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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즈원, 2세대 이후 걸그룹 초동 신기록… 트와이스 넘었다

    아이즈원, 2세대 이후 걸그룹 초동 신기록… 트와이스 넘었다

    그룹 아이즈원이 2세대 이후 걸그룹 초동(첫주 앨범 판매량) 신기록을 달성했다. 기존 1위 트와이스를 제친 기록이다. 8일 국내 음반판매량 집계사이트 헌터차트는 “지난 1일 발매된 아이즈원의 2번째 미니앨범 ‘하트아이즈(HEART*IZ)’의 초동 판매 수량이 13만 2109장(집계기준 4월 1일~4월 7일)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대 중반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으로 시작된 2세대 아이돌 이후 걸그룹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기존 1위는 트와이스가 2017년 10월 발매한 ‘트와이스타그램’(twicetagram)의 12만 9000여장이다. 소속사 오프더레코드는 “아이즈원은 데뷔 앨범 ‘컬러라이즈(COLOR*IZ)’ 발매 당시에도 8만 822장의 초동 판매량으로 걸그룹 데뷔 앨범 초동 레코드를 경신했다”며 “2번째 앨범 발매 만에 역대 걸그룹 초동 판매량 1위에 등극하며 명실상부한 원톱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온라인 음원 서비스가 본격화되기 이전 음반 활황 시대의 1세대 아이돌을 합치면 S.E.S. 정규 3집 ‘러브’(Love)가 초동 약 60만장으로 걸그룹 기록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포토] 이정현 오늘 결혼…‘웨딩드레스’ 사진 공개

    [포토] 이정현 오늘 결혼…‘웨딩드레스’ 사진 공개

    배우 겸 가수 이정현이 결혼식 날인 7일 웨딩 드레스 및 한복 사진을 공개했다. 이정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긴장됩니다. 많이 축복해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이정현은 전문직 일반인과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정현은 지난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했으며 영화 ‘명량’, ‘군함도’ 등에 출연하며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또한 ‘와’, ‘바꿔’ 등을 통해 ‘테크노 여전사’란 수식어를 얻으며 2000년대 가수로서도 활약을 선보였다. 사진=이정현 인스타그램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섬유기술 세계 4위…전투복은 왜 ‘흑역사’인가

    [밀리터리 인사이드] 섬유기술 세계 4위…전투복은 왜 ‘흑역사’인가

    패션섬유산업, 핵심 산업 부상 세계 4위로전투복 기술은 혹평…첨단기술 개발 미흡‘전투 최적화’ 내구성 강한 원단 개발 필요우리나라 섬유산업은 긴 역사와 높은 기술력으로 유명합니다. 7일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 섬유기술력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 이어 4위에 올라 있습니다. 국내 섬유패션산업은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이를 정도로 핵심 기간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전투복은 후진국’이라는 혹평을 듣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950억원을 투입해 2014년 보급한 ‘사계절 전투복’은 ‘땀복’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죠. 이후 거의 해마다 정부와 군이 연구를 진행한다는 얘기는 나오는데, 아직 ‘훌륭하다’는 찬사는커녕 ‘우수하다’는 말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선진국들은 실제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내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우리는 ‘덥다’, ‘춥다’는 논쟁에 막혀 첨단 소재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 ‘세계 최강’이라는 찬사를 받는 미군 전투복은 대체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 궁금증을 풀어줄 자료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지난달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연구팀이 국방기술품질원에 보고한 ‘워리어 플랫폼 전투복 개발을 위한 신소재 개발동향’ 보고서를 보겠습니다. ●미군, 전투에 꼭 필요한 ‘내구성’ 강화 초점 현재 미 육군이 사용하는 기본 전투복(ACU)은 미국 섬유업체인 인비스타사의 ‘T420 나일론66’과 ‘면’을 50대50으로 혼합한 듀폰사의 ‘코듀라 니코’ 원단으로 제조합니다. 코듀라라는 브랜드는 섬유나 패션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텐데요. 이미 아웃도어 브랜드 등 스포츠용품부터 청바지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이 원단은 100% 면과 비교하면 강도가 4배, 폴리에스테르·면 혼방보다 강도가 2배 높다고 합니다. 통기성은 100% 면과 같지만 수분 건조 속도는 훨씬 빠른 장점도 있습니다. 연소실험에서는 다른 원단보다 훨씬 강한 ‘괴력’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투복’이라는 말 그대로, 고가의 기능성 의류와 비교해도 월등한 성능을 확보한 것입니다. 미군은 기본적인 소재는 유지하면서 기능성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나일론과 면 비율을 57대43으로 조정한 신형 전투복 6만 5000벌을 하와이에 주둔하고 있는 제25보병사단에 제공해 평가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50대50인 기존 원단과 비교해 내구성은 그대로인데 더 얇고 가벼우며 건조속도가 빠르고 공기투과도도 향상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수분 흐름에 방해가 되는 섬유층과 솔기(천과 천을 봉합할 때 생기는 선)를 제거하고 호주머니, 연결선 개선 등 디자인 개선 작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계절 모두 입을 수 있는 전투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2011년부터 3년간 새 전투복을 보급했습니다. 구조는 ‘폴리에스테르’와 면을 68대32로 섞은 것이었는데 여름엔 도저히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운 것이 문제였습니다. ●‘땀복’ 비난 쏟아지자 생활기능 중심 개발 장병들의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폴리에스테르와 통기성이 좋은 ‘레이온’을 65대35로 섞은 하계전투복이 새로 보급됐습니다. 올해부터는 사계절 전투복은 폴리에스테르와 면 비율을 73대27, 하계전투복은 폴리에스테르와 레이온 비율을 70대30로 조정한 제품을 공급한다고 합니다. 미군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내구성이 높고 화재에 강한 나일론·면 혼방소재를 사용해왔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내구성이 떨어지는 폴리에스테르·면, 폴리에스테르·레이온 소재를 고집한다는 겁니다. 물론 우리 군복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언제까지 ‘통기성’과 가격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까요.2000년대 초 내구성이 강한 미군 전투복 같은 나일론·면 소재 전투복 개발 시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방적기술 미확보, 원료수급 어려움, 군과 정부의 공감대 부족으로 내구성이 높은 첨단 소재 개발 연구는 계속 진행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도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는 미국과 다른 모습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섬유개발원 연구팀은 “현재는 기술 발전과 원료 공급 확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 여건이 조성된 만큼 기존 전투복 소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섬유소재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쾌적성과 내구성을 모두 만족하는 혼방사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는 ‘워리어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개인 전투장비를 모두 개선할 방침입니다. 2024년 사업이 마무리되는 전투복부터 방탄복, 방탄헬멧, 조준경, 탄창, 대검, 개인화기 등 33종의 신형 장비를 개발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장비체계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그렇지만 전투복은 여전히 ‘가볍고 시원한’ 생활기능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생활기능을 넘어 세계가 주목할 만한, 전투에 최적화된 섬유소재를 개발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스페인판 ‘섹스 앤더 시티’… 마흔 청춘 달래다

    스페인판 ‘섹스 앤더 시티’… 마흔 청춘 달래다

    꽃을 사는 여자들/바네사 몽포르 지음/서경홍 옮김/북레시피/476쪽/1만 6000원서점가에 마흔에 관한 책이 넘친다. 마흔에도 계속되는 사춘기 이야기, 마흔이라 행복하다는 마흔 예찬 등.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어느덧 옛말이 된 듯하다. 분명한 건, 서른에도 마흔에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며 우리는 같은 실수를 거듭한다는 거다.소설 ‘꽃을 사는 여자들’에서 스페인 작가 바네사 몽포르가 불러 모은 다섯 명의 여성들도 모두 마흔 언저리다. 공자님은 ‘불혹’이라는 말로 마흔을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강변했지만 요즘에야 어디 그런가.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마드리드의 화원을 찾은 이들은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꽃을 사 본 적이 없다. 남편에게 너무 많은 걸 의존해 그가 떠나자 세상 모든 게 무너져 내린 여자, 남들 보기엔 커리어우먼이지만 정작 본인은 일에 쫓겨 사생활이라고는 없는 여자, 유통기한이 있는 연애를 이어 가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 사랑에 대한 일말의 기대 없이 다 퍼주는 여자, 그 자신 워킹맘이면서도 유부남 애인을 위해 꽃을 사는 여자가 이들이다. 세상 기구한 사연들은 다 모인 것 같지만 가만 보면 내 자신이거나 혹은 주위에 한 명씩은 있는 캐릭터들이다. 다섯 여자들은 ‘천사의 정원’이라 불리는 화원에 둘러앉아 주인 올리비아가 건네는 와인 한 잔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일견 2000년대 초반 대히트를 쳤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마흔 버전 같다. 뉴욕 맨해튼이라는 배경, 더없이 화려한 라이프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그들이 안고 있는 원초적인 고민이 평범한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꽃을 사는 여자들’에서 ‘섹스 앤 더 시티’ 속 뉴욕 브런치 카페는 마드리드의 화원으로 옮겨 왔고 구성원들은 좀더 원숙해졌다. 특기할 만한 점은 ‘현자’ 올리비아의 유무다. 쉰부터 예순까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그는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마흔줄의 청춘들을 달랜다. 그의 이야기는 ‘나는 당신 없이도 잘 지낼 수 있고, 당신은 나를 보살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 나의 인생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152쪽), ‘그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은 자유를 위해 싸웠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 자유를 체험하지 못했다. 그들의 구호는 ‘사랑에 빠지지 마라. 결혼하지 마라. 아이를 함부로 낳지 마라’였다’(125쪽)처럼 밑줄을 부른다. 남편의 유골함을 붙들고 살아가는 ‘나’ 마리나가 남편과 완전한 작별을 하게 되는 것도, 모두 올리비아의 조언에서 연유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는 작가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글에 이렇게 썼다. ‘우리가 알다시피 사소한 것들이 어느 정도 합의된 현실을 만들어냅니다.’(8쪽) 사소한 것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 간명하지만 자주 잊고 지내는 진리를 세상 많이 산 원숙한 언니가 들려주는 것 같다. 머리맡에 두고 싶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LED 마스크·다리미도 “빌려쓰세요”

