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1990년대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 새벽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 복지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 KBS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 YBM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627
  • 마지막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전국민 웃게 했던 ‘자니 윤 쇼’

    마지막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전국민 웃게 했던 ‘자니 윤 쇼’

    美 NBC ‘투나이트쇼’ 출연으로 유명세 성·정치 풍자 ‘미국식 토크쇼’ 첫 도입 박근혜 후원회장 경력… 말년엔 치매한국에 처음으로 미국식 토크쇼를 선보이며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 자니 윤(한국명 윤종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했다. 84세.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그는 1962년 해군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가 오하이오 웨슬리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영화배우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77년 샌타모니카 코미디 클럽에서 NBC ‘더 투나이트 쇼’ 호스트이자 토크쇼의 황제로 불리는 자니 카슨에게 발탁돼 아시아인 최초로 이 프로그램에 34번이나 출연하며 미국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이름 ‘자니’는 한국 이름을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해 만든 영어 이름 ‘존’(John)의 애칭이다. 1989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1990년까지 KBS 2TV에서 ‘자니 윤 쇼’를 진행했다. 진행자의 이름을 내걸고 매회 연예인 등 게스트를 초대하는 미국식 방송을 처음 시도해 한국 토크쇼의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주병진 쇼’, ‘서세원 쇼’, ‘이홍렬 쇼’ 등이 잇따라 나오는 계기가 됐다. 당시 자니 윤은 재미교포의 ‘버터발음’과 정치와 성(性) 등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는 유머, 특유의 미소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는 마무리 멘트는 전 국민의 유행어였다. 이후 1991년부터 1년간 SBS에서 ‘자니 윤 이야기 쇼’, 2009년 SBS골프 ‘자니 윤의 싱글로’ 등 방송 활동을 이어 갔다. 1년 만에 막을 내린 첫 토크쇼에 관해 그는 2011년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해 “당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고 방송에서도 제한된 것들이 많았다”며 “나는 정치·섹시 코미디를 즐겼는데 (이에 대한) 제재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정치권과도 인연이 있었다. 2007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로스앤젤레스에 방문했을 때 박근혜 후원회 모임 회장을,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캠프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지만 실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2014년 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2016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뇌출혈로 입원하며 미국에 건너가 치료와 요양 생활을 했다. 말년에 치매가 찾아와 로스앤젤레스 요양시설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메디컬센터에 기증된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여기는 중국] 후베이성 코로나19 의료진 4만 명 중 3000명 확진

    중국 후베이성(湖北) 일선 병원에서 코로나19 의료 활동 중인 이들 가운데 약 3000명의 의료진이 집단 감염된 사실이 공개됐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최근 온라인 상으로 진행된 언론인 브리핑을 통해 ‘후베이성 내에서 의료 활동 중이었던 의료진 중 약 30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라며 이들 치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언론인 브리핑에 참석한 국무원 신문판공실 자료에 따르면 9일 현재 후베이성 일선에서 활동 중인 전체 의료진의 수는 약 4만 명 중 약 30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로 확인됐다. 브리핑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상당수 의료진의 집단 감염 사실에 대해 코로나19 확진 사유와 당국의 후속 조치와 현지 안전 조치 상황 등을 묻는 질문을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무원 딩샹양(丁向阳) 부비서장은 “성 내에서 활동 중인 의료진 감염자 수가 집계된 것으로만 약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이들 3000명의 확진 판정 의료진 중 병원 내 의료 활동 중 전염된 사례는 약 40%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국무원 설명에 따르면 3000명의 확진 판정 의료진 중 약 60%에 달하는 환자들은 의료 활동 이외의 시간에 전염됐다는 것. 딩 부비서장은 “과반수 이상의 확진 판정 의료인들은 대부분 그들의 가족 또는 지인과의 모임을 통해 감염된 사례”라면서 “이들 감염자들은 모두 원래부터 후베이성에 거주해왔던 현지 의료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중국 전역에서 후베이성 소재의 병동으로 파견, 의료 자원봉사 중인 외부 의료진의 수는 약 2만 명에 달한다. 국무원 집계에 따르면, 외부 의료진 가운데 전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단 한 차례도 보고된 바가 없다는 해석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다수의 의료진 활동 사례 대비 감염 비율은 비교적 낮은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딩 부비서장은 “확진 판정을 받은 일반 환자 수 대비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료진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과다한 업무가 의료진에게 할당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병원 내 감염 방지 방역 활동이 비교적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향후 의료진이 돌아가며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각종 조치 강화를 통해 원내 감염 문제는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무원 집계에 따르면 9일 현재 후베이성 내의 의료진 수가 4만 명이 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중 약 3000명의 감염 사태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설명인 셈이다. 특히 후베이성에서 활동 중인 4만 명의 의료진 중 ‘90호우’(90后)와 ‘00호우’(00后) 등 20대 의료진 수는 1만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90호우’와 ‘00호우’는 각각 1990년대, 2000년대에 출생한 청년들을 지칭한다. 이와 함께, 국무원 측은 이 같은 대규모 의료진 감염 사태 주요 원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딩 부비서장은 “의료진의 대규모 감염의 주요 원인을 꼽자면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통제와 방역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식이 부족했다. 이후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박차를 가하던 중 2~3차 감염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소중한 희생을 하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에 대해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향후에는 대규모 인원의 의료진 감염 사태가 발병하지 않도록 각 병동에서는 방역과 전염 방지 시스템을 강화하고 내부적인 감염 예방 지침과 규범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만일의 경우 이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거나 교육을 완료하지 않은 의료진에 대해서는 의료 활동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제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준 우한 시 일대의 격리 병동에 입원한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약 2만 명이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딩 부비서장은 후베이성 봉쇄 완화 정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우한 시 일대의 상황이 호전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전염병 방지법과 공중위생사건 응급조례에 관한 규정 등에 따라 봉쇄 완화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지만 우한 시 일대는 코로나19 확산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다만, 최근 집 앞을 나설 때마다 봄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왔다는 점을 상기할 때 모든 이들이 기대하는 그날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양녀 성추행’ 우디 앨런 회고록 무산

