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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8000억’ 발언 김경재 유죄 확정… 대법 “사실과 달라”

    ‘노무현 8000억’ 발언 김경재 유죄 확정… 대법 “사실과 달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대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2016년 11월과 2017년 2월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노무현도 삼성에서 8000억원을 걷었다. 그때 주모한 사람이 이해찬 총리요, 펀드를 관리한 사람이 이해찬의 형 이해진이라는 사람이다. 그 사람들이 8000억원 가지고 춤추고 갈라 먹고 다 해먹었다”고 연설해 노 전 대통령과 이 의원, 이 의원 형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김씨의 연설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 피해자나 유족들이 큰 정신적 피해를 봤을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일부 내용을 바로 정정하고 사과의 뜻을 표명한 점 등을 고려해 1심이 명령했던 80시간 사회봉사를 취소했다. 대법원도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결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등은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6월 1심은 총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소송은 김 전 총재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한기총 회장에 선관위 주의 조치 “선거법 위반 우려”

    한기총 회장에 선관위 주의 조치 “선거법 위반 우려”

    선관위, 전 목사에 선거법 준수 촉구스트레이트 보도 이후 위법성 검토반복 위반시 선관위 고발 할 수도시민단체, 7일 내란선동 혐의 고발문재인 정권을 종북 세력으로 몰고 대통령 하야까지 주장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달 31일 전 목사에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조치를 내렸다. 지난달 20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전 목사의 발언을 집중 보도한 뒤다. 이날 방송에는 전 목사가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돼. 지금 국회가 빨갱이 자식들이 다 차지해서 말이야”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내용을 교회 성도들 앞에서 발언한 장면이 나온다. 이에 선관위는 자체적으로 사실 관계에 나선 뒤 위법성을 검토하고 전 목사에게 문서로 선거법을 준수해달라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발언들은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으니 조심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어기면, 선관위는 수사 기관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 선거법에서는 교육적, 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에서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전 목사는 이미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한 시민단체는 전 목사를 내란선동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5일 한기총 블로그에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하여 종북화, 공산화돼 지구촌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이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 헌법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는 글을 쓴 게 화근이 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양예원 과도한 소송으로 전과자 양산” 발언한 경찰 업무 배제

    “양예원 과도한 소송으로 전과자 양산” 발언한 경찰 업무 배제

    경찰관, 양씨 변호사에 “댓글 한번에 너무하다”변호사 “판시, 결정례 맞춰 고소한 것”자신을 향해 악성댓글을 단 네티즌을 고소한 유튜버 양예원씨 측에 경찰이 ‘과도한 소송으로 전과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경찰관은 업무에서 배제됐다. 5일 양씨 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조사를 담당하는 (울산 울주경찰서) 경찰관이 전화가 와서는 ‘고소를 몇 건 했느냐’, ‘피의자가 그저 남들 다는 대로 (댓글) 한 번 달았을 뿐인데 너무하지 않느냐’, ‘전과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해당 경찰관에 “고소 대리인이기에 망정이지 고소인이 전화를 직접 받으면 어떤 심경이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판시 사항, 결정례에 맞춰서 고소한 것”이라면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경찰이 피의자 대신 피해자에 전화해 고소 취하를 종용하는 건가” 말했다. 그는 “청문감사실에 정식 항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울산 울주경찰서는 전화를 건 수사관 A씨를 관련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7일 울주경찰서 관계자는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알려주고자 양씨 측에 연락했는데 150여 명을 더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고 ‘악성 댓글 경중을 따져서 고소하는 게 맞지 않느냐, 무리하게 고소하면 전과자가 양산 된다‘는 식으로 의견을 말한 듯하다”면서 “의도와 달리 말이 전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A씨가 양씨에 고소를 취하하도록 종용하거나, 추가 고소를 막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울주경찰서에서는 양씨에 대한 악성 댓글을 작성한 피고소인 1명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비공개 스튜디오 촬영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양씨는 지난 2월 악성 댓글 작성자 100여 명을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현재는 각 사건이 피고소인의 주소에 따라 전국 경찰서에 이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양씨를 성추행하고 노출 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B(45)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묻지마 폭행’ 조울증 환자 2심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영등포서 보도블록 들고 행인들 폭행 “출소 땐 치료 후 사회에 복귀 다짐 약속” 지나가던 행인에게 달려들어 이유 없이 보도블록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등 ‘묻지마 폭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울증 환자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주유비를 내라는 직원을 폭행하고, 인근 공원에 있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발로 차 파손했다. 이어 마주 오던 70대 남성 행인의 눈 부위를 주먹으로 때리고, 택시를 타고는 아무런 이유 없이 보도블록으로 택시기사를 위협했다. 급기야 택시에서 내린 A씨는 50대 남성 행인의 머리를 보도블록으로 내리쳤고 이 남성은 이마 뼈가 골절됐다. 이 모든 범행은 불과 15분 안에 벌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해 감형 사유에 반영하고도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당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면서도 “이 범행은 이른바 ‘묻지마 폭행’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고 일부 피해자는 중상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A씨에게 동종 전력을 포함해 11회의 범죄 전력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정신질환 증세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범행은 A씨가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가 잠시 이뤄지지 못한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며 “A씨의 가족들이 선처를 바라면서 A씨가 출소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도록 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A씨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번에는 사람이 죽지 않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언제 이런 일이 또 발생할지 모른다”면서 “약을 먹지 않으면 본인도 죽이고 가족도 죽인다는 마음을 갖고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교통사고 배상액 산정 때 과거 병력 고려”

