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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노량진 컵밥/이인재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노량진 컵밥/이인재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

    취직을 조건으로 대출을 유도해 가로채는 사기범들에 걸려 청년 400여명이 50억원의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보도(서울신문 2013년 10월 15일자 10면)를 보고 요즈음 취업난을 실감한다. 최근 인기 있는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오는 가난한 여자 주인공은 과거 ‘캔디’ 캐릭터와는 달리 소리를 버럭 지른다거나 울고 싶을 때 울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은 ‘취업도 어렵고 취업한 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 같다(10월 14일자 20면). 올해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사상 최대 인원인 27만명이 지원했고,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응시자는 중복지원자를 포함하면 총 45만명에 이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울 노량진 공무원시험 학원가에는 이미 이곳의 명물이 된 2500원짜리 ‘컵밥’을 먹고 무릎 나온 추리닝 차림의 소위 ‘공시족’들이 넘친다.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철이 들 대로 든 젊은이들은 장기간 취업준비를 지원해 주는 부모님에게 미안해서 제대로 된 식사조차 못 챙겨 먹는다. 공무원 시험 총 합격자가 2만명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시족 중에서 합격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결과적으로 수년을 허송하는 셈이니 그 사회적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국가직·지방직 시험 감독관 연인원 1만 2000명과 출제 및 시험지 인쇄비용 등 전체 소요비용 44억원에, 시험 준비생들이 준비에 쏟아붓는 연간 비용 6조원에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진다. 왜 이렇게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을까. 한마디로 청년 일자리 부족과 취업난에 대한 불안 때문으로 생각된다. 공무원 시험은 기업체 채용과는 달리 스펙을 따지지 않으며 배경과 학벌을 묻지 않고 시험만으로 경쟁할 수 있어서 희망자들이 몰리고 있다. 부모들 또한 자녀들이 명예퇴직 위험과 노후설계에 대한 부담 및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 사회적 비용이 큰 공무원 열풍에 대한 대안이 민간기업과 공조직을 통틀어 취업과 일자리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볼 때,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모두에 있다. 서울신문 지난 9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 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고3과 대학 3~4학년의 경우 직업훈련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라든지, 사회복지 전담인력·소방공무원·교원들의 추가 채용,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동량인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서울신문은 청년실업과 공무원 시험 과열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보도를 통해 국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를 확대해 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공시족 청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조직에도 단점들이 있고 이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수없이 많은 직업들이 존재하며 직업은 자신들의 적성과 성격, 그리고 전문성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달콤해 보이는 길보다는 큰 틀에서 자신의 인생행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 에버랜드, 희귀·난치질환 의료비 지원

    에버랜드, 희귀·난치질환 의료비 지원

    삼성에버랜드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희귀·난치성 질환 연합회 대강당에서 의료비 전달식을 갖고 환아 30명에게 1인당 500만원씩 총 1억 50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의료비 전달식에는 의료비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어린이들과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의료비는 신경 조직이 자라 종양을 형성하는 희귀 질환인 ‘신경섬유종증’을 앓는 강성민 (가명)군 등 30명에게 전달된다. 삼성에버랜드는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국내 인식이 부족했던 2004년부터 어린이 260명에게 총 13억원의 의료비를 지원했다.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국내 약 2만명 정도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에서 오는 고통은 물론 경제적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안 해 국민연금 불신 커진다

    공무원 연금 적자를 메우는 예산이 내년에 2조 5000억원에 육박하고 군인연금까지 더하면 4조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연금의 경우 올해보다 무려 31%가 늘어난 금액이다. 2001년에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도록 공무원연금법을 고친 뒤 쏟아 부은 혈세가 무려 14조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온 국민이 주머니를 털어 공무원들의 노후를 보살피는 꼴이다. 앞으로 보전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0년간 수십 조원을 투입해야 한다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하루바삐 공무원 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1990년대 초반부터 재정 고갈 문제가 대두했지만 2009년에야 1차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반쪽 짜리 개혁이 되고 말았다. 연금 수령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받는 돈을 줄였지만 신규 공무원부터 적용했다. 기존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여러 면에서 혜택이 월등하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평균 1.7배를 받지만 공무원 연금은 2.5배를 받는다. 정부가 부담하는 사업주의 부담률은 7%로 국민연금의 4.5%보다 훨씬 높다. 연금 수령 연령도 평균 10년 정도 이르다. 두 연금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국민연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이 발표되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몇 달 동안 탈퇴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국민으로서 다른 연금에 가입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다. 국민연금 또한 2044년쯤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개혁 압박을 받고 있다. 더 내고 적게 받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공무원 연금도 언제까지나 예산에 기댈 수는 없다. 기존 공무원들도 한 발짝씩 양보해서 보험료율은 조금 더 올리고 받는 돈은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폭탄 같은 존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초연금 차등 지급안에 따라 노인들도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기초연금은 수령액이 공무원연금의 10분의1도 되지 않으면서도 노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돈이다. 그런 돈을 줄이려고 온 나라가 난리 치는 판에 공무원들만 온실 안에 있을 수는 없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금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권 말이 되면 표 때문에 개혁은 또 미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연금 개혁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금부터 범국민적인 개혁기구를 만들어 4대 연금의 개혁안을 다시금 짜기 시작해야 한다. 하루가 급하다.
  • 스마트폰, 한국서 팔릴 만큼 팔렸나

    스마트폰, 한국서 팔릴 만큼 팔렸나

    올해 이동통신사의 스마트폰 가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화로 인한 시장 위축 여파가 이통사를 넘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통신업계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분기당 평균 254만명씩 늘었지만 올해(8월 현재)는 분기당 135만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증가 폭이 지난해의 절반(53.1%)에 불과한 셈이다. 전체 가입자 중 스마트폰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에는 분기 평균 4.5% 포인트씩 늘어났지만, 올해 1분기와 2분기 사이에는 1.9% 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은 시장 정체는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이동통신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2011년 7월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상용화한 후 분기당 가입자가 약 384만명 느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후 성장 폭은 둔화됐다. 실제 국내 이동통신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 8월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약 5416만명으로 통계청 추계 인구 5022만명을 훨씬 웃돌고 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3632만명으로, 전체 휴대전화 이용자의 67.1%다. 이쯤 되자 업계에선 스마트폰 시장마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국내 전자업계의 효자 노릇을 하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서 “최근 업체들이 웨어러블 기기 등에 신경을 쓰는 것도 스마트폰 이후를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찮고 협력업체 수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최근 시장의 포화는 유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국감 브리핑] 농협 직원 30년간 2배↑

