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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일형 금통위원 “소득과 연결되지 않는 금융부채 증가는 리스크”

    이일형 금통위원 “소득과 연결되지 않는 금융부채 증가는 리스크”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위원은 중기적으로 소득과 연결되지 않는 금융부채의 중가가 금융안정에 잠정적인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1일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의 연계성을 설명하며 이와 같이 밝혔다. 이 위원은 “금융불안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유발될 수 있지만, 특히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부채 증가로만 이어지고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확대된 금융부채가 소득 불균형과 더불어 소비를 위축하고 있다”며 “구조적 해결책이 동반되지 않은 부채 증가는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금융부채로 인한 부동산 투자 확대가 지속할 수 있게 하려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를 통해 소비가 늘고 소득증대로 이어져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계속 웃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에 대비해 앞으로 저축증대가 계속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가 저축을 더 늘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소비를 진작하려고 해도 가계가 저축량 부족으로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느끼면 금리 인하 효과가 작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이 위원은 통화정책에 기댄 경제성장을 경계하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통화정책을 통해 장기적 경제성장을 움직임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착각”이라며 “통화정책이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은 물가”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미국 경제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미국 금리도 같이 올라가면 우리한테도 좋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호전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이 우리나라의 수출을 확대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위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해외투자가 많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순저축이 해외로 이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령화 대비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열대 과일 파파야·아티초크·몰로키아·망고… 30년 후엔 ‘메이드 인 충청’

    아열대 과일 파파야·아티초크·몰로키아·망고… 30년 후엔 ‘메이드 인 충청’

    ‘쌀과 사과, 배는 보기 어렵고 망고, 아보카도, 파파야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충청도 작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30여년 후인 2050년 이 지역 기온이 크게 높아져 아열대 과일이 넘칠 것으로 보인다.충남도 농업기술원은 31일 ‘기후변화 적응 충남 농업기술 개발 계획(2017∼26)’을 발표하고서 1970∼80년대 11.6도이던 도내 연평균 기온이 2000년대 12.3도로 높아지고 2050년에는 일부 내륙 외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변한다고 예측했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여름이 길고 겨울도 고온화하면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간이 258일에서 288일 이상으로 늘면서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자라는 아열대 작물이 충청권에서 많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광 농업기술원 미래농업팀장은 “2050년에도 충청권에서 노지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파파야 등 주로 1년생 채소”라며 “망고 등도 비닐하우스에서 기를 수 있지만 겨울철 난방비가 적지 않아 아무래도 제주와 남부지역이 아열대 과일나무 재배의 주산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노지 재배가 가능한 아열대 작물은 파파야 외에도 속이 빈 채소인 공심채, 꽃을 먹는 채소 아티초크, 클레오파트라가 피부미용을 위해 먹었다는 몰로키아, 인도가 원산지로 알려진 오이 모양의 여주, 당뇨에 효과가 있는 명월초, 고구마처럼 생긴 야콘 등이 있다. 비닐하우스에서는 망고 말고도 올리브, 아보카도, 패션푸르트 등이 재배될 것으로 예상한다.김 팀장은 “2015년부터 매년 10개 작물씩 올해까지 모두 30개 아열대 작물을 농촌기술원에서 시험 재배하고 있고, 공심초 등 대부분 아열대 작물이 잘 자란다”면서 “레몬과 아보카도는 공주의 한 민간농장에서 시설 재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에서 주로 키우는 천혜향과 한라봉도 최근 태안에서 재배하고 나서 아열대 과일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나라 전통 과일인 사과는 충남의 산간 등 극히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 명성을 자랑하는 예산사과는 지금도 고온으로 일교차가 줄어들면서 당도가 떨어지고 있다. 배는 재배하기 좋은 곳이 현재에 비해 70% 이상 줄어든다. 포도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재배지가 갈수록 북상 중인 딸기 재배도 위험에 노출됐다. 전국 생산량의 23%에 이르는 토마토와 33%를 차지하는 수박도 기후에 맞는 품질 개발을 서둘러야 할 실정이다. 주식인 쌀도 2050년 수확량이 30% 가까이 줄고 밥맛도 떨어진다. 고온으로 단백질 함유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두희 농촌기술원 농업연구사는 “현재의 쌀과 주요 과일을 유지하려면 품종 개발과 함께 고온재배법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예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아날로그 감성 입은 나만의 음악… LP음반에 빠진 지구촌

