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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준호 “‘유감스러운 도시’ 속편 계획 없다”

    정준호 “‘유감스러운 도시’ 속편 계획 없다”

    배우 정준호가 2년 만에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로 관객들을 만난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감독 김동원ㆍ제작 주머니엔터테인먼트)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준호는 “속편 제작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정준호는 “영화 끝부분에 제가 연기하는 장면에서 속편이 나올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감독님이나 배우들도 속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 감독님께서 워낙 신경을 많이 쓰셨다.”며 “아쉬운 것도 많지만 좋은 평가를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시사회 전 무대인사에서 그는 “한국 영화가 정말 어렵다. 우리 영화를 통해서 한국영화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작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투사부일체’, ‘공공의 적 2’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온 정준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특수 임무를 맡게 된 교통 경찰 장충동 역할을 맡았다. 교통경찰에서 조직원까지 전혀 다른 캐릭터를 넘나들며 변신을 꾀한 그는 영화를 위해 40개의 청테이프로 1시간 동안의 수작업 끝에 벽에 2시간 동안 공중부양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한편 경찰에서 건달로 위장 잠입한 장충동(정준호 분)과 건달 조직에서 경찰로 잠입한 이중대(정웅인 분)의 대결을 그린 범죄 액션 코미디 ‘유감스러운 도시’는 2009년 1월 22일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 사진=유혜정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남아공월드컵] “사우디 울렁증 이번엔 없다”

    “사우디 울렁증을 반드시 털어내고 돌아오겠다.” 허정무(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이 11일 밤 11시55분 인천공항을 통해 첫 사막 원정길에 올랐다. 지난 9월10일 북한과의 ‘상하이 대첩’을 치른 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상암벌경기에 이어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펼치는 아시아 최종예선 B조 세 번째 경기(20일 새벽 1시35분). 내년 2월 이란과 6월 UAE 등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진출을 위해 반드시 헤쳐나가야 하는 사막 원정의 첫 걸음이다. 첫 기착지는 15일 새벽 1시 평가전을 치르게 될 카타르의 도하. 허 감독은 지난 10일 대표팀을 소집한 뒤 “19년 동안 넘지 못한 사우디의 벽을 반드시 깨뜨리겠다.”고 선수들에게 공언한 터. 이날 출국을 앞두고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남짓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컨디션을 조절한 대표선수들의 표정에서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감에 찬 모습들이었지만 여기에 희소식까지 날아들어 장도를 앞둔 태극전사들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사우디의 골잡이 야세르 알 카타니(26·알 힐랄)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1989년 10월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2-0으로 이긴 이후 6차례 만나 3무3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해 ‘사우디 울렁증’에 고생하고 있는 한국은 ‘킬러’ 알 카타니에게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던 터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는 11일 “사우디 공격수 알 카타니의 한국전 출장이 힘들 것 같다.”면서 “지난 9일 대표팀 훈련 도중 사타구니 부근을 다쳤으며 검사를 위해 독일로 건너갔다.”고 전했다.AFC는 또 “알 조하르 감독은 알 카타니를 대체할 공격수로 살레흐 바시르(알 이티파크)를 추가했다.”고 덧붙여 사실상 알 카타니의 한국전 출장은 물건너 갔음을 시사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도심 건물 부수는 극한의 승부사들

    도심 건물 부수는 극한의 승부사들

    ‘철거’하면 단순히 건축물을 부숴 없애는 작업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엄밀히 철거는 새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거치는 최초의 건축과정이다.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난이도의 도전이기도 하다.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오후 10시40분에 방영되는 EBS ‘극한 직업-철거’는 서울 도심의 건물을 안전하게 철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철거전문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프로그램이 찾아간 곳은 47년 된 상가의 철거 현장. 서울 이태원동의 상가밀집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콘크리트 부식이 심해 붕괴 위험이 다분하다. 썩은 2층 나무바닥은 툭툭 치기만 해도 내려앉고, 뜯어낸 천장에서는 검은 먼지가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2시간마다 방진마스크를 교체해야 할 만큼 숨이 막히는 상태. 게다가 먼지가 바깥으로 조금이라도 날리면 곧바로 주변 상가에서 항의 민원이 들어온다. 이처럼 도심 한복판, 특히 상가 밀집지역을 작업자들이 꺼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건물 완파를 하루 앞둔 풍경은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장비를 동원한 건물 완파는 낙하물이 튀어나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건물 사이에 4m짜리 함석 패널을 설치한다. 완파 전날, 작업자들은 밤늦도록 현장을 떠날 수가 없다. 전체 건물을 철거하는 완파작업에는 특수 장비가 동원된다. 집게 모양의 크러셔가 바로 그것. 크러셔는 마치 공룡이 먹이를 삼키듯 콘크리트 벽을 잘게 부수고, 톱날로 철근까지 끊어낸다. 부식된 콘크리트가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먼지는 2대의 살수기로 물을 뿌려야 가라앉을 만큼 엄청나다. 크러셔가 몇 번 내려치면, 건물은 폭격을 맞기라도 한 듯 폭삭 주저앉는다. 2층 건물의 옥탑 철거를 앞두고 작업자들은 통행을 차단하고 골목길의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벽돌로 이뤄진 상판은 튼튼하지 못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도 상판이 흔들리고, 벽돌 파편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경력 27년차의 조병익 기사가 팔을 걷고 상판을 부수기 시작한다. 철거현장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철거는 힘들고 위험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일”이라고.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환경 속에서 또다른 창조를 위해 발판을 만드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극한의 승부사들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Beijing 2008] ‘줌마 러너’의 반란

    무명의 노장 루마니아의 콘스탄티나 토메스쿠(38)가 베이징올림픽 여자 마라톤에서 또 하나의 이변을 연출했다. 토메스쿠는 17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광장을 출발해 주경기장 궈자티위창까지 총 42.195㎞ 코스에서 벌어진 레이스에서 2시간26분44초로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이로써 토메스쿠는 올림픽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최연장자가 됐다. 토메스쿠는 200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에 오른 것이 최고인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하지만 그는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 보유자 폴라 래드클리프(35·영국), 우승 0순위로 지목됐던 저우춘슈(30·중국), 올시즌 기장 좋은 기록(2시간22분38초)을 낸 장잉잉(18·〃) 등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토메스쿠는 레이스 초반 선두권으로 치고 나온 뒤 32㎞ 지점부터는 독주를 펼쳤다. 그는 우승 후 “나이를 먹으면서 갖게 된 경험이 도움이 됐다.”면서 “많은 레이스를 펼쳐봤고 그 과정에서 달리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2위 캐서린 은데레바(36·케냐)는 막판 놀라운 스퍼트로 2시간27분06초를 기록, 은메달을 땄다. 저우춘슈는 2위보다 1초 늦게 들어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한국 3총사는 20위권 이하로 처지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은정(27·삼성전자)은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26분17초)에 크게 못 미치는 2시간33분07초로 25위에 머물렀다. 채은희(26·수자원공사)와 이선영(24·안동시청)은 각각 2시간38분52초,2시간43분23초로 53,56위에 그쳤다. 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 [Beijing 2008] ‘마린보이’ 어제와 오늘

    [Beijing 2008] ‘마린보이’ 어제와 오늘

    “태환아, 넌 역사를 새로 썼다.” 박태환(19·단국대)이 막판 치열하게 따라붙은 장린(중국)과 라슨 젠슨(미국)을 따돌리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노민상(52) 수영대표팀 감독의 얼굴엔 굵은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지난 2월27일 싱가포르에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 이날 결선까지 분 단위로 ‘금빛 프로젝트’를 깨알같이 적어 놓았던 그다. 전날 밤 “금메달을 못 따면 어떡하느냐.”고 묻는 박태환에게 노 감독은 “결과가 어떻든 한국 수영의 새 역사를 쓰는 거다.”고 다독거렸다. 그리고 박태환은 마침내 노 감독의 말대로 역사를 바꿨다. 힘차게 휘두르는 ‘금빛 스트로크’ 하나하나가 한국 수영의 역사 한 줄, 또 한 줄이었다.4년 전 박태환은 아테네올림픽 선수단 가운데 최연소로 첫 올림픽 무대에 섰다. 그러나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제대로 쓴 맛을 봤다. 너무 긴장한 탓에 준비 구령소리에 그만 물로 뛰어들고 말았다.15세의 나이에 당돌하게 도전한 올림픽 첫 출발대에서 실격, 팔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실격당했다.2시간여 동안 화장실에 틀어박혀 나오지도 못하고 눈물만 쏟아냈다. 그러나 쓴 약은 몸에 이로운 법. 그에게 아테네의 처절했던 경험은 ‘베이징 신화’를 일구기 위한 ‘보약’이었다. 아테네올림픽 직후부터 박태환은 재도전을 시작했다. 그 해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쇼트코스) 자유형 1500m에서 준우승으로 제대로 된 이름 석자를 세계 무대에 알린 뒤 이듬해 몬트리올 세계수영선수권, 전국체전, 마카오 동아시안게임 등에서 한국신기록을 무려 8개나 쏟아내며 세계 무대를 향해 한 발씩 걸음을 내디뎠다. 2006년 8월 범태평양선수권에서는 아시아신기록을 2개나 작성하며 금 2개와 은 1개를 거머쥐었다.12월 도하아시안게임 3관왕(200·400·1500m)의 상승세는 세계를 향한 도약대였다. 지난해 멜버른 세계선수권 400m에 나선 박태환은 그랜트 해켓(호주)을 꺾고 정상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제 올림픽 정상을 노크할 시간.1989년 9월27일 박인호(58), 유성미(51)씨의 1녀1남 중 둘째로 태어나 천식을 고치기 위해 7세 때 처음 물에 뛰어들었던 박태환은 4년 전 아테네의 악몽을 곱씹는 듯 10일 자유형 400m 결선의 물살을 힘차게 가르기 시작했다. 7차례 반환점 벽을 발로 차낼 때마다 지난 4년 동안의 땀과 눈물까지 함께 차냈을 터. 불협화음 끝에 재회한 ‘노민상 선생님’과 함께한 지난 24주 동안의 시간도 물에 술술 풀어헤쳤다. 터치패드를 찍은 박태환은 전광판을 바라봤다. 커다랗게 쓰여진 3분41초86. 이언 소프(호주)의 세계 기록과 올림픽 기록에 각각 1.78초와 1.27초 못미치는 기록이지만 박태환은 분명히 수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아시아 선수로는 72년 만에 올라선 남자 자유형 올림픽 정상이었다. 베이징 올림픽특별취재단
  • [Beijing 2008]황금 주말 첫메달이 궁금하다

