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2년 제한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여성 인사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산업계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090
  • 입시비리 대학, 2년간 재정 지원 끊는다

    입시비리 대학, 2년간 재정 지원 끊는다

    입시·학사비리로 총장이 해임되는 등 중대한 처분을 받은 대학은 앞으로 2년간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대학이 다른 부정·비리를 저질렀을 때보다 훨씬 엄중히 책임을 따져묻겠다는 취지다.교육부는 입시·학사 관리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사회 요구를 반영해 ‘대학재정지원사업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을 개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려는 대학 중 이사장·총장 등이 파면·해임될 정도로 심각한 입시·학사비리(유형Ⅰ)를 저질렀다면 2년간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부정·비리의 정도가 심해도 지원 제한 기간을 1년만 뒀었다. 또, 교육부가 재정지원 대학을 선정할 때 지난 2년 내 입시·학사비리 건이 있었다면 평가에 부정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다른 부정 행위는 최근 1년 내 발생했는지 여부만 따져 지원 대학 선정 때 반영한다. 교육부는 입시 비리 등 부정·비리를 처분 수준에 따라 유형Ⅰ∼Ⅲ으로 나눠 평가에 반영한다. 이와함께 교육부는 대학에 2년 내 개별 컨설팅을 해준 적이 있는 사람은 해당 대학의 재정지원사업 여부를 가리는 평가위원이 되지 못하도록 했다. 새 매뉴얼은 올해 9월 1일부터 적용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숲 속의 대한민국...‘국토·산촌·도시’ 쓰리 트랙 추진

    산림청이 17일 새로운 산림정책 기본계획(마스터플랜)인 ‘숲 속의 대한민국’ 청사진을 공개했다. 전 국토의 63%(633만㏊)를 차지하는 산림을 ‘국민의 삶을 바꾸는 숲’으로 조성,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국토(한반도 녹화)·산촌(경제 활성화)·도시(녹색공간 확충)’ 등 공간별 특성을 반영해 쓰리 트랙으로 추진한다. ‘국토’는 숲의 건강성과 가치를 높이고 한반도 녹화를 추진하되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도모키로 했다.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에 대한 보호구역 지정을 늘리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제한적 탐방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백두대간·민북지역 산림훼손지와 가리왕산 생태적 복원을 지원해 한반도 핵심생태축의 연결성도 높이기로 했다. 리기다소나무·아까시나무 등 녹화·불량림은 낙엽송·편백 등 경제수종으로 교체하고 대북지원용 종자공급원과 양묘장 조성, 산불·산림 병해충 공동 대응, 식량·에너지 등과 연계한 패키지 지원 등도 추진한다. 인구 고령화와 낮은 소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촌’은 인구 유입과 주민 소득 창출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한다. 산림거점권역을 2022년까지 30개소 설치하고, 노후 공공건물을 리모델링해 공유주택으로 보급하는 등 젊은 산촌을 만들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92%가 거주하는 ‘도시’에는 부족한 녹색공간을 확충해 미세먼지 저감 등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한다. 도시숲 총량계획을 통해 개발 등에 따른 녹색공간 감소를 방지한다. 산업단지 등 미세먼지 발생원이나 미세먼지에 민감한 영유아 시설 주변에 도시숲을 우선 조성하고 생활권 주변에 지역 공동체가 직접 참여하는 ‘찾아가는 정원’ 조성도 추진키로 했다. 산림청은 숲 속의 대한민국 프로젝트를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2만 7000개 창출과 귀산촌인구 9만명, 임가소득 4500만원,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 12㎡ 등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국토에서 가장 큰 공간인 숲이 국민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디자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최초 한국형 전차 ‘K-1’의 모든 것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최초 한국형 전차 ‘K-1’의 모든 것

    지상전의 왕자라 불리는 전차는 화력과 기동성 그리고 방호력을 겸비한 강력한 무기체계이다. 전차는 우리에게 뼈아픈 기억을 남겨준 무기이기도 하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은 소련제 전차 T-34 240여대를 앞세우고 전쟁 발발 3일만에 서울에 나타났다. 당시 이렇다 할 대전차 무기가 없었던 우리 군은 온 몸을 던져가며 전차를 막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고, 지금도 북한군 전차에 대한 공포는 우리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한때 88 전차로 불리던 K-1 전차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 북한은 1,600여대의 전차를 보유했으며, 자체적으로 전차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었다. 반면 당시 우리 군은 전차 수량 면에서도 열세였고, 성능 또한 북한군 전차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우리 군은 1975년 7월 한국형 전차를 독자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한국형 전차 사업은 방호력, 기동성, 화력 면에서 최신예 전차였던 서독의 레오파르트2 전차나 미국의 M1 전차 수준의 고성능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기술로는 이렇게 고성능의 전차를 만들 능력이 없었다. 결국 1976년 미 육군의 차기 전차인 M1 전차의 생산회사로 지정된, 크라이슬러 디펜스사 즉 현 GDLS사와 한국형 전차의 개발에 합의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형 전차 사업은 이후 88 전차사업으로 불리게 된다. 여기서 88 전차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1984년 4월 2대의 시험용 전차가 제작되었고, 미 디트로이트 셀프릿지 주 공군 기지에서 열린 축하식장에서 첫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전차 이렇게 탄생한 K-1 전차는 1,000여대가 넘게 1990년대 중반까지 생산되어, 육군의 주요부대에 배치된다. K-1 전차는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의 전장환경을 고려해 몇 가지 특수한 기능이 들어갔다. 대표적인 것이 헌터-킬러와 닐링 시스템이다. 헌터-킬러 기능은 포수가 사격하는 사이 전차장이 새로운 표적을 조준하면 사격이 끝난 즉시 주포가 전환되어 다시 사격이 가능하게 한다. 사격시간이 단축되고 다수의 적 전차와 교전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닐링 시스템은 전차의 차체 높이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어, 전차 주포가 사격할 수 있는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다. 1996년 4월 26일에는 K-1 전차의 105㎜ 강선포를 120㎜ 활강포로 업-건(UP-GUN)한 K-1A1 전차가 등장하게 된다. 2002년부터 총 480여대가 생산된 K-1A1 전차는 국내에서 개발한 신형복합장갑으로 방호력을 증가시켰고, 주간에만 헌터-킬러 기능이 있는 K-1 전차에 비해 야간에도 헌터-킬러 기능이 가능하게 되었다. K-1 전차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차량 개발 약 1,500여대에 이르는 K-1과 K-1A1 전차는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도부터 시작된 주요성능개량 사항으로는 디지털 전장관리체계, 피아식별장치 및 전후방 감시카메라 기능을 추가하였으며, 실시간 정보공유와 전투차량간 통합운용, 아군간 오인사격 방지 및 조종수 운용성 향상을 통하여 21세기 네트워크 전장환경에 부합하도록 전투능력을 향상시켰다. 이렇게 개량된 K-1 전차는 강화형(Enhanced)을 뜻하는 'E'가 붙어 K-1E1으로 불리며, 반면 K-1A1 전차 개량형은 K-1A2로 표기된다. K-1 전차가 본격적으로 배치되면서 K-1 전차를 기반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구난전차와 교량전차 등도 개발되었다. 구난전차는 손상된 전차를 신속히 구난 및 정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최대 25톤을 인양하고 70톤까지 견인할 수 있다. 교량전차는 K-1 전차의 차체 위에 가위형 교량을 탑재하고 있다. 이밖에 가장 최근에는 지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장애물 개척전차가 개발되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K-1/K-1E1 전차 제원 (출처 현대로템) 납품년도 1986년/2014년 / 중량 53.1톤 / 기동력 엔진출력 : 1,200마력 변속기: 자동변속, 전진 4단, 후진 2단 / 화력 주포구경 : 105mm 강선포 / 탄약장전방식 : 수동장전 / 사격통제 포수조준경 : 2축안정, 주/야간 열상장치 전차장조준경 : 2축안정, 주/야간 열상장치, 360º 회전식 관측, 헌터킬러 / K-1E1(성능개량) 디지털 전장관리체계, 피아식별장치, 전후방 감시카메라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존재의 본질’ 치열한 탐구… 조선 양명학 체계를 세우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존재의 본질’ 치열한 탐구… 조선 양명학 체계를 세우다

