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1990년대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바다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수도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샤워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목포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496
  • 인간만의 파괴적 환상 ‘자살 바로알기’큰 관심/ 교보문고 특별도서코너 검토

    오늘날 우리는 일상적으로 자살을 접한다.한국은 1990년대 이후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가 헝가리,핀란드,덴마크,스위스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자살대국’이다.자살은 삶으로부터의 무기력한 도피이든 결연한 자기결단의 표현이든 점차 중요한 사회적 코드가 되고 있다.더이상 터부로 남아 있을 수 없는 문제다.최근 우리 주변의 잇단 자살 소식은 자살에 대한 올바른 접근과 이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임을 일깨워준다.단절,절망,허무,대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비존재와의 만남인 죽음.인간은 왜 ‘공백의 공포’를 무릅쓰며 부자연스럽게 죽음과 만나려 하는가. 자살은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는 행동양식이다.인간만의 파괴적 환상,그것이 바로 자살의 밑그림이다.자살을 이기적인 자살,이타적인 자살,아노미적인 자살로 분류하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캥은 자살을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요인으로 설명한다.하지만 뒤르캥은 스스로 한계를 보인다.자살을 ‘사회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회 구성원간의 유대감이라든가 가치관의 혼란 같은 심리적인 설명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요컨대 자살행동은 사회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현상이자 심리학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어느 사회,어느 문화,어느 시대에도 자살은 끊임없이 이뤄졌다.혹자는 자살을 금기시한 근거와 음모를 명시하며 ‘스스로 죽을 권리’‘스스로 삶을 포기할 자유’를 역설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자살을 옹호하거나 부추기기 위한 것은 아니다.질병이나 고통으로 괴로워하거나 너무 가난할 때는 의무적으로 자살을 해야 했던 스토아학파 철학자,일왕을 위해 희생을 요구당한 가미카제 조종사,남편을 따라 죽어야 했던 인도의 사티의식 등 사회적으로 이용당하거나 강요당하는 자살을 경계하기 위한 뜻이 더 강하다. 종교학자인 정진홍 전 서울대 교수는 “삶을 초조해하지 않는 사람은 죽음을 초조해하지 않고,삶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죽음을 사랑한다.”고 말한다.인간의 삶과 죽음이 얼마나 지독한 역설의 구조로 이뤄져 있는 것인가를 요약한 말로 손색이 없다.죽음의 윤리,자살의 윤리란 종당 스스로 가꿔가야 할 개인적인 문제다. 최근 사회분위기는 죽음의 위기에 개입하는 ‘자살학’이란 젊은 학문에 눈을 돌리게 한다.교보문고는 ‘자살관련 도서’ 특별코너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자살관련 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시중에 나와있는 것은 10여권.△‘자살론’(에밀 뒤르캥 지음,청아)△‘자살:인간의 파괴적 환상’(토마스 브로니쉬 지음,이끌리오)△‘자살의 미술사’(론 브라운 지음,다지리)△‘자살의 문화사’(게르트 미슐러 지음,시공사 펴냄)△‘세기의 자살자들’(프리드리히 바이센슈타이너 지음,한숲출판사)△‘자살의 연구’(A.알바레즈 지음,청하)△‘죽음,아주 낮은 환상’(전경린 등 지음,윤컴) 등이 우선 꼽힌다. 김종면기자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3) 김지하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저 뜰 앞에 선 잣나무이니라.”.옛 선사에게 불법을 묻듯,지하에게 이 시대를 물으러 간다.대답은 듣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그것이 바로 해답일 테니까.얼굴과 손이 희지 않고,상민(常民)의 옷을 걸치고 살아가는 그에게,옛날 백 사람의 시인에게 시대를 물을 때 묻지 않은 물음을 던지기 위해,그가 몸을 기대고 살아가는 백성의 마을로 간다. 얼마 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본 시인의 모습은 예전보다 한층 더 수척하면서도 어딘가 부은 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장기간 요양을 해야 할 만큼 상한 몸을 이끌고 멀리 부산 범어사에서 요양을 하다가 올라온 시인을 붙들고 무슨 말을 들으려 한단 말인가.그러나 자기 바깥에 싸리 울타리를 두르지 않는 시인은 흔쾌히 내방을 허락해 주었다. “회고록의 제명이 ‘흰 그늘의 길’이더군요.그 말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법한데요.” “글쎄,애매성이라고나 할까.안개 낀 것 같은.단지 이성,오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겠지요.내가 흰 그늘이라는 말을 쓴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하나는 우리 삶이 상당히 이상해졌다는 것이에요.사이코,정신분열적인,착란적인 사회심리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인식하고 용서할 어떤 시적인 그릇을 찾아내려고 한 거지요.흰 그늘이라는 것도 일종의 환상이지만,치료적 기능을 갖는 환상입니다.마치 융의 그림자처럼 가라앉은 욕구라고 할까…,일종의 역설이지.고통의 역설적 인식,성스러운 고통,이런 것을 추구함으로써 시대의 정신적 질환을 넘어설 수 있지 않느냐는 거지요.시(詩)가 바로 그에 관한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김지하 시인은 천래(天來)의 시인답게 비약적인 어법으로 생각을 전개하기 시작한다.그렇다면 나는 논지를 잃고 헤매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지나온 삶이 어땠다고 보시는지요? 요약하신다면요?” “요약?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지.소위 ‘요기 싸르’라고.요기는 요가를 하는 사람,즉 수련자지.그러니까 내면적으로는 수련자고 외면적으로는 싸르,코뮌 싸르,직업 혁명단.그러니까 요기 싸르는 명상을 통한 내면적 수련과 외면의 사유적 변혁,두 가지를 같이 추구하는 자야.나는 옛날에 이 요기싸르라는 말은 몰랐지만 바로 그런 삶을 희망했었다고 생각해요.삶에 대한 쉬르(초월)적 인식과 그 아래 미학으로서의 리얼리즘을 함께 추구했으니까.리얼리즘과 함께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성,철학 같은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어요.이것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생명’과 ‘살의(殺意)’죠.내 첫 시집 ‘황톳길’에서 보듯 ‘뛰어올라오는 숭어’와 ‘가마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시체’,즉 생명과 죽음의 대비를 늘 생각했어요.이것이 현실에 대한 비평으로,부정으로 나타났죠.생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이것은 죽음까지도 포함하는 어떤 전체변화의 질서를 말하는 것이었어요.” 시인의 말씀은 깊은 숲 같아 갈래가 많고 걸리는 것도 많다.그 속을 호랑이 타고 달린다면? 다치지 않으려면 머리를 잔뜩 숙여야 하리라. “선생님의 삶에서 예지적인 면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삶을 가능케 한 근거를 찾아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글쎄,그건 꼭 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남고 싶었고,그러면서도 세상은 변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사람의 정신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대야말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선생님께서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 ‘현실적 부정’입니다.그들은 자기들 삶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에 대해 선험적 사고에 익숙했던 우리나 우리 바로 아래 세대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정적입니다.뭘 보면 알 수 있느냐.정치나 경제에 대한 부정은 사항적 비판일 수 있지만 문화적 반항은 사항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겁니다.지금 젊은이들은 문화적 반항 밑에 더 커다란 문명 단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어요.그 불만을 가지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붉은 악마’라든가 ‘네티즌 선거’라든가 ‘촛불 시위’ 같은 것으로 빛나지 않나 싶습니다.내가 보기에 그들의 이 힘은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긍정이 광폭(廣幅)인 김지하 시인이다. “그렇다면 선생님 세대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세대적 역할은 어떻게 비교하거나 대조할 수 있을까요?” “저는 4·19세대였음에도 불구하고 4·19의 혁명적 의미를 똑똑히 몰랐습니다.그러다가 5·16 뒤에 차츰 민족이라든가 민중이라든가 변혁이라든가 하는 개념에 눈뜨게 됩니다.그러면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리얼리즘과 함께 반리얼리즘적인 추상·환상·상상력의 측면을 강조한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어요.나는 어떻게 하면 리얼리즘 안에 반사실과 환상을 이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했던 세대입니다.지금 젊은이들도 자기들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서 외쳐대던 구호의 진짜 의미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생각해 봅니다.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글 쓰고 그림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의 소명이 무엇이고, 그 사람들이 한 일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지금 젊은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세계적이고 동시에 민족적입니다.아주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면서도 범생명계적인 성격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이런 모순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세대적 특질에 걸맞은 복합적인 역할과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지혜 또는 슬기라면 어떤 것이 있겠는지요?” “첫째는 들뢰즈나 가타리,미셸 셰르 같은 선각자들이 이미 지적했던 것인데 현대,모던 월드의 가장 큰 질병으로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이것은 이것,저것은 저것’이라며 상호 배제하는 것,‘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다’라면 싸움이 시작되고 경쟁이 시작되겠지요.또 하나의 질병은 전쟁법입니다.나와 너는 싸울 수밖에 없고 싸워서 하나가 이김으로써 상호 통합을 한다.전쟁의 철학이죠.우리는 매일 평화를 원하고 안정된 삶과 우정과 휴머니즘과 생명계와의 화합을 원하면서도 그 매일의 생활 속에서는 전쟁 논리를 진행시키고 논리의 전쟁을 치러내는 겁니다.나는 전쟁법의 반만 긍정하고 다른 반은 부정하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는 나일 수 있고 나는 너일 수 있다.이게 뭡니까? 음(陰)과 양(陽)의 철학이죠.음이면서 양이고 양이면서 음인,그러면서도 양은 양이고 음은 음인 음양법 말입니다.철학적으로 더 들어가면 불교의 인식논리입니다.색(色)은 공(空)이 아니고 공은 색이 아니면서도 공은 색일 수 있고 색은 공일 수 있다.결국은 색공이 하나다.하나가 아니고 둘이 아니면서 하나도 둘도 될 수 있다는 것.묘한 이치에 도달하는 겁니다.여기서 또 숨은 차원과 드러난 차원을 생각해야합니다.드러난 차원은 가시적이고 진행 중이고,숨겨진 차원은 드러난 차원 밑에서 드러난 차원을 조절하고 진행시키고 수정하고 교정을 보다가 전혀 이것이 유지될 희망이 없을 때에는 이것을 와해시키면서 안에서 새로운 드러난 차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이게 뭘까요.생명이죠.생명의 논법이 ‘아니다’이면서 ‘그렇다’이고 ‘그렇다’이면서 ‘아니다’인 겁니다.이러한 인식은 다행히도 우리 민족의 근대에,1860년대에 유럽 쪽의 베르그송이나 생철학자들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나타났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이 부분에서 우리의 논리적인,새로운 변혁적 생활을,새로운 논리의 발견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상적으로.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삶에 있어서는 늘 투쟁이나 경쟁,대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생각하면서 논리를 진행시키고 현실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거침없는 논리 개진에 언더라인(밑줄)을 긋는다.인터뷰를 떠나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리 전환인 까닭이다.내친 김에 더 ‘광폭(廣幅)’한 물음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남북의 통일에도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 공공성과 우주적 공공성을 함께 회복해야 합니다.너무 작은 담론들에 얽매여 공공성을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또 자신만이 아니라 타자까지도 자기 안에집어넣는 것이 중요합니다.주체를 배제해버리고 타자화하는 유럽사상을 따라가지도 말고 주체를 회복하면서 우주적 주체가 되는 것,이것이 새로운 인간입니다.그것은 개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동학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서로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생명의 총체,정체성을 각자 자기 나름으로 실현하라.’고.‘밝고 밝은 이 우주를 각자 자기 나름대로 밝혀라.’고.이게 뭘까요.개인주의죠.그러나 그것은 개(個)이지 사(私)는 아닙니다.개와 사는 다른 겁니다.사는 그 뒤에 세모꼴 같은 것이 붙어 있죠? 이게 귀신에 붙어 있는 거예요.잡귀.인간의 정신 가운데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만 위해서 살려고 하는.” 오랜만에 거인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놓치기 싫어 더 많은 것을 물었고 더 많은 말씀을 들었다.병마에 시달리는 ‘대선사’가 탈진에 이를 때까지 마구 괴롭혔다.그러나 그렇게 귀동냥한 모든 것을 여기에 쓸 수 없음이 안타깝다.이 나라에 또 누가 있어 그처럼 많은 궁리를 하고 세상의 내일을 이야기할까? 바로 김지하 시인 같은 이를 종요로운 존재라 이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사진 이언탁기자 vielee@ 방교수가 본 시인 김지하 ●수척해진 어깨 위에 걸린 흰 달 지하는 지하라고 하지 말고 지하당(芝河堂)이라고 해야 하리라.평생 바람으로 살되 가는 곳이 집이다.바람이 바로 집이다.살아 움직이는 집이다.바로 그가 김지하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라본 지하당의 낡은 서까래가 기울어졌다.어긋난 문짝 같은 옷을 걸친 지하당,구멍이 숭숭 뚫린 지하당의 야윈 몸채,두 시간 남짓에 배터리가 소진되고 마는 허한 기운.이것을 본 어느 누가 지하당의 과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인터뷰를 마치는데 회고록을 쓰느라 바싹 야윈 지하당의 어깨 위에 흰 달이 떠 있었다. 지하당의 후광은 낮달,희미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달이었다. ●김지하는 누구인가 1941년생으로 문명(文名)이 높은 분들이 많은 문학계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지하는 거인이다.아니,괴물이다.희대의 풍운아다. 전라남도 목포 출생.1959년에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이후 그의 삶은 바람의 삶이었다.한·일회담 반대운동,그리고 저항시인.황토빛 한의 전달자,박정희 군사정권을 향한 조롱과 야유(풍자시 ‘五賊’).시집 ‘황톳길’과 함께 열린 김지하의 1970년대는 연행·석방·도피로 점철된 시대,부당한 체제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여나간 시대였다.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로 감형된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그는 옥중의 시인이었다.많은 이들이 그가 걸어간 길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두환 정권과 처절한 항전을 벌일 때 김지하는 황야를 건너 생명의 낙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폭력이 아니라 비폭력을,광폭한 남성성이 아니라 섬세하고 여린 여성성을,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화회(和會)의 세계를. 그는 시대와의 불화를 감당해야 했다.시집 ‘애린’의 세계가 그것이다.1980년대였다.1990년대,그리고 지금,김지하는 또 다른 초극을,완성을 꿈꾼다.시집 ‘중심의 괴로움’은 내가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우주와 호흡을 함께 하는 새로운 리듬과 조화의 세계를 노래한다.김지하는, 뜨거운 불꽃 김지하는 오늘,안으로 타오른다. 정지용으로부터 김수영을 지나 김지하로통하는 한국 현대시의 행로는 내부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성찰적인 것과 투쟁적인 것이 맞씨름을 벌이며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해간 운명의 길이었다.
  • MTB 트라이얼 동호회 / 자전거와 나 하나가 된다

