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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신포 경수로 청산 후유증 우려된다

    북한 신포 경수로사업이 사실상 종료됐다. 경수로 유지·보수를 위해 남아있던 한국과 미국 인력 57명이 어제 모두 철수했다.10여년 동안 한국이 11억 3700만달러(1조 3655억원)를 부담한 것을 포함,15억 6200만달러라는 거금을 쏟아부은 결과가 이렇게 되다니 허망하다.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 책임이 크다. 한국·미국 등 관련국의 협상력 부족도 비난받아야 한다. 특히 건설비 대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했던 한국이 문제다. 국민부담으로 그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일련의 과정에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숨기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북한 핵문제 해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다. 신포 경수로사업은 북한이 1994년의 제네바합의를 깸으로써 이미 지속하기 어렵게 됐었다. 우리측은 200만㎾ 대북 송전을 대신 제안했지만 북측은 송전과 경수로 지원을 함께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징 6자회담에서 경수로 부분은 모호하게 넘어가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북측이 청산절차가 남았음에도 한·미 인력의 신포 철수를 요구한 것은 경수로 지원을 추가로 받아내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위조달러 공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북핵 6자회담이 더욱 표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청산비용과 경수로건설 관련기업과의 청산절차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제까지 투입한 돈의 70% 이상을 내놓고, 대북 송전경비까지 떠맡게 될 한국에 2억달러로 추산되는 청산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이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신포 경수로 중단에 따른 보상을 거론하고 있으나 쓸데없는 억지를 거둬야 한다.455억원 상당의 현장 자재·장비를 빠른 시일 안에 돌려주기 바란다.
  • 올 IT수출 “두자릿수 성장 OK”

    올 IT수출 “두자릿수 성장 OK”

    올해 세계 IT(정보기술)시장의 성장률 둔화가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IT수출은 지난해보다 나아져 두 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보통신부는 3일 “미국의 금리인상, 환율, 고유가 등 대외여건이 불확실하지만 지난해보다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13.2% 증가한 883억달러 달성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LCD(액정표시장치), 디지털TV,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폰 등이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시장 성장 둔화 속 월드컵 특수 기대 정부는 세계 IT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지만 그동안의 고도성장에 따른 과잉투자, 경쟁 격화 등으로 성장률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IT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 6600억 달러에서 올해 2조 8000억달러로, 성장률은 지난해 4.8%에서 2006년 4.7%로 전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IT수출은 세계 IT경기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특수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가격하락세 둔화로 10%대 성장이 예견된다. 정통부 관계자는 “대외여건 등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며 “IT수출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디지털방송,DMB와 결합한 월드컵 중계는 디지털TV·DMB폰의 수출 증가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CD, 디지털TV 수출 탄력받아 IT수출의 4대 전략 품목은 ▲반도체 ▲휴대전화 ▲LCD ▲디지털TV이다. 이 가운데 수출 규모가 큰 반도체와 휴대전화는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반면 LCD, 디지털TV는 최대 30%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302억달러보다 37억달러 늘어난 339억달러(12.2% 증가)로 예상하고 있다.D램의 공급과잉 완화에 따른 가격하락세 둔화, 플래시메모리의 수요처 확대 등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이 전망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246억달러를 기록한 휴대전화 수출은 올해 273억달러로 10.9%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가 단말기 수요 증가 등 부정적인 요인도 있으나 DMB 등 신규 서비스를 지원하는 고성능 단말기에 대한 교체수요 증가가 한몫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러나 올해 가장 큰 성장률을 나타낼 품목으로 LCD를 꼽고 있다. 지난해 74억달러에서 올해 96억달러로 29.7%의 높은 성장을 점치고 있다.LCD TV 가격 대중화, 월드컵 특수로 수요증가가 전망된다. 세계시장의 LCD TV 수요도 지난해 2050만대에서 올해 3810만대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디지털TV도 지난해에 비해 18% 이상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중소업체의 디지털TV 시장 진입 등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수요를 촉발시킬 전망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작년 수출 2847억弗… 12% 증가

    지난해 우리나라는 수출 2847억달러, 수입 2612억달러로 23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며 수출·입 모두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잡정 집계됐다. 하지만 수출증가율이 2004년의 3분의 1에 머물렀고 무역흑자도 25%나 줄어드는 등 성장세는 둔화됐다. 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2005년 수출입 실적’(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전년보다 12.2% 증가했고 수입액은 16.3% 늘어났다. 무역수지 흑자는 235억 5000만달러에 달해 전년의 293억 8000만달러보다 줄기는 했으나 2년 연속 2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은 2003년 19.3%,2004년 31%에 이어 작년에도 12.2%로 1988년 이후 처음 3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도 두자릿수 수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무역 규모는 5459억달러에 달해 2004년 4000억달러를 넘은 지 1년 만에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무역 규모 5000억달러 돌파는 세계 12번째다. 올해는 6000억달러 돌파가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중국의 비중이 2004년 19.6%에서 21.9%로, 유럽연합(EU)이 17.6%에서 18.6%로 높아진 반면 미국 비중은 16.9%에서 14.5%로 낮아졌다. 수입은 원유 등 에너지 수입액이 662억달러에 달하며 증가세를 주도한 가운데 자본재(11.7%), 소비재(12.7%) 수입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가별 무역수지는 대(對) 중국 224억달러,EU 158억달러, 미국 100억달러 등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대 중동 무역수지는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341억달러의 적자를 냈고 대 일본 무역수지도 237억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한편 작년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1.2% 증가한 258억달러, 수입은 15.6% 늘어난 242억 3000만달러를 기록해 15억70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나타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2005년 빛낸 Made in KOREA] (5)통신

    [2005년 빛낸 Made in KOREA] (5)통신

    통신업계의 2005년은 의미가 큰 한해였다.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의 국제표준 채택과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휴대용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의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 시작을 들 수 있다. 이들 서비스는 우리가 원천기술을 가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제 통신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기술 주도권을 가진 몇 안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술 종속국에서 탈피할 수 있는 서광을 비춘 것이다. 조만간 세계 각국이 이들 기술과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할 것으로 보여 ‘로열티 대박’도 기대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의 제조와 서비스 분야에서 강국이다. 하지만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제조업체들은 CDMA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퀄컴에 엄청난 특허료를 내고 있다. 내수용은 판매가격의 5.25%, 수출은 5.75%다. 특허료 계약이 판매제품 1개당 매기는 방식이어서 많이 팔릴수록, 매출이 증가할수록 특허료가 많이 나간다. 이렇게 해서 지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동안 2조 5000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올해를 포함하면 3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해외에서도 상용화되는 와이브로 이달 초 와이브로가 국제표준으로 승인받은 직후 낭보가 찾아왔다. 삼성전자가 베네수엘라 케이블TV 회사인 옴니비전과 와이브로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 이에 따라 내년 4월 국내에서의 와이브로 상용화 몇 달후엔 해외에서도 와이브로가 상용 서비스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와이브로 휴대전화는 CDMA 방식이 아니어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내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시연을 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 10개국 이상에 추가 진출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와이브로는 정보통신부 주도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연구원과 기업이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직교주파수분할다중(OFDM) 기술을 현실에 적용시킨 기술이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어갈 차세대 서비스인 와이브로의 전송속도는 최대 하향 20Mbps, 상향 6Mbps로 36면짜리 신문 1부를 0.7초,MP3 10곡은 24초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와이브로의 상당수 기술은 우리 기업에 있다. 삼성전자·LG전자·KT·포스데이타·SK텔레콤 등 국내 IT 대기업 대부분이 관련 특허권을 갖고 있다.ETRI는 와이브로가 내년에 5억달러에서 2010년 42억달러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에 처음 선보이는 기술이어서 각국의 도입 여부에 따라 시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 DMB 세계로… 올해 위성과 지상파 DMB가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의 DMB 기술의 유럽 수출이 한층 활기를 띠게 됐다. 독일·프랑스·멕시코 등에 이어 영국도 지난 지상파 DMB 실험방송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화 물살을 탔다. 특히 독일은 내년 6월 월드컵에서 한국형 DMB 기술로 시험중계 서비스하기로 했다.1월부터 실험방송에 들어간다. 지상파 DMB는 기존 TV 주파수의 여유 대역을 활용해 이동 중에도 휴대전화 등으로 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이동방송기술로,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됐다. 유럽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 표준을 기초로 해서 대용량 멀티미디어 동영상을 방송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표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난 5월 유럽정보통신표준기구인 ETSI에서 유럽표준으로 채택돼 활성화의 신호탄이 올랐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석유제품 수출대국’ 굳힌다