    #하곡 정제두 두 번 죽다 하곡 정제두(鄭齊斗·1649~1736)의 일생 동안 죽음은 늘 삶의 등 뒤에 따라붙어 있다가 삶과 경계를 공유하곤 했다. 그는 34세 때인 임술년(1682년·숙종 8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스승 박세채에게 그동안 자신의 입속에서 맴돌던 말을 끄집어낸다. 제가 수년 동안 고심하였던 것을 한번 선생님께 털어놓고 절충을 구하려 하였으나, 이제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유감입니다. 제 생각에 심성의 본질에 대한 왕양명(王陽明)의 학설은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찾지 못하고서는 그대로 잠자코 있을 수 없어서 감히 대강을 말씀해 올리오니 이해해 주십시오. -하곡집, ‘박남계에게 올리려던 글’ 이 글은 양명학자로서 자신에 대한 첫 번째 공식 ‘커밍아웃’이었다. 그는 주자의 성리설과 격물치지설이 성인인 공자의 뜻을 완벽하게 풀어내지 못함을 고민해 왔다. 그러다 그 끝에서 결국 양명학과 만나게 되었음을 스승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이 당시까지 정제두는 아직 양명학에 대한 논리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그는 11세 아들과 30세 된 동생 정제태에게 자신이 수행해 온 미완의 양명학 연구를 이어 나가 줄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죽음을 예감한 순간 쏟아낸 진솔한 언어들의 수신처는 결국 자기 자신이 돼 버렸다. 그때 죽음의 위기를 넘긴 하곡은 치열하게 양명학에 몰두한다. #존재에 관한 고민, 존재를 위한 번민 하곡 정제두의 초년기는 상실의 연속이었다. 5세 때 부친을 여의고, 16세 때 백부와 조부마저 세상을 떠났다. 23세 때는 부인과도 영결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또 34세 때는 그 자신조차 죽음의 위기에 내몰렸다. 그래서 그의 고민은 ‘존재의 본질’로 향했다. 주자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목마름을 느꼈다. 그는 1668년(현종 9년) 별시에 급제했지만, 전시에는 낙방했다. 동생 정제태가 급제한 뒤로 모친의 허락을 얻어 경전 공부에만 전념했다. 1680년(숙종 6년) 여름 김수항의 추천으로 벼슬길이 열렸지만 나아가지 않았다. 이후 여러 차례 동지중추부사, 한성좌윤, 이조참판, 대사헌, 우찬성 등 관직에 제수됐지만 역시 나아가지 않았다. 당시 조선은 주자학 허울을 뒤집어쓴 수많은 인사가 주자를 앞장세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처럼 다리를 잘라 내고 팔을 잡아 늘여 자신들에게 맞는 이들로 무리를 늘리고 있었다. 그들은 권위주의적 폐쇄성 속에서 이른바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용어로 너와 나를 가르고 무리를 지었다. 이런 상황에 관해 정제두는 “오늘날 주자의 학문을 말하는 자는 주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곧 주자를 핑계 대는 것이요, 주자를 핑계 대는 데에서 나아가 곧 주자를 억지로 끌어다 붙여서 그 뜻을 성취하며, 주자를 끼고 위엄을 지어내 자신의 사사로움을 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1709년 8월 강화로 거처를 옮기고 본질을 찾기 위한 학문에 매진한다.#그럼에도, 결국 버릴 수 없는 마음 스스로 양명학자임을 표방하고 나서 정제두는 다양한 우려와 공격에 시달리게 된다. 그의 스승 박세채는 ‘왕양명학변’을 지어 양명학을 비판한 뒤 그에게 양명학을 버릴 것을 종용했다. 또 다른 스승 윤증 역시 ‘변설’을 지어 그를 꾸짖었다. 최석정은 ‘변학설’을 지어 그의 양명학에 대한 의지를 비판했다. 민이승, 박심도 그의 양명학에 대한 열정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제두는 양명학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왕양명의 학설에 애착을 갖는 것이 만약 남보다 특이한 것을 구하려는 사사로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면 결연히 끊어 버리기도 어려운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학문하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성인의 뜻을 찾아서 실제로 얻음이 있고자 할 뿐입니다.” -하곡집 ‘박남계에게 답하는 글’ 스승과 친구, 주변 여러 사람의 회유와 질책에도 그는 성인의 뜻을 찾아서 실제로 얻음을 얻고자 양명학이 보여 주는 길을 선택했다. 주자학이라는 이름의 우상 뒤편이 주는 안락함, 그 아래 무리 지어 있는 대상들과의 동질감, 그것은 그에게 학문적 타협의 이유가 될 수 없었다. 그는 ‘마음이 곧 이치다’(心卽理)라는 양명학의 본질적 명제를 밝히는 데 투신했다. 이후 그는 양명학의 치양지설과 지행합일설을 받아들이고,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등 유가 경전을 새롭게 해석해 주자학의 권위에 맞섰다.#강화에 심은 양명학의 씨앗 조선 후기 강화를 거점으로 양명학을 연구·발전시켜 온 학파를 흔히 ‘강화학파’라 칭한다. 강화학파의 다른 이름은 ‘하곡학파’로, 강화의 양명학이 하곡 정제두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증명하는 호칭이다. 실제로 그의 문하에서 많은 문인이 배출됐다. 그리고 그가 강화에서 양명학에 매진한 이후 강화는 조선에서 가장 진보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아들 정후일을 비롯해 윤순, 김택수, 이광사 등이 그의 뒤를 이었다. 이들은 정제두의 자장 안에서 역사학과 음운학, 서예와 시문을 발전시켰다. 강화학파의 특징으로는 다양한 학문에 대한 관심을 표방하는 ‘박학’과 ‘실천주의’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 문화사에서 다양한 성과로 등장한다. 글씨에 원교 이광사, 역사에 연려실, 이긍익과 황현, 한학에 석천, 신작, 훈민정음 연구에 유희, 문자학에 남정화, 문헌학에 남극관 등이 강화학파의 범위를 확장해 나갔다. 영재 이건창에 의해 계승된 조선 양명학 정신은 민족자존의 주체사상으로 구현됐고, 신채호, 박은식, 정인보 등에 의해 민족주의 사상으로 형성돼 항일운동과 국학 연구에 이바지했다. 하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하곡집은…간행되지 못한 채 총 4종 필사본으로만 존재 정제두가 남긴 문집이다. 그러나 그의 문집은 간행되지 못한 채 필사본으로만 존재한다. 필사본은 총 4종이 전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22책본, 서울대학교도서관 소장 11책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10책본,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8책본이 있다. 문집이 인출되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양명학에 대한 정제두의 긍정적 시선 때문이었다. 정제두의 현손 정문승은 하곡집의 앞머리에 붙여 “문인으로서 이 일을 맡은 사람도 함부로 손을 대어 말속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아니하므로”라고 하곡집이 수습되지 못했던 저간의 사정을 증언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22책본 하곡집은 정집, 부집, 내집, 외집의 4부분으로 구성됐다. 정집에는 편지글과 상소문, 잡저와 시문이 수록됐다. 특히 그의 양명학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존언’(存言)과 ‘학변’(學辨)이 저록됐다. 부집에는 신작이 완성한 정제두의 연보 등이 수록됐는데, 이 연보에는 주자학적 측면을 강조하고자 하곡의 양명학 사상을 의도적으로 지우려 했던 흔적도 남아 있다. 내집은 경학에 관한 독립적인 저술로 구성됐다. 그러나 중복되거나 빠진 부분이 많다. 외집에는 하도(河圖)와 선후천도설(先後天圖說)에 관해 다양한 그림으로 풀이한 내용이 실렸다.
  • “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워라밸’ 실현”

