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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 전문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어 15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다음은 공동성명 전문. 『1.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2014년 10월 23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다. 동 회의는 척 헤이글 미합중국 국방부장관과 한민구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이 공동 주재하였으며, 양국의 국방 및 외교 분야의 고위 관계관들이 참석하였다. 동 회의에 앞서 2014년 10월 22일 미합중국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 대장과 대한민국 합참의장 최윤희 대장은 제39차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를 주재하였다. 2. 양 장관은 2009년 6월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에 기초하고, 2013년 5월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에서 재확인되었던 공동의 가치와 상호 신뢰에 기반한 양자·지역·범세계적 범주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는 양국 정상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2010년도 제42차 SCM에서 합의한 ‘한·미 국방협력지침’에 반영된 바와 같이 한반도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21세기 지역 및 범세계적 안보를 위한 협력을 증진하는 등 동맹협력의 범위와 수준이 지속적으로 확대·심화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재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양 장관은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가 안보정책구상회의(SPI),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 전략동맹 2015 공동실무단회의(SAWG), 미사일대응능력위원회(CMCC) 등 다양한 한·미 국방대화 회의체를 조정·통합하고 고위 정책적 감독을 제공함으로써 동맹 목표 추진을 보장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결론적으로, 양 장관은 앞으로 한미 국방통합협의체(KIDD) 회의를 중심으로 보다 활발한 양자 안보협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3. 양 장관은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이의 확산 활동을 포함한 정책과 도발이 지역 안정 및 범세계 안보와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한·미 양국의 확고한 인식을 재강조하였다. 양 장관은 최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행위가 일련의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으로서 강력히 규탄하였으며,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실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북한의 2014.3.30.자 성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북한이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상 공약을 완수하고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1874호, 2087호와 2094호 상의 의무를 준수해야 함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경수로 건설 및 5MW 원자로 재가동 등 영변에서의 핵 관련 활동을 포함한 핵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즉각 중지하고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적극 이행해나가는데 있어서도 긴밀한 공조를 계속해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4. 양 장관은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대한민국을 방위한다는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임무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상호 안보 증진에 대한 양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특히 북한의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2012년 4월과 1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의 안보환경을 감안시 동맹의 대비태세 과시를 위해 한반도에서의 연합훈련 지속 실시 필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어떠한 형태의 북한의 침략 또는 군사적 도발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 양국이 공동의 결연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데 있어 양국의 미래 이익을 위해 계속해서 긴요함을 재확인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연합전력의 충분한 능력을 확고히 유지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였다. 헤이글 장관은 한반도에 배치된 전력뿐만 아니라 세계전역에서 가용한 미군 전력·능력을 사용해 대한민국을 방위한다는 미합중국의 단호하고 확고한 공약을 재강조하였다. 양 장관은 완벽한 전투능력을 갖춘 미군 전력의 한반도 순환배치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고한 안보공약을 현시하고, 한반도에서의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헤이글 장관은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강조하였다. 양 장관은 양국군이 전시 한·미 연합사단을, 이를 위해 평시에는 연합 참모단을 편성하기로 결정한 점에 주목하고, 연합사단이 전술적 수준에서 연합전투태세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임에 공감하였다. 양 장관은 심화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수행전력을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증강 계획이 완성되고 검증될 때 까지 한강 이북 현 위치에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수행전력은 한국군의 동 전력증강계획이 완성 및 검증되면 평택 캠프 험프리 기지로 이전할 것이다. 한민구 장관은 2020년 경까지 개전 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국군의 대화력전 전력증강을 완료하기로 약속하였다. 5. 양 장관은 양국군이 한반도에서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계획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으며, 이러한 군사적 계획이 잠재적인 위기상황 하에서 한미동맹의 효과적 대응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양 장관은 서북도서 및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의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대비하기 위해 연합연습 및 훈련을 지속 증진시켜 나가고 연합 대비능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NLL이 지난 60여년간 남북한 간의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북한이 NLL의 실질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였다. 아울러, 양 장관은 정전협정과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6. 헤이글 장관은 미합중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강화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의 신뢰성, 능력,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양국의 ‘북한 핵·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의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장관은 맞춤형 억제전략 TTX가 맞춤형 억제전략에 대한 동맹의 이해를 제고하고 상황별 정치·군사적 대응절차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양국은 앞으로도 북한의 주요 위협에 대한 억제의 맞춤화를 달성하고 억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억제 관련 사안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유지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7. 양 장관은 핵·화생탄두를 포함한 북한 미사일 위협을 탐지, 방어, 교란, 파괴하기 위한 ‘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개념 및 원칙’의 정립을 통해 북한 미사일 위협을 억제 및 대응하는 동맹의 능력을 강화시켜 나가자는 약속을 재확인하였다. 한민구 장관은 ‘대한민국이 독자적이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핵심군사능력이며 동맹의 체계와 상호 운용 가능한 킬 체인(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2020년대 중반까지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양 장관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공유를 강화시켜 나기기로 하였다. 양국은 북한의 핵·WMD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동맹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8. 양 장관은 평화유지활동, 안정화 및 재건 지원,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조를 통한 협력을 포함하여, 상호 관심사항인 광범위한 범세계적 안보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긴밀한 동맹의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한·미 생물방어연습(Able Response)을 통해 질병, 테러 등 다양한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음을 강조하고, 이 분야에서 보다 활발한 양자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헤이글 장관은 아덴만에서의 해적퇴치 노력과 레바논에서의 유엔 평화유지활동, 남수단 재건지원에 대한 대한민국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였다. 아울러, 헤이글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에 대해서도 사의를 표하였다. 9. 양 장관은 우주 및 사이버 공간의 보호 및 접근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 및 우주 시스템 안보를 비롯한 핵심 인프라 역량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양국은 연합연습 강화, 정보공유 활성화 등 상호 관심사항들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금년에는 ‘한미 국방부간 우주상황인식 서비스와 정보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증가하는 우주 위험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하였다. 사이버정책실무협의회는 사이버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태세를 증진하기 위해 정보공유, 사이버 정책, 전략, 교리, 인력, 연습에 대한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10. 양 장관은 커티스 스카파로티 한·미 연합군사령관으로부터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상시 전투태세(Fight Tonight)’의 능력과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어떠한 도발, 불안정 사태 또는 침략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요지의 MCM 결과를 보고 받았다. 11. 지속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역내 안보환경의 변화에 맞춰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미군 주도의 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연합방위사령부로 대한민국이 제안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양 장관은 적정한 시기에 안정적으로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한 양국의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조건에 기초한 접근 방식이 대한민국과 동맹이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하고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 전작권이 대한민국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장한다고 확인하였다. 양국 국가통수권자들은 SCM 건의를 기초로 전작권 전환에 적정한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필수 최소 규모의 인원과 시설을 포함한 연합사령부 본부를 현재의 용산기지 위치에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전략동맹(SA) 2015를 대체할 새로운 전략문서를 제47차 SCM까지 공동 발전시킬 것을 결정하였다. 12. 양 장관은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반환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러한 노력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양 장관은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 유지하고 사업상에 제반 도전 요인을 최소화 해 나가면서 적시에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공동환경평가절차(JEAP)를 통한 기지 반환을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동의하였다. 13. 양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2014년 5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논의된 대로 한·미·일 정보공유방안을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14. 양 장관은 2014년부터 2018년간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을 환영하면서 방위비 분담이 한반도에서의 연합방위능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평가하였다. 헤이글 장관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환경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데 대해 사의를 표명하였다. 양측은 방위비분담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최근 합의된 제도개선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15. 한민구 장관은 헤이글 장관에게 미합중국 정부가 자신과 대한민국 대표단에 보여준 예우와 환대 그리고 성공적인 회의를 위한 훌륭한 준비에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하였다. 양 장관은 제46차 SCM과 제39차 MCM에서의 논의가 한·미 동맹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으며, 양국 간 국방관계의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을 증진시켰음을 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제47차 SCM을 2015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연합뉴스
  • 43년 만에 ‘애기봉 등탑’ 철거