    교통사고 피해자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과거 병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는 최근 강모씨 등 2명이 삼성화재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강모(43·여)씨는 2007년 8월 서울 반포대교에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목디스크가 발병해 치료를 받았다. 2009년 7월 복합부위 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은 강씨는 한 달 뒤 가해차량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8억여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CRPS는 신경계 이상으로 아주 미세한 자극에도 신체 여러 곳에 동시다발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1심은 교통사고가 경미했다는 이유로 보험사 책임을 50%로 제한해 약 2억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강씨의 과거 병력 영향은 10%로 판단했다. 2심은 간병비 청구를 기각하면서 보험사 책임을 55%로 제한해 약 2억 300만원으로 배상액을 낮췄다. 다만 강씨의 과거 병력은 고려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강씨는 과거 어깨 윤활낭염과 ‘방아쇠 손가락증’으로 불리는 염증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었다. 과거 병력을 고려해 치료비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원심은 강씨의 과거 병력이 노동능력 상실률에 기여한 정도만 심리하고 치료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심리하지 않았다”며 “원심이 치료비에 관해 과거 병력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것은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병원 난동 부려 벌금형 받은 30대에게 항소심 징역 6월 선고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에게 욕설하며 난동을 부려 벌금형을 받은 30대 남자에게 항소심이 형량을 높여 징역 6월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박병찬 부장)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1심의 벌금 500만원 선고를 파기하고 이같이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반성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형량을 결정했다”고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판단이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응급의료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는 범죄로 엄벌이 필요하다”며 “소년보호처분 등 수차례 처벌 받고 누범 기간 중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가볍다”고 밝혔다. A 씨는 2017년 11월 25일 오전 6시 20분쯤 충남 천안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실에는 보호자 한 명만 들어올 수 있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화가 나 욕설을 하며 20여분간 난동을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조현병 치료 거부하고 시민·경찰 폭행 30대男 실형

    조현병 치료 거부하고 시민·경찰 폭행 30대男 실형

    나체로 5분간 거리 돌아다니기도1심 “이유 없이 약 복용 거부, 선처 무의미”2심 “조현병 심신미약 감안”…2개월 감형약 복용 거부 등 조현병 치료를 거부한 채 길 가던 무고한 시민을 마구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관까지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2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 미약인 점을 감안해 형량은 줄여 줬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상해, 공무집행방해,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조현병을 앓던 A씨는 2017년 12월과 2018년 2월 우연히 마주친 시민을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경찰관에게도 욕설하고 뺨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9월에도 나체로 거리를 5분간 돌아다닌 혐의도 받았다. 앞서 공무집행방해죄와 강제추행죄로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1심은 “조현병이 사건 원인으로 보이지만 A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약 복용을 거부하는 등 치료 의지가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선처는 무의미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가 형이 무겁다며 항소한 2심에서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관 지시에 응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질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조현병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상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내 사진이 쇼핑몰 광고로…법원 “저작물 해당 안 돼”

    내 사진이 쇼핑몰 광고로…법원 “저작물 해당 안 돼”

