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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터넷 없던 그때 그 시절, 숙제 도와준 ‘정보의 호수’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터넷 없던 그때 그 시절, 숙제 도와준 ‘정보의 호수’

    초등학교 다니던 때,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는 학교 공부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에는 컴퓨터나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 이렇게 자료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숙제를 한 개인에게 내주지는 않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 몇 명씩 모둠을 만들어 조사할 부분을 나누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는데 이렇게 여럿이서 한다고 그래도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자료를 다 찾은 다음에는 커다란 종이에 일일이 손으로 발표 내용을 정리했는데 지금이야 컴퓨터로 몇 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엔 그 작업도 일주일은 족히 걸렸다. 그래서 이런 숙제를 할 때는 선생님이 한 달 정도 여유를 주셨다. 오늘날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서 몇 시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을 이렇게 어렵사리 했다고 말하면 어린 친구들은 대부분 “시간낭비”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냥 헛손질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 시절에도 인터넷 검색도구같이 편리한 게 있었으니, 바로 ‘백과사전’이다. 숙제를 같이 하게 된 친구들 중에는 반드시 집에 백과사전이 있는 사람이 껴 있어야 조금이라도 힘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집엔 백과사전이 없었기 때문에 나 역시 친구 집에 가서 숙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네 집에 있던 것은 동아출판사에서 펴낸 서른 권짜리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이었다. 각 권이 내가 갖고 있는 국어사전보다도 컸고 겉은 튼튼한 하드커버다. 게다가 본문엔 글자뿐만 아니라 컬러사진도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백과사전의 위엄은 나를 주눅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허락만 해준다면 밤새도록 그 집에서 나오지 않고 책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날 이후 언젠가는 나도 백과사전을, 내 힘으로 꼭 구입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백과사전을 구입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이제는 아무도 백과사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간단히 휴대전화를 켜고 검색해 볼 수 있으니 그렇게 커다란 책은 짐만 되는 게 요즘 사정이다. 동아대백과사전 같은 경우 1990년대까지 수정판을 책으로 펴냈으나 이제는 그 모든 내용이 디지털화돼 포털사이트 안으로 들어와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된 백과사전을 곁에 두고 읽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백과사전이야말로 그것이 출판된 시대를 그대로 대변하는 중요한 유산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춘 백과사전이 출판된 것은 1958년 학원사(學園社)를 통해서다. 이 출판사 이름은 우리나라 현대출판인 1세대라 불리는 김익달(金益達) 선생의 호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15세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어렵게 공부한 끝에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선생은 평생 동안 자라나는 학생들을 지원하며 공부하기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정체가 바로 전6권으로 편찬한 학원사 ‘대백과사전’이다. 동아출판사도 그 다음해에 ‘새백과사전’을 출판했으나 이것은 한 권으로 편집된 것이라 월등히 방대한 학원사 백과사전에 비할 것이 못 됐다. 백과사전이 시대를 대변한다는 말뜻은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의 차이점을 보면 안다. 국어사전은 단어의 뜻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은 것에 그치지만 백과사전은 그와 더불어 사진, 그림, 그래프, 통계표 등 여러 가지 보충 자료들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늘 최신 자료를 싣는 것이 백과사전의 경쟁력인 만큼 대표적인 표제 어휘만 훑어 보더라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학원사 백과사전의 예를 들어 보면, 1958년에 펴낸 첫 번째 판에는 없는 내용을 수정판에 대거 포함한 것 중 하나가 1960년 4·19혁명과 그 이듬해 5·16 군사정변에 관한 부분이다. 4·19혁명을 1960년 11월에 펴낸 첫 번째 증보판 제7권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작업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는 걸 실감한다. 군사정변에 관한 내용은 1962년에 펴낸 수정판 제1권에 있다. 오늘날 우리가 군사정변이라고 부르는 사건에 대해서 학원사 백과사전 1권은 ‘군사혁명’이라는 표제어로 길게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한 면 정도를 넘기기 않는 표제어 설명 부분에 유독 군사혁명만큼은 깨알 같은 글씨로 아홉 쪽 반을 할애했고 흑백 화보도 여섯 면을 실었다. 내용을 읽어 보면 박정희에 의한 군사정변을 세계 유수의 혁명들과 견주며 찬양하고 있어서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세계화’라는 관심사와 맞물려 외국의 문화, 그리고 우주 및 인공위성에 대한 분량이 많아졌다. 그 전에도 강대국들은 인공위성을 계속 쏘아 올렸지만 처음으로 사람이 달에 발을 내디딘 것은 1969년의 일이다. 이제 인류의 영토는 지구를 넘어서게 됐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급속하게 산업화 시기를 맞고 있던 우리나라도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아마도 가장 큰 열정을 갖고 있던 쪽은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흐름을 대변하듯 어린이 잡지에는 우주과학이나 외계인 관련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백과사전의 경우 우주와 인공위성 분야는 분량이 워낙 많아 화보집과 본문을 따로 편집해서 부록으로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종이책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책에 활자로 수록한 내용은 금방 옛것이 된다. 학원사 백과사전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기에 처음 여섯 권으로 시작한 후 매년마다 수정판과 증보판을 한두 권씩 덧붙였다. 학원사 대백과사전은 1970년대에 이르러 분량이 20권에 이르렀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백과사전을 구입할 수 있는 가정은 자연스레 교양을 갖춘 중산층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에 학원사는 고가의 전집류를 좀더 많은 가정에 보급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월부책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헌책방에서 일하다 보면 1980~90년대 구입한 백과사전을 매입하느냐는 손님들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개의 경우는 헌책방에서도 매입을 하지 않는 형편이다. 매입을 해 두어도 구입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종이책으로 된 백과사전의 내용이 모두 인터넷에 있기 때문에 굳이 짐만 되는 백과사전은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에 정색하고 반박하지는 못하겠지만 때로 반대로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내용이 종이책에도 그대로 있다. 종이책을 넘겨 보며 찾는다는 건 불편한 일이지만 그 불편함이 또한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어렵게 얻은 지식이 오래 남는 법이고 그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文 ‘치어럽’부터 ‘남행열차’까지 전세대 공략… 安 ‘그대에게’ 개사·안풍 상징 녹색 바람개비

    洪 ‘모래시계’ OST로 별명 부각 劉 저비용 리어카 유세도 검토 후보 6명 선거 벽보도 공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7일부터 대선 후보들은 5인 5색 ‘선거송’으로 표심 잡기에 나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최신 가요와 1990년대 가요를 모두 활용해 전 세대 공략에 나선다. 트와이스의 ‘치어럽’, DJ DOC의 ‘런 투 유’, 홍진영의 ‘엄지 척’, 나미의 ‘영원한 친구’ 등을 유세 로고송으로 선정했다. 문성재의 ‘부산 갈매기’, 김수희의 ‘남행열차’ 등 지역 맞춤형 개사곡도 선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은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 박상철의 ‘무조건’, 박현빈의 ‘앗뜨거’, 마마무의 ‘음오아예’, 동요 ‘비행기’를 선정했다. 또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에 맞게 모래시계 OST도 활용할 계획이다. 홍 후보 측 관계자는 “강한 이미지 보완을 위해 ‘귀요미송’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은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민물장어의 꿈’을 개사해 사용한다. 동요 ‘비행기’와 록 버전으로 편곡한 당가도 활용한다. 안 후보 측은 녹색(국민의당 상징색) 바람개비 소품을 이용해 안풍(안철수 바람)을 의미하는 선거 유세도 계획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은 ‘치어럽’, ‘샤방샤방’ 등을 개사해 활용한다. 특히 비용을 줄이면서 어려운 당의 상황도 보여 줄 수 있는 ‘리어카 유세’를 벌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측은 ‘질풍가도’, ‘붉은 노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을 사용한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심상정이 왜 새로운 대한민국의 적임자인지 솔직하게 보여 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후보들의 선거 벽보도 공개됐다. 문 후보 측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 ‘뽀샵’ 없이 흰머리와 잔주름까지 보이도록 했다고 전했다. 홍 후보 측은 안정감과 책임감을 겸비한 후보임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당내 마지막 경선 때 두 팔을 뻗고 있는 실제 사진을 사용해 ‘진짜 안철수’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다. 유 후보 측은 슬로건 ‘보수의 새 희망’을 강조했다. 심 후보 측은 세월호 배지를 단 사진을 활용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주말 영화]

