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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end inside-해마다 쓸려가는 해수욕장 모래…지자체 관리 ‘비상’] 해운대 백사장 절반으로… 포항 송도는 자갈밭으로

    [Weekend inside-해마다 쓸려가는 해수욕장 모래…지자체 관리 ‘비상’] 해운대 백사장 절반으로… 포항 송도는 자갈밭으로

    동해·남해·서해를 가리지 않고 해안을 낀 전국 대부분 지자체들이 파도에 쓸려 내려가는 백사장 관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잦아지는 너울성 높은 파도와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로 인해 바닷물 흐름이 바뀌면서 해수욕장이 사라지고 소나무 군락지의 해송 수백 그루가 뿌리째 뽑혀 나가는 등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수십억원씩 들여 백사장을 되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여름 한철 피서객을 맞아 어려운 지역경제를 꾸려 나가는데 백사장마저 쓸려 나가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강원 삼척시 원평리 궁촌항 인근 해변은 폭 50~60m에 이르던 백사장 수백m가 최근 몇년 새 대부분 사라졌다. 소나무 군락지까지 파이면서 300여 그루의 해송이 뽑혀 나갔다. 백사장은 2~3m 높이의 절벽으로 변했고 해송은 뿌리를 드러냈다. 동해안 최대 관광지인 강원 강릉 경포지역도 최근 너울성 파도 등의 영향으로 백사장이 파여 나갔다. 피서철을 맞아 급하게 인근 모래로 메워야 했다. 경북 포항 송도해수욕장은 1990년대 초까지 수십만명이 찾는 유명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10여년 전부터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한때 폭이 100m나 되던 백사장은 현재 자갈밭으로 변했다. 해수욕장은 결국 2000년 문을 닫았다. 전국 최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도 주변에 고층 아파트와 빌딩 등이 들어서면서 모래 유실이 심화돼 현재 백사장 규모가 60여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1947년 폭 70m, 면적 8만 9000㎡이던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은 2004년에는 폭 38m, 면적 4만 8000㎡로 줄어들었다. 서해안 태안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등 일부 충청지역 해변 백사장도 모래가 파도에 휩쓸려 나가 자갈 등이 백사장 위에 드러나 있다. 여름만 되면 1000만명 이상의 피서객이 찾는 등 연간 1400만명이 찾는 서해안 최대 보령 대천해수욕장도 백사장이 줄어들고 있다. 인근 무창포해수욕장과 태안군 안면도 삼봉, 기지포 등 충남의 많은 해수욕장들도 바람과 파도에 쓸려온 모래를 붙잡아 두는 모래포집기까지 설치했다. 천연기념물(제438호)로 지정된 제주 우도의 ‘홍조단괴 해변’도 유실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관동대 김규한(해안공학 전공) 교수는 “동해에는 평소 1년에 5~6차례 밀려오던 너울성 파도가 최근 몇년 새 기후변화 등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한 달에 4~5차례씩 밀려오면서 백사장이 쓸려나가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면서 “동해안은 백사장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어초형 블록 등 인공 시설물을 설치하고 모래를 쌓는 복합공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Weekend inside-해마다 쓸려가는 해수욕장 모래…지자체 관리 ‘비상’] 호안·방파제 등 인공구조물이 주범

    백사장 모래 유실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호안과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이다. ●모래가 구조물에 부딪혀 쓸려가 충남 태안군만 해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과 원북면 신두리 사구(砂丘·모래언덕)가 눈에 띄게 비교된다. 할미·할아비바위로 유명한 꽃지해수욕장은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찾지만 맨발로 밟기가 꺼려질 정도다. 백사장 위로 자갈과 돌이 수북이 솟아 있기 때문이다. 해사 채취와 호안·방파제 설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모래가 쌓이는 것을 방해했고, 모래가 사라지자 밑에 있던 돌과 자갈이 드러났다. 꽃지는 인근에 유리공장이 들어서 1990년대 중반까지 30년간 지속적으로 모래를 퍼낸 뒤 철수했다. 이 즈음 관광지 개발을 명분으로 호안이 설치됐고 방파제도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바람과 파도에 실려온 모래가 호안과 방파제에 부딪히면서 다시 바다로 쓸려 내려갔다. 모래가 수북이 쌓여 걷기 힘들었던 백사장이 갈수록 황폐해졌다. 신의명 태안해안국립관리사무소 생태담당 주임은 “꽃지는 호안 앞에 전방 사구도 없어 모래가 쌓일 수 있는 토대가 약한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모래언덕 보존된 신두리 생태계는 ‘건강’ 반면 신두리해수욕장 뒤는 모래더미로 이뤄진 사구가 잘 발달돼 있다. 문화재청이 2001년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했다. 길이 3.4㎞, 폭 0.5∼1.3㎞의 모래언덕이 지하수 저장 기능을 하면서 해당화와 갯방풍 등 해안식물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금개구리와 표범장지뱀 등 희귀동물이 서식해 생태계가 건강하다. 2007년 12월 태안기름 유출사고가 이곳에는 긍정적인 영향도 줬다. 굴 등 양식장이 철거된 뒤 요즘은 백사장에서 바지락 등 조개가 많이 잡힌다. 양식장에 박혀 있던 말뚝을 철거, 조류의 흐름이 좋아지면서 모래가 더 쌓였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위탁으로 신두리 사구를 관리 중인 푸른태안21의 임효상 회장은 “꽃지해수욕장도 호안과 방파제를 즉각 철거하지 않으면 모래가 크게 줄면서 모래가 밑을 떠받치고 있는 할미·할아비바위까지 쓰러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본색 드러내는 日] 핵무장·집단적 자위권… “日 국민주역 정치 꿈 산산조각 났다”

    [본색 드러내는 日] 핵무장·집단적 자위권… “日 국민주역 정치 꿈 산산조각 났다”

    일본 정치권이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안을 중의원(하원)에서 통과시킨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도쿄신문은 1면에 통렬한 비판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26일은 민주당 정권이 끝난 날이다. 관료와 유착했던 자민당 정치 대신 국민이 주역이 되는 정치를 기대했던 꿈은 결국 산산조각 났다.”고 한탄했다. 일본 민주당은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지휘로 소비세 인상안을 통과시킨 뒤,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그룹이 탈당하는 등 내분에 휩싸였다. 하지만 오자와 그룹의 탈당은 단순한 당내 문제라기 보다는 자민당의 ‘구태 정치 척결’을 표방하고 나선 개혁세력의 몰락을 의미한다. 물론 오자와 전 간사장은 금권, 관권, 계파 등 구태정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2009년 9월 출범시킨 민주당 정권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우선 정책’, ‘최저보장연금제 실시’, ‘후기 고령자 의료제도 폐지’ 등 신선한 정책들을 선보였다. 옛 사회당 출신 의원과 자민당 혁신파가 모인 민주당은 일본 정치에서 온건한 진보를 의미하는 ‘리버럴’ 성향으로 분류된다. 하토야마 유키오와 간 나오토 총리 시절에만 해도 민주당 정권은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나 탈(脫)원전 같은 사안에서 자민당 정권 시절과는 다른 시도를 했다. 조선왕실의궤 반환 등 한·일 관계 개선에도 상당한 공을 들었다. 그러나 마쓰시다 정경숙 출신으로 당내에서도 가장 편향된 보수 우익 성향을 보이고 있는 노다 총리 취임 이후 민주당은 ‘도로 자민당’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노다 총리는 소비세 인상 법안을 야당과 함께 통과시키고는 자민당 눈치만 보고 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자민당과 협의를 하는 등 정당 정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보수·우경화 물길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다. 노다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은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당과의 대연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서는 진보세력은 사회당 시절보다 세력이 대폭 축소된 사민당과 공산당, 그리고 민주당 내 하토야마 전 총리 그룹 정도다. 기성 정당 밖에서 ‘제3의 정치세력’을 꿈꾸는 이들도 만만치 않은 보수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오사카 유신회’는 자민당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극단적인 보수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처럼 경제부흥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부상하면서 핵무기 무장, 집단적 자위권 허용 등의 강경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자란 젊은 세대는 영토 문제 등으로 이웃 국가와 대립각을 세울 정도로 민감해져 있다. 남성 우위의 사회가 지속되면서 여성 정치인의 진출도 부진하다. 일본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1% 정도다.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우리의 19대 국회 15.7%보다 낮다. 1990년대 사회당 당수로 일본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도이 다카코 같은 ‘여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다. 아직도 여성 정치인은 능력보다는 외모가 중요시돼 TV기자나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변호사들이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다. 일본 종합지의 한 여성 기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연말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한 주자로 거론될 때마다 일본 정치의 후진성을 실감한다.”며 “일본에서 첫 여성 총리가 배출되기까지는 앞으로도 10년 이상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혁 실종과 보수 우경화, 남성 우위의 후진성이 일본 정치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中패권·북핵 빌미로 ‘재무장’ 노려

