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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백남기 사망 민중대회’ 국가손배소 철회 급물살

    [단독] ‘백남기 사망 민중대회’ 국가손배소 철회 급물살

    민노총 집행부 등 3억 8700만원대 제기 위원들 논쟁 거친 뒤 16일 최종안 결정 쌍용차 해고 노동자 訴에도 적용 주목지난 2월부터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인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최근 경찰청에 제출한 조사 결정문 초안에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진상조사위가 ‘노동자를 상대로 국가가 제기한 손배소를 철회할 것’을 경찰에 권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경찰청이 권고를 받아들이면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발생한 사태들이 해결되는 데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위는 오는 21일 백남기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손배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을 백남기 사건 조사 결정문 초안에 예시적으로 넣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와 경찰은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의 사망으로 이어진 민중총궐기 대회를 이끈 민주노총 집행부와 집회 참가자 일부를 상대로 3억 8700만원대 손배소를 제기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8일 회의에서 ‘손배소 취하안’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6일 한 차례 회의를 더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진상조사위는 백남기 사건과 함께 ‘용산 화재 참사’, ‘쌍용차 사태’에 대해서도 동시에 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발표 예정인 쌍용차 파업 사태 진상조사 결과에도 손배소 취하안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이명박 정부와 경찰은 2009년 당시 쌍용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를 상대로 24억원대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정부(경찰)의 손을 들어 줬다. 2심 재판부는 배상 금액만 11억 8000여만원으로 낮췄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태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그동안 국가가 제기한 손배소 및 가압류 조치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 왔다. 손배·가압류는 해고 노동자 30명이 목숨을 끊은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진상조사위 민간위원인 노성현 법무법인 해승 변호사는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서 국가 손배소 취하 내용이 쌍용차 권고안에 담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잠행 끝낸 李, 사실상 경영 복귀

    잠행 끝낸 李, 사실상 경영 복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평택 사업장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곧바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측의 행보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이 석방 뒤 공개적으로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삼성전자 측이 이 부회장의 발언과 동선을 공개한 것도 처음이었다. 8일 삼성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이 부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를 의미한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지난 2월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뒤 비공개 해외 출장 등 잠행만 계속했다. 자신은 대법원 판결을 남겨 두고 있는 데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삼성전자 노조 와해 시도 논란 등으로 삼성에 관한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룹과 총수의 행보가 드러나는 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석방 뒤엔 총수만 결단할 수 있는 ‘통 큰’ 결정이 잇따랐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발표를 내놨고 10년 이상 끌어 온 ‘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한 것 등이 그 예다. 그러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 방문과 면담, 지난 6일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 등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공식화되는 일이 잦아졌다. 다만 이 부회장은 공식 행보를 이어 가면서도 당분간은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로키’(low-key)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부회장 자신의 대법원 판결과 삼성 계열사와 관련된 수사·조사가 진행 중이며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도로 고인 빗물 때문에 차 고장…법원 “배수시설 관리 책임자도 배상해야”

    도로 고인 빗물 때문에 차 고장…법원 “배수시설 관리 책임자도 배상해야”

    도로에 고여있던 빗물 때문에 차가 고장났다면 도로의 배수시설 등을 관리해야 할 책임자도 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부(부장 신헌석)는 국내의 한 손해보험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서울시가 18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와 서울시가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박모씨는 지난해 7월 10일 오후 8시 39분쯤 벤츠 승용차를 운전해 서울 동작대교 남단 접속교의 3개 차선 중 3차로를 달리며 동작대교 방면에서 강북 방면으로 가던 중 집중호우로 도로에 고여있던 빗물이 차의 공기흡입구로 들어가 엔진이 정지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보험사는 박씨에게 6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서울시가 도로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며 30%의 과실을 물어 18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시는 “도로에 20~30㎜ 간격으로 빗물받이가 설치돼 있었고 호우주의보 발령에 따라 교량안전과에서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하고 비상근무반이 도로를 상시 순찰하는 등 도로의 관리 책임을 다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1·2심에선 모두 보험사의 주장이 맞다고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당일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의 예상 강우량이 20~39㎜였고, 실제 자정까지 54.5㎜의 비가 내렸다”면서 “도로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서울시는 도로의 침수에 대비해 최소한 우측 가장자리 3차로만이라도 통행 및 진입을 금지하거나 침수위험을 예고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당일 오후 5시 34분까지 동작대교 상행 2개소 배수구를 청소했을 뿐 서울시가 사고가 일어난 도로의 배수구나 빗물받이의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국 사고가 난 도로에는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이 부족한 관리상 하자가 있었다고 봐야 하며 서울시는 관리책임자로서 사고가 일어난 도로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빗물이 고인 도로를 주행한 운전자의 과실 등에 따라 서울시의 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국민참여재판 안내 없이 재판 진행…“다시 해야”

    국민참여재판 안내 없이 재판 진행…“다시 해야”

    국민참여재판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진행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44)씨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방송국 PD를 사칭하면서 방송출연을 지망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연락해 방송에 출연시켜주겠다며 함께 술을 마시면서 성관계를 요구하며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법원은 김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정보공개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2심 법원은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 재판에서 김씨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 확인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했다. 1심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안내하지 않은 채 4회 공판에서야 김씨에게 의사를 물어봤는데, 김씨는 당시 국민참여재판을 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도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고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진술했다. 원칙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공소장 등을 보낼 때 국민참여재판안내서를 함께 송달해야 한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의 불희망 의사를 확인했더라도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피고인에게 교부하거나 사전에 송달하는 등 충분한 안내를 하거나 희망 여부에 대한 상당한 숙고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대해 의사의 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검찰, ‘법관사찰’ 관련 첫 현직 부장판사 소환 조사