    “제가 하는 것을 잘 보세요.이 테크닉은 MTB 트라이얼(산악자전거를 타고 부리는 묘기)의 가장 기본인 ‘스탠딩(제자리 서기)’ 기술입니다.스탠딩 기술을 익힐 때 신경을 써야할 부분은 바로 중심이동입니다.자아∼.그러면 긴장을 풀고 한번 해볼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서울 중랑구 중랑천변 자전거 전용도로.MTB 트라이얼 동호회 팀장인 하성천(32·인터넷 판매업)씨의 지도로 회원 8명이 트라이얼 테크닉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었다.스탠딩,호핑(바퀴들고 점프하기),윌리(앞바퀴를 들고 전진하기),다니엘(앞바퀴를 들고 서서 콩콩 뛰기),메뉴엘(앞으로 전진하다 손을 이용해 앞바퀴를 들어올리기)….마치 곡예단이 현란한 자전거 묘기를 연출하는 모습을 방불케 했다. ●사람들 넋나간 표정에 ‘짜릿’ “트라이얼은 일반 MTB를 탈 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묘기들을 부릴 수 있어요.특히 일반 MTB를 잘 타는 사람들도 우리가 트라이얼하는 모습을 보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쳐다봅니다.이럴 때는 ‘뭔가를 해냈다.’는 짜릿한 쾌감마저 느끼죠.”지난 1997년부터 트라이얼 마니아가 된 하성천씨는 “자전거 전용도로 인도의 턱 오르기 등 트라이얼의 기본 기술을 하나하나 터득했을 때 뿌듯한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일반도로를 달리긴했지만 2000년 여름 태풍과 천둥·번개 등 갖은 악천후를 딛고 서울∼강릉 왕복 500여㎞를 완주했을 때는 정말이지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면서 당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TV중계를 통해 트라이얼 경기를 보고 흥미를 느껴 시작했다는 이석준(23·회사원)씨도 “구청 행사나 쇼 이벤트 등에 초청돼 트라이얼을 연출한 뒤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을 때는 트라이얼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국 산천경개를 돌아다니며 바람을 쐴 뿐만 아니라 운동까지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취미생활이 어디 있느냐.”고 거들었다. ●성취감 느낄 때마다 점점 중독돼 MTB 트라이얼은 1990년대 초반 처음 소개된 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때부터 본격 보급되기 시작했다.즐기는 사람들은 1000여명.이들 동호인도 단순한 기술로 즐길 수 있는 일반 MTB 타기가 시시하고 지루해 트라이얼로 바꾼 사람들이 대부분이고,힘이 많이 들어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층이 주류다. 이들이 MTB 트라이얼에 빠져드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을 하나씩 하나씩 터득하는 성취감 때문이다.“MTB의 기본 종목인 크로스컨트리는 열심히 타기만 하면 필요한 기술을 익히게 되지만,트라이얼의 테크닉은 오래 탄다고 해서 저절로 익혀지지 않죠.때문에 트라이얼을 배우려면 독학을 하기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기술을 함께 배워야 빨리 익히게 됩니다.”일반 MTB에 싫증이 나서 트라이얼로 바꿨다는 장도인(29·프로코렉스 대리)씨의 말이다.그는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터득한 트라이얼 기술은 절대로 잊어먹지 않고 오래간다.”며 “트라이얼은 힘들고 순간순간 위험해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2년전부터 MTB를 타고 있는 이원상(21·입대 준비중)씨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여러번 연습했으나 실패했던 기술을 어느날 손쉽게구사할 수 있었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덧붙였다. ●구경하는 사람 많을수록 신바람 “MTB 트라이얼은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박수를 많이 쳐줘야 잘 할 수 있는 경기입니다.혼자서는 외로워 잘 되지 않죠.그래서 신바람이 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라이얼이 왠지 멋있어 보여 입문한 오철의(26·자영업)씨는 “1999년 MTB 트라이얼을 배울 때 페달에 꼬여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제대로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MTB 트라이얼 대회에 참가,1등을 했을 때는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글 김규환기자 khk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MTB 트라이얼이란 MTB 트라이얼은 MTB(Mountain Bike·산악 자전거)를 이용해 예술적 묘기를 연출하는 종목이다.MTB에는 이것 외에도 4개 종목이 더 있다.▲자전거를 타고 언덕길과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크로스 컨트리 ▲높은 언덕에서 내려오는 다운 힐 ▲낮은 지역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힐 클라이밍 ▲2인이 동시에 높은 언덕에서 내려오는 듀얼 슬라롬 등이 그것들이다. 자전거를 타고 점프하는 등 멋진 기술을 뽐내는 트라이얼은 보급된 지 얼마 안돼 아직까지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으나 ‘코리아-트라이얼 동호회(016-9223-3833,www.korea-trials.com)’ 등을 찾으면 된다.수강료는 무료이다. 트라이얼은 1년 정도 배우면 초급단계에 이른다.이 단계를 이수한 사람이 다시 1년 정도 꾸준히 익히면 중급에 도달한다.중급단계에서는 바니홉(의자·탁자 등 기물 위로 올라가기)과 젭슬렙(벤치 위로 올라 가기) 등의 기술 수준을 무리없이 연출할 수 있게 된다. 중급을 이수한 뒤 스타피즈(뒷바퀴를 들고 앞바퀴로만 전진하기) 등의 비교적 난도 높은 테크닉 등을 익혀 제대로 구사할 수 있으면 고급단계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김규환기자
  • 뉴그랜저XG 뉴EF쏘나타 / 겉은 다르지만 “우린 형제차”

