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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불패’ 민낯 품은 川… 풍요와 가난 사이 말없이 흐른다

    ‘강남불패’ 민낯 품은 川… 풍요와 가난 사이 말없이 흐른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4차 양재천’ 편이 지난 14일 강남구 대치동과 개포동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 4번 출구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를 살짝 엿봤다. ‘스타숲’이라고 불리는 늘벗근린공원을 거쳐 습지생태계가 살아 있는 겨울의 양재천을 산책했다. 양재천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 사이를 비집고 생명수처럼 흘렀다. 강남구 대치동과 개포동을 연결하는 영동4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강남의 빈자촌’, 구룡마을로 향했다. 대모산으로 올라가는 구룡마을 입구에는 투쟁을 알리는 울긋불긋한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어서 어수선했다. 만일의 불상사를 우려해 구룡마을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날 코스 중 서울미래유산은 모범적인 생태계 복원을 기리고자 2015년에 선정된 양재천이 유일했다.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해설을 맡아 양재천의 어제와 오늘을 들려줬다.양재천은 관악산에서 발원해서 과천 막계천을 거쳐 강남구와 서초구를 가로지른 뒤 탄천과 합류하는 길이 15.6㎞의 하천이다. 원래는 한강과 직접 맞닿은 한강지류였지만 1970년대 개포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구불구불하던 곡류 하천이 직선화되면서 인위적으로 탄천과 연결됐다. 강남을 대표하는 별개의 하천이던 탄천과 양재천은 물길이 바뀌면서 탄천이 본류, 양재천이 지류가 됐다. 탄천은 또 강남구와 송파구를 나눈다.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 따르면 강남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1970년 1월 “강남지역(한강 이남)에서 가장 장래성이 있고 투자 가치가 있는 곳이 어딘가?”라는 당시 박정희 정권의 실세 박종규 경호실장의 질문에 윤진우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이 “탄천을 경계로 그 서부지역 일대(현재의 강남구)입니다”라고 답했던 바로 그곳이다. 양재천과 탄천의 만남이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의 출발 지점인 셈이다. 매입 자금 중 2억 5000만원은 당시 공화당 재정위원장인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정치헌금으로 냈는데 그 보상으로 대치동과 삼성동의 땅 6만 2000여평이 주어졌다. 이 중 2000평 정도는 오늘의 테헤란로 일대의 일급지였고, 나머지는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지점의 높이 50m가량의 돌산 등 버려진 땅이었다. 1974~1978년 사이 탄천과 양재천에 제방이 쌓이기 전까지 비만 오면 잠기던 상습 침수지였다. 1970년대 후반 골재난 때 돌산을 폭파해 골재로 팔았고, 1981년 그 자리에 지은 아파트가 학여울역 앞 대치동 쌍용1차·2차 아파트다. 한보주택 정태수의 은마아파트와 함께 대치동 시대의 서막이었다.조선시대 양재동은 한양과 삼남 지방을 이어 주는 한강 이남 최대의 역, 양재역이 있었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쓸 만한 인재들이 모여 살아 양재동이라 했다”고 유래를 전한다. 양재천은 양재동이라는 지명에서 따왔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양재천의 본래 이름은 공수천이었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양재천의 상류는 공수천, 하류는 학탄(학여울)이라고 그려져 있다. 굽이치는 여울에 학이 날아들 정도로 풍광이 뛰어났다. 청계천, 중랑천, 안양천, 불광천과 마찬가지로 한때 오염 하천의 대명사였다. 1995년 7월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과천시 등 자치단체 주도로 ‘양재천 살리기 운동’이 전개돼 청정 하천으로 되살아났다.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 속의 안식처로 변했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한강 이남에는 지명이 몇 개 나오지 않는다. 강북 쪽에 더 가깝게 붙어 있던 옛 잠실섬 아래로 송파, 삼전도라는 나루의 이름이 나오고, 탄천과 학탄이 등장한다. 양재역 좌우로 우면산과 대모산이 뚜렷하다. 현재의 강남에 해당하는 지명은 탄천, 학탄, 양재에 불과하다. 구룡산은 지도에 없는 무명의 산이었다. 1871년에 편찬된 ‘광주부읍지’에는 1970년대 강남 개발 이전의 지세가 비교적 잘 나타나 있다. 봉은사와 양재역 그리고 선정릉을 중심으로 경기 광주군 언주면이, 대모산과 헌인릉을 중심으로 광주군 대왕면이 묘사돼 있다. 현재의 서초구인 시흥군 신동면과 함께 18세기 후반 이후 한양도성민이 먹을 채소 재배지로의 역할을 맡았다. 대치란 우뚝 솟은 큰 고개를 뜻한다. 서울은 200여개의 고개와 30여개의 하천으로 이뤄진 산수의 도시다. 고개(峴)보다 더 높은 고개가 치(峙)다. 대치2동은 강남 개발 이후의 신생도시가 아니라 구릉지에 형성된 자연부락이다. 대치의 순우리말인 한티라고도 불렸다. 탄천과 양재천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 대치동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침수지였다. 한티나 학여울은 다행히 지하철 역명으로 남았다. 한티마을은 한터마을이라고도 하는데 530살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어서 은행나무제사가 열렸고 지금은 ‘한티골 은행나무 문화축제’로 전승됐다.대치동에 28개 동 규모의 은마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은 1979년이었다. 한보주택은 1985년 은마아파트 단지 남쪽에 미도아파트 21개 동을 추가로 지으면서 아파트재벌의 탄생을 알렸다. 강남구의 남쪽 끝, 대모산과 구룡산 아래, 양재천과 탄천을 낀 허허벌판 258만평이 택지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된 것은 1981년 4월이다. 개포지구는 순식간에 금싸라기 아파트촌으로 둔갑했다. 대치동은 강남의 주변부였다. 1976년 12월 28일자 ‘동아일보’에는 “무교동은 평당 39만~90만원, 고속버스터미널이 건설될 예정인 반포동은 평당 60만~70만원인 반면 대치동과 도곡동은 4만~5만원으로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싼 곳”이라는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탄천과 양재천 제방건설은 대치동의 지형을 순식간에 바꿨다. 10년 만에 강남의 대표적 아파트 단지가 됐고, 또 10년이 지난 뒤에는 양재천과 탄천변까지 최고급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한티라는 옛 고을 이름처럼 솟았다. 강남 개발을 담당한 서울시 관계자의 예언대로 탄천 서쪽, 양재천 주변은 강남 최고의 아파트 거주단지가 됐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의 군림은 강북 명문고교의 강남 이전과 강남 8학군 형성 이후 필연의 수순이었다. 2017년 현재 대치동 일대의 입시학원 수는 1200여개로 목동의 960여개, 상계동과 중계동을 합친 720여개를 압도한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대치역, 분당선 한티역이 사각형으로 둘러싼 지역이다. 은마아파트 사거리를 가로지르는 도곡로와 삼성로에 면한 상업건물, 아파트 단지의 상가, 대치4동의 다가구 밀집 블록 내의 근린상가 또는 주거용 건축물 곳곳에 학원이 깃들여 있다. 대치동은 명문 중고교와 학원, 그리고 고급 아파트 단지를 품은 강남의 민낯이다. 양재천은 그 사이를 말없이 흐른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35회 서울의 문학5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집결 장소: 12월 21일(토) 오전 10시, 독립문역 4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정경심 표창장 위조’ 재판 3건 동시 진행