    LED 마스크·다리미도 “빌려쓰세요”

    #1 LG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 렌털 사업에서 2924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2016년 1134억원, 2017년 1605억원이던 수익이 지난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집집마다 필수 가전을 구비한 포화상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고 진출한 렌털 사업이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2 쿠쿠가 지난해 매출 9119억원을 달성, 매출 1조원 고지에 다가섰다. 밥솥 등 생활가전으로 명성을 쌓아온 쿠쿠전자는 지난해 렌털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인 쿠쿠홈시스로 재상장했고 지주사인 쿠쿠홀딩스 아래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를 둔 체제로 전환한 뒤 가전 사업과 렌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3 종합 홈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지난달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렌털 임대사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구체적인 렌털 사업 방향에 대해 한샘은 “아직 사업등록만 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지만, 리모델링 상품 등의 사후관리(AS) 측면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란 평가가 많다. 소유보다 사용과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가전 렌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늘지만 프리미엄이란 명칭이 붙은 만큼 제품 가격이 가파르게 높아진 점도 분납으로 쪼개서 지출할 수 있는 렌털 수요를 키우고 있다. 1998년 웅진코웨이가 국내 최초로 렌털 서비스를 시작하고 2000년대까지 청호나이스, 교원그룹 웰스 등이 주도하던 렌털 시장은 이제 제조 중견·대기업에도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 LG전자뿐 아니라 SK매직, 현대백화점 등이 공격적으로 렌털 시장을 공략 중이다. SK네트웍스는 2016년 동양매직을 인수하면서, 현대백화점은 2015년 ‘큐밍’이란 브랜드로 렌털 사업을 하는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하면서 두 회사는 렌털업에 진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월 1000억원의 자금을 현대렌탈케어에 추가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참여자가 늘면서 국내 B2C(기업 대 소비자) 렌털 시장은 급성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12년 4조 6000억원이던 시장규모가 2017년 10조 3000억원으로 확대됐다고 계산했다.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렌털 사업자가 늘고 공유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렌털 용품에 대한 ‘영역파괴’가 이뤄졌고, 1인 가구로 주거형태가 바뀌고 미세먼지로 공기·의류관리 쪽 가전 판매가 늘어나는 트렌드가 맞물려 ‘가전 관리’에 대한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 청호나이스, 교원웰스 등 원조격인 렌털업체나 LG전자, 현대렌탈케어와 같은 신규 렌털사업 진출 기업을 막론하고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부터 렌털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런 것까지 렌털이’라는 물음을 부르는 제품들로 그 범주가 확대되고 있다. LG전자의 렌털 가전제품은 공기청정기, 정수기, 건조기, 전기레인지, 의류관리기(스타일러), 안마의자, 얼음정수기 냉장고 등 총 7가지다. 이 중 전기레인지와 의류관리기는 기존에 없거나 잘 안 쓰던 제품들이다. 굳이 의류관리기를 써야 하는지,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바꿔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덜 느끼며 새 제품을 경험할 기회로서의 렌털 사업의 효용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의 가전이 출시와 동시에 렌털 형태로 유통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교원웰스는 4일 피부관리를 위한 ‘웰스 LED 마스크’를 출시하며 홈 뷰티기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셀리턴과 제휴해 웰스 전용 LED 마스크 모델을 개발했다. LED 마스크는 LED 파장을 이용해 안면 부위 피부 톤과 탄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홈 뷰티 기기로 여성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지만, 100만원 안팎의 고가여서 큰 마음 먹고 구매해야 하는 제품으로 꼽혀왔다. 스위스 프리미엄 스팀다리미 로라스타도 이달부터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렌탈의 라이프스타일 렌털 플랫폼인 ‘묘미’를 활용했다. 살균 작용까지 하는 100만~400만원대 다리미인 로라스타지만 총 36개월 분할 납부 방식 렌털 플랫폼을 활용하면 월 2만~10만원대로 쓸 수 있다. 국내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 사후관리(AS)의 어려움 때문에 렌털 사업을 주저하던 수입 명품 가전들로까지 렌털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렌털 시장 확대를 이끈 주역이 공기청정기란 점 역시 렌털 시장의 장기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필터와 같은 소모품 교체, 즉 관리가 중요한 가전일수록 렌털 대상 가전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 측은 “정수기나 공기청정기처럼 위생에 민감한 환경가전을 쓰려면 필터 청소, 교체, 점검 등 주기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기업 전문가가 알아서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렌털을 하면 제품 사용 편의가 대폭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가전을 일시불로 구매하면 보증기간이 1년 정도 되지만, 렌털로 사용하면 보통 5년 정도인 렌털 기간 동안 제품 보증이 이뤄진다”면서 “일정 기간 이후 렌털 상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해 사용하거나 자녀 성장,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최적의 제품을 바꿔가며 쓸 수 있다는 점도 렌털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1만 3000여명의 ‘코디’가 렌털 제품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인 웅진코웨이는 2011년 매트리스, 2018년 의류청정기 등 사후 관리가 중요한 가전 위주로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청호나이스 역시 얼음정수기, 커피얼음정수기, 와인셀러정수기 등 정수기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렌털을 통해 경험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사업 확대 방향을 잡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뜨거운 여론…‘핵잠수함’은 왜 필요한가

    [밀리터리 인사이드] 뜨거운 여론…‘핵잠수함’은 왜 필요한가

    “핵잠수함 도입 필요” 정치권 한 목소리원자로 이용 고속 운항 가능…추적 용이 막대한 개발비용 걸림돌…논의 시작해야핵추진(원자력) 잠수함 도입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핵잠수함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2017년 9월 한미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전략자산 도입 범위에 핵잠수함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핵잠수함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전략자산 확보에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그해 8월 공개적으로 “핵잠수함 도입 문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혀 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습니다. 정치권도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30년을 목표로 하는 기동함대 창설을 언급하면서 “핵추진 잠수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과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도 (핵잠수함 도입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며 조속한 사업추진을 촉구했습니다. 해군은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비공개 태스크포스(TF)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의 결단만 나오면 형상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해군은 이미 지난해 4월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연구를 마쳤고, 군사적으로 도입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잠수함, 적 잠수함 추적에 최적화 핵잠수함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진오 한국국방연구원 군사발전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디젤 잠수함의 추적 기술 단점을 보완하려면 장시간 잠항이 가능한 핵잠수함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디젤잠수함은 축전지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데 축전지를 소진하면 스노클(해상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배기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는 장치)을 통해 디젤 엔진을 작동해 충전해야 한다. 축전지 충전을 위해 스노클을 하면 적에게 탐지될 위험이 높아지고 추적 임무를 하다가도 충전을 위해 임무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 적 잠수함을 후방에서 추적하려면 ‘소나’(수중 음파탐지장치) 기능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지그재그 운항이 필수적인데, 적정 거리를 유지하려면 적 잠수함 속도의 1.5배를 내야 합니다. 이 때 디젤 잠수함은 최대 속력이 시속 28~37㎞인데 반해 최신 핵잠수함은 45~66㎞ 정도로 속도를 낼 수 있어 교전이나 추적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최대 추진력을 얻으면 어뢰와 거의 비슷한 속도까지 낼 수 있어 회피 기동에도 용이하다고 합니다. 아울러 디젤 잠수함에 비해 크기가 큰 핵잠수함은 미사일 발사관이나 어뢰관 수도 많아 공격성능이 뛰어납니다.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의외의 복병은 ‘소음’입니다. 해군사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펴낸 ‘원자력 추진 잠수함 최소 소요량 결정을 위한 임무 할당 최적화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핵잠수함의 소음은 120~130㏈ 수준으로 디젤 잠수함보다 10~30㏈이 높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중국의 한 핵잠수함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에 탐지돼 쫓기다 결국 국기를 단 상태로 해상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소음문제, 극복 가능…국내 기술도 향상 그렇지만 고질적인 소음 문제도 기술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미군이 건조한 최신 잠수함인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디젤 잠수함보다 소음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은 배우 제라드 버틀러(50)가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 ‘헌터 킬러’에 실제 등장한 잠수함입니다. 장 위원은 “핵잠수함은 기술진보를 통해 소음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고 소음 측면에서 디젤 잠수함보다 우수한 핵잠수함도 개발된 상황”이라며 “(디젤 잠수함보다 소음이 크다는 주장은) 과거에는 타당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우리의 방음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018년 최우수 연구상’ 수상자로 김봉기 기계시스템안전연구본부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 책임연구원을 선정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순수 우리 기술로 잠수함 방음기술을 개발했고, 2020년 취역하는 국내 첫 3000t급 중형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에 적용해 시험평가까지 마쳤습니다.이외에 ‘핵잠수함 크기가 너무 커서 수심이 얕은 서해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장 위원은 “핵잠수함은 원자로 규모에 따라 2500t부터 1만 6500t까지 다양하다”며 “기동성이 뛰어난 4500t급의 중형으로 예상한다면 대잠 작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현실적으로 핵잠수함을 건조하거나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건조비용’과 ‘국제사회 동의’입니다. 도산 안창호함을 건조하는 데 1조원이 소요된 만큼 이보다 훨씬 많은 개발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국의 ‘시울프급’ 잠수함은 1척 건조에 무려 3조 4000억원이 들었고,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도 1척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개발기간도 최소 7년 이상이 걸릴 전망입니다. ●막대한 예산·국제사회 동의 해결해야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고,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돼야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한과의 화해무드 영향으로 현재는 핵잠수함 개발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입니다. 핵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연료로 사용할 20% 미만의 저농축 핵연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해 핵연료를 조달할 수 있지만, ‘평화적 이용’이라는 단서가 달려있는 게 문제입니다. 핵연료를 제3국에서 구입하면 협정을 피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외교적 노력을 더해야 합니다. 장 위원은 “하지만 핵 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정의 금지 대상인 핵무기와 기타 핵폭발장치에는 핵잠수함이 포함돼 있지 않아 국제조약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기술적인 문제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362사업’이라는 명칭의 핵잠수함 개발 사업을 진행했는데, 당시 사업에 참가한 김시환 글로벌원자력전략연구소장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기본 설계를 이미 2004년에 완료했고 2년 안에 원자로를 제작해 잠수함에 장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뜨거운 여론에 부응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日닛케이 “한국 학벌지상주의가 저출산 원인…출산율 안 올라갈 것”