    [Beijing 2008]황금 주말 첫메달이 궁금하다

    ● 민호 메치고 찬미 쏘고 운명의 날이 밝았다.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체중 감량에 실패한 탓에 동메달에 머무르며 피눈물을 흘렸던 유도 남자 60㎏급의 최민호(28·한국마사회)에게 9일은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다. 결승이 오후 6시부터 열려 첫 금메달의 영광은 사격의 김찬미에게 내줄지도 모르지만, 최민호에겐 메달 색깔이 중요할 뿐 순서는 큰 의미가 없을 터. 최민호는 9일 낮 12시(현지시간)부터 예선을 시작한다. 대진운은 좋지도, 그렇다고 나쁜 편도 아니다. 전날 조추첨에 따라 최민호는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2회전에서 미겔 앙헬 알바라킨(아르헨티나)을 만난다. 비교적 무난한 상대여서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대목. 예상대로 8강에서 맞붙게 된 일본의 히라오카 히로아키와의 한 판이 메달 색깔을 결정할 전망이다. 남은 변수는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됐느냐다. 최민호는 출국 직전 오른쪽 새끼발가락 염증이 재발했다. 출국 직전 응급치료와 베이징 도착 이후 꾸준한 치료로 통증은 사라지고 부기도 빠졌다. 다만 경기 당일 상대와의 격렬한 신체 접촉과정에서 재발할 우려가 있는 데다 이를 자꾸 의식하게 되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8일 오전 베이징 슈팅레인지홀. 결전의 순간이 임박했지만 사대에 올라선 그의 표정과 방아쇠에 걸린 손끝에선 흔들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9일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노리는 김찬미(19·기업은행)가 주인공. 김찬미는 9일 오전 9시30분 48명이 나서는 본선(40발·만점 400점)에 출전,8위 안에 진입할 경우 본선 성적을 안고 2시간 뒤 시작하는 결선(10발·만점 109점)에 나서 첫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종합대회 첫 메달의 압박은 사격 국가대표들에게 숙명과도 같은 것. 엄청난 중압감 탓에 베테랑도 총끝이 흔들려 메달을 놓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여갑순(34·대구은행)이나 시드니올림픽 깜짝 은메달의 주인공 강초현(26·갤러리아) 모두 메달 획득 당시 18세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자신만만하게 방아쇠를 당길 수 있어 메달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번 대회에선 김찬미가 여갑순과 강초현의 뒤를 이을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 스무살도 채 안 됐지만 김찬미의 실력은 이미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아테네올림픽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인 중국의 두리(27)에게 딱 1점 차 뒤진 2위에 올랐을 정도. 베이징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태환·양궁효녀 나서고 4년 전 아테네에서 실격의 쓴잔을 들었던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9일 저녁 8시28분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벌어지는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올림픽 수영 사상 첫 금메달 시동을 건다.5개 조로 나눠진 예선에서 박태환은 3조 4번 레인을 따라 물살을 가른다. 세계 랭킹 1위 그랜트 해켓(호주)이 마지막 5조 4번 레인을,2위 라슨 젠슨(미국)이 4조 4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박태환의 바로 옆 5번 레인에는 세계 6위이자 한때 그의 라이벌이었다가 지금은 경쟁에서 멀어진 장린(중국)이 기회를 노린다. 올림픽을 앞두고 해켓의 전 코치를 영입, 박태환의 기록에 근접하는 등 열을 올리고 있지만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니란 분석. 박태환으로선 8명이 나서는 10일 결선 진출을 위한 페이스와 전략 조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상위 랭커보다 먼저 경기를 치르는 탓에 함부로 힘을 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양궁이 10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열리는 여자 단체전 8강전을 시작으로 금메달 싹쓸이에 도전한다. 특히 여자 단체전은 88 서울올림픽 이후 5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는 효녀종목이다. 믿음이 큰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4엔드 6발씩 24발을 쏘는 단체전에선 주현정(26)-윤옥희(23)-박성현(25) 순으로 나선다. 과감하게 활을 쏘는 게 장점인 맏언니 주현정이 궂은 일을 맡게 되는 셈이다. 한국선수단 ‘비장의 무기’ 윤진희는 역도 여자 53㎏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중국의 라이벌 리핑(20)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윤진희가 장미란보다 먼저 금메달을 목에 걸지 기대된다.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에는 이호림(20), 김윤미(26)이 과녁을 정조준한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금메달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다. 아테네 대회에서 덴마크와 두 차례 연장전 끝에 승부던지기에서 무릎을 꿇은 여자 핸드볼은 9일 오후 4시45분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러시아와 맞붙는다. 전급들은 36세의 오성옥 등 30세를 넘긴 노장들이 대다수. 반면 러시아는 주전 피봇 록사카 로멘스카야가 32세로 가장 나이가 많고 여자 핸드볼 선수 중 최장신인 200㎝의 골잡이 옐레나 폴레노바는 25세의 펄펄 뛰는 나이. 전력과 체격, 나이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열세다. 하지만 한국은 노련함과 투지를 조화시켜 러시아의 벽을 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병규 유영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오늘의 한국경기 (한국시간) ■ 배드민턴 남녀단식 64강(이현일 등 오전 10시) ■ 펜싱 여 사브르 개인(김금화, 이신미 오전 11시) ■ 사이클 남 개인도로 결승(박성백 낮 12시) ■ 유도 여 48㎏(김영란 오후 1시) ■ 사격 남10m공기권총 결승(진종오 등 오후 1시) ■ 역도 여 48㎏ 결승(임정화 오전 11시) ■ 농구 여 예선 러시아전(오후 5시45분) ● 내일의 한국경기 (한국시간) ■ 사이클 여 개인도로 결승(구성은 등 오후 3시) ■ 펜싱 남 에페 개인전(김승구 등 오전 10시) ■ 핸드볼 남 예선 독일전(오후 4시45분) ■ 하키 여 예선 호주전(오후 7시) ■ 유도 여 52㎏(김경옥) 남 66㎏(김주진 이상 오후 1시) ■ 테니스 남 단식 1라운드(이형택 오전 11시30분)
  • “가족과 함께 연극 한편 어때요”

    “가족과 함께 연극 한편 어때요”

    노동자의 날, 주말, 어린이날이 맞물린 5월의 첫주. 긴 연휴를 보낼 관객들에게 1∼2월 춘궁기를 넘어선 공연계의 ‘물 오른´ 수작 세 편을 소개한다. #서울살이 시름 날려요,‘빨래’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뮤지컬 ‘빨래’(작·연출 추민주)는 창작 뮤지컬의 한계로 흔히 지적되는 이야기와 노래의 부족함을 착실히 실력으로 채운 수작이다. 이야기 설계도는 정밀하고 20곡의 창작곡들은 유려한 멜로디를 지니면서도 힘의 강약 조절이 분명하다. 한국을 ‘무지개’로 알고 찾아온 몽골 청년 솔롱고(무지개라는 뜻)와 강원도에서 상경한 서점직원 나영은 서울살이 5년째인 가난한 청춘. 어색한 첫인사만큼이나 서먹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만져 주며 하나가 된다. 극은 구질구질한 빨랫감을 산뜻하게 빨아 말리듯, 산동네 셋방살이 인생들의 비루함과 비애를 생활밀착형 유머와 정겨움으로 세탁했다. 마흔 다 된 지체장애 딸을 키우는 주인 할머니의 진한 모성애가 눈물겹고, 육탄전을 일삼으면서도 금세 헤죽거리는 과부와 홀아비의 사랑도 곰살맞다.8월 17일까지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02)6083-1775 #부모님 모시고,‘벽속의 요정’ 배우 김성녀의 연기는 그의 연기인생 30년을 파노라마처럼 굽어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원작 후쿠다 요시유키·연출 손진책)에서 50년간의 세월을 2시간 20분 동안 1인 32역으로 휘몰아치는 모습이 꼭 그렇다.2005년 초연돼 지난 3년간 김성녀의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은 ‘벽 속의 요정’은 1950년대 말 이념의 한복판에 있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좌우익 이념 대립에서 반정부인사로 몰린 아버지는 벽 속에 피신해서 숨어 산다. 행상으로 밥벌이를 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벽 속의 요정’이 있다고 믿게 한다. 아이는 서서히 요정이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결혼을 해서야 벽 속에서 나오게 된 아버지. 벽 속에서 나와 짧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와 같은 나이가 된 딸은 어느날 벽 속에서 무슨 소리를 듣게 된다. 섬세한 짜임새와 깊은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극. 새달 5∼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747-5161 #아이들 데리고,‘더 패밀리’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1968년 슬라바 폴루닌이 창단한 러시아 최고의 마임 극단 리체데이가 논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더 패밀리’로 ‘스노우쇼’에 이어 새 레퍼토리를 소개한다. 알코올 중독인 아빠, 임신한 배에 춤바람 난 엄마,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말썽쟁이 네 남매. 어딘가 왠지 모자라 보이는 이 가족이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관객에게 베개 싸움을 걸고, 무차별 키스 세례를 퍼붓는 이들. 무례하고 어이 없는 가족의 소동극은 광대의 재치와 순수한 몸짓, 풍부한 표현력으로 상상력과 웃음을 불러낸다.‘집 나가려는 남편을 못 나가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죽어도 안 자려는 막내 재우는 방법’ 등 7가지 에피소드를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2005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과 2006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한 흥행작. 새달 1∼5일 LG아트센터.(02)3446-9634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李정부 첫내각 발표] 李당선인 “넥타이 다 풀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오후 8시 새 내각 국무위원 내정자를 발표한 지 2시간 뒤 워크숍을 강행했다.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워크숍에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 내정자와 대통령직 인수위 간사 등을 참석시켜 첫 합동 스킨십을 가진 것이다. 장관 내정자 발표가 늦어진 탓에 이들은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에 관한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했다. 참석자들이 지난 워크숍에서 있었던 이 당선인의 발언을 녹화한 비디오를 20여분 정도 시청했을 무렵 워크숍장에 들어간 이 당선인은 박수를 유도하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아이구, 밤 늦게 미안합니다.”라며 자리에 앉은 이 당선인은 “넥타이는 다 풀었습니까.”라며 농을 던졌다.인수위 기획조정분과 맹형규 간사는 “일을 열심히 하러 온 사람들은 아직 못 풀었습니다.”라고 받아 넘겼다. 이 당선인은 “새로운 조직법에 의해 발표를 했어야 했는데, 오늘은 현행법에 의해 우선 발표하게 돼 미안하고 송구스럽다. 어떻게든 적법 절차를 지키려고 했다.”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통합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로는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되는 과정에서 이 정도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무거운 분위기가 한풀 꺾이도록 유도했다. 이 당선인은 “국무위원 청문회는 27∼28일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리미리 업무를 파악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요즘처럼 세계적 경제 위기가 닥쳐 오는 속에서 어떻게 하면 금년 목표를 달성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지 밤새워 토론하고 결론내고,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공직자 보고만 들어서는 살아 있는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현장 확인을 많이 해 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과거 국무회의에 8개월 정도 참석했는데, 부처들끼리 완전히 벽에 가려져 있다.”면서 “국가적 상황이 있으면 자기 부처 소관이 아니더라도 국무회의에서 적극적인 토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농민을 포함해 서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발표하자마자 밤 늦게까지 (워크숍을) 해서 미안하다.”고 하던 이 당선인은 “첫 시작으로 이렇게 하면 앞으로 잘 풀리지 않겠느냐.”며 곧바로 고삐를 죄었다. 그는 “국민은 이렇게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든든할 것”이라고 말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국민은 정권교체 택했다