    검찰, ‘법관사찰’ 관련 첫 현직 부장판사 소환 조사

    ‘사법거래’ 등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법관사찰 문건을 다수 작성한 현직 부장판사를 8일 소환해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날 오전 10시 김모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42·사법연수원 32기)을 불러 조사한다. 그는 현재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로, 현직 법관 중 처음으로 소환된다. 김 전 심의관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1·2심의관으로 재직하며 사법행정에 반기를 든 판사들을 뒷조사한 법관사찰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됐다는 이유로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이 문건엔 의원들의 평판과 성향, 관련 재판 및 진행상황, 사법부에 대한 인식 등이 상세히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지난해 2월엔 인사이동 당일 법원행정처에서 2만4500개 파일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법원 자체조사에서 드러났었다. 검찰은 김 전 심의관 뒤를 이어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을 작성한 임모 판사를 최근 비공개 소환조사하는 등 압수수색을 비롯한 물적조사에 이어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김기춘 이번엔 ‘사법농단 연루’…檢, 박근혜 청와대 겨눈다

    김기춘 이번엔 ‘사법농단 연루’…檢, 박근혜 청와대 겨눈다

    檢 “靑 ‘강제징용 재판’ 지시 증거 확보” 당시 청와대 개입 범위·거래 여부 추궁 의혹 문건 작성한 부장판사 오늘 소환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이 외교부와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9일 오전 9시 30분 출석시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재판을 놓고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수사 대상자”라고 밝혀 사실상 피의자 신분임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실장은 재판이 길어지면서 지난 6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가 사흘 만에 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2013년 일본 전범기업들의 재상고로 다시 시작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은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당초 강제징용 소송 재판 거래 수사는 외교부와 대법원 간의 거래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검찰이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2013년 10월 임종헌(당시 기획조정실장)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면서 종착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법원이 시도한 재판거래의 카운터파트가 겉으로는 외교부지만, 실제로는 청와대가 외교부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재판에 대한 뜻을 전달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징용 재판거래 관련) 다수 문건을 확보했다”면서 “(청와대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법 농단 수사의 칼끝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향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는 징용피해자들이 손해배상에서 승소하는 것을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체결됐던 한·일협정을 뒤집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양승태 사법부가 얻으려고 한 상고법원 도입에서 가장 확실한 지원군이 될 수 있었던 곳이 청와대”라면서 “청와대가 재판거래에 관여했다면 관건은 김 전 실장의 독자 행동이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냐인데 후자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검찰은 8일 법관사찰 등 다수의 사법 농단 문건 작성에 관여한 김모 부장판사도 소환 조사한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1·2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상고법원에 반대한 판사를 뒷조사한 ‘차○○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을 만들고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를 떠나면서 인사이동 당일 2만 4500개 파일을 모두 삭제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래서 판결문 공개 안 하시나요?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래서 판결문 공개 안 하시나요?