    日닛케이 “한국 학벌지상주의가 저출산 원인…출산율 안 올라갈 것”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98로 떨어지는 등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는 학벌지상주의와 이에 따른 사교육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니혼게이자이는 서울발 보도에서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수험 코디네이터’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사교육 실태를 소개했다. 기사는 “수험 코디네이터는 대학입시에서 내신 위주 전형이 시작된 2000년대에 시작된 비즈니스”라면서 “고교생활의 학업은 물론 클럽활동, 독서 등까지 철저하게 지도하는 ‘합격 청부업자’”라고 표현했다. 이어 비용은 연간 1억원(약 1000만엔)의 고액이지만,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망이 강하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수험 코디네이터는 인기 TV드라마 ‘SKY캐슬’을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면서 드라마는 학벌주의를 훈계하는 내용이지만, 외려 이 드라마의 인기 이후 수험 코디네이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원 등에 들어가는 사교육비 금액은 교육부 공식통계로는 고등학생 1명당 월평균 32만 1000원이지만 이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대치동의 경우 통상 월 200만~500만원”이라고 소개했다.니혼게이자이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늘면서 20~44세 미혼율이 남성은 2005년 48%에서 2015년 58%로, 여성은 같은 기간 34%에서 45%로 각각 상승했다”고 공식통계를 인용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N포 세대’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됐다”며 “10년 전에는 연애·결혼·출산의 ‘3포’였지만 여기에 주택·인간관계가 더해져 ‘5포’가 됐다”고 전하며 한국에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신조어도 있다고 소개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내놓았다”면서 “출산·양육비 지원 증액이나 초등학교 입학까지 의료비 무상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국민들의 요구가 많은 분야에 재원을 집중 배분하며 아이 낳기 쉬운 환경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 한 명 키우는 데 드는 사교육비의 부담을 생각하면 정부 지원은 작은 도움 밖에 안 된다”며 “한국의 고질적인 학벌 지상주의가 변하지 않으면 출산율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그의 전 생애를 톺아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그의 전 생애를 톺아보다

    자화상, 크리스티서 1000억에 팔려 침울한 동성애자, 美서 화폭 대전환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 작가. 사람들이 데이비드 호크니(82)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호크니의 작품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9030만 달러(약 1019억원)에 낙찰, 현존 작가의 작품가 가운데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돈이 그 작가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절로 궁금증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은 왜 호크니를 좋아할까? 지난 22일 개막한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공동으로 호크니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일곱개의 소주제하에 영국문화원, 왕립예술아카데미, 솔츠밀, 리버풀대학교 빅토리아 미술관,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등 총 8개의 해외 기관에서 대여한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133점을 선보인다.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위태로운 소년. 설상가상으로 머리 위에 검은 물체를 얹고 있다. 소년에게는 ‘doll boy’(인형 소년)라는 딱지가 붙었고 옆에는 ‘queen’(여왕)이라는 글자도 함께다. 영국왕립예술학교 재학 시절 그린 ‘인형 소년을 위한 습작’(1960)에서는 호크니가 동성애자로서 마주한 현실에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소심하고 침울했던 영국 소년이 청년이 돼 미국으로 넘어간 후부터 그림은 대전환기를 맞는다. 196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로 넘어간 호크니는 이때부터 그림에 아크릴 물감을 즐겨 사용하기 시작한다. 광택이 풍부하고 얇게 발리는 아크릴 물감이 그곳 햇빛을 담기에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표작 ‘더 큰 첨벙’(1967)에서 그는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성을 더욱 강조했다. 미니멀리즘을 표상하는 배경의 낮은 건물들은 ‘첨벙’ 하는 하얀 포말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테두리에 남긴 액자 형식의 여백은 관람자가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화면을 평면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어지는 ‘수영작 연작’들은 3차원을 2차원 화폭에 옮기려는 그의 집요한 노력들이 빛을 발한 결과다.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즐겨 그린 초상화 시리즈에서도 그의 노력은 이어진다. 초상화를 ‘만남에 대한 예술’이라 칭한 호크니는 자신이 아는 인물의 실제 성격, 인물 간의 관계까지 그림에 담고자 했다. 1968년부터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주변 커플들을 대상으로 2인 초상화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개중 유명한 게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971)다. 실제 인물을 마주 대한 듯 실물 크기의 초상화 앞에 서면 이 부부의 역학 관계, 각자의 성격이 캔버스를 뛰어넘어 전해지는 것 같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에 들어 풍경을 담은 거대한 캔버스 회화에 몰두한 것도 3차원 세계를 평면 화폭에 더 잘 옮기기 위한 시도였다. 전시 마지막 섹션에서 만나는 ‘더 큰 그랜드캐니언’(1998),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 등은 다시점 방식의 공간 묘사, 역원근법을 적용해 관람자가 직접 움직이며 공간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사진과 컴퓨터를 적극 활용해 관람자들이 공간이 아닌 표면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사진의 한계를 회화적으로 풀어가려고 한 시도도 돋보인다. 작업실을 3000장의 사진으로 촬영해 파노라마로 연결한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는 영국에서도 전시되지 않은 신작이다. 끊임없이 현재를 사는 노(老)작가의 오늘을 표상한다. ‘힙’한 춤사위로 무대를 뒤집어 놓으신 ‘전국노래자랑’의 ‘손담비 할아버지’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호크니는 말했다. “나는 향수에 잠기는 타입이 아니다. 그저 현재를 살 뿐이다.” 이쯤 하면 전시 관람 전 품었던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겠다. 작가의 전 생애를 톺아볼 수 있는 회고전 형식임을 감안하건대 호크니의 대표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포토콜라주가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헬렌 리틀 영국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는 “많은 포토콜라주 작품 중 대여되지 않는 개인 소장 작품이 많아 전시가 불가했다”며 “어느 작가든 모든 작품을 한 전시에서 담는 건 어렵지만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일반 1만 5000원, 청소년 1만 3000원. 오는 8월 4일까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앨범을 열었더니 펜타곤이 짠~ “유니버스와 함께 만들어 더 뜻깊어”

    앨범을 열었더니 펜타곤이 짠~ “유니버스와 함께 만들어 더 뜻깊어”

    “저희가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다 대봤습니다. 사진 콘셉트부터, 뮤비 시안까지. 자작곡은 당연한 거고요. 그렇게 준비를 많이 했으니까 정말 좋은 앨범을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진호) 펜타곤(진호, 후이, 홍석, 신원, 여원, 옌안, 유토, 키노, 우석)이 6개월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2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미니 8집 ‘지니어스’(Genie:us) 발매 쇼케이스를 열고 ‘자체제작돌’로서의 자부심을 내비쳤다. 앨범 제목에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다. 후이는 “하나는 우리는 모두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에, 또 하나는 요술램프 속 지니가 되어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앨범 첫 장을 열면 펜타곤 멤버들이 마치 지니처럼 입체카드 속에서 짠하고 튀어나온다. 다음 장에는 독특하게 팬들이 적은 소원이 빼곡하다. ‘대학 합격해서 당당하게 펜타곤 만나기’, ‘펜타곤의 웃는 모습, 즐겁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등 펜타곤을 향한 사랑을 담은 말부터 ‘인기짱이 되고 싶어요’, ‘로또 일등 다섯 번 당첨’ 같은 개인적인 소원까지 가득 담았다. 후이는 “팬분들과 함께 만든 앨범이라 더 뜻깊다”며 유니버스(팬덤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보너스 트랙 포함 모두 6곡의 수록곡에는 펜타곤의 솔직한 이야기를 녹였다. 신원은 “앨범 전비 준 저희끼리 펜타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20곡 정도 모은 뒤 하나의 스토리가 되도록 6곡을 추렸다. 마지막 트랙이자 보너스 트랙인 ‘라운드 1’(Round 1)은 모든 멤버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멤버 각자가 대결 상대를 만들고 서로에게 유쾌한 디스를 하는 곡이다. 키노는 “친하지 않으면 이런 가사가 나올 수 없다”며 “저희는 의 상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서 디스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타이틀곡은 ‘신토불이’는 2000년대 초반의 인기 예능 ‘천생연분‘의 오프닝 멘트였던 “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밤”의 준말로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리자는 의미를 담은 신나는 댄스곡이다. ‘천재작곡돌’로 불리는 후이가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후이가 만든 7곡의 타이틀곡 후보 중 멤버들의 만장일치로 선택된 곡이기도 하다. 후이는 “‘빛나리’, ‘청개구리’에 이어 나온 노래인데 계속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기존보다 조금 더 강렬하고 파워풀하지만, 펜타곤의 색깔 잃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가이드를 부르면서도 속이 시원했다”며 “회사에서 학교에서 지치고 스트레스 받을 때 그런 것들을 해소시키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지만 아쉽게도 ‘신토불이’ 무대는 키노를 제외한 8명이 오른다. 2달 전쯤 키노가 연습 중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날 처음 공개된 ‘신토불이’ 무대가 끝난 뒤 무대를 지켜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키노는 “제가 무대 밖에서 펜타곤을 보는 일은 흔치 않은데 너무 너무 고맙고 너무 멋있다. 옆에서 진짜 감동했다”며 멤버들에 대한 미안함과 뿌듯함을 표현했다. “지금은 목발을 떼고 걸어다니며 재활 중”이라고 설명한 키노는 “무대 외 스케줄은 모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키노가 함께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지만 지난번 ‘청개구리’ 활동 때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빠졌던 옌안의 합류는 큰 힘이 됐다. 옌안은 “건강 문제로 중국에서 부모님 곁에서 쉬면서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번 활동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후이는 “옌안이 정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열심히 해줬다”며 “옌안이 춤추는 걸 보고 멤버들이 눈물을 흘릴 뻔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지난해 ‘빛나리’가 음원 차트 역주행에 성공하며 데뷔 후 최고의 시간을 보냈던 펜타곤은 이번 활동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데뷔 때와 같은 패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후이는 “저희끼리 가끔 1집 활동 때 음악방송 바닥을 부쉈던 적을 얘기한다. 그때 정말 패기가 넘쳤었다”며 “이번에도 그런 패기와 자신감을 팬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이수영 루머해명 “연예인병 심해 매니저에 딸기 던졌다고..”