    국민은 정권교체 택했다

    공사현장에서 모래밥을 씹던 건설회사 말단 사원이 대통령이 됐다. 찢어지는 가난에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소년이 대통령이 됐다. 광복과 함께 나라 잃은 설움을 접고 부모 손에 안겨 귀국선에 올랐던 어린이가 대통령이 됐다.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국민은 ‘경제 대통령’을 선택했다. 제17대 대통령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1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20일 0시50분 현재 98.1%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전국적으로 1125만 2395표(득표율 48.6%)를 얻어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607만 8615표(26.2%),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349만 6224표(15.1%)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134만 4089표(5.8%),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69만 8773표(3.0%),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15만 8132표(0.7%)를 각각 기록했다. 이 당선자는 이날 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뒤 한나라당사에 들러 “국민의 뜻에 따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 당선자와 2위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 격차인 22.4% 포인트는 민주화로 직선제가 도입된 13대 이후 최대치다.1960년 4대 대선 후로 47년 만에 가장 큰 차이의 승리도 된다. 자율과 성장을 중시하는 한나라당이 집권함에 따라 지난 10년간 평등과 분배에 치중하던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등 대외정책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당선자는 전통적으로 접전지로 분류돼온 수도권에서 과반의 압도적인 득표를 했다. 중립적 민심의 충청과 제주 등지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전국적으로 비교적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이 당선자는 같은 시간 기준으로 서울에서 53.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전에서는 36.3%, 충남 34.3%, 충북에서는 41.6%를 득표했다. 제주에서는 3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에서도 이 당선자는 이회창 후보의 도전을 뿌리치고 압도적인 득표를 했다. 부산에서는 57.9%, 울산 54%, 대구 69.5%, 경남 55.1%, 경북 72.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호남 지역에서는 득표율이 두 자릿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광주 8.6%, 전남 9.2%, 전북 9.0%를 얻었다.16대 총선 때의 이회창 후보에 비해 2∼3배 많은 수치다. 앞서 이날 오후 6시 개표 종료와 함께 공개된 방송 3사의 출구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50.3∼51.3%의 과반 득표율로 최종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개표 결과 초반부터 이 당선자의 독주 양상으로 전개돼 개표 2시간 만인 밤 8시쯤 방송사들은 당선 확정 보도를 내보냈다. 한편, 이날 아침 6시부터 전국 1만 3178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투표엔 총유권자 3765만 3518명 중 2368만 3684명이 참여,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62.9%로 잠정 집계됐다. 김상연 구동회기자 carlos@seoul.co.kr
  • ‘흑진주’ 비너스 고려청자 품다

    ‘윔블던 여왕’ 비너스 윌리엄스(27·미국)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고려청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톱시드의 비너스는 30일 서울 올림픽공원코트에서 벌어진 제4회 한솔코리아오픈여자테니스 단식 결승에서 4번시드의 마리아 키릴렌코(20·러시아)를 2시간21분의 접전끝에 2-1로 제압하고 챔피언에 올랐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개인 통산 36번째 우승. 올시즌 3번째 정상이다. 비너스는 이번주 재팬오픈에서 우승할 경우 새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왕중왕전인 소니에릭손챔피언십에 참가할 수 있다. 비너스는 1세트 3-3 동점에서 내리 3경기를 따내 손쉽게 첫 세트를 따냈다. 기대하던 200㎞ 이상의 강서브는 나오지 않았고, 초반 더블폴트도 3개나 범했지만 강한 스트로크는 키릴렌코를 압도할 만했다. 키릴렌코의 날카로운 대각선 투핸드 백핸드와 부상 탓에 2세트를 1-6으로 물러앉은 비너스는 3세트 3-3의 고비에서 강한 스트로크와 과감한 네트플레이로 키릴렌코의 서비스게임을 따낸 뒤 10번째 게임 듀스를 주고 받은 끝에 승리를 따냈다. ‘제2의 샤라포바’로 주목받은 키릴렌코는 2005년 차이나오픈 이후 생애 두번째 우승을 별렀지만 비너스의 벽에 막혀 돌아섰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마라톤 마의 2시간 벽 깨질까

    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 벽’은 언제쯤 무너지게 될까. 전문가들은 “인간의 생리적 기능과 환경 변수를 감안할 때 2시간 벽을 깨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고 단언하면서도 “1시간50분대에서 어느 정도까지 진입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마라톤기록 한계는 1시간52분대”라는 식의 단정은 불가능하다는 것. 체육과학연구원은 그동안 “인간이 장거리 레이스를 뛰는 데 필요한 3대 기능인 근육·심장·폐 기능을 실험실에서 반복 테스트한 결과 2시간 벽 돌파에 문제가 없다는 생리학적 근거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해왔다. 또 미국과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최근 100년의 기록 추이를 근거로 한계기록 그래프를 그린 결과,2014년쯤엔 1시간58분대의 한계에 도달한다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1908년 존 하예스(미국)가 2시간55분19초의 기록을 작성한 이후 그동안의 추이를 단순 통계로 적용하면 오는 2099년 1시간12분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게브르셀라시에의 기록은 42.195㎞를 100m 평균 17초69의 속도로, 시속 20.35㎞의 속도로 내달린 셈. 웬만한 성인의 100m 속도를 풀코스 내내 유지해야 가능한 엄청난 질주다. 눈여겨 볼 대목은 훈련방법의 개선과 러닝화 등 장비의 첨단화 외에도 1만m 전문이던 게브르셀라시에가 마라톤 기록 도전에 나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봉주(37·삼성전자)의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마라톤에 입문하는 것보다 장거리 트랙에서 스피드를 기른 뒤 최정점에서 마라톤으로 전향하는 ‘대세’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봉주 2시간7분대 도전

    이봉주(37·삼성전자)가 새달 7일 밤 10시(한국시간) 스타트하는 제30회 라살레뱅크 시카고마라톤 참가를 위해 28일 출국했다. 이봉주는 출국에 앞서 “내년 베이징올림픽 리허설이란 각오로 2시간7분대에 진입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변화무쌍한 날씨가 변수지만 우승 기록은 2시간7분대가 될 걸로 예상한다.”며 “전략은 별다른 게 없다.35㎞까지 선두권을 놓치지 않은 뒤 막판 7㎞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10분49초를 뛴 이봉주는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한국 선수의 국내 코스 최고인 2시간8분04초를 찍어, 생애 38번째 풀코스 도전에서 8분대 벽을 깨트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단독]“카페냐고요? 병원이랍니다”

    [단독]“카페냐고요? 병원이랍니다”

