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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5) ‘학벌’ 신분사회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5) ‘학벌’ 신분사회

    프랑스에 대해 우리가 정확하지 못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사회 시스템이다. 자유·평등·박애를 국시(國是)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모두가 차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모든 사람이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평등한 사회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프랑스는 철저한 신분사회다.21세기에 인도도 아니고, 사회민주주의의 본산인 프랑스를 ‘신분 사회’라고 단정하는 것에 반박할 사람도 많겠지만 실상이 그렇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의 지도층을 구성하고,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이 중간층을 구성한다. 그 아래는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약자와 극빈층, 그리고 외국의 이민자들로 구성된다. ●능력만큼 대접받는다 프랑스 사회를 특징짓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메리토크라시(meritocratie)’다. 대혁명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富)와 특권을 일부 계층이 세습하는 데 대해 많은 비판이 오갔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합의가 바로 능력에 따라 보상을 받도록 한다는 메리토크라시였다. 사람의 능력을 어떻게 판가름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을 것이나 프랑스에서는 학력을 가장 공평한 기준으로 간주한다. 개인의 성취도를 학력으로 평가하고, 공부 잘해서 좋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프랑스의 엘리트 시스템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소수 정예로 선발해 가르치고 훈련시켜 등용한다는 점이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각 분야의 엘리트들을 배출하는 고등 교육기관이 그랑제콜(Grands Ecoles)이다. 프랑스의 고등교육 체계는 아주 독특하고 복잡한데 영미식 고등교육제도에 견줘 가장 큰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이다. 프랑스의 그랑제콜들은 대부분 대혁명 이후인 18∼19세기 세워졌다. 인문계, 자연계 구분없이 전 분야에 걸쳐 공·사립 학교가 전국에 수백 군데 분산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인문계의 고등사범학교(ENS)와 이공계의 에콜폴리테크니크(X)는 최고의 수재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명문 중의 명문이다.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자존심’ 에콜폴리테크니크의 엘리자베드 크레퐁 부총장은 “프랑스의 고등교육은 사회를 이끌어갈 고급 엘리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그랑제콜과 대중적인 고등교육을 위한 일반 대학으로 이분화된 것이 특징”이라며 “대학과 그랑제콜은 기본적으로 지원 자격, 선발 방법, 교육 방법이 다르고 졸업 후의 역할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화·서열화된 학벌 카스트 일반 대학은 대학입학 자격 시험(바칼로레아)만으로 무시험 진학하는 데 반해 그랑제콜은 국가가 실시하는 시험(콩쿠르)을 거쳐야만 입학이 허용된다. 선발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바칼로레아 후 2∼3년간의 그랑제콜 준비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준비 과정은 전국 480개 고등학교에 설치된 그랑제콜 준비반(CPGE)에서 이뤄지는데 이곳 역시 고교 2년 말 학교성적이 5∼10%에 들어야 한다. 이들은 최하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그랑제콜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출세가 보장된다. ENS나 에콜폴리테크니크 같은 국립 그랑제콜의 경우 학생들에게 월급까지 주며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시킨다. 졸업생들은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로 대접받으며 많은 특권을 누린다. 졸업과 동시에 주요 부처의 관료로 임명돼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거나, 국·민영 기업체의 간부로 스카우트돼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학교 순위에 따라 연봉도 다르다. 이공계 최고의 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 출신의 첫해 연봉은 3만 8000유로(4700만원 정도), 상공계 최고의 명문 고등상과대학(HEC) 졸업자 초봉은 4만유로(5000만원) 정도다. 이들 학교의 졸업 학위는 일반 대학의 석·박사 학위와는 다르다. 대학 졸업장은 고등학교 졸업장 정도로 보면 된다. 프랑스에서는 대학을 나와봐야 번듯한 직장을 구할 수 없다. 대학의 박사학위도 그랑제콜 졸업장과는 비교가 안 된다. 프랑스의 그랑제콜 졸업장은 우리나라의 고시 합격증과 비슷한 수준이다. 평생을 좌우하는 명함이나 다름없다. 그랑제콜 졸업생들이 행정부로 진출하는 경우 이들은 각각 출신 학교별로 특수한 관료집단을 형성한다. 각 특수 관료집단은 고유의 호봉체계와 승진규정을 갖고 요직을 독식한다. 이들은 정·재계와 연결되어 정치인이 되거나 장·차관이 되고, 혹은 대기업의 사장이 된다. 해당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특수 관료집단에 편입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사회갈등 유발? 프랑스인들 대부분은 그랑제콜 출신들은 평등한 기회가 주어진 상황에서 남들보다 훌륭한 능력을 보였으며, 이들 선발된 인재가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최근 들어 많이 바뀌고 있다. 소수의 엘리트교육에만 치중하다 보니 대학 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져 교육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비판과 함께 지나친 학연 중시와 파벌조성, 그리고 사회 저변과의 큰 괴리 등 문제점도 지적된다. 최근 들어서는 학력에 의한 ‘부의 세습’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그랑제콜 출신의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서 다시 그랑제콜에 가고, 또 그 자손이 그랑제콜을 나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시스템이 프랑스를 서유럽의 중심국가로 만들고, 눈부신 성장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스템에서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lotus@seoul.co.kr ■ 국립행정학교 ENA는 프랑스의 국립행정학교(ENA)는 정치행정 엘리트의 산실이다.2차대전 직후인 1945년 당시 드골 총리가 프랑스의 행정 인재를 발굴해 훈련시킨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국립정치학교(시앙스포)나 고등사범(ENS) 등 그랑제콜 출신 학생들이 다시 경쟁시험을 거쳐 들어간다. 일반직 공무원으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사람,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공무원, 일반 기업체의 관리들에게도 일정 비율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 공무원들을 위해 13개월간의 단기 연수과정도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27개월 동안의 집중 교육을 받는데 이 중 11개월은 지방 행정원에서,2개월은 기업에서 연수한다. 특이한 점은 교육기간 중 성적에 따라 발령부처가 달라진다는 것. 때문에 정·재계 진출의 기회가 많고 중요한 정책을 관장하는 부처에 배속돼 출세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시험합격 이후에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NA는 지난 60년간 5585명을 배출했으며 이 중 4551명이 아직도 활동 중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이 학교 출신이며 알랭 쥐페 전 총리, 도미니크 드 빌팽 현 총리 등 최근 10명의 총리 가운데 7명이 이 학교를 나왔다.2007년 대권에 도전하는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과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 부부는 드 빌팽 총리와 ENA 동기생들이다. 통상적으로 정부 각료의 35∼50%가 ENA 졸업생으로 채워지며 현재의 각료 31명 중에서도 8명이 ENA 출신이다. 유능한 행정관료를 배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폐쇄적인 엘리트주의는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 된다. 지난봄의 정적 음해사건(클리어스트림스캔들)과 관련,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ENA 출신의 폐쇄성은 정책의 불투명성을 증가시켰으며 밀실정치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타임誌 올 최고발명품 ‘유튜브’

    타임誌 올 최고발명품 ‘유튜브’