    “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워라밸’ 실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2주일 정도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일터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 직장인을 겨냥한 문화 프로그램과 자기계발 강좌가 늘어나는 등 ‘저녁이 있는 삶’을 체감하는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반면 퇴근 뒤 집으로 일을 짊어지고 오거나 임금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자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lance·워라밸)이라는 가치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루빨리 대안을 찾지 않으면 중소기업(50~299인 이하 사업장)에 제도가 적용되는 2020년에는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어서다. 서울신문은 국내 전문가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된 좌담회를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좌담회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서울신문 주최로 열렸으며, 사회는 김성곤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맡았다.→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인가. -이병훈 장시간 노동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긴 노동시간은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유발하고 한 사람이 오랜 시간 일을 독점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장 수준 노동시간이라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권혁 국가의 선진화에는 늘 노동시간 단축이 동반됐다.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사회는 발전하는데 노동시간만 그대로 두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윤동열 매년 과로로 300명 이상이 죽는다.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시행은 당연하다. 다만 기업들의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시행된 것이 아쉽다. -김근주 장시간 노동은 그동안 사회에 많은 악영향을 가져왔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연장근로 수당을 높여 임금체계를 왜곡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판단도 불가능하게 했다. →제도 시행 전후로 산업현장에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병훈 우리나라는 2004년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노동시간을 48시간에서 44시간, 그리고 40시간으로 줄여 왔다. 그때마다 비용 상승, 임금 감소 등 우려가 제기됐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 보면 차츰 현장 안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권혁 지금까지는 노동시간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고 문제의식조차 없었다. 당분간 혼란이 있겠지만 후진적 노동시간 관리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2월 법이 개정된 뒤 정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진행됐다. 법 개정 이후 4개월간 가이드라인이나 계도 방식을 면밀하게 세웠다면 지금 겪는 혼란은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권혁 국회 법 개정 과정과 정부 준비 과정에서 직무 특성이나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경우 산업구조 변화 혹은 숙련 인력 부족 등으로 인력 채용이 도저히 불가능한 업종도 있다. 법 시행 직전까지 경기도 노선버스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문제점이 있는 업종을 찾아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동열 노동시간을 법으로만 제한하려다 보니 노사 자율성이 배제됐다.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노사 신뢰가 형성된다면 노사가 노동시간을 스스로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법 시행 전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먼저 시행해 안착한 회사들의 사례를 모델로 제시하는 등 현장의 불안감을 줄여 주는 세심함이 부족했다. -김근주 정부 가이드라인은 법률과 판례를 해석한 일반론적 설명만 제시돼 있다. 특히 법이 바뀌면서 금지되는 행위나 제도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 예컨대 포괄임금제 지침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라인도 궁금증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했다. →근로감독을 통해 법 위반이 적발돼도 처벌이 유예되는 6개월, 중소기업에 제도가 적용되는 2020년 1월 전까지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윤동열 중소기업은 왜곡된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연장근로 수당을 더해야만 생계유지가 가능한 지금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직무에 대한 노동가치를 측정하는 직무급 체계, 숙련급 체계 등 임금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김근주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이 정체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노동시간이 곧 임금과 직결되는 고리를 이번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임금체계와 근로빈곤층 문제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권혁 사회안전망 구축, 직업훈련 확대 등을 고민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계도기간에는 인력을 구하기 힘든 업종에 대해 원활한 수급 계획이 필요하다. 계도기간은 ‘6개월 용서기간을 줄 테니 기업들이 알아서 잘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주는 기간이 아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보완책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가 있다. -김근주 법 부칙에는 2022년까지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 논의를 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보완책으로 동시에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제도 정착 뒤 별도로 논의할 것인지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권혁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고 평균 노동시간 기준으로 소정 임금을 주는 등 이름과 달리 비탄력적이다. 다만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하면 논란만 빚어질 수 있다. 단순히 제도 시행 기간을 확대하는 문제만 다뤄서도 안 된다. -이병훈 6개월의 계도기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공론화하면 또 다른 노사 간 논란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잡은 뒤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동열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는 100%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사안에 대응하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또 실제로 현장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노사 대화가 중요하다. -이병훈 2020년 이후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기 전 원하청 공정거래질서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원청은 주 52시간 근무하고 하청은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구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법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근로감독행정이 필요하다. -김근주 임금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결국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대기업 노동자들만 제도를 사용하게 된다. -권혁 노동시간 단축으로 그동안의 장시간 노동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가 오래 일할수록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프레임도 깨질 것이다.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양제츠 “中 불공정 대우 받으면 필요한 반격 취할 것”

    양제츠 “中 불공정 대우 받으면 필요한 반격 취할 것”

    협상 시도하면서 언론 통제 강화 기사 제목 ‘무역전쟁’ 사용 금지 시진핑, 19일부터 아랍·阿 순방 브릭스 참석 등 ‘우군 확보’ 나서“중국은 자신의 합법적 권익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상황에서 당연하게 필요한 반격을 취할 것이다.”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지난 14일 베이징 칭화대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결연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하면서 무역전쟁에 대한 ‘보도지침’을 내려 과도한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있다. 양 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15년 안에 중국이 24조 달러 규모의 제품을 전 세계에서 수입하고 각각 2조 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와 대외투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첫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는 중국의 시장 확대 의지를 보여 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2년 사스(SARS) 대유행 등 국가 위기 때마다 나섰던 ‘특급 소방수’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은 지난 12일 공산당의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에서 상하이 공장 설립을 위해 방중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대표 일론 머스크와 만났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왕 부주석과 만나 역사와 철학 등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며 “그는 먼 미래에 대해 매우 사려 깊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중국이 외국 자동차업체에 대해 자국 진출 때 합작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한 정책을 폐지한 첫 수혜자가 됐다. 테슬라로서는 원치 않게 무역전쟁 국면에서 중국이 강조하는 ‘제2의 개혁·개방’의 상징이 된 셈이다. 중국 공산당은 관영언론의 무역전쟁에 대한 보도를 강력 통제하고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4일 무역전쟁과 주가 하락, 위안화 가치 절하 등을 연계시켜서 보도해 인민들에게 공포심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주가와 환율 문제를 보도할 때 기사 제목에 무역전쟁이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기사 편집에 대한 주문까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역지나 인터넷언론의 경우 무역전쟁에 대한 자체 기사를 보도하지 말도록 금지했고, 오직 관영통신사인 신화통신 기사만 전제하는 조치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판 기사도 물론 금지됐다. 내부 단속을 강화하면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외부에서의 우군 확보 행보를 본격적으로 편다. 시 주석은 오는 19~27일 아랍과 아프리카를 순방한다.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4개국을 차례로 방문한 뒤 25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제10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신흥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길에는 모리셔스를 우호 방문하기로 했다. 이들 상당수는 중국 지도자가 처음 방문하는 국가들이다. 장췬(張軍) 외교부장조리는 “중국은 다른 국가의 행동에 반응할 뿐 세계 어느 나라와도 무역전쟁을 할 의도가 없다”며 “누가 뭐라 하든 개혁·개방을 지속하고 중국의 문을 넓혀 외국 기업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현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찬반 대립 속 ‘퀴어축제’…6만명 무지갯빛 퍼레이드

    찬반 대립 속 ‘퀴어축제’…6만명 무지갯빛 퍼레이드

    성(性)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메인이벤트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시작되자 퍼레이드 출발 선상에는 무지갯빛 대형 깃발을 중심으로 성 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단체의 깃발이 넘실댔다. 14일 서울광장 일대에서는 올해로 19회를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조직위는 ‘퀴어(Queer)의 라운드(Round)가 시작된다’ ‘우리 주변(Around)에는 항상 성 소수자인 퀴어(Queer)가 있다’는 의미를 담은 ‘퀴어라운드’(Queeround)를 올해 행사의 슬로건으로 삼았다. 2000년 50여명 참여로 시작한 이 행사는 매해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는 주최 측 추산 12만여 명(연인원 기준)이 광장을 메웠다. 퍼레이드에 참여한 인원은 6만여 명에 달했다. 이들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종로를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4㎞ 구간에서 행진을 벌였다. 4㎞는 역대 퍼레이드 중 가장 긴 거리다. 퍼레이드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3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스크럼을 짜고 길 위에 드러누우면서 잠시 대치 상황이 발생했지만,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자 이내 행진은 계속됐다. 일부 시민은 퍼레이드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소속된 부모들은 ‘나는 내 자식이 자랑스럽습니다’ ‘차별은 나빠요, 혐오를 멈춰요’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주변의 호응을 받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시경 스님은 “성 소수자 문제를 포함해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20년째를 맞는 퀴어문화축제는 그동안 과도한 노출로 외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외설이라는 것을 과연 누가 규정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외설적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은 결국 우리를 향해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행사를 준비해오면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2년 연속 비가 와서 걱정했지만, 올해 맑은 하늘 아래, 뜨거운 열정 아래 행사를 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축제장 주변에서는 동성애에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와 극우·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동성애는 자유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에는 타당한 제한이 따른다’ ‘퀴어 축제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성폭력이다’ ‘성 평등 정책의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를 반대합니다’ ‘동성애를 차별과 인권으로 포장하지 말라’ 등 피켓을 들었다. 개신교 단체인 홀리라이프와 건전신앙수호연대는 일대를 행진하면서 ‘돌아오라’고 외치며 탈 동성애 인권운동 행사를 벌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샬롬선교회, 예수재단 등도 반대집회를 열었고,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합류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무역전쟁 중국의 두얼굴…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했다