    ‘양녀 성추행’ 우디 앨런 회고록 무산

    ‘양녀 성추행’ 혐의를 받은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회고록 출판이 해당 출판사의 포기로 무산됐다. AFP통신은 미국 유명 출판사 아셰트 북그룹이 앨런의 회고록 출간 계획을 취소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셰트 대변인은 AFP에 보낸 성명에서 “앨런의 책을 출판하지 않기로 한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저작물의 모든 권리를 앨런에게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아셰트는 ‘무(無)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다음달 출판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5일 직원 70여명이 “아동 성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이라고 출간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는 등 반발에 부딪혔다. 이런 상황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져 나갔다. 앨런은 1990년대 초반 전 부인인 배우 미아 패로와 함께 입양했던 양녀 딜런 패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앨런의 친아들이자 탐사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로넌 패로도 회고록 출간에 반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아셰트는 권력자의 성폭행에 목소리를 낸 많은 생존자와 형제들을 완전히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앨런에게 당한 성추행을 폭로했던 딜런 패로는 아셰트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비주류 내추럴와인…즐기니 ‘주류’ 인생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비주류 내추럴와인…즐기니 ‘주류’ 인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일로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켜 축복받은 인생을 산다고 하죠. 많은 사람이 ‘덕업일치’를 꿈꾸는 것도 일로 얻는 만족감이 행복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세상이 외면하는 ‘비주류’라면 선택한 길을 걷는 데는 굳은 용기와 의지가 필요합니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칠 만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겠죠. 프랑스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의 최영선(52) 대표가 수년 전 내추럴와인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을 때 이 와인은 철저한 마이너리티였습니다. 내추럴와인이란 포도 재배부터 와인을 만드는 양조 과정까지 제초제, 산화방지제(SO2) 등 화학적 첨가물을 넣지 않고 소량 생산하는 와인을 뜻합니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 흐름을 타고 이미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시장이 형성됐지만 이제 막 와인 대중화 물꼬가 트일 무렵의 당시 한국에선 매우 생소한 술이었죠. 최 대표는 “(내추럴와인을 한국 시장에 알리는 것이) 막막했지만 ‘깨끗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의 철학이 담겨 있는 술이기에 언젠가 내추럴와인의 진가를 알아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현지 생산자들과 국내 수입사들을 연결해 2014년 처음 내추럴와인을 한국에 들여온 그는 2017년부터 매년 내추럴와인 축제 ‘살롱오’를 개최해 저변을 확대, 국내 식음료(F&B) 트렌드의 지형을 바꾼 인물입니다. 최근엔 프랑스의 전설적인 내추럴와인 생산자 15명을 일일이 찾아가 인터뷰해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추럴와인 메이커스’라는 책을 펴내기까지 했습니다. 내추럴와인을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죠.파리에 거주하는 그에게 보이스톡을 걸어 물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내추럴와인에 빠지게 된 것이냐”고요. 시작은 ‘메이저리티 와인’이었습니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투자은행(IB)에 다니던 그는 1990년대 흔치 않았던 와인 애호가였습니다. 그는 “대학생 시절 프랑스에 다녀온 교수님이 샤블리 와인 한 병을 들고 왔는데, 이날 와인에 매료돼 와인 관련 서적은 다 뒤졌다”고 했습니다. 당시 국내에선 수입 와인을 구하기조차 힘들었지만 회사 특성상 외국인 직장 동료들이 있어 맛있는 와인을 종종 마실 수 있었고, 어느덧 좋은 사람들과 좋은 와인,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사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직장 생활 10년차, 안정된 커리어가 지루해진 어느 날 “와인을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회사와 집을 모두 정리하고 불현듯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와인비즈니스 석사 과정을 밟고 나서 와인 에이전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추럴와인에 대한 별다른 인식이 없었죠. 대학원 시절 우연히 내추럴와인을 맛볼 기회가 있었지만 체계적인 와인 교육을 받은 그에겐 기존 와인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내추럴와인이 오히려 낯설기만 했습니다. 내추럴와인에 번쩍 눈이 떠진 건 2013년 무렵 이 와인을 통해 숙취 없는 ‘신세계’를 경험하고 나서부터입니다. 하루는 랑그도크에서 파리로 놀러 온 친한 생산자 한 명과 내추럴와인 4병을 나눠 마셨는데 평소의 주량을 한참 초과하고도 다음날 두통이 없었습니다. 과음에 장사는 없지만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내추럴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숙취가 훨씬 덜하답니다. 이후 내추럴와인과 함께 건강, 친환경 먹거리에도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현지에서 내추럴와인 생산자와 거래를 하는 첫 한국인이 됐습니다. 땅에 살아 있는 미생물을 생각하며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만드는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들은 단순한 양조사가 아니었습니다. 땅을 사랑하는 농부이자, 야생 효모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발효 과학자이자, 다수가 가지 않은 길을 힘겹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철학자였습니다. 대량 생산되는 ‘메이저리티 와인’의 이면에선 볼 수 없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가 전 세계 최초로 내추럴와인 1세대 생산자들을 추적해 책을 써낸 이유입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비주류 아르티장들을 만나면서 저 또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역경이 있어도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이들은 스스로 만드는 내추럴와인을 통해 증명했어요. 이들의 인생과 와인을 통해 우리 모두 세상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macduck@seoul.co.kr
  • 자율과 통제 사이 ‘시간 정치’…1980년대 자유는 있었는가