    ‘정경심 표창장 위조’ 재판 3건 동시 진행

    검찰이 지난 17일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구속 기소)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행사 및 업무 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하며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라는 하나의 행위를 놓고 두 건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당초 재판부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너무 엄격히 판단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금까지 정 교수를 모두 세 차례 기소했다. 지난 9월 6일 검찰은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만으로 기소했다. 당시 위조된 표창장의 날짜를 근거로 범행 일시를 2012년 9월 7일로 봤는데, 사문서 위조의 공소시효(7년)가 끝날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검찰은 정 교수를 불러 조사한 뒤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 교사 등 14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는 1차 기소에서 빠진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추가됐다.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는 연결되는 범행인 만큼 검찰은 정 교수의 재판이 시작된 뒤 1차 공소장에 적은 사문서 위조 관련 사실관계들을 2차 공소장의 내용으로 바꿔 ‘2013년 6월 중’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고 위조된 표창장으로 서울대 대학원을 지원했다는 공소사실로 변경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가 “사실관계가 모두 달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사문서 위조 혐의가 입증돼야 추가 기소한 14개 혐의가 입증 가능하다”며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1차 기소에 대한 공소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김용민 변호사는 “검찰은 (1차 기소에 대해) 공소 취소를 해야 함에도 2차 기소를 통해 둘 중 하나를 유죄로 인정하라는 태도”라면서 “공소권 남용으로 재판부가 공소 기각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너무 좁게 봤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장 변경은 폭넓게 인정되는 최근 추세를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북한산 품은 보금자리, 예술인의 삶도 품었다

    북한산 품은 보금자리, 예술인의 삶도 품었다

    “그동안 가난한 예술인이라서 형님 댁에 얹혀살았는데 따로 독립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7일 서울 강북구 우이신설 경전철 북한산우이역 인근에서 지역 내 1호 예술인 주택 입주식이 열렸다. 프리랜서 독립영화 촬영감독인 입주민 신범섭(50)씨는 행사에 참석한 박겸수 강북구청장에게 연신 고마움을 나타냈다. 신씨는 이전에 형님과 함께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강북구 번동 임대아파트 단칸방에 살았다고 한다. 그는 “임대보증금이나 임대료가 시중의 절반에 불과하다”면서 “인터넷에서 입주민 모집공고를 보고 우연히 신청하게 됐는데 이렇게 입주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북구 예술인 주택은 올해 1월 완공됐다. 애초 4·19사거리 일대 도시재생의 하나로 추진됐지만 박 구청장이 ‘문화예술’을 가미해 지역 특색을 살리자는 의견을 낸 게 추진 방향 변경의 계기가 됐다. ‘역사문화도시’ 강북구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예술인들의 활동 공간을 넓히자는 취지다. 이로 인해 신혼부부와 청년층에 주택을 공급하려던 사업 목적이 예술인 쪽으로 기울게 됐다. 곧바로 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협약을 체결했고 매입공고와 건축주 선정을 거쳐 맞춤형 주택이 들어서게 됐다. 지상 5층, 전용면적 30.22~36.75㎡로 이뤄진 이곳엔 예술인 총 10가구의 보금자리가 마련됐다. 1층에는 입주민들 교류 활성화를 위한 커뮤니티실이자 작업실이 조성돼 문화예술 활동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른 걸음으로 지하철역까지 10분, 버스정류장까지 5분 거리여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주변엔 솔밭공원을 비롯해 봉황각, 국립4·19민주묘지 등 구의 나들이 명소도 여럿 있다. 이날 박 구청장은 입주식 막바지에 단열, 주방, 난방 등 시공 상태를 들여다봤다. 그는 건물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며 “사용자의 쾌적한 생활과 직결되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내부도 아기자기하게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주택 거주비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에 따라 보증금과 월 임대료에 차등을 두는 식으로 책정한다. 구는 지난 5월 1차, 지난달 2차 입주자를 모집해 선정을 앞두고 있다. 2차 입주 시기는 내년 3월에서 5월 중순 사이다. 최초 계약 기간은 2년으로 요건을 유지하면 2년마다 재계약이 가능해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박 구청장은 “강북구 1호 예술인 주택은 도시재생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2호, 3호 주택을 유치하는 등 우리 고장을 매력과 개성이 넘치는 곳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조국, 靑감찰 중단 책임 떠안기… 직권남용 혐의 적용될 듯

    조국, 靑감찰 중단 책임 떠안기… 직권남용 혐의 적용될 듯

    조 前장관 스스로 “정무적 책임 있다” 밝혀 고의로 감찰 무마, 중단 지시 안했다는 뜻 정상적 업무 문제 있다면 법정다툼 의도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측이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17일 내놓은 입장문에는 ‘감찰 중단은 청와대의 정상적인 업무였다’는 기존 입장과 ‘정무적인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새로운 내용이 혼재돼 있다. 법조계는 이 중 후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13일 검찰이 유재수(55·구속 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뇌물수수 등 개인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청와대가 비리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는 곧바로 ‘최종 수사 결과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조 전 장관 본인도 지난해 1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유 전 부시장 비위를 고발한 첩보의 근거가 약했으며 직무와는 무관한 프라이버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무적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조 전 장관의 발언은 ‘감찰 중단에 문제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업무적 판단이었지만 정무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떠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면 법정에서 죄의 유무를 다투겠다’는 의사로 볼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시 감찰 중단 판단에 과실이 있을 순 있어도 고의로 감찰을 무마하거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건 아니라는 뜻”이라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해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찰 중단에 따른 책임을 본인 선에서 끊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은 관련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장관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며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감찰 무마의 주체가 조 전 장관이 아닌 그 ‘윗선’임을 시사한다. 조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은 검찰을 겨냥해 ‘더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경고를 대신 전달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감찰 무마 수사에 적극 임하면서 앞으로의 수사 방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전날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검찰은 앞으로 몇 차례 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 전 장관이 가족 수사와는 달리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수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조사를 마무리 짓고 당시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덮기 위해 감찰을 멈췄다고 판단되면 관련자들을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짙다. 특히 당시 최종 책임자라고 밝힌 조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은 반부패비서관, 특별감찰반장 등에게 감찰을 멈추도록 한 데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여지가 크다. 한편 조 전 장관 가족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이날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로 추가 기소했다. 지난 11일 정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의 공소장 변경 신청 불허 결정에 대한 반발이자 후속 조치다. 재판부는 검찰이 지난 9월 6일 첫 기소(사문서위조)할 때와 지난달 11일 2차 기소(위조사문서 행사)할 때의 표창장 위조 관련 범행 일시 및 장소, 방법 등 사실관계가 모두 달라 공소장을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재판부 결정의 부당성을 상급심에서 판단받겠다며 범행 날짜가 ‘2012년 9월 7일’로 기재된 첫 공소내용도 철회하지 않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총선 예비후보 등록 시작...선거구 ‘깜깜이’로 레이스 돌입