    군 당국이 경기 김포의 해병 2사단 애기봉 전망대에 설치된 등탑을 43년 만에 철거했다. 남북한은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애기봉 등탑에서 점등행사를 할 것인지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30일로 제의한 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국방부 시설단이 지난해 11월 각급 부대의 대형 시설물 안전진단을 한 결과 애기봉 등탑이 D급 판정을 받았다”면서 “철골 구조물의 하중으로 지반이 약화돼 강풍 등 외력에 의해 무너질 위험이 있어 지난주 철거했다”고 밝혔다. 18m 높이의 이 등탑은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의 애기봉(해발 165m) 전망대에 1971년 세워졌다. 북한지역과 불과 3㎞ 떨어져 있어 등탑에 불을 밝히면 개성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애기봉 등탑 점화 행사는 2004년 6월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 활동을 중지하기로 한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 하지만 군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발생하자 같은 해 12월 21일 종교단체의 등탑 점등 행사를 다시 허용했다. 군 관계자는 “계획된 일정에 따라 철거했을 뿐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남북한 간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앞서 지난 21일 일부 보수단체가 계획 중인 대북전단 살포 계획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이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혀 이를 저지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늘의 눈] 사랑의 공화국, 그리고 기레기/조태성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사랑의 공화국, 그리고 기레기/조태성 국제부 기자

    “사장님은 KBS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읽는 내내 씁쓸했지만 이 대목에선 그만 박장대소했습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이명박 정권 시절에 KBS에서 쫓겨난 과정을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에다 자세히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정 전 사장은 사퇴를 종용하기 위해 뛰어다닌 인사들이 ‘정권의 뜻’을 들먹이며 늘 하는 소리가 바로 이 사랑 타령이라 했습니다. ‘미션’을 받아오는 사람마다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 얘기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반복하는지 신기하다고도 했습니다. 사람 가리지 않는 사랑, 국경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요즘 국제뉴스를 장식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이런 사랑이 나옵니다. 너무 심한 왜곡보도로 유럽연합(EU) 제재대상에 이름을 올린 드미트리 키셀레프입니다. 원래는 ‘꼴통’ 방송 진행자 정도였는데 그런 그를 ‘로시야 세고드냐’라는 국영방송사 사장으로 발탁했답니다. 조국의 이 크나큰 사랑, 보답해야지요. 취임 직후 보도국에 내린 지침이 이랬습니다. “러시아는 우리의 사랑이 필요하다.” 이 사랑, 궁금하지 않은가요. 얼마나 대단한 사랑이길래 유력 정치인이나 재계 거물도 아닌데 EU 제재 대상에 자기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까요. 가디언 보도 가운데 한 대목만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말레이시아민항기가 격추되자 미국이 러시아를 배후세력으로 지목했습니다. ‘사랑의 방송국’이 내놓은 논평은 이랬답니다. 2012년 멕시코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늦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좀 기다리게 했나 봅니다. 푸틴은 정상회담 상습 지각생으로 유명하지요. 러시아를 격추범으로 지목한 건, 이 지각에 대한 오바마의 복수라는 겁니다. 복잡하고 오랜 지정학적 투쟁, 2차대전 당시 나치 부역과 빨치산 투쟁의 아이러니, 애꿎게 하늘에 흩뿌려진 298명의 생목숨 같은 건 모두 사라지고 남은 건 막장드라마 같은 얘기뿐입니다. 이 정도 위대한 사랑이라면 제재 대상에 오른 건 오히려 훈장일 겁니다. 이런 사랑, 우리도 낯설지 않습니다. ‘기레기’(기자 + 쓰레기)란 말이 증거입니다. “지금 많은 지식인들이 미디어를 깔보며 미디어가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지만 루쉰 시대의 미디어도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미디어를 이용해서 진정한 공공공간을 창출해냈습니다. 이 경험은 우리가 종합해볼만 합니다. 미디어는 항상 정치 경제 문화의 강한 힘에 의해 움직이고 그래서 공공성도 형체 없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디어를 거부하고 미디어를 쫓아낸다고 우리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루쉰 연구로 유명한 중국학자 왕후이가 ‘절망에 반항하라’(글항아리 펴냄)에다 써놓은 대목입니다. 제도권 언론을 기레기라 욕하는 것을 넘어서자는 제안입니다. 그들의 사랑을 우리의 더 큰 사랑으로 이기자는 얘깁니다. 더 큰 사랑은 뭘까요. 잘은 몰라도, 그 사랑을 고민하는게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이기도 할 겁니다. cho1904@seoul.co.kr
  • “남북 2차 접촉 지장 없길”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지난 15일 있었던 군사 당국자 간 접촉 결과를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남의 태도를 비난한 것과 관련, “(북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해 왔으며 성실하게 진정성을 갖고 했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은 없었다”고 19일 말했다. 주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2차 고위급 접촉의 성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2차 고위급 접촉은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때 있었던 남북 오찬 확대회담에서 합의된 것이므로 지장 없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핵무기나 인권 등 북한이 민감해하는 이슈를 거론한 배경에 대해서는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국제사회의 문제이며 북한도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능동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래서 국제사회도 알아야 하고 함께 걱정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17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박 대통령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족은 때때로 다툴 수 있지만 언제든 화해하고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남북 화해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다고 공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북아 평화와 화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 한국 방문 이후에 그렇게 되도록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北 기습에 뒷북… “2차회담 주도권 뺏겼다” 우려