    일본 정부 내 위원회가 해묵은 논쟁을 거친 집단적 자위권 요구를 다시 들고나온 이유는 경제와 국방분야에서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이 군사대국화를 꾀하고 있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등 영토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일본 사회가 보수·우경화로 치닫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오랜 경기침체로 떨어진 국민 사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여기에다 집권 민주당이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문제로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그룹이 탈당하면서 자민당 등 보수세력이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집단적 자위권을 제기한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만일 집단적 자위권이 허용되면 한반도에 분쟁이 발생할 때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에 우리에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차기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 등 보수 정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에서 집단적 자위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은 세계 3위 수준의 국방 예산을 쓰는 일본의 군사력을 국제 분쟁 해결에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사용하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요구 목소리는 힘을 얻었다. 일본 정부 내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논의가 갑자기 재부상한 것은 자위대 출신 안보 전문가인 모리모토 사토시 다쿠쇼쿠대 대학원 교수가 지난달 4일 신임 방위상에 임명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모리모토 신임 방위상은 교수 시절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다 총리가 그를 방위상으로 임명한 것도 중국을 견제하고 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일본 헌법 정신에 따르면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최근 중국의 군사대국화와 북한의 핵무장 우려가 제기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미·일 안보동맹에 더욱 기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혜진 외교통상부 부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 하나의 보고서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부가 공식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의 공식 입장 등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 jrlee@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소더버그 감독 ‘헤이와이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소더버그 감독 ‘헤이와이어’

    ‘헤이와이어’의 포스터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남자배우들의 얼굴로 채워져 있다. 그들 외에도 몇몇 굵직한 남자배우들이 군데군데 등장해 무게를 더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영화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지나 카라노다. 사실 그녀는 격투기 무대에서 멋진 외모와 실력으로 유명해진 여전사라고 한다. 영화를 보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왜 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는지 알게 된다. 몸과 몸의 과격한 대결로 전개되는 영화인 만큼 카라노의 뛰어난 액션 실력은 영화에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스포츠 스타로 활동하다 영화에 갓 데뷔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풍부하고 강렬한 표정도 그녀에 대한 호감 요소로 작용한다. ‘헤이와이어’는 외딴 식당에서 느닷없이 벌어지는 화끈한 액션으로 시작한다. 동료 남자요원을 때려 눕힌 주인공 말로리는 넋을 잃고 바라보던 남자에게 차를 요구한다. 불안에 떨던 남자는 그녀의 팔에 난 상처를 응급 치료해 준다. 남자는 특별해 보이는 그녀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녀 또한 싫지 않다는 듯이 특수요원으로 일하다 난관에 부닥친 사연을 이야기한다. 남자는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왜? 재미있으니까. 그것이 소더버그가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다. 영화란 그런 거다. 모르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신기한 이야기가 영화의 첫걸음 아니던가. 소더버그는 그 재미를 아는 감독이다. 더욱이 남자에게 지금껏 들은 인물과 장소를 외워 보라고 주문하는 말로리를 통해 복잡한 줄거리를 복습할 시간까지 부여한다. ‘헤이와이어’는 선이 굵고 군더더기가 없는 작품이다. 1970년대의 남성 액션영화를 닮았으며, 복고풍으로 편곡된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에 일조한다. 뉴욕, 워싱턴, 바르셀로나, 더블린, 뉴멕시코를 오가고 수많은 인물이 엮여 있지만, 영화는 억울하게 곤경에 빠진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묵직하게 흘러간다. 줄거리에서 ‘본 아이덴티티’류의 복잡한 액션물이 연상되는 것과 반대로, ‘헤이와이어’는 추악한 남자들을 주먹으로 제압하는 아름다운 여자의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다. 악당과 주인공을 불문하고 모든 인물들이 서툰 감정놀음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가족과 연인 관계 등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자기 역할에만 충실한 인물이 ‘헤이와이어’의 쿨함을 완성한다. 영화의 경쾌함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건조함을 유지하는 것, 소더버그의 연출력이 빛나는 부분이다. 198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소더버그는 10년이 지날 즈음 진가를 드러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그는 매년 거의 두 편씩 영화를 발표하고 있는데, 작품 수보다 놀라운 건 폭넓은 스펙트럼이다. 넘쳐 흐르는 창작욕을 반영한 작품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동시에 그리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소더버그는 A급 감독 가운데 옛 할리우드의 장인에 가장 가깝다. 동시대 감독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작가성을 뽐낼 영화에 매진하는 동안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창작열을 불태우는 쪽을 택했다. 진정한 창조란 그런 정신에서 비롯된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지금 할리우드의 노른자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소더버그와 (평작을 포함한) 그의 영화들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일 개봉. 영화평론가
  • “외교론 부족… 韓·中 민간소통 필요”

    “정부 간 외교는 자국의 외교정책을 알리는 데 주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전달 방식으로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죠. 이때 국가 간 사회·문화적인 간극을 좁혀 상호 간 이해의 폭을 넓혀 주는 게 바로 ‘공공외교’의 역할입니다.” ‘중국 공공외교의 대부’ 자오치정(趙啓正·72)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 겸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 주최 포럼에서 “인터넷 등으로 세계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글로벌 시대에는 정부 간 외교 못지않게 다른 나라와의 소통을 도와주는 공공외교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과학기술대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한 자오 주임은 1990년대 푸둥(浦東)관리위원회 주임으로 상하이(上海)시 개발을 지휘했고 상하이시 부시장,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공보장관) 등을 지냈다. 특히 국가의 대내외 언론 및 홍보를 관장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을 맡은 이후 중국 공공외교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인들은 문화적 차이에 따라 가치관·신앙·사유방식·생활방식이 다른 만큼 서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죠. 그렇다 보니 어떤 사안을 놓고 자국의 사정과 입장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심지어는 충돌까지 빚게 됩니다.” 자오 주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교와는 다른 채널인 경제·사회·문화·과학·언론·체육·예술·종교 등 다양한 분야 민간단체들 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 친밀감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두 나라 외교관계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언어·문화적 차이로 인해 양국 국민들 사이에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등 소통이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한·중 양국은 우선적으로 자국의 실정에 맞는 공공외교 방안을 개발해 추진함으로써 상호 간 신뢰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문화마당] K팝의 감동/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K팝의 감동/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지난달 29일 MBC 스페셜 ‘15세 소녀 도니카의 마지막 소원’이 방영됐다. 미국 뉴욕에 사는 도니카는 네 살 때 근육위축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병마와 싸우는 동안 K팝을 통해 희망을 키워온 도니카는 캐나다의 한 기업가의 도움으로 지난달 16일 꿈에 그리던 한국을 방문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샤이니와 슈퍼주니어를 만난 도니카양은 그토록 바라던 소원을 이루고 지난 2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한류 열풍의 중심에 K팝이 큰 구심력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된다. 죽음을 앞에 둔 한 소녀는 K팝 뮤지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물론 한국어를 배워 쓰고 말한다. 그것으로 삶의 위안을 삼았다. 하나의 콘텐츠가 가지는 파급력은 그 나라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물론 문화전령사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K팝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만들어 놓았을 만큼 문화 콘텐츠가 됐다. 그들이 커버댄스를 춰가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것 등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도 K팝 지원에 적극 나섰다. 중남미, 중동 등 새로운 시장에서의 공연 지원, 인디음악 지원 사업 등의 정책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다른 정책보다 K팝을 통해 한국을 알리는 것이 더 파급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K팝 뮤지션이 있는 연예기획사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그룹 JYJ는 37억원을 투입한 대규모 박람회를 통해 새로운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기존의 콘서트나 팬미팅 형식에서 벗어나 전시와 체험, 상영 공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틀 동안 일본 전국 14개 공항에서 110여편의 비행기에 나눠 타고 일본 팬 7000여명이 입국해 성황을 이뤘다. 소속사는 한류의 지나친 상업화에 선을 긋고 입장권이나 상품 판매는 일절 금지해 팬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아이돌 음악이 펼쳐낸 한류 열기는 음악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좁은 내수시장을 뚫고 새로운 돌파구로서의 해외 시장 개척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 대중문화의 허브로 일컬어지는 뉴욕과 파리를 비롯해 영국, 스페인, 남미 등지에서 우리 아이돌 그룹이 공연을 펼치면서 K팝 축제를 벌이고 있다. K팝의 아이돌 뮤지션은 무대 위 비주얼에 있어서 현격한 차별화를 선보인다. 트렌디한 패션과 세련된 안무 스타일로 무장한 한국 아이돌 그룹의 무대는 비주얼에서 관객들을 압도한다. 잘 만들어진 무대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경이롭다는 표현이 쏟아지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10여년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를 끌던 아이돌 그룹이 일본 음악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내 조용히 활동을 접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세계적인 음악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일본의 NHK 뉴스에 우리 아이돌 그룹이 톱뉴스를 장식하고, 일본 팬들이 아이돌 그룹의 안무를 따라하는 걸 보면 그간 우리 K팝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고 노하우가 쌓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재원들은 수년간 연습생 생활을 거치는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관객과 시청자를 압도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K팝의 미래는 치밀한 프로모션과 현지화 전략, 언어의 장벽, 각국의 문화적 정서와의 융합 등을 얼마나 세밀하게 풀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과제가 선결된다면 기대 이상의 결실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한국형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상당한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는 15세 소녀 도니카가 자신이 좋아하는 K팝 스타들을 만난 후 남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이 귀청을 때린다. 이제 우리의 K팝이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건네기 시작했다.
  • 헌책방 50여곳 옛 정취 물씬 슬로시티 관광명소로 떠올라