    아날로그 감성 입은 나만의 음악… LP음반에 빠진 지구촌

    ‘치지~익’ 소리가 간간이 섞이면서 들려오던 멋진 목소리와 아름다운 멜로디. 빙글빙글 돌아가던 검정 판 위에 올라 있던 바늘을 옮기며 원하는 노래를 찾아 듣던 LP(바이닐) 음반의 인기가 전 세계에서 치솟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목마름에 아날로그 감성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사용과 보관 등 여러 불편함으로 LP 음반은 1990년대 CD의 등장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전 세계인은 음질의 변화가 없고 휴대가 간편하고, 사용이 편리한 CD에 열광했다. 그리고 MP3와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면서 세계 음악산업에서 LP 음반의 존재는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그랬던 LP 음반이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항상 일정한 음질과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 들어도 같은 음질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음악 마니아들이 LP 음반으로 다시 돌아선 것이다. 또 40~50대 중장년층뿐 아니라 디지털 세대인 20~30대 젊은이들이 LP 음반 구매에 나서면서 대형 판매점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턴테이블 산업도 새로운 호황을 맞고 있다.●미국과 유럽에서 폭발적 인기 국제음반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LP 음반 판매량은 3200만장으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7년 전인 2008년의 500만장과 비교하면 무려 600% 이상 성장했다. 또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영국음반산업협회(BPI) 집계를 인용해 지난해 영국에서 팔린 LP 음반이 모두 320만장으로 전년에 비해 53%나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91년 이후 판매량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며 LP 음반에 대한 소비금액이 디지털 음원에 대한 소비금액을 추월한 첫해를 기록했다. 또 레코드 가게의 날 등 전국적인 행사와 LP 판매점 증가 등에 힘입어 판매량이 9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음반판매량 조사회사 닐슨 사운드 스캔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 30만장이던 LP 판매가 2015년 1190만장으로 4000% 급성장했다. 특히 2008년부터 급성장세를 보였다. 2007년 100만장이던 판매가 180만장으로 80% 늘면서 해마다 30~50%씩 판매량이 급증했다. 미국 음악시장에서 LP 음반의 판매수익은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수익을 넘어섰다. 미 음반산업협회(RIAA)의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량(2015년 기준)으로 보면 5%에 불과하지만, 수익은 4억 1600만 달러(추정치, 약 4854억원)로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업체들의 수익 3억 8500만 달러(약 4492억원)를 추월했다. 리젠트 스트리트 앤 골드바 레코드 최고경영자(CEO)이자 영국음반산업협회 이사회 등급위원인 버네사 히긴스는 “LP 음반은 세계 음악산업의 점유율이 아직 5%에 불과하지만 개당 판매금액이 높아서 음반 판매업자나 음악인들에게 점점 더 중요한 수익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이다. 미국이나 영국 혹은 유럽처럼 LP의 인기가 급증하진 않지만 4~5년 전보다 발매되는 LP 앨범의 숫자가 대폭 증가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지난해에는 태연(소녀시대)과 빅뱅, 정은지(에이핑크), 박진영, 원더걸스, 2PM 등이 신작을 LP로 선보이는 등 양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으면서 아직 전문적인 LP 제작공장도 없을 뿐 아니라 LP가 음원 유통의 방법이 아니라 신곡 발표의 ‘이벤트’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보편적 흐름을 좇아가는 것보다는 패키지에 관한 독창성, 기존의 법칙을 깨는 마케팅이나 유통 방식이 음반 판매와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LP 음반 발매가 서서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소장가치와 독특한 음색이 인기 이유 LP 음반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지난해 음악계의 세계적 거장들의 사망으로 마니아들이 기념으로 그들의 LP 음반 매입에 나선 것이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 데이비드 보위는 지난해 1월 사망 이후 음반 판매량 최고 30위 안에 그의 음반 5개가 진입하는 등 LP 음반이 가장 많이 팔린 가수에 올랐다. 특히 그의 앨범 ‘블랙스타’(Blakstar)는 2015년 판매 1위였던 아델의 ‘25’보다 두 배 이상 판매되며 지난해 가장 인기리에 판매된 음반으로 꼽혔다. 히긴스 대표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한 2013년 이후 CD 판매량과 음원 다운로드 수는 급감했지만, 마니아들이 진짜 음악을 소유하기 위해 LP 음반을 더 사고 있다”고 말했다. 또 LP 음반 인기의 한 축은 ‘나’만의 음악이라는 데 있다. 모두가 같은, 디지털로 쉽게 복제되는 음악이 아닌 턴테이블 바늘의 상태나 음반의 스크래치 등 여러 이유로 나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란 점이 인기의 이유다. 아이폰을 만들며 일약 세계적 ‘디지털 선구자’로 올라선 스티브 잡스도 ‘집에서는 LP 음반으로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아이팟’으로 아이리버를 누르며 MP3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했던 그가 정작 일상에서는 디지털 파일을 멀리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즐긴 것이다. LP업계 관계자는 “장년층의 LP 음반 구매가 배 정도 늘었고 젊은 층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불편함에도 독특한 음색과 소장 가치가 높은 LP 음반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이태원에 ‘바이닐앤플라스틱’이라는 대형 LP 음반 가게가 들어섰고 미국과 유럽 등에 대형 LP 음반 판매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아메바 뮤직(AMOEBA MUSIC), 블루 백 레코드(BLUE BAG RECORDS) 등 수십 개의 매장이 성업 중이다. 아메바뮤직 한 직원은 “지난해 LP 음반 판매가 25% 이상 늘었다. 해마다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면서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이들까지 LP 음반을 재발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턴테이블 기기도 속속 등장 LP 음반의 인기에 따라 소니와 테크닉스, 오디오테크니카 등 음향기기 전문업체들이 소리를 재생하는 신제품 턴테이블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간편하게 턴테이블과 PC를 연결해 젊은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 LP 음악을 MP3와 같은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할 수 있는 턴테이블 제품도 있다. 크로슬리(미국)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홍, 파란색 등 예쁜 색상의 가방형 턴테이블을 선보였다. 오디오테크니카(일본)는 최근 세련된 디자인과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턴테이블 3종을 내놓았다. USB 케이블로 PC나 노트북에 직접 연결해 MP3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소니코리아도 최근 LP 감상과 디지털 음원 변환 기능을 동시에 지원하는 턴테이블을 출시했다. 김인혜 소니 프로덕트 매니저는 “LP가 가진 음색을 디지털 음원 파일로 변환해 편집하거나 저장할 수 있게 돼 스마트폰, 카오디오, PC 같은 기기에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보해 잎새주 광주·전남서 ‘위기’…“애향심만으론 안돼”

    보해 잎새주 광주·전남서 ‘위기’…“애향심만으론 안돼”

    보해 소주 잎새주가 텃밭 광주·전남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전국구 소주’ 진로 참이슬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모양새다. 25일 지역 주류업계, 술집, 음식점 등에 따르면 향토기업 보해가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는 잎새주의 광주·전남 시장 점유율이 50∼60%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소주 판매 지역을 제한하는 자도주 보호규정이 풀린 후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잎새주의 광주·전남 시장 점유율이 80∼9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보해 입장에선 시장 잠식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처럼 보해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진로 참이슬 마케팅이 활발하고, 젊은층 위주로 “참이슬은 부드럽고, 잎새주는 쓰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기 때문으로 업계에선 분석한다. 또한 진로의 마케팅이 공격적이어서 일부 술집과 음식점에서는 잎새주가 ‘소외’ 당하는 장면도 목격된다. 북구 음식점 주류 메뉴판에 ‘참이슬 4000원, 하이트 4000원, 진로햇복분자 1만원, 막걸리 4000원’이라고 적혀있다. 잎새주가 주류 메뉴판에서 사라진 것이다. 음식점 주인은 “진로 영업사원들이 찾아와서 제작해준 메뉴판”이라며 “아마 다른 업소도 이러한 메뉴판을 제작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인은 “소비자들의 취향, 이해관계 등이 얽혀 있어 애향심만으로 ‘보해 잎새주 드세요’라고 손님들에게 권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해 관계자는 “광주의 잎새주 시장 점유율이 60%가량 된다”며 “광주지역 술집과 음식점 메뉴판에 잎새주만 적혀있는 경우도 상당하다”면서 “진로보다 자금력, 물량투입 등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회사 차원에서 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해는 마케팅을 강화하고자 오랫동안 제일기획에서 몸담았던 전문가를 최근 마케팅본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성군 vs 반란군’…‘車시장 ‘왕좌 전쟁’

    ‘수성군 vs 반란군’…‘車시장 ‘왕좌 전쟁’