    지난 30여년간 농가 인구는 4분의1로 감소했지만 농협 임직원 수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임직원 수 증가에 더해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도 7명 중 1명꼴이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18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농가 인구는 1980년 1082만명에서 올해 283만명으로 26% 수준이 됐지만 농협 임직원 수는 3만 7511명에서 8만 2208명으로 2.2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평균 농가소득은 3130만원, 농가부채는 2726만원이었으나 농협 계열 주요 6개사 직원 1만 8615명의 약 13.8%에 해당하는 2569명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사 직원의 명예 퇴직금도 1인당 평균 1억 6322만원에 달했다.
  • [씨줄날줄] 입도세/오승호 논설위원

    시카고는 여행객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초에는 호텔세를 3.5%에서 4.5%로 올려 총 호텔세는 16.4%로 높아졌다. 시카고 인기 여행지의 경우 하루 여행에 지출되는 세금이 40달러 31센트라는 조사도 있다. 세금은 소비자 행동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US여행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높은 여행세 때문에 더 저렴한 호텔에 머무는 등 여행 계획을 바꾼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49%나 됐다. 응답자의 10%는 세금 때문에 여행지를 바꿨다고 했다. 호놀룰루나 올랜도 등 여행객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도시들이 여행세를 너무 많이 부과하지 않으려는 이유일 것이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는 2010년 시위세(稅) 도입을 추진한 적이 있다. 크고 작은 시위로 로마가 몸살을 앓는 것이 계기였다. 당시 지아니 알레마노 로마 시장은 “노조원 등 수천명이 로마에 몰려올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면서 “청소와 경찰병력 동원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시에서만 책임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시위세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해 로마는 호텔에 머무는 여행객에게 최고 10유로의 여행세 징수 방안을 내놓았다가 관광업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관광객에게 사실상 입도세(入島稅)인 ‘환경기여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환경수도 조성 지원특별법 제정안’ 에 따르면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환경기여금으로 항공 또는 선박 이용료의 2%를 내도록 되어 있다. 용역을 맡은 한국법제연구원은 2%를 상한선으로, 초기에는 1% 선으로 시작해 저항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경기여금은 생물 다양성 증진, 온실가스 배출 저감, 훼손된 환경 복원 등 제주를 ‘세계환경수도’로 조성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3관왕인 제주도는 2020년까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인증하는 사상 첫 세계환경수도가 되는 것을 목표로 연말까지 특별법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주도는 올 들어 그저께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1980년 연 2만명의 100배 수준으로, 눈부신 성장세다. 환경기여금은 항공료나 선박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항공사나 여행사는 유류할증료와 각종 세금을 모두 포함한 항공요금의 총액을 광고에 표기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환경기여금이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번 발길을 돌린 관광객을 다시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사설] 국민연금 탈퇴 도미노 진정방안 찾아야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의 탈퇴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조짐이어서 예삿일이 아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국민연금의 토대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상 조짐이 생겨난 것은 올 2월부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방안을 발표하자 2월 한 달 동안에만 1만여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며 부랴부랴 진화하면서 주춤하는 듯했지만, 지난달 25일 최종안이 나오면서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국민연금을 오래 부을수록 상대적으로 기초연금은 덜 받게 돼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1~24일 국민연금 탈퇴자는 하루 평균 257명이었던 데 반해 정부 발표가 있던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는 365명으로 늘었다. 이탈자가 하루 100명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신규 가입자를 뺀 순감 인원만 따져도 올 1~9월 2만명이 넘는다. 기금 고갈 우려로 한때 국민연금은 심각한 불신에 몰렸다. 하지만 2007년 대대적인 개혁안과 국민연금만 한 수익상품은 없다는 공단 측의 집요한 구전 마케팅, 강남 주부들의 열띤 호응 등이 가세하면서 ‘국민연금은 일단 가입하고 볼 일’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렇게 어렵사리 구축된 토대가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국민연금 탈퇴 방법을 묻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국민연금 폐지 운동에는 벌써 1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탈퇴와 납부 기피 풍조가 더 확산되기 전에 청와대와 정부는 대응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국민을 제대로 설득할 진정성 있는 논리를 내놓든가, 그럴 자신이 없으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주무 부처 장관이 자리를 내던지고 나간 마당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손해라는 주장은 오해’라는, 말장난에 가까운 수사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풀려 불신 풍조가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신뢰는 쌓기 힘들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국민연금 기반이 약해지면 이를 메우는 데 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든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 주는 공무원·군인연금 등의 개혁 방안도 내놓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시비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이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가입자들도 스스로 노후보험을 걷어차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미래 에너지를 찾아서… 에너지 올림픽 열린다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미래 에너지를 찾아서… 에너지 올림픽 열린다

    에너지 분야의 올림픽으로 3년마다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가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다. 이번 총회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 중 가장 큰 행사이다. 대구시는 2008년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에너지협의회 집행이사회에서 올해 총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올해 총회는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이라는 주제 아래 화석연료에서부터 신재생, 원자력, 셰일가스 등 지속 가능한 미래의 에너지를 준비하기 위한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이와 함께 ▲에너지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 ▲미래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 ▲기후 변화로 대변되는 환경 문제 등 전 세계가 직면한 3대 난제를 진단한다. 1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4일부터 나흘 동안 본 프로그램이 열린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북미 등 42개국 54명의 에너지 관련 장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에너지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한 문제, 셰일가스 대규모 개발 등 시의성 있는 주제들도 다뤄진다. 92개국에서 100여명의 에너지 분야에 종사하는 차세대 리더들이 에너지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미래 에너지 리더 프로그램’과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에너지산업 발전사를 개발도상국 참석자들과 공유하는 ‘개발도상국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번 총회에는 113개국 600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가등록했으며 현장등록을 포함하면 참가자는 7000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0 몬트리올 총회의 사전등록인원 4000여명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인들의 참여가 가능한 전시회의 관람자도 2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750g으로 태어난 내 딸의 숨결… 참 고맙죠”

    “750g으로 태어난 내 딸의 숨결… 참 고맙죠”