    올해 79세의 영국인 피터는 2차대전에 참전한 뒤 레이더 기술자로 일하다 은퇴한 것 이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피터와 함께(Meet Peter)’라는 동영상 커뮤니티를 가진 국제적인 스타가 됐다. 피터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 순식간에 세계적 유명인이 되는 것은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의 등장 덕분에 세상은 바뀌었다. 수천명의 보통 사람이 순식간에 스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7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올해의 최고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타임은 올해 기술 부문에서 흥미로운 발명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수백만명의 이용자가 큰 부담 없이 서로 즐기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낸 것은 유튜브가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유튜브는 2004년 차드 헐리와 스티브 첸, 조위드 카림 등 20대 3명이 더 손쉬운 방법으로 동영상을 공유하는 방법을 논의하다 생각해 낸 사용자 제작콘텐츠(UCC) 기반의 동영상 공유사이트이다. 지난해 1월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출발한 유튜브는 같은 해 4월 동물원여행 비디오 하나로 출발, 현재 매일 1억회의 비디오클립(짧은 길이의 동영상물) 조회를 기록하며 매일 7만개의 새 비디오 클립이 게시되고 있다. 타임은 유튜브가 기술적·사회적·문화적인 혁명을 가져 왔다고 평가했다. 우선 웹카메라와 비디오캠코더를 이용한 저가의 동영상 생산측면에서 기술적 혁명을 이뤘으며, 동영상 제작주체(평범한 개인)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사회적 혁명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소개했다. 또 기존의 걸러지고, 정제된 톱다운 방식의 비디오 영상물이 아닌 현장감 있는 영상물들이 유통된다는 점에서 문화적 혁명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색엔진 구글이 자신들의 기업인수 합병 사상 가장 많은 액수인 16억 5000만달러(1조 5800억원)에 유튜브를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유튜브의 위력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밖에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에는 휘발유 1갤런으로 3145마일을 달리는 자동차, 젖지 않는 나노섬유로된 우산,3000개의 센서를 장착한 아기공룡 장난감,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만든 말하는 그림 등이 포함됐다. 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부시 “네오콘 너희들마저…”

    이라크 전쟁 개전을 옹호했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잇따라 그때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전향’해 그렇지 않아도 중간선거 고전으로 시름하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레이건 시절 국방부 차관으로 일했고 부시 행정부 초기엔 국방부의 정책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리처드 펄은 곧 발매되는 잡지 ‘베니티 페어’ 1월호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전쟁을 잘못 수습하는 바람에 이라크 정책이 재앙으로 변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펄은 2003년 개전 당시에 “오늘날 상황을 알 수 있었더라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려는 전쟁을 옹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이라크 침공 말고 다른 대안을 찾자고 제의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는 “전쟁이 끝나는 날에 (부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 뒤 “행정부 안의 몇 명이 충성스럽지 못하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펄은 그런 인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주도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지목했다. 이라크전 개전에 찬동했던 케네스 에덜먼은 정책 실패의 잘못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돌렸다. 부시 대통령에게 비공식 정보를 건네는 ‘국방정책위원회’에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에덜먼은 개전 1년 전에는 후세인의 군사력이 쉽게 궤멸될 것이며 이라크 해방은 ‘식은 죽 먹기’로 여겼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한 발 나아가 부시 안보팀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무능한 팀이라고 비판하며, 특히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연기력’에 자신이 깜빡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신보수주의 개념을 ‘도덕적 선(善)’을 위해 미국의 힘을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했지만 이제 이 이념은 “어느 곳에서도 호응하는 이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미 타임스’ 등 육해공 및 해병대 기관지들은 중간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일제히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로 해 럼즈펠드의 퇴진 압력을 본격화하고 나섰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자코메티:영혼을 빚어낸 손길/제임스 로드 지음

    20세기 조형미술의 제1인자로 꼽히는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이자 화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그의 삶은 실존에 대한 고민 그 자체였다. 일찌감치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고 독일의 판화가 뒤러가 그랬듯이 이탈리아로 건너간 그는 베니스에서 틴토레토의 작품에 전율하고 조토의 프레스코 작품에 충격을 받는다.1922년엔 파리에 입성, 조각가 부르델의 문하에 들어가지만 그는 스승의 작업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자 독립한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의 물결에도 휩쓸리지만 이내 빠져 나와 2차대전후 10년간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다.‘자코메티:영혼을 빚어낸 손길’(제임스 로드 지음, 신길수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은 실존주의 예술의 거장 자코메티 평전이다. 평생 자기부정과 궁핍을 즐기며 정신적 자유를 추구한 괴짜 예술가의 일생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렸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3) 그들의 영어콤플렉스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3) 그들의 영어콤플렉스

    “파리에 가서 영어로 길을 물어보면 절대 안된대. 영어를 다 알아 들으면서도 못 알아듣는 척한다는군.” 프랑스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를 논할 때 우리가 흔히 하는 얘기다. 이라크전을 계기로 프랑스와 미국이 외교적 마찰을 빚고, 국제무대에서 서로 껄끄러운 사이가 됐을 때 프랑스인들의 반미감정을 방증하는 듯한 이 ‘가설’은 더욱 그럴듯하게 들렸다. 프랑스인들이 자국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여기고, 사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어를 다 알아들으면서 일부러 알아 듣지 못하는 척하면서 길잃은 관광객을 외면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영어는 뜨고 평균적으로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발음도 엉망이다. 중장년층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본 결과 지금까지 영어를 잘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는 20세기 초반에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2차대전 이후 30년간 엄청난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변화를 이룩했다. 현재의 중장년층은 ‘영광의 30년’으로 일컬어지는 이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다. 미국의 경제력과 정치력이 세계를 주도하기 시작했지만 최고 수준의 예술과 문학, 철학을 바탕으로 풍부한 문화자본을 지니고 있었던 프랑스인들에게 그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굳이 영어를 하지 않아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지구는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은 정치·경제는 물론 문화계까지 접수해 세계 최강국으로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국제어로서 영어의 중요성은 말하면 ‘잔소리’인 시대가 됐다. 급속하게 진전되는 세계화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영어의 위력은 더욱 커졌다. 프랑스인들에게도 이제 영어 실력은 주류 사회 진출을 위한 필수사항이 됐다. 우리처럼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아니지만, 프랑스에서도 영어를 못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경영학을 전공하던 얀이 “기고만장하면서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하는 미국이 얄밉기는 하지만 글로벌 시대의 엘리트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영어는 필수”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때문에 우리가 영어에 공을 들이는 것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프랑스인들도 영어를 배우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방학 때면 가까운 영국으로 홈스테이 언어연수를 떠나거나 좀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중고등학생 자녀들을 미국의 대학에서 하는 서머스쿨에 보낸다. 책방에도 영어학습서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특히 비즈니스와 파이낸스 분야의 실용 영어학습서들은 무척 다양하게 나와있다. 파리의 지하철 객차안에는 ‘Do you speak Wall Street English?’라는 카피를 단 영어학원 ‘월스트리트’의 광고판이 출근길 샐러리맨들의 눈길을 끈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지하에서 분노할 일이지만 아무리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이라도 ‘영어의 국제어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프랑스어는 지고 프랑스인들의 모국어 사랑도 예전만 못하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프랑스어 수업을 가장 중요시하지만 청소년들은 프랑스 고전문학을 읽기보다는 미국 가수 에미넴의 랩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열광한다. 어린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영어로 진행되는 온라인 게임에 심취한다. 가족들이 모이면 즐겨하던 프랑스어 철자법 맞히기 놀이기구는 이제 다락방으로 밀려났다. 20년 전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부러움을 느끼며 즐겨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전 국민이 참가해 받아쓰기 경연대회를 하는 ‘디코 도르(Dico d’or)’다. 디코 도르는 황금사전이라는 뜻이다. 이 경연대회에는 매년 수십만명의 남녀노소가 도전해 예선을 거쳐 결선을 벌인다. 프랑스어는 영어와 달리 단어마다 성(性)이 존재하며 이에 맞게 관사와 형용사를 써야 하고, 시제와 주어의 성에 따라 동사도 달라지기 때문에 받아쓰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결선 방송이 있는 날에는 참가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펜과 종이를 들고 TV 앞에 앉아 진행자의 구술에 따라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을 테스트하느라 전국이 떠들썩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프로그램도 지난해 막을 내렸다.20여년간 이 프로그램을 진행,‘프랑스어의 수호자’란 찬사를 받기도 했던 베르나르 피보는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디코 도르가 대중과 사회를 싫증나게 하기 전에 그만 둘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어의 영향력도 현저하게 줄고 있다. 프랑스어는 현재 60개국에서 약 5억명이 공용어, 혹은 제 1외국어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최근 2∼3년 사이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아프리카권의 알제리, 르완다, 민주콩고공화국 등에서는 프랑스어가 영어로 대체되는 실정이다. 프랑스어권 국가수반회의에 참석하는 곳은 40개국에 불과하다. 유럽에서조차도 설자리를 잃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영어를 공식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도 일반적인 회의나 문서에 주로 영어를 쓴다. 지난해 EU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 공식행사에서 프랑스 대표가 영어로 연설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있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EU설립의 주축국인 프랑스로서 자존심이 무척 상했던 모양이다.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엘리트 귀족 대접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17∼18세기의 일이다. 당시 파리는 유럽 최대의 도시였으며 유럽의 귀족들과 엘리트들은 프랑스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자신의 교양과 우아함을 과시했다. 이런 건 이제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lotus@seoul.co.kr ■ 아카데미 프랑세즈 프랑스인들은 아름다운 자신들의 언어를 지켜 나가기 위해 오래 전부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프랑스어의 통일과 순화를 위한 목적으로 이미 4세기 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emie Francaise·프랑스 한림원)라는 공적기관을 만들었을 정도다. 파리 센강의 좌안에 자리한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1635년 당시의 재상 리슐리외가 문예 동호회 모임을 아카데미 프랑세즈라는 명칭으로 발족시킨 것이 그 유래다. 그 후 루이 14세가 후원자가 된 이래,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역대 국가 원수의 관할 아래 놓이게 됐다. 아카데미시엥이라고 불리는 회원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시인, 작가, 철학자, 의사, 과학자 등 각 분야의 권위자 40명으로 구성된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을 ‘불멸(immortel)’이라고 할 정도로 회원에 선발되는 것 자체가 프랑스인으로서 최고의 영광이다. 당대 일류 문학자 가운데서 선출된다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몰리에르, 디드로, 보들레르와 같은 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보수성이 비난 받기도 한다. 여성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최근의 일이다. 지금까지 700명의 아카데미시엥이 있었는데 그중 여성 회원은 5명뿐이었다. 하지만 미국 문화와 영어의 범람속에서 프랑스어를 수호하는 본연의 역할은 누구도 대신하지 못한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엄연히 프랑스어 단어가 있는 데도 고의로 외국어를 사용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1975년 바스 로리올 법 제정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용어, 건축 용어 등을 프랑스어로 정리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은 1964년에 처음 편찬한 이후 현재 9판까지 나왔다.
  • [일요영화]