    ■폭스캐처(EBS1 토요일 밤 11시 40분)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긴 대부호 존 듀폰과 유명 레슬링 선수였던 슐츠 형제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1996년 1월 일어난 이 사건은 미국 사회의 정신적 미숙함, 공허함이 부른 비극으로 회자되고 있다.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세계 최대 화학그룹 듀폰사의 상속인인 존(스티브 커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금메달리스트였던 형 데이브(마크 러펄로)로부터 독립한다. 존의 저택에 머물며 그의 팀 폭스캐처에서 훈련을 하던 마크는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존에게 반발심을 갖는다. 이러한 상황에 존이 데이브를 폭스캐처 팀의 코치로 영입하며 이들의 관계는 더욱더 뒤틀리기 시작한다. 코미디 연기로 유명한 스티브 커렐의 색다른 연기가 일품이다. 채닝 테이텀도 마찬가지. 데뷔작 ‘카포티’(2005)와 ‘머니볼’(2011)로 단숨에 할리우드 기대주로 떠올랐던 베넷 밀러가 연출했다. 2014년 작.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OBS 일요일 밤 10시 10분)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열풍을 일으킨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싱글 여성의 우상으로 떠오른 세라 제시카 파커의 주연작. 워킹우먼을 소재로 했다. 파커는 열혈 펀드매니저 케이트를 연기하며 제작자로도 영화에 참여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각본가 얼린 브로시 매케나가 각색했고, ‘엠마’에서 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은 더글러스 맥그라스 감독이 연출했다. 2011년 작.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독일보다 年742시간 더 일하는 한국 사람…‘주 4일제’는 꿈일까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독일보다 年742시간 더 일하는 한국 사람…‘주 4일제’는 꿈일까

    직장인 77% “근로시간 줄어야” 유럽 선진국 주 4일제 정착 단계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연적 변화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보장되는 삶을 꿈꾸지 않는 직장인이 있을까. 근로시간 단축은 모든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이다. 한국 직장인에게는 다소 요원한 얘기로 들리지만, 일본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했거나 도입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기업의 8%를 차지하게 됐다. 일본 KFC는 주당 근로시간을 주 20시간으로 줄이고 주 3일을 쉴 수 있는 시간한정사원 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지의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제가 정착됐다. 근로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관련 기사가 쏟아질 때마다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주 4일은 꿈 같은 소리’, ‘오후 6시 정시 퇴근이라도 보장됐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쏟아진다. 주 4일제, 근로시간 단축은 정말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일까. ●독일, 근무시간 줄인 결과 실업률 낮아져 근로시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1371시간(2015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2113시간보다 742시간이나 적다. 이는 연간 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평균임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독일의 연간 평균임금은 4만 4925달러(약 5145만원), 시간당 임금은 32.77달러(약 3만 7520원)였지만, 한국의 연간 평균임금은 3만 3110달러(약 3791만원), 시간당 임금은 15.67달러(약 1만 8000원)였다. 독일 직장인은 한국 직장인보다 일은 덜하고 시간당 임금은 2배 이상 받은 것이다. 독일이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꺼낸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독일 폭스바겐은 세계 경기불황 등의 원인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던 1993~1995년, 근로시간을 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하고 임금을 10%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량 해고를 막는 한편 부족한 근로시간에 일할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1997년에는 연장근로의 대가를 돈 대신 휴가로 적립해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기업의 경영부담을 줄이고 노동자에게 양질의 노동 환경을 보장했다. 근무시간 단축 및 유연한 근무형태를 꾸준히 시행한 결과 독일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실업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독일연방통계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독일의 실업률은 4%로 체코에 이어 가장 낮다. 실업률은 높고 취업률은 낮은 한국이 무려 20여 년 전 독일 사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AI·로봇 보편화로 생산성 향상 전망 독일의 사례가 일자리를 나누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선택적인 근로시간 단축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비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근로시간 단축 요인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언은 이미 익숙하다. AI와 로봇의 보편화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인지, 도리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예컨대 과거에는 10명의 노동자가 10시간을 들여 제품 1개를 생산해 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 한 대가 절반의 시간만 들여 같은 수량만큼 만들어낸다. 노동자가 장시간의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순기능을 발휘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높아진 생산성이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노동자는 주당 40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기존의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더 많이, 오래 일해야 높은 임금을 받는 시대가 가고 직장인의 한낱 꿈으로 치부되는 주 4일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4차 산업혁명이 비단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시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할 국가와 기업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보유한 미국의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주당 30시간의 파트타임 근로자를 모집하면서 기존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혜택을 주는 노동제를 도입했고,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지난 1월부터 전 직원 5800여 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323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76.6%를 기록했다. 많은 직장인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저녁과 주말을 보장받으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부 노동자들은 임금 손실을, 고용자들은 추가 고용에 따른 임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제조업과 같은 일부 업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고용으로 생산 단가는 상승하지만 납품 단가는 유지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주 4일제 및 근무시간 단축은 허황된 꿈이 아닌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변화일지 모른다.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탄탄한 보완책이 마련됐을 때 비로소 긍정적인 변화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huimin0217@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심민 전북 임실군수 “50년 임실군민 애환 서린 옥정호… ‘섬진강 르네상스’로 치유”

    [자치단체장 25시] 심민 전북 임실군수 “50년 임실군민 애환 서린 옥정호… ‘섬진강 르네상스’로 치유”

    심민(69) 전북 임실군수는 요즘 대선 후보 못지않게 잰걸음을 하고 있다. 50년 숙원인 ‘옥정호 개발 사업’을 새 정부의 지역개발 정책에 반드시 반영하기 위해서다. 심 군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앙부처를 방문해 옥정호 개발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옥정호를 생태관광 거점으로 개발하는 ‘섬진강 르네상스 상생 프로젝트’가 ‘전북도 19대 대선 공약사업’에 포함되자 이를 이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13일 군수실에서 만난 심 군수는 “새 정부에서는 미완의 길로 남아 있는 옥정호 제2 순환도로 건설사업을 기필코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고 옥정호를 임실의 미래를 담보하는 성장동력으로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옥정호를 생태, 문화, 교육, 관광이 어우러진 국내 최고의 친환경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다음은 심 군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부임 이후 옥정호 개발을 지역 숙원 사업으로 이슈화하고 있다. -옥정호를 조성한 섬진강댐은 국내 최초의 다목적 댐이지만 임실군민들에게는 애환과 시름이 가득한 한 맺힌 인당수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임실 군민들이 50년 동안 흘린 눈물을 책임지고 닦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옥정호를 친환경 관광 명소로 개발해 임실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개발지로 방치됐던 만큼 천혜의 자원으로 빛을 볼 수 있다. →옥정호 개발이 임실군의 숙원이 된 역사적 배경은. -섬진강댐은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65년 준공됐다. 농업용수 공급, 홍수 조절, 수력발전 등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 국내 최초의 다목적 댐이다. 연간 4억 3000만t의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그러나 임실군에는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했다. 국가 발전을 위해 임실이 막대한 피해를 본 만큼 이제 국가가 나서서 보상을 해 줘야 한다. →섬진강댐 건설로 임실군민들이 겪은 애환은. -임실군민들은 수몰과 이주, 단절과 제한에 갇혀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강제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수몰민이 2000가구 1만 5000명에 이른다. 특히 댐을 건설하면서 당연히 추진했어야 할 순환도로마저 한쪽만 개설돼 많은 주민들이 교통 단절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운암면 주민들은 면사무소를 가기 위해 30㎞를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1999년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임실 전체 면적의 40%가 개발 제한의 불이익을 받았다. 이로 말미암아 발생한 피해가 400억원을 넘는다. 길이 끊긴 옥정호를 건너다 숨진 주민도 40명이나 된다. 수몰민들은 부안 계화간척지로 이주했지만 13년이나 사업이 지연돼 농지 분배권도 무용지물이 됐다. 일부 수몰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시화간척지로 이주했지만 공단 조성으로 이마저 잃었다. 안산시로 다시 흘러들어 간 수몰민 후손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되는 애환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전북도 대선공약으로 선정된 섬진강 르네상스 상생 프로젝트 내용은. -섬진강 프로젝트는 옥정호를 끼고 있는 정읍시·순창군·임실군이 더불어 추진하는 상생 사업이다. 옥정호를 차별화된 내륙 호반관광지로 개발하는 계획이다. ‘문화와 생태가 흐르는 더불어 섬진강’이 핵심 콘셉트이다. 2018년부터 7년간 3000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 계획이다. 재원은 국비 1950억원, 도비 840억원, 시·군비 150억원, 기타 60억원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옥정호 순환도로 개설 등 지역재생 기반 확충 ▲생태지역자원의 창의적인 활용 ▲지자체 간 상생 거버넌스 구축 등 3개 분야로 추진된다. 우리 군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280억원을 투입해 생태환경교육과 레포츠체험이 가능한 섬진강 에코뮤지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섬진강 르네상스 상생 프로젝트가 대선 공약으로 적합한가. -명분과 사업효과 모두 적합하다. 수자원 인프라 확충 정책으로 고향을 잃고 생활기반을 상실한 지역에 대해 국가 차원의 치유와 피해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 사업은 옥정호 주변 3개 시·군뿐 아니라 전북도 전체에 개발 효과가 파급돼 주변지역 상생 협력, 사회통합 선도 모델이 될 것으로 믿는다. 무엇보다 국가가 완수하지 못했던 사업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조명돼야 한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희생한 임실 주민들에게 정부가 뒤늦게라도 보상에 나서는 것은 의미 있고 당연한 일이다. 그게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는 헌법 정신이다.→중앙부처와 정치권의 반응은. -민선 6기 군수 취임 이후 2015년 3월부터 국회, 중앙부처, 정치권,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30번 넘게 찾아가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여러 차례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도 설계용역비로 18억원을 요청했지만 안 됐다. 주민들도 2015년 4월 권익위에 순환도로 개설 청원서를 제출했다. →섬진강 르네상스 상생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시급한 사업은 -댐 건설로 수십년간 피해를 받은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고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게 섬진강 르네상스 상생 프로젝트이다. 그 프로젝트의 핵심이 순환도로 개설이다. 우선 도로가 개설돼야 교통 불편이 해소되고 다른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다. 북측 1순환도로는 1990년대 겨우 개설됐지만 남측 2순환도로 15.8㎞는 아직도 미완성이다. 북측 순환도로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만큼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남측 순환도로까지 개설되면 옥정호 종합관광특구 조성이 촉진되고 섬진강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다. 임실은 애환, 슬픔, 고통에서 벗어나 화합, 행복, 통합을 여는 미래의 길로 전진할 것이다.→옥정호 순환도로는 지방도다. 도로 개설은 전북도 몫이 아닌가. -섬진강댐 건설은 국책사업이다. 국책사업 추진으로 발생한 주민불편과 지역개발 제한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 댐 건설 당시 추진했어야 할 사업을 미뤘다가 지방도로 지정한 뒤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1500억원이나 들어가는 남측 순환도로 건설사업을 전북도가 혼자 추진하는 건 사실상 무리다. →섬진강 르네상스 상생 프로젝트가 전북도 공약에는 포함됐지만 새 정부 정책으로 반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옥정호 개발은 임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북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최근 권익위가 수몰민들의 생계 대책을 내놨다.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수몰민들이 겨우 자리를 잡은 폐천 용지 22만㎡가 섬진강댐 재개발로 또다시 물에 잠길 위기를 맞았으나 권익위 중재로 지킬 수 있게 됐다. 10여 차례의 조정 끝에 폐천 부지를 성토해 수몰민들에게 특용작물 재배단지 등 농경지로 제공하기로 했다. →다음달 새 정부가 출범한다. 향후 계획은. -새 정부는 치유와 화해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50년 넘게 상처가 아물지 않고 소외된 임실 군민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도 새 정부의 몫이다. 임실군민들의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끊임없이 건의하고, 요구하고, 호소하겠다. 새 정부가 소수와 약자, 희생자와 피해자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풀어 주길 기대한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실베스터 스탤론, 노동착취 당했다고 소송에 나서