    북한이 지난 15일 열린 군사당국자 접촉 협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고위급 접촉의 전도가 위태롭다”고 압박을 가하면서 남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힘겨루기에 나선 형국이다. 북한이 천안함 피격 사건 및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결국 오는 30일로 제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이 무산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비밀주의 행보로 일관하다 북한의 기습적 공개에 따라 뒤늦게 시인하는 등 주도권을 뺏기고 스스로 궁지에 몰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 대한 북측의 태도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리 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귀측에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전달했다”면서 “북측은 입장 변화가 없었고 이에 대해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가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의 전제조건이라는 우리 정부 입장에 반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밤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의 전말을 기습적으로 공개한 것은 남북회담의 진행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2011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과 가진 남북 비밀접촉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접촉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심지어 남측 대표가 자신들에게 돈 봉투를 내밀었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우리 정부가 이를 부인하자 북한은 녹음기록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반발 수위를 높여 놓은 상황이라 만약 탈북자 단체들의 삐라 살포 등이 이어진다면 남북 관계가 지난 4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의 방한 이전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은 16일 “남조선 당국은 온 겨레가 엄한 시선으로 차후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관계 호전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남북한은 회담의 의제와 격을 놓고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측은 15일 서해에서 교전수칙을 수정하자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이를 무력화하려 했다. 하지만 회담 상황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석연치 않은 내용이 적지 않았다. 2차 고위급 접촉의 성사를 위해 합의도 안 된 남북 간 회담 내용을 전부 밝히기 어렵다는 설명이지만, 북한의 ‘입’을 통해 회담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현 대북정책의 난맥상과 전략부재를 보여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사령탑인 청와대 국가안보실(NSC)의 무능과 통일부의 미약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상황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라시아 동서 잇기 위해 끊어진 고리 北 연결해야”

    “유라시아 동서 잇기 위해 끊어진 고리 北 연결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북한을 ‘유라시아의 끊어진 고리’로, 통일 한반도를 ‘탄탄한 고리’로 비유하며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아셈)에 참석, 전체회의 제2세션의 선도 발언을 통해 “유라시아 서쪽과 동쪽을 하나의 대륙으로 잇기 위해선 고리가 끊어져 있는 북한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나가 된 한반도는 아시아와 유럽의 연계를 완성하는 탄탄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아셈 회의에 참석한 유럽과 아시아 정상들에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하루속히 핵을 버리고 폐쇄된 문을 열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을 윤택하게 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길로 나서야 한다”며 “북한이 닫힌 문을 열고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서도록 아시아와 유럽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 등에도 불구하고 제2차 고위급 접촉 등을 통해 남북 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북핵 폐기와 북한의 개방, 북한 인권 개선 등 큰 틀의 대북정책 기조는 원칙대로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아셈 선도 연설을 통해 유라시아 복합 교통·물류 네트워크 심포지엄 등 아시아·유럽 역내 국가에 신규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유라시아 복합 교통·물류 네트워크는 철도 등 교통망과 에너지 인프라를 연계함으로써 유라시아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하자는 제안으로, 동북아 운송시장을 통합하는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현재 유라시아에서는 중앙아시아 국가 주도로 육상 교통망을 연결하는 유로~아시안 교통망 프로젝트가 10여년 이상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역시 ‘신실크로드 벨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유사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관련, 유라시아 복합 교통·물류 네트워크 심포지엄을 내년 상반기에 개최할 것을 아셈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6년 20주년을 맞는 아셈의 재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유라시아 복합 교통·물류 네트워크 심포지엄 ▲초고령사회 노인 인권 증진 협력사업 ▲아셈 정부 간 협력사업 이행평가 지표 마련 등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발병 지역에 한국의 보건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한 데 이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도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체결에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 4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에 따른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진행 상황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밀라노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北 “황병서- 김관진 대화 요구했다”… 군사 접촉 진실게임

    남북 2차 고위급 접촉이 예정된 가운데 앞서 진행된 군사당국자 간 접촉의 ‘회담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2차 고위급 접촉을 앞둔 ‘탐색전’이 ‘신경전’ 양상으로 번지며 책임 소재를 놓고 향후 논란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는 16일 오전 북한이 지난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발생한 남북 함정 교전 직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명의의 전통문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낼 때 ‘긴급 단독 접촉을 갖자’는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전통문에 ‘긴급’, ‘단독’이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북한이 ‘황병서-김관진’의 직통 라인으로 직접 얼굴을 맞대는 회담을 원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오후 이 같은 우리 측 설명에 대한 반론 성격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성사 과정을 밝히는 내용의 ‘공개보도’를 통해 지난 7일 남북 함정 간 상호 총격 직후 김관진 실장에게 ‘각서’를 보내 “이번 사태를 수습할 목적으로 귀하와의 긴급 단독 접촉을 가질 것을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북측이 8일 오전 1시 23분과 10일 오전 7시 10분에도 각서를 보냈다”며 “남측에서는 10일 오전 8시 25분에 긴급 접촉 요구에 응하겠다는 회답 전문을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이날 당시 남북 간 협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적절치 않다고 밝히자, 북한이 오히려 관련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이 ‘황병서-김관진’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는 것은 NLL에서의 남북 함정 교전을 북측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지전 수준의 교전이 자칫 불필요하게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이 김 실장과 단독 면담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더불어 군사당국자 접촉의 주체와 성격 등을 둘러싼 남북 간 이견이 향후 2차 고위급 접촉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군사 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 중지나 대북 전단 살포 문제 등의 의제에 대한 남북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지만 탐색전을 한 차례 마무리한 만큼 2차 접촉에서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를 ‘진행형’의 모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서로가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는 인정하고 같은 점을 추구한다)의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남북 판문점 군사접촉] 정부, 남북관계 비밀주의로 전환하나

