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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만 60세 전 정년퇴직’ 노사합의는 무효”

    대법 “‘만 60세 전 정년퇴직’ 노사합의는 무효”

    만 60세가 안 된 노동자를 정년퇴직하도록 한 노사합의는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는 서울교통공사 직원 유모씨 등 6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 일부를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이 정한 60세 이전에 정년퇴직하도록 한 노사합의는 무효”라면서 “내규에 대한 노사합의가 있었더라도 노동자들이 사측의 고령자고용법 위반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3년 노동자 정년을 60세로 하도록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자 노사는 다음해 기존 58세였던 정년을 ‘60세가 되는 해 말일’로 변경하는 데 합의한 뒤 내규를 개정했다. 부칙에 따라 공사에는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 60세 규정이 시행됐는데, 법 시행 전에도 당시 정년이 임박했던 1955~1957년생들의 정년을 점진적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1955년생과 1957년생은 각각 2015년 12월 31일과 2016년 12월 31일을 정년퇴직 시점으로 삼았는데, 1956년생들의 정년시점을 ‘2016년 6월 30일’로 노사가 합의하자 1956년생 노동자 73명이 노사합의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항소심을 거쳐 67명이 상고했다. 1·2심은 “1956년 7월 1일 이후 출생한 노동자의 정년을 1956년 6월 30일로 정한 것은 고령자고용법에 위배돼 무효”라면서 “이들의 정년은 2016년 12월 31일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1956년 6월 30일 이전에 출생한 노동자들에 대해선 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맞다고 했으나 다만 “1956년 7월 1일 이후 출생 노동자들의 정년은 2016년 12월 31일이 아닌 각자의 출생일로 봐야한다”며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궁중족발 사장 항소심 감형···살인미수 혐의는 이번에도 무죄

    궁중족발 사장 항소심 감형···살인미수 혐의는 이번에도 무죄

    망치 상해 1심 징역 2년 6개월에서 2심 징역 2년으로재판부 다른 피해자들과 합의된 점 고려해 감형살인미수 혐의는 이번에도 무죄···살인 고의 인정안돼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던 건물주를 망치로 가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6개월 낮은 형을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피해를 입었던 또 다른 피해자들과 합의가 된 점이 형량에 반영됐다.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28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배준현)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심에 이르러 (차로 들이받은) 제3의 피해자와는 합의가 됐고, 재물손괴에 대해서도 차량 소유주가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거리에서 자신과 임대차 분쟁 중이던 건물주 이모씨에게 망치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고 기물을 손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폭행에 앞서 타인의 차량을 운전해 이씨를 들이받으려다가 다른 행인 1명을 친 혐의도 받았다.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항소심에서도 쟁점이 됐다.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고 재판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분쟁으로 원한이 깊던 피해자에게 사건 수개월 전부터 ‘죽여버리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했다”면서 “반복적으로 위험한 부위를 가격했다는 점도 고려하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김씨의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를 향해 쇠망치를 휘두르긴 했지만 실제 가격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려운 사정에 비춰보면, 1심이 인정한 것과 같이 살인의 고의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차로 이씨를 들이받으려 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운전을 한 거리가 비교적 짧고, 충격 당시 시속을 추단해보면 시속 22㎞에 불과하다”면서 “영상을 살펴봐도 급가속했던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씨와 이씨는 2016년부터 궁중족발 가게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상가의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2016년 1월 해당 건물을 인수한 이씨는 김씨에게 대폭 인상된 보증금과 임대료를 요구했지만 김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가게를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김씨가 퇴거를 거부하자 법원은 수차례 강제집행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대법 ‘60세 전 정년퇴직‘ 노사합의 “무효”

    대법 ‘60세 전 정년퇴직‘ 노사합의 “무효”

    “정년퇴직일, 만 60세 생일날로 봐야”만 60세에 이르지 않은 노동자를 정년퇴직하도록 한 노사합의와 내규는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서울교통공사 직원 유 모씨등 7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고령자고용법이 정한 60세 이전에 정년퇴직하도록 한 노사합의는 무효”라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1956년생 직원들의 정년퇴직일을 2016년 6월30일로 정한 내규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고령자고용법 19조에 반한다는 원심판결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내규에 대한 노사합의가 있었더라도 노동자들이 고령자고용법 위반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2013년 노동자 정년을 60세로 하도록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자 이듬해 정년을 ‘60세가 되는 해 말일’로 변경하는데 합의한 뒤 내규를 개정했다. 다만 2016년 퇴직하는 1956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정년을 ’60세가 되는 2016년 6월30일‘로 합의했다. 이에 유씨 등 1956년생 노동자 73명은 “노사합의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 중 1956년 7월1일 이후 출생한 노동자의 정년을 1956년 6월30일로 정한 것은 고령자고용법에 위배돼 무효”라며 “이들의 정년은 2016년 12월31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1956년 6월30일 이전 출생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정년 이후에 정년퇴직하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다만 “승소한 1956년 7월1일 이후 출생 노동자들의 정년은 2016년 12월31일이 아닌 각자의 출생일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 부분에 대한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청담삼익 재건축조합 “사업 정상화 속도 낼 것”