    실베스터 스탤론, 노동착취 당했다고 소송에 나서

    영화 ‘로키’와 ’람보‘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에 오른 영화배우 (71)이 미국 메이저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990년대 초반 자신이 출연한 영화 ’데몰리션맨‘이 엄청난 수입을 올렸는데도 자신의 회사에 배분된 이익은 터무니없이 작았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스탤론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항소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워너브러더스가 ’데몰리션맨‘ 수입을 은폐하고 자신의 제작사가 받아야 할 수익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데몰리션맨이 올린 수입이 6690여만 달러(766여억원)이었지만 스탤론의 회사인 로그 마블에 돌아온 수표는 200만달러(23억원)에 불과했다며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스탤론은 “영화 수입의 15%를 받기로 돼 있었다”면서 “영화에 쏟아부은 재능에 대한 대가를 이런 식으로 빼앗기는 관행을 끝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1993년작 ’데몰리션맨‘은 스탤론이 냉동인간으로 미래에 살아나 범죄와 싸우는 줄거리의 SF 액션물로 웨슬리 스나입스 등이 함께 출연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문화마당] 한류가 식고 있다는데/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문화마당] 한류가 식고 있다는데/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한류가 퇴조하고 있는가. 며칠 전 그런 불길한 조짐을 확인해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정 국가와 권역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조사 대상국에서 소비 예상 증가치가 줄고 반(反)한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어 앞날이 밝지 않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최근 낸 ‘2016~2017 글로벌 한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미주·유럽·중동 주요국에서 ‘1년 후 한류 콘텐츠 소비가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80.2%로 전년보다 8.6% 포인트가량 줄었다. 지난 총 6차례 조사 가운데 처음 감소로 돌아섰다. 이런 흐름은 한류에 대한 관심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1년 후 한류 관심도가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0.6%로 전년 대비 8%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반한류 분위기에 공감한다’는 비율은 평균 21.1%로 전년보다 4.9% 포인트가 늘었다. 인도(33.7%), 일본(28.3%), 중국(27.8%), 아랍에미리트(25%) 순으로 반한류 공감도가 높았다. 어느 정도 이미 예견된 일이긴 했다. 가장 큰 한류 시장인 중국은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하며 극단적 보호주의로 돌아섰고, 1990년대 후반부터 한류의 시발점인 일본과는 외교적 갈등으로 문화교류조차 꽁꽁 얼어붙은 지 오래다. 두 나라는 그렇다 쳐도 비교적 정치·외교적 현안에서 자유로운 미주와 유럽, 동남아, 중동 등 세계 전역에서 경고음이 들여온 것은 다소 뜻밖이다. 거품이 빠지면서 생기는 조정국면이면 좋겠지만 ‘한류 콘텐츠의 획일성·식상함’을 관심도 하락의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 보고서의 분석을 보면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미친다. 문화권 간 대중문화의 교류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문화할인율’이라는 게 있다. 인종과 언어, 종교, 문화적 정서와 관습 등이 유사하여 문화권 간 간극이 좁을 경우 자신의 문화적 경험을 크게 할인하지 않아도 타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 문화할인율이 높아 한 나라의 문화상품이 다른 나라에서 수용되기가 어렵다. 한류를 주도하는 TV드라마가 동남아 권역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문화할인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안방이라고 여긴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한류 공감도가 격감하는 것은 심상치 않다. 단순히 정치·외교적 갈등 요인을 탓하기보다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럼 하강 국면에 있는 한류의 흐름을 상승 기류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오래, 넓게 사랑받는 경쟁력 있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기에 몇 가지 발상의 전환이 추가된다면 국면 전환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우선 지나치게 문화산업(콘텐츠) 지향적인 한류에 대한 개념을 순수예술로 확장해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순수예술은 대중문화에 비해 예의 문화할인율은 높지만 상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국가 간 교류 가능성은 포괄적이며 광범위하다. 막상 물꼬가 트이면 그 효과는 깊고 넓어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 사실 한류가 도달해야 할 정점이 이게 아닌가 싶다. 이외에 급히 시도해볼 만한 대응책으로는 우회하거나 현지화하는 방법이다. 중국 진출이 막히자 인접 시장인 홍콩에서 한국 뮤지컬 설명회를 연 것은 우회 전략의 한 예이다. 현지 예술가들과 협업을 통해 우리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현지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위기는 기회라는 평범한 진리 앞에 한류가 놓여 있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4월 위기설, 그 실체는?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4월 위기설, 그 실체는?