    총선 예비후보 등록 시작...선거구 ‘깜깜이’로 레이스 돌입

    선관위, 우선 현행 선거구 기준으로 등록 받아내년 3월 25일까지...일정 범위 선거운동 가능출마선언 잇따라...선거구 획정 기준은 ‘안갯속’내년에 열리는 21대 총선을 위한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이 17일 시작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예비후보자들은 결국 선거구 획정 기준을 모르는 상태에서 등록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내년 4월 15일 실시되는 21대 총선의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여야 협상 난항으로 선거법 개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선거구 획정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선관위는 일단 현행 선거구를 기준으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을 방침이다. 만약 선거법 개정에 따라 선거구 조정이 있을 경우 획정 작업 완료 후 그에 맞춰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예비후보자 등록은 내년 3월 25일까지 가능하다. 등록하면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선거사무소 설치,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어깨띠 혹은 표지물 착용, 본인이 직접 통화로 지지 호소, 선관위가 공고한 수량(선거구 안의 세대수의 10% 이내) 범위 내 한 종류의 홍보물 발송 등이 허용된다. 관할 선관위에 가족관계 증명서와 전과기록 증명 서류, 학력 증명서 등을 제출하고 기탁금으로 300만원을 납부해야 등록이 가능하다. 공무원 등 입후보가 제한되는 경우 예비후보자로 등록 신청을 하기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이 실제 출마를 하려면 후보자 등록기간에 다시 등록을 해야 한다.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본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면 출마할 수 있다. 앞서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를 앞두고 각 지역구에서는 ‘총선 출마선언’이 이어졌다. 아직 선거구 획정은 안갯속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이름을 알리려는 이유에서다. 예비후보 등록 하루 전인 전날 경기도에서는 이은영 전 청와대 행정관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인 오동현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의왕·과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15일 저서 ‘김용 활용법’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성남분당갑 선거구 출마 일정을 시작했다.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12일 이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대구·경북에서도 거물 정치인들이 출마 채비를 마쳤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8일 ‘변화와 혁신’ 중앙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해 “대구에서 시작하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대구와 창녕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김윤덕 전 의원과 김금옥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나란히 민주당 후보로 전주갑 출마를 선언했다. 충북에서는 최현호 한국당 청주시 서원구 당협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강원도 정치 1번지’인 춘천은 현역인 김진태 한국당 의원의 3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법원, 조범동 혐의에 ‘공범 정경심’ 공소장 변경 허가

    법원, 조범동 혐의에 ‘공범 정경심’ 공소장 변경 허가

    정 교수 공소장은 변경 신청 거부돼 논란 주요 사실관계·피고인 방어권 종합 고려법원이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구속)씨의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구속기소) 동양대 교수를 공범으로 추가하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 교수 공소장은 주요 사실관계가 달라지면서 변경이 불허된 반면 조씨 공소장은 공범만 추가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는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등 1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의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이날 검찰은 조씨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에 투자한 정 교수와 정 교수의 동생 정모씨에게 일정 수익을 보장해 주고자 허위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1억 5700만원을 지급한 혐의(횡령)에 대해 정 교수와 정씨를 공범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서 크게 바뀐 것이 없고 공범만 추가됐다”며 검찰의 신청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변호인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앞서 정 교수의 재판에서는 검찰이 정 교수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공소장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지난 10일 정 교수의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기존 공소장과 검찰이 변경 허가를 요청한 공소장의 범행 일시, 공범, 장소, 범행 방법 등이 모두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지난 9월 6일 사문서 위조 혐의로 1차 기소할 때는 2012년 9월 7일을 범행 일시로 했지만 지난달 11일 2차 기소에선 2013년 6월 중순으로 바꾸는 등 사실관계가 모두 달라 별개의 공소사실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반면 검찰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기본 사실관계는 같다”며 반발했다. 두 재판부의 판단이 서로 다른 것은 변경을 신청한 공소사실의 구체적인 내용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그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는지 여부 등을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 관계자는 “공소사실 변경 요청에 대한 허가 여부는 재판부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관해 법리적 검토를 거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맞고 어떤 경우는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가야고분군은 고대국가 발전 다양성 보여 주는 독보적 증거”

    “가야고분군은 고대국가 발전 다양성 보여 주는 독보적 증거”

    “기원 전후 시기부터 562년까지 약 600년간 존속했던 가야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이며 중앙집권적인 고대국가로 발전한 것과 달리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소국이 상호 교류하면서 독특한 연맹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유산인 7개 가야고분군은 가야연맹체를 구성했던 주요 소국과 연관된 연속유산입니다. 가야연맹체의 성립과 발전, 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여 주며 고대 동아시아 국가 발전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독보적인 물적 증거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영호남 가야문화권 한마당 2차 포럼-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포럼’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선 김세기 대구한의대 명예교수는 가야고분군의 실체와 특징을 세세히 열거하며 세계유산 등재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경북도·경남도·전북도·가야문화권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신문사와 국립중앙박물관이 주관한 포럼은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당위성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 11월 15일 열린 1차 포럼은 가야문화권 지역 발전 및 영호남 화합을 주제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올해로 7년째다. 2013년 문화재청이 잠정 목록으로 선정한 이후 2017년 등재추진단이 발족했다. 당초 ‘김해·함안 가야고분군’과 ‘고령 지산동 대가야고분군’으로 각각 등재를 추진하다 지난해 5월 고성 송학동, 창녕 교동·송현동, 합천 옥전, 남원 유곡리·두곡리 고분군 등 유산 범위 4곳이 추가됐다. 7개 가야고분군은 지난 3월 국내 첫 관문인 등재 신청 대상 심의에서 조건부로 가결돼 내년 7월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있다. 최종 선정되면 2021년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 사무국에 제출하고, 현지 실사와 자문기구 평가 등을 거쳐 2022년 7월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과제’를 발표한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영남과 호남 지역을 아우르는 7개 고분군을 가야로 묶은 근거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심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역사적 연대성과 문화적 동질성 등 가야의 공통분모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목관묘, 목곽묘, 석곽묘, 석실묘로 변화하는 묘제와 순장 풍습 등 가야고분군의 특징을 부각해 삼국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는 것이 등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진근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립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홍 부장은 “가야 역사와 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국민 관심을 유도하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는 것이 박물관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지금 전시 중인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도 그런 취지에서 기획됐다”고 밝혔다. 검증이 안 된 유물까지 무리하게 전시했다는 일부 지적과 관련해선 “우려와 논란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다만 학계 전문가나 영호남 지역민이 아닌 일반인은 아직 가야에 대해 잘 모르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수로왕과 허황후 같은 대중적 인물을 통해 관심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진재 서원통합보존관리단 팀장은 지난 7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사례를 통해 같은 연속유산인 가야고분군의 등재 전략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한국의 서원은 2016년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 평가에서 반려 판정을 받아 등재 신청을 철회했다가 재도전 끝에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박 팀장은 “세계유산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입증하기 위해선 국내외 유사한 유산과의 차별성을 명확히 입증해야 하고, 연속유산으로서 통합 관리와 보존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전문가는 물론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선 가야사의 역사적 중요성과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가치 입증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곽 교수는 “가야 연구를 오랫동안 했지만 아직도 일반인은 잘 모르고 있어 학자로서 매우 안타깝다”면서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돼 가야고분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생활 속 필수시스템 ‘바코드’ 개발자, 향년 94세로 별세

