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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의진의 교실 풍경] 자포자기가 인구 감소보다 무섭다/서울 누원고 교사

    [이의진의 교실 풍경] 자포자기가 인구 감소보다 무섭다/서울 누원고 교사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올 때, 중개하던 부동산에서 매물로 나온 집이 꽤 있으니 아예 사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동북부 지역에서만 십 년을, 그것도 전세로만 떠돌던 처지라 서울의 집값은 언감생심이었다. 은행 도움을 받는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융자는 월급쟁이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고. 어찌어찌 반전세로 주저앉은 지 2년이 못 되는 사이에 집값, 정확하게는 전세 보증금만 2억 5000만원이 올랐다. 더 낡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다시 2년이 지난 올해 초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니 그사이 낡은 아파트 전셋값마저 다시 2억원이 올라 있었다. 다행히 기존에서 5% 이상은 올릴 수 없는 전월세상한제 덕분에 재계약할 수 있었으나, 2년 뒤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주변 시세를 보건대 이미 다락같이 올라버린 전셋값을 더는 감당 못하고 이곳을 떠야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부부 모두 벌고 있다. “인구 감소보다 무서운 건 자포자기한 중국 청년들이다”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6월 3일자 기사는 최근 중국에 나타난 탕핑(?平)족에 대한 당국과 기성세대의 우려를 담았다. ‘탕핑’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삼포족(연애·결혼·출산 포기)이나 오포족(취업·결혼·연애·출산·내 집 마련 포기) 같다. 중국의 한 20대 청년은 소셜미디어에 직장도 없이 매달 3만 5000원으로 생활하는 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매일 두 끼만 먹고, 낚시나 산책같이 돈이 안 드는 여가활동만 하고,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 한 번으로 또 몇 달 동안 사는 게 비법이라고 밝혔다. 논리는 단순하다. “열심히 일해 봤자 사회 시스템과 자본의 노예로 착취만 당하다 결국 병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꽤 많은 젊은이가 지지를 표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여기에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괴감도 섞여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전(深?)의 집값과 소득 비율은 43.5다. 43년간 먹지 않고 일해야 집 1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베이징은 이 지수가 41.7이다. 부모의 조력 없이 자신이 살 집을 구한다는 건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이번 생(生)에는 글러 버린 일’이 된다.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중국에 탕핑족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삼포’와 ‘오포’를 거쳐 이제 ‘파이어족’이 나왔다. ‘Financial Independent,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파이어(FIRE)족은 젊을 때 임금을 극단적으로 절약, 노후 자금을 빨리 확보함으로써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일찍 은퇴하자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주식 및 부동산 폭등, 비트코인 열풍 등과 결합해 이상한 한탕주의에 휩쓸리기도 했으나 궁극적으로 “사회 시스템과 자본의 노예가 돼 매일 착취만 당하고 살 수는 없다”는 데 맥을 같이한다. 이제 얼마 안 있어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고3 담임에게 여름방학은 대입 수시상담 시즌일 뿐이다. 이 시기 단순히 진학상담만 아니라 진로상담도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꼭 받는 질문이 있다. “대학 나와도 어차피 아무것도 할 게 없잖아요.” 탕핑족의 등장을 단순히 먼 나라 중국의 일로만 치부하고 우리는 상관없다고 하거나, 철없는 젊은 것들 때문에 세상 망조가 든 거라고 탄식만 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이들이 자포자기하지 않고, 무엇보다 한탕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하려면 이 여름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으로 사회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열심히 일한 ‘나’도 공모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 생후 20개월 딸 ‘살해 후 시신 유기’ 20대 친부 검거

    생후 20개월 딸 ‘살해 후 시신 유기’ 20대 친부 검거

    생후 20개월 된 딸을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친부가 경찰 추적을 피해 달아났다가 사흘 만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아동학대살해 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던 A(29)씨를 12일 오후 2시 40분쯤 대전시 중구 한 모텔에서 체포했다. A씨는 아동학대 신고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경찰을 피해 도주했다. A씨는 지난달 중순 자택에서 생후 20개월 된 자신의 딸을 때리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부인 B(26)씨와 함께 피해 아동의 시신을 유기하는 데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은 지난 9일 외할머니의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 부부 집 화장실에 방치돼 있던 아이스박스 안에서 발견했다. 외할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수소문 중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보니 손녀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의 곳곳에 골절과 피하 출혈 등 학대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피해 아동이 A씨 부부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하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B(26)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B씨는 ‘사망 당일 A씨가 아이를 이불로 덮고 무차별적으로 때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부터 시신 부검 결과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피해 아동이 성폭행 피해를 본 정황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안으로, 국과수 부검 결과와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딸 시신 아이스박스에 방치한 친부 검거…엄마는 구속

    딸 시신 아이스박스에 방치한 친부 검거…엄마는 구속

    대전에서 생후 20개월된 여아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넣고 달아난 20대 아버지가 붙잡혔다. 대전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12일 오후 2시 40분쯤 대전 동구 중동 한 모텔에서 A(29)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일 A씨가 달아난 뒤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동선을 뒤쫓다 모텔에 숨어 있던 것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날 A씨의 아내 B(26)씨를 사체 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중순쯤 대전 대덕구 중리동 자신의 집(2층)에서 생후 20개월의 딸 C양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화장실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은 지난 9일 오전 5시쯤 “아이가 숨져 있다”는 C양 외할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아이스박스에 숨진 채 담겨 있는 C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외할머니는 딸 부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수소문해 집을 찾았다가 딸한테 “남편이 평소 심하게 아이를 학대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B씨는 집에 있었으나 A씨는 곧바로 옆집 담을 넘어 도주했다. 발견 당시 C양의 시신 곳곳에 골절과 피하 출혈 등 학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학대가 장기간 수차례 자행되고, 오래 전에 C양이 숨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아이 엄마 B씨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사망 당일에도 친부가 아이를 이불로 덮어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원주)에서 C양 시신의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대로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 [김균미 칼럼] ‘여가부 폐지 논란‘ 유감