    “1심 민사 판결문을 들고 온 항소심 의뢰인이 있었다. 사건의 쟁점, 재판부 판단 근거가 전혀 없는 깜깜이 판결문’이었다. 1심 법원 의중을 상상해 항소이유서를 써야 했다.” 부실한 하급심 판결문이 항소율과 상고율을 높이고 당사자들의 재판 비용을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판결문을 끝까지 읽어도 왜 졌는지 알 수 없으니 항소를 하게 되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기초판단 자료인 1심 판결문에서 얻을 게 없으니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법무법인 로투스의 안철현 변호사는 “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자신이 법정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한 법관의 판단 이유가 빠진 판결문을 받아 들면 재판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무죄 판단 근거와 같은 핵심 요소가 빠져 재판 당사자들을 당혹게 한 판결문 사례를 살펴봤다.■근거는 생략形 “공범 중 1명만 유죄…이유도 빠져, 항소 때 1심 판사 심중 상상해 써” 3년 전 ‘나억울’은 보험에 가입하다 알게 된 보험설계사 ‘김소개’를 통해 폐기물 처리 시설 운영 방안을 모색하던 건설회사 실장 ‘이건설’을 알게 됐다. 이건설과 나억울은 폐기물 처리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폐기물 처리 업체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둘 사이는 틀어졌다. 이건설은 거액을 받아간 나억울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공무원 로비 등에 쓰겠다고 속이고 1억 3000만원을 받은 사기 혐의로 나억울과 김소개를 기소했다. 재판에서 나억울과 김소개는 무죄를 주장했다. 나억울은 “이건설에게 폐기물 처리 업체 설립 허가를 받게 해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이건설이 일하는 건설사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집·운반해 주겠다는 게 계약 내용의 전부였다”면서 “이건설의 폐기물을 수집·운반해 주지 못한 것은 그가 폐기물을 야적할 공간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은 2015년 겨울에 시작됐지만 나억울이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며, 이듬해 가을까지 이어졌다. 증인신문 기일 등을 포함해 총 7차례 공방이 이어졌고, 선고일이 한 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나억울은 자신의 무죄 주장을 재판부가 주의 깊게 들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서울중앙지법이 심리 끝에 나억울에 대해 내린 결론은 유죄. 나억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은 김소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며칠 뒤 집으로 온 판결문을 송달받은 나억울은 아연실색했다. 나억울과 김소개가 함께 재판받은 내용과 재판부 판단이 정리돼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판결문에는 김소개에 대한 무죄 이유만 자세히 쓰여 있을 뿐, 10개월 동안 이어진 나억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나억울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이유가 생략됐다. 나억울의 형사재판 판결문엔 그의 ‘전과전력’과 ‘범죄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 ‘양형이유’만 나와 있을 뿐 ‘(유무죄) 판단의 이유’가 빠져 있었다. 그나마 재판부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는 부분은 ‘양형이유’ 중 “피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들의 일관된 진술과 계약서 등 증거서류, 관련 법령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여 금원을 편취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다른 피고인이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죄책을 모면하려고 할 뿐,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대목 정도다. 나억울은 “재판에 불복해 항소를 하려고 해도 1심 재판부가 왜 이렇게 판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으니 항소이유서를 쓰기조차 어려웠다”면서 “1심 판사의 심중을 헤아려 항소이유서를 쓰다 보니 항소심은 이미 ‘기울어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기분이었다”고 호소했다. 나억울의 변호사는 “피고인이 자백한 사건이라면 판결문에 (유무죄) 판단의 이유를 생략한 뒤 양형이유만 밝혀도 되겠지만, 피고인이 다툰 사건에서 1심 재판부의 판단 이유가 생략되면,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1심에서 무죄를 다투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 있다”면서 “공판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 판결문”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재판에서 자신의 입장을 열심히 주장하고 이를 성실하게 증명해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언급하지 않는 불성실한 판결문이 사법불신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복사기 판결形 “판결문 3장 중 판단 이유 5줄뿐…그마저도 1심 판결 그대로 인용” 철강 도·소매 회사를 운영하던 ‘나철강’은 세무서를 상대로 부가가치세를 줄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줄패소했다. 세무서와 조세심판원을 거쳐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을 청구, 2심까지 간 끝에 나온 나철강의 사실심 최종 패소 판결문은 1심을 그대로 복사해 붙인 형태였다. 나철강은 무성의한 판결문에 격분했지만, 이 같은 판결문 작성법이 민사소송법 420조에 따라 합법이란 변호사 설명에 분을 삭여야 했다. 유명 건설사에 철강을 납품하던 2011~2012년 37억 7106만원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한 게 긴 소송전의 서막이 됐다. 경영난이 겹쳐 나철강은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나철강과 은행이 모두 매출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했지만, 나철강의 신고는 중복 신고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이후 나철강은 매출채권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으니 부가가치세 약 2억 8000만원을 줄여 달라고 세무서에 요구했다. 매출채권을 회수한 것은 은행이고, 나철강에겐 발생한 수익이 없는데 세금이 부과된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세무서와 조세심판원 등이 거부하자 소송을 낸 나철강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나철강이 요구하는 것은 세액공제이고, 세액공제는 매출채권 소유자가 대상”이라면서 “나철강이 대출받으며 담보로 매출채권을 제공했기 때문에 채권은 은행에 귀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납품한 물품대금은 은행에 귀속됐는데 매출채권에 붙은 수십억원의 세금은 자신이 내야 할 처지에 다급해진 나철강은 항소심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그에게 송달된 서울고법 행정부의 판결문은 정확히 3장이었고, 그중 판단 이유는 5줄이었다. 그마저도 1심 판결을 인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가 2심 판결문을 쓰며 한 일은 1심 판결문에서 틀린 숫자를 고치는 것뿐이었다. ‘매출채권 금액 37억 7106만여원을 37억 1106만여원으로, 부가가치세 경정신청을 한 2010년을 2012년으로 고친 게 전부다. 나철강은 “2심 판결문은 1심을 그대로 베꼈을 뿐”이라고 억울해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갑툭튀 유죄形 “폭행사건 무죄 이유만 줄줄이 적고 막상 주문 땐 유죄… 근거도 한 줄뿐” 공공기관 감사인 50대 ‘나회계’는 2년 전 이 기관 회계 담당직원인 40대 ‘오아파’의 어깨와 머리를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오아파의 통장지출 내역을 추궁하던 중 설명 태도가 나쁘다는 이유로 월권적인 분풀이를 했다가 법정에 선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에서 3차례 공판을 거친 뒤 선고가 내려졌다. 법원은 “상해죄의 상해는 피해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죄의 상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고 상해죄 성립요건을 우선 설명했다. 법원은 이어 오아파의 상해 정도에 대해 5가지 판단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오아파가 응급실로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지만 의약품을 처방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두 번째로 병원에서 발급받은 상해진단서에 ‘통상활동이 현재로서는 가능함’이라고 기재된 부분이 증거임을 밝혔다. 세 번째로 오아파가 ‘맞은 부위에 상처가 있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 ‘두통이 나회계에게 맞았기 때문에 생긴 것인지 모르겠다’는 오아파의 또 다른 검찰 진술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아파가 폭행 이틀 뒤부터 석 달 동안 정신과를 방문했음을 알린 뒤 ‘오아파는 신체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고통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아파의 상해 정도가 경미해 상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주문을 읽는 대목에서 재판부는 나회계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을 송달받은 나회계는 유죄 이유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유죄 근거는 ‘법령의 적용’ 항목에 한 줄로 표시된 ‘근로기준법 107조, 8조’에 함축돼 있었다. 근로기준법 8조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나회계 측은 “무죄 근거만 잔뜩 쓴 채 유죄 근거는 숨은그림찾기하듯 감춰 둔 판결문”이라면서 “피고인은 무죄 이유가 아니라 유죄 근거를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법원은 왜 모르느냐”고 항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판결문을 부실하게 쓴 판사에겐 불이익이 있을까요. 다음 회에서는 저질 판결문을 양산하는 소송법과 판결문 공개에 대한 법원 우려의 허와 실을 점검합니다.
  • 김기춘, 구속 562일 만에 석방…시민 항의로 아수라장