    ‘복수혈전.’ 올해 자동차 업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2위권의 반란’이다. 연초부터 경차부터 대형차에 이르기까지 1위 자리를 둘러싼 불꽃 튀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각 완성차 업체 수장들도 1위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과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17일 각각 경차 ‘올 뉴 모닝’과 준중형차 ‘올 뉴 크루즈’를 내놓고 “시장 패러다임을 바꿔놓겠다”고 자신했다. 모닝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쉐보레 ‘스파크’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스파크는 지난해 7만 7932대가 팔렸다(국내 승용차 전체 4위). 경차 ‘아이콘’으로 불렸던 모닝(7만 5133대)보다 2800대가량 더 팔린 셈이다. 크루즈는 준중형차 시장의 ‘철옹성’으로 통하는 현대차의 아반떼(9만 3804대, 승용차 전체 1위)에 가로막혀 ‘만년 2위권’이란 딱지를 떼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새로 옷을 갈아입은 크루즈로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2위 업체들 “시장 패러다임 바꾼다” 중형차 시장의 자존심 대결도 볼만하다. 쏘나타(현대차), SM6(르노삼성), K5(기아차), 말리부(쉐보레)로 대표되는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1위 싸움은 쏘나타와 SM6 간 ‘2파전’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포문은 르노삼성 쪽에서 먼저 열었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인기몰이를 한 SM6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자가용 등록대수 1위(5만 431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전체 판매 대수에서는 쏘나타(8만 2203대)에 밀려 2위(5만 7478대)를 기록했지만, 순수 자가용 등록대수만 놓고 보면 쏘나타(3만 5023대)에 앞선다는 주장이다. 또 박동훈 사장은 “언제라도 SM6 택시를 내놓을 수 있다”면서 택시 시장에서의 ‘한판 승부’도 예고했다. 이에 현대차는 1분기 안에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선다. 쏘나타는 1985년 첫 출시 이후 누적 판매 대수가 334만대에 달할 정도로 현대차의 대표 모델로 자리잡았지만, 최근 들어 인기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SM6의 인기가 계속 되는 상황에서 ‘한방’이 필요한 쏘나타는 사실상 풀체인지(완전 변경)에 가까운 변화가 예상된다. 신형 i30과 신형 그랜저 등에 적용된 ‘캐스케이딩 그릴’로 갈아타고,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는 등 파워트레인도 손볼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신형 그랜저에 장착된 안전사양 패키지인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도 적용될 것으로 관측한다. 준대형차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집안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신형 그랜저와 K7을 내놓았다. 신형 그랜저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1만 7247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대수(6만 8733대)를 끌어올렸다. 현대차보다 먼저 신차를 내놓은 기아차는 뒷심 부족으로 5만 6060대에 그쳤다. 하지만 기아차는 지난 19일 ‘2017 K7’을 내놓고 반격에 나섰다. 신차에는 주행 조향보조시스템, 부주의 운전 경보시스템 등 안전 사양이 추가됐다. 2.2 디젤 모델에 공회전 제한 시스템(ISG)을 적용하고 2.4 가솔린 모델에 수명과 충전 효율이 개선된 배터리도 장착해 연비 향상도 노렸다. ●수입차 시장서 부활 노리는 혼다 수입차 시장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간의 1위 전쟁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전체 판매 대수에서는 벤츠(5만 6343대)가 BMW(4만 8459대)를 따돌리며 1위 자리를 빼앗았다. 그러나 최다 판매 차량에서는 벤츠 E300(6169대)이 BMW 520d(7910대)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520d가 1위를 차지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BMW는 1위 자리 수성을 위해 다음달 ‘7세대 뉴5시리즈’를 출시한다. 무게는 줄이면서 차체는 커진 게 특징이다. 반자율 주행 시스템도 장착됐다. 이에 벤츠는 올해 E클래스를 앞세워 6만대 판매에 도전한다. 벤츠는 지난해 수입차 5만대 시대를 최초로 열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E클래스(2만 2837대)는 해당 세그먼트에서 최초로 2만대 이상 팔렸다”면서 “올해는 E클래스를 앞세워 6만대 판매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수입차 시장의 최강자로 꼽혔던 혼다도 어코드 하이브리드로 2008년 영광을 다시 찾겠다는 전략이다. 당시 혼다의 어코드 3.5는 4948대가 팔리며 BMW 528(3742대)을 누르고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하락세를 거듭했던 혼다가 지난 18일 연비로 중무장한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내놓았다. 복합 연비가 19.3㎞/ℓ에 달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타조알’ 김영준, 뭐하나 봤더니..[공식입장]

    ‘타조알’ 김영준, 뭐하나 봤더니..[공식입장]

    탤런트 김영준이 이매진아시아와 한 식구가 됐다. 최근 배우 김영준이 유동근, 전인화, 박상면, 이일화, 황영희, 송경철, 오연서, 장서희, 서효림, 최정원, 심은진, 류화영 등이 소속돼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이매진아시아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김영준은 지난 2000년 MBC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으로 데뷔, ‘타조알’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보디가드’, ‘황태자의 첫사랑’, ‘너네 호영이’, ‘고봉식 아줌마 구하기’, ‘피노키오’ 등 각종 드라마에 출연한 김영준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매진아시아의 관계자는 김영준과의 전속계약 사실을 알리면서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영준은 탄탄한 연기력과 인지도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다. 앞으로 김영준이 배우로서 입지를 더 단단히 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라고 전했다. 이매진아시아 소속 배우로는 유동근, 전인화, 오연서, 박상면, 이일화, 송경철, 황영희, 장서희, 최정원, 심은진, 김다현, 서효림, 김윤혜, 류화영, 강민아, 손성윤, 김재운, 나혜미, 조은정, 임호걸, 박슬마로 등이 있다. 한편, 김영준은 이영애, 송승헌 주연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수목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남조교역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감나무 아래 맞닿은 기와·초가… 수백년 품은 충청 옛마을

    [명인·명물을 찾아서] 감나무 아래 맞닿은 기와·초가… 수백년 품은 충청 옛마을

    저축은행 비리를 저지르고 배편으로 중국으로 몰래 달아나려다 붙잡혀 수감된 김찬경(61)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최근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정 농단 주범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의 묘가 있는 경기 용인 임야가 김 전 회장의 소유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하나 더 있었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이다. 김 전 회장이 2000년대 중반부터 외암마을의 상징적 고택인 ‘건재고택’ 등 마을의 고택 10여채를 사들여 ‘별장’처럼 사용한 마을이다. 그는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 있을 때인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날 등에 건재고택으로 직원 100여명을 데려와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술판(서울신문 2009년 6월 1일자)을 벌여 비난을 샀다. 건재고택은 조선 후기 학자 외암 이간(1677~1727)의 생가로 2000년 1월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33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술판 사건은 국가 문화재의 품격을 해치는 사유화가 타당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건재고택 말고도 ‘감찰댁’ 등 이 마을의 주요 고택이 김 전 회장 소유였다. 김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의 소유 고택들이 2012년 가을 경매에 부쳐졌다. 주민과 외지인이 모두 낙찰을 받아 새 주인이 생겼지만, 건재고택은 유찰을 거듭했다. 당초 81억여원에서 시작된 경매 가격이 35억원 정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집과 부지 등 부동산 덩어리가 워낙 커 낙찰을 받으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은 채권자 측이 관리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숙 외암민속마을 문화관광해설사는 “사람이 살지 않아서인지 건재고택이 많이 상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이 마을의 고택을 연이어 사들이니까 주민들은 ‘이러다가 마을을 통째로 빼앗기는 거 아니냐’고 무척 불안해했다”며 “지금은 매우 평온하다”고 했다. 그는 “외암마을은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전통 마을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자랑했다. 외암마을은 모두 56채의 옛집이 있다. 기와집과 초가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이 마을은 설화산이 뒤를 감싸고 반계라는 이름의 작은 냇가가 주변을 흐른다. 고택들은 마을 어귀에서 꽤 넓은 안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자리 잡고 있다. 외암마을은 다른 계절도 찾기 좋지만, 겨울에도 괜찮다. 호젓하고 운치가 있다. 마을을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청정한 공기가 기분 좋다. 줄지어 늘어선 돌담 사이를 걷다 보면 차가움보다 정겨움을 먼저 느낀다. 고풍스러운 모습에 어릴 적 고향집의 추억도 떠올려 볼 수 있다.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지친 심신을 달래 준다. ‘힐링’ 명소로 손색이 없다. 건재고택은 이간의 5대손 건재(建齋) 이상익(1848~97)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지었다고 한다. 건재의 벼슬을 따 ‘영암군수댁’으로도 불린다. 부지 4433㎡, 건평 267.7㎡이다. 마을 뒤 설화산 계곡물을 끌어와 집안 연못으로 흐르게 하고 소나무, 향나무 등으로 자연경관을 살린 전통 정원으로 유명하다. ‘한국 정원 100선’에 선정된 적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는다. 외암마을은 500년 전 촌락이 형성됐으나 조선 선조 때부터 예안 이씨가 정착하고 후손이 번성해 예안 이씨 집성촌이 됐다. 지금도 190여명의 주민 중 100여명이 예안 이씨 후손이지만 다른 농촌 지역 원주민이 그렇듯이 대부분 노인이다. 이준봉(64) 외암마을보존회장은 “조선 후기 중부지방 전통 가옥이 자연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정겨운 농촌”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앞 개천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면 낮은 구릉지에 옹기종기 들어선 충청도 반가의 고택과 초가들이 맞는다. 마을 안으로 진입하면 집집이 돌담이 정겹게 쌓여 있다. 줄지어 선 돌담의 길이를 합치면 모두 5.3㎞에 이른다. 찬바람을 막아 준다. 돌담 너머로 가지런한 장독대, 아기자기한 정원과 연못, 멋진 소나무 등 집안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 근처마다 감나무, 호두나무 등이 여기저기 우람하게 서 있다. 이 보존회장은 “여름철에는 나무들이 우거져 밖에서 보면 집은 안 보이고 거대한 숲처럼 보인다”며 “관람객들이 ‘마음의 고향 같다’ ‘살아 있는 민속마을’이라고 칭송한다”고 자랑했다. 고택에는 갖가지 이름이 붙어 있다. 옛 주인의 관직명과 출신지를 땄다. 참판을 지내 외암마을에서 가장 큰 참판댁, 성균관 교수를 지낸 교수댁, 감찰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등 택호가 다채롭다. 건재고택 등 일부는 출입을 못 하지만, 주인이 직접 만든 청국장, 조청, 도라지청 등을 구입하고 식혜를 사 먹을 수 있는 집이 있어 고택을 안에서 구경할 수 있다. 문 앞에 메뉴판이 걸려 있다. 초가나 기와집에서 민박하면서 묵을 수도 있다. 외관은 예스럽지만, 내부는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 외암마을 체험민박운영사무실 직원 한영미씨는 “겨울에도 주말 하루 1500명, 평일 400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데 주말이면 민박 17채가 꽉 찬다”면서 “주민들은 농사도 짓지만, 민박과 음식 판매 등 부업도 한다”고 전했다. 민박집에서 밥과 바비큐 등을 직접 하거나 주인의 ‘시골밥상’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한씨는 “어릴 적 살던 시골 고향집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민박이 무척 인기 있다”고 했다. 마을에서 다양한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두부 만들기 등도 있지만, 겨울에는 한지공예와 엿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시골 정취가 물씬한 시골에서의 체험이 각별하다. 2월부터는 연 만들기와 군밤·군고구마 체험 프로그램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정월 대보름 전날인 오는 2월 10일 장승제와 함께 달집태우기 등으로 이뤄진 대보름맞이 행사가 열려 즐거움을 더할 전망이다. 외암마을을 나오면 저잣거리가 있다. 10여개 점포가 있어 국밥, 팥죽, 수제비 등으로 요기하고 농산물도 살 수 있다. 외암마을 반대편 설화산 밑에 조선 초 청백리 맹사성이 살았던 ‘맹씨행단’이 있고, 온양온천도 가까워 언 몸을 덥히기에 좋다. 이 보존회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지 오래됐다. 외암마을이 영구적으로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발벗고 등재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6시에 퇴근하면 일은 언제 하냐”는 회사 상사

