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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엽기토끼 살인사건 방송 후 ‘성범죄자 알림e’ 마비

    엽기토끼 살인사건 방송 후 ‘성범죄자 알림e’ 마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을 재조명한 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접속자가 폭주하고 있다. 12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접속 불가 상태로, 대기자수가 1000명 이상이다. ‘성범죄자 알림e’는 판결에 따라 공개명령을 받은 성범죄자 공개, 지역별 성범죄자 신상정보 열람 등 제공한다.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성범죄자 알림e’는 12일 새벽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이는 지난 1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두 남자의 시그니처 엽기토끼와 신발장, 그리고 새로운 퍼즐’이라는 제목으로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을 재조명했다.일명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은 지난 2005년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이다. 2005년 6월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에 거주하던 20대 여성 권 양이 인근 주택가에서 쌀 포대에 끈으로 싸여 숨진 채 발견됐고, 11월에는 40대 여성 이모 씨가 여러 종류의 끈으로 비닐에 포장하듯 싸여 또다시 신정동 주택가에 유기됐다. 특히 여성 박모 씨는 2006년 5월 신정역 인근에서 한 남자에게 납치돼 다세대 주택 반지하 집으로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2015년 제보했다. 박씨는 당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부착된 신발장을 봤고, 집 안에 수많은 노끈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형사는 과거 신정동 인근에서 성폭행 전과가 있었던 2인조가 이전 사건들의 살인 사건 용의자로 의심된다고 제보했다. 형사가 제보한 유력 용의자는 2008년 두 차례의 강도강간 범행을 함께 저지른 장석필(가명)과 배영호(가명)다. 제작진은 출소한 배씨의 집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배씨의 집에는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의 생존자와 제보자가 언급했던 끈들이 널브러져 있어 관심을 집중시켰다. 배씨는 끈의 정체에 대해 “막노동일 하고 전선 관련된 일 해서 그냥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저는 겁이 많아서 누구를 죽이지도 못하겠다. 누가 말을 해서 내가 만약 진짜 했다 치자. 그랬을 때 ‘했다’ 그럴 사람이 누가 있겠나. 세상천지에 나는 반지하 같은 데 그냥 살라고 해도 잘 안 산다”라고 신정동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 후 성범죄자 알림e에는 두 사람에 대해 확인하려는 누리꾼들이 몰렸다. 성범죄자 알림e에서 범죄자 정보를 누르면 이름과 나이, 키, 몸무게, 얼굴과 전신사진 등 신상정보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착용 여부, 성폭력 전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관련 정보를 캡처해 지인에게 보내는 등 제삼자에게 내용을 공유하면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5조에 따르면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한 성범죄자 정보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유포하면 징역 5년 이하, 벌금 5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엽기토끼 살인’ 실마리 풀리나…성폭행 전과 2인조 지목

    ‘엽기토끼 살인’ 실마리 풀리나…성폭행 전과 2인조 지목

    15년 전 발생한 대표적 미제사건인 ‘신정동 연쇄살인 및 납치 미수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이 처음으로 포착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방송하는 SBS TV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과거 신정동에 거주했던 성폭행 전과자 2인조를 용의자로 의심하고 추적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2005년 6월, 양천구 신정동에 거주하던 20대 여성 권모양은 인근 주택가에서 쌀 포대에 끈으로 묶여 숨진 채 발견됐다. 5개월 뒤인 11월 40대 여성 이모씨도 비슷한 방식으로 유기됐다. 범행이 일어난 시기와 장소, 수법이 일치해 이른바 ‘신정동 연쇄살인’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지만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2015년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는 2006년 5월 신정역 인근에서 한 남자에게 납치돼 다세대 주택 반지하 집으로 끌려갔다가 범인이 틈을 보인 사이 가까스로 탈출한 박모씨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박씨는 피신하기 위해 숨은 2층 계단에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부착된 신발장을 봤고, 집안에 수많은 노끈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반지하에는 자신을 납치한 남자 외에 또 다른 남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수사에도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았다. 다시 5년 뒤 용의자를 목격했다는 새로운 제보자가 나타났다. 제대 후 케이블TV 전선 절단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강민석(가명)씨는 2006년 9월 신정동의 한 다세대 주택을 방문했을 때 작업하기 위해 올라간 2층에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있는 신발장을 봤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신발장뿐 아니라 그 집의 구조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억해냈는데, 3차사건 피해자의 증언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는 그곳에 살던 남자와 마주쳤고, 작업하기 위해 따라 들어간 반지하 집 안에 노끈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강씨 기억 속 남자의 몽타주를 그려내고, 함께 신정동의 집을 찾아 나섰다. 부산에서도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과거 신정동 인근에서 성폭행 전과가 있었던 2인조가 이전 사건들의 용의자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장석필(가명)과 배영호(가명)는 2008년 두 차례의 강도강간 범행을 함께 저질렀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검거된 2인조 중 1명은 신정동에 거주했고, 피해 여성 중 1명도 신정동 1차 살인사건 피해자 권양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내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보고서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내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보고서

    『82년생 김지영』이 지난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여성이 놓인 처지와 아픔에 대한 국경을 넘은 공감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일본 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책은 일본 여성들의 희망과 좌절에 대한 최신 보고서이다.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 문학상’ 수상 작가 야마우치 마리코(1980년생)가 쓴 보석같이 빛나는 문장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의 내 모습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현실에 늘 마음 아파하면서도 “언젠가 무언가가 될 수 있겠지” 생각하며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여성들을 그린 가슴 조이는 단편소설집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 공감의 메아리를 만들었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외로워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은 국경의 벽을 넘어 한국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줄 것이다. 어린 시절 “예쁘고 약간 멍청한 여자가 더 잘 산다”는 어른들의 말에 발끈해서 고향을 떠난 여자들. 어릴 때부터 못생겼다고 괴롭힘을 받다가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여자. 남몰래 아저씨를 좋아하는 여고생, 미래의 스타를 꿈꾸며 매일매일 댄스에 열중하는 키다리 14살 소녀,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서 어릴 적 베프와 재회한 여자.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멋진 사람’이 되고자 다짐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싸워보려 하지만 그녀들의 바람과는 달리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은 점점 멀어지고, 게다가 이제 외롭기까지 하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래서 어린 시절에 듣고 발끈했던 그 말이 어쩌면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내 다시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책에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지만 늘 가슴 한구석이 시리고 외로운 여자들의 아름다움을 건져내는 단편소설 12편이 담겨 있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다. 작은 일에도 자주 상처받고 좌절하기 쉬운, 아직 미완성인 사람들이다. “도대체 언제 나는 완성될 수 있는 거야?” 하고 말할 만큼 이들의 삶은 아직 미숙하고, 덧없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 저마다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지켜낸다. 지방 출신 여성들의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절묘하게 그려내어 일본 여성 독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기 작가 야마우치 마리코가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감성과 문장으로 빚어낸 소설을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야 ‘젊은 인재’로 이슈 선점… “전문·대표성은 부족”

