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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모 폭행·살해 아들 징역 10년 확정

    70대 노모를 폭행하고 살해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는 최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47)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에 치료감호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심신상실을 주장하고 있으나 원심이 연령, 성행, 지능, 환경, 범행 후 정황 등을 감안해 이를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과거 편집성 조현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김씨는 지난해 2월 전북 정읍시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A(당시 77세)씨를 폭행한 뒤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A씨가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며 소리를 지르자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해 주먹을 휘둘렀고 A씨가 자신을 신고하면 교도소나 정신병원에 보내질 것을 우려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김씨는 살해를 결심하고 신체의 취약한 부위를 흉기로 찔렀고 들키지 않으려고 시신을 옷장에 숨기려 했다”며 “누나가 창문을 열려고 하자 숨었다가 도망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심신상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도 “김씨가 조현병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은 인정되지만 의사 결정 미약 상태를 넘어 상실한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고시원서 먹고 잔 고시원 총무 월급에서 방값은 빼고 준다?

    고시원서 먹고 잔 고시원 총무 월급에서 방값은 빼고 준다?

    #원고 vs 피고: 고시원 전 총무 A씨 vs 고시원 운영자 B씨 A씨는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원에서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총무’로 일했습니다. 7층 옥탑방에서 생활하며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식사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5시간 동안 고시원 입실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입실 희망자 안내도 담당했습니다. 추가로 30분간 분리수거도 했지요.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은 쉬었고요. 이렇게 해서 A씨는 매달 35만원을, 퇴직금으로는 40만원을 받았습니다. A씨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였다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미지급된 급여와 퇴직금 1292만여원을 달라고 2017년 소송을 냈습니다. 1·2심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인정 액수가 달랐습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6단독 재판부는 “36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요. 매일 5.5시간씩 월평균 156.29시간을 일한 A씨가 매달 받았어야 할 최저임금액이 2015년 87만여원(최저임금 5580원X156.29시간), 2016년 94만여원(6030원X156.29시간)이라고 계산했습니다. 1년 2개월 28일간 일한 A씨가 받았어야 할 법정 퇴직금은 115만여원으로, 미지급된 퇴직금이 75만여원이라고 봤지요. 여기까지는 2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부장 김행순)의 셈법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옥탑방 사용료(고시원 방실료)를 놓고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1심은 A씨가 받았던 월급이 현금 35만원과 옥탑방 사용료 35만원을 합친 70만원이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2심은 옥탑방 사용료 35만원은 급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A씨가 받아야 할 금액이 더 늘었습니다.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2조에 ‘가족·급식·주택·통근수당 등 근로자 생활을 보조하는 수당 또는 식사, 기숙사·주택 제공, 통근차 운행 등 근로자 복리후생을 위한 것’은 최저임금 산입 대상이 아니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심은 “원심에서 인용된 액수에 522여만원을 추가해 모두 882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최저임금 못받았다” 고시원서 숙식한 총무의 최저임금 소송

    “최저임금 못받았다” 고시원서 숙식한 총무의 최저임금 소송

    #원고 vs 피고: 고시원 총무로 일한 A씨 vs 고시원 운영자 B씨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원에서 2015년 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무’로 일한 A씨. 고시원 7층 옥탑방에서 생활하며 매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저녁식사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5시간 동안 다른 고시원 입실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입실 희망자들에게 안내를 해주는 등의 일을 했습니다. 추가로 30분간 분리수거를 해서 A씨가 매일 일한 시간은 5.5시간입니다.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은 쉬었고요. 이렇게해서 A씨는 매달 35만원을 받았고, 일을 그만둘 때는 퇴직금으로 4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A씨는 2017년 5월 그동안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았다며 최저임금에 맞게 지급받았어야 할 급여와 퇴직금 총 1292만여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1심 “현금 35만원+고시원 방 사용료가 총무 월급” A씨는 1·2심 모두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들었지만 금액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2월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6단독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36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2심 법원 모두 매일 5.5시간씩 월 평균 156.29시간을 일한 A씨가 매달 받았어야 할 최저임금액이 2015년 87만여원(최저임금 5580원X156.29시간), 2016년 94만여원(6030원X156.29시간)이라고 계산한 것은 같습니다. 1년 2개월 28일간 일한 A씨가 받았어야 할 법정 퇴직금이 총 115만원여원인데 이 중 40만원을 이미 받았으니 미지금 퇴직금 75만여원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도 같았고요. 1·2심에서 판단이 갈린 것은 A씨가 머문 고시원 7층 옥탑방의 사용료 35만원을 임금으로 볼 수 있느냐였습니다. 1심은 A씨의 ‘월급’이 현금 35만원과 고시원 방실료 35만원을 합친 70만원이었다고 보고 실제 지급된 임금과의 차액(미지급 임금)이 총 285만여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심 “고시원 방 사용료는 ‘숙식 제공’일 뿐”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부장 김행순)는 고시원 방실료 35만원은 급여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2조에 “가족수당·급식수당·주택수당·통근수당 등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는 수당 또는 식사, 기숙사·주택 제공, 통근차 운행 등 근로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것”은 최저임금 산입대상이 아니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B씨는 A씨에게 쌀과 라면 등 부식비용 3만원과 명절에 지급한 5만원도 최저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복리후생을 위한 것이거나 근로의 대가로 제공된 게 아니라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미지급한 임금과 퇴직금은 총 882만여원”이라면서 “1심에서 인용된 360만여원에 추가로 522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광장] ‘밥’보다 주먹, 김경수 구하기/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밥’보다 주먹, 김경수 구하기/황수정 논설위원