    무역전쟁 중국의 두얼굴…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했다

    “문제가 있으면 대화를 나눠야 한다. 마주 앉아 이번 무역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돌입한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의 분쟁 때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산 상품 2000억 달러(약 225조원) 규모에 추가 관세 10% 부과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 정부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맞대응한지 몇 시간만인 11일에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 한국 등 다른 국가와의 충돌에서 중국 관영 언론들이 적대감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상대국과의 거래를 거부하는 ‘보이콧 외교’ 식으로 직격탄을 날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지난해 한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 배치 문제가 불거지자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폭발하며 한류 콘텐츠 유통 금지, 한국 여행 제한 등 다양한 방식을 총동원해 맹공을 퍼부은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도 희토류의 일본 수출 중단하는 등 힘으로 밀어붙여 굴복시켰다. 그러나 이번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의 잇따른 관세폭탄에 대응하면서도 선제 공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친시장 성향의 관료, 기업, 소비자 단체 등 미국 내부에서까지 지원군을 찾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유럽이나 아랍국들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며 구애를 보냈다. 중국은 껄끄러웠던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는 한편 국제사회에 “공동으로 자유무역 규칙과 다자 무역체제를 수호하고, 공동으로 무역 패권주의에 반대하자”고 호소했다. 중국 내 상대국 기업에 대한 대응도 다르다. 한국 롯데마트에 대해서는 행정 제재를 통해 퇴출로 몰고갔지만 미 기업에 대해선 직접 공격이 아닌 경쟁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우회 압박하고 있다. 올들어 탄력을 붙이는 개혁·개방의 과실을 무역전쟁 와중에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 기업들이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거대 시장의 과실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무역전쟁을 끝내는데 힘을 실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여론 정책도 딴판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은 삼가라는 보도지침이 관영 언론들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과거엔 분쟁 국가 공격의 선봉으로 활용됐던 글로벌 타임스 등 관영 언론들이 이번에는 대중 여론을 너무 자극하지 않도록 지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응이 과거와 다른 것은 결국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FT는 세계 최강국 미국과 맞서는 중국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 2000억 달러 규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은 중국산 수입제품(5056억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에 관세 장벽을 쌓게 된다.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미국산 제품은 1304억달러인 만큼 모든 제품에 관세를 추가 부과해도 미국에 상응하는 보복을 하기 힘들다. 또 최소 200만명의 중국인들이 지난 12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했으며, 수백만명 이상이 미국에 이민을 가거나 중국내 미국 기업이나 합작사에서 일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블로거인 스마핑방은 “미국의 영향력은 한국보다 10배 이상 강력하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사상, 중국의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인민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한 맞대응도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관세 부과 대상에 중국에 필수적인 제품들이 많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푸단(上海復旦)대 국제관계 전문가인 선딩리는 “표면적으로 중국은 미국에 공격을 가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중국(자신)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며 “관세 부과 대상인 대두, 항공기, 반도체 등은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3가지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국제한식조리학교, 전라북도권 고교 관계자 초청 입학설명회 실시

    국제한식조리학교, 전라북도권 고교 관계자 초청 입학설명회 실시

    국제한식조리학교가 전라북도권에 있는 고등학교 중 조리 관련 과가 개설된 학교의 관계자들을 초청해 입학설명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6월 4일 진행된 입학설명회에는 김제덕암고등학교, 김제덕암정보고등학교, 김제고등학교, 김제여자고등학교,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 오수고등학교, 태인고등학교, 인상고등학교, 진안공업고등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진로체험의 날-국제한식조리학교와 함께하는 조리 실습’ 주제 하에 열린 설명회를 통해 관계자들은 국제한식조리학교 진학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이미진 교수가 ‘진로체험의 날’ 프로그램 안내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으며, 국제한식조리학교가 소속된 국제한식문화재단의 선임직 이사 공경용, 외식산업연구소 소장이 ‘진로 탐색’에 대한 특강을 열었다. 이 외에도 행정부에서 입학 전형에 대한 안내와 더불어 국제한식조리학교로 진학해 조리의 세계에 입문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설명했다. 국제한식조리학교 관계자는 “특히 본교 재학생들이 직접 육회비빔밥을 만들어 제공했으며, 식음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후식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는 등 예비 셰프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해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한식조리학교 측은 오는 6월 18일부터 9월 7일까지 2학기 신입생 선발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1년 ‘한식집중과정’과 2년 ‘해외파견 한식조리사과정’에 지원할 수 있으며, 이와 별개로 단과반도 개설 예정이다. 입학 관련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또한 국제한식조리학교가 소속된 재단법인 국제한식문화재단 내 ‘CCIK평생교육원’에서도 동일한 일정으로 2학기 수강생들을 모집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민간서 키운 전문성… 공직엔 새바람, 현장엔 시너지

