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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end inside] 박사 4명중 1명 백수시대… 20년 넘게 공부만 한 고학력 실업자의 비애

    [Weekend inside] 박사 4명중 1명 백수시대… 20년 넘게 공부만 한 고학력 실업자의 비애

    박사(博士)는 원래 관직이었다. 삼국시대 고구려에는 태학박사가 있었고 백제와 신라에도 역시 박사라는 관직이 있었다. 시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존경받는 사표로서 ‘교육’을 담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박사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자격이자 ‘학문의 정점’을 의미한다. 걸맞은 영예와 대우가 주어진 시절도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박사학위는 선망하는 직업인 대학교수의 필요충분조건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박사학위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초·중·고교 12년과 대학 및 석·박사 과정 최소 9년 등 21년 이상을 투자하지만 영예는 소수에게만 허락될 뿐이다. ‘고학력 실업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단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1만 1645명. 이 중 취업자는 75.1%에 불과하다. 그나마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을 포함한 수치다. 박사 4명 중 1명은 놀고 있다는 얘기다.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귀국 포기” 미국 워싱턴과 버지니아, 메릴랜드 일대에는 한국인 박사들이 넘친다.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수많은 연구소와 기업, 대학들의 근거지인 이곳에 있는 한인 박사만 줄잡아 500명이 넘는다. 이들의 신분은 대부분 박사후연구원(포닥·post doctor)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포닥 재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포닥을 거쳐 한국에서 취업을 했다가 다시 포닥을 택한 사람들이다. 의대 연구실에서 일하는 김모(36)씨는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4년 정도 포닥으로 있다가 한국 지방대에 강사로 갔지만 시간당 몇만원씩 받고 일하는 것이 비참해 다시 돌아왔다.”면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년 정도 포닥을 하면 대부분 한국으로 갔는데 최근에는 8~10년차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만 수천명에 이르는 포닥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동부의 한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모(34·여)씨는 “기업의 연구원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비정규직이라도 갔으면 좋겠다.”면서 “하지만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들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예 귀국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모(43)씨는 “대부분이 한국 복귀를 꿈꾸지만 미국 생활이 길어지면 자녀 교육 등의 문제로 그마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내 박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유명 사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모(39)씨는 대덕단지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택했다. 대전 지역에서 교수가 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교수 자리도, 연구소 정규직 자리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박사학위로 얻은 것은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신분”이라고 푸념했다. 이씨의 과 동기 중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7명이지만 교수는 단 한 명뿐이고 대부분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인문계·여성일수록 문제 심각 박사들의 위기는 ‘과잉’의 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고등교육통계에 따르면 2000년 6141명이던 박사과정 졸업자는 지난해 1만 1645명으로 거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특히 학사와 석사과정 입학생 숫자가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는 반면 박사과정 입학생은 연평균 6%씩 늘고 있다. 대학교수와 연구소 정규직, 기업체 연구직 등 박사학위 소지자가 원하는 자리가 박사학위 소지자만큼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본격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미석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1990년대 말만 해도 박사 취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인맥·학연 등 불공정한 채용 관행, 여성 배척 등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박사급 채용 기회 자체가 줄어든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사 취업난은 이공계보다 인문사회계열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공학계열의 박사학위 취득자 2935명 중 2308명(78,6%)이 취업했고, 의약계열은 2091명 중 1690명(80.8%)이 취업에 성공했다. 반면 인문계열은 1064명 중 412명(38.7%)만 취업하는 데 그쳤다. 특히 국문학 박사는 221명 중 64명, 중문학 박사는 44명 중에 14명, 영문학 박사는 96명 중에 25명만 취업하는 등 어문계열의 취업난이 두드러졌다. 사회계열은 2120명 중 1465명(69.1%)으로 비교적 높았지만, 상경이나 법학 등 계열 특성상 졸업생 중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이 많아 실제 취업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 632명 중 296명만이 취업했지만, 전공 특성상 프리랜서가 많아 뚜렷한 의미가 없다는 것이 KEDI의 분석이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이공계 졸업생이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 순차적으로 눈높이를 낮출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있는 데 비해 인문계열은 교수 아니면 회사원뿐”이라면서 “인문계는 해외 진출도 힘들다.”고 밝혔다. ●박사 취업난은 구조적 실업 전문가들은 최근 박사들의 취업난을 구조적 실업으로 진단한다. 진 선임연구위원은 “10년 전만 해도 고급 인력은 일자리의 절대적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정보 부족, 선호도 및 눈높이 등에서 기인한 마찰적 실업이었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아무리 눈높이를 낮추고 구인·구직 정보 소통이 활발해도 배출되는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박사가 만능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선택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맞춤형 인재정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한국콜마를 꼽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한국콜마는 1994년부터 대졸 연구원들에게 업무와 관련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30여명이 학위를 받았다. 연구기관·대학·대기업 등으로 한정된 진로 선택에서 벗어나 지식 기반의 소규모 창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진 선임연구위원은 “연구·개발(R&D)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연구소를 만드는 일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고 인재들도 진취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 학위 자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석·박사 전문 리크루팅 사이트 ‘하이브레인넷’을 창립한 우용태 창원대 교수는 “젊은 인재들을 해외에 파견해 핵심기술이나 학문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등 우수한 박사급 인력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박사 숫자를 조정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과부는 대학이 박사과정 정원을 1명 줄이면 석사과정 정원을 2명 늘려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박사과정 입학생의 3분의1을 상위 10여개 대학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대학들에 석사정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박사 학위 남발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신진호기자 kitsch@seoul.co.kr
  • 줄거리 탄탄 영화화에 안성맞춤… 오래된 소설 재조명에 더 잘팔려