    박근혜 사면론이 나온다. 천하의 명의(名醫) 화타와 편작을 모셔와도 못 살릴 줄 알았다. 전당대회에서 탄핵 정당성을 따질 때만도 자유한국당은 “덜 맞았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 당의 수뇌부가 이제 대놓고 “사면” 운운한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는다. 지리멸렬에 퇴행으로 맷집 하나는 두둑한 한국당이다. 탄핵 2년 만에 겁없이 금기어를 봉인 해제한 배짱에는 근거가 보인다. 그들에게는 비빌 언덕이 있다. 청와대와 집권당의 ‘따로 또 같이’ 자책골 퍼레이드다. 청와대와 여당이 무슨 계산을 어찌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김경수 파동’이다.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법정 구속된 김 경남지사는 항소심에서 보석을 청구했다. 이를 놓고 여야는 또 드잡이를 한다. 도정(道政)을 위해서건, 개인 사유에서건 보석 신청은 김 지사의 자유다. 문제는 하나뿐인 집권당이 어째서 경남지사 한 사람의 전위부대를 이토록 과감하고 맹렬하게 자처하는가 하는 대목이다. 김 지사의 보석 신청 날짜를 맨 먼저 알려 준 것은 경남도청이 아니다. 이해찬 대표다. 1심 유죄 판결이 나자마자 당 지도부는 열일 제쳐 놓고 경남도청으로 내려가 궐기대회를 해 줬다. 전무후무할 집권당 차원의 판결문 분석 간담회도 보여 줬다. 2심 재판에서 불붙은 김경수 논쟁은 법치의 근간을 바닥까지 짓뭉개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법률국가에서 일어날 유형의 일이라고 믿기 어렵다. 이쪽에서는 “2심 재판장도 적폐라서 (김 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또 내릴 것”이라고 한다. 저쪽에서는 “주심 판사가 좌파여서 이번에는 무죄일 것”이라고 한다. 온 국민이 판사가 됐다. 양쪽 다 자신들 뜻과 다른 판결이 나오면 불복운동을 하겠다고 부르르 떨고 있다. 엎친 데 덮쳤다. 대법원은 김 지사를 1심에서 유죄 판결한 성창호 판사를 재판 업무에서 배제했다. 성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라는데, ‘국민 판사’들은 다시 해석이 분분하다. 김 지사를 최종 판결까지 도정에서 배제하지 않아야 하는 논리라면 성 판사의 인사 조치도 부당하다는 시중 반박이 기다렸다는 듯 드세다. 이러니 민간의 소소한 재판정들은 어떻겠나. “저 판사도 고무줄 판사” 소리가 예사로 나온다. 법보다 주먹이 한참 가까워졌다. 국민을 편 갈라 무법천지 미개 시민으로 내모는 이 싸움판은 대체 근원이 뭔가.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 차기 대선 주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다. 정권 창출의 정당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것도 이쯤 되면 배부른 이유다. 왜 아닌가. 적폐 판사들을 추려낸 것 말고 사법부 개혁은 구성원들의 ‘공수’만 바뀐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쯤은 손바닥 뒤집히듯 한다. 민생 현장의 법 인식은 너덜너덜 고무줄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사법개혁의 화룡점정으로 밀어붙이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불똥은 튄다. 쌍수 들어 환영했던 사람들이 과연 공수처가 순기능을 할지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도 넘은 사법부 흔들기 속에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새는 것이다. 이 치명상들과 맞바꾸는 김 지사 구하기는 그렇다면 넘치는 ‘경남 사랑’인가. 낯 간지러운 말은 하지도 말자. 지방이 전부 나쁜 상황들이지만, 창원 지역은 특히나 쑥대밭이다. 다음달 보궐선거 격전이 벌어질 창원은 정부의 주요 정책에 직격탄을 연발로 맞아 거의 뇌사 상태다. 국내 최대 민간 원전업체인 두산중공업과 협력사만 300여곳이 몰려 있다. 탈원전 정책에 비명이 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어제 만난 사람한테서는 “줄도산에 생산 부품들이 야적장에서 고철 더미로 직행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서울 집값 잡겠다는 부동산 대책에 집값은 집값대로 어느 도시보다 고약하게 내려앉았다. 내일 당장 정책들이 뒤집히면 모를까, 김 지사 한 사람이 돌아간다고 해결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김경수 철도’(남부내륙고속철도)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을 때 이런 유행어가 돌았다고 한다. “김 지사, 철도는 잘 쓸꾸마.” 편치 않은 민심의 압축판 아니겠나. 눈치가 있으면 절에서 젓갈을 얻어 먹는다. 집권당이 ‘김경수의 경남’이 진심 걱정된다면 도청에 우 몰려갈 일이 아니다. 계급장 떼고 민생 현장을 반나절만 잠행이라도 하는 게 순서다. 실익 없는 무법천지를 원하는 민심은 없다. 힘 가진 쪽이 제 마음 편하자고 민심을 어지럽히는 것은 오만이다. “이게 나라냐”가 “이건 나라냐”로 바뀌고 있다. 무서운 이야기다. sjh@seoul.co.kr
  • 기아차 노사 통상임금 협상 합의

    기아자동차 노사가 진통을 겪어 온 통상임금 협상에서 마침내 합의점을 찾았다. 기아차 노조가 오는 14일 총회에서 합의안을 표결을 통해 확정하면 노사는 법적 분쟁을 끝내게 된다. 기아차와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11일 개최한 통상임금 특별위원회 8차 본협의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해 평균 월 3만 1000여원을 인상하고, 미지급금을 평균 1900여만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1차 소송 기간인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의 지급 금액은 개인별 2심 판결금액의 60%를 정률로 올해 10월 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2·3차 소송 기간과 소송 미제기 기간인 2011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는 800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하며 지급 시기는 이달 말까지다. 다만 근속 기간에 따라 2014년 1월 이후 입사자는 600만원, 2016년 1월 이후 입사자는 400만원 등으로 차등을 뒀다. 이에 따라 미지급금 지급액은 조합원 평균 1900여만원에 이른다. 아울러 노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적용하는 방안과 관련해 상여금 750%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적용하고, 상여금을 포함해 시급을 산정하기로 했다. 합의안에 따라 생산직 2교대 근무자 평균 근속 20.2년 기준으로 산정한 통상임금은 현재 300만 5207원에서 448만 3958원으로 늘어난다. 연장·심야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인상에 따라 수당은 기존 40만 9981원에서 44만 1530원으로 3만 1549원 늘어 월 급여는 수당 인상분만큼 늘어난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이거 왜 이래” 광주 또 할퀸 전두환