    청담삼익 재건축조합 “사업 정상화 속도 낼 것”

    2017년 10월 조합설립무효 소송에서 1심 패소 후 중단됐던 ‘청담삼익아파트’(조감도) 재건축 사업이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해 조만간 정상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았으나 인근 상가와 일부 반대 조합원들이 ‘조합설립 인가 무효 확인’ 등 소송을 제기, 그중 인근 상가에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패소로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심에서 승소한 데 이어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음으로써 중단됐던 사업이 재개될 전망이다. 청담삼익아파트는 12개동 888가구 규모로 2003년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고 2015년 재건축사업 시행인가 및 2017년 1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은 이를 최고 35개층 9개동 1230가구 규모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 재건축할 계획이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관리인 없을 때 주차장에 낀 BMW… 수리비 621만원 책임자는?

    #원고: A손해보험사 vs 피고: 주차장을 운영하는 B사 부산의 한 헬스클럽 회원인 C씨는 2016년 6월 헬스클럽 상가 건물의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하다 차가 망가졌습니다. 주차관리인이 자리를 비운 점심시간에 직접 주차기를 조작했는데, 차를 상하단으로 이동시키는 모터와 차의 선루프가 부딪친 것입니다. 수리비 621만 1000원을 지급한 C씨의 자동차보험사 A사는 주차장 관리자인 B사에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 주차장 관리회사 구상금 책임 인정 주차장법에는 부설주차장의 관리자가 자동차 보관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동차 멸실·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B사는 “C씨에게 주차요금을 받지 않았고 점심시간에 사고가 발생해 관리자 주의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지난달 1일 부산지법 민사항소3부(부장 조휴옥)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관리자 주의의무가 없다는 B사 측 주장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항소심은 C씨가 주차하며 B사의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B사의 책임이 없다고 봤습니다. ●2심은 차주 ‘주차 안내문 무시’ 보험사 패소 당시 주차장에는 ‘관리자 부재 시 사용안내’라는 제목으로 주의사항과 자세한 주차 방법이 게시돼 있었습니다. 특히 ‘차량의 길이와 중량, 높이가 적절한지 확인한다’는 문구와 함께 ‘주차가능 차량’으로 ‘길이 5050㎜ 이하, 높이 1550㎜ 이하(상부 돌출물 확인), 중량 1800㎏ 이하 일반 승용차’를 명시했습니다. 사고가 난 차는 2014년형 BMW 그란루리스모로 높이가 1559㎜, 중량 1915㎏이었습니다. C씨가 차를 댄 공간의 바닥과 모터까지 높이는 딱 1550㎜였고요. 재판부는 “주차장 입구에 해당 규격 초과 차량은 주차가 제한된다는 사용 안내문 3개를 부착했는데도 운전자가 이를 무시했다”면서 “이 사고는 차량의 높이가 주차장에 맞지 않아 발생한 것일 뿐 달리 주차장의 기능·작동상 오류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주주 표심 돌려세운 한진일가 ‘갑질의 역사’

    주주 표심 돌려세운 한진일가 ‘갑질의 역사’

    2014년 땅콩회항으로 시작된 한진가 갑질2018년 조현민 물벼락 갑질에 이어 상습폭언 등도를 넘는 갑질에 조사만 수 차례기업 총수의 사내이사 자격 박탈까지27일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박탈은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궤를 같이 한다. 갑질이 일상이 된 조 회장 일가의 도를 넘는 행동들은 더는 경영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대한항공은 이날 “사내 이사직을 상실한 것은 맞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 회장이 여전히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이고,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인천행 항공기에서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탑승 게이트로 항공기를 되돌렸다. 조 전 부사장은 당시 박창진 사무장을 질책하며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다. 검찰은 2015년 1월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현행법을 어기면서 갑질을 한 땅콩 회항에 쏟아지는 비난과 달리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땅콩회항으로 홍역을 치른 조 회장 일가는 잠시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은 지난해 3월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다시 불거졌다. 오랜 시간 회사 안팎에 쌓여있던 조 회장 일가의 일상적인 갑질에 대한 분노도 이때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카카오톡 익명 대화방을 개설해 그동안 쌓였던 오너 일가의 각종 갑질을 성토했다. 이는 단순한 뒷말 수준이 아니라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까지 이어졌다. 또 조 회장 일가의 밀수·탈세·배임·횡령 의혹으로 번졌다.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가정부·직원에게 일상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 전 이사장과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한 혐의도 적발됐다. 이 전 이사장은 불구속 기소됐고, 조 전 부사장은 약식기소됐다. 아울러 두 사람은 지난달 대한항공 항공기와 소속 직원을 동원해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지난해 부정 편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1998년 조 사장이 인하대에 편입할 당시 자격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며 편입과 졸업을 모두 취소할 것을 인하대에 통보했다. 이처럼 각종 위법 혐의로 경찰, 검찰, 세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국가기관의 조사·수사 대상이 된 조 회장 일가는 구성원 대부분이 포토라인 앞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조 회장도 현재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조 회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 무역 등 업체를 끼워 넣어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받는다. 또 조 회장은 2014년 8월 조현아·원태·현민씨가 보유한 정석기업 주식 7만1880주를 정석기업이 176억원에 사들이도록 해 정석기업에 약 4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안희정 성폭력 사건’ 상고심 주심에 권순일 대법관