    줄거리 탄탄 영화화에 안성맞춤… 오래된 소설 재조명에 더 잘팔려

    밀고 당기고. 문학과 영화의 관계가 그렇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하고, 영화가 개봉되면 다시 원작소설이 더 팔린다. 어쨌든 요즘 소설은 영화와 불가분의 관계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문학은 영화에 마르지 않는 우물 같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올해 문학-영화의 스타트는 ‘은교’로 시작했던 것 같다. 연초에 김탁환의 ‘노서아 가비’(2009년 살림 펴냄)를 원작소설로 영화 ‘가비’가 제작됐지만 원작이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반면 2년 동안 5만부 정도 팔렸던 소설 ‘은교’(2009년 문학동네 펴냄)는 영화 개봉 전후로 15만부를 더 팔았다. 70대 노인의 10대 소녀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노년에 대한 성찰을 그려 비교적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파장을 일으킨 탓에 더욱 관심을 끌었었다. 멕시코 출신의 노벨문학수상자인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원작소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2005년 민음사 펴냄)은 동명의 영화가 지난 7월 한국에서 개봉되자 원작소설 판매가 5배 이상 늘었다고 복합상영관 CGV는 밝혔다. 민음사 측은 16일 “영화 개봉 전에 월평균 100부 미만으로 판매되다가 7, 8월에 500~600권이 팔렸다.”고 밝혔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90세 노인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고독과 성찰을 다뤘다는 점에서 ‘멕시코판 은교’이다. 영화는 15개 개봉관에서 1만 751명이 들었다. 출판사 RHK는 에드거 앨런 포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09년 미국 미스터리작가협회장 출신인 마이클 코넬리가 편집한 포의 단편소설집 ‘더 레이븐’(RHK 펴냄)을 7월 말 영화 ‘더 레이븐’ 개봉에 맞춰 일부러 내놓았다. 동명의 영화 이름 덕 좀 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영화에 에드거 앨런 포가 나온다는 것 말고는 이 단편소설집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탓에 RHK는 크게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관객이나 독자들이 똑똑하게 무(無)상관을 읽은 것이다. 최종 관객은 15만명이었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 7월 말 국내 개봉 시기에 맞춰 RHK가 펴낸 ‘케빈에 대하여’는 출간 1개월 만에 1만부를 파는 등 판매실적이 좋은 편이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개봉 후 2만 2000여명의 관객이 들었으니, 단순히 산술적으로 따져 보면 영화를 본 절반이 책을 사서 읽었거나, 책을 읽은 사람들 전부가 영화를 관람한 것처럼 보인다. 라이오넬 슈라이버가 2003년 출간한 책으로, 대학살을 저지른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인 아들을 낳은 가족 이야기다.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던 엄마와 작은 괴물이 된 아들이 실패한 애착관계로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비극을 낳는다는 내용이다. RHK 측은 “영미소설은 많이 팔리면 5000권 정도인데 한 달여 만에 1만권을 팔았으니 베스트셀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RHK는 내년 2월에 국내 개봉할 영화 ‘호스트’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소설 ‘호스트’는 ‘트와일라잇’의 저자 스테프니 메이어의 또 다른 장편소설로 2009년 1월에 번역 출판됐다. 출판 무렵 같은 작가의 영화 ‘트와일라잇’이 개봉되면서 관심이 형성돼 3만 5000부 정도 판매했다. 동명의 영화 ‘호스트’가 내년 초 개봉되면 더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에미야 다카유키가 쓴 ‘백자의 사람: 조선의 흙이 되다’(만물상자 펴냄)는 임업 기술자인 아사카와 다쿠미가 1914년부터 조선총독부 임업사업소에서 근무하면서 조선의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을 수집하고 조선민족미술관을 건립해 도자기를 기증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원작소설은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출판돼 200만부 넘게 팔렸고, 국내에서는 7월 영화 개봉에 맞춰 책이 출간됐다. 미국 순문학 출판사인 랜덤하우스 빈티지는 지난 7월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시공사 펴냄)가 출간 석 달 만에 2100만부가 판매되었다고 발표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미국에서 2000만부 이상 팔리기까지 3년이 걸린 것을 떠올리면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영국에서도 J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제치고 영국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에 100만부 판매를 달성한 소설로 이름을 남겼다고 한다. 인터넷서점 YES24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출판 1주 만에 종합순위 2위를 차지하는 등 놀라운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저자는 영화 판권으로 50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다 빈치 코드’가 30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원작료가 아닐 수 없다. ‘주부용 할리퀸 로맨스’라 불리는 여성 취향의 성인소설인데, 영문과 졸업생이자 가난한 아나스타샤와 완벽하게 잘생긴 27살의 성공한 CEO 그레이의 밀고당기는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청소년 시절에 하이틴로맨스류를 좋아한 독자라면 1권 50쪽을 넘기기도 전에 심장에서 반응을 할 것이다. ‘간질간질 너무 재밌다.’는 소리 없는 외침과 함께. 그렇다면 대박나는 영화의 원작소설들은 과연 원작료를 얼마나 받을까. 외국의 경우 작가의 지명도에 따라 원작료가 천차만별인 모양인데, 한국은 그와 상관없이 대체적으로 5000만원 수준이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너도 나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달려드는 바람에 원작료가 1억원으로 껑충 뛰고, 러닝개런티 5%까지 받기로 했다. 문소영·최여경기자 symun@seoul.co.kr
  • [Weekend inside-지구촌 식량위기] 이상기후만 탓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곡물파동’ 불렀다

    [Weekend inside-지구촌 식량위기] 이상기후만 탓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곡물파동’ 불렀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결국 전쟁이나 기아가 일어날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가 1798년 저서 ‘인구론’에서 예언한 전망은 다행히 맞지 않았다. 개발도상국이 2차 세계대전 후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식량문제를 겪었지만,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 ‘녹색혁명’을 통해 위기를 해결했다. 맬서스는 배고픔을 이기려는 인간의 노력을 간과했던 것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 국제 곡물가격은 완만하게 하락했고, 생산력을 높이려는 각국의 노력은 계속됐다. ‘풍요의 시대’는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 감소, 곡물을 이용한 대체연료 활성화, 식량의 자원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하며 곡물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식량을 투기 대상으로 보는 거대 자본의 ‘탐욕’은 세계 인구의 7분의1을 기아의 고통에 빠뜨리는 주범으로 작용했다. ●생산이 수요 못 따라가… 곡물값 2년 주기 요동 2006년부터 국제 곡물가격은 2년 주기로 요동치고 있다. 1972년이나 1996년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발생했던 곡물파동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2004~05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0억 4447만t으로 전년보다 9.79%나 증가했으며, 해마다 20억t 이상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생산의 문제가 아닌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곡물(애그리컬처)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것도 이전과 다른 점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도 이때다.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심각하다. 세계 곡물 생산량은 1990~91년 18억 1009만t에서 2010~11년 22억 4746만t으로 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는 27.1%(17억 5502만t→22억 8746만t) 늘었다. 1990년대 이후 곡물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해는 10차례 있었지만, 소비가 감소한 경우는 4차례뿐이었다. 곡물 생산 차질의 주된 원인은 이상기후이지만 수요 증가는 인간이 야기했다. 우선 석유 파동에 대비해 각국이 바이오연료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곡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미국은 2005년부터 ‘에너지정책법’을 통해 에탄올 생산에 필요한 재원을 보조하고, 세금 우대정책으로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장려했다. 미국에서 수확된 옥수수가 에탄올 생산에 쓰인 비율은 1997~98년 5.5%에서 2007~08년 26.8%로 뛰었다. ●밀·옥수수값 최대 50% 치솟아… 일부 사재기 인간의 ‘돈 욕심’도 곡물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미국과 유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헤지펀드(단기차익을 좇아 이동하는 돈) 등 투기자본이 대거 곡물시장에 몰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곡물 관련 선물 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에 불과하고, 나머지 98%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금융자본”이라고 성토했다. 투기자본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원자재 파생상품시장 규제·감독 일반 원칙을 승인하고,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매매 한도를 두는 등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원유와 옥수수 등 28개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다 업계의 반발로 연기했고, 영국은 규제 자체를 지금까지 반대하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이 식량을 무기화하며 이용하는 것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2008년 식량 수급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은 수출제한 조치를 단행했고, 이는 국제 곡물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는 2010년에도 밀 생산량이 급감하자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2012년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인류는 다시 한번 애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밀과 콩, 옥수수 가격이 최근 두 달 사이 30~50% 치솟았다. 애그플레이션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인 ‘패닉 바잉’(panic buying), 즉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조짐도 있다. 멕시코에서는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콩 6100만t을 2013년까지 수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2008년 식량 파동 당시 방글라데시 등 12개국에서 폭동이 발생한 것처럼 지구촌 전체가 다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바이오연료 수요 감소… 희망적 전망도 그러나 과거의 파동과 지금은 여러 측면에서 달라 식량 위기로까진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일단 핵심 곡물인 쌀의 공급이 원활하다는 점을 든다. 미 농무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세계 곡물 수급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억 6322만t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밀과 옥수수가 각각 4.7%, 3.2%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작황이 양호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쌀은 t당 338달러에 거래됐다. 400달러를 훌쩍 넘겼던 2008년과 비교하면 안정적이다. 바이오연료 수요가 감소한 점도 애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2008년 국제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세계 주요국은 앞다퉈 석유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유가가 95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어서 바이오연료가 절실하지 않다. 중국 등 거대 곡물 소비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곡물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생산 부진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조만간 파종에 들어가는 남미의 수확량이 중요하다.”면서 “남미마저 생산이 저조할 경우 투기자본이 활개를 치며 곡물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G20은 곡물 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27일(현지시간) 긴급 화상회의를 갖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부고] 우방그룹 창업자 이순목씨 별세