    여야 ‘젊은 인재’로 이슈 선점… “전문·대표성은 부족”

    민주 영입 6명 중 4명이 20대~40대 초반 ‘6호’ 인물도 40대 워킹맘 홍정민 변호사 젊은 남성 인재 ‘청년’ 빼면 사회 경력 미약 한국당도 북한 인권·미투 관련 상징성 치중 전문가 “근본적으로 인적 구조 안 바꾸고 이벤트성 영입은 정치 후진성 보여주는 것”총선을 9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경쟁적으로 인재를 영입해 이슈 선점을 다투고 있다. 민주당은 장애·청년·안보·경제 카드를 차례대로 꺼냈고, 한국당은 북한 인권 및 성폭력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관련해 상징성 있는 인물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당들의 인재 영입이 상징성에만 치우쳤지 제대로 된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지니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양당은 청년층을 의식한 듯 20대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인물들을 앞세운 것이 눈에 띈다. 민주당은 9일 현재까지 발표한 6명 가운데 4명이 20대에서 40대 초반이며, 한국당이 발표한 2명도 각각 20대와 30대다.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여섯 번째 총선 영입 인물 역시 40대 초반의 워킹맘 홍정민(42) ‘로스토리’ 대표다. 홍 대표는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1년 서울대에서 응용계량경제학 및 금융경제학 분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법률 전문가이자 경제 전문가다. 2014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18년 법률서비스 관련 스타트업 로스토리를 설립했다.민주당 여성 인재의 경우 비례대표에 ‘여성’ 할당이 있는 만큼 ‘여성·장애·청년’(최혜영 교수), ‘여성·청년·4차산업 인재’(홍정민 대표) 등 ‘멀티 카드’로 내세울 만한 인물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젊은 남성 인재의 경우 ‘청년’이라는 점 말고는 이렇다 할 전문성을 보여 주지 못해 한계로 지적된다. 민주당이 2호로 발표한 원종건(27)씨의 경우 사회 초년생으로 내세울 만한 경력이 사실상 전무하며,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는 감동 스토리를 빼면 어린 나이가 유일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발표한 인재 6명 가운데 여성이 2명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다. 상대 당의 약점을 파고들어 전략적으로 내세운 인물들도 눈에 띈다. 민주당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의 김병주(58) 전 육군대장을 영입해 보수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안보’ 이슈를 선점하는 한편 지난해 10월 한국당이 영입하려다 공관병 갑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철회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과의 대비 효과를 극대화했다. 반면 한국당은 지난 8일 여성 인권 분야의 상징적 인물인 테니스 선수 출신의 김은희(29) 코치를 영입했다. 김 코치는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처음 고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온 한국당은 김 코치를 통해 여성 인권에 관심을 보여 주는 동시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이라는 아픈 기억이 있는 민주당이 쉽사리 들고 나올 수 없는 이슈를 전략적으로 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처럼 총선에 대비한 전략적 인재 영입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근본적으로 인적 구조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총선 때마다 갑자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을 발굴하는 식의 이벤트성 영입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안보’ 선점한 민주당, ‘미투’ 내세운 한국당…여야 뒤바뀐 인재영입 전략

    ‘안보’ 선점한 민주당, ‘미투’ 내세운 한국당…여야 뒤바뀐 인재영입 전략

    총선을 9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경쟁적으로 인재를 영입해 이슈 선점을 다투고 있다. 민주당은 장애·청년·안보·경제 카드를 차례대로 꺼냈고, 한국당은 북한 인권 및 성폭력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관련해 상징성 있는 인물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당들의 인재 영입이 상징성에만 치우쳤지 제대로 된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지니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우선 양당은 청년층을 의식한 듯 20대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인물들을 앞세운 것이 눈에 띈다. 민주당은 9일 현재까지 발표한 6명 가운데 4명이 20대에서 40대 초반이며, 한국당이 발표한 2명도 각각 20대와 30대다.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여섯 번째 총선 영입 인물 역시 40대 초반의 워킹맘 홍정민(42) ‘로스토리’ 대표다. 홍 대표는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1년 서울대에서 응용계량경제학 및 금융경제학 분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법률 전문가이자 경제 전문가다. 2014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18년 법률서비스 관련 스타트업 로스토리를 설립했다. 민주당 여성 인재의 경우 비례대표에 ‘여성’ 할당이 있는 만큼 ‘여성·장애·청년’(최혜영 교수), ‘여성·청년·4차산업 인재’(홍정민 대표) 등 ‘멀티 카드’로 내세울 만한 인물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젊은 남성 인재의 경우 ‘청년’이라는 점 말고는 이렇다 할 전문성을 보여 주지 못해 한계로 지적된다. 민주당이 2호로 발표한 원종건(27)씨의 경우 사회 초년생으로 내세울 만한 경력이 사실상 전무하며,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는 감동 스토리를 빼면 어린 나이가 유일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발표한 인재 6명 가운데 여성이 2명밖에 없다는 점도 한계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민주당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저희도 그게 고충이다. 대체로 특정 분야 전문가가 되려면 연배가 50∼60대가 되는데, 사회의 또 다른 요구는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청년이 전문성이 뛰어나기에는 세대적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상대 당의 약점을 파고들어 전략적으로 내세운 인물들도 눈에 띈다. 한국당은 지난 8일 여성 인권 분야의 상징적 인물인 테니스 선수 출신의 김은희(29) 코치를 영입했다. 김 코치는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처음 고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성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온 한국당이었기에 김 코치 영입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삼고초려를 통해 김 코치를 영입한 한국당은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는 동시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으로 아픈 기억이 있는 민주당이 쉽사리 들고 나올 수 없는 이슈를 전략적으로 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한국당의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은 “김 코치가 가진 용기와 희망을 더 확산시키기 위해 우리 당이 힘이 돼 주고 함께 하겠다고 설득했다”면서 “3번 만났을 때 비로소 주위 분들과 상의해 한국당이 여성 인권과 스포츠 발전에 함께한다면 동참하겠다고 해서 모시게 됐다”고 영입 과정을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의 김병주(58) 전 육군대장을 영입해 보수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안보’ 이슈를 선점하는 한편 지난해 10월 한국당이 영입하려다 공관병 갑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철회한 박찬주 육군대장과의 대비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국당이 영입한 탈북자 출신의 중증장애인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39) ‘나우’ 대표와 민주당이 영입한 검사장 출신의 소병철(62) 순천대 석좌교수는 각각 북한 인권과 사법 개혁이라는 각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총선에 대비한 전략적 인재 영입에 대한 쓴소리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도 나름의 기술과 훈련이 필요한데 총선용 인재 영입이 너무 상징적인 면에만 치우쳐 있다”면서 “매번 새로운 인력들을 충원하겠다고 하면서 근본적으로 인적 구조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총선 때마다 갑자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을 발굴하는 식의 이벤트성 영입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2020 청년정치] 뮤지컬에서 정치인으로…“중년 주류 정치권, 차별 없었나요”