    “둘째 딸 태빈이는 큰딸과는 다르게 태어나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웠습니다. 손바닥만 한 아이가 심장 동맥관 수술에 탈장 수술까지 받아야 했죠. 못난 어미를 만나 고생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어요.” 지난해 10월 750g의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출생 체중 1㎏ 미만)로 태어난 태빈(1)이를 그리워하며 엄마 박민숙(38)씨는 한동안 매일 울었다고 했다. ‘이른둥이’(출생 체중 2.5㎏ 이내거나 재태 기간 37주 미만)로 태어나 고생하는 태빈이를 보면 꼭 자신의 잘못 같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박씨는 출산 후 자궁 적출 수술까지 받으면서 한 달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행히 이제는 살이 제법 올라 퇴원까지 했지만 이른둥이에게 많이 나타나는 뇌혈류 감소 증세가 보이는 데다 뻗침도 심해 태빈이는 정기적인 검사와 운동 치료를 받아야 한다. 월 100만원의 빠듯한 수입으로는 생활비도 부족하지만 박씨는 누구보다 건강하게 태빈이를 기르고 싶다고 했다. 산모 고령화와 불임부부의 증가로 인공수정이 늘면서 1.5㎏ 미만의 극소 저체중 출생아가 늘고 있다. 7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 목동병원에 태빈이와 같은 이른둥이와 그 가정을 돕는 국내 최초의 통합의료 시스템인 ‘도담도담 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이른둥이들과 잠재적인 장애 위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지원한다. 올해는 25가구를 선정해 아동 재활치료 서비스와 세균성 감염 조기 진단, 예방교육 등을 지원한다. 내년에는 20가구를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새롭게 태어난 아이 수는 연평균 72만명에서 47만명으로 35% 줄어든 반면 저체중 출생아는 1993년 929명에서 2011년 2935명으로 무려 316%나 증가했다”면서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 서비스가 필요한 아이들이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들을 향한 지원체계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경찰 증원 첫 단추는 지휘관급…내년 경무관·총경급 47명 늘려

    경찰이 경찰관 증원 계획에 맞춰 지휘관급인 경무관과 총경급 정원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으로 5년 동안 인원을 2만명 늘릴 계획이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이같은 내용의 경찰 직제 조정안이 포함됐다. 예산안은 지난달 안전행정부 승인을 받아 기획재정부 심의를 통과했다.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내년부터 경무관 정원은 현재 38명에서 48명으로 10명, 총경은 467명에서 504으로 37명 늘어날 전망이다. 늘어나는 경무관급은 경찰이 전부터 설립을 추진해 온 사이버안전국 국장을 비롯해 인천·대구·경남·대전·울산·전남·광주경찰청 부장, 서울 송파·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장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경급 증가 인원은 전국 지방청에 신설되는 여성청소년과장과 일부 지방청 부장 직제 도입으로 신설되는 과장급 직제 등에 반영된다. 경찰청은 이런 내용의 직제 조정안을 조만간 열리는 경찰위원회에 올린 뒤 가결되면 관련 절차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웃으면 바뀌오 인상도 인생도

    웃으면 바뀌오 인상도 인생도

    ‘임금이 될 상(相)은 타고 난다(?).’ 조선시대 천재 관상가의 삶을 다룬 영화 ‘관상’이 지난 3일까지 관객 842만명을 끌어모으며 흥행하자 덩달아 ‘관상술’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커지고 있다. 영화는 ‘사람의 운명은 얼굴 생김새에 따라 정해져 있다’고 전제하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하지만 현대의 인상 전문가들은 이런 전통적인 관상론에 고개를 젓는다. 생긴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는 대로 얼굴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라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새겨진다는 얘기다. 한 인상학자는 “인상의 30%는 타고나지만 70%는 후천적으로 결정된다”고 했다.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은 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해온 얼굴·인상학자와 성형외과 전문의 등에게 비법을 물었다. 얼굴 전문가들은 인상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면 길흉화복을 점치기는 어려워도 한 사람이 살아온 길과 심리 상태, 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웃고, 찡그리고, 울 때 얼굴 근육 46개가 주로 쓰이는데 이 움직임이 얼굴의 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국내 1호 인상학 박사인 주선희(54)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는 4일 “예컨대 인상학적으로 입이 작으면 내성적이며 치밀하다고 본다. 평소 호탕하게 떠들지 않고 주로 입을 다무는 사람은 입 주위의 근육 16개가 안쪽으로 강화돼 입이 작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입이 큰 사람은 성격이 좋고 느슨하다고 보는데, 평소 어금니를 앙다물지 않고 입이 약간 벌어져 있고 잘 웃으면서 얼굴 근육이 발달해 입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은 평소 영양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얼굴 모양이 크게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얼굴 전문가인 조용진(63) 한국얼굴연구소장은 “만 10~11세가 지나면 눈 아래쪽의 얼굴 뼈가 주로 성장한다”면서 “개인차는 있지만 영양 상태가 좋고 마음이 안정되면 턱과 코 등이 길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상학적으로 얼굴이 길면 성숙한 느낌을 준다. 사실 좋은 인상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의 인상에 몇 가지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주 교수는 “성공한 사람은 보통 눈동자가 촉박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그윽한 눈을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눈앞의 상황만을 보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큰 그림을 그리는 듯한 눈빛을 가지면 신뢰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밝은 표정도 성공한 이들의 특징으로 꼽혔다. 진세훈(58) 진성형외과 원장은 “성공한 사람 중 우거지상은 못 봤다”면서 “아무리 타고난 인상이 좋고 아름다워도 웃지 않으면 불 꺼진 형광등과 같다”고 밝혔다. 피부색이 건강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분석도 있다. 주 교수는 “피부가 희거나 검거나 노란 것은 상관없다. 다만 윤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특정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장인은 오랫동안 집중력을 발휘한 까닭에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인 특징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상을 바꾸려면 우선 자주 웃으라고 권했다. 진 원장은 “성공한 정치인, 연예인 중에는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또 동경하는 사람의 얼굴을 모델로 표정 연습을 하거나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상상한 뒤, 거울을 보고 그때의 표정을 기억해 연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주 교수는 “입꼬리와 양 눈썹 끝이 올라갈 정도로 많이 웃으면 볼과 코에 탄력이 붙는 등 좋은 인상으로 변한다”고 소개했다. 또 진 원장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성형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누군가에게 구타당해 생긴 상처는 비록 작더라도 트라우마로 남기 때문에 수술로 극복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상을 고치려고 성형 수술을 무차별적으로 하면 얼굴 균형이 깨지는 탓에 되레 좋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좋은 인상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진 원장은 “‘아무리 사주가 좋아도 관상보다 못하고 관상이 좋아도 심상(心相)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면서 “평소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커버스토리] 뜨는 노량진 ‘공시촌’…지는 신림동 ‘고시촌’