    이수영 루머해명 “연예인병 심해 매니저에 딸기 던졌다고..”

    이수영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과거 ‘연예인병’ 루머에 대해 해명한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들 앞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사실을 밝히며 관심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오는 27일 방송되는 MBC ‘라디오스타’는 이수영, 채연, 배슬기, 김상혁 네 사람이 출연하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소녀’ 특집으로 꾸며진다. 이수영이 과거 연예인 병에 걸렸다는 루머에 대해 솔직하게 해명한다. 당시 이수영이 연예인 병에 심하게 걸려 ‘매니저에게 딸기를 던졌다’, ‘대기실에서 큰일을 봤다’ 등의 소문이 돌았던 것. 이에 이수영은 당시 상황을 솔직하게 전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이수영은 초등학생들 앞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사실을 밝히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사랑을 했다’로 아이들의 떼창을 이끌어 낸 것은 물론, 자신의 곡 ‘휠릴리’를 열창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고. 무슨 이유로 이런 콘서트를 연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그녀는 달리는 차 안에서 짬뽕을 먹을 수 있다며 놀라운 먹스킬을 뽐낸다. 그녀는 바쁜 스케줄로 차 안에서 주로 끼니를 해결하며 자연스레 스킬을 터득한 것. 이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국물을 흘리지 않는 비법을 전수했다고. 이와 함께 이수영은 요가 수업 중 갑자기 뛰쳐나간다고 고백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항상 마지막 동작을 남겨두고 급하게 사라진다고. 그 이유로 ‘이것’에 쫓기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런가 하면 결혼 10년 차가 된 이수영은 그동안 싸움 스킬이 늘었다며 모두를 웃게 했다. 특히 그녀는 아이의 방학만 되면 출장을 가는 남편에게 화가 났었다고. 그러나 오히려 지금은 출장 가는 날을 기다린다며 10년 차의 여유를 보여줄 전망이다. 더불어 그녀는 다이어트의 숨은 조력자를 공개한다. 한창 살이 찐 그녀에게 사우나 아줌마들이 도움을 줬다는 것. 그녀는 사우나 아줌마들의 말투를 생생하게 재연해내며 모두를 폭소케 했다고. 그녀의 다이어트를 성공하게 한 사우나 아줌마들의 활약은 방송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방송에는 이수영을 비롯해 채연, 배슬기, 김상혁 네 명의 게스트가 화려한 댄스 신고식부터 아련한 추억 토크까지 대방출하며 2000년대를 강제 소환한다고 전해져 기대를 모은다. 한편, MBC ‘라디오스타’는 오는 27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연예부 seoulen@seoul.co.kr
  • 대선 출마자가 “내 아내 될 사람 나와봐” 외치는 우크라이나

    대선 출마자가 “내 아내 될 사람 나와봐” 외치는 우크라이나

    오는 31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 모두 39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코미디 같은 일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기성 정당에 대한 환멸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정치를 리얼리티쇼로 혼동하게 만들고 정치와 코미디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호르 셰브첸코(48) 후보는 선거 구호를 “대통령의 아내가 되고 싶습니까“로 바꾸고 노총각인 자신의 신붓감 구하기 이벤트로 바꿔버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받은 그는 온라인 상으로 신청한 여성 300명 가량을 분과 토론시켜 이를 통과한 10~15명과 데이트를 해 그 중의 한 명을 선택, 대통령에 당선된 뒤 퍼스트레이디로 삼겠다고 했다. 이 과정을 모두 편집해 12분 분량으로 편집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주말에 전체 에피소드를 처음 공개했고 31일 투표 날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셰브첸코의 광고 포스터에 대해 비난과 비판이 쏟아지지만 눈길을 붙잡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왕립 국제관계 연구소 우크라이나 포럼을 운영하는 오리시아 룻세비치는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고, 여성 표 좀 깎아먹겠구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런 문제에 둔감한 우크라이나의 실정에 비쳐볼 때 천재적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정치 엘리트들은 산 위에 앉아 있는 존재로 여겨지는데 그는 이 간극을 메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1%도 안되는 지지를 받는 그지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데 성공해 이제는 토크쇼에 빈번히 불려 나간다.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 산적해 있다. 군대는 동부 크림 반도 쪽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과 교전을 계속 벌이고 있다. 러시아 지지 성향의 정부를 축출한 지 5년이 넘었지만 경제 성장이나 정치 개혁 모두 더디기만 하다. 사실 셰브첸코는 싱가포르 리콴유 정부처럼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제적 권리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진짜 민주주의를 가져본 적이 없다. 오직 페이퍼로만이었다. 과점, 부패한 과점이다. 그들은 유권자나 정치인 등 모든 것을 매수한다”고 말했다.사실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을 탄핵하고 치르는 이번 대선 선두 주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도 정치적 경력이라야 인기를 끈 TV 미니 시리즈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해본 게 전부다. 또 2004년 오렌지혁명의 주역인 전직 총리 율리아 V 티모셴코의 이름을 그대로 본떠 유리 V 티모셴코로 등록한 후보도 있었다. 티모셴코 전 총리도 출마해 같은 이름의 후보가 둘이 동시에 등록했다. 속시원한 풍자로 정치와 권위를 무너뜨린 코미디언이 실제로 정치인으로 선출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지난해 슬로베니아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 마르얀 세렉, 이탈리아 연립정권의 주축인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창설자 베페 그릴로, 앞서 2000년대 초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시장을 지낸 욘 그나르 등도 코미디언 출신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너도 죽일 놈의 사랑 중이냐? 같이 사랑학개론 수강하자”

    “너도 죽일 놈의 사랑 중이냐? 같이 사랑학개론 수강하자”