    [2020 청년정치] 뮤지컬에서 정치인으로…“중년 주류 정치권, 차별 없었나요”

     국회의원 피선거권(만 25세 이상)을 갓 받은 지역구 출마자가 있다. 정의당 소속으로 서울 중랑 갑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김지수(26) 정의당 중랑갑 지역위원장이 주인공이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김 위원장의 꿈은 ‘뮤지컬’이었다.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바꾼 건 학업과 택배기사 업무를 병행할 때였다. 김씨는 “정치의 영역에서 노동자와 청년은 배제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아래는 일문일답 -출마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뮤지컬을 전공해 대학에 다니다 2014년 자퇴했다. 예술가가 아니라 직접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어서다. 이후 사회에 나와 생계를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일용직, 계약직 노동을 경험했다. 이후 택배기사로 일할 때 정의당에 입당했다. 노동자와 청년이라는 존재가 정치의 영역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치를 처음 접한 건 어떤 경로였나  “정의당의 청년 정치인 양성 프로그램인 ‘진보정치 4.0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이것을 계기로 정의당 정책위 당직자, 청년 부대변인, 기자단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 경험들이 스스로 지역 정치에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해줬다.”  -21대 총선 출마를 결정한지 얼마나 됐나  “지난 11월 총선 출마를 결정했다. 준비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랑구에서는 오랫동안 정의당의 활동이 없었고 지난 7월 당직선거를 통해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거대양당이 외면했던 중랑구 내의 진보적 의제를 찾고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시민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당선될 수 있다. 달라진 분위기 느끼나?  “아직 선거운동 초반이지만 기존 양당 정치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의당의 예비후보에게 시민들께서 거는 기대심리를 체감하고 있다.”  -총선 준비하면서 금전적인 부분은 어떻게 충당하나.  “중앙당의 지원금과 후원금이 주된 재원이다. 20대에 옥탑방 세입자고 번듯한 자산 하나 없는 나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재정적인 부담을 느낀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지인과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에 후보가 많이 몰리고, 특히 청년 후보들이 비례에 많이 몰리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비례대표제 자체가 지역구 소선거제를 통해서는 의회 진입 기회를 좀처럼 갖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제도이지 않나. 때문에 청년이 비례에 도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활동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년 남성들이 주류인 지역 정치권의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이 차별 없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년 후보가 지역구에서 경쟁력 있겠나  “청년들은 지역 정체성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대체로 주거 불안을 겪고 일과 학업 시간을 다른 지역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누적된 지역 정치활동을 통해 표를 얻는 통상적인 방식을 지금의 청년들에게도 똑같이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구 선거활동을 하면서 선거법에서 ‘이건 고쳤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있다면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이 만 18세보다 더 낮아졌으면 한다. 다양한 세대가 동료 시민으로서 주체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입시공부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 삶을 바꿀 기회가 청소년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조금 더 일상적인 것이 되기를 바란다.  기탁금 제도 또한 고쳤으면 좋겠다. 정치 신인이 문턱에서부터 좌절할 만큼 이렇게 비싼 기탁금을 내야 하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청년으로서 기성 정치권에 비해 ‘이런 것은 내가 자신 있다’ 싶은 게 있다면  “기존의 정치는 중년·남성·엘리트 중심의 시선으로 내린 판단으로 많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정치란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나의 주변엔 살지도 않을 집을 더 사고 싶은 사람이 아닌 월세를 감당하기도 빠듯한 친구들이 있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의 정치가 필요하다. 아니, 절실하다. 20대, 택배 노동자, 옥탑방 세입자의 시선으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공감하는 태도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청년 정치인이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나  “청년은 단일한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정치인은 청년만을 대변하지도 ‘청년의제’라고 불리는 사안만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중년 엘리트 남성 정치인도 그들의 시선으로 정치를 풀어나가지 않는가. 다만 이들이 국회에 지나치게 많아, 다양한 사람들과 사안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지역구 정치인은 청년 뿐 아니라 시민 전체를 대변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접점을 어떻게 찾고 있나?  “지역구든 비례든 모든 정치인이 그러하다. 그러나 ‘전체’를 대변한다는 말에는 모순이 숨어있다. 누가 보아도 문제인 것을 고쳐나가는 것도 과제이지만 서로 충돌하는 입장, 권리, 견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갈등을 어떤 입장과 사회비전을 토대로 풀어갈 것인지가 정치의 역할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성의제, 주거문제, 민생문제 등의 모든 정치 의제를 아울러 더욱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사이다] 90년대생 정당이 온다, ‘누구나 매월 60만원’ 내건 기본소득당

    [사이다] 90년대생 정당이 온다, ‘누구나 매월 60만원’ 내건 기본소득당

    “선거 때만 위하는 척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기도 지쳤습니다. 이제 저희가 직접 나설래요.” 여성, 비정규직 종사자, 백수가 절대다수인 정당 탄생이 임박했다. 오는 19일 중앙당 창당대회로 공식 출범하는 기본소득당의 이야기다. 기본소득당 창립준비위원회는 지난해 9월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약 100일 만에 중앙선관위 등록 요건을 갖추는데 성공했다.‘누구나 매월 60만 원’ 창당 당원들의 평균 연령은 27세, 20대 총선 당선자 평균 연령인 55.5세에 비하면 딱 절반만큼 산 나이다. 정치권이 규정한 청년이 아닌 진짜 날 것 그대로 청년이 모인 이 당의 요구는 명료하다. 누구나 매달 6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당명을 기본소득당으로, 슬로건을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5가지 종류의 기본소득 개념을 제시했다. 시민 기본소득, 탄소 기본소득, 토지 기본소득, 데이터 기본소득, 정치 기본소득이다. 생태 환경 자원과 인공 자원을 사회구성원의 ‘공통부’로 인식해 모두에게 무조건 배당하자는 개념이다.기본소득당 창준위 용혜인(30) 대표는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한국사회에서 어색한 이름이잖아요. 당명이라고 하면 자고로 ‘민주, 자유, 평화, 정의, 평등’과 같이 큰 이야기가 들어가야 될 것 같지만 의제나 내용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기본소득당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기본소득으로 만들고자 했던 사회를 위해 계속 정치활동을 할 계획이며 기본소득 외에도 마땅히 모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기본소득이 기본소득당이 추구하는 가치의 출발점임을 설명했다. 기본소득당 창준위는 1년에 약 360조 정도의 세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매월 6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최저생계급여가 60만 원 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시민배당(30만 원), 탄소배당(10만 원), 토지배당(20만 원)을 기준으로 삼아 제안한 금액이다.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전국 10여 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청년들에게 지급 중인 청년수당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울 기본소득당 신민주 상임위원장(33)은 “부모 소득을 물어보는 질문에 가정폭력이나 부모의 사망으로 인해 답할 수 없는 청년들도 분명 존재한다”며 청년수당을 신청시 직접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는 기본소득당 창준위원들은 “의석수 확보는 물론 진보와 보수를 넘어 ‘기본소득 지지세력’이라는 제 3지대를 이번 총선을 통해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목표와 포부를 밝혔다. 박지은 PD jieun1648@seoul.co.kr
  • 만취 20대 여성, 소래포구서 4m 아래 갯벌로 추락