    자율과 통제 사이 ‘시간 정치’…1980년대 자유는 있었는가

    24시간 시대의 탄생/김학선 지음/창비/316쪽/1만 8000원 1980년대는 사회적 갈등이 용광로처럼 들끓었던 시대다. 신군부의 압정 속에서도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 내고 올림픽을 치르는 등 우리 사회가 민주화와 세계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격변기였다. 그동안 1980년대에 대한 연구는 이른바 ‘3S’(Sports, Screen, Sex) 등 우민화 정책과 경제 발전 등에 주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데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다소 다르다. 시간에 초점을 맞춰 여러 사회 현상들을 들여다봤다. 저자는 이를 통해 신군부와 국민이, 정치와 일상이 ‘시간정치’(시간 이용을 두고 갈등을 겪는 세력들 간에 벌어지는 다툼)를 두고 어떤 경합을 벌였는지 복원해 낸다. 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과 신군부의 집권이라는 급격한 변화 속에 시작됐다. 신군부는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서둘러 이전 정권들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차별화를 위해 개방정책과 자유화 조치들도 잇달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야간통행금지 해제다. 얼핏 전향적인 조치로 보이지만 저자의 견해는 다르다. “신군부는 이를 통해 대외적으로 자신들이야말로 국민에게 24시간 자유를 부여할 수 있는 통치력이 있다는 걸 과시하는 한편 안으로는 국민의 24시간을 통치의 수단이자 통제의 대상으로 삼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야통’ 해제 초기에는 국민들의 여가와 자유 시간이 늘 것으로 기대됐다. 현실은 달랐다. 노동자들의 자유 시간은 ‘조국 선진화’에 동원됐고, 학생들의 자유 시간은 입시 경쟁의 시간에 잠식됐다. 국민의 24시간이 사회적 자원으로서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분배돼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이는 신군부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 24시간이 새로운 시간 기획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방송공사(KBS)의 ‘국민생활시간조사’가 정례화된 것도 이때다. ‘국익과 건전한 사회풍토 조성’ 등의 명목으로 1981년부터 격년으로 4차례 실시됐다. 저자는 “조사 과정에서 국민의 일상시간이 사회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관리·조직돼야 하는 하나의 자원으로 개념화됐고, 국민은 시간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주체로 선언됐다”고 분석한다.현재와 비슷한 편성체계도 이때 갖춰졌다. 이는 당시 국민들의 시간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모든 길은 텔레비전으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전 국민의 생활리듬이 TV를 통해 동시화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국민의 24시간이 자원으로 개발되고 이용되는 과정에서 1980년대 이전부터 군사적으로 동원된 일상시간들, 예컨대 등화관제 훈련, 대학 교련, 국기하강식 등이 강화됐다가 해제되는 변화를 겪기도 했다. 공휴일과 법정기념일의 변화도 다른 시기에 비해 두드러졌다. 국가기념일 등의 제정과 운용이 사회통제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서머타임제가 재실시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한데 이처럼 극심한 갈등과 변화를 겪으면서도 어떻게 분열되지 않고 민주화와 세계화의 1990년대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 저자는 “제5공화국의 탄생과 군사정권의 유지는 기존 군사정권의 방식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았다”며 “1980년대의 정권은 억압과 통제 일색의 통치성을 일상시간의 기획을 통해 개방과 자율로 포장함으로써 국민들을 동원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우한서 온 신천지 ‘최초 전파자’ 20대 신도? 40대 책임자?