    [김균미 칼럼] ‘여가부 폐지 논란‘ 유감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지난 6일 나란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준석 대표도 “후보 되실 분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힘을 실었다. 포털 사이트는 찬반으로 뜨겁다. 4년 전에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던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련 있다”면서 “여가부라는 별도 부처를 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도 “현재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 조장부가 됐다”면서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신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여가부의 역할과 위상을 문제 삼고 있지만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와 30대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한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훤히 보인다. 더욱이 유 전 의원이 “(여가부 폐지로)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는 대목에서 취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여가부 폐지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1년 1월 여성부가 신설됐다 여성가족부로 확대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폐지하려고 했다가 여성부로 축소했지만, 2010년 다시 확대됐다. 2017년 대선 당시 유 후보만 빼고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대선후보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가부 폐지가 올라왔다. 이번 여가부 폐지 논란의 원인은 이전과 차이가 있다. 여가부 차관을 지낸 A씨는 지난 4년 동안 권력형 성범죄가 많이 발생했는데 여가부가 침묵한 게 비판적 여론을 키운 직접적 원인이라고 했다. 피해자 중심 정책을 펴는 부처에서 본연의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 전 의원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당시 여가부 장관이 “국민들이 성인지를 집단 학습하는 기회”라고 말하고, 여성권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꼭 집어 비판했다. 그렇다고 장차관의 부적절한 대응이 부처 폐지의 이유일 수 있나. 여가부는 올해 20년 된 부처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가정폭력 대책, 학교밖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지원, 한부모 양육비 이행 강화, 경력단절여성 지원과 공공기관의 여성 대표성 강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다만 일반인들이 잘 체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가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난이 반복된다.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 정책에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20대 남녀는 매우 비판적이다. 이번 여가부 폐지 논란은 여가부에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메워 나갈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던졌다. 여가부는 먼저 폐지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던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여가부의 존치 이유와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 여성이나 성평등, 평등과 관련한 장관급 부처나 조직을 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유엔 회원국 중 97개국, 주요 20개국(G20) 중 독일과 이탈리아, 캐나다, 인도 등 10개국이나 있다. 20·30대 남성이 토로하는 불만과 불평등과 달리 우리 사회는 취업과 승진, 임금, 돌봄 노동 등에서 남녀 차이가 여전히 크다. 맞벌이 부부 중 부인의 가사노동은 남편의 4~5배이고, 20대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또래남성보다 8% 포인트 높지만, 취업률은 또래남성보다 20% 포인트 낮다. 여가부가 아직은 할 일이 많고, 야당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는 턱도 없다. 수많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반짝했다가 유명무실해졌다. 부처 이름이 문제라면 포괄하는 명칭으로 바꾸고, 차제에 부처간 업무조정으로 정책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면 된다. 여가부 폐지 논란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과 조수진 최고위원 등 야당 여성의원들이 제동을 건 것은 예상 밖이었지만 신선했다. ‘이준석 돌풍’ 와중에 내부 견제가 20대 여성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인생 2모작, 세상 구경으로 시작합니다

    인생 2모작, 세상 구경으로 시작합니다

    “앞으로 1년 반 동안 제 차를 몰고 남·북미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중에 ‘길섶’(Roadside)이라는 유튜브와 블로그를 운영하려 합니다. 남·북미의 웅장한 경치를 보며 복잡한 머리도 식히시고 제가 지쳐갈 때 격려도….” 2019년 6월 28일 특허청 내부 게시판에 퇴직 인사를 올린 한 남자는 홀연히 한국을 떠났다. 동료들은 부러워하면서도 걱정을 했다. 퇴직 후 ‘2모작’ 준비로 심경이 복잡할 텐데 해외여행을, 그것도 장기간 떠난다는 소식에 동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대단하다”, “용감하다”는 평가부터 “재산이 많은가?”라는 질문이 잇따랐다. 당사자인 전직 공무원 김은래(59)씨의 생각은 달랐다. ‘자아를 찾겠다’는 거창함은 없었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결정한 것이다. 평생 꿈꿔 왔던 자동차로 세계일주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는 확신이 서자 퇴직을 3년 앞당겨 34년간의 공직생활을 정리했다.누구나 ‘버킷리스트’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실현하지는 못한다. 시간과 돈·건강 등 이런저런 사유로 시도조차 못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어릴 적 김찬삼 교수의 세계여행기를 탐닉한 베이비붐(1955~1963년 출생)세대에게 세계일주는 로망이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인생의 ‘달달한 카드’를 10년 앞서 꺼내 들었다. ●인생의 갈증 해소, 설계 7년 만에 결행 6일 서울신문과 만난 김씨가 자동차를 이용한 세계일주 계획을 세운 것은 2014년이다. 2012년 남미 칠레에서 2년 반 동안 국외훈련을 받던 중 방학을 이용해 두 달간 자동차로 4개국(칠레·아르헨티나·페루·볼리비아)을 여행했다. 1985년 공직에 입문한 후 두 달간 자기 시간을 가진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꿀 같은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너무 빨리 지나갔다. 오히려 여행에 대한 ‘갈증’만 심해졌다. 홀로 가보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등을 정리하면서 ‘남미-북미-유럽-아프리카-러시아’로 세계일주 일정을 만들어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 뒀다. 필요한 시간은 3년이었다. 그는 ‘디데이’(D-day)로 60대 후반을 잡았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퇴직 후 재취업해 돈을 좀 모아서 여유롭게 출발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건강’이 현실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빠른 결행에 나섰다. 김씨는 “고혈압에 고지혈증 등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자 어쩌면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를 설득했다”며 “첫 대륙으로 남미를 잡은 것도 인프라가 부족해 체력이 요구되는 지역이어서 정했다”고 소개했다.2019년 8월 애마(캠핑카) ‘로시난테’를 배에 실어 칠레로 보냈다. 돈키호테가 데리고 다니던, 스페인어로 ‘늙은 말’을 뜻하는 로시난테로 명명한 것은 ‘무모한 여행’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달 후 도착 일정에 맞춰 두 아들과 함께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아내와 아이들은 퇴직 기념 일정으로 생각해 자세히 묻지 않았지만 그는 3년 계획의 실행에 나선 것이다. 유럽에서 아이들과 헤어진 후 남미 여행을 만끽하던 아르헨티나에서 아내에게 자백해 결국 동의를 이끌어 냈다. 여행 중 시간은 온전히 부부의 것이었다. 칠레에서 아르헨티나로 들어선 후 접한 ‘남미의 스위스’로 불리는 바릴로체에서는 한 달을 머물렀다. 아름다운 풍경과 한가로움에 반해 일정을 늦췄다. 세상의 끝이자 미주대륙의 최남단인 ‘우수아이아’와 엘칼라파테에서 접한 모레노 빙하도 김씨 부부의 발걸음을 느리게 했다. 당초 칠레에서 볼리비아로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로 정국이 심란해지면서 아르헨티나로 급변경했다. 목적지는 있지만 숙소와 교통편 등 걸리는 문제가 없으니 부부의 마음이 정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 여행의 매력이다. 남극·사하라·고비사막과 함께 4대 극지 마라톤이 열리는 칠레 아타카마사막에서는 대한민국 청년의 위대함을 목격했다. 우연히 방문한 날이 마라톤대회 마지막 날이었는데 20대 우승자가 한국인이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우승자를 캠핑장에 데리고 와서 식사를 같이 했는데 대회를 준비하며 먹지 못했던 ‘한식’을 그렇게 맛있게, 많이 먹는 사람을 처음 봤단다. 거침없을 것 같았던 길섶의 세상구경도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불안감이 고조되자 부부는 2020년 2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행을 일시 중단했다. 로시난테는 브라질에 두고 부부는 한국으로 귀국했다. 6개월간 주행거리는 1만 8000㎞로 계획한 미주대륙의 25%, 전체 일정의 10% 정도를 소화한 상태였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세상구경을 일시 멈춘 상태지만 남미 상황을 봐서 내년 상반기 출국해 남은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마음이 달라질까 차를 안 가져왔고, 일을 시작하면 묻힐 수 있어 풀타임 일자리도 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현대·기아차 AS 해외여행이 보편화됐고 여유만 있다면 세계일주가 어렵지 않은 시대다. 그러나 내 차를 몰고 차박을 하는,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여행은 결이 다르다. 준비할 게 많고 번거로움에 걱정이 뒤따른다. 세상구경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는 한 달 만에 급하게 이뤄졌다. 퇴직 전날까지 심사물량을 완결 지어야 했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가장 중요한 캠핑카는 1800만원에 중고 스타렉스를 구입해 1500만원을 들여 개조했다. 알래스카와 안데스산맥을 넘어야 하고 장거리 운전을 고려해 기자재는 최고급으로, 4륜 구동과 크루즈 컨트롤 기능 등을 장착했다. 차량이 준비되자 다른 일정은 수월했다. 차량 운송비 500만원, 6개월 여행에 약 2000만원이 들었다. 여행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는 질문에는 “물품 구입이 많았다”며 “3일 캠핑을 하면 3일은 호텔에서 생활하는 등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초기에 지치면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귀띔했다. 자동차 정비 요령이 요구되지만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를 만날 수 있다. 여행 중에 엔진오일을 교체하면서 국력을 새삼 느꼈다. 다만 주요 방문국의 언어를 알면 여행이 더욱 풍부해진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남미에서 한국의 위상이 상상 이상으로, 스페인어로 인사만 해도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며 “자동차 여행은 여름·겨울은 피하고 봄·가을에 맞춰야 하기에 대륙별 기상을 잘 파악해 일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동차로 해외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저지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은 여유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욱이 자신에 대한 지출에도 인색하다. 초기 비용이 들지만 한국에서 생활비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급히 처리할 일도 없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렵다면 국내 및 문화적으로 유사한 일본에서 자유여행을 해 볼 것을 추천했다. 그는 “돈 문제나 언어 부족 등 다양한 이유를 대지만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여행에 나서면 이틀만 지나도 여행 전의 고민이 얼마나 쓸데없었는지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컬러프린터·솜사탕 기계 빨리 사용했으면” 세상구경은 김씨를 변화시켰다. 여행과 동시에 시작한 유튜브는 삶을 기록하는 새로운 매체가 됐다. 첫 영상을 올릴 때는 익숙지 않아 밤을 꼬박 새웠다. ‘길섶의 세상구경’에는 어느새 구독자가 1만 4700명, 영상이 93개나 된다. 그는 “생각지도 않은 유튜브를 접하면서 많지는 않지만 수익이 생기고 미국에 오면 꼭 들려 달라는 응원 댓글을 받는 등 아주 신기했다”고 평가했다. 여행 중에는 일주일에 두 번까지 제작했는데 현재는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한 달에 한 번씩 제공하고 있다. 다만 김씨는 “(유튜브는) 내가 만드는 인생 앨범이기에 구독자 숫자에 신경 쓰지 말고 특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세상구경이 재개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로시난테’에는 컬러프린터와 솜사탕 기계가 실려 있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볼리비아·에콰도르 등 오지 주민들에게 ‘인생 사진’을 찍어 주고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만들어 주려고 준비했다. 국민학교 시절 돈을 내지 못해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을 때 선생님이 찍어 주신 사진에 대한 기억이 ‘모티브’가 됐다. 마지막 퍼즐은 귀국 일정이다. 당초 계획은 시베리아에서 북한을 거쳐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남북 관계가 양호한 시절 실현 가능할 것이란 희망을 담았는데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배를 이용해 동해항으로 입국하는 대책을 마련해 놨지만 북한에서 운전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 “마음은 늘 소록도에” 43년 봉사하고 떠난 두 천사