    만취 20대 여성, 소래포구서 4m 아래 갯벌로 추락

    20대 여성이 만취 상태에서 4m 아래 갯벌로 추락했다가 구조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 46분쯤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 인근 부두에서 A(25·여)씨가 4m 아래 갯벌로 추락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A씨가 사고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체온증을 호소하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회 경험 풍부한 60대 성적 수치심 크지 않다고 본 판결 부당”

    “사회 경험 풍부한 60대 성적 수치심 크지 않다고 본 판결 부당”

    1심 “해임 정당”…2심 “사회경험 풍부해 수치심 적어”대법 “사회 경험 풍부·고령 이유로 중대성 단정 못 지어” 지난 7월 광주고등법원의 초등학교 교감 해임 취소 소송 판결이 큰 논란이 됐다. 당시 재판부가 여성 택시기사를 성추행해 해임된 초등학교 교감에 대해 “피해자가 사회 경험이 풍부한 60대 여성이라 성적 수치심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임이 지나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감 A씨가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택시운행을 중지하고 A씨에게 즉시 하차를 요구했다”면서 “피해자가 사회 경험이 풍부하다거나 상대적으로 고령인 점 등을 내세워 사안이 경미하다거나 비위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가볍게 단정 지을 것은 아니다”라고 원심의 판결 내용을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교원 신뢰를 실추시킨 A씨가 교단에 복귀해 종전과 다름없이 학생을 지도한다 했을 때 학생들이 헌법상 국민의 교육을 받을 기본적 권리를 누리는데 아무 지장도 초래되지 않을 것인가”라며 “이를 정상참작 사유와 비교해보면, A씨가 해임 처분으로 입는 불이익이 이 처분으로 달성되는 공익상 필요보다 크다거나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9월 9일 0시 15분쯤 광주 서구 도로를 달리던 택시 뒷좌석에서 기사 B씨 가슴을 추행해 경찰 조사 뒤 검찰에서 보호관찰 선도위탁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은 같은 해 12월 그를 해임했다. A씨는 이듬해 1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기각되자 법원에 해임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A씨 측은 당시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해임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였던 광주지법 행정1부(부장 하현국)는 “교사에게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면서 “A씨의 추행은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규칙상 징계기준에 따르면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엔 파면에 처하도록 규정해 해임처분은 이보다 가볍다”고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을 맡았던 광주고법 행정1부(부장 최인규)는 “A씨가 만취해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만졌고, 피해자는 즉시 정차하고 하차를 요구해 추행 정도가 매우 무겁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는 사회 경험이 풍부한 67세 여성이고, 요금을 받기 위해 신고한 경위에 비춰 보면 정신적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A씨의 해임 처분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항소심 판결이 알려지자 지역 내 여성단체들은 “사회 경험 없는 순진한 20대 여성만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통념을 드러낸 것으로 사회적 흐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판결”(광주여성민우회) 등 거세게 비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軍가산점·여성복무제’ 발의… 젠더갈등 불붙을까

    ‘軍가산점·여성복무제’ 발의… 젠더갈등 불붙을까

    현역 군필자에 공무원시험 1% 가점 우대여성 자원복무 가능하게 ‘세트 법안’ 발의여성계 “가산폭 줄여도 여전히 위헌 소지”하태경 대표 ‘안티페미니즘’ 행보 우려도새로운보수당이 1호 법안으로 꺼내든 ‘군 복무 1% 가점법’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여성계 등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청년 장병 우대를 내세웠지만, 과거 위헌 판결난 ‘군가산점 부활’ 목소리와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서다. 갈수록 심화되는 젊은 세대 ‘젠더갈등’에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새보수당은 공식 창당 사흘째인 7일 ‘청년병사보상3법’으로 명명한 법안을 1호 법안으로 확정 발표했다. 하태경 책임대표가 창당 전 대표발의한 ‘병역보상금법’과 ‘군 제대 청년 입대주택가점법’에 전날 공개한 ‘군 복무 1% 가점법’을 묶은 것이다. ‘군 복무 1% 가점법’은 현역·상근예비역·사회복무요원을 마친 청년이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경우 필기시험 단계에서 과목별로 1%(현역·상근예비역) 또는 0.5%(사회복무요원)의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의무복무 대상이 아닌 여성에 대한 불이익을 막기 위해 ‘여성희망복무제’도 ‘세트 법안’으로 발의된다. 여성도 자원해 군 복무를 한다면 동등한 가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가산 횟수와 가점 적용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새보수당은 이번 주 내로 이런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 2건을 동시 발의할 예정이다. 하 책임대표는 “‘청년병사보상3법’은 군 제대청년을 향한 감사의 표현이자 군 제대청년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새보수당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가 이뤄지면 군가산점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군필자에게 최대 5%까지 가산점을 부여했던 군가산점제도는 1999년 위헌 결정이 났고, 2001년 전면 폐지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여성과 신체장애자 등에 대한 평등권 침해와 과목별 2~5% 가산점은 과도하다는 이유 등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여성계에서는 벌써부터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정영훈 한국여성연구소장은 새보수당의 법안 발의와 관련해 “가산 폭을 줄여도 여전히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선거공학적 접근으로 인해 결국 더 많은 사람을 군대에 보내겠다는 것처럼 돼버렸다”며 “어떤 정신도 보여주지 못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하 책임대표의 지속적인 ‘안티페미니즘’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 책임대표는 지난해 초 급진적 페미니즘을 표방한 커뮤니티인 워마드에 대해 “올해 내로 끝장을 내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페미니즘 진영과 대립해온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이영희) 작가를 새보수당 젠더갈등해소특별위원회 자문단장으로 영입했다. 반면 20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 남성층에서는 표심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하 책임대표는 전날 대전에서 연 첫 당대표단회의에서 “20~30대 젊은 층과 여성후보를 합해 50% 이상 공천하겠다”면서 청년 후보에 선거기탁금 1500만원 지원 등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 책임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하면서 1호 법안 지지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편 군가산점 제도는 위헌 결정 이후에도 가산점 비율을 낮춘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기도 했다. 다만 여성계 등의 거센 반발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새보수당의 이번 법안을 두고도 현실성 없는 보여주기식 발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단독]아동 성착취물 517개 팔아도 1~2년 형 솜방망이 때릴 겁니까