    [일요영화]

    ●쉰들러 리스트(MBC무비스 오후 5시) 오스카 쉰들러라는 실제 인물의 사연을 영화화했다. 쉰들러는 2차대전이 일어나자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에 들어가 나치당원이 된 뒤 무주공산이 된 유태인 회사를 접수한다. 그러나 유태인들의 비참한 실상에 차츰 눈 뜨게 된 쉰들러는 유태인들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폴란드 수용소에서 아우슈비츠에 끌려갈 유태인 1100명을 빼내 자기의 공장에 취직시킨 뒤 마침내 이들을 탈출시킨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탁월한 연출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를 휩쓸었다. 그러나 흑백필름에다 자료화면을 써서 다큐성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다. 항상 비교되는 영화가 1985년 프랑스 클로드 란츠만이 만든 다큐영화 ‘쇼아(shoah)’. 클로드 란츠만은 유태인 학살은, 두번 다시 그 어떤 방식으로 재현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수용소와 학살을 경험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진술만을 담았다. 자료화면이나 사진은 전혀 쓰지 않았다. 이 덕에 제작기간만 8년, 러닝타임만도 556분에 이르는 대작으로 탄생했다. 이 때문에 쉰들러 리스트는 그 표현방식에서 쇼아와 비교됐다.‘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재현해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이 관점에서 보자면 쉰들러 리스트는 그냥 가슴 한번 찡하고 눈물 한번 찔끔 흘릴 만한, 고만고만한 아카데미용 영화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감동의 눈물도 좋지만 역사적 아픔을 재현하는 방식의 진정성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듯. 쇼아는 히브리어로 ‘절멸’이다. 흔히 쓰이는 ‘홀로코스트’는 ‘제사의식에 쓰이는 동물’에서 나온 단어라 쇼아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자신이 유태인이기도 한 스티븐 스필버그도 쉰들러 리스트 흥행 뒤 만든 재단에 ‘쇼아 재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1993년작,197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파 프롬 헤븐(KBS1 밤 12시30분) 1950년대 미국 백인 중산층의 모든 것을 담은 영화. 남 부러울 것 없는 가정이 남편의 주체할 수 없는 동성애로 깨져나가면서 부인마저 흑인과 사랑에 빠진다. 성과 인종이라는 벽 앞에서 이들 부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195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 잔잔하면서도 흡입력 있다는 호평과 진부하다는 악평이 엇갈린다. 설사 진부하다 해도 ‘시핑뉴스’,‘디 아워스’,‘프리덤 랜드’ 등에서 빛나는 연기를 선보였던 줄리안 무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2002년작,107분.
  • [책꽂이]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조지프 아마토 지음, 김승욱 옮김, 작가정신 펴냄) 중세시대 보행자들은 말을 타고 다니는 기사나 귀족을 만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하는 자신의 열등한 지위를 깨달았다.18세기엔 상류층의 산책문화가 생겨나면서 그들만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우아하게 걷는 법을 개발해냈다.19세기 말엔 낭만주의 사조가 등장, 고독을 즐긴 사상가들은 걷기를 통해 세상과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했다.20세기 들어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국민에게 같은 음악에 맞춰 행군하도록 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졌다. 인류가 처음 두 발로 서게 된 60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 걷기의 역사를 살핀 책.2만 5000원.●카사노바 나의 편력(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김석희 엮어옮김, 한길사 펴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민법과 교회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가방끈 긴 남자,‘문체의 솔직함’으로 단테와 보카치오 이후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작가 반열에 오른 글쟁이. 생계를 위해 이름을 안토니오 플라토리니로 바꾸고 과거에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재판소를 위해 밀정이 된 인물. 조반니 자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는 그러나 무엇보다 희대의 호색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썩어서 냄새 나는 치즈와 여자 냄새를 좋아한 감각주의자였다. 이 회고록엔 인생향락가 카사노바가 체험한 18세기 유럽 사회의 풍속사가 담겼다. 전3권 각권 1만 5000원.●죽음의 향연(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광우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프리온 단백질,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광우병을 둘러싼 진실을 다룬 과학 논픽션.‘원자폭탄 만들기’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는 광우병의 감염원이 단백질이 아닌 바이러스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광우병은 감염성은 낮지만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1만 6000원.●클라시커 50 오케스트라(울리케 팀 지음, 이용숙 옮김, 해냄 펴냄) 륄리에서 코렐리, 모차르트, 하이든, 브람스를 거쳐 바르토크와 번스타인에 이르는 작곡가들의 대표적 관현악곡을 중심으로 400년 서양음악사를 살폈다. 요한 슈트라우스 곡의 소재로 사용된 도나우강이 푸른색인 적이 없었다는 사실, 관조적이고 내면적인 바흐의 음악이 사실은 20명의 자녀들이 법석대는 상황 속에서 탄생됐다는 사실, 헨델이나 모차르트 시대에는 연주가 훌륭하다고 생각되면 청중은 연주 도중에도 즉각 감동을 표현했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 실렸다.1만 8000원.●히틀러와 스탈린의 선택,1941년 6월(존 루카치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 1941년 6월22일 발발한 독·소전쟁은 그 전까지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던 내전 성격의 전쟁이 전면적인 2차세계대전으로 치닫게 된 분수령이 된 사건이다.6월22일전, 히틀러는 이미 어두운 미래를 예감했으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러시아가 히틀러와 맞서주기를 간절히 바랐고, 스탈린은 끝까지 히틀러의 침공을 믿지 않으려 했다. 이런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의 불꽃튀는 심리전은 2차대전의 운명을 뒤바꾸게 된다. 저자는 헝가리 출신의 미국 역사학자. 히틀러와 스탈린의 모습을 대비시켜 역사적으로 재구성했다.9500원.
  • 佛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 받아