    ‘자동차도 형제 자매가 있다!’ 주변의 차들을 둘러보면 생김새는 제각각이지만 알고 보면 엄마와 아빠가 같은 형제차들이 대부분이다.제조사인 메이커 뿐만 아니라 차를 구성하는 기본 틀이 같아 이같은 얘기가 나온다.1990년대 이후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트렌드인 ‘플랫폼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동일 플랫폼=동일 유전자? 플랫폼이란 말 그대로 기반·기초란 뜻.자동차 플랫폼은 차의 주요 뼈대를 말한다.자동차의 골격을 유지하고 엔진 성능을 좌우하는 파워 트레인(섀시,엔진),도로의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스티어링,서브프레임),차 바닥 등을 구성하는 언더플로어(플로어판넬) 등으로 이뤄진다.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스펜션 튜닝,엔진 튜닝,트랜스미션,내외장 조립 등을 통해 전혀 다른 느낌의 모델들이 만들어진다.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가지 전혀 다른 차종도 나올 수 있다.세단형(승용),해치백(트렁크가 없는 모양의 차),쿠페(스포츠형 세단),컨버터블(오픈카) 등이 플랫폼을 공유할 수도 있다. 때문에 플랫폼이 같다는것은 겉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부모를 가진 형제자매와 같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대량생산되면서 차값이 저렴해졌다.”면서 “플랫폼 공유차가 많아질수록 자동차 회사는 원가를 절감하게 되는 것인 만큼 소비자에게도 그에 따른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플랫폼 공유 모델 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999년 통합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계획의 하나로 ‘플랫폼 공유’를 꼽았다.차종 수에 상관없이 현대·기아차의 전체 플랫폼을 6∼7개로 통합·축소해 차량 개발·생산비를 절감,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인 뉴아반떼XD(1495㏄),5인승 미니밴인 라비타(1495㏄),쿠페인 투스카니(1975㏄)는 플렛폼이 같다.기아차가 오는 10월 스펙트라 후속 모델로 출시하는 ‘LD’(프로젝트명)도 플랫폼을 공유하게 된다. 중형과 대형인 뉴EF쏘나타(1997㏄)와 뉴그랜저XG(1998㏄·2493㏄·2972㏄)도 플랫폼이 같다.이들과 동일한 플랫폼을 쓰는 기아차 옵티마(1997㏄)는 현대·기아 통합 이후 최초로탄생한 플랫폼 공유 모델이다.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싼타페(1991㏄)와 레저 차량(RV)인 트라제XG(1991㏄)도 뉴EF쏘나타 등과 같은 플랫폼을 쓴다. 그밖에 현대차 미니버스인 스타렉스(2497㏄)와 1t 트럭인 리베로(2476㏄),기아차의 세단인 스펙트라(1493㏄)와 RV인 카렌스(1793㏄)도 형제차로 불린다. ●외제차의 경우 미국차와 유럽차를 조화시킨 링컨의 럭셔리 스포츠 세단 ‘LS’(2968㏄)와 재규어의 대형 럭셔리 스포츠 세단인 ‘S-TYPE’(2967㏄)은 플랫폼 공유를 통해 제품 가격을 내렸다는 설명이다.플랫폼 공유로 대량생산과 부품 규격화를 이뤘으며,재규어와 링컨의 고유 특성도 최대한 살렸다는 평이다.링컨,재규어,랜드로바,볼보 등 메이커는 모두 포드에 인수된 한 식구들이다. 최근 국내에도 출시된 볼보 SUV인 ‘XC90’(2922㏄)도 볼보 세단인 ‘S80’(2922㏄)과 형제 사이다.볼보 역사상 최대 금액인 7조 20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S80플랫폼을 만들었고,‘XC90’은 ‘S80’과 플랫폼을 공유한다.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캐딜락의 SUV인 ‘SRX’(4600㏄)는 영화 ‘매트릭스2’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캐딜락 ‘CTS’(3174㏄)와 플랫폼이 같다. 주현진기자 jhj@
  •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 / “한국 차세대 성장동력은 교육·문화”

    국제적인 석학 17명이 24∼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에 참석,세계와 한국의 성장동력 요인을 분석한다.다음은 24일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 등을 주제로 진행된 주제발표문과 토론의 요약이다. ●존 나이스비트 성장에 필요한 10가지 힘을 제시하겠다.▲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한국에도 기업가 정신이 고양되고 있다.▲민영화를 촉진해야 한다.이행 과정에서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세계적 수준의 상품을 생산해야 한다.특히 단순히 생산자를 표시하는 ‘트레이드 마크’에서 상표가 소비자의 믿음과 감정으로 연결되는 ‘트러스트 마크’로 전환돼야 한다. ▲임금인상에 따른 제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을 줄여야 한다.▲해외 인재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여행 및 관광산업이 중요하다.관광산업은 성장의 한계가 없다.▲자발적이며 자정능력을 지닌 경제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교육개혁이 필요하다.주입식 교육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학습방법을 체득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기술교육과 함께 인간성도 잃어선 안된다.즉 ‘컴퓨터와 시인’이 공존해야 한다. ▲중국과의 동반자적 관계유지가 필요하다.산업혁명 때에는 영국이,그 이후엔 미국이,그리고 20세기의 마지막 3분의1은 일본과 한국이 역할을 했다.30∼40년 후에는 중국이 미국의 라이벌로 부상할 것이다. ●기 소르망 중요한 성장의 동력은 교육과 문화에서 나온다.경제에 있어서 지역통합은 글로벌화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져야 한다.이를 위해 지나친 경직성을 피하고 유연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세계화 시대에서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그러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과 같은 돌발변수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수출상품 등에서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문화는 살아 있어야 하고 세계적이며,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요소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일본 상품의 세련된 디자인 등이 그 예이다.한국은 매력적인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다.한국문화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중국은 전통문화가 지나치게 파손되었다.예술인의 창작활동과 해외수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로버트 J 고든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 등에 비중을 두고 발표하겠다.1990년대 말 이례적으로 정보통신투자(ICT)가 늘었으나 앞으론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이는 최근까지 과잉투자가 이루어져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또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에 비해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ICT의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다. 올해 미국의 성장 전망은 낙관적인 경우 연평균 4%,비관적인 경우엔 1.8%로 전망된다.이같은 차이는 생산성 증가에 대한 전망과 인구증가율의 차이 때문이다.미국 경제는 앞으로 20년간 3% 안팎의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장기적 성장에서 중요한 점은 발명이다.20세기의 혁신적인 발명품은 내연엔진과 전기다.그 다음이 PC와 전화가 연결된 인터넷 등이다.현재 혁신적인 발명품이 나오지 않아 장기적인 고도성장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이 많다.장기전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1인당 노동시간이다.한국도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선 노동시간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폴 M 로머 과거엔 잠재성장력과 실제 생산과의 차이를 줄이는 경기조절정책을 중요하게 여겨왔다.앞으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정책이 중요해질 것이다.세계경제의 트렌드는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의 향상에서 찾을 수 있다.그러나 실제 생산성은 유통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성공적인 기업을 정부 주도로 육성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국가간의 경쟁은 희석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 목표는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에 두어야 한다.상품시장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자본시장,경영지배권 등과 관련된 경쟁이 필요하다.교육은 생산잠재력을 높이고 소득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다.직접적인 소득 지원보다는 교육지원을 통한 임금격차 축소가 바람직하다.한국은 24세 이상의 인구중에서 기술자 또는 과학자가 되는 비율이 미국보다높다.이것이 노동시장과 연계되면 더욱 높은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장 클로드 베르텔레미 특화된 산업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살린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지금까지 한국은 생산요소 투입을 증대시켜 성장해 왔으나,성장이 한계에 부딪쳤다.한국은 새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우선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미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선진국의 경우 고령화가 지속됨에 따라 이미 문화,레저,의료 등 생명산업 분야의 수요가 활발하다.기존 산업은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진출을 통해 활력을 찾을 수 있으나 중국 진출은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현재 중국에선 자동차부품,섬유 등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한국의 수출 확대는 어려울 것이다. ●요시오 니시 한국은 1980년대 이후 전자산업,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그러나 한국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과거의 성장을 지속시키느냐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아시아의 반도체산업은 국가별로 서로 상이한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중국은 통신과 웨이퍼 가공 등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일본은 포스트 D램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나노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반도체 부문에서 IC와 MEMS(마이크로머신)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한국은 미래기술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 기술의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부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즉 ▲현 상황에 대한 바르고 빠른 판단과 수행 ▲국제적 산·학 연계의 활성화 ▲연구개발 및 생산에서 현재의 미·일 의존 구도 탈피 ▲높은 교육수준을 바탕으로 한 인적자원 활용의 극대화 등이다.나노기술은 거품을 보였던 정보기술(IT)과 달리 실질적인 성과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분야다. 정리 김경운기자 kkwoon@ ■주요 참석자 프로필 존 나이스비트 美 미래학자.중국 난징대 교수.저서 ‘메가트렌드2001’‘하이테크 하이터치’. 기 소르망 佛 문명비평가.국가인권위원회 위원.저서 ‘신국부론’‘자본주의 종말과 새세기’. 로버트 고든 美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국립경제연구소 연구위원.저서 ‘신제품의 경제학’. 장 클로드 베르텔레미 佛 파리1대 교수.前 OECD개발연구소장.저서‘아시아의 위기’. 요시오 니시 美 스탠퍼드대 교수.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 부사장 .저서 ‘반도체제조논문집’ 폴 로머 美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후버연구소 연구위원.저서 ‘내생적 기술변화’ ■美 디지털 도메인사 로스 대표 미국 디지털 도메인사의 스캇 로스(사진) 대표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지식기반산업 육성에 성공하면 5년뒤 국민소득 2만달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디지털 도메인사는 영화 타이타닉,반지의 제왕 등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연출했으며 아이엘엠·픽사와 함께 세계 3대 디지털스튜디오로 인정받고 있다.다음은 일문일답. 지식기반산업이 한국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한국은 제조업이라는 파도를 타고 성장을 이뤘다.이어 서비스업이 몰려오겠지만 이것은 잠시일 뿐 지식기반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한국이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지식기반산업 육성에 성공하면 5년뒤 국민소득 2만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다. 일본도제조업에서 지식기반산업으로의 전환에 실패했는데. -일본은 10여년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육성할 때 큰 실수를 했다.유니버설 같은 미국업체를 인수해 경영하려 한 것이다.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 아니라 한국이 가진 강점을 살린 선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한국이 지식기반산업으로 가는 장점은. -정보기술(IT) 기반이 탄탄하고 문화·예술적 유산이 풍부하다.이를 강점으로 삼기 위해 한국 정부는 특허나 지적재산권,노동시장 등과 관련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써야 한다.아울러 콘텐츠에도 투자해야 할 것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젊은이 광장] 대학인 의식에 뿌리박힌 성폭력