    “마음은 늘 소록도에” 43년 봉사하고 떠난 두 천사

    “우리 마음은 소록도에 있습니다.” 소록도에서 40년간 한센인들을 돌보다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 간호사가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 한글로 쓴 손편지를 보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는 20대인 1962년과 1959년에 각각 한국으로 넘어와 약 40년간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해 자원봉사를 했다. 2005년 건강이 악화되자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 한 통을 남겨두고 조용히 출국해 화제가 됐다. 이후 2016년 6월에는 대한민국 명예국민이 됐다. 2017년에는 두 간호사의 삶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어 한국과 오스트리아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오스트리아 국빈방문 당시 두 분이 비엔나에서 멀리 떨어진 인스브루크 지역에 살고 있어 직접 만나지 못하자 같은 달 23일 신재현 주 오스트리아 대사를 통해 친전과 홍삼과 무릎 담요 등 선물을 전달했다.문 대통령 부부는 당시 친전을 통해 “헌신으로 보여주신 사랑은 ‘행함과 진실함’이었고, 지금도 많은 한국 국민들이 간호사님을 그리워합니다.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건강을 기원했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한글로 쓴 편지와 사진 엽서를 같은 달 27일 신 대사를 통해 청와대로 전해왔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저는 여러분의 오스트리아 방문과 함께 많이 기도했다. 사진과 명함이 담긴 아름다운 편지와 홍삼과 담요, 사랑스럽게 포장된 선물에 감사드린다”라고 적었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소록도는) 1960년대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주었고, 우리 둘 다 그 점에 대해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 마음은 소록도에 있다”라고 했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마가렛은 요양원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만나는 것은 어렵다”라며 끝으로 “대통령님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린다. 우리는 매일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여기는 중국]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생선가게 20대 미모 여사장의 사연