    ‘안희정 성폭력 사건’ 상고심 주심에 권순일 대법관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 재판을 권순일 대법관이 맡는다.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 사건을 대법원 1부에 배당하고 주심으로 권 대법관을 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권 대법관은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한 판결로 유명하다. 권 대법관은 지난해 4월 학생을 성희롱한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을 취소하라는 2심 판결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판단이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권 대법관은 성별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성범죄의 특수성, 즉 피해자의 불리한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피해사실 진술을 꺼리는 점이나 가해자 및 남성 중심의, 그리고 피해자를 의심하는 사회문화 안에서 피해사실을 알리는 진술은 그 의도를 쉽게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취지였다. 앞서 안 전 지사의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의 주장을 배척해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선고공판 때 “당시 (안 전 지사의) 지위에 비춰 피해자가 7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하게 된 사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면서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고 그대로 수행하기로 한 이상, 그런 행동이 피해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1심에서부터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은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도저히 피해자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면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권 대법관이 제시한 ‘남성 중심의 사회문화에서 피해자의 피해사실 진술은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기준에 입각했을 때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의 주장은 2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정무비서를 지낸 피해자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은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고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었다”면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이별 통보에 다세대주택서 도시가스 방출한 30대, 2심도 실형

    이별 통보에 다세대주택서 도시가스 방출한 30대, 2심도 실형

    동거하던 여성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로 살고 있던 다세대주택에 도시가스를 방출한 3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형두)는 가스 방출 등 혐의로 기소된 임모(3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앞서 1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임씨는 지난해 6월 24일 자신이 사는 경기도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 주방의 도시가스 배관으로 10여분 동안 가스를 방출해 같은 주택에 거주하는 25세대 입주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임씨는 동거하던 여성이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화가 나 배관에 연결된 고무호스를 손으로 잡아당겨 뽑은 뒤 밸브를 연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다세대주택 주민 일부와 추가로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일부 깎았다”고 밝혔다. 다만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에 이르렀기 때문에 선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형량을 일부 줄였지만 집행유예까지는 할 수 없어 실형은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극단원 상습 성추행’ 이윤택 징역 8년 구형…李 “대가 받겠다”

    ‘극단원 상습 성추행’ 이윤택 징역 8년 구형…李 “대가 받겠다”

    이윤택 측 “연극인들에 의해 성추행 용인된 점 감안, 중형 선고 합리적 판단을”피해자 공개 증언 “단 한순간도 성추행 동의 안해···응당한 처벌 원해”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했던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에 대해 검찰이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6일 서울고법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감독의 항소심 병합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구형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앞서 2014년 3월 밀양연극촌에서 극단 운영의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극단원 A씨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킨 혐의로 추가 기소됐으나 무죄 선고를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극단원 신분이 아니라 업무나 고용 관계가 없었다는 이 전 감독 측 주장을 수용했다. 최후진술에서 이 전 감독은 “모든 일이 연극을 하다 생긴 제 불찰”이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식하든 못하든 모든 불합리한 것들이 관행처럼 잠재돼 있던 것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노출되고, 제가 그 책임을 지게 된 입장”이라고 했다. 다른 상황이 아닌 정상적인 연극을 하다가 불합리한 관행을 따른 자신이 시대가 바뀌어 결국 책임을 지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전 감독은 “젊은 친구들을 좀 더 이해하지 못하고 인격적으로 대해주지 못하고 했던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변명하지 않겠다. 제가 지은 죄에 대해서 응당 대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변호인은 “연극인들에 의해 용인돼 왔다고 생각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며 중형 선고가 합리적인지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결심공판에 앞서는 이 전 감독의 추가 기소 사건의 피해자인 극단원 A씨가 법정에 나와 유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날 증언은 A씨 요청에 따라 공개로 진행됐다. ‘하고 싶은 말’을 준비해온 A씨는 “제 무의식 속에는 요구를 거절하면 안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런 두려움과 공포는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결국 성폭력에 대한 기억조차 잊게 만들었다”고 힘겹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도 예술감독이 두렵고,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며 “저는 단 한 순간도 예술 감독에게 합의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예술감독이 제게 행했던 모든 요구와 행위들이 어떤 경우라도 해선 안 되는 것임을 인정받고 응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는 새달 9일이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네 아파트 사느라…” 재력가 행세하며 사귀던 여성들에 사기…항소심도 실형