    지난 달 우리 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호주로 갈 예정이었던 칼 빈슨 항공모함 타격전단이 싱가포르에서 뱃머리를 돌려 다시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칼 빈슨 항모의 한반도 지역 전개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억제 능력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대적인 군사력 증원은 단순 억제 차원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6.25 전쟁 휴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한반도 주변에 출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규모의 군사력이, 얼마나 들어오기에 국제 금융시장까지 술렁일 정도의 ‘4월 위기설’이 이토록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대북 무력 압박에 나선 미‧중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만 키워주었다는 비판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커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고, 여기에 탑재할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우선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가 담긴 ‘작전계획 5015’를 본격적으로 다듬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미연합 키 리졸브 훈련 때부터 수차례의 도상연습을 통해 참수작전 등 대북 선제타격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절차를 숙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창끝통합(Combined Edge)‘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해 실전 경험이 있는 미군 장교를 한국군 부대에 파견함으로써 한국군의 역량 부족 문제도 보완했다. 연합훈련 또는 대북 억지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주한미군 전력도 증강했다. 구형 OH-58D 헬기를 교체한다며 최신형 AH-64D 아파치 롱보우 공격헬기를 2배로 증강했고, 별다른 발표 없이 오산과 군산에 F-16C/D 전투기를 2배 가까이 증강했다. 별도 발표 없이 포항과 군산 등지에 F/A-18E/F 전투공격기와 AH-1W 공격헬기, MV-22B 오스프리 수송기 등의 해병 항공전력이 전개됐고, 특히 군산에는 요인 암살 임무에 자주 동원되는 최신형 무인공격기 MQ-1C 그레이 이글이 배치됐다. 참수작전 수행을 위해 흔히 ‘델타포스’로 통하는 미 육군 특수부대 CAG(Combat Application Group)와 해군 네이비씰(Navy SEAL)의 최정예 팀인 6팀(일명 ‘데브그루’)이 한반도에 전개되어 한국군 특수부대와 연합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영국군 최정예 특수부대 SAS를 비롯한 호주와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의 최정예 특수부대들도 한반도에 대거 출동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과 괌에도 대규모 군사력이 증강됐다. 이와쿠니 미 해병항공기지의 F/A-18 전투기 세력은 평시의 2배 이상 규모로 늘어났고,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B도 작전배치됐다. 오키나와에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A가 12대 배치되었으며, 괌에는 평시 전력의 2배에 달하는 폭격기 전력이 전개했다. 물론 이렇게 병력과 장비가 전진 배치된다고 해서 전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군의 전쟁은 기본적으로 ‘물량전’이기 때문이다. 선박자동위치식별시스템(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에 기록된 항만 입‧출항 정보와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MSC·Military Sealift Command)의 용선계약 내역을 확인해보면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대량의 탄약을 한반도로 실어 날랐다. 이들 탄약은 주로 공군용 항공과 육군용 탄약으로 항공기에 탑재되어 지상을 폭격하는 공대지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들이다. 이러한 대규모 탄약 반입은 지난해 3월부터 지속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최근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일부 물자가 들어온 것이라는 국방부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칼 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배치는 이러한 전쟁 준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전쟁은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전투기와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기존 7함대 배속 전력인 로널드 레이건(USS Ronald Reagan) 항모전단과 더불어 칼 빈슨(USS Carl Vinson) 전단까지 2개 항모전단이 들어와 있다. 이밖에 태평양의 날짜변경선 인근에 임무 배치 전 훈련(COMPTUEX·Composite Training Unit Exercise)을 마친 니미츠(USS Nimitz) 전단까지 합치면 유사시 일주일 이내에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는 항모전단은 3개에 달한다. 이밖에 현재 미국 서부 해안에는 존 C. 스테니스,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 2척의 항공모함이 더 대기 중이다. 이밖에도 항공모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4만톤급 대형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USS Bonhomme Richard)가 사세보에서 제31해병원정대를 싣고 대기 중이며, 당초 인도양의 제5함대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마킨 아일랜드(USS Makin Isaland)도 7함대 지역 배속 명령을 받고 지난 주말 제주 남방 해역에 들어왔다. 마킨 아일랜드 전단 역시 제11해병원정대 병력을 싣고 있다. 이밖에도 동태평양 지역에 제15해병원정대를 태운 최신형 강습상륙함 아메리카(USS America)도 포진해 있다. 일주일 이내에 3척의 상륙전단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고 미국이 군사작전을 결심하면 보름 이내에 최대 5개 항모전단과 3개 상륙전단이 한반도 근해로 출동한다. 이들 전단은 최소 300여 대 이상의 최신예 전투기를 날려 보낼 수 있고, 동시에 수 백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부을 수 있으며, 중무장한 1개 사단급 해병대 병력을 상륙시킬 수 있다. 이토록 가공할 위력을 가진 전력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북 선제타격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북한의 반격에 의한 한국의 수도권 피해에 대한 우려와 김정은 정권 제거 이후 안정화 작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모종의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이 같은 부담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중국은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한 난민 통제 및 인도적 구호 작전에 대한 실무토의와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에 난민 수용시설을 위한 부지를 마련하고 이 지역을 통제하는 한편, 접경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이동 배치하기 시작했다. 한반도를 작전구역으로 삼는 북해함대에 기계화사단을 모체로 하는 1개 상륙사단이 신규 배속되어 북한 지역에 대한 상륙작전 능력을 갖추는 한편, 남중국해 무력시위에 동원되었던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이 북한과 인접한 발해만 일대로 출동해 대기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인민해방군에 전투준비태세 강화 지시가 하달되었고, 북부전구 소속 제16‧23‧39‧40 집단군 예하 각급 신속대응부대와 전투근무지원 세력 약 15만 명이 북한 접경지역으로 차출되었다는 소식이 대만과 일본 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성격보다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박자를 맞추어 후속 군사행동에 들어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례 없는 규모로 미군이 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사태에 대한 우려 메시지만 밝힐 뿐 별다른 군사적 견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 붕괴 유도 또는 선제타격에 무게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한 것처럼 전쟁은 또 다른 형태의 정치행위이다. 따라서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어난다. 미‧중 양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통해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은 양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가고 있는 북한이라는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 전체가 사실상 군대나 다름없는 세계 최대의 병영국가이자 핵과 미사일, 화생방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휴전선에서 5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국가 전체의 인적‧경제적 자산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남한에게 튈 불똥도 심각한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은 수령이 뇌수, 당이 신경, 인민과 군대는 세포라고 가르치는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김정은과 핵심 요인 몇 명, 즉 두뇌만 제거하면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이상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면전 대신 수뇌부만 제거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 정권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태영호 前 영국공사 망명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정은의 극단적인 공포통치는 북한 엘리트 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체제 불안정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여 년간 선군정치라는 이름으로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았던 군부의 불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은 한때 온갖 이권에 개입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집단이었지만,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숙청되고 기득권을 박탈당하는가 하면, 어린 김정은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고 있다. 군부 원로들이 대거 숙청 또는 좌천되었고, 각 지역의 기업소나 무역회사 등 군부의 돈줄이었던 이권 사업들은 대부분 노동당에 빼앗겼다. 새로 임명된 고위 장성들 역시 김정은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에 따라 진급과 강등을 되풀이했고, 일부는 김정은이 참가한 회의장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총살되기도 했다. 업무 능력과 충성도에 관계없이 김정은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자신과 가족이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쿠데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밀란 스볼릭(Milan Svolik)이 1946~2008년 기간 중 등장했다가 사라진 독재자 303명을 분석한 논문을 살펴보면, 독재자의 67%는 지배 엘리트 계층이 일으킨 쿠데타나 정변으로 제거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북한에서도 얼마든지 쿠데타나 정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북한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고 지배 엘리트 계층, 특히 군부 세력의 불안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주변국이 정보기관을 동원한 공작으로 이들 군부 엘리트 계층의 불안이라는 불씨에 기름을 끼얹을 경우 김정은 체제는 내부로부터 급속도로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내부에서 체제 전복 시도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 이전에 평양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서 김정은 제거를 직접 시도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거의 근접했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더 이상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정치권 전반에 팽배해 있다. 또 현재 한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리더십 부재 상태에 있고, 차기 정권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우호적일 가능성이 아주 낮기 때문에 미국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은 4월말까지이다. 미국이 공습에 나선다면 미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들이 총출동할 것이다. EA-18G 전자전기 등이 북한 전역의 레이더와 통신기기를 먹통으로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수백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AGM-86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이 지대공 미사일 기지와 레이더 기지, 그리고 주요 지휘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강화 콘크리트를 60m 이상 관통할 수 있는 벙커 버스터를 탑재한 B-2A 스텔스 폭격기들이 김정은 은거 예상 시설을 정밀 폭격하는 동안 F-22A와 F-35B 등 스텔스 전투기들이 평양 일대의 김정은 경호부대는 물론 도주용 차량과 열차, 항공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초토화시키고 나면 우리 군 특전사, 미군 델타포스 등으로 구성된 특수부대가 평양과 영변 등에 들어가 김정은의 사망여부를 확인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며, 핵무기를 회수 및 제거할 것이다. 전쟁은 금방 끝나겠지만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제거된 이후이다. 정국은 극도로 혼란하며 주변국과 비교해 군사력마저 빈약한 한국은 전후 처리 문제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도, 미·중 양국에게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국경 통제와 북한 지역 안정화, 대량살상무기 회수 등의 명분으로 북한 지역에 중국군이 들어오게 되면 북한에는 친중 성향의 새 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이자 세계 5위권의 육군대국인 한국과 국경선을 맞대는 것을 대단히 불편해하는 중국은 북한의 새 정권을 적극 지원할 것이고, 필요할 경우 북한 지역에 계속적으로 중국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북폭을 통해 미국은 세계경찰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자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제거하며 첨단무기 판촉을 통한 경제적 부수효과를 얻을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안보 불안 요소를 하나 제거하고 한반도 북부에 반영구적인 완충지대를 확보할 것이며, 동해로 나가는 항구를 얻어 미·일과의 패권 경쟁에서 불리한 핸디캡을 일정 부분 감소시키는 전략적 이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은 요원해질 것이며,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극도의 혼란이라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한국이다. 한 세기 전, 힘없는 대한제국은 열강들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국권을 빼앗기고 무너졌다. 국민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일치단결하지 않는다면 강대국들이 자국의 입맛에 따라 한반도라는 테이블 위에서 제멋대로 우리의 주권과 미래를 요리하는 치욕을 또 한 번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하늘 나는 ‘플라잉카’ 이륙 준비 완료…곧 판매 시작