    김기춘, 구속 562일 만에 석방…시민 항의로 아수라장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석방됐다. 지난해 1월 구속된 후 562일간의 수감 생활 끝에 석방됐다. 김 전 실장은 6일 0시쯤 구속기한인 1년 6개월이 만료돼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와 귀가했다. 구치소 앞은 석방을 반대하는 시민의 고성과 환영하는 시민의 박수 소리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 김 전 실장은 서류봉투를 손에 든 채 굳은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김 전 실장이 올라탄 차량을 막고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유리가 파손됐고, 차량은 40여 분이 지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에서 배제하는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문체부 고위 인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부치기로 해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실장은 세 차례 구속을 갱신한 끝에 최대 구속 기간을 다 채우고 석방됐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의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과 보수단체 불법 지원 사건 재판의 공소 유지를 위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채팅으로 만난 여성 술 먹여 집단성폭행한 20대 5명 2심에서도 중형

    채팅으로 만난 여성 술 먹여 집단성폭행한 20대 5명 2심에서도 중형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에게 술을 먹여 집으로 데려가 차례로 성폭행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20대 5명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왜곡된 성 관념을 고치려고 엄중한 형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 신동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26)씨, B(25)씨, C(26)·D(26)·E(26)씨에게 각각 징역 8년, 징역 7년,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5명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 5년간 신상정보 공개도 명령했다. 항소심 선고 결과, D·E씨가 피해자와 합의해 징역 6년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고, 취업제한 명령이 추가된 것 외에는 1심 선고 결과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밤 휴대전화 채팅으로 만난 20대 여성과 성관계한 뒤 친구 B씨, C씨와 함께 여성을 주점으로 데려가 술을 마시게 했다. 이들은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택시에 태워 여성의 원룸으로 데려가 친구 D씨, E씨도 불러 차례로 성폭행하고 A씨, B씨, D씨는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평소에도 휴대전화 채팅으로 통해 알게 된 여성들과 한방에서 성관계하며 이를 지켜보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등 문란한 성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징역 5∼8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5명은 범행 당시 피해 여성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수법을 볼 때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는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피고인들은 여성을 일시 쾌락의 대상으로만 보는 왜곡된 성 관념을 가져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형벌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검찰 사법농단 관여 현직 부장판사 압수수색

    검찰 사법농단 관여 현직 부장판사 압수수색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관련 문건을 생산한 현직 부장판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을 지낸 김모(42) 부장판사의 창원지법 마산지원 사무실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문서 파일과 업무수첩 등을 확보했다. 검찰이 사법농단 관련 주요 혐의자를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후 두 번째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1·2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칼럼을 기고한 판사를 뒷조사한 ‘차○○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또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모임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선거 동향 사찰 관련 문건 작성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를 떠나면서 2만 4500개 파일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수사와 별개로 법원의 3차에 걸쳐 진행된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절차에 회부됐고 재판업무에서도 배제됐다. 법원은 이번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김 부장판사의 공용서류손상 혐의에 관한 증거물만 수색해 압수하도록 범위를 한정했다. 때문에 검찰은 법관사찰 등 핵심 의혹을 입증할 증거는 수집하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말 김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를 떠난 이후에도 직속상관이었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법원 자체조사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文정부 임명 대법관 14명 중 8명 ‘과반’… 사법불신 속 보수색 벗나

    文정부 임명 대법관 14명 중 8명 ‘과반’… 사법불신 속 보수색 벗나

    ‘非법관’ 등 다양성 강화… 주류 교체 ‘양심적 병역거부’ 등 판결 변화 주목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이동원(55·17기)·노정희(55·19기) 신임 대법관이 2일 취임하면서 대법관 14명(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포함) 중 8명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 꾸려졌다. 대법관 판결의 보수색이 옅어질지 주목된다.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의 김 대법관은 대법 판결에 변화를 주도할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김 대법관은 취임식에서 “순수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라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국민들이 가장 궁금한 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법원 판결이 진보적으로 바뀔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 변호사는 “판사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데, 대법관 대부분이 판사 출신이라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임명권자의 성향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구성이 과거보다 다양해진 만큼 기존 판례가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시각도 있다.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람은 기존 판례를 고수하는 1·2심 재판만 했던 재판연구관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상고심을 담당하는 대법관으로서 시대정신에 맞춰 판례를 바꿔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 안팎에서는 다음달 공개변론을 여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 새롭게 구성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성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죄 판결을 내렸고,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르자 대법원은 최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14년 만에 회부했다. 한 부장판사는 “보통 판사 성향은 노동·공안 사건에서 갈리는 만큼 전교조 법외노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경찰의 쌍용차노조 상대 손해배상 사건에서 새로운 대법원의 성격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상고심 사건, ‘블랙리스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사건 등이 회부돼 있다. 국정농단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씨도 향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단독]“과로사 기준 못미쳐도 인과성 상당하면 산재 인정” 판결 뒤집혀