    “이거 왜 이래” 광주 또 할퀸 전두환

    사과는커녕 취재진 질문에 버럭 호통 변호인 통해 “헬기 사격 없었다” 궤변 시민들 “역사의 심판 계속될 것” 분노“이거 왜 이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전두환(88)이 학살의 현장이자 저항의 현장인 광주에 도착해 내뱉은 첫마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1일 오후 2시 30분 시작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4시간을 달려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1987년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처음 밟은 광주 땅이자, 1996년 내란수괴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받은 이후 23년 만에 다시 피고인 신분으로 선 법정이었다. 하지만 전씨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사죄의 기회를 걷어찼으며, 변호인을 통해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광주의 상처를 헤집었다.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시민들의 외침에 입을 닫았고,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거 왜 이래”라며 버럭 화를 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5·18 당시 헬기에서 단 한 발의 총알도 발사되지 않았다. 헬기 기총사격이 있었다는 공소사실은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비오 신부를 향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전씨 측의 첫 공식 반응이었다. 정 변호사가 “이 사안에 대해 사회적인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 달라”고 하자 전씨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표정하고 여유만만한 전씨를 바라보는 광주 시민들의 억장은 무너졌다. 재판정 안팎에서 “사죄하라”, “구속하라”, “살인마”라고 절규하듯 외쳤지만, 끝까지 인내했다.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 전씨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또다시 ‘폭력 집단’으로 매도할까 봐 울분을 참아 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65)씨는 차라리 서울행 열차를 탔다. 그는 “전두환을 보면 끓어오르는 울분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아 광주를 잠시 비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씨를 고소한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석고대죄가 어려우면 죄를 지었다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해 달라”고 호소했다. 5·18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을 맡았던 이지현(66)씨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며 “회원들끼리 달걀 등을 갖고 오지 말자고 미리 약속했다”고 말했다. 재판은 1시간 15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다음달 8일 증거조사를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기로 했다. 잿빛이었던 광주 하늘에선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빗방울이 떨어졌다.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법원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전씨를 향해 송희성(81) 할머니는 “역사의 심판이 계속될 것”이라고 외쳤다. 할머니의 주름진 볼에는 빗방울과 눈물방울이 뒤엉켜 흘렀다. 광주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광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심신미약’ 노린 방배초 인질범…결과는 징역 4년

    ‘심신미약’ 노린 방배초 인질범…결과는 징역 4년

    심신미약 주장했지만 정상적인 직장생활태연히 ‘졸업증명서 받으러 왔다’ 거짓말도초등학교에 침입해 학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인질강요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26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양씨는 지난해 4월 2일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것처럼 속여 교무실에 들어간 뒤(특수건조물 침입) 학생 A(10)양을 인질로 잡고 기자를 부르라고 위협하다가 경찰에 체포돼 미수에 그친 혐의(인질강요 미수)를 받는다. 검찰은 양씨가 범행 당일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훈처 통지를 받고 불만을 품어 범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양씨는 2013∼2014년 상근예비역 복무를 전후해 조현병 증세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으며, 2015년 11월에는 ‘뇌전증(간질) 장애 4급’으로 복지카드를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 측은 이런 병력을 근거로 범행 당시 의사를 결정하거나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부족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은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영위해왔고 학교 침입을 위해 학교보안관에게 ‘졸업증명서를 받으러 왔다’고 거짓말도 했다”며 “여러 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심신미약이 아닌 것으로 보고 1·2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마사지 도중 여성 고객 간음한 50대 마사지사에 징역 5년 실형

    마사지 도중 여성 고객 간음한 50대 마사지사에 징역 5년 실형

    50대 남성 마사지사가 자신에게 마사지를 받던 여성 고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형법상 강간 및 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마사지숍에서 마사지사로 근무하면서 2017년 3월과 8월 각각 40대와 20대 여성 고객을 상대로 일반적인 마사지 과정인 것처럼 탈의를 유도한 뒤 기습적으로 강간 및 유사강간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마사지를 받던 고객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을 뿐 피해자를 폭행해 강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피해자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라며 “간음행위 시작 전 김씨가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진 않았대도, 간음행위와 거의 동시 또는 그 직후 피해자를 제압해 성교행위에 이르러 이는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기독교인 싫다했는데 소개해줘”…결혼정보업체 상대로 낸 소송

    “기독교인 싫다했는데 소개해줘”…결혼정보업체 상대로 낸 소송

    #원고 vs 피고: 결혼상대를 찾던 여성 A씨 vs 결혼정보업체 B사 A씨는 2015년 11월 B사에게 결혼 상대와의 만남을 주선받기로 하는 결혼중개계약을 맺었습니다. 회원가입비는 800만원이었고 1년간 총 5회의 매칭 제공받기로 했습니다. 업체는 다만 계약 기간 내 추가 매칭 서비스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결혼 성공 시 A씨가 사례금 300만원을 더 내기로 했습니다. A씨는 결혼 상대 조건으로 ‘▲선호 직업: 변호사, 금융 기피 ▲나이: 1~6세 연상 ▲키: 175㎝ 이상 ▲종교: 기독교 기피 ▲지역: 대구 출신 제외’ 등을 내걸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항목을 직업, 가정환경(경제력), 학력, 나이 순으로 지정했습니다. ●“조건에 안 맞는 남성들 5명 소개해줘…가입비 돌려달라” A씨는 첫 석 달간 모두 10번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받았다가 이 중 5명이 희망 조건에 맞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남은 가입비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결혼중개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에 따르면 사업자 책임으로 결혼중개계약을 해지할 경우 회원가입비와 함께 가입비의 20%를 더해 받을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A씨는 가입비 800만원과 가입비의 20%에 해당하는 160만원을 더해 총 960만원을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가장 처음 소개받은 남성은 소개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했고, 2명은 자신이 명시적으로 기피한다고 밝힌 기독교 신자였다는 거고요. 또 다른 1명은 ‘명문대를 졸업한 전문의’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실제로는 명문대의 지방캠퍼스를 졸업한 군의관이었고, 나머지 1명은 ‘서울 서초구에 사는 서울 소재 국립대병원 과장’이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인천 소재 병원 직원이었다는 겁니다. A씨는 이처럼 B사가 자신의 희망 조건과 맞지 않는 남성들을 소개했으니 가입 해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계약한 매칭 서비스 제공…잘못 소개한 적도 없어” 반면 B사는 “이 계약은 횟수제 계약인데 이미 5회 이상 매칭서비스를 제공해 가입비 반환 의무가 없고, A씨 의사에 반하는 남성을 소개하거나 허위 정보를 고지한 바도 없다”고 맞섰습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7단독은 B사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달랐습니다. 사건 계약을 기간제로 본 것입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부장 구회근)는 “피고가 5회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 뒤에도 계약기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약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석 달 만에 기본 제공의 두 배에 달하는 10차례 서비스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는 국내 결혼중개 표준약관 등에 따라 가입비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남은 계약 기간으로 환산해 465만 1366원을 B사가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 “고의로 잘못된 소개했다는 증거 없어” 그러나 1·2심 모두 B사의 책임으로 계약이 해지된 건 아니라고 판단하며, A씨의 ‘의사에 반하는 남성을 소개했다’는 귀책사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B사가 A씨의 의사에 반하는 소개남들의 정보를 알고도 고의로 소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가장 처음에 소개한 남성이 한 달 만에 결혼을 할 거라는 점을 B사가 알았거나 알지 못한 채 소개했다고 볼 증거도, 거주지와 직장이 실제와 달랐던 남성 2명에 대해서도 B사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기독교 신자라는 남성 중 1명은 “부모님은 기독교지만 저는 무교”라고 말했기 때문에 B사가 A씨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볼 수 있고, 또 다른 기독교 신자 남성은 업체에 가입할 당시 프로필에 종교를 적지 않았기 때문에 B사가 고의로 A씨에게 기독교 신자를 소개해준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총 10회의 매칭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중 상당수가 원고의 우선 선호 항목인 직업, 가정환경(경제력) 등에 부합하는 조건을 갖고 있던 점에 비춰보면 피고가 소개한 남성의 종교가 기독교라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계약 해지에 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판결을 받아들여 이 판결은 지난해 10월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씨줄날줄] MB 보석, 독일까 약일까/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MB 보석, 독일까 약일까/이두걸 논설위원