    #원고 vs 피고: 쇼핑몰 구매고객 A씨 vs 쇼핑몰 운영업체 B사 A씨는 2017년 10월 B사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패딩점퍼를 구입한 뒤 패딩을 입고 찍은 사진을 얼굴 부분은 가린 뒤 고객 후기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사흘 뒤 B사는 회사 페이스북 계정에 “3주밖에 안 됐는데 벌써 리얼후기 160개…인기 많은 자체 제작 패딩”이라는 문구와 함께 A씨의 사진을 포함한 16장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A씨는 자신의 사진이 무단으로 도용됐다며 B사에 3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A씨는 쇼핑몰 약관에 ‘약정에 따라 이용자에게 귀속된 저작권을 사용하는 경우 이용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도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사진을 사용해 저작권과 초상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은 1, 2심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A씨가 찍은 사진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2심인 의정부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조규설)는 지난 4월 판결에서 “원고의 사진은 구매 후기 게시판의 특성상 상품인 옷을 구매한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 촬영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구체적 촬영 방법인 카메라의 각도나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촬영 시점의 포착 등에 있어 원고의 개성이나 창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초상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초상권으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공표된 신체적 특징으로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원고 사진 속에 드러난 신체만으로 통상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속에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없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판결은 지난달 30일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면담·관찰·뇌 검사까지… ‘가짜’ 심신장애, 한 달이면 들통난다

    면담·관찰·뇌 검사까지… ‘가짜’ 심신장애, 한 달이면 들통난다

    검사 병동에선 치료 아닌 감정에 초점 약물투여 최소화… 위험상황 발생 많아 ‘PC방 살인’ 김성수·이영학도 정신감정 일반병동엔 심신장애 판정 피고인 수용 확정 판결 후 치료 받아 상대적으로 안정 배구대회·제빵 등 직업훈련 프로그램도‘서OO, 5월 3일, 주치의 OOO.’ 지난달 3일 충남 공주치료감호소 검사병동. 간호사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흰색 칠판에는 정신감정 유치자 31명의 이름과 입소 일자, 담당 주치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공주치료감호소는 수사와 1~2심 재판 과정에 있는 피의자 및 피고인의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병동과 확정 판결을 받은 심신장애 범죄자 등을 치료하고 수용하는 일반병동으로 나뉜다. 검사병동 칠판에 적힌 유치자 명단을 살펴보니 불구속 상태인 유치자 옆에는 빨간색 표시가, 뇌전증(간질)을 앓는 유치자 옆에는 ‘간질’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날 입소한 서모(58)씨의 이름도 있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서씨는 지난 4월 친누나를 살해한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위층 할머니를 살해한 뒤 “내 머리에 할머니가 들어와 고통스럽다”고 횡설수설한 10대 남성도 전날 들어왔다. 2017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지난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범인 김성수도 이곳을 다녀갔다. 김성수가 와 있을 당시에는 심신장애 감경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절정에 달하면서 감정 인원(63명)도 크게 늘었다.이곳에서의 한 달은 유치자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정신감정 결과, 심신상실 판정이 내려지고 법관이 이를 받아들이면 무죄가 선고된다. 사물분별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하다는 판단(심신미약)이 내려져도 형을 감경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정신감정 결과가 재판 과정에서 심신장애 여부를 다툴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감정의와 유치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의사는 속지 않으려 하고, 유치자는 가급적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 한다. 정신감정에서는 주치의의 면담과 행동 관찰이 주를 이루지만, 다른 검사도 실시된다. 신경매독, 염색체 이상 등으로 뇌에 문제가 생겨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가 아닌 정확한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약물 투여는 최소한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자제를 못하고 말썽을 피우는 유치자들도 있다. 위험 상황이 발생해 비상벨이 울리는 횟수도 한 달에 6~7건에 이른다. 난동을 피우면 일단 ‘독방’으로 불리는 보호실로 격리된다. 이날 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한 유치자는 복도에서 원형을 그리며 뱅뱅 돌기만 했다. 또 다른 유치자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옆에 있던 유치자 얼굴에 주먹을 갖다 대는 시늉을 했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유치자들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치료감호소 관계자는 “자살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은 신경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검사병동과 한 건물에 있는 일반병동에는 ‘심신장애 판정’(1호 처분)을 받은 환자들이 수용돼 있다. 확정 판결을 받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라 상대적으로 안정돼 보였다. 운동장에서는 배구 대회가 진행 중이었다. 9명씩 한 팀을 이뤘는데 부상이 염려될 정도로 치열했다. 병동마다 천막에 ‘아자아자~용기 백배’ 등 응원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도 걸어 놓았다. 우승팀에 주어질 트로피도 준비돼 있었다. 배구 대회 때문에 1호 환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인 제과·제빵 실습실은 텅 비어 있었다. 실습실에서 만난 강사는 “해마다 20여명이 자격증을 취득한다”며 뿌듯해했다. 필기시험 합격률은 30~40%에 그치지만, 실기시험 합격률은 80%에 달한다고 한다. 외부로 나가 실기시험을 치를 수 없다 보니 이곳에서 ‘홈그라운드 이점’을 톡톡히 활용하는 셈이다. 영치금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봉투 작업이 인기다. 쇼핑백을 만드는 일인데, 1시간에 400원을 번다. 구멍을 뚫고 핀을 박는 ‘난도’가 높은 작업은 시간당 1100원. 기술이 요구돼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한다. 1호 환자를 돌보는 직원들에게도 애환은 있다. 특히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환자를 대하는 게 쉽지 않다.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약을 바꿨다고 경찰에 고소한 환자도 있다. 그래도 직원들은 퇴원한 환자로부터 “고마웠다”는 전화를 받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공주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KAL기 폭파 ‘무지개 공작’ 안기부 문건 전체 공개하라”

