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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속도 내는 2차 상법 개정안… 배임죄 완화법도 서둘러야

    [사설] 속도 내는 2차 상법 개정안… 배임죄 완화법도 서둘러야

    더불어민주당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추가한 2차 상법 개정안을 7월 임시국회 기간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여러 표를 이사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그제 국무회의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도 의결·공포됐다.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측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재계는 시름이 깊다. 소송 남발과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 등으로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고 인수합병(M&A) 같은 경영권 행사도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를 의식해 민주당에서도 추가 입법 움직임은 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 기업의 고의적 사익 편취와 정당한 경영 판단을 구분해 경영진이 합리적 판단을 내린 경우 형사상 면책하는 형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다만 이들 법안은 9월 정기국회 때 논의하겠다고 한다. 9월까지 여유를 부릴 문제가 아니다. 기업 운영에 치명적일 걸림돌은 하루라도 빨리 덜어내 줘야 한다. 개정된 상법의 부작용을 덜어 줄 보완 입법을 일정조차 애매하게 찔끔찔끔 처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 요구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는 재계의 우려는 일리가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한국에 대미 투자 펀드 참여를 강권하고 있는 마당이다. 앞서 일본이 제안했던 4000억 달러(약 550조원) 규모의 투자 요구안을 관세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미국은 지금 동맹국들의 팔을 비틀어 가며 자국 기업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엔 딴 세상 얘기로만 느껴질 법하다.
  • ‘더 센 상법 개정안’ 공포… 與, 7월 국회서 집중투표제도 처리

    ‘더 센 상법 개정안’ 공포… 與, 7월 국회서 집중투표제도 처리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이른바 ‘3%룰’을 보완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15일 공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7월 국회 내에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추가한 상법 2차 개정안도 처리할 계획이다.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 더 센 상법 개정안뿐 아니라 경영계 우려를 반영한 보완 입법인 특별배임죄 폐지안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한 후 공포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되고, 3%룰 보완 규정은 공포 1년 뒤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전자 주주총회 의무 개최 규정은 기업들의 준비를 감안해 2027년 1월부터 적용된다. 지난 3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폐기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민주당도 대선 직후 재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 3일 여야가 서로 합의한 내용부터 처리할 수 있었다. 추가 논의를 이어 가기로 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이르면 오는 23일 본회의 또는 8월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상법에 대한 보완 입법, 2차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는 내용의 법안도 잇따라 발의됐다.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김남근 민주당 의원안), ‘3년 이내 소각’(김현정 민주당 의원안) 등 법안에 따라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원칙적 소각+임직원 보상 등 예외 허용’ 구조는 동일하다. 9월 정기국회 때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 개정의 보완 입법 차원에서 특별배임죄를 폐지하는 개정안(김태년 민주당 의원안)도 전날 발의됐다. 현행 상법은 회사의 이사나 임원 등이 임무를 위배한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돌려 회사에 손해를 가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김태년 의원은 경영진이 합리적 경영 판단을 하면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과도한 형사 리스크를 걷어 내자는 취지다. 재계는 2차 개정을 앞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비롯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에 대해서도 경영권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장기업이 자기자본으로 경영을 책임지는 구조인데 이사회 구성조차 주도할 수 없게 되면 장기적으로 상장 자체에 대한 기피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코스피·코스닥 상장폐지 검토에 들어간 기업이 벌써 4~5곳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상법 개정안·추경 ‘큰 산’ 넘은 국회…방송3법·노란봉투법 등 줄줄이 뇌관

    상법 개정안·추경 ‘큰 산’ 넘은 국회…방송3법·노란봉투법 등 줄줄이 뇌관

    상법 개정안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남은 민생·개혁 입법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후 재추진되고 있는 방송3법·노란봉투법·농업4법 등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7월 국회도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윤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주요 법안들은 7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쟁점 법안 13건과 여야 민생 공통 공약 법안 16건 등을 포함해 총 40건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엔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비롯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보험법·농어업재해대책법) 등이 포함돼 있다. 방송3법 개정안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개정안은 이미 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어 전체회의를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도 논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만 일부에선 법 개정이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집권 여당이 된 만큼 법안 통과 외에 세부 시행령이나 정부 가이드라인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부분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 역시 민주당에선 우선 처리 과제로 보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상법 개정안에서 빠졌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보완’ 등도 공청회를 거쳐 이달 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 상법·추경 ‘큰 산’ 넘은 6월 국회…방송3법·노란봉투법·농업4법 줄줄이 대기

    상법·추경 ‘큰 산’ 넘은 6월 국회…방송3법·노란봉투법·농업4법 줄줄이 대기

    상법 개정안과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남은 민생·개혁 입법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후 재추진되고 있는 방송3법·노란봉투법·농업4법 등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7월 국회도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윤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주요 법안들은 7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여야 쟁점 법안들은 논의를 통해 정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쟁점 법안 13건과 여야 민생 공통 공약 법안 16건 등을 포함해 총 40건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엔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비롯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보험법·농어업재해대책법) 등이 포함돼 있다. 방송3법 개정안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개정안은 이미 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어 전체회의를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도 논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다만 일부에선 법 개정이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집권 여당이 된 만큼 법안 통과 외에 세부 시행령이나 정부 가이드라인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부분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 역시 민주당에선 우선 처리 과제로 보고 있다. 당내에서는 올해 가을 추수 시기에 맞춰 개정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합의한 상법 개정안에서 빠졌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보완’ 등도 공청회를 거쳐 이달 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 [사설] 새 경제팀 “주식회사 대한민국”, 구두선 되지 않으려면

    [사설] 새 경제팀 “주식회사 대한민국”, 구두선 되지 않으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기재부 출신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지명했다. 경제사령탑인 구 후보자는 예산실장 출신으로 ‘국가정책 전문가의 시각에서 본 AI 코리아’를 최근 출간했을 정도로 경제 흐름에 기민한 면모를 갖췄다. 김 후보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에 이은 기업인 출신 장관이다. 이로써 새 정부의 경제팀은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 위주로 진용을 꾸렸다. 구 후보자는 인선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혁신의 기본 방향은 대한민국을 주식회사처럼 경영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건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도 투자를 제대로 해서 수익이 나게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을 주주, 공무원을 핵심 사원에 비유했다. 김 후보자는 어제 “기업들이 불철주야 해외시장을 뚫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함께 길을 뚫어 보겠다”고 했다. 새 정부의 실용 인사에 기대를 걸게 되지만 경제 현실은 너무나 암울하다. 두 달 연속 감소한 내수는 5월에는 제자리걸음이었다. 5월 첫날 국회를 통과한 13조 8000억원의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그나마 내수시장을 떠받쳤던 덕분이다. 설비투자는 석 달 연속 줄었다. 산업생산은 두 달째 줄었는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앞날은 더 불안하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재정건전성은 갈수록 중요하지만 지표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30조 3000억원의 2차 추경이 통과되면 나랏빚은 1300조 6000억원이 된다. 이 가운데 조세 등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923조 5000억원으로 2년 새 200조원이나 늘었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에 올해도 결손이 예상돼 세입경정까지 했다. 이 대통령의 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은 210조원으로 추정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공약별 예산과 재원 조달 계획을 분석하는 중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에 도움 되지 않는 공약이라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철회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진짜 성장’으로 선순환 경제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에서 기업은 성장을 좌우하는 생산요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며칠 내 처리할 계획이다. 경제단체들은 어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당정, 기업이 한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실현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여야 지도부 첫 상견례서 협치 공감대… 李대통령, 원내대표 오찬 제안

    여야 지도부 첫 상견례서 협치 공감대… 李대통령, 원내대표 오찬 제안

    여야 신임 원내대표 등이 17일 첫 상견례를 갖고 정례적 만남을 이어 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뤄 냈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등 현안을 두고는 이견을 확인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김 직무대행은 송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송 원내대표의 수락 연설에서 ‘(과거로) 퇴행은 안 된다’고 하신 말씀은 지금 정치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경고”라며 “저 또한 경청하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예방 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송 원내대표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회동을 정례화하고 이외에도 수시로 만나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감한 현안을 두고는 뼈 있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약 2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두고 “국가 재정이 권력의 지갑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상법 개정안과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일방 처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송 원내대표도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를 꺼내며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등을 거론하며 “인사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한데, 경제를 아는 분이 인선에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도 했다. 한편 강 비서실장과 우 정무수석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전달했다. 김 직무대행은 접견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께서 여야 정치 회복을 위해 여야 원내대표를 오찬으로 초청하셨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 역시 접견 뒤 “강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양당 원내지도부가 식사라도 하는 어떤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달했다”며 “저도 기본적으로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 [데스크 시각] 지금은 ‘살리는 정치’ 할 때