    우한서 온 신천지 ‘최초 전파자’ 20대 신도? 40대 책임자?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던 지난달 중순쯤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신천지 교인으로 확인된 31번 확진자는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던 한방병원에서 여러 차례 대구 신천지 집회를 다녀왔고, 이후 신천지를 매개체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진행한 뒤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내 최초 감염원이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해외여행 이력이 없었고, 또 다른 집단감염이 나타난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다녀온 사실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즉 신천지 내 ‘슈퍼전파자’가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방역당국 “1월 우한서 입국한 신천지 신도 2명 조사 중” 코로나19가 극심하게 창궐했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신천지가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역당국은 1~2월 사이 우한에서 국내로 입국한 신천지 신도가 있었는지 주목했다.방역당국은 법무부의 협조로 지난 1월 우한 등 중국에서 입국한 신천지 신도 일부의 신원을 확인했다. 지난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7월 이후 우한에서 국내로 입국한 신천지 신도가 42명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중 행적이 확인된 2명 중 1명이 1월 8일 우한에서 국내로 입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석한 신도 명단에는 이 신도가 포함돼 있지 않았고, 아직 코로나19 진단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방역당국은 조사를 더 진행하고 있다. 중대본은 아직 이 입국자가 최초 발병원이라고 결론지을 순 없다며 “하나의 가능성을 두고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이 1월 8일 입국했다고 밝힌 신도 A씨의 행적에 대해 3일 몇몇 보도가 나왔지만 이렇다 할 뚜렷한 근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무증상 전파 뒤 자연치유 가능성 주목”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1990년대생인 A씨는 1월 8일 입국 전 우한에서 약 15일간 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중국 정부가 우한을 봉쇄(1월 23일)하기 보름 전이고, 우리 정부가 후베이성 체류자 입국을 금지(2월 4일)하기 약 한 달 전이다.A씨는 코로나19 환자 폭증 시점으로 추정되는 16일 대구 신천지 집회 참석자 명단에는 없었지만, 그가 입국한 1월 8일 이후 2월 중순까지 6번의 ‘주일’이 있었던 만큼 방역당국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게 한국일보의 설명이다. 대규모 집회 외에도 신도들끼리 소규모로 모이는 신천지 모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 코로나19의 경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감염 사례가 여럿 보고됐기 때문에 A씨가 입국 당시엔 감염돼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은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한국일보는 A씨가 최근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20대인 A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채 입국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 뒤 무증상 상태에서 자연 치유됐을 가능성을 정부가 조사 중이라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우한 신천지 책임자, 한국 정기총회 참석” KBS는 중대본이 파악한 1월 8일 국내 입국자 신천지 신도가 신천지 우한 지역 책임자인 40대 최모씨라고 지목했다. 중국 국적자인 최씨가 1월 8일 한국에 입국했다가 우한 공항이 폐쇄되기 바로 전날인 1월 22일 다시 우한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최씨가 한국에 2주일 동안 머무르면서 신천지 정기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에 있는 신천지 조사 단체를 인용해 KBS는 전했다. 중대본은 3일 오후 2시에 예정된 정례브리핑에서 A씨의 행적에 대해 추가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대본이 행적을 확인하고 있는 신천지 입국자 40명이 남아 있는 만큼 코로나19 신천지 슈퍼 전파자에 대한 방역당국의 추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불통과 공포’ 사립학교법… 美처럼 품위있는 사학 지원法 만들자

