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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시찰 효과… 北화장품 ‘봄향기’ 中서 인기

    김정은 시찰 효과… 北화장품 ‘봄향기’ 中서 인기

    온라인 쇼핑몰 등서 입소문 “北 개방 때 中 투자 몰릴 것”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현장 시찰을 다녀온 신의주 화장품 공장의 제품이 중국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북한 최초의 화장품 회사인 봄향기가 생산한 화장품은 북한의 경제 개방 이후 중국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 상품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중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12개 상점에서 봄향기 제품이 판매 중이고 인기 모바일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에 제품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타오바오 상품평에는 “피부에 빨리 흡수되고 조선풍의 포장도 잘 되어 있어 보기에 예쁘다”, “다른 사람이 추천해서 이렇게 싼 물건이 효과가 좋은 줄 알게 됐다”는 등 호평이 적지 않다. ‘샤오훙수’에도 “봄향기는 북한 최고의 화장품인데 현금이 좀더 많았더라면 12상자는 사가지고 왔을 것”이라며 “북한 가이드가 화장품에 방부제가 없고 개성 고려인삼 성분이 있어 노화 방지에 좋다고 말했다”는 평도 퍼지고 있다. 타오바오에서 봄향기는 크림이 개당 35위안(약 6000원), 100㎖ 화장수가 52위안이고 7개 들이 종합 세트도 348위안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봄향기 제품을 타오바오에서 판매 중인 한 상인은 “기차로 제품을 운송하는 데 6상자당 300위안을 내고 있고 매달 2000~1만 위안의 수익을 거둔다”고 밝혔다. 관영언론은 모란봉악단과 같은 북한 미녀도 중국 소비자들이 북한 화장품에 대해 관심을 두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도 군부대를 방문하거나 문화공연 때 여군과 여성 예술인에게 봄향기 제품을 선물한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모란봉악단은 1990년대 유명 걸그룹인 스파이스 걸스와 비슷한 스타일로 인기가 높다. 정지융(鄭繼永) 푸단대 한국학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개방 때 북한 화장품산업은 중국 투자자를 북한으로 유인하는 통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2일 중국을 방문한 구본태 북한 대외경제성 부상은 중국 측과 에너지 분야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주중 북한대사관 측은 장쑤성 이싱시에 있는 중국 전기·전자업체 위안둥(遠東)그룹을 방문해 합작 방안을 협의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공작’ 주지훈 “칸 영화제 출국 당시 황정민-이성민 일반인 굴욕”

    ‘공작’ 주지훈 “칸 영화제 출국 당시 황정민-이성민 일반인 굴욕”

    배우 주지훈이 칸 영화제 출국 당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제작보고회에는 윤종빈 감독과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참석했다. ‘공작’은 앞서 5월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5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전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주지훈은 칸 영화제 출국 당시에 대해 “사건 사고가 많았다. 기자분들이 황정민, 이성민 형을 못 알아보셨다. 저는 칸에 간다고 해서 옷을 챙겨입었는데 형님들은 집에서 바로 오셨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성민은 “내가 시간을 조금 일찍 갔다. 준비하고 갔는데 기자들이 없었다”고 해명했고 황정민은 “나는 슬리퍼 신고 갔다. 공항 사진 찍는 걸 몰랐다”고 실토했다. 한편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황정민 분)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윤종빈 감독의 신작이자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등 충무로 최고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한국형 첩보극으로 올해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오는 8월 8일 개봉.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교육개혁리포트-대한민국 중3] 문항당 1000만원짜리 수능… EBS 유형만 외워 푸는 ‘도로 학력고사’

    [교육개혁리포트-대한민국 중3] 문항당 1000만원짜리 수능… EBS 유형만 외워 푸는 ‘도로 학력고사’

    1993년(1994학년도) 태어나 올해 25살이 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수술대에 올랐다. 당장 현안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때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기준 점수를 넘으면 무조건 높은 등급을 주는 제도)로 치를지 또는 지금처럼 과목 대부분을 상대평가(1등급 4% 이하·2등급 4~11% 등 비율을 정해 놓은 제도)로 볼지 여부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다음달까지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수능의 문제 유형에 칼을 댈지 여부다. 현행 수능은 학부모·학생 다수로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동시에 “암기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학생들이 교실에서 EBS 문제집만 달달 외우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초 수능 설계자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수능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편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수능을 과연 어떻게 손봐야 ‘공정성’과 ‘미래 지향 교육’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전문가 의견 등을 듣고 해법을 찾아봤다. <자료 : 이혜정 소장·책 ‘대한민국 교육 40년사’>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만 보면 수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교육 전문가들이 내놓는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엄청난 비용·인력을 투입해 만드는 가장 질 높은 객관식 문제라는 얘기다. 수능 출제 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관련 정보 공개를 꺼리지만 출제위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수능 한 문항을 만드는 비용은 최소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제위원들은 하루 35만여원씩 한 달간 보수로 약 100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숙소·행정 비용 등을 더하면 비용이 훨씬 불어난다. 또 출제위원 3분의2 규모인원이 별도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문제의 오류 가능성을 차단한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한 교육계 인사는 “검토위원이 수학 문제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철학 이론까지 들이밀며 오류를 지적하더라”고 말했다. ●완벽해 보이지만… 객관식 덫에 갇혀 ‘완벽한 시험’처럼 보이는 수능의 문제는 따로 있다. 과연 이 시험만으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교사·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은 “장점만큼 단점이 분명한 시험”이라고 지적한다. 객관식이 가진 한계다. 수능은 애초 지식 암기력을 평가하는 학력고사를 버리고 창의력·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수능 초기인 1990년대에는 “암기만으로는 수능에 대비할 수 없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독서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듭 개편되면서 ‘도로 학력고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대원 경기 위례한빛고 교사는 “처음 수능은 종합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취지에 맞게 통합교과 문제가 많이 나왔는데 점점 변질되고 사교육이 수능에 적응하면서 문제 유형을 아예 통째로 외워버리면 되는 시험이 됐다”고 말했다. 재수생 등 문제 유형에 익숙한 학생들이 많아지니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2%’만 맞출 수 있도록 꼬아 내는 문항까지 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능 문제 10개 중 7개를 EBS 교재에서 연계 출제하는 ‘70%’ 룰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사교육 절감과 지역 교육 격차 해소 등을 목적으로 EBS 연계율을 70%까지 끌어올렸는데 이후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보다 EBS 교재의 복습에만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험생 사이에서는 ‘듄아일체’라는 은어까지 쓰인다. 수능 위주인 정시 전형을 노리려면 EBS(‘듄’은 EBS를 한글 자판으로 친 글자)와 한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객관식 수능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라고 지적한다. 이혜정 교육과 혁신연구소장이 해외 선진국의 대입 문제와 우리 수능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역사 문제를 보면 2018학년도 수능 한국사(짝수형) 시험 8번①은 “임진년부터 7년에 걸친 일본과의 전쟁”(임진왜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찾는 문항이었다. 반면 영국의 대입 시험인 A레벨의 역사 시험②은 서술형이다. ‘1912년 루스벨트의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라거나 ‘히틀러의 대외 정책은 독일의 1차 대전 패배를 복수하고 싶은 원한에 기반했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지 묻는 문제였다. 이 소장은 “수능이 역사적 사실 관계를 외웠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라면 A레벨 문제는 역사적 행위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해석을 묻는다”면서 “A레벨 유형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우리 수능과 비슷한 객관식 시험인 ‘대입센터시험’을 2020년부터 폐지하고 대신 ‘대학입학공통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식 활용 능력을 묻는 문항을 낼 예정인데 국어·수학 과목에서는 서술형 문제도 일부 출제된다. ●현행 내신은 문제 질 더 떨어져 수능의 단점이 드러났다고 해서 현행 학교 내신을 대체재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내신 문제는 똑같은 객관식이면서 문제의 질은 더 떨어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능은 출제위원이 출제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내신은 교사가 행정 업무를 병행하는 탓에 암기력 테스트 이상의 문제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2022 대입개편 이송안의 ‘중장기 대학입시제도 방향’에서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수시·정시 비율 논쟁 등에 가려 논의의 장에서 사라졌다. 수능과 내신 시험에 논술·서술 문항을 도입하려면 선결 과제가 수두룩하다. 사고력을 묻는 시험을 내려면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 초·중·고교 교육 현장에서 주입식 대신 토론식 수업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서울·대구교육청 등이 이를 위해 토론·논술식 교육과정인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를 일부 학교에 시범 도입하려고 검토 중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부가 우리 현실에 맞는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또 고교 학점제(고교생이 희망 진로에 맞춰 필요 과목을 배우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등 새 평가 방식에 어울리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초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2년부터 고교 학점제를 전국 모든 고교에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사의 업무량 증가와 인프라 부족 등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해 보여 현장에서는 4년 뒤 전면 도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논술·서술형 문제를 도입할 때 불가피한 채점 공정성 문제를 해소할 제도도 논의해야 한다. 영국의 A레벨의 경우 대부분의 문제가 논·서술형이지만 각 문제에 대한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기준을 시험 후 모두 공개함으로써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한다. 이 소장은 “IB의 경우 공인된 채점관들이 교차 채점을 통해 평가의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수능 역시 향후 논·서술형 문제를 도입할 경우 채점 기준과 평가 방안 등을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구축해 신뢰도를 쌓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용어 클릭]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바칼로레아 기구’(IBO)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시험으로 객관식이 아닌 논·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현재 146개국 3700여개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독일·스위스·캐나다 및 미국 일부 주(州)에서 대입 시험으로 활용하고 있다.
  • [백승종의 역사 산책] 오지 않은 ‘유교자본주의’를 기다리며