    “6시에 퇴근하면 일은 언제 하냐”는 회사 상사

    지난주, 출근하자마자 여러 카톡방에서 똑같은 칼럼이 공유됐다. 문유석 판사의 글이었다. 새해 첫 칼럼을 쓸모 있는 글로 시작하고 싶다던 그는 전국의 부장님들께 ‘저녁 회식 하지 마라’로 시작해서 ‘꼰대질은, 꼰대들에게’로 끝냈다. 누리꾼들은 모든 사무실마다 붙여놓고 싶은 글이라고 했다. 물론 전국의 부장님들도 이 글을 봤다. 문제는 ‘나는 여기서 말하는 꼰대가 아니지~ 껄껄’ 하고 넘겨버린단 거다. 문 판사의 글을 읽고도 아직 본인이 꼰대임을 인지(혹은 인정)하지 못하는 전국의 부장님들을 위해 구체적 예시들을 준비했다. 2030 직장인들이 말한다. “부장님, 이것만은 절대!”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를 버려라 ‘우리 때는 말이야…’ 이 말을 꺼내는 순간 믿고 거른다. 젊은 직장인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유형이다. 직장인 3년차 A는 “징검다리 휴일 같은 연휴가 있으면 하루나 이틀은 출근하는 게 예의”라는 상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연휴에는 그 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릴 만큼 푹 쉬거나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와 ‘리프레시’하는 게 예의 아닌가? 이 상사는 “6시에 퇴근하면 일은 언제 하냐”고도 자주 말한다. 애초에 일과 시간에 다 못 끝낼 만큼의 일을 시키는 게 문제 아닌가. A의 상사는 본인이 다음날 오전 반차를 쓸 거라며 “좋지?” 해놓고 다음날 누구보다 먼저 출근해 직원들 출근시간을 감시한 적도 있다. 이런 ‘기행’의 목적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최근 한 회사 대표는 신년 인사라며 단체 메일을 보냈다. “남들보다 두 배로 일하라. 주말도 없이 일하라. 신입사원 주제에 쉴 생각을 하다니. 해결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하라. 불황이니 뭐니 지껄일 시간에 일을 해라. 주말도 반납하고 일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으면 어떤 회사도 살아날 수 있다. 앓는 소리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대표가 말하는 ‘신년’이 2017년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부장만 좋은 회식은 이제 그만 문 판사 말대로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는 시간뿐이다. 업무시간 내내 시달렸는데 소중한 저녁시간마저 뺏기고 싶지 않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퇴사를 꿈꿨던 B는 “회식은 나를 위한 시간이니까 여직원들이 애교를 부려야 한다”고 강요하는 팀장을 만난 적 있다. 한번은 퇴근한 뒤 저녁 9시쯤 술 취한 목소리로 “술 한 잔 하자”고 전화가 왔다. 친구와 함께 있다고 했더니 어떤 친구인지 꼬치꼬치 캐물으며 “그럼 친구랑 셋이 먹자”고 했다. B는 말한다. “낄 델 껴라.” 회사 앞에서 실컷 1차, 2차까지 회식을 하다가 밤 12시가 넘어가자 1시간 거리인 자기네 집 앞으로 옮겨서 3차를 하자는 부장님도 있다. 새벽 3시까지 술을 퍼마시다가 본인은 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직원들은 당신의 노예가 아닙니다 젊은 직원들은 말한다. 직원은 당신의 업무상 부하이지 노예가 아니라고. 점심 도시락 심부름, 세탁소 옷 찾아오기, 연말정산 처리 등을 시키는 부장님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C는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상사가 가장 큰 퇴사 이유였다고 말한다. C의 부장님은 본인이 사무실 내에서 담배를 피워놓고 걸리니까 C가 피웠다고 덤터기를 씌우기도 했다. 2000년대 시트콤에 나올 법한 이야기다. 부인이 조모상을 당해 연차를 썼던 D는 부장님에게 “꼭 써야 하냐”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부인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데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하라는 거다. D가 “부인이 집에서 울고 있어서 가봐야겠다”고 했더니 “그냥 울게 놔둬라”고 했단다. 이쯤 되면 정말 부하 직원을 노예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취재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아직도 실제로 벌어질까?’ 싶은 일들이 수두룩했다. 갓 입사한 직원에게 “시집가면 관둘 것 아니냐”고 막말하는 상사부터 시시때때로 여직원들에게 ‘성괴(성형 괴물), 화장빨, 텔레토비(살쪄서 굴러다닐 것 같다는 뜻)’ 등 외모 지적을 서슴지 않는 상사까지…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직장을 다니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tvN 토크쇼 ‘어쩌다 어른’은 꼰대 방지 5계명을 제시했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말하지 말고 들어라, 답하지 말고 물어라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이것들만 잘 새겨도 꼰대가 아닌 ‘소통하는 리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부장님들이 ‘난 저 정도는 아니지’ 하고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부장 및 비슷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기 때문에 2017년에도 ‘부장님들께 드리는 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언제쯤 우린 이 글에서 ‘데자뷔’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부고]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가 정미경 별세