    [단독]“과로사 기준 못미쳐도 인과성 상당하면 산재 인정” 판결 뒤집혀

    실직 우려 등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면 업무시간이 정부가 정한 기준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배광국)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줄 수 없다고 처분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노동자의 유족이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인은 7년 동안 택지개발, 전원주택 건축 및 분양 업무를 맡았으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분양이 거의 전무해지면서 실적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한 때 공황장애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런 중에 회사로부터 권고 사직 통보를 받았다. 그로부터 약 2주 뒤에 고인은 회식 자리에서 동료 직원들에게 권고 사직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했고, 이후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후 고인은 사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검안 결과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거나 타살의 흔적은 없었다. 유족은 고인이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다. 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부검이 실시되지 않아 고인의 사망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규정한 과로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24시간 내에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는 경우’,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의 양·시간이 평상시보다 30% 이상 많아진 경우’ 등을 업무와 사망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었다. 1심 재판부도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면서 “근로자의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고인의 흡연 습관이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공단이 주장한 것과 같이 고인의 노동시간이 정부가 정한 과로사 인정 기준의 업무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재판부는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망 당시의 상황에 관한 정보나 과거의 치료 경력 등을 고려하면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면서 “여러 의사들의 소견 등을 종합했을 때 고인은 급성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또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에 관한 기준은 예시적 규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업무 수행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사직을 권고받은 것과 고인의 사망 추정일 사이에는 약 보름 정도의 시간적 간격이 있으나 이 기간이 경과했다고 충분히 안정됐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의사들의 소견 등을 종합했을 때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당시 의사들은 “권고 사직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혈관 질환의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률사무소 인정의 오빛나라 변호사는 “그동안 과로사에 관한 판례 경향을 보면 (개정 전) 정부가 정한 과로사 인정 기준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참작했고, 회사로부터 권고 사직 통보를 받았더라도 근무시간, 업무량, 업무 변화 등 업무 부담이 객관적으로 과중하지 않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웠다”면서 “퇴직 강요나 해고는 일생 중 드물게 경험하는 강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부검을 하지 않았더라도 제반 사정들을 종합해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고 보았고, 업무상 스트레스의 ‘양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질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어금니 아빠 이영학 도피 도운 지인, 항소심도 징역 8개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 도피 도운 지인, 항소심도 징역 8개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인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김우수)는 범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의 지인 박모(37)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앞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심에서는 범인도피죄를 부인하다가 2심에서는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원심의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에서 선고한 형은 피고인의 죄책에 따른 적정한 형벌 범위 내에 있으므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여중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한 뒤 살해한 이영학에게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이영학과 딸의 도피를 돕고, 도봉구 소재의 원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 수사를 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평소 이영학에게 여러 차례 신세를 진 박씨가 이영학의 부탁을 받고 도피를 도왔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박씨는 이영학이 2011년과 2016년 교통사고를 위장해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도 공모해 93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도 받고 있다. 박씨는 이영학과 함께 2심 재판을 받았지만 재판부는 이날 박씨에 대해서만 우선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영학과 보험사기를 공모한 친형에 대해서는 오는 23일 오후 3시, 딸 이양에 대해서는 같은날 오후 3시 10분에 선고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특전사 2명 질식사 ‘포로체험훈련’ 감독장교 2명 무죄 확정

    특전사 2명 질식사 ‘포로체험훈련’ 감독장교 2명 무죄 확정

    특전사 포로 체험 훈련 중 하사 2명이 질식사했을 당시 훈련을 관리·감독했던 영관급 장교 2명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6) 중령과 김모(43) 소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2014년 9월 2일 충북 증평군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는 포로 체험 훈련 중 특전사 이모(당시 23세) 하사와 조모(당시 21세) 하사가 질식사해 숨졌다. 당시 손과 발을 포박하고 두건을 씌운 채 진행된 훈련 중 피해자들이 호흡 곤란으로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교관이었던 김 중령과 김 소령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돼 기소됐다. 당시 이 훈련은 처음 도입돼 아무도 경험자가 없었다. 그러나 안전 대책은 특별히 마련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2014년 4월 3일 특전사에서 열린 ‘전투영화제’에서 간부들이 영국 특수부대를 다룬 영화 ‘브라보 투 제로’를 함께 보고 나서 차를 마시면서 ‘우리는 왜 저런 훈련이 없나, 우리도 하자’라는 의견이 나와 마련됐다는 보고를 군 당국으로부터 받았다”는 윤후덕 당시 국회의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불과 닷새 뒤인 4월 9일 예하 여단에 생존기술 등 특성화 훈련을 지시했고, 5월 2일 지휘관 토의, 5월 26일 특성화 훈련센터 개설 등 훈련 계획 진행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군은 당시 훈련 매뉴얼도 제대로 완성하지 않아, 얼굴에 씌운 두건조차 부대 앞 문방구에서 구입한 신발주머니였을 정도였다. 군 당국은 훈련을 지도했던 현장 교관 4명을 입건했고, 이어 훈련 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관리·감독했던 김 중령과 김 소령도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던 현장 교관들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항소심에서 군 검찰의 항소가 기각돼 벌금형이 확정됐다. 김 중령과 김 소령의 경우 1심인 특전사 보통군사법원은 각각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이들의 부주의가 특전사 하사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다. 결국 20대 하사 2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에서 실형을 받은 교관이나 책임자는 아무도 없게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잇따른 “합헌”에도 줄잇는 소송 이유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다음회에는 법원이 판결문 전면 공개를 주저하는 이유가 혹시 판결문 내용이 너무 부실해서는 아닌지 살펴봅니다. 법률심인 상고심에 어울리는 상고가 아니라고 법원이 재단하면 사건을 심리불속행(심불) 처리, 말 그대로 최고 법원 심리 없이 2심 결론 그대로 끝내는 심불 제도를 놓고 위헌 확인 소송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돈과 시간,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며 상고했는데 돌연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심리불속행 사유에 해당돼 더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기각했습니다’란 한 줄짜리 판결문을 송달받은 당사자들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심불 제도 및 심불 처리 이유를 판결문에 기재하지 않아도 되는 특례법(제5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유지해 왔다. 가장 최근 주목받은 2007년과 2011년 결정에서 헌재는 “헌법이 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심불 판결문에 이유를 쓴다면, 법령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는 상고심에 불필요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헌재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규정을 두지 않은 규정을 헌법불합치 결정하며 기존 합헌 결정을 폐기한 것처럼 심불 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도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여전하다. 대법원의 심불 처리율이 2013년 54.0%에서 지난해 77.4%로 높아지며 지나치게 많은 사건들이 상고심 심리를 못 받고 탈락하고 있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로 2007년 김희옥·김종대·송두환, 2011년 김종대·송두환·이정미 당시 헌법재판관들이 위헌 취지로 낸 소수의견의 논리에 따르면 심불 제도에 기본권 침해 요인이 배어 있어서다. 소수의견 재판관들은 “심불 판결문에 이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게 함으로써 판결이 적정한지, 혹시 (법원이) 잘못 판단했는지 살필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면서 “이유 없이 재판의 결론만 선고하면서 선고와 동시에 재판이 확정됐으니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 권력 관계를 기초로 한 과거 전제군주 통치 체제하에서라면 몰라도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사회적 이슈·원심 결과 따라… 하고 싶은 재판만 골라 하는 상고심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사회적 이슈·원심 결과 따라… 하고 싶은 재판만 골라 하는 상고심