    [데스크 시각] 지금은 ‘살리는 정치’ 할 때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임 정부는 ‘경제 회생’ 버튼이 아닌 45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비상계엄 버튼을 눌렀다. 계엄 사태로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이 시간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강대국들과의 운명이 걸린 레이스에서 한국이 손에 쥐고 있던 바통을 느닷없이 팽개치며 뒷걸음친 시간이나 다름없다. 불황의 그늘은 전국을 덮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IMF 외환위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곳곳에서 곡소리가 들리니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운이 지지리도 없는 셈이다. 3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며 승리에 취해 있을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다. 새 정부가 이전 정부 인사들과의 ‘불편한 동거’ 속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에 착수했지만 결국 국회가 팔 걷고 나서지 않으면 추경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안한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앞으로 3개월간 여야가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놓고 ‘잘하기 경쟁’이라도 해보자. 1년 뒤 지방선거도 있으니 국민들이 정치인들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자는 것이다. 물론 이 협업의 기간은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더욱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과 자부심, 사명감을 가지겠다”고 한 것처럼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재정비가 불가피한 ‘제1야당’ 국민의힘과도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야 한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처리된 ‘1차 추경’은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열흘 만에 통과됐다.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 추진·사퇴로 의미가 묻혔지만 국회의 추경 처리 속도만 놓고 보면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17차례 추경 중 가장 빨랐다. 2차 추경도 중요한 것은 속도다. 지금은 불황이라는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기에 더 타들어 가기 전에 불부터 끄는 게 급선무다. 증권가에서는 내각 구성,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인 오는 7월 하순쯤 추경 의결 전망을 내놓았지만 그때까지 버틸 체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도 세수 결손 가능성이 커 세입 경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새롭게 꾸려질 양당 원내지도부는 이러한 부담감을 갖고 속도전으로 협상에 임해야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이후 코스피는 2800선을 넘었다. 2300선 밑으로 떨어졌던 지난 4월 9일과 비교하면 두 달도 안 돼 500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국난에 비견되는 이 위기 속에서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오기형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지난 5일 상법 개정안 재발의 회견에서 “코스피 3000 돌파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자본시장 신뢰가 더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으로 ‘거수기 이사회’에 대한 개편이 이뤄진다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돼 숙원인 ‘자본시장 선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도 이번 대선 공약집에 ‘MSCI 선진국 지수 임기 내 편입’을 비롯해 일반 주주의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를 담았다.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자산총액 2조원 이상)는 상법 개정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여야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살리는 정치’를 한다면 지금의 위기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걸 해낼 여야 정치인은 이미 충분히 있다.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 줄 때다. 김헌주 정치부 차장
  • “지금이 감세 논할 때인가요?”…감세와의 전쟁 나선 野오기형[주간 여의도 Who?]

    “지금이 감세 논할 때인가요?”…감세와의 전쟁 나선 野오기형[주간 여의도 Who?]

    매주 금요일 [주간 여의도 Who?]가 온라인을 통해 독자를 찾아갑니다. 서울신문 정당팀이 ‘주간 여의도 인물’을 선정해 탐구합니다. 지난 일주일 국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정치인의 말과 움직임을 다각도로 포착해 분석합니다.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는 게 맞는 걸까요?” 최근 여야가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공감대를 같이 하면서 상속세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배우자 상속공제 완화에는 어느 정도 뜻을 같이하지만 배우자 상속세 자체를 완전히 폐지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게 이들 의원의 설명이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배우자 상속세 얘기가 나오자마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법 개정에 나서지 말고 충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적의 세제 개편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21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약해오다 22대 국회에선 기재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기형(재선·서울 도봉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관련해 21일 “세제를 유연하게 하는 건 동의하지만 전면 폐지는 반대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배우자 상속세 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 국민의힘이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하는 방침을 밝히고 민주당도 ‘동의’ 의사를 내비치면서 한도 상향 논의가 갑자기 폐지 쪽으로 기울었다. 국민의힘이 지난 17일 당론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만큼 상속세를 전액 공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배우자의 실제 상속 재산이 없거나 5억원 미만일 경우 5억원을 공제해준다. 5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법정 상속분을 한도로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공제하되 30억원을 초과하면 30억원까지만 공제가 가능하다. 오 의원은 “어디까지가 중산층인지는 토론의 영역인데 이걸 뛰어넘어 (부부 간 세금을) 아예 폐지하는 건 안 된다”고 했다. 오 의원의 감세 반대론은 2년 연속 세수 감소와 결손으로 국가 재정에 비상등이 켜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 국세 수입은 395조 9000억원이었으나 이듬해인 2023년과 지난해 국세 수입은 각각 344조 1000억원, 336조 5000억원으로 점차 줄었다. 세금을 예상보다 덜 거두는 세수 결손도 2023년 56조 4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30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2년 동안 세수 결손 규모가 90조원에 달한 셈이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상속재산 100억원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도 2차 상속(배우자 사망 후 자녀 상속 단계)까지 고려해 보니 총상속세는 전액 공제 폐지(39억 2000만원)할 때보다 법정상속분 내 공제 폐지(34억 7000만원)했을 때 세금이 더 적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오 의원은 기재위에서 활동하면서 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태스크포스(TF) 단장도 맡고 있다. 오 의원이 평소 하는 말 중 하나는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주역도 오 의원이다. 이번에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주주 보호를 통한 주식시장 정상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강조하며 지난해 11월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오 의원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투자자 신뢰 회복이다. 일반 투자자든 기관 투자자든 제대로 보호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이번 상법 개정안은 부족하지만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도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 제시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고 즉각 공포를 촉구했다. 1966년생으로 전남 화순 출신인 오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상해사무소 수석대표로 활동하며 현지에 진출하는 대기업들의 자문을 맡기도 했다. 당시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중국 현지 합작사 설립에 대한 법률 자문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상법 개정안 선봉에 서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기업 법무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직접 상법 개정을 추진할 만한 전문가로 오 의원을 꼽았다는 전언이다. 그는 지난 2016년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의 인재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지냈고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간사를 맡아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탰다. 21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오 의원은 상임위원회를 한 번도 옮기지 않으며 4년간 정무위원회에 몸을 담았다. 당시 오 의원은 “가계부채의 3분의 2 이상이 변동금리이므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금융기관이 아닌 가계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정책을 끌어냈다. 또 재향군인회의 회계부실을 문제 삼으며 보훈처가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22대 국회에서 상법 개정이라는 큰 산을 넘은 오 의원은 이제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로 다시 한번 개미투자자 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을 당한 피고도 사실 입증을 위한 증거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해 효율적인 분쟁 해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해외에선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오 의원은 “소액주주의 증거 불균형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 의원은 당내에서 공부하는 정치인으로 통한다. 경제를 주제로 공부하는 ‘경제는 민주당’ 등 다양한 공부 모임에 나서는 그는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별도의 공부 모임을 만들어 법안 발의에 나서기도 한다. 이 같은 부지런함 때문에 이념과 정파성을 뛰어넘어 명확한 논리와 근거에 기반한 정책 발굴에 나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재명 “경제 벼랑 끝…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돼야”

    이재명 “경제 벼랑 끝…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돼야”

    李 “탄핵이 경제 회복 최우선 전제”尹 거취 정리·확장 재정 의견 나눠진성준 “상법 개정안도 속도 낼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 비상경제점검회의는 일단 민주당 단독으로 출범했다. 여당이 이 대표 제안에 호응하지 않고 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통령의 계엄, 거기다 탄핵 무산까지 겹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오는 14일 2차 탄핵 의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경제 회복의 가장 중요한 전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여야정 비상경제점검회의는 아직 구성이 안 됐지만 우리끼리라도 경제 점검을 하기 위해 출범한다”며 “기획재정부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비상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 대표와 비상경제점검단장을 맡은 이언주 최고위원, 진성준 정책위의장,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홍성국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비롯해 당내 경제 관련 보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당에서 국내 주식시장 부활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 민생경제대책위원장을 맡은 김태년 의원 등 경제 관련 상임위 간사도 참석했다. 진 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향후 정치적 일정이 분명해진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확장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일정이 분명해지고 나면 그다음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부의 추경을 촉구하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진 의장은 비상계엄 사태로 논의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진 의장은 “(지난 4일) 예정됐던 정책 디베이트(토론회)가 취소됐는데 곧바로 다시 일정을 잡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말 이전에라도 (정책 디베이트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여야정 3자가 모이는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구성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협의체가 구성되면 정부는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 “손실보상법, 소상공인들과 많은 대화 뒤 기준 세워야”

    “손실보상법, 소상공인들과 많은 대화 뒤 기준 세워야”