    보석(保釋)은 법원이 구속된 피고인에 대해 보증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석방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자에 대한 구속과 더불어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보석도 인정하고 있다. 이때 보석금은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법정 방어를 할 수 있도록 내는 예치금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도주하지 않고 법정에 잘 출두하면 추후에 보석금은 돌려받는다. 그러나 반대로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등 보석 조건을 어길 경우 법원은 보석을 취소하고 보석금을 일부 혹은 전액 국고로 몰수할 수 있다. 재판부는 제외 사유가 없으면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형소법상 제외 사유가 광범위하다. 10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거나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등 문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재벌총수 등 ‘빽 있는’ 피고인들이 종종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보석 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졌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2012년 6월 병 보석 허가를 받은 뒤 외부에서 술 마시는 모습 등이 포착되면서 6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보석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뇌물·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보석 허가를 받고 풀려났다. ‘봐주기 결정’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재판부는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돌연사 가능성이 있다”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구속 만기가 다가온다는 사유는 인정했다. 형소법에서 2심 재판의 피고인 구속 기한은 6개월이다. 그때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으면 풀어 주는 게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다른 혐의를 더해 구속 기간을 늘려 줄 것을 요청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추가할 혐의도 마땅찮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재판 도중 풀려난 것도 구속 기한을 넘겼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만기일까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불가능하고,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된다. 보석을 허가하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논현동 사저에만 머물러야 하고, 가족이나 변호인 외에는 누구와도 접촉할 수 없다. 일주일 단위로 시간별 활동 내역도 보고해야 한다. 사실상 ‘자택 구금’(Home Confinement) 판결인 셈이다.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실형 선고가 내려진다면 이 전 대통령은 다시 구치소에 가야 한다. 실형이 확정되면 보석으로 풀려난 기간만큼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 보석이 그에게 독일까, 약일까. douzirl@seoul.co.kr
  • 머문 곳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유관순 열사는 일상이 독립운동이었다

    머문 곳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유관순 열사는 일상이 독립운동이었다

    3월 1일 교문 닫자 담 넘어 만세현장에 휴교령 땐 ‘고향서 운동’ 친구들과 결의 안성·진천·청주·연기·목천지역과 연락 거사 전날 밤엔 직접 봉화 올려 신호 공주형무소에서 함께 옥살이한 김현경 柳열사 수의 짓고 시신 수습·장례 치러판결문은 유관순 열사를 다 담지 못했다. 유관순이 판결문의 출발선이자 그를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계획’한 주동자로 구분짓긴 했지만 판결문 속 공소사실은 유관순의 일부일 뿐이었다. 유관순은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일상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 낭독과 함께 만세운동이 벌어지자 유관순은 친구 4명과 이화학당 뒷담을 넘어 종로로 향했다. 교장이 학교 문을 잠궜기 때문이다. 이어진 3월 5일 학생단 만세운동에도 학교 몰래 참여했다 경찰에 붙잡혔지만 외국인 선교사들의 요구로 겨우 빠져나왔다. 유관순은 멈추지 않았고 3월 10일 휴교령이 내려지자 아예 고향에서 각자 만세운동을 벌이자고 친구들과 결의했다. 13일 충남 천안으로 돌아가던 유관순은 사촌언니 유예도, 친구 이정수·김복희와 함께 기차 안에서도 “대한독립! 대한독립!”을 외쳤다. 기독교 감리교 신자였던 유관순은 3월 16일 밤 예배가 끝난 뒤 아버지 유중권과 숙부 유중무, 조인원을 비롯해 지역 교인 20여명에게 서울에서 일어난 3·1운동을 설명했고 “우리 마을이 죽은듯이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며 만세운동을 벌이자고 했다. 장날인 4월 1일을 거사일로 정한 뒤 안성·진천·청주·연기·목천 지역에 연락기관을 두고 각 지역 감리교인과 유림들에게 만세운동 동참을 촉구했다. 연락원을 자처한 유관순은 아주머니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에 수건을 쓰고 혼자 곳곳을 다니며 참여를 독려했다. 거사 전날인 3월 31일 밤 매봉산 봉화대에 만세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횃불을 올린 것도 유관순이었다. 3월 중순 이후 충남 지역에서는 목천보통학교(14일), 입장 광명공립보통학교(20일) 학생들의 만세운동을 비롯해 금광회사 광부 200명의 만세운동(28일), 천안 읍내 3000명 군중의 시가지 행진(29일), 입장면 주민 300여명의 만세운동(30일) 등이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아우내 장터와 같은 날 공주 장터에서 공주 영명학교 교사와 학생들의 주도로 일어난 만세운동은 특히 유관순과 깊은 의미가 있다. 이화학당으로 편입하기 전 유관순이 다녔던 공주 영명학교 교사와 학생 등은 독립선언서 1000장을 복사하고 태극기를 제작하는 등 장날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19년 8월 29일 공주지방법원의 ‘현석칠 외 17인’ 판결문에 등장하는 유준석(본명 유우석·당시 20세)은 유관순의 오빠로, 남매가 각각 만세운동을 하다 체포돼 공주형무소에서 조우했다. 유우석은 형무소에서 유관순에게 부모가 아우내 장터에서 일제의 총검에 살해됐다는 비보를 접하고 오열했다. 영명학교 출신으로 당시 경천소학교 교사였던 김현경(22)은 유우석과 함께 공주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자신도 칼에 머리를 맞아 다쳤지만 더 심하게 다친 유우석을 유치장에서 간호했고 유관순과는 공주형무소에서 함께 생활했다.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유관순에게 항소를 설득한 것도 김현경이었다고 한다. 김현경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학교로 돌아가지 못해 이화학당 보육과로 편입했다. 2심 재판 뒤 이감된 서대문형무소에서도 끊임없이 만세를 불러 갖은 폭행과 고문을 당했던 유관순은 1920년 3·1운동 1주년을 맞이해 형무소 내 만세운동을 주도해 또다시 모진 고문에 시달렸다. 결국 유관순이 그해 9월 28일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하자 김현경은 이화학당 교장과 목사 등과 함께 유관순의 시신을 수습하고 손수 수의를 짓고 장례를 치러주었다. 충남 공주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3월의 역사 인물로 유관순과 김현경을 선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총검 찔린 유관순, 헌병 군중 발포 막으려 총 잡은 채 “대한독립”