    국내 정유사들이 새해 키워드를 ‘수출’로 정해 정유업이 핵심 수출업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국내 정유사들은 내년에도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이지만 석유제품 수출에서도 세계 6위를 기록해 이미 ‘수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2년 연속 석유제품 수출 100억달러시대 정유업계는 지난 11월까지 석유제품 137억 8000만달러를 수출해 이미 지난 10월 달성한 석유제품 수출금액 최고치인 122억달러를 넘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2년 연속 석유제품 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셈이다. 연말 집계로는 150억달러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11월 누계 수출금액 138억달러는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류에 이은 5위에 해당한다. 정유사별로는 에쓰오일의 수출금액이 49억 7309만 달러로 가장 많고 SK㈜가 48억 359만달러,GS칼텍스가 22억 8653만달러, 현대오일뱅크가 9억 3063만달러, 인천정유가 7억 6053만 달러 순이다. 지난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SK㈜가 45%, 에쓰오일이 57% 등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하거나 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 정제능력 대비 석유제품 수출 비중은 일본은 물론 산유국인 중국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로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과 금액은 각각 2억 3600만배럴과 102억달러로 ▲중국(8400만배럴,36억달러)과 ▲일본(1억 700만배럴,46억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이처럼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석유제품 수출실적이 뛰어난 것은 이들 나라에 비해 국내 정유사의 단위공장당 정제능력이 월등한 데서 비롯된다. 국내 정유공장은 5개로 중국(95개)과 일본(43개)에 턱없이 적지만 단위 공장별 일일 정제능력은 51만 9000배럴로 ▲중국(5만 8000배럴)과 ▲일본(11만 1000배럴)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수출강세 3∼5년 이어져 삼성경제연구소는 현재의 고유가가 석유수요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메이저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향후 3∼5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석유먹는 하마’라 불리는 중국의 석유 소비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석유 생산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석유제품 수급불안으로 향후 석유제품 시황도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따라서 현재와 같은 고유가 체제라면 석유제품 수요보다 정제 능력이 더 높은 국내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도 상당기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협회 주정빈 부장은 “2년 연속 석유제품 수출금액이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정유산업이 내수에서 수출로 급속도로 전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석유제품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정유의 국내 안정적 공급은 물론 ‘수출 한국’의 명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2005년을 빛낸 Made in KOREA](4)해외건설

    [2005년을 빛낸 Made in KOREA](4)해외건설

    2005년을 빛낸 메이드인 코리아로 해외건설 수주를 빼놓을 수 없다. 23일 현재 우리나라 업체들이 해외건설현장에서 따낸 일감은 모두 273건에 107억 5300만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대비 수주액이 185% 늘어나면서 다시 한번 ‘해외공사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플랜트(산업설비) 공사를 많이 수주해 수익률 향상도 기대된다. ●현대·SK·대우건설 주도 현대건설은 해외공사 수주실적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14건에 24억 8600만달러를 따냈다. 대표적인 공사로 지난 5월 UAE 두바이 수전력청으로부터 따낸 제벨알리 ‘L’발전 담수 2단계 공사와 이란 사우스파 올레핀(에틸렌 생산공정) 생산공장 공사를 꼽는다. 제벨알리 ‘L’발전소 건설공사는 6억 9600만달러 규모로 설계·구매·시공 등을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따냈다. 지난 2002년 UAE에서 2억 5000만달러 규모의 제벨알리 ‘D’발전소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추가 일감을 따냈다. 7월에는 12억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 올레핀 생산공장 공사를 독일 린데사와 이란 사제사와 공동 수주했다. 공동 수주이지만 현대건설(계약금액 5억 6700만달러)이 주도하는 공사다. 현대건설이 사우스파 2·3·4·5단계 가스처리시설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단순히 공사 수주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미 진출했던 지역에서 일감을 따내 기존 인력, 공사 장비, 현지 협력업체, 기자재 조달업체 등을 다시 활용할 수 있어 성공적인 공사 수행은 물론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공사다. 이지송 사장이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직접 현지에서 수주 협상을 지휘한 노력의 결과였다. SK건설은 단 2건의 대어를 낚으면서 수주액 2위를 기록했다.SK건설은 지난 5월 쿠웨이트에서 12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단독 수주한 석유화학 플랜트공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다. 이 공사는 국영석유회사인 KOC가 발주한 원유집하시설 및 가압장 시설개선 공사로 국내 업체의 산업설비 기술 능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공사였다. 최태원 SK㈜회장이 에너지자원개발 민간외교를 통해 구축해온 쿠웨이트 정부 및 KOC 관계자와의 인연이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우건설이 5건 12억 5700만달러를 벌어들여 3위를 차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건 10억달러,GS건설이 9건 9억 9000만달러를 수주하는 등 국내 업체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눈부셨다. ●중동 오일 달러 캐낸다 해외건설 수주액 증가는 고유가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으로 중동지역 발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업체들이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쿠웨이트에서 23억달러를 수주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2억달러를 따냈다. 이란에서 6억 2000만달러를,UAE에서는 8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단순 토목·건축보다는 플랜트(산업설비)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80%를 차지한다. 화학공장 건설, 발전소, 원유시설, 가스처리 공사 수주액이 82억 3400만달러에 이른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2005년 묻혀진 이슈