    “숙박업이 대체 왜 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는 건가요? 성수기마다 인원 제한을 걸어 놓고선 손해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건가요?” 수도권에서 독채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당장 2주 뒤에 시행되는 손실보상법 대상에 숙박업소가 빠진다는 소식에 분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소상공인 손실보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의 직접적 방역 조치인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받은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라 유흥업소, 노래방, 식당, 카페 등은 보상받을 수 있지만, 숙박업이나 여행업 같은 경영 위기 업종은 받을 수 없다. 특히 구체적인 보상 비율이나 액수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서 ‘깜깜이 보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다음달 8일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심의위는 중기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두고,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소상공인 관련 단체, 학계, 법조계 등에서 뽑힌 인물들로 구성된다. 중기부는 심의위에서 세부 기준을 결정해 이르면 다음달 말 손실보상금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정부 지시가 없었어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인해 간접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일찌감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거리두기로 수요가 줄어든 여행업, 인원이 제한된 숙박업소와 공연문화업, 샤워실과 같은 부대시설 이용이 금지된 헬스장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손실보상 산정 방식과 금액, 지급 절차 등을 시행령으로 정하지 않고 심의위에 맡긴 것을 놓고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심의위에 최종 결정을 모두 떠넘긴 모양새인데, 구체적인 기준 없이 일단 ‘시행부터 하자’고 비춰질 우려가 있다”면서 “위원회가 논의를 거쳐 명확한 보상 기준을 공개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자의적으로 산정 방식을 결정해 최종 결과만 통보한다면 어떤 소상공인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올 7~9월 석 달간의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른 보상으로 1조원의 예산이 배정된 반면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집합 금지·제한 대상으로 편성된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예산은 총 1조 1000억원 규모였다. 지난 7월부터 전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던 만큼 피해 규모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는데, 확보된 예산은 희망회복자금보다 적은 것이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면 예비비까지 쓰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주먹구구식 보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실보상법의 원칙이 명확하지 않아 많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보상 대상에서 누락된 소상공인에게 설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많은 소상공인들이 이의를 제기할 테고, 보상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지급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시간을 들여 소상공인들과 최대한 많이 대화한 뒤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이후론 물러서지 않아야 체계적인 손실보상법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손실보상’시행 코앞인데… 비율·금액 깜깜이