    하늘 나는 ‘플라잉카’ 이륙 준비 완료…곧 판매 시작

    자동차들로 꽉 막힌 도로 위를 벗어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의 자동차 '플라잉카'(Flying car)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슬로바키아 회사인 에어로모빌(AeroMobil)은 동명의 플라잉카를 오는 20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전세계 럭셔리 슈퍼카들의 경연장인 '탑 마르케스 모나코'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대부터 연구, 개발된 에어로모빌은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으로 작동되며 지상에서는 최대 시속 160km, 하늘에서는 날개를 활짝 펴고 200km의 속도로 날 수 있다. 일반 주유소 급유로 자동차로서는 약 500km, 비행기로는 690km 거리까지 운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 여기에 기본구조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탄소섬유 재질로 제작되어 있으며 남자들의 오랜 꿈을 실현시켜 주겠다는듯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에어로모빌 측은 "자동차와 비행기의 장점을 완벽하게 합친 제품"이라면서 "가장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인 미래형 2인승 교통수단으로 올해 내 선주문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어로모빌 뿐 아니라 전세계 여러 회사들이 개발한 플라잉카들 또한 본격적으로 '이륙'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 2월에도 네덜란드 회사 PAL-V 원(PAL-V One)은 자체 개발한 플라잉카 ‘PAL-V 리버티 파이오니어’(Pal-V Liberty Pioneer)와 보급판인 ‘리버티 스포츠’(Liberty Sport)의 선주문을 받은 바 있다.   비행기보다는 헬리콥터와 모습이 비슷한 PAL-V는 2인승으로 10분 정도면 세 바퀴 자동차에서 이륙이 가능한 기체로 변신한다. 최고 시속은 공중과 도로 모두 180km이고, 하늘에서는 최대 500km, 지상에는 12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또한 다시 땅에 내려앉으면 회전날개를 접고 일반적인 자동차가 된다. 에어로모빌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보급판인 리버티 스포츠의 경우 39만 9000달러(4억 5000만원)에 판매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그 시절 선거 풍경’ 민주주의 한국 만들다

    ‘그 시절 선거 풍경’ 민주주의 한국 만들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에 많이 치러졌다. 1952년 4월 25일에는 최초로 지방의회의원선거가 있었고, 1996년 4월부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시행되고 있다.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11일 ‘기록으로 보는 그 시절 선거풍경’을 통해 1948년부터 1990년대까지의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유세 활동, 투표 및 개표 모습 등에 대한 모습을 소개했다. 동영상 6건, 사진 27건과 우표, 포스터까지 모두 39건의 기록물을 공개했다.1948년 5·10 총선거는 광복 이후 제헌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의미 있는 선거다. 하얀색 한복과 고무신을 신고 투표소 앞에 줄 선 여인들, 상투를 틀고 망건을 쓴 노인과 아이를 업은 젊은 아낙네의 모습에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려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1952년 지방의회의원선거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후 3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시행되었는데 읍·면 의회 선거는 4월 25일에, 도의회 선거는 5월 1일에 유엔 감독 아래에 치러졌다. 지게를 지고 벽에 붙은 공고문을 보는 사람들, 선거용 트럭 앞에서 국제연합한국통일부흥위원회 직원들과 대화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치열한 전쟁과 피난살이의 고단함 속에서도 최초로 열리는 지방의회의원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잘 보여 준다. 선거 개표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후보자나 유권자에게 가슴 졸이는 순간이지만 득표 상황과 선거 결과를 접하는 방법은 오늘날과 사뭇 달랐다. 1960년 민의원 선거에서 입후보자의 득표 상황을 수기로 현황판에 반영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기업 기부 새틀 짜자] ‘편법 기업승계 도구’ 낙인… 기업 재단은 억울하다

    [기업 기부 새틀 짜자] ‘편법 기업승계 도구’ 낙인… 기업 재단은 억울하다

    자수성가를 통해 30조원대 기업을 일군 나재벌 회장은 그동안 사회에 진 빚을 갚겠다며 계열사 보유 지분을 출자해 재단을 세웠다. 나 회장은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문화 예술계에서 큰손으로 불렸다. 그러다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들 나승계 부회장에게 이사장직을 물려줬다.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나 부회장은 부친이 보유한 재단 지분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그러면서도 상속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공익재단에 출연한 계열사 지분 5%(성실공인법인 10%)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기업이 사회 환원 차원에서 세운 공익재단이 뭇매를 맞고 있는 건 일부 기업들이 재단을 편법 승계 수단으로 삼고 있어서다. 삼성도 1980년대 삼성문화재단 등을 통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한 뒤 세금 없이 ‘부’를 이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공익재단의 변칙 상속을 막기 위해 법 규제가 강화됐지만 기업들이 재단을 활용하려는 유혹은 여전하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소 비용으로 승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박사는 11일 “일부 재벌 대기업이 총수 일가의 지분 확보용으로 (재단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재단 전체가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기업과 재단은 공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은 자본 축적과 사익 추구가 목적이고, 재단은 자본 유출과 공익 추구가 본성인데 어떻게 양립 가능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기업 재단은 활성화돼 있다. 우리 법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비과세 한도를 5%로 제한(5%룰)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 50%까지 허용해 준다. 독일과 영국은 아예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기업 재단을 규제하는 것보다 허용했을 때 얻는 실익이 크다고 본 것이다. 단, 조건은 공익성을 갖췄을 때다. 백분율 기준은 오히려 기업들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재단에 출연한 계열사 주식이 배당 형태로 다시 재단에 환원되지 않으면 공익 목적으로 출연한 게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쉽게도 국내 주요 재단(63곳) 중에서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비율(공정가액 대비 배당)이 5%를 넘는 곳은 5곳뿐이다(경제개혁연구소·2015년 기준). 계열사 51곳은 배당을 아예 안 했다. 평균 배당금 비율은 1.31%로 예금 금리 수준에 그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85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경우 외부 기부금 없이 배당수익, 펀드랩분배금수익 등으로 운용되는데, 2015년 배당수익은 약 46억원이다. 문제는 배당을 하지 않아도 강제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전체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편법 승계의 길을 원천 차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공익 재단의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규정해 공익성을 갖춘 재단만 허용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 곽관훈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재단의 법적 정의가 너무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면서 “일본처럼 공익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공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주식 출연의) 1%도 허용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규제를 풀어 정부 예산의 사각지대에 놓인 복지를 기업 재단이 메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해태의 추억’ 시민 품으로

    1980∼1990년대 선동열 등 대형 스포츠스타를 배출하며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해태 타이거즈의 추억이 담긴 광주 무등야구장이 2020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광주시는 11일 새 야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개장 이후 방치돼 온 무등야구장 활용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 457억원을 들여 무등야구장을 리모델링한다. 노후화한 관람석 일부를 철거하고 아마추어를 위한 야구장으로 새롭게 조성한다. 야구장 지하에는 1252면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해 이곳과 이웃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소한다. 내외야 관람석을 철거한 공간과 경기장 주변에는 풋살장, 다목적구장, 조깅트랙, 야외체육기구 등을 갖춘 체육공간이 마련된다. 1965년 건립된 무등야구장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해태 타이거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가 건립되면서 2013년 10월 4일 경기를 끝으로 프로야구 경기는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무등야구장 아마야구장 등으로 새롭게 변신

    1980∼1990년대 선동열 등 대형 스포츠스타를 배출하며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해태 타이거즈의 추억이 담긴 광주 무등야구장이 2020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광주시는 11일 새 야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개장 이후 방치돼 온 무등야구장 활용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20년까지 457억원을 들여 무등야구장을 리모델링한다. 노후화한 관람석 일부를 철거하고 아마추어를 위한 야구장으로 새롭게 조성한다. 야구장 지하에는 1252면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해 이곳과 이웃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소한다. 내외야 관람석을 철거한 공간과 경기장 주변에는 풋살장, 다목적구장, 조깅트랙, 야외체육기구 등을 갖춘 체육공간이 마련된다. 웰빙지압길, 산책로, 쉼터, 친환경 어린이 테마파크, 소공연장도 들어선다. 지상에 설치한 녹지와 각종 체육공간 등은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1965년 건린된 무등야구장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해태 타이거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가 건립되면서 2013년 10월 4일 경기를 끝으로 프로야구 경기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대한민국, ‘주 4일제’는 요원한 꿈?