    2005년 묻혀진 이슈

    2005년 한해를 보내면서 좀 더 관심있게 집중 보도했어야 할 ‘묻혀진 이슈’는 없었을까. 지면의 제약에다 ‘새로우면서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뉴스를 찾다 보면 정작 독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슈가 가려지거나 묻히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서울신문은 올 한해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미처 부각하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대표적인 이슈 3가지를 간추려 돌아본다. ■ 1. 파키스탄 대지진 지난 10월8일 발생한 파키스탄 지진 소식이 서울신문 지면에서 사라진 것은 참사 2주째를 하루 앞둔 21일이었다. 구호단체들의 호소는 판에 박힌 것으로 치부되고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은 새 뉴스를 전해야 하는 강박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말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동남아시아 5개국의 참상과 겹쳐 보인 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의 치부가 드러난 것과 같은 사회적 의미가 미미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파키스탄의 참상은 으레 되풀이되는 재난쯤으로 여겨졌다. 우리의 관심이 멀어진 사이 희생자는 참사 직후 추산됐던 4만명의 갑절에 가까운 7만 5000명으로 늘어났다. 인도령 카슈미르의 1400명이 포함된 숫자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8만 70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7일 웨스트 프런티어주 만세라의 난민 텐트에서 화재가 발생,4명의 어린이 등 7명이 몰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를 보도한 국내 신문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인도와 국경 지대인 카슈미르에 12월 평균 1.5m, 내년 1월 2.4m의 눈이 쌓일 것으로 추정되고 예년보다 훨씬 낮은 섭씨 영하 20도의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거듭된 ‘제2의 재앙’ 경고도 국내 언론의 눈과 귀를 붙들어매지는 못했다. 더욱이 이 지역의 눈은 4월은 돼야 녹는다. 지난달 28일 첫 눈이 내린 뒤 8명이 얼어죽고 700명 이상이 감기와 폐렴, 저체온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에 더해 동상, 피부병, 전염병 등으로 인한 어린이 희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행히 WHO 등이 어린이 40만명에게 예방접종을 마쳐 이같은 우려를 조금은 덜었다. 그러나 40곳의 난민 캠프에 의탁하고 있는 350만명의 이재민들은 쏟아지는 눈을 피할 만한 변변한 텐트 하나 없이 겨울을 맞았다. WHO는 지금까지 제공된 구호물품은 텐트 2만개와 담요 32만장으로 집계했지만, 이들 텐트의 90% 이상이 한파를 견뎌낼 수 없는 것으로 파악돼 구호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식량 공수도 문제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450만명 가량이 구호단체가 제공하는 식량으로 갸날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자선기구가 내놓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62억달러로 당초 구호기구가 호소한 금액을 훨씬 넘어섰지만, 문제는 내년 1월 이후 쓸 재원이 바닥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헬리콥터를 띄워 오지의 이재민들에게 식량을 공수하려면 7000만달러의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구호 관계자들은 호소한다. 파키스탄의 재난구호를 총괄하고 있는 파루크 아마드 대장은 지난 18일 테드 터너 CNN 창립자 등에게 겨울을 견뎌내려면 200만개의 담요가 더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해가 바뀌더라도 파키스탄의 참상에 눈귀를 기울여볼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2. 요르단강 서안 장벽 지난 8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철거하는 이스라엘 불도저들의 굉음에 파묻힌 것은 정착민들의 절규만은 아니었다. 정착촌 철거가 두 민족의 분규를 끝내기 위한 아리엘 샤론 총리의 ‘역사적 결단’으로 여겨지는 사이 이스라엘은 2002년부터 요르단강 서안에 쌓고 있는 보안장벽 건설을 밀어붙였다. 지난해 6월 국제사법재판소의 ‘국제법 위반’ 판결도 한낱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서구 언론의 시각을 그대로 좇은 국내 언론은 이스라엘의 ‘반칙’을 제대로 부각시키지도, 이슈화하지도 못했다. 지난 14일 사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서안지구 정착촌에 290여 가구가 이주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미국이 지원하는 중동평화 로드맵에 엄연히 규정된 신규 이주 동결 원칙을 어긴 것이다. 반칙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잠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샤론 정부는 2002년 6월부터 장벽을 건설하기 시작, 지난 9월까지 총 연장 670㎞의 절반 가까이를 완성했다. 높이 5m의 콘크리트벽 한쪽에는 철조망이, 다른 쪽에는 깊이 2m의 도랑이 파여졌다. 전자 감응장치와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는 흔적 탐지로가 설치됐다. 약 8.5㎞ 구간은 무려 8m 높이의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쳐진다.1㎞를 건설하는 데 200만달러(2억여원)가 든다. 더욱 큰 문제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가르는 국경인 ‘그린 라인’을 무시했다는 데 있다. 일부에서 요르단강 서안 쪽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고립화시켰다. 지난 2월 샤론 내각이 노선을 약간 변경하긴 했지만 여전히 팔레스타인 땅 6∼8%를 잠식한 것으로 보인다. 존 더가드 유엔인권판무관은 2003년 9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장벽과 이스라엘 사이에 거주하는 21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공공서비스, 학교, 작업장에서 격리되기 때문에 난민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일방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뜨뜻미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이 장벽은 어디까지나 보안상으로만 기능해야 하며 영구적인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어선 안된다. 테러에 가담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보안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 팔레스타인은 또다른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일방주의는 팔레스타인의 고립감을 부추겨 원치 않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당장 내년 1월25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마무드 아바스 총리가 이끄는 파타당이 무장세력 하마스에게 권좌를 내줄 경우, 중동평화는 험한 도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하마스는 지난 15일 서안지역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전조를 드러낸 바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3. 유럽연합 통합 |파리 함혜리특파원|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경제력을 갖춘 ‘유럽합중국’의 등장은 그 자체가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지난 5·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유럽연합(EU) 헌법이 부결되면서 지금껏 중단 없이 달려온 통합기관차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후 EU 통합 관련 기사는 ‘푸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정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인도 등에 밀린 측면도 있지만,EU 통합 자체가 너무 오랫동안 지루하게 진행돼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U 정상들은 지난 6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EU헌법조약의 비준이 부결된 뒤 비준일정을 연기한 채 ‘숙고기간’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회 헌법위원회는 ‘사망선고’를 받은 유럽헌법을 회생시키기 위해 지난 9월 첫 협의를 갖고 다양한 회생방안을 제시했다. 자유당 그룹의 앤드루 더프(영국) 의원은 숙고기간 중 기존 헌법조약을 일부 수정, 새로운 EU헌법조약 초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녹색당의 보겐후버(오스트리아) 의원은 2009년까지 새로운 EU헌법조약 초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민당 그룹의 알렉산더 스터브(핀란드) 의원은 주요국의 선거 일정이 마무리되는 2007년 헌법조약의 수정을 위한 준비작업을 거쳐 2008년 헌법조약 수정,2009년 비준절차를 취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사회당의 카를로스 카르네로(스페인) 의원은 숙고기간 중 논의된 회원국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07년 말 유럽의회가 각국 의회와 공동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헌법조약 개정방향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EU 전체 차원의 국민투표를 2009년 6월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이같은 논의가 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다수 유럽의회 의원들이 2009년을 EU헌법조약 완료시한으로 상정한 점,EU헌법조약을 수정하자는 의견이 개진된 점으로 미뤄 향후 EU 내 헌법조약 처리에 대한 논의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헌법에 대한 논의는 독일이 순번제 의장국을 맡는 내년 상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와 관련,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브뤼셀을 방문해 EU집행위 및 유럽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뒤 “유럽은 헌법을 필요로 한다. 헌법을 포기해선 안된다.”며 헌법비준의 부활을 시도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국제사회 ‘데뷔무대’였던 EU정상회의에서 2007∼2013년 EU 예산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영국과 프랑스, 신·구 회원국들간을 설득, 타결을 이끌어냄으로써 균형잡힌 ‘중재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세를 몰아 유럽헌법 문제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otus@seoul.co.kr
  • [CEO칼럼] 기술의 중요성/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CEO칼럼] 기술의 중요성/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고유가 지속, 글로벌화 가속, 기업간 경쟁 격화, 제품 수명주기의 단축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모방이 어려운 핵심기술의 발굴 필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자사에 적합한 기술 전략의 수립과 추진이 생존의 필수 역량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은 무엇인가? 이공계 출신이며 연구소와 공장 현장에서 성장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핵심 원천기술의 확보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이 점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핵심 기술이 바탕이 되지 않는 여타 기술의 축적은 자칫 작은 외풍에도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산업구조로 이어지기 쉽다. 로열티 지불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기술무역수지(2003년 기준)는 OECD 27개 회원국 중 26위로 최하위권이다. 미국은 282억달러, 영국 25억달러, 일본 13억달러 흑자 등을 보였으나 우리 나라는 2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렇듯 핵심 원천 기술의 확보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둘째 양질의 과학기술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투자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요즘 이공계 기피 현상이 있어 국내 과학기술의 미래가 밝지만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과학기술의 토양이 되는 이공계 인력의 육성을 위해서는 경제적 인센티브 및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들에 대해 학비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국내 우수의 인력들이 이공계에 몸담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경제적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역 산업과 학교의 특성을 잘 조화시킨 산업 클러스터(cluster)를 적극적으로 개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산업 클러스터는 지역산업 입장에서는 학교의 기술 인력을 공급받고, 학교는 현장의 기술 및 재정적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혁신적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국내의 기업들은 과거에 행해졌던 것처럼 선진 메이커의 기술 제휴나 기술이전 등을 통한 제품개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상용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혁신적 신기술이란 기존 시장의 질서가 급격히 변형되며 새로운 시장이 창조되는 경우의 기술을 의미한다. 일례로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고유가,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문제, 화석 연료의 고갈 등으로 인해 친환경 자동차인 하이브리드형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자동차 업체의 수익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선두 주자는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이다. 도요타는 혁신적 신기술을 적용한 자동차를 개발해 상용화함으로써 이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현재 미국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60% 수준을 점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러한 혁신적 신기술 등을 바탕으로 해 부동의 1위 업체인 GM의 아성을 넘보는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물적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고 풍요로운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에 기반한 기술 개발 및 이의 상용화를 통한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CEO들은 자사의 현재 및 미래의 핵심기술을 발굴하고 R&D 조직과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술을 경영 전략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 남북교역액 올10억弗 웃돌듯