    [백승종의 역사 산책] 오지 않은 ‘유교자본주의’를 기다리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역사적 개념이 하나 있다. ‘유교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대 한국사회는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다. 그런데 이 땅에는 어떤 식으론가 유교적 전통이 뿌리 깊이 살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교와 자본주의는 서로 얽힐 수밖에 없다.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사유재산을 근간으로 한 경제체제인데, 한 사회의 역사 문화적 성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가령 북유럽에서는 복지자본주의가 발달했다. 그렇다면 유교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는 유교가 자본주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일본에 이어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이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베트남도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 간다. 덕분에 국내외의 많은 학자는 동아시아의 경제 발전을 유교자본주의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물론 유교자본주의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여러 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때 한국 경제도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동아시아가 경제위기로 존망의 기로에 서자 서구에서는 유교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그들은 온정주의와 혈연주의를 유교사회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손꼽았다. 이후 국내외에는 유교자본주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됐다. 엄밀히 말해 공자와 맹자는 사적 이익의 추구를 금지했다. 그러므로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유교 사이에는 사상적 접점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여전히 유교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그들은 공동체의 기능이야말로 이 사회를 지배하는 숨은 힘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빈부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생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그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유교자본주의는 장차 서구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멋진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 가령 재벌들의 행태를 살펴보라. 그들에게서 유교의 기본 가치인 ‘인의’(仁義)와 ‘대동’(大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가.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공생의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은 전무하다고 말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을까. 유교 도덕이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1960년대부터 군사정권이 산업화를 적극 추진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은 너무 많은 부정부패 사건을 저질렀다. 또 군사정권은 물론이고 한국의 역대 정권은 재벌과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 유교 사회의 미덕이었던 청렴과 공의(公義) 등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사회적 불평등은 또 얼마나 심각했던가. 한국 사회에서 유교적 도덕성에 기초한 자본주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가 고속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결국 유교문화의 덕분이었을 것이다. 유교 도덕의 힘이 아니라 유교 사회의 관행 덕분이었다. 자녀 교육을 극도로 강조했기에 산업화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유교 사회의 유풍 또한 근대적 조직 문화에 효율성을 더해 주었다고 본다. 진정한 의미의 유교자본주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선비의 높은 사회적 감수성을 되살린 유교자본주의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첫 단추도 꿰지 못한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 “현지인과 어울릴 협의체 있어야 러시아서 한국학 성장”

    “현지인과 어울릴 협의체 있어야 러시아서 한국학 성장”

    80년대부터 한국학 뿌리내려 사비로 학생들 서울 보내기도 객원교수 파견 등 인재 선발로 한류 확산 긍정적 효과 기대“러시아 한국학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은 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잘되려면….” 러시아에 한국학을 뿌리내는 데 앞장선 고영철(62) 카잔연방대학 교수 겸 한국학연구소장을 지난달 27일 카잔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러시아 대학은 교수 연구실을 따로 두지 않아 도서관에서 연구하도록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학교를 함께 찾았더니 벽안의 여자 조교들이 두 손 모아 공손히 “반갑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왼손을 오른손 아래 받쳐 생수를 건네는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축구대표팀이 독일과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치른 날 오전, 고 교수는 2박 3일 일정의 제6회 국제한국학세미나를 주최한 뒤 참석한 30여명의 교수와 함께 독일전 응원을 간다고 들떠 있었다. 그를 빼놓고 러시아의 한국학과 한류를 얘기할 수 없다. 성신여대에 재직하던 1980년대 문득 대학의 위기를 절감했다. 유럽 등을 돌며 고민하다 러시아에 한국학을 뿌리내리자고 결심했다. 모스크바 대학에서 한국학 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모스크바 시절에는 한국학을 공부하겠다는 이들이 없어 서울로 유학 보낸다는 달콤한 조건을 내걸어 모집했다. 체계가 없던 때라 개인 호주머니를 털었다. “뒷감당이 안 돼 자격시험에 낙방하기를 몰래 바란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한국학을 가르치려면 한글부터 가르쳐야 했고, 교재를 손수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20여년 노력하니 이제는 제자들도 제법 늘었고 한국학 연구 체계도 틀을 잡았다. 러시아 내 한국학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북부와 볼가강 유역의 남부, 극동 등 3개 권역으로 묶어 확산시키는 계획의 일환으로 타타르스탄 및 남부를 지휘하는 책임자로 이 대학에 2016년 부임했다. 고 교수는 “이제 한국 정부도 한국학 연구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성장했다. 국제교류재단을 중심으로 한국학 진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지인들과 어울려 무엇을 할 것인지 협의하는 협의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객원교수 파견도 러시아 대학에 어떤 도움이 될지, 학교와 협력해 현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식으로 자리잡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카잔연방대학이 중심인 남부의 경우 연간 1억원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내년 재신청하면 2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며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효율적으로만 집행되면 한류 확산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대학 10곳과 인연을 맺어 한 학기에 60명씩 한국에 6개월이나 1년간 연수 등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저희 한국학과 재학생이 170명인데 한 명도 여기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옛날에 배운 교수보다 학생들이 나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교수들에게도 제발 한국에 다녀오라고 등을 떠민다.” 스탈린 시대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했던 고려인들은 1990년대 페레스트로이카 때 볼가강을 따라 올라와 카잔 등 옛 타타르스탄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볼가관구 14개주에 1만 1000명으로 추산된다. 고 교수는 “이분들이 이제야 생활의 기반을 닦고 한국인이란 정체성에 눈을 떠 한글학교에 3, 4세들을 보내고 있다. 이제 막 출발한 단계다.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 대학 역사학과에 재직하는 고려인 교수들에게 한국 역사와 경제를 공부하라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카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경찰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대사 새기며, 초심 다잡는 우리