    정부가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과 2차 고위급 접촉 관련 사안을 극비리에 진행하며 ‘투명성’을 강조해 온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까지 과거 정권들이 비밀리에 대북 접촉을 했던 사실을 부각시키며 “우리는 다르다”고 차별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15일 군사 접촉이 개최된 사실은 이날 오후 늦게 국방부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됐다.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비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간 통일부를 통해 정부가 앞서 지난 13일 북한에 2차 고위급 접촉 날짜를 제의한 사실도 밝혀졌다. 전날까지도 정부는 제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북한에 날짜를 제의할 때 관련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고 했던 통일부는 이날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면 말하겠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남북 대화에서 비공개를 요구해도 받아 주지 않았다. 실제 지난 2월 1차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말자고 제의했지만, 우리 측은 이를 거절하고 관련 내용을 국민에게 알렸다. 당시 정부는 과거 남북이 비밀리에 만나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가 이 같은 방침에 스스로 균열을 낸 것은 원칙론을 통해 남북 관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통일대박론’을 시작으로 남북문제를 국정의 화두로 제시했지만 현재까지 성과가 없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대북정책의 투명성이란 원칙론을 강조하기보다 물밑 접촉 등 비공식 접근이 임기 내 남북 관계에서 성과를 도출하는 데 보다 유리하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관계가 예민한 상황에서는 공개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줄지 조금 더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남북 판문점 군사접촉] 천안함 폭침 주도 김영철 등장… NLL·대북전단 입장차 확인

    [남북 판문점 군사접촉] 천안함 폭침 주도 김영철 등장… NLL·대북전단 입장차 확인

    남북한 군 당국이 15일 판문점에서 비공개 군사 접촉을 가진 것은 정부가 오는 30일 개최하자고 제의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앞둔 사전 정지 작업이자 일종의 전초전 성격을 지닌다. 여전히 큰 상호 입장 차를 확인했지만 남북 군 당국이 3년 8개월 만에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조율했고, 무엇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서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접촉의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 7일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간 함포 사격을 주고받은 사건이다. 북한이 이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여겼다는 방증으로 북한은 우리 함정이 북측 함정을 조준해 격파사격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접촉이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라인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북한 수뇌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접촉은 소장급 장성이 수석대표를 맡아 온 기존의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과 달리 북측 수석대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직보할 수 있는 측근 김영철 정찰총국장(대장)이라는 점이다. 김 제1위원장의 대화 의지를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측 대표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으로 김 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중용한 군내 대표적인 정책통이다. 남북 협상의 베테랑들이 포함된 남북 대표단이 5시간 가까이 군사 문제를 포함해 남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에 차기 회담 등의 일정에 대한 별도의 합의 사항은 없었다”면서도 “남북 상호 간에 관계 개선 의지를 갖고 진지하게 협의하는 분위기였지만 양측 입장 차가 있어 좁히지 못한 채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접촉의 핵심 의제인 서해 NLL과 대북전단 살포, 상호 비방 중단 문제는 애초에 한번의 군사 접촉으로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특히 북한이 이날 우리 함정의 진입 금지를 요구한 ‘서해 경비계선’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이다. 북한은 현재의 NLL에서 훨씬 남쪽으로 경비계선을 설정해 놓고 자신들이 지정한 두 개의 수로로만 입·출항할 것을 주장해 왔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가 NLL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판단해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북한은 이날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취해진 5·24제재 조치 해제도 요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변인은 “우리 측은 천안함, 연평도 문제에 대해 북측 책임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며 원칙론을 견지했음을 시사했다. 5·24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남북한의 논의와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향후 예정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이미 합의된 사항이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오늘 접촉의 결과는 별 영향을 못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나 NLL에서의 군사 대결 등의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2차 고위급 접촉 전망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남북, 우발적 충돌 막을 방안 강구하라

    어제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은 논의 내용과 별개로 남북한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이달 초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방문과 뒤이은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총격전, 그리고 우리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따른 북측의 고사총 발포 등이 이어지면서 남북 관계가 반전을 거듭하던 터에 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임에 틀림없다. 당장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열기로 남북이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할 것이다. 어제 회담에서 남북은 지난 7일 있었던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과 이에 따른 남북 간 포격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북의 연평도 포격 이후 첫 교전으로까지 평가되는 이 사건은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잇단 경고사격에도 북 경비정이 불응하자 우리 해군은 즉각 76㎜ 함포사격을 실시했고, 뒤이어 해성 미사일을 발사하려 하자 북 경비정이 이를 눈치 채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마땅히 취할 대응이긴 하나 우리 군이 미사일을 쏘고, 이에 북 경비정이 격침됐다면 어렵게 조성돼 가던 남북 간 대화 모드는 그날로 파탄 나고 추가 무력충돌의 긴장 국면에 휩싸이면서 한반도의 시계는 제로가 됐을 것이다. 어제 회담이 특히 고무적인 것은 북측 주도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북은 NLL 충돌 직후 우리 측에 전통문을 보내 비공개리에 군사 대화를 갖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어제 회담을 비공개로 추진한 데 대해 야권 등에서는 남북 대화의 투명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비난하고 있으나, 자칫 섣부른 공개로 대화 자체가 무산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 등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함구를 비판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투명성 원칙이 요구하는 것은 남북 간 모든 현안을 사전에 일일이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라도 남북 간 접촉의 진상을 숨김 없이 밝혀 국내 정치 등에 이용하거나 역사에 부담이 될 부당한 뒷거래를 막도록 하자는 취지인 까닭이다. 회담 비공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북측의 비공개 대화 요구가 있었다는 점이지, 이를 수용한 우리 정부를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당국 간 대화를 그저 남남 갈등에 활용할 선전전으로 생각했다면 북이 굳이 회담 비공개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북측의 대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3년 8개월 만에 재개된 군사회담인 만큼 첫술로 배를 불릴 수는 없다고 본다. 어제 회담만 해도 북측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서해 경비계선’ 내 남측 함정 진입 금지,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언론을 포함한 비방 중지 등 제 요구만 쏟아낸 채 합의 없이 끝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계속돼야 하며, 이를 통해 반 발짝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양측 군 당국이 중시해야 할 점은 우발적 무력 충돌에 의한 확전 가능성이다. 무엇보다 북측은 우리 군의 원점타격 방침을 허투루 보는 일이 없어야 하며, 이를 전제로 한 확전 방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러 차례 논의만 됐을 뿐 성사되지 않은 남북 당국 간 핫라인 개설이 가장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 것이다. 남북 군사대화 정례화로 남북 공동의 위기관리체계를 갖추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 朴 “전쟁중에도 대화 필요”… 北 도발에도 2차접촉 성사 의지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 朴 “전쟁중에도 대화 필요”… 北 도발에도 2차접촉 성사 의지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최근 북한의 도발과 공세에 ‘전향적인 제안’으로 대응했다.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교류를 봉쇄해 온 5·24 조치를 공식 석상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언급하며 2차 고위급 접촉 시 의제로 올려놓자고 전격 제안한 것이다. 포괄적 대북 제재인 5·24 조치가 남북대화의 본격적 물꼬의 최대 장애물이란 인식과 함께 최근 북한의 도발이 대화의 판을 근본적으로 깨자는 차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고 언급한 것도 북한에 적극적인 대화의 손길을 내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으로 ‘공’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형국이 됐다. 앞서 북한은 고위급 3인방의 전격 방남(訪南)으로 남북 간 대화모드를 조성한 뒤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고위급 회담 개최의 공을 우리 쪽에 떠넘겼다. 이날 박 대통령이 5·24 조치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천명함과 동시에 통일부가 전단 살포 제지까지 시사함으로써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고위급 회담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시했다. 물론 우리 정부의 ‘통 큰 제안’이 고위급 접촉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5·24 조치를 논의의 의제로 논의할 수 있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말 그대로 의제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라는 한 당국자의 말처럼, 5·24 조치 논의 과정에서 협상이 깨질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우리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북한은 천안함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서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이 대화 재개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5·24 조치 논의는 논의대로 진행하면서 이산가족 문제 등의 현안은 현안대로 추진하는 방법을 도출해 낼 여지도 없지는 않다. 한편으로 박 대통령은 임기 중반 대북 기조의 큰 틀도 정리했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박근혜 정권 임기 내 대북정책은,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통준위에 “남북관계를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 가거나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해 주셔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정부의 대북 기조를 새롭게 구체화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박 대통령의 5·24 조치 언급에 대해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통일 준비를 할 경우 야당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대화를 강조하고 5·24 조치를 해제할 의향을 비춘 것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진일보한 정부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발언이 구체적인 결단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해 아쉽다”며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 대남 삐라 보내면서… 北 “살포 중지 조치 서둘러라” 압박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 대남 삐라 보내면서… 北 “살포 중지 조치 서둘러라” 압박