    올해 남북교역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남북교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7% 증가한 9억 7863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 월 평균 남북교역이 1억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올 한해 실적은 11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개성공단 관련 교역의 경우 지난해에는 4163만달러에 그쳤으나 올 1∼11월에는 1억 5750만달러로, 전체의 16.1%를 차지했다. 또 올해 각각 2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교역과 위탁가공교역 등도 ‘남북교역 10억달러 시대’를 앞당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과거 17년간 10억달러를 밑돌았던 남북교역이 올해 민간부문의 교역 확대에 힘입어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면서 “남북교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대한전선그룹-故설원량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대한전선그룹-故설원량 회장家

    대한전선과 대한방직, 대한제당은 모두 한뿌리 기업들이다. 인송 설경동(작고) 회장이 설립했던 회사들로 장남인 설원식(83) 전 회장이 1960년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의 경영권을 승계해 가장 먼저 계열분리했다.3남인 설원량(작고) 회장은 1972년 인송의 실질적인 ‘경영 후계자’로서 당시 대한그룹의 주력사인 대한전선과 대한제당을 물려받았다. 고 설원량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한때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기도 했지만 오일쇼크의 충격과 가전사업 매각 등으로 사세가 크게 줄었다. 또 동생인 설원봉(57) 회장이 88년 대한제당을 갖고 분가하면서 옛 대한그룹은 사실상 대한전선만 남게 됐다. 지금은 고 설원량 회장의 부인인 양귀애(58) 고문이 오너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임종욱(57) 사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고 설 회장의 장남인 윤석(24)씨는 대한전선 경영전략팀 과장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처럼 1950년대 재계 서열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던 대한전선그룹은 오늘날보다 과거가 더 화려한 기업이다. 혼맥도도 이와 비슷하다. 창업주인 설경동 회장가(家)는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옛 재벌가(家)와 적지 않은 인연으로 엮여 있다.4남2녀를 뒀던 인송은 1970∼80년대 욱일승천했던 국제그룹 창업주 양태진 회장가(家)와 대농그룹 박용학 회장가(家)와 사돈지간이다. 관계에서는 김용식 전 외무부장관과 임송본 전 대한석탄공사 총재가 사돈들이다. ●50년대 재벌가 인송 인송은 1901년 평안북도 철산군 인송리에서 부친 설흥업옹과 모친 조성녀 여사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 이름은 정동(鄭童)이었지만 서당 스승께서 ‘큰 인물로 대성하라.’는 뜻에서 경동(卿東)으로 지어줬다. 인송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는 부친을 세살 때 여의고, 모친을 따라 함경북도 부령으로 이사해 무산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3년간 허드렛일을 하며 집안을 돌보던 인송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어렵게 오쿠라 고등상업학교에 입학했지만 끝을 보지 못하고 중도에 귀국해야 했다. 인송은 이후 부령 군청에서 잠시 일을 하다가 1921년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인을 동업자로 끌어들여 삼광운송점과 삼광상회를 설립, 운송업과 곡물·해산물 위탁판매사업을 벌였다.1936년에는 동해수산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청진 앞바다에서 정어리를 잡아 이를 가공해 많은 부를 축적했다.1940년대 초에는 어선 70척에 비행기로 고기를 탐지할 정도의 함경도 거부로 성장했다. 그러나 광복과 함께 북측에 공산군이 진주하면서 월남한 인송은 무역회사인 대한산업과 부동산 회사인 원동흥업을 세워 남쪽에서도 곧 거부 대열에 올라섰다.6·25전까지 그가 수원에 세운 성냥공장은 남한시장을 석권하기도 했다. 인송은 53년 재벌의 터전이 된 대한방직을 인수해 근대적인 경영을 시작했다.55년엔 대한전선 인수,56년에는 대동제당(현 대한제당)을 세워 당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가로 올라섰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인송은 54년 자유당 재정부장을 맡으며 정계에 잠깐 발을 담갔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는 60년대 초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인송은 4·19 의거와 5·16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면서 당시 내로라하는 그룹 창업주들과 함께 부정축재자로 몰려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 특히 인송은 강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부동산도 몰수당했다. 부친의 이같은 시련을 지켜봤던 설씨가(家) 4형제는 훗날 정치와 담을 쌓은 것은 물론 부동산 투자도 꺼렸다. 인송은 검소한 생활로 유명했다. 그는 종이 한 장이라도 소홀히 버리지 않았다. 편지가 오면 칼로 봉투의 한 귀퉁이를 잘 도려내고, 그 뒷면을 이용해 한번 더 사용했을 정도였다. 인송이 송인상 효성 고문(당시 부흥부장관)에게 보낸 편지 에피소드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평소하던 대로 송 장관에게 소식지 ‘무역통신’ 뒷면을 이용해 서신을 보냈다. 이를 받은 송 장관은 대기업 사장의 검소함에 탄복해 서신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수년간이나 회의석상이나 강연회에서 이를 소개했다고 한다. ●옛 영화가 가득한 혼맥 인송은 두번 결혼했다. 그는 첫번째 부인 이태하(작고)씨 사이에 원식과 원철(68)씨 등 2남을 뒀다. 두번째 부인 유인순(작고)씨 사이엔 원량과 명옥(59), 원봉, 영자(53)씨 등 2남2녀를 뒀다.4남2녀 가운데 여자 형제는 중매로, 남자 형제는 연애 결혼했지만 당시 재벌가의 통혼이 그러하듯 인송은 관·재계의 명문가를 사돈으로 맞았다. 장남인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은 일제시대 식산은행(현 산업은행) 총재와 대한석탄공사 5대 총재를 지낸 임송본씨의 딸 희숙(75)씨와 연애결혼했다. 당시 원식씨는 희숙씨와 결혼하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할 대학을 바꿀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설 전 회장 부부는 설범(47) 대한방직 회장과 설경화(46)씨 등 1남1녀를 뒀다. 차남 설원철 전 대한방직 고문은 김용식 전 외무부 장관의 딸 보경(66)씨를 미국 유학중에 만나 인연을 맺었다. 보경씨는 코리아헤럴드 출신의 언론인이다. 설한(39), 설훈(35), 설혜선(34) 등 2남1녀를 뒀다. 3남 설원량 회장은 1969년 동생인 명옥씨의 소개로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양귀애 고문과 결혼했다. 명옥씨와 양 고문은 친구 사이다. 양 고문은 국제그룹 양태진 창업주의 막내딸이며,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누이 동생이다. 윤석(24), 윤성(21)씨 등 2남을 두고 있다. 4남 설원봉 회장은 박용학 전 대농 명예회장의 장녀인 선영(56)씨와 혼례를 치렀다. 선영씨는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를 다녔던 설 회장과 선영씨는 학창시절부터 오랜기간 만남을 가졌다. 윤호(30)와 혜정(25)씨 등 1남1녀를 뒀다. 장녀 명옥씨는 정수창 전 두산그룹 회장 가문의 소개로 71년 김우기(63) 서울대 의대 교수와 결혼했다. 동철(33)과 승철(31)씨 등 2남을 뒀으며 장남은 의사, 차남은 대한제당에서 근무하고 있다. 차녀 영자씨는 고 설원량 회장의 친구인 정근모 명지대 총장의 중매로 차동완(58)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진영(28)씨와 종현(25)씨 1남1녀를 두고 있다. 3세들도 속속 가정을 꾸리고 있다. 설원식 전 대한방직 회장의 장남인 설범 회장은 한연나씨와 결혼했으며, 장녀 경화씨도 차정하씨와 혼인을 치렀다. 양 고문의 장남 윤석씨는 지난해 6월 연세대 경영학과 동기생인 심현진(24)씨와 연애 결혼했다. 현진씨의 부친은 심광일(52)씨로 중견 건설업체인 석미건설을 경영하고 있다. 양 고문은 “오랫동안 연애를 한 데다 아들의 판단을 믿었다.”면서 “설 회장도 생전에 둘의 결혼을 허락한 만큼 일찍 결혼을 시켰다.”고 말했다. 설영자-차동완 교수 부부의 장녀 진영씨는 조현식(35) 한국타이어 부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조 부사장은 조홍제 효성 창업주의 손자로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이다. 진영씨는 대한전선 3세 가운데 유일하게 재벌가(家)와 통혼했다. ●일찍 시작한 분가 설경동 가문의 기업 분가는 여느 재벌가(家)와 달리 일찍 시작됐다. 창업주 사후에 2세들의 분가가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인송은 생전에 대한방직과 대한산업 등을 계열분리시켰다.1960년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데다 가정불화마저 겹치면서 인송은 어쩔 수 없이 대한산업과 대한방직 등을 장남 원식에게 맡겨 2세 경영을 펼치도록 했다. 인송은 이후 대한전선과 대한제당을 중심으로 경영을 해오다가 72년 건강이 악화되면서 3남인 당시 설원량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토록 했다.74년 인송이 결국 타계하자 설 회장이 대한전선그룹을 이끌게 됐다. 대한전선은 88년에 또 한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창업주 인송의 유지를 받들어 설원량 회장이 계열사인 대한제당을 분가시킨 것이다. 설 회장은 동생인 설원봉 회장이 대한제당에 입사한 이래 경영수업을 충실히 받아왔다고 보고, 대한제당 관련 주식을 설원봉 회장에게 모두 양도해 대한전선에서 완전 분리시켰다. 대한제당은 현재 식품소재사업과 레저, 외식업 등에 진출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송의 후계자 설원량 회장 고 설원량 회장 유족들은 지난해 9월 1355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상속세를 신고했다. 매출 2조원이 안되는 중견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자진 신고하자 고 설 회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상속이나 증여세를 덜 내기 위해 갖은 편법을 동원하는 다른 재벌가(家)와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대단했다. 그는 평소 “기업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손님이 되어야지, 불청객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 한토막. 대한전선 본사와 각 공장 구내식당에서 제공되는 한 끼 밥값은 80원이다. 공짜로 주는 것이 낫겠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설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정해졌다. 설 회장이 내 돈을 내고 밥을 먹어야 음식이 혹시라도 부실해지면 회사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서 내린 조치였다. 설 회장 본인도 줄곧 구내식당을 이용했는데, 이 역시 회장이 자주 이용하면 음식에 좀 더 신경을 쓰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였다.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낸 것과 달리 설 회장은 부친인 설경동 회장 못지않은 ‘구두쇠’였다. 그는 양복을 한 벌 사면 소맷단이 해질 정도로 입었다. 식당에서 사용한 휴지는 잘 접어두었다가 화장실에서 다시 사용했다. 쉽게 쓰는 휴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지는가를 생각하면 아무리 사소한 휴지라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같은 성품 때문일까. 그는 4형제 가운데 부친으로부터 가장 많은 총애를 받았다. 설 회장이 미국 텍사스주립대로 유학갔을 때, 인송의 커다란 기쁨 가운데 하나가 아들의 편지를 받아보는 것이었다. 