    |파리 이종수특파원|미국 작가 조너던 리텔(39)이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2차대전 시절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호의적인 사람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26일(현지시간) 절대 다수의 찬성으로 리텔의 작품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상금은 7500유로. 리텔은 미국인이지만 프랑스어로 소설을 쓴다.‘호의적인 사람들’은 나치 친위대 장교가 지난날의 만행을 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온 뒤 20만부 이상 팔리며 출판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의 탐정소설가 언론인인 로버트 리텔의 아들로 뉴욕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프랑스에서 자라고 학교를 다녔다.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그는 수상작을 쓰기 전에 15년간 인도주의 단체의 일원으로 보스니아, 체첸, 민주콩고공화국 등 분쟁지역에서 활동했다. ‘호의적인 사람들’은 공쿠르상을 포함한 프랑스의 다른 권위있는 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올라 있다. 페미나상과 메디치상 수상작은 30일, 공쿠르상과 르노도상 수상작은 11월6일에 각각 발표된다.vielee@seoul.co.kr
  • [美 중간선거 현장을 가다] (상) 양당 후보가 말하는 이슈와 표심

    [美 중간선거 현장을 가다] (상) 양당 후보가 말하는 이슈와 표심

    미국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를 선출하는 중간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중간인 11월7일 실시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국내 정치는 물론 대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신문은 중간선거의 현장에서 3회에 걸쳐 각 당 후보와 유권자, 선거 전략가와 운동원, 자원봉사자들을 직접 취재, 선거 흐름을 짚어봤다. ■ 첫 무슬림의원 유력 엘리슨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미국의 힘은 군사력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협력과 평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 최초의 무슬림(이슬람교도) 하원의원으로 당선이 유력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민주당 키스 엘리슨(43) 후보는 “기독교도든 무슬림이든 유대인이든 가능한 많은 사람을 정치의 영역으로 흡수해야 미국 사회가 통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구인 미니애폴리스 교외 주택가 공원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엘리슨 후보는 승리를 예감한 듯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선거에서 내건 이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정의’다.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은 하늘로 치솟는 데 반해 근로자의 임금은 정체돼 있다. 한편으로 극빈자는 늘어나고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의료보험이 실시돼야 한다. 유럽이 하고 있고, 일본도 한다. 미국인은 비싼 의료비를 내면서 혜택은 적게 받고 있다. 태양열,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도 중요한 문제다. 자연 에너지를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라크 전과 조지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평가는?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 이라크 전은 실패한 전쟁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해 이라크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 파시스트’라는 말을 이따금씩 한다. -어떻게 이슬람을 단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그것은 이슬람을 잘못 규정한 말이다. 이슬람교의 요체는 평화다. 무슬림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9·11이후 미국에서 무슬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정치에 참여시켜야 한다. 특히 의회는 미국의 일부가 아니라 미국인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당선되면 워싱턴에 가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우선 국민 모두가 의료보험에 가입되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4700만명이나 되는 미국인이 의료보험 없이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고 있다.1997년 이후 오르지 않은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 ▶미국과 무슬림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역할을 할 생각인가? -우선은 나를 뽑아준 미네소타 제5선거구를 대표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존경하는 정치인은? -마틴 루터 킹 목사다. ▶왜 이슬람교도가 됐는가?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그러나 무슬림이기 때문에 나에게 관심을 더 갖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이라크 전을 반대하고, 평화를 주창하며, 국민 의료보험을 주장하면 사람들이 더 귀를 기울인다. ▶이슬람교도라는 사실이 선거에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인가? -종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정책을 갖고 그들을 대변할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이 내심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엘리슨 후보가 출마한 미네소타 주 제5선거구는 백인이 73%, 흑인이 13%, 히스패닉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인데다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의 앨런 파인 후보를 압도하고 있어 결정적인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엘리슨 후보의 당선은 확실시된다. dawn@seoul.co.kr ■ 공화 바크만 후보 동행기 |스칸디아(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북부 미네소타 주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 스칸디아. 가을이 무르익은 9월30일 이 마을의 길버트슨 농장에서 옥수수 미로찾기(Corn Maze)행사가 시작됐다. 수확이 끝난 옥수수밭에 만들어진 미로 안으로 들어가 길을 찾아 나오는 전통 행사다. 농장 주인인 게리와 아네트 길버트슨 부부는 이번 행사를 ‘미군에게 바치는 축제’로서 개최했다. 길버트슨 부부의 둘째딸 멜리사가 현재 이라크전에 참전중이기 때문이다. 행사에는 미네소타 주 방위군과 2차대전 및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했다. ●“공화당은 안보, 민주당은 민생” 아침 8시30분. 공화당의 미셸 바크만 후보가 비서진들과 함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주 상원의원인 바크만 후보는 미네소타 6선거구에 도전중이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 있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안보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삼고 있어 이 행사를 놓칠 수 없었다. 그녀는 ‘테러와의 전쟁’을 강조하면서 “이라크 내에서 활동중인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에 테러를 가했던 사람들”이라고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을 일체화시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져 선거운동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총사령관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옹호했다. 바크만 후보는 안보 다음의 이슈로 첨단기술 산업 지원과 세금 제도 간소화를 제기했다. 회계 변호사 출신인 그녀는 “미국의 세금 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하다.”면서 “기업을 경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세금 체계를 단순화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남편과 다섯명의 자녀도 적극 후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 기준은 같다.” 농장 안주인인 아네트는 딸을 이라크에 보낸 탓인지 이번 선거에서 안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딸 멜리사는 “나의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며 자원입대해 지난 3월 이라크로 파병됐다. 아네트는 멜리사가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당초 계획대로 중학교 생물 교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화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아네트는 “좀더 신중히 생각해보고 싶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옥수수 미로찾기 행사에 참가한 켄 하먼은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베테랑. 하먼은 공화당에도 투표하고 민주당도 찍었던 무당파 유권자. 하먼은 “참전용사 처우 정책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면서 후보 공약을 면밀히 검토중이다. 그는 주지사와 상·하원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지만 후보를 고르는 기준은 같다고 말했다. 스칸디아 주민인 수전 길슨은 공화당 지지자. 길슨은 “후보와 선거 이슈에 따라 다른 선택도 하지만 대체로 공화당원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수전은 “지역보다 국가 전체 이슈를 좀더 중요시한다.”면서 “주지사와 상·하원 모두 공화당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니애폴리스 교외 주택가의 공원에서 만난 앤 스는 민주당 지지자. 그녀는 당원으로 가입했고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왜 민주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앤은 “민주당 후보들은 부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라면서 “부시 정부는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앤은 가장 중요한 이슈가 의료보험 제도와 에너지 가격이라면서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주위 사람들에게 민주당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이번 선거 의석과 판세 분석 - 상원 33석·하원 전지역구서 실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중간선거의 장기화된 이라크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가면서 상·하원 선거 판세는 야당인 민주당에 기울고 있다. 임기 6년인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55석, 민주당이 44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상원 100석 가운데 이번에 선거가 실시되는 자리는 33석. 이 가운데 29곳은 이미 당선자가 확정적이다.29곳의 판세를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77석의 의석과 합쳐 분석하면 공화당이 48석, 민주당 48석을 갖게 된다. 따라서 승부는 두 당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버지니아와 뉴저지, 테네시, 미주리 등 4개주에서 갈라지게 된다. 임기 2년인 하원 선거는 전국 435개 지역구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민주당 우세가 예상된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31석, 민주당 201석, 무소속 1석, 공석 2석.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공화당에서 16석을 끌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구가 많은 동부지역에서 약진 현상을 보여 전국적으로 20석 가까운 추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2차대전 당시 일본군 필리핀서도 생체해부