    [송혜민의 월드why] 대한민국, ‘주 4일제’는 요원한 꿈?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보장되는 삶을 꿈꾸지 않는 직장인이 있을까. 근로시간 단축은 모든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이다. 한국 직장인에게는 다소 요원한 일로 보이지만, 일본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했거나 도입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기업의 8%를 차지하게 됐다. 일본 KFC는 주당 근로시간을 주 20시간으로 줄이고 주 3일을 쉴 수 있는 시간한정사원 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지의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제가 정착됐다. 근로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관련 기사가 쏟아질 때마다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주 4일은 꿈같은 소리’, ‘오후 6시 정시 퇴근이라도 보장됐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쏟아진다. 주 4일제, 근로시간 단축은 정말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일까. ◆최저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임금 높은 독일 근로시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국가는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1371시간(2015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2113시간보다 742시간이나 적다. 이는 연간 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평균임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독일의 연간 평균임금은 4만 4925달러(약 5145만원), 시간당 임금은 32.77달러(약 3만7520원)였지만, 한국의 연간 평균임금은 3만 3110달러(약 3791만원), 시간당 임금은 15.67달러(약 1만 8000원)였다. 독일 직장인은 한국 직장인보다 일은 덜 하고 시간당 임금은 2배 이상 받은 것이다. 독일이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꺼낸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독일 폭스바겐은 세계 경기불황 등의 원인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던 1993~1995년, 근로시간을 주당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단축하고 임금을 10%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량 해고를 막는 한편, 부족한 근로시간에 일할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1997년에는 연장근로의 대가를 돈 대신 휴가로 적립해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기업의 경영부담을 줄이고 노동자의 양질의 노동 환경을 보장했다. 근무시간 단축 및 유연한 근무형태를 꾸준히 시행한 결과, 독일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실업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됐다. 독일연방통계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독일의 실업률은 4%로 체코에 이어 가장 낮다. 실업률은 높고 취업률은 낮은 한국이 무려 20여 년 전 독일 사례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과 AI, 그리고 근무시간 독일의 사례가 일자리를 나누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선택적인 근로시간 단축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비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근로시간 단축 요인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언은 이미 익숙하다. AI와 로봇의 보편화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인지, 도리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예컨대 과거에는 10명의 노동자가 10시간을 들여 제품 1개를 생산해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 한 대가 절반의 시간만 들여 같은 수량만큼 만들어낸다. 노동자가 장시간의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순기능을 발휘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높아진 생산성이 수익 증가로 이어지고, 노동자는 주당 40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기존의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더 많이, 오래 일해야 높은 임금을 받는 시대가 가고 직장인의 한낱 꿈으로 치부되는 주 4일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4차 산업혁명이 비단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시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선택할 국가와 기업은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보유한 미국의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주당 30시간의 파트타임 근로자를 모집하면서 기존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혜택을 주는 노동제를 도입했고,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지난 1월부터 전 직원 5800여 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빛과 그림자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323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시간을 단축해야한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76.6%를 기록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저녁과 주말을 보장받으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부 노동자들은 임금 손실을, 고용자들은 추가 고용에 따른 임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제조업과 같은 일부 업종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고용으로 생산 단가는 상승하지만 납품 단가는 유지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주 4일제 및 근무시간 단축은 허황된 꿈이 아닌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변화일지 모른다.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탄탄한 보완책이 마련됐을 때, 비로소 긍적적인 변화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엔이 감독하고 수개표하던 그 시절 선거풍경

    유엔이 감독하고 수개표하던 그 시절 선거풍경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봄기운이 무르익는 4월에 많이 치러졌다. 1952년 4월 25일에는 최초로 지방의회의원선거가 있었고, 1996년 4월부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시행되고 있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11일 ‘기록으로 보는 그 시절 선거풍경’을 통해 1948년부터 1990년대까지의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유세 활동, 투표 및 개표 모습 등에 대한 모습을 소개했다. 동영상 6건, 사진 27건과 우표, 포스터까지 모두 39건의 기록물을 공개했다.1948년 5·10 총선거는 광복 이후 제헌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의미 있는 선거다. 하얀색 한복과 고무신을 신고 투표소 앞에 줄 선 여인들, 상투를 틀고 망건을 쓴 노인과 아이를 업은 젊은 아낙네의 모습에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려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1952년 지방의회의원선거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후 3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시행되었는데, 읍·면 의회 선거는 4월 25일에, 도의회 선거는 5월 1일에 국제연합(UN) 감독 아래에 치러졌다. 지게를 지고 벽에 붙은 공고문을 보는 사람들, 선거용 트럭 앞에서 국제연합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 직원들과 대화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치열한 전쟁과 피난살이의 고단함 속에서도 최초로 열리는 지방의회의원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선거 개표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후보자나 유권자에게 가슴 졸이는 순간이지만 득표 상황과 선거 결과를 접하는 방법은 오늘날과 사뭇 달랐다. 1960년 민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입후보자의 득표 상황을 수기로 현황판에 반영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강남의 중심… 삼성~잠실로 고덕·암사로 온기 동진 중

    강남의 중심… 삼성~잠실로 고덕·암사로 온기 동진 중

    “결국 삼성동에서 잠실까지 이어지는 개발 계획의 온기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강동구 아파트값이 달라지겠죠.”(A개발사 관계자)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가 개장했다. 지상 123층에 높이 555m의 이 건물은 업무시설과 호텔,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2014년에는 함께 계획된 롯데월드몰이 한발 앞서 문을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을 목표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할 계획이다. 105층, 569m 높이의 GBC는 롯데월드타워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 마천루가 될 전망이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강남의 중심이 테헤란로였다면, 2020년 이후 강남의 중심은 삼성~잠실 사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의 중심이 동쪽으로 움직이면서 부동산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먼저 움직인 곳은 개발지역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삼성동과 잠실 주변 아파트다.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84㎡는 2014년만 해도 10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개발 계획이 가시화된 올해는 14억원에 최고가를 찍었다. 2014년 초 7억원 초중반에서 거래가 이뤄지던 잠실 엘스 59㎡는 올해 1월 9억 5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주택가격이 상승기였던 것도 한몫을 하지만, 삼성동과 잠실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교통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최근에는 그 온기가 송파를 넘어 강동으로 번지고 있다. 사실 강동구는 때때로 강남4구로 불리지만, 강남구와 서초구 등 핵심 지역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삼성동~잠실 업무지구축이 형성되면 이쪽으로 출퇴근이 쉬운 강동의 몸값도 올라갈 것”이라면서 “아직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이 덜된 것은 맞지만, 그만큼 가능성이 많은 곳”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고덕 주변이다. 현재 강동구 상일동과 고덕동 일대 주공아파트 단지 7곳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까지 일대에 들어서는 아파트만 2만여 가구에 달한다. 2015년 8월 ‘고덕숲 아이파크’(고덕4단지 재건축)를 시작으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고덕1단지), ‘고덕 그라시움’(고덕2단지) 등이 분양을 마쳤고, 올해엔 고덕3단지와 5, 6, 7단지가 분양 예정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개발과 분양이 본격화되면 또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변 개발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강동구에선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와 엔지니어링복합단지 개발이 준비되고 있다.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에는 현재 이케아를 포함해 60여개 기업이 입주를 검토하고 있다. 또 상일동 엔지니어링복합단지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 등 200여개 업체가 둥지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서울 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보훈병원 구간(3단계)이 개통되면 강남 접근성이 크게 좋아진다. 미사지구와 연결되는 지하철 5호선이 2018년 뚫리고, 남양주 별내지구로 통하는 8호선 연장도 2022년 개통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분양한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는 평균 39대1, 10월 선보인 고덕 그라시움은 평균 22대1의 높은 경쟁률로 각각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지난해 8월 입주한 성내동 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 전용면적 59㎡는 분양가(4억 5900만원)보다 1억 800만원 오른 5억 670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관계자는 “지역 개발과 함께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주택보다 분양권 거래가 더 활발한 것 같다”면서 “최근 기존 아파트 매매 분위기는 주춤하지만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한 문의는 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짓는 ‘힐스테이트 암사’가 분양시장에 나온다. 지하 3층~지상 26층 5개 동, 전용면적 59~84㎡ 460가구로 일반분양 물량은 313가구다. 주택형별로 59㎡A 72가구, 59㎡B 71가구, 84㎡A 172가구, 84㎡B 97가구, 84㎡C 48가구다. 이 단지의 최대 장점은 광나루 한강시민공원과의 접근성이다. 광나루한강공원은 여의도 공원의 약 6.7배인 155만 4810㎡ 규모다. 또 암사생태공원과 고덕산, 올림픽공원, 길동자연생태공원 등도 가깝다. 지하철 8호선과 가까워 교통도 나쁘지 않다. 부동산 관계자는 “잠실까지 4개 정거장에 불과해 강남권 출퇴근이 편리하다”면서 “오랜만에 나오는 브랜드 아파트라 주변의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달로 예정됐던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7단지)의 청약 일정을 5월 대선 이후로 미뤘다. 최고 29층 20개동 총 1859가구로 지어지는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은 전용면적 59~122㎡ 867가구다. 불안요소는 주택공급이 많다는 점이다. 올해 강동구에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은 5344가구로 서울 전체 입주 예정 물량 2만 6543가구의 20.1%에 달한다. 여기에 주변에 있는 하남시(6217가구)와 구리시(2321가구), 남양주(3938가구)까지 더하면 물량이 적지 않다. 개발사 관계자는 “강동도 그렇지만, 하남, 구리, 남양주 일대에 개발되는 도시들이 대부분 강남과 잠실 출퇴근자들을 노리고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공급이 많은 것도 부담이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도 입주 물량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서울 강동구다. 지난해 전셋값이 2.76% 하락한 강동구는 올해 들어서도 2.13%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하남 미사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난 것이 전셋값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급 물량도 문제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발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도 잘 지켜봐야 한다”면서 “특히 기업 유치의 경우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발표된 계획만 믿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빛나는 밤길… 범죄 가고 안심 찾다