    헌책방 50여곳 옛 정취 물씬 슬로시티 관광명소로 떠올라

    성질 급한 한국사람, 그중에서도 드세고 급하기로 유명한 부산에도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구 40계단길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길이다. 240m에 불과한 이 골목길은 지난 4월 해운대~광안리~오륙도 유람선선착장으로 이어지는 ‘갈맷길 2코스’와 함께 슬로시티 관광명소로 지정됐다. 부산시는 두 지역을 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50여개의 헌책방이 밀집한 이 지역 또한 40계단길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과 관련 깊은 곳이다. 전쟁 발발과 동시에 피란민들이 이 지역에 대거 유입되면서, 천막학교 등 임시 야외 학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교과서 등 헌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헌책방이 하나둘 자리 잡은 것이 지금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 됐다. 이곳에서 57년째 헌책방을 지키고 있는 김여만(78) 학우서림 사장은 “당시 사람들이 피란와서 먹고살 게 없으니까 돈 되는 거라면 무엇이든 수집해 팔았는데, 피란오며 가져온 책이나 주워 모은 책 장사가 제법 돈이 되는 걸 보고 너도나도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곳은 헌책방 골목답게 골목 초입부터 낡은 종이 냄새 가득한 책들이 빼곡히 쌓여 있다. 또 거리에는 일반 보도블록 대신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등 주요 문학 작품과 작가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이 놓여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학기 초가 되면 헌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사러 온 학생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인터넷 서점 등의 발달로 옛 정취를 느끼러 오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절판돼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책 등 희귀 서적과 고서적 등을 찾는 사람은 지역을 불문하고 보수동을 찾는다. 또 다른 가게의 한 주인은 “장사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헌책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여기를 계속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일본 경제계 웃고 울고

    ■ 세계기업 삼키는 日 엔고 앞세워… 상반기 해외 인수합병 262건 ‘포식’ 일본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과 엔고를 앞세워 해외에서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전체의 M&A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0%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 기업이 경기 침체와 재정 위기로 위축된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이 세계 M&A 시장에서 독주하는 양상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 기업의 외국 기업 M&A는 26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늘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다 건수다. M&A 금액은 3조 4904억엔(약 40조원)으로 9% 증가했다. 2006년의 4조 4681억엔(약 51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지난달 미국의 3대 곡물 유통업체인 가빌론을 3000억엔에 사들였다. 이는 올해 일본 기업의 해외 M&A 중 가장 큰 규모이고 세계 M&A 시장에서는 일곱 번째다. 지난주에는 재팬타바코가 벨기에의 담배회사 그리슨 NV를 6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했으며 다케다제약은 브라질의 제약업체를 2억 46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미쓰비시상사가 캐나다의 가스전 지분을 2300억엔에 인수하는 등 해외 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맥주업체 아사히와 장난감 제조업체 토미 등 내수 업체들도 해외 M&A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에도 해외 M&A에 전년도의 2배에 이르는 7조 3264억엔을 투입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해외 투자 규모는 록펠러센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을 사들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수준의 3배에 가깝다. 일본의 지난해 해외 투자 순위는 전년도의 세계 9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잡아먹힌 ‘엘피다’ 美마이크론 3조원에 인수… 모바일 D램시장 ‘2위’로 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파산한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 메모리를 인수하기로 최종 확정해 향후 전 세계 반도체시장 판도가 주목된다. 3일 NHK방송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에 모두 3조원을 투입한다. 마이크론은 내년에 엘피다를 완전히 자회사로 만드는 한편 인수 대금으로 향후 7년간 2000억엔(약 2조 8000억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엘피다의 주력 공장인 히로시마 공장 등에 640억엔을 투자해 최신 설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히로시마 공장을 포함한 근로자 전원에 대해서는 해고 없이 고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에 인수 대금과 투자 등으로 모두 2640억엔(약 3조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마이크론은 2일 엘피다와 이런 내용의 인수 계약에 서명했다. 경영 파탄으로 법정관리를 받는 엘피다는 다음 달까지 법원에 경영 정상화 계획을 제출한다. 이번 합병으로 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종전 12.1%(1분기 기준)에서 24.5%로 대폭 늘어나 SK하이닉스(23.9%)를 제치고 글로벌 2위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 부문 최대 메이커인 삼성전자에 맞서 공급과 가격 결정권에서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수요가 커지고 있는 모바일 D램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7.0%(2011년 4분기 기준)에서 단숨에 24.0%로 오르며 SK하이닉스(21.0%)를 앞서게 됐다. 한편 실적 악화로 경영난에 빠진 시스템LSI(대규모 집적회로) 반도체 대기업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일본 내 18개 공장 가운데 8곳을 통합 또는 매각하기로 했다. 또 전체 근로자의 30%에 해당하는 최대 1만 4000명의 감원을 추진하되 이 가운데 5000여명은 9월 희망 퇴직을 받기로 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걔들이 가수? 응, 개가수!

    걔들이 가수? 응, 개가수!

    신조어 ‘개가수’. 개그맨과 가수를 겸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신조어가 나온 데에는 최근 들어 인기 개그맨들이 가수 못지않은 실력으로 음원을 발매, 대중의 인기를 크게 얻게 된 데 있다. 개그맨 유세윤과 뮤지로 구성된 그룹 ‘UV’(위),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대세남 정형돈과 가수 데프콘이 만든 ‘형돈이와 대준이’(가운데), KBS 2TV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의 신보라, 박성광, 정태호로 구성된 ‘용감한 녀석들’(아래) 등이 대표적인 개가수. UV의 경우 2010년부터 꾸준히 10장의 싱글 앨범 등을 냈고, 특히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이태원 프리덤’ 등은 프로 가수들 못지않은 완성도 높은 곡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태원 프리덤’의 인기로 UV는 2011년 서울 용산구 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MBC 파업사태로 ‘무도’가 결방되면서 ‘무도’의 대세남 정형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팬들에게 ‘형돈이와 대준이’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형돈이와 대준이’는 싱글앨범 ‘껭스타랩 볼륨1’과 ‘올림픽대로’를 내자마자 핫이슈로 떠올랐다. 1980년대 복고풍의 의상과 다소 껄렁껄렁한 행동거지를 특색으로 내세운 ‘형돈이와 대준이’의 앨범에는 특히 ‘MC 날유’ 유재석이 피처링 작업에 참여해 더욱 화제가 됐다. 개콘에서 노래하는 용감한 래퍼로 콩트를 이어간 ‘용감한 녀석들’도 실제로 음원을 발매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은 이미 두 개의 싱글앨범을 낸 상태이며 특히 ‘I 돈 Care’의 경우 개콘의 수장, 서수민 PD가 피처링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개가수’의 출현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개그맨 겸 가수의 계보를 정리해 보자면 1960년대에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로’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서울구경’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 서영춘, 넓게는 1980년대 장두석과 이봉원 콤비의 ‘시커먼스’의 패러디 음악은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발매된 심형래의 영구 캐럴, 최양락의 네로 크리스마스, 김미화 김한국의 쓰리랑 부부 캐럴 등이 인기를 끈 바 있다. 개그 소재의 가사말과 개그맨의 이미지를 활용해 가수 활동을 한 개그맨들과 달리 1990년대 박명수와 이휘재는 프로 가수들의 음반을 표방한 정규 앨범을 수차례 냈다. ‘개가수’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에 발매된 개그맨들의 음반 수준은 거의 프로 가수들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음악의 퀄리티가 높다.”면서 “게다가 개그맨들의 가수 활동에는 그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캐릭터가 전하는 스토리가 음악 안에 녹아 있어 대중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대중들 시선이 다양해지고 달라졌다는 것도 큰 역할을 했다. 과거처럼 음악에 엄밀한 잣대를 적용해 가수의 전유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대중이 인식하게 됐다. 가창력과 음반의 작품성만 보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측면도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서 ‘개가수’들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면서 “현재 가요시장의 소비속도가 굉장히 빨라진 데다 무한도전이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음원이 발매되면 음원차트를 거의 휩쓸면서 ‘개가수’들의 노래가 이미 대중들에게 검증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개가수’들의 활동이 가요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개가수’들의 노래는 현실적이고 일상성을 지닌 가사들이 대중에 어필하며 인기를 끈다. 음악의 다양성은 인정돼야 하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프로 가수들보다 음악적 진정성이 결여된 부분도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가수 활동으로 프로 가수가 되려고 수년간 준비해온 인지도 없는 신인가수들의 진입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음원 사이트들도 개그맨 가수들의 음원이 상업적으로 돈이 되다 보니 그들의 음원 위주로 내거는 경향이 있다.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날개 길이만 30㎝…‘자이안트 나비’ 경악