    [부고] 우방그룹 창업자 이순목씨 별세

    대구를 대표하는 주택건설업체 우방그룹의 창업자이자 학교법인 구미교육재단과 정화교육재단 이사장인 이순목씨가 15일 오후 3시 경북 구미시립노인요양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73세. 이 이사장은 최근 건강이 나빠져 병원 치료를 받아 왔다. 1978년 우방주택을 창립해 건설업에 뛰어든 이 이사장은 1990년대 청구, 보성과 함께 대구 ‘빅 3’ 건설업체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우방그룹은 2000년 최종 부도 처리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주은영씨와 장남 종환(구미대 부총장), 2남 준환(구미시립노인요양병원 실장), 3남 승환(구미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대구 영남대의료원. 발인은 17일 오전 7시. (053)620-4246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4)제주 서귀포 이어도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4)제주 서귀포 이어도로

    제주도 서귀포시 이어도로는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서귀포 칠십리 해안 풍광이 멋진 이어도로는 제주 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 미항) 건설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한쪽에서는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밀어붙이고 한쪽에서는 아름다운 서귀포 바다와 조상 대대로 살아온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를 파괴할 수 없다며 절대 반대를 외친다. 강정마을을 관통하는 이어도로에서는 요즘도 매일 해군기지 찬성, 반대 실랑이가 벌어진다. 경찰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요란하게 달리고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천주교 신부들이 뙤약볕 아래 도로에서 미사를 지내는 낯선 풍경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수년간 이 모습을 지켜본 이어도로는 그저 이들에게 자리를 내줄 뿐 아무런 말이 없다. 오랜 세월 주민들 간 소통의 길이었던 이어도로가 어쩌다가 불통의 도로가 돼 버렸는지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무거워 보인다. 이어도로는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를 시작으로 대포, 월평, 강정, 법환, 서호동 등 6개의 마을을 아우른다. 길이는 10.793㎞. 제주 전설에 전해지는 피안의 섬, 환상의 섬 이어도(파랑도)와 가장 가까운 도로라 해서 이어도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어도로가 시작되는 ICC JEJU는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회의가 단골로 열리는 제주의 명소다. 2003년 3월 문을 연 ICC JEJU에서는 다음 달 지구촌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려 제주섬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게 된다. 컨벤션센터 바로 옆에서 WCC에 맞춰 개관하는 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가 설계한 앵커호텔과 레지던시 리조트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남국의 섬답게 야자수 가로수가 멋들어진 이어도로는 지삿개 해안으로 유명한 대포마을로 이어진다. 지삿개 해안은 4~6각형의 주상절리가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이어도로가 품고 있는 화산섬 제주의 명소다. 대포마을은 대략 동경 126도, 북위 33도 지점에 있다. 우리나라 표준시는 일본 중앙을 통과하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어 대포마을은 태양이 정남에 오는 시간이 30분 정도 늦다. 대포마을 주민들은 매일 30분 정도 일찍 생활하는 셈이다. 대포마을에서는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천제연폭포에서 물을 끌어다 너베기 논에서 벼농사 등을 짓기도 했지만 1978년 중문관광단지 개발이 시작되면서 관광지로 변했다. 대포포구에는 한치와 멸치를 잡으러 다니는 20여 척의 고기잡이 어선이 아직 남아 있다. 대포마을의 약천사는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웅장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약천사의 대적광전은 단일 법당으로는 동양에서 제일 규모가 크다. 주불로 모셔진 비로자나부처님의 높이가 4.5m로 목불로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크다. 큰 법당의 높이가 29m, 법당 내부의 마루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25m나 되는 등 웅장함을 자랑한다. 월평을 지나 만나는 강정마을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강정(江汀)이란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물이 풍부한 곳으로 서귀포 시민 80%가 이를 급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강정천의 수원을 이루고 있는 냇길이소, 악근천의 수원인 소왕물, 수도가 설치되기 전에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큰강정물 등 3대 용천수는 제주섬이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 맑고 깨끗한 강정의 용천수로 재배한 쌀은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다. 강정천에는 지금도 은어가 뛰논다. 1990년대에 마을 주민들은 당시 황금알을 낳았다는 바나나를 재배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백합 등 화훼농사가 주를 이룬다. 2007년 5월 해군기지 건설 입지로 선정되면서 강정마을은 조선조 설촌 이래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해군기지 찬반 논란으로 이웃 간에 등을 돌리고 형제, 친·인척 간에도 명절 제사를 함께 지내지 않는다. 강정마을 중심을 지나는 도로 좌우편으로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이 이용하는 상점이 따로 생겨나는 등 마을 공동체는 파괴돼 버렸다. 이어도로에서 벌어지는 해군기지 찬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 도로에서는 반대 주민과 활동가들의 농성이 이어지고 경찰은 24시간 배치돼 있다. 그 사이로 관광객을 실은 렌터카와 관광버스들이 무심하게 달린다. 강정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예로부터 일강정이라고 해서 제주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리됐는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도로의 끝자락에 있는 법환동은 자리돔으로 유명한 포구 마을이다. 법환마을은 아름다운 범섬과 태평양으로 펼쳐지는 넓은 바다, 황금 어장을 보유하고 있는 축복받은 마을이다. 이곳의 자리돔은 제주에서도 최고로 쳐준다. 특히 불그스름해서 생기 넘치는 모습을 한 범섬 주변에서 잡은 자리돔은 맛이 뛰어나다. 무인도인 범섬은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고려를 지배했던 원나라의 마지막 세력인 목호들이 난을 일으키자 최영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제주에 와 목호들이 마지막 본거지로 삼았던 범섬을 포위해 섬멸함으로써 몽고 지배 100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유서 깊은 곳이다. 자리돔의 유명세로 여름이면 법환포구에는 식도락 관광객의 발길이 넘쳐난다. 올레길이 생기면서 이들을 겨냥한 카페나 게스트하우스가 속속 들어서 마을 풍경을 바꾸어 놓고 있다. 여름철 태풍이 올라오면 방송사 중계 차량이 어김없이 찾는 곳도 법환포구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정지혜 홍보팀장은 “이어도로 주변의 올레 7, 8코스가 가장 아름답듯이 이어도로는 서귀포 해안을 즐기며 한적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15회는 경북 영양군 지훈길과 두들마을길을 소개합니다.
  • 주인님, 잠자는 돈 깨워주세요.

    주인님, 잠자는 돈 깨워주세요.