    빛나는 밤길… 범죄 가고 안심 찾다

    “예전에는 어두운 골목이 무서워 밤에 밖에 잘 못 나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폐쇄회로(CC)TV를 달아놓은 전봇대를 노랗게 칠해 눈에 띄게 바꾸고, 가로등을 달았더군요. ‘여기 CCTV가 있구나, 이렇게 밝은데 누가 마음 놓고 나쁜 짓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어 요즘에는 불안감이 많이 줄었습니다.”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만난 주민 주모(39·여)씨는 “작은 환경 변화로도 안전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환경 변화를 ‘범죄예방디자인’(셉테드· CPTED)이라고 부른다. 밝은 분위기의 벽화를 그리고, 외진 골목길에 담을 없애고, 가로등 조도를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자의 범죄 의지를 꺾는 기법이다.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이 삼성동에 진행 중인 셉테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동 전통시장은 왕복 1차로의 양편에 늘어서 있었다. 오전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곳곳에서 취객들을 볼 수 있었다. 취객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시장을 지나자 무허가 주택 밀집지역이 있었다. 이곳 골목은 차 한 대가 드나들기도 버거울 정도로 좁았다. 이런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경찰이 2015년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셉테드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주민들은 동네가 음침한 것이 가장 불안하다고 설명했고 경찰은 ‘빛’을 주제로 삼성동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골목 입구 벽면에 길이 150㎝, 너비 30㎝, 폭 10㎝의 노란 철제 구조물 ‘빛마루폴’을 만들었다. 개나리색 외형에 좁쌀 만한 구멍이 빼곡하게 뚫려 있는 막대형 구조물이다. 오후 7시가 지나 자동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켜지면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이 발산돼 골목을 밝힌다.CCTV를 설치한 전신주는 노랗게 칠하고 ‘블랙박스형 CCTV 작동 중’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오후 7시부터 전신주 상단에 달린 빔프로젝터가 ‘CCTV’라는 글자가 적힌 지름 1.5m의 조명을 길바닥에 쏜다. 전신주 몸통에는 비상벨과 송수신장치가 달려 있다. 비상벨을 누르면 150㏈의 경고음이 울린다. 가까이서 들으면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소리가 크다. 또 관악구 종합관제센터로 즉시 연결돼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리고, 동시에 주변 CCTV가 비상벨이 울린 전신주 주변을 찍어 종합관제센터 모니터로 송출한다. 기존 CCTV 8대를 보수하고 추가로 12대를 설치했다.골목의 한가운데 공중전화 박스처럼 생긴 안심부스도 만들었다. 내부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강화유리가 닫혀 외부의 위협을 차단할 수 있다. 부스 안에는 공중전화기가 있어 112신고를 할 수 있다. 이외 비상벨과 송수신장치 세트 8개를 골목 구석구석에 부착했다. 낡은 잿빛 담장은 연두색, 노란색으로 칠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민 전미남(49·여)씨는 “경찰이 와서 이것저것 만든 다음부터 동네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여기저기 조명을 달고 CCTV 주변을 노랗게 칠해 눈에 띄게 하니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오전 11시 30분, 난곡동으로 이동했다.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난곡동의 셉테드 주제는 ‘안심’이었다. CCTV를 달고, 골목에 밝은 조명을 설치하는 등 기본 개념은 비슷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큰길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귀가하는 동선을 파악해 공공시설물을 배치했다. 무엇보다 주택가 주변 400m 구간에 있는 전신주 10개에 크게 번호판을 부착해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본인의 위치를 경찰에 정확하게 알릴 수 있게 했다. 곳곳에 반사경 2개와 미러시트 7개를 붙여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러시트는 거울 역할을 하는 벽지다. 범죄자가 몸을 숨길 수 있는 건물 틈새를 막아 출입을 제한하는 안전가림막, ‘여성안심귀갓길’ 안내 사인 등을 포함해 총 41개의 시설물을 만들었다. 관악서에서 셉테드를 전담하는 범죄예방진담팀의 민성화 경사는 “관악구와 협의해 노후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셉테드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경찰과 자치구가 정기적으로 시설물을 점검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려면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악구에서 셉테드 사업이 시행된 지역은 삼성동, 난곡동, 행운동 등이다. 서울시 전체로 보면 중구, 용산구, 성북구, 마포구, 영등포구 등 21개 자치구에서 52개 동에 셉테드를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첫 셉테드 적용 지역은 2012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것을 감한하면 다소 늦은 편이다. 법무부의 ‘외국 셉테드 사업 추진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중앙정부가 직접 셉테드를 관장하는 게 지자체가 관리하는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다. 1998년 ‘범죄와 무질서법’이 통과되면서 셉테드가 도시계획과 설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 법안은 지역의 범죄 수준과 패턴을 조사해 3년 단위로 종합 전략을 세우게 했다. 영국 내각 부총리실은 2004년 ‘도시계획정책안’에 셉테드 개념을 핵심사항으로 명시하고 세부시행규칙 가이드라인을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해 반영하게 했다. 미국 애리조나의 템페에서는 1989년 한 경찰관이 셉테드 입법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후 약 6년간에 시청, 경찰, 건축업자들 사이에 논쟁과 협상이 진행됐다. 1996년 초안이 마련됐고 1997년 시 건축 개발 및 환경관련 법규에 셉테드 관련조항이 신설됐다. 공공예술의 역할이 컸다.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 럭비선수 여럿이 벤치에 앉아있는 사진을 크게 인쇄해 정류소에 붙였다. 실제 범죄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수가 시야를 가리지 않게 개방적으로 조성해 범죄를 저지를 만한 폐쇄적 장소를 없앴고, 화장실 내 범죄가 늘자 벽을 통유리로 바꾸었다. 또 지상 1층 상업시설과 소매점, 업무용 시설은 반드시 보행로를 바라보게 해 보행자가 자연스레 범죄를 감시할 수 있게 했다. 일본 도쿄 아다치에는 유명한 셉테드 타운이 있다. 3만 2300㎡ 면적에 206가구가 사는 이 마을의 모토는 ‘CCTV가 필요 없는 마을’이다. 우리나라가 셉테드의 핵심으로 CCTV를 꼽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실제 마을 입구에 단 한 대의 CCTV만 설치돼 있다. 대신 건물마다 외부에서 복도를 볼 수 있도록 복도 부분의 외벽을 통유리로 만들어 주민들의 자연감시가 가능하게 했다. 또 건물 앞 보행로에는 석조 장애물을 만들어 무단 주차를 막았다. 범죄자가 차를 건물 바로 앞에 주차하고 절도를 한 뒤 바로 도주하는 것을 방지한다. 전문가들은 비록 우리나라의 셉테드가 시작은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용길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우리나라 셉테드는 지역적 특성과 거주자의 특성을 반영하는 식으로 진화했다”며 “최근 호주에서 우리의 셉테드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 지자체에서 셉테드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 없이 벤치마킹하는 식으로 적용하고 있어 정부가 주도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中 ‘올드보이’·‘트럼프 비선’들이 회담 성사 주도적 역할