    날개 길이만 무려 30cm에 달하는 ‘자이안트 나비’가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발견돼 화제가 되고있다. 현지 온라인 매체 베트남넷에 따르면 하노이 지아 람 지역에 사는 당 티 안 뚜예의 집에 수일전 부터 초대형 나비가 집으로 날아와 잡은 뒤 여러장의 사진을 찍고 풀어주었다는 것. 베트남넷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이 ‘자이안트 나비’는 날개 길이만 무려 30cm로 함께 촬영한 작은 고양이나 샌달과 거의 비슷한 크기였다. 이 소식을 들은 이웃들이 집으로 몰려와 날개 길이를 재보기도 했는데, 이웃인 다오 반 뚜이는 얼마전 그와 뚜예의 집 앞 나무에서 매우 큰 애벌래를 본적이 있는데 이것이 ‘자이안트 나비’가 된거 같다고 추측했다. 뚜예는 처음에 ‘자이안트 나비’를 건조시켜 소장하려 했는데 이웃들이 반대해 그만두었다고 한다. 한편 마을 노인들은 1990년대에 유사한 나비를 한번 본적이 있다고 하며, 이 나비를 레이디 나비 라고 부르는데 이 종은 사실 카람볼라 나무에서 서식하는 카람볼라 나비(Attacus Atlas)이며 베트남 멸종위기 목록에 있는 3종의 나비 가운데 하나이다. 인터넷 뉴스팀
  • 이 여인들의 눈물, 외면할 수 있습니까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다룬 ‘학살, 그 이후’(권헌익 지음, 유강은 옮김, 휴머니스트 아카이브 펴냄)는 제사상에 올리는 한 잔의 술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저자는 한국인 인류학자다. 인류학자로서 1994년부터 틈나는 대로 베트남을 드나들며 현지조사를 수행했다.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전 특수로 인해 “내가 살던 가난한 동네에서도 물질적 상황조건이 개선”됐다는, 나중에 깨달은 “도덕적 궁지” 때문이다. 한국인 인류학자로서 저자는 이 책을 “공물(供物)로 내놓는다.”고 해뒀다. 학문적 땀방울 못지않게 인간적 눈물방울이 읽히는 이유다. 저자가 처음 꺼내 놓은 얘기는 1968년 2월 25일 한국군 해병대가 민간인 135명을 학살한 뒤 살아남은 몇몇 주민들이 시체들을 가매장해 둔 것까지 불도저로 모조리 밀어버렸다는 ‘하미 학살’이다.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3월 16일, 미군도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는 ‘미라이 학살’로 널리 알려졌다. 한국군의 행위가 그에 못지않게 잔혹했고, 노엄 촘스키가 “43건의 미라이 학살들”이라는 복수형 표현을 쓸 정도로 빈번했음에도 왜 미라이 학살만 알려졌을까. “하위 행위자는 폭력적인 마을 평정 작전에서 지배적 행위자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쉽게 말해 이름을 떨친 종군기자나 연구자들은 미군만 쫓아다녔지, 한국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국가 정체성 운운하며 흥분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을 대놓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가 만난 학살 생존자들은 시계추처럼 오간 군인들의 극단적 이중성에 곤혹스러워했다. 어제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집 짓는 걸 도와주던 이들이 오늘은 주민들을 모아놓고 수류탄을 던지고 기관총을 난사했다는 것이다. 이 극단적 이중성이 어찌 그들 탓이랴. “전쟁이라는 냉혹한 태엽장치에서 시계추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시계추에는 자체의 동학이 있지만 자신의 운동을 통제할 수 없”었을 뿐이다. 저자는 “전후의 삶을 통해 이런 잔인한 동요의 기억과 싸웠다고 믿는다.”는 수준에서 매듭짓는다. 저자가 힘을 모으는 지점은 학살된 이들을 베트남 사람들이 추모하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는 저자가 에밀 뒤르켐의 수제자 로베르 에르츠의 ‘상징적 양손잡이’ 개념을 주된 화두로 붙잡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아노미 개념에서 보듯 뒤르켐은 사회적 유대감에 관심을 가졌다. 에르츠는 그다음 단계, 그러니까 사회적 유대가 격렬하게 깨졌을 경우 어떤 양상이 벌어지고 이를 어떻게 봉합할 것인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제안한 것이 양손잡이 개념이다. 오른손에게 바른 손이라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왼손도 함께 바라봐 온전한 양손잡이가 되자는 것이다. 영웅적 군인이 오른손이라면, 학살 피해자는 왼손이다. 저자는 실제 현지조사를 통해 학살 피해자들이 베트남 내부에서도 왼손 취급당했음을 드러낸다. 전쟁 이후 베트남도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수행했다. 전선에서 피 흘리며 죽어간 젊은이들에게 국가는 전쟁영웅이란 칭호를 부여했고 기념비와 묘지를 바쳤다. 그러나 균열도 드러난다. 북베트남 전사들은 전쟁을 위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전장에 투입됐다. 해서 시체를 고향으로 되돌려 보내 웅대한 기념비 옆에 묻으면 된다. 접경지대격인 베트남 중부의 학살 피해자는 다르다. “영웅적 전사자라는 도식 안에서 보면, (학살 피해자들의) 집단 무덤은 재생의 가치가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편의 유해와 상대편의 유해가 뒤죽박죽 엉켜 있는 모호한 대상”이다. 그래서 “혁명 열사들의 유해를 모아 마을의 중심부로 가져왔을 때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유골은 논으로 바꿀 예정인 곳에서 외곽의 모래투성이 황무지로 옮겨졌다.” 비극적 죽음에 눈물 흘릴 공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해원을 위해 사당을 짓고 무당을 불렀다. 조선시대 성리학이 교조화되면서 의지할 곳을 잃은 부녀자들이 절과 무당집에 몰려갔듯, 베트남 주민들도 민간전통신앙에 의지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었다. 문제는 국가적 공식 기억에 맞지 않고 과학적 사회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베트남 정부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점이다. 이는 딜레마를 낳는다. 전쟁 당시 베트남 인민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외국 군인들이 조상을 모신 사당을 부수고 사람을 함부로 죽였을 뿐 아니라, 장사조차 못 지내게 시체를 마구 훼손하고 뒤섞어 버린 만행이었다. “전쟁 동원 체제에 가장 뚜렷한 기여를 한 조상 사당들이 전쟁이 끝난 뒤에 정치적 불순성과 문화적 후진성의 상징으로 꼽힌 것은 아이러니다.” 이 갈등은 1990년대부터 수면 위로 치솟는다. 여러 가지 형태의 이장운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가가 조성한 공식 무덤에서 개인 사당으로 유골을 빼내오거나, 버려졌던 유골을 국가의 공식 무덤에 안치하는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베트남전은 이데올로기나 박정희 평가 문제,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의 반발(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자 “6·25전쟁에 참전한 16개국도 북한에 사과해야 하느냐.”고 공격했다.) 등이 있어서 한국에서도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빙빙 에둘러 왔지만, 사실 책의 백미는 이 부분이다. 하나만 꼽자면, 하미 전쟁열사묘지에는 ‘전쟁범죄 희생자 35인의 공동무덤’이 있다. 1986년 9월 하미에서는 하미 근처 하지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35명이 학살당한 사건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 주민들은 이들 역시 열사라 보고 공식묘지에 묻어 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한다. “열사란 직접 적과 맞서 싸운 이들”이라서다. 주민들 압력으로 결국 무덤은 조성되지만, 정부는 이들 묘를 파내려고 한다. 그때 주민들은 “낫이나 작대기를 무기 삼아 들었다.” “오늘부터 너희가 우리 적”이라면서. 저자는 무차별적인 학살 때문에 그 수많은 뼈와 해골 가운데 어느 것이 누구의 유골인지 모를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한 구 한 구 파내 정성스럽게 쓰다듬고 정리하고 가지런히 다시 묻는 이장의 과정 자체가 후손들에게는 정신적으로 커다란 치유가 된다는 증언들을 곳곳에서 강조한다. 저자가 끊임없이 길어올리는 것은 ‘농민인지 전사인지 구분 안 되는 악독한 빨갱이 베트콩’ 대신 ‘조상 모시면서 제 땅을 제가 파먹고 살길 원하는, 농경사회라면 흔히 발견되는, 한국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는 농민의 얼굴’이다. “농민 전사들이 군복을 입은 정규군 병사들과 악수를 하고, 정치 장교들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연설을 참고 들으며, 달 없는 밤을 틈타 재빨리 집으로 달려왔을 때, 그들이 여전히 군인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니까 “체제가 공간의 균질성과 정체성의 불변을 고집한 반면, 삶으로 직접 겪는 냉전의 현실은 모순적 공간이나 변증법적 공간이었고, 이러한 현실 속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동일자가 아니라 쉽게 변화하는 존재였으며, 이런 변형성이야말로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제공했다.” 모두가 베트콩이었으되, 그 어느 누구도 베트콩이 아닌 이런 상황을 저자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 책으로 2007년 미국 인류학회가 수여하는 클리퍼드 기어츠상을, 후속작 ‘베트남전쟁의 혼령들’로 2009년 미국 아시아연구협회가 주는 조지 카힌상을 받았다. 해서 책 앞에는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의 서문이 붙어 있다. 한 구절 따온다면 이렇다.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들은 정치적 목적과 이데올로기를 위해 죽은 이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가족들에게서 그들을 앗아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사자(死者)들을 역사의 행위자가 아니라 도구로 뒤바꾼다.” 한국전쟁과 그 이후 지금까지도 격렬한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가 수행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저자는 한국전쟁 연구 권위자인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손잡고 ‘한국전쟁을 넘어서’라는 국제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다려지는 부분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달라진 비상경제대책회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6개 부처 수장들은 28일 비상경제대책회의 직후 합동 브리핑을 갖고 “우리 저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박 장관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실적으로 낮다.”며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은 “선진국의 경우 2분기 연속 경제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 경기 침체로 본다.”며 “한국은 미약하나마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어 경기 침체로 진단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추경은 편성에서 집행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브리핑은 인터넷 포털 다음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으며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60개 이상의 질문을 했다. 장관들은 일부 질문에는 현장에서 직접 답변했고 나머지 질문에는 29일까지 이메일로 답변하겠다고 약속했다. 네티즌들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 부동산 경기 침체, 여름철 전력 수급난,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 등에 대해 질문했다. 장관들은 발표문을 통해 “우리는 1990년대 이후 두 번의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대외 위상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더 건강하고 활기찬 한국 경제의 미래를 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이후 6개월 만에 과천청사를 찾았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제2의 경제 대국 이끄는 中 CEO들의 3대 성공유전자