    [단독]아동 성착취물 517개 팔아도 1~2년 형 솜방망이 때릴 겁니까

    연평균 1000여명 적발… 매년 증가세 다크웹 운영자 1년 6개월 형에 그쳐 “양형 기준에 맞는 처벌 제대로 하고 구매·소지도 공범이란 인식 퍼져야”익명 채팅이 가능한 메신저 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한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과 관련해 연평균 1000여명이 적발되고 있지만 피의자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일각에선 양형기준에 맞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세영)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20대 초반의 윤모씨를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윤씨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517개를 온라인상에서 배포하고 성착취물 142개를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333명으로부터 약 940만원을 받고 ‘몸캠’(신체 일부를 보여 주는 것) 등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구매자 중에는 육군 하사관 2명도 포함됐다. 윤씨는 익명 채팅이 가능한 앱 ‘앙챗’을 통해 성착취물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익명 계정을 사용할 수 있는 네이버 ‘라인’ 메신저로 구매자와 접촉했다. 윤씨는 “나암 자아 들 끼이리 미고 즈잉등 꼬으등 들 꺼”(남자들끼리 믿고 중딩·고등들 영상)과 같이 고의로 띄어쓰기와 자음, 모음을 오기하는 방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씨처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하거나 제작·소지 등의 혐의로 적발된 인원은 2014년 814명, 2016년 1026명, 2018년 1030명이었다. 피의자 중 약 90%가 남성이다. 문제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거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전담기구가 정부에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미약한 처벌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다크웹’(암거래 사이트)에 개설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에 대한 수사를 지난 2년 동안 진행해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 이 중 한국인이 223명이었다. 그런데 해당 운영자 손모(23)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반면 미국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행위만으로도 징역 5~20년에 처하고, 영국은 구금 26주~3년에 처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예안 변호사는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처하도록 했지만 실제는 최저형인 징역 5년이 최고형으로 적용될 뿐”이라며 “무엇보다 구매나 소지 등도 예외 없이 중범죄의 공범이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00%까지는 아니지만 요즘은 대포통장, 대포폰을 쓰는 피의자 검거도 가능하다”면서 “국제공조 수사로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물 사이트에서도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단독]아동 성착취물 517개 팔아도 1~2년형 솜방망이 때릴겁니까

    [단독]아동 성착취물 517개 팔아도 1~2년형 솜방망이 때릴겁니까

    평균 1000여명 적발… 매년 증가세 다크웹 운영자 1년 6개월 형에 그쳐 익명 채팅이 가능한 메신저 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판매한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과 관련해 연평균 1000여명이 적발되고 있지만 피의자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일각에선 양형기준에 맞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세영)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20대 초반의 윤모씨를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윤씨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517개를 온라인상에서 배포하고 성착취물 142개를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333명으로부터 약 940만원을 받고 ‘몸캠’(신체 일부를 보여 주는 것) 등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구매자 중에는 육군 하사관 2명도 포함됐다. 윤씨는 익명 채팅이 가능한 앱 ‘앙챗’을 통해 성착취물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익명 계정을 사용할 수 있는 네이버 ‘라인’ 메신저로 구매자와 접촉했다. 윤씨는 “나암 자아 들 끼이리 미읻고 즈잉등 꼬으등 들 꺼”(남자들끼리 믿고 중딩·고등들 영상)과 같이 고의로 띄어쓰기와 자음, 모음을 오기하는 방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씨처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배포하거나 제작·소지 등의 혐의로 적발된 인원은 2014년 814명, 2016년 1026명, 2018년 1030명이었다. 피의자 중 약 90%가 남성이다. 문제는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거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전담기구가 정부에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미약한 처벌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다크웹’(암거래 사이트)에 개설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에 대한 수사를 지난 2년 동안 진행해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 이 중 한국인이 223명이었다. 그런데 해당 운영자 손모(23)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반면 미국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행위만으로도 징역 5~20년에 처하고, 영국은 구금 26주~3년에 처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예안 변호사는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처하도록 했지만 실제는 최저형인 징역 5년이 최고형으로 적용될 뿐”이라며 “무엇보다 구매나 소지 등도 예외 없이 중범죄의 공범이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00%까지는 아니지만 요즘은 대포통장, 대포폰을 쓰는 피의자 검거도 가능하다”면서 “국제공조 수사로 해외에 서버를 둔 음란물 사이트에서도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총선 불출마’ 원혜영, 민주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