    KTX·쌍용차 사건 등 심불 원칙 어겨 ‘법리’ 아닌 ‘사실’ 판단해 파기환송도 “채증법칙 위반·심리미진 논리 동원 땐 사실상 사실심, 법률심으로 포장 쉬워”#1.2009년 정리해고된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 2심에서 승소했지만 2014년 대법원은 “사측 해고가 정당하다”며 결론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주력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떨어져 매출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는 등 쌍용차의 긴박한 경영 위기가 인정된다”며 사측의 구조조정이 정당하다고 했다. 재무제표, SUV 선호도, 세계 금융위기 및 유가 등은 상고심이 심리할 대상인 ‘법리’가 아닌 실제 벌어진 ‘사실’에 가깝다. #2. 2011년 15세이던 여중생을 임신시켜 성폭행 혐의로 2심에서 징역 9년의 판결을 받았던 40대 연예기획사 대표는 2014년 대법원 판결 뒤 풀려났다. 여중생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점을 근거로 대법원이 피고인의 행동을 성폭력 대신 “진정한 사랑”이라며 무죄로 봐서다.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돌연 진정 사랑했는지, 안 했는지 ‘사실’을 판단한 사례다. 대법원에서 심리 없이 사건을 기각하는 심리불속행(심불) 처리 비율이 지난해 77.4%로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원은 “법 적용이 적절한지 보는 법률심인 상고심에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는 청구가 남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대법원의 심불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몇 주간 공을 들인 상고 이유서를 써도 단번에 심불 처리되는 이유를 알지 못할뿐더러 역으로 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거나 대법원이 원심을 바꾸고 싶어 할 만한 사건들은 심불 처리되지 않는지 기준을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사법농단 국면에서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고심들은 사실관계를 심리한 뒤 원심을 파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해고 무효 청구 사건뿐 아니라 KTX 승무원 복직 소송, 갑을오토텍 해고 무효 사건 상고심 등에서도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들여다봤다. 법원이 내세우는 원칙대로라면 원심 그대로 심불 처리했어야 할 사건이란 뜻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상고심에서 ‘채증법칙 위반’과 ‘판단 누락’ 논리를 꺼내 들면 대법원이 실제 사실심 재판을 하면서 마치 법률심인 것처럼 꾸미기 쉽다”고 설명했다. 만일 원·피고가 제출한 증거 중 한쪽 증거의 신빙성을 더 높게 본 부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결과를 바꾸고 싶다면 ‘채증법칙 위반’이란 논리가 동원되고, 하급심이 여러 주장 중 배제시킨 증거를 되살리고 싶을 땐 하급심 판결에 ‘판단 누락’(심리 미진)이 있다고 꾸짖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법 조항을 잘 적용해서 판단한 2심 결과에 대해서도 대법원이 ‘몇 가지 증거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으니 잘못된 법리 적용’이라며 마치 법률심을 한 듯 분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논리는 상고심에서 원하는 사건을 모두 취급할 ‘만능키’로 불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대 국회에서 당시 정의당 의원이던 서기호 변호사는 ‘원심의 채증법칙 위반, 심리 미진 등을 이유로 상고심 파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냈지만 폐기됐다. 서 변호사는 “서민들에게 중요한 사건은 심불 처리해 버리고, 대법원에서 관심 있는 사건은 채증법칙 위반 등을 이유로 어떻게든 대법관 재판에 맡겨 원심을 깨버리니 하급심 재판이 힘을 잃는 점을 개선하고자 발의했던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경제 침체 속 룰라에게 향하는 브라질 국민들의 시선

    경제 침체 속 룰라에게 향하는 브라질 국민들의 시선

    룰라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수감 중에도 선거운동 모금 실적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등 대선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각 정당이 웹사이트를 통해 모금활동을 벌이는 가운데 좌파 노동자당(PT)의 룰라 전 대통령이 4600여명으로부터 44만 헤알(약 1억 3000만원)을 모금했다. 자료를 공개한 대선주자들의 모금액을 합치면 95만 7000헤알을 약간 웃돈다. 아직 모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모금의 상당 부분이 룰라 전 대통령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이 그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 대선은 기업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첫 선거로, 대선주자들은 국고보조금과 개인 기부, 자체 조달로 선거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당은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는 룰라 전 대통령을 오는 4일 전당대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로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전당대회에 맞춰 브라질 전역에서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 계획도 준비돼 있다.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 석방과 대선 출마 허용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 등 부패 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올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4월 7일 남부 쿠리치바시에 있는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연방대법원의 상고심이 남아 있어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지지층은 그의 대선 출마를 전제로 활동하고 있다. 각 정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예비후보를 속속 결정하고 있으며 각 당의 전당대회 일정은 오는 5일까지 이어진다. 15일까지 연방선거법원에 후보 등록 절차가 끝나면 곧바로 선거 캠페인과 TV·라디오 선거방송이 진행된다. 룰라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식지 않고 있는 것은 최근 브라질의 악화되고 있는 경제 사정과도 연관된다. 룰라 전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좌파 대통령이면서도 ‘경제 성장 드라이브’로 재임 기간 중 호황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 2015∼2016년 사상 최악의 침체 국면을 거쳤고 이후에도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제조업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전 세계 제조업에서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에 불과했다.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각각 24.83%와 15.32%였다. 브라질 제조업 비중이 2%를 밑돈 것은 유엔산업개발기구의 조사가 시작된 1990년 이래 거의 30년 만이다. 브라질의 제조업 비중은 1990년대 중반 한때 3.43%를 기록했으며 1990년대 말 금융위기 시기에도 3% 안팎을 유지했다. 제조업 비중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것은 경제 침체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4년부터이며, 지난해 비중은 인도네시아(1.84%)에 앞서는 9위였다. 전국산업연맹은 인프라 부족,법적·제도적 불안정성, 과도한 관료주의, 복잡한 조세제도 등이 브라질 제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 데 이어 경제 침체가 제조업 비중 위축을 가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양도세 비과세 노린 다주택자 ‘위장 이혼’ 안 통한다