    제2의 경제 대국 이끄는 中 CEO들의 3대 성공유전자

    “하늘 도시를 꿈꾼다.” 중국의 친환경 에어컨 생산업체인 위안다(遠大)그룹 회장 장웨(張躍·52)는 요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220층(880m)짜리 빌딩을 4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건설한 뒤 인구 3만명에 헬리콥터 착륙장만 17개, 학교·병원 등을 입주시키겠다는 것. 성사되면 말 그대로 ‘하늘 위 도시’를 빚어내는 셈이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더 황당한 프로젝트가 내걸려 있다. 2㎞ 높이, 636층짜리 빌딩을 세우겠다는 야심이다. 장 회장은 “100% 가능한 얘기”라고 자신한다. “이미 토지 부족에 교통 문제가 심각한 이슈인 지금, 세계의 도시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하늘로 뻗어나가야 합니다.” 1988년 단돈 3000달러로 브로드그룹을 창업한 그는 현재 11억 90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중국 186번째 부자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집요한 추진력. 이는 장 회장뿐 아니라 무서운 성장력으로 제2의 경제대국을 이끄는 중국 기업가들의 공통점이라고 로이터 매거진이 27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매거진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담대한 아이디어에 매달리는 비전과 배짱, 끈질긴 추진력, 회의론을 누르고 계획대로 실행하는 자존, 이 세 가지를 중국 최고경영자(CEO)들의 ‘성공 유전자’로 꼽았다. 중국 최대 음료업체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宗慶後) 창업주 겸 CEO, 지리(吉利)자동차의 리수푸(李壽福) CEO, 통신업체 화웨이(華爲) 회장 런정페이(任正非)가 대표적인 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경제 개혁과 함께 잉태된 이들 기업가형 CEO들은 전통적인 관료형, 즉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국영기업 CEO들과는 180도 다르다. 통신업체나 은행, 보험, 석유, 철강회사가 주류인 국영기업 CEO들은 물밑에서 공산당 정부를 위해 일하는 충성파들이라 시장 판도를 바꾸는 혁신이나 도전은 꺼린다. 캐서린 신 중국유럽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교수는 “이들은 체제 지향적이고 조직의 꾸준한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나 정치적 환경 등에 더 동조하기 쉽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가구, 자동차 부품 등 소규모 제조·판매업으로 시작한 기업가형 CEO들은 환경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매우 유연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나에게 ‘저녁’ 줄 사람 누구인가

    [데스크 시각] 나에게 ‘저녁’ 줄 사람 누구인가

    5년 전 남미 칠레에 갔을 때다. 서울로 치면 한강쯤 되는 수도 산티아고의 마포초강. 아직 해가 다 들어가지 않은 이른 저녁인데, 아이들과 함께 둔치 공원에 나온 아빠들이 적지 않았다. 현지에서 나를 안내했던 20대 후반의 교포는 “퇴근하면 부지런히 집에 가서 아이들과 2시간쯤 놀아주는 것이 여기 남자들에겐 생활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기업들이 이걸 잘 이해하지 못해 칠레에 처음 오면 특근, 잔업 등을 놓고 현지인과 마찰을 빚곤 한다.”면서 자기도 그런 적이 있다고 했다. 박찬호가 처음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던 1990년대 중반. 천문학적 연봉의 선수들이 펼치는 야구경기를 안방에서 TV로 만나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경기 자체보다 더 큰 인상을 받았던 것은 저녁시간에 꽉꽉 들어찬 관중석이었다. 그곳에서 미국 가정의 저녁을 보았다. 부모와 아이가 하나가 돼 응원을 하는 미국. 비슷한 시간대 서울 도심의 불 켜진 오피스 빌딩, 사람들로 넘쳐나는 음식점·술집들이 오버랩됐다. 연말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 공개된 몇몇 대권후보 진영의 슬로건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손학규 민주통합당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등 다른 주자들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이 생활밀착형 카피를 능가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론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이에 고무된 듯 손 고문은 정시퇴근제, 최소 휴식시간제, 노동시간 상한제, 여름휴가 2주일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저녁이 있는 삶’에 주목하는 것은 독창적이거나 새로워서가 아니다. 해묵은 국가적 과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 돼 버린 일상의 동경(憧憬)으로 엮어냈기 때문이다. 저녁은 자기 시간을 가꾸어 스스로 행복해질 가능성이 하루 중 가장 높은 때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수박 한통 들고 동네공원에 나가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싶어 한다.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며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별러 왔던 영어공부를 할 수도 있다. ‘저녁’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 청사진을 품고 있는 단어다. 2010년에 한국사람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2193시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일본(1733시간)에 비하면 한달에 38.3시간, 하루에 1시간 16분을 더 일한다. 가장 적게 일하는 네덜란드(1377시간)에 비해서는 하루에 2시간 14분이 더 많다. 똑같이 아침 9시에 출근한다면 네덜란드 사람들이 오후 5시 정각에 퇴근할 때 우리는 저녁 7시 14분에 퇴근한다. 집으로 직행하더라도 일러야 8시가 된다. 최근에 ‘20-50 클럽’이란 개념이 반짝하고 등장했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인구 5000만명을 달성한 세계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는 그런 얘기였다. 한 보수언론이 주도한 이 ‘대국민 자존감 확충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소득 2만 달러는 이미 2007년에 달성했지만 세계경제 불안, 환율 상승 등으로 1만 달러대로 떨어졌다가 2010년에 겨우 회복한 수치다. 우리 인구가 2030년부터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을 이미 알고서 바라보는 지금의 5000만명 달성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20-50클럽’의 급조한 간판 아래 양극화, 행복지수, 자살, 이혼, 출산, 사망, 노령화, 교육비 등 문제들이 국제통계에서 나쁜 쪽으로 수위를 다투고 있다. ‘행복한 저녁’의 출발점은 경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일자리와 소득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결코 손 고문 한 사람만의 슬로건이 될 수 없다. 나에게 ‘저녁’을 제공해 줄 비전과 해법을 누가 갖고 있는지만 잘 관찰하고 연말에 표를 행사해도 실패한 투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windsea@seoul.co.kr
  • “한옥 짓는 비법 큰 맘 먹고 공개”

    “한옥 짓는 비법 큰 맘 먹고 공개”