    주인이 나타나질 않아 잠자고 있는 돈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이 돈은 이자가 붙지 않는다. 재워둘수록 손해라는 얘기다. 경기침체가 깊어져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요즘 잠자고 있는 돈을 깨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재테크일 것이다. ●휴면계좌 1개당 16만원꼴… 이자없어 빨리 찾는게 이득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인이 찾아가지 않아 은행에 오랫동안 방치된 휴면성 신탁계좌(5년 이상 장기 미거래 불특정 금전신탁)는 3월 말 현재 171만개로 총 2750억원에 달한다. 한 계좌 당 16만원 꼴인 셈이다. 휴면성 신탁계좌는 대부분 1990년대에 가입한 실적배당상품으로 2004년 4월에 가입이 중지된 상품이다. 8년 동안 방치된 이 돈들은 가입자들이 경제여건 악화로 방치하다가 가입사실 자체를 잊었거나 일부는 가입자의 사망 또는 사고 등으로 권리행사를 못한 것들이다. 이 돈들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전국은행연합회의 ‘휴면계좌통합조회시스템’(www.sleepmoney.or.kr)을 이용하거나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휴면성 신탁계좌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계좌조회시스템을 이용하면 잠자고 있는 보험금도 찾을 수 있다. 최근 만기가 지나도 계약자들이 찾아가지 않는 휴면보험금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휴면보험금은 지난해까지 약 4000억원에 달했다. 휴면보험금은 보험계약이 만기 또는 해지된 후 2년이 경과하도록 찾아가지 않아 법적 청구권이 없어진 보험이다. 휴면보험금으로 분류된 계약금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찾아가는 게 이득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3일부터 약 200억원 규모의 미지급된 ‘사망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미수령 주식배당금 1900억… ‘www.ksd.or.kr’서 확인 주식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서 결산 배당금이 지급됐지만 이사하면서 이를 통보받지 못해 찾아가지 못한 미수령 주식이 약 1900억원에 달한다. 미수령 주식이란 증권회사에 주식을 예탁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보유하던 중 이사 등으로 주소가 변경돼 주식배당·무상증자 등을 통보받지 못해 찾아가지 못한 경우 발생하는 주식이다. 예탁결제원 홈페이지의 ‘주식찾기 서비스’(www.ksd.or.kr)를 이용하면 미수령 주식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미수령 주식이 있다면 신분증을 지참해 예탁원에서 주권을 찾으면 된다. ●저축은 피해자 파산배당금 대상 여부는 www.kidc.or.kr 자신이 저축은행 피해자라면 꺼진 불도 다시볼 필요가 있다. 파산배당금 미수령액은 지난 3월말 기준 3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축은행에 5000만원 초과 예금을 했던 투자자 중 해당 저축은행이 파산한 경우 파산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파산배당금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의 미수령 배당금 찾기(www.kidc.or.kr)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미수령 배당금 안내전용(02-758-0434) 전화를 이용하면 된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스팀(STEAM)이란

    융합 인재 교육의 영문 표기인 STEA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ematics)의 첫 글자를 딴 합성어로, 창의적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모델을 뜻한다. 개별 학문의 경계를 넘어 특정 주제나 과제를 중심으로 융합 교육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융합 인재 교육의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미국은 1990년대부터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융합한 ‘STEM’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으며 2006년 버지니아주 기술교육협회장인 조지 야크만이 STEM에 예술(Art)을 포함한 STEAM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더욱 폭넓은 형태의 융합교육을 강조해 왔다. 미국은 현재 향후 10년간 STEM 교사 10만명 양성과 STEM 중점 학교 1000개 조성 등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TEAM 교육은 개별 학문을 통합하고 여기에 흥미, 이해도, 문제 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을 더해 창의적인 융합 인재를 기른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교과부는 STEAM 교육의 현장 확산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국 80개교를 STEAM 리더스쿨로 선정, STEAM 과목을 시범적으로 학교교육에 적용·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리더스쿨 외에도 150개교에서 다양한 과목의 교사가 함께 STEAM 교육 콘텐츠를 연구·개발하는 교사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런던통신] 2012 런던올림픽 폐막식 알고보니…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런던올림픽 폐막식은 영국의 수많은 팝스타들의 등장으로 ‘슈퍼콘서트’, ‘초대형콘서트’라고 불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조지 마이클, 스파이스 걸스, 테이크댓, 뮤즈, 더후 등 영국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해 전 세계에 그들의 대중음악과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그러나 이 폐막식에서 거장 뮤지션들의 음악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것은 아주 많았다. 누가 런던올림픽 아니라고 할 까봐 거대한 영국 국기인 ‘유니온잭’이 경기장 전경을 채웠는데, 이는 영국의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다. 이 거대한 작품은 130m 넓이의 붉은색 기둥, 1990년대 초반부터 쓰던 스핀 페인팅으로 올림픽 경기장을 덮은 흰색과 파란색, 그리고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채워지면서 완성되었다. 폐막식 초반에는 런던아이, 빅벤, 타워브리지, 세인트폴 대성당, 테이트 모던 등 런던의 모든 랜드마크, 흰색 무대 바닥을 덮은 신문지 위의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즈 등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가의 인용글을 보여주었다. 영국에서 가장 성공했던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타고 나온 블랙캡 또한 런던의 상징 중에 하나이다. 또한 나오미 캠벨, 케이트 모스를 포함한 9명의 패션 모델은 영국의 탑 디자인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의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거대한 유니온잭 위에서 캣워크를 가졌다. 폐막식의 뒷부분에서는 영국의 로얄발레스쿨 출신 69년생 발레리나 드레이시버셀(Darcey Bussell)이 현대적인 음악과 의상으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이번 폐막식 총 감독 게빈킴 역시 전직 발레리노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공연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폐막식에 등장한 자동차 중 최고급 세단으로 꼽히는 롤스로이스는 영국 태생이고 영국의 자랑이지만 알다시피 지금은 독일의 폭스바겐 그룹 안에 있다. 그리하여 이번 폐막식에서 영국 과거의 영광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독일에서 차를 주문했다는 약간 아이러니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런던올림픽 폐막식 공연은 ‘We are the world’ 보다는 ‘This is Great Britain’, 즉, ‘우리는 하나’라기 보다 ‘이게 영국이고, 런던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예술, 음악, 패션, 자동자, 무용, 문학 등 총체적인 영역에 걸쳐 영국의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적인 기회였을 수 있다.   윤정은 런던 통신원 yje0709@naver.com 
  • [미리 보는 폐회식] 대형 뮤지션 총출동… ‘영국 음악의 향연’

    [미리 보는 폐회식] 대형 뮤지션 총출동… ‘영국 음악의 향연’

    조지 마이클, 뮤즈, 블러, 리엄 갤러거(그룹 ‘오아시스’의 리더), 그리고 해체한 스파이스 걸스까지. ‘브릿 팝’의 대표 주자들이 한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10일 BBC와 인디펜던트 등 영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13일 오전 5시에 시작하는 런던올림픽 폐회식은 영국이 자랑하는 팝스타 조지 마이클을 비롯해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록밴드 뮤즈 등이 망라된 ‘영국 음악의 향연’으로 치러진다. 대니 보일이 총지휘한 환상적인 개회식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은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폐회식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일부 출연진의 트위터와 리허설 등을 통해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폐회식에는 영국의 대형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가운데 첫 무대는 신예 보이밴드 ‘원 디렉션’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폐회식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하는 데 보내고 있다.”며 “긴장되긴 하지만 리허설 상태가 매우 좋다.”고 전했다. 1990년대 중반 80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올리며 ‘걸파워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파이스 걸스의 5년 만의 재결합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킴 개빈 폐회식 예술감독은 “런던올림픽 폐회식은 19세기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를 비롯해 그래미상 6관왕에 빛나는 아델까지 망라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영국 음악의 정수를 뽑아 창작된 이번 폐회식 무대는 보는 사람들이 앞으로 몇 년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쇼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볼트 “난 레전드” 男육상 200m 첫 2연패