    |도쿄 이춘규특파원|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군이 필리핀에서도 현지주민 30∼50명을 상대로 생체해부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당시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부상병의 치료를 담당했던 현재 84세의 위생병 출신은 현지주민을 산 채로 해부하는 데 직접 참여했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해군 제33경비대 의무대에 소속됐던 그는 1944년 8월부터 민다나오섬의 한 항공기지에서 부상병의 치료를 담당했다. 의무대는 대위인 군의관을 중심으로 20여명의 사병 등으로 구성됐다. 생체해부는 그해 12월부터 미군의 스파이로 의심되는 주민들을 상대로 기지 안의 병원에서 실시됐다는 것이다. 군의관의 지시에 따라 마취를 한 뒤 2명이 집도했으며 10분∼3시간에 걸쳐 팔다리를 잘라내거나 배를 가르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해부중에는 하급자가 망을 보았다고 한다. 증언자는 미 해군 상륙직전인 1945년 2월까지 사흘에서 2주꼴로 생체해부가 실시됐으며 희생자는 30∼50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유체는 하급자가 의무대 외에는 모르도록 은밀히 매장했다.taein@seoul.co.kr
  • “외부공격 공포 없애야 北 변화”

    북한을 변화시키는 힘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공포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지 소로스(66)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세계지식포럼(주최 매일경제)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탄압이 심한 북한 정권을 유일하게 정당화하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공포이며 이 공포가 없어지면 훨씬 덜 위험한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행정부 정권교체 언급이 ‘북핵´ 야기 소로스 회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을 ‘악의 축’이라 묘사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반대하며, 정권교체 등을 언급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좋은 정책이었지만 지도자에게 뇌물을 주는 등의 방법(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측에 4억 5000만달러가 불법 송금된 사건을 지칭)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북핵 사태로 인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울이 휴전선에서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안보가 다른 나라의 안보보다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는 어쩔 수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됐고 이에 따라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이란 등 여러 나라들도 국수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핵사태는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불거진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부시 행정부가 실수를 인정하고 리더십을 회복하고 노선을 바꾸면 세계가 균형을 찾고 안정상태로 돌아갈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난을 늦추지 않았다. ●새 상황 아니다… 금융시장 큰타격 없을것 북핵 위기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에 대해서는 “새로운 상황이 아니므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의 근거로 먼저 “북한은 실패한 체제여서 협상할 필요가 있고, 핵실험 등으로 위협하고 있는 이유는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둘째로 “중국과 한국은 북한의 붕괴나 핵무기 개발 모두를 원치 않고, 미국은 다른 문제가 많아 이 문제가 커지길 원치 않는 등 현상 유지를 원하는 여러 당사국”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둔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의 주택거품이 붕괴되었지만 미국 소비자 행태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연착륙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은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다른 나라들은 소비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산하는 데 만족하는 등, 기꺼이 빌리고 빌려주기 때문에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로 인한 달러화 약세 가능성에 대해 다른 나라들의 준비가 소홀하다면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내수주도형 성장전략으로 바꾸고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투자 대상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답변이 불가능할 것 같다.”면서 “투자성공의 비결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이를 솔직히 시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조지 소로스는 누구 헝가리 출신 유대인으로 나치 치하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2차대전 후 헝가리가 공산화되자 혼자 영국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런던정경대학에 입학했다.‘열린 사회와 그의 적들’의 저자인 칼 포퍼 교수를 만나 그의 이론에 기반해 ‘금융시장은 항상 변하는 비균형적인 것’이라는 자신의 ‘재귀(再歸)이론’을 만들었다. 이후 미국으로 가 1969년 퀀텀펀드를 만들어 연평균 3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의 귀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1992년 영국 파운드화의 대폭락을 예고한 뒤 파운드화를 팔고 마르크화를 사들이면서 영국 중앙은행을 곤경에 빠뜨려 ‘투기꾼’이라는 악명을 얻기도 했다.1990년대 중반 한국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열린사회재단’을 통해 전세계 60개국에서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고 투자철학을 담은 책 ‘오류의 시대’를 펴냈다.
  • “김정일, 日 히로히토와 세계관 비슷”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살행위를 할 인물은 아니지만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2차 세계대전에서 국민을 선동해 자살행위를 하게 만든 것과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고려대 북한학연구소 B R 마이어스 교수는 12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북한의 세계관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당시 일본의 세계관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 기술을 다른 국가 등에 이전하는 것을 강력히 경고한 것도 김 위원장이 핵을 수출해도 절대 직접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널드 그레그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9일 “겁내지 마시오. 김 위원장의 목적은 자살이 아니라 생존”이라고 말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마이어스 교수는 김 위원장과 히로히토 일왕을 비교한 것은 북한의 세계관이 파시즘 시대 일본의 세계관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대전 당시 히로히토 일왕도 종교적이지 않았으며 자살행위를 할 인물도 아니었지만 누구나 승산이 없음을 아는 전쟁으로 국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그는 김 위원장이 히로히토 일왕처럼 백마나 흰눈이 덮인 산 정상 등 민족적 순수성을 나타내는 배경과 결부된다고 말했다. 마이어스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파시스트와 북한이 민족론을 토대로 국제법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이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지만 제국주의 일본처럼 세계 안보에 큰 위협을 주지 않고 제국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밝히고, 하지만 그들이 가진 불합리한 세계관을 고려할 때 우리는 그들이 소유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 日 전쟁박물관 유슈칸 美 관련 기록 일부 수정

    |도쿄 이춘규특파원|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일본 야스쿠니신사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부설 전쟁박물관 유슈칸의 전시물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비판이 제기된 2차대전 미국관련 기록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6일 보도했다. 변경되는 부분은 2차대전과 관련된 기록 가운데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전략’이라는 제목 아래 “불황시 루스벨트에게 남겨진 길은 자원이 부족한 일본을 수출금지로 압박, 전쟁 개시를 강요하는 것이었다.(일본의) 참전에 의해 미국 경제는 완전히 부흥했다.”는 대목이다. 신사측은 제목을 ‘루스벨트와 미국의 2차대전 참가’로 바꾸고 내용에서도 ‘전쟁 개시를 강요’ ‘미국 경제는 완전히 부흥했다.’ 등을 삭제하는 동시에 일본의 침략주의를 비판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을 새로 넣기로 했다. 그러나 신사측은 “침략전쟁이 아시아의 독립을 재촉했다.”며 정당화하는 등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기록은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덧붙였다.taein@seoul.co.kr
  • 오스트리아 극우파 약진… 좌파 ‘어부지리’ 勝