    “짚신 삼는 기술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나누지 못하지만, 나는 내 새끼들(제자)한테나 잘 알려 줘야 할 한옥 짓는 비법을 큰 맘 먹고 공개하는 겁니다.” 숭례문 복구 목공사를 맡았던 신응수(70) 대목장은 28일 서울 낙원동에서 ‘신응수의 목조 건축 기법’(눌와 펴냄) 출판기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하면서 슬쩍 눈가를 닦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준비해 12~13년 만에 책이 나오니 마음이 풀어져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다. 조선시대 궁궐은 당대 최고의 목재로, 최고의 기술로 지었다. 최고의 목수가 지은 창덕궁·경복궁 등 궁궐을 보수·복원했던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자신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적어 놓았다. “좋은 기술을 본받아서 표준화할 필요를 한옥 건축물을 보면 느끼게 된다. 지은 집이 오래도록 살아남아야 목수의 이름이 오래가지 않겠나. ‘책에 기술한 내 기술이 최고다, 내가 표준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전통 건축에 종사하거나 한옥을 짓고 싶은 사람들이 쉽게 읽고 취사선택하길 바라면서 썼다.”고 했다. 목수들끼리는 건축물을 보면 누가 지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현재는 신 대목장 외에 최기영·전흥수 대목장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전통 건축물을 짓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할 대목은 ‘신응수의 처마 작도법’이다. 한옥은 지붕의 미학이라고 할 만큼 지붕이 중요하다. 그 비법을 몽땅 공개했다. 신 대목장은 “1980년대 삼성 이병철 회장의 승지원을 지을 때다. 일반 한옥의 큰 결함은 30년에 한 번은 지붕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사실을 이 회장이 알고는 그렇게 자주 보수해야 한다면 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일본 기와집은 150~200년에 한 번씩 지붕 공사를 하더라. 한옥에는 기와를 올리기 전에 ‘적심’(톱밭이나 흙, 강회)을 넣는데, 이것을 빼면 지붕이 훨씬 오래간다. 그래서 승지원은 적심을 빼고 공사를 했다. 근정전 복구 공사를 할 때도 보니 적심 탓에 지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대들보가 부러져 있더라. 적심을 빼지 않으면 자주 보수해야 한다는 강한 발언으로 근정전도 적심을 빼고 공사했다.”고 말했다. 숭례문은 전통 방식의 복구를 원칙으로 해 적심이 들어갔으나, 화재에 취약한 문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2012 런던올림픽 D-30] 당신의 마음을 훔칠 런던의 10대 빅매치