    “대학 내 여성운동이 활발해질수록 성폭력 사건 신고가 늘어난다.” 학내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역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법칙이라고 한다.언뜻 듣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들의 얘기를 경청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과연 어떤 실상이 숨겨져 있을까. ‘XX와 성폭력 사건에 부쳐’,‘XX의 공개사과를 요구한다’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대자보들이다.1990년대 중반 이후 조심스럽게 나붙기 시작한 이 같은 대자보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성폭력 문제를 공개적인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냈다.그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연세대의 교수 성폭력 사례 공개 토론회를 비롯해 최근에는 곳곳에서 학내 여성단체 등이 마련한 성폭력 관련 행사와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성폭력 사건을 쉬쉬하고 감추려 했던 과거와 달리,이제 대학에서도 성폭력을 둘러싼 침묵의 벽이 많이 허물어졌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변화의 이면을 조심스럽게 들춰보면 아직도 성폭력이 대학문화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새내기 배움터와 모임 등의 술자리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성적 발언과 행동,그리고 학점과 학위·논문 심사 등을 미끼로 제자에게 가해지는 교수의 성폭력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후배와 사제라는 관계 속에 합리화되고 방치되는 것은 행위로서 벌어지는 성폭력만은 아니다.명백한 사실로 존재하는 행위는 그에 대응하는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오히려 문제는 피해자의 행동거지를 문제삼아 피해자를 가해자로 자리바꿈시키는 ‘2차 가해’,혹은 단순한 언행에서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기는커녕 농담거리로 희화화시켜 유야무야 만들어버리는 ‘어쩔 수 없는’ 분위기이다. 이는 대학내 하나의 문화로서,의식 속에 존재하는 성폭행이다.그것은 어느 조직보다 인간관계가 중시되고 남성중심의 문화가 잔존하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쉽게 체념되고 묻혀지는 부분이다.당연히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진다면 이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신고되는 성폭력 사건 수가 많아지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올바른 성의식을 가져야 할 중·고등학교 시기에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케케묵은 관습을 떠받들었던 우리에게 대학은 모처럼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제의 자유를 누리게 해주었다.그러나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채 억눌려있던 욕구를 제대로 표출할 줄 모르는 대학생들은 성폭력 문제에 더욱 쉽게 노출되었다.그리고 이를 제대로 해결해낼 문화나 제도도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은 준(準)사회이다.사회로 나가는 길목에 서있는,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가장 진보적인 공간 속의 대학인이 건강한 성문화를 만들어 갈 수 없다면 이 사회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성폭력을 뿌리뽑기란 무리일지 모른다. “성폭력이 뭘까요.”라고 물으면 개념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상식이나 교양처럼 알고 있지만 진지하게 자기 행동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한 여성운동가의 고충 섞인 푸념은 ‘지식’만이 대학을 대학다운 공간으로 만들지 않음을 말해준다.지식이 한 개인의 의식과 전체의 문화 속에 녹아들어행동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지성인을,진리의 상아탑을 쌓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염 희 진 성균관대 신문사 前 편집장
  • 창간99주년 특집2 지방분권시대 / 일본의 지방분권