    민간서 키운 전문성… 공직엔 새바람, 현장엔 시너지

    오는 21일 ‘2018년도 국가공무원 5·7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민경채) 필기 시험이 치러진다. 민간의 전문성을 공직에 유치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민경채는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경력, 혹은 최소 석사에서 박사학위가 있어야만 응시할 수 있다. 지난 1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 결과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10명 중 3명(32.9%)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 중 13.9%는 민경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간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있을 예비 지원자들을 위해 민경채에 대한 정보와 합격자들의 경험을 들어봤다.민경채는 과거 부처별로 ‘특채’로 뽑던 것을 인사혁신처에서 일괄적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특채 당시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학위나 자격증 위주보다 민간에서의 경력을 중시하는 민경채가 탄생했다. 2011년 5급, 2015년엔 7급 전형이 생겼다. 경력이나 학위, 자격증 중 1개 이상의 요건을 충족할 때만 지원할 수 있다. 5급은 관리자 경력 3년 또는 일반 경력이 10년 이상이어야 하며, 7급은 일반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한다. 학위는 5급이 박사학위 소지 또는 석사학위 소지 후 4년 이상 경력이, 7급은 석사학위 이상이 있으면 된다. 자격증은 응시 부처와 업무에 따라 요구하는 자격증이 다르기 때문에 채용 계획에서 확인해야 한다. 최근 3년간 5급 합격자 평균 경력 기간을 보면 2015년 8.8년, 2016년 9.2년, 2017년엔 8.8년이었다. 지난해 합격자 96명 중 경력이 5년 미만이었던 합격자는 29명으로 전체 30.2%였으며, 5~10년은 28명(29.2%), 10~15년도 28명(29.2%)이었다.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합격자도 11명(11.4%)으로 10명 중 1명꼴이었다. 합격자 평균 연령도 지난해 37.3세로 20대 중후반인 공채와는 10여년 정도 차이가 난다. 2014년 민경채에 합격해 현재 해양수산부 방재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태민 사무관(50)은 민간 경력 20년의 방재 전문가다. 항만과 해안분야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대기업 건설사에서 토목건설과 항만 계획, 시공, 운영 업무뿐 아니라 자연재난 컨설팅 등도 했었다. 김 사무관은 12일 “민간에서만 계속 근무를 하다 보니 공직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히 일었고, 좀더 넓은 시야로 일을 하고 싶단 생각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합격한 전병규(45) 국토교통부 시설사무관도 16년 동안 정부 지능형교통체계 정책과 관련된 일을 했다. 교통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책연구기관과 민자고속도로 사업시행 법인에서 첨단교통체계(ITS)와 관련된 업무를 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민경채도 5급 공채와 마찬가지로 ‘공직 적격성 시험’(PSAT)을 쳐야 한다. 여기서 10배수 이내로 추려지며 이후엔 자격 요건에 부합한지, 직무에 적합한지 등을 살피는 ‘서류 전형’으로 3배수로 걸러진다. 직장 생활을 하며 PSAT를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다른 전형보다 특히 PSAT에 전념했다는 김 사무관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붙었다는 합격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민간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시험이라 주말에 따로 학원에 다니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전형인 면접시험에 집중한 합격생들도 많다. 전 사무관은 “돌아보니 1차와 2차는 면접을 가기 위한 과정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이라고 운을 뗐다. 김 사무관은 공채 준비생들이 함께 모여 면접 스터디를 하듯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서로의 면접 방식에 대해 토론하는 게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합격해 의약품허가심사 업무를 수행하는 서혜원(34) 식품의약안전처 약무주사보는 “아무래도 민경채의 특성상 지원자의 경력을 지원 분야와 연계시켜 앞으로 어떻게 업무에 임할 것인지를 제대로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채 경쟁률도 치열한데 제한 경쟁인 민경채 전형이 따로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민경채는 민간의 전문성을 공직에 유치해 공직의 전문성과 개방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의지와 공공 이익에 공헌하겠다는 응시생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제도다.서 주사보는 “민경채는 과거의 경력을 버리지 않고 그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업무에 지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약학부 졸업 후 암세포 실험을 했을 땐 약사 지식을 현장에 적용시킬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합격 후 전공 분야의 지식을 정부 정책에 접목시킬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관은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공직에 입문해 행정 전문가와 함께 정부 정책을 추진하면 ‘시너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다만 충분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 위주로 민경채를 채용하는 기조는 강화돼야 민경채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공직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김 사무관은 “민간은 대개 기업의 이윤 추구가 목적이고 실수를 하더라도 기업 내 문제로 국한되지만, 공직은 국민 대상 정책을 추진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 업무량이 많다”면서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점도 또 하나의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서 주사보도 “대학 실험실은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었지만 공직은 공문 작성과 행정 업무가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경채 합격자가 공직에서 받는 임금은 민간의 70~80%에 그친다. 전 사무관도 호봉 획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모든 경력을 인정받는다고 해도 전 직장의 70% 정도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물론 정년 보장과 연금이라는 이점도 있다. 서 주사보는 “실제 수령액만 본다면 분명히 지난 직장보다 적지만 연금제도, 호봉제, 복지제도 등을 포함하면 길게 봤을 때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채에 비해 소수인 데다 교육 기간이 짧아 결속력이 약하다는 우려에 대해 합격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 주사보는 “비록 숫자는 적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력자들이라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빨리 부처에 발령받아 실무를 하다 보니 동기 간 유대와 정보 공유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 사무관은 “부처별 곳곳에 동기가 있는 공채와 달리 민경채는 선발 인원이 한정적이라 함께 업무를 하는 부서에 동기가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오히려 그런 차이 때문에 서로를 각별하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올해 민경채 선발 예정 인원은 모두 230명으로 5급은 31개 기관 93명, 7급은 19개 기관 137명이다. 2011년 도입 첫해 93명을 뽑은 5급은 이듬해 103명으로 인원을 늘린 뒤 2013년 96명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2016년까지 꾸준히 인원을 늘려 130명까지 선발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96명, 93명으로 줄었다. 반면 7급은 도입 첫해인 2015년 80명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137명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부턴 7급 선발 인원이 5급 선발을 앞선다. 인사처 관계자는 “부처별로 매년 필요한 인력을 요구하면 인사처가 채용하는 시스템이라 5급 선발 인원이 적다는 건 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라면서 “내부에서 승진해야 할 사람도 있어 민간에서 5급 인원을 많이 채용하면 인사 적체가 생기리라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7급 인원이 느는 것도 5급에 비해 부처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 사무관은 “민경채는 부처에 새로운 활력이나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민경채 출신 공직자들이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업무에 임해야 민경채에 대한 수요가 느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중3들의 호소…“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중3들의 호소…“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기독교 개종’ 이란 소년 구명 운동강제 출국시 종교 박해·차별 우려난민 지위 불인정…소송냈지만 패소학생들 국민청원 운동…피켓시위 계획교사들도 소송비용 모금 나서“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라는 대한민국이 제 친구 하나 품어줄 수 없는 건가요? 석 달 뒤면 대한민국에서 쫓겨나야 하는 제 친구를 제발 난민으로 인정해주세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절절한 호소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으로 시작하는 이 청원은 한국에 사는 이란 소년 A군(15)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3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난 A군은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해 아버지 B씨(52)와 함께 살았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던 아버지를 따라 A군도 2010년 7월 한국에 입국했다. B씨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지만 얼마 안 돼 헤어졌고 2014년부터 부자는 고시원에서 단둘이 살았다. 이란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을 따른다. 무슬림 아버지에게 태어난 자녀는 무슬림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일찍 한국에 이주한 A군은 이슬람 성서인 쿠란을 읽은 적이 없다. 이슬람 교인의 신앙 의무인 하루 5차례 기도, 라마단도 지키지 않았다. B씨는 1979년 이란 팔레비 왕조가 몰락하고 이슬람 혁명 이후 엄격한 신정국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이슬람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라마단 기간에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태형을 받자 B씨는 좋아서 선택한 종교가 아닌데도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은 이슬람교에 반감이 커졌다. 그는 아들만은 스스로 원하는 종교를 갖기를 바랐다.A군은 초등학교 2학년, 친한 친구의 권유로 집 근처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B씨는 말리지 않았다. A군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월까지 이 교회 주일학교에서 성경 공부를 하고 매년 두 차례 수련회와 각종 교육 모임에 참석했다. 2015년에는 교회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을 만큼 신앙 활동을 즐겼다. A군은 2015년에는 아버지인 B씨도 전도해 기독교 신앙으로 개종시켰다. A군 부자는 고시원 이웃의 줄기찬 권유로 성당에 다니게 됐다. 교회처럼 열정적이지 않지만 차분하고 경건한 가톨릭 분위기가 좋았다. 7개월의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고 지난해 11월 세례를 받았다. A군은 ‘안토니오’라는 세례명을 얻었다. A군은 기독교로 개종한 무슬림이 이란에서 박해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2015년 무렵에야 알게 됐다. 이란은 법적으로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란 헌법은 무슬림 시민의 개종 또는 (이슬람) 신앙의 공식적 포기 권리를 명시하지 않았다.이슬람교도가 99%인 이란은 특히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을 변절자로 취급한다. 2015년 영국 의회가 낸 ‘이란에서 기독교인 박해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기독교인은 신념과 관련한 활동 때문에 구금돼 신체적 심리적 고문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종교로 개종한 사람을 정부기관과 고용주가 해고할 수도 있다. 이란 대학은 기독교 개종자에게 교육 기회를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A군이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기독교 개종사실을 이유로 체포 구금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기독교 신앙생활을 할 수 없고 대학 진학 및 진로 선택에도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된다. 더구나 A군은 2011~2012년 무렵 기독교로 개종한 사실을 이란에 사는 고모에게 전화로 알렸다. 이후 고모를 비롯한 친가에서는 A군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A군은 이란의 친척들이 정부 당국에 자신과 아버지의 개종 사실을 알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종자는 가족에 의해 ‘명예살인’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A군과 B씨 부자는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난 2016년 대한민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A군이 만 13살로 아직 종교적 가치관이 분명히 정립됐다고 보기 어렵고 ▲국내 체류 중 교회를 다녔다는 사정만으로는 귀국시 곧바로 체포돼 종교적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이유였다. A군은 서울행정법원에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A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군이 이란으로 귀국하면 이란 당국에 의해 기독교 개종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A군은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가 정한 난민에 해당하므로 난민 불인정결정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박해를 받을 만한 우려가 없다고 본 것이다.재판부는 “기독교로 개종했더라도 적극적인 전도자가 아니고 다른 사유로 당국의 적대적인 주목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귀국해도 실제적인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면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취업, 대학진학에 부당한 차별을 당할 수 있고, 이를 피하려 스스로 종교를 숨기는 게 부당한 사회적 제약은 될 수 있지만 난민협약에서 말하는 박해, 즉 난민 신청인에 대한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박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A군이 교회에 다니다 성당으로 옮긴 점, 나이가 14살에 불과해 확고한 신념으로 종교를 선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군의 변호인 측은 “기독교는 개신교와 가톨릭을 아우르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종교를 포괄한다”면서 “교회를 다니든 성당을 다니든 기독교인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A군이 어려서 종교적 신념이 확고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종교를 선택할 때 나이는 전혀 고려요소가 될 수 없으며 미성년도 종교를 선택할 자유와 권리, 능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심리조차 열리지 못하고 기각됐다.2학년 때부터 2년 연속 학급 회장(반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이 있고 쾌활한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신임이 두터운 A군은 급속도로 의기소침해졌다. 외국인등록증을 빼앗기고 여권에는 10월까지 출국하라는 스탬프가 찍혔다. A군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나는 한국이 내 나라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란 국적이지만 이란어를 조금 말할 줄 알 뿐 읽거나 쓰지 못한다. 한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A군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나섰다. A군과 같은 반으로 국민청원을 올린 여학생은 “아이들이 모두 분개했다. 풀이 죽어 있는 친구를 보며 가슴이 아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처지가 너무 암울했다”면서 “친구가 왜 쫓겨나야 하는가. 본격적으로 난민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문제는 법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관과 판사님들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이어 “선생님은 ‘품 안에 들어온 생명은 함부로 버리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다. 하물며 그냥 생명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이고, 우리와 중학교 시절을 같이 한 친구”라면서 “인권 변호사셨던 대통령님께서 난민 심사를 개선할 생각이 없으신지 묻고 싶다”고 했다. 청원인은 “친구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저희 반 27명, 우리 학교 600명 학생에겐 말로 못한 큰 상처가 될 것”이라면서 “정의가 있다면, 우리 국민 마음속에 정의가 남아 있다면 제 친구를 굽어 살펴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글을 맺었다. A군과 B씨 부자는 오는 9월 난민지위를 다시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3년간의 소송으로 1000만원의 빚을 떠안은 상황에서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학교 교사들은 소송비용을 모으려고 자발적인 모금에 나섰다.학생들은 학교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 국민청원 동참자를 늘리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한 달 동안 20만명 이상 참여한 청원에 공식 답변을 한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단체 시위도 벌일 계획이다. 학생회 선도부장인 최현준군은 “A군이 있는 반 학생 27명 가운데 23명이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3학년을 중심으로 각반에서 2~3명 정도 참여 신청을 받아 30~40명이 시위를 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시위 일정은 다음 주 초 확정된다”고 말했다. A군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구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30번씩 고맙다고 말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北영화 9편’ 부천영화제서 일반에 공개