    中 ‘올드보이’·‘트럼프 비선’들이 회담 성사 주도적 역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중국 외교의 올드보이들을 되살려 냈다.중국 양제츠(67) 국무위원은 사실상 퇴임 상태였다. 그가 이번 회담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정권 출범 후 회담 성사까지 고비마다 숨통을 틔우게 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느닷없는 전화통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 때 중국은 트럼프와의 접촉 루트를 찾지 못해 당황했다. 이때 양제츠가 나섰다. ●中 부총리 가능성 거론되는 양제츠 지난해 12월 9일 미국으로 건너가 대외 정책의 초안을 그리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핫라인’을 구축했다. 그러고는 격앙된 양국 정상을 달래 통화를 성사시켰다. 두 번의 미국대사 경험과 6년 외교부장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부총리(정치국원)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다. 직업 외교관이 권력서열 25위 이내의 정치국원으로 발탁된 일은 1990년대 첸치천 전 부총리 이후 사례가 없다. 추이톈카이(65) 주미 중국대사도 역시 퇴임이 유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과 사위인 ‘이방카 트럼프-재러드 쿠슈너’를 집중 공략한 주포였다. 전임자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인들에게 설맞이 인사를 하지 않아 양국 분위기가 급속히 냉랭해졌을 때 이방카를 중국대사관으로 불러낸 주인공이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발언을 누그러뜨리고, 첫 회담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유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개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美와 별 인연 없는 왕이 부장 ‘머쓱’ 외교 실세인 현직 외교부장 왕이는 중간에서 머쓱해진 상태다. 일본통으로 미국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지난 5년간 모든 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려 왔던 시진핑의 양팔 ‘리잔수-왕후닝’조도 이번엔 뒤로 빠졌다. 리잔수 비서실장은 외교정책까지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경제 책사 류허는 무역 전쟁 대응책을 책임진다. 리커창 총리보다 경제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들은 준비 과정에서 물러났을 뿐이다. 회담장에서는 시 주석을 조종할 인물들이다. 중국의 외교 시스템과 지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트럼프 정권의 ‘시스템 부재’다. 트럼프 정권은 지금껏 ‘백악관 이너서클(문고리)’을 중심으로 정상회담을 치러 왔다. 행정부는 이제 막 장관직 정도만 형태가 구비된 상태로, 특히 아시아 라인의 실무진은 곳곳이 구멍이다. 이너서클로 외교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지만 이번에는 모처럼 공식 외교라인이 움직여 미국의 비선조직과 선을 댔다. 외형상 기형적이지만 가장 실질에 부합하는 조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시 주석과 그의 팀을 미국에서 맞을 그룹은 ‘백악관팀’이다. 회담 성사부터 장소 결정까지 막후에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 선임고문이 있다.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이슈와 관세·환율 등 무역 이슈는 각각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가경제위원회(NEC)가 나눠서 모든 인력을 동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5일 “정상회담이니 당연히 백악관이 챙기지만 국무부와 국방부, 재무부, 상무부 등 각 부처들이 장관 이외에는 실무급에서 중국을 제대로 담당할 만한 라인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백악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다른 소식통은 “백악관 내에 자칭, 타칭 ‘중국 전문가’가 상당수 포진해 있다”며 “이들이 중국을 ‘열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내 中 전문가들 중국 ‘열공’ 쿠슈너는 추이톈카이의 제안을 접수한 뒤 스티븐 배넌 수석고문 및 백악관 보좌관들을 비롯해 국무부 등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미사일 대응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남중국해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은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과 캐슬린 맥팔런드 부보좌관이 맡고 있다.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맥팔런드 부보좌관은 특히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를 주도하면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매슈 포팅어(43)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양국 정상 간 전화통화 등의 실무를 담당했으며,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부터 의전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 ●틸러슨은 중국 측 카운터파트役 예상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정상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앉아 중국 측 카운터파트를 상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백악관이 짠 각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통상라인 총괄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게리 콘 NEC 위원장이 맡는다. 상무부·국무부 출신 케네스 저스터 NEC 부위원장 겸 NSC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은 NEC와 NSC를 넘나들며 실무를 이끌고 있다. 경제통상라인은 분야별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 환율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관세는 피터 나바로 무역위원회(NTC) 위원장과 로버트 라이시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반덤핑 이슈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각각 맡는다. 이들 모두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기 때문에 협상이 녹록지 않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모종의 합의를 이끌어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서태지 데뷔 25주년 공연

    서태지 데뷔 25주년 공연

    가수 서태지(45)가 데뷔 25주년을 맞아 오는 9월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공연 협찬사 롯데카드는 1990년대를 주름잡은 ‘문화 아이콘’ 서태지가 9월 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데뷔 25주년 콘서트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롯데카드의 문화 마케팅 프로젝트인 ‘무브 사운드트랙’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무브 사운드트랙은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의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이는 브랜드로 지난해 신승훈과 박진영이 협업 공연을 펼쳤으며 두 번째 주인공으로 서태지가 선정됐다. 서태지는 1992년 서태지와아이들로 데뷔해 9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힙합, 록, 국악 등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음악으로 가요계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암 없는 희망찬 세상] ‘암 = 죽음’ 등식 깨는 신약 개발 중요성

    [암 없는 희망찬 세상] ‘암 = 죽음’ 등식 깨는 신약 개발 중요성

    해가 갈수록 친숙해지는 단어 중 하나가 ‘암’이다.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에서 보거나 암으로 죽은 사람 이야기를 많아야 일 년에 서너 번 접했는데 세월이 가면서 이 단어를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친숙하다고 해도 친근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이란 단어에서 고통과 죽음을 먼저 떠올린다. 중년에 접어들어 실제로 암을 경험하거나 주변 지인들을 암으로 잃는 사례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5명 중 2명은 암에 걸리고 그중 1명은 암 때문에 죽는다. 암은 가까이 있지만 멀리하고 싶은 무서운 존재다. 암은 비유적으로도 쓰인다. 흔히 조직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암적인 존재’라고 표현하듯 암은 없애야 하는 존재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암이란 무엇일까? 무섭고 공포스러운 암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리는 공포스럽고 불쾌한 기분 때문에 암에 대해 알아보는 걸 꺼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불쾌하더라도 일단 적을 알아야 극복도 가능하다. 암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통상적으로는 ‘과잉 성장하고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무질서한 세포 덩어리’를 말한다. 정상세포는 새로 생기기도 하고 죽어 없어지면서 그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암세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무한하게 증식한다. 암은 ‘죽음’의 유의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중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만 6855명으로 수십년째 사망원인 1위다. 암은 사망원인 2위인 심장질환(2만 8326명), 3위 뇌혈관 질환(2만 4455명), 4위 폐렴(1만 4718명)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은 압도적인 1위다. 최근에는 의학기술의 발달 덕분에 암에 걸린다고 꼭 죽는 것은 아니다. 그 원인을 알면 어느 정도 예방도 가능하다. 암의 가장 큰 원인은 세포 증식의 질서가 파괴되는 것이다. 질서가 파괴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중 노화로 인한 이유가 가장 크다. 오래된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래 쓴 기계가 녹이 슬고 오작동이 많듯 우리의 몸도 나이가 들면 많은 질병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몸안의 질서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흡연, 만성 감염, 음식, 음주 등도 암의 주요 원인이다. 담배는 많은 발암물질을 갖고 있어 암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만성 감염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암 발병이다. 간암의 큰 원인은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병 진행이고 자궁경부암도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주원인이다. 헬리코박터가 위암 발병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암에 대한 진단기술이 발달하고, 말기에 발견되더라도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암이 말기에 발견되거나 전이가 되면 삶을 정리하는 단계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전이된 암도 치료 가능성이 있는 좋은 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990년대에는 50%대 수준이었으나, 2010년 이후에는 75% 이상으로 높아졌다. 과거 인류를 공포로 몰고 간 질병 중 하나는 천연두다. 천연두처럼 인류를 위협하던 많은 질병이 사라져가듯 암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천연두 박멸을 상기하면서 암에 관해 말하는 이유는 신라젠㈜이 천연두 백신으로 사용한 바이러스를 간암 치료 방법으로 사용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항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신약개발 회사는 암을 치료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언젠가는 암도 치료를 넘어 예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희망하며 신약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날이 아직은 오지 않았기에 매일 암 예방을 위해 금연과 금주,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실천해 보자.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2세)까지 살 경우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될 정도로 암은 흔한 질병이 됐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70%를 넘어서는 등 더이상 불치병이 아닌 시대가 됐다. 서울신문은 ‘암 없는 희망찬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신약개발 벤처업체인 신라젠 연구진과 함께 암 발병 원인을 쉽게 소개하고 암 진단 및 치료법과 암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항암치료제 임상시험 등을 10회에 걸쳐 소개한다. 최지원 신라젠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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