    “이제 난 마이클 존슨과 같은 레전드가 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끝난 육상 남자 100m 결선.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내임을 입증한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는 “전설이 되려면 200m 금메달이 필요하다. 그것이 나의 메인이벤트”라고 말했다. 겸손했던 볼트가 본색(?)을 드러내기까지 딱 나흘이 걸렸다. 9일 남자 200m 결선에서 19초3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스스로 레전드라 칭했다. 볼트에 이어 요한 블레이크(19초44), 워런 와이어(19초84) 등 자메이카 삼총사가 금·은·동메달을 휩쓸었다. 그는 또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2관왕을 달성했다. 100m(9초69)와 200m(19초30) 모두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던 베이징 때보다 기록의 순도는 떨어진다. 대신, 올림픽 역사에서 누구도 밟지 못한 남자 200m 2연패란 신기원을 이뤘다. 200m에서는 2008년 베이징을 시작으로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에 이어 런던까지 메이저대회 4회 연속 우승도 일궜다. 볼트는 우상인 마이클 존슨(45·이하 미국)은 물론, 제시 오언스(1913~1980)나 칼 루이스(50) 등 육상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육상 단거리의 첫 번째 영웅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사상 첫 단거리 4관왕의 신기원을 이룩한, 노예 출신 흑인 오언스였다.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려고 히틀러가 치밀하게 준비한 베를린대회였기에 오언스의 성과는 더욱 빛났다. 48년 만에 오언스의 위업을 재현한 인물이 루이스. “오언스의 존재는 내가 4관왕을 목표로 노력하는 데 큰 자극이 됐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루이스는 LA올림픽 4관왕을 시작으로 서울, 바르셀로나, 애틀랜타까지 4개 올림픽에서 금메달 9개와 은메달 1개를 수집했다. 중장거리의 전설 파보 누르미(1897~1973·핀란드)와 더불어 올림픽 육상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존슨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달리는 ‘스타카토 주법’으로 1990년대 남자 200m·400m를 평정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4개로 루이스에 못 미치지만, 세계선수권 우승 횟수는 8차례로 같다. 특히, 1999년 세운 400m 기록(43초18)은 여전히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다.재미있는 점은 볼트와 다른 레전드들의 애증 관계. 볼트는 존슨이나 오언스에 대해 여러 차례 존경한다고 했지만, 루이스에 대해서는 깎아내리기 바빴다. 9일 기자회견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칼 루이스, 그를 존경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100m에서 9초69로 우승했을 때 루이스가 금지약물 복용을 의심할 만하다는 취지로 말했던 데 대한 앙금 때문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한국 음악의 거장들’ 펴낸 서울대 한국학연구원 송지원

    [저자와 차 한 잔] ‘한국 음악의 거장들’ 펴낸 서울대 한국학연구원 송지원

    오선지에 익숙하다. 음악가 이름을 대라면 모차르트와 베토벤, 바흐 등 서양음악 작곡가가 튀어나올 것이다. ‘한국 음악의 거장들-그 천년의 소리를 듣다’(태학사 펴냄)는 이와 다른 우리 음악이 있음을 보여 준다. ●국악 이야기 쉽게 풀어내 “산책을 하듯 썼어요. 산책을 하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어느 날 안 보이던 것을 발견할 때도 있잖아요. 국악연구는 그런 경험과도 같아요. ” 지난 1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본사에서 만난 송지원(53)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은 책에 차곡차곡 담은 음악가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음악가를 빠끔히 들여다보다가 그들에게 인생역정을 듣는 듯 몰두하게 됐다고 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이 ‘이런 내 이야기를 해 줘’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면서 살포시 웃었다. ‘한국 음악의 거장들’은 2009년에 출간한 ‘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의 확장판이다. ‘마음은 입을 잊고’에는 세손 시절부터 악학 연구에 조예가 깊었던 정조와 절대음감의 소유자 세조, ‘악학궤범’을 남긴 성현, 해금 명인 유우춘, 여성 음악가 계섬과 석개, ‘오디오형 가수’ 남학 등 음악가 28명을 담았다. 이번 책은 여기에 24명을 덧댔다. 저자는 “군주나 사대부 출신은 기록이 많지만 대다수 인물들은 고서에 한두 줄 정도 흔적만 있다. 그런 기록들을 모아 음악학적으로 해석하고 당시 사회상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풀었다.”고 설명했다. 책은 새로 추가한 조선 후기의 문인 오희상으로 시작한다. 거문고 연주를 “삿된 마음을 금하고 자신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여긴 인물이다. 거문고를 탈 때는 안정된 자세와 고정된 시선, 한가로운 생각, 맑은 정신, 견고한 지법을 유지하는 오능(五能)을 강조했다. 거문고를 연주하지 말아야 할 조건(오불탄·五不彈)도 지켰다. 그가 연주를 마칠 즈음이면 “고니가 조용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했고, 고요하고 한가로워” 사람이 절로 빠져들었다고 전해진다. 손가락 끝이 아닌,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음악을 한다고 평가받은 오희상은 송 연구원이 우리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 “선비들은 학문을 닦다가 마음이 답답하면 거문고를 타면서 어지러운 생각을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음악을 생활의 일부, 삶의 포괄적 개념으로 본 풍류가 있었죠.” ●거문고 연주에 고니 날고 노랫소리에 학 춤춰 학이 움찔움찔 춤추고 싶도록 노래한 가객도 있다. 김수장의 ‘해동가요’에 열거된 명창 56인에 속한 김중열(숙종~영조 대)이다. 거문고 실력도 “덤불 속의 난초, 까마귀와 까치 속 봉황새”라고 칭찬받을 만큼 출중했던 그는 18세기 가객으로 활약했다. “궁상각치우를/ 주줄이 잡혔으니/ 창밖에 엿듣는 학이/ 우줄우줄하더라.”는 노래를 남기기도 했다. “장가 먼저 들고 가야금을 배워라.” 하던 스승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평생을 홀로 산 가야금 명인 민득량이 있는가 하면, 젊은 시절 인기를 누리며 아내를 멀리했다가 “늘그막에 비로소 짝이 있는 즐거움을 알았노라.”고 노래한 거문고 거장 이원영도 있다. 정간보 창안이나 편경 제작법을 이룬 세종부터 소현세자를 따라 망국의 한을 안고 조선으로 들어온 명나라 사람 굴저까지 신분과 성별을 초월해 우리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을 줄줄이 만날 수 있다. 석사까지 서양음악을 전공했지만 저자는 서울대 음대에서 한국음악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양 음악과 문학을 폭넓게 넘나드는 이유다. 산책하듯 연구했다더니, 산책길의 수다처럼 책도 재미있다. “1990년대에 KBS 국악 프로그램에서 대본을 쓰고 진행하기도 했다.”는 그의 이력을 듣고 나니 과연 그 ‘글솜씨’를 제대로 녹였구나 싶다. “우리는 서양음악을 많이 알고 있지만 국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요. 우리 음악을 만들고 발전시킨 음악인을 계속 발굴하고 흥미롭게 풀어내면 우리 문화를 보는 시선도 자연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우리 음악인들과 함께하는 산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10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 고발(KBS1 밤 7시 30분) 시중에 유통되는 캐러멜 색소는 4종류다. 그중 암모니아로 처리하는 2종류의 캐러멜 색소에서 발암성 의심 물질이 생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4배나 뛰는 원가 상승 요인 때문에 이에 대해 침묵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콜라를 분석해 캐러멜 색소 남용 실태를 진단해 본다. ●사랑아 사랑아(KBS2 오전 9시) 자신이 선물한 화분이 깨지자 울어버리는 승희(황선희)를 본 노경은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윤식은 승아를 찾으러 서울 거리를 배회하다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한편 임신한 후로 방순은 금동이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며 예민하게 굴기 시작하고 룸에 나가기 시작한 승아는 또다시 노경과 마주치게 된다. ●엄마는 마법사(MBC 오후 4시) 끊임없이 쏟아지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재치 만점 사이언, 열혈 남아 아인스턴, 순수 미인 바이올리스, 탐구 왕자 탐탐이 함께한다. 과학의 신들이 전하는 쉽고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들. 과학 놀이와 체험 활동을 통해 일상생활 속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고 아이와 과학으로 친해질 기회를 가져본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전북 익산의 한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평화롭던 동네가 술렁이기 시작한 건 3년 전 한 지적장애 모녀가 나타난 뒤부터였다. 모녀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12살 딸이 덜컥 임신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월 소녀는 또다시 아들을 낳았다. 첫째 아이를 출산한 지 불과 1년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명의(EBS 밤 9시 50분) 일생을 살면서 임신과 출산, 폐경이라는 신체 변화를 겪어야 하는 여성. 그 변화가 가져오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배뇨 장애가 있다. 대다수 여성들이 배뇨 장애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다는데,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요실금이다. 요실금은 발병률이 대폭 증가해 여성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데…. ●청춘은 아름다워(OBS 밤 11시 5분) 올드하지만 가장 관심이 쏠리는 1980~1990년대의 향수를 스타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추억 여행을 떠나본다. MC 윤정수와 안선영의 진행으로 첫 번째 게스트 이재훈, 유채영과 함께 ‘쿨 명곡 베스트 5’ 토크 시간을 가져본다. 또 3040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트렌드, 문화, 노래, 유행 등을 통해 특별한 추억 여행을 떠난다.
  • 영세 자영업 3년 생존 비율 36.6% 불과