    북한이 지난 10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로 남북 간 총격전이 벌어진 뒤 연일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3일 ‘불신과 대립을 격화시키는 무분별한 망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 당국은 내외의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인간쓰레기들이 삐라 살포 광란을 중지시키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12일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에서 “삐라 살포가 계속되는 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대응은 보다 강도 높은 섬멸적 물리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압박하면서도 “제2차 북남 고위급 접촉도 일정에 올라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북한은 11일에는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북측단장 명의로 전단을 살포할 풍선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기구 소멸작전’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군 당국에 보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민간단체가 띄운 풍선에 대한 공중요격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우리 정부가 민간인의 대북전단 살포를 일일이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알지만 체제에 위협이 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명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민간단체들도 전단 살포 방식을 사전 공개가 아닌 비공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이를 계속 문제 삼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군사적으로 통제 가능한 인접지역에서 단체들이 전단을 날리는 것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모양새를 보여 줄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남북 화해 위해 대북전단 살포 자제해야

    국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 관계가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탈북자단체가 날린 전단을 향해 경기도 연천 일대 민간인통제선 쪽으로 고사총 수십발을 발사한 북은 어제와 그제 잇따라 대남 비난성명을 통해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2차 고위급 회담 전면 취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측 간 무력 충돌로 확대되지 않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나, 모처럼 맞이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다시 엉키게 된 점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대북전단을 날린 탈북자단체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전격적인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에 힘입어 어렵게 조성된 남북 간 대화 분위기를 고려해서라도 탈북자단체는 전단 살포를 자제했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와 북측 대표단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2차고위급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황인 만큼 회담이 성사될 때까지만이라도 양측은 상대를 자극하는 그 어떤 행위도 삼가는 게 온당한 일이며 여기엔 탈북자단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선을 넘어 자유의 땅을 밟은 탈북자들이 북의 세습체제에 대해 갖고 있는 분노를 모르지 않는다. 북에 남은 가족과 주민들을 하루빨리 독재정권의 압제로부터 해방하고픈 염원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 아니다. 전단 내용에 담겼듯 북한 주민들이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려야 함은 당위의 문제다. 지금 유엔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 역시 이 같은 기본가치 위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려 북한 체제를 들여다본다면 이는 단순히 전단 수천, 수만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사실 또한 분명하다고 하겠다. 비록 북한 정권이 전단 살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의 통제 수준을 고려할 때 전단을 본 북한 주민들이 ‘아랍의 봄’에서 목도한 집단적 항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오히려 남북 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를 빌미로 북한 정권이 내부 통제와 주민 탄압을 더 강화하는 역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설령 탈북자단체의 주장처럼 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들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해도 이로 말미암아 빚어질 한반도의 급격한 혼란을 우리가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통일이 남북 모두의 대박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통일 논의는 북의 점진적 개혁개방을 통해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한 전단 심리전은 자칫 올바른 통일 노력에 저해가 될 수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간 차원의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을 다하는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10월 임진각 진입도로 통제를 통해 전단 살포를 막았던 것과 같은 물리력을 동원한 편법이 아니더라도 탈북자단체를 설득해 전단 살포를 자제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북한 당국에도 주문한다. 외교적 고립을 탈출할 길은 남북 대화뿐이다. 전단 살포를 빌미로 2차 고위급 회담을 무산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 “日 집단 자위권, 헌법 부정하는 것”

    “日 집단 자위권, 헌법 부정하는 것”

    무라야마 도미이치(90) 전 일본 총리는 9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헌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인정할 수 없다”며 아베 신조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정책을 비판했다. 또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문제 등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에는 명백히 반대한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시되는지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한·일 관계가 좋지 않지만 정상회담을 열지 못할 일은 없다”며 “양국 관계뿐 아니라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서도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국민이 반대하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어떻게 할지 총리가 답해야 하고,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정상끼리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표명해 협의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과 군의 강제성 인정)와 ‘무라야마 담화’(1995년 무라야마 당시 총리의 태평양 전쟁 당시 식민지배 공식 사죄)를 부정한 데 대해 “두 담화는 국제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수정하는 것은 불가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민·사회당 연립정권 아래에서 1994년 6월부터 1996년 1월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1995년 2차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이날 숭실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北 “전단 살포 땐 파국”… 정부, 민간단체에 자제 요청