    [커버스토리] 뜨는 노량진 ‘공시촌’…지는 신림동 ‘고시촌’

    2017년 폐지가 예정된 사법시험의 응시 인원이 점차 줄어들어 고시학원이 밀집한 서울 신림동은 쇠락하는 반면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늘고 있다. 고시생은 사라지고 공시생이 대세가 된 셈이다. 올해는 행정학개론과 같은 전문 과목 대신 사회, 과학, 수학 등 고교 선택과목이 도입되면서 공무원시험 진입 장벽이 낮아져 20만명이 넘는 사상 최대 인원이 9급 공무원시험에 몰렸다. 사법시험 응시 인원은 2000년대 들어 계속 2만명이 넘었지만, 로스쿨이 출범한 2009년 이후 줄어 올해는 반 토막이 난 1만 89명에 그쳤다. 반면 9급 공무원시험 응시 인원은 평균 15만명 정도였는데 올 들어 처음으로 20만명을 넘어섰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숫자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통계청 조사에서 취업준비생 61만명 가운데 31.9%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학원가에서는 중복 응시 등을 감안하면 연간 45만명 정도가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때 5만명을 넘어섰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은 현재 2만명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공무원시험 시장의 규모는 노량진에서 학원사업에 진출한 상장 합병기업의 자료를 근거로 추정했을 때 2010년 800억원, 2011년 900억원, 2012년 약 1000억원 규모로 해마다 10% 이상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2011년 노량진에서 학원업을 시작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 간 기업의 관계자는 “고교 선택과목 도입 이후 고등학생 수강생이 전체의 10~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 취업준비생들이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대거 몰렸으나, 올해 9급 공무원시험에 전년보다 응시 인원이 30% 늘어난 것은 성별, 학력, 연령 등 시험 응시 제한요건을 점차 풀어 나간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내년에도 순경, 사회복지직, 시간제 공무원 등 대규모 공무원 채용이 예고돼 공시생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법시험은 자격시험이며, 공무원시험은 빈자리를 채우는 임용시험으로 성격이 다른 데다 누구나 제한 없이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목표라 공무원시험의 인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시험 담당자는 분석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공무원시험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괜찮은 직업이 줄어들면서 국민 생존의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됐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커버스토리] 2030 공시생 늘자 원룸 품귀 vs 사시생 줄어들자 썰렁한 苦시촌

    [커버스토리] 2030 공시생 늘자 원룸 품귀 vs 사시생 줄어들자 썰렁한 苦시촌

    고시(高試) 하면 떠오르는 두 곳,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과 관악구 신림동은 국내 고시촌계의 양대 산맥이다. 7, 9급 국가공무원 및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노량진동에 밀집해 있다. 사법시험과 일명 ‘행정고시’(5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합격을 바라는 수험생들은 신림동에 모여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고시촌의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노량진 고시촌 주변은 갈수록 늘어나는 수험생들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신림동 고시촌은 2017년 사법시험 폐지가 예정된 탓에 ‘사시생’이 감소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점점 잃어 가고 있다. 신림동 주변 상권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 20년 가까이 머물러 있는 상인들은 격세지감을 토로한다.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뒤섞인 행렬이 역 계단을 뒤덮었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육교 너머로 유명 공무원 시험 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휴일이었지만 가벼운 반팔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가방을 멘 채 길을 걷는 수험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육교에서 동작경찰서가 위치한 길로 내려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니 각양각색의 수험생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노량진 고시촌의 명물로 자리 잡은 포장마차 컵밥집 중 세 군데가 문을 연 가운데 컵밥집 주변에는 서 있거나 앉은 자세로 컵밥을 먹는 수험생들이 가득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한 손에는 포장된 컵밥이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를, 다른 한 손에는 병 커피 두 개를 들고 이동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수험생 중 일부는 캐리어를 끌고 원룸과 고시원이 밀집한 노량진동 노량진로14길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다. 휴학생 이모(26)씨는 2년 전부터 지방에서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직렬 중 검찰사무직 시험 과목을 공부하다가 지난달 말 노량진 고시촌으로 왔다. 현재는 노량진동의 한 공무원 시험 학원에 다닌다. 이씨는 “올해와 달리 다음 국가직 9급 공채 시험이 내년 4월에 실시될 예정이라 유명 강사 수업을 듣기 위해 노량진동에 원룸을 하나 얻었다”면서 “필수 과목, 특히 한국사 과목 수업은 한 반에 수험생 약 200명이 수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노량진 고시촌 일대가 조용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머물러 보니 주변에 PC방, 만화방, 노래방 등 수험생들을 유혹하는 시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이 많은 탓이었다. 이씨는 “학원 근처에 고깃집, 호프집 등 놀 곳이 많다”면서 “공부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학원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언덕길에 있는 방을 구했다”고 전했다. 이씨처럼 시험일을 7개월 정도 앞두고 방을 구하러 부동산 공인중개소를 찾는 수험생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공인중개사 오모(59)씨는 “올 초 정부에서 경찰공무원을 2만명 증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한동안 원룸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면서 “이곳에서 중개업을 한 지금까지 2년 동안 20~30대 청년층 수험생 방문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원룸 가격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지난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받던 15㎡ 규모의 풀옵션 원룸이 올해는 월세가 5만원 더 올랐다. 오씨는 “공무원 시험 연령 제한이 폐지되면서 50대 장년층이 고시촌 방을 구하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수요가 늘다 보니 기존 다가구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해서 원룸으로 만드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노량진 고시촌을 서성이다가 신림동에 살면서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모형석(32·가명)씨를 만났다. 그는 현재 국가직 7,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모씨가 신림동 독서실에서 공부하지 않고 굳이 노량진까지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독서실을 다니면서 우울증 증세까지 겪었어요. 알고 지내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칸막이가 놓여 있는 독서실 책상에서 2년 동안 공부하다 보니 답답하더라고요. 스트레스도 심했고요. 그렇다고 아는 사람이 많아서 노량진에 오는 건 아니에요. 이곳에 있는 학원의 개방된 자습실에 다니면서 여러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요. 정신적으로 풍요롭다는 느낌도 들고요. 사람 냄새가 그립다 보니 여기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 것 같습니다.” 모씨의 말은 신림동 고시촌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 23일 지하철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오후 2시쯤 ‘대학동(옛 신림9동) 고시촌 입구’ 정거장에 도착했다. 정거장 인근에는 과거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주된 모임 장소이자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비치해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서점 ‘그날이 오면’(1988년 개점)이 있었다. 서점을 운영하는 김동운 대표는 “비록 우리 서점에 고시용 수험서는 없었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장시간 법전을 보다 잠깐 쉬는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해 책을 고르는 고시생도 더러 있었다”면서 “지금도 인근 서울대 학생들이 꾸준히 서점을 찾는 것과 비교한다면 이 주변의 고시생 수는 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러면서 대학동 고시촌 풍경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는 단순히 고시생 수 감소에서만 비롯된 일은 아니고 사회 운동에 앞장섰던 1980년대 말 당시 학생들이 갖던 문화와 지금의 학생들이 공유하는 문화가 달라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숙(66·여)씨는 대학동의 ‘녹두거리’에서 20년 가까이 빈대떡 장사를 해 오고 있다.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전씨 역시 대학동의 변화를 곁에서 지켜본 ‘산증인’인 셈이다. “1990년대만 해도 식당에 들어오는 손님의 90%가 고시생이랑 서울대생이었어요. 특히 고시생이 많았죠. 게다가 1990년대 초 심야 영업 규제가 적용되던 시절 이곳 녹두거리 술집은 사실상 규제를 받지 않는 곳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고시촌에 살지 않는 외부 사람들까지 야간에 모여드는 바람에 녹두거리 주변은 문전성시를 이뤘죠.”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로 고시생 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전씨의 이야기다. 대학동 고시촌의 변화는 사법시험 학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수험생은 “학원 강사들도 수업 중에 ‘예전보다 수강생 수가 확실히 많이 줄었다’고 얘기한다”면서 “사시생이 많았을 때는 반을 나눴었는데 지금은 합반을 할 정도”라고 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서 사랑에 취하고 낭만에 젖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서 사랑에 취하고 낭만에 젖다