    ‘병원이야, 카페야?’ 병·의원들이 성분명 처방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기존 병원의 틀을 깬 새로운 형태의 병원을 운영하는 한 젊은 의사의 조용한 실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에서 ‘제너럴 닥터’라는 내과를 운영하는 김승범(31) 원장이 그 주인공. 이색 카페가 즐비한 이곳에서 그는 카페 형태의 이색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오르간에 나무의자… 벽엔 메뉴판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2층 병원에 오르면 옛날 오르간과 나무 의자 등이 놓여 있고, 한쪽 벽에는 음료수 메뉴판이 걸려 있는 것이 영락없는 이색카페다. 김 원장은 물론 간호사 누구도 하얀 가운을 입지 않았다. 김 원장이 “여긴 카페가 아니라 병원”이라는 말에서 병원이라는 것을 알 뿐이다. 김 원장이 2004년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5월1일 이 병원을 카페 형태로 개업한 데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그는 5분 만에 끝나는 진료 형태를 거부하고 누구나 편하게 들러 쉬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 의사와 오래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병이 없어도 환자들이 카페처럼 들러 이야기하면 그것을 환자노트에 담는다.”면서 “이런 이야기 속에서 병을 예방하는 진짜 진단을 하고 치료를 권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일명 ‘느림의 진료’다. 또 다른 이유는 서울 시내의 내과 공동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내과는 수익성이 낮아 비싼 임대료를 내지 못해 주택가에만 자리 잡게 되었고, 결국 시내에는 의료 공백이 생긴 것이다. 그는 비싼 임대료에 의한 의료공백을 메울 묘안을 생각하다가 카페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자는 생각을 했다. 대신 환자들에게는 더 많은 시간을 쏟아 일명 ‘인간적인 진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넉 달째라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수익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의원은 양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질적으로는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산골 등이 의료 사각지대였지만 지금은 기능적인 의료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시민들은 무언가 자신의 몸이 아프다고 느꼈을 때 특별한 병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 않는다. 즉,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으로만 인식되고 시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병을 키우거나 저절로 병이 낫기도 한다. 환자들이 카페에 들르듯 쉽게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는 것이다. 그는 동네 병원이 병원의 벽을 허물고 오랜 상담을 하는 체계를 세워 이러한 기능적 의료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환자와 길게는 두시간 넘게 상담 따라서 그의 병원은 오전 10시30분부터 밤12시까지 불을 끄지 않으며 한 환자와 길게는 2시간 이상을 상담하기도 한다. 또 처음에는 둘째주, 넷째주 월요일에 쉬려고 했으나 환자들이 자꾸 찾아와서 그마저도 없앴다. 김 원장에 따르면 이번 추석이 맘먹고 처음으로 쉬는 날이다. 그는 “동네의료일수록 환자에게 개인화된 맞춤정보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기도 사람마다 증상과 처방이 다 다른데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큰 병원이야 생명이 달린 병을 치료하느냐 여부가 관건이지만 병·의원은 치료뿐 아니라 예방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환자는 고객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사를 90도로 하는 서비스는 환자가 원하는 의료행위의 핵심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과도한 친절은 환자를 속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속이 쓰려 내시경을 원하는 환자에게 돈을 더 받자고 친절한 말로 수면내시경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과음 등 환자의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잔소리를 해야 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결국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른 동네병원과 달리 간호조무사를 고용하지 않는다. 정규간호사를 고용해 자신은 큐어(치료)의 역할을 하고 간호사는 케어(관리)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 김 원장은 “결국 의사와 약사 그리고 간호사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환자가 쓸데없는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느림의 진료´ 데이터 공개할 예정 김 원장은 느리고 인간적인 치료를 통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10월까지 심포지엄을 열어 공개할 예정이다. 데이터는 환자들의 의사 권고에 대한 수용 행태가 매우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는 “환자들이 카페 인테리어에 한번 놀라고 의사선생님이 직접 커피를 서빙하고 상담을 하는 모습에 두번 놀란다.”면서 “의사가운을 벗으며 탈권위화로 신뢰가 사라질까 걱정했는데 환자들이 친근감에 더 많이 신뢰를 얻는다더라.”면서 멋쩍게 웃었다. 이어 “의학은 결국 인간을 위한 학문인데 요즘에는 의료만 있고 인간은 없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카페처럼 편하게 들르는 병원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걷기 박사’ 1호 이홍렬 전 마라톤 국가대표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걷기 박사’ 1호 이홍렬 전 마라톤 국가대표

    건강한 인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러가지 대답이 나오겠지만 아마 ‘걷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방향이야 어떻든 앞으로 걷고 또 걷는 것, 노랫말처럼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이면 어떠랴. 적어도 ‘걷기’처럼 건강을 담보하는 보장자산도 없을 터이다. 이런 말이 있다. 날개달린 새는 높이 날아야 하고, 네발 달린 짐승은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며, 인간의 두발로는 그저 열심히 걸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진화의 과정에서 직립보행의 모습을 보고 인간(人間)이라는 말이 나왔을 법도 하다. 그렇다면 인류역사 이래 ‘걷는 것’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해왔을 텐데, 또 이 방면에 많은 박사학위를 가진 학자도 많이 나왔을 법도 한데, 역설적이게도 그러지 못했다.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이홍렬(47) 박사.1984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4분59초의 한국 최고기록으로 ‘마의 15분’벽을 깨며 우승을 차지, 한국 마라톤의 중흥을 위해 한차원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런 그가 달리기가 아닌, 걷기 연구의 결실로 다음달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마라토너 출신 첫 체육학 박사이자, 우리나라 ‘걷기 박사 1호’인 셈이다. 최근 통과된 그의 박사학위 논문제목은 ‘RPE(Ratings of Perceived Exertion)13에 의한 12분간 보행테스트의 타당성’이다. 여기서 RPE는 주관적 운동강도(6∼20)를 말하며 RPE13은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를 말한다. 이 독특한 논문제목이 말해주듯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력별 맞춤형 걷기가 운동생리학적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연구발표했다. 7월의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서울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에서 이 박사를 만났다. 마침 ‘이홍렬의 마라톤 무료교실’ 야외 사무실과 가까운 곳이었다. 그는 “건전한 마라톤 문화모델을 만들어내고자 마라톤 무료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해마다 ‘이홍렬의 런조이닷컴 마라톤대회’를 열고 있으며 올해는 10월4일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걷기와 달리기를 통한 건강찾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실제 따지고 보면 건강의 이로움을 약 10%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와 상식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이지요.” 이어 이번 연구를 위해 22∼27세의 남자대학생(운동 초보자)과 일반 주부 등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이같은 현상을 실감했다면서 “일반인들, 특히 초보자들인 경우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의 단계까지 이르러야 가장 이상적인 운동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 다음 단계로는 ‘힘들다’‘꽤 힘들다’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가 걷기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일산 호수공원에서 하루 1시간씩 운동을 하면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자세로 걷는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된 걷기정보를 전달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특히 파워워킹을 한답시고 아령을 들고 걷거나, 팔을 머리위까지 올려가면서 걷다가 어깨고장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했다. 그는 “신체나 체력이 사람마다 틀리게 마련인데 생활습관이 다른 외국의 운동정보를 적용시켜 역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다.”면서 예를 들어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아줌마가 살을 빼려고 갑자기 운동강도나 양을 늘리면 반드시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파워워킹의 경우 초급자가 아닌 중급자들도 30분이내로 끝내야 하는 운동이라는 것. 어느날 갑자기 오십견과 비슷한 어깨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부연했다.“초보자는 처음부터 빨리 걷는 것은 위험합니다. 인대가 늘어날 수도 있지요. 또 착지하는 순간 무릎근육에 통증이 오고 아킬레스건에도 무리가 동반됩니다. 또 팔의 각도를 크게 벌리지 말고 처음 5분동안은 명상을 즐기듯 걸어야 합니다. 운동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고혈압이나 성인병 질환이 있는 사람은 되도록 잔디밭에서 보폭을 짧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포츠센터가 전국에 1만여개나 됩니다. 한 곳당 고객이 1000명일 경우 1000만명정도가 오늘도 러닝머신에서 운동한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전문 지도자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보디빌딩을 한 사람들이 기계작동 요령이나 알려줄 정도이지요. 인공호흡이나 자세교정 등 크리닉을 제대로 해줄 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걷기와 달리기만 잘 해도 보약 안먹고 오래 살 수 있지요.” 선진국일수록 스포츠의학, 특히 스포츠 출신 의학박사가 많다는 그는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계속적으로 근육과 인대에 자극을 주어야 건강해진다.”면서 전문가 조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그는 마라톤으로 유명한 대전 대성고를 졸업하던 해인 1981년 3월 제51회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최연소 1위로 골인, 주목을 받았다. 이어 83년 뉴질랜드 해밀턴 국제마라톤대회 1위를 차지하면서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제54회 동아마라톤에서 우승,LA올림픽에 국가대표 출전자격을 얻었다.86년 은퇴할 때까지 전국대회에서만 100여차례 우승하는 등 우리나라 마라톤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은퇴후에는 경찰대 무궁화체육단 마라톤 감독, 방송사 마라톤 해설위원을 맡기도 했다. 아울러 전국 마라톤 동호회의 초청특강을 다니면서도 체육학공부를 놓지 않아 2004년 경희대에서 스포츠외교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희대에서 교양체육학 시간에 ‘워킹과 조깅’이란 주제로 강의를 해왔다. 올 가을학기부터는 대학원에 신설되는 ‘러닝CEO’과정에서 강의를 맡는다. 우리나라의 러닝지도자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셈이다. 그는 국민건강을 위해 매주 일요일 아침 7시 서울 여의도의 ‘이홍렬 무료 마라톤교실’을 비롯, 전국 16곳에서 7년째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또 청소년 비만치료를 위한 맞춤형 비디오를 제작, 전국 초등학교에 무료로 보급하는 등의 선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달리기 인구 600만명, 클럽동회 3000여개에 이를 만큼 걷기·달리기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그는 “하루속히 전문적인 러닝지도자들이 배출돼 국민 건강증진에 많은 보탬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1년 논산 출생. ▲75년 육상데뷔 ▲81년 대전 대성고 졸업, 제51회 동아마라톤대회 우승. ▲84년 경희대 졸업, 제54회 동아마라톤대회 우승(마의 15분벽 돌파),LA올림픽대회 출전. ▲86∼91년 경찰대 무궁화체육단 마라톤감독. ▲98년 MBC-TV 마라톤해설위원. ▲99년 MBC,SBS,EBS-TV ‘조깅과 건강’ 프로그램 진행. ▲2006년 광운대 스포츠지도학과 외래교수 ▲07년 7월 경희대 체육대학원 체육학 박사학위 취득. ▲현재 사단법인 한국육상지도자 연합회 회장. 서울시 한강에티켓 운영회장,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겸임교수,MBC ESPN-TV 등 방송사 마라톤해설위원.
  • [HAPPY KOREA] 해외편 캐나다-밴쿠버섬 슈메이너스