    ‘사랑에 실패했나요? 수업 들을 시간입니다.’ (Failing at love? Maybe It’s time for classes) 지난달 15일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 대학가의 연애와 데이트 강의를 다룬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한국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책만 파며 주입식 학습을 하던 습관처럼 대학에서 연애도 ‘열공’(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면서 “사랑은 훈련과 연습의 분야지만 성적에 집착하는 한국 문화는 이를 교수, 성적, 대학 학점, 재수강 위험까지 포함한 학문으로 바꿔 놨다”고 썼다.외신의 눈에는 독특한 현상으로 비치지만 사랑, 연애, 데이트 관련 수업은 몇 년 전부터 대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딱딱한 보고서 대신 ‘짝과 데이트하기’를 과제로 내주는 수업들이 입소문을 타고 “모태솔로를 벗어나고 싶으면 수강 신청 때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하라”는 꿀팁도 퍼졌다. 학생들은 왜 연애를 공부로 배우려 할까. 수업을 듣고 나면 정말 없던 연애 기술이 생길까. 학생과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녀 상황극·데이트 해보기… 실전같은 수업 “남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대학에 왔을 땐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너무 낯설었어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예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교양 수업에서 남녀가 짝을 나눠 상황극을 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제 감정을 잘 표현하게 됐죠.” 강현욱(21)씨는 지난해 한국외국어대에서 ‘성, 사랑, 결혼’ 강의를 수강했다. 대학 입학 후 제일 먼저 들은 교양 수업이었다. 대학에 와서 이성 친구들을 만나 말조차 붙이기 힘들었던 그는 “연애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선배들의 말에 혹해 수강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70명 정원의 이 수업에서는 조별로 역할극을 했다. 술자리에 간 남자친구가 오랜 시간 연락되지 않아 여자친구가 섭섭해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어떻게 하면 둘의 관계를 슬기롭게 풀어 나갈지 고민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적인 고민이 수업 시간에 다뤄진다.세종대 ‘성과 문화’ 수업에서는 제비뽑기로 맺어진 짝꿍과 데이트하는 게 과제다. 학생들은 파트너와 5000원씩 갹출해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를 본 뒤 감상문까지 써내야 한다. 학생들은 주어진 예산 한도 안에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차곡차곡 적립한 포인트로 영화 티켓을 예매하고, 헌혈을 해서 문화상품권을 얻기도 한다. 2011년부터 이 강의를 맡고 있는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겸임교수)은 과제의 목적에 대해 “삶에 대해 겁내지 말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돈이 많아야만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1만원으로 빠듯하게 데이트를 하다 보면 연애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이 이런 강의를 굳이 찾아 듣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과 사랑이 이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배 소장은 “한국 10대들에게 성은 금기에 가깝고 수년간 모든 욕망을 억눌려 지낸다”며 “모든 자유를 누리게 되는 스무 살에는 정작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 입학 후 이성과의 만남을 시작하면 허둥댈 수밖에 없다. 당장 지식이 필요한데 이 욕구를 채워 줄 교양 수업이 구세주인 셈이다. 이런 학생들의 욕구는 강의실을 넘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 상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실 공간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한 고민도 온라인 익명 상담 때는 용기 있게 털어놓고 답을 구할 수 있다. 연애 상담을 해 주는 유튜브 채널은 20개가 넘는다. ‘헤어진 연인 빨리 잊는 법’, ‘연애가 두려울 때 극복법’, ‘상대방을 설레게 하는 스킬’부터 콘돔 사용법, 성관계 체위 등 수위 높은 콘텐츠들도 다뤄진다. 카카오톡 등 온라인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 일반화되면서 채팅을 캡처해 보내면 내용을 해석해 주고 적절한 대화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개인 연애 상담도 해 주고, 연애 이론을 인터넷 강의처럼 만들어 올리기도 하는 유튜브 채널 ‘연애언어TV’ 운영자는 “상담자의 70% 정도는 20대인데 아무리 취업난이 있어도 연애 욕구나 고민은 늘 있는 것 같다”며 “소통 방법이나 인간 관계에 대한 이론을 알면 연애로 상처받을 확률, 실패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의실 넘어 SNS 등 온라인 상담까지 학생들과 교수들은 연애 관련 수업이 “연애 고민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라고 말한다. 한국외국어대 ‘성, 사랑, 결혼’ 강의를 들은 강씨는 “데이트하기 과제 대상이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 등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커플 수업만은 아니었다”면서 “연애 기술을 배우기보다 부모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더 많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낯선 상대방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생각의 차이를 배우기도 한다. 올해 경희대에서 ‘즐거운 연애, 행복한 결혼’ 강의를 듣고 있는 공경현(24)씨는 “수업 시간에 데이트 폭력 문제를 다뤘는데 저를 비롯한 남학생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문제를 여학생들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면서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상대를 좀더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유진(20)씨도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수업 시간에 비혼을 선택하거나 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됐다”면서 “이런 입장이 잘못된 게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등 구체적 사회문제는 물론 젠더 이슈나 페미니즘 등을 함께 다루는 연애 수업도 많아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성에 관련된 수업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나 심리적 차이를 많이 다뤘지만, 최근에는 여성주의적 관점이 포함되는 등 강의 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성균관대의 ‘성과 사랑의 문화론’ 수업의 경우 성,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등의 개념을 개괄한 뒤 위안부, 여성소설, 신자유쥬의 한국 문학과 페미니즘까지 영역을 넓혔다. 수업을 들었던 김모(23·여)씨는 “정규 수업을 통해 성이나 젠더에 대해 배우면 좀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듣게 되는 것 같다”며 “단순히 생물학 또는 심리적 차이에서 벗어나 좀더 평등한 관계를 고민하고 일상 속 실천도 해 보려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부터 ‘즐거운 연애, 행복한 결혼’ 수업을 맡은 임국희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는 관계를 평등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업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 강사는 “20대의 연애가 중요한 이유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때문인데, 이는 개인 간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와 연결된다”며 “입력된 알고리즘처럼 ‘어떤 상황에선 뭐라고 대답하라’고 조언하는 게 아니라 평등하고 민주적인 소통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퍼나르기는 2차 가해… 자정 노력만큼 징역형 등 처벌 강화해야

    퍼나르기는 2차 가해… 자정 노력만큼 징역형 등 처벌 강화해야

    2000년대 초 한 연예인의 동영상 사건이 뜨거웠습니다. 영상은 당시 메신저 MSN을 통해 빠르게 퍼졌습니다. “IT 강국 한국의 초고속통신망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 준 사례”라는 농담도 있었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봐야 한다”는 무책임한 태도도 드러났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가수 정준영·승리 등이 연루된 ‘성관계 동영상 유포’ 사건을 보고 있자니 씁쓸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여전히 ‘몰카’는 기승이고, 확산 속도는 LTE급입니다. 그나마 공유·유포는 범죄라는 인식이나 ‘2차 피해를 막자’는 자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건 희망적이랄까요. 이번 ‘불온(不on)한 회의’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이뤄지는 성범죄와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을 논했습니다. 부장:‘난 소속된 SNS 단체 대화방, ‘단톡방’이 하나도 없다’ 이런 사람은 없겠지? 불편한 경험도 한 번쯤은 있을 듯한데. 진호:이번 정준영 사건이 불거지면서 제가 속한 대화방에서 ‘정준영 동영상’이라는 영상 파일이 올라왔어요. 교사인 친구는 말없이 대화방을 나갔고, 저 또한 눌러 보지 않고 나왔습니다. “이러지 말자”라고 얘기를 할까 아니면 그냥 나올까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한 거죠. ‘한마디 할걸’이라는 후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단톡방에선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링크나 영상은 올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의를 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 말 때문에 링크 보낸 사람이 무안하지 않게 화제 전환을 해서 그 방에선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죠. 세진:동창들 단톡방에서 작년 초쯤 성적 농담이나, 이른바 사전 유출된 ‘영화 속 엑기스 영상’이 이따금씩 올라왔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견디기 힘들어서 그 방을 나왔습니다. 현용: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보통은 그런 일이 있어도 단톡방을 나가기 힘들죠. 유포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사건이 터지면 경찰 수사를 통해 명단이 나오는데 이건 누가 퍼트리는지 잘 모르겠어요. 영화에선 조직적으로 퍼트리는 곳이 있다고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이 퍼트리는 것도 많을 듯해요. 유민:성적 농담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쓰는 요즘에는 단톡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와 공유가 가능하다 보니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심각해진 것 같아요. 친구나 동료 등 친분 위주의 단톡방에선 불법적인 것을 공유하면서 좋지 않은 쪽으로 결속을 다지기도 하고요. 진호:사실 단톡방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관계 단절을 우려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더이상의 교류를 안 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유민:단톡방을 나가고 싶어도 그 방을 나갔을 때 공지 사항이나 약속 모임을 전달받지 못하거나 단톡방을 통해 유지되는 관계를 포기해야 해서 마지못해 그냥 머물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부장:이슈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의 성적 농담엔 동참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세진:여성을 대상화하는 표현과 성적 농담, 평소에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대화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호:대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들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하는 일들은 여성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식 자체로 문제인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사적으로 나눈 대화가 공적으로 평가받는 게 온당한 일인가 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아요. 성적 농담의 수위란 게 허용 가능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데 신중하게 말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지만 개인 간 대화의 자유를 너무 위축시키는 건 아닐까요. 부장:사적인 대화라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어서 누군가 그 대화를 신고했다면, 그순간 공적 영역에 들어가는 거지. 명백한 명예훼손과 모욕죄는 범죄이니. 현용:기자들 중에서도 일부가 수위가 높은 성희롱 발언을 해서 크게 논란이 됐었던 적이 있죠. 개인적으로는 크게 놀랐습니다. 몸매 품평은 물론이고 성희롱 수준의 대화였죠. 부장:이런 일은 메신저가 자리잡으면서 가끔씩 발생했는데, 그때마다 이걸 ‘정보’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기자는 이런 데서 뒤처지면 안 된다”면서 죄의식 없이 공유했지. 최근엔 이런 행동들을 자제하는 듯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그런 구시대적 발상을 갖고 있더라고. 진호:증권가 정보지 등을 전달받았을 때 ‘내가 이 단톡방에서는 누구보다 정보력이 빠르다’는 승부욕 같은 것이 생겨서 그 내용을 전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전에 일단 전달부터 하는 일도 있어 보입니다. 유민:문제가 됐던 대학생 단톡방을 보면 주변 친구들을 단순 외모 품평 수준이 아닌 성적 도구로 보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표현을 했더라고요. 그 행동이 어떻게 ‘농담’이 되는지 충격을 받았습니다. 승리도 성접대 알선이 의심되는 대화에 대해 ‘장난’이라고 했었죠. 일련의 단톡방 사건들에 대해 일부 ‘남자들이라면 하나쯤 저런 방이 있는데 재수가 없어 걸렸다’고 동정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이 참 씁쓸했어요. 현용:‘누구나 하나쯤’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모든 남자가 그렇다고 일반화하는 것 아닌가요. 세진:성폭력 관련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왜 모든 남자들을 범죄자로 만드냐’는 반론이 많죠. 하지만 잘못된 성 관념에 기초한 ‘남성다움’ 문화를 무너뜨리려면 남성들이 모두 해결에 나서야지 ‘나는 아니야’라고 선을 그어 봤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진호:‘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성별(이분법적인 성별을 넘어서)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모든 이들을 동등하게 존중하자는 것이니까 여자든 남자든 타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면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하는 발언들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유민:카톡방에서의 문제를 ‘대화’로만 본다면 성 구분이 의미 없다는 데 동의해요. 불법 영상 촬영과 유출, 공유 문제에서 그 주체가 주로 남성이었다는 점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이자 현실이니까요. 정준영의 경우 문제 영상에 본인이 등장하는 것을 개의치 않고 직접 찍고 공유까지 했는데 평소 성에 대한 인식이 비정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진:많은 남성들이 공유하고 있는 잘못된 성 인식이 문제인 거겠죠. ‘대부분의 남성이 불법 촬영을 하는 건 아니다. 난 억울하다’ 말해도 믿을 수 없는 게 지금 현실입니다. 그러면 ‘난 억울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드는 ‘남성들의 문화’를 깨뜨려야 하죠. 진호:여자 화장실 몰카 사건 등 여성에 대한 불법 영상 사건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주로 분노하는데, 이번 모텔 몰카 사건(모텔 30여곳에 몰카를 설치해 1600여명이 피해 본 사건)의 경우 남녀 모두 분노하는 반응이에요. 결국 남녀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방증이겠죠. 부장: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말과 함께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거론되는데. 세진:불법 촬영 문제를 포함한 성폭력 문제를 정말 일부의 ‘악질’들이 저지르는 ‘특이한 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학교, 가정 등에서 문화적으로 학습하게 되는 성별 권력, 성차별적인 인식(여성을 성적 대상과 도구로만 보는)에서 비롯되는 문제라서요. 유민:강력한 제도가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법) 이후 실제로 접대나 청탁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요. 현재는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는 상황을 목격했다면 해당 대화 내용을 캡처한 후 출력해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방문하거나 ‘스마트 국민제보’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보해야 하는데요. 카카오톡 애플에 신고 버튼을 만들어 직관적인 제보를 돕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용:성범죄에 대해서는 자정 작용을 기대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문제는 문화 개선이라는 접근으로는 아무런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징역형 정도의 처벌은 필요하다고 봐요. 벌금형으론 국민들의 공분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성희롱이나 영상 유포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익광고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형량 강화와 더불어 처벌이 가능한 명백한 범죄라는 점을 계속 부각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씨줄날줄] 웨이고? 아이고!/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웨이고? 아이고!/박현갑 논설위원