    항소심 “30년 넘어 외교관계 영향 없어”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직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작성한 ‘무지개 공작’ 문건 전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 이승영)는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국정원을 상대로 “‘대한한공 폭파 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 문건 중 비공개 부분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무지개 공작’은 KAL기 폭파 사건이 북한의 테러 공작임을 폭로해 당시 대선 환경을 여권에 유리하게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립됐다. 피해자 유족들은 ‘무지개 공작’이 사건 발생 3일 만에 계획됐다는 점에 의구심을 드러내 왔다. “김현희와 김승일을 체포한 바레인 경찰조차 이들의 신원을 모르던 때에 이미 김승일이 북한과 연결됐다는 내용이 문건에 담겨 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다. 앞서 2007년 국정원은 총 5쪽 분량 중 공작의 목적이 담긴 부분을 포함해 2쪽만 공개했다. 나머지는 개인 실명이 거론되고 안기부 조직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비공개했다.비공개 부분에는 김현희 등 체포 경위와 체포 전 행적, 폭파범이 북한과 연계된 인물이라고 판단한 근거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국가 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국정원의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2심은 “이 문건은 KAL기 폭파 사건을 대선에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 아래 작성된 것”이라면서 “비공개 정보가 국가 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수집·작성된 정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작성 후 30년이 넘어 이를 공개하더라도 외교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사거리 좌회전 후 직진’ 사고, 1심 무죄→2심 유죄 된 이유

    ‘사거리 좌회전 후 직진’ 사고, 1심 무죄→2심 유죄 된 이유

    4거리에서 좌회전하다 차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맞은편 차를 들이받은 사고를 놓고 1심과 항소심의 판결이 엇갈렸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윤성묵 부장)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준법 운전 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A씨가 사고 당시 비정상적으로 운전하다 정면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한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교통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사고 직후 피해 여부 확인 등 통상적인 조처를 하지 않은 만큼 도주죄가 인정된다. 피해자들이 비교적 가볍게 다쳤다고 해도 사고를 내고도 도주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관련 법으로 볼 때 도주죄는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알고도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구호를 받아야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는지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7월 20일 오후 10시 55분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사거리를 지나던 중 좌회전 차로에 잘못 진입했다 차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중앙선을 침범, 반대편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B(26)씨의 승용차 왼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와 동승자 1명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으나 A씨는 사고 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법원 “KAL기 폭파 ‘무지개공작’ 안기부 문건 추가 공개하라”

    법원 “KAL기 폭파 ‘무지개공작’ 안기부 문건 추가 공개하라”