    [여기는 중국]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생선가게 20대 미모 여사장의 사연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20대 여사장의 출중한 외모에 중국 누리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 쑤저우시 외곽에 소재한 농산물 직판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23세 여사장 양쥐안 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양 씨가 촬영, 공유한 영상이 중국판 ‘틱톡’ 도우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누리꾼들은 양 씨를 가리켜 중국 고대 4대 미인 서시(西施)라는 별칭을 붙여 부를 정도다. 그의 외모가 그대로 담긴 10초 남짓한 영상은 중국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는데, 현지 유력 언론들도 앞다퉈 양 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생선가게 앞에 진을 칠 정도다. 영상 속 양 씨는 한 손에 들기도 무거워 보이는 칼을 들고 10㎏이 훌쩍 넘는 대형 생선들의 비늘을 벗기고 토막 내는 등 능숙하게 손질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안후이성 출신의 양 씨는 가족과 함께 생계를 위해 쑤저우시로 이주했으나 부모는 농민공 출신이라는 한계 탓에 줄곧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마련해왔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양 씨는 그의 동생을 돌보며 집안 살림을 전적으로 책임져 왔다. 양 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대학 진학 대신 생계를 위해 곧장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첫 직장은 쑤저우 시에 소재한 미용실의 미용 보조였다. 이 시기 그는 미용 기술을 배우면서 10년 뒤에는 개인 소유의 미용실을 개업할 꿈을 키웠다. 취업한 지 1년이 지났을 시기에는 미용실 점장으로부터 미용 기술 연수 학원에 연계, 장학금을 받으며 전문적으로 미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안받았다.양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때는 정말 꿈이 많았던 시절이었다”면서 “미용 관련 기술을 배우는 것은 거의 독학 수준이었지만, 선배들에게 물어가면서 습득하려고 노력하던 때였다. 그 시절 미용 기술을 적은 공책은 지금 펴서 봐도 가슴이 뛸 정도다”고 했다. 하지만 양 씨는 지난 2015년 무렵 현재 남편을 만나면서 생선가게 운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현재 양 씨가 운영 중인 생선가게는 결혼 전부터 남편이 운영했던 것으로 결혼 후에는 양 씨 부부가 하루 2교대로 근무해오고 있다. 그는 “중국에는 ‘시집간 후 여자의 인생은 남편의 것을 따라가게 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나는 남편의 직업을 존중하며 그의 인생 경로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미용 공부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생선가게 운영에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씨에게 생선 손질법을 전수한 이는 그의 시어머니였다. 그는 “결혼 후 처음 생선가게로 출근했던 날을 기억한다”면서 “시어머니는 희고 긴 내 손을 꼭 잡고 생선 손질법을 가르쳐 줬다. 시댁 식구들 모두 내가 생선 손질을 능숙하게 할 때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기다려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처음에는 나도 큰 생선을 통째로 잡고 손질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특히 살아서 움직이는 생선을 손질할 때 입고 있던 옷은 물론이고 얼굴과 머리카락에도 온통 생선 비늘과 어혈이 튀어서 한동안 고생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양 씨의 일과는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늦은 밤 9시에 퇴근하는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날씨가 무더운 여름에는 생선이 상하지 않도록 하루 평균 17~18시간 이상을 생선가게에서 보내는 날도 많다. 그는 “이 일을 견디고 버텨내야만 우리 아이에게 더 넉넉한 경제적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성실하게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다”면서 “장사가 잘되는 날은 보통 500㎏ 상당의 생선들을 손질해서 판매하는데, 단골 고객들은 나를 볼 때마다 20세의 얼굴과 40세의 손을 가졌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의 지적을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칭찬으로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무슬림 아빠와 딸, 아이 낳고 결혼까지…근친혼으로 꼬인 족보

    무슬림 아빠와 딸, 아이 낳고 결혼까지…근친혼으로 꼬인 족보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림 부녀의 충격적인 근친혼 소식이 전해졌다. 29일 온라인 매체 월드오브버즈는 생물학적 아버지와 딸이 아이를 낳고 부부가 됐다고 현지 샤리아(이슬람 율법) 변호사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가사전문로펌에 따르면 40대 아버지는 20대 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그러다 딸이 임신하자 아버지는 친딸의 생물학적 어머니인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아내는 남편 뜻에 기꺼이 따랐다. 현지 변호사 누르 파티하 아자라는 “남편과 친딸의 불륜만으로도 충격이었을 텐데, 아내는 딸과 곧 태어날 손자의 미래를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아버지는 국외자 신분을 이용해 친딸과 혼인신고를 하고 정식 부부가 됐다. 태어날 아기를 사생아로 만들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생신고는 좌절됐다. 혼인신고와 출생신고 등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 국가등록부(JPN)는 아기 혈통 확인을 위해 이슬람 법원인 샤리아 법원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의 결혼이나 가족 문제를 처리할 때 현지법보다 샤리아를 우선시한다. 소수민족 원주민의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 그들의 관습법을 더 높게 쳐준다. 종교적 이유는 물론 9개주 술탄이 5년 임기로 돌아가면서 국왕을 맡는 영향이 적지 않다. 아기 출생신고가 가로 막히자 친딸은 “결혼해 정식 부부가 됐는데 왜 남편(친아버지) 이름으로 아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는 것이냐”고 탄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현지 법률 전문가는 출생신고에 앞서 아기의 기형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한편, 부녀의 결혼이 근친 성폭행에 따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부녀의 사례를 공개한 누르 파티하 아자라 변호사 역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자녀를 욕정적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단 현재까지는 서로 좋아해서 합의에 따라 관계를 맺었다는 게 부녀 모두의 입장이다.
  • “굶기고 대소변 먹여”…8살 딸 살해 친모·계부 징역 30년 구형

    “굶기고 대소변 먹여”…8살 딸 살해 친모·계부 징역 30년 구형

    8살 딸을 학대하다 끝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와 계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딸이 사망하기까지 제대로 된 식사도 주지 않았던 부부는 대소변을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A(28)씨와 남편 B(27)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친모와 계부로서 양육할 의무를 저버린 채 어린 피해자에게 기본적인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며 “피해 아동의 대소변 실수를 교정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주먹과 옷걸이로 온몸을 마구 때리고 대소변을 먹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방어 능력이 없는 아이가 느꼈을 공포는 감히 가늠할 수 없다”며 “학대를 모두 지켜봤던 (피해 아동의 오빠인) 아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누가 보듬어 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날 A씨는 구속 후 출산한 신생아를 안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최후변론을 통해 “(죽은) 아기한테 미안하다”며 “큰 아이도 (보호)시설로 가게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B씨도 “딸 아이를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혼냈지만, 돌이켜보니 하지 말았어야 할 명백한 학대였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어 “절대 딸 아이가 죽기를 바라거나 그걸 예상하면서까지 혼낸 건 아니었다”며 “(죽은) 딸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평생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2018년 1월부터 2021년 3월 2일까지 인천시 중구 운남동 주거지에서 8살 된 딸 C양이 대소변 실수 등을 한다는 이유로 총 35차례에 걸쳐 온몸을 때리고,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당시 C양은 얼굴과 팔, 다리 등 온몸에 멍 자국이 있었다. 또 영양 결핍으로 인해 심각하게 야윈 상태였다. C양의 몸무게는 또래보다 10㎏가량 적은 15㎏ 안팎으로 추정됐다. 또 초등생인데도 사망 전까지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A씨 부부는 2018년 1월 C양이 이불 속에서 족발을 몰래 먹고 뼈를 그냥 버렸다는 이유로 1시간 동안 양손을 들고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면서 학대를 시작했다. 이후 아이가 거짓말을 하거나 대소변 실수를 했다며 주먹이나 옷걸이로 마구 때리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지난해 8월부터는 반찬 없이 맨밥만 주거나, 하루나 이틀 동안 식사나 물을 전혀 주지 않고 굶기기도 했다. 이러한 학대로 C양은 지난해 12월부터 스스로 밥을 먹지 못하고 안색이 변할 만큼 건강이 나빠졌다. C양이 사망하기 이틀 전, A씨는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까지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켰다. 이후 딸의 몸에 묻은 물기를 제대로 닦아주지 않고 방치했고, B씨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C양을 보고도 거실에서 게임을 했다. A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C양과 아들을 낳았으며 2015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2017년 B씨와 재혼했다. 이들은 법정에서 딸을 학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성은 부인했다.
  • 나란히 숨진 60대 부부·방치한 두 딸…“외력에 의한 손상 없어”