    [HAPPY KOREA] 해외편 캐나다-밴쿠버섬 슈메이너스

    밴쿠버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가운데 한 곳으로 불린다. 우거진 산림과 온화한 기후, 이를 토대로 한 각종 휴식공간 조성 등이 좋은 평가를 낳게 한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적 요인 보다는 살기좋은 마을을 가꾸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노력이 맺은 과실이란 해석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가는 캐나다 사례를 소개한다. “슈메이너스마을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벽화만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종합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았어요.” 세계적으로 ‘벽화마을’로 알려진 슈메이너스마을을 관장하고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BC주) 노스코위찬시 존 르페브르시장은 슈메이너스 마을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슈메이너스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2시간 쯤 걸리는 밴쿠버섬 동남쪽에 위치한 인구 4500명의 조용한 마을이다. 전세계적으로 ‘벽화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목재산업의 쇠퇴로 주민들이 외지로 빠져나가자 자구책으로 마을의 역사를 담은 벽화를 그리면서 ‘마을의 운명’을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목재생산지에서 벽화마을로 캐나다는 산림이 우거진 나라다. 산림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이 200만명이나 된다. 슈메이너스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 산림이 우거지다 보니 예전부터 목재산업이 융성했다. ‘사미니스’(Tsa-mee-nis)라는 인디언 부족의 거주지였던 이 마을은 1800년대 중반엔 채벌된 목재의 기착지로 발전했다. 한때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목재공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목재공장이 처음 들어선 것은 1862년. 이후 1879년과 1891년,1923년 등 계속 문을 열었다. 주민수도 4000명 가량 돼 번성기였다. 주변의 풍부한 산림자원과 천연항구, 온화한 기후로 인해 살기좋은 마을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주변의 산림자원은 고갈돼 갔다. 목재산업은 쇠퇴의 길을 걸었고, 목재공장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목재공장에서 일하던 주민의 대부분은 해고됐고, 마을을 떠났다. 마을은 활력잃은 유령도시로 변했다. ●“쇠락하는 마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논의 주민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주민 때문에 지역경제는 위축될대로 위축됐다. 마을에 남은 주민들은 ‘존폐’기로에 있는 마을을 살리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때 마을의 원로 중 한 사람인 루마니아 출신인 칼 슐츠가 ‘마을의 역사’를 담은 벽화를 그리자고 제안했다. 당시의 생활상, 주민의 얼굴 등을 당시의 모습을 벽화로 그리자는 것. 주민들은 회의 끝에 슐츠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물론 시청도 참여했다.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오면 관(官)에서 적극 지원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1982년 처음으로 5점의 벽화가 탄생했다. 이후 매년 1∼3점의 벽화를 그려 지금까지 38점이 그려졌다. 명실공히 ‘벽화마을’로 됐다. 올해 25주년 벽화축제를 준비중인데 2점을 더 그릴 예정이다. ●마을의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벽화그리기’를 부활의 프로젝트로 삼았다는 것과 주민이 주도가 돼 ‘마을의 역사’를 주제로 했다는 것. 슈메이너스 마을의 벽화를 보면 당시의 일상생활을 그린 것이 많다. 원주민의 얼굴이나, 벌채목 운반 모습, 항만노동자의 모습, 증기기관차가 다리를 지나는 광경, 벌채캠프, 전화회사 직원들의 얼굴 등 주민들의 생활상을 실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벽화를 그리는 한편, 벽화를 그릴 벽이 한계에 이르자 조각품을 제작해 전시하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좀 더 머무르게 하기 위해 야외극장을 설립해 공연을 하기도 했다. 점차 종합적인 예술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연극을 보러 찾는 관광객도 연간 8만명이나 된다. ●연간 관광객 50만명 몰려 마을의 벽화는 어느새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이 됐다. 마을에서는 벽화를 관리하기 위해 ‘슈메이너스 벽화 추진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연간 50만명이 찾는다. 주민수보다 100배 가량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것이다. 마을이 다시 활성화 되기 시작했다. 인구도 다시 늘어 4500명이 됐다. ●소프트웨어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 중요 슈메이너스 마을 사례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우선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역활성화를 위해 건물을 새로 짓거나 공장을 지으려 한 것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를 벽화로 그리는 소프트웨어를 택해 성공한 것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주요한 성공요인이다. 또한 마을가꾸기는 역시 단기간에 성공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글 사진 밴쿠버(캐나다) 조덕현특파원 hyun@seoul.co.kr ■ 방치된 채석장 6만평 테마정원 탈바꿈 |밴쿠버(캐나다) 조덕현특파원|밴쿠버 섬 빅토리아시에서 20㎞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부차트가든’은 방치된 채석장을 대규모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밴쿠버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은 100년 전 석회석 채석장이었다. 땅 주인인 로버트 핌 부차트가 시멘트 제조사업을 했는데, 석회암 채석을 한 뒤 삭막하고 황폐하게 방치돼 있었다. 이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부인 제니 부차트는 황폐한 땅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 1904년부터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했는데, 말과 수레를 이용해 흙을 날라 채석장을 채워 나갔다. 그래서 처음 선을 보인 것이 ‘선큰가든’이다. 이후 부차트 부부가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희귀한 나무, 꽃 등 각종 식물들을 옮겨 심어 아름다운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선큰가든 외에도 장미정원, 일본정원, 별연못, 이탈리아정원 등 다양한 테마로 정원이 들어섰는데 이곳을 다녀간 사람만도 5000만명이 넘는단다. 6만 5000여평에 달하는 부차트씨의 정원은 100여년간 꾸준히 가꾸진 끝에 이제 전 세계인의 정원이 됐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 24달러를 내야 하는데, 연간 100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수입액 가운데 해마다 1000만달러를 시에 헌납해 재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버스로 이동을 하다 보니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직접적인 혜택을 적은 듯했다. 현장을 둘러본 김종식 전남 완도군수는 “전세계 관광객들이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최대 난대림 수목원인 ‘완도 수목원’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un@seoul.co.kr ■ 이민자 늘어 주택·일자리난 과제로 |밴쿠버(캐나다) 조덕현특파원|밴쿠버는 전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자매지인 투자전문지‘배런스’가 2005년에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7곳’을 선정했을 때 3위에 올랐었다. 지난달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머서인력자원 컨설팅’이 215개 도시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취리히와 제네바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살기좋은 도시로 선정된 도시의 대부분은 다른 국가로의 이동이 편리하고, 범죄율과 물가가 비교적 낮으며, 쾌적한 날씨와 다양한 레저·문화 시설을 갖추고 있는 등 삶의 질이 타 도시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밴쿠버는 이런 측면에서 우선 축복받은 땅임은 틀림이 없다. ‘광역 밴쿠버 지역관리청’의 지역업무 담당자 그랙요만은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대자연이 있는 등 하루에 스키와 일광욕, 골프를 모두 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좋은 것이 장점”이라면서 “그렇지만 우리도 고민이 많다.”고 소개했다. 먼저 최근 이민자가 늘면서 인구가 급증해 주택이 모자란다. 교통난과 대중교통 확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자리도 점점 부족하다. 환경문제도 대두된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모두 해결하기엔 예산이 부족하다. 사업추진을 놓고 빚어지는 시와 주정부간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hyun@seoul.co.kr
  • ‘내금강’ 시범관광 동행기