    |도쿄 황성기특파원|반란이었다.‘지방은 있으나 자치는 없던’ 풍토에 도쿄 스기나미(杉)구는 반역의 깃발을 들었다. ‘주민 네트워크 법안’에 용감하게 반기를 든 스기나미 구에 일본 열도의 눈길이 쏠렸지만 처음은 “일개 구청의 반란이 성공할까.” 하는 회의적 시선뿐이었다.그러나 마뜩찮던 반응은 이내 공감으로 바뀌었다.갈채도 쏟아졌다.주민을 위한다면 반란도 해야 한다는 전례를 만들어 낸 스기나미구는 지방분권,지방자치의 새 지평을 연 자치단체가 됐다. ●주민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질 때까지 스기나미의 반란은 주민기본대장 네트워크 법안이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199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주민 네트워크는 한국의 주민등록제,미국의 사회보장번호와 비슷한 제도이다.개인에게 11자리의 고유 숫자를 부여하고 구청이나 국가기관이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반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과연 주민정보가 지켜질 수 있을까,국가는 사유재산 같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것인가.” 이듬해 6월 야마다 히로시 구청장은 의회에 출석,2002년 8월5일 시행될 예정이던 전국적인 주민 네트워크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이었다. 법률을 제정하면 군소리 없이 시행하는 지자체의 ‘순종 체질’을 당연시하던 중앙 정부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개 구청의 ‘반역’이었다.언론이 스기나미구의 반란을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주민 네트워크에 결함은 없는지,프라이버시는 지켜질 수 있는가.”하는 논쟁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중앙 정부의 주민 네트워크 가동 1개월 전인 지난해 7월 스기나미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참여를 묻는 앙케트 조사를 실시했다.대학교수 등으로 전문가회의도 구성했다.2764명이 참가한 앙케트 조사에서는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71.2%)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전문가 회의도 “개인정보의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참여하면 위험하다.”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당시 네트워크에 참가할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국회에 상정만 됐을 뿐 통과되지 않아 작년 8월의1차 가동 때에는 전면 불참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스기나미구 세누마 쓰토무 구민계장) 이런 우려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지난 4월 방위청이 지난 36년동안 자위대원 선발 때 지자체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참고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스기나미구의 반란에는 전국 수천개 지자체 중 구니타치시 등 4곳이 동참했다.일본 정부는 처음에는 지자체의 반란을 용인하지 않다가 여론이 움직이고 이들 지자체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민이 참가·불참가를 선택하는 절충형을 도입하는 양보를 하게 된다. 그로부터 1년 뒤,스기나미구는 주민 네크워크 2차 시행(8월25일)을 앞둔 지난달 4일 중대결심을 내린다.야마다 구청장은 “네트워크 참가를 희망하는 주민은 선택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전면 불참가에서 부분적 참가라는 절충형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국회가 개인정보보호 관련 5개 법안을 통과시켜 정보유출의 위험성이 줄어들고,정보유출시 벌칙이 제정됐다는 점,상당수 주민은 반대하고 있지만 네크워크에 참가할 경우 여러가지 행정편의를 누릴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었다.새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0%의 주민이 참가를 원하고 있다는 ‘민의’도 배려됐다. 구는 조만간 주민들에게 주민 네트워크에 선택방식을 취하겠다는 통지서를 보낼 예정이다.“참가·불참가 희망자를 구분한 뒤 참가 희망자의 개인정보만 입력해 이르면 연내에 중앙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불참을 원하는 주민은 종전대로 일일이 손으로 주민표를 작성해 구가 관리하게 된다.”(세누마 계장) 스기나미구는 절충형 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아직 미완성의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개인 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하는 구청 직원에 대한 벌칙을 정하는 동시에 주민 네트워크를 감시할 제3자 기관을 설치하기로 했다.특히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중앙 서버와의 접속을 끊기로 결정했다. ●‘구의 헌법’ 제정하기도 지난 5월1월부터 국가로 치면 헌법에 해당되는 ‘스기나미구 자치 기본조례’가 시행됐다. 조례는 “구민·사업자의 권리와 의무,구정 운영의 기본원칙,구민·사업자의 구정 참여와 협동에 관한 기본을 규정해 지자체의 자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민투표 제도의 도입은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18세 이상의 주민의 50분의1 이상의 서명에 의해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영주 외국인도 서명과 투표에 참가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현행 일본 지방자치법이 주민의 직접청구권을 ‘20세 이상의 일본 국적의 주민’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대조적이다. 스기나미구 기획과의 구사카베 히토시 과장대리는 “지방의 일은 지방이 결정한다는 지방분권의 흐름 속에 스기나미 주민들의 구정 참여 의욕이 다른 지자체보다 높은 점이 ‘스기나미 헌법’을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marry01@ ■야마다 히로시 스기나미 구청장 |도쿄 황성기특파원| 도쿄도 스기나미(杉)구의 야마다 히로시 구청장은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지금까지 일본에 참다운 지방자치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지방분권에 비판적 견해의 소유자.“미국,유럽을 쫓아가기 위해 국가가 제작한 설계도를 충실히 집행하는 지방과 주민은 통치받는 입장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1세기는 다르다.”는 생각.“정신의 풍부함,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시대에 들어선 일본에서는 앞으로는 주민의 참가와 의견,자치를 중시하는 지방정부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그런 맥락에서 그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보다는 행정과 집행을 강조한 국가의 무책임한 주민 네트워크 실시에 반기를 들었고,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주민 네크워크에 부분참가키로 방침을 바꾼 이유는. -주민 네크워크의 위험성을 보완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국회에서 제정됐다.어느 정도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했다.행정 서비스도 인터넷 세계와 같다.들어가는 것도,나오는 것도 자유로운 방식이어야 한다.제도의 편리함 때문에 참가하고 싶은 주민이 있는가 하면 그까짓 불편은 참겠다고 참가하지 않는 주민도 있다. 구청장 본인은 주민 네트워크에 참가하는가. -참가하지 않는다.스기나미 구민 60%가 불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일단 국가와의 교섭에서 선택방식을 인증받으면 주민 네트워크 제도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다시 벌일 계획이다. 구 ‘헌법’을 만든 것은. -이제 지방이 국가에 의존할 수 없는 시대이다.국가에 헌법이 있듯,지자체에도 의사결정,주민참가 시스템과 주민의 권리·의무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의 지방자치를 다른 선진국과 비교한다면. -일본에 지방자치는 없었다.선거로 뽑힌 시장이나 의회는 있어도 모든 것이 국가의 손발에 불과했다.그러나 1990년대부터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국가의 설계도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그것은 1인당 GNP에서 일본이 미국을 앞지른 시기와 거의 비슷하다.지방이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야마다 구청장은 도쿄생.45세.교토대 법학부 졸업후 일본의 새 세대 리더를 양성하는 마쓰시타 정경숙(2기)을 거쳐 도쿄도 의원을 지냈다.1993년 중의원 당선후 재선에 실패하고 1999년 구청장에 당선. ■日의 ‘삼위일체 개혁’ |도쿄 황성기특파원| ‘3위일체 개혁’은 최근 일본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보조금 삭감,지방교부세 손질,세원 이양 등 국가,지방간 돈에 관한 3가지를 동시에 근본적으로 개혁한다는 뜻이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이 내건 ‘작은 정부,지방 분권’이란 슬로건의 실천 방안인 셈이다.지자체들은 “진정한 지방분권,자치를 위해서는 중앙 정부가 주는 돈의 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지난달 26일 ‘3위 일체 개혁안’을 내놓았다.개혁안은 ▲지방 보조금을 2006년도부터 4조엔 삭감하고 ▲의무적 경비를 제외한 삭감액의 80%를 지방에 세원으로 넘기며 ▲지방교부세는 총액으로 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정부의 2003년도 예산 가운데 소득세,법인세,소비세 등 국세는 41조 8000억엔,고정자산세 등 지방세는 32조엔이다.지자체들은 최소한의 지방자립을 위해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1대1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점은 세원 이양.지방은 소득세,소비세 등 기간세를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소득세 일부를 줄여 지방세인 주민세를 늘리고 현행 소비세 중20%에 불과한 지방분을 절반으로 늘려달라는 것이 지자체들의 소망이다.그러나 중앙정부의 세수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재무성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3위일체 개혁이 시작 전부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 함혜리 특파원 독일 현지르포/위기의 독일경제

    |프랑크푸르트 함혜리특파원|‘유럽의 경제 기관차’로 불리던 독일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탈선 위기에 놓여 있다. 3년째 계속된 경기침체로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이미 오래다.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했으며 경제성장률은 0.4%에 그쳤다.독일기업의 도산 건수는 1990년대 초반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지난해만 4만개의 기업이 도산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경제규모로는 아직 세계 3위이지만 국가 경쟁력 순위는 15위로 처졌다.올해는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산업활동과 개인소비지출이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제로(0%) 혹은 -0.1%,실업률은 10.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분배에 무게를 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모델로 부러움을 샀던 독일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이 통일된 지 13년째를 맞아 저성장과 고실업,과도한 사회보장비용 부담,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요약되는 ‘독일병’으로 고통받고 있다.한때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경제발전의 귀감이 됐던 독일이 이처럼 심각한 위기국면에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2003년 7월의 독일을 찾았다. ●얼어붙은 소비심리 지난 7월9일 기자가 찾은 독일 최대의 경제도시 프랑크푸르트는 화창한 날씨 탓인지 경제적인 위기감을 첫눈에 느낄 수는 없었다.그러나 시내 중심가를 걸어다녀 본 뒤 생각은 금세 바뀌었다.프랑크푸르트는 그야말로 거대한 ‘가격하락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모든 상점은 서로 경쟁하듯이 할인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아흐퉁!’(요주의)‘슈타크 레둑지에’(강력 할인),‘할인에 또 할인,이것이 최저가’ 등 각종 기발한 문구들로 채워져 온전히 남아있는 쇼윈도가 없다.정상가의 50%에 세일하는 것으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없기 때문에 할인율을 70∼80%까지 낮춰 폭탄세일이나 폐업정리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명품 매장이 밀집한 괴테슈트라세의 구치,페라가모,샤넬 등도 자존심을 팽개치고 일부 제품을 절반가격에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대폭할인을 해도 별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사람들은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가격만 보고 그냥 지나칠 뿐 물건을 실제로 구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독일이 자랑하는 피혁제품 메이커인 아이그너 매장의 에크너 지배인은 “정상가격대로 팔면 사람들은 아예 물건을 들여다 보지도 않는다.”면서 “지난주까지 반액할인을 해도 반응이 시원치 않아 이번 주부터는 아예 70% 할인된 값에 물건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지만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독일의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 2001년 1.5%에서 지난해 -0.6%를 기록할 정도로 소비가 얼어붙었다. 올해는 1%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이 선진산업국 가운데 디플레이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같은 우려는 거리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백화점과 상점이 밀집한 자일 거리는 100m 간격으로 문을 닫은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마지막 폐업처분을 한다는 광고판이 쇼윈도에 아직 붙어있어 새로운 주인이 들어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하이마이어씨는 “비어있는 점포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새로 문을 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소비행태도 바꿔놓은 경기침체 조금 비싸도 튼튼한 것을 사는 것이 전통적인 독일인들이었지만 최근 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요즘 독일 사람들의 소비행태는 완전히 달라졌다.조금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상점을 이곳저곳 다니며 물건값을 비교하는 식이다. 할인마트 알디(ALDI)는 최대의 유통업체로 부상,창업자는 현재 독일 소득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다.변두리에는 0.99유로 균일가에 생활용품을 파는 ‘땡처리’ 상점들도 많이 생겼다. 프랑스와 독일의 소비행태를 비교한 프랑스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 평균 3곳의 가게를 들러본 뒤 구매를 하는 것에 비해 독일 사람들은 7곳의 가게를 들러 가격을 비교한다고 한다.독일 사람들이 워낙신중한 측면도 작용하긴 했지만 할인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조금만 발품을 팔면 아주 싼값에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는 탓이다. 주부 크리스티안씨는 “유로화로 전환된 이후 물가가 너무 올랐고 경기침체로 불안감이 커졌다.”며 “생활비를 한푼이라고 절약하기 위해 아끼고,또 아끼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하기가 두렵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교포 2세 차고은(다름슈타트공대 건축과 3년)양은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실업률이 너무 높아 취직하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졸업하기가 부담스러워 일부러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지난해 건축과 졸업생 80명 중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겨우 3명.학생들은 따라서 졸업을 1∼2년씩 늦추고 기업체에 들어가 실습을 하거나 다른 나라에 가서 현장업무를 익히고 있다고 한다. 독일 기업들은 까다로운 노동법규에 따라 경기가 나빠져도 기업주들이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없고,근로자 1명에 대한 실업·의료·연금 등 각종 부담을 져야 한다.때문에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꺼리고,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올해 독일의 실업률은 10.4%,실업자는 5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실업자 중 1년 이상 무직인 장기실업자가 50%나 된다. 코트라 구주지역본부장 김인식 이사는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기 때문에 실업자는 지속적으로 늘고,이들에게 지급되는 실업수당과 연금 등은 정부의 재정부담을 늘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민간소비 지출도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화한다.”며 “결국 뇌관이 뇌관을 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말 독일의 GDP는 1조 9000억달러.아직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단기 처방으로는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깊은 병을 앓고 있었다. lotus@
  • [癌없는 세상] 肺癌