    나란히 숨진 60대 부부·방치한 두 딸…“외력에 의한 손상 없어”

    경기 시흥시에서 발생한 60대 부부 사망 사건이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에서 A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22일 오전 10시50분쯤 경매 집행관에 의해서였다. 경매 집행관이 방문해 초인종을 누르자 A씨의 두 딸(둘째 30대·셋째 20대)이 문을 열었다. 두 딸은 놀랍게도 사망해 부패가 진행 중인 부모 시신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집안 곳곳은 각종 폐품들이 널브러져 있는 등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두 딸은 경찰에 “부모님이 당뇨와 고혈압으로 지병을 앓았고,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것이 믿기지 않아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 부부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이미 오래 전 사망했고,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곧바로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의는 23일 “외력에 의한 손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구두소견을 냈다. 하지만 부부가 한 날 동시에 사망하지 않았다면 남은 한 사람이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정확한 사인, 사망 시점, 약물 반응 여부 등은 정밀한 부검 결과가 나와야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딸은 장애인으로 등록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경찰은 진술 조사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생계는 아버지인 A씨가 홀로 이어왔으며, 어머니와 두 딸은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 A씨 부부에게는 첫째 딸(30대)도 있었지만 10년전 독립했고, 왕래가 잦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병원 등에 A씨 부부의 지병 여부를 확인 중이며,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된 배경 등 사건 전반을 살피고 있다”며 “아울러 A씨 부부 사망시점과 사인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두딸과 살고 있는데”… 경매집행관이 숨진 60대 부부 발견

    “두딸과 살고 있는데”… 경매집행관이 숨진 60대 부부 발견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집을 방문한 경매집행관이 숨진 60대 A씨 부부를 발견하고 신고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씨 부부는 슬하에 3명의 딸이 있는데 큰 딸은 다른 곳에 거주하고 둘째·셋째 딸과 함께 살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인 A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돼 수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 22일 오전 10시 50분쯤 A씨 부부 집을 찾은 경매 집행관에 의해 발견됐다. 경매 집행관이 초인종을 누르자 딸이 문을 열어줬고, 각각 거실과 안방에서 누운 채로 숨져 있는 A씨와 그의 아내를 보고 집행관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A씨 부부 시신을 수습하고 부부와 함께 살던 30대와 20대 두 딸을 조사하고 있다. 막내딸은 경찰이 대화를 시도했으나 정상적인 대화가 안되는 상황이어서 관련 기관에 정상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둘째 딸은 경찰에서 “부모님이 평소에 지병을 앓고 있었다”며 “갑자기 돌아가신 게 믿기지 않아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부부의 집이 얼마 전 경매에 넘어가 경매 집행관이 집을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시신 상태가 외력에 의한 타살흔적이 없어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부검을 통해 자세한 사망 시점과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돌아가신 것 믿기지 않아” 부모 숨졌는데 신고 안 한 딸들

    “돌아가신 것 믿기지 않아” 부모 숨졌는데 신고 안 한 딸들

    시흥 아파트서 60대 부부 숨진 채 발견경매 집행관이 자택 방문했다가 신고 딸들과 함께 살던 60대 부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50분쯤 시흥시 정왕동 한 아파트에서 A씨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A씨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갔는데, 당시 경매 집행관이 이들의 자택을 방문했다가 숨져 있는 부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매 집행관이 초인종을 누르자 A씨 부부의 딸들이 문을 열어줬고, 각각 거실과 안방에서 A씨와 그의 아내가 누운 채로 숨져있었다. 부부와 같이 살던 30대, 20대 두 딸은 “부모님이 당뇨와 고혈압 등 평소 앓고 있던 지병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돌아가신 것이 믿어지지 않아 신고할 수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외관상으로는 골절이나 외상, 가스중독 등의 흔적이 없으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A씨 부부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딸들이 진술한 부분에 대해 신빙성이 있는지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부부, 하루에 얼마나 대화하나요…10명 중 6명 1시간 미만

    부부, 하루에 얼마나 대화하나요…10명 중 6명 1시간 미만

    부부가 대화하는 시간이 해가 갈수록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6명은 하루에 1시간도 대화하지 않았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여성가족부의 1~3차 가족실태조사를 분석해 작성한 ‘한국 가족의 변동 특성과 정책적 함의’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만 해도 부부가 1시간 미만으로 대화한다는 응답은 54%, 1시간 이상은 45%였다. 2010년에는 1시간 미만 대화가 56%로 증가했고, 1시간 이상은 43%로 소폭 감소했다. 2015년에는 부부간 대화 시간이 더 많이 줄어 1시간 미만으로 대화한다는 부부가 64%로 3분의 2에 근접했고, 1시간 이상은 35%로 내려앉았다. 갈수록 부부간 대화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다. 배우자와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부부의 비율은 2005년 1.5%, 2010년 1.2%, 2015년 1.7%로 미미한 증감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30대까진 부부가 많은 시간 대화하다가 40대부터 점점 대화가 줄고 퇴직 이후인 60대에 들어서면 다시 대화시간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5년 제3차 가족실태조사를 보면 1~2시간 대화한다는 부부는 20대가 36.5%, 30대 24.7%, 40대 17.3%, 50대 18.3%, 60대 이상이 22.8% 였다. 대화가 전혀 없다는 부부의 비중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40대(2.3%)와 50대(2.1%)에서 높게 나타났다. 통계층의 사회조사를 보면 부부관계 만족도(매우 만족+약간 만족)는 1998년 남성이 62%, 여성이 56%로 남성이 여성보다 6%포인트 가량 높았는데, 10년 후인 2018년에는 남성 76%, 여성 63%로 남녀별 만족도가 1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보고서는 “여성의 부부관계 만족도가 남성보다 저조하고 그 차이 또한 계속 벌어지는 것은 부부 간의 권력구조와 가사부담 등에 반영된 양성불평등적 구조, 부부간의 의사소통 부족 때문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소득수준도 부부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2018년 사회조사를 보면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정의 경우 부부관계 만족도는 60.8% 수준이었다. 반면 월 소득 200만~400만원 미만인 부부는 66.2~69.5%, 400만~600만원 미만 부부는 72.1~75.6%였고, 600만원 이상 가정의 부부관계 만족도는 79.4%로 가장 높았다. 연령 등 인구적 요인보다 경제적 요인이 부부관계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머리 다쳐 수술받은 5살…학대 정황에 20대 계부·친모 체포