    ‘내금강’ 시범관광 동행기

    금강산의 진수라 할 내금강이 지난달 말 시범관광을 갖고 6월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지난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9년 만에 외금강, 해금강에 이어 내금강으로까지 외연이 확대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2박3일 일정의 내금강 시범관광에 동행했다. 금강산 임태순기자 stslim @seoul.co.kr 사진 금강산 공동취재단 내금강과 외금강은 말 그대로 안과 밖이다.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바깥쪽이 외금강이고 내륙으로 면한 안쪽이 내금강이다. 유홍준은 ‘나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에서 예부터 금강산을 유람한다는 것은 바로 내금강을 의미한다고 했다. 신라의 최치원, 고려의 이제현, 조선의 퇴계와 율곡, 근대의 이광수 최남선 등 당대의 쟁쟁한 문인들이 내금강을 노래했다. 내금강 계곡의 폭포와 못, 기암괴석엔 전설이 서려 있다. 나옹화상과 불상제작 경쟁을 벌였던 금동거사는 지는 바람에 내금강 울소바위에서 목숨을 끊었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표훈사에서 ‘청산아 나는 안으로 들어가는데 녹수야 너는 왜 밖으로 나오느냐.’(我向靑山去 錄水爾何來)라고 읊었다. 일제시대에는 서울에서 경원선 열차를 타고 내금강으로 들어갔지만 지금은 멀리 강원도로 돌아가야 한다. 최근 남북철도 연결로 주목을 받았던 화진포 북단의 제진역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출경수속을 받고 버스는 북측 감호역으로 향했다. 온정리에서 북측 교예공연을 관람한 뒤 첫날 여장을 풀었다. 이튿날 아침 7시20분쯤 호텔 앞에서 인원점검을 마치자 버스는 북측 관리사무소로 이동했다. 잠시후 북측 안내원 2명이 올라탔다. 남자와 여자였다. 리남송이라는 남자 안내원은 자신의 이름은 ‘남산의 소나무(南松)’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며 ‘반갑습니다’라는 노래로 분위기를 풀어갔다. 버스는 외금강 만물상을 끼고 굽이굽이 힘겹게 올라간다. 온정령 정상까지는 고개가 106개나 있다고 한다. 차창 밖으로는 중국의 장가계를 연상시키는 만물상이 있지만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버스는 온정령 정상에서 가쁜 숨을 토해내고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마의태자의 묘, 장안사, 울소바위를 뒤로하고 2시간을 달려 버스는 표훈사에 도착했다. 경내의 능파루, 반야보전, 칠성각 등의 전각이 모두 단아하고 정갈하다. 오른쪽 길을 따라가자 잠시후 두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금강문이 나온다. 이제 속세를 떠나 신선세계로 들어오라고 하는 듯하다. 소나무 2개가 사이 좋게 맞붙은 부부소나무가 눈길을 끌더니 만폭동 계곡이 나온다. 원통골에서 흘러나온 물이 널찍한 바위를 타고 흐르며 못과 폭포를 형성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계곡에서 눈을 돌려 전후좌우를 바라보면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목이 반긴다. 갑자기 눈이 바빠진다. 조선시대 봉래 양사언은 금강대 너럭바위에 ‘만폭동(萬瀑洞)’과 ‘봉래풍악 원화동천(蓬來楓嶽 元化洞天)’이라는 글을 초서로 남겼다. 신선이 바둑을 둔 바둑판도 새겨져 있다. 비파담, 벽파담, 분설담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바위에 조그만 암자가 밧줄을 생명줄로 해 위태위태하게 걸려 있다. 보덕암이다. 안내원은 하산길에 보라며 갈길을 재촉한다. 진주담, 구담, 선담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산행길의 더위를 식혀 준다. 마하연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는 세 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200여m 오르면 불교교리를 가르쳤던 마하연터가 나오지만 가볼 수 없다. 최종 목적지인 묘길상(妙吉祥)은 계곡 옆으로 난 외길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두 사람이 간신히 서로 교행할 수 있을 정도다. 마침내 다다른 묘길상은 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높이 15m, 좌우 폭 9.4m의 바위벽에 가부좌한 부처가 새겨져 있다. 불상 옆에는 묘길상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상호의 입초리에는 웃을 듯 말 듯한 미소가 머금어 있어 보는 이에게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안내원은 조금 더 올라가면 비로봉이 나온다고 설명하지만 더 이상 갈 수 없다. 하산길에 구름다리를 건너 보덕암으로 향했다. 계단이 가팔라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몇백미터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코스였다. 왜 하산길에 구경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보덕암 뒷마당에 이르자 만폭동 계곡에선 잘보이지 않던 금강대, 무선대, 대·소 향로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내원은 소 향로봉 위에 있는 작은 바위는 중 회정을 수도의 길로 이끈 보덕각시가 파랑새로 변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망은 좋지만 바위마다 새겨진 글귀가 마음을 개운치 않게 한다. 표훈사로 내려와 뷔페로 점심식사를 하고 난 뒤 버스에서 설명으로만 들었던 울소바위, 장안사터를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다. ■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표훈사에서 묘길상에 이르는 3㎞ 남짓의 산길은 평탄하고 완만하다. 일정에는 왕복 2시간30분이라고 했지만 건장한 성인의 걸음걸이로는 여유있게 다녀오고도 남는다. 만폭동, 보덕암, 마하연, 묘길상 등에 북측 안내원이 배치돼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미리 금강산과 관련된 책을 읽고 가는 것이 좋다. 등산화는 필수. 바위가 많아 비 오는 날에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계곡을 잇는 구름다리가 있지만 조금 불안하다. 더 많은 보조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 온정리∼표훈사 간은 40여㎞에 불과하지만 비포장이어서 두 시간가량 걸린다. 또 이동 중에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 미리 용변을 해결해야 한다. 표훈사∼묘길상 산길에는 마하연에 화장실이 있지만 시설이 충분치 않다. 하산후 온천욕도 피로를 풀기에 족했으며 옥류관에서 맛본 소천엽, 쏘가리즙 튀김, 더덕철판, 돼지죽순볶음, 지짐, 냉면은 양도 적당했으며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아 담백했다.
  • 제작기간 4년+100억 투입 대작 ‘황진이’

    제작기간 4년+100억 투입 대작 ‘황진이’

    우리가 알고 있던 황진이. 그러나 우리가 몰랐던 그녀의 로맨스와 천한 기생의 신분으로 세상에 맞선 당찬 매력. 새달 6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슈렉3’와 맞붙는 국산 대작 ‘황진이’는 이처럼 그녀의 여걸의 면모와 가슴 시린 사랑을 두 개의 기둥으로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난해 방영돼 춤이 화제가 됐던 TV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황진이가 가진 기녀로서의 예능이나 재주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에서 “이 세상을 내 발 밑에 두고 실컷 비웃으며 살거다.”라며 입을 앙다무는 황진이(송혜교)는 조선 중기 사대부 양반들의 허위의식과 위선을 비웃으며 신분 타파를 몸소 실천하는 당당한 인간이지만 사랑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북한작가 홍석중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가 기존 작품들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황진이의 로맨스 상대인 ‘놈이(유지태)’의 등장이다. 여기에 양반가의 위선을 상징하는 사또 희열(류승용), 진이를 평생 보살피는 할멈(윤여정), 진이가 꿈꿨던 사랑을 알콩달콩 이뤄가는 노비 괴똥(오태경)과 이금(정유미) 등 주변 인물들 또한 황진이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주역들이다. 재색을 겸비해 소문이 자자했던 송도 양반집 규수 황진이. 자신도 몰랐던 출생의 비밀로 예정된 혼사가 깨지자 충격을 받는다. 갑자기 삶의 방향을 잃은 그녀는 생모처럼 기녀가 되기로 결심하고 ‘명월’이가 되어 스스로 홍등가로 걸어들어간다. 홀로 남은 그녀가 의지할 단 한 사람은 그녀를 흠모해온 노비 놈이. 어린시절부터 소꿉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온 놈이에게 그녀는 첫 순정을 바치며 평생 자신의 곁을 지켜달라고 청한다. 기녀로 전락한 별당아씨를 고통스럽게 지켜보던 놈이는 결국 진이의 곁을 떠나 화적떼의 두목이 된다. 신분이 갈라놓은 둘의 사랑은 시대의 벽에 막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한다. 4년 가까운 제작기간에 100억원을 투자한 영화는 어떻게 하면 황진이를 색다르게 보여줄까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의상, 화장, 머리모양 등 등장인물들의 스타일에서부터 조선 중기 홍등가, 산 속 화적떼 은둔지에서의 전투장면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자랑한다. 여기에 눈덮인 금강산 비경에 오른 황진이를 담아낸 마지막 장면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스캔들’ ‘음란서생’ 등 기존 사극에서 보여줬던 것과 사뭇 다른 시각적 포만감을 안겨준다. 영화는 황진이뿐만 아니라 송혜교도 재발견할 수 있는 기쁨도 선사한다. 그동안 깜찍·발랄 이미지의 대명사로 통했던 그녀는 연기력에 관해 앞으로 딴지를 걸지 못할 만큼 순수와 관능을 오가는 황진이를 제대로 소화해냈다. 안정된 대사 처리와 동작에서 나오는 고혹적인 말투와 자태에서 성숙미가 묻어난다.“기생년을 이리 어렵게 품는 사내가 어디 있답디까?” 자신을 품고 난 희열을 향해 독하게 쏘아붙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러닝타임은 2시간 남짓. 상사병 난 동네총각, 벽계수, 서화담 등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에피소드처럼 곁들여졌다. 속도감 있는 전개를 위해 좀더 다듬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게 한다.15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HAPPY KOREA] 강원 영월군 ‘장릉마을’

    [HAPPY KOREA] 강원 영월군 ‘장릉마을’