    ‘불통과 공포’ 사립학교법… 美처럼 품위있는 사학 지원法 만들자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현재 50여개 국가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 스티븐 호킹이 예언했던 인류 멸망의 두 번째 시나리오인 바이러스의 창궐이 예감되는 형국이다. 유럽에서 마녀사냥을 유발했던 페스트가 역사에서 걸어 나오는 광경을 실감하면서 인류가 핵과 전쟁이 아닌 방식으로도 참혹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미리 말하지만 코로나19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간 중국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2월 하순 들어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 정부기관과 언론이 코로나19 사태에 집중하고 질병관리본부장과 보건복지부 장차관은 물론 대통령과 국무총리, 관계 부처 장관과 모든 자치단체장들이 방역의 최일선에 나섰다. 총력 방역을 위한 국가의 총력 대응 양상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만간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연후에 필요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코로나19 국면에서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첫째,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와 국민 간 협력이 사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는 생각이다. 당연히 정치권과 언론도 협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눈에 보이는 현상에서 공포심을 걷어 내야 진실이 보인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이 진실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중국인 입국 차단 논란은 공포심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중국의 상황은 심각하지만, 중국인에 의한 국내 감염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지금은 오히려 신천지교를 매개로 한 확산이 문제다. ● 사립학교법 “자주·공공성 앙양” 표현 사문화 코로나19 국면에서 사립학교법을 다시 생각한다. 사립학교법은 1963년에 제정됐다. 제1조에 목적이 나오는데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립학교이므로 “자주성을 확보”해야 하고 교육기관이므로 “공공성을 앙양”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 성장과 분배, 국방과 건설 등의 표현과 다르지 않은 말이다. 자주성도 확보하고 공공성도 앙양했더라면 말이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1963년 이후 대한민국의 사립학교 현실에서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한다는 표현은 사문화된 표현이거나 거짓말이었다. 사립학교의 주요 이해관계자는 정부, 사학재단, 교육주체들인데 이들 사이에서 자주성과 공공성의 개념이 제대로 정의된 적이 없고 그 확보 방안이 진지하게 모색된 바가 없다. 사학재단은 오로지 자주성만 레코드판처럼 반복했고 정부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립학교는 그냥 사립학교법과 무관하게 작동했다. 1960년대 이후 사립학교의 역사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학비리의 흑역사였고 1990년대 이후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무한투쟁의 역사가 됐다. 사립학교법 개정 연혁을 보면 얼마나 많은 개정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당연히 그 배경에는 사학비리가 있다. 사학비리는 코로나19처럼 차고 넘치고 창궐했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사학비리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현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학비리는 자연재해가 아니다. 사학비리가 현재진행형인 이유는 수많은 사립학교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핵심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15년 전에 핵심의 일부를 건드렸지만 즉시 되돌려졌다. 2005년의 사립학교법 개정과 2007년의 반동적 재개정을 말하는 것이다. 그 후 국회에서는 사립학교법 핵심의 일점일획도 건드리지 못했다. 2008년과 2013년에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에서 개정이 추진된 것도 아니다. ● ‘사학 발달’ 美, 개방·투명성 바탕 공공성 강조 왜 지금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지 않을까? 정부와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협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학재단과 사립학교 구성원의 입장이 다르고 각 정당의 입장이 다르다. 사학재단은 사학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정부와 교육 관계자들은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사학재단은 정부의 간섭에 불만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한다.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은 사학비리다. 사학비리는 공공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자주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사학비리가 창궐하는데 어떻게 사학의 자주성이 가능하며 어떻게 정부가 간섭하지 않겠는가?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가치다. 사학의 자주성은 사학비리 면허증이 아닌 만큼 교육의 공공성에 기반해야 한다. 가장 공익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자주적인 것이다. 자주성은 책임성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공공성은 사학 자주성의 전제조건이며 공공성을 위배한 사학의 자주성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단순한 1차 함수가 그렇게도 어려운가. 사립학교법 개정이 지체되는 또 다른 이유는 공포감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처럼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도 공포감이 존재한다. 사학재단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사유재산의 박탈이나 학교 박탈로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근거 없는 공포다. 반대로 정부와 여당에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부담스러워한다. 과거 사립학교법 개정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공포감이든 사실이 아니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된다고 학교가 박탈될 일도 없고 정권이 넘어갈 일도 없다.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사립학교가 발달했다. 그러나 국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철저하게 공공성이 강조된다. 이사회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기본으로 하고 족벌체제나 사학비리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미국의 사립학교는 “뜻있는 개인이 설립하고 뜻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이 설립했다고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교육이라는 공공재를 담당하는 학교는 기본적으로 공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法 제정 60년… 제대로 된 사학 만들 때 됐다 여기서 공영사학이라는 개념이 도출된다. 사학에 공영을 붙이는 것은 ‘역전앞’이라는 말과 같이 동어반복이다. 사학 자체가 공영인데 굳이 공영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이유는 그만큼 사립학교가 공영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사학의 공공성을 높여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사립학교법이 사학의 족벌성과 비민주성을 규율하지 못하는 데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요원하니 사립학교법 바깥에서 사학의 공공성을 실현해 보자는 뜻이다. 외국 대학을 보면 우리와 달리 정문이나 담벼락이 거의 없다. 이 차이는 질적인 차이를 반영한다. 대학이 소유권으로 간주되지 않고 사회에 대해서 폐쇄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대학은 구성원의 소중한 공간인 동시에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는 사립대학에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고 시민들은 기꺼이 발전기금을 납부한다. 대학이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공영사학의 모습이다. 공영사학은 사립학교의 소유권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과 무관하게 사립학교를 품위 있고 훌륭한 학교로 만들자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이 제정된 지 60년이 됐다. 세월이 많이 흘러 사립학교를 둘러싼 환경도 많이 바뀌었으므로 이제는 제대로 된 사립학교를 만들 정도가 됐다. 그런데도 찢어지게 가난한 후진국처럼 족벌체제를 구축해 사학비리나 저지르면서 지탄받는 학교를 고집한다면 더이상 학교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제대로 된 사립학교법을 만들어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고 존중받는 교육을 해 보자. 한두 개의 전시행정용 공영사학이 아니라 사립학교 모두가 공영사학이 되는 그러한 사학체제를 만들고 그것을 지원하는 공영사립학교법을 만들어 보자. 이렇게 하면 정부의 간섭이 완전히 없어지고 재정 지원은 대폭 늘어날 것이다. 이 길이 위기에 처한 사립학교가 살아나갈 길이다. 상지대 총장
  • 달달한 ‘살인 식단’에 年1200만명 당했다