특히 인송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면서 설 회장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설 회장은 67년 대한전선 총무부장으로 입사했다. 인송은 설 회장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호된 경영자수업을 받도록 했다. 설 회장은 68년에 상무,70년엔 전무 등 주요 사업부 수장을 거치면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72년 사실상 경영 대권을 이어받은 설 회장은 견실한 전선사업과 가전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70년대 중반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로 대한전선을 키웠다. 후계자로서 연착륙했다는 주변의 평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대한전선과 금성사(현 LG전자)가 선점한 가전시장에 삼성전자가 후발업체로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70년대 후반부터 덩치에 밀린 대한전선은 자금난으로 갈수록 어려워졌다. 설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로 힘든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부친의 유업을 일순간에 포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젊은 기업가로서 그간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고 했다. 대한전선 가전사업에 관심이 컸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당시 “가전사업이 어려우면 언제라도 대우에 협력제의를 해달라.”는 의중을 넌지시 전해왔다.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며, 혼자서 시간을 보내던 설 회장은 83년 3월 그룹 임직원들에게 가전부문 매각을 발표했다, 매각 금액은 2억달러 규모로 당시엔 그야말로 빅딜이었다. 가전사업과 생산직원 모두 대우로 넘어갔다. 대우그룹으로 바꿔타는 직원이 무려 6000여명. 대한전선에 남는 인원은 3000명 남짓이었다.24개 계열사 중 10개사가 대우에 속하게 됐으며, 남은 계열사는 통폐합 절차를 거쳐 7개사로 줄었다. ●‘풍운아’ 설원식 대한방직 회장 설원식 전 대한방직 명예회장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50년대 국내 대표적인 재벌가(家)의 장남이었지만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뒤,55년부터 5년간 중앙대 문과대에서 강사(서양학)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그는 1960년 대한방직과 대한전선 사장직에 갑자기 취임했다. 이후 3년간이나 부친인 인송과 재산 다툼을 벌였지만 그는 결국 법적으로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을 옛 대한그룹에서 떼어내는데 성공했다. 설 전 회장은 70년대 대한종합개발을 설립해 건설업에 진출했으며, 아세아종합금융을 세워 금융업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업 진출은 그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는 아세아종금 주가가 폭락하면서 퇴출위기에 몰리자 주식시세를 조종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아세아종금은 이후 진승현씨에게 인수돼 한스종금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훗날 ‘진승현 게이트’로 불거졌다. 설 전 명예회장은 98년 장남인 설범 회장에게 대한방직 경영권을 물려주며 현장에서 물러났다. 차남인 설원철 전 대한방직 고문의 이력도 형에 못지않다. 그는 일본 게이오대 법대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그는 부친의 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뜻을 펼쳤다. 그는 대한무역진흥공사에 입사해 조사부 부장과 샌프란시스코 무역관 관장을 거쳤다.91년엔 형인 설원식 전 회장에 이어 대한방직과 대한산업 사장에 올랐다.2년 후에 고문직으로 물러났다. ●‘3무 경영’ 설원봉 회장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은 연세대 법대와 미국 브루클린 공대대학원을 거쳐 1976년 대한전선 종합조정실 이사로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83년 대한제당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88년엔 형으로부터 대한제당을 물려받았다. 그는 형과 달리 부드럽다는 평이다. 그러나 나서기를 꺼려하는 것은 다른 형들과 똑같다. 재계에서 친한 인사로는 경기고 동기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설 회장은 현장과 인재 관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외환위기 극복에서 잘 드러났다. 당시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설 회장은 직원들의 신뢰속에 감원과 임금 삭감, 노사분규 없이 힘든 시기를 헤쳐왔다.‘무감원, 무감봉, 무분규’라는 대한제당 특유의 ‘3무(無) 경영’은 이렇게 나오게 됐다. 대한제당은 현재 의약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그룹 나침반 임종욱 사장 대한전선의 대표 최고경영자(CEO)인 임종욱(57) 사장은 서울생으로 선린상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95년 회장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후 9년간 설원량 회장의 경영 방침과 철학을 받들어 회사경영 전반에 대해 실무관리를 해오고 있다.97년 외환위기 때에는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무주리조트와 쌍방울 인수, 진로채권 투자에 나서는 등 사업다각화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임 사장은 설 회장이 타계한 이후 회사 경영의 나침반으로서 차세대 ‘먹을 거리’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golders@seoul.co.kr ■ 미망인이 본 故설원량 회장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예요. 자기 자신에게 너무 엄격했어요. 자제심도 대단했고요. 남편을 사회와 일에 빼앗겼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평생 일만 하다 간 분이에요. 그림이나 음악에도 대단히 조예가 깊었는데….” 양귀애 고문은 남편인 고 설원량 회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아직도 감정이 남아있는 듯 설 회장을 언급할 때는 대단히 조심스러웠다. 설 회장은 지난해 3월 뇌출혈로 쓰러져 갑작스럽게 타계했다. “아직도 설 회장 사진을 안봐요.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남편 사진들을 다 치웠어요. 감정이 많이 정리가 됐다고 해도 가끔은 가슴이 휑해요. 유품을 정리하는데 옷가지들이 너무 낡았더라고요. 대기업 회장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와이셔츠 소매는 다 헐었고, 구두는 신기 민망한 수준이었어요.” 그는 일만 했던 남편이 썩 재밌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둘만의 데이트는 자주 했다고 했다.“설 회장은 사업이 꼬이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면 어김없이 저를 불러요. 옆에 있어달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한동안 생각만 해요. 그 때는 옆에서 말 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서, 그래서 저를 불렀던 것 같아요. 덕분에 둘이서 남산을 자주 산책했고, 가끔은 골프도 둘이서만 치고 다녔답니다.” 그는 불임으로 꽤 고생했다. 장남인 설윤석 과장을 결혼 12년차에 가질 정도였다.“시댁식구들 눈치 많이 봤죠. 재벌가(家)로 시집와서 12년간 애기가 없었으니 얼마나 말들이 많았겠어요. 그때마다 남편이 바람막이가 돼 줬습니다. 참 고마웠죠.” 양 고문은 시아버지인 인송 설경동 회장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아버님이 저를 특히 예쁘게 보셨어요. 항상 자신 옆에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외출을 하면 꼭 저를 데리고 다니며,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한복입은 모습이 예쁘다고 해서 신혼 초에는 한복만 입은 적도 있었습니다.” 설 회장은 자식을 엄하게 대했다고 한다.“남편은 아들들에게 절대 용돈을 풍족하게 주지 않았습니다. 수입도 없는 애들이 돈 쓰는 버릇부터 들이면 안된다는 것이었죠. 비행기를 탈 때도 애들은 항상 이코노미석이었습니다.” 양 고문은 지금까지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교육에 자신의 전부를 쏟았지만 앞으로는 나를 위해 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시아버지와 남편이 일군 대한전선을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했다. 한편 그는 큰 오빠인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근황과 관련,“건강하시고 친구들을 만나 소일하신다.”면서 “(국제그룹 해체로) 당시엔 심리적인 타격이 컸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잊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golders@seoul.co.kr ■ 막오른 3세 경영 인송 설경동(작고) 회장이 창업한 대한전선과 대한제당, 대한방직 등은 모두 3세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3세가 최고경영자(CEO)로 전면에 나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제 실무부서에 배치돼 첫 걸음마를 시작한 곳도 있다. 가장 빨리 ‘세대교체’가 이뤄진 곳은 대한방직. 설경동가(家)의 장손인 설범(47) 회장이 1998년 대한방직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설씨가(家)의 3세 경영을 알렸다. 그는 85년 대한방직 이사로 출발해 91년 상무,95년 부사장,96년 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으며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설 회장은 2001년 한스종금 불법대출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만두라.’는 소액주주들과 주총에서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등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주변에선 설 회장을 소탈하고 온화하다고 평한다. 집안 가풍대로 보수적이며, 사업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업계에서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하다. 배재고와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더 뷰크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지난해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학업과 경영수업을 동시에 했던 장남 설윤석(24)씨는 올 들어 경영전략팀 과장으로서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을 쌓고 있다. 그는 대한전선의 최대주주인 삼양금속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선 설 과장의 나이가 아직 어린 데다 모친인 양귀애 고문이 후견인으로 나서는 만큼 급하게 경영 대권을 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종욱 대한전선 사장이 전문경영인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어 후계자 교육에 더욱 치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고문은 “설 과장의 진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승진이나 유학 등은 상황에 따라 이뤄질 것이에요.”라고 했다. 동생인 윤성(21)씨는 중학교 3년때 미국으로 유학가 현재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을 다니고 있다. 설원봉 대한제당 회장의 장남인 윤호(30)씨는 경영 대권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는 2000년 6월에 입사해 현재 제당식품사업부를 책임지는 전무로 일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설 전무는 경기고와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LNG선 로열티 1조원 샌다