    “네 아파트 사느라…” 재력가 행세하며 사귀던 여성들에 사기…항소심도 실형

    거액이 표시된 위조 통장으로 재력가 행세를 하며 교제하던 여성들과 지인들에게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특수폭행과 절도,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정모(53)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정씨는 2017년 5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성 A씨에게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교제하다가 다음달 부산에서 “네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10억원이나 들어 지금 현금이 없다. 청약을 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아파트가 있는데 300만원만 빌려달라”며 돈을 빌렸다. 정씨는 이 때부터 한 달 남짓 동안 A씨에게 4차례에 걸쳐 1400만원을 받아냈고, 자동차 수리비 명목으로 신용카드를 받아 340만여원을 사용했다. 2017년 7월 말엔 교제하던 또 다른 여성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여성이 사는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을 찾아가 과도를 보여주며 강제로 집 안으로 끌고 가려는 등 실랑이를 벌이고 휴대전화를 들고간 혐의도 있다. 또 그해 11월부터 교제하던 C씨를 대구에서 만나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당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서울에 가서 300만원을 송금해주겠다”고 속여 90여만원을 사용한 뒤 그 다음달엔 서울에서 만나 숙박비, 식비, 의료구입비 등으로 500만원에 달한 돈을 쓰기도 했다. 사귀던 여성들 뿐 아니라 정씨는 아파트 분양을 받게 해줄 테니 계약금을 달라며 2명에게 돈을 받아내는 등 모두 5명에게 총 6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자신을 재력가로 속이기 위해 100억대의 잔액이 표시된 통장을 위조해 보여주거나 “미국에 갖고 있는 땅을 매매해 1200~1300억원이 들어왔는데 큰 액수라 국세청에서 통장 압류를 했다. 압류를 해제하려면 국세청 직원에게 로비를 해야하니 로비자금 300만원을 빌려달라”, “나는 우리나라에 5명 밖에 없는 국제공인감리사”라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잇따라 “우울증과 과대망상으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1·2심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기 범행 당시 위조된 예금통장 등을 보여주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했고 원심의 정신감정의가 피고인의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은 건재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별다른 재산이나 소득이 없음에도 재력가로 행세하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아파트 청약대금, 법인세, 로비자금 등 다양한 명목의 돈을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면서 “아직까지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다”며 1심에서 선고된 징역 3년이 무겁지 않다고도 판단했다. 정씨는 이전에도 검사나 재력가 등으로 행세하며 교제 중이던 여성들에게 돈을 받거나 약취·강간한 혐의로 두 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음주운전 중 안전거리 미확보, 벌점 중복 부과 정당”

    음주운전을 하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앞차를 들이받은 사고를 냈다면 음주운전 벌점 외에 안전거리 미확보에 따른 벌점을 중복 부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는 이모(52)씨가 경기북부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2013년 1월 혈중알콜농도 0.09%인 상태로 택시를 운전하다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앞선 차량을 들이받은 뒤 도주했다는 이유로 벌점 125점을 부과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음주운전으로 100점, 안전거리 미확보로 10점, 사고 후 미조치로 15점이 중복 부과돼 면허취소 기준인 1년간 121점을 넘긴 것이다. 이씨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의 벌점 부과 기준에 어긋난다”고 소송을 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법규 위반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원인이 된 법규 위반이 둘 이상이면 그중 가장 중한 것 중 하나만 적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1·2심은 “교통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안전거리 미확보이고 음주운전은 이와 동일성이 없는 행위로 간접적인 원인에 불과하다”며 벌점 중복 부과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음주운전을 해 교통법규를 위반한 행위와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는 별개”라며 “음주운전으로 100점 외에 안전거리 미확보 벌점과 손괴사고 후 미조치 벌점의 합계 25점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軍이 주민 체포 한 달 만에 ‘묻지마 처형’… 여순사건 진실 찾나