    달달한 ‘살인 식단’에 年1200만명 당했다

    풍성한 먹거리의 한켠에서 쏟아지는 영양 과잉과 결핍의 호소. 사람들은 이제 먹거리의 모자람보다는 영양과 식단 문제에 더 신경 쓴다. 우리는 음식을 잘 먹고 있는 걸까, 음식을 취하는 방식은 제대로인가. 영국의 음식 작가이자 역사가인 비 윌슨은 ‘식사에 대한 생각’을 통해 현대인의 ‘먹는 방식’을 정색하고 비판한다. 절대적인 굶주림은 과거에 비해 훨씬 드문 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47년 만성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쯤 됐지만 2015년엔 아홉 명 중 한 명으로 급감했고 2017년쯤 극빈자는 매일 25만명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를 굶주림에서 구해 낸 음식이 한편으로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말한다. 각종 통계를 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담배나 술보다 질병, 죽음을 더 많이 유발한다. 저자가 인용한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그 추세는 명확하다. 2015년 한 해 흡연으로 사망한 사람은 700만명, 알코올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은 330만명이었던 데 비해 가공육이나 가당 음료가 과다한 식단처럼 ‘식이 요인’ 탓에 사망한 사람은 1200만명이나 됐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역설적이면서도 슬픈 사실”이라며 “좋은 음식이 없는 좋은 삶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저자의 말대로 지구촌에 새로 등장한 문제는 전 세계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는 동시에 영양이 부족하다는것, 즉 칼로리는 많이 섭취하지만 영양소는 적게 섭취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적 식단은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로 가득 차 있지만 철분, 비타민 같은 미량 영양소는 부족하다. 영양부족은 굶주림이 아니라 질 낮은 섭취를 의미하므로 여러 부적절한 식단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실제로 인근 주변 마켓에만 가더라도 나쁜 음식(?)은 널리 깔려 있다. 짭짤하고 기름진 스낵, 설탕 입힌 시리얼, 다양한 빛깔의 가당 음료, 일반 요구르트보다도 설탕이 더 많이 든 건강 요구르트…. 이런 상황에서 중국, 멕시코, 인도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과식과 영양부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칼로리를 과도하게 섭취하면서도 건강한 몸에 필수인 미량영양소와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인은 건강을 챙기려 그토록 식단에 신경을 쓰는데도 왜 그런 문제가 생길까. 저자는 개인의 욕망이나 요구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 대신 노동환경, 삶의 질, 복지 수준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그 틈새를 이익 추구의 기회로 삼는 사회경제적 조건에 주목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기업들의 자문을 맡았던 행크 카델로의 고백은 충격적이다. “제대로 팔기만 하면 미국인에게 무엇이든 먹일 수 있다. 우리는 오직 시장 확장과 우리의 이익만을 생각했다.”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식품 정보도 큰 문제 중 하나다. 오랫동안 영양학자들은 ‘지중해 식단’을 모든 사람들이 따라야 할 건강식단으로 꼽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크레타섬에 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더이상 지중해 식단을 먹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질 좋은 식단을 먹는 국가가 선진국이 아닌 아프리카 대륙, 특히 사하라사막 아래 저개발 지역에 몰려 있다는 사실도 역설적이다. ‘새로운 음식을 오래된 접시에 담아 먹자’, ‘물이 아닌 것을 물처럼 마시지 말자’, ‘유행에 뒤처진 입맛을 갖자.’ 책 말미에 현명하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13가지 전략을 붙인 저자는 우리가 계속 지금처럼 식사를 한다면 스스로와 환경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몇몇 정부와 도시가 건강하고 즐거운 식생활을 위해 이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때까지 소비자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과도하게 넘쳐나는 현대 식품에서 벗어날 자기만의 전략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실효성 고민할 때다/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실효성 고민할 때다/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2019년 1월 음식폐기물환경연구원이 주최한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국가손실 절감 방안 토론회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연간 35조원에서 40조원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다양한 정책 방안이 시급히 강구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물기가 많은 음식물을 태울 때 대량 발생하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은 국민건강에도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기에 정부 차원에서 특별관리돼야 한다. 일찍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미국은 1894년 뉴욕에서 처음으로 PAYT(Pay-As-You Throw) 제도를 통해 주민들이 배출하는 양에 비례해 요금을 지불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이 제도는 종량제의 원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1990년대 1000여개, 2006년 7100여개 지자체에서 도입하는 등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전체 지자체의 26.3%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1950년대에 ‘쓰레기 유료화 제도’를 도입했으나 1960년대 후반 무료화로 선회했다가 2000년대에 다시 유료화 도입의 필요성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2010년대 중반에는 약 50%의 지자체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이 제도를 통해 환경 및 경제적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경제적 혹은 환경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위해 종량제 가격을 차별화함으로써 환경정의 실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유료화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반면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협소한 국토와 과밀한 인구밀도라는 지리적 특성에 더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1995년에 이 제도의 전면 도입이 가능했다. 이어 2005년 1월부터 젖은 음식물 쓰레기의 직접 매립을 금지하는 내용이 폐기물관리법에 명시됐다. 하지만 이 제도의 도입 이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정책적으로 수정해야 할 문제점도 일부 노정되고 있다. 먼저 성과 측면에서 보면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의 현저한 감소와 퇴비화 및 사료화를 통한 높은 자원재활용률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서울 노원구에 소재한 한 아파트 단지는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시스템을 도입해 염분을 제거하고 건조시킨 음식물 쓰레기를 고품질의 유기질 비료를 만드는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 제도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울산 북구는 음식물 쓰레기 개별 계량장비인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도입한 결과 설치 전보다 배출량이 무려 54%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러한 지자체들이 보여 준 정책혁신 사례가 Best Practice 경연 대회를 통해 전국 지자체에 공유된다면 훨씬 더 많은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첫째, 현행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으로는 지속적인 배출 감량을 유도하기에 많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종량제 봉투 가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 도입의 가장 주요한 목적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유형은 RFID 시스템, 납부칩·스티커, 그리고 음식물 전용봉투인데 장기적으로는 도시미관이나 악취 문제를 고려해 RFID 방식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설치 비용이 높고 내구성이 5~7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많은 지자체가 도입을 꺼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RFID를 일종의 공공재로 규정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중앙·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교한 정책 수단의 개발과 아울러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음식물 쓰레기 감량을 위한 내실 있는 환경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환경교육과 환경 관련 법·제도가 유기적으로 잘 매칭될 때 비로소 의도한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세금·복지 가장 낙후… ‘삶의 연대 도구’로 세금 활용 필요”

    “한국 세금·복지 가장 낙후… ‘삶의 연대 도구’로 세금 활용 필요”