    영세 자영업 3년 생존 비율 36.6% 불과

    영세 자영업자가 가게를 열고 3년간 살아남는 경우가 4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여관업은 평균 5.2년 생존하지만, 셔츠 등 의류 소매업을 하면 평균 2.1년 후 폐업 또는 업종 전환을 하거나 타인에게 가게를 양도한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영세사업자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04년 생긴 영세사업체 353만 1585개 중 3년간 생존한 비율은 36.6%에 불과하다. 4년은 29.5%, 5년은 24.2%만이 살아남았다. 평균 생존기간은 2.5년이다. 2005~2007년에 생긴 영세사업체(218만 7340개)도 50.5%만이 2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5년 이전 생긴 영세사업체 중 평균 생존기간이 가장 긴 업종은 여관(5.2년)이다. 여관은 3년간 살아남는 비율도 74.3%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치과의원이 평균 4.9년(3년 생존율 71.3%) 생존해 뒤를 이었고, 기타 관광숙박시설·한의원·일반의원·가정용 세탁업은 각각 4.5년으로 나타났다. 노래연습장(4.4년) 등도 생존기간이 긴 편이었다. 반면 스포츠 교육기관은 평균 생존기간이 2.0년으로 가장 짧았다. 3년간 살아남는 비율도 24.8%에 그쳤다. 셔츠·기타의복 소매업(2.1년)과 정장 소매업(2.2년) 등 의류판매업도 평균 생존기간이 짧았다. 이재형 KDI 전문위원은 “생존율이 높고 평균 생존기간이 긴 업종은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초기 투자비용이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별 평균 생존기간은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이 1.8년으로 가장 짧았고, 금융업 및 보험업(보험설계사 등)도 2.1년에 그쳤다. 두 업종은 1년 생존율도 각각 46.0%와 45.5%에 그쳤다. 신규 사업자 절반 이상이 1년을 채 못 버티고 퇴출된다는 얘기다. 이 전문위원은 “평균 생존기간이 1~2년인 업종의 영세사업체는 영업이익률은 낮지만 사업체당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절대액수는 높았다.”면서 “평균 생존기간이 짧은 업종이라고 해서 성과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업종의 성장이 빠른 탓에 사업체 진입과 퇴출이 모두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전문위원은 그러나 “영세사업체 종사자 중 임시직과 일일종사자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등 1990년대 후반부터 고용의 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알짜 팔고 타업종과 제휴… 불황타개 안간힘

    알짜 팔고 타업종과 제휴… 불황타개 안간힘

    국내 기업들이 불황형 파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유럽 재정 위기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확산, 수출·내수 부진 등 국내외 악재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자 불황 타개를 위한 각종 전략을 세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와 종합상사 등을 중심으로 알짜 지분을 내다 팔아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타 업종과의 전략적 동맹도 활발하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산업계 전반으로 비상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동부건설은 최근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49.9%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80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데 이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다. STX그룹 역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장 계열사 지분 매각을 계획하고 있다. 현금만 1조 5000억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투자 전문가’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최근 사모투자펀드(PEF)를 구성해 STX에너지 지분 49%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TX그룹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보다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계열사인 STX OSV 매각이 확정됐고 현재 STX에너지, STX중공업 등 비상장 계열사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인 교보생명보험 지분 24% 492만주를 전량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주당 매각가는 24만 5000원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매각 대금은 핵심 투자사업 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이동통신 업계는 긴축 경영과 함께 불황 타개를 위한 신성장 사업 발굴과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다. ‘통신 거인’ SK텔레콤과 ‘유통 대표기업’ CJ그룹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콘텐츠 분야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SK텔레콤과 CJ그룹 계열사는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서비스유통 ▲모바일네트워크 ▲콘텐츠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은 CJ그룹이 가진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 공간을 첨단 IT 기술을 보여 주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J그룹과의 협력으로 양사가 함께 마케팅과 미래 사업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KT는 최근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관리업체인 티카드를 청산종결하고 사업지원 서비스 업체인 인천유시티를 KC스마트서비스가 71.43% 소유하는 형태로 신설했다. 한준규·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9) 천안 풀뿌리희망재단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9) 천안 풀뿌리희망재단