    ‘LNG선은 CDMA폰?’ 조선업체들이 고부가 가치선으로 각광받고 있는 LNG선(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건조할 때마다 막대한 로열티를 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멤브레인형 LNG선을 1척씩 건조할 때마다 수주액의 5%가량을 LNG 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에 지급하고 있다. 이는 CDMA원천 기술 보유자인 미 퀄컴사에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이 제품가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전세계 LNG선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CDMA폰 역시 국내업체들이 세계 1,2위를 휩쓸고 있다. 최근 조선3사의 LNG선 1척당 수주액이 평균 2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GTT에 척당 100억원을 기술 사용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조선3사가 건조한 LNG선은 모두 48척으로 3600억∼4800억원이 로열티로 새 나갔다. 게다가 3사의 LNG선 수주잔량이 100척에 달하기 때문에 향후 로열티 지불액은 무려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LNG선 1척을 지으면 보통 수주액의 5∼10% 정도 수익이 나는데 GTT는 앉아서 5%를 가져가는 셈”이라면서 “로열티가 선가에 반영되기는 하지만 국내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3년간 160억원을 투자해 조선업계와 공동으로 LNG선 화물창 국산화사업에 나섰지만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에나 한국형 화물창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한전의 빛’ 필리핀 밝힌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단골 해외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는 필리핀의 세부. 그곳에서 ‘KEPCO(한국전력의 영문이름)’를 만날 수 있게 됐다. 16일 오후 필리핀 중부 제2의 상공업도시인 세부시 살콘전력회사 부지.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라파엘 로틸라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 등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0㎿ 석탄화력발전소 착공식이 열렸다. 한전의 세번째 필리핀내 전력 사업이다. 한준호 사장은 인사말에서 “세부 발전사업을 통해 필리핀 전력시장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세부가 위치한) 중부 비사야스 군도 지역의 최대 발전사업자로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세부발전소의 발전량 200㎿는 원자력발전소 2기와 맞먹는 규모다. 마닐라 동남쪽 말라야 중유발전소 650㎿, 마닐라 남쪽 130㎞ 일리한 가스복합화력발전소 1200㎿에 이어 세부발전소가 오는 2009년 하반기부터 전기를 생산하게 되면 한전은 필리핀 전체 발전량의 15%를 생산하게 된다. 이미 한전은 필리핀내 전기의 12%를 생산하는 제2의 민간발전사업자다. 한전은 비사야스 군도에 관광·레저 수요가 몰려 전력이 모자랄 경우 추가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또 세부지역에서 이미 가동중인 200㎿급 화력발전소에 40% 지분을 투자, 비사야스 군도의 최대 발전사업자다. 한 사장은 “세부 발전소 건설로 국내 산업 수출 2억 300만달러, 순익 1억 5000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정비업체, 엔지니어링 등 연관 중소기업들도 동반 진출하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3억 3000만달러가 드는 이번 사업에 필리핀 현지기업인 살콘사가 2억 3100만달러를 조달했고 한전은 6000만달러를 출자했다. 오는 200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한전은 매년 15%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발전소가 준공되면 25년간 한전과 살콘사가 60대 40의 비율로 공동운영하게 된다. 세부발전소가 건설되면 하루에 쓸 석탄량은 3000t 정도로 예상된다. 필리핀의 주요 산업이 광산업까지 포함해 현지에서 1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현지 정부는 보고 있다. 한전은 지난 1995년 필리핀에 진출했다. 첫 해외진출인 말라야 발전소는 3년간의 복구작업을 거쳐 2010년까지 한전이 운영한다.2억 6000만달러가 투자된 이번 사업에서 순이익은 2억 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발전소 건설 사례인 일리한 발전소는 지난 2002년부터 마닐라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전이 2022년까지 운영한다. 이 발전소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전력잡지인 ‘파워(Power)’로부터 우수발전소로 선정된 적이 있다.7억 1000만달러가 투자됐는데 예상되는 순이익이 8억 7000만달러다. 이런 결실들이 모여 한전은 2003년 2억달러 매출을 기록, 순이익 규모 필리핀 10대 기업의 하나로 성장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동양제철화학 글로벌기업 도약”

    “동양제철화학 글로벌기업 도약”

    ‘개성에서 인천을 거쳐 세계로’ 동양제철화학의 최근 움직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동양제철화학은 최근 들어 카본블랙 세계 3위 업체인 미국 컬럼비안케미컬(CCC)을 인수하고, 소디프신소재에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 참여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변신의 중심에는 올해부터 CEO를 맡은 백우석(53) 사장이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개성상인 출신인 창업주 이회림 명예회장이 인천에 차린 소다회 생산공장이 모태가 됐다. 백 사장은 동양제철화학의 잇단 대형 인수·합병(M&A)과 관련,“글로벌 화학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IT 신소재사업 진출 등으로 2010년까지 매출 40억달러(약 4조원)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본블랙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컬럼비안케미컬(CCC)을 인수하게 됐다.”면서 “이로써 미국 소다회 생산공장 등을 합쳐 내년에는 미국에서만 12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돼 국내 매출보다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의 경영 방침도 “미래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을 갖춘 사업을 꾸준히 개발하고 투자하는 반면 한계에 봉착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백 사장은 전자부품 사업이나 구미공장을 최근에 정리했으며 전자화학사업분야 등은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갈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 1975년 동양화학에 입사한 백 사장은 기초화학사업부 본부장(상무이사)과 경영관리본부장(전무이사)을 거친 뒤 97년 ㈜이테크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 등 외도했다가 지난 7월 동양제철화학사장으로 컴백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지구촌](1)전세계 AI 공포