    [부고]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가 정미경 별세

    소설가 정미경씨가 18일 오전 4시 급환으로 별세했다. 57세. 고인은 1960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폭설’이 당선돼 등단했고, 2001년 세계의문학에 ‘비소 연인’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치밀한 관찰력과 섬세한 문장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의 속물성과 불안 등을 파헤치는 작품을 썼다. 특히 2000년대 부르주아 계급의 허위의식을 소재로 하는 문단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2002년 소설 ‘장밋빛 인생’으로 오늘의작가상을, 2006년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네게 주었네’, ‘프랑스식 세탁소’와 장편소설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남편인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 아들 지훈(서원대 겸임교수)·지용(조각가)씨가 있다. 빈소는 한림대성심병원 장례식장 VIP2호실이고, 발인은 20일 오전 8시다. (031)386-2345.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너의 이름은’ 일부 관객들 ‘혼모노’ 논란…상품만 받고 팝콘은 버리고

    ‘너의 이름은’ 일부 관객들 ‘혼모노’ 논란…상품만 받고 팝콘은 버리고

    지난 4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가 지난 16일 기준으로 258만 6943명을 기록할 만큼 흥행몰이 중인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을 영화관에서 본 일부 관람객들의 행동이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확인한 결과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혼모노들 진짜 그렇게 살지마라. 지금 영화관 상황이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게시됐다. 일본어로 ‘진짜’라는 뜻의 ‘혼모노’는 본래 ‘오타쿠’라고도 불리는 특정 분야의 마니아를 가리킨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너의 이름은’ 흥행과 함께 영화관에서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 ‘진상 관객’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에는 영화관 내 휴지통을 가득 채운 팝콘과 함께 ‘너의 이름은’ 영화 포스터가 인쇄된 팝콘 용기가 있었다. 최근 ‘너의 이름은’이 흥행하자 일부 영화관에서는 콤보세트를 살 경우 ‘너의 이름은’ 엽서, 노트, 퍼즐, 에코백과 함께 콜라와 팝콘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 속 휴지통에 팝콘이 수북이 쌓인 것은 일부 영화 관람객이 ‘너의 이름은’ 콤보 세트 특별 상품들만 소장하기 위해 팝콘은 먹지 않은 채 모두 버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멀쩡한 먹을 거 버리는 게 진짜 별로야”, “팝콘 담지말고 통만 달라고 하던가”, “음식 아까운지 모르는 애들이네”, “혼모노들 그렇게 살지 마라”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非)매너 관객들을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포켓몬빵 상위세대”라는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유행했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포켓몬스터 빵’이 출시되자 학생들을 중심으로 그 안에 있던 스티커만 모은 채 빵을 먹지 않고 버렸던 일에 빗댄 것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혹한·폭설에도 스포츠 즐긴 ‘그 시절 풍경’

    혹한·폭설에도 스포츠 즐긴 ‘그 시절 풍경’

    국가기록원이 1년 중 제일 춥다는 대한(1월 20일)을 앞두고 1950~2000년대 겨울 기록을 ‘기록으로 보는 그 시절 겨울 풍경’이란 제목으로 16일 공개했다. 동영상 14건, 사진 24건 등 모두 39건의 기록물은 혹한과 폭설 속에서의 생활상과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1950년대만 해도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해 빙고에 저장했다가 여름에 사용했는데 이를 담은 1957년 한강 채빙 모습 사진이 눈에 띈다. 1956년 한강에서 열린 빙상대회 경기모습은 오늘날과 선수들의 복장의 사뭇 다르다. 1976년에는 꽁꽁 얼어붙은 한강에서 얼음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사진기록으로 남았다. 1980년 제작한 대한뉴스는 추운 날씨로 속초 앞바다가 얼어붙었지만 아이들은 눈밭을 헤치며 씩씩하게 등교하는 모습을 담았다. 1976년 대한뉴스는 대관령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는 인파와 날씨가 충분히 춥지 않더라도 인공눈을 만든다는 내용을 담았다. 1956년 서울 세종로에서는 제1회 전국 연날리기 대회가 열렸다. 대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보내는 모습도 요즘과는 많이 다르다. 1971년 대한뉴스는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을 담았는데 가마니 짜기, 문패 달아주기, 마을회관 수리 등을 하는 모습은 취업준비에 골몰하는 현재의 대학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양의 대표적 건강식 맛본 아이들 반응

    서양의 대표적 건강식 맛본 아이들 반응

    몸에 좋은 음식, 정말 입에는 쓸까? 미국의 요리 전문잡지 본아뻬띠(Bon Appétit)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근 100년간의 건강식을 아이들이 먹어봤다’(Kids Try 100 Years of Health Foods)라는 제목의 영상을 지난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영상은 1920년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대표한 서양의 건강식과 다이어트식을 맛본 아이들의 반응을 재미있게 담아낸다. 1920년대에는 독일식 김치 ‘사우어크라우트’와 땅콩과 소금, 물을 원재료로 만들어진 ‘누톨레네’가 소개된다. 아이들의 잔뜩 일그러진 표정이 그 맛을 짐작하게 한다. 1930년대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익숙한 브란 플레이크 즉 씨리얼이, 1940년대에는 강낭콩의 일종인 ‘리마콩’이, 1950년대에는 ‘양배추 수프’와 ‘대구 간유’(cod liver oil)가 식탁에 오른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건강식으로는 그래놀라와 요거트, 1970년대에는 다이어트 쿠키와 시럽, 레몬즙, 소금, 칠리 후추 등을 섞어서 먹는 ‘마스터 클린즈’(Master Cleanse), 1980년대에는 식사대용 다이어트 음료수 ‘슬림 패스트’(SlimFast)와 ‘린퀴진’이라는 (Lean Cuisine)이라는 저지방 식품도 공개된다. 199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홍차버섯차’라는 이름으로 간간이 슈퍼푸드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콤부차’가, 2000년대에는 ‘케일 스무디’가, 그리고 현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주키니 호박으로 만든 주들스 파스타와 치아씨드 푸딩이 소개된다. 각 음식에 대한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은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진·영상=Bon Appétit/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In&Out] 선공후사의 정신/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In&Out] 선공후사의 정신/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5년까지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했다. 작년에 갑자기 없어졌는데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다. 직접 지원에서 인프라 같은 간접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작가들에게 직접 지원을 했던 문예창작기금도 대폭 줄였기 때문에 정책 방향은 분명했다. 고료든, 지원금이든 작가에게 직접 가는 돈을 막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갑자기 ‘시장’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창작을 지원하기보다는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최근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사실은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문예지를 지원하지 않으려니 심사로는 뺄 방법이 없어서 사업 자체를 없애려고 했다는 것이다. 작가 지원 사업을 축소한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 조사나 청문회에 불려 나온 공직자들이 모두 자기들은 몰랐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윗사람이 시킨 일에 이유를 만들어 주고 예술가들과 출판사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데 앞장선 사람들은 무고한가? 나는 그 사람들도 윗사람의 잘못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못이 크다고 믿는다. 많은 공직자들은 소위 ‘윗사람’이 시킨 것보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엉뚱한 논리를 개발하고 탄압의 강도를 높였다. 그 사이에서 생겨난 빈 공간 속에서 ‘윗사람’이 떨어뜨린 콩고물은 알뜰하게 챙겼으리라. 이미 높은 사람들만으로도 구치소가 차고 넘친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을 그대로 남겨 둔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가 바뀌어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사실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계 관리를 보자면 단순히 이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일회성 수준의 일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만든 기구의 원장 자리에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그들이 벌인 치열한 공작은 순진한 출판계 인사들로서는 짐작하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이런 정책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여기저기 입막음용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예산배정’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출판산업에도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다. 이 와중에 정책적 대응과 조정이 시급한 영역이 많았지만 정권의 손발이 되어 블랙리스트와 각종 ‘공작’으로 ‘내몰렸던’ 정부는 출판산업의 발전을 위해 업계와 손을 맞잡는 데 실패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송인서적 부도 사태와 같은 ‘예고된 재앙’에도 대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감옥에 가는 것만 같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모두 감옥에 가는 나라가 어디 제대로 된 나라인가? 선공후사의 정신이 아니라 삐뚤어진 충성심으로 무장해야만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의 종착역은 감옥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치적인 뜻이 훌륭한 집단이 정권을 잡아도 그중에는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끼어 있기 마련이고 블랙리스트가 다시 화이트리스트가 되는 것을 거부할 실무자들이 없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최근 탄핵과 정치적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다시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남은 예산을 지원할 테니 지원서를 내라는 은밀한 연락이 돌았다. 물론 많은 출판사들이 거부했다. 작은 이익을 빌미로 큰 잘못을 바로잡지 않은 채 출판사나 저자들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멈추어야 할 것이다. 따라 주는 무리가 없었다면 나라가 엉뚱한 무리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명화에 그은 금… 회화에 그은 획