    생활 속 필수시스템 ‘바코드’ 개발자, 향년 94세로 별세

    물건 판매부터 도서관 책 대여까지 생활 곳곳에서 필수시스템이 된 바코드를 개발한 개발자이자 발명가인 조지 J.로러가 향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AP통신 등 해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1970년대 초반 IBM사는 음식 포장지에 가격과 음식 정보를 판독할 수 있는 코드를 디자인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당시 담당부서에 있던 조지 로러는 1940년대에 조셉 우드랜드가 개발한 원형의 스캔 코드를 기반으로 코드 디자인을 시작했다. 로러는 스캐너가 원형의 코드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닫고, 좁고 긴 막대 형태의 코드를 개발했다. 이것이 바로 바코드로 알려진 ‘통일 상품코드’(Universal Priduct Code)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지 로러는 지난 5일, 자신의 집에서 사망했으며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장례식은 지난 9일 열렸다. 로러는 2010년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바코드를 개발했던 1970년대 당시 식료품점들은 모든 제품에 가격표를 붙이기 위한 노동 집약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 바코드는 가격의 오류를 줄일 수 있었으며, 소매업체는 재고관리를 더 잘 할 수 있게 도왔다”고 자평했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 된 바코드의 개발로 로러는 돈방석에 앉았을까?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그는 막대 형태의 바코드를 개발한 뒤 아무런 저작권료를 받지 않았으며, IBM 역시 당시 이를 특허로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오늘날 전 산업계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바코드는 고객이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판매와 동시에 재고기록 갱신을 자동적으로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바코드 아래에는 13개의 숫자가 있는데, 그중 앞쪽 3자리 숫자는 국가별 식별코드로, 한국은 ‘880’을 쓴다. 현재는 로러가 개발한 바코드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된 2차원 바코드, 예컨대 QR코드 등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돌아온 은행권 명예퇴직의 계절…“억대 퇴직금받고 나갈까”

    돌아온 은행권 명예퇴직의 계절…“억대 퇴직금받고 나갈까”

    연말연시를 맞아 은행권에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업무를 디지털화하면서 인력을 줄이는 시중은행들은 거액의 퇴직금 지급 부담에도 명예퇴직을 정례화하는 추세다. 퇴직금을 두둑이 챙겨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손꼽아 기다리는 은행원들도 많아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28일까지 명예퇴직을 신청받았다. 만 56세에 해당하는 직원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명예퇴직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KB국민은행은 이번달 안으로 명예퇴직 규모와 조건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2015년 임금피크제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매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KEB하나은행도 올해부터 연간 2차례 고연령 장기 근속직원을 대상으로 ‘준(準)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만 40세 이상, 근속기간 15년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2017년 말과 올해 초에는 임금피크제 직원이 남은 연봉을 한 번에 받고 회사를 떠나는 임금피크제 특별퇴직도 실시했다. 올 연말 시행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한·우리은행은 아직까지 명예퇴직 실시 여부와 시행 시기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거래 활성화로 지점과 인력을 줄여 온 은행들은 퇴직금을 넉넉하게 주면서 명예퇴직 대상을 늘려왔다. 은행들의 인력 구조는 대부분 중·장년층 비중이 높은 항아리형이다.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명예퇴직을 통해 숨통을 틔워야 한다. 지난해 은행들은 최대 39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 지급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명예퇴직을 독려했다. 여기에 자녀 학자금과 재취업·창업 지원금도 얹어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별퇴직금만 해도 3억~5억에 달하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지 않았을 경우 총 7억~8억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고액 연봉 퇴직자’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8월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퇴직자들이 임원, 간부 등을 제치고 보수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수 상위 1위인 A전 지점장은 퇴직 소득 등을 합해 8억 7500만원을 받았다.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권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일부 직원들은 명예퇴직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명예퇴직이라고 하면 사측이 윽박질러 억지로 짐을 싸서 나가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신청한다”고 전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 장사가 시원찮은 은행들은 대규모 퇴직금 지급 부담까지 더해져 수익성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순이자마진(NIM)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로) 신탁 상품 판매가 금지돼 비이자수익마저 급감하면 퇴직금과 같은 판매관리비 지출은 마른 수건 쥐어 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망수사관 휴대폰 압수영장 재신청한 경찰…또 기각한 검찰

    사망수사관 휴대폰 압수영장 재신청한 경찰…또 기각한 검찰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사인 규명을 목적으로 고인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검찰이 또다시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6일 “검찰은 오늘 경찰이 재신청한 A 수사관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상태다. 이 휴대전화는 대검 디지털 포렌식 센터에 맡겨졌으나 잠금장치가 걸려 있어 해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 수사관의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휴대전화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4일 휴대전화 이미지 파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5일 검찰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A씨의) 사망경위 및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면밀한 사실 확인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이 필수적이다”라며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했다. 그러나 또다시 영장이 기각되면서 휴대전화 정보 확보에 실패했다. 경찰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변사사건의 사망 경위 등을 명백히 하기 위해 2차에 걸쳐 휴대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였음에도 불과 4시간만에 검찰이 또 다시 불청구하여 사망경위 규명에 차질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제주 미식기행 선도하는 전문 관광안내사 육성한다