    전통산업과 혁신산업 간 충돌의 이면에는 늘 기술 발전이 있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산업구조와 소비행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나라나 기업의 운명이 바뀌었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 런던 시내에 등장한 자동차는 전통적인 운송 수단인 마차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마부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고 이는 ‘레드플래그법’이라는 규제로 이어졌다. 자동차 운행속도는 시속 4.2㎞ 이내로, 자동차 55m 앞에는 안전한 주행을 위해 붉은 깃발을 든 기수를 둬야 한다는, 지금 생각해 보면 황당한 규제였다. 이 규제가 30년간 지속되는 사이 영국 마부들은 일자리를 지켰으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벤츠를 앞세운 독일과 포드자동차의 미국 등으로 넘어갔다. 2000년대 이후 은행업 변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뱅킹 등이 활성화되면서 영업점 인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맥도날드 매장처럼 순수 민간 부문은 무인주문기 도입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혁신으로 인한 충돌의 해결은 정부의 짐이다. 이 해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국가 발전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제 서울과 성남 지역의 50개 택시회사가 승차 거부 없는 ‘웨이고’(waygo) 서비스 시범 실시에 나섰다고 밝혔다. 1년 넘게 끌어온 택시업계와 IT 업계 간 갈등 이후 나온 첫 상생 모델이다. 상반기 중 3000대 투입을 목표로 중형택시 120대로 시작해 4월부터 본격 운행한다. 고객이 카카오택시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한 뒤 일반 택시인 ‘웨이고 블루’나 여성기사가 운행하는 여성 전용 사전예약 택시인 ‘웨이고 레이디’를 선택하면 승차 거부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웨이고 차량은 불친절과 난폭운전, 과속운전, 말 걸기가 없는 ‘4무(無) 서비스’를 기본으로 공기청정기, 휴대폰 무료충전 등의 편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요금은 현행 택시요금(기본 3800원)과 같지만, 서비스 호출비 3000원이 추가된다. 이 서비스 요금은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심야시간대에는 ‘따따불’ 요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웨이고가 혁신 모델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승차 거부 없는 택시나 4무 서비스는 모든 이용자의 기본 권리다. 승차 거부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승차 거부를 당하지 않는 조건으로 3000원을 더 낼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차량 부족으로 배차 속도는 느리지만, 승차 거부 없이 택시요금에 15~20% 정도 더 주면 이용 가능한 ‘타다’를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공공성을 감안해야 하는 운송업의 특성상 일정 정도 규제가 불가피하겠지만, 서비스 요금 인하 등 이용자 중심의 개선책을 보강해야만 지구촌의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eagledu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유행을 좇는 정부, 트렌드 원하는 국민/장세훈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유행을 좇는 정부, 트렌드 원하는 국민/장세훈 경제부 차장

    2000년대 들어 세계적인 메가트렌드 중 하나로 ‘유스 컬처’(Youth Culture)가 꼽힌다. 패션의 핵심 키워드가 됐고, 대중문화 전반에 뿌리내렸다. 국내 아이돌 그룹으로 대표되는 ‘케이팝’의 전 세계적인 돌풍도 이러한 트렌드와 맞물려 증폭될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메가트렌드라는 표현은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1982년 출간한 책에 처음 등장한다.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라는 의미로 규정했다. 당시 탈공업화 사회, 글로벌 경제 등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를 잘 읽으면 유행을 선도할 수 있다는 얘기로도 읽힌다. 그렇다고 유행이 모두 메가트렌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스 컬처에 대한 반발로 ‘어글리’(못생긴)가 새 키워드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유행으로 바라볼 뿐 메가트렌드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정부 정책에도 유행이 있다. 정책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국정 과제 또는 정책 어젠다로 부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 부처들은 정책이나 사업에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표를 앞다퉈 달았다. ‘기승전 소득주도성장’이었다. 하지만 이 유행은 두 해를 넘기지 못했다. 올 초 새 유행 코드는 규제 샌드박스(유예)와 수소경제다. 문제는 정부가 국민적 주목을 이끌어 낼 만큼 제대로 역할하고 있느냐다. 이는 반짝 유행에 그칠지, 메가트렌드로 자리매김할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적어도 현재로선 반신반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11일 개최한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통과한 규제 샌드박스 4개 안건 중에는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가 포함됐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일 연 ‘제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한 4개 안건 중에도 동일한 사업이 담겼다. 대상 기업(차지인, 스타코프)만 다를 뿐이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플러그 형태의 충전설비를 갖춰야 전기차 충전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일반 콘센트를 활용한 충전 서비스는 금지돼 있다. 규제 유예를 내준 이유다. 정부는 기술이 제도를 앞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지 모른다. 그러나 의문도 생긴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가 서로 다른 업체에 규제 유예를 허가해 줄 정도라면 규제 자체를 없애거나 정비하는 게 특정 기업이 아니라 해당 산업을 키울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규제 개혁이라는 정장 대신 규제 샌드박스라는 간편복에 신산업을 끼워 맞추는 것은 아닐까. 정부는 또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부처마다 올해 업무 계획에서 관련 사업을 쏟아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부, 환경부 등이 수소자동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에 나서겠다는 나름의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 전체적으로 보면 중복 사업이 적지 않다. 부처 간 사전 협의가 이뤄졌는지조차 의문이다.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수소경제추진위원회가 출범하지 않은 상황이라 업무 혼선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정부위원회 조직이 관련 부처를 쥐락펴락한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호소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새로운 유행에 맞게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숟가락 얹기’로 비쳐진다. 유행은 당장은 신선해 보일지 몰라도 지나치게 좇다 보면 정체성을 잃게 된다. 국민이나 기업 입장에서도 유행과 같은 정부 정책이나 사업을 보고 경제활동에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히면 곧 ‘정책 리스크’가 된다. 부처끼리 머리를 맞대고 복합 규제를 풀거나 묶음 지원할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야 유행을 넘어 트렌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shjang@seoul.co.kr
  • “애 안 낳는 젊은세대 타박만 해서 될 일인가… 사회부터 변화해야”

    “애 안 낳는 젊은세대 타박만 해서 될 일인가… 사회부터 변화해야”