    “경찰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대사 새기며, 초심 다잡는 우리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가 없냐.” 전국 경찰관 540명에게 경찰이 주인공인 영화, 드라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무엇인지 물었다. 가장 많이 돌아온 답변(192명·35.6%)은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의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가 동료 형사에게 외친 이 한마디였다. 경찰의 직업적 자부심을 압축적으로 보여 줬다는 것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팀장급 경찰관은 29일 “솔직히 가오가 없어진 지도 오래됐다”면서 “음주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등 여러 제약들이 경찰관 사기를 떨어뜨렸지만 그래도 ‘베테랑’의 대사를 생각하면서 초심을 붙잡는 편”이라고 말했다.수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경찰은 ‘약방의 감초’처럼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 경찰 캐릭터는 희화화돼 소비되기 일쑤였다. 전문성보다는 무능함, 청렴보다는 비리의 이미지가 강조된다. 공권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이 미디어 속 경찰에 그대로 투영돼 온 것이다. 경찰을 부정적으로 비추지 않은 영화와 드라마일지라도 경찰관의 인간적인 면모보다 영웅적인 모습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들어서야 일상과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경찰관들의 애환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삶도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명하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서울신문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경찰청 및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경찰관 54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에 비친 경찰의 모습’이란 주제의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찰관이 뽑은 최고의 영화(중복 3개 허용)는 ‘베테랑’(216명)으로 나타났다. 악랄한 재벌 3세와 끝까지 싸우는 경찰관의 끈기와 열정, 그리고 통쾌한 승리에 현장 경찰관들도 대리만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은 명대사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경찰관의 현실을 왜곡한 영화로는 2012년 영화 ‘신세계’(135명)가 꼽혔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찰관의 모습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일부 비리 경찰관의 모습을 일반화한 것에 대해서도 다수의 경찰관들이 실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을 다룬 한국 영화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경찰에 대한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경찰 영화가 등장했는데 1993년 개봉한 영화 ‘투캅스’만 보더라도 경찰 풍자가 극 중 내내 이어진다. 이 영화는 경찰관이 불법 도박 현장에서 금품을 빼돌리거나 시민들로부터 돈을 뜯는 장면 등을 통해 ‘부패 경찰’의 단면을 보여 준다. 2002년 개봉한 ‘공공의 적’에서 주인공 강철중 형사는 정의를 구현하기는 하지만 폭력적이고 비리에 찌든 형사로 등장한다. 2010년 영화 ‘부당거래’도 권력을 좇다 비참한 죽음을 맞는 경찰관의 모습을 보여 주며 사회 부조리를 꼬집었다.영화에 비하면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최장수 수사드라마로 꼽히는 1970~80년대 ‘수사반장’부터 1990년대 ‘폴리스’, 2000년대 ‘경찰특공대’까지 경찰 본연의 역할에 더 주목했다. 지난달 종영한 케이블TV 드라마 ‘라이브’도 일선 지구대의 경찰관 모습을 현실감 있게 담아 냈다. “드라마의 최우선 가치는 공감”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힌 라이브 제작진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경찰관이 꼽은 최고의 드라마로 ‘라이브’(372명)가 선정됐다. 드라마 속 홍일지구대의 실제 배경이 된 서울 홍익지구대의 윤경호 팀장은 “지구대는 물 먹은 경찰관 또는 하위직이나 오는 자리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라이브’ 덕에 깨진 부분이 많다”면서 “시청률 7% 정도면 잘 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93%는 못 본 것 아니냐. 직원들도 빨리 시즌2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라이브’의 마지막 회에서 배우 배성우(오양촌 역)가 경찰 수뇌부를 향해 “누가 내 사명감을 가져갔냐”며 절규하는 장면은 종영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경찰 내부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현장 경찰관들이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지만 쉽게 내뱉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배우가 대신 해 줬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김명훈 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마 ‘라이브’가 참 고맙다”면서 “앞으로 조금씩 현실이 나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게 됐다”고 썼다. 경찰 생활 27년차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내부 게시판 ‘현장 활력소’에 “마지막 장면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다 아내에게 들켜 ‘남자 갱년기다. 아빠도 운다’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14일 ‘라이브’의 출연진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경찰관의 명예를 드높여 줬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현실과 다른 전개로 현장 경찰관들로부터 외면받은 드라마도 없지는 않다. 드라마 ‘유령’(2012년)에 나오는 것처럼 사복 입은 형사가 살인 사건 현장에 먼저 도착한 제복 입은 파출소 경찰관으로부터 거수경례를 받는 장면도 현장 경찰관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이다. 드라마 제작 지원을 맡고 있는 이희목 경찰청 대변인실 경위는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이 상관일 수도 있다”면서 “의도야 어찌됐든 현실과 다른 연출은 제복 경찰관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베테랑’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서 형사가 범인을 체포할 때 “묵비권(진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도 경찰관들이 씁쓸해하는 대목 중 하나다. 시나리오 작가가 현행법 조항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과거의 잘못된 표현을 그대로 갖다 쓰면서 기본적 실수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는 피의자를 체포할 때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나와 있을 뿐, 묵비권은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보이스’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을 다루면서도 112 신고 관련 경찰 업무 프로세스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드라마 방영 당시 한 지방경찰청의 112종합상황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오는 8월 ‘보이스2’ 방영을 앞두고 촬영에 들어가는 제작진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112지령실 직원들을 미리 섭외하는 등 시즌1 때보다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2’ 제작진처럼 경찰 영화, 드라마를 제작할 때 경찰청에 협조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강력반 형사, 112 접수요원, 과학수사요원 등과의 인터뷰 요청부터 경찰특공대 차량 지원, 경찰서·사격장 등 장소 지원 요청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추석 시즌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는 실제 서울 금천경찰서를 배경으로 했다. 이희목 경위는 “한 달에 평균 5건 정도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아직까지 헬기 지원 요청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경찰 이미지 제고 차원이라면 지원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드라마 ‘라이브’는 경찰청에서 20차례 이상 지원했다. 지난해 퇴직한 경찰관이 아예 자문 경찰관으로 드라마 제작 전반에 참여했다. 배우들에게 사격술, 교통 수신호를 가르쳐 주기 위해 촬영장에 파견 갔다가 ‘깜짝 출연’하는 경찰관도 있었다. 라이브 6회차 때 배우 정유미, 이광수 등에게 사격 자세 등을 전수한 민경원 대전서부경찰서 가수원파출소 경위는 현장에서 캐스팅돼 사격통제관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민 경위는 “모형 총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정신까지 경찰관에 가깝게 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종원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경찰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부조리를 끄집어내 드라마 밖에 있는 ‘우리’들이 그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미국 드라마처럼 다양한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장기 시즌제’ 도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만으론 한계… 보완책 있어야”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만으론 한계… 보완책 있어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갇혀서는 안 되며 재정지출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 민간 투자 등 다양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과부하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평가와 과제’란 주제로 연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정책 제언들이 잇따랐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는 효과 반감시킬 것 참석자들은 대체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로버트 블레커 아메리카대 교수는 “최근 더욱 평등한 소득분배가 장기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이론과 경험적 증거로 입증됐다”면서 “하지만 기업이 임금상승 과정에서 노동절약형 기술혁신을 추진하면 고용에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재정정책과 공공투자 등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보완책을 같이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최저임금의 균형적 효과는 노동소득, 비용, 가격, 생산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도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없으면 의도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소득분배 개선을 통해 추가 경제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라면서 “1차 분배(시장소득)와 2차 분배(가처분소득) 양쪽에서 정책개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노선이 수정될 것이란 말이 있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여전히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라고 밝혔다. 지난 1년간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보완정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부작용이 생겼고, 경기가 하락하면서 고용 부진으로 이어졌다”면서 “결국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이어졌는데, 이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입법, 대기업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자제, 연대임금 정책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하긴 하지만, 3년 동안 55%를 올려서 1만원을 만든다는 것은 좀 가파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낙수 효과는 여전히 중요하고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실업보험, 근로장려세제를 지금보다 더 관대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보험·근로장려세제 등 더 관대하게 운용을 이어진 토론에서 최경수 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임금주도 성장의 대표적 사례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한국과 일본 사례를 들 수 있다”면서 “한국은 제조업 임금이 낮아 임금 상승이 전반적으로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이었지만, 일본은 소비를 촉진하고 임금 불평등은 오히려 높이는 방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고용증가 둔화와 소득감소에서 모두 아직 미미하다”면서 “제조업 구조조정 외에는 가계지출 증가세 둔화가 고용증가폭 축소의 주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외즐렘 오나란 영국 그리니치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고용 정책, 공공투자를 잘 활용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혁신, 성장,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금요 포커스] 기업의 빅데이터 대처법/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공학박사