    현대인의 소망은 무엇일까.무엇보다 건강한 삶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그러나 이런 건강의 소망은 각종 질병에 의해 크게 위협받고 있다.그 중에서도 암은 식생활 등의 변화로 인해 날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의 것인 통계청의 2001년 사망자 통계를 보면 암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123명으로 전체 질병 사망자 507명의 24%에 이른다.뇌졸중 등 뇌혈관질환 사망자 73명,심장질환 사망자 34명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게다가 이런 암사망자 수는 91년 105명에서,96년 110명 등으로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다.암은 어느덧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가장 무서운 질병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무슨 암에 주로 걸리고 예방과 치료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어떻게 하면 암으로부터 자유로워져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대한매일은 전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국립암센터와 함께 암의 발생원인,치료 및 예방법 등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흡연 등 개인의 생활 습관에 의한 발암물질에의 노출,그리고 서구식 식생활로의 변화등은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중의 하나인 암 증가의 주요 원인중 하나다.그 중에서도 폐암에 의한 사망자수 증가는 새로운 암치료 연구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금연운동의 확산이 절실함을 대변해주고 있다. ●폐암증가… 전체 암환자의 11.9%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암의 양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폐암의 경우 발생률이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인다.2001년 한국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폐암환자수는 총 1만 922명으로 전체 암환자 9만 1944명의 11.9%를 차지한다.위암 (1만 8648명,전체 암환자의 20.3%) 다음으로 발생건수가 많은 암으로,간암 (1만 856명)을 제치고 발생순위 2위를 차지했다. 폐암에 의한 사망률 역시 1991년 인구 10만명당 사망률 15.2명에서 2000년에는 24.4명,2001년에는 25.0명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더욱 중요한 것은 폐암이 2000년부터는 위암을 제치고 국내 암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남자에서는 2001년 폐암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37.0명으로 위암에 의한 사망률 31.0명보다 월등히높았다.여성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위암 (17.0명)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어 폐암은 남녀 모두에서 가장 중요한 암사망 원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폐암의 증가는 흡연인구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특히 최근의 여성 및 청소년 흡연 인구의 증가추세는 매우 심각하다. ●수술해도 재발가능성 50% 현재 폐암의 치료 방법으로는 수술,방사선치료,항암 화학요법 등이 사용되고 있으나,근치적 절제술만이 폐암의 가장 확실한 치료방법으로 인정되어 왔다.그러나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대다수의 경우,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결핵 및 호흡기 학회에서 조사 보고한 바에 의하면,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처음 진단 당시의 폐암 진행상태는 수술이 가능한 제Ⅰ기가 13.7%,제Ⅱ기가 4.5%,일부 수술이 가능한 제Ⅲa기가 16.6%인 반면 수술이 불가능한 제Ⅲb기 및 제Ⅳ기가 28.8% 및 36.5%로,전체 환자의 3분의2 이상이 수술이 불가능한 시기에 진단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폐암은 병기에 따라 예후가 크게 차이나므로조기발견하면 생존율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나,근치적 절제술이 가능한 제Ⅰ,Ⅱ기의 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20%미만이고,이같은 조기 병기 환자의 경우도 수술 후 5년 내 약 절반이 재발하므로,보다 조기에 폐암을 발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90년대 들어 새 치료법 개발 비록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1990년대 들어 새로운 항암제가 꾸준히 개발돼 왔다.아울러 기존의 플라티늄 계열의 약제와 같이 사용하는 새로운 치료기법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새로운 항암제의 조합을 이용한 복합화학요법을 통해 치료효과를 개선했다. 또 이러한 치료약제를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와 함께 사용함으로써 완치율 및 생존율을 개선시키려는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항암화학요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에 제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암세포의 다양한 생물학적 기전이 밝혀지면서 폐암의 특정표적을 상대로 하는 표적치료도 사용된다.기존의 항암제보다 선택적으로암세포를 억제할 수 있어 항암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한 예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레사’는 이미 폐암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또한 유전자치료법도 쓰이는데,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한 질병을 치유하기 위하여 치료유전자를 세포에 삽입하여 세포의 생물학적 결함을 제거하고 필요한 성분을 생산하도록 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방사선 치료법인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 치료나 강도변조방사선치료(IMRT)도 사용되고 있으며,X선 대신 수소원자핵(입자)을 가속하여 이용하는 양성자 치료법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양성자치료는 예상되는 탁월한 치료효과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높은 치료시설 건립비용과 유지비용,그리고 비싼 치료비 탓에 당분간 일반 병원에서 실용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현재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에 양성자치료시설이 건립되고 있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병원장 조재일 폐암센터장
  • “역사 되돌릴 수 있다면 대통령 암살 막았을것”사다트 암살사주범 옥중인터뷰

    |카이로 연합|1981년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을 암살한 이슬람 급진 운동단체 자마아 이슬라미아(이슬람 그룹) 지도자 카람 조흐디의 옥중 참회 인터뷰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있다. 사다트 암살 주모죄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아직 복역중인 조흐디는 아랍어 일간지 아샤르크 알 아우사트와 가진 회견에서 사다트 대통령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사다트는 ‘순교자’라고 말했다. 그는 “사다트는 내란 과정에서 순교했다.”면서 이집트 역사를 되돌릴 수 있다면 자신은 사다트 대통령 암살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이를 막으려 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조흐디는 또 1990년대 절정에 달했던 이슬람 단체원들과 경찰간 충돌에서 희생된 모든 이들이 순교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자신이 이끄는 자마아 이슬라미아는 군·경과 공무원 조직들을 더이상 타도해야 할 반항단체로 간주하지 않으며 코란과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의 관행(순나)만이 신성한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코란과 순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논의 대상이돼야 하며 기존의 모든 파트와(이슬람법 해석)는 재검토,수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마아 이슬라미아가 1997년 폭력 중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은 정부의 반응에 상관없이 아직까지도 이 단체의 지적 토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사다트 대통령은 1981년 10월6일 카이로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던 중 자마아 이슬라미아 단원 칼리드 알 이슬람불리가 쏜 총에 숨졌다.
  • 이런 책 어때요 / 린 마을 이야기

    황수민 지음 / 양영균 옮김 이산 펴냄 중국 푸젠성 린(林) 마을의 당 서기인 예원더라는 인물을 통해 중국 농촌마을의 변화,나아가 중국의 현대사를 살핀 연구서.미국 아이오와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194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 마을을 몰아친 토지개혁과 농업집단화,대약진운동,사청운동(사회주의 교육운동의 일환으로 농촌지역의 무능한 간부들을 재교육하거나 제거하는 운동),문화대혁명,개혁개방의 모습 등을 근접촬영하듯 들여다 본다.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면서 관찰하는 등 인류학적 전통에 충실한채 생애사적인 서술방식을 택하고 있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1만 6000원.
  • ‘듀스’ 멤버 故 김성재씨 한양대 졸업장 받는다

    1990년대 초반 인기를 누린 2인조 힙합 댄스그룹 ‘듀스’의 전 멤버 고(故)김성재(사망 당시 23세)씨가 모교인 한양대에서 명예졸업장을 받는다.한양대는 13일 “김씨가 재학 당시 학업에 충실하지 못해 제적됐지만 유명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학교를 알리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해 졸업장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92년 이 대학 관광학과에 입학한 김씨는 93년 댄스그룹을 결성,연예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수업에 제대로 출석하지 못해 94년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됐다.한양대는 김씨의 사망 10주기인 오는 2005년 2월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방침이다. 김씨는 그룹 결성 이후 95년까지 4장의 앨범을 발표해 ‘나를 돌아봐’,‘우리는’,‘굴레를 벗어나’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그러나 95년 11월 중순 솔로 데뷔후 첫 출연한 TV방송이 나간 다음날 숙소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세영기자 sylee@
  • 금리인하 ‘환율 안정’ 논란

    “금리인하는 원화절상(환율하락)을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지난 10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콜금리 0.25%포인트 인하조치의 배경을 설명하면서,환율하락 방지효과를 강조했다.하지만 박 총재의 말과 반대로 금리인하로 원화절상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와 외국간 금리 차이를 최근 원화강세의 주된 이유로 꼽아왔다.국내금리가 외국보다 높아 수익률 등 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 등에 대거 유입됐고,이로 인해 시장에 달러가 넘쳐나면서 원화가 강세를 띠게 됐다는 것이다.원화강세는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되면 수출경쟁력 약화 등 우리경제에 독(毒)이 된다. 현재 주요국 기준금리(콜금리)는 ▲일본 0.001% ▲스위스 0.25% ▲미국 1.0% ▲타이완 1.375% ▲유로권 2.0% ▲홍콩 2.50% ▲스웨덴 3.0% ▲캐나다 3.25% 등으로 우리나라(3.75%)보다 낮다.박 총재의 말은 금리인하로 한국의 투자매력을 떨어뜨려 외국으로부터의 자금유입을 막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이와 반대로 금리인하가 환율하락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금융실장은 “1990년대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투자대상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채권금리와 환율의 상관관계는 사라졌다.”면서 “반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으로 원화강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금리가 낮아지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띠게 되고,이 경우 외국인 증시투자 증가→달러공급 확대→환율 추가하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채권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고,투자위험도가 큰 편으로 인식되고 있어 금리차이만을 노리고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는 않는다.”면서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원화절상 가능성을 걱정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황성기 특파원의 도쿄 이야기 / 살인소년 충격… 日 소년법 개정 논란