    ‘北영화 9편’ 부천영화제서 일반에 공개

    오늘부터… 제한상영 깬 첫 사례 ‘우리집 이야기’ 잔디밭 무료 상영 신상옥 감독 리메이크 작품도“북한에선 현재 기준 5년 안에 만든 영화를 최근작으로 친답니다. 우리는 지난해 하반기에서 올해 상반기 사이에 배급된 것을 가리키는데 말이죠.”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을 하루 앞둔 11일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귀띔하며 웃었다. 조직위는 지난 10일 정부 당국으로부터 북한 영화 9편의 공개 상영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조직위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 평화 정착 분위기에 맞춰 특별 프로그램 ‘북한 영화 특별상영’ 계획이 공개됐다. 1980년대부터 현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까지 북한에서 제작된 장편 3편과 단편 6편이다. ‘우리집 이야기’는 영화관뿐 아니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상영된다. 지난 ‘4·27 판문점 선언’ 이후 공식적으로 남한에 선보이는 최초 북한 영화다. 지금까지 ‘제한상영’이란 틀에 묶여 있던 관례를 깨고 자유롭게 남측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 첫 사례다. 현재 북한 영화나 영상물은 관계 법령상 ‘특수자료’에 해당해 상영이 엄격히 제한된다. 조직위는 북한의 최근 영화에 대해 국내 북한 문화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는데, 북한에선 최근작이라는 개념부터 달랐다.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하는 작품 중 2016년 배급된 ‘우리집 이야기’가 가장 최신작이다. 최근 실사영화가 거의 안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애니메이션 장르는 활발했다. 이번 초청작 가운데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 최우수영화상 수상작 ‘우리집 이야기’는 부모를 잃은 삼 남매가 가정을 지키려 벌이는 감동 실화를 유머러스하게 다뤘다. 기존 영화들과 달리 북한과 북한 사람 모습을 리얼하고 흥미롭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무 살에 고아 7명을 키우며 북한 전역에 큰 화제를 모았던 ‘처녀 어머니’ 장정화 얘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최근 북한과 평양의 변화된 모습을 잘 표현한 애니메이션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도 소개된다. 신상옥(1926~2006) 감독이 북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도 선보인다. 한국 괴수영화의 효시인 김명제 감독의 1962년 작 ‘불가사리’다. 2000년 ‘제1호 북한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최초로 국내 개봉됐다. 전 세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으나 신 감독이 북한을 탈출하면서 미완으로 남은 영화를 정건조 감독이 완성했다. 또 북한과 영국·벨기에 합작으로, 세계에 가장 잘 알려진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도 상영된다. 영화제는 12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하루에 걸친 대장정에 돌입한다. 조직위는 아울러 이번 상영작과 관련된 북한 영화인들을 초청했는데, 아직까지 참석 여부를 확인받지 못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재건축 조합에 금품 주면 건설사 시공권 박탈하거나 공사비 최대 20% 과징금

    오는 10월부터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조합에 금품을 제공한 건설사는 시공권이 박탈되거나 공사비의 최대 20%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을 12일 입법예고한다고 11일 밝혔다. 건설사가 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려고 조합 등에 금품을 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시공권을 박탈하거나 금품 금액에 비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품 제공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공사비의 20%, 1000만~3000만원은 1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또 2년간 정비사업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 금품 제공액이 500만∼1000만원이면 공사비의 10%, 500만원 미만은 5% 과징금을 물리고 1년간 입찰 참가를 못 하게 했다. 건설업자가 금품 등을 직접 제공하지 않고 홍보대행사 등 용역업체를 통해 제공한 경우에도 건설업자가 직접 제공한 것과 같은 기준으로 처벌된다. 국토부는 또 부적격 업체로부터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입찰 참가 제한 업체와 사유, 기간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다. 개정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확정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남촌 ‘다크투어’… 일제·독재의 잊고 싶은 기억을 기억하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남촌 ‘다크투어’… 일제·독재의 잊고 싶은 기억을 기억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9회 서울사방 남촌 편이 지난 7일 중구 필동과 예장동, 회현동 일대 남산 아랫마을에서 진행됐다.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소서(小暑)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다. 인터넷 예약에 실패한 네댓 분이 “신문 보고 왔다”며 즉석 합류를 요청해 운영진을 곤혹스럽게 했다. 준비한 오디오 가이드 시스템 40개가 동나는 바람에 진행자용 기기를 양보했다. 많은 인원이 시원한 그늘을 찾아다니다 보니 행렬이 길어지고 시간이 지체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서울미래유산이 비록 국가공인 지정 및 등록문화재는 아니지만, 참가자 본인이 직접 겪고 들은 유형과 무형의 소중한 미래유산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실감했다.남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코스이다. 다크투어란 인간이나 자연이 저지른 어두운 현장을 찾는 역사교훈관광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남산골한옥마을(청학동, 조선헌병대사령부)을 출발, 필동 예술통(남학당)~서울소방재난본부(중앙정보부 유치장)~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녹천정, 통감관저·총독관저)~문학의 집(중앙정보부장 공관)~서울유스호스텔(중앙정보부 남산본관)~서울애니메이션센터(통감부·총독부)~남산원(노기신사)~한양공원비(왜성대공원)~백범광장(조선신궁)~안중근의사기념관(조선신궁)까지 빡빡한 코스를 2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김완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독창적인 관점의 해설을 열정적으로 들려줘 호응을 얻었다. 투어가 끝난 뒤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21명 중 6명이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다”면서 해설시간 연장이나 코스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참가자는 늘 걷던 남산 길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남산은 상념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서울 어디서나 고개만 들면 보이는 누이 같은 산이고, 서울 바깥에서 봤을 때 서울 진입을 상징하는 표상이다. 서울이 사대문 안을 벗어나 10배 이상 확장되면서 옛 서울의 남쪽 경계였던 남산과 한강이 서울의 중심부가 됐다. 조선 말 고종이 종로구 인사동 194(하나로빌딩)에 세운 서울중심점 표식이 지금은 남산 정상으로 남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의 관문 노릇을 하던 한강 또한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관통하는 도심 속 하천이 됐다. 남산은 광화문네거리에 솟아 있던 황토마루(黃土峴) 역할을 하는 중앙산이 됐고, 한강은 사대문을 북촌과 남촌으로 나눈 청계천처럼 서울의 강남과 강북 사이 중앙천이 됐다. 한강이 허리띠처럼 감싼 남산은 명실공히 서울을 대표하는 자연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서울의 북쪽을 병풍처럼 두른 삼각산(북한산)이 왕조와 왕을 지키는 장풍(藏風)의 산이라면 남산은 백성과 함께 즐기는 득수(得水)의 산이다. 신라의 고도 경주의 남산, 고려 개성의 자남산에 이어 서울 남산은 한반도를 지배하는 왕조가 백성에게 내준 어울림의 영역이다.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 뒤 백악산(북악산)에 여신 진국백(鎭國伯)을 둔 반면 남산에는 목멱대왕(木覓大王)이라는 남신을 모신 국사당을 세운 데서 나타난다. 남산은 국가의 제례 공간이자 민간신앙의 터전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세워진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모신 관왕묘 중 남관묘가 남산에 가장 먼저 건립됐고 제갈공명을 모신 와룡묘도 따라 들어섰다. 남산 범바위를 중심으로 한 무속신앙이 성행한 이유도 남산을 한양도성의 수호신 목멱대왕이 깃든 신성한 산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팔도에서 올라오는 봉수대의 종착 지점을 남산에 둔 까닭이기도 하다. 제왕은 남면(南面)하는 법이다. 남산은 왕이 바라보는 산이다. 이를 쫓아 옛사람들은 마을의 앞산을 남산이라고 불렀다. 남산의 남(南)자는 ‘남녘 남’ 자가 아니라 ‘앞 남’ 자를 썼다. 남산의 다른 이름 ‘마뫼’는 우리 말 ‘앞산’과 동의어다. 목멱이란 마뫼의 이두식 표기다. 남산=마뫼=목멱 등식이다. 남산은 소나무를 베거나 돌을 캐거나 무덤을 두지 못하게 엄히 규제한 사산금표(四山禁標)의 금역이기도 했다. 남산에 소나무를 심었다는 실록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애국가 가사 중 ‘남산 위에 저 소나무’는 서울사람이 늘 보는 일상 풍경이었다. 남산을 그린 옛 그림 ‘목멱산도’와 ‘은암등록’, ‘장안연우’ 속 큰 소나무 한 그루일 수도 있다. 서울에 사는 남인 양반촌의 시대는 옛 노랫가락처럼 흘러갔지만 남산만큼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칠정(七情)을 제대로 겪은 산이 또 있을까. 남산 아랫마을 중 회현동(호현동)과 필동, 충무로 일대에는 본래 경주 이씨, 동래 정씨, 안동 김씨, 풍산 홍씨 같은 경화사족(京華士族)이 살았다. 서울에 기반이 없던 다산 정약용 같은 ‘남산골샌님’이나 ‘딸깍발이’ 신세의 남인 선비들도 산등성이와 계곡에 초가를 지었다. 연암 박지원이 지은 ‘허생전’의 주인공 허생이 살던 가난한 동네였다. 남산산록을 수놓은 귀록정, 노인정, 청학동, 녹천정, 천우각, 쌍회정은 남산풍류의 본거지였다. 한양의 대표적 경관시 중 하나인 정이오의 ‘남산팔영’은 사실상 한양팔경가였다. ‘장소의 윤회’인가. 조선 건국 초 왜국사신 숙소 동평관을 지금의 인현동에 둔 게 화근이 돼 200년 뒤인 1592년 임진왜란 때 서울을 점령한 왜군이 진을 친 곳이 예장동(왜장대)이다. 또 300년이 흐른 1885년 일본공사관이 녹천정(통감관저 터)으로 틈입하면서 남산은 수난의 그림자에 덮였다. 황현은 “녹천정을 빼앗아 일본공사관으로 삼은 후로 야금야금 주동, 나동, 호위동, 남산동, 난동과 종현, 저동을 가로지르는 진고개 일대를 점거하여 남촌 50개 동 가운데 30개 동이 일본인 촌이 됐다”고 ‘매천야록’에서 절규했다.남촌은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의 심장부였다. 통감부를 중심으로 통감관저, 헌병대사령부, 정무총감 관저(필동 한국의 집)가 집결했다. 명동과 충무로에 화려한 상가가 들어서고 조선은행과 식산은행, 동양척식회사 등 경제수탈기구가 남대문에 집결했다. 벚꽃 묘목 1500그루를 들여와 왜성대공원(한양공원)에 심은 게 1907년이었다. 한양도성의 수호신 남산은 일본 국교 신도(神道)에 무참히 유린당했다. 1925년 조선신궁이 세워지면서 남산은 정치와 종교, 문화의 지배공간이 됐다. 1932년 남산기슭 장충단 자리는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박문사로 둔갑했다. 남산은 식민지배의 상처를 씻어내지 못한 채 광복과 한국전쟁 그리고 분단, 산업화 과정에서 훼손됐다. 경성호국신사(용산동 2가) 자리에 해방촌이 들어선 데 이어 적산 처리 과정에서 동국대, 서울중앙방송국, 숭의학원, 미군 통신부대, 외인주택 등 각종 정부기관과 학교, 군 및 종교단체가 파고들어 잠식당했다. 동상과 기념물 그리고 터널과 타워는 남북 체제 경쟁과 정치이데올로기 홍보의 상징물이다. 개발독재와 권위주의 시대 중앙정보부는 ‘남산’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예장자락에 무려 41개의 건물을 차지하고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했다. 그 상처를 씻어내는 진혼곡이 이제야 연주되고 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홍릉산책(홍릉수목원) ●일시: 7월 14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장소: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3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고영욱 ‘성범죄자 알림e’에 2020년까지 신상 정보 공개 “유포 시 처벌”