    [금요 포커스] 기업의 빅데이터 대처법/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공학박사

    한 기업 회장님께서 대통령과 기업인 오찬에 다녀오더니 알 수 없는 주제들을 늘어놓으신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란다. IoT도, 빅데이터도 모르겠다. 회장님은 아직껏 두 단어를 계속 머리에 이고 사신다.김 회장 : 빅데이터 이야기한 지 3년인데 뭐 좀 변한 게 있나? 이 전무 : 저도 직원들에게 매번 강조합니다만 막상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박 부장 : 전문가를 불러 빅데이터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김 회장 : 그렇게 하면 빅데이터 하자고 불필요한 일을 하게 되니 우리가 당면한 고민을 해결합시다. 이 전무 : 회사 이윤이 매출액의 10%로 고정적인데 이것을 12%로 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 회장 : 좋은 생각입니다. 빅데이터로 그 문제라도 한번 풀어 봅시다. 박 부장 : 그러면 전문 컨설팅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느 대기업의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첫발을 뗀다. 박 부장은 해본 적 없는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회장님의 지시하에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매출이익을 1% 올리고, 비용을 1% 줄이면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수십년 경험으로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아무리 빅데이터라도 이렇게 무모한 과제를 쉽게 해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실패해도 배우는 게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시중에서 제일 유능하다는 업체를 선정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준비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빅데이터 프로젝트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모호한 데다 관련된 데이터가 잘 축적돼 있지 않아서다. 이런 사례는 알고 보면 쉽지만 실제로 일해 보면 필요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일쑤다. 이런 경우 필요한 데이터를 찾든지, 아니면 만들어가야 한다. 과거 데이터가 없으면 데이터를 모으기 전에는 어떠한 일도 하기 힘들었지만, 이젠 의지만 있다면 필요한 데이터를 만드는 기술은 널려 있다. 이런 데이터의 힘을 빌려 보다 정교한 분석을 하거나 업무 절차를 바꿔 전체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노력은 빅데이터의 힘이다. 기업이 클수록, 거시적 차원일수록 빅데이터를 이용한 1%의 효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매출 1조원을 웃도는 기업의 1%는 100억원이다. 국가의 열수요 예측을 정교하게 해서 원유나 석탄의 수입을 1% 줄일 수 있다면 엄청난 세금이 절약되는 일이다. 그러면 누구나 이런 일을 하려고 빅데이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것은 과거 정보기술(IT) 붐이 부른 진부한 발상이다. 가상화와 클라우드가 트렌드이므로 가져다 쓰는 기술에 익숙해져야 한다. 필요한 기술도 가져다 쓰면 되도록 상당히 유연해졌다. 빅데이터 기술이라고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 정교한 결과를 얻으려면 여러 개의 디테일한 모델을 만들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 고집 있는 회장님과 회장님을 따르는 부하 직원들이 합심해 문제를 도출하고 빅데이터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큰 의미를 띤다. 회사 이윤에 관련된 사항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임원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의 한 항목인데, 빅데이터 시대에 맞춰 변한 것이다. 앞으로 10년간 또는 20년간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이 시스템의 모습을 상당히 바꿔놓을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조차 AI가 추천할 것이다. 이 부분을 제대로 안다면 문제는 절반 이상 해결된 것이다. 조직의 모든 데이터가 정형이든, 비정형이든 적절히 분석돼 과거의 한계도 모두 없어졌을 것이다. 산업계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모범 사례는 AI가 존재하는 사례에서는 수시로 바뀌게 될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지 않는 사례는 무가치하기 때문이다. 과거 변화를 거울 삼아 좀더 빠른 속도로 미래를 내다본다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 수면장애 따른 전국 연간 생산성 손실액 11조원

