 알렸다. 현재 GS그룹은 지주회사인 ㈜GS와 GS에너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 EPS, GS글로벌, GS E&R, GS스포츠, GS건설 등 주요 자회사와 계열사를 포함해 80개 기업(2014년 3월 말 기준)으로 이뤄져 있다. 2013년 말 자산 약 58조 1000억원으로 자산규모 기준 재계 순위 7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기업집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범 당시(2004년 말 기준) 매출 23조원, 자산 18조 7000억원이었던 그룹의 외형은 2013년 매출 68조 4000억원, 자산 58조 1000억원으로 3배 규모로 커졌다.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도 갖췄다. GS는 2004년 매출 23조원 중 수출과 해외매출 비중이 7조 1000억원으로 약 30%였다. 하지만 2013년에는 그룹 전체 매출 68조 4000억원 중 수출 비중을 약 55%인 39조원으로 끌어올렸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사업과 수출로 일궈 내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한 셈이다. 계열 분리 과정에서 시끄러운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인 우리나라 재계에서 거대 기업의 분리를 잡음 없이 해결했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10년이 지났지만 허씨와 구씨 가문은 여전히 서로의 사업영역을 존중해 상대의 주력 업종에는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아름다운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GS는 출범 이후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유통, 건설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과 사업구조조정 등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주력사인 GS칼텍스는 고도화시설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생산시설과 해외수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 하루 77만 5000배럴의 원유 정제 능력을 갖췄고, 2000년대 들어 총 5조원을 투자해 2·3·4중질유분해시설을 잇달아 완공하며 고도화 처리 능력을 26만 8000배럴로 늘렸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도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이다. 2010년 2월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매각했고, 이후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GS홈쇼핑은 해외 7개국에서 취급고가 1조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홈쇼핑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다만 GS건설은 어려운 고비를 겪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와 저가 수주로 말미암은 파장을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수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GS건설은 주택사업과 석유화학·정유 플랜트 중심의 사업 구조를 넘어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담수화 개발, 해상플랜트 등 기술, 지식 집약적 사업으로 사업구조를 개편 중이다. 2005년 출범 당시 4조원이던 매출은 2013년 9조 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GS그룹 허창수(67) 회장의 온화하면서도 단호한 지도력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2004년 7월 허창수 회장은 GS 출범과 함께 허씨 가문의 추대를 받아 GS그룹의 대표로 선임됐다. 허 회장은 LG그룹 공동경영 시절 다양한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풍부한 실무경험을 쌓아 왔다. 그는 현장 중심의 경영과 이사회의 투명성을 늘 강조한다. 경영진의 판단이 현장을 벗어나서도 안 되며 이에 기반을 둔 경영진의 판단 역시 투명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허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국내외 주요 계열사들의 연구, 생산, 판매시설 및 건설현장 등을 자주 찾아다닌다. 개인 재산을 털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습은 다른 기업 사주가 본받아야 할 정도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사회공헌을 하면서 오너 일가는 생색만 내고 회사 돈으로 내는 게 다반사다. 허 회장은 2006년 12월 사재를 출연해 남촌재단을 설립, 소외 계층 환자를 위한 의료사업과 저소득 가정 자녀의 교육, 장학지원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재단 설립 당시 허 회장은 매년 GS건설 주식 등을 출연해 재단기금을 500억원 이상 규모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어김없이 지켜지고 있다. 2006년 말 GS건설 주 3만 5800주로 시작된 기부는 9년 동안 무려 37만 주가 쌓였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360억원에 달한다. 이런 모습은 대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2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아시아 이타주의자 48인’에 허 회장의 이름을 올렸다. 