    사건 사흘만에 김현희 등 북한 연계 판단 내용법원 “30년 넘어 외교관계 부정적 영향 없어”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직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폭파 주범 김현희와 북한의 연계 여부 등 정보를 수집한 문건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 이승영)는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대한항공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공작(무지개공작)’ 문건 중 비공개 부분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무지개공작’이란 KAL기 폭파사건 이후 안기부가 이를 당시 대통령 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계획한 것으로, 사건이 발생한 1987년 11월 29일로부터 사흘 뒤인 12월 2일 수립됐다. 2007년 국정원은 총 5쪽 분량의 공작 문건 중 2쪽을 공개했지만 나머지 3쪽은 개인 실명이 거론되는 데다 당시 안기부 조직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비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KAL기 폭파사건이 북한의 공작임을 폭로해 대선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소송 과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비공개 부분에는 KAL기 폭파에 관여한 김현희와 김승일(사고 직후 음독 사망)의 체포 경위와 체포 전 행적 등이 담겨 있었다. 또 김승일이 사용한 가명 ‘하치야 신이치’의 일본 내 실존 인물에 대한 진술과 관련한 인물 정보, 폭파범이 북한과 연계된 인물이라고 판단한 근거 등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기구나 북한 동맹국에 대한 협조 요청 방안 등 해외 홍보 전략, 자료 수집을 위한 타국 정보기관과의 협력 내용 등도 수록됐지만 비공개 처리됐다. KAL기 폭파사건 유족들은 이에 대해 “김현희와 김승일을 체포한 바레인 경찰조차 신원을 모르던 때에 이미 김승일이 북한과 연결됐다는 내용이 문건에 담겨 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면서 이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1심은 “타국 정보기관의 동의 없이 이를 공개하면 외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를 비공개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러한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안기부가 해당 정보를 타국 정보기관 등의 협조를 통해 수집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정보 취득 경위가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면서 “문건 작성 이후 30년이 넘게 지나 공개하더라도 해당 국가와 외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국가안보·국방·통일·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없고, 여전히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고 볼 만한 내용도 없다”면서 “공개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대법 “교복차림 성행위 애니도 음란물”

    대법 “교복차림 성행위 애니도 음란물”

    애니메이션이라도 교복을 입은 여자 아동·청소년이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있다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이 아동·청소년인지에 대해서는 극중 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재형)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74)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2013년 2차례에 걸쳐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에 교복을 착용한 여자 아동·청소년이 남자와 성행위를 하는 내용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재판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교복을 입은 여성이 ‘아동·청소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제한하고 있는데, 일본 학제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생은 아동·청소년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2심은 “각 등장인물의 외관이 19세 미만의 것으로 보이고, 극중 설정에 관해 보더라도 고등학교 2학년생이 등장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의 판단 기준을 설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불법 정치자금’ 이우현 7년형 확정… 의원직 상실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 등에게 공천헌금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우현(62·경기 용인갑) 자유한국당 의원이 징역 7년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 의석은 114석에서 113석으로 줄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1억 6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6억 9200만원의 추징 명령도 확정했다. 이 의원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남양주 시장으로 출마하려던 공명식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으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5억 5000만원을 받는 등 19명의 지역 정치인과 사업가들에게 모두 11억 81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철도시설공단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공사 수주 청탁 등과 함께 1억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1·2심은 이 의원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치자금과 관련해 부정을 방지해 민주 정치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불법 정치자금 1000만원이 추가로 유죄가 인정돼 추징금이 6억 8200만원에서 6억 9200만원으로 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뇌물이 아니라 후원금을 받은 것이고 일부 정치자금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형이 너무 무겁다고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한국당은 최경환(구속)·원유철·홍문종·홍일표·권성동·황영철·김재원·염동열·이완영·이현재·엄용수 의원 등도 재판을 받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법원이 토렌트 불법촬영물 공유파일 유포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