    “범인이 중학생이라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이 끓어올라 극형에 처했으면 하는 심경입니다.”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발생한 중1년생(12)에 의한 네살배기 유치원생 살해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경찰을 통해 발표한 코멘트다.부모들은 “가해자가 보호받고 피해자가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소년법은 14살 미만의 범죄에 대해서는 살인이라 하더라도 죄를 물을 수 없도록 돼 있다.범인인 중1년생은 아동상담소,가정법원을 거쳐 보호관찰 또는 아동복지시설 수용 중 한 가지 조치를 받게 된다.천사 같던 자식을 잃은 피해자 부모가 볼 때는 얼토당토않은 법체계인 셈이다. 6년 전 고베(神戶)에서 발생한 14세 소년에 의한 연쇄 살인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소년법은 16세 미만은 처벌대상 밖이었다.‘소년 A’로 불린 연쇄살인범은 복지시설에 수용되는 데 그쳤다.여론이 들끓어 오른 것은 물론이다. 숱한 논란 끝에 2001년에 소년법을 고쳐 처벌 가능 연령은 16세에서 14세로 낮춰졌다.그리고 2년 뒤 발생한 나가사키 사건.일부에서는 “소년법을 재개정해 처벌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엄벌론을 제기하고 있다.한편에서는 “엄벌이 소년범죄를 억제하지 못한다.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5월 말까지 살인·강도 같은 흉악범죄로 적발된 14∼19세 소년은 849명(지난해 같은 기간 789명),14세 미만의 범죄는 91명(57명)으로 증가 추세다. 처벌 연령을 낮춘 소년법 개정과 소년범죄율 추이와는 큰 관계를 보이지 않는다고 신중론자들은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워싱턴 DC 연쇄 저격 살인사건의 범인인 17세 소년에 대해 버지니아주는 사형 방침을 정하고 재판을 준비 중일 만큼 미국은 엄벌주의로 흐르고 있다.독일에서는 1990년대 처벌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자는 논의가 한때 있었으나 소년 보호라는 차원에서 사라진 바 있다.소년범죄가 ‘강 건너 불’이 아닌 우리도 일본의 향후 대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marry01@
  • [데스크 시각] 노사문제 ‘모델’이 능사인가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는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이 집중 도마위에 올랐다.노사합의를 골자로 한 네덜란드 모델은 인력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들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의 유럽모델은 쉽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영미모델보다 경제적 성과가 떨어진다는 국내 경제연구소의 보고서도 나왔다. 한마디로 유럽모델은 ‘흘러간 노래’이며 영미모델이 더 낫다는 것이다.이런저런 나라가 등장하는 모델논쟁을 보면서 문득 떠올려지는 것은 10여년전인 1990년대초의 풍경이다.미국 경제가 죽을 쑤던 시절 일본 기업들이 약진,뉴욕의 티파니,모빌과 엑손 빌딩 등의 알짜 부동산을 사들였다.세계 10대 은행 모두가 일본계였던 시절이었다. 이즈음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에서는 ‘일본 배우기’붐이 일었다.일본은 왜 경제적으로 성공했을까? 종신고용,연공서열식 임금과 기업별 조합 등 ‘3종 신기(神器)’가 지목됐다.노사협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기업들은,해고를 일삼는 서구기업들보다 불량품을 줄이고 질적 개선을 높인다고 너나없이 일본 고용모델을 찬양했다. 이른바 모델론이 또다시 회자된 것은 5년전 외환위기 직후였다.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모델은 ‘정실(情實)자본주의’로 국제통화기금과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 의해 매도당했다.기업의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과 노동의 유연성 등을 특징으로 한 미국 모델이 치켜세워졌고 한국도 열심히 미국을 배웠다. 이제 누구도 일본모델을 벤치마킹하자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지난 10여년의 장기 불황탓이다. 미국 모델 역시 도마위에 올라있다.한껍질 벗기고 본 미국기업들의 난장판 같은 속사정은 지난 수년간 익히 본 바다.엔론 등 유수기업에서 경영자들은 회계수치를 조작하는가 하면 근로자들을 가차없이 해고하면서 뒤로는 엄청난 연봉과 연금을 챙기는 비윤리성을 보여주었다.이런 점에서 근착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특집기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흥미롭다.미국기업 스캔들에서 보듯 자본주의의 최대 위험은 바로 자본주의의 강력한 옹호자로 자처하는 ▲기업의 경영자 ▲오너와 ▲친(親)기업 성향인 정치인들의 행동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경영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데도 주주와 오너들이 이를 방조하고 정치인들이 규제하지 않아 자본주의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경영자들의 방만과 탐욕이 드러난 미국 모델을 무작정 우리가 따라갈 것은 없다. 물론 일부의 결함을 들어 일본 모델과 미국 모델을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미·일은 각각 거시금융정책의 잇따른 실패,제도적 허점 탓이 크다.마찬가지로 독일 경제 침체를 들어 독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몰아치기도 어렵다.도마위에 오른 네덜란드 모델 역시 전적으로 잘못됐다기보다는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특정 모델에 집착하지 말고 노사간에 균형과 형평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어느쪽이든 지나친 힘의 행사와 방만함으로 흐르는 쪽을 눌러주고 견제해야 한다.철도파업 때처럼 독과점을 이용해 실력 행사를 하는 집단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경쟁의 영역을 늘리는 일도 필요하다.특정 모델을 놓고 옳다,그르다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상 일 경제부장 bruce@
  • [길섶에서] 영어단어 1천개

    지난 2000년 고려대 연구팀이 7년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한국어 형태소 및 어휘 사용 빈도의 분석’이라는 보고서가 있다.1990년대 전반에 나온 신문기사와 논설,잡지,교양서적 등 127종에 담긴 한국어 150만 어절을 컴퓨터로 분석해 빈도를 조사한 것이다.일반명사는 ‘사람’,고유명사는 ‘한국’,동사는 ‘하다’,형용사는 ‘없다’,접속사는 ‘그러나’가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또 사용빈도 상위 1000개의 단어만 알면 한국어의 75%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배움의 첫 단계로 ‘천자문’을 자리매김한 것도 경험법칙상 이러한 결과를 염두에 둔 배려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적잖은 학부모들이 영어 현지 적응훈련을 위해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을 외국으로 내보낼 궁리를 하고 있다.영어 실력이 투입 비용에 정비례하는 것처럼 여기는 듯하다.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1000개의 영어단어를 제대로 익히는 것일 텐데. 우득정 논설위원
  • 日 무라야마 전총리 영화출연

    |도쿄 연합|지난 1990년대 중반 사회당 출신으로 총리를 지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사진·79) 전 일본 총리가 영화에 출연한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다음달 2일 개봉되는 ‘8월의 가리유시(오키나와 방언으로 기쁜 일)’라는 영화에 조연으로 등장한다고 도쿄(東京)신문이 7일 전했다. 그는 자신의 총리 재임기간에 발생했던 미군 병사의 오키나와 소녀 폭행사건 등 오키나와와 맺은 ‘인연’으로 이 영화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국제 플러스 / 세계銀 ‘부패와의 전쟁’ 주력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가에 경제개발 자금을 주로 지원해 오던 세계은행이 이제는 각국 부패와의 전쟁에 주력하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세계은행은 1990년대 말부터 대출국가들의 부패 관행 척결에 나서 현재까지 뇌물이나 법률을 위반한 100여개의 기업과 개인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두고 있다.또 96년부터 100개에 가까운 나라에서 600개 이상의 반부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제임스 울펀슨 총재는 “우리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부패에 관한 일”이라고 최근 말했다.
  • [녹색공간] ‘토건국가’로의 전락?

    경인운하 건설,새만금 간척사업,그린벨트 해제,신도시 건설 등은 개발주의자와 환경주의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토 개발 사업들이다.논란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개발주의자의 입장이 관철돼 해당 사업들이 추진되는 게 지금까지 경험칙이다.국가 사회를 움직이는 힘들이 개발주의자와 이해 관계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이같은 경향은 새 정부에서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성장시대 생겨난 개발기구와 건설 세력들이 건재하고 있으며,영향력 또한 갈수록 커져 정부의 각종 개발 정책을 끊임없이 양산해 내고 있다. 일본에서도 같은 현상이 몇 십년 계속되고 있으며,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과 무관하지 않다.개번 매코맥은 그의 저서 ‘허울뿐인 일본의 풍요’에서 ‘일본은 막강한 토건 세력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정치가 썩고 경제가 투기화하며 국토와 환경이 끊임없이 파괴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토건업은 종사자가 600만명에 달하고 국가 예산의 43%를 쓰며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한다.이 엄청난 규모의 토건업은 건설성이 공사를 발주하고 기업이 공사비 일부를 정치인과 관료에게 상납하면 정치인이 이러한 거래를 지원하는 유착·가격 조작·뇌물 제공의 사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그는 일본의 이러한 구조를 ‘토건(土建) 국가’라고 불렀다. 우리도 토건 국가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국내총생산의 지출에서 건설 투자 비중은 1980년대 13∼18%대에서 1990년대 21∼24%로 늘어났다.건설 관련 활동도 팽창하여,1990∼2001년 건설 업체 수는 3.3배,종사자 수는 1.5배,비용은 무려 4배로 급성장했다.이러한 성장세는 과거 성장 시대에서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이른바 건설 세력이 뒷받침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매코맥은 ‘건설이라는 생산 활동을 중심으로 거대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세력을 토건 마피아’라 불렀다.건설업계,건설성,정치인들이 핵심을 이룬다고 했다.미국의 군산(軍産) 복합체가 군수 산업을 확장하고 전쟁을 부추기듯이,건설 마피아는 건설 사업을 기획·생산하면서 부정 부패와 국토 환경파괴를 초래한다.근자에 논란이되고 있는 대형 국책 사업들도 대개 그 뒤에는 토건 세력이 있다.가령 경인운하 건설사업은 대형댐 건설이 일단락되자 새로운 대규모 토목 공사를 물색하던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그리고 중동 건설 붐 이후 유휴 인력과 장비로 골머리 앓던 건설 회사 등이 야합한 결과로 추진되고 있다. 이렇듯,국토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각종 건설 사업의 뒤에는 거대한 추진 세력이 있지만 그 중심에는 대개 개발공사가 있다.정부 산하 기관으로 막대한 재원과 조직력을 가지고 스스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건설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토건 국가의 전위 기구로 역할하고 있다.토건 세력의 영향력은 정부의 ‘신(新) 개발주의’ 성향과 맞물려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견된다.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새만금 간척사업 재개,경인운하 건설 백지화의 보류,수도권 신도시 건설 등을 선언한 것은 정부의 곳곳에 포진돼 있는 토건 세력의 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코맥은 일본의 현 위기는 토건 국가의 병폐로 일찍이 예견됐다고 했다.‘비대한 토건 세력은 국부를 빨아 들여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면서 암세포와 같이 성장해 재정 위기와 환경 파괴를 유산으로 남겼다.’는 그의 결론이 값진 교훈이 됐으면 한다. 조 명 래 단국대 교수 한국도시연구 소장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혼전동거는 파리지앵 ‘삶의 코드’