    軍이 주민 체포 한 달 만에 ‘묻지마 처형’… 여순사건 진실 찾나

    ‘제주 4·3’ 진압 거부한 군인 대대적 토벌 군 작전 중 반란 혐의 주민 등 1만명 희생 수사 절차·재판 관련 기록 전혀 없어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처형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재심 재판이 71년 만에 열린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의 진실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는 21일 내란 및 국권문란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장모씨 등 3명의 재심 결정에 대한 재항고심에서 재심개시를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적법한 절차 없는 군경의 민간 체포·감금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도 이에 부합한다”면서 “원심의 재심개시 결정에 관련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라는 명령을 거부하자 정부가 대규모로 파견한 토벌군의 진압 과정에서 1만여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장씨 등은 반란군을 도왔다는 혐의로 순천을 탈환한 국군에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그해 11월 처형됐다. 어떤 절차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는지 아무런 기록이 없는 데다 법원 판결문에도 혐의 외에 범죄 사실조차 없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을 직권조사한 뒤 2009년 군경이 순천 지역 민간인 438명을 반군에 협조·가담했다는 혐의로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고 결론 냈고, 장씨 등 3명의 유족들은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결정을 두고 법원에서는 당시 군과 경찰이 장씨 등을 불법으로 체포해 감금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판결문에 구체적인 범죄사실 내용과 증거 요지가 기재되지 않았고 순천 탈환 후 불과 22일 만에 사형이 선고돼 곧바로 집행된 점 등에 비춰 장씨 등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없이 체포·구속됐다고 볼 수 있다”며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2심도 “장씨 등은 물론 다른 희생자들에 대한 영장발부 여부를 판단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보면 불법으로 체포·구속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유족의 주장과 역사적 정황만으로 불법 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재항고했다. 다만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원합의체에 참여한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4명은 재심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재심 사유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장씨 등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재심을 반대했다. 그러나 다수 의견으로 대법원은 재심 결정을 확정 지었고, 재심 재판은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리게 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학의 특수강간 진술 신빙성 확보 땐 유죄 가능”

    “진술 엇갈렸어도 진술 태도 따라 판결” 檢진상조사단 건설업자 윤중천씨 소환 문재인 대통령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가운데 김 전 차관이 형사처벌을 받으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성폭행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증거가 없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 사건에서 공소시효가 남은 건 특수강간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공소시효가 늘었지만, 이전 범죄에 대해서는 개정 전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유일한 물증인 동영상 촬영 시점은 2006년 8~9월로 추정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한 말처럼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해도 직접 증거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범행 시점이 2006년일 경우 개정 전 특수강간 공소시효인 10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3년 수사 당시 특수강간 범행을 2007년 4~5월, 2008년 3~4월 두 차례로 특정했다. 물증은 없었고, 피해자 진술을 근거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2007년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2008년 범행은 개정 후 특수강간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돼 아직 남아 있다. 관건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에서 같은 진술을 두고 1심은 신빙성이 없다고, 2심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안 전 지사 재판처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면 기소, 나아가 유죄 판결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진술이 엇갈렸다고 하더라도 법정에서 진술 태도를 보고 재판부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사건 당시 핵심 상황에 대해 진술이 유지되면 신빙성이 있는 걸로 본다”며 “강간 당시 촉감, 기분, 냄새 등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을 보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당시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 확인되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김 전 차관 수사는 2013년 무혐의 종결됐고, 이듬해 피해 여성의 고소로 수사가 재개됐지만 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직권남용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이날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소환 조사했다. 윤씨는 김 전 차관과 함께 특수강간 피의자로 입건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고 사기 등의 혐의로만 구속기소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유시춘 “아들 마약검사 모두 음성판정…결백 믿는다”

    유시춘 “아들 마약검사 모두 음성판정…결백 믿는다”

    유시춘 EBS 이사장이 아들 신 모씨가 대마초 밀반입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것과 관련 “우리 아이의 결백을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시춘 이사장은 21일 중앙일보에 “아들은 모발, 피검사에서도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다. 엄마의 이름으로 무고한 이를 수렁에 빠트린 범인을 끝까지 찾고자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실은 대법원 3부 판결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영화감독인 신씨는 지난해 10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신씨는 1심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3년이 선고됐으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신씨는 2017년 10월 외국에 거주하는 지인과 공모한 뒤, 11월쯤 스페인발 국제 우편을 통해 대마 9.99g을 국내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이사장이 방통위를 통해 EBS 이사로 임명된 지난해 9월 당시 신씨는 2심 재판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방통위는 EBS 이사 임명 과정에서 유 이사장의 아들에 관한 일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현재 EBS 이사 임명에 관한 규칙 등에서는 직계가족에 관한 일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규정이 따로 없어, 이사 임명 당시 유 이사장 ‘본인’의 범법 사실 등 결격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사로 임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유시춘 EBS 이사장 아들 마약밀매로 구속 뒤늦게 밝혀져

    유시춘 EBS 이사장 아들 마약밀매로 구속 뒤늦게 밝혀져

    유시춘 EBS 이사장의 아들이 대마초 밀반입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유시춘 EBS 이사장의 아들이자 영화감독 신모씨는 지난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고 구속됐다. 유 이사장이 방통위를 통해 EBS 이사로 임명된 지난해 9월 당시 신씨는 2심 재판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신씨는 1심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3년이 선고됐으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방통위는 EBS 이사 임명 과정에서 유 이사장의 아들에 관한 일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에 “현재 EBS 이사 임명에 관한 규칙 등에서는 직계가족에 관한 일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규정이 따로 없어, 이사 임명 당시 유 이사장 ‘본인’의 범법 사실 등 결격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사로 임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한남충은 과도한 표현, 정신적 고통 배상하라”