    명화에 그은 금… 회화에 그은 획

    2006년의 일이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현존하는 한국 화가로는 최고 금액에 작품이 낙찰될 때까지 김동유(52)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후 픽셀 모자이크 회화 기법의 이중 이미지 그림은 웬만한 수집가들에게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혔다. 당연히 그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수많은 메릴린 먼로의 얼굴들로 마오쩌둥이나 케네디 대통령의 얼굴을 그리고 수많은 다이애나비의 얼굴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을 그리는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인을 소재로 한 ‘얼굴-이중 이미지’로 인기를 구가하던 그가 이번에는 고전 명화에 균열을 낸 그림들을 들고 나타났다. 변방의 그림 잘그리는 화가에서 ‘잘나가는’ 한국적 팝아트의 대표 주자가 된 김동유가 ‘크랙’ 시리즈 신작을 중심으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6층의 에비뉴엘아트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김동유-80년대로부터’라는 제목을 단 전시는 약식 회고전 성격을 띠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토대로 한 ‘크랙-최후의 만찬‘, ‘크랙-성모자’, 16세기 네덜란드의 정물화를 차용한 ‘정물과 나비’ 등 크랙 연작이다. 이와 함께 1980년대 후반의 얼굴 습작,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그려진 나비 우표, 이발소 그림, 구겨진 명화 그림, 얼굴 이미지 작품을 전반적으로 소개해 초기부터 그의 회화적 실험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크랙 시리즈는 구겨진 명화 시리즈가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다양한 회화적 실험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다비드의 ‘나폴레옹’ 등의 명화는 그의 화면에 극사실적 기법의 구겨진 이미지로 소환됐다. 크랙 연작에서는 명화의 화면 전체를 단색조로 전환하고 금색이나 흰색의 붓질로 균열을 부각시켰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다른 기법으로 그린 그림은 다른 느낌이 난다. ‘크랙-최후의 만찬’은 핑크와 노랑, 하늘색 바탕에 금색으로 크랙감을 살린 작품이다. 세 개의 커다란 캔버스를 이어 붙인 그림 속의 예수와 열두 제자의 마지막 저녁 식사는 비장감보다는 화려한 정찬처럼 보인다. 라파엘로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들이 그린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의 모습을 수많은 갈라짐으로 표현한 ‘크랙-성모상’은 온화함이 더욱 드러나 보인다. 그는 “균열과 해체는 권위라든가 고정불변하는 것, 억압적인 구조를 나만의 방식으로 변환하고 전환해 본 것”이라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고전 명화에 나타나는 크랙이란 장치를 통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유형화된 것을 좀 쉬운 것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크랙’ 시리즈는 가까이서 보면 무수한 붓질의 흔적이 보이고 뒤로 물러서 보면 전체 형상이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동안 그가 해 왔던 해체와 재맥락화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디지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작업 과정은 디지털 작업으로 시작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수작업으로 마무리된다. 포토샵 작업을 통해 ‘최후의 만찬’ 같은 명화의 윤곽선과 원래 작품의 균열까지 그대로 담아 캔버스에 출력한 뒤 그 위에 가는 붓질로 갈라진 자국과 바탕색을 칠하는 방식이다. 크랙으로 명암을 표현하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기술이다. “디지털적인 요소와 아날로그적 요소를 동시에 보여 주고 싶다”는 작가는 크랙 시리즈에 대해 “‘얼굴-이중 이미지’가 규칙적인 픽셀의 반복이라면 크랙 작업은 불규칙성을 강조하면서 아날로그적 요소를 더욱 부각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날로그적 요소란 붓질을 가리킨다. 그는 붓질에 온전히 전념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모교인 목원대의 교수직도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됐다. “교수직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긴 하지만 교수 개인의 의지를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 주는 것이 싫었다”는 그는 “작업만 하는 것도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가 있어 편치만은 않다”며 웃었다. 전시는 2월 6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20년 세월 어디로?”… 토니안, 변함없는 동안 외모

    “20년 세월 어디로?”… 토니안, 변함없는 동안 외모

    그룹 H.O.T. 출신 가수 토니안이 믿기지 않는 동안 외모를 뽐냈다. 14일 방송되는 채널A ‘잘살아보세’에서는 2000년대 가요계를 평정했던 룰라, H.O.T., 코요태가 뭉쳐 프로젝트팀 ‘라쵸태’를 결성, 과거 명곡 무대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날 토니안은 이상민, 김종민과 한팀을 이뤘다. 이상민은 “2000년대에 이렇게 뭉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다. 함께 무대를 할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고, 토니안은 “타임슬립을 한 것 같다. 룰라와 코요태와 함께 있으니 2003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민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그룹은 코요태 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고 말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라쵸태’는 90년대 히트곡 듀스의 ‘여름안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등을 완벽 재현할 예정. 특히 토니안은 90년대 전성기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동안 미모를 뽐낸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종민은 “토니안 형이 나보다 한 살 위이다. 그런데 얼굴로만 봤을 땐 내가 형인 것 같다. 토니야 말 놔도 되니?”라고 말했다는 후문. 이들의 특급 콜라보 무대는 이날 오후 9시 30분 채널A ‘잘 살아보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서울광장] 금융 논리로 구조조정 망쳤다고?/안미현 편집국 부국장 겸 금융부장