    북한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가 묵인할 경우 남북 관계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9일 경고했다. 남북 고위급 2차 접촉이 예정된 가운데 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서기국 보도’를 통해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평통은 이날 남측 시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 경기 파주시에서 북측을 향해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것을 언급하며 “최근 모처럼 마련되고 있는 북남 관계 개선 흐름을 가로막으려는 단말마적 발악”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어 “남측이 이번 삐라 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 관계는 또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가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의 위협이 있어도) 오늘 (10일) 오전 11시 예정대로 전단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평통은 대외적으로 통전부를 대변하는 곳으로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보다는 격이 아래지만 대남 비난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보다는 위라고 볼 수 있어 ‘단순 비난’이 아닐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북 국방위는 자신들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빚어진 지난 7일 남북 함정 간 사격전에 항의하는 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내기도 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같은 날 ‘전단 살포’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장기간 공단 폐쇄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북측 고위 인사의 방한 이후 모처럼 재개될 남북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전단 살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는 이날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계획과 관련해 해당 단체가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낸 데 이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뜻을 직접 전달했다. 사실상 전단 살포를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간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제약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다음달 초로 예정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그동안 중단됐던 분야별 회담으로 대화를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고위급 접촉 채널은 북측 국방위와 남측 청와대로, 양측 권력 핵심 간 직접 대화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시론] 북한의 출구전략 시작됐다/조민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

    [시론] 북한의 출구전략 시작됐다/조민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

    평양은 지금 출구를 찾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제3차 핵실험으로 자초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포위망을 뚫어야 하는 절박한 국면에 처해 있다. 아시안게임 피날레를 정치 무대로 뒤바꾼 북한 권력 실세 3인의 방남(訪南)은 북한의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벤트였다.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인 황병서를 앞세운 3인의 전격 방남으로 7년간 굳게 닫혔던 남북관계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다. 과연 깜짝 방남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동아시아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는 북한의 진정성과 선택적 결단에 달린 문제다. ●병진노선의 딜레마 북한은 핵무력과 경제발전을 함께 가져간다는 ‘병진노선’을 선언했다. 그러나 경제발전은 외부의 지원과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며,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대북 경제 제재가 풀리기는 어렵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 냉랭한 태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말 북·일 교섭은 기대만큼 진전되지 못했으며, 러시아는 대북 지원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적 위상의 한계를 안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한 달 내내 미국과 유럽을 누비며 대서방 외교에 주력했다. 강석주 국제담당 비서의 유럽 4개국 순방과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 외교 활동에도 불구하고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북한은 대외전략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에 서울을 출구로 삼아 포위 국면을 빠져나와야 한다. 아시안게임 무대를 활용한 ‘깜짝 쇼’는 이처럼 수세적 국면 속의 공세적 기회 포착으로 이해된다. ●‘작은 통로’와 ‘오솔길’ 남북 간 신뢰의 수준은 대단히 낮다. 박근혜 대통령의 ‘작은 통로’론은 작은 것에서부터 신뢰를 쌓아 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오솔길’론으로 화답했다. 우리는 북한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측의 청와대 예방 의사 타진에 북측이 거부함으로써 마치 남북대화의 갑을 관계가 뒤바뀌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북측의 노회한 태도에 한 방 먹은 셈이다. 남북대화에서 청와대가 맞상대로 전면에 나선다면 북측의 노림수에 빠져드는 게임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화 틀 마련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5·24 조치’의 해제냐, 유지냐 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5·24 조치’ 프레임에 우리 스스로 갇혀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과거 정부의 조치가 현 정부를 얽매는 올가미가 돼서는 곤란하다. ‘5·24 조치’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의 원칙 위에서 상황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면 그만이다. 환경협력의 통로, 민생의 통로를 열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활발하게 펼쳐야 한다. 북한이 서울을 교두보로 삼아 피(被)포위 국면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핵문제에 대한 전향적 태도 없이 소기의 목적 달성을 노린다면, 이는 어리석은 작태일 뿐이다. 물론 우리는 우방국과 굳건한 공조 위에서 북한 비핵화 전략을 추진해야 하지만,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긴장 국면을 해소하면서 ‘작은 통일’의 첫걸음을 떼야 할 때다. 제2차 고위급 회담에서는 당장 이산가족 문제부터 풀면서, 작지만 지속 가능한 교류협력 사안을 찾아 남북관계의 다변화, 다양화를 모색해야 한다. 오솔길을 지나 대통로로 나아가는 북한의 활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있다. 우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놓쳐서는 안 된다. 남북대화 정례화로 가는 길은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데에 있다. 북한 최고위층의 건강과 관련, 평양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 내부사정이 한반도 긴장국면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 [사설] 또 NLL 침범, 北 불가측성에도 대비할 때

    북한 경비정 1척이 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면서 남북 간 교전에 준하는 해상 충돌이 벌어졌다. 북 경비정은 NLL을 넘어와 우리 측이 경고 사격을 하자 대응 사격까지 감행하다 10여분 만에 퇴각했다고 한다.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등 북 최고위급 인사 3인의 전격적 인천 방문으로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튼 지 3일 만이다. 아시안게임의 성화는 꺼졌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는 활활 타오르길 바랐던 남북 구성원 모두의 염원에 북측이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서방 NLL을 약 0.5노티컬마일(900m) 넘어오면서 남북 함정 간 함포와 기관총을 동원한 대응 사격이 벌어졌다. 쌍방이 인적·물적 피해를 보지 않은 선에 그쳐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물론 북측의 NLL 무력화 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10·4선언을 도출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북)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하며 NLL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측이 실세 3인방의 인천 방문 직후 NLL 도발에 나선 것은 범상한 일로 넘길 순 없다. 그들 스스로 “(남북관계의) 대통로를 열자”고 해놓고 2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앞서 대화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는 점에서다. 북한의 종잡을 수 없는 행태는 정권의 불가측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혹여 관성적 NLL 무력화 공세에 따른 우발적 도발이라면 김정은 노동당 제1위원장의 권력기반의 불안정성을 알리는 징표일 수도 있다. 남북관계로 돌파구를 열려는 ‘최고 존엄’의 구상에 난관을 조성했다는 맥락에서다. 북한은 지금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꽉 막힌 상황이 아닌가. 와병설과 함께 한 달 넘게 은둔 상태인 김정은의 동향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NLL 침범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고위급회담을 앞둔 일종의 ‘간보기’라고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만 5·24 조치 해제 등으로 갑론을박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북한정권의 속성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이 열리면 남측이 바라는 이산가족 상봉 및 북핵 해결 등을 북측이 들고 나올 10·4선언 이행 문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카드와 어느 수준의 상호주의로 주고받을지 미리 전략적으로 잘 대비해야 한다. 불규칙 바운드를 조심해야 하는 건 스포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북한과도 교류·협력은 확대해야 하겠지만, 정확한 대북 정보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 [북미 제네바합의 20년 북핵리포트] 北고위급 방한, 6자회담 새 ‘기회’ 되나