    머리 다쳐 수술받은 5살…학대 정황에 20대 계부·친모 체포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 이송된 5살 남자아이에게서 학대 피해 정황이 발견돼 경찰이 계부와 친모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20대 남성 A씨와 20대 아내 B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전날 오후 1시쯤 주거지인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아들 C(5)군을 학대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부부는 당일 119에 “목말을 태워주다가 떨어뜨려서 아들이 다쳤다”며 신고했다. C군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뇌출혈 증상을 보였고,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C군은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C군을 치료한 병원 측은 아이의 볼에서 멍 자국이 발견되는 등 학대를 당한 정황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으로 출동한 경찰은 A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A씨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씨 부부는 경찰에서 “놀아주다가 실수로 C군이 다쳤다”면서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B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C군을 낳았고, A씨와는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으나 사실혼 관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C군은 수술을 받아 자가 호흡은 가능하지만 의식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A씨 부부를 상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손가락욕했다고 총 쏴 여섯 살 소년 숨지게 한 미 20대 둘 검거

    손가락욕했다고 총 쏴 여섯 살 소년 숨지게 한 미 20대 둘 검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고속도로에서 차로 시비를 벌이던 여성과 여섯 살 아들이 탄 자동차에 총격을 가해 소년을 숨지게 한 20대 용의자 둘이 사건 발생 보름 만에 체포됐다.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CHP)는 6일(이하 현지시간) 마커스 앤서니 에리스(24)와 윈 리(23)를 코스타 메사에 있는 그들의 집에서 검거했다고 LA 타임스가 전했다. 마침 희생된 에이든 레오스의 장례식이 거행된 다음날이었다. 두 사람은 100만 달러의 보석 증거금이 책정된 채 구치소에 수감돼 8일 법원에 출두할 예정인데 검찰은 두 사람을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은 원래 5만 달러 현상금을 내걸었으나 지역 정치인들과 카페 주인, 다른 주민들이 요르바 린다에 있는 유치원에 등원하다 참변을 당한 소년을 안타깝게 여겨 어느새 50만 달러로 불어났다. 조앤나 클루넌은 지난달 21일 아침 8시쯤 은색 셰보레 소닉을 운전해 오렌지 카운티의 55번 프리웨이를 달리고 있었다. 뒷좌석 카시트에 아들 에이든이 앉아 있었다. 모자의 자동차는 북쪽으로 향하는 카풀 차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나들목으로 나가기 위해 차선을 바꾸려 하자 에리스와 리가 탄 흰색 폭스바겐 골프 스포츠웨곤이 오른쪽에서 끼어들었고, 양보를 해달라고 손짓을 하는데도 자꾸 막자 조앤나가 손가락 욕을 했다. 그러자 흰색 세단에서 누군가 총을 쐈고 총알은 트렁크 왼쪽을 뚫고 카시트까지 뚫은 뒤 소년의 등을 맞혔다. 소년이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어머니는 갓길에 차를 급히 세웠다. 자녀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가던 레예스 발디비아 부부가 조앤나가 울며불며 차 밖으로 나오더니 뒷좌석의 에이든을 끌어낸 뒤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보고 차를 세웠다. 발디비아가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조앤나는 “차에서 사격을 받았다”고 답했고, 그제야 발디비아 부부는 소년의 몸에 피가 묻어 있음을 알아봤다. 목격자들의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한 응급요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옮겼는데 얼마 안 있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미군에서 복무했던 발디비아는 어린이가 총에 맞는 일은 정말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이유도 없고 정당화될 수도 없다.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보따리]“마흔살까지 10억 벌기가 목표” 아내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보따리]“마흔살까지 10억 벌기가 목표” 아내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4회 : 신혼여행 니코틴 살인사건 #‘보험에 따라온 이야기들’(보따리)은 보험 뒤편에 숨어 있는 사연을 하나씩 전해 드리는 시리즈입니다.2017년 4월 25일. 신혼여행 첫날 새벽, 우모(당시 22세)씨는 일본 오사카의 한 숙소에서 아내 A씨(당시 20살)의 왼쪽과 오른쪽 팔뚝 등에 주삿바늘을 찔렀다. 아내는 인체에 해가 없는 신경안정제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숨졌다. 우씨가 아내에 주사한 건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었다. 인면수심의 끔찍한 수법으로 세간을 분노케 했던 ‘신혼여행 니코틴 살인사건’이다. ●보험금 타내려고 20살 알바생과 결혼…범행 직후 태연히 ‘여행’ 카페를 운영하며 ‘서울시 7급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었던 우씨는 언뜻 평범한 20대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인생 목표’가 하나 더 있었다. 40살이 되기 전까지 10억원 넘는 돈을 모으겠다는 것이었다. 카페 매출이 월 100만원이었고, 모아둔 재산이 별로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현이 쉽지 않은 꿈이었다. 우씨는 2015년 9월, 자신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던 A씨와 연인관계가 됐다. 우씨에게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A씨를 보험에 가입시킨 뒤 살해해 자신이 보험금을 타 일확천금을 얻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는 일기장에 ‘A랑 싸우고 설득해서 보험에 가입시킨다. 예상금액 10억원’이라고 적었다. 우씨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끔찍한 계획을 하나씩 실행했다. A씨 사망 때 보험금을 자신이 받으려면 법적 배우자가 돼야 했다. 우씨는 2016년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A씨의 집에서 반대하자 이후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신했다고 거짓말하고, 혼인신고를 하기 전 반년 간 동거하기도 했다. 우씨는 이 기간에 다른 여자를 만났고, 심지어 이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A씨와 헤어지지는 않았다. 2017년 4월, A씨가 성인이 돼 부모 동의없이 법적 부부가 될 수 있게 되자 두 사람은 양가 가족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그리고 같은 달 우씨와 A씨는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우씨는 미리 얻어둔 니코틴 원액과 주사기를 챙겨 A씨와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공항에서 자신이 사망하면 A씨가 1억 5000만원의 보험금을 받고, A씨가 사망하면 자신이 5억원을 받는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류를 작성하다가 헷갈려 자신이 사망 시 A씨가 5억원, A씨가 사망 시 자신이 1억 5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가입했다. 오사카에 도착한 다음 날 새벽 아내를 살해한 우씨는 범행 직후에도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했다. 그는 혼자 관광하면서 일본 여성 두 명을 만나 스티커 사진을 찍고 노래방을 가기도 했다. 또 사망 사실을 A씨의 가족에게 즉각 알리지도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우씨는 사건이 터진 지 약 한 달이 지난 5월 20일 보험금을 타기 위해 보험사를 찾았다. “아내가 해외 여행 중 사망했으니 보험금 1억 5000만원을 내게 지급해달라”는 취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사고 경위에 의문을 품은 보험사 직원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수사기관에 넘겼다. 이 보험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익자를 본인으로 지정하고, 사망 보험금을 과다하게 설정하는 등 합리적 기준을 넘어선 계약을 했다면 사기 가능성을 의심해본다”고 말했다. ●“아내가 스스로 목숨 끊은 것”…일기장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법정에 선 우씨는 “아내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삶의 의지가 없던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삿바늘도 A씨가 자신의 팔에 직접 찔렀다고 주장했다. 자살교사 또는 자살방조죄로 처벌받을 수는 있지만, 살인죄는 아니라는 것이다.우씨는 아내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이유로 엄마와의 불화를 들었다. 심각한 가정불화 탓에 우울증을 앓았고 이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우씨는 아내가 사망 직전 엄마에게 보낸 음성 메시지를 근거로 들었다. 실제 아내 A씨는 음성메시지에서 “나가서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엄마도 이런 딸 없는 셈치고 잘 살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이는 우씨에 의해 기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안타까운 건 A씨는 숨지기 전 자신이 우씨와 사이에서 임신했을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신혼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휴대전화로 ‘임신 중 매운 음식 걱정되시나요’, ‘(남편 성인) 우씨 성을 가진 아기 이름, 예쁜 게 뭐가 있을까요?’ 등을 검색했다. 우씨도 일본여행을 떠나기 직전 A씨에게 “지금 당신 뱃속에 아이가 듣고 있을지 몰라 당신의 배를 쓰다듬어 줄게요. 히히!!”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모두 뱃속에 태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우씨가 꼼꼼히 기록해온 일기와 음성 메모는 범행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그는 2017년 1월 일기장에 ‘너무 쉽게 술술 풀리니까 함정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에 가서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무조건 잘해주고 헌신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동물을 어디서 찾을지가 제일 걱정이다. 어디에 (주사) 실험을 해봐야 하는데’ 등의 글을 남겼다. 또, 3월에는 ‘곧 오사카로 여행을 갈 생각이고, 삼단절벽에서 그녀를 찌를 예정이다. 3억 정도 돈이 나온다는데 그걸 은행에 넣으면 매월 50만원 정도 돈이 나온다’, ‘3억이면 중산층이라고 한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썼다. 집에 있는 살인 관련 책을 다 없앤다거나 여행 때 니코틴 원액을 꼭 챙겨야 한다는 등의 기록도 발견됐다. 또, 범행을 하고 일주일 뒤에는 ‘힘든 건 딱 하나, 보험금이 예상대로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란 내용의 일기도 썼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지자 우씨는 자신이 과대망상과 강박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과 2심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우씨는 끝까지 무고함을 주장하며 상고까지 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돼 결국 형이 확정됐다.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학대는 했지만 살인은 안 했다”...혐의 부인한 친모·계부