    총검 찔린 유관순, 헌병 군중 발포 막으려 총 잡은 채 “대한독립”

    “피고인 유관순은 이화학당 생도인데 경성(서울)에서 손병희 등이 조선독립의 선언을 발표하고 단체를 만들어 조선독립만세를 외치고 각 곳을 열을 지어 걸으며 독립시위운동을 하고 있음을 보고 13일 고향으로 돌아와 4월 1일 충남 천안군 갈전면 병천시장 개시(開市)를 이용해 조선독립시위운동을 할 것을 계획하고 자택에서 태극기를 만들어 휴대하고 오후 1시쯤 시장으로 달려가 수천명의 군중들과 태극기를 흔들며 조선독립만세라 외치고 독립시위운동을 함으로써 치안을 방해했다.”(1919년 6월 30일 경성복심법원 형사부 재판장 쓰가하라의 판결문 앞부분에 담긴 공소사실) 1919년 4월 1일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병천시장)에서 일어난 만세운동 주도자 11명의 판결문은 당시 17세 학생이던 유관순으로 시작된다. 함께 만세운동을 추진한 감리교 속장(기도회 관리인)이었던 조인원(당시 54세)과 유관순의 작은 아버지인 유중무(44)도 유관순과 함께 11명 중 가장 높은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판결 이유의 첫 시작은 유관순부터다. 판결문은 만세운동을 ‘계획’한 유관순을 따로 떼 맨 앞에 설명한 뒤 나머지 피고인들을 참가자로 나열했다. 유관순이 당시 만세운동의 핵심 주동자라고 본 것이다.●1심 보안법 위반·소요죄로 이례적 5년형 받아 1심인 1919년 5월 9일 공주지방법원의 판결문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1심에서 유관순과 유중무, 조인원은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누군가를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보안법 위반과 소요죄로 징역 5년이 선고된 것은 매우 중한 처벌이었다. 게다가 판결문의 공소사실은 크게 두 가지 뿐이었다. 아우내 장터 장날인 4월 1일 오후 1시 군중들과 만세운동을 했다는 것과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자 이들을 헌병주재소에 부축해 데려갔고, 제지하는 헌병들에게 항의하며 들고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징역 5년이나 선고된 데는 유관순 등의 치열한 법정 투쟁을 일제 사법부가 법정 모독으로 받아들여 ‘괘씸죄’를 덧씌웠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유관순은 “제 나라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르는 것이 왜 죄가 되느냐? 죄가 있다면 불법으로 남의 나라를 빼앗은 일본에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나는 도둑을 몰아내려 했을 뿐이다. 당신들이 남의 나라를 빼앗았는데 도둑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고 격렬하게 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2심 판결문 속에서도 유관순은 아우내 장터와 1심 법정에서의 모습처럼 한결같았다.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 주도자 11명의 2심 판결문에는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 현장과 헌병주재소에서의 소요 상황을 짧지만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1·2심 공판시말서(공판조서)와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의 신문조서 등이 인용됐다. ●“50보 앞 만세 행렬에 헌병 발포… 19명 즉사” 장날 3000여명이 참여한 만세운동이 벌어지자 병천헌병주재소 헌병들이 막아섰다. 유관순은 경성복심법원 재판에서 “만세를 부른 장소와 헌병주재소는 약 50보 거리였다. 만세를 부르고 있을 때 헌병이 와서 군중을 향해 발포하고 검을 찔러 즉사 19명, 중상자 30명이 발생했다. 나의 아버지도 그때 찔려 살해됐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병이 군중에게 발포하려고 총을 겨누고 있을 때 나는 양쪽을 제지하기 위해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총을 잡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쓰러지기 전 이미 유관순도 헌병의 총검에 옆구리를 찔렸다. 이 상처는 제대로 치료되지 못해 형무소 생활 내내 유관순을 고통스럽게 했다고 전해진다. 눈 앞에서 아버지 유중권(56)과 어머니 이소제(44)가 일제의 총검에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17세 유관순은 더욱 격하게 일제에 항거했다. ●부모님 일제에 희생… 숙부·오빠도 옥살이 유중무가 쓰러진 형을 둘러멨고 유관순, 만세운동을 함께한 주민 40여명과 함께 헌병주재소로 몰려갔다. 유중무는 두루마기의 끈을 풀고 큰소리로 헌병들에게 항의했고 주재소 입구를 막고 있던 헌병보조원 맹성호에게 “너는 보조원을 몇 십년 할 것 같으냐. 때려죽이겠다”고 화를 냈다. 유관순은 고야마 헌병소장을 붙잡아 흔들고, 주민들을 제지하지 못하도록 그의 가슴에도 매달렸다. 김용이는 헌병에게 돌을 던지고 손을 잡아당겼고, 보조원 정춘영에게 “조선인인데 무엇을 하느냐. 죽여버리겠다”며 주전자를 그의 가슴에 던졌다. 조인원의 아들 조병호는 헌병 주곡정의 뺨을 때렸고, 다른 주민들은 주재소원의 총과 탄약합을 빼앗고 소장을 죽이라고 소리쳤다.●“나라 되찾으려는데 왜 무기로 민족 죽이냐” 유관순은 앞서 1심 재판에선 “만세를 부른 뒤 주재소로 가서 보니 아버지의 시체가 있어 화가 난 나머지 ‘내 나라를 되찾으려고 하는 정당한 일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 군기(軍器·군 무기)를 사용해 민족을 죽이느냐’고 말했는데 헌병이 총을 겨누자 죽지 않으려고 갑자기 그 가슴에 매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유관순·유중무·조인원을 각각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유관순이 직접 그린 뒤 아우내 장터에서 휘둘렀던 태극기는 법원에 압수됐다. 함께 재판을 받은 11명 중 유관순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고등법원에 즉각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관순은 주변의 설득에도 끝내 상고하지 않았다. “삼천리 강산 어디인들 감옥이 아니겠느냐”는 게 그의 단호한 입장이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명박 보석 허가’ 정준영 부장판사 이례적 당부 “과거 찬찬히 회고해달라”