    [북미 제네바합의 20년 북핵리포트] 北고위급 방한, 6자회담 새 ‘기회’ 되나

    2008년 12월 마지막 회담 이후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된 6자회담의 재개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유엔 총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고,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중·일 3개국을 순방하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의견 조율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최근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한으로 촉발된 남북관계의 전환이 궁극적으로 북핵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북핵 대화의 가장 대표적인 ‘툴’이었던 6자회담의 다면적 성격을 살펴보며 현재의 교착상태를 바꿀 대안을 모색해 본다. ●강점(strength)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집중하며 북핵 문제에 개입하기 어려웠던 미국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 남북한을 한 테이블에 불러 모으는 다자주의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추구했다. 표면상 6자회담은 6개 주체가 책임과 비용을 함께 공동으로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형식은 다자회담이지만 궁극적으로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을 마주앉게 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했다. ●약점(weakness) 하지만 6자회담의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세 차례 핵실험으로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했고,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라는 당초의 목적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한 전직 고위 외교당국자는 “북한은 회담에서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나왔다’는 말을 자주 쓰는데, 회담에 나오는 것 자체를 카드로 쓰면서 반대급부를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위협(threat) 깊어진 북·미 간 불신의 골은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2·29 합의 파기, 3차 핵실험 등으로 미국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오히려 북한을 더 믿지 못하고 있고, 북한도 미국을 믿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세평 북한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6자회담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은 현시점에선 그러한 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기회(opportunity) 그럼에도 북핵 이슈를 자국 이익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는 모습은 어떤 규모로든지 북핵 회담이 재개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임을 기대하게 한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핵이 자국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으로 북핵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든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또다시 다자외교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기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더불어 2차 고위급 접촉이 추진되는 등 최근 달라진 남북관계도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대화의 중요한 계기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북미 제네바합의 20년 북핵리포트] “北 핵탄두 소형화 근접… 머지않은 미래 북핵 ‘게임 체인저’ 온다”

    [북미 제네바합의 20년 북핵리포트] “北 핵탄두 소형화 근접… 머지않은 미래 북핵 ‘게임 체인저’ 온다”

    #장면 1:북한 국방위원회 중대 발표 201X년 3월 12일 낮 12시. 북한 조선중앙TV가 사전 예고하지 않은 ‘특별 방송’을 시작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명의의 중대 발표문을 리춘히 앵커가 비장한 목소리로 낭독하기 시작했다.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방위원회는 외부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자위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에 따라 현 시간부로 조선반도에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화한다.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최고지도자의 영도하에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억제력의 우수한 능력을 실전에 배치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북한이 1993년 3월 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공언한 같은 날 핵무기 실전 배치를 선언한 것이다. 중대 발표 전인 지난 11월 5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장면 2:한국 국가안보회의(NSC) 긴급 회의 그날 오후 2시 청와대 인왕실. 한국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 국가안보실장과 외교·통일·국방, 국가정보원 등 안보 부처 수장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주한 미군사령관이 배석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대북 감청 및 위성 감시 데이터를 기초로 ‘북한이 3000~8000㎞ 사거리를 가진 10기 안팎의 핵탄두를 실전 배치하고 지휘통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는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안보 부처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에서 핵위협을 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북한군의 핵무기 실전 배치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 백악관 및 국무부, 중국 외교부, 일본 내각의 기자회견이 줄줄이 예고되며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쏠리게 된다. 한반도와 동북아를 격동시키는 북핵 판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국면이 바뀌는 근본적 계기)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두 장면은 기자가 상상한 ‘가상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외교안보 당국은 ‘머지않은 미래’에 일어날 개연성이 짙다고 보는 북핵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핵·경제 병진노선을 헌법에 국가 정책으로 명기하며 핵탄두의 소형·경량·다종화에 근접하고 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의 1993년 NPT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한 이듬해 10월 21일 북·미 제네바합의, 그리고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 가동 확인으로 촉발된 2차 북핵 위기는 제네바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그후 2012년 2·29 북·미 합의가 다시 파기될 때까지 북핵 사태는 지난 20년간 출구를 찾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북핵 위기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한반도 분단 구조를 고착화시킨다는 북한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은 과거 대북 제재·압박 전략의 재탕으로 평가되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thinking) 이외의 정책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동 문제에 대한 관여는 북핵의 현상 유지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도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이 지적한 ‘강대국과 사사건건 다투며 문제를 일으키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배드 보이(bad boy) 전술을 되풀이하고 있다. 2008년 12월 이후 6년째 개점 휴업 상태인 6자회담이 방증하듯 북·미의 이질적 외교 접근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시간을 벌어 주는 ‘북핵 딜레마 현상’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2012년 2·29 북·미 합의가 불과 한 달 만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파기된 후 워싱턴은 북한을 대화 상대로 무시하는 깊은 불신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대북 제재 강화 등이 해법 아닌 해법으로 부각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핵 외교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 조치가 효과적으로 가동되는지도 의문이다. 북한의 주요 물자 수송로인 중국 다롄 및 칭다오의 화물에 대한 전수검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으로 가는 핵물자의 밀거래망은 중국 내 위장기업 등이 중개상 역할을 하면서 중국 당국의 검색을 회피하고 있다. 국제 안보 환경의 변화는 북핵의 부정적 학습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2003년 핵개발 포기를 선언한 지 8년 만에 서방 국가들이 지원하는 반군에 의해 붕괴된 리비아 카다피 정권과 1994년 핵무기 폐기 대가로 체제 안전을 보장받은 우크라이나의 내전 사태 등은 현 국제 정치에서 체제 보장을 담보하는 방식의 북핵 해법이 작동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 내에서도 북핵 폐기 정책 실현이 어려워진 ‘불편한 현실’을 인정하고 북핵 동결을 우선순위로 접근하는 방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중의 북핵 대화 재개 방안을 절충한 것으로 알려진 ‘코리안 포뮬러’에는 현 수준에서 북핵 능력을 동결하고 이를 검증하는 선에서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문턱 낮추기’ 구상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북미 제네바합의 20년 북핵리포트] “北 비핵화 허송세월 20년… 북핵 정책 패러다임 바꿔라”