    제주 미식기행 선도하는 전문 관광안내사 육성한다

    제주관광공사는 오는 12일까지 ‘제주 미식관광 프리미엄 가이드 양성 교육’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5일 밝혔다. 제주향토음식 제2호 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주향토음식문화연구소 고정순 소장이 ‘제주의 로컬 음식재료와 사계절 밥상’을 주제로 2차례에 걸쳐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교육은 음식과 식문화를 상품화한 미식관광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끄는 최신 관광트렌드를 반영함으로써 도내 관광안내사가 제주의 음식문화를 의미 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대상은 도내 관광통역안내사와 국내여행안내사로 한정하며,한 차수당 15명 선착순 모집으로 진행된다. 교육신청과 기타 자세한 내용은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대중적 관광이 아닌 특별한 경험과 목적을 가진 특수목적관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획일화돼가는 여행시장에서 미식관광을 통해 차별화된 여행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민족민주 영령의 성지… 산 자에겐 치열한 정치공간

    민족민주 영령의 성지… 산 자에겐 치열한 정치공간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2차 국립서울현충원’ 편이 지난달 30일 동작구 상도동과 동작동 일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7호선 상도역 4번 출구를 출발했다. 구립 김영삼도서관을 거쳐 김영삼 전 대통령 가옥에 방문했다. 김영삼 기념도서관은 내년 3월쯤 개관할 예정이어서 외관을 살펴보고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현대정치사에 ‘상도동’이라는 뚜렷한 족적을 남긴 김 전 대통령 가옥 응접실에서 차를 대접받으며 김상학 비서관으로부터 목숨을 건 23일간의 단식투쟁과 연금생활 등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듣고 눈에 익은 사진과 기념품, 휘호, 단풍나무를 즐겼다. 가옥에는 손명순(92) 여사가 기거하고 있다.서달산 명물로 떠오른 숲속도서관 가는 길은 11월의 마지막 단풍으로 불타고 있었다. 현충원에서 호국지장사(옛 화장사)~박정희~김대중~임시정부 및 애국지사 묘역 순으로 둘러봤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앞에 화환이 즐비했는데 마침 전날이 고 육영수 여사의 94번째 생일이었다고 한다. 상도동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현충원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다들 아쉬워했다. 묘역 곳곳에 깃든 숱한 사연들이 저마다 앞다퉈 얘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김 전 대통령 가옥과 국립서울현충원이었다. 해설을 맡은 엄태호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은 이야기가 있는 현충원의 만추 속으로 참가자들을 안내했다.동작은 서울과 과천을 연결하는 한강 남쪽의 중요 나루였다. 사람과 물자가 드나들던 동작진(銅雀津)이자 병선 6척이 주둔하던 군사기지 동작진(銅雀鎭)이기도 했다. 우리말로는 동재기나루라고 불렀다. 1954년 이곳에 국군묘지가 세워졌다. 풍수지리상 장군대좌형의 명당이므로 군인과 인연이 있는 땅이다. 본래 동작이란 무덤을 장식한 구리봉황을 뜻하므로 땅 이름과 땅 주인이 서로 들어맞았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의 성이자 무덤이던 동작대에서 딴 동작이라는 지명이 조선 한양의 한강변 나루터 마을에 붙고 그곳이 현대 서울의 동작구와 동작동이라는 지명으로 이어졌다가 결국 국립묘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국군묘지에서 1965년 동작동 국립묘지로 승격됐다가 1996년부터 국립현충원이 됐다. 국립묘지라는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되 묘역 관리기관의 명칭만 바꿨다. 2006년 국립대전현충원 등과 구별하기 위해 국립서울현충원이 됐다. 144만㎡의 부지에 무명용사 11만여위를 비롯해 모두 17만 9000여기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신라를 통일한 문무대왕이 “아! 산천은 변천되고 세대는 바뀌기 마련이다. 저 오왕 합려의 북산 무덤에 색칠한 금오리가 남아 있지 않고, 위왕 조조 서릉의 망지는 동작이라는 명칭만 남았을 뿐이다…”라며 “내가 죽으면 동해바다에 장사 지내라”고 유언했다. 이 세상 영웅과 화려한 무덤이 다 사라지고 결국 ‘동작’이라는 이름만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조의 무덤에 구리로 만든 거대한 새를 세운 동작대에서 이름을 이어받은 동작구와 동작동에 국군묘지와 국립묘지가 세워지고 독립지사와 임정요인, 전직 대통령 등을 모신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장소인문학에서 말하는 땅의 내력이다.조선시대 한강이 오늘의 철도와 고속도로를 합친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할 때 왼쪽 서빙고나루, 오른쪽 노량나루의 중앙에 놓인 동작나루는 남대문을 나서서 용산 청파역을 거쳐 경기도 과천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 중 ‘경조오부도’에 이 길을 과천로라고 이름 붙였다. 청파역에서 노량나루를 건너면 시흥으로 향했다. 동작진을 건너 과천으로 가거나 노량진을 건너 시흥으로 가는 두 길은 수원에서 만나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지방으로 이어졌다. 1899년 노량진~제물포 간 경인선과 1900년 노량진~용산 간 제1한강교(한강대교)가 놓이면서 동작진은 노량진에 밀렸다. 조선시대 가리기 힘들었던 두 나루의 우열은 근대기 들어 노량진이 앞섰다. 그 덕분에 비어 있던 동작진에 국립묘지가 깃들 수 있었다.옛 동작나루를 그린 실경산수화 2점이 전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동작진’과 장시흥(1714~1789)의 ‘동작촌’이다. 동작진이 나루터를 포함한 마을 전체를 그렸다면 동작촌은 동작나루의 솟은 암산과 나루에서 사당, 과천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즐비한 기와집을 클로즈업했다. 정선이 1744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동작진’은 오늘의 현충원을 중심에 두고 멀리 관악산과 청계산을 배경 삼았다. 동작나루 일대 한강을 동작강이라고 불렀다. 권문세가의 별서(별장)가 자리잡았다. 인조반정의 공신 이귀가 세운 창회정이 정선의 그림에 엿보인다. 광해군 때의 권신 박승종의 별서 퇴우정이 이름을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인조의 동생 능봉군이나 남용익, 이세필, 윤두수 등 문신의 별서도 상지동에 있었다. 조선시대 현충원 일대를 상지동이라고 했다. 현충원의 터줏대감 호국지장사는 신라 고찰 화장사다. 삼성동 대부분이 봉은사 땅이었듯 현충원 대부분이 화장사 소유였다. 선조의 조모 창빈 안씨 묘도 널찍하게 자리를 잡았다.동작나루에는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은 31세 때 ‘동작나루에서 진주로 가시는 부친을 송별하며’란 제목의 시를 남겼다. “나루터에 저 멀리 떠나가는 배/모래밭에 말 세우고 바라본다네…”로 시작하는 효심 어린 시를 썼다. 그러나 이 시를 쓴 해 부친이 진주에서 숨졌으니 마지막 이별 인사가 된 셈이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도 동작나루 풍경을 그린 ‘동작진’이라는 시가 전한다. 동작나루는 정치의 공간이기도 했다. 숙종 때 남인의 영수 윤휴는 왕의 부름을 받자 “신의 애초의 뜻은 전하가 계시는 궁전의 뜰에 나아가 하직하려는 것이었습니다…”라면서 동작나루의 숙소에 3달을 머물며 출사 거부의 사직상소를 올렸다. ‘정치 쇼’였다. 그러나 1680년 경신환국으로 세상이 바뀌고, 남인이 제거되면서 윤휴는 죄인이 돼 국문을 당한 뒤 사약을 받았다. 동작나루에서 여유작작하며 석 달을 버티다 동작강을 건넌 뒤 한 달 만에 저세상 사람이 된 것이다. 국립서울현충원은 민족민주영령들의 성지이자 국가 정통성의 뿌리다. 죽은 자의 공간이지만 산 사람들을 위한 정치공간이기도 하다. 혁명이나 변환의 시기나 행사 때마다 주요 인사들이 얼굴을 내미는 정치무대이기 때문이다. 246만명의 전사자와 전범자를 합사한 일본 야스쿠니신사가 국립묘지로 성지화되면서 참배 여부를 놓고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빚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조조의 무덤 동작대에서 전래된 동작나루의 전설이 동작동 국립묘지로 이어진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땅의 숙명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제33회 양천고성 ■집결 장소:12월 7일(토) 오전 10시 양천향교역 2번 출구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완주군의회 건보공단 지사 설치 촉구