    |파리 함혜리특파원|세실(23·여)과 질(25)은 프랑스 파리의 11구에 있는 서민 아파트에 3개월 전 보금자리를 마련했다.100년이 넘은 오래 된 아파트여서 엘리베이터도 없이 삐걱거리는 계단을 걸어서 4층까지 올라가야 하고,집이라야 고작 부엌과 침실밖에 없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이들은 물론 결혼을 하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각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던 차에 아예 함께 살기로 했지요.” 프랑스의 자동차 회사인 푸조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는 질은 “사랑하는 사람을 언제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라며 “지난 2년간 사귀던 것보다 지난 3개월간 함께 살면서 서로를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정신적으로 친밀해졌다.”고 말했다. 세실은 파리 1대학에서 예술사 석사를 마친 뒤 공연기획사에서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다.프랑스 중부의 르망이 고향인 세실은 파리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조부모와 함께 지냈다. “우리는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지만 개방적인 편인 데다 주변에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사촌들이 많아서인지 동거를 시작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좋은 남자 친구를 만나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된 것을 부모님들이 기특하게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2세를 갖는 것에 대해 질은 “세실만 동의한다면 아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반면 세실은 “넓고 깨끗한 아파트도 마련하고,안정된 직업을 갖게 되면 그때 갖겠다.”고 한다. 이들은 결혼과 동거의 차이를 묻자 “결혼은 당사자뿐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고 훨씬 신중해야 한다.하지만 리스크가 많다.동거는 단지 두 사람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관계일 뿐이다.동거를 통해 성격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일종의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만쌍이 비 결혼 동거커플 프랑스에서 결혼 전 동거(concubinage)는 보편화된 사회 현상이다.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약 200만쌍 정도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이성 커플이다.개인의 신상을 적는 모든 서류에도 결혼,독신,이혼,사별과 함께 동거 항목이 있을 정도다. 1999년 11월15일자 법규(시민연대법·Pacte Civil de Solidarite)는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해 각종 세제상의 혜택을 동거 커플들에게 주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1960년대까지는 동거가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지녔었다.미혼의 두 남녀가 단순하게 동거하는 것보다는 내연 관계에 의한 동거로 인식됐기 때문이다.하지만 전통적인 부르주아 가치관에 정면으로 도전한 1968년 사회문화혁명을 계기로 법적으로 미혼인 남녀의 동거는 보편화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68혁명 세대들은 결혼은 가부장제를 유지하고 사회로부터 여성의 소외를 야기하는 제도라며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68년의 사회문화혁명은 동거가 지닌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하는 대신 하나의 가치 선택의 문제로 이해하도록 했다. 동거 커플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1954∼1968년 3%에 그치던 동거 커플 비율은 1990년에는 12.4%에 달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20∼49세 남성의 19.7%,여성의 18%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물론 이 통계는 동거생활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얘기하는 것이다.함께 살다가 결혼하는 커플은 이보다 훨씬 많다.1960년대에는 혼전 동거 비율이 10%에 불과했으나 30년이 지난 1990년대에는 90%로 높아졌다.대부분 커플들이 결혼에 앞서 동거의 기간을 거친다고 보면 된다.함께 살아보지도 않고 결혼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결혼 전에도 아이는 갖겠다” 동거가 일반화되면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는 커플들도 많다. 국립통계연구소(INSEE)의 집계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36만명의 아기가 결혼하지 않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이는 전체 출생 아기의 45%에 해당하는 수치다. 갓 태어난 10명의 아기 가운데 5명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부모로부터 태어난 셈이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엄밀히 따지면 사생아에 해당되지만 일반 부모들이 갖는 친권을 행사할 수 있다.가족 수당도 사실혼이든,결혼이든 법적으로 결혼한 관계이든 상관없이 소득과 자녀 수에 따라지급된다. 동거 커플의 아이 출산이 많아지면서 자기 부모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아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10살이 돼서야 정식으로 법적으로 부부가 된 부모의 호적에 편입된 아이는 1980년 6.9%에서 1993년 20.7%로 높아졌다. ●사랑으로 뭉친 자유로운 결속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살고,아이도 낳고 하는 동거 커플을 점잖은 프랑스어로 유니옹 리브르(union libre),즉 ‘자유로운 결속’이라고 한다.남자나,여자나 법적으로 모두 미혼이다.아이는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고,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만 부모인 남녀는 서로 부부지간이 아니다.상대를 소개할 때도 남편이나 아내라고 하지 않고 남자친구,혹은 여자친구라고 한다. 법적인 효력을 지닌 부부관계가 아니므로 돌아서면 남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한눈을 파는 것은 서로간에 용납되지 않는다.어느 쪽이든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중요한 결별의 사유가 될 수 있다. 4살난 아들을 둔 소피는 “결혼은 강력한 구속력을 지니는 한편 부담감을 준다.”며 “오히려 긴장감을 늦추기 않고 살기 때문에 결혼한 사이보다사랑이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동거는 전반적으로 성에 개방적인 프랑스 사람들이 경험으로 터득한 현명한 삶의 방식인 셈이다. lotus@ ■이성·동성간 동거 인정 시민연대법 99년 제정 |파리 함혜리특파원|1999년 10월 의회를 통과한 시민연대법(Pacs)은 이성이나 동성간 사실혼 관계가 보편화된 프랑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법안이다. 이 법은 당초 에이즈로 죽어가는 동거인을 끝까지 곁에서 지켰지만 동거인의 사망 후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나 거리로 나앉게 된 동성연애자의 사건을 계기로 ‘커플을 이루고 사는 호모 커플들에게도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회당의 일부 진보적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됐다.호모 커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긴 했지만 지속적이고 안정된 성격의 사실적 결합을 이루고 있는 모든 동거 커플에 적용되고 있다. ●동거증명서 있으면 세제 혜택 Pacs는 자유로운 형태의 동거와 구속력이 강한 결혼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일종의 계약관계를 사회가 인정해주는 것으로 각종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기때문에 동거 커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안전 장치다. 1999년 이 법이 제정된 이래 6만 5000쌍이 Pacs를 통해 동거관계를 신고했다.100쌍이 결혼하는 동안 8쌍이 연대계약을 맺은 셈이다.2002년 1∼9월 집계에 따르면 2001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 늘어난 1만 7000건이 접수됐다. 동거 증명서는 거주지 관할 시청에서 2명의 증인 참석 하에 간단하게 취득할 수 있다.두 개인이 공동생활을 하는 것을 입증하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동거 증명서는 사회보장기관이나 철도청,우체국과 같은 행정기관 이용시 필요하며 임대차 계약시에도 이용될 수 있다. 신고된 Pacs 동반자는 은행에 통합계좌를 열 수 있으며 재산세의 경우 계약에 서명한 날로부터 공동 과세대상이 된다.또 계약 후 만 3년이 되면 소득세에 대해서도 공동 과세대상이 된다.증여세나 상속세율도 낮게 적용 받는다.주택 계약의 명의 이전도 가능하고 육아휴직 등 사회보장제도의 혜택도 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누릴 수 있다. Pacs로 맺어진 동반자는 경제적 도움을 비롯해 상부상조해야 하지만당사자들은 자신의 지출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결혼한 부부와 달리 모든 급여를 가정 생활비에 우선적으로 충당할 의무는 없지만 가족 부양 및 자녀 교육비용 지출에 있어서는 이같은 자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또 임대료,관리비,공과금 및 전기,전화 등의 사용료는 당사자 쌍방에게 연대 책임이 있다. ●동거인은 관계 소멸후 위자료 없어 동반자 관계의 소멸도 이혼보다 훨씬 간단하다.합의에 의한 종결의 경우 거주지 관할 법원에 문서로 된 신고서만 제출하면 되고 일방적인 종결은 법원 집달리에 의해 발부된 고지를 통해 상대에게 알리면 3개월 뒤 관계는 소멸된다.그러나 이혼과 달리 동거인은 관계 소멸 후 부양비 혹은 위자료를 받을 수 없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