    오스트리아 극우파 약진… 좌파 ‘어부지리’ 勝

    1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민당이 35.7%를 득표,34.5%에 그친 집권 우파 인민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사민당이 집권당과 이념이 다른 야당이란 점에서 이번 선거를 최근 유럽정치의 두드러진 특징인 좌·우파간 ‘정치적 진자운동’의 결과물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좌파의 선전보다 극우파의 약진이 판세를 가른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까닭이다. ●“이슬람 대신 조국을” 극우세력 15% 득표 집권 우파의 패배는 지난달 스웨덴 좌파의 패배만큼이나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경제가 기록한 3.1%의 성장률은 유로화 사용지역에선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인민당은 사민당에 근소한 차이로나마 우세를 지켰다. 문제는 사민당의 승리가 정책 대안을 제시한 결과라기보다 극우파의 약진에 따른 ‘어부지리’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사민당 득표율이 2002년 총선 당시의 36.5%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반면 극우정당인 자유당과 최근 자유당에서 독립한 ‘오스트리아 미래를 위한 동맹(BZOe)’은 각각 11.2%와 4.2%를 얻었다. 두 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2002년 선거에서 자유당이 기록한 10.1%보다 5.2%포인트나 높다. ●집권우파, 강화된 극우정서 간과 극우정당들은 노골적인 ‘반이민·반이슬람 정서’에 호소함으로써 정부의 미온적 이민정책에 반감을 품은 우파 지지자들의 표를 끌어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자유당의 선거 구호는 “이슬람 대신 조국을”이었다. 반면 인민당은 시민권 획득절차를 강화하는 등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세웠음에도 보다 급진적 이민규제를 바라는 지지층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점이 패인으로 꼽힌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강화된 극우정서를 과소평가한 것이 우파 패배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업률 악화의 원인을 유럽연합(EU) 확대에 따른 동유럽 이민자들의 유입에서 찾는 대중 정서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실업률 4.9%는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대연정 유력…우파연정 가능성도 서유럽 국가들보다 강한 특유의 극우정서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스트리아의 지정학적 특징을 원인으로 꼽는다. 정치 매거진 ‘프로파일’의 헤르베르트 라크너 편집장은 “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동유럽 빈국들의 EU 가입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인데, 문제는 오스트리아가 일자리와 부를 찾아 ‘서쪽’으로 움직이는 동유럽인들에게 첫번째 ‘관문 국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민당은 인민당과 ‘대연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과의 지지율 합이 46%에 그쳐 최상의 카드로 꼽히던 ‘적록연정’이 물 건너 갔기 때문이다.2차대전 이후 34년 동안 대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했던 전례도 있다. 문제는 인민당의 태도다.1일 쉬셀 총리는 TV 인터뷰에서 “최근 독일을 보면서 (대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두 당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인민당과 2개 극우정당의 우파연정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재판혁명이 시작됐다] (上) 법정이 진실이다

    [재판혁명이 시작됐다] (上) 법정이 진실이다

    사법부가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 10월부터 검찰도 증거 분리제출 방침을 결정하면서 형사재판에서 본격적인 공판중심주의 시대가 열렸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구술심리 강화 지시에 따라 민사재판도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닻이 오른 재판혁명을 3회에 걸쳐 살펴 본다. 9월27일 서울중앙지법 5층 한 법정. 지난 4월 공판중심주의 시범 재판부로 지정된 형사1단독 이한주 부장판사의 재판이 열렸다. ●사라진 검찰조서 오전 10시 첫 사건. 위장결혼을 통해 불법체류한 혐의로 기소된 조선족 여성의 속행공판이 열렸다. 증거분리제출 방침에 따라 첫기일에 검찰로부터 재판부가 받은 것이라곤 공소장뿐이다. 피고인이 자백한 것으로 돼있는 검찰조서는 법정에서는 볼 수 없었다. 사라진 검찰조서가 공판중심주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다. 검찰은 곧 사실관계를 신문했다. 검찰이 피고인에게 “결혼한 게 맞느냐.”고 묻자 피고인은 “밥도 해주고 같이 생활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낮에는 따로 생활해도 밤이면 한 집에서 잠을 잤느냐.”며 보다 구체적으로 물었다. 공판중심주의에서는 법관이 심증을 굳히기 위해 검사와 변호인 못지않게 직접 피고인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짧은 질문, 긴 대답 검찰이 “한국에서 얼마를 벌었습니까.”고 묻자 피고인이 “300만원 정도 벌었습니다.”고 답했다. 예전 같으면 이미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300만원을 벌었죠.”라고 묻고 피고인은 ‘예’,‘아니오’ 가운데 하나만 답하면 됐다. 변호인의 변론 역시 단답형이 아니라 피고인이 직접 자신의 사정이나 사실관계를 진술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이었다. 피고인은 억울한 듯 중국에서 만난 한 남자와 정식으로 혼인신고가 된 줄 알고 한국으로 들어와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했던 지난 일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기소내용이나 범죄사실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이지만 일단 피고인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보는 것도 공판중심주의가 바꿔놓은 법정풍경이다. 하지만 몇 군데에서는 검사와 변호사가 서류에 ‘코를 박은 채’ 장황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검찰과 변호인 신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검찰측에 증거목록을 요구했다. 검찰은 참고인들의 검찰진술조서를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당사자들이 조서가 사실과 다르다고 한 만큼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맞섰다. 검찰은 “그렇다면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공판중심주의 재판에서는 이렇게 검찰조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당사자들이 직접 법정에 나와서 진술해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게 된다. ●당당한 피고인들 오후 2시 사건으로 마약복용 혐의로 기소된 미군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날은 피고인을 검거했던 증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할 차례였다. 증인이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피고인과 마주하지 않겠다고 하자 검사와 변호사가 설전을 벌였다. 이때 피고인이 통역을 통해 “민주국가에서 나를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내 권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인이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변호인도 있고 나중에 묻고 싶은 내용을 재판부를 통해 묻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위험요소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주장이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에도 맞는 말”이라며 증인을 출석시켰다. 검찰과 변호인은 증인이 마약거래가 있은 뒤 6개월이 지나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실이 믿을 만한가를 두고 다퉜다. 현장에서 찍힌 사진이나 폐쇄회로TV 등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사건이었다. 검찰과 변호사뿐 아니라 피고인도 직접 증인에게 “6개월이나 지나 나를 알아볼 수 있느냐.”며 반박했다. 피고인과 증인과의 설전이 계속되자 검찰이 다음 기일에 하자고 제안했지만 재판부는 “소송지휘는 재판부의 권한”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다음 시간에 예정된 재판당사자들이 재판이 끝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법정을 들락날락거렸다. 결국 30분으로 예정됐던 재판은 2시간을 넘겼다. 결국 재판부는 “사건당 30분 정도로 예상했는데 재판이 길어져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재판부가 이날 처리한 사건은 모두 10건. 몇몇 사건은 결심이라 빨리 처리됐으나 수사식 재판이 진행되면서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오후 7시가 돼서야 끝났다. 이 때문에 1∼2시간 동안 재판당사자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일상이 돼버렸다. ●검찰 주장과 달리 무죄선고 한 건도 없어 시범재판부는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181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무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은 공판중심주의 도입으로 법정에서 검찰조서가 인정되지 않는 반면 피고인은 장황하게 거짓말이나 부인 등으로 일관,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시범이긴 하지만 공판중심주의를 통해 범죄를 엄벌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형사재판 진화는 계속된다 공판중심주의의 키워드는 ‘신뢰’다.‘보이는 재판’을 통해서 재판을 받는 사람은 재판결과에 승복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법부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판중심주의=‘보이는 재판’ 그동안의 형사재판은 한 변호사가 “우리나라만큼 서류위주의 재판이 이뤄지는 곳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재판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알기 어려운 재판이었다. 내 의견을 말할 기회도 적고, 어려운 법률용어에다 곳곳마다 “제출된 서류로 대신하겠다.”는 말로 대신해 재판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재판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연 재판부가 뭘 근거로 유·무죄를 결정했는지,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요소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판중심주의는 재판정에서 직접 이뤄지는 증언과 진술, 법적 공방을 통해 소송 당사자들이 “아, 이렇구나.”라고 재판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는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용훈 대법원장이 예를 들었던 독일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과거 나치시절 정권에 이용당한 독일 사법부는 2차대전 이후 잃어버린 신뢰를 적극적인 과거사 청산노력과 함께 공판중심주의 등을 통한 공정한 재판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공판중심주의는 현재 진행형 당장 다음달부터 검찰의 증거분리제출 전국 확대실시가 되지만 이를 통해 전면적인 공판중심주의가 실현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재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판중심주의에 가깝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재출한 이 법률은 미국식 공판중심주의에 가깝다. 미국식 재판은 기본적으로 원고와 피고인의 대결이다. 적법한 증거만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물론 검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피고인의 위치를 아예 변호인 옆으로 옮겨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또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하면서도 사건관계가 단순하고 증거가 명백한 사건은 피고인이 원할 경우 한번 출석한 당일에 선고까지 끝나는 ‘경죄 처리절차’도 도입된다. 내년에도 또 한차례의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2012년 완전도입에 앞서 내년 3월부터 배심·참심 혼합형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다. 그동안 법률전문가인 법관이 진행하던 것에서 비록 살인 등 중요 범죄에 한해 매년 100∼200건에 불과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법률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공판중심주의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민사도 구술주의?… 글쎄” 민사재판에 불어닥친 재판혁명은 재판장의 앉은 키만큼 쌓였던 서류뭉치들을 사라지게하고 있다.2002년부터 시행돼 정착되고 있는 신민사소송법에 따라 본격적인 변론 전 준비기일에 원·피고측은 서면공방을 통해 쟁점을 정리하고 있다. 때문에 법정에서 서류뭉치 속에 파묻혀 앵무새처럼 주장만 펼치던 변호사들의 예전 모습은 보기 드물다. 하지만 지난 4월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발맞춰 추진해온 민사재판에서의 구술주의 실현은 아직은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중앙지법 5층 어느 민사법정에서는 아파트 앞 도로건설을 두고 벌어진 소송과 관련해 원·피고측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변호인은 “당시 도로말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땅이었죠.”라고 물었다.“예, 그러니까…”라며 증인의 말이 길어지자 재판부는 “대답만 하세요.”라며 면박을 주었다. 그 뒤로도 재판부는 증인의 답이 길어질 때마다 서류만 응시한 채 “예.”라고 하며 말을 끊었다. 민사재판을 진행한 판사들이나 변호사들에게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의 한 판사는 “재판장이 쟁점에서 벗어난 사안이라 중단시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민사재판은 준비기일에서 이미 쟁점들을 서면공방에 이어 구술로도 논의하기 때문에 재판부나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직접 공방을 벌이는 것을 수고스럽게 여기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민사부 판사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에서 법적 책임을 밝혀야 하고 법적으로 서면제출이 인정되기 때문에 구술주의가 보여주려는 치열한 법정공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벨기에 한국전참전 용사 위문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첫 해외 방문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4일(현지시간) 한국전 참전용사의 미망인을 찾았다. 이날 오후 벨기에 북동쪽에 위치한 리에주에서 모로 드 멜렌 전 국방장관의 부인인 자클린 드 라랭(95) 여사를 위문했다. 멜렌 전 장관은 1950년 한국전 당시 국방장관이자 상원의원을 지냈다. 물자만 지원하려던 벨기에 정부 방침에 강력히 항의해 파병에 기여했다. 파병군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된 법령까지 개정해 한국전에 참전했던 일화가 밝혀지기도 했다. 회고록에서 2차대전 당시 벨기에가 미국의 도움으로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된 빚을 갚는 취지에서 한국전에 참전을 결심했다고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자클린 여사는 “(남편이) 50세의 나이에 장관직을 그만두고 참전한 것이어서 상당히 특별한 케이스였다.참전하기 위해 공수부대에서 훈련도 받았으며, 임진강 전투에서 전공도 세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95세의 고령에도 불구, 기억력이 좋고 말도 잘해 박 전 대표를 놀라게 한 자클린 여사는 “한국이 세계 11위 경제 강국이 된 것도 그러한 희생과 도움 때문으로 감사드린다.”는 박 전 대표의 말을 받아 “한국은 번영했는데 북한은 잠잠해졌느냐.”고 묻는 재치도 보였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개념사 사전 펴낸 코젤렉 ‘단순 보수’였나