    [북미 제네바합의 20년 북핵리포트] “北 비핵화 허송세월 20년… 북핵 정책 패러다임 바꿔라”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한 1994년 10월 21일 북·미 제네바합의는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로 파기됐다. 그 이후에도 북핵 협상은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3 합의, 2012년 2·29 합의 등을 도출했지만 도발→제재→합의→파기→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탈피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서울신문은 6일 신성택 GK전략연구원 핵전략연구센터 소장과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의 대담을 통해 지난 20년간의 북핵 현상의 실체를 진단하고 새로운 북핵 패러다임을 모색했다. 박 교수는 “최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으로 남북 간 관계 개선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북핵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난 20년간 한·미 양국 모두 진보와 보수 진영이 번갈아 당근과 채찍을 모두 써봤지만 북핵 폐기는 성공하지 못해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핵 문제를 미·중 양국에 의존하는 우리의 ‘핵 내성’ 인식도 우려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육군 예비역 대령 출신의 핵무기 전문가인 신 소장은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핵개발을 은폐할 수 있는 ‘커튼’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실전배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4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북한은 고급 기술인 ‘캐비티 방식’(cavity method)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북한의 핵무기 기술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조차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캐비티 방식은 핵탄두의 폭발 위력을 인위적으로 줄어들게 보이게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남북 대화 국면 전환 시 북핵 문제 대응은. -박 교수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한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과 경제 병진 노선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데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핵을 연계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신 소장 남북 간 이뤄질 2차 고위급 접촉 성과에 따라 관련국들이 북핵 문제를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초기 조건이 성숙될 수는 있다. 그러나 남북이 현재의 경색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탐색전 상황에서 핵문제를 의제화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제네바 합의 평가는. -신 소장 당시 합의문을 보면 두 주역인 강석주 북한 노동당 비서와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가 22차례나 만나 합의했던 만큼 여느 기업의 합병계약서만큼이나 세밀하고 정교하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해체하는 대신 중유·경수로를 지원받는다는 최초의 핵 합의였고, 우리는 북핵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믿었지만 이뤄진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북한이 200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요원들을 축출할 때까지 핵개발 시간만 벌어줬다.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핵을 은폐하는 커튼으로 쓴 셈이다. -박 교수 제네바합의는 북한이 외부 세계와 외교적으로 핵문제 해결을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하지만 핵이라는 건 과학기술적인 성격과 북한 정권의 생존이라는 정치적 측면이 공존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잘된 협상이지만 정치적 담판의 측면에서는 미국의 대북 접근이 순진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미국이 낙관하지 않았나 싶다. 북한은 당시 미국이 NPT 체제를 영구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를 간파하고 어떤 요구를 해도 들어줄 것이라는 정세를 악용했다. 제네바 합의의 실패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미국의 전략적 대응 역시 안이했다. →지난 20년간 한·미의 북핵 정책을 총평하자면. -신 소장 결과적으로 허송세월이었다. 다섯 번이나 우리 정권이 바뀐 건 북핵 정책도 다섯 번 바뀐 것과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thinking)는 우리말로 하면 예의주시, 즉 뾰족한 대안이 없을 때 쓰는 정책이다. 북한이 3차례 핵실험을 했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성공한 마당에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핵이라는 암이 온몸으로 전이되고 있는데 소화제를 찾고 있는 격이다. -박 교수 북핵 해결은 실패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년간 보수·진보 정권을 10년씩 거치며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 관여정책(포용정책)과 억압·봉쇄정책을 번갈아 썼지만 어떤 정책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는 북핵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핵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할까. -박 교수 북한이 합의와 파기를 반복해 온 만큼 이 악순환을 끊을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핵 문제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던 국제적인 경제·금융기구와 유럽 국가 등의 행위자를 포섭하고 참여시켜야 한다. 6자회담 등 다자적 틀은 정비하되 북·미와 남북 간 양자 협상도 공존해야 한다. 비핵화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핵을 포기하라고만 요구했다. 이제는 북한 스스로 핵무기가 무용하거나 사용 불가능한 군사적 수단이라고 인식하도록 안보 환경을 만드는 방식의 북핵 전략이 필요하다. 또 북한 권력 내부의 행위자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포섭 정책도 펴야 한다. 동시에 북한 사회 등 내부로 우리의 DNA, 한류나 종교 등을 침투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 -신 소장 북핵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서울이 인질이 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을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 북한에 전 세계로 핵기술을 파는 ‘핵 비즈니스’ 면허증을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수 있지만 현 정세에서 뚜렷한 묘안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핵능력 평가와 4차 핵실험 전망은. -신 소장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 폭발위력은 1㏏(킬로톤)이었고 2009년 2차 때는 4~5㏏으로 늘었다.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때의 위력은 6~10㏏으로 평가된다. 1·2차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핵무기 제조 능력을 확인시켜준 것이고, 3차 때는 기술 진전을 보여준 셈이다. 그럼에도 4차 핵실험 시 그 위력은 (표면상으로는) 10㏏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핵실험장의 콘크리트와 철판, 물 등의 매질을 바꿔 폭발 위력을 실제 보다 적은것 처럼 보이게 하는 ‘캐비티 방식’의 고급 기술을 보여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그 기술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북한은 언제든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고, 가까운 시기에 소형·경량화, 다종화된 성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박 교수 북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을 실제로 군사적으로 위협하기 위해 핵을 개발한다면 이에 대한 정치·경제적 부담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정권의 생존을 목표로 한다면 적절한 수준에서의 핵능력을 보유하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북·중 기류의 변화 징후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은. -신 소장 핵개발 초기 북한에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이 핵실험할 때마다 북한 과학자들이 참관했다. 이제 북핵을 중국도 이익을 침해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고, 중국이 등 돌리는 순간 북한이 매우 어려워진다. 우리 정부는 중국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박 교수 중국의 대북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시진핑(習近平) 집권기에 실제적인 대북 전략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김정은을 포기하는 게 북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와 인식을 강화하고, 통일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피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효과는. -신 소장 북한의 핵기술 자립도는 매우 높다. 제재만으로 핵개발을 막는 건 어렵다. 제재를 강화하면 북 정권이 불편할지는 몰라도 핵개발 속도 자체를 줄이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 -박 교수 성공적인 제재가 되려면 두 조건이 필요하다. 경제적 제재 이외의 다른 수단(군사 행동)이 가세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분명하거나 제재 대상국이 외부와의 경제적 결합도가 높을 때다. 중국과 같은 특정 국가와만 교류하는 북한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제재만으로는 북핵 대응의 한계가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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