    [서울광장] 금융 논리로 구조조정 망쳤다고?/안미현 편집국 부국장 겸 금융부장

    기업 구조조정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요즘 눈부신 부활 스토리를 쓰고 있는 SK하이닉스(옛 현대전자)는 하마터면 없어질 뻔했다. 2000년대 초반 풍전등화 현대전자를 놓고 연일 관계 부처와 채권단 사이에 격론이 오갔다. 당시 협상에 참가했던 채권단 핵심 관계자의 회고. “기획재정부 실무라인은 시장 원리대로 정리하자고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9000억원 정도를 집어넣으면 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진념 경제부총리가 우리 얼굴을 쳐다봤다. 우리는 살리되 9000억원으로는 어림 없고 3조원은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치권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던 진 부총리는 채권단이 뜻밖에 살리겠다고 하자 희색이 돌았다. 그게 바로 현대전자의 운명을 가른 서울 라마다르네상스호텔 회동이다.” 이후 현대전자는 6조원의 돈을 수혈받는 대신 21대1 감자, 오너 사재 출연, 정리해고 등을 감내해야 했다. 정부, 채권단, 오너, 주주, 임직원 모두가 고통을 나눠 진 것이다. 이 관계자의 이어지는 회고. “지금 와서 결론적으로 보면 (살린 게) 잘한 일이지만 그때 당시 현대전자 실상을 냉정하게 따져 보면 그 결정이 옳았다고 자신 있게 말 못 하겠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놓고 시끄럽다. 그 결정의 한복판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있다. 3면이 바다인 나라가 세계 7위의 물류 네트워크(한진해운)를 금융 논리만 앞세워 정리했다는 성토가 거세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보니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맞선다. 누구 주장이 맞는지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역사적 평가가 나올 것이다. 정부의 오판이었고 그 오판의 결정적 원인이 금융 논리였다고 결론 내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과 금융위원장 매도는 별개의 문제다. 금융위원장이 금융 논리를 설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운산업의 관점에서 한진해운을 왜 살려야 하는지 열변을 토해야 할 이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요,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하지만 두 장관이 핏대를 세우며 임 위원장과 부딪쳤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 보지 못했다. 임 위원장이 너무 실세거나 너무 독선적이어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기재부 차관 시절 관료 선배인 임 위원장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와 관련해 좀 만나자”고 사정했을 때도 ‘세수 감소’를 우려해 끝내 외면했다. 일에 대한 열정이 그렇게 대단했던 주 장관이 이상하리만큼 구조조정에서는 한 걸음 뒤로 빠져 있었다. 금융 논리와 산업 논리를 각각 들어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을 했어야 할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런 논리의 불균형을 방관하다가 막판에 슬그머니 금융위 손을 들어 줬다. 금융 논리만 앞세운 금융위원장이 문제라면, 산업 논리를 강변 못한 산업부 장관도 문제다. 치열한 토론과 종합판단을 끌어내지 못한 부총리 또한 문제다. 누구의 잘잘못이 더 큰지 따지자는 게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오작동되고 있을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픈 것이다. 그 이름이 관계장관회의든 구조조정협의체든 ‘죽은 회의’는 의미 없다. 한 가지 석연찮은 점이 있긴 하다. 한진해운 정리 과정에서의 대주주 사재 출연 압박이 ‘상식’의 궤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최순실 입김’ 의혹이 끼어드는 것도 이 지점이다. 그렇다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하루아침에 ‘잘렸다’고 해서 그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로 다음날 미국으로 건너가 아들을 선주들에게 소개한 사람이 조 회장이다. 수많은 식솔이 딸린 회사가 숨이 깔딱깔딱 하는데 (아들 입지 닦아 주는 게) 오너로서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외환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 실무를 도맡아 했고 지금도 부실채권 정리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이성규 유암코 사장은 구조조정 기본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고 말한다. “그 기업을 살려 가장 혜택을 보는 쪽이 가장 많은 돈을 내는 것이다. 현대전자도 표면적인 이유는 ‘한국의 간판 기업’이었지만 죽일 경우 가장 감당 못할 피해자가 채권단이었기 때문에 은행들이 자기 살 뜯어내 가며 살린 것이다.” 이 사장은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기업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난망(難望)이라고 했다. hyun@seoul.co.kr
  • [월드피플+] “욜로(YOLO)” 전세계 여행하는 89세 할머니

    [월드피플+] “욜로(YOLO)” 전세계 여행하는 89세 할머니

    인생의 황혼기를 여행에 바친 한 할머니가 있다. 그녀는 여행이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몸소 입증하는 중이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집이나 연금을 위해 저축하는 대신 여행에 모든 돈을 사용한다고 한다. 바바 레나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유목민처럼 회색빛 머리를 휘날리며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다. 6일(현지시간)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89세 러시아 할머니 바바 레나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 출신인 바바 레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1970년대에 프라하와 폴란드, 동독을 방문하곤 했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부족해서 그리 길지 않은 휴가나마 멈춰야 했다. 하지만 6년 전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그 이후부터 터키, 체코, 독일, 베트남, 이스라엘 등지를 다녀왔다. 최근에는 태국의 해변을 즐기며 정통음식인 톰카스프(tom kha soup)를 맛보았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좋았던 장소는 체코였는데,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고 즐겁게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였다. 모험에 필요한 자금은 연금에서 충당하고, 여분의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꽃을 키워 팔거나 바느질을 하기도 한다. 레나는 혼자 여행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휴가지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쉬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나이와 여행 수완을 듣고 놀라워하며 도와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레스토랑을 방문하거나 바다를 보는 것 등 내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용감무쌍한 러시아 할머니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해 이스라엘을 여행할 땐 낙타 등에 스스럼없이 올랐고, 오토바이 뒷좌석에 탑승한 채 베트남 현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동료 러시아 여행자 예카테리나 파피나를 만난 후부터 그녀는 달라졌다. 인터넷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존재가 된 것이다. 파피나는 레나 할머니와의 인상적인 만남에 대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1만4000명의 사람들이 이를 공유했다. 지금은 레나 할머니 스스로 자신의 여행 흔적을 소셜미디어에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레나 할머니에게 여행은 새로운 삶과 사람, 만남을 의미했다. 여행을 하면서 전 세계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배웠고, 이는 인생에 있어 가장 뜻깊은 깨달음이었다. "사람은 일생에 단 한 번 죽는다. 그게 언제가 되든 너는 결국 죽을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건 아무것도 없다. 욜로(You Only Live Once)!" 여전히 혈기왕성한 그녀는 곧 다가오는 90세 생일엔 도미니카 공화국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한다. 사진=인스타그램(babushka_1927)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춤으로 만나는 시대의 리더 공자와 이순신을 한 무대에

    춤으로 만나는 시대의 리더 공자와 이순신을 한 무대에

    동양의 대표적인 역사적 리더 공자와 이순신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무대가 마련된다. 한국 창작춤 1세대 안무가 임학선 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가 이끄는 임학선댄스위는 유교제례무 ‘문묘일무’에 담긴 춤의 의미를 기반으로 ‘문덕’과 ‘무공’을 상징하는 두 위인의 삶을 재조명한 창작춤 ‘문·무·꿈·춤’을 오는 18~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문묘일무는 고대 중국에서 유래해 1116년 고려 때 유입된 춤으로 성균관 문묘에서 매년 옛 성현을 기릴 때 추는 춤이다. 중국은 원형을 잃은 지 오래됐고, 한국에서 그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오랜 역사성을 지닌 이 춤은 유교경전 ‘대학’을 상징하는 세계 유일의 춤으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재 등재를 기대하고 있다. 2004년, 2015년 각각 문무와 무무를 바탕으로 한 창작춤 ‘스승 공자’, ‘영웅 이순신’을 선보인 임 교수는 문묘일무 한국 유래 900주년을 맞아 문무가 짝을 이루는 대작을 완성했다. 1980년대 무속굿에 기반한 제의적 성격이 강한 창작춤을 추구한 임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유학과 무용을 융합한 한국적 창작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임 교수는 “예악(禮樂)과 신독(愼獨)을 실천하며 인간 사랑과 이상 사회를 꿈꿨던 두 위인을 오늘날 우리의 몸짓으로 표현했다”면서 “자기 자신을 갈고닦는 수신(修身)의 의미를 지닌 문묘일무는 혼탁한 이 시대에 진정한 리더가 지녀야 하는 도리에 대해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폐품 모은 돈, 꿈 키울 종잣돈