    [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한남충은 과도한 표현, 정신적 고통 배상하라”

    #원고 vs 피고: 웹툰작가 강모(남)씨 vs 네티즌 이모(여)씨 한 포털사이트에서 ‘A’라는 필명으로 웹툰을 연재하던 강모씨는 자신의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팩을 비롯한 여러 제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대학원생이던 이모씨는 2015년 12월 한 인터넷 쇼핑몰 마스크팩 상품 문의 게시판에 “대표적인 여혐작가 ‘여자가 뚱뚱하면 맞아야 한다’는 A가 마스크팩에? 생각이 있어요, 없어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여성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는 “XX에 A씨 마스크팩 떴다. 출동해라”라는 글을 남겼죠. 제목에 “이거 안 가면 A 같은 한남충한테 공격당한다”는 표현을 쓴 것이 특히 문제가 됐습니다. 강씨는 이씨를 고소했고 이씨는 ‘한남충’ 표현 관련 모욕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17년 7월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판매 상품 불매운동 이어져 재산 피해” 강씨는 “이씨가 적은 표현들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마스크팩 판매도 조기 중단돼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며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습니다. 결론적으로 1·2심 법원은 강씨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이씨가 강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강씨는 재판에서 웹툰 등에서 ‘여자가 뚱뚱하면 맞아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고, 이씨도 강씨가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2심인 서울서부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신종열)는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면서 “나아가 그 내용 자체도 원고를 비이성적인 성차별주의자로 낙인찍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멸·조롱 목적… 위자료 50만원 물어줘야” 이씨는 “‘한남충’은 인터넷상에서 한국 남성을 재미있게 부르는 신조어에 불과하다”면서 “원고는 유명 웹툰 작가로서 공인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웹툰으로 논란이 돼 연계상품의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글을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원고의 국적이나 성별을 지칭한 용어나 메갈리아 회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한 풍자·해학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원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원고를 경멸하거나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사회상규를 벗어난 과도한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법원은 “재산상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0만원을 산정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웹툰작가에 “한남충”이라며 불매운동 ‘유죄’…손해배상액은

    웹툰작가에 “한남충”이라며 불매운동 ‘유죄’…손해배상액은

    #원고 vs 피고: 웹툰작가 강모씨(남성) vs 네티즌 이모씨(여성) 한 포털사이트에서 ‘A’라는 필명으로 웹툰을 연재하던 강씨는 자신의 캐릭터가 그려진 마스크팩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 상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대학원생이던 이씨는 2015년 12월 한 인터넷 쇼핑몰 마스크팩 상품 문의 게시판에 “대표적인 여혐작가 ‘여자가 뚱뚱하면 맞아야 한다’는 A가 마스크팩에? 진짜…생각이 있어요, 없어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리곤 곧바로 여성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 “XX에 A씨 마스크팩 떴다. 출동해라”라는 글을 남겼죠. 특히 제목에 쓴 “이거 안 가면 A같은 한남충한테 공격당한다”는 취지의 표현이 문제가 됐습니다. 강씨는 이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모욕 혐의로 고소했고 이씨는 ‘한남충’ 표현 관련 모욕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17년 7월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강씨는 “이씨가 적은 표현들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뿐 아니라 캐릭터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마스크팩 판매도 조기 중단돼 재산상 손실도 입었다”며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습니다. 결론적으로 1·2심 법원은 강씨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이씨가 강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강씨는 재판에서 웹툰 등에서 ‘여자가 뚱뚱하면 맞아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요. 2심인 지난해 서울서부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신종열)는 “피고가 원고가 웹툰 등에서 간접적이나마 그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않은 이상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아가 그 내용 자체도 원고를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인 성차별주의자로 낙인찍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씨는 “‘한남충’은 인터넷상에서 한국 남성을 재미있게 부르는 신조어에 불과하다”면서 “원고는 유명 웹툰 작가로서 공인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웹툰으로 논란이 돼 연계상품의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글을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원고의 국적이나 성별을 지칭한 용어나 메갈리아 회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한 풍자·해학적 표현이라기 보다는 여성의 성형이나 외모를 소재로 웹툰을 그리는 원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원고를 경멸하거나 조롱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사회상규를 벗어난 과도한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법원은 “재산상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0만원을 산정했습니다. “이씨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원고가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손해배상금으로 500만원을 청구하면서도 그 중 얼마만큼이 정신적 손해로 인한 부분인지 특정하진 않았다”면서 “그러나 소송의 경과와 원고의 주장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정신적 손해배상금으로 적어도 50만원 이상은 구하고 있다고 보여 이 같이 인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판결은 지난해 11월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발인…말없이 장례식장 떠나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발인…말없이 장례식장 떠나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3)씨 부모의 발인식이 20일 경기도의 한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8시 20분쯤 유족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각각 이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영정을 들고 장례식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운구차 2대로 향했다. 검정색 상복을 입은 이씨와 동생은 침통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발인에 참석한 유족과 지인 등 30여명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거나 흐느꼈다. 이들은 각 시신이 운구차에 오르자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취재진 2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이씨 형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차량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발인이 진행되는 동안 이씨의 불법 투자유치 등과 관련된 피해자들로 인한 소란은 없었다. 이씨는 지난 18일 부모의 장례 절차 준비 등을 위해 재판부에 신청한 구속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 당일 오후부터 빈소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세워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약 130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2016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4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씨의 구속 정지 기한은 오는 22일 오후 9시까지이며 이 시간까지 수감 중인 구치소로 돌아가야 한다. 범행에 가담한 동생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구속 기간 만료로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형제는 항소해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씨의 부모는 지난 16일 안양시 자택과 평택의 한 창고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김 모(34)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다. 공범인 중국 동포 A(33)씨 등 3명은 범행 당일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경수 항소심 재판장 “불공정 우려되면 재판 기피 신청하라”