    “학대는 했지만 살인은 안 했다”...혐의 부인한 친모·계부

    친모 측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인정 안 돼”“학대 사실 알려질까 봐 제때 신고 못 해” 8살 딸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남편과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가 법정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3일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기소된 A(28·여)씨의 변호인은 “학대와 방임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한다”며 “학대 치사는 될 지언정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A씨의 남편이자 숨진 여아의 계부인 B(27·남)씨의 변호인도 지난달 4일 열린 첫 재판에서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성은 부인했다. 올해 3월 임신 상태에서 구속 기소된 A씨는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됐다가 지난 4월초 출산을 하고 다시 구치소에 수용됐으며, 이날 법정에는 첫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신생아를 안고 출석했다. 법정에서 그는 올해 3월 2일 8살 딸 C양이 숨을 제대로 쉬지 않는 것을 알고도 그동안의 학대 사실이 밝혀질까 봐 제때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B씨는 당일 오후 2시 30분쯤 퇴근해 화장실에 있는 C양을 발견했고, 이후 호흡과 맥박이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당일 오후 8시 57분에야 119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는 딸이 숨진 당일 찬물로 샤워를 하게 하거나 옷걸이로 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3월 기소된 이후 최근까지 재판부에 각각 8차례와 5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검찰은 A씨 전 남편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A씨 부부는 지난 3월 2일 인천시 중구 운남동의 한 빌라에서 딸 C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C양은 얼굴·팔·다리 등 몸 곳곳에 멍 자국이 난 채 사망했으며,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온몸 여러 부위에 손상이 있다”며 “뇌 손상 여부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밝혔다. 사망 당시 C양은 영양 결핍이 의심될 만큼 야윈 상태였다. 몸무게는 또래보다 10㎏가량 적은 15㎏ 안팎으로 추정됐고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A씨 부부의 학대는 2018년 1월부터 시작됐다. C양이 냉장고에서 족발을 꺼내 방으로 가져간 뒤 이불 속에서 몰래 먹고는 족발 뼈를 그냥 버렸다는 이유로 1시간 동안 양손을 들고 벽을 보고 서 있게 했다. 이후 지난 3월 초까지 거짓말을 한다거나, 대소변 실수를 했다며 주먹이나 옷걸이로 온몸을 때리는 등 35차례나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부터는 C양에게 반찬 없이 맨밥만 주거나 하루나 이틀 동안 식사나 물을 전혀 주지 않고 굶기기도 했다. 이에 C양은 지난해 12월부터 밥을 스스로 먹지 못하고, 얼굴색도 변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딸 C양의 사망 이틀 전에도 밥과 물을 전혀 주지 않은 A씨는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까지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시간 동안 딸의 몸에 있는 물기를 제대로 닦아주지 않고 방치했고,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C양을 보고도 B씨는 아들 D(9)군과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교회 베이비박스에 딸 두고 사라진 20대 부부 집유

    교회 베이비박스에 딸 두고 사라진 20대 부부 집유

    교회 ‘베이비박스’에 생후 2개월 된 딸을 두고 도망친 20대 부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26·남)씨와 그의 아내 B(26)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부부는 지난 2015년 1월 서울 관악구 한 교회 앞 베이비박스에 태어난 지 2개월 된 딸 C양을 두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데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아기를 계속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 베이비박스는 자녀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교회 측이 마련한 상자다. 이 판사는 “피고인들은 딸이자 신생아인 피해 아동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유기해 죄책이 무거워 징역형을 선고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아기에 대한 출생신고를 했고 유기 장소가 비교적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며 “잘못을 깊이 반성한 피고인들의 재범을 막고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결혼도 출산도 다 필요 없다”… 20대 절반이 지운 이름 ‘가족’

    “결혼도 출산도 다 필요 없다”… 20대 절반이 지운 이름 ‘가족’

    지난해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의 비중이 늘고,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뤄진 전형적인 가족 비율이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20대를 중심으로 비혼독신이나 무자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지는 등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9월 전국 1만 997가구 대상으로 진행해 30일 공개한 ‘2020년 4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30.4%로 나타났다.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15.8%, 2015년 21.3%로 계속 상승해 왔으며 2015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9.1% 포인트 올랐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 비중은 31.7%로 2015년 44.2%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1인 가구 구성원은 50대 이상 고령층이 61.1%를 차지했다. 월 소득이 50만∼100만원 미만(25.2%), 100만원대(25.0%)에 불과한 저소득 가구가 많았다. 성별로는 여성(53.0%)이 남성(47.0%)보다 많았다. 지출 중 가장 부담되는 항목은 주거비(35.7%), 식비(30.7%), 의료비(22.7%) 등이라고 응답했다. 이정심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1인 가구의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한 생애주기별 정책 설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고독·고립 방지를 위한 사회관계망 지원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앞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가 확산할 것으로 보고, 법 개정과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국민 인식 조사에서 비혼독신(34.0%), 비혼동거(26.0%), 무자녀(28.3%)에 대한 동의율이 모두 2015년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모든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대의 절반가량이 비혼(53%), 비혼동거(46.6%), 무자녀(52.5%)에 동의했다. 방송인 사유리처럼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출산에 대한 평균 동의 비율은 15.4%로 2015년보다 5.9% 포인트 올랐다. 20대는 23.0%로 전체 평균 동의율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사실혼이나 비혼동거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률은 35.7%로 집계됐다. 20대는 42.9%가, 70세 이상은 27.8%가 찬성했다. 명절문화, 제사, 가부장적 가족호칭 등에 대해선 확실한 세대차가 드러났다. 부부가 각자 가족과 명절을 보내는 데 대해 20대 이하는 48% 이상 동의했지만, 70세 이상 동의율은 13%에 그쳤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대해 20대의 63.5%가 동의한 반면, 70세 이상은 27.8%만 동의한다고 했다. 가정생활에서 양성평등도 여전히 요원했다. 시장 보기, 식사 준비, 청소 등 가사노동을 아내가 한다는 응답은 70.5%,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하는 비율은 26.6%, 남편이 한다는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가짜 신분으로 보모 취업 후 아이들 납치한 호주 여성에 “징역 2년형”