    기존 1가구는 법률상 배우자만 해당 내년도 개정안엔 사실혼도 포함키로 1주택 자녀, 부모 봉양 합가 땐 비과세 60세 미만 부모 간병 위해 가구 합쳐도 # 서울에 사는 강모씨는 2008년 1월 아내와 이혼하고 같은 해 9월 본인 명의의 아파트 한 채를 팔았다. 1가구 1주택으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강씨는 2009년 1월 이혼했던 아내와 재결합해 다시 혼인 신고를 했다. 종로세무서는 “세금을 피하려는 위장 이혼”이라면서 강씨에게 가산세까지 얹어 1억 7876만원의 세금을 매겼다. 강씨 아내가 아파트 8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여서다. 강씨와 세무서는 법정 다툼까지 갔고 1, 2심은 세무서의 손을 들어 줬다. 그런데 대법원이 지난해 9월 1, 2심 판결을 뒤집었다. 세금을 피하려 했다거나 이혼 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이혼을 무효로 볼 수 없어서 강씨가 거래 당시 따로 1가구를 구성한 이상 법에서 정한 비과세 대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강씨와 같은 다주택자들의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최근 강씨와 같이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고 위장 이혼하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나자 정부가 소득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가구가 2년 이상 보유(조정대상 지역은 2년 이상 거주도 포함)한 주택에는 양도세를 매기지 않는다. 문제가 된 것은 1가구의 범위다. 1가구는 본인 및 배우자가 같은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자와 함께 구성하는 가족 단위다. 여기서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만 해당된다. 그동안 다주택자들이 법망을 피해 위장 이혼을 하고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아 온 이유다. 기재부는 2018년 세법 개정안에서 1가구 배우자 범위에 법률상 이혼을 했지만 생계를 같이하는 등 사실상 이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주택자인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같은 가구로 보고 1가구 1주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재부는 아픈 부모를 모시고 사는 효자에게는 양도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현재는 1가구 1주택자인 자녀가 1주택을 가진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가구를 합치면 10년 안에 먼저 파는 집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비과세한다. 다만 부모가 60세 이상이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을 통해 60세 미만의 부모가 중대한 질병에 걸려서 자녀가 간병을 위해 부득이하게 가구를 합친 경우에도 양도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중대한 질병은 암이나 희귀성질환 등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를 받는 중증질환자나 희귀난치성질환자, 결핵환자 등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조선일보 ‘홍보 파트너’로 설문조사 대금 검토… 공보 예산 10억 편성

    조선일보 ‘홍보 파트너’로 설문조사 대금 검토… 공보 예산 10억 편성

    193개 문건 중 9건 제목 ‘조선일보’ 포함 칼럼·기고문 내용 담긴 문건 3개도 공개 상고법원 반대 한겨레엔 조국 교수 활용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법원행정처는 언론, 그중에서도 조선일보를 주요 파트너로 삼았다. 31일 추가 공개된 문건 193개 중 9개 제목에 ‘조선일보´가 포함돼 있다. 신문, 방송, 지역지, 뉴미디어 등 언론홍보 방안을 다룬 문건은 총 20개다. 이날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기획조정실은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 법조전문기자 등을 만난 후인 2015년 3월 30일 ‘조선일보 첩보보고´라는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 이 자리에서 조선일보 측은 ‘한명숙 사건 상고심에 대한 처리 독촉’을 했다고 나와 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정치자금 약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3년 9월 30일 대법원에 접수된 이 사건은 한참 지난 뒤인 2015년 8월 20일 유죄가 확정됐다. 조선일보 측은 사건처리 지연으로 인한 오해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행정처는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을 치밀하게 세웠다. 설문조사, 좌담회, 칼럼 등을 통해 홍보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설문조사 주체를 조선일보로 하고, 비용은 법원의 광고비에 설문조사 실시 대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문건에는 ‘일반재판 운영지원 일반수용비’ 중 사법부 공보활동 활동지원 세목 9억 9900만원이 편성돼 있다고 적시됐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상고법원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기획기사가 여러 차례 보도됐다. 조선일보 칼럼과 기고문의 내용이 담긴 문건도 3개가 공개됐다. 행정처는 한겨레 등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활용해 공략할 계획도 세웠다. 행정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영향으로 한겨레에서 우호적 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동력 붐업(boom-up) 방안 검토’ 대외비 문건에는 조 교수 명의 기고문을 한겨레에 게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이럴 경우 진보 진영의 단일한 공식 입장이 상고법원 반대가 아님을 확인시켜 민변 등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조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일반 대중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여론 전반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6년에는 법관인사 이후 비판 보도가 나오자 한겨레 및 진보 성향 매체의 분리·고립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대응이 필요한 언론사를 선별해 행정처 국·실장들이 개별 접촉하되 중립적 매체를 통해 다른 논리가 보도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 기각…상고심이 왜 그럴까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복불복 주심, 묻지마 ‘심불’ 기각…상고심이 왜 그럴까