    국민의 수면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생산성 손실액이 경기도만 2조 6000여억원, 전국적으로는 11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기도 수면산업(Sleep industry)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9분으로, OECD 국가 국민 평균 8시간 22분보다 20여분 짧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수면장애 질환자는 2014년 75만 7000여명에서 2016년 88만 3000여명을 증가하는 등 매년 늘고 있다. 수면장애 질환자는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등을 말한다. 이들의 진료비도 이 기간 934억원에서 1178억원을 늘었다. 1인당 연간 관련 질환 진료비 역시 12만 3000원에서 13만 6000원으로 증가했다. 수면장애와 관련한 약국 진료비도 2014년 369억원에서 2016년 466억원으로 늘었다. 수면장애 질환자와 이들의 진료비는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같은 수면장애로 생산성이 저하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경기도 내에서만 연간 2조 6470억원, 전국적으로는 11조 4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경기도 내 생산성 저하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을 다른 분야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생산성 손실액은 5조 4000여억원, 부가가치유발 손실은 2조 3000여억원, 취업유발 손실은 2만 3000여명에 이른다고 연구진은 분석됐다. 수면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커지면서 치료 및 수면 침구생산, 수면클리닉 등 수면산업이 선진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으로 급성장해 관련 시장 규모가 미국은 45조원, 중국은 38조원, 일본은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은 2010년부터서야 수면산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시장 규모가 2조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 연구위원 등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첨단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정책 및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면산업 시장 규모가 큰 경기도에는 ▲수면산업 육성 위한 인프라 구축 ▲해외진출 및 시장 확장을 위한 신기술 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수면산업 생태계 조성 ▲수면산업 활성화 위한 제도적 지원을 제안했다. 이은환 연구위원은 “침대, 매트리스 등 수면산업 제품들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허가 기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최근 논란이 된 라돈침대처럼 검증되지 않은 기능성 수면제품에 대해서는 의료기기에 준하는 수준으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넘어…대학로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넘어…대학로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中 일부. 김광규, 1982>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은 애당초 뜨거운 곳이었다. 386세대, 아니 훨씬 이전 세대들도 이 거리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였고, 4.19의 밤이 무르익었으며, 호헌철폐와 유신타도를 외쳤고, 80년 봄을 뺏긴 울분을 최루탄 내음 핑계 삼아 목 놓아 쏟았다. 그러다 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낭만의 거리, 예술의 거리, 연인의 거리라는 달달한 이름표를 달기 시작하면서 대학로는 대표적인 젊음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2004년 5월에 이르러서는 종로구 인사동에 이어 대학로는 서울의 두 번째 문화지구로 지정이 될 만큼 대중 문화 예술 활동 중심지역이 되기도 하였다. 그룹 동물원의 '혜화동' 노래 가사처럼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야만 할 것 같은 골목, 내일이면 멀리 떠나가는 친구와 함께 한 추억이 담긴 거리, 대학로다. 지금의 대학로는 예전에도 대학로였다. 조선 태조 7년(1398)에 성균관이 이 지역에 터를 잡으면서 지금의 명륜동, 혜화동, 동숭동 일대 전역을 ‘가르침을 높이 여긴다’라는 뜻으로 '숭교방(崇敎坊)'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숭교방 동쪽에 있다하여 동숭(東崇)동이 생겨났고 이곳에 1924년 현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제국대학이 자리를 잡는다. 왜냐하면 이 주변에는 공업전습소(현 한국방송대학교 본관), 대한의원(현 서울대학병원), 부속의학교(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도심 내의 교육환경으로서는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광복 후인 1946년 8월, 국립 서울대학교가 정식으로 발족하면서 현 마로니에 공원과 아르코미술관 일대는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이 모여드는 낭만의 거리로 변모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대학로라는 명칭보다는 서울대 문리대 앞길이라 하여 ‘문리대길’이라 불렀으며 지금은 복개된 작은 하천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대포 탁주를 파는 작은 실비 주점들과 다방들이 모여들었다.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로 옮긴 뒤 정부는 그 자리를 1976년 3월에 마로니에 공원으로 지정 조성하였다. 또한 서울대학교 본관 건물을 한국문화예술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본관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레 주변에는 소극장, 미술관, 카페 등이 속속 들어선다. 건축가 김수근의 마로니에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샘터 사옥 등의 붉은 색 벽돌 건물들뿐만 아니라 샘터파랑새극장, 바탕골소극장, 성좌소극장, 연우소극장 등이 골목 골목에 들어서면서 대학로는 명실상부한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문화의 거리로 변모하였다. 1985년 5월에는 이화사거리부터 혜화로터리까지 폭 40m 6차선의 길이 1.2km의 구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조성하면서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대학로라는 거리명칭이 통용되었다. 이후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현재의 대학로는 100여개의 공연장과 더불어 쇳대박물관, 로봇박물관, 짚풀생활사 박물관, 의학박물관 등 4개의 박물관과 아르코미술관, 갤러리정미소, 목금토갤러리, 샘터갤러리 등의 미술관, 하이퍼텍나다와 영화관 등이 모여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연중무휴로 이루어지는 서울 대표적인 문화 특구로 지금까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학로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야? - 90년대 이전까지는 서울 도심 최고의 젊음의 공간. 아직도 옛 향수와 더불어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접할 수 있다. 2. 누구와 함께? - 연인과 함께. 3. 위치는?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 꼭 봐야하는 곳은? - 마로니에 공원, 샘터 사옥 건물과 아르코 미술관, 골목 골목에 위치한 작은 소극장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대학로에는 현재 홍익대를 포함하여 동덕여대, 상명대, 중앙대, 우석대, 청운대 등의 각 대학 예술학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보니 늘 젊음 특유의 생동감이 있는 살아있는 거리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추억을 담고 있는 학림다방, 아르코 미술관, 샘터 파랑새 극장 7. 주의할 점은? - 이곳에는 순수 연극을 사칭하여 질 낮은 공연을 유도하는 거리 호객꾼들도 많다. 미리미리 공연정보를 알아보고 와야 한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tour.jongno.go.kr/tour/cultureInfo.do?menuNo=400165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창경궁, 쇳대박물관, 로봇박물관, 짚풀생활사 박물관, 의학박물관, 주말 농부시장 마르쉐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대학로는 아직도 젊음의 에너지가 약동하는 거리다. 홍대 앞이나 가로수길과는 결이 다른 순수한 낭만이 아직은 살아 있는 곳이다. 싸구려 음란 공연 티켓은 항상 주의! 조심!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미국인 58% “트럼프 똑똑”… 64% “존경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 등 거칠고 도 넘은 언행에도 불구, 미국인 절반 이상은 “그가 똑똑하고 지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탁월’ 또는 ‘잘한다’며 지지하는 여론도 비슷했다. 26일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똑똑하다’는 명제에 응답자의 58%가 ‘그렇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였다. 이 조사는 지난 1~13일 성인 남녀 1520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갤럽은 “1990년대 초 조지 H W 부시 및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유사한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고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인지에 대해서는 긍정(51%)이 부정적 답변(49%)을 오차 범위에서 조금 앞섰다. ‘국가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냐’는 질문에도 결과가 비슷했다. 경제정책 및 판단력 등에서 나름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그의 이미지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정직성과 신뢰도에 대해서는 부정적 답변(62%)이 긍정적 답변 (37%)을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호감도도 이와 똑같은 수치가 나왔다. “존경하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가 64%, ‘그렇다’가 35%였다. 미국인들은 그를 정직하지 않다고 여겼고, 신뢰하지도 않으며, 존경하지도 않았다. “그가 여야 정당과 함께 국정을 잘 수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정적 답변이 67%에 달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보 걷고 자연으로 돌아간 탄천

    경기 성남시는 탄천 미금보를 철거하고 자연형 여울을 조성했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지난달 8일부터 2억원을 들여 분당구 구미동 일대 탄천을 가로막던 길이 45.5m, 높이 1.7m 규모 콘크리트 재질의 미금보를 철거한 뒤 하천 바닥에 자연석으로 경사를 만들어 1150㎡ 규모의 자연형 여울을 조성했다. 여울을 만들면 물의 흐름이 빨라져 수중 산소량이 증가하고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해 수질 개선 효과가 크다. 생물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탄천은 용인시에서 발원해 성남시 분당구와 서울 송파·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35.6㎞의 하천이다. 미금보는 탄천 성남 구간 15.7㎞를 따라 만들어진 농업용 보 15개 가운데 하나였다. 20여년 전인 1990년대 초반 농업용수 확보와 치수를 위해 설치됐으나 분당 신도시 조성 등으로 주변 지역이 도시화돼 농경지가 사라지면서 보의 기능을 상실했다. 오히려 하천의 흐름을 막아 물을 오염시키고 악취를 풍기는 흉물로 전락해 하상 보호용 낙차 시설로 관리해 왔다. 시는 2003년부터 2015년까지 190억원을 들여 탄천을 생태 하천으로 복원했다. 수질이 개선됐고 100여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등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어류는 21종에서 27종, 조류는 25종에서 67종으로 늘어났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北특급열차 ‘놀라운’ 속도의 비밀... 자전거보다 느린 35km