    [이슈로 본 2005 지구촌](1)전세계 AI 공포

    테러와 자연재해, 인재(人災)로 얼룩졌던 한 해였다. 쓰나미와 초대형 태풍 카트리나, 파키스탄 대지진, 조류 인플루엔자(AI) 공포 등은 자연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존재를 실감케 했다. 줄기세포 연구와 안락사·동성애에 이어 빈부 격차와 인종 차별 논란은 1년내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식을 줄 모르는 전세계적 부동산 열기와 금리인상 러시, 반쪽 세계화, 중국에 이은 인도의 급부상 등 이슈별로 올 한해를 돌아본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21세기 페스트’로 불리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2005년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9일 현재 지난 2003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137명이 AI에 감염,70명이 숨져 치사율이 무려 51꽴?이른다고 발표했다. 철새 이동경로를 따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AI는 변이 속도가 빠르고 로슈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독감치료제 타미플루를 빼고는 변변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재앙이 현실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높다. ●치사율 51꽵?인류 대재앙 AI는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을 거쳐 유럽의 러시아와 그리스, 영국, 루마니아 등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10월 캐나다 퀘벡의 야생 오리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초기 증세를 보이는 일본산 메추라기가 발견돼 미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미국도 AI에 언제 직면할지 모른다.”며 2000만명 분의 백신 구입을 위한 12억달러의 긴급예산 편성을 의회에 요청했다. 지난 10일 부시 대통령을 포함, 모든 백악관 각료들이 참여한 AI 비상훈련까지 실시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는 H5N1 바이러스는 특히 치사율이 높아 관련 국가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의 대유행 조건으로 ▲항원 변이에 따른 신종 바이러스 출현 ▲사람이 감염된 뒤 발병 능력 보유 ▲사람과 사람간 감염 전파 등 3가지를 들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람대 사람 감염’이다. 전세계적으로 수억명의 사망자와 수조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인류 대재앙’이 현실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AI창궐시 수억명 사망할 수도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에 AI가 창궐할 경우 최대 870억달러, 아시아 전역은 최대 3000억달러규모의 경제손실을 예상했다. 최근 미 의회예산국(CBO)은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AI가 유행하면 9000만명이 감염되고 이 중 200만명이 사망, 경제 손실액은 6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13억 인구대국인 중국에 AI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AI 감염사례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후난(湖南) 등 6개성,25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인간 AI 감염 사례는 랴오닝(遼寧)성 헤이산(黑山)현을 포함, 모두 5건이다. 중국은 AI의 매개체인 가금류 140억마리를 키우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AI 뇌관’이다. 줄리 홀 WHO 베이징사무소 대표는 “중국에는 가금류 140억마리가 있고 전체 야생 철새의 70%가 날아들고 있다.”며 전세계에서 AI 전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가을·겨울철 시베리아를 비롯한 북반구에서 동남아 등 남반구로 가는 철새 이동 경로의 길목이다. 따라서 중국에서의 AI 창궐은 인류의 재앙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인 것이다. oilman@seoul.co.kr
  • 대기업 ‘이슈 마케팅’ 봇물

    대기업 ‘이슈 마케팅’ 봇물

    지난달 ‘APEC 마케팅’으로 짭짤하게 재미를 봤던 대기업들이 연일 ‘이슈 마케팅’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주에 토리노 동계올림픽 마케팅을 점화한 데 이어 현대차가 독일월드컵 조추첨을 계기로 본격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킥오프’했다.12일에는 LG전자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활용한 ‘정상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 ‘정상 마케팅’ LG전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식 후원한다. 또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동아시아 비즈니스 전시회’에 참가해 71인치 금제 PDP TV와 55인치 LCD TV,DMB폰, 게임폰 등 첨단 IT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PDP TV 시장점유율 21%로 업계 1위를 차지하는 LG전자는 이번 정상 마케팅을 계기로 평판 디스플레이시장 선두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다. 김일곤 법인장은 “정상마케팅을 통해 말레이시아뿐 아니라 아세안 지역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 마케팅’ 효과 이슈 마케팅으로 해당 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효과를 볼까. 삼성전자와 현대차,LG전자 등 3사가 올해 세계 100대 브랜드에 진입한 배경엔 품질과 기술력 외에 세계적인 ‘빅 이슈’를 마케팅에 잘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초일류’로 상징되는 올림픽의 이미지를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무선통신 분야의 올림픽 파트너로 참여한 이후 브랜드 가치가 98년 32억달러에서,2002년 52억달러, 지난해는 125억달러로 급상승했다. 올해는 149억달러로 추정된다. 휴대전화 시장점유율도 5.0%에서 14%대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선 후원 비용 2억달러가 아깝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제일기획이 당시에 내놓은 ‘아테네올림픽 후원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는 올림픽 이전 13%로 소니(21%), 노키아(15%), 파나소닉(14%)에 뒤졌지만 올림픽 뒤에는 19%로 소니(20%)와 비슷해졌고, 노키아(15%), 파나소닉(14%)보다 높았다. 현대차도 아테네 올림픽을 통해 그리스 시장점유율 1위 탈환에 성공했다.2000년 시장점유율 9.7%로 1위였던 현대차는 도요타와 오펠 등의 공세로 2003년 2위(점유율 8.6%)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아테네올림픽의 지역 스폰서 활동을 통해 올해(1∼11월) 시장점유율을 9.3%로 끌어올리면서 도요타(8.2%)와 오펠(8.0%)을 제쳤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M&A주관사 쟁탈 ‘후끈’

    M&A주관사 쟁탈 ‘후끈’

    내년에 펼쳐질 대규모 인수·합병(M&A) 시장을 겨냥해 국내외 금융사들의 ‘자문기관(딜러)’ 쟁탈전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매각·인수자를 대신해 M&A 협상을 주도하는 자문기관은 그동안 외국 금융사의 독무대였으나 몇해 전부터 삼성증권이 꾸준히 실적을 쌓았고 올해 하반기엔 산업은행이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내년 기업 인수전은 국내외 금융사들의 각축전이 될 것 같다. ●산업은행, 삼성증권 10위권 포진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집계한 올해 한국의 ‘M&A 리그 순위(확정치 기준)’에서 산업은행은 52억 3440만달러의 기업 매각·인수를 성사시켜 3위에 올랐다. 삼성증권은 12억 3730만달러로 9위로 집계됐다.1위는 지난해 씨티그룹(43억달러)을 제치고 UBS(71억달러)가 차지했다.2위 모건스탠리(61억달러) 등 나머지 순위에도 줄줄이 외국사가 포진했다. 삼성증권은 2001년 외국사들의 틈새를 비집고 7위(20억달러)를 기록, 혼자 ‘톱 10’에 진입한 뒤 이듬해에도 7위(9억달러)를 지켰다.2003년(51억달러)과 지난해(22억달러)에는 모두 3위였다. 그동안 이끈 대규모 계약은 해태·필라코리아·조흥은행·KTF·한국냉장·서울은행 등 20여건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을 떠맡아 매각하는 과정에서 노하우를 터득, 대우종합기계·두루넷에 이어 1조원대 진로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내년 3월 대우전자를 선두로 본격화될 국내 M&A 시장에는 LG카드·외환은행·하이닉스반도체 등 20개 기업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대우전자(2조 5000억원)를 포함해 시장규모는 50조원이나 된다. ●선진 노하우 vs 내부 신뢰감 인수 자문기관은 매물 기업에 대한 실사와 가치평가를 한 뒤 매물 기업 대주주의 대리인(자문기관)과 한 테이블에 앉아 밀고당기는 가격협상을 하는 딜러다. 정확한 정보력과 분석력, 협상력 등을 고루 갖춰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외국 금융사끼리 주로 경합을 했다. 자문기관이 받는 수수료는 성공보수 등을 합쳐 인수대금의 0.5∼2.0%로 알려졌다.50조원 M&A 시장에 걸린 수수료는 최소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우건설의 자문기관을 맡은 삼성증권은 내년 1월 군인공제회 등 10여곳의 인수의향서 제출기업을 대상으로 예비 입찰을 받은 뒤 기업실사를 거쳐 2차 입찰을 치를 예정이다. 이르면 3월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가격협상을 하기로 했다.LG카드 채권단은 지난달 중순 자문기관을 JP모건으로 정했다. 하이닉스의 채권단은 우리투자증권과 씨티그룹 등 국내외 7곳을 공동 자문기관으로 했다. 산업은행 한대우 M&A 실장은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내부 역량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M&A 전문가는 “돈이 많은 외국 금융사들은 딜러 자격으로 국내 기업을 세밀히 해부한 뒤 수익성이 좋으면 아예 인수자로 돌변해 기업을 사버린다.”면서 “국내 금융사가 불리한 입장이지만 차츰 신뢰를 쌓으면 인수전 참여가 선진 금융사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반도체·휴대전화등 수출 비상