    ‘손실보상’시행 코앞인데… 비율·금액 깜깜이

    “숙박업이 대체 왜 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는 건가요? 성수기마다 인원 제한을 걸어 놓고선 손해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건가요?” 수도권에서 독채 펜션을 운영하는 A씨는 당장 2주 뒤에 시행되는 손실보상법 대상에 숙박업소가 빠진다는 소식에 분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소상공인 손실보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의 직접적 방역 조치인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받은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에 따라 유흥업소, 노래방, 식당, 카페 등은 보상받을 수 있지만, 숙박업이나 여행업 같은 경영 위기 업종은 받을 수 없다. 특히 구체적인 보상 비율이나 액수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서 ‘깜깜이 보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보호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다음달 8일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심의위는 중기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두고,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소상공인 관련 단체, 학계, 법조계 등에서 뽑힌 인물들로 구성된다. 중기부는 심의위에서 세부 기준을 결정해 이르면 다음달 말 손실보상금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정부 지시가 없었어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인해 간접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일찌감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거리두기로 수요가 줄어든 여행업, 인원이 제한된 숙박업소와 공연문화업, 샤워실과 같은 부대시설 이용이 금지된 헬스장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손실보상 산정 방식과 금액, 지급 절차 등을 시행령으로 정하지 않고 심의위에 맡긴 것을 놓고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심의위에 최종 결정을 모두 떠넘긴 모양새인데, 구체적인 기준 없이 일단 ‘시행부터 하자’고 비춰질 우려가 있다”면서 “위원회가 논의를 거쳐 명확한 보상 기준을 공개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자의적으로 산정 방식을 결정해 최종 결과만 통보한다면 어떤 소상공인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올 7~9월 석 달간의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른 보상으로 1조원의 예산이 배정된 반면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집합 금지·제한 대상으로 편성된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예산은 총 1조 1000억원 규모였다. 지난 7월부터 전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던 만큼 피해 규모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는데, 확보된 예산은 희망회복자금보다 적은 것이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면 예비비까지 쓰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주먹구구식 보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실보상법의 원칙이 명확하지 않아 많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보상 대상에서 누락된 소상공인에게 설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많은 소상공인들이 이의를 제기할 테고, 보상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지급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시간을 들여 소상공인들과 최대한 많이 대화한 뒤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이후론 물러서지 않아야 체계적인 손실보상법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설] 소상공인 보상 늘리긴 커녕 전 국민 지원이라니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4단계가 어제부터 시행돼 오후 6시 이후 2인 모임만 가능하고, 유흥시설은 집합이 금지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어제까지 6일 연속 1000명을 넘어선 탓에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에게는 폐업하라는 주문과 같다. 지난해 8월부터 반복적으로 영업권을 제한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더 버틸 힘이 없을 것이다. 특히 ‘7월 1일 방역 완화한다’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장, 경기지사를 믿고 직원 추가 채용 등으로 대응한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곡소리가 날 판이다. 따라서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은 큰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 보호책도 함께 논의해야 이치에 맞다. 국회는 이번 주부터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심의한다. 코로나 피해 지원에 15조 7000억원이 배정됐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원(저소득층은 35만원)씩 주는 재난지원금 10조 7000억원, 신용카드 캐시백 1조 1000억원 등이다. 반면 그동안 방역 협조로 영업권을 침해받은 소상공인에겐 최대 900만원만 추가 지원하는 희망회복자금이 3조 3000억원, 개정된 손실보상법에 따른 지원으로 6000억원만 편성됐다. 소상공인 지원은 재난지원금의 36.4% 수준에 불과하다. 추경은 4차 유행 이전에 소비진작용으로 편성됐다. 지금은 상황이 급변했다. 집단 멈춤으로 피해가 불가피한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7~9월 3개월 손실보상 예상액 60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최종적으로는 번복됐지만,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전격 합의까지 했으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검토해 추후 결정하고,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훨씬 두텁게 지원하는 방법도 모색하기로 했다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추경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생계 위협을 느끼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하루가 시급한데 23일 추경을 처리하겠다는 여야 합의가 실행될지 의문이다. 정책의 기본은 가장 어려운 처지의 시민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재난지원금 중심인 추경을 소상공인에게 혁신적으로 지원되도록 재설계해야 마땅하다. 캐시백 1조 1000억원도 줄여야 한다.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한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은 시행령 작업을 거쳐 3개월 뒤 시행된다. 보상기준과 보상금 산정 방식 등을 결정할 손실보상심의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 빠르고 두텁게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거리두기 4단계로 96만개 시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삶의 의욕을 잃지 않도록 국회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 [기획] 유사시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기획] 유사시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일본의 끔찍한 전쟁 범죄 사실은 부인한 채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는 위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그의 이번 방미 기간 중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 기간 중 논의된 여러 가지 의제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은 27일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에서 합의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이었다. 합의문은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한 장의 합의가 차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 가져올 후폭풍은 가히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新방위협력지침’...전범국 일본 ‘족쇄’ 풀어줘 이번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냉전 시기 북해도 지역에서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던 일본의 필요에 의해 책정된 정부 간 합의이다. 이 합의에는 일본이 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군과 자위대가 정보·작전·군수 등 분야에서 각각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정부 대 정부의 합의문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이 지침은 1978년 처음 만들어질 당시만 하더라도 철저하게 일본 영토와 영해, 영공 방위를 위한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 일본은 패전국이었기 때문에 헌법 제9조에 따라 정규군을 보유할 수 없었고, 자위대는 이름 그대로 자국의 치안과 영토 보호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자위대의 성격과 작전 영역을 명시함으로써 일본의 공세적 무기 획득과 군비증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일본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방위청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제창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오랫동안 고수해 오고 있었지만, 냉전 붕괴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1차 북핵위기로 홍역을 치른 이후인 1996년,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통해 미·일 방위협력지침에서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공세적 무기 확보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이다.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위한 변화는 미국의 세력 약화와 중국의 부상,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내각이 들어선 이후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부 재정위기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위협론을 부채질했고,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을 잡아두고 있던 끈을 서서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우선, 일본이 주장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일반적으로 자위권이란 국가 주권과 이익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권리를 말하는데, ‘집단적 자위권’이란 지켜야 할 주권과 이익에 자국뿐만 아니라 동맹 또는 우방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불량배에게 맞을 위기에 있으면 친구가 와서 함께 싸워주고, 반대로 친구가 불량배에게 당할 위기에 처하면 자신도 나서서 친구와 함께 불량배와 싸워 준다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바르샤바조약기구(WTO) 등 집단안보체제, 또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체결한 동맹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같은 집단안보체제에 가입한 국가가 정상국가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럴 자격이 없는 전쟁범죄국가일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은 전쟁범죄국가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군대’를 보유할 수 없는 대신, 일본 영토와 영공, 영해에서 방어적 목적으로만 운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무력인 ‘자위대’만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헌법 제9조에서 군대의 보유와 국가의 교전권 포기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이 헌법 개헌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국내외의 반대로 개헌이 어려워지자 헌법 해석 변경과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개념 도입을 통해 자위대를 교전권을 가진 정식 군대로 만들려 하고 있다. 교전권이란 국가 간 분쟁을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적국과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교전권이지만,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파트너 국가가 미국이라면 이론적으로 일본은 미국과 동맹을 맺거나 우방 관계에 있지 않은 거의 모든 국가와 전쟁을 할 수 있는 교전권을 손에 쥐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병' 날개? 또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일본은 굳이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작전에 투입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위대가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유사시 형식상 최고사령부가 되는 UN군사령부는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기지들은 모두 미군과 자위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지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7함대와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이, 사세보 해군기지는 제7함대와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군이 함께 쓰고 있고, 캠프 자마에는 주일미육군 제500군사정보여단과 지원부대가 일본판 특전사라 할 수 있는 중앙즉응집단사령부와 함께 입주해 있다. 제5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타 공군기지는 항공자위대 방공지휘소가, 해군과 공군, 해병대가 사용하는 가데나 기지와 후텐마 기지, 화이트비치 기지 등에도 모두 자위대 지원부대가 함께 입주해 있거나 유사시 기지에 전개되는 전력의 작전을 지원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한반도에서 미군의 군사작전에 자위대가 엮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인해 자위대는 날개를 달게 됐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리에 따라 한반도에서 작전하는 미군의 후방지원 수준을 넘어서, 필요에 따라 미군과 함께 북한에 대한 공세적 군사작전을 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앵무새처럼 “우리 동의없이 한반도전쟁 개입 못해” 우리 정부는 즉각 “일본의 사전요청과 우리의 동의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전 초기 북한은 한·미 연합군을 향해 대량의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것이고, 새로 개정된 지침에 따라 자위대는 해상에서 이 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의무가 있다. 미군의 작전을 후방에서 지원해야 하는 일본은 일본 인근 해역이나 괌 인근에서 들어오는 사전배치전단은 물론 미 본토와 하와이 등지에서 병력과 장비를 싣고 들어오는 미 수송선단에 대한 보호 작전도 ‘후방 지원’ 개념에서 수행해야 한다. 기동함대 등 선단 호위를 위한 해군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가 미 수송선단에 대한 호송 지원을 제공하지 못해 미 해군 수송선단이 한반도 해역 진입에 난색을 표하고, 연합사령부가 신속한 물자 하역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위해 자위대가 한반도 영해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즉, 우리 정부는 평시에는 “우리 동의 없이 자위대가 한반도 전쟁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전시가 되어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빠진 상황이라면 명분 보다는 생존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자위대의 해외 군사작전 허용은 곧 일본에 채워져 있던 전범국이라는 족쇄가 서서히 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일본의 족쇄를 풀어줌으로써 심각한 골칫거리인 북한과 잠재적 적국인 중국에 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갈 수 없을 것이다. -미일동맹 격상은 미국의 자충수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역사는 반복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군웅할거(群雄割據)가 지속되다가 통일되고, 통일되어 전성기를 잠시 누리다가 부정부패와 반란, 외적의 침입 등으로 망하고 흥하고를 수 없이 반복했고, 우리나라 역시 비록 왕조 교체는 중국보다 적었다고는 하지만 위정자들의 권력다툼과 국론 분열과 국력 약화, 이 틈을 탄 외적의 침략, 침략을 물리친 뒤 잠시 평화를 누리다가 다시 권력다툼과 외침이 이어지는 같은 역사의 반복이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동아시아 역사의 변두리에 있었던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상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독립성을 유지했지만, 경제적·문화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이들로부터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 왔다. 이들은 국가가 분열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이거나 힘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한국과 중국에 사신단을 보내 이른바 통신사로 불리는 사절단을 보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지만, 힘이 있을 때는 수시로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며 노략질을 일삼았다. 3세기 초 호족연합정권인 야마토 정권이 전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정규군을 갖춰 가야, 백제와 결탁해 신라를 침략했고, 통일신라 시대에도 경상·전라·충청·경기 연안 일대에 수시로 해적선단을 보내 해안선을 약탈하거나 조운선, 무역선을 습격했다. 고려시대에는 한반도와 가까운 쓰시마섬에 거점을 마련하고, 한반도 해안에 대한 노략질을 일삼았고, 조선시기에는 15만 대병력으로 한반도 전역을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기도 했다. 문제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과 과거 한반도를 침략하고 노략질을 일삼았던 가문이 현재 일본의 집권세력에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노략질 일삼던 가문들이... 에도시대부터 일본 정계의 주류를 이루며 한반도와 대륙 침략을 주장했던 조슈번(長州藩) 세력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번주(藩主)인 모리 테루모토(毛利輝元)가 제7군(약 3만 명)을 이끌고 조선 전국토를 유린했던 자들이다. 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고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나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배출했고, 이들 세력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일본 정치계의 주류로 남아 아베 신조(安倍晋三)라는 인물을 배출하고 지금도 일본 군국주의 부활과 극우 민족주의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도시대부터 동해와 남해, 난세이 제도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적 집단이었던 사쓰마번(薩摩藩) 역시 번주인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가 이끄는 제4군(약 1만5,000여 명)이 참전하여 경상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칠전량 해전에서 조선수군을 전멸시켰으며, 노량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죽게 만든 자들이었다. 이들은 조슈번과 함께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며 일본제국해군을 건설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고, 전후에도 일본 정계의 주류 정치세력으로 남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라는 극우 정치인을 배출하고 현재도 극우 민족주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정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 정치세력은 과거부터 내부 권력 투쟁을 이어오면서 일본 국내 상황이 정리되고 힘이 축적되면 반드시 한반도와 대륙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도 과거사 왜곡을 통해 한국과 중국을 열등 민족이자 타도 대상으로, 미국을 ‘핵무기'라는 비인도적인 무기를 일본인에게 사용한 가해자로 선전하고 있다. 현재 미일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역대 그 어느 시절보다 굳건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힘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언제든지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실제로 냉전 시기 ‘120% 한통속’이라는 미·일 밀월관계 속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까지 성장했던 일본은 경제력과 군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미국을 향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신들이 초강대국이 될 것이며, 미국이 첨단 무기를 자랑해도 일본의 전자부품 없이는 빈껍데기라며 초강대국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은 ‘슈퍼 301조’라는 무역통상법 제301조, 즉, “미국의 눈 밖에 난 국가와는 무역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결과로 일본은 치명타를 입게 되었는데 금융과 제조업의 거품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도쿄 증시는 3분의 1토막이 났고, 금융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20년 전 경제력으로 미국에게 반기를 들었던 일본이 이제는 군사력 카드를 들고 나왔다. 중국 위협론과 자신들의 역할론을 들고 나오며 자위대라는 이름의 족쇄를 서서히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일본은 원거리 공습이 가능한 고성능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항공모함과 대형 상륙함과 같은 공격무기를 손에 넣었고, 수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약 47톤의 플루토늄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약 8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640kg의 플루토늄을 IAEA에 신고하지 않고 은닉했다가 적발되는 등 미심쩍은 행동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관문 '핵무장'만 남은 셈 일본이 이처럼 공세적 군사력을 갖추고 대량의 플루토늄까지 보유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용인과 협력 덕분이었다.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은 이제 보통군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군대까지 보유했고, 군사강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핵무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일본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핵물질과 기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고성능 위성 발사체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몇 주 이내에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출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제10조 1항에 따르면, NPT 가입국은 NPT에 가입했더라도 국가 비상사태나 국가이익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는 UN에 통보하고 NPT를 탈퇴할 수 있다. 즉, 센카쿠에서 중국의 위협,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빌미로 얼마든지 NPT를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순간 경제력·핵 능력으로 일본은 미국에 다시 "NO"라고 맞서려 할 것이며, 그때는 미국도 일본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일본 우익의 속셈과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이라는 맹수를 잡기 위해 반성하지 않는 전범국가를 풀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일본에 맞설 강력한 군사력이라도 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허세만 부리며 막대기라도 주워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대한민국은 만에 하나라도 유사시에 무엇으로 대응할지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위정자들에게 물어볼 때가 아닐까?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 전범국의 ‘족쇄’를 풀어주다...한반도 앞날은?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 전범국의 ‘족쇄’를 풀어주다...한반도 앞날은?