    영원한 사랑의 주인공, 줄리엣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베로나에서 한여름 밤의 오페라 무대를 만난다. 알프스 아래 첫 마을, 치비달레의 중세 축제와 고색창연한 르네상스 도시, 페라라의 버스커스 축제에 이르기까지. 어디를 가나 음악과 낭만이 넘치는 곳, 이탈리아 북동부의 보석 같은 소도시로 떠난다. 28일 오전 9시 40분 방송되는 KBS 1TV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여정이다. 불멸의 사랑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죽음마저 막지 못한 이들의 사랑은 소설 속 배경 도시 베로나를 사랑의 성지로 만들었다. 특히 베로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줄리엣의 집은 사랑의 순례자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명소다. 벽은 그들이 남긴 사랑의 낙서로 가득하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줄리엣 동상을 어루만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린다. 하지만 베로나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올해로 페스티벌 탄생 ‘첸테나리오’(100주년)를 맞이한 베로나 오페라 축제다.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아이다’를 공연하면서 시작된 이 축제는 올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이했다. 2000년 전 목숨을 건 검투사의 대결이 펼쳐졌던 베로나 아레나. 그 역사적인 무대에서 별빛 아래 산들바람 맞으며 2만명의 관객 앞에서 열창하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피오렌차 체돌린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본다. 이탈리아 국민 작곡가로 여겨지는 베르디의 생가도 둘러본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절벽, 신들의 거처로 불리는 돌로미티 산맥은 가파른 수직 절벽과 폭이 좁고 깊은 계곡이 길게 형성되어 있어 이탈리아 알프스의 진수를 선사한다. 1993년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산악 영화 ‘클리프행어’의 촬영지로 유명한 몬테크리스탈로와 돌로미티의 상징이자 천혜의 트레킹코스, 트레치메디라베레도의 장엄한 풍경 속으로 빠져보자. 이탈리아 북부 최고의 패러글라이딩 명소, 해발 2218m의 몬테발도에서는 가르다 호수 위를 나는 환상적인 비행에 담당 PD가 도전했다. 발 아래 펼쳐지는 고봉준령과 호반 도시 말체시네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정원규제 손톱밑 가시 뽑아주면 일자리·수익 두 토끼 잡는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정원규제 손톱밑 가시 뽑아주면 일자리·수익 두 토끼 잡는다”