    맞벌이하며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처지에서 보면 저출산은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압력에 대한 개인과 가족의 합리적인 대응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뜻 누구에게 아이를 키우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를 가질 것을 권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극복해야 할 과제인가. 아니면 사회가 저출산 현상에 적응해야 하는가. 저출산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세대를 타박하며 사회적 압력을 더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일자리 등 인간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사회가 저출산을 걱정할 자격이 있을까. 저출산과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차분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한국, 세계 최저 출산율 0.98명 기록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가운데 합계출산율 0명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1971년 100만명이 넘는 신생아가 태어났으나, 2018년에는 32만 7000명에 그쳤다. 50년도 안 되어 3분의1 토막이 난 셈이다. 2020년대 중반부터는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면서 인구 자연 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가임여성의 감소, 출산연령 상향, 혼인 감소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 출산 연령인 만 30~34세 여성 인구는 2017년 16만 9000명에서 2018년 15만 6000명으로 5% 감소하였다. 여기에 평균 출산연령은 32.8세로 2017년에 비해 0.2세 높아졌으며, 혼인건수는 2012년 이후 매해 감소하고 있다. 20~49세 여성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는 독신이다. 2000년 29.6%이던 여성 독신자 비율은 2016년 49%로 높아진 것이다. 최근에는 결혼 적령기 남성의 결혼 감소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남성 결혼 적령기로 분류되는 만 30~34세 남성의 결혼건수는 2017년에 2016년에 비해 10.3% 감소하였다. 출산율이 높아질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 것이 2019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그림 2]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수립 시행하면서 지금까지 15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문재인 정부도 저출산 대책 명목으로 집행된 예산이 60조원이다. 출생아 한 명당 투입된 예산은 2006년 465만원에서 2018년에는 6669만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그렇지만 저출산 기조가 바뀌기는커녕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합계출산율 2명은 돼야 현재 인구 유지 가능 합계출산율 2명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간주된다. 우리나라에서 합계출산율 2명선이 무너진 것은 언제일까? 1970년 4.53명을 기록하였던 합계출산율은 13년 후인 1983년 2.06명을 기록하며 급속히 낮아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시기부터 인구관리정책이 시행되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983년 7월 29일 인구시계가 4000만명을 넘어서자 신문들은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인구폭탄’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전두환 대통령은 40명의 가족계획 유공 의사를 초청해 인구정책을 거국적으로 추진할 것을 강조하였으며, 가족계획협회는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해 2자녀 영세민을 대상으로 임신중절을 확대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였다. 출산 억제에 초점을 맞춘 인구정책은 그 이후에도 한참 유지되다가 1996년에야 산아제한정책이 폐지되었다. 정책의 관성이 현실의 판단을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권위주의 정부의 정책 집행력을 감안할 때 만약 1980년대 중반 인구정책을 전환했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한 2001년과 2002년 우리 사회는 다시 급격한 출생아 감소라는 충격을 경험하였다. 2001년 마이너스 14.35%의 가장 큰 출생아 감소와 더불어 연간 신생아 60만명 선이 무너졌다. 2002년에는 출생률 마이너스 12.76%의 감소와 더불어 출생아 수가 40만명대가 되었다. 1983년과는 달리 당시 참여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화기본법 제정,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였으나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후 20015년까지 43만~45만명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명을 턱걸이한 후 결국 2017년 35만 7000명, 2018년 32만 6000명을 기록하면서 2000년대 초반과 유사한 급속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생아 수의 감소는 지속적인 흐름이 아니라 계단형으로 급격하게 추락하기 때문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힘들다.[그림 3] ●비혼 관계의 출산 꺼리는 문화적 배경도 한 몫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서는 육아시설 부족, 양육비용 부담 등 보육환경이 문제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육아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하고, 출산 및 양육과 관련한 더 많은 복지제도가 시행된다면 저출산 추세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폴란드의 경우 자국 내 합계출산율은 1.4명 수준인데 비해 복지수준이 양호한 영국이나 독일에 거주하는 폴란드인들은 2.1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국민은 출산·양육 및 복지제도가 우리나라보다 더 잘 갖춰진 나라에 가더라도 여전히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 여성 1000명당 신생아 수를 인종별로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의 경우 1.597명으로 평균 1.765명보다 낮음은 물론 백인, 히스패닉 등 모든 인종을 통틀어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였다. 캐나다에서도 이민 1세대와 이민 2세대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들의 출산율은 0.79~0.87명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결과의 원인에는 비혼 관계의 출산을 극도로 꺼리는 문화적 배경이 있다. OECD 평균 혼외출산율은 39.9%를 기록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9%에 불과하다.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은 혼외출산율이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러한 높은 혼외출산율이 안정적인 출생률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해봤을 때 이러한 높은 혼외출생률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단순한 출산 및 양육환경의 개선을 통해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달성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마카오 등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 ‘골머리’ 시야를 넓혀 우리 주변의 동아시아 국가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저출산으로 고민하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마카오(0.95명), 싱가포르(0.83명), 대만(1.12명)이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1.6명) 역시 계속 낮아지는 출산율로 고민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많은 인구에 기반한 저렴한 인건비, 높은 인구밀도를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를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대도시 주택가격 상승과 과도한 교육열로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유발하였다. 이러한 경쟁에서 낙오한 다수가 발생하였으며, 결국 이는 경제적 양극화,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게 해 저출산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청년들에 대한 일자리 공급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이 세대들은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경쟁에 출전하는 대신 경기장을 떠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그림 4] 노동자가 파업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신의 요구와 의지를 받아들여 줄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동아시아의 청년세대들 역시 ‘출산과 결혼 파업’을 통해 기존 체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를 무너뜨릴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간주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저성장, 저소비, 저고용이 가속화되면서 경제활력이 감소하고, 군 병력이 부족해지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공포스러운 전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한국 경제는 세계적으로 높은 대외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84%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높은 대외의존도는 반대로 국내 소비에 기반한 내수의존도가 낮은 효과를 거둔다. 인구의 감소가 발생해도 경제적 위축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상 크지 않으며, 대외교역의 비중 확대 등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국민연금도 피라미드형 인구구조와 제조업 위주의 완전고용을 전제로 한 역사적으로 매우 드문 상황을 기본으로 간주한 복지체제로서 인구 및 고용형태의 변화를 감안해 보았을 때 지속 가능성은 높지 않다. 후속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복지체계를 마련한다면 저출산은 결코 복지사회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다소 냉소적일 수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한국사회의 청년 실업, 임금 불평등, 주택가격 상승, 환경오염 등의 문제는 인구감소로 해결될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발전은 일차적으로 인간을 노동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흘러가며, 이후 새로운 직업과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고용이 필요한 흐름을 보여온 것이 산업혁명 이후 기술진보의 일관된 흐름이다.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담당하고 있던 노동의 영역을 급속히 대처한다. 독일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는 기존 인력의 60분의1 수준인 10명으로 연간 5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한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800개 직업의 2000개 작업 가운데 45%(2조 달러 규모)는 자동화가 가능한 것으로 분류된다. 가까운 미래에 일자리의 감소된다는 의미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모두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에 힘쓰며 동시에 인간의 일자리 보호를 고민한다. 일자리 감소보다 더 빠른 출생의 감소는 오히려 기술발전 탓에 발생할 갈등을 최소화해 더 빠른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저출산은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미래의 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 요소라 할 수 있다. ●결혼 제도에 기대지 않아도 평등한 삶 살도록 북유럽 등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산업국가의 공통점은 사람을 귀중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지금의 저출산 흐름은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지 않으려는 집단적 인식의 결과이다. 단순히 어린이집이 더 많아지고, 학교에서 더 늦게 아이들을 봐준다고 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만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삶을 살 수 있고, 타의에 의해 경쟁에 내몰리지 않으며, 결혼이라는 제도에 기대지 않아도 평등하게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남을 밟고 올라서지 않아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 독일을 모르고 어찌 브렉시트 이후를 알겠어

    독일을 모르고 어찌 브렉시트 이후를 알겠어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폴 레버 지음/이영래 옮김/메디치미디어/396쪽/1만 8000원 지구 반대편 유럽은 지금 그야말로 ‘시계 제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인 29일까지 열흘도 채 안 남은 상황.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일 EU에 연장안을 공식 요청했다. EU는 내부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도 버거운 영국에 ‘연장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대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으면 연장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경고도 함께 던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27개 EU 회원국들과 함께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경우를 피하는 게 근본적으로 모든 당사국들에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EU를 이끄는 독일의 수장다운 발언이다.●EU 권력 쥔 건 자본 덕분? 절반만 맞는 얘기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어느새 유럽을 이끌고 있다. 초국가적 조직 EU를 통해서다. ‘유럽의 수도는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이 아닌 베를린’이라는 표현도 낯설지 않다. EU 초창기엔 누구나 프랑스가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다. 초반 20년 정도 프랑스어가 유럽 기관에서 지배적인 언어였고, EU 집행위원회 체계도 프랑스식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뭐래도 독일이 중심에 있다. EU 권력의 구조와 기관의 성격, 권력의 흐름 모두 독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런 이유에 관해 독일의 ‘경제력’ 때문이라 답할 수 있다. 절반은 맞는 이야기다. 독일 경제 규모는 유럽에서 가장 크다. 2조 5000억 유로(약 3213조 975억원)에 이르는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프랑스나 영국보다 약 25% 정도 높다. EU 전체 GDP 12조 3000억 유로 가운데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독일이 부담하는 EU 예산 기여금 역시 가장 많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지금 현상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신간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는 독일이 EU의 권력을 어떻게 잡게 됐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유럽을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설명한다. 1997년부터 6년 동안 독일 대사를 지낸 영국인 저자 폴 레버가 다방면으로 독일을 분석했다. 저자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등 전 독일 총리의 행보를 뒤따르며 EU에 영향을 미친 독일의 정치력을 비롯해 벤츠, 보쉬, 지멘스, 티센크루프와 같은 독일의 제조업체가 EU 시장에서 활개치도록 한 독일의 보호무역 연계 정책을 짚는다. ●“20년 후에도 EU 패권은 독일이 잡을 것” 독일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10년대 초반 유로 지역의 재정 위기 때 경제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해결하며 유럽의 중추 세력으로 부상한다. 저자는 독일이 안정·성장 협약의 EU 기본 정신에 기반을 두고 세력을 넓혀 간 부분을 눈여겨본다. 이 협약은 유럽통화동맹 회원국들이 매년 재정 적자는 GDP의 3% 이내, 정부 부채는 GDP의 60%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EU에서 가장 큰 사안 중 하나였던 난민 처리에서도 독일이 두드러지게 나선 점을 주목한다. 메르켈 총리는 2015년부터 2년 동안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난민 100만명을 수용하는 개방 정책을 펼쳤다. 극우정당이 독일에서 약진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EU 내 독일의 입지는 더 커졌다. 전쟁 주범이었던 부끄러운 과거사를 벗어나 ‘모범 국가 독일’의 이미지를 EU에 투여하면서 성장한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결국 독일이 EU의 기본 정신을 앞장서 지켜 나가면서 그 지배력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 전쟁 이후 독일의 과거 청산과 경제력 증대, 그리고 관리 능력 등과 맥을 같이한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EU의 미래도 예견한다. 그는 “독일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자국 경제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행사한다. 그 이상의 근원적인 비전이나 목적은 없다”고 단정한다. 그리고 “20년 후의 EU에 영국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때도 독일이 지금처럼 패권을 쥐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다만 독일을 중심축에 놓고 EU의 변화를 좇아 가는 구성은 다소 아쉽다. EU의 중요한 사건을 중심에 놓고 독일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설명했다면 독일의 역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의 이해가 더 쉬웠을 법하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 독일이 EU의 패권을 잡고 EU의 운영방식을 서서히 바꿔 나가는 과정을 읽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브렉시트 이후 EU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도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재산 112조 7500억원(1000억달러) 넘는 부자 2명