    ‘어차피 각자도생 세상이다. 알아서들 살아남길 바라고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 ‘나만 아니면 된다’는, ‘나는 아닐 거야’라는 걱정 섞인 바람으로 살았다. 서울 한 귀퉁이의 일반고에서 반에서 10등 정도 하는 성적은 미래를 낙관하기도, 마냥 어둡게만 보기도 어려운 애매한 위치다. 평범한 일반고등학교에서도 ‘대학을 갈 사람’과 ‘대학 가지 않을 사람’이 암묵적으로 분리돼 있다.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아도 후자들은 순탄한 삶을 살기는 쉽지 않을 거라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성적이 대단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보다 처지가 나아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그들을 밟고 올라서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학교 중퇴로 경쟁서 낙오→비정규직→루저 그러나 이른바 ‘루저’(loser)가 되었다. 대학교 1학년 중퇴자. 공부 경쟁에서 낙오했다. 낙오의 귀결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IMF)로 인한 집안의 풍비박산은 모자란 실패자들의 흔한 변명과 비슷하다. ‘능력자’들은 어떤 역경도 이겨 낸다. 결과적으로 ‘능력’이 모자랐나? ‘은둔형 외톨이’를 거쳐 공장 생활을 시작했다. 온갖 이름의 비정규직 신분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어릴 때부터 가졌던 흐릿한 문제의식이 한층 또렷해졌다. 계급적 문제의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실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 이런 계급적 문제의식은 과거 ‘공부 경쟁’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여가 없는 공장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벌’을 받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불굴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에 대한 벌이다. 둘째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에 대한 벌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아니 남이 어렵게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개인의 성적과 등수만 중요시했던 ‘그 자세’가 문제의 근원이었다. 그런 삶의 태도 때문에 후과를 치른다는 생각이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졌다. 비록 미성년의 학생이었지만, 낙오자들이 어떻게 될지 인지하면서도 홀로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했다면 대가를 치르기에 충분한 과오였다. 이를 ‘연대 실패의 대가’라 명명한다. 이 대가는 아래쪽에 있는 사람일수록, 펜대를 굴리는 공부형 머리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부모가 ‘흙수저’일수록 더 크고 잔인하게 휘몰아친다. 원초적으로 공정할 수 없는 경쟁의 장에서 ‘연대 실패의 대가’가 불거지지만, 어쨌든 누구나 힘겨운 입시와 취업전쟁 등을 거치기에, 또 사람의 시야는 자기 울타리 안에 갇히기 쉬운 것이기에, ‘연대 실패의 대가’로부터 빗겨난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풍경의 바깥을 헤아리기 어렵다. 한국식 ‘각자도생’ 구조가 타파되기 어려운 커다란 이유다. ‘연대 실패의 대가’는 제도적인 사회연대가 부실할 때 이에 비례해 증가하여 그 피해자가 불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로 알려진 ‘그들이 내게 왔을 때’는 이를 축약적으로 묘사해 준다. 통계적으로도 한국 사회를 내리누르는 ‘연대 실패의 대가’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 문제가 2000년대 초반부터 대두된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는 그 이전이다. 1987년부터 IMF 사태 이전까지 10여년, 한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평가되는 바로 이 시절에 ‘연대 실패의 대가’가 본격 구조화되고 노동 약자와 노동 격차의 문제가 발발한다. 1987년을 기해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가 급격히 벌어진다(그림 1). 기업복지도 1990년대 초를 기해 똑같이 확대된다(그림 2). 이와 동시에 나타나는 통계적 변화는 대기업의 사업 중 중소기업에 이양하는 품목이 증가하고, 중소기업 가운데 하청업체의 수가 늘어나며, 매출액의 80% 이상을 하청에 의존하는 업체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그림 3, 그림 4, 그림 5). 요즘에는 이를 ‘저임금 중소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 늘어나 문제다’는 식으로 표현한다.●한국 자본주의 황금기에 노동약자 문제 발발 19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시 언론은 ‘3D 저임금 일자리’를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사회문제의 하나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나만 아니면 된다’고, ‘나만, 내 자식만 좋은 일자리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올바른 대처는 열악한 ‘3D’ 일자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나아가 사회약자들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는 정반대로 대응했다. 1987년 7000억원이었던 사교육 시장은 1997년 9조 2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10년 새 무려 1200% 수직 상승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상당수 블루칼라의 임금이 사무직의 임금에 도달하며 그 나름 준수한 일자리가 대거 늘었던 호시절임에도, 어쩐 일인지 사교육 경쟁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과열되고 만 것이다. 교육경쟁이 격화되자 성적 압박에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의 소식도 틈틈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1994년 중고생 2800명 대상의 한 조사에서는 70%가 “대학을 나와야 사람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중산층 귀속감이 80%를 넘나들며 한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기억되는 그때, 오히려 어린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짙은 암운을 감지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의 복지 및 세금 지표도 ‘나만 빼고’라는 한국 사회의 지배이념을 잘 보여 준다. 각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할 시기,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서 걷어들인 세금의 양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표 1). 이 차이는 복지 규모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유럽은 차치하고 일본, 미국처럼 전통적으로 복지가 약한 나라들에 비해서도 한국의 세금과 복지는 예로부터 왜소했다. ●韓 2017년 세금 27%… 1965년 유럽보다 작아 그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1965년 세금의 양은 1995년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했던 한국의 그것보다 한결 많다. 