    ‘이명박 보석 허가’ 정준영 부장판사 이례적 당부 “과거 찬찬히 회고해달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의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면서 별도의 당부사항을 남겼다. 재판부가 보석에 앞서 피고인은 물론 검찰에까지 추가 당부사항을 전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구속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첫 보석 결정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나올 것을 의식한 법원의 고심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통령의 보석 허가를 결정하고 보석 조건을 설명한 뒤 “전직 대통령을 재판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자 한다”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보석은 무죄 석방이 아니라 엄격한 보석 조건을 지킬 것을 조건으로 구치소에서 석방하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추후 보석 조건 위반을 이유로 보석이 취소돼 재구금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말했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하는 보석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도 “자택에서 매일 1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 건강을 유지하고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석방을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이 건강 악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 재판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느꼈겠지만 형사재판은 현재의 피고인(이 전 대통령)이 과거의 피고인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면서 “자택에 가서 기소된 범죄 사실 하나하나를 읽어보고 과거 피고인이 한 일을 찬찬히 회고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억을 되살려달라는 뜻일 수도 있고, 무조건 혐의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반성할 부분이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검찰을 ‘공익의 대변자’로 칭하면서 당부의 말도 함께 남겼다. 정준영 부장판사는 “법원이 부과한 보석 조건을 피고인이 잘 준수하고 있는지 검찰에서도 잘 감시하고,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위반할 경우 보석 허가 취소 청구를 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해서 보석 제도가 엄격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또 “검사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을 기소한 반대 당사자이지만, 동시에 공익의 대표자이기도 하다”면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핵심 증인의 소재를 파악해 증인신문에 출석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1심에서 결정적 증언을 했던 증인들이 항소심에서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증언 요구에도 줄줄이 불출석한 것을 두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검찰도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2심 재판부가 채택한 15명의 증인 가운데 지금까지 법정에 나와 증언한 이는 3명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를 입증하는 ‘열쇠’라 할 수 있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의 증언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증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그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소환장조차 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일단 재판부는 주요 증인들을 소환하기 위해 영장 발부 등 가능한 방안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으로 중요성과 인지도를 고려할 때 소환장이 송달되지 않은 증인들에 대해서는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이름과 증인 신문 기일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출석하지 않는 증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재판부 직권으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서도 “핵심 증인으로 볼 수 있는 몇몇 사람은 자신들이 증인으로 소환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회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검찰도 소재 파악을 통해 제때 신문이 이뤄지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 항소심을 맡은 정준영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손꼽히는 ‘파산·회생’ 전문가로 통한다. 사법연수원 20기인 그는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996년 국내 첫 개인 파산 사건의 주심을 맡았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보·삼미 등의 법정관리 절차를 맡았다. 2017년에는 한때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에 최종 파산 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의 도입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구치소는 면회라도 가지…” 이명박 ‘조건부 보석’에 지지자들 반응

    “구치소는 면회라도 가지…” 이명박 ‘조건부 보석’에 지지자들 반응

    다스 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심 재판부의 보석 허가로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을 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보석 청구를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자 입가에 옅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6일 허가했다. 이날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은 증인석에 서서 재판부의 보석 허가 결정 이유를 들었다. “불편하면 잠깐 앉아도 된다”는 재판장의 제안에도 이 전 대통령은 계속 서서 재판부의 설명을 들었다. 재판부의 설명이 끝나갈 무렵에는 힘에 겨운 듯 의자에 앉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대신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했다. 또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하도록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진료를 받을 서울대병원도 ‘제한된 주거지’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병 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료를 받을 때는 그때마다 진료 이유와 병원을 기재해 보석 조건 변경 허가 신청을 받고, 복귀한 것도 보고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이 배우자와 직계 혈족, 변호인과는 자택에서 자유로이 만나고 연락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람과는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는 조건도 달았다.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자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웃음을 머금었다. 반면 검찰은 굳은 표정이었다. 다만 재판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이런 조건은 난생 처음 본다”, “구치소는 면회라도 가지 이건 면회도 못 간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의 보석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이 전 대통령은 “(조건) 내용을 숙지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숙지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조건을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이런 사람들은 제가 구속되기 이전부터도 오해의 소지 때문에 만나지 않았다”면서 “철저하게 공사를 구분한다”고 단언했다. 보석 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을 떠나 구치감으로 이동하는 이 전 대통령 곁으로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을 포함해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악수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옅게 웃으며 “지금부터 고생이지”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의 구속 만기 시점은 오는 4월 8일이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박선숙·김수민 재판 동향 알아봐달라” 국민의당 국회의원이 재판 청탁 정황

    국회의원이 재판 동향을 알아봐 달라고 청탁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법관에 대한 기소를 마무리한 검찰은 재판을 청탁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기소하면서 이 전 기조실장이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박선숙, 김수민 의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동향을 알아본 뒤 국민의당 측에 전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2016년 10월 국민의당의 한 의원로부터 왕주현 사무부총장의 보석 허가 여부와 박, 김 의원에 대한 재판부 의중 등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에게 직접 연락해 파악한 내용을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기획법관은 주심 판사를 통해 ‘선고 이전에 보석을 허가할 생각이 없다’고 파악했고, 이 내용을 이메일로 이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11월에는 유무죄 심증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해 ‘피고인 측 주장이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박, 김 두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인쇄업체와 광고대행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방법으로 2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왕 사무부총장은 구속기소된 상태였다. 이 전 실장이 알아본 대로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무죄를 선고한 이 재판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청탁을 한 국민의당 의원이 누구인지는 이 전 실장이 진술하지 않아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사건을 포함해 사법농단 사건 관련 정치인 청탁 부분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서영교·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 이군현·노철래 전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 등 6명이 민원성 재판 청탁을 한 정황을 기재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룰라 “누가 진짜 도적이냐” 손자 장례식서 오열