    가짜 신분으로 보모 취업 후 아이들 납치한 호주 여성에 “징역 2년형”

    에밀리 피트, 린제이 코플린, 다코타 존슨, 조지아 매콜리프, 하퍼 헤르난데스, 하퍼 하트 등등은 호주의 악명 높은 사기꾼이자 어린이 납치범인 서맨사 아조파디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써온 가명들이다. 호주의 여러 주는 물론 아일랜드, 캐나다 등에서도 남의 아이들을 훔치는 끔찍한 짓을 계속해온 아조파디는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멜버른 지방법원에서 입주 보모로 취업하기 위해 서류를 위조하고 생후 10개월 아기와 네살배기 아이를 빅토리아주 전역을 끌고 다닌 혐의로 징역 2년형이 선고됐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순회 판사 조핸나 멧카프는 “기괴한 범죄”의 동기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돈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유명해지고 싶어 그러는 것 같다고 했다. 변호인들은 그녀가 심각한 정서 불안을 진단받았으며 의사 환각이란 희귀한 정신장애를 갖고 있으며 강박적으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고 했다. 일종의 심신 미약을 주장한 셈이다. 그녀에게 특별한 처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은 툭하면 지연됐다. 과거에도 아조파디는 성매매 희생자인 척했다. 스웨덴 혈통의 러시아 기계체조 선수였는데 온 가족이 자살과 살해로 세상을 떠나 혼자만 남겨졌다고 떠벌였다. 20대부터 30대 초까지 10대인 척 행동했다. 깡마른 몸애에 목소리도 나긋하고 무엇보다 손가락을 초조하게 씹는 연기를 했다. 몇년 동안 당국과 트러블이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추방된 적도 많았고, 짧게 수감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엽기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 재판에서 다룬 사건은 2019년 빅토리아주 길롱에 사는 프랑스 부부에게 18세 사카라고 속여 환심을 산 뒤 아이들을 피크닉에 데려간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200㎞ 떨어진 벤디고로 데려갔다가 결국 경찰에 발각됐다. 백화점에서 체포되기 직전에 그녀는 근처 상담센터를 찾아가 임신한 10대인 척 행세했다. 여학생 교복을 입고 나타났으며 미리 전화를 걸어 아빠인 양 상담 예약을 잡기도 했다. 이전에도 아조파디는 호주의 유명 농구선수 톰 저비스와 변호사에서 나중에 인생 상담 코치로 변신한 아내 제제의 보모로 취업해 일년 가까이 일했다. 부부는 온라인으로 그녀를 소개받았으며 처음에는 전적으로 신뢰했다고 했다. 브리스번에서 멜버른으로 이사한 부부를 따라와 일할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그녀가 제제의 신분을 도용해 캐스팅 에이전트 행세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2세 소녀와 친해져 픽사 영화의 더빙 성우로 취업시켜줄 수 있다고 꼬드겼다. 아일랜드 경찰 수사관 데이비드 갤러거는 2013년 10월 더블린에서 아조파디와 기묘하게 맞닥뜨렸다. 누구도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지역 언론에 더블린의 종합우체국(GPO) 앞에 버려졌다며 ‘GPO 소녀’로 다뤄졌다. 정신이 없는 듯하고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아 경찰은 성매매 피해자인 것으로 오해했다. 나이를 물으면 손가락으로 열넷이라고만 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 TV 동영상을 샅샅이 살펴보고 탐문 수사를 이어갔다. 아동보호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실종자 찾기 본부, 인터폴, 유전자 데이터 베이스, 이민국, 가정폭력과 성폭행 피해자 돌봄센터 등도 샅샅이 뒤졌다. 치열 교정의 흔적도 있어 전국의 치과의사들에게도 그녀를 아는지 문의했다. 갤러거는 나이를 의심하는 이들이 늘 있었으나 그녀가 나이를 속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린이 병원에 가서도 먹지도, 얘기하지도 않았다. 고등법원의 특별 허가를 받아 사진을 공개했는데 아일랜드에 처음 왔을 때 머무른 가족이 알아봤다. 결국 호주로 송환됐다. 그녀의 신원을 밝혀내기 위해 숱한 시간과 인력이 낭비됐고 가짜 제보를 확인하느라 헛수고를 했다. 경찰끼리도 계속 조사를 해야 하느냐를 놓고 의견 충돌을 빚기도 했다. 정신병원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의료진 판단으로는 그럴 일이 아니란 것이었다. 이듬해 그녀는 캐나다 캘거리에 나타났다. 아일랜드와 비슷한 얘기가 되풀이됐는데 이번에는 그녀가 스스로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오로라 헵번이며 14세에 성폭행 피해자이며 납치범으로부터 달아나 당시는 26세라고 했다. 여러 주 수사 인력이 달라붙어으나 누군가 아일랜드 얘기를 알게 돼 그쪽과 연락을 했더니 동일인이었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다시 송환됐다. 아일랜드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찰이 에스코트했는데 그녀는 이를 즐기는 것 같았다. 취재진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 것이 그 증거였다. 비슷한 얘기는 널려 있다. 미국인 배낭여행객 에밀리 뱀버거는 일간 쿠리어에 2014년 시드니에서 만난 아조파디가 자신을 맘대로 조종했다고 털어놓았다. 캐나다로 건너가기 얼마 전 일이다. 스웨덴 왕가 출신 안니카 데커라며 어렸을 때 납치를 당했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퍼스의 한 가정에는 러시아 체조선수였다며 온가족이 프랑스에서 자살과 살해 극으로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혼자 힘으로 학교에 들어가고 위탁 육아 가정들을 전전했다고 복지 당국을 속여먹었다. 문제는 아조파디가 일년 이상 수감돼 있었고, 반년 정도는 재판 전 구금됐기 때문에 머지 않아 가석방을 신청해 다시 사회로 나와 비슷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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