    가족의 학대로 공동생활 가정에서 자란 연우(가명·10)는 외톨이였다.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고,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연우가 달라졌다. 고사리손에 바이올린을 쥐게 되면서부터다. 함께 사는 형의 생일날 “축하곡을 연주해주겠다.”고 먼저 나섰다. 음악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연우에게 이런 꿈을 지펴준 곳은 지난 1월 출범한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이다. 국내 첫 지역재단인 충남 천안의 풀뿌리희망재단이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세 번째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빈곤, 폭력,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된 베네수엘라 빈민 어린이들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끌어들인 무상 음악 프로그램이다. 전쟁터 같던 빈민촌의 범죄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무기력했던 아이들은 미래를 말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상임지휘자)도 여기서 배출됐다. 이를 본뜬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는 저소득, 다문화 가정,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40명으로 꾸려졌다. 오케스트라 출범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풀뿌리희망재단의 창립 멤버인 박성호(53) 상임이사. ●복지·환경등 지역문제 품는 ‘인큐베이터’ 8일 천안시 성정1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는 “영화 ‘엘 시스테마’를 보고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깨닫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사업지원 배경을 밝혔다. “엄마, 아빠에게서까지 학대당한 아이들이 있어요. 자칫하면 소외감, 폭력에 빠질 위험이 있는 이 친구들이 화음을 이뤄가는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면서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어른이 되어서도 누리길 바랍니다.” 재단의 뜻을 전해들은 천안시립교향악단 연주자 등 지역 음악가 30여명도 흔쾌히 재능기부에 나섰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도 요즘 아이들은 내년 1월 첫 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품고 해결하는 인큐베이터가 되겠다’는 풀뿌리희망재단의 설립 목표를 그대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지역사회에서 부족한 공익 인프라를 발굴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거기서 일할 수 있는 사람도 키우자. 이렇게 새로운 분야의 비영리 단체가 만들어지면 처음엔 우리가 품고 돌보지만 자립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됐을 때 독립시키자는 아이디어였죠.” 각 분야의 전문 비영리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할 지역재단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은 1990년대 초부터 천안 지역 시민운동가들 사이에서 공유됐다. 계기가 마련된 것은 2005년이었다. 윤혜란 고문이 천안 YMCA와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등에서 키워낸 인큐베이팅 사업의 성과로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것. 상금 5만 달러(약 5600만원)가 재단을 세울 종잣돈이 됐다. 여기에 시민 143명이 힘을 보태 만든 3억 4500만원을 토대로 2006년 풀뿌리희망재단이 뿌리를 내렸다. ●나눔문화 활성화… 지역재단 확산 기여 박 이사는 “지역재단이라는 도전에 나서기 전에는 돈이란 건 우리와 거리가 먼 것, 우리는 늘 힘들게 몸으로 때워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시민, 기업들의 기부가 이어져 국내 첫 지역재단의 무모한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설립 이듬해 1억원이었던 기부금은 지난해 4억 8000만원까지 불어났다. 기부방식도 다양하다. 천안의 산부인과 의사 3명은 새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5000원씩 모아 5년째 한달에 50만원씩을 꾸준히 재단에 보내오고 있다. 이 같은 ‘연쇄 나눔’은 마침내 ‘지역재단이 대체 뭐냐’며 갸우뚱하던 시민들의 기부의식을 깨웠다. 박 이사는 그 비결로 첫 손에 “지역사회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진 인큐베이팅 사업 덕분”이라고 꼽았다. 저소득가정 청소년들의 방과 후 쉼터인 ‘해누림청소년센터’, 학대·빈곤·유기된 아이들을 키워내는 공동생활가정 ‘꿈찬그룹홈’ 등 절실하면서도 밥벌이 때문에 엄두를 못냈던 사업들을 2년간 지원해 안착시켰다. 박 이사는 기부·활동 내역을 낱낱이 알리는 투명성과 이사들의 활발한 기부 네트워킹 능력, 경상비 최소화 등을 또 다른 성공 비결로 꼽았다. 재단의 나눔은 지구촌으로도 뻗기 시작했다. 천안에서 10년째 일해온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무하마드 자키룰 이슬람의 고향 마을 바길핫에 2010년 이후 우물 30여개를 파주고, 화장실도 만들어 줬다. 정부에 손을 벌리는 대신, 시민들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겠다는 풀뿌리희망재단의 도전이 빛을 발하면서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재단 설립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부천희망재단에 이어 지난 3월에는 성남이로운재단이 설립됐고 안산에서도 최근 재단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풀뿌리희망재단이 첫 지역재단으로 터를 닦은 지난 6년에 대해 박 이사는 “청소년, 환경, 복지 등 지역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게 된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천안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열린세상] 서글픈 6080과 한국의 연금정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서글픈 6080과 한국의 연금정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60세부터 80세 연령층(6080)의 빈곤문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 대부분을 보낸 이들 세대의 월소득이 70만원에 불과해 저소득층의 삶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체 연령층 평균소득의 67%에 불과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높은 상대빈곤율도 사회통합 차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연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노인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2002년 OECD의 정책 권고 이후 기초연금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조세방식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조건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노인 빈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과 OECD의 제도 도입 권고에도 제도 운용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기초연금 도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204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연금을 충당하기 위한 정부지출이 급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도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월 9만 4600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연금액이 부족하고, 정치적 타협과정에서 어정쩡한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제도 속성이 모호해 제도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편방향으로는 대상자를 늘려 모든 노인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자는 입장과 한정된 정부의 재정을 고려해 대상자를 지금보다 점차 줄이되 도움이 더 필요한 취약노인 중심으로 연금을 더 올려 주자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인 빈곤 해소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노인 표 확보를 위해 각 당이 대선공약 카드로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서양에서는 연금제도 개편 논의와 관련된 ‘연금정치’(Pension politics)라는 말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어떠한 연금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정권이 뒤바뀌기도 했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명운도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 길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오랜 논란 끝에 인구 고령화 대처 차원에서 노인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포기하는 대신, 취약 노인계층에게 정부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편하였다. 반면에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노인대국 일본은 오히려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연금개편안을 제시해 많은 전문가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연금정치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연금 개편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OECD가 때마침 우리 연금정치 방향에 대해 거들고 나섰다. 올 5월 OECD는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주장했던 권고안을 철회하고, 투입비용 대비 정책효과가 적은 현재의 기초노령연금 대신 좀 더 혜택이 필요한 취약노인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라는 새로운 권고안을 제시했다. 제대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현재의 노인에 대해서는 준보편적인 제도를 유지할지라도, 앞으로 노인이 될 세대는 취약계층을 중점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OECD의 권고안은 독일의 연금개혁과 유사하다. 1990년대 휘청대던 독일은 ‘어젠다 2010’을 실천에 옮긴 게르하르트 슈뢰더라는 걸출한 정치인 덕분에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 및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개혁안을 실행에 옮긴 뒤 선거에 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난 슈뢰더 총리처럼 당장은 피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소신 있게 밝힐 수 있는 정치인, 그리고 이러한 정치인이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국민,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연금정치가 아닐까.
  • [문화마당] 순환의 ‘회(回)’와 단절의 ‘기(期)’/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순환의 ‘회(回)’와 단절의 ‘기(期)’/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락이 닿은 고등학교 제자 몇 명을 2주 전에 만나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20대 철없던 교사 때 만난 학생들이라 나이 차가 10년도 채 안 되니, 이제는 중년티를 제법 풍기는 어엿한 엄마·아빠이자 이 땅의 책임감 있는 시민들이다. 그런데도 서로들 마냥 즐거워 4반 세기 전으로 시간여행을 함께했다. 새벽 4시가 거의 다 돼 집에 들어가고도 아내의 웃는 얼굴을 본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게다. 그런데 SNS를 통해 처음 대면할 때 좀 이상한 점을 하나 느꼈다. “저는 2기(期) 아무개입니다.”라는 식의 소개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3회(回) 졸업생 아무개입니다.”라고 소개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SNS로 친구를 신청해 온 70여명 모두 자기를 몇 회가 아니라 몇 기 졸업생으로 소개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몇 ‘회’ 졸업이라는 표현이 이미 거의 소멸해 몇 ‘기’로 대체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1980년대 전반 내가 대학생일 때였다. 동문회 신입생 환영회 때 한 신입생이 자기를 “저는 21기 아무개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걸 듣고, 내가 “야. 우리가 군인이냐?”고 품평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함께 있던 선배들도 다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배는 멋쩍어하면서 “저는 21회 아무개입니다.”라고 다시 소개하고, 다들 함께 웃으며 건배한 기억이 난다. 그렇다. 1980년대만 해도 대개 동문회에서는 다들 몇 회 졸업이라고 말했지, 몇 기 졸업이라는 말을 듣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4반 세기가 지난 지금은 기가 거의 평정을 해버렸는지, 오히려 회라는 말을 듣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국어사전의 풀이만으로는 졸업이나 연차와 관련해 회와 기를 명쾌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듯하다. 둘 다 문법과 표현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기는 주로 군대나 사관학교에서 썼다. 또는 내부 조직이 매우 강한 특정 그룹에서만 썼다. 반면에, 일반 교육 기관인 학교에서는 거의 모두 회를 썼다. 이게 바로 자기를 21기라고 소개한 후배에게 내가 “우리가 군인이냐.”고 뼈 있는 농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이자, 실제로 그 자리에 있던 선후배들이 하나같이 수긍했던 이유이다. 실제로, 회와 기는 그 쓰임에서 차이가 있다. 어느 시인의 설명에 따르면, 회(回)는 돈다는 개념으로 단절의 의미가 약한 데 비해, 기(期)는 말 그대로 단절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몇 회 졸업생이라고 하면, 졸업 연도에 따른 위계질서를 거의 강조하지 않는, 그래서 나이를 초월해서도 서로 동등하게 어울리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반면에, 몇 기 졸업이라고 하면, 졸업 연도에 따른 단절과 서열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1970~80년대를 살아온 어떤 학자에 따르면, 1년마다 배출되는 학교 졸업생이면 주로 회를, 수시로 배출되는 직업훈련소 수료생이나 여타 특수한 기관이나 조직의 연수생이면 기를 선호했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실제로, 1980년대에 내가 경험한 대학생활에서도 오직 기만 고집하고 강제하던 조직은 ROTC뿐이었던 것 같다. 주변 동료에게 물어보니, 몇 회 졸업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언제 있었느냐는 식의 의아한 표정을 짓는 분도 있고, 이미 오래전에 회에서 기로 바뀌었다는 분도 있다. 아마도 냉전 종식 무렵, 즉 1990년을 전후해 큰 전환이 있었던 것 같다. 사회의 하드웨어가 민주화되던 시기에, 소프트웨어에서는 왜 이런 역행이 일어났을까? 그러고 보니 ‘왕따’ 같은 말도 1990년대부터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지금은 북극곰만이 아니라 회(回)도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위계질서에 깊이 물든 사람들이 과연 민주시민사회를 제대로 건설하고 가꿀 수 있을까? ‘백마 타고 오는 초인’만 기다리는 것은 ‘시민’이 할 일이 아니다.
  • [폭염에 신음하는 한반도] 뜨겁고 건조한 ‘8월 더위’ 이상해~