    진보개혁 정부에 대한 기대는 한없이 높았으나, 수년간 실제 경험 끝에 거의 실패 쪽으로 진단이 기울어지고 있다.‘로드맵 정부’라는 비아냥처럼 당장 뭔가 이뤄질 듯 말은 많았는데 둘러보니 제대로 된 게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반대편으로 눈길을 돌려보니,‘자유민주주의’를 열심히 외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자유’와 ‘민주’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거친 숨 한번 고르고 도대체 한번 정리해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차원에서 지난 23일 서양사학회 주최로 열린 ‘라인하르트 코젤렉 추모 학술대회’는 각별히 눈길을 끌었다. 코젤렉은 독일 학자로는 특이하게 프랑스적인 냄새를 짙게 풍긴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알 수 있고, 미래에 대처할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통념에 강한 회의감을 나타내서다.‘과거-현재-미래=발전·진보’라는 생각은 근대가 퍼뜨린 풍문에 불과하고, 이는 기대와 경험간에 현격한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에 근대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 우려했다. 대개 이런 회의주의는 그 자체로 보수에 기여한다는 비판에 몰리기 십상인데 전진성 부산교대 교수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본다. 전 교수는 코젤렉이 2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소련군 포로수용소를 경험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미래의 번영’을 약속한 두 진영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근대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까.’라는 강한 회의를 심어줬다는 것. 전 교수는 그래서 코젤렉을 ‘신보수주의자’이되 단순 보수로의 복귀가 아니라 ‘근대성에 대한 원리적 비판에 토대를 둔’ 사람으로 평가한다. 이는 역사학 자체에 대한 성찰로도 이어진다.‘진보’라는 근대의 관념 때문에 역사학은 그 어느 때보다 근대에 들어서서 호강해서다. 코젤렉은 이런 근대 역사연구자들에게 “역사학이라는 학문의 본원적 성격과 가능성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무엇보다 코젤렉이 25년간 100여명의 학자를 동원해 펴낸 7000여쪽에 이르는 ‘역사 기본개념 사전’(흔히 ‘개념사 사전’으로 불림)과 같은 시도가 여러 나라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보습 화장품 제대로만 활용해도…