    일본의 끔찍한 전쟁 범죄 사실은 부인한 채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는 위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그의 이번 방미 기간 중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 기간 중 논의된 여러 가지 의제 가운데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은 27일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에서 합의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이었다. 합의문은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한 장의 합의가 차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 가져올 후폭풍은 가히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합의 이번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냉전 시기 북해도 지역에서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던 일본의 필요에 의해 책정된 정부 간 합의이다. 이 합의에는 일본이 타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군과 자위대가 정보·작전·군수 등 분야에서 각각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정부 대 정부의 합의문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이 지침은 1978년 처음 만들어질 당시만 하더라도 철저하게 일본 영토와 영해, 영공 방위를 위한 내용만을 담고 있었다. 일본은 패전국이었기 때문에 헌법 제9조에 따라 정규군을 보유할 수 없었고, 자위대는 이름 그대로 자국의 치안과 영토 보호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자위대의 성격과 작전 영역을 명시함으로써 일본의 공세적 무기 획득과 군비증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일본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방위청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제창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오랫동안 고수해 오고 있었지만, 냉전 붕괴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1차 북핵위기로 홍역을 치른 이후인 1996년,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통해 미·일 방위협력지침에서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공세적 무기 확보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이다.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위한 변화는 미국의 세력 약화와 중국의 부상,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내각이 들어선 이후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부 재정위기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위협론을 부채질했고,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을 잡아두고 있던 끈을 서서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우선, 일본이 주장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일반적으로 자위권이란 국가 주권과 이익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권리를 말하는데, ‘집단적 자위권’이란 지켜야 할 주권과 이익에 자국뿐만 아니라 동맹 또는 우방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불량배에게 맞을 위기에 있으면 친구가 와서 함께 싸워주고, 반대로 친구가 불량배에게 당할 위기에 처하면 자신도 나서서 친구와 함께 불량배와 싸워 준다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과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바르샤바조약기구(WTO) 등 집단안보체제, 또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체결한 동맹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같은 집단안보체제에 가입한 국가가 정상국가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럴 자격이 없는 전쟁범죄국가일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은 전쟁범죄국가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군대’를 보유할 수 없는 대신, 일본 영토와 영공, 영해에서 방어적 목적으로만 운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무력인 ‘자위대’만 가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이른바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헌법 제9조에서 군대의 보유와 국가의 교전권 포기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이 헌법 개헌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국내외의 반대로 개헌이 어려워지자 헌법 해석 변경과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개념 도입을 통해 자위대를 교전권을 가진 정식 군대로 만들려 하고 있다. 교전권이란 국가 간 분쟁을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적국과 전쟁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교전권이지만,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파트너 국가가 미국이라면 이론적으로 일본은 미국과 동맹을 맺거나 우방 관계에 있지 않은 거의 모든 국가와 전쟁을 할 수 있는 교전권을 손에 쥐게 된다.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병' 날개? 또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일본은 굳이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유사시 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이 작전에 투입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위대가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유사시 형식상 최고사령부가 되는 UN군사령부는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를 두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기지들은 모두 미군과 자위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지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7함대와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이, 사세보 해군기지는 제7함대와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군이 함께 쓰고 있고, 캠프 자마에는 주일미육군 제500군사정보여단과 지원부대가 일본판 특전사라 할 수 있는 중앙즉응집단사령부와 함께 입주해 있다. 제5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타 공군기지는 항공자위대 방공지휘소가, 해군과 공군, 해병대가 사용하는 가데나 기지와 후텐마 기지, 화이트비치 기지 등에도 모두 자위대 지원부대가 함께 입주해 있거나 유사시 기지에 전개되는 전력의 작전을 지원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한반도에서 미군의 군사작전에 자위대가 엮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인해 자위대는 날개를 달게 됐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리에 따라 한반도에서 작전하는 미군의 후방지원 수준을 넘어서, 필요에 따라 미군과 함께 북한에 대한 공세적 군사작전을 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앵무새처럼 “우리 동의없이 한반도전쟁 개입 못해” 우리 정부는 즉각 “일본의 사전요청과 우리의 동의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전 초기 북한은 한·미 연합군을 향해 대량의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것이고, 새로 개정된 지침에 따라 자위대는 해상에서 이 미사일 요격을 시도할 의무가 있다. 미군의 작전을 후방에서 지원해야 하는 일본은 일본 인근 해역이나 괌 인근에서 들어오는 사전배치전단은 물론 미 본토와 하와이 등지에서 병력과 장비를 싣고 들어오는 미 수송선단에 대한 보호 작전도 ‘후방 지원’ 개념에서 수행해야 한다. 기동함대 등 선단 호위를 위한 해군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가 미 수송선단에 대한 호송 지원을 제공하지 못해 미 해군 수송선단이 한반도 해역 진입에 난색을 표하고, 연합사령부가 신속한 물자 하역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위해 자위대가 한반도 영해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즉, 우리 정부는 평시에는 “우리 동의 없이 자위대가 한반도 전쟁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전시가 되어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빠진 상황이라면 명분 보다는 생존이 우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자위대의 해외 군사작전 허용은 곧 일본에 채워져 있던 전범국이라는 족쇄가 서서히 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일본의 족쇄를 풀어줌으로써 심각한 골칫거리인 북한과 잠재적 적국인 중국에 맞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손 안 대고 코 푸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갈 수 없을 것이다. -미일동맹 격상은 미국의 자충수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역사는 반복된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군웅할거(群雄割據)가 지속되다가 통일되고, 통일되어 전성기를 잠시 누리다가 부정부패와 반란, 외적의 침입 등으로 망하고 흥하고를 수 없이 반복했고, 우리나라 역시 비록 왕조 교체는 중국보다 적었다고는 하지만 위정자들의 권력다툼과 국론 분열과 국력 약화, 이 틈을 탄 외적의 침략, 침략을 물리친 뒤 잠시 평화를 누리다가 다시 권력다툼과 외침이 이어지는 같은 역사의 반복이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동아시아 역사의 변두리에 있었던 일본은 섬나라라는 특성상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독립성을 유지했지만, 경제적·문화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이들로부터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 왔다. 이들은 국가가 분열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이거나 힘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한국과 중국에 사신단을 보내 이른바 통신사로 불리는 사절단을 보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지만, 힘이 있을 때는 수시로 한국과 중국을 침략하며 노략질을 일삼았다. 3세기 초 호족연합정권인 야마토 정권이 전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정규군을 갖춰 가야, 백제와 결탁해 신라를 침략했고, 통일신라 시대에도 경상·전라·충청·경기 연안 일대에 수시로 해적선단을 보내 해안선을 약탈하거나 조운선, 무역선을 습격했다. 고려시대에는 한반도와 가까운 쓰시마섬에 거점을 마련하고, 한반도 해안에 대한 노략질을 일삼았고, 조선시기에는 15만 대병력으로 한반도 전역을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기도 했다. 문제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과 과거 한반도를 침략하고 노략질을 일삼았던 가문이 현재 일본의 집권세력에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노략질 일삼던 가문들이... 에도시대부터 일본 정계의 주류를 이루며 한반도와 대륙 침략을 주장했던 조슈번(長州藩) 세력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번주(藩主)인 모리 테루모토(毛利輝元)가 제7군(약 3만 명)을 이끌고 조선 전국토를 유린했던 자들이다. 이들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고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나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배출했고, 이들 세력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일본 정치계의 주류로 남아 아베 신조(安倍晋三)라는 인물을 배출하고 지금도 일본 군국주의 부활과 극우 민족주의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도시대부터 동해와 남해, 난세이 제도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적 집단이었던 사쓰마번(薩摩藩) 역시 번주인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가 이끄는 제4군(약 1만5,000여 명)이 참전하여 경상도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칠전량 해전에서 조선수군을 전멸시켰으며, 노량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죽게 만든 자들이었다. 이들은 조슈번과 함께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며 일본제국해군을 건설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고, 전후에도 일본 정계의 주류 정치세력으로 남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라는 극우 정치인을 배출하고 현재도 극우 민족주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정계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 정치세력은 과거부터 내부 권력 투쟁을 이어오면서 일본 국내 상황이 정리되고 힘이 축적되면 반드시 한반도와 대륙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도 과거사 왜곡을 통해 한국과 중국을 열등 민족이자 타도 대상으로, 미국을 ‘핵무기'라는 비인도적인 무기를 일본인에게 사용한 가해자로 선전하고 있다. 현재 미일관계는 표면적으로는 역대 그 어느 시절보다 굳건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힘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언제든지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실제로 냉전 시기 ‘120% 한통속’이라는 미·일 밀월관계 속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까지 성장했던 일본은 경제력과 군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미국을 향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신들이 초강대국이 될 것이며, 미국이 첨단 무기를 자랑해도 일본의 전자부품 없이는 빈껍데기라며 초강대국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은 ‘슈퍼 301조’라는 무역통상법 제301조, 즉, “미국의 눈 밖에 난 국가와는 무역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결과로 일본은 치명타를 입게 되었는데 금융과 제조업의 거품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도쿄 증시는 3분의 1토막이 났고, 금융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20년 전 경제력으로 미국에게 반기를 들었던 일본이 이제는 군사력 카드를 들고 나왔다. 중국 위협론과 자신들의 역할론을 들고 나오며 자위대라는 이름의 족쇄를 서서히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일본은 원거리 공습이 가능한 고성능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항공모함과 대형 상륙함과 같은 공격무기를 손에 넣었고, 수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약 47톤의 플루토늄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약 8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640kg의 플루토늄을 IAEA에 신고하지 않고 은닉했다가 적발되는 등 미심쩍은 행동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관문 '핵무장'만 남은 셈 일본이 이처럼 공세적 군사력을 갖추고 대량의 플루토늄까지 보유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용인과 협력 덕분이었다.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은 이제 보통군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군대까지 보유했고, 군사강국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핵무장만을 남겨놓고 있다. 일본은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핵물질과 기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는 고성능 위성 발사체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몇 주 이내에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출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제10조 1항에 따르면, NPT 가입국은 NPT에 가입했더라도 국가 비상사태나 국가이익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는 UN에 통보하고 NPT를 탈퇴할 수 있다. 즉, 센카쿠에서 중국의 위협,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빌미로 얼마든지 NPT를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순간 경제력·핵 능력으로 일본은 미국에 다시 "NO"라고 맞서려 할 것이며, 그때는 미국도 일본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일본 우익의 속셈과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이라는 맹수를 잡기 위해 반성하지 않는 전범국가를 풀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일본에 맞설 강력한 군사력이라도 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허세만 부리며 막대기라도 주워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대한민국은 만에 하나라도 유사시에 무엇으로 대응할지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위정자들에게 물어볼 때가 아닐까?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변호사시험법안 법사 소위 통과… 쟁점과 과제