    ‘총선 불출마’ 원혜영, 민주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

    이해찬, 직접 元의원 찾아가 강력히 요청 오늘 공관위 설치… 설 전후 선대위 출범 소병철 前고검장 영입… 첫 법조인 인사 “검찰개혁 완수에 모든 역량 쏟아붓겠다”올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5선 원혜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됐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영입 인재를 발표하는 한편 조만간 본격적으로 공천심사 준비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5일 “원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구성에 대한 안건을 6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관위를 선거 100일 전까지 구성하도록 규정한 당규에 따라 6일까지 공관위를 설치해야 한다. 원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공천관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유리하다는 점이 공관위원장 낙점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원 의원은 불출마로 공천 관련 이해관계가 없고 당내에서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해찬 대표가 직접 원 의원에게 공관위원장을 맡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고, 원 의원은 수차례 고사한 끝에 결국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의원은 풀무원식품 창업주 출신으로 14대 국회에 처음 등원한 이래 경기 부천시장을 거친 뒤 17~20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국회의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공관위원장이 내정됨에 따라 민주당의 ‘공천 대전’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설 연휴를 전후로 선거대책위원회도 공식 출범시킬 방침이다.인재 영입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고검장 출신의 소병철(62) 순천대 석좌교수를 4호 인재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소 전 고검장은 2017년 검찰총장 후보 4인 중 한 명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 민주당의 첫 법조 출신 영입 인사로 검찰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소 전 고검장은 검찰 퇴직 후 고질적 전관예우 관행을 끊기 위해 대형 로펌의 영입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아 법조계에 신선한 파문을 일으켰다”고 소개했다. 소 전 고검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치를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할 미완의 과제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지금까지 쌓아 온 저의 모든 경륜과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입당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은 7일과 오는 9일에 추가 인재 영입 발표를 이어 갈 예정이다. 민주당은 앞서 40대 여성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와 20대 원종건씨,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전 육군대장 등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데스크 시각] 버릴 리스트, 올해 내쳐야 할 것들/최여경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버릴 리스트, 올해 내쳐야 할 것들/최여경 문화부장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마지막 여정을 꽤나 유쾌하게, 그러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리면서 호평을 받았다. 2008년 국내 개봉한 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영화처럼 누군가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기도 하고, 새해마다 ‘올해 이루고 싶은 것들’ 목록을 만들기도 한다. 연말연시라 버킷 리스트를 많이 이뤘는지, 또 새로 뭘 넣을지, 질문이 많이 오갔다. 누구는 “영어회화는 꼭 빠지지 않아”라고 했고, 또 누구는 “작년 거 그대로, 2020년이라고만 바꾸겠지”라고 했다. 버킷 리스트를 찾는데, 직업병인지 어째 개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것보다 이 사회가 내쳐야 할 것만 줄줄이 삐져나온다. 차라리 ‘버릴 리스트’부터 작성해 보자 했더니, ‘혐오’가 제일 먼저 적힌다. 지난해 중견배우 전미선과 신인배우 차인하, 아이돌 출신 스타 최진리(설리)와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다. 모두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런데 유독 설리와 구하라가 끊임없이 소환되는 건, 그들이 했던 말과 행동이 의도와 다르게 공격을 받고 악플에 시달리면서, 혐오라는 사회문제를 투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에는 1년 만에 서울 혜화역에서 여성집회가 열려 이들을 애도했다.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사건)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에 모인 여성들은 설리와 구하라가 “여성이기 때문에 사회적 타살을 당했다”면서 “정부는 페미사이드와 성 불평등을 타개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향은 맞지만 해석은 옳을까. 성 불평등과 불균형, 무분별한 비난에 대한 피해는 여성에게 훨씬 과도하긴 하지만 남녀로 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성평등을 남성 혐오와 공격으로만 몰아간다면, 결국 그조차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여성은 피해자이고, 남성은 가해자라는 이분법은 무분별한 악플러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이렇게 ‘경계’를 짓는 것은 혐오와 한쌍으로 버려야 할 것이다. 혐오가 앞서는 바람에 이성적인 판단과 감각이 마비되면서 편 가르기는 더욱 강화된다. 한때 ‘강남좌파’는 프롤레타리아 의식과 고학력·고소득 지위의 교차, 경계를 허문 개념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공평·공정한 사회를 주창하던 젊은 운동권이었던 그들도, 기득권이 되면서 결국엔 또 그 진영 안에 갇혀 또 다른 불평등과 불공정을 낳았다. 경계를 넘고 사유를 확장하기 위해서라면 ‘선입견’도 버려야한다. 신드롬을 일으키는 ‘국민펭귄’ 펭수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든 경험이 있다. 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펭수에게 물었다. “남극에 있는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말에 “여자친구 생각나지 않아요?”라고.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돼 당당하게 돌아가겠다” 따위의 대답을 생각했다가 한 방 맞았다. “여자친구요? 없어요. 남자친구도 없습니다.” 펭수의 이력서에는 ‘성별’이 적혀 있지 않다. 스스로 수컷이라고 말한 적도 없다. 최근 만난 한 대학교수는 강의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양성이라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젠 남녀에 LGBT, 간성, 제3의성까지 다원화한 걸 알면서도 아직 의식의 전환은 걸음도 못 뗐던 거다. 이 외에도 가짜뉴스, 막말과 독설, 특권의식, 친일잔재, 안전불감증과 노동자의 죽음 등등. 버릴 리스트는 술술 적혀 끝도 없이 써 내려갈 정도다. 아, 그러고 보니 버릴 리스트 가장 높은 곳에 올릴 것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써 내려간 버릴 것들을 총체적으로 품고 있는 20대 국회야말로 가장 덩치가 크고 실체적인 항목이다. 민주주의가 엉망이 될 때 이런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버릴 인물과 취할 인물을 구분할 유권자의 안목뿐이다. cyk@seoul.co.kr
  • “폭력 마주한 은희, 굴레 갇힌 여성…누구도 외면 않는 목소리 만들 것”

    “폭력 마주한 은희, 굴레 갇힌 여성…누구도 외면 않는 목소리 만들 것”

    ‘원더키디’ 방영 30년 후 상영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키디’는 소년이 아닌 소녀다. 우주 탐사선의 선장이었던 ‘원더’한 아버지 대신 서울 대치동의 미도상가에서 떡방앗간을 하는 현실의 아버지가 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35관왕에 등극한 영화 ‘벌새’의 김보라(39) 감독이 직조한 1994년의 한국이다.첫 장편 입봉에 거둔 놀라운 성과. 소감이 어떨까. 새해 벽두,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영화 관련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볼 새가 없었다고 했다.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했고요. 주변에서 되게 좋아하셨어요. 오래 뭘 하던 사람이 잘되면 기쁜가 봐요.” 이 원더한 키디의 탄생에 지인들이 더욱 감격한 까닭은 그의 오랜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구상을 하던 2012년부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6년, 독립영화치고도 긴 기간이었다. 더욱 완벽해야 상영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여성 감독들의 영화가 구성 단계에서 절반가량 틀어지니까요. 학교(동국대 영화영상학과) 다닐 때 재능 있던 여성 감독들이 데뷔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고요. 영화판이라는 게 남성 중심이라 여성 롤모델이 없고, 창작자로서 자기 검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시간이 더욱 오래 걸렸어요.” ‘벌새’는 15세 소녀 은희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을 미세하게 포착, 14만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날라리’를 적어 내라는 학교, 집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오빠의 폭력, 사랑하는 이를 앗아 가는 성수대교 참사 등이다. 최근에 김 감독을 놀라게 하는 것은 “중년의 남성 의사가 은희를 진찰할 때 아이를 강간할까 봐 불안했다”는 후기들이다. “여태까지 한국 영화에서 얼마나 강간 신이 자주 재현됐으면 그런 공포를 주는지 충격을 받았어요. 여성 관객들이 마음 편히 영화조차 못 봤겠다 싶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영화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김 감독 생각에 그런 신들은 윤리적 문제와 함께, 적지 않은 영화에서 똑같은 장면을 반복재생한다는 점에서 미학적으로도 ‘직무태만’이다. 은희부터 한문학원 선생님 영지, 은희의 엄마에 이르기까지 세필로 그린 듯한 ‘벌새’의 여성 서사는, 그가 20대 초반 페미니즘 공동체에서 생활한 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에서 남성은 무조건적인 악, 화해할 수 없는 적이 아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견 가해자로 보이는 남성들조차도 사랑으로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뒤틀린 권력을 쥔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거든요.” ‘벌새’에서 가족들 위에 군림하던 아빠가 딸의 수술 소식에는 오열하고, 의사는 오빠의 폭력에 고막이 찢어진 은희에게 ‘진단서 끊어줄까?’ 묻는다. 새내기 감독에게 배우와 스태프들이 감독의 OK 사인 하나만 바라보는 촬영 현장은 아직도 버겁지만, 몇 프레임 차이로 뉘앙스가 바뀌는 편집의 리듬은 조금씩 체화하는 중이다. 직업적 굴레였던 여성이라는 정체성도, 지금은 축복으로 여긴다.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건 분명 힘들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팔짱 끼고 구경하지 않게 되는 거죠. 관객들이 영화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목소리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국민 68% “조국 이후 분열 심화”… 가장 큰 갈등 ‘빈부 차’ 꼽아