    영월은 단종의 안타까운 죽음만큼이나 애절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땅이다. 산과 강 줄기가 애절함을 표현이라도 하듯 서로의 꼬리를 잡고 뒤엉켜 굽이굽이 돈다. 어느 것 하나 곧게 뻗은 것이 없다. 발이 닿는 곳마다 단종의 한과 넋이 남아 있다. 첫 유배지인 청룡포, 사약을 마시고 승하한 관풍헌, 주검이 묻힌 장릉 등 곳곳에서 한을 간직한 채 나그네의 발길을 기다린다. 이런 애절함을 담은 단종 임금이 요즘 주민 속에 살아났다. 왕릉 주변인 영흥 12리 일원 ‘장릉마을’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의 시범 지역으로 선정돼 새롭게 단장되고, 주민들은 승하한지 550년 만에 어린 왕의 넋을 달래기 위해 국장(國葬)을 재현하기로 했다. 영월군과 주민들이 추진하는 ‘사랑과 정이 있는 스위트 홈타운 영월읍 만들기 사업’을 들여다 보았다. ●올해 단종 승하 550주년… ‘국장´ 재현 준비 영월읍 시내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장릉마을은 비운의 임금인 ‘단종’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의 터전이다. 단종의 능인 ‘장릉’에서 유래해 ‘장릉마을’로 불린다. 장릉과 거의 붙어 있다. 그러다보니 주민의 삶은 단종 임금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마을 전체가 조용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이 마을 이장 송대훈(44)씨는 “주민 대부분이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면서 “태어날 때부터 단종 임금의 이야기를 듣고 생활을 해서 그런지 항상 마음속에 살아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 단종을 기리는 마음이 남다르다. 장릉 주변을 정비하는 것도 어느덧 생활화됐다. 장릉을 중심으로 해마다 단종문화제를 열며 애절하게 생을 마감한 단종 임금을 기린다. 올해가 41회다. 특히 올해는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데, 승하 550년을 맞아 마을단위에서 ‘국장’(國葬)을 재현해볼 계획이다. 주민은 대부분 반농반상(半農半商)이다. 농사도 짓고 단종 임금을 추모하기 위해 찾는 외지인을 대상으로 음식 등 먹거리를 제공한다. 송 이장은 이곳에서 30년간 보리밥을 파는 식당을 운영한다. 채소나 된장 등 대부분의 재료가 유기농이다보니 찾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그의 집 입구에는 마을 주민들이 내놓은 한약재와 특산품들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봉지에 담아 5000∼1만원 정도에 판매하는데 수입금은 대부분 마을의 운영 경비로 쓰인단다. ●120가구 중 50대이하 40% ‘젊은 마을´ “사실 단결회가 정말 고맙지요. 다들 직장이 있는데 일만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다 모이니까요.” 주민인 최만식(65)씨의 말이다. 마을 출신 젊은이들이 친목계 형식으로 ‘능말단결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마을을 이끄는 중심세력으로 어느새 자리잡았다. 마을의 애경사가 생기면 회원들은 어김없이 달려와 힘을 보탠다. 이처럼 단결이 잘되는 것은 물론 젊은 층이 많기 때문이다.120가구 중 50대 이하가 40%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은 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기류는 단종 임금을 기리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단결회 통해 마을 공동토지 구입 이곳은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마을 공동 토지와 공동묘지가 있다. 힘을 모아 구입한 것이다.2000평 정도의 토지에서 나오는 소출은 마을 주민들이 겨울철에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을 해 먹는 데 사용한다.30년 전에 3000평를 구입해 조성한 공동묘지는 마을에서 상(喪)이 생기면 안장되는 곳이다. 물론 상여를 메고 장례를 지내주는 것은 단결회의 몫이다. 무연고 묘를 별초하고 제사도 지내준다. 전통 장례 방식인 ‘도깨비 놀이’를 복원했는데, 경진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2000만원의 상금을 따내기도 했다. 이 돈으로 마을회관 2층을 헬스클럽으로 꾸몄다. 영월에서 가장 잘된 헬스클럽이라고 주민들은 자랑한다. 또한 최근엔 웰빙 등산로를 꾸몄다. 장릉마을 뒤 4.5㎞ 구간이다.500년이 넘은 소나무가 이어지는 등 거의 소나무 숲으로 형성된 오솔길이다. 음이온이 많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 주민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영월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장릉마을 이렇게 변해요 영월군과 주민들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을 ‘사랑과 정이 있는 스위트 홈 영월읍 조성사업’으로 이름지어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어린이, 노인, 여성, 외국인 등 모든 구성원들이 ‘어울려 잘사는 마을’로 만든다는 것이 골격이다. 맑은 공기와 수려한 관광·문화자원을 토대로 교육·의료 시설과 여가와 문화 프로그램을 갖추면 주민과 외부인이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장릉마을에 조성하고 소프트웨어는 읍내에 배치, 전체 주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능말연못 인근에 방치돼 있는 콘크리트 건물을 매입한 뒤 철거하고 아토피 치유센터를 조성한다. 지역에 식이요법과 생식 전문가가 2명 있는데 이들을 활용하면 휴식을 취하면서 아토피를 치유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아토피 치유센터와 연계해 다목적 건강가족센터도 꾸며 전 가족 구성원이 참여하는 문화 교육, 인력 양성, 자원 봉사 등의 강좌도 열 예정이다. 어린이와 노인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가족 친화 및 돌봄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주민들이 민박형식으로 황토방을 꾸미는 일도 유도하고 있다. 노령층이 많은 점을 고려해 기념품 제작·판매를 통해 고령자들의 일거리로 제공한다. 장릉 주변에 2시간 정도 소요될 탐방로도 조성한다. 환자들의 산책로로 활용하기에 대단히 적합한 곳이다. 치료 목적으로 유익하다는 얘기다. 장릉 위쪽으론 10만평 정도의 숲이 있는데 생태공원으로 꾸밀 예정이다. 지역에 외국인 주부들도 꽤 있는 점을 고려해 이민 여성자들이 모여 대화를 할 수 있고 한국 문화를 익히도록 ‘수다방’도 조성할 예정이다. 능말연못 주변의 공간을 정비해 휴식 공간으로 만들고 마을 담장과 벽 등도 예술적으로 꾸미기로 했다. 마을 공동으로 주말 농장을 만들어 도시민들의 농촌체험 장소로도 제공한다. 영월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경기침체·인구감소 막자” 주민들 단결·의지가 큰 힘 “장릉마을을 시범지역으로 추천한 것은 주민들의 단결과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박선규 영월군수는 “영월지역도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줄고 있으며, 경기 침체로 살기가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주민들이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한단다. 더 많은 이탈을 막기 위해 아름답고 쾌적한 곳으로 만들자는 주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배경 설명도 덧붙였다. 박 군수는 “장릉마을을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의 중심 지역으로 만든 것은 읍내에서 가까워 읍내 주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이미 힘을 합쳐 웰빙 산책로를 꾸미는 등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한 경험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군수는 “군에서 주민들이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시부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는데,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 스스로 지역 특성에 맞는 마을을 만들도록 해서 걷고 싶은 지역, 머무를 수 있는 마을로 꾸미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화를 시키는 셈이다. 나무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도시 공원을 정비한 뒤 남는 자투리 땅에 쌈지 공원이나 수변 공원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어 “지역에는 65세 이상 어른이 20%에 이르고 결혼 이주를 해온 외국인 주부도 180명이나 된다.”면서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문화 공간과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데 가장 큰 화두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의 문제란다. 영월군이 살기 좋은 지역 모델 유형을 ‘가족형’으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여성단체들의 의지가 강하다. 박 군수는 하드웨어는 장릉에 설치하지만 읍내에 소프트웨어를 갖추도록 해 전체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구상을 거듭 강조했다. 영월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스페인 아트페어서 신명나는 풍어굿

    스페인 아트페어서 신명나는 풍어굿

    |마드리드 윤창수특파원|“끔찍한 살생이 많았던 이 곳이 좋은 터가 되고, 아르코도 잘 되게 하소서.” 1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시 남쪽 마타데로에서 주요무형문화재 82호 무속인 김금화(76)씨가 굿판을 벌였다.15∼19일 열리는 스페인 국제아트페어 아르코(ARCO) 개막에 앞서 김씨는 신명나는 춤사위로 ‘한국’을 알렸다. 올해 아르코 행사는 마드리드 곳곳에서 30개국 260여개 화랑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4만 8300㎡에 달하는 마타데로는 1980년대까지 도살장으로 사용됐던 곳. 마드리드 시의 도시계획으로 2011년까지 흉물스러운 천덕꾸러기에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14∼18일 김기철·양아치 등 한국작가와 스페인 미술대 학생이 함께 워크숍을 갖는 인터메디아애 민박 프로젝트도 여기서 열린다. 김씨는 이날 3일간에 걸쳐 이뤄지는 서해안 풍어제를 2시간으로 압축해 보여줬다. 고대유적처럼 벽만 남아 있는 도살장 터에 꽹과리와 피리 소리가 울려퍼지자 300여명의 스페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가운데서도 이들은 흥겨운 장단에 발장단을 맞추며 김씨의 몸짓을 따라하며 굿의식을 즐겼다. 김씨는 “살생이 많았던 곳은 환생이 많았다는 좋은 뜻도 있다. 이 터에 새 생명이 솟아나길 빈다.”며 물동이 가장자리를 빙빙 돌면서 춤을 췄다. 이날 굿을 지켜보다 “죽은 돼지를 반으로 가르는 의식은 차마 볼 수 없다.”며 자리를 뜬 한 관람객은 “화려한 색깔이 인상적”이라며 “새로운 장소를 위한 좋은 의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주빈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백남준 특별전(5월20일까지). 마드리드 최대 번화가인 그란비아 한복판에 자리잡은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올해 아르코 행사에는 유럽을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마드리드 시내 곳곳에는 삼성, 현대, 기아 등 한국기업들이 만든 환영 플래카드가 주요 건물 곳곳에 내걸렸다. 한편 삼성미술관 리움은 아르코조직위원회 측으로부터 올해의 컬렉터상 수상기관으로 선정돼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이 상을 받는다. geo@seoul.co.kr
  • 겨울방학 스스로 학습법 올가이드