    고영욱 ‘성범죄자 알림e’에 2020년까지 신상 정보 공개 “유포 시 처벌”

    미성년자 강제 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그룹 룰라 출신 고영욱이 최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해제한 가운데, ‘성범죄자 알림e’ 신상 정보가 2년 더 유지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받고 있다. 11일 고영욱이 전자발찌를 벗은 가운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등에 ‘성범죄자 알림e’와 ‘고영욱’이 나란히 등장하며 고영욱 신상정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영욱은 지난 2012년 미성년자 성폭행, 강제 추행 등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전자발찌 부착 3년, 신상정보 공개 고지 5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안양교도소, 남부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2015년 7월 만기 출소했다. 고영욱은 출소 이후 3년 동안 전자발찌를 착용, 지난 9일 해제했다. 하지만 신상 정보 공개 고지는 2020년 7월까지로 아직 2년 남아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다수 네티즌은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고영욱 신상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신상 정보 공개에 따른 2차 피해, 무분별한 공유 등으로 인한 처벌 등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범죄자 알림e’는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성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으로, 여성가족부, 법무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이트다. 지난 2010년부터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등록, 공개하고 있다. 실명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성범죄자 이름과 나이, 주소, 실제 거주지, 사진, 범행 내용 등을 인터넷에서 열람할 수 있는 반면 사실 확인 용도 외에 유포했을 시 처벌을 받는다. 해당 정보를 캡처해 SNS 등에 올리거나 메신저 등으로 전달할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이는 신상정보 공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처로, 유포 시 징역 5년 이하 벌금 5000만 원 이하 처벌을 받는다. 실제로 2016년 고영욱 관련 정보를 온라인상에 유포한 30대 2명이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편 고영욱은 지난 2015년 출소 당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이제부터 감내하고 살아야 할 것이 있겠지만,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신중하고 바르게 살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확장법 232조 미국 정부가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높은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법. 1962년 제정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으나 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 정책을 앞세우면서 부활했다.
  • [시론] 난민 위기의 본질은 차별과 혐오/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시론] 난민 위기의 본질은 차별과 혐오/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2017년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제주 간 직항 노선이 생기며 예멘인들의 입국이 급격히 늘자 당황한 법무부는 4월 말 이들에게 출도제한 조치를 내렸고, 549명의 예멘인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제주도에 발이 묶이면서 자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곧이어 이들의 집단 입국을 두고 유럽과 같은 난민 위기가 찾아온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상황을 유럽과 비교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유럽 난민 위기’가 발생한 2015년 한 해 동안 유럽연합(EU)에 들어간 난민과 이주민은 약 100만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의 난민을 보호하고 있는 국가는 EU 주변국이면서 회원국이 아닌 터키로 2018년 기준 약 390만명을 보호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인구 대비 난민 신청자 수는 헝가리가 10만명당 1799명으로 가장 많다. 난민 신청자가 처음 도착한 회원국에 난민심사 책임을 부과하는 더블린 조약에 따라 이탈리아, 헝가리와 그리스 등 EU 외곽에 있는 국가들이 유례없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이에 독일은 2015년 8월 시리아 난민에 대해 처음 입국한 국가와 상관없이 독일에 체류할 수 있다고 선언한 데 이어 헝가리에 체재 중인 난민 신청자들에게 오스트리아를 통과해 독일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독일은 2015년 한 해 동안 89만명에 이르는 난민 신청자들을 받아들였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 난민협약 가입 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난민 신청이 3만 2733건이다. 해상과 육지를 통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난민들이 대거 몰려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각에서는 난민이 아니라 무슬림이 문제고,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을 인종혐오라고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려움의 대상이 무슬림인지, 무슬림 난민인지, 아니면 저개발국 출신 무슬림인지 불분명하다. 예멘 난민들이 오기 훨씬 전부터 그보다 많은 수의 무슬림들이 한국에서 특별히 주목받지 않고 평화롭게 거주해 왔다. 서울에서 난민 반대 집회가 열린 지난달 30일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이슬람 문화권 출신 관광객의 제주도 유치를 모색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을 ‘가짜’라고 단정 짓는 것은 난민심사가 필요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난민협약 탈퇴는 국제 교류로 이익만 취하고 최소한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대놓고 선언하는 것으로, 난민들의 인권은 제쳐 놓고서라도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임이 분명하다. 난민협약 가입국인 이상 우리나라를 찾아온 난민들을 보호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사실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을 어떻게 잘 찾아내고, 사회에 받아들일 것인가다. “유대인들은 우리의 불행이다.” 1879년 독일의 역사학자 하인리히 폰 트라이츠케가 한 말이다. 그는 당시 유대인들이 독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기를 꺼린다며 스스로 총대를 멨다. 그의 말은 이후 독일 나치당 대회에서 빠질 수 없는 구호가 됐다. 한국인들은 1952년까지 미국에서 귀화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인종에 속했다. 관련 규정이 쟁점이 된 1870년 미 의회 의원은 아시아인에게 시민권 문호를 열 경우 “서부에서의 공화주의는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공화주의를 존중하지 못하고, 성정상 싫어하며 이해하거나 실행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중국인들을 겨냥한 말이었지만 인종차별은 세심한 구분을 하지 않는다. 이렇듯 인종차별의 역사는 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어떤 행위가 인종차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가운데 특정 집단을 향해 “너는 성범죄자이거나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칠 사람이므로 나가라”는 식의 수사가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수사는 특정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개별성을 지우고 선험적으로 배척한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의 혐의가 짙다. 그런데 차별이나 혐오야말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진정한 위기는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 고영욱, 오늘 전자발찌 벗는다…신상공개는 2020년까지

    고영욱, 오늘 전자발찌 벗는다…신상공개는 2020년까지

    ‘연예인 전자발찌 1호’라는 불명예를 안은 그룹 룰라 출신 가수 고영욱이 9일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벗는다. 고영욱은 지난 2013년 미성년자 3명을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년 형 등을 선고받았다. 안양교도소와 남부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고영욱은 2015년 7월 10일 만기 출소와 동시에 전자발찌를 착용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실형을 살게 된 범죄자는 출소일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된다. 2015년 7월 10일 출소했고, 전자발찌 부착 3년 선고를 받았다면 종료일은 2018년 7월 9일이 된다”고 밝혔다. 그간 고영욱의 위치 및 이동 경로는 모두 전자발찌를 통해 실시간으로 법무부 중앙관제센터에 기록돼왔으나 오늘 이후로 그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학교 등의 제한구역에 출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고영욱의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에서 2년간 더 조회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사방에 깔린 ‘매의 눈’… 빅브러더 키우는 대륙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사방에 깔린 ‘매의 눈’… 빅브러더 키우는 대륙