    그는 말을 에둘러 하는 법이 없다. 짧은 질문에도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노트북에 받아치기 애먹을 정도로 말이 빨랐고 때로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그만큼 기업 운영에 대한 열정과 조직 확대·발전을 향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정부가 손톱 밑 가시만 제거해주면 일자리 창출과 수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정사업본부장 재임 중 ‘우정사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남궁민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을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시험원에서 만났다. →시험원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모든 제조업체는 제품을 만들고 나면 시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을 거쳐야만 제품을 팔 수 있고 국외 수출도 가능하다. 모든 기업이 제품 인증을 위해 우리 시험원을 거쳐야 함에도 규모가 작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많고 또 업무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시험원은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세워졌다. 당시 우리 사회는 농업기반 사회였는데 우리가 잘살기 위해서는 산업화와 공업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박 대통령이 1965년 구로공단을 만들고 인접한 이곳에 유엔의 원조를 받아 설립했다. →설립 당시에 비해 우리 경제 규모도 커졌고 산업도 발전했는데 시험 인증의 규모 확대가 필요하지 않나. -당시 우리 무역규모가 10억 달러 정도였는데 그것도 수입이 수출보다 3배 많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무역규모가 1조 달러가 넘는다. 단순 비교로는 1000배 성장한 셈인데 모든 제품을 수출입할 때는 시험인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증 시장도 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임에도 우리 시험원의 규모가 작아 반도체, 조선, 자동차, 휴대전화 관련 산업 대부분이 시험인증을 외국기관에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험인증을 외국기관에서 받게 되면 국부 유출은 물론이고 첨단 산업기술이 고스란히 외국 기업에 넘어갈 위험성이 크다. →시험인증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세계적으로는 연 130조원 규모의 시장이다. 이는 디스플레이 산업 규모보다 크고 반도체 산업의 절반 정도의 시장규모인데 우리 시장규모는 4조~5조원 된다. 문제는 이 가운데 60~70%를 외국 시험인증기관이 점령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도 외국 시험인증기관에 뺏기고 있고, 우리 기업들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국외 지점처럼 진출해 외화를 획득해와야 하는데 오히려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시험인증은 부존자원이 필요없는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유리한 시장이다. →우리 인증기관은 국내 시장의 30~40% 만 처리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국내 시장 안에서도 민감한 문제가 있는데 시험인증은 국민 건강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불거진 원자력 발전소 문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군소 인증기관은 시험인증 자체보다 고객 확보가 급선무다. 고객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부실 인증과 인증서 위조 등의 문제가 뒤따를 위험성도 커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술시험인증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 시험인증 산업 자체가 워낙 낙후됐기 때문에 내가 제시한 게 ‘비전 2020’이다. 현재 정규직원 354명에 수익 1000억원 규모인 시험원을 2020년까지 직원 1500명에 연 수익 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우리 기업을 충분히 지원하려면 인원은 5000명 정도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정원 확대를 규제하고 있어 시험원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과 예산의 문제인가. -예산 지원은 필요 없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우리 수입으로 운영한다. 우리는 자체 수익기관이기 때문에 정원만 더 주면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성장도 가능하다. 우리는 현재 1인당 매출액이 2억원 정도 된다. 정원을 100명만 더 주면 1년에 200억원이 더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돈이 아니라 사람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관계 부처에서 정규직을 증원해주지 않고 있어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규직 354명에 비정규직이 350여명 된다. 우리가 제 구실을 못하면 결국 기업이 손해를 본다. 시험인증을 거쳐야만 제품 판매가 가능한데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제품을 제때 인증받지 못해 납품 기일을 못 맞추고 그러다 보니 외국 기관에서 인증받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급한 대로 비정규직이라도 채용해서 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많이 쓰면 평가에서 불이익 받을 텐데. -비정규직을 증원하면 경영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수많은 공공기관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이러한 개별기관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우리 원에서는 평가점수를 잘 받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험인증이 늦어지면 그만큼 기업들은 상품생산이 지연되고 수출도 지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가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비정규직 채용은 일지리 창출로 칭찬받을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각종 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지 않은 적이 없다. 6월까지 110차례 이상 언급한 바 있다. 일자리 창출과 같이 국정과제로 정확히 정해진 사안에 대하여는 경영평가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제도가 대폭 개선돼야 한다. 마침 기획재정부도 7월에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마련했고, 현재 이러한 로드맵에 따라 공공기관 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전담 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개선 방안에 공공기관별 특성을 적극 반영해 합리적이고 객관·타당성 있는 평가제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정부의 정원 통제로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는데, 외국 기관은 어떤가. -제일 규모가 큰 곳이 스위스 SGS사다. 직원만 6만명 규모로 연간 수익이 6조원에 달한다. 독일의 시험인증기관도 직원 6만명에 수익 3조원, 프랑스 기관이 3만명 규모에 수익 3조원, 영국 기관은 직원 2만명에 수익 2조원을 내고 있다. 1인당 1억 원 매출인데 우리는 1인당 매출 2억원을 기록 중이다. 우리도 직원 5000명에 매출액 1조원은 이뤄야 한다. 이것은 브랜드 싸움이다. 외국기관과 싸울 때 브랜드 가치가 높아야 국외 기업들이 우리를 찾아오게 되는 거다. 현재는 당장 100~200명만 증원해주면 우리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KTL이 정부출연 기관인데 최첨단 산업도 인증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우수한 인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의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도 반도체와 휴대전화, 조선, 자동차 등을 지금 세계 1~5위에 올려 놨다. 과거 산업화 초기에도 의지 하나 가지고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지금도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시험원은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만 하는 일은 민간기업과 같다. 그렇다면 민간과 같은 대우가 필요하다. 규제가 많아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계속 강조하고 요구하는 게 정원 문제다. 민간기업과 같은 자율성 보장이 제1의 요구 사항이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 국민 건강과 안전과 직결되는 사업은 특히 민간 외국 기업에 시험인증을 맡길 게 아니라 공공성과 보안성이 담보된 우리 시험원에 맡겨야 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으면 말해달라. -우리 시험원과 같이 민간과 동일한 성격을 가진 기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출연기관이긴 하지만 우리 시험원 재정 자립도가 96%가 넘는다. 올해 예산 1303억원 중 정부출연금이 48억원이고 나머지 1255억원이 자체수입이다. 더 이상 손톱 밑 가시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 정리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남궁민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은 ▲1955년 강원 춘천 ▲춘천고, 서울대 ▲행시 24회 ▲우정사업본부 금융사업단장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 정보통신산업정책관 ▲우정사업본부장
  • [씨줄날줄] 고향의 의미/손성진 수석논설위원

    4만㎞가 넘는 거리를 헤엄쳐서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모천(母川) 회귀 본능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태어난 강의 자기장(磁氣場)에 관한 기억을 이용해 돌아온다는 가설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또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의 냄새를 기억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연어의 모천과 같은 곳이 고향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처음 눕혀진 땅이므로 고향은 어머니와 같은 의미다. 고향은 산으로 들로 뛰어놀며 자란, 우리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고향 집이 있고 고향 사람이 있고 고향 마을이 있다. 그래서 갈 수 없는 고향은 그립고 안타깝고 아련한 존재다. 이런 감정이 깊어지면 향수병(鄕愁病)이 된다. 20세기 이전 이주가 활발하지 않았을 때는 벼슬 등을 얻어 출향(出鄕)하지 않으면 선조의 묘가 있는 고향을 평생 지키며 살았다. 그러나 6·25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수많은 사람이 북에서 내려와 고향을 잃었다. 북이 고향인 실향민은 300만명이 넘는다. 북한 인구의 4분의1이다. 남한에서 살던 사람들도 먹고살기가 힘들어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몰려들었다. 서울의 인구는 1955년에 157만여명이던 게 1965년에 347만여 명, 1975년에 688만여명, 1985년에 963만명으로 급팽창했다. 올림픽을 치렀던 1988년에 1000만명을 돌파한 서울 인구는 그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였다. 서울 시민 10명 중 8명은 고향을 떠나온 사람과 그 자손들이라고 볼 수 있다.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고향은 늘 가고픈 곳이다. 연어가 사력을 다해 모천을 거슬러 올라가듯 명절 때면 귀성 전쟁이 벌어진다. 기차와 버스에 짐짝처럼 실려도 귀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열 몇 시간씩 차를 운전하고 가야 하는 고통도 감내한다. 오로지 고향의 냄새를 맡고 싶은 본능적 행동이다. 민족 대이동은 올해도 변함없다. 올 추석 연휴 동안 전국의 추정 이동 인원은 지난해보다 4.9% 늘어난 3513만명이다. 이동 인원이므로 귀성객 수는 그 절반쯤으로 보면 된다. 1950년대 이후 상경해서 서울에 자리 잡은 1세대 이주자에게 고향은 뚜렷하다. 그러나 그 자손들의 고향은 어디일까. 당연히 서울로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명절이라도 귀향할 필요가 없다. 도로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태어나 수도권에 사는 30~50대는 1990년에 262만명으로 수도권 전체의 39%였지만, 2010년엔 523만명으로 46%로 급증했다. 몇십 년 후 1세대 상경 이주자들이 대부분 사망하고 거의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만 남는다면 귀성 전쟁도 사라질 게 틀림없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오바마 바나나’ 러 인종차별 트위트 ‘시끌’