    룰라 “누가 진짜 도적이냐” 손자 장례식서 오열

    “브라질에서 누가 진짜 도적인지 입증될 것이다. 나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람들은 자신들 손자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4) 전 브라질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상파울루주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 공원묘지에서 열린 손자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둘러싼 부패 혐의를 부인하자 지지자들이 다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수감 중이던 남부 쿠리치바 연방경찰 특별 교도소에서 잠시 나와 7세 손자 아르투르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아르투르는 지난 1일 상파울루시 인근 병원에 입원해 수막염 치료를 받았으나 5시간 만에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연방법원은 변호인단 요청을 받아들여 일시적인 석방을 허용했으며, 룰라 전 대통령은 중무장한 연방경찰 요원들의 감시 속에 2시간가량 장례식에 참석하고 나서 재수감됐다. 목격자들은 “룰라 전 대통령이 장례식 내내 많은 눈물을 흘렸으며, 무죄를 밝히고 나서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손자를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 장면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룰라는 브라질 민중의 전사”라고 외치며 ‘룰라’를 연호하는 등 그에 대한 애정을 거듭 확인했다. 지난 1월에는 룰라 전 대통령의 형이 사망했으나 연방법원의 일시 석방 결정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4월 7일부터 쿠리치바 연방경찰 특별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이어 지난달 6일에는 쿠리치바 1심 연방법원 판사가 룰라 전 대통령에게 부패와 돈세탁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2년 11개월을 선고했다. 부패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룰라 전 대통령은 여전히 ‘좌파 아이콘’으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좌파 노동자당(PT)은 룰라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연방대법원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19년의 절규 그날의 진실은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19년의 절규 그날의 진실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무기수 김신혜(42·여)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오는 6일 오후 4시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재심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몇 가지 위법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장기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확정은 처음이다. 재판부의 정당한 판결이었는지, 억울한 옥살이인지 친아버지 살해범으로 복역해 온 김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초 지난해 10월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김씨 측의 관할법원 이송 신청 등으로 연기됐다. 김씨는 현재 전남 장흥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2000년 용의자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줄곧 자신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교도소 수감 후 지금까지 모든 노역을 거부하고 있다. 노역을 하면 죄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무죄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기 위해서다. 다시 법정에서 가려질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7일 오전 5시 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외딴 버스정류장 앞 눈발이 내리는 도로에서 김재운(당시 53·완도읍 항동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더구나 3급 지체장애인이라 다리를 심하게 절 정도로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데도 자신의 집과 7㎞ 떨어진 지점이라 일부에선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사고 현장에는 부서진 승용차 라이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시신이 도로 위에서 발견돼 처음엔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외상의 흔적이나 출혈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시신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ml 검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3월 9일 오전 12시 10분쯤 용의자로 당시 23세였던 큰딸 김신혜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성추행이라고 봤다. 사건이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신혜의 이복 여동생이 아버지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김신혜가 자신도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것을 떠올리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사망 보험금도 큰 이유였다. 김신혜가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신혜는 아버지 보험금을 노리고 이날 새벽 1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간에 좋은 약’이라며 마시게 한 후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 숨진 아버지를 내려놓은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현장을 떠났다. 김신혜 고모부가 경찰에 진술했던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는 김신혜의 자백을 들었다”고 밝힌 내용도 주요 증거로 삼았다. 김신혜가 오래전부터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데 앙심을 품고 보험금을 얻을 목적으로 저지른 존속 살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2001년 대법원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2심 선고 형량인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친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는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아버지가 성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경찰 조사 당시 김신혜는 친척 어른인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해야 정상참작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 강요를 받았다고 했다. 연극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살던 김신혜는 사건 발생 전날인 3월 6일 오후 6시쯤 렌터카를 타고 고향 완도로 내려갔다. 잠시 머물던 남동생(당시 19세)을 데리고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세 용의자로 지목돼 폭행, 폭언 등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고, 고모부에게 살인을 자백한 적도 없다고 했다. 3월 8일 밤 11시 20분쯤 고모부가 자신을 불러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데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남동생이 감옥 간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허위로 자백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보험도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에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신혜에 따르면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놓더니 자신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억지로 잡아 지장을 찍고, 서명을 하라고 닦달할 때도 머리와 뺨 등을 때렸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탄원서를 받으며 구명운동을 했던 김신혜 할아버지 김정길(당시 86)씨는 사건 이후 친척들 도움을 멀리한 채 손수 시장을 봐 음식을 차려 먹으며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냐’ 며 통곡을 하다 2017년 가을 결국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들은 김신혜를 예쁘고 아주 착한 아이로 기억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선술집을 했는데 손님이 많았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의처증이 있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곤 해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다. 아버지는 다시 결혼해 1남 1녀를 낳았다. 김신혜는 동생들 공부를 시키고 정성스럽게 챙기는 등 가장 노릇을 다했다고 얘기한다. 최병정(70·완도읍 정도리) 전 이장은 “숨진 김씨와는 중학교 동창으로 아이들을 잘 안다”고 되뇌었다. 이어 “예쁘기도 하지만 아주 상냥하던 신혜가 범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을 다시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이규병(70)씨는 “마을에선 이구동성으로 공부도 잘하는 순하기만 한 아이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신혜가 배우 황신혜처럼 예뻐 연예계 활동도 많이 했는데 이복동생 둘을 모두 살뜰히 챙긴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던 김신혜를 떠올렸다. “사람이라면 통하는 게 있잖아요. 진짜인가 가짜인가. 거짓말로 나를 속이고 가짜로 우는가. 그런데 날 삼촌이라고 부르며 진심으로 하소연한 게 딱 직감이 오더라. 그럴 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지.” 김신혜는 재심 결정 이후 변호인을 바꿨다. 원래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을 모두 해임했다. 지난 1월 새로 선임된 대한변호사협회 김학자(52) 인권이사는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초 불구속 재판을 권고 사항으로 내렸다. 적절한 방어권를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새 재판부에 기대한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김신혜 19년의 절규, 진실은