    중국의 ‘쉐량공정’(雪亮工程)을 들어보셨나요?중국 정부가 공공안전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하는 쉐량공정을 농촌 지역으로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매의 눈’(Sharp Eyes)으로 불리는 쉐량공정은 중국 당국이 2016년 하반기부터 보급 중인 농촌 지역의 도로와 다중이용시설 등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CCTV)를 주민들의 TV, 휴대전화 등과 연결해 공안(경찰)·주민들이 함께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대중감시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를 말한다. ‘인민들의 눈은 눈처럼 밝다’(群衆的眼睛是雪亮的)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어록 중에서 ‘쉐량’을 따왔다. 쓰촨(四川)성에 따르면 성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1만 4000여개 농촌 지역 마을이 쉐량공정에 연결됐고 4만 1000여대의 CCTV를 설치했다. 쓰촨성 안시(安溪)현에선 CCTV 25대와 항공 감시 카메라 9대를 설치하고 주민들의 TV와 연결하는 프로젝트 구축을 끝냈다. 주민 15만 2000여명은 휴대전화로 관련 앱(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주변 CCTV와 연결했다. 주민들은 집에서 TV를 통해 34대의 CCTV에서 송출된 실시간 화면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덕분에 쓰촨성 내 쉐량공정 도입 지역의 범죄발생 건수는 50%나 대폭 줄어든 반면 범죄검거율은 50% 높아졌다. 신화통신은 “2015년 9월부터 쓰촨성 등 일부 성에서 시범시행한 쉐량공정이 ‘중앙1호문건’(해마다 공산당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발표하는 핵심 정책)에 포함돼 전국으로 확대·보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지린(吉林)·산둥·후난(湖南)·구이저우(貴州)·하이난(海南)성 정부는 이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본격 추진 중이다.당중앙 정법위원회가 주도하는 쉐량공정은 감시 카메라에 인공지능(AI)과 안면인식 시스템,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 드론(무인항공기) 등 항공감시망을 결합해 주민 통제·감시가 어려운 농촌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는 주민관리 시스템이다. 쉐량공정 스트리밍(실시간 온라인 송출) 박스를 가정에 설치한 주민들은 TV를 통해 마을의 CCTV에 포착된 실시간 화면을 볼 수 있다. 휴대전화 앱으로도 물론 가능하다. 전문 보안산업 매체인 21csp닷컴은 중국 전역의 3000여개 현이 쉐량공정을 구축할 예정인 만큼 영상시스템업계에는 100억 위안(약 1조 6828억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AI 기술과 CCTV를 결합해 더욱 촘촘한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보안회사 이스비전과 손잡고 13억 명의 전 국민 얼굴을 3초 안에 구별하는 안면인식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해 판별 능력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톈진 난카이(天津南開)대 청밍밍(程明明)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손바닥 크기 하드드라이브의 저장 용량이 10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상황에서 13억 국민의 안면인식 데이터도 가방 한 개에 들어갈 수 있다”며 “만약 13억 국민의 얼굴과 개인 정보 데이터가 도난당해 인터넷에 공개된다면 끔찍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미 실생활에서 적용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점 KFC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결제하고 대학이나 공항 등에서도 이 기술을 이용해 출입을 통제한 다. 알리바바의 온라인결제 자회사인 마이진푸(蟻今服·Ant Financial) 회원은 자신의 얼굴을 촬영한 ‘셀카’로 전자페이시스템에 접속해 결제를 한다. 중국건설은행은 자동인출기(ATM)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고 베이징 톈탄(天壇) 공원에서는 화장실 휴지 도둑을 막으려고 이 기술을 도입해 적정량 휴지를 제공한다. 중국 도시 지역에서는 2000만대 이상의 초정밀 CCTV가 설치돼 거미줄처럼 연결된 모니터링 시스템 ‘톈왕’(天網)이 운용되고 있다. 톈왕은 24시간 작동하면서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CCTV 중에는 특수 기능을 가진 AI가 내장돼 있다. 이 CCTV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안면인증시스템 등과 통합돼 있기 때문에 촬영된 인물들 가운데 수배 중인 범죄자를 빠르게 식별해 낸다.지난 1일부터는 전자태그(RFID)를 활용한 차량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차량 앞 유리에 RFID칩을 부착하고 도로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식별된 정보가 공안에 실시간 전송되는 방식이다. 올 연말까지 시범 사업으로 시행하고 내년부터 신규 차량에 RFID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공안부는 교통 혼잡도를 분석해 환경 오염을 줄이고 차를 이용한 테러 공격을 방지할 목적으로도 이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보안 감시망을 확장하는 의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량 혼잡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차량 수를 감지하는 장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내 안보 예산으로 1조 2400억 위안(약 209조 6000억원)을 지출했다. 정부 예산의 6.1%이며 국방예산보다 20%나 많은 수준이다. 2016년 안보예산은 전년보다 17.6%나 뛰었고, 지난해 예산도 2016년보다 12.4%나 증가하는 등 2년 연속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안보예산은 쉐량공정을 포함해 공안과 무장경찰, 법원과 검찰, 교도소 등에서 운영비로 지출된다. 안보예산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중국 당국이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감시·추적 장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안면인식 기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도 중국 정부가 내부 통제 등을 명목으로 집중 투자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안면인식 기술 시장은 2016년 9억 9000만 위안에 그쳤지만 2021년 51억 위안, 2025년에는 250억 위안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쉐량공정은 인권 침해는 물론 반체제 인사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이른바 ‘빅브러더’ 사회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빅브러더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가공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최고 통치자에서 따온 용어로, 국가가 정보를 독점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체제를 뜻한다. 분리·독립운동이 거센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는 이슬람교도의 반정부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수만 대의 얼굴인식 카메라를 설치했다. 신장자치구 문제 권위자인 아드리안 젠즈 독일 문화신학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신장 당국은 지난해 보안 관련 예산으로 580억 위안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규모는 전년보다 100%가량 늘어났고, 보건 예산의 2배에 이른다. 특히 신장 등 중국 내 5개 성·자치구에서는 인민해방군과 정부기관 등 30개 이상 기관이 비둘기 형태의 드론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새들도 착각할 만큼 정교하게 제작된 비둘기 드론은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인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분리·독립운동이 끊이지 않는 지역에 대한 감시·통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항저우 제11중에서는 수업 집중도를 감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30초 간격으로 안면인식 카메라로 학생들을 촬영해 인권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khkim@seoul.co.kr
  • “SNS는 의도적으로 사용자를 중독 상태로 만든다”

    “SNS는 의도적으로 사용자를 중독 상태로 만든다”

    소셜미디어(SNS) 회사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들을 중독 상태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BBC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이 위와 같이 증언했다고 밝혔다. 오늘날 대부분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에서 사용되는 ‘무한 스크롤’ 기능을 개발한 기술자 아자 라스킨은 BBC 파노라마에 “소셜미디어 중독은 마치 코카인을 당신 인터페이스에 뿌리는 것과 같다”면서 “스마트폰 화면의 모든 인터페이스는 수많은 기술자들이 사용자들에게 편의라는 명목 아래 중독되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스킨이 개발한 무한 스크롤은 이름 그대로 콘텐츠를 클릭 없이 끊임없이 스크롤 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 기술이 사용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게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사용자들을 중독 상태에 빠지게 하려고 이 기술을 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기술자가 자신들을 고용한 대기업의 비스니스 모델에 의해 중독성 강한 앱 기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사원이었던 샌디 파라킬라스는 2012년 회사를 그만 둔 뒤 페이스북을 끊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슬롯머신과 매우 비슷하다”면서 “정말 담배를 끊는 기분과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페이스북에서 근무한 1년5개월 동안 동료들 역시 페이스북의 중독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안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용자가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그 관심을 광고주들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측은 BBC 파노라마에 “사람들이 친구와 가족, 그리고 관심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설계했을 뿐”이라면서 “중독성을 부여하는 요소는 어떤 과정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좋아요’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공동 개발한 레아 퍼먼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빠지는 이유로 ‘좋아요’ 수가 자기 가치에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 역시 2010년 페이스북을 퇴사한 뒤 앱 사용을 그만두는 것을 시도했다. 그녀는 “이전과 같은 것을 게시해도 ‘좋아요’ 수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을 깨달았다”면서 “그때 내가 주위 반응(피드백)에 중독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는 우울증과 외로움을 비롯한 여러 정신적인 문제와 소셜미디어의 과잉 사용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약 18시간으로, 대부분이 소셜미디어다. 이에 대해 펄먼은 소셜미디어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사용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을 떠난 공동 창업자 숀 파커 역시 지난해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사용 시간을 최대한 많이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이 인간의 심리적인 약점을 이용했으며 투자가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고 우리도 그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펄먼은 ‘좋아요’ 버튼 개발 당시 “중독성을 갖게 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게다가 소셜미디어는 많은 사람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숀 파커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메이 아치봉 페이스북 부사장이 “현재 제삼자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 협력해 플랫폼에 중독성 요소가 있는지 조사를 통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자에게 주간 사용 시간을 표시해주고 하루 단위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위터는 중독성 주장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스냅챗은 중독을 위해 시각적 기술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정하면서도 무의미하게 사용을 늘릴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BBC 방송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