    ‘오바마 바나나’ 러 인종차별 트위트 ‘시끌’

    러시아의 유명 정치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를 조롱하는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리나 로드니나(64) 하원의원의 이름을 내건 트위터 계정(@IRodnina)에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에게 누군가가 바나나를 건네는 모습을 합성한 사진이 게재됐다. 유럽 등지에서 바나나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 인종을 비하할 때 흔히 쓰인다. 이 트위터 계정이 실제 로드니나 의원의 소유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팔로어 수가 2만명이 넘는 데다 과거 트위트의 내용을 볼 때 그의 계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전했다. 보수 여당 소속인 로드니나는 1970~1980년대 올림픽에서 세 차례 금메달을 거머쥔 피겨 스케이팅 영웅으로 명성을 떨치다 2011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해당 트위터 계정은 논란이 커지자 사진을 삭제했다. 그러나 그 이후 트위터에 “발언의 자유는 발언의 자유다. 당신 콤플렉스는 당신이 알아서 해라”라는 글을 올려 오히려비난에 반박하고 나섰다. 15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에서 ‘심한 편견은 무지의 질환이자 병든 정신의 증세다. 교육과 자유로운 토론이 약이다’라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인용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커버스토리-커피, 알고 드십니까] 커피 홀릭 커피 눈물

    13일 국제커피협회(IC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소비된 커피는 모두 17억잔으로, 정확히 1초당 1만 9675잔의 커피가 팔렸다. 1142만명이 매일 1522만 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커피 원두 소비량만 놓고 보면 올해 1월 한 달 동안 60㎏짜리 커피 자루 967만개가 전 세계로 수출됐다. 로이터통신은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금융기관 라보뱅크의 자료를 인용해 “석유를 제외하면 커피가 세계 원자재 수출량 2위”라고 보도했다. 지구촌이 커피에 중독됐다. 서기 525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양치기 소년에 의해 처음 발견된 커피는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과 미 대륙으로 전파된 후 지금은 전 세계인의 대표적인 기호품이 됐다. 밤에 나타나는 각성 효과 탓에 17세기 서구의 사제들로부터 ‘악마의 유혹’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커피가 이제는 현대인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 된 것이다. 커피는 이른바 ‘커피 벨트’로 불리는 남회귀선과 북회귀선 사이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란다. 현재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국가는 50곳에 달한다. 국가별 연간 커피 생산량은 ‘아라비카’로 유명한 브라질이 연간 25억 5072만㎏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베트남(9억㎏), 코트디부아르(6억 9600만㎏), 인도네시아(4억 1100만㎏), 에티오피아(3억 3000만㎏), 인도(3억 30만㎏), 멕시코(2억 7000만㎏)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커피를 도대체 누가 마시는 걸까. 국가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유럽이 독보적이다. 핀란드가 12㎏로 전체 1위를 기록했으며, 노르웨이(9.9), 아이슬란드(9.0), 덴마크(8.7), 네덜란드(8.4), 스웨덴(8.2), 스위스(7.9), 벨기에(6.8) 등 북유럽이 앞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1.8㎏으로 세계에서 54번째다. ‘커피 왕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4.2㎏, ‘다도의 나라’ 일본은 3.3㎏, ‘차의 나라’ 영국은 2.8㎏ 등으로 우리보다 높다. 물론 실제 인구를 고려한 최대 커피 소비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브라질산을 포함해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의 35%를 수입하고 있다. 매일 300만명의 미국인이 400만잔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경제성장과 함께 최근 커피에 맛을 들인 중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아직 0.0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커피 애호인구가 본격적으로 늘어난다면 몇년 안에 전 세계 커피를 싹쓸이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주로 생산돼 대부분 부자 나라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불공정 무역의 비난 대상이기도 한다. 영국 공정무역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민 한 명은 하루 평균 1.5잔의 커피를 마시며, 1년 동안 1642달러(약 184만원)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표적인 커피 산지인 케냐의 커피 농부 한 명의 연 소득은 1000달러(약 112만원)에 불과했다. 현재 지구상에는 커피 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구가 1억 명에 달하며, 이 중 커피를 직접 생산하는 농부는 2500만명에 이른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2부] (3)해외진출 도전사- 포스코, 글로벌 최고 철강사의 꿈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2부] (3)해외진출 도전사- 포스코, 글로벌 최고 철강사의 꿈