    한반도에 뜨거운 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밤 최저 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약 1.8도나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1911~1920년만 해도 여름철(6~8월) 서울의 밤 최저 기온은 평균 18.8도로 선선한 편이었다. 하지만 도시화와 지구온난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서울의 밤 기온은 급격히 상승했다. 1961~1970년에는 19.6도를 기록했고 2001~2010년에는 20.6도까지 올랐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1910년대 밤 최저 기온이 19.3도던 부산은 2000년대 들어 20.2도까지 올랐다. 대구도 1910년대 19.3도에서 2000년대 21도로 1.7도가 올랐다. 기상청은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면 계절적으로 여름으로 분류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90년 동안 1.8도가 올랐다고 하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재 한라봉의 북방 한계선이 전북까지 와 있다.”면서 “작물재배 북방 한계선이 최고 기온보다 최저 기온의 영향을 더 받는데 이는 생태계 등에 변화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야도 늘어나고 있다. 1910년대 서울에서 열대야 기준인 25도 이상을 기록한 날은 연평균 2.25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는 3.42일, 1990년대는 6.55일, 2000년대에는 4.88일로 증가했다. 열대야 발생 일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1990년대 열대야 일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불리는 1994년(24회 발생)이라는 변수가 있고 2000년대 들어 폭우가 잦아진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열대야 증가에는 도시화도 한몫했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소장은 “과거에는 제주도와 부산 등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열대야가 자주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내륙에서 열대야가 증가하는 모습이 뚜렷하다.”면서 “지구온난화와 함께 도시화로 인한 열섬 효과가 열대야 일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전했다. 올여름 더위도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습도도 70~80%를 기록해 덥고 습한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올여름의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어서고 있지만 습도는 봄철 수준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여름 더위는 찜통 더위가 아니라 ‘오븐 더위’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습도 속 더위를 의미하는 찜통 더위나 무더위라는 말이 올여름을 표현하는 데는 맞지 않다는 뜻이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기 시작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지역의 상대습도 평균은 63.3%였다. 다른 여름철보다 습도가 10~15%포인트 낮은 수치다. 그나마 이달 들어서는 50%대로 떨어졌다. 지난 6일 서울의 상대습도는 54.1%를 기록했다. 가뭄을 걱정하던 봄철과 비슷하다. 올해 3월과 4월의 평균 습도는 51.8%와 54.1%였다. 35도를 웃도는 날씨임에도 불쾌지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철에 습도가 50%대로 나타나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면서 “그늘에 가면 서늘함을 느낄 수 있거나 온몸이 끈적끈적해지지 않는 것은 낮은 습도 덕”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폭염에 신음하는 한반도] 도시화의 역습… 뜨거워진 밤, 낮더위보다 무섭다

    [폭염에 신음하는 한반도] 도시화의 역습… 뜨거워진 밤, 낮더위보다 무섭다

    직장인 장덕원(31)씨는 최근 며칠 동안 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장씨는 몸에 큰 병이 생긴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의사는 장씨에게 “수면 부족으로 인한 무기력증”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열대야로 며칠째 밤잠을 못 잔다.”면서 “낮의 불볕더위보다 잠을 못 자게 만드는 밤 더위가 더 무섭다.”고 털어놨다. 열대야가 11일 넘게 계속되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부터 기온이 떨어지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열대야에 대해서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한낮의 폭염이 한풀 꺾인다고 해서 밤 더위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동안 ‘뜨거워진 밤’이 시민들을 괴롭히는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여름철 밤 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1908년 기상관측 이후 서울의 밤 최저 기온 평균을 분석한 결과 기록적 폭염이 발생했던 1994년이 22.1도로 가장 높았고 올해와 2010년이 21.6도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2001년이 21.3도로 4위였다. 여름철 밤 최저 기온 평균 상위 10위에 2000년 이후가 무려 6차례나 포함됐다. 한마디로 2000년이 넘어서면서 서울에 뜨거운 여름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이는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비롯한 6대 도시를 조사한 결과 대전과 대구는 밤 최저 기온 평균 상위 10위 안에 2000년대 이후가 7회나 됐고 광주 6회, 전주 5회, 부산 4회로 각각 나타났다. 특히 대전은 올해 밤 최저 기온 평균이 21.5도를 기록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밤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소장은 “1990년대 이후 여름철 최저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특히 대도시는 도시화 효과와 온난화가 함께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밤이 뜨거워진 이유는 지구 온난화에 있다. 1912~1920년 12.5도였던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2001~2010년 14.1도로 10년에 0.18도씩 상승했다. 서울과 대구는 10년마다 0.24도씩 올라 다른 지역보다 상승 폭이 컸다. 그 결과 여름은 19일이 늘었고 겨울은 17일이 줄었다. 더욱이 온난화는 최고 기온보다 최저 기온이 올라가는 데 영향을 더 미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온실 효과 등의 영향으로 최고 기온의 변화보다 최저 기온의 변화 폭이 더 크다.”면서 “올여름 폭염이 예년보다 세다고 할 수 없는데도 시민들이 더 힘들어하는 이유도 밤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김정은 파격행보는 동생 김여정 작품?

    북한이 최근 미국 만화영화 캐릭터를 공연에 등장시키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작품’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아사히신문은 김여정이 최근 조선노동당 제1과장에 취임해 김정은 제1위원장과 관련된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전했다. 신문은 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지난달 25일 유원지 완공식에 남편의 팔짱을 끼고 나타난 것이나 지난달 6일 모란봉 악단의 공연에 미키마우스나 미니마우스 등 미국 만화영화 캐릭터가 등장한 것, 여가수들의 대담한 의상 등이 모두 김여정의 연출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이 인용한 대북소식통은 “어느 것이든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김여정의 감각이 반영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가족이 아니라면 이런 대담한 연출을 할 수 없다.”며 “가족 이외의 사람이 이런 것을 제안하면 어떤 비판을 받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김여정은 1987년생으로 알려졌고 1990년대 후반부터 수년간 스위스 베른의 공립 초등학교에 유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학 당시 유럽의 문화를 상세히 배웠고 예술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공연에 관여한다는 정보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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