    변호사시험법안 법사 소위 통과… 쟁점과 과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개원을 불과 3주 앞둔 지난 9일 변호사시험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이하 소위)를 통과했다. 시험과목 등 일부 내용이 수정되기는 했으나 사실상 정부안이 90% 반영돼 원안의 대부분을 유지했다. 이변이 없는 한 법사위 전체회의(24~25일 예정)에서 소위의 가결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회의원들은 구체적인 최저합격점수 등은 향후 시행령에, 실무연수제도 등 논란 많은 과제들은 오는 3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촉박한 일정에 맞춰 법안이 통과된 만큼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나머지 풀어가야 할 쟁점들에 대한 법사위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논술형 필기시험 ‘실무평가’ 추가 최대 쟁점이었던 변호사시험의 응시횟수 제한은 5년 내 3회로 확정됐다. 국가인력의 낭비와 응시인원 누적을 막자는 이유에서다. 당초 우윤근, 박영선 의원 등은 5년 내 5번 보게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11일 손범규 의원은 “시험을 매년 친다고 수험생에게 유리한 게 아니다.”면서 “1, 2차 시험을 종합적으로 공부해 포괄적 법률지식을 쌓는 게 중요하고 시험 채점자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윤근 의원은 “로스쿨 개원 임박으로 시간이 부족해 일단 통과시켰지만 치밀하지 못했다.”면서 “3월 특위를 구성해 밀도 있게 법관양성제도 등을 다시 논의해볼 예정”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과목 수가 많아 특성화와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던 시험과목은 원안대로 필수과목 7개로 정해졌다. 여기에 논술형 필기시험에 ‘실무평가’ 항목이 추가됐다. 정부 원안은 객관식인 선택형 필기시험(헌법, 행정법, 민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에 논술형 필기시험(선택형 필기시험 전과목+선택 1과목)이었다. 수정가결된 실무평가 논술시험은 사법시험에서 하는 판례 위주의 내용보다 실질적인 변론서 등을 작성하는 형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의원은 “실무적인 변호사가 되려면 소장 쓰는 법 등을 알아야 한다.”며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 등 일각에서는 시험부담이 사시보다 과중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합격자 결정에 대해 최저합격선(과락) 도입도 관철됐다. 한 과목이라도 최저합격 점수를 얻지 못하면 불합격 처리시키는 방식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이에 대해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과락 기준은 시행령으로 넘겼다. 이춘석 의원은 “민법, 헌법 등은 법의 핵심이자 기본적인 법이므로 최소한의 점수를 통과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시행령은 사시를 주관하는 법무부에서 만든다. 이와 함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위원(15명) 가운데 판·검사를 각각 한 명씩 늘렸다. ●비(非)로스쿨, 변호사시험 못봐 문제는 이번에 빠진 실무연수제도와 예비시험제도의 도입 여부다. 일단은 비(非)로스쿨 출신은 변호사시험을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실무연수는 기간의 문제일 뿐 도입이 유력시된다. 로스쿨형 ‘사법연수’가 생기는 셈. 실무연수제는 변호사시험법 합격 후 법률회사(로펌) 등에서 실무교육을 받아야만 정식으로 변호사 등록을 가능토록 하는 제도다. 이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에는 실무연수제도를 2년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광덕·홍일표·손범규 등 법사위 위원을 비롯해 의원 12명이 발의를 해놓은 상태다. 노철래 법사위 위원은 “대학원은 이론 중심일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 실험실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대학 4년, 로스쿨 3년, 실무 연수 2년 등을 합치면 사회진출 시기가 너무 길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선호 의원 측은 “변호사시험법을 통해 이미 실무능력을 인정받았는데 또다시 실무기간을 둔다는 건 과중한 측면이 있다.”며 보완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우 의원과 이 의원도 “6개월 정도가 적당하고 1년 이상은 너무 길다.”며 도입에는 동의하나 기간은 조정 입장을 밝혔다. 학계는 3~6개월을 주장하고 있다. 예비시험제도도 일부 의원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다. 로스쿨의 안정적 운영을 이유로 무산되긴 했지만 돈이 없어 사실상 로스쿨 진학이 어려운 경제적 약자나 그에 상응하는 경력을 쌓은 사람에게 일정한 시험을 거쳐 동등한 시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우 의원은 “돈이 없어 로스쿨에 못 가거나 법학과만 나온 사람들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해 줘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으며 노 의원도 탄력적 운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학교마다 장학제도가 물론 있겠지만 부익부 빈익빈 심화에 따른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이혼하려면 부부사이 빚도 나눠라” 강호순으로 용산참사 물타기? 박지성 ‘지옥에서 천당으로’ ‘그들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장바구니 가방’ 男心 사로잡다 김정호의 22첩 대동여지도 실물로 보세요 올챙이 뻥튀긴 듯 못생긴 장치찜 ‘동해의 참맛’ 강원도에 생기려다 만 ‘누드 비치’ 제주도에선?
  • 감정평가사 합격 쉬워진다

    감정평가사 합격 쉬워진다

    내년부터 감정평가사(이하 감평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부담이 한결 줄어들게 됐다. 평균 60점을 넘지 못해도 합격할 수 있는 ‘최소합격인원제’가 도입되는 데다, 영어시험이 공인영어점수(토익 700점 이상)로 대체돼 별도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최소합격인원제와 관련해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시행령’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평균 60점 안돼도 합격 가능 국토부 관계자는 13일 “감평사를 안정적으로 배출하고 수험생들이 미리 합격인원을 알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면서 “매년 초 시장규모, 수년간 합격자, 향후 수요 등을 고려해 합격자 정원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소합격인원제는 합격기준을 현행 절대평가식(매 과목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으로 하되, 합격자수가 최소합격인원에 미달할 경우 매과목 40점 이상 득점자 중 고득점자 순으로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다. 즉, 평균 60점이 안 되더라도 합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 이미 세무사·변리사·노무사시험 등이 시행 중이다. 한림법학원 관계자는 “다른 자격증시험보다 감평사는 합격자수가 적어 적체된 수험생이 많다.”면서 “공인중개사 외에는 달리 대체할 만한 시험이 마땅치 않아 수험생들이 방향을 틀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감평사 시험에는 6557명이 지원해 733명이 1차 합격한 상태다. 지난해 감평사 합격자수는 전년보다 5% 준 172명. 공인회계사 830명, 세무사 707명, 변리사 202명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 전문가는 “올해부터 한국감정평가협회에서 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시험업무가 넘어가면서 협회의 입김이 줄어든 것이 제도 변화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또 은행업무, 타인담보평가 등 사적평가영역이 법인으로 넘어가 감평사 수요를 크게 늘린 것도 이유로 꼽았다. ●20대 지원 늘어 시장규모 커질 듯 이처럼 과락자에 대한 운영이 탄력적으로 바뀔 경우, 합격자 증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감평사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인영어점수에 대한 부담으로 30대 지원자는 줄고 20대 지원자 비율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0대 지원자는 3214명으로 전체의 48%에 달했다. 한 관계자는 “취업시장이 좁아 내년 토익이 도입되면 20대가 절반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감평사시험은 객관식인 1차(민법, 부동산관계법규, 회계학, 경제원론, 영어)와 논술형인 2차(감정평가실무, 감정평가이론, 감정평가 및 보상법규)시험을 치른다.2차는 9월21일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국가경쟁력 강화 후속조치] 창업기간·비용 대폭 줄여 고용 활성화