    겨울방학 스스로 학습법 올가이드

    이번 주말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한 해 중 가장 긴 여유시간이 주어진 데다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준비 기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상급 학년이나 학교에 가서 고전하기 십상이다. 후회하지 않는 겨울방학 나기를 위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나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 초등학생 과거 초등학생이라면 겨울방학은 으레 외갓집이나 친척집에 가서 형·누나들과 신나게 놀곤 했다. 학교가 끝나면 숙제나 하고 사교육은 피아노나 주산학원을 다니던 시절 얘기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뒤처진 영어 공부와 독서를 통해 실력을 만회할 기회로 방학을 활용해야 한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지 않으려는 ‘사투’도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시간표부터 짜놓고 임하지 않으면 겨울방학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박영순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초등학생들의 겨울방학에 가장 중요한 5계명(誡命)을 제시했다. ●규칙적인 생활 통한 건강관리 언뜻 쉬워 보이지만 이것만 잘 실천해도 나머지 공부나 특기활동은 다 따라온다. 특히 기상·취침 시간을 평소처럼 잘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평소에 부족했던 과목 보충 누누이 말하지만 지나친 선행학습보다는 자신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따라잡는 것이 효율적이다. 꼭 앞당겨 공부하고 싶다면 상급 학년 교과서를 단원별로 한번씩 훑어 보는 것으로 족하다. 굳이 학습에 투자하고 싶다면 다양한 책 읽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식을 접하는 것이 어떨까. ●계획적인 독서습관 무작정 읽기보다는 나름의 계획을 세워 동기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 독후감이나 독서일기를 병행하면 읽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은 시간이 비교적 많은 초등학교 시절이 아니면 나중에 익히기 무척 힘들다. 특히 최근에 중요해진 논술과 관련, 박 장학사는 “주입식 독서논술 학원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면서 “차라리 권위자들이 쓴 교과서를 다시 읽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시와 설명문, 논설문 등 문학 장르를 고루 갖춘 교과서를 읽다 보면 글 쓰는 자질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문을 탐독하는 것도 방학 때 꼭 해볼 일이다. 정보도 얻고 세련되고 간결한 기사체의 글을 통해 작문 실력도 가다듬어 볼 수 있다. ●자신만의 특기 키우기 방학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평소에 충분히 살리지 못한 ‘끼와 재능’을 닦는 것도 아직은 입시에서 벗어난 초등학생만의 특권이다.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 그리고 봉사활동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평소 학교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 준다. 서울교육포털(www.ssem.or.kr)에 가면 체험활동 장소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복병은 컴퓨터 게임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들의 온라인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말리기보다는 시간을 정해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또 방학이 되면 불건전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경우가 부쩍 느는데 유해 사이트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중·고생 중·고등학생이 되면 아무래도 방학 때라도 마냥 놀기는 어렵다. 꼭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스스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표를 짜는 등 공부가 주된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공부라고 다 같은 공부가 아니다. 겨울방학을 활용하는 데 실패한 학생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공통의 이유가 있다고 에듀플렉스 고승재 대표는 지적한다. 첫째,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막연히 다음 학기 선행학습이나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지내다 보면 십중팔구 중간에 흐지부지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나친 욕심이다. 고학년 내용을 욕심 부려서 무리하게 빠른 진도로 어설프게 공부하면 신학기가 되어도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셋째는 낮은 효율과 시간 활용 때문이다. 늦잠을 자고 빈둥거리며 황금 같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서는 역전의 기회가 올 수 없다. ●“공부에도 방법이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으로 고 대표는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학생과 보통 학생의 차이는 방학 중에 하루 5∼10시간의 자기 공부 시간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보통의 학생은 2시간 정도만 ‘자기 학습’에 할애한다. 겨울방학 때 확보 가능한 시간을 계산해 보자. 최대 12시간쯤 나올 것이다. 학기 중에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야 4시간이다.4시간씩 넉 달 하는 것보다 12시간씩 두 달 하는 것이 1.5배 더 많이 할 수 있다.‘역전’은 여기서 발생한다. 고3으로 올라가는 자신의 성적이 많이 처져 있다면 쉽게 낙담하지 말고 겨울방학을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올바른 공부법이다. 알맞은 목표량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학 중 헛공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원이나 동영상 강의를 이용한다고 해도 스스로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의를 듣는 시간의 최소 3배는 투입해야 한다. 제대로 복습하지 않고 가방만 들고 다닌다면 시간과 돈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리하게 진도를 빼려는 학원들의 커리큘럼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 길러야 이범 그래텍 총괄이사가 늘 강조하는 것도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기르는 문제다. 예비 고1의 경우 학원종합반에 등록해 다니는 일이 많은데 전과목을 학원에 의존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취약 과목을 일부 학원에서 듣고 나머지는 인터넷, 방송 등을 활용해 스스로 보강하는 것이 시간의 효율적 관리나 중복 학습을 피하는 데도 바람직하다. 한때 서울 강남구 대치동 ‘스타강사’였던 이 이사는 특히 논술학원과 관련,“절대 대치동에 올 필요 없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논술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예비 고3의 경우 직접 글을 써 보고 필요하면 첨삭 지도를 받아야지, 강의 위주의 논술학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술용 책읽기의 함정 논술과 관련해 새삼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이지만 ‘독서 논술’이나 ‘논술 독서’ 이런 말에 눈살을 찌푸리는 선생님들도 있다.‘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허병두 숭문고 교사는 “시험을 위한 책읽기는 그냥 교과서의 확장에 불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책을 읽으면서 입시하고만 연관지어 자꾸 답을 찾으려 한다면 창조적 사고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호기심을 키우면서 문제 의식을 갖고 자기 삶과 연결해 읽어야 진정 논술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책과 함께 정서를 살찌우는 체험학습을 병행해야 산지식이 쌓인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문화유적을 찾아 교양을 연마하는 데도 더없이 좋은 시간이 겨울방학이다. 이 시기에는 교우 관계가 중요한데 특히 방학 때 어울려 다니다가 ‘사고 치는’ 예가 많다. 사복을 입었다고 학기 중보다 느슨해지기 쉬운 게 방학이다. 서울시교육청 김수득 장학사는 “방학 중에 교사들이 권역을 나눠 유흥업소 등에 순찰을 다닌다는 사실을 유념해 두라.”고 귀띔했다. 고민이 있는데 선생님이 곁에 없다면 1588-7179(친한친구) 학생고충 상담전화가 열려 있다는 점도 알아 두자.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몸도 튼튼 공부도 튼튼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 학교별로 무료 스포츠교실을 운영한다. 방학 중 신체를 단련하고 이웃 학교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운동부를 육성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우수한 신인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려는 목적도 있다. 동계 스포츠교실을 운영하는 서울시내 초·중학교 체육특기학교는 171개교로 모두 30종목에 2974명을 신청받는다. 학생들은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학교에서 관련 운동부가 없었다면 이번 방학을 꼭 이용해 보자.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해당 학교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22∼28일에 신청하면 된다. 각 학교의 스포츠교실 운영 현황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의 공개자료실이나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2006동계방학중스포츠교실운영학교현황 바로가기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 (끝) 과학논술, 일상에서 시작하기 ●과학논술은 로또가 아니다 ●과학적 소양을 길러라 ●부침개 부치듯 뒤집어 보라 ●숲을 보는 안목을 길러라 ●버리려면 과감히 차버려라 최근 들어 어떻게 준비하면 과학논술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일반논술 준비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과학논술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과학논술을 실시한 대학이 여럿 있었지만 내년부터 주요 대학들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수시모집뿐만 아니라 정시모집에서도 실시할 예정이어서 효과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과학논술은 기본적으로 과학적 현상에 대한 분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고전논술과 차이가 있다.‘연어의 회귀와 관련된 제시문들을 주고 연어가 어떻게 그 먼 길을 헤매지 않고 제대로 회귀하는가에 대해 답하라.’는 식이다. 논술문 작성법도 알아야 하고, 과학적 원리를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하므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과학논술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면 평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1. 과학논술은 로또가 아니다-뿌리가 튼튼해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설령 자신이 예상한 문제가 그대로 나왔더라도 기초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답안이 엉성할 수밖에 없다. 과학논술도 기본 교육과정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준비 방법이다. 과학논술이 내신이나 수학능력시험과 형식면에서는 다르지만 평가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는 왜 작을까, 운동량 보존의 원리가 활용되는 사례는 무엇인가, 과학 실험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에너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등은 여러 형태의 과학평가에서 공통적으로 출제된 문제다. 2. 과학적 소양을 길러라-마법의 ‘쓰레받기’는 없다. 한 과학 교양서적에 ‘왜 하필이면 마법의 빗자루일까.’라는 글이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현상에는 분명 그 속에 보편 타당성이 내재돼 있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답안 구성에 필요한 원리가 과학교과서에 있어야 하므로 문제에 등장하는 소재(주로 자연 현상)는 교과서 밖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자주 보는 현상일수록 당연히 여기지 말고 관련 원리가 교과서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 두는 것이 좋다. ‘콜라를 마셔도 죽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도 ‘그럼 마시고 죽으라고 콜라를 만들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콜라의 여러 화학적 성질 가운데 인체에 해를 끼칠 만한 것이 무엇일까, 콜라가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가면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까를 교과서 원리를 활용해 분석한다면 출제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답을 쓸 수 있다. 3. 부침개 부치듯 뒤집어 보라-비판적 사고력 평가는 모든 논술의 공통요구다. ‘오존처럼 존재 위치나 사용처에 따라 그 역할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다른 물질의 예를 들고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라는 문제를 받으면, 특정한 물체들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물질이나 현상들은 모두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물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기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나노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별천지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지만 너무 미세해진 물질들이 대기를 오염시켜 현대인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기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학논술도 수험생의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본적으로 평가하므로 평소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4.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라-교과원리 연결형 문제는 단골손님이다. 통합교과형 논술의 특성상 특정 과목 내의 단일 개념이나 원리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운 현상을 소재로 삼은 문항이 주로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른 형식의 학습평가와 달리 논술은 한두 개의 소수 문항으로 수험생을 다면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코끼리를 단지 크기를 축소시켜 개미처럼 만든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얼핏 보면 개미도 웃을 질문이다.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답과, 거미가 벽을 기어 다니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영화에 등장하는 스파이드맨이 벽위를 기어 다니면 분명 화면이 합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같다는 사실을 연결지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학논술의 개별원리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는 그들을 연결지어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5. 이왕 버리려면 과감히 차버려라-관성적 사고를 버려야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운송용 배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원리가 무엇인가?’ 배는 당연히 나무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철로 만든 사례를 설명하는 제시문이 함께 주어졌던 문항이다. 나무가 아닌 철을 이용해 배를 만들자고 처음 주장했을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배를 나무로만 만들어야 하는 101가지 이유를 외쳤을 것이다. 비행기의 발전 과정도 비슷했다. 프로펠러 비행기가 음속 이상으로 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프로펠러의 성능 개선에만 집착했다면 초음속 비행기는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사례들에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학자다운 자세가 여실히 드러난다. 과학논술은 과학자들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이고도 종합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므로, 평소 학자들의 영혼, 그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정록 강사 메가스터디 유레카논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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