    포스코의 해외 진출 전략은 격변하고 있는 세계 철강업계의 기류와 연계돼 있다. 지난 30여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화를 쓰면서 포항과 광양에서 쌓은 제철소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생산 기지를 해외에서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2002년부터 세계 철강업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위지노르와 룩셈부르크의 아르베드, 스페인의 아셀라리아 등 3사가 합쳐 세계 1위 아르셀로를 탄생시켰다. 이는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성공한 기업 인수·합병(M&A) 사례로 평가됐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합병해 JFE(세계 조강 생산 4위)를 탄생시켰다. 2006년 M&A로 몸집을 키워 온 인도의 미탈스틸이 아르셀로를 합병해 조강 생산 능력을 1억t까지 높여 세계 철강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도와 유럽 기업의 합병으로 탄생한 아르셀로미탈스틸은 27개국에 61개 공장과 종업원 32만명을 거느린 골리앗(시장점유율 10%)으로 우뚝 섰다. 포스코는 이 시기에 아르셀로미탈이나 인도 타타스틸의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됐다. 위기를 맞아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보다는 방어책 마련에 집중해야 했다. 이때 일본 철강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대중공업 등 후방산업 기업들과 지분 맞교환 등을 추진했다. 이런 기민한 대응책은 실제 아르셀로미탈의 적대적 M&A 시도를 초기에 잠재우는 효과를 냈다. 이렇게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일본 철강사들과의 제휴 등이 포스코의 해외 진출을 방해하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포스코는 아르셀로미탈과 중국 철강사들의 성장에 대비해 ‘아시아 생산벨트’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중국~인도~터키 등으로 이어지는 벨트에 생산 기지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 지역에 대한 기지 건설이나 M&A가 필요했다. 하지만 일본 철강사들이 제휴 계약을 근거로 매물 탐색이나 M&A 실행 등에 있어 내부 정보 교환을 요구했다. 포스코는 일본 철강사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해외 진출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중국 사강집단과 합작한 장가항포항불수강이 스테인리스 연산 100만t 체제를 갖추고 말레이시아 MEGS(2007년)와 베트남 ASC(2009년), 태국 타이녹스(2011년) 등의 인수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아시아 벨트라인을 어느 정도 구축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의 일관제철소 건립이 해외 생산 기지의 교두보를 한층 굳건히 다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해 조강 생산량 세계 5위에 올랐다. 현대제철은 17위로 3계단 뛰어올랐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세계 조강 생산 순위 1위는 9360만t을 기록한 인도의 아르셀로미탈이 차지했다. 7년 연속 1위다. 이어 지난해 10월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의 합병으로 탄생한 일본 신일철주금(4790만t)이 전년 6위에서 2위로 부상했다. 3위와 4위는 중국 업체인 허베이(4280만t)와 보산(4270만t)이 차지했고 포스코(3990만t)는 5위로 전년에 비해 한 계단 밀렸다. 현대제철은 1710만t의 조강 생산으로 2011년 20위에서 17위로 뛰어올랐다. 칠레곤(인도네시아)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결승선 모르는 장거리 선수…성악가의 인생이란 그런 것”

    “결승선 모르는 장거리 선수…성악가의 인생이란 그런 것”

    ‘안드레아스 숄의 음성은 백합처럼 순수하고 구름 사이로 엿보이는 보름달처럼 그윽하고 결이 곱다.’(뉴욕타임스)1981년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앞에서 성가대원 2만명을 제치고 솔로로 노래하던 소년. 영화 ‘장미의 이름’(1986)에서 숀 코너리 옆에서 그레오리오 성가를 부르던 젊은 수도승. 세계적인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을 떠올릴 때 늘 따라붙는 장면들이다. 브라이언 아사와, 데이비드 대니얼스와 함께 ‘세계 3대 카운터테너’로 꼽히는 그가 3년 만에 내한 무대를 연다. 오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서는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먼저 만났다. 하이든, 슈베르트, 브람스 등 독일 가곡으로 채운 이번 리사이틀을 그는 “사랑에 대한 희망과 지독한 상실의 음악적 여정”이라고 소개했다. 독일인인 숄은 7세 때부터 소년합창단에서 활동했다. 변성기가 지나도 고운 음성이 변함없자 합창단 지휘자가 그를 카운터테너의 길로 이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길이 내 길인가’ 갸우뚱했어요. 그런데 스위스 바젤에서 공부할 때 동기생이 부르는 몬테 베르디 노래를 듣고 난생처음 음악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죠. 스무살 무렵에야 음악에 깃든 ‘변화의 힘’을 느꼈던 겁니다. 지금은 성악가란 직업이 피부처럼 편안해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 그는 미국 뉴욕 거리에서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노래하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처럼 그는 대중음악과도 교류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모험’을 즐긴다. “모든 예술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어요. 3시간이 넘는 거대한 오페라든, 5분이 안 되는 노래든 사람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영혼을 뒤흔들 만큼 강렬해도 좋고 ‘멋진 저녁이었다’는 기분만 느껴도 좋죠. 그래서 저도 경계를 구분하기보단 늘 ‘어떤 게 흥미로울까’ 궁리하며 도전을 찾아나섭니다.” 숄은 작곡도 병행한다. 직접 작곡한 ‘백합처럼 하얀’(White as Lillies)은 국내 광고에도 쓰이며 유명해졌다. “집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곡을 써보고 녹음을 하곤 해요. 콘서트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음악적 소재를 연구하는 그 시간들이 제 음악세계의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때죠. 성악가로서의 삶은 결승점이 어딘지 모른 채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니 자신만의 에너지와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죠.” 그는 한국인에게 특히 사랑받는 성악가이다. 2001년 한국 민요를 음반으로 낸 적이 있는 만큼 그가 느끼는 한국 음악의 정서도 남다르다. “‘아리랑’에는 고요하고 깊은 슬픔이 배어 있어요. 제가 여태껏 녹음했던 가장 아름다운 곡 가운데 하나였죠. 한국어 발음이 힘들긴 했지만 멜로디 덕분에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 수 있었죠. ‘아리랑’을 통해 음악이 전세계적인 언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미성에 어울리지 않는 190cm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성악가가 되지 않았다면 독일 연방경찰 소속 특수부대(GSG9)의 대테러팀에 지원했을 것이라는 농담도 덧붙였다. “‘카운터테러리즘’(Counterterrorism)이 아니라 ‘카운터테너리즘’(Countertenorism)을 하고 있는 거네요.” 26일 오산문화예술회관, 27일 부평아트센터. 5만~9만원. (02)541-3183.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용어 클릭] ■카운터테너 여성의 음역을 구사하는 성악가. 변성기가 되기 전 거세해 소년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남자 가수, 카스트라토와 달리 정상적으로 변성을 거친 남성이 가성으로 노래한다. 여성이 대중 앞에서 노래할 수 없었던 16∼18세기 유럽에서 오페라 붐이 일며 여성 역할의 카스트라토들이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19세기 초 교회가 이를 금지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전연주가 유행하면서 카운터테너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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