    北특급열차 ‘놀라운’ 속도의 비밀... 자전거보다 느린 35km

    남북 철도 협력 본궤도 올라서나... 北철도 관심 증폭노후화된 北기찻길···“레일못 빠졌고, 침목은 썩어”‘21세기 철공소’로 불리는 북한 기관차 공장도 주목남북이 26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철도협력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의 철도 실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철도 구간이 부산에서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시베리아횡단 열차의 가장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이다. 세간에 알려진 북한의 철도 현황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가의 동맥’으로 표현되는 철도는 북한에서도 대표적이고 중요한 운송 수단이다.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철도는 평양-무산, 평양-혜산, 평양-신의주, 평양-원산 등 평양을 중심으로 전국에 펼쳐져 있다. 한반도의 척추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이 남북을 가로지르면서 산악지대가 남한보다 많은 북한은 동서를 이어주는 고속도로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서를 이어주는 유일한 운송수단인 철도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북한 전체 화물 운송의 80~90%, 여객의 60% 정도를 철도가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지만 노후화된 철도 시설은 개·보수가 전혀 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적인 예로 철로를 떠 받치는 침목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 줘야 하지만 목재의 수급이 안돼 부식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 철로와 침목을 고정하는 ‘레일못’은 고철 수집자들이 뽑아간 구간이 많아 열차 전복 사고로 이어졌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 당국은 ‘레일못’ 뽑아 파는 주민들에게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던 것으로 일부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다. 실제 최근 까지도 열차 전복사고로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인명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2016년 함경도에서 수해복구를 마치고 복귀하던 열차가 탈선, 전복돼 수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접촉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해 11월 21일 수해복구를 마치고 복귀하던 열차가 함경남도 단천시 인근에서 전복됐다고 한다. 이 열차에는 수해복구에 동원된 중장비와 함께 돌격대원(건설현장에 동원되는 근로자들) 수백여 명이 타고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한다. RFA와 접촉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사고 열차는 장성택이 생전에 중국에서 원동기를 수입, ‘김종태전기기관차종합기업소’에서 생산한 디젤 기관차로, 두만강 유역의 수해복구 작업에 동원됐다가 복귀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당시 사고 원인으로는 철길 보수 불량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인 아니라 열악한 전력 사정으로 정전이 반복돼 전기기관차로 운행되는 열차들은 거북이 걸음으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5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취재진들도 이를 실제 목격했다. 취재진들은 원산에서 풍계리에 인접한 재덕역까지는 특별열차로, 재덕역에서 풍계리까지는 버스와 도보 편으로 이동했다. 이 때 원산역에서 재덕역까지는 416km로 12시간 걸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취재진이 탑승한 특별열차는 평균 시속 35km로 달린 셈이다. 특히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자전거를 탈 때 시속이 35km 이상임을 감안하면 매우 느린 ‘거북이 속도’란 것이 안팎의 지적이다. 북한이 최우선 고려해 편성한 특별열차도 이 정도 속도로 운행할수 밖에 없는 것이 북한 철도의 현주소다. 향후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 내 철로 정비가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북한에서 기관차와 차량을 생산하는 곳은 평양 서성구역에 위치한 ‘김종태전기기관차종합기업소’이다. 북한에서 유일한 철도 관련 공장이지만, 낙후한 설비로 인해 ‘21세기 철공소’란 내부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 철도 협력이 활성화 되면 우선적으로 현대화 사업을 해야 할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세계서 가장 진귀한 조류, ‘스픽스 앵무새’의 귀향(歸鄕)

    세계서 가장 진귀한 조류, ‘스픽스 앵무새’의 귀향(歸鄕)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새이자 애니메이션 ‘리오’(2011)의 주인공이기도 한 ‘스픽스 앵무새’(스픽스유리금강앵무새, 스픽스마카우)가 고향인 브라질로 되돌아간다. 브라질 정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벨기에와 독일 정부와 협약을 맺고 내년 상반기 스픽스 앵무새 약 50마리를 브라질로 데리고 와 개체 보존 및 증가를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스픽스 앵무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야생 앵무새이자, 앵무새 종(種) 중에서도 가장 귀한 종으로 꼽힌다. 온 몸이 영롱한 파란색 털로 뒤덮여 있으며 19세기 초 발견되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조류가 됐다. 스픽스 앵무새는 다른 앵무새처럼 사람의 말을 따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털 색깔 때문에 몸값이 수 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무차별적인 밀렵 때문에 멸종 위기에 들어섰고, 야생에서는 1990년대에 이미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유럽 일부 국가에만 야생이 아닌 사육의 형태로 약 150여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 정부는 그동안 브라질 북동부가 원산지인 희귀 앵무새를 다시 브라질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현재 브라질 동부에 있는 도시인 바이아에 스픽스 앵무새를 위한 특별한 보호센터를 마련했다. 브라질 측은 내년 초 유럽에서 넘어오는 스픽스 앵무새를 이곳에서 머물게 한 뒤, 오는 2021년 야생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브라질 환경부측은 “스픽스 앵무새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 덕분에 개체수가 2012년 79마리에서 올해 158마리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현존하는 스픽스 앵무새는 야생이 아닌 인간에 의해 사육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멸종위기의 앵무새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인 ACTP(Association for the Conservation of Threatened Parrots) 측은 “지속 가능한 보호계획을 통해 개체수를 안정적인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면서 “동시에 이 앵무새가 원래 있었던 브라질 카팅가 지역 야생에서의 공존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베 “한·일 관계 기초 구축”…외신 “쿠데타 일으킨 군인”

    아베 “한·일 관계 기초 구축”…외신 “쿠데타 일으킨 군인”

    日 언론들 속보·1면 기사 전해 나카소네 “오랜 친구를 잃었다” 中 참고소식망 ‘독도 어록’ 소개 美선 ‘정보기관 창설자’ 등 표현한국 정치·외교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별세 소식을 해외 언론들도 신속하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고인이 한·일 국교 정상화 협상의 주역으로서 특히 깊은 관계를 맺었던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의 조의가 전해졌으며, 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아베 총리는 지난 23일 김 전 총리의 타계 소식을 접한 뒤 “한·일 국교 정상화 협상으로 한·일 관계의 기초를 구축했다”며 신속하게 조의를 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하는 메시지를 통해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으며,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대표해 충심으로 명복을 빈다”고 했다. 고인의 오랜 친구로 지난달 100세 생일을 맞았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도 “김 전 총리는 한·일 양국의 우호와 발전을 위해 크나큰 노력을 했다”며 “지난해 김종필 증언록(일본어판)이 출간됐는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오랜 친구를 잃어버려 진심으로 슬프다”고 발표했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오늘날 한·일 관계의 토대를 만든, 정말로 아까운 사람을 잃었다”며 “한·일 관계가 곤란한 과제에 직면했을 때 경험을 살려서 스스로 땀을 흘려 주었던 고인의 정열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속보로까지 전했으며 아사히, 요미우리 등 주요 신문들은 24일자 조간에서 1면 기사로 다뤘다. 대부분 김 전 총리를 ‘지일파’라고 표현하면서 그가 대일 청구권 협상을 주도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당시에는 일본 정부의 수사를 무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마이니치신문은 김 전 총리에 대해 “1976년 한·일의원연맹의 초대 회장에 취임하고 나카소네 전 총리 등 일본 정계에 지인이 많다”며 “한·일 관계의 통로로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보수 정계와의 인맥을 살려서 대일 정책을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주요 매체들도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은 김 전 총리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로 두 차례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1961년 중앙정보부 초대부장을 맡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최대 발행부수를 보이는 참고소식망은 김 전 총리가 생전에 많은 어록을 남겼는데, 특히 1962년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 “독도를 폭파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강경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김 전 총리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삼김’(三金)으로 불리며 한국 정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썼다. AP, AFP, dpa통신 등은 구미계 언론들도 김 전 총리를 ‘한국 정보기관 창설자’,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 등으로 표현하며 별세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AP통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에서 중심 인물이었다”며 “대권에 도전한 적은 없지만 ‘킹메이커’ 역할을 했으며 ‘영원한 2인자’로도 불렸다”고 소개했다. AFP통신은 “1980~1990년대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으로 여겨진다”고 썼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도둑에게 배우는 도시 사용 설명서