    국민 68% “조국 이후 분열 심화”… 가장 큰 갈등 ‘빈부 차’ 꼽아

    “스펙사회 비판했지만 자녀 진학엔 앞장서 변화 기대한 국민들, 진보 이중성에 분노 탓” 월 700만원 소득자 83.9%도 “빈부갈등 심각” 취업 앞둔 20대 74.9% 성별갈등 민감한 편“‘문재인이 간첩이냐, 아니냐’ 대놓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당신은 좌파냐, 우파냐’고 묻질 않나….”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51)씨는 근처에서 보수 단체 집회가 열릴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2016년 국정농단 때는 촛불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외쳤잖아요. 한때 같은 곳을 봤던 국민들이 지금은 갈가리 찢어진 것 같아요. ‘가짜뉴스’도 많아져서 무엇이 진실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정씨는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과거보다 갈등이 심해졌다고 느낀다. 빈자와 부자, 진보와 보수, 노동자와 사용자, 청년과 중장년층 사이의 대립과 몰이해가 한층 깊어졌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특히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기 의혹 등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혼란으로 사회 갈등이 더 커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0%에 육박했다. 1일 새해를 맞아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9일 만 19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10년 전과 비교해 우리 사회 갈등 정도가 심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67.5%로 집계됐다. 60대 이상(76.0%)과 50대(72.4%), 보수층(81.3%)에서 갈등이 심해졌다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실망한 일부 보수층과 중장년층은 변화를 기대하며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인물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다주택 투자로 불로소득을 노리고, 자녀의 입시를 위해 위장전입 등 꼼수를 쓴다는 논란이 터지자 진보 진영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갈등 요소 가운데 빈부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본 의견 비중이 77.3%로 가장 컸다. 월 200만원 이하 소득자(83.1%)뿐만 아니라 자영업자(81.5%), 월 501만~700만원 고액 소득자(83.9%)도 빈부 갈등이 첨예하다고 봤다.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고소득자 가운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이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 증가 혜택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계층이 독식한다고 여긴다. 그로 인한 불만이 빈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응답자의 67.8%는 이른바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여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절반(53.4%)조차 이런 인식에 동의했다. 이 교수는 “스펙 경쟁 사회를 줄곧 비판하면서도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조 전 장관의 이중성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입학 제도를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조 전 장관을 두둔한다”며 “양쪽의 생각이 전혀 달라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별 갈등’은 19~29세가 다른 연령대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연령대의 74.9%가 성별 갈등을 사회 주요 문제로 꼽았다. 젠더 이슈가 20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는 30·40대보다 성별 격차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세대이자, 학교 성적과 취업 등을 놓고 남성과 여성이 경쟁하는 세대다. 성별 권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청년” 외치는 정치권

    “청년” 외치는 정치권

    정치권이 새해 첫날부터 저마다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 올해 총선부터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청년층이 총선의 주요 변수로 주목받자 이들을 향한 구애의 손짓으로 신년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오는 5일 창당을 앞둔 새로운보수당은 1일 신년 하례회 자리에서 청년 지원 관련법을 발의하며 강수를 던졌다.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병역 이수 10년 이내에 임대주택 신청 시 가점을 주는 ‘군 제대청년 임대주택가점법’을 발의했다고 소개한 뒤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신년 인사회에서는 선거연령 하향으로 투표권을 얻게 된 김찬우군이 인사말을 했다. 정의당 청소년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군은 “토론이 이뤄지는 교실, 교복 입고 투표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투표장을 상상해 보라”며 만 16세 선거권, 피선거권 연령 하향 등 청소년 참정권 확대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민주, 20대 원종건씨 신년인사회 참석 더불어민주당 신년 인사회에는 일찌감치 총선 영입 인재 2호로 합류한 20대 청년 원종건씨가 참석했다. 원씨는 현충원과 백범 김구 묘역,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 당 일정에 동행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단배식에서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라며 “새로운 청년, 여성 지도자를 일으켜 세우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20대 후보자 경선비 전액 지원” 자유한국당은 최근 20~40대 후보자를 최대 30%까지 공천하기로 발표했다. 특히 20대 청년 후보자의 경우 공천심사비와 경선비용 전액 지원, 30대는 비용의 50% 지원 등 대책을 내놨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검찰개혁 탄력붙은 민주당, 사법개혁 상징 이수진 판사 영입 검토

    검찰개혁 탄력붙은 민주당, 사법개혁 상징 이수진 판사 영입 검토

    이수진 판사, 강제징용 사건 판결 지연 의혹 폭로“3번째 영입은 아냐”…민주당 1월 2일 3호 인재영입 발표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상징하는 이수진(50)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내년 총선 인재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수사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통과로 검찰개혁에 탄력이 붙은 민주당이 이 판사를 영입하면서 사법개혁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이 판사 영입을) 검토하고 있는 게 맞다. 다만 3호 영입은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영입대상이 맞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래전에 영입 제안을 했지만, 이 판사가 아직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판사는 2016∼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할 당시 강제징용 사건 판결이 지연된 의혹이 있다고 언론에 폭로한 바 있다. 이 판사는 2018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수석연구관이 난데없이 판결을 파기환송할 것이라고 말했고, 대법관에게 보고하니 ‘판결이 한일 외교관계에 파국을 가져오니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서 법원행정처 등 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하다가 석연찮은 인사 발령으로 대법원을 나오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연수원 31기인 이 판사는 인천지법·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이후 대전지법·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현재 수원지법 부장판사 및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민주당은 내년 1월 2일 3번째 인재영입을 발표한다. 앞서 민주당은 여성 척수장애인인 최혜영(40) 강동대 교수와 20대 남성 원종건(26)씨를 영입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입 인재 1·2·3호는 청년으로 알고 있다”면서 “남성 2명, 여성 1명이 대상”이라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강제추행 혐의 받은 신화 이민우, ‘무혐의 처분’ 받아