    전북 완주군의회가 3일 열린 제246회 제2차 정례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완주지사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완주군에 지사가 없어 기본적인 보건 민원은 물론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등 사회적 보장 서비스 등을 받기 위해 통합 업무를 하는 전주시까지 장거리를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군의회는 “완주군 인구는 9만 3000여명으로 건강보험공단 지사가 있는 남원시나 김제시보다 1만명 안팎,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수는 이들 지역보다 각각 1000명 안팎이 더 많다”며 “군민 불편을 고려해 지사를 당장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주시를 둘러싼 완주군은 생활권이 전주와 비슷하다는 논리에 묶여 원활한 공공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완주군민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상면·운주면·경천면 등 군 외곽에 사는 어르신들은 각종 건강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전주를 오가며 꼬박 하루를 소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의회는 “건강보험공단 완주지사 설치는 군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사안인 만큼 주민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시급히 설치돼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연말 정국을 뒤흔드는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무엇?

    연말 정국을 뒤흔드는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무엇?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검·경 갈등의 대표적 사례인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인지 검찰이 불순한 의도로 무리한 불기소 결정을 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울산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김 전 시장 측을 사찰하기 위해 울산에 간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를 부인하며 “당시 특감반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검·경의 갈등을 조율하고자 울산에 방문한 것”이라고 답해 재조명되고 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면서 벌어진 울산지역 검·경 간의 갈등 사례다. 울산경찰청은 2016년 4월 밍크고래 40마리를 불법 포획한 유통업자 6명을 검거하면서 이들이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고래고기 27t을 모두 압수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이 가운데 21t을 한 달 만에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사건은 한 해양환경보호단체가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담당검사를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로 2017년 9월 울산경찰청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DNA 분석으로는 고래유통증명서가 발부된 고래고기와 불법포획된 고기를 구분하기 어렵고 증거가 부족해 압수된 고래고기를 적법하게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며 맞섰다. 경찰이 사건 수사과정을 수시로 언론에 브리핑하자, 검찰은 `언론 플레이 중단하고 수사기관은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경찰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후 경찰이 사건 수사를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각종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법리적 하자 등을 이유로 대부분 기각하면서 갈등이 계속됐다. 검찰은 지난해 9월·10월 고래고기 사건 관련 세미나를 2차례 진행해 DNA 분석을 통한 고래 불법포획 판정에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경찰은 두 번째 세미나가 열리던 날 DNA 일치 판정이 난 고래고기를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담당검사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해외연수를 갔다가 1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말 귀국했다. 해당 검사는 경찰에 원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원론적인 내용의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담당검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유통업자 측)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유통업자 5명만 검찰에 송치했다. 울산지검은 지난 6월 경찰이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한 의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래고기 환부사건 담당부서인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 2명을 입건했다. 이에 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명백한 보복행위`라며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오는 9일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책 출판 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검찰·경찰·은행 전화는 우선 의심하세요”

    “검찰·경찰·은행 전화는 우선 의심하세요”

    #인천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 B은행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은행직원은 “1000만원을 대출해 지정하는 계좌에 송금하면 대출기록을 삭제하고 4600만원까지 대출해 주겠다“라고 말했다. A씨는 운전면허증 사본을 문자메세지로 전송하고 1000만원을 지정계좌로 송금했지만 직원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A씨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10명 중 9명이 사법·금융기관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보이스피싱으로 재산상 피해를 입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사람들의 신청서 143건을 분석한 결과, 검찰·경찰 등 사법기관을 사칭한 범죄 연루·협박 사기(73건, 51%)와 금융기관을 사칭한 금융 지원 명목사기가(64건, 44.8%)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의 9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는 메신저 피싱도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엄마, 이모, 아빠, 삼촌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기범이 다가와 계좌 이체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사법·금융기관 사칭과 비교해 피해건수는 3건(2.1%)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사기 유형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가족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직접 통화를 하라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재산 피해액은 1인당 1000만원에서 5000만원이 66건(54.1%)으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1000만원(31건, 25.4%), 5000만원~1억원(15건, 12.3%)이 뒤를 이었다. 1억원 이상 피해를 본 사람도 6명(4.9%)이나 됐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은 3억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 홍준형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위원장은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주민등록번호 유출 및 향후 2차 피해 우려로 불안해 하시는 많은 분들이 위원회를 찾았다”면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는 개인정보자기 결정권이 존중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수단으로써 2차 피해 예방으로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기부 천사 박수관, 여수 섬지역 의료봉사 올해 벌써 8회째