    도둑에게 배우는 도시 사용 설명서

    도둑의 도시 가이드/제프 마노 지음/김주양 옮김/열림원/352쪽/1만 5000원‘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 잡’, ‘인셉션’ 등의 영화에서 보면 복잡하고 거대한 건물 안을 노리는 도둑 일당의 치밀한 준비 작업이 등장한다. 각종 건물 모형과 평면도를 늘어놓고 리허설을 거듭하며 한 치의 실수 없이 금고 안의 막대한 돈과 보석을 빼내려는 이들의 ‘위대한 조상’이 있다.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도둑’ 조지 레오니다스 레슬리다. 19세기 중후반 미국에서 일어난 은행털이 사건의 80%는 이 남자의 손아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시내티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 1869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해 브루클린 다리가 세워졌고 1853년 발명된 엘리베이터의 발전으로 하늘에 더 가까이 닿으려는 고층 건축 붐이 일어났다. 맨해튼 브로드웨이의 지하에 설치된 수송 시스템은 몇 년 뒤 뉴욕 지하철이라는 거대한 미로를 잉태했다. 건축을 전공한 레슬리는 이 경이로운 대도시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건물의 빈틈이나 사각지대, 감춰진 출입구와 연결통로를 파악해 건물 털이에 주력했다. 건축 기고가로 유명한 저자는 레슬리가 도시를 활용하는 법에 주목했다. “도시민 누구도 건물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즉 도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레슬리가 깨우쳐 줬다”는 것이다. 도둑들이야말로 건물을 마음대로 활용하고 들락거리며 건물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한계를 무시하면서 건축물의 진짜 사용법을 밝혀낼 줄 아는 이들이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그간 진부해진 ‘도시’라는 주제를 스릴 넘치는 서사로 풀어 나간다. 로스앤젤레스(LA)가 1990년대 ‘은행 강도의 세계 수도’라 불린 것도 이 도시의 특성 때문이다. 수많은 고속도로로 연결돼 있어 은행털이범들이 주유소를 들르듯 고속도로 출입구에 자리한 은행을 털고 다시 도로로 보란듯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LA경찰청 항공지원팀도 이런 도시와 범죄 특성에 따라 세워진 공권력의 대응이다. 저자는 전혀 인과관계가 없을 것 같은 도시의 현상과 사건을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취재를 통해 숨겨져 있는 의미로 안내한다. 이 흥미진진한 서사 덕분에 책은 미국 CBS의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용석의 상상 나래] 기술의 핵심가치를 읽고 미리 변화해야 한다

    [김용석의 상상 나래] 기술의 핵심가치를 읽고 미리 변화해야 한다

    연구개발 분야에 오래 몸담고 있다 보니 늘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행운을 얻었다. 전 세계 많은 기업, 엔지니어들과의 경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즐거움을 느낀다. 세상을 바꿀 만한 ‘큰’ 기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많은 기업이 망하거나 새로 생기는 현장을 지켜봤다. 또 내가 하던 일이 없어지고, 새롭게 생기기도 했다. 기술은 일의 본질을 바꾸고 개인과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디지털 기술의 기반하에 반도체, 통신, 컴퓨터가 과거의 중요 기술이었다고 한다면 미래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이 주도할 것이다. 그런데 기술은 핵심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이 가치를 찾아내면 미리 준비하면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일본 전자기업 소니는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이 늦었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일반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대응이 늦었다. 기술의 핵심가치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에 변화 시기를 놓친 것이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많은 변화는 디지털 기술에서 왔다. 디지털 기술의 핵심가치는 데이터의 저장과 교환이다. 이는 ‘손가락’, ‘발가락’ 그리고 ‘손가락으로 수를 세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디지트’(Digit)를 알면 이해가 된다. 손가락을 하나 둘 세듯이 아날로그 데이터를 ‘1’과 ‘0’의 두 가지 상태로 표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를 쉽게 저장 또는 교환할 수 있다. 디지털TV, 디지털 오디오 기기, 디지털 방식 휴대전화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기술이 통신과 컴퓨터에 응용되고, 인터넷 기술이 보급되면서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진입했다. 철도, 자동차, 항공 산업이 물리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면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 네트워크가 급속히 진행됐고 시공간의 장벽도 무너졌다. 이는 지구를 하나로 묶는 세계화를 만들었다. 1990년대 초 반도체 설계 이야기이다. 기술 발전으로 크고 많은 양의 설계가 가능한 시스템반도체(SoC) 개발로 바뀌면서 설계, 제조 방법 등 큰 변화를 갖게 된다. 마치 작은 도시의 건물을 짓는 것에서 큰 도시를 조성하는 규모의 많은 건물을 짓는 수준으로의 변화이다 보니 고려할 사항도 많아졌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의 뇌에 해당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시스템반도체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 안에서 동작시킬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욱 중요해진다. 많은 기능, 성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카메라에 사용되는 이미지센서 반도체에서의 좋은 화질은 이미지 신호처리를 담당하는 소프트웨어가 맡는다. 다시 말해 시스템반도체로의 변화에서 소프트웨어가 매우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읽어내야 하고, 이에 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육성해야 할 것이고 개인은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워야만 시스템반도체 시대에 경쟁 우위에 있게 된다. 사물인터넷은 어떨까. 주변의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사람들의 개입 없이 사물들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 주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PC와 스마트폰의 경우 정보를 쓰고 활용하는 주체가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사물로 중심이 바뀌는 셈이다. 사물인터넷의 핵심가치는 사물의 지능화에 있다. 이는 플랫폼과 클라우드에서 가능하다. 모든 사물들에 센서와 컴퓨터 프로세서, 통신모듈이 탑재되고 사물들이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는데, 이를 클라우드 서버에서 모으게 된다. 플랫폼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사물을 똑똑하게 만든다. 사물인터넷은 개인, 공공, 산업별로 다양하고 넓게 활용된다. 사물을 어떤 방법으로 지능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커즈와일이 예측한 대로 2045년에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술의 진화가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될 것은 분명하다. ‘변해야 산다’는 말은 상황 변화에 잘 대응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누가 빠르게 미래를 준비하고 도전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변화의 중심에 기술이 있다. 기술의 핵심가치를 앞서 읽고 변화해야 한다.
  • [흥미진진 견문기] DJ 사저서 대통령 ‘고뇌’ 느끼고… 책거리역선 지적 교감을