    폐품 모은 돈, 꿈 키울 종잣돈

    서울 ‘강북구 꿈나무키움 장학재단’은 2012년 설립됐다. 매년 음악, 미술, 무용, 체육, 연극, 학습 등 6개 분야에서 1명씩 선발해 최대 300만원까지 저소득층 학생들을 상대로 지원해 왔다. 각종 재능 분야에 남다른 소질을 지녔음에도 경제적 형편으로 꿈을 꺾는 학생들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다. 올해도 제5기 재능 장학생으로 총 6명 내외를 선발할 예정이다. 최근 ‘강북구 꿈나무키움 장학재단’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지역 내 우이동 통장단이 자신들이 모은 장학금 1억 100만원을 재단에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온 것이다. 지난 26일 강북구 구청장실에서 전달식까지 열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1990년대 초 우이동 내 23개 통장들은 각자 10만원을 내 기금을 마련했다. 신문지, 알루미늄 캔, 공병, 철근 등 재활용품을 수거해 마련한 돈도 기금에 더해졌다. 특히 가격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우유팩은 세척까지 해서 인근 고물상에 판매했다. 10년간 적극적으로 모은 기금으로 매년 23개 통에서 선발된 중학생 23명에게 각각 20만원을 전달했다. 높은 이자율 덕분에 기금도 점차 불어났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금융기관의 예금 이자율이 점차 하락해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상황이 됐다. 우이동의 통장들은 이제 ‘강북구 꿈나무키움 장학재단’에 기탁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자체 판단을 내렸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1억 100만원은 지역주민들이 모은 성금으로는 큰 금액이다. 10년간 재활용품을 수집해 모은 장학금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학생들의 재능 계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2016 히트&우수상품] 트렌드 꿰뚫어 소비자 잡았다

    [2016 히트&우수상품] 트렌드 꿰뚫어 소비자 잡았다

    ‘물 얼마예요?’ 마트에서 점원에게 물을 수 있는 흔한 이 말을 우리 선조들이 들었다면 코웃음 칠 수도 있을 법이다. 옛 시대에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공짜로 누렸던 것들을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 하면 획기적인 제품이라 여겼던 것들이 어느새 골동품 취급을 받기도 하고 특권층만 누릴 수 있었던 상품은 서민들의 필수품이 되기도 했다. 시대와 함께 상품 트렌드가 바뀌는 것이다. 조선시대로 올라가 보면 담뱃대, 백하주, 놋그릇 등을 히트상품 정도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며 그리 넉넉하지 못했던 삶의 애환을 달래주는 몇 안 되는 ‘서민표 제품’들로 가늠해 볼 수 있겠다. ●70년대까지 산업화·근대화 거치며 신생 상품 다양하게 등장 해방 후 1970년대까지 산업화와 근대화를 급속히 거치며 신생 상품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1963년 최초로 출시된 ‘삼양라면’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식량난 타개를 목적으로 개발됐다. ‘라면 하면 삼양라면’이라는 공식이 통했을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식품 산업에 돌풍을 일으켰던 발효 조미료 ‘미원’, 국산 설탕의 대중화를 이끈 ‘백설표 설탕’, 대한민국 1호 ‘무궁화 세탁비누’ 등 의식주와 관련된 것들도 이 시대에 주를 이뤘다. 한때 9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던 락희화학(현 LG생활건강)의 ‘럭키치약’은 칫솔 판매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 제품이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자양강장제 ‘박카스’와 어린이 비타민영양제 ‘원기소’를 비롯해 ‘활명수’ ‘은단’ ‘용각산’ 등은 국민의약품으로 명성을 누렸다. 일본 제품 일색이던 탄산음료 시장에 토종 브랜드로 등장한 ‘사이다’와, 볼펜의 고유명사로 통하는 ‘모나미 볼펜’ 등은 현재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품이다. 금성사(현 LG)는 1960년대 중반 최초로 흑백 TV를 내놓으며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라디오, 전화기, 냉장고, 에어컨 등의 초기 가전제품은 대부분 이 시기에 금성사가 제일 먼저 만들었다. ●80~90년대 생활의 편리·풍요 지향… 개성화·다양화 반영 상품 늘어 우리나라는 80~90년대를 거치며 첨단산업과 정보혁명, 글로벌화를 겪게 된다. 생활의 편리와 풍요를 지향하게 되면서 개성적이고 다양성을 반영한 상품이 늘어났다. VCR, 자동차, PC, 무선통신, 인터넷 등이 히트상품 키워드로 오르내렸다. ‘초코파이’는 1974년 4월 동양제과(현 오리온)에서 처음으로 출시해 큰 인기를 얻자 1983년 롯데제과, 1986년 해태제과, 1989년 크라운제과에서도 각각 같은 이름으로 생산하며 경쟁을 벌였다. 상표권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초코파이’라는 명칭이 보통명사라 어느 기업이나 쓸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80년대 기아산업(현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한 ‘봉고’는 국내 최초의 원 박스형 승합차로 폭발적 호응을 얻으며 많은 대수가 팔려나갔다. 한국 미니밴과 RV의 시초격인 모델로 당시 3~4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형태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아떨어지면서 시대를 풍미했다. 경영난에 빠진 기아산업을 살렸으니 제조사 직원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구세주 같은 모델’로 불릴만했다. ‘스카이콩콩’은 80년대 초반 전국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발명가는 일본인이지만 그 열풍은 금방 대한민국 전국을 집어삼키며 거리·골목마다 캥거루처럼 뛰는 어린이들로 넘쳐났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아이들은 화단에 널부러진 삽을 들고 나와 점핑을 하며 스카이콩콩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며 무선호출기 ‘삐삐’는 등장한 지 20여 년도 안 돼 구닥다리 신세가 됐다. ‘애니콜은’ 7080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써봤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제품은 선발 업체인 모토로라를 겨냥해 삼성전자가 1994년 10월 내놓아 고도의 급성장을 거듭했다. 애니콜의 ‘스킨폰’ 모델은 약 45일 만에 16만대가 판매되며 ‘최단기간 최다판매’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00년대 디지털화 급진전… 여가·문화 중시 ‘웰빙’ 열풍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디지털화가 급진전하고 대중의 사회참여가 확대되는 등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교류가 소비 형태를 바꿔놨다. 특히 경기 안정과 침체가 널뛰기할 때마다 선호 상품도 편승해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보험, 로또, 재테크 상품이 선호됐으며 경제가 안정적일 때에는 문화·여가 상품, 고기능·고품질 제품이 많이 팔리는 등 경제 상황에 따라 소비패턴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가·문화를 중시하고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 열풍이 불기도 했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각종 웰빙 상품에 손길을 줬고 업체는 저마다 관련 상품을 찍어댔다. 유기농 채소, 호밀빵, 검은콩 음료, 저도수 소주, 천연 화장품, 항균 세탁기, 제주 올레길 등이 대표적이다. 신용카드는 1999년 말 소비 진작을 위한 세 감면 혜택이 적용되면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휴대전화와 더불어 생활필수 휴대품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한데 모은 만능 카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대 카드 등 각종 혜택을 담은 카드가 봇물을 이뤘다. 고소득층과 고급차의 전유율로 여겨지던 내비게이션은 부품가격 하락과 함께 다양한 소비층으로 퍼졌다. 현재는 스마트폰에서도 구동하며 ‘스마트 무빙’ 시대의 필수품이 됐다. 대표적 서민주였던 막걸리는 전통 음식에 대한 관심 증가와 웰빙 선호 현상으로 그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며 2005년부터 5년간 가장 큰 내수 성장률(50.87%)을 기록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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