    기부 천사 박수관, 여수 섬지역 의료봉사 올해 벌써 8회째

    기부 천사로 불리는 박수관㈜ YC-TEC 회장이 이끄는 의료봉사단이 명진한마음봉사회와 함께 2019년도 여수지역 의료봉사에 나선다. 여수지역 의료봉사는 의료혜택이 부족한 섬 지역을 중심으로 2012년 여수시 남면 지역에서 첫 출발해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박 회장의 의료봉사는 단순 진료에 그치지 않는다. 1차 검진을 통해 이상 소견 대상자를 선별해 2차 진료를 받도록 하고, 수술이 필요한 대상자는 3차 검진을 통해 완치까지 지원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그동안 의료봉사 혜택을 받은 여수지역 섬 주민은 1000여명에 이른다. 박 회장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년 의료봉사를 펼쳐 여수지역 48개 유인도를 모두 소화할 계획이다. 올해는 화정면 일대 주민들을 상대로 백야도에 위치한 화정면 마을회관에서 내달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한다. 검진과 진료는 양방과 한방 분야의 전문의들이 직접 나서 첨단 의료장비 등을 동원해 신청 주민 전체를 소화할 계획이다. 양방은 부산진구에 소재한 윤 내과의 윤종경 원장 등 의료진 5명이 봉사에 나선다. 한방은 여수신통 한의원 이재명 원장(여수시 한의사협회장)과 여수 잘 보는 한의원 서동효 원장(여수시 한의사협회 재무이사) 등 5명이 직접 진료한다. 이날 명진한마음봉사회원 50여명은 주민 250여명분의 떡국 식사 봉사와 함께 염색, 커트 등 이미용 봉사를 하기로 했다. 행사에는 권오봉 여수시장과 서완석 여수시의장 등을 비롯해 여수시 의회 의원들과 화정면장 및 각 마을 이장 등도 참여해 격려할 예정이다.베트남 명예총영사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여수시 남면 화태도 출신으로 이곳에서 학창시절까지 생활했다. 박 회장은 “섬 지역 주민들이 의료 혜택을 제때 받지 못하는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매년 3차 진료까지 해서 완치되는 고향 주민들을 볼 때 한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저와 함께 해주시는 명진한마음봉사회원들과 의료진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김학의 무죄 만든 檢?… 공수처라면 달랐을까

    김학의 무죄 만든 檢?… 공수처라면 달랐을까

    공수처 기소권 없는 ‘권은희案’ 현재처럼 檢이 불기소 처분 가능성 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 ‘백혜련案’정권 ‘실세’ 수사 중립성 논란 비슷2013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 수사를 거듭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법원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검찰이 항소 뜻을 밝힘에 따라 재판이 더 진행될 예정이지만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가 대부분 공소사실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면서 애초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처벌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공수처)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김 전 차관에 대해 지난 22일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대부분 뇌물 수수 혐의를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더라도 청탁 여부·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무죄와 별개로 성접대가 있었는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는지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판단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기소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반면 ‘하명 수사로 인해 여론에 밀려 무리하게 수사·기소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수처가 존재했다면 김 전 차관을 제때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수처 법안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안 두 개다. 두 법안은 수사 대상이나 범위는 유사하지만 크게 기소권, 공수처장 임명 부분이 다르다. 백혜련안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도록 했고 최근 수정된 권은희안은 기소권 없이 검찰에 송치하도록 했다. 두 법안에 따르면 김 전 차관 사건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백혜련안대로라면 공수처가 기소까지 했겠지만, 권은희안대로라면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는 없다. 경찰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물론, 권은희안에 따르면 검찰이 불기소하면 기소심의위원회에 회부된다. 두 법안 모두 공수처의 영장청구권은 담고 있지 않다. 현재 바른미래당이 기소권 대신 영장청구권을 공수처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과거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체포·통신사실조회·압수수색·구속 영장을 9차례, 출국금지 요청을 2차례 반려했다. 결국 공수처에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이 없다면 현재의 검경 시스템과 크게 다른 결과를 내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검찰 1차, 2차 수사 당시 김 전 차관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는데, 김 전 차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정권 실세’라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백혜련안의 경우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는데, 이 경우 정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 상황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권은희안은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김학의 성접대 의혹…공수처 있었다면 어땠을까?

    김학의 성접대 의혹…공수처 있었다면 어땠을까?

     2013년부터 올해까지 세차례 수사를 거듭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법원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됐다. 검찰이 항소 뜻을 밝힘에 따라 재판이 더 진행될 예정이지만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가 대부분 공소사실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면서 애초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처벌할 수 있을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공수처)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김 전 차관에 대해 지난 22일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이유는 크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과 뇌물죄의 필수 요소인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으로 나뉜다. 법원은 대부분 뇌물 수수 혐의를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했고, 공소시효가 남아 있더라도 청탁 여부,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무죄와 별개로 성접대가 있었는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는지에 대해 법원은 판단하지 않았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기소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반면 ‘하명 수사로 인해 여론에 밀려 무리하게 수사·기소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은 공소시효를 뛰어넘기 위해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포괄일죄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더 긴 강간치상을 적용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배척됐다.  공수처가 있다면 김 전 차관을 제때에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수처 법안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으로 두개가 제출된 상태다. 수사 대상이나 범위는 유사하지만 기소권, 공수처장 임명 부분에서 다르다. 백혜련안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 기소권을 갖도록 했고 권은희안은 당초에는 기소심의위원회를 거쳐 기소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후 수정된 권은희안은 공수처의 1차 기소권을 없애고 검찰이 불기소하면 기소심의위회가 다시 기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공수처가 존재했다면 김 전 차관 사건은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백혜련안대로라면 공수처가 기소까지 했겠지만, 권은희안대로라면 기소할 수 없다. 경찰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상황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영장청구권도 마찬가지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기소권 대신 영장청구권을 공수처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 수사 당시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체포·통신사실조회·압수수색·구속 영장을 9차례, 출국금지 요청을 2차례 반려했다. 결국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이 없다면 현재의 검·경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중립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1차와 2차 수사 당시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는데, 당시 김 전 차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정권 실세’라서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일었다. 백혜련안의 경우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는데, 이 경우 정권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검찰 상황과 크게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권은희안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게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총 지원금 140억원…서울문화재단, 2020 서울예술지원 공모 시작