    우리나라 재판은 3심제라고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형사재판을 빼고 민사·가사·행정·특허재판 상고심에선 매년 70% 이상의 판결문이 딱 한 줄로 끝난다. ‘심리불속행에 해당되어 기각한다’는 한 문장이다. 심리불속행, 법조계에선 줄여서 ‘심불’이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말 그대로 심리하지 않았단 뜻을 담고 있다. 세 개의 소부로 나뉘어 재판하는 12명의 대법관이든, 대법관 아래 배치돼 재판을 돕는 100여명의 재판연구관 판사든 사건의 쟁점을 진지하게 보지 않은 채 2심 판결 그대로 재판을 끝낸다는 뜻이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면밀히 보지 않았으니 민사·가사·행정재판의 7할 이상은 사실상 2심제라고 봐도 되겠다.1·2심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 3심은 하급심에서 법리를 잘못 적용했는지 보는 법률심이라 서로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대법원은 3심제라는 우리 헌법의 가치를 무력화시키는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사실관계는 하급심에서 다 다투고 대법원에선 법리 적용 여부에 대해서만 상고해야 하는데, 하급심 재판에서 지면 너도나도 상고를 해대니 대법원에서 심리 없이 솎아 낼 사건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결국 상고를 남발하는 시민과 이를 부추기는 변호사들이 문제란 게 법원의 속내다. 같은 맥락에서 상고심 사건 넷 중 셋을 심불 처리하는 근본 이유를 대법관의 과중한 사건 수에서 찾는 판사들은 “삼세판을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에 상고가 남용된다”란 분석을 자주 내놓는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재판이 내기 바둑도 아니고, 비싼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는 재판을 좋아할 국민이 몇이나 있겠느냐”며 “어떤 사건이 심불 기각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심불 처리율이 높아도 재판을 멈출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과 재판 당사자, 법원과 변호사 간 심불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는 서울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대법관별 심불 처리율을 판독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올 상반기 소부에서 처리된 상고심 재판의 심불 처리율을 살펴보니 이기택·박상옥·민유숙·조희대·김창석·김신 대법관이 주심이 맡은 사건에선 80% 이상이, 권순일·박정화·김소영 대법관 주심 사건의 70% 이상이 심불 처리됐다. 이 비율은 김재형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50.9%로, 조재연·고영한 대법관 주심 사건에선 20%대로 줄었다. 최대(이기택 대법관·84.3%)와 최소(고영한·22.0%) 간 격차는 62.3% 포인트에 달했다. 패소했더라도 고영한 대법관 주심 재판의 8할은 패소 이유가 적힌 상고심 판결문을 받은 것이고, 이기택 대법관 주심 재판에선 8할이 설명 없는 판결문을 받아든 셈이다. 대법원은 “원고 한 명이 ‘민원 폭탄’을 넣은 사건을 조재연·고영한 대법관에게 배당해 이들의 처리율이 20%대로 낮아졌다”고 해명했지만 그렇게 접수된 민원 사건이 두 대법관이 맡은 2000여건 중 몇 건인지, 두 대법관 사례를 빼더라도 여전히 심불 처리율 격차가 최대 30% 포인트 이상으로 큰 것에 대한 공식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사견을 전제로 일부 판사들은 “대법관별 심불 처리 격차가 큰 것은 그만큼 재판이 대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방증한 것”이란 설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판사들도 ‘법관의 독립이 외압 없이 공정하게 심리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버릴 자유를 보장한 권리였느냐’는 다소 날을 세운 후속 질문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법원 안팎에선 대법관의 경험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변호사 경험이 있는 조재연 대법관(23.8%)은 심불 판결문을 받은 당사자들의 황망함을 알기에, 교수 출신 김재형 대법관(50.9%)은 심불 처리가 기본권 제한 요인 때문에 툭 하면 위헌 시비에 휘말리는 기형적 제도임을 알기에 심불 처리율이 평균보다 낮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역대 대법관 중에는 사건을 심불로 처리하는 경우에도 판결문에 심불에 해당돼 기각하는 이유를 쓰기도 했다. 변호사들, 특히 판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은 주심 대법관별 심불 처리율 편차를 보고 분노를 터뜨렸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시절부터 심불 폐지를 주장해 온 강신업 변호사는 “주심에 따라 심불 처리율 편차가 이렇게 크니 심불이 ‘엿장수 마음대로’ 이뤄진다고 의심하고 상고심을 불신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라면서 “주심 대법관이나 재판연구관들의 열정과 성실성 여부에 따라 최종심 심리를 받을지 못 받을지 결정된다면 그 억울함을 대체 어디에서 풀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사건이 누구에게 배당되는지에 따라 심리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면 결국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주심별로 심불 처리율 격차뿐 아니라 어떤 사건이 심불 처리되는지도 불투명하다”면서 “상고심 변호사에 고위 법관 출신이 있으면 심불 처리 없이 사건을 심리한다는 속설이 있다 보니 전관 몸값이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전관들이 상고이유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고 받는 이른바 ‘도장 값’은 여전히 기본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사들의 ‘열정’에 따라 심불 처리율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짐작은 대체로 새로 대법관이 유입되는 시점에 심불 처리율이 줄어드는 현상 때문에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컨대 대법관 2명이 교체된 올해 1~5월 대법관 전원의 심불 처리율은 54.1%로 지난해 말 77.4%보다 23.3% 포인트 줄었다. 2013년 54.0%였던 심불 처리율이 2014년 54.5%, 2015년 60.7%, 2016년 71.2%, 지난해 77.4%로 오르다 대법관 교체기인 올해 다시 뚝 떨어진 것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왜 심리도 않고 끝내는 거죠? 불복 부르는 ‘엿장수식’ 상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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