    “내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김신혜 19년의 절규, 진실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무기수 김신혜(42·여)씨에 대한 재심 첫 재판이 오는 6일 오후 4시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법원은 재심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몇 가지 위법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장기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확정은 처음이다. 재판부의 정당한 판결이었는지, 억울한 옥살이인지 친아버지 살해범으로 복역해 온 김씨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당초 지난해 10월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김씨 측의 관할법원 이송 신청 등으로 연기됐다. 김씨는 현재 전남 장흥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2000년 용의자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줄곧 자신은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교도소 수감 후 지금까지 모든 노역을 거부하고 있다. 노역을 하면 죄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무죄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기 위해서다. 다시 법정에서 가려질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사건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7일 오전 5시 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외딴 버스정류장 앞 눈발이 내리는 도로에서 김재운(당시 53·완도읍 항동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더구나 3급 지체장애인이라 다리를 심하게 절 정도로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데도 자신의 집과 7㎞ 떨어진 지점이라 일부에선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사고 현장에는 부서진 승용차 라이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시신이 도로 위에서 발견돼 처음엔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겨졌다.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치고는 외상의 흔적이나 출혈이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시신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이 13.02㎍/ml 검출됐다. 경찰은 누군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틀 뒤인 3월 9일 오전 12시 10분쯤 용의자로 당시 23세였던 큰딸 김신혜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성추행이라고 봤다. 사건이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신혜의 이복 여동생이 아버지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김신혜가 자신도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것을 떠올리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사망 보험금도 큰 이유였다. 김신혜가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신혜는 아버지 보험금을 노리고 이날 새벽 1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 30알이 든 술을 ‘간에 좋은 약’이라며 마시게 한 후 함께 드라이브를 했다. 운전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 정류장 앞 도로에 숨진 아버지를 내려놓은 뒤 교통사고처럼 꾸며 현장을 떠났다. 김신혜 고모부가 경찰에 진술했던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했다는 김신혜의 자백을 들었다”고 밝힌 내용도 주요 증거로 삼았다. 김신혜가 오래전부터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데 앙심을 품고 보험금을 얻을 목적으로 저지른 존속 살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2001년 대법원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2심 선고 형량인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친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는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아버지가 성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경찰 조사 당시 김신혜는 친척 어른인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해야 정상참작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 강요를 받았다고 했다. 연극 생활을 하면서 서울에 살던 김신혜는 사건 발생 전날인 3월 6일 오후 6시쯤 렌터카를 타고 고향 완도로 내려갔다. 잠시 머물던 남동생(당시 19세)을 데리고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세 용의자로 지목돼 폭행, 폭언 등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고, 고모부에게 살인을 자백한 적도 없다고 했다. 3월 8일 밤 11시 20분쯤 고모부가 자신을 불러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데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남동생이 감옥 간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허위로 자백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보험도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에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신혜에 따르면 경찰이 종이 한 장을 내놓더니 자신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억지로 잡아 지장을 찍고, 서명을 하라고 닦달할 때도 머리와 뺨 등을 때렸다고 했다. 주민들에게 직접 탄원서를 받으며 구명운동을 했던 김신혜 할아버지 김정길(당시 86)씨는 사건 이후 친척들 도움을 멀리한 채 손수 시장을 봐 음식을 차려 먹으며 ‘억울해서 어떻게 눈을 감냐’ 며 통곡을 하다 2017년 가을 결국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들은 김신혜를 예쁘고 아주 착한 아이로 기억했다. 어렸을 때 부모가 선술집을 했는데 손님이 많았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가 의처증이 있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곤 해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다. 아버지는 다시 결혼해 1남 1녀를 낳았다. 김신혜는 동생들 공부를 시키고 정성스럽게 챙기는 등 가장 노릇을 다했다고 얘기한다.최병정(70·완도읍 정도리) 전 이장은 “숨진 김씨와는 중학교 동창으로 아이들을 잘 안다”고 되뇌었다. 이어 “예쁘기도 하지만 아주 상냥하던 신혜가 범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을 다시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이규병(70)씨는 “마을에선 이구동성으로 공부도 잘하는 순하기만 한 아이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신혜가 배우 황신혜처럼 예뻐 연예계 활동도 많이 했는데 이복동생 둘을 모두 살뜰히 챙긴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던 김신혜를 떠올렸다. “사람이라면 통하는 게 있잖아요. 진짜인가 가짜인가. 거짓말로 나를 속이고 가짜로 우는가. 그런데 날 삼촌이라고 부르며 진심으로 하소연한 게 딱 직감이 오더라. 그럴 애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지.” 김신혜는 재심 결정 이후 변호인을 바꿨다. 원래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들은 모두 해임됐다. 지난 1월 새로 선임된 대한변호사협회 김학자(52) 인권이사는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초 불구속 재판을 권고 사항으로 내렸다. 적절한 방어권를 위해서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새 재판부에 기대한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3·1절 특사 제외된 이석기, 다음달 재심 청구한다

    3·1절 특사 제외된 이석기, 다음달 재심 청구한다

    허위 증언, 배당 조작 의혹 등 재심 사유 20여개 이 전 의원 “재심은 법리적으로 바로잡는 과정” 재심 엄격하게 제한돼...“법적 요건 충족 관건”3·1절 100주년 특별사면 명단에서 제외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다음달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징역 9년형을 선고받고 6년째 수감 중이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측은 28일 “당초 2월 안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와 겹쳐 3월로 미루게 됐다”면서 “남북정상회담 등 추후 일정을 감안해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구명위 측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이 전 의원의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정황이 ‘사법농단 문건’ 등에서 드러났다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해 왔다. 이번 3·1절 특사를 앞두고 이 전 의원의 포함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명단에서 빠졌다. 이 전 의원이 특사 명단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26일 “(부패 범죄에 연루된) 일반 정치인들과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전 의원 사면으로 인한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9월 구속된 이후 약 5년 5개월을 복역해 가석방 조건(형량의 3분의 2 경과)도 충족됐지만 이번 3·1절 100주년 가석방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법무부는 “유명 정치인은 이번 가석방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구명위 측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위해 최종 수단인 ‘재심 카드’를 꺼내들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 각각 재심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고법에는 허위 증언, 재판부 배당 조작 의혹, 대법원에는 비리 판사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선고 일정을 앞당긴 의혹 등을 재심 사유로 제출할 예정이다. 구명위 측은 “재심 사유만 20여개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4년 2월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2부(부장 김정운)은 내란음모·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의원에 대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내란음모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 이후 34년 만이었다. 이후 같은해 8월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부장 이민걸)은 이 전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고, 내란 실행을 합의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내란 선동과 국보법 위반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1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징역 9년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전 의원은 최근 한 매체와의 옥중 인터뷰에서 “사면 복권이 정치적으로 바로잡는 것이라면, 재심은 법리적으로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이 전 의원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현행 법은 재심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판결의 증거가 위조 또는 변조된 것이 증명되거나, 증언 등이 허위로 판명될 때 재심이 가능하다. 무고로 인해 유죄 선고를 받은 경우, 무고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돼야 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심 사유가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재심은 정치적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8개월 아기 때려 숨지게 한 엄마…대법, 징역 10년 확정

    8개월 아기 때려 숨지게 한 엄마…대법, 징역 10년 확정

    생후 8개월 된 아기를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가방에 방치한 엄마에게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아기 엄마는 자신이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는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홍모(40·여)씨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28일 밝혔다. 홍씨에게는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려졌다. 홍씨는 지난해 1월 1일 오전 11시 30분쯤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된 아들의 얼굴 등을 수차례 때리고 머리를 콘크리트 벽에 강하게 부딪히게 하는 등 폭행하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출산을 하게 됐는 데다 전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11세)을 아들과 함께 키우다가 아들이 배밀이나 뒤집기를 하면서 침대에서 자꾸 떨어지면서 울어서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2017년 12월에도 여러 차례 때리고 학대했다. 아기가 숨지자 홍씨는 안방 침대에 시신을 이틀간 방치했다가 여행용 가방에 담아 12일 동안 아파트 베란다에 숨긴 혐의(사체은닉)도 있다. 범행 전에도 홍씨는 아기를 출산한 직후 유기하려다 들통나 경찰에 입건됐다. 또 아들이 숨진 뒤에는 집에 자주 오던 사회복지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아들 또래의 아기를 입양하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다이어트약을 복용해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피해자가 사망한 뒤에도 인터넷에 신생아 폭행사망 사건을 검색하는 등 범행 당시 사물 변별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홀로 두 아이를 키워오면서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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