    재산 112조 7500억원(1000억달러) 넘는 부자 2명

    세계 억만장자 가운데 1000억 달러(약 112조 7500억원) 이상을 가진 초슈퍼 거부는 단 두명이었다.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그들이다. 20일(현지시간) 금융전문 미디어그룹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약 2800명의 억만장자 가운데 145명은 100억 달러 이상을 가진 슈퍼 거부였다. 베이조스는 올해에만 207억 달러를 늘려 재산이 현재 1456억 달러에 이른다. 게이츠의 재산는 지난해 95억 달러 증가해 현재 딱 1000억 달러가 됐다. 게이츠는 이미 2000년대 초 ‘닷컴 경제’ 붐 때 1000억 달러 재산을 기록했었다. 닷컴 경제 붐이 꺼진 후 탈락했다가 이번에 복귀했다. 게이츠가 처음 1000억 달러를 달성했을 때 베이조스는 세계 부호의 길을 막 시작했다. “두 사람의 재화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부의 증식이 가장 빨리 이뤄짐에 따라 부의 격차가 커지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는 전 세계적 조류다. 뤼이뷔통, 디오르 등 50개 명품 브랜드 소유자인 프랑스 최대 부호 뤼이뷔통 모헤 헤네시 그룹 창업자 베르나르 아르노의 재산 862억 달러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한다. 블룸버그는 “스페인의 (‘자라’ 브랜드로 유명한 인디텍스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노의 재산은 스페인 GDP의 5%에 이르고, 그루지야의 (총리를 지낸) 비드지나 이바니쉬빌리의 부는 그루지야 GDP의 약 3분의 1 크기”라고 부의 극소수 집중을 설명했다. 게이츠는 재산의 최소 절반을 부인과 함께 설립한 자선재단에 기부할 생각이다. 베이조스는 부인과 이혼하게 돼 이들의 ‘1000억 달러 클럽’은 오래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기고]향후 10년이 문화유산회복의 최적기이다/(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이상근

    [기고]향후 10년이 문화유산회복의 최적기이다/(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이상근

    21세기 들어와 국제사회는 과거 불법반출당한 문화유산의 원상회복을 위해 여러 노력을 경주하였다. 1954년 ‘무력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협약’, 1970년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양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 1995년 ‘도난 또는 불법 반출 문화재의 국제적 반환에 관한 유니드로와 협약’, 1998년 ‘나치약탈 문화재 회복을 위한 워싱턴 회의’를 거치면서 문화재를 대상이나 수단이 아닌 ‘정신적 인격체’로서 가치를 정립하여 왔다. 국제협약이 진전되면서 문화재반환에 있어 소장자의 의무를 엄격하게 하고 피해자 권리를 강화하였다. 대표적으로 국제박물관협의회 윤리강령은 합법적 소유권 충족과 출처 및 소장 내력 공포 나아가 문화재가 유래한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활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박물관 윤리강령의 정립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진전이다. 워싱턴회의 이전에는 피해자가 합법적 소유권 및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했으나, 이제는 소장자가 취득과정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소장자는 원산지 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보전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는 지난 날 침략과 강점을 겪으면서 약탈당한 문화재의 반환문제에 있어 국민적 관심과 참여가 고조되었다. 특히 2005년 일본 야스쿠니 신사로부터 북관대첩비가 반환된 사례를 통해 문화재반환의 대상과 시기, 반환 방향 등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첫째, 북관대첩비의 반환은 65년 한일협정으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반환문제가 마무리되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스스로 부정한 사례이다. 둘째, 1905년 약탈당한 이후 1909년 조소앙 선생이 야스쿠니 신사에 있다는 소재를 밝힌 이후 1978년 최서면 박사의 발표와 지속적인 민간단체의 반환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 셋째, 반환운동과정에 북관대첩비의 주인공인 정문부 장군의 후손인 해주 정씨 종친회가 야스쿠니 신사에 반환 청원서를 보내는 등 당사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넷째, 북한 소재 문화재의 반환을 위해 남북이 공조하여 결실을 얻었다. 다섯째, 한국으로 반환이후 원소재지인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로 귀환했다는 점이다. 북관대첩비의 반환은 이처럼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외소재 문화재의 절반을 능가하는(문화재청의 공식 조사결과는 7만 4천여 점으로 약43%라 하지만 일본 학계나 정계의 보고는 30만 점에 이른다는 보고)일본 소재 한국기원 문화재의 반환에 있어 어떠한 노력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성 내력과 소장 경위 등 내력 조사의 필요성, 소재지 유물의 상황과 소장자의 입장 파악, 당사자와 원산지 주민의 참여, 정부 협상의 적정성, 원소재지 반환 원칙 등 박물관윤리강령의 원칙과 방향을 반영하고 각각이 처한 여건에 맞게 대응함으로 소장자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한다. 북관대첩비의 반환이후 일본으로부터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도서가 유사한 과정을 걸으면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재가 반환을 위해 지난한 과정을 겪고 있다. 세계 20개국 약 600여 기관에 있는 한국기원문화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 현재 국외에 있는 한국기원문화재는 20개국, 582여 기관에 17만 2천여 점이다. 그러나 개인이나 소규모 기관에서 비공개하거나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 더 많아질 것이다. 일례로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05년 7만4천여 점이었으나 2018년 17만 2천여 점으로 약 10만이 증가한 것이다. 광복이후 약 1만여 점의 문화재가 돌아왔다. 이중에는 65년 한일문화재협상이나 92년 영친왕유물 반환 등 정부의 협상이 한몫 했다. 반면에 재외동포나 민간의 노력도 상당했다. 외규장각의궤, 조선왕실 유물, 겸재정선화첩 등 프랑스, 미국, 독일 등지에서 돌아 온 유물에는 동포들의 헌신적 노력이 함께였다. 지난 해 프랑스정부는 과거 식민지로터 약탈한 서아프리카 유물의 반환을 발표하고 11월 23일, 베냉정부에 23점의 유물을 반환하였다. 미국은 워싱턴원칙에 기초하여 합법적 소유가 아닌 유물의 반환을 지속하고 있다. 2013년 호조태환권, 2014년 황제지보, 2017년 문정왕후 어보반환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제는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를 비롯하여 임진왜란, 왜구침구 등의 시기에 약탈한 유물의 반환에 답해야 한다. 더구나 일본정부가 한국기원문화재를 국보 등으로 지정하면서 취득불명이라고 밝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최근 북한과 미국이 협상하고 남북관계가 변화하면서 일본이 북한과 수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 수교 전에 일본이 수교한 전례를 보아도 가능한 일이다. 2002년 일본 총리 고이즈미 평양선언에는 문화재의 반환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당연한 내용이지만 65년 한일협상에서 일본정부에 뒤통수를 맞은 우리로서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 소재지 조사와 반환목록 작성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 미국과 프랑스의 원산지 반환 방향에 불법적 취득여부를 밝혀 반환요청을 가속해야 한다. 미군에 의해 반출된 조선왕실의 국새와 어보, 프랑스로부터 빌려온 외규장각의궤의 소유권 이전 등 문화유산의 원상회복을 위해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 문화유산회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칙을 이해하고 피탈국의 입장을 헤아리는 방향성이 필요하다.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이상근
  • [씨줄날줄] 치킨호크/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치킨호크/박록삼 논설위원

    세상에는 형용모순의 말이 꽤 있다. 예컨대 ‘민주적인 독재자’, ‘가난한 부자’, ‘좌파 신자유주의’, ‘친일 독립운동가’, ‘개혁적인 보수’ 등이 대표적이다. 의미와 개념이 서로 충돌해 논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지만, 실제 동서고금의 역사 속 곳곳에 이런 형용모순의 가치와 인물들이 존재해 왔다. 또한 옳고 그름을 떠나 하나하나 따져 보면 철학적인 측면이나, 정치학·경제학·역사학적 측면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수 있는 표현들이기도 하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에서는 병역 기피나 면제자인 연방의원의 명단을 담은 ‘제이컵스 리스트’가 등장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A 제이컵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베트남전 확전을 주장하는 대다수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이 병역 기피자 혹은 면제자임을 폭로한 것이다. 군복무를 기피한 자들이 확전을 주장하며 젊은이들을 베트남 정글로 내몬 사실에 미국인들은 분노했다. 이에 새로운 표현이 만들어져 회자되기 시작했다. 바로 ‘치킨호크’(Chicken-hawk). ‘치킨’이 겁쟁이를 뜻하고, ‘호크’는 비둘기파에 맞서는 강경한 매파를 일컬으니 우리말로 옮기자면 ‘겁쟁이 매파’쯤 되겠다. 전형적인 형용모순의 언어다. 베트남전 당시 치킨호크의 대표적 인물이 조지 W 부시와 존 볼턴이었다. 둘 모두 베트남전 징집 대상자였지만, 징집되기 전 각각 텍사스주, 메릴랜드주 주방위군에 자원 입대해 베트남전 파병을 피하고 안전한 미국에서 복무했다. 훗날 그들 중 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 돼 ‘대량학살무기 보유’라는 거짓 정보를 내세워 이라크 전쟁(2003년)을 일으켰고, 또 한 사람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2000년대 이래 북미 협상에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파 네오콘의 핵심 인물이 됐다. 국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성 두드러기’로 군대에 가지 않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남한 핵무장은)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무조건 접어 놓을 수만도 없는 일”이라며 공공연히 핵무장론의 운을 띄웠다. 연일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안보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가를 전쟁과 대결의 위기 속으로 몰아넣는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줄기차게 북진통일을 주장했지만, 전쟁이 터지자 국민들은 피난하건 말건 재빨리 한강다리를 끊고 남쪽으로 도망친 초대 대통령 같은 이도 이 범주에 속할 수 있겠다. 북한 지도부 또한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민족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한다는 점에서 전형적 치킨호크에 속한다. 겁쟁이라 손가락질 좀 받으면 어떤가. 역사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 애쓴 인물들을 기억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그 사실에 주목하길 바랄 뿐이다.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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