    [2012 런던올림픽 D-30] 당신의 마음을 훔칠 런던의 10대 빅매치

    [양궁] 임동현 “男 개인전 품어보련다” 양궁은 올림픽 메달의 텃밭. 하지만 남자 개인전에선 아직 금메달이 없다. 런던올림픽에서 ‘G20프로젝트’, 역대 통산 20번째 금메달을 따겠다고 목표를 세운 양궁 대표팀에 남자 개인전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를 딴 양궁 대표팀은 이번에 남녀 개인·단체전을 모두 석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G20 프로젝트’의 성공이 걸려 있는 빅매치가 8월 3일(이하 현지시간) 열릴 남자 개인전 임동현(26·청주시청)과 브래디 앨리슨(24·미국)의 대결이다. 각각 세계랭킹 2위와 1위인 둘의 맞대결은 번번이 앨리슨의 승리로 귀결됐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로즈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올림픽 테스트이벤트 개인전 결승에서도 앨리슨이 임동현을 6-2로 눌렀다. 앨리슨은 1980년대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기식 감독이 만든 작품. 1990년대에 이어 2006년부터 미국 대표팀을 지도한 이 감독은 앨리슨을 한국의 ‘천적’으로 키워냈다. 지난해 2월 오른쪽 광대뼈에 퍼진 종양을 제거하는 시련을 겪은 임동현은 앨리슨을 반드시 꺾어야 생애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딸 수 있다. 충북체고 2학년 때인 2002년부터 10년간 국가대표 자리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임동현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수확한 금메달은 5개지만 개인전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복싱] 축구대표 출신 테일러, 복싱퀸 될까 런던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복싱.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역사적인 주인공이 누가 될지 복싱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주인공은 케이티 테일러(26·아일랜드)다.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이 주최하는 세계여자복싱선수권대회 60㎏급에서 4회 연속 챔피언벨트를 거머쥔 독보적인 선수다. 오는 8월 9일 치러지는 이 체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테일러가 아일랜드 국민들의 우상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가 이번 올림픽의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 테일러는 아마추어 복서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2살이던 1998년부터 복싱을 시작했다. 170㎝, 60㎏이라는 단단한 신체조건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테일러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5년 노르웨이 퇸스베르그에서 열린 유럽아마추어선수권대회 60㎏급에서 금메달을 따면서부터다. 그해 말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이듬해 인도 뉴델리 세계선수권에서 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챔피언에 등극한 뒤 2008년, 2010년, 2012년 연속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특이한 것은 테일러가 아일랜드 여자축구대표팀에서 뛴 적이 있는 축구선수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U-17(17세 이하)과 U-19 대표팀에서 활약한 적이 있는 테일러는 2009년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챔피언스리그 예선전에서 헝가리를 상대로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테일러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것도, 축구를 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엔 나의 최고 스포츠는 복싱이다. 복싱을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허들] 황색탄환 류샹 ‘나쁜손’ 보란듯 웃나 중국의 ‘황색 탄환’ 류샹(오른쪽·29)은 런던올림픽에서 다이론 로블레스(왼쪽·26·쿠바)와 풀어야 하는 숙제가 하나 있다. 지난해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허들 남자 110m에서 로블레스의 진로 방해로 아쉽게 은메달에 그친 것을 멋있게 되갚아 줘야 한다.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재경기는 다른 선수들에게 공평하지 않다. 이번 대회는 한 대회일 뿐”이라면서 깨끗이 결과에 승복했던 류샹은 런던올림픽에서 4년 전 베이징의 악몽을 씻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세계 타이기록(12초 91)으로 금메달을 딴 뒤 조국 중국에서 화려한 2연패를 노렸던 류샹은 2008년 아킬레스건 부상 탓으로 예선 첫 경기에서 기권하며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올림픽 직후 수술대에 오른 류샹은 13개월간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진했다. 2009년부터 국제대회에 모습을 나타내긴 했지만 줄곧 13초대에 머무르며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3초 09를 찍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해 대구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꿨지만 로블레스의 ‘나쁜 손’ 때문에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류샹의 컨디션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IAAF) 다이아몬드 리그에서는 12초 97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섰다. 4년 만에 처음으로 12초대에 재진입한 것. 올림픽 전초전 격이었던 지난 3일 IAAF 다이아몬드 리그 프리폰테인 클래식에선 12초 87의 비공인 세계 타이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현재는 올림픽 준결선과 결선이 함께 열리는 8월 8일에 초점을 맞추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110m 허들 결승선에서 과연 류샹은 활짝 웃을 수 있을까. [장대높이뛰기] 이신바예바 ‘올림픽 3연패’ 금자탑? ‘육상 사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이루고 멋진 은퇴를 한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30·러시아)의 야심찬 청사진은 실현될 수 있을까. 8월 6일 열리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전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신바예바는 장대높이뛰기 종목에서 여자 선수로는 처음 5m 벽을 넘어선 세계기록 보유자다. 2003년 4m82로 처음 세계기록을 세운 이신바예바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4m91)에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5m05)에서도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승승장구하던 이신바예바는 2009년 런던 그랑프리와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쓴잔을 들며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그해 8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벨트클라세 골든리그에서 5m06을 뛰어넘어 또다시 실외 세계기록을 작성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해 보였다. 더 이상의 목표를 찾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진 이신바예바는 2010년 4월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6위에 그쳐 예전의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그러나 올림픽은 차원이 다르다. 더욱이 내년에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이신바예바로서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지상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이신바예바는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5m01에 걸린 바를 넘어 실내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이 기세를 몰아 전무후무한 올림픽 3연패를 이뤄낼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런던으로 쏠린다. [펜싱] 남현희 “베이징 은메달 금빛으로 바꾸고 엄마될래요” 7월 28일은 한국 펜싱의 대들보 남현희(31·성남시청)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4년을 기다려온 설욕전에 성공해 베이징에서 딴 은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꾸게 될 날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선수가 숙적 발렌티나 베잘리(38·이탈리아)다. 베이징올림픽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남현희는 베잘리에게 1점 차로 분패해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1회전에서 0-3까지 뒤지던 남현희는 2회전에서 3-3 동점을 만든 데 이어 3회전에선 41초를 남기고 5-4로 역전에 성공했다. 금메달은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5-5 동점 이후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베잘리에게 통한의 공격을 허용한 남현희는 5-6으로 무릎을 꿇었다.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한 남현희는 4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기량을 갈고 다듬었다. 이제 남현희는 ‘여우 같은 펜싱’으로 정상에 서겠다고 다짐한다. “베이징에선 너무 어려서 정직하게 펜싱을 했다. 심리적으로 상대 선수를 도발하거나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할 땐 하면서 승부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남현희는 런던올림픽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5살 연하의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 공효석(26·금산군청)과 결혼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은 것도 남현희에게는 플러스 요소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아기를 갖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는 만큼 이번 올림픽은 남현희에게 남다른 의미가 될 듯하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축구] 종주국 英? 월드컵 단골 브라질? 축구 종주국 영국은 1960년 로마대회 이후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췄다.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로 나눠진 4개의 축구협회가 단일팀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그러나 안방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에선 41년 만에 ‘영국단일팀’(Team GB)을 구성했다. A조 톱시드를 받은 영국은 세네갈·아랍에미리트연합·우루과이를 상대한다. 가레스 베일(토트넘)·에런 램지·잭 윌셔(이상 아스널) 등의 영파워가 앞장서고, 와일드카드(연령제한 없이 뽑는 선수 3명)가 유력한 데이비드 베컴(LA갤럭시)이 중심을 잡는다. 브라질을 빼면 섭섭하다. 이집트·벨라루스·뉴질랜드와 C조에 속한 브라질의 목표는 당연히 ‘골드’다. 월드컵 최다우승국(5회)이면서도 아직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최고 성적은 은메달(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1988 서울올림픽). 호나우두가 나선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호나우지뉴가 출전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모두 동메달에 그쳤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비교되는 ‘신성’ 네이마르 다 실바(산투스FC)는 물론, 알렉산더 파투(AC밀란)·하파엘 다 실바(맨유) 등 빛나는 멤버가 출동할 예정이다. 호기롭게도 영국 단일팀과 브라질은 올림픽 개막 전인 7월 20일 미들즈브러의 리버사이드스타디움에서 평가전을 치르기로 했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 선수권대회 챔피언 스페인은 티아고 알칸타라(FC바르셀로나)·이케르 무니아인(아틀레틱 빌바오) 등을 앞세워 메달 사냥에 나선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기성용(셀틱)·박주영(아스널) 등의 출전이 유력한 한국 홍명보호도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다. 런던에는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아르헨티나를 비롯,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축구강국이 본선행에 실패해 우리로선 기회가 좋다. [테니스] 페더러 이번엔 ‘금메달 恨’ 풀까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 3위·스위스)에겐 올림픽 단식 금메달이 없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4위, 2004 아테네올림픽 땐 2회전에서 탈락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도 8강에서 탈락한 뒤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스위스)와 나선 남자복식에서 금메달를 딴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타이기록(16회)을 갖고 있는 페더러의 유일한 약점이 올림픽 금메달인 셈. ‘라이벌’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베이징대회 금메달을 걸고 일찌감치 ‘커리어 골든슬램’(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한 걸 감안하면 한참 늦은 감이 있다. 만 31살인 페더러의 나이를 봐도 런던은 ‘골드’를 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크다. 금메달을 다툴 선수는 ‘신황제’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최근 프랑스오픈을 놓치는 바람에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와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골든슬램’의 꿈은 좌절됐지만 잔디코트에서 최강자의 면모를 되찾을 기세다. 올림픽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윔블던에서 지난해 우승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전쟁 속에 어린 시절을 보낸 조코비치는 ‘조국에 선사하는 금메달’에 대한 열의도 남다르다. ‘디펜딩챔피언’ 나달과 홈 코트의 이점을 안은 앤디 머리(4위·영국)도 늘 그렇듯 우승 후보다. 여자부는 이달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마리야 샤라포바(1위·러시아)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때는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금메달 꿈을 접었지만, 런던에서는 러시아 기수까지 맡으며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있다. [핸드볼] ‘우생순’ 덴마크에 복수혈전 8년 전 아테네올림픽 때 여자핸드볼은 순도 100%의 ‘감동 드라마’를 썼다. 결승에서 덴마크와 만나 19번의 동점과 두 번의 연장전을 치렀고, 결국 마지막 승부던지기까지 128분을 꽉 채우는 명승부를 펼쳤다.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선수단은 챔피언 못지않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 경기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으로도 제작돼 핸드볼 인기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이후 여자팀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통틀어 덴마크와 딱 한 번 만났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5·6위 순위결정전. 하지만 한국은 그때도 두 점차(31-33)로 졌다. 세대교체가 한창이라 짜임새가 갖춰지지 않았고 체격·경험에서 덴마크가 우위였다. 얄궂게도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덴마크와 같은 B조에 속했다. 7월 30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상대한다. 세계랭킹 6위 덴마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녹록지 않은 상대인 것은 분명하지만 단판전이 아닌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만큼 홀가분하게 ‘아테네 한풀이’에 나설 절호의 기회다. 당시 ‘달콤 쌉싸름한’ 기억이 아직 생생한 우선희(삼척시청)·최임정(대구시청)·김차연(오므론)·문경하(경남개발공사)가 이번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 김온아·유은희(이상 인천시체육회)·이은비(부산BISCO) 등 겁 없는 ‘젊은 피’도 힘을 보탠다.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7차례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2·은메달 3·동메달 1개를 따낸 ‘효자’ 여자핸드볼이 복수에 성공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농구] 美드림팀 ‘유종의 미’ 거둔다 미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마이클 조던·매직 존슨·스카티 피펜·찰스 버클리 등 프로농구(NBA) 호화 라인업을 내보내 전승으로 금메달을 땄다. 그때를 시작으로 미국은 1996애틀랜타, 2000시드니올림픽까지 올림픽 농구를 3연패했다. 그러나 2004아테네올림픽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져 동메달에 그쳤다. 전열을 가다듬은 ‘드림팀’은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되찾았고, 2010년 세계선수권을 잇달아 제패하며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최근 미국 대표팀은 20명의 예비엔트리를 발표했다. 코비 브라이언트(LA레이커스)·카멜로 앤서니(뉴욕 닉스)·레이 앨런(보스턴 셀틱스)·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 히트) 등 최고의 NBA 리거들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구슬은 서 말’인데 이달 말 끝나는 NBA플레이오프 일정으로 손발을 맞출 시간은 고작 보름 남짓이다. 6월 확정하려던 최종엔트리(12명)도 새달 8일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2006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어온 마이크 슈셉스키 듀크대 감독이 변함없이 지휘봉을 잡는다. 어쩌면 이런 드림팀도 마지막일지 모른다. NBA사무국은 지난달 “올림픽 농구를 23세 이하 출전대회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올림픽은 축구처럼 연령 제한을 두고, 최고의 농구축제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으로 한정하겠다는 얘기다. 올림픽 출전을 꺼리는 구단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NBA의 계획이 실행된다면 런던올림픽은 ‘드림팀’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름다운 퇴장’을 견제할 파우 가솔(스페인)·토니 파커(프랑스)·더크 노비츠키(독일) 등의 활약도 관심을 끈다. [리듬체조] ‘국민 요정’ 손연재 개인종합 결선 진출할까 기계체조에서는 여홍철·이주형·양태영 등이 올림픽 메달을 땄지만, 우리나라의 리듬체조는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홍성희·김인화가 출전했지만 하위권에 머물렀고, 4년 뒤 바르셀로나올림픽의 김유경·윤병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구나 이후엔 올림픽 본선행조차 맥이 끊겼다. 2008베이징올림픽 때 신수지(세종대)가 16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10위까지 주어지는 개인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리고 그 기대와 부담은 손연재(세종고)가 오롯이 이어받았다. 수줍은 소녀였던 손연재는 지난해 국제체조연맹(FIG) 세계리듬체조선수권 11위로 올림픽 티켓을 따내더니 올 시즌 월드컵시리즈에서도 심심찮게 메달을 획득하며 리듬체조 강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나선 네 차례 월드컵시리즈에서 손연재는 개인종합 11위(페사로), 4위(펜자), 7위(소피아), 5위(타슈켄트)를 꿰찼다. 펜자월드컵 후프와 소피아월드컵 리본에서 연속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마지막 타슈켄트 월드컵에선 후프-볼-리본-곤봉 등 전 종목에서 ‘꿈의 28점’을 기록했다. 올림픽에 걸린 메달은 개인종합(8월 11일)-단체전(12일), 단 두 개. 종목별로 시상하는 월드컵시리즈와 달리 네 종목을 합산해 랭킹을 매기는 만큼 모든 종목에서 실수 없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게 포인트다. 손연재는 소박하게 상위 10등까지 주어지는 ‘개인종합 결선’을 목표로 잡았다. 손연재는 “결선에 오르면 다시 처음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톱10’에 든 뒤 실수 없이 최고의 성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SNS가 연줄 위주 한국 구직활동 변화시킬까?

    SNS가 연줄 위주 한국 구직활동 변화시킬까?