    김경수 항소심 재판장 “불공정 우려되면 재판 기피 신청하라”

    재판부, 논란 고려한 듯 이례적 입장 밝혀 “시작도 전에 불복하는 태도 보여” 비판 김 지사 “유죄 근거 납득 어려워” 항변 재판부 “모든 피고인 불구속 재판 원칙” 새달 11일 이후 보석 여부 결정할 듯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재판이 19일 시작됐다. 재판부는 정치적 논란을 감안한 듯 “어떤 예단도 갖지 않고 공정성을 잃지 않고 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 사건에 임하는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재판부의 입장을 밝혔다. 차 부장판사는 먼저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각에서 완전히 서로 다른 재판 결과가 당연시된다고 예상하고, 재판부를 비난하고 벌써부터 결과에 불복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심판을 핑계 삼아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 부장판사는 사촌동생인 차성안 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의 역점 사업인 상고법원 설립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동생을 잘 설득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는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에 이어 항소심 재판장인 차 부장판사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며 ‘사법적폐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교체된 항소심 주심인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차 부장판사는 “재판을 예단하고 재판부를 비난하는 태도는 무죄 추정을 받으며 법정에서 억울함을 정정당당하게 밝히겠다는 피고인의 노력을 폄훼하고 피고인을 매우 위태롭게 만드는 것으로 피고인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의 입장을 듣고 있던 김 지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차 부장판사는 이어 “이 재판을 맡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검사나 변호인, 피고인과 아무 연고가 없고 특히 피고인과는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재판부를 거부하거나 피할 방법이 있었지만 오늘까지도 하지 않았다”면서 “불공정 우려가 있으면 종결 전까지 얼마든지 기피 신청을 하라”고 권유했다. 김 지사와 변호인은 “재판부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0일 구속된 지 48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지사는 이날 보석 심문을 통해 “1심 판결은 유죄의 근거로 삼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식 판결”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드루킹과 불법을 공모한 관계라고 하기 어려운 사례는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법정 구속으로 발생한 도정 공백은 어려운 경남 민생에 바로 연결돼 안타까움이 크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허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모든 피고인은 무죄 추정 및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표하고 다음 재판일인 4월 11일 이후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도지사 없어 현안사업 좌초될까… 경남 공무원들 ‘좌불안석’

    도지사 없어 현안사업 좌초될까… 경남 공무원들 ‘좌불안석’