    [국가경쟁력 강화 후속조치] 창업기간·비용 대폭 줄여 고용 활성화

    1 친기업적 환경 구축 ‘최저자본금 1원’으로… 상법 곧 개정 청와대와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이하 국경위)가 30일 2차 회의에서 논의한 핵심 의제는 창업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한 ‘기업친화적 창업 환경 구축’이다. 창업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여 기업 설립을 활성화시킨다는 복안이다. 국경위는 이날 내놓은 관련 규제 완화책을 통해 창업기간을 167일에서 68일로, 창업 비용도 평균 4400만원에서 1900만원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연스레 일자리 창출 효과로도 이어져 경기 회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유사 상호´ 금지조항도 폐지 이를 위해 우선 자본금 없이도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최저자본금 제한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주식액면가 최소 단위인 100원만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청와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자본금 ‘1원’만으로도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 ‘최저자본금제도’는 기업 설립의 필수 조건인 자본금을 5000만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을 통해 창업할 수 있는 ‘재택창업시스템(StartBIZ)’이 운영된다. 영세사업자, 소상공인 등을 겨냥한 것으로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지 집에서 ‘원스톱’ 창업이 가능해진다. 특히 기업 설립시 엄격하게 적용돼 온 ‘유사 상호(비슷한 기업 명칭)’ 금지 조항도 폐지된다. 현행 상법은 특별시·광역시·시·군 내에서 동일상호는 물론 유사상호 사용도 금지하고 있어 창업의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명 회사와 비슷한 상호들이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000㎡미만 공장 사전환경평가 면제 아울러 창업자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사전환경·재해영향성 제도도 개편한다. 면적이 5000㎡ 미만인 공장은 면제 혜택을,5000∼1만㎡인 공장은 대폭 간소화해 적용하기로 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 해외 인재 유치 방안 외국 고급인력 DB 구축… 기업에 제공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30일 발표한 ‘해외 우수인력 국내 유치 방안´은 외국인력이 현재 단순노무인력만 집중되어 있다는 인식에 따라 법·제도 개선을 통해 고급인력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비자심사 1일로 단축·배우자에 영주 비자 법무부는 우수 외국 인재들의 인력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기업에 제공하고, 필요 외국인력의 비자발급을 간소화하는 한편 영주 비자 대상자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또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뒤 늦어도 7월까지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올 연말까지 최종 방침을 확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외국의 우수대학 R&D센터, 인력채용실 등으로부터 확보한 인력정보를 DB로 구축해 기업에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 중국, 인도 등 국내기업의 인력수요가 많은 24개국 25개 무역관에서 우선 실시한다. KOTRA를 통해 추천된 인력은 고용추천서 등 별도 서류 없이 온라인 비자신청이 가능하고 비자심사 기간도 현행 12일에서 1일로 대폭 단축된다. 또 세계 500대 기업 3년 이상 근무자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인력에 대해서는 고용 계약 없이도 최대 6개월간 체류를 허용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또 올 10월부터 재외공관의 심사를 거쳐 선별된 글로벌 고급인력과 배우자에게는 입국 전에 영주 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외국인공무원 정무·별정직까지 확대 법무부는 외국인 공무원을 현행 계약직으로 한정하던 것을 정무직·별정직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한편 올 6월부터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자격 요건을 ‘학사 이상 학위소지자’에서 ‘대학과정 2년 이상 이수자 및 영어 공용어 국가의 교사 자격증 소지자’로 완화하기로 했다. 홍성규 윤설영기자 cool@seoul.co.kr 3 산업단지 규제 개선안 산업단지 인·허가 6개월 이내 마무리 청와대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이하 국경위)는 30일 지난 1차 회의에서 발표된 ‘산업단지 규제 개선안’ 후속 조치도 공개했다. 조치에 따르면 우선 전국의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를 6개월 이내에 신속히 완료하기 위해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범정부 차원 환경영향평가 DB 구축 아울러 국토해양부와 각 시·도에 ‘산업단지개발지원센터’를 설치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을 경우 필수적으로 거치는 ‘산업단지 평가서’ 검토 기간을 현재 28일에서 절반인 14일로 대폭 줄였다. 이를 위해 현행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의 범위를 대폭 확대, 보완했다. 기존 환경부에 국한된 정보에다 국토해양부, 산림청 등 관련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추가해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DB)시스템을 구축했다. ●문화재 조사기간 40일로 대폭 축소 이와 함께 국경위는 현재 추진 중인 매장문화재지리정보시스템(GIS)을 연말까지 구축할 방침이다.GIS는 전국의 문화유적을 조사해 ‘문화유적분포지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유적정보와 지리정보를 통합해 인터넷에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또 시·군·구를 거쳐야 하는 절차도 없애 최대 140일 걸리던 문화재 조사 처리기간을 40일로 축소한다는 목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4 공무원 규제개혁 의지 고취 민원처리 앞당기면 특진 등 인센티브 정부는 공무원들의 규제개혁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마일리지 제도와 포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차 국가경쟁력강화회의에서 공무원들의 규제개혁 노력이 미흡하다는 민간위원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연말 30여명 선정 대통령 포상 이에 따라 국민과 기업들의 추천을 받아 규제개혁에 앞장선 공무원을 선정해 ‘섬김이 대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수상자는 연말에 규제개혁 성과를 가장 많이 낸 공무원 30여명을 선정해 이 대통령이 직접 포상을 하고 금·은상 수상자에게는 국외 단기정책연수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성과 적립´ 마일리지제 도입 민원을 법정 처리일수보다 빨리 처리한 공무원에게는 앞당겨 처리한 날짜만큼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제도도 시행된다. 매달 민원실 친절카드제를 운영하는 등 민원 만족도를 평가해 친절내역이 특별히 우수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부여할 방침이다.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공무원은 특별승진 및 특별승급 대상자로 선정하고 행정안전부나 시·도로 전입할 때 우대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조만간 이같은 내용의 ‘민원처리 마일리지 운영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특별승진제도 운영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단독] “자본금 0원 기업 설립 가능”

    앞으로 기업들이 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을 경우 동일 지역에서 타기업이 먼저 수행한 자료를 인용해도 된다. 또 자본금 없이도 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온라인을 통한 법인 등록도 가능해지는 등 창업 절차와 비용이 대폭 간소화될 전망이다. 22일 청와대와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사공일, 이하 국경위)에 따르면 오는 30일 열리는 국경위 2차 회의에서 이같은 방안들이 검토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첫 회의에서 발표된 ‘산업단지 규제 개선안’ 후속 조치와 함께 두번째 주제인 ‘창업 활성화 방안’도 집중 논의된다. 이에 따르면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환경영향평가 데이터베이스(DB)시스템이 구축된다. 이 시스템에는 사업자가 각종 개발사업을 위해 관련기관과 협의를 마친 환경영향평가서 자료는 물론 환경부, 국토해양부, 산림청 등에 흩어져 있는 생태자연도, 법정 보호지역 등 생태·환경 관련 필수 자료들이 총 망라된다. 이렇게 되면 예컨대 A기업이 공장을 짓기 위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경우 같은 지역에서 B기업이 이미 수행한 환경영향 예측·평가, 환경오염저감 방안 등 데이터를 그대로 첨부해 제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측면을 개선해 기업 활동을 촉진하자는 취지”라면서 “현행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이 있지만, 환경부 정보에 국한된 데다 공개 수위도 제한돼 확대·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경위는 자본금 없이도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기업 설립의 필수 조건인 5000만원 최저자본금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상징적 의미로 최저자본금을 ‘1원’으로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계류 중인 이 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킨다는 복안이다. 소기업 창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 효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것이 국경위의 판단이다. 이는 2005년 일본에서 도입돼 큰 고용 효과를 본 ‘1엔 창업’제도 등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와 함께 법인 등록 절차도 간소화하기 위해 ‘온라인 법인설립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한다. 예비 사업자들은 지금처럼 법원, 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에 각각 따로 등록할 필요 없이 법인등록절차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국무회의 의결 안건] 기상예보 과학화 국정과제로 추가