    유홍준(54)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번역·출판한 ‘일자리 구하기’(마크 그라노베터 지음, 유홍준·정태인 옮김, 아카넷 펴냄)는 1970년대 미국에서 전문직·관리직·기술직 근로자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얻고 이동하는가를 보여주는 신경제 사회학의 고전 같은 책이다. ●70년대 美 노동시장은 ‘약한 연계의 힘’ 중요 노동시장 연구가 경제학을 중심으로 편재돼 있는데,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노동시장을 해부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직장에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행운을 어떤 노동자들이 어떤 경로로 찾아가느냐를 밝혔다. 그라노베터 교수는 1970년대 미국 노동시장의 ‘행운’은 ‘약한 연계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이 중요하다고 밝혀냈다. 일자리를 찾거나 이직할 때 그와 관련된 정보를 대중매체나 비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얻기보다는, 자신들이 맺은 인적 접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인적 접촉이 지연이나 학연, 혈연처럼 강한 관계가 아니라,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자주 만나지 않고 다른 집단에 속해 약하게 맺어진 인맥들은 구직자가 모르는 구직 정보를 흘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런 구직정보가 흐르는 연결망이 미국 사회의 느슨한 구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1970년대 미국의 사회구조와 구직방식을 반영한 이 책을 30년이 지난 한국에서 왜 주목하는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2~3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최근 SNS를 통해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만나 느슨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한날한시에 보는 대졸자 공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신입사원의 일괄 채용보다는 경력자들을 알음알음 채용하는 경향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변화가 1970년대 느슨한 미국사회의 구직활동과 비슷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 구직과정에 ‘강한 연계의 힘’ 작용 유 교수가 1990년대 그라노베터 교수의 가설을 한국사회에서 검증해 봤을 때, 한국사회는 구직과정에서 ‘강한 연계의 힘’이 작용했다. 일자리 정보가 중요한 만큼, 이런 정보가 소통될 때 한국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줄이 강한 집단 내부에서 주고받았다는 의미다. 미국 사회와 달랐던 것이다. 유 교수는 “또한, 한국의 채용구조가 1차 노동시장의 좋은 일자리들은 소위 ‘대졸자 공채’를 통해 공식적 방법을 통해 주로 이루어진 점도 반영된 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강한 연계의 힘’은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화도 감지된다. ●SNS 확산 따른 연결망이 구직에도 영향 가능성 유 교수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평생직장’의 시대는 사라지고 있고, 직업 경력 기간에 여러 번에 걸쳐 이직이 발생하는데, 상시적인 경력직의 채용에서는 인적 접촉을 통한 정보가 활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SNS 확산에 따른 새로운 연결망이 중장기적으로는 구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70~80년대 공단에서 일하던 시골 처녀들이 명절에 고향에 갔다가 회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서 이직하는 것처럼 말이다. 강한 연줄이 아닌 ‘약한 연계의 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 하는 이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중견 작가들의 숨겨둔 작품 훔쳐보기

    중견 작가들의 숨겨둔 작품 훔쳐보기

    ‘중간 허리’라고 했지만, 막상 작가들 면면을 보면 겸손의 말 같다.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을 모아놔서다. 허리치곤 좀 높다는 말이다. 전시에다 ‘골드’(Gold)란 표현을 붙여둔 데서도 드러난다. 김홍희 관장은 “황금색은 절정, 완숙함, 풍성함을 뜻하는 것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쌓아올리는 데 성공한 50~60대 중견작가들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허리치곤 꽤 높은 허리라는 말이다. 그래서 8월 26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SeMA 중간 허리 2012 : 히든 트랙’전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간 허리’라기보다 ‘히든 트랙’이란 표현이다. 강홍구·고낙범·김용익·육근병·윤영석·이기봉·황인기·홍성도 등 활발하게 작품을 내놓고 있는 작가 19명을 추려 전시했다. 미술에 관심있는 이라면 작가 이름을 보는 순간 어떤 작품을 떠올릴 만큼 자기세계를 구축하고 널리 알리는 데 성공한 작가들이다. 전시는 히든 트랙답게 이 작가들의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업을 선보인다. 아직 대중에게 내보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작업들인 만큼 작가들의 내밀한 속살쯤 된다. 가령 설치작가 임옥상은 미술관 입구 오른편에다 나팔꽃을 심어뒀다. 그 위 높은 천장에서부터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물을 드리워놨다. 전시기간 중 나팔꽃이 자라면서 자연스레 이를 타고 오를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작가가 작품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턱 놓아버린 것이다. ‘맨드라미’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김지원 작가는 1990년대 현실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던 시절의 그림을 내놨다. 최민화 작가도 놀랍다. 민중미술에서 시작해 분홍빛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내놓은 것은 적나라한 포르노그래피다. 작가 스스로도 이런 작업을 공개해도 될는지 극히 망설였다고 할 정도다. 시퀀(작은 반짝이)을 이용한 대형작품으로 유명한 노상균 작가는 아예 전시장 한 구석에다 나이트클럽을 차렸다. 포인트는 갑자기 음악이 꺼지고 조명이 밝아온다는 것. 여기가 어딘지, 다시 한번 묻게 한다. 독특한 동양적 추상화로 인기를 끌었던 문범 작가는 대형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천연덕스럽게 ‘알렉산드리아를 떠나며’란 제목을 붙여뒀다. 제목을 보고 뭔가 고대의 향기를 맡으려 해 보지만, 실은 아무 상관없는 내용이다. 현실과 정보의 괴리를 지적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02)2124-88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Weekend inside] 여야 대선주자 분석

    [Weekend inside] 여야 대선주자 분석

    초 단위로 바뀌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도자는 아무래도 매력이 없다. 시대에 따라 대권 주자들의 스타일도 변해야 산다. 경제 개발이 한창인 1970~80년대는 카리스마 넘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2대8 가르마’가 인기를 끌었지만 민주화가 진행되고 인터넷이 등장한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젊어 보이려고 ‘스리 버튼’ 재킷을 입고 컴퓨터 자판을 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12월 대선을 180일 앞둔 22일 여야 대선 주자 8명의 스타일을 분석했다. ‘이미지’ 전문가들은 2012년 유권자들에게는 솔직 담백하고 친화적이며 정의롭고 개혁적인 이미지의 대선 주자가 어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퍼스널이미지연구소 강진주 소장, 이미지테크연구소의 정연아 소장에 따르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고(故)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가 투영돼 있다. 다만 헤어스타일의 경우 좀 더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앞머리는 그대로 하되 뒷머리는 올리지 말고 좀 더 봉긋하게 해 젊은 세대에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들 조언했다.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 건 중성적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 “바지나 A라인 스커트보다는 좀 더 캐주얼해 보이는 스커트를 입을 것”을 제안했다. 박 전 위원장의 짧고 간결한 화법에 대해 강 소장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적극적인 이미지를 만들지 못한다.”고 평가한 반면 정 소장은 “짧고 간결한 화법은 정치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단정하고 깔끔하면서도 서민적인 차림을 즐긴다. 강 소장은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의외로 블루 셔츠나 면바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평가했다. 악수하는 자세는 침착하고 신중한 느낌을 준다. 다만 톤이 얇은 화법은 연설에는 적당하지 않아 훈련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에 대해 강 소장은 “눈썹을 다듬지 않는 점 등 편안한 이미지로 ‘옆집 아저씨’ 같다.”고 평했다. 화법에서는 “톤이 높지만 딱딱 떨어지다 보니 보수 이미지를 준다.”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4계절 중 겨울 이미지로, 흰색 셔츠와 흰머리가 잘 어울리지만 외모에 별 신경을 안 쓴다.”고 했고 화법은 직설적이면서도 저돌적이라고 봤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서민 이미지가 강하다. 강 소장은 “합리적 카리스마가 넘치고 활짝 웃는 표정이 보기 좋지만 풍요로운 이미지를 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헤어스타일을 2대8 가르마에서 3대7 정도로 바꾸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으면 좀 더 젊어 보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야권 주자들의 평점은 어떨까. 공통적으로 ‘카리스마’가 약하다고 진단됐다. 범야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뜨는 데는 스타일도 한몫했다는 게 중론이다. 안 원장의 살짝 흘러내리는 ‘깻잎머리’와 노(no)타이가 대표적이다. 정 소장은 “깻잎머리는 예술가적이고 자유로운 개성과 비권위적인 리더십을 강조하는 데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큰 얼굴을 가리기 위한 위장 효과도 탁월하다고 평했다. 다만 안 원장의 화법은 우유부단하고 약한 이미지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아직은’ ‘일단은’ 등의 표현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보여 지도자감으로는 유약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가식 없는 최고경영자의 좋은 이미지가 있지만 대선 후보로서 검증받지 않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추진력 있는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직설 화법을 강조했다. 부드럽지만 약한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해 눈에 ‘영구 아이라인’을 하는 것을 권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온화한 학자 이미지”로 요약된다. 강 소장은 “온화하고 지적인 이미지는 좋은데 카리스마가 약하다.”면서 “하얀 머리와 검정 금속테 안경 등 시선을 끄는 색깔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선 출정식 때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해 특전사 배지를 달고 나온 것도 ‘오버’라고 지적했다. 최근 문 고문은 안경테를 바꿔 가며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젠틀맨’ 이미지다. 내성적이고 신사적인 느낌이 강해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 게 흠이라고 설명했다. 중저음의 문 고문과 달리 톤이 높은 목소리지만 화법이 너무 진지하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작고 아래로 처진 눈은 선한 인상을 준다. 대신 카리스마가 부족한 느낌을 준다. 정 소장은 “민심대장정 당시 덥수룩한 수염 인상이 강했다.”고 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2대8 가르마’로 다소 나이 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신 얼굴이 통통하고 눈이 길고 쌍꺼풀이 없는 점은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한 화법과 좋은 풍채가 돋보인다. 강주리·황비웅·송수연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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