    보습 화장품 제대로만 활용해도…

    건조한 가을에는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이다. 특히 피부 건조는 노화와 관계가 높아 늘 신경을 써야 한다. CNP차앤박 피부과 박연호 원장은 “피부에 유수분 밸런스가 깨지면 피부가 쉽게 지치고 늘어져 주름을 만든다.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성인은 하루 1.5ℓ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고, 샤워나 목욕 후 3분이내 꼭 피부에 필요한 보습제를 사용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은 피부에 코팅막을 입혀 피부수분을 오래도록 지켜주기도 한다. 가을에 새롭게 나온 수분 제품들, 어떤 장점을 안고 있고 최적의 사용법은 무엇일까. # 빛나는 얼굴을 만든다. LG생활건강의 ‘수려한 자우크림’의 주요성분은 땅 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송로버섯. 기운을 보충하는 강력한 한약재로 잔주름이 많거나 탄력이 부족한 피부에 좋다. 흑삼, 환소단도 피부에 건강과 생기를 준다. 얼굴에 고루 바른 뒤 얼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아래에서 위쪽으로 끌어올리듯 마사지한다. 양 손을 비벼 따뜻하게 만든 뒤 얼굴을 감싸 흡수를 돕는다. CNP차앤박화장품은 보습력이 탁월한 씨앤피 스킨-라이트닝 프로페셔널 마스크(사진 (1))를 내놓았다. 해조류, 알로에, 장미 추출물 등 다양한 천연 추출물이 함유된 겔 타입으로 밀착감이 뛰어나다. 천연 소재를 사용해 냉장보관해야 한다. 얼굴에 30∼40분 정도 붙이면 피부에 수분과 탄력을 보충한다. 코리아나의 비취가인 생기크림(사진 (2))은 녹용, 감초, 구기자 등의 한약 성분으로 만든 제품.20년 이상 된 참나무를 800℃의 온도에서 일주일 정도 태운 참숯으로 만든 참숯수(水)가 영양과 수분이 빠르게 흡수되도록 돕는다. 이마는 둥글리듯, 잔주름이 생기기 쉬운 눈가와 입가는 부드럽게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마사지한다. 얼굴뿐만 아니라 목에도 같이 바른다. 한국화장품의 에이쓰리에프온 워터리 프레시 크림(사진 (3))은 피부 보습과 탄력 강화에 탁월한 마치현추출물, 아지레라인,EGF 성분 등이 들어있다. 바르자마자 피부에 흡수돼 산뜻한 수분 크림이라, 아침에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 복합효과를 보자. 랑콤은 브랜드 최초의 영양크림인 ‘뉴트릭스’를 70년 만에 재탄생시켰다. 재생효과가 높아 2차대전 직후 의사들이 상처치유 처방전으로도 사용했다고 알려진 이 제품은 로열젤리가 주성분이다. 높은 보습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기도 해 피부가 당기고 거칠며 미세한 주름이 생긴 피부에 적당하다. 아이오페의 슈퍼바이탈 크림(사진 (4))은 피부 생명력이 떨어지는 총체적인 피부고민을 관리하는 식물성 오메가-3가 들어있는 제품. 콜라겐 생성을 촉진시켜 탄력이 떨어진 피부조직을 강화하고, 모이스트-24 성분이 뛰어난 보습효과를 준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분량을 이마, 양 볼, 턱에 나누어 놓은 뒤 부드럽게 펴 발라주고 가볍게 두드린다. 이지함화장품의 셀라벨 타임 퍼펙션은 세월의 흔적을 지운다. 독자 개발한 이지함 리페어링 콤플렉스가 피부 속 깊이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고,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피부 본래의 탱탱함을 되살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피부보습 상식 ABC 좋은 수분 제품을 쓰더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완전한 효과를 볼 수 없다. 수분 공급을 위한 몇 가지 상식을 알아두자. # 수분크림은 토너와 세럼 다음에 기본적인 스킨케어의 순서는 토너→세럼→크림 순이다. 크림은 수분함량이 높은 것부터 바른다. 바르는 양은 보통 피부에 촉촉한 막이 형성된 듯한 느낌이 드는 정도가 적당하다. # 시너지 효과를 주는 조합 수분 공급과 영양 공급은 역할이 다르다. 복합 효과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수분크림과 영양크림을 함께 써야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고,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 손끝으로 톡톡, 정성스럽게 바를 때는 손으로 톡톡 두드려서 흡수가 잘 되도록 돕는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5초 정도 감싸서 잠깐이나마 흡수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좋다. # 메이크업 효과도 높이자 파운데이션에 수분제품을 섞으면 투명하고 촉촉한 표현력이 올라간다. 로션과 파운데이션을 1대3으로 섞는 게 기본. # 워터 스프레이는 가볍게 메이크업을 한 뒤 워터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은 보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분이 증발되면서 피부가 더욱 건조해질 수도 있다. 보습제가 함유된 제품으로, 얼굴에서 30㎝ 정도 떨어져서 전체적으로 가볍게, 또는 티슈를 한 겹 대고 뿌려주는 게 좋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도움말: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DHC코리아 광고홍보팀 김주희
  • 아베 신조 새 자민 총재선출 이모저모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새 자민당 총재는 전후세대 첫 총리이자 전후 최연소 총리라는 화려한 기록과 함께 21세기 초반 일본을 이끌 지도자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아베 자민당 총재는 이날 당내 선거를 통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재에 이어 새로운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다. 선거전부터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될 것으로 확실시됐다. 그래서 선거전은 긴장감이 떨어졌고, 그가 역대 자민당 총재선거 최고 득표율을 갈아치우느냐 정도가 관심사였다.1972년 이후 가장 높은 득표율은 1995년 77.7%로 당선된 고(故)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다. 득표율은 66%로 2001년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61%를 획득한 고이즈미 총리의 득표율을 넘어섰지만 최고기록에는 못미쳤다. 아베 신임 총재는 귀공자들이 많이 다니는 사학인 세이케이(成蹊)대학 출신. 그의 당선으로 일본 총리는 1993년 이후 명문 도쿄(제국)대 출신에게 13년째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역대 일본총리는 고이즈미 총리까지 모두 27명. 이 가운데 도쿄대 출신이 11명으로 1위이며 사학 명문인 와세다대가 5명으로 그 다음이다. 하지만 1991년 취임한 미야자와 기이치 전 총리를 끝으로 도쿄대 출신은 없다. 고이즈미 총리는 게이오대 출신. 이러한 현상은 도쿄대 출신이 관료를 거쳐 고위정치인이 되는 경향이 무너지고 당에서 성장한 당료 출신이 강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신임 총재는 1954년 9월21일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장녀인 요코와 아베 신타로 전 외상 사이의 차남으로 태어나 52세가 됐다. 총재 당선이 생일선물인 셈이다. ‘퍼스트 레이디’ 아키에(昭惠·44) 여사는 열렬한 한류팬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남편과 달리 ‘호주가’로 남편을 대신해 각종 파티를 주재하거나 모임에 남편대신 참석, 여걸로 통하고 있다. 지난 1987년 아베와 결혼했다.taein@seoul.co.kr
  • 역사왜곡 후엔 팽창전쟁 일본도 독일도… 중국도?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상황이 변하면 과거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원칙이 당연히 관철된다. 문제는 정도와 수준이다. 일정 선을 넘으면 재해석이라기보다 왜곡이 된다. 동북공정이 왜곡이라는 것도 선을 넘어서다. 자국의 안정과 통합을 넘어선, 중국이 진짜 노리는 바는 무엇이냐는 질문도 그래서 나온다.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다. 돌이켜보면 역사왜곡이 팽창주의로 옮아간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게 일본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단행하면서 ‘일본서기’를 재정비해 펴냈는데, 이 과정에서 조작됐다는 의혹이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막부에 밀렸던 일왕을 일본 근대화의 중심으로 떠받들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정말 조작했는 지와는 별도로 어쨌든 일본서기가 극우세력의 광적인 민족주의를 자극하는데 기여했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독일의 나치즘도 마찬가지. 나치즘은 그들의 팽창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예 ‘종교적 숙명론’을 만들어냈다. 인종적으로, 또 지정학적으로 독일은 지배하는 나라가, 게르만족은 지배하는 민족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개발해냈다. 물론 이는 2차대전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중국의 패권주의’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편승한 냉전적인 동북아전략에 가담하는 꼴이 될까봐서다. 다만 이게 공식적으로 제기되면 역사문제가 지나치게 정치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연구자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길 꺼릴 뿐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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