    [흥미진진 견문기] DJ 사저서 대통령 ‘고뇌’ 느끼고… 책거리역선 지적 교감을

    이름만 들어도 흥이 나는 거리 홍대를 걸을 생각에 발걸음이 급했다.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긴 것은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탁 트인 경의선 숲길 공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려진 철길이 저녁이면 돗자리를 깔고 가벼운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동교동에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와 김대중도서관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늑하면서도 경건한 도서관을 둘러보며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음을 깨달았다. 또한 화려하고 대단한 문양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노벨 평화상의 상장이 한 장의 풍경화처럼 낭만적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1990년대만 해도 홍대와 서교동 일대는 대표적인 출판거리로 명성을 떨쳤다. 경의선 책거리는 철길을 연상하게 하는 조형물과 아이디어 넘치는 서점들로 단단히 재무장했다. 특히 와우교 아래에 운치 있게 간이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책거리역은 경의선 철도의 감성과 책거리의 지성이 교감을 이뤄 저절로 “와우” 하는 감탄사가 터지게 했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부터 당인리화력발전소 앞까지 1.6㎞ 구간 ‘걷고 싶은 거리’를 걷자니 ‘사고 싶은 거리’로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로 먹거리, 볼거리들이 가득했다. 버스킹 대회를 연다는 현수막에 눈길을 줄 새도 없이 서교동 365거리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철로가 폐선되고 도로가 나면서 그 시절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현재의 상권이 들어선 매력적인 진풍경이 펼쳐졌다. 마포종점의 가사 ‘저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처럼 우리는 그렇게 경의선 철길 투어의 마지막을 당인리발전소 앞에서 맞이했다. 가난한 사람들의 데이트 장소였다는 발전소 앞은 지금도 데이트하기 좋은 분위기 있는 상수동 카페가 즐비했다. 아름다운 조선 처녀에게 반해 눌러앉게 된 중국 사람이 살았다 하여 당인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는 최서향 해설사의 유쾌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했던 홍대 경의선 철도 투어와 같았을 것이다. 경의선 철도는 사라졌지만, 그 흔적을 걷는 우리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신수경(서울도시문화지도사)
  • 일제 185t 콘크리트 제거에만 3년…최장기 보수 ‘새 역사’

    일제 185t 콘크리트 제거에만 3년…최장기 보수 ‘새 역사’

    230억 투입, 숭례문 이어 두번째 옛 부재 81% 다시 써 원형 보존 정치적 ‘최악의 복원’ 동탑과 동거20년 만에 국민 곁으로 돌아온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은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 기간 체계적인 수리가 진행된 사례로 꼽힌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만 230억원이다. 숭례문 복원(25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1998년 구조 안전진단 결과 콘크리트가 노후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해체·수리가 결정됐다. 2001년에 시작한 석탑 해체 작업에만 10년이 걸렸다. 특히 일제가 석탑을 보수할 때 쓴 콘크리트를 떼어 내는 데 3년이 걸렸다. 정을 이용해 일일이 콘크리트를 긁어냈고, 미세하게 남은 콘크리트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기계로 걷어 냈다. 해체 당시 나온 콘크리트만 185t에 달한다. 높이 14.5m의 6층 탑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석탑은 원래 25m 높이로 추정된다. 18세기 기행문 ‘와유록’에는 미륵사지 석탑이 7층까지 남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 탑을 몇 층으로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었다. 김현용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해체 조사 결과 7층 위로 부재(탑 재료)가 남지 않은 데다 문헌에서도 해당 재료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탑에 새로운 재료를 올리면 옛 부재가 하중을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무리하게 복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3~14년 보수공사 및 보존 처리를 한 이후 실제적인 탑 조립은 2015~17년에 진행했다. 연구소는 석탑의 원형과 역사성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원래의 부재를 최대한 재사용했다. 옛 부재 중 81%를 다시 썼고, 원래 부재와 가장 유사한 황등석(익산에서 나는 화강암) 등을 새 부재로 충당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수리 작업에 대해 석탑 문화재 복원의 모범 사례라고 자평했다. 국제 기준에 따라 원재료와 기법을 최대한 보존하고 부족한 부분은 현대 기술로 보강했기 때문이다. 한편 최악의 복원 사례로 꼽히는 동탑과 마주하게 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동탑 복원은 1990년대 초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결정됐다. 2004년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20세기 한국 문화재 복원의 최악의 사례”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원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2009년 미륵사지석탑의 해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1층 내부 심주석 상단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얇은 금판에 글자를 음각한 금제사리봉영기 덕에 미륵사 창건 배경과 발원자, 사리 봉영 시기(639년) 등이 밝혀졌다. 당시 발견된 사리장엄구 유물 1만여점 중에서 복제한 사리호, 금제사리봉영기, 유리구슬 등은 원래 있었던 장소인 심주석 상단에 넣었다. 연구소는 다음달 말 주변 정비를 시작한다. 준공식은 내년 3월에 열린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공연리뷰]고색창연한 목소리…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내한공연

    [공연리뷰]고색창연한 목소리…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내한공연

    세계 최정상 카운터테너(여성 음역대를 부르는 남성 성악가)의 음색은 고색창연했다. 지난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과 고음악 앙상블 잉글리시 콘서트의 공연은 한국 관객에게 300여년 전 영국 바로크 시대로의 여행을 선사했다. 숄은 1990년대 중반 수많은 카운터테너가 관객의 관심을 받다 사라진 뒤 현재까지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성악가로 꼽힌다. 엘가 이전 영국의 최고 작곡가였던 퍼셀의 세미오페라 ‘아서 왕’ 속 아리아 ‘그토록 큰 그대의 힘은’을 부를 때는 빠른 템포와 서늘한 음색으로 노래 속 ‘겨울의 신’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일명 ‘콜드 송’으로 불리는 이 곡은 겨울의 신이 ‘사랑의 신’ 큐피드가 자신을 깨우자 다시 죽음 같은 잠 속에 들어가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196㎝의 큰 키인 숄은 노래 속 ‘겨울의 신’을 무대 위에서 그대로 재현했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크 트럼펫이었다. 마크 베넷이 연주한 바로크 트럼펫은 여성 음역인 카운터테너 옆에서 악기 특유의 남성성을 노련하게 드러냈다. 특히 헨델의 칸타타 ‘앤 여왕의 생일을 위한 송가’ 중 ‘성스러운 빛의 원천’을 연주할 때는 숄과 트럼펫이 한 쌍의 남녀 연주자처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지난달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 때 이 곡이 연주된 점을 상기해 보면, 잠시나마 한국 관객을 ‘세기의 결혼식’으로 초대한 셈이기도 했다. 잉글리시 콘서트가 선보인 보이스 교향곡 2번 등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정갈한 연주가 돋보였다. ‘아서왕’ 모음곡 중 ‘샤콘’이 연주될 때는 바로크 춤곡의 리듬감이 객석에 경쾌하게 전달됐다. ‘한화 클래식’ 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무대는 지난 14일 천안 예술의전당과 15~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3회에 걸쳐 전석 매진의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다만 서울의 경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이번 공연을 위한 최선의 장소였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태생적으로 음량이 작은 테오르보(현대의 기타와 같은 고악기)와 하프시코드 연주가 객석까지 전달되기엔 콘서트홀의 규모가 다소 컸기 때문이다. 일부 연주는 이들과 함께 통주저음(화성적 베이스를 연주하는 반주)을 맡은 악기 중 첼로 소리만이 관객의 귀에 제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공연장 크기가 3분의1 정도였다면 더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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