    반도체·휴대전화등 수출 비상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8일 파업으로 회사가 입는 하루 손실액이 253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운송수입 손실액(국내·국제여객운송과 화물운송) 200억원과 파업에 따른 직접 비용(고객서비스 비용, 승무원의 숙식비와 항공기의 해외공항 체류비용) 53억원을 더한 액수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화물기 결항 속출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산업계 피해다. 파업 첫날 국제선 화물기의 경우 인천∼빈∼코펜하겐 노선 KE545편을 비롯해 모두 31편 가운데 24편이 결항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총파업으로 하루 수출입 차질액이 최대 2억달러(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항공기를 통한 수출입 품목은 대부분 반도체와 휴대전화,LCD(액정표시장치),PDP 등 고가의 첨단 전자제품이거나 국민경제에 필수적인 전략물자여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산업계의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수출 품목 중 반도체가 34.7%, 휴대전화 부품이 27.7%를 차지해 이들 2개 품목이 60%를 넘었다.CRT(브라운관)모니터와 LCD, 컴퓨터 등 첨단 전자·IT제품도 절대적으로 항공 수송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는 항공기를 통한 운송 비중이 100%에 육박하고,LCD는 70%에 달한다. 이에 따라 IT·전자업계는 파업 첫날부터 대체 항공편을 수소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예정된 수출 물량을 다른 항공사의 대체 항공편이나 여객기를 통해 수송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피해가 장기화되면 전세기를 띄울 방침이다.LG전자도 휴대전화 수출물량을 대부분 항공편으로 운송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이나 외국 항공사의 대체 항공편을 최대한 확보하고 경유 노선을 통한 수송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경제플러스] 삼성 LCD 월매출 12억弗 돌파

    삼성전자의 LCD(액정표시장치) 월 매출액이 업계 최초로 12억달러를 돌파했다.5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LCD 매출액이 12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0인치 이상 대형 제품의 매출액도 10억 5600만달러로 처음 10억달러를 넘어섰다.
  • 中·印, 시리아 석유회사 공동 인수키로

    ‘어제는 적, 내일은 동지’ 에너지 확보를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온 중국과 인도가 이번에는 시리아의 석유회사 인수를 위해 ‘적과의 동침’에 들어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내부 사정에 밝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중국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인도 국영 석유가스공사(ONGC)가 공동으로 시리아 최대 석유회사인 알 프랫 프로덕션 컴퍼니(AFPC)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인도가 공동으로 해외 에너지 업체 인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페트로캐나다가 매각하겠다고 밝힌 AFPC의 지분 38%를 인수할 계획인데, 인수 금액은 10억달러로 추정된다. 신문은 양국이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은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공통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가 미국 석유기업 유노칼을 인수하려다 미국 정치권의 압력으로 실패한 이후 양국은 미국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에서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지난 8월 중국과 인도는 페트로카자흐스탄 인수를 위해 일전을 벌여 중국이 승리했다. 그러나 출혈이 컸다. 중국은 이 건에 42억달러를 지불했는데, 인도와 경쟁을 벌이느라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양국은 무한경쟁을 펼치는 것보다 사안에 따라 협력하는 것이 실익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양국이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궈타이 주난 증권의 에너지 분석가 그레이스 류는 “이번 협력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리아에서 위험을 분담하자는 실무적 이유에서 이뤄졌을 뿐”이라면서 “더 매력적인 물건이 나온다면 양국은 다시 경쟁관계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외형 걸맞게 내실 튼튼히

    외형 걸맞게 내실 튼튼히

    한국의 무역규모가 처음으로 5000억달러(한화 500조원)를 넘어섰다. 또 앞으로 10년 안에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29일 산업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수출 2850억달러, 수입 2600억달러 등 5450억달러로 전망됐다. 올들어 10월까지 무역규모는 수출 2333억달러, 수입 2129억달러 등 4462억달러로 5000억달러 돌파 시점은 다음달 5일쯤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해 4000억달러(4783억달러)대에 들어선 이후 불과 1년 만에 5000억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무역규모 5000억달러는 지난해 기준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38개국(5136억달러)과 아프리카 53개국(4435억달러)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세계에서 무역규모 5000억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11개국에 불과하며 우리나라가 12번째다. ●무역규모,40년간 1000배 확대 한국의 무역 규모는 1963년 5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40여년 만에 무려 1000배에 달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여기에는 물론 수출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수출 증가가 원화가치 상승, 국제유가 상승, 국제금리 상승이라는 ‘3고(高)’ 속에서도 지속돼 더욱 의미가 크다. 이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 섬유와 전자 등 노동집약적 상품이어서 대외 변수에 취약했으나 2000년대 이후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올해 품목별 수출액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각각 300억달러, 휴대전화가 200억달러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 8년 연속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흑자 규모는 1998년(390억달러)과 2004년(293억달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25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입 증가도 무역 규모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올해(1∼10월 기준)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각종 수입품 가격도 덩달아 올라 2000년 이후 5년 만에 수입증가율(16.2%)이 수출증가율(12.3%)을 웃돌았다. 이재훈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은 “홍콩과 벨기에 등 중개무역에 치중하는 국가를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는 사실상 10대 무역국”이라면서 “수출 추이와 주력 상품의 품질 향상 등을 고려할 때 무역 규모 1조달러를 10년 이내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형 성장’불구 1人 GDP실적은 미흡 하지만 외형 성장에 비해 내실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무역 규모 5000억달러를 달성한 12개국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5000달러를 넘지 못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다. 이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만 4000달러 정도”라면서 “이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 내수 및 투자는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사실은 기업의 투자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자본재 및 원자재 수입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년 대비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지난해 21.2%에서 올해 10.5%로, 원자재 수입 증가율도 지난해 31.5%에서 올해 22.0%로 각각 떨어졌다. 수출 상위 5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산업구조가 편중돼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체 수출에서 5대 주력 품목의 비중은 1995년 33.6%,2000년 41.5%, 올해 44.9% 등으로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수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2를 넘을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무역연구소 김극수 동향분석팀장은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을 통해 국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이는 다시 생산 및 소득 증가와 연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구조”라면서 “한국은 정보기술(IT)을 제외하면 확실한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산업이 드믄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 상품을 발굴하고,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규모 5000억달러를 가늠해 보면 산자부는 무역규모 5000억달러 달성에 대한 자료를 내면서 이를 달러화 지폐로 환산해 그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5000억달러를 100달러 지폐로 쌓으면 그 높이가 600㎞에 달한다. 에베레스트산의 68배 정도의 높이다. 또 5000억달러를 1달러 지폐로 가로로 늘어 놓으면 그 길이가 7795만㎞에 달해 지구를 1950바퀴 돌 수 있고 달까지 41번을 왕복할 수 있다.1달러 지폐로 5000억달러를 겹치지 않게 깔아 놓으면 서울시 면적의 8배에 달하고 무게만 해도 50만t으로 대형 항공모함의 10배가량 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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