    새 정부가 추진 중인 193개 국정과제 외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방안 마련과 기상예보의 과학화 등 10여개의 국정과제가 추가로 선정된다. 국무총리실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처 업무보고 평가 및 관리계획’을 보고하고 대통령 지시사항을 중심으로 10개 안팎의 국정과제를 추가 선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추가 선정될 국정과제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방안, 기상예보의 과학화·선진화,4대강 영구적 수질개선 대책, 취약청소년 뉴스타트 프로젝트, 산업재해 근로자 보호 등이다. 취약청소년 뉴스타트 프로젝트는 저학력, 저소득 청년층에 대한 3단계 취업서비스 제공을 담고 있다. 총리실은 오는 17일쯤 열리는 제2차 국정과제점검협의회에서 후보과제들을 심의하고,24일 중간보고회에서 추가 국정과제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6월 첫째주에는 국정과제보고회를 열어 대통령 취임 100일 국정과제 및 1년 과제의 추진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키로 했다. 또 193개 국정과제를 법령 제·개정 필요과제(151건)와 올해 국회제출 주요 법안(63건) 등으로 정리하고 이 중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주민생활지원법 등 15건은 6월 국회에 제출, 신속히 처리키로 했다. 총리실은 아울러 대규모기업집단 상향조정, 거동불편환자 보호자의 처방전 수령 허용, 옥외광고전광판의 공익광고 의무 표출비율 축소 등 32건의 규제개혁 과제를 추가 발굴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조만간 각 부처가 제출한 규제개혁 개선계획을 토대로 정부차원의 규제개혁 추진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올해 이명박 정부의 업무보고는 20개 기관(15부 2처 2위원회)을 대상으로 토요일 포함, 총 22일간 실시됐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시 업무보고(63일)보다 크게 짧아진 것. 한편, 정부는 회의에서 채권보상 대상이 되는 ‘부재지주’(부재 부동산 소유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익사업 토지·취득 및 보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개정안은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시장에 풀려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재지주를 ‘공익사업 고시일 현재 해당지역 비거주자’에서 ‘사업고시일 1년 전부터 해당지역에 거주하지 않은 자’로 강화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2007 부처별 정책 평가

    2007 부처별 정책 평가

    참여정부는 임기 말인 올해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사업과 정책 등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속도를 냈다. 이에 각 부처는 핵심 현안을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 충실히 이행해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진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한 해 각 부처가 추진한 각종 사업을 되짚어보고 차기 정부에서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의 올 한 해 성과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점도 있지만 내실이 있다고 하기에는 수요자를 설득시키기 어렵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아쉽고 답답한 대목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2월7일 청와대 업무보고 당시 5대 전략 목표를 세웠다.25개 성과목표에 103개 세부 추진 과제(111개 주요 정책 과제)를 선정했다.1년이 지난 지금 교육부는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교육부총리 집무실 한편에는 ‘월별 정책추진 상황판’이 걸려 있다. 매월 세부 추진 과제별 성과를 점수로 표시한다. 교육부는 올 10월까지 ‘우수’ 23개,‘보통’ 66개,‘보완 필요’ 22개로 집계했다. 최근 엄청난 논란과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수능 9등급제 방식으로 따지자면 중간 수준인 4∼5등급에 해당한다. 교육부가 성과를 자평하는 부분은 인적자원개발 영역이다. 인적자원혁신본부를 출범시킨 게 대표적이다.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안전망 구축도 내세울만한 성과로 꼽힌다. 만 3∼5세 유아교육비 지원 대상을 도시근로자 가구 월 평균 소득의 100% 수준으로 확대했다. 인가받은 대안학교를 늘리고, 대학생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확대했다. 특수교육진흥법을 대폭 손질, 장애인 영아(0∼2세) 무상교육과 유치원(3세 이상)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돋보였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이뤄낸 것만큼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 교육복지 정책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는 정책은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8학년도 대입 제도. 지난 2003년 제도를 마련할 때 찬반론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제도의 운용. 올해 새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4년 동안 교육부가 한 일은 거의 없었다. 대입 제도의 핵심인 입학사정관제는 올해 시범 운영이 임박해서야 대학들을 채근했다.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내신 실질반영률 문제도 미리 대비하지 못해 결국 대학들과 깊은 갈등의 골만 남겼다. 소신 없는 교육부의 태도도 문제다. 특수목적고 정책만 해도 처음에는 ‘대수술’을 예고했지만 슬그머니 차기 정부로 결정을 미뤄 혼란을 키웠다. 교육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교육연구소 이인규 소장은 “교육부가 주요 정책에 대해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시적인 처방에 급급한 게 문제”라면서 “공부처럼 교육 정책도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이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다른 곳의 눈치를 살피면서 따라가는 정책을 펴다 보니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법무부 법무부의 올 한해 성적표는 ‘보통’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엄정한 법집행, 서민 권익보호, 범죄방지, 법무서비스 개선을 내세운 뒤 법률 제정으로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지만 세부 집행에서의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시행 법률과 규칙도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법무부가 2월 발표한 ‘2007년 업무계획 및 중점 추진과제’를 분석한 결과다.17대 대선과 맞물려 엄정한 법집행이 강조됐다.UCC 등을 이용한 신종 선거사범에 대처하기 위한 ‘사이버선거범죄 대책본부’가 발족했고, 전체 선거사범 단속 건수도 16대 대선(72건)에 비해 3배(307건) 가량 늘었다. 하지만 ‘BBK사건’과 ‘삼성 떡값검사 논란’에 휩싸이며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는 오해를 받고 있다. 거액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범죄수익 환수 움직임은 지난 9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법예고와 10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안’의 국무회의 통과로 빛을 봤다. 횡령·배임 등 중대 범죄를 저질러 얻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방법이 ‘추징금’에서 ‘벌금형’으로 바뀌고, 강제노역 처분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법무부의 올해 미납 추징금은 24조 6652억원이다. 서민권익보호는 이자제한법 부활과 노역장 유치 개선으로 정리된다. 이자제한법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기업과 개인의 자금 조달을 위해 폐지됐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사채에 짓눌리는 부작용 탓에 6월 말 재도입됐다. 무등록 대부업자나 개인의 사채를 이용할 때 연 30%를 초과하는 이자 약정은 무효가 됐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벌금을 못 내는 사람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대신 사회봉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그러나 연말 국정감사에선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형을 택하는 ‘환형유치’가 여전히 증가세이며 노역형 몸값이 3만원에서 1억원까지 사람에 따라 3333배가 차이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법 보험편 개정은 ‘법무서비스 개선’의 차원에서 추진됐다. 정신장애인의 생명보험 가입 등을 허용하고 생명보험의 보험금 수급권에 대한 압류를 제한했다. 이와 별도로 기업친화적 법제 개선은 김성호 전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2월11일 발생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내놓고 출입국관리국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확대·개편했지만 외국인 관련 정책의 불협화음은 계속된다. 7월 출범한 법조윤리위원회와 변호사법 개정안은 전관(前官) 변호사의 수임 제한 방안과 검사윤리강령 마련에 일조하고 있다. 다만 미국처럼 로비스트가 합법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로비스트법안’은 계획과 달리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황교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올해 목표는 법제정과 법집행으로 작은 것부터 달성됐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행자부 행정자치부는 올 한 해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지역진흥재단·지역홍보센터 설립 ▲세계화장실협회 창립 등 굵직한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따라서 첫 단추를 꿴 것인 만큼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상향식 개발사업인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는 지난 2월 30개 대상지역 선정을 계기로 닻을 올렸다. 각 대상지역은 ‘명품 마을’로 거듭나기 위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거나, 올해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부터는 각 지역의 장점과 특성을 살리기 위한 각종 맞춤형 사업이 추진된다. 하지만 당초 정책 의도와 달리 중앙정부 차원의 사업주체가 불명확하고, 국민 관심에 비해 추진강도도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예컨대 정부의 지원방식을 기존 ‘나눠먹기’식에서 해당 지역이 필요로 하는 예산을 하나로 묶는 ‘몰아주기’(정책패키지)식으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영훈 살기좋은지역기획팀장은 “건설교통부·문화관광부 등 관련부처와의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며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주민 주도 개발사업인 만큼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자부는 또 1년여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 8월 한국지역진흥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재단이 내놓은 첫 작품은 전국 246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관광·문화·특산품·투자 등 지역정보를 한데 모은 ‘전국 방방곡곡 대한민국 지역홍보센터’이다. 지난달 말 개관한 지역홍보센터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잇는 프레스센터에 위치, 서울 도심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채홍호 균형발전총괄팀장은 “지방을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지자체간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내년에는 온·오프라인간 연계를 보다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행자부는 지난달 22∼24일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의 성공적 개최도 뒷받침했다. 총회에는 70개국 20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으며, 부대행사인 ‘화장실 엑스포’는 경제파급효과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써 세계화장실협회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주도해서 만든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박성호 생활여건개선팀장은 “내년에는 공중화장실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춘 ‘화장실 혁명’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또 화장실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중국 베이징에서 ‘제2차 화장실 엑스포’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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