    “김경수 지사 재판은 어떻게 될까요.” 요즘 경남 관가에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김 지사 항소심 향방이다. 경남도정이 도지사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 지 19일로 49일째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 1월 30일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박성호 행정부지사 대행 체제로 넘어갔다. 박 권한대행은 “도지사 공백 기간에 도민 걱정을 사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도정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정적인 도정 운영을 강조한다. 박 권한대행이 부지런히 현장을 점검하며 도정 챙기기에 열중하지만 도청 안팎에서는 “민선 지사의 막중한 권한과 역할을 권한대행이 온전히 메꾸기에는 한계에 부딪힐 뿐”이라며 도정 차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도정의 비정상적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는 잊을 만하면 불거진다. 1995년 민선시대를 맞은 이후 네 번째다. 행정부지사 6명이 권한대행을 맡았다.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혁규 전 지사가 3선 임기 중이던 2003년 12월 대권 뜻을 품고 사퇴하면서 최초 사례를 낳았다. 처음 권한대행을 맡았던 장인태 전 행정부지사도 도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바람에 김채용 전 행정부지사가 자리를 이었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태호 전 지사는 재선 임기 만료 무렵에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물러났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김두관 전 지사는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2012년 7월 임기 중반에 사퇴해 임채호 전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했다. 2012년 12월 대선과 동시에 실시된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홍준표 전 지사 역시 대선에 출마하려고 2017년 4월 재선 임기 중도에 사퇴했다. 특히 자신의 사퇴로 도지사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궐선거사유 발생 시한 종료 직전에 사퇴서를 제출해 논란을 빚었다. 홍 전 지사 사퇴 뒤 김경수 도정이 출범할 때까지 1년 3개월 동안 류순현 전 행정부지사와 한경호 전 행정부지사가 차례로 도정을 이끌었다.국회의원직을 던지고 2018년 6월 지방선거 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된 김 지사는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도정 구호로 내세우고 의욕적으로 도정을 이끌었다. 김 지사는 취임 일성으로 “2017년 4월 9일 밤 11시 57분 강제로 멈춘 도정 업무를 449일 만에 정상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경남을 만들기 위해 장관을 설득하고, 국회를 설득하고, 청와대를 설득하고, 대통령을 설득하고, 설득하고 또 설득하겠다”며 ‘여권 실세 지사’로서의 자신감과 의지를 드러냈다. 취임하자마자 김 지사는 선거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남부내륙철도 건설을 예비타당성 면제 국가재정사업으로 확정하는 성과를 이끌어 실세 지사의 힘을 증명해 보였다. 도 공무원들은 “과거엔 중앙정부를 방문하면 간부 공무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김 지사 취임 뒤엔 확 달라진 분위기 속에 주요부처 고위 공무원들도 편하게 맞아 줘 ‘김 지사는 뭔가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고 전했다. 기대와 함께 탄력이 붙는 듯하던 김경수 도정은 출범 7개월 만에 드루킹 사건에 발목을 잡혔다. 경남도청 개청 이래 처음으로 도지사실이 압수수색된 데 이어 결국 현직 지사가 구속되는 위기상황에 빠졌다. 도청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으로 청와대, 중앙부처, 국회 등 각계각층과 인맥이 두터워 김 지사 임기에 도정 발전 기대가 컸는데 안타깝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공무원과 도민들은 “구속 상태이긴 하지만 지사직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중앙부처와의 협조 관계엔 당장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김 지사 보석 가능성과 항소심 재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지사 구속 직후 도청 지사실로 김 지사 지지자들이 응원·격려 문구를 적어 보낸 꽃바구니와 쌀 등이 며칠 동안 배달되기도 했다. 전·현직 공무원들은 “일상적인 행정은 권한대행 체제에서 큰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민선 단체장의 정치적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주요 현안 사업 등은 권한대행이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도와 부산시가 지난 2월 11일 부산항만공사 홍보관에서 개최하려던 제2신항 상생협약식이 경남도 요청으로 무기 연기됐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에서는 김 지사 공백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경남도는 추가로 부산시 등과 협의·논의가 필요해 미루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경수 도정을 돕기 위해 김 지사를 따라 도청에 입성한 정무 공무원들도 지사 공백 탓에 ‘좌불안석’으로 처신하기 조심스런 처지다. 김 지사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8일 경남도에서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 핵심 당직자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과 핵심 당직자들은 예산정책협의회 자리에서 도지사 공백 사태에 대한 도민 우려가 크다며 불구속 재판을 촉구했다. 예산정책협의회에 대해 ‘김경수 지사 구하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13일 박 권한대행은 김 지사가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김 지사를 공무접견했다. 박 대행은 “김 지사가 갑작스럽게 구속되는 바람에 주요 현안에 대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규모 국책사업 등 원활한 도정을 위해 김 지사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또 “김 지사와 공무접견에서 나눈 대화가 도정을 추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은 박 권한대행의 김 지사 공무접견을 “김 지사가 옥중 결재를 한 것”이라며 “도지사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다해 도정을 차질 없이 수행하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가 구속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일 김 지사 석방을 촉구하는 경남지역 시장·군수들의 성명서 발표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는 일도 있었다. 김 지사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에는 경남도 내 전체 시장·군수 18명 가운데 당초 한국당 소속 진주시장과 하동군수 등 2명을 뺀 16명(한국당 8명, 민주당 7명, 무소속 1명)의 이름이 올랐다. 한국당 경남도당은 소속 시장·군수들에게 김 지사 석방 촉구 성명서에 서명이나 동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전달함에 따라 한국당 소속 단체장들이 부랴부랴 이름을 빼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 지사 측은 2심 재판에 대비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4명을 추가로 선임하고 지난 8일 재판부에 보석 신청서를 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는 변호인단 7명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은 19일 오전 10시 30분 김 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과 보석 심문을 함께 진행했다. 드루킹 사건 특검법 제10조(재판기간 등)에 ‘판결선고는 제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재판 기간을 넘겼을 때에 대한 규정은 없다. 따라서 빠르면 이달 안에 2심 선고에 이어 5월 중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수 있지만 실제 재판 일정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민들은 “도지사 공백에 따른 도정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정치권에서도 적극 협조하는 가운데 재판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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