    법원이 토렌트 불법촬영물 공유파일 유포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

    불법촬영 범죄 처벌 대상이 확대되기 전의 성폭력처벌법으로는 파일공유 서비스 토렌트를 통해 원본이 아닌 불법촬영물 공유파일을 유포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검찰이 현행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면 유죄 가능성도 있었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3부(부장 남재현)는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0)씨 항소심에서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토렌트에서 음란물 5만 3000여건을 배포하고(정보통신망법 위반), 타인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영상물(불법촬영물) 41건을 유포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음란물·불법촬영물 유포 행위를 모두 유죄라고 인정한 1심과 달리 음란물 유포는 유죄로, 반면 불법촬영물 유포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은 정보통신망법과 달리 촬영물 자체(원본)를 유포했을 경우만 처벌한다”면서 “불법촬영물 파일을 토렌트에 게시해 간접적으로 촬영물을 유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공유파일 제공만으로 촬영물을 유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A씨가 유포한 불법촬영물 공유파일이 음란물 또는 불법촬영물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이 불법촬영물 공유파일 유포 혐의를 음란물을 다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면 유죄 가능성도 있었지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무죄로 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이 지난해 12월 시행되면서 불법촬영 범죄 처벌 대상이 ‘촬영물’에서 ‘촬영물 또는 복제물’로 확대됐다. 하지만 A씨 범행은 지난해 12월 이전에 저지른 범죄라서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대생 내란음모’ 故 조영래 변호사 47년 만에 무죄

    ‘서울대생 내란음모’ 故 조영래 변호사 47년 만에 무죄

    고(故) 조영래 변호사가 박정희 정권에서 겪은 시국사건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재심에서 4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삶을 쓴 ‘전태일 평전’의 저자이기도 한 조 변호사는 한국의 대표적 인권변호사로 불린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변호사의 재심에서 과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불법 체포돼 고문에 의해 진술했고, 진술 외의 나머지 증거들을 봐도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는 조 변호사의 아내 이옥경씨가 출석해 작고한 남편이 반세기 만에 혐의를 벗는다는 설명을 대신 들었다. 중앙정보부(중정)가 1971년 발표한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은 당시 사법연수생이던 조 변호사와 서울대생이던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이신범 전 의원,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등 5명이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내용이다. 중정은 이들이 학생 시위를 일으키고 사제 폭탄으로 정부기관을 폭파하는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며 김근태 전 고문을 수배하고 조 변호사 등 4명을 구속했다.재판에 넘겨진 조 변호사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유족의 청구로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신범 전 의원과 심재권 의원 등은 지난해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조 변호사는 1984년 망원동 수재민 사건 집단소송, 1986년 여성조기정년제 철폐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1987년 상봉동 진폐증 사건 등의 변론을 맡아 노동· 빈민·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데 앞장섰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삶을 기록한 전태일 평전을 써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는 1990년 12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부산 법원, 공유파일 유포... “음란물 유죄·몰카 무죄” 판결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토렌트(torrent)에 음란물 위치 정보 등이 담긴 공유파일 유포는 유죄, 타인 신체를 촬영한 ‘몰카’ 유포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과 성폭력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20)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란물 유포는 유죄,몰카 유포는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9월까지 토렌트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음란물 5만3000여건을 배포하고(정보통신망법 위반),비슷한 시기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불법 영상물(일명 몰카) 41건을 유포한 혐의(성폭력방지 특별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심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영상물 외에 부호·문언·음향·화상 등을 배포,판매,임대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며 “A씨가 배포한 음란물 공유 파일은 음란한 부호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성폭력방지 특별법상 몰카는 정보통신망법과 달리 촬영물 자체를 유포했을 경우만 처벌 대상”이라며 “몰카 토렌트 파일을 게시해 간접적으로 촬영물을 유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파일 제공만으로 촬영물을 유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대법 “교복 차림 성행위 애니메이션은 청소년 이용 음란물 맞다” 첫 판단

    대법 “교복 차림 성행위 애니메이션은 청소년 이용 음란물 맞다” 첫 판단

    교복을 입은 등장인물이 성행위를 하는 애니메이션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 동안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남아 있던 혼선이 대법원 판례로 정리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7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박씨는 2013년 2월과 5월에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2건을 인터넷 웹하드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을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한다. 1, 2심은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의 외관이 19세 미만인 것으로 보이고, 극 중 설정도 아동·청소년에 해당한다”면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만 그 동안 하급심에서는 비슷하게 앳된 남녀 캐릭터의 성행위를 묘사한 애니메이션을 게재한 혐의에 대해 아청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도 나오곤 했다.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지’라는 기준이 모호한 만큼, 실제로 아동·청소년이 직·간접으로 관여된 경우에만 처벌 대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아청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혼선이 남아 있던 가운데, 대법원은 유죄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5년 6월 아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할 수 있거나 이들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면서 허구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애니메이션 제작·유통업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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