    총 지원금 140억원…서울문화재단, 2020 서울예술지원 공모 시작

    서울문화재단은 예술인들의 안정적이고 다양한 창작활동을 위해 총 140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이번 지원 사업은 ‘응모 자격이 까다롭다’는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원 기준을 기존 성과 중심에서 창자가 주체 중심으로 대폭 개선했다.재단이 오는 26일부터 공모를 시작하는 ‘2020 서울예술지원’ 사업은 크게 ▲예술창작지원 ▲예술기반지원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등 총 3개 사업으로 진행한다. ‘예술 창작지원’은 연극, 무용, 음악, 전통, 시각, 다원, 문학 등 총 7개 분야를 대상으로, 예술활동 경력단계에 따라 3개 ‘트랙’으로 세분화했다. 지원자는 ‘신진예술인’(A트랙), ‘유망예술인’(B트랙), ‘중견예술인’(C트랙) 등 자신의 경력에 맞춰 응모하면 된다. A트랙은 예술 전문 활동 경력 5년 내외, B트랙은 6년 이상 15년 내외, C트랙은 경력 10년 이상 예술인이 지원 대상이다. 재단은 이처럼 지금까지 생물학적 나이로 구분하던 지원 기준을 예술활동 경력단계별로 개선했다. ‘공연 및 시각 예술분야’에서는 작품과 전시 제작에 드는 직접 경비 외에 창작 과정을 인정하는 별도의 창작활동비도 신설했다. 작업계획 구상 전 과정을 준비하기 위한 지원(창작준비 지원)과 예술활동 전반의 질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예술생태계 인프라를 간접 지원하는 ‘예술기반지원’ 등도 새로 마련했다. 공모는 총 2차로 나누어 진행되며, 1차는 26일부터 12월 17일 오후 6시까지 ▲예술창작지원-창작활동지원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두 분야를 모집한다. 2차 공모는 2020년 2월 진행하며 ▲예술창작지원-창작준비지원 ▲예술기반지원 공모를 진행한다. 거주 지역 상관없이 2020년 서울에서 예술 활동을 계획하는 예술인 누구나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www.ncas.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문화재단 누리집(www.sf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AI 지식 검증 강화”… 4차 산업시대 해법 찾는 변리사시험

    “AI 지식 검증 강화”… 4차 산업시대 해법 찾는 변리사시험

    특허청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끊임없는 논란으로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변리사시험 2차 실무형 문제가 내년부터 전격 폐지된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제도지만 수험생과 업계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실무적 감각도 갖춘 변리사를 뽑자는 취지가 퇴색했다. 2014년 도입을 결정한 뒤로 올해 처음 시행된 정책이다.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도의 실패를 빠르게 인정한 특허청의 과감한 결단을 높게 산다는 반응과 ‘오락가락 행정’으로 수험생들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없던 일로 한다고 해서 상처와 흔적이 모조리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리사시험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몰아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새 시대에 적합한 지식을 갖춘 변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헌재까지 간 실무형 문제 논란 변리사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직업이다. 19일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변리사시험 1차에 응시한 수험생은 2908명으로 이 중에서 2차 시험에 통과해 최종 합격한 사람은 203명이다. 변리사 선발 규모는 200명 고정이지만 동점자 발생으로 매해 10명 내외 합격자가 더 나오기도 한다. 응시자 규모는 기복이 크지 않다. 2015년 2814명, 2016년 3171명, 2017년 3462명, 2018년 3271명 등 2000명대 후반에서 3000명대 초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200명을 뽑는 시험에서 3000명이 응시한다고 가정하면 경쟁률은 대략 15대1 정도다. 변리사는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으로 알려졌다. 소득이 높은 전문직 중에서도 가장 벌이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변리사들의 연평균 소득액은 5억~6억원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전망도 좋다. 온갖 신기술과 특허가 난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활용하는 데 법적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의 쓰임새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변리사시험은 1·2차로 치러진다. 1차는 객관식으로 민법과 지식재산권법, 자연과학개론(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과목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묻는다. 2차는 논술형으로 민사소송법, 특허법, 상표법과 함께 선택과목 하나를 골라 답안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폐지된 실무형 문제는 2차 시험에서 출제됐다. 특허법과 상표법 과목에서 1문제씩 나왔다. 실무형 문제는 쉽게 말해서 변리사로 일하면서 다루는 문서의 작성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하는 것으로 이의신청서·의견서·심판청구서 등 다양한 종류의 문서를 써 보는 훈련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특허청이 제시한 평가 기준으로는 여러 법리적 쟁점 중에서 특허출원인에게 유리한 사실이나 증거를 추출해 규정된 형식에 맞춰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지, 특허심사관이 특허출원을 거절했을 때 이를 적절하게 반박할 수 있는지 등이다. 올해 출제된 실무형 문제는 특허청이 앞서 예고했던 예시 문제와 거의 비슷한 형태로 출제됐다. 당락을 가를 만큼 어렵지는 않았고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가 많다. 처음 출제하는 것인 데다가 세간의 논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특허청은 이론 지식과 실무 감각을 겸비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산업계 의견을 수용해 변리사시험에 실무형 문제를 출제하기로 했다. 당시에도 반발이 있었지만, 특허청은 그대로 밀고 나갔다. 일각에서 “정부가 특허청 공무원에게 혜택을 주고자 변리사시험 제도를 개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특허청 공무원들은 실제로 일하면서 자연스레 문서를 많이 작성한다. 실무형 문제를 별도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일반 수험생들은 실무 경험을 쌓을 길이 없다. 특허청이 예시 문제를 제시했다고는 하나 불안감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작은 점수로도 당락이 엇갈리는 싸움이다. 결국 수험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일부 수험생은 헌법소원까지 냈다.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이를 기각했다. ●민간 참여 변리사시험제도개선위 수험생들의 싸움에 선배들도 거들었다. 대한변리사회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행정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찾아줘야 하는 헌재가 행정부 보호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무리하게 논리를 짜맞췄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쏟아지는 지적에 특허청도 결국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변리사시험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논의하는 내용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이었다. 위원회는 이종호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총 7명의 위원으로 꾸려졌다. 구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병욱 충남대 기계·재료공학교육과 교수, 이승룡 특허법인 리앤목 변리사, 김대영 이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예범수 KT법무실 상무 그리고 특허청 직원까지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6월 19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변리사시험 제도 전반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위원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지난 9월 9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실무형 문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위원 7명 가운데 특허청 직원을 제외하고 3명의 위원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명의 위원이 존속해야 한다고 맞섰다. 나머지 위원 1명이 기권하면서 결국 폐지가 다수 의견이 됐다. 그래도 존속해야 한다는 위원들은 “제도를 1년만 시행하고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적어도 3년은 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실무형 문제로 실무 역량을 검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일반 수험생들은 수험 중 실무를 경험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위원들의 주장이 최종적으로 채택됐다. 이런 권고를 받아들여 특허청은 결국 내년부터 실무형 문제를 없애기로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실무역량을 제대로 검증하는 문제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고 실제로 출제해 보니 일반적인 이론 문제와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시험에 합격한 뒤 받는 실무수습에서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변리사들의 역량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맞춤 변리사 양성 실무형 문제 폐지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변리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의 개선 방향까지 제시하는 것이 위원회의 궁극적인 목표다. 기존의 제도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지식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에 전문가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험 전반을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위원회는 지난달 28일 5차 회의에서 “2차 시험 선택과목에서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과목을 확대할 것을 특허청이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현재 2차 시험 선택과목이 학부 기초과목 중심으로 편성됐다”면서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식을 검증하는 수단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변화의 필요성에는 특허청도 공감하고 있다. 이선우 특허청 산업재산인력과장은 “과목을 추가하는 등 제도개선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더 진행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무수습을 어떻게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과목은 어떻게 편성해야 하는지 연구용역 등을 통해 제도를 다듬어 가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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