허 회장은 2011년 2월 경제계 원로들의 추대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33, 34대)을 맡아 지금까지 재계를 대표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재계 인사는 “가진 돈을 값지게 쓸 줄 아는 몇 안 되는 대한민국의 착한 부자”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3.0 시대의 공직자/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부3.0 시대의 공직자/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공직을 극장 모형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대한민국은 하나의 극장이다. 국민은 극장의 주주 겸 관객이다. 극장의 무대는 중앙정부(국가), 지방자치단체, 특수법인(공공기관) 세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각 무대의 연기자는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공공기관 직원이다. 합쳐서 공직자로 부른다. 이들은 경쟁시험을 통해 무대에 올라 처음엔 뒤쪽의 단역에서 출발해 여러 배역의 조연을 거쳐 점차 무대 앞쪽의 주연급으로 이동하며 수십 년간 머물다 무대를 떠난다. 무대 위 공연 작품은 국가나 공공단체의 각종 정책이다. 관객은 세금 등 입장료를 내고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뿐만 아니라 3~5년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극장의 총괄 대표인 대통령과 부문별 대표인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임원 격인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을 선출한다. 연기자는 입장료의 일부를 급여로 받는다. 우리나라가 가난해 정부 주도로 경제·사회발전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던 1980년대까지는 무대의 위치가 객석보다 높았다. 그래서 객석에서는 무대 뒤쪽까지는 잘 안 보였다. 또 입장료를 낼 형편이 안 되는 관객이 많아 작품 내용이나 객석 환경에 대한 비평이나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의 독백처럼 ‘진짜 힘들게’ 살았던 건국·산업화 세대의 피와 땀으로 입장료를 조금씩 올려 객석을 개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어느덧 무대와 객석의 높이가 비슷해져 무대의 작품과 공연 내용이 훨씬 잘 보이고 관객의 목소리도 경청하게 됐다. 이어서 민주화·개방화·정보화·선진화 세대의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통해 2000년대부터는 객석이 무대보다 높아졌다. 인터넷 시대의 관객들은 이제 무대 위 모든 상황을 자세히 보고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무대 위치는 극장 설립 당시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만 객석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정부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무대가 객석보다 높았던 때를 ‘정부1.0’, 두 높이가 같은 때를 ‘정부2.0’, 객석보다 낮아진 후를 ‘정부3.0’이라 한다. 이에 따라 극장 구성원 전체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겨 공직 사회에 대한 개혁 조치는 불가피했다. 공직 연기자에게 연공급 대신 일반 연기자의 출연료와 같이 역할의 중요도와 크기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직무성과급제도, 객석의 민간 경력자에게 필기시험 없이 역량평가 등을 거쳐 배역을 바로 부여하는 개방형제도, 정부가 보유 중인 데이터를 국민이 요청하기 전에 먼저 공개하는 제도 등은 모두 정부3.0 시대의 산물이다. 즉 직업공무원제도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신분과 계급 중심의 인사제도를 직위와 역할 중심으로 바꾼 사례들이다.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극장이 존재하는 한 무대는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대의 크기나 위치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그런데 무대가 있다면 연기자도 있다. 연기자는 항상 관객을 향해 일한다. 일반의 관객은 훌륭한 연기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 극장도 이렇게 돼야 바람직하다. 대다수 공직자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공직자들에게 정부1.0 시절의 ‘국가 발전의 견인차’나 정부2.0 시절의 ‘국정 운영의 동반자’와 같은 자긍심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정부3.0 시대에도 ‘대한민국 헌법’ 제7조에 규정된 ‘국민 전체의 봉사자’ 역할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개인에 대한 봉사는 감사로 돌아오지만 전체에 대한 봉사는 당연시하기 쉬워 공직자가 국민으로부터 감사의 말을 듣기가 어렵다. 양의 해 2015년에는 지난해 공직 사회의 자조적인 ‘3종 세트’(세종시 이전, ‘관피아’ 논란과 재취업 제한, 공무원연금 개혁)와 같은 절망의 말 대신 희망의 선플이 많이 달리면 좋겠다. 오늘도 각종 정책 현안을 해결하느라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잘한 일 99.9%에는 관심 없고 모자란 0.1%만 문책한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고 싶을까. 무대 분위기가 우울하면 관객도 별로 즐겁지 않다. 새해 업무보고로 분주한 요즘 공직 연기자들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보람과 긍지를 갖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극장의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의 따뜻한 격려의 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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