    강제추행 혐의 받은 신화 이민우, ‘무혐의 처분’ 받아

    강제추행 혐의를 받았던 그룹 신화의 멤버 이민우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서울중앙지검이 최근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이씨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 7월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6월 서울 신사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20대 여성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 여성들은 “이씨가 볼을 잡고 강제로 입을 맞췄다”고 진술했다. 피해 여성들은 평소 이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는 “친근감의 표현이고 장난이 좀 심해진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피해 여성들을 고소는 취하했다. 그러나 경찰은 확보한 주점 내 cctv 영상을 바탕으로 강제추행 혐의가 비친고죄인 점을 고려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해당 사건을 송치했다. 이씨 측은 31일 자신의 소속사 라이브웍스 컴퍼니 공식 SNS를 통해 해당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사실을 알리면서 “그 동안 팬 여러분에게 큰 심려끼쳐 드렸던 점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연말연시 계절성 우울증’ 섣부른 위로보다 믿고 기다려 주세요

    ‘연말연시 계절성 우울증’ 섣부른 위로보다 믿고 기다려 주세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을 ‘2030년 인류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질환’으로 꼽은 바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우리 주변의 우울증 사례에 대해 쉬쉬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울증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울증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울증 상태가 되면 생각의 흐름이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방향으로 가는 특징이 있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다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지나친 확신이나 위로의 말을 건네면 오히려 우울증 환자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거나 ‘정신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같은 말은 독감에 걸려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나을 수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최근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A씨는 스트레스와 과로, 동료와의 갈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어렵사리 잠들더라도 새벽에 깨어 다시 잠들기 어려운 나날이 반복된다고 했다. 그는 “불안과 초조, 불면, 우울, 식욕·성욕 감퇴, 죄책감 같은 우울증의 여러 증상 가운데 가장 두려운 것은 무기력증”이라면서 “귀찮다는 것과 무기력하다는 것은 다르다. 그 어떤 것도 지속하기 힘들 정도의 무기력 때문에 일상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믿고 기다려 주겠다는 정서적 지지와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민 교수는 “우울증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해서 나타나는 질환”이라면서 “각각의 요인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같이 고민해 주고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도움 방법”이라고 권했다. 이 교수는 “다만 심각한 우울증상이 수주간 지속되거나 한 차례 이상 재발한 우울증은 자신의 의지로 해결하기보다 의사와 상담해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울증은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 말고도 호르몬 이상,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여러 약물, 신체 질환, 뇌병변 등 여러 의학적 이상 요인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우울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라는 의미다. 우울증 약을 자의적으로 끊지는 않는지 주변에서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치료의 기본이다. 우울증은 재발 위험성이 큰 질환이며, 재발의 가장 큰 요인은 우울증 치료약 복용을 스스로 중단하는 것이다.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최소 6개월 이상은 치료약을 계속 복용해야 우울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의료진과 상의 없이 갑자기 우울증 약을 끊게 되면 약의 종류에 따라 구토, 소화장애, 두통이 발생하고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다. 초조와 불안,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도 생긴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는 “아직 우울증에 특효인 약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골라야 한다”면서 “약물치료를 중단할 때는 의사와 함께 서서히 약을 줄여 나가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 정도로 잘못 인식해 제때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면 심각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질병 못지않게 우울증도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치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심혈관계 부작용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항콜린성 성분이 포함된 우울증 약이 치매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희의료원 이 교수는 “아직 하나의 연구 결과에 불과하며 항콜린성 성분이 포함된 일부 우울증 치료제에 해당하는 연구결과이기 때문에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 치매에 걸린다는 것은 지나친 염려”라고 지적했다. 노인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매 위험도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노년기에 발생한 우울증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찬바람 불면 계절성 우울증 주의보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뚜렷한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해 겨울철이 되면 잠을 많이 자는데도 자꾸 기운이 빠지고 피로감을 주체할 수 없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주요 우울증의 11% 정도가 계절과 관련돼 있는 특성을 보이는데 특히 일조량이 적은 가을이나 겨울에 계절성 우울증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30대 중반 주부 이모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그럴 리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기운이 빠지고 멍해졌을 뿐, 우울하진 않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남편이 속을 썩이지도 않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집안 형편이 갑자기 나빠진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만 왠지 불안하고 걱정과 잡생각이 많아졌으며 하루 종일 피곤한 증상이 나타나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어 병원을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결국 이씨는 계절성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계절성 우울증은 해가 짧아지는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조량 감소 탓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위도 지역과 사계절이 뚜렷해 일조량의 계절변화가 심한 지역에서 계절성 우울증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겨울이 길고 밤 시간이 유난히 많은 북유럽 지역이나 안개가 많고 햇볕을 보기 어려운 영국을 상상하면 된다. 계절성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식욕이 늘어나는 현상을 경험한다. 입맛이 없어지는 일반적 우울증과는 다른 양상이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밥이나 라면, 빵을 비롯해 단 음식을 자주 찾는다. 잠들기 전에 식욕이 증가해 밤참을 자주 먹다 보니 체중도 늘어나게 된다. 또 불면증이 심한 일반적 우울증과 달리 수면 욕구가 늘어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고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싶어진다. 하지만 잠을 많이 자도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워 잘 움직이지 않고 짜증이 늘어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태현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계절적 요인에 의해 기분이 우울해질 수 있다”면서 “계절의 영향에 지나치게 예민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급격한 기분 변화를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증상을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 중에는 유난히 여성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일반적인 우울증은 평생 유병률이 남성은 5~12%인데 여성은 10~25%로 2배 정도 높고, 여성의 경우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비율이 일반적 우울증을 앓는 비율보다 더 높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이 남성에 비해 계절성 우울증에 취약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하 교수는 “남성과는 다른 성호르몬 분비체계, 즉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뇌하수체 자극 호르몬의 분비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될 뿐”이라고 밝혔다. 계절성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중증 환자에게는 날마다 일정 시간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으로 추천된다. 무엇보다 일상 생활에서 춥다고 실내에만 머무르지 말고 활기찬 야외활동을 늘려 햇빛 쬐는 시간을 많이 갖는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으로 인체의 동력을 충전해야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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