한국의 2017년 GDP 대비 세금의 규모는 26.9%로 1965년 일본과 미국보다는 크지만, 같은 시점 유럽의 주요국들보다는 작다. 1965년 OECD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오늘날의 한국은 더 적은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199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와 그보다 앞선 주요국의 1만 달러는 같지 않다. 과거 1만 달러가 가치가 높고 따라서 세금을 더 낼 여지도 컸다. 그렇다 해도 한국 사회의 세금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적다. 한국의 복지가 빈약한 이유는 세금 중에서 복지로 가는 비중이 작은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지난 시간 한결같이 왜소했던 세금이 부실한 복지의 근원이다.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한국과 주요국의 세금 규모는 단순히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만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다. 세금은 내 몫을 양보하는 공동의 자금이고, 복지는 ‘더불어 살자’는 연대의 제도적 구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빈약하기 짝이 없는 세금과 복지는 한 사회의 연대적 시스템이 허술하기 그지없음을 의미한다. 노동자 간의 연대도, 세금과 복지를 통한 구성원 간의 연대도 한국에서는 모두 부실하다. 전자가 신통치 않더라도 후자를 잘한다면 한결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두 가지 과제 모두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이런 ‘연대 실패의 대가’는 대를 이어 전승되고 축적되었다. OECD 최고의 대학 진학률과 사교육비를 기록하며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가열차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어느 틈에 저임금 육체노동자는 비정규직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전통의 기피 일자리가 더욱 팽창함은 물론, 직종을 불문한 질 나쁜 일자리가 비정규직의 명찰을 달고 널리 퍼져 갔다. 벌이가 좋은 직장이라고 꼭 무사한 것도 아니어서 명예퇴직 후 느닷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몰락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알다시피 한국인들은 사회적 약자들과 충분한 연대적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살아왔다. 중산층 중에서 상당수가 취약계층으로 내려앉았다. 한국은 연대 실패의 파급에 관한 살아 있는 교과서다. 사회연대의 원리를 통찰한 니묄러가 틀린 게 아니라면, 한국의 노동여건이 유달리 악화되고 내리막길을 걷는 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최고 스펙 청년도 ‘미생’… 비연대의 노력 결과 유사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수많은 청년이 그토록 ‘노오력’ 했음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일 뿐이다. 다 같이 잘돼 보자는 ‘연대의 노력’이 메마르고, 나만 잘되고 보자는 ‘비연대의 노오력’이 대를 이어 충만한 ‘헬조선’에서, 수많은 청년이 ‘미생’으로 떠도는 것은 자연스럽고 온당한 귀결이다. 세금과 복지라는 제도적 사회연대가 가장 잘 구현되는 나라는 통계적으로 볼 때 북유럽 국가들이다. 부자는 물론 중산층과 서민으로부터도 사회연대의 수단으로서 세금을 충분히 걷고, 그렇게 걷은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성별 고용률이 모두 높은 가운데 그 차이가 가장 작다는 것이다. 성별 임금 및 고임금과 저임금의 차이도 좁혀져 있고, 저소득층마저도 세 부담이 작지 않지만, 강력한 ‘보편복지+저소득층 복지’로 취약계층의 생활여건을 끌어올린다. 유럽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연례 조사 중 주거비 부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보면, 빈곤층에게 주거비가 무거운 부담인지 물었을 때 2018년 기준 노르웨이 12.5%, 스웨덴 20.5%, 덴마크 22.2%로 나타난다. 가장 가난한 소득층일지라도 5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주거비 부담을 무겁게 여긴다는 뜻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이처럼 완화한 것은 유럽 내에서 눈에 띄게 좋은 여건이다. ‘주거비 부담이 무겁다’고 답하는 전체 소득층의 비율에서는 노르웨이가 4.6%, 스웨덴이 7.2%, 덴마크가 8.5%로 유럽 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고르게 잘 산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회이다. 글로벌 기준에서 한국의 가장 취약한 분야가 세금과 복지 영역이다. 경제력에 비해 낙후돼 있다. 달리 생각하면 아직 기회가 있다. 선행 국가들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참고하여 빠르게 세금과 복지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에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은 물론, 타인에게도 지금보다 한결 나은 삶을 가져다줄 연대의 도구가 바로 세금이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연대 실패의 저주’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세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장제우는 독립민간연구소 ‘균형사회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IMF 시기 대학을 중퇴했으며 여러 생산직 일자리를 경험했다. 현실 경제 한복판의 체험을 바탕으로 조세와 복지, 격차와 주거 분야를 연구하며 최근 ‘장제우의 세금수업’을 펴냈다.
  • 오메가3·DHA·셀레늄 가득… 고단백 저칼로리 ‘펭수참치’

    오메가3·DHA·셀레늄 가득… 고단백 저칼로리 ‘펭수참치’

    동원F&B가 펭수와 콜라보레이션한 신제품 ‘펭수참치’ 15종을 선보였다. 펭수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EBS 공식 캐릭터로 당당하고 거침없는 태도와 공감능력으로 2030세대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남극 출신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참치로 설정돼있다. 펭수가 좋아하는 참치는 가장 대표적인 고단백 저칼로리의 스태미너 식품 중 하나다. 참치는 전체 영양 성분의 27.4%가 단백질로, 생선 가운데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다. 돼지고기(19.7%), 쇠고기(18.1%), 닭고기(17.3%) 등 육류와 비교해도 단백질 함량이 더 많다. 또 참치에는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셀레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150 한 캔으로 약 120㎍의 셀레늄을 섭취할 수 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셀레늄의 일일 권장량 성인 기준에 적합한 수치다. 아울러 참치는 브레인 푸드(Brain Food)로 알려져 있다. 뇌를 구성하는 지방 성분의 10%가 DHA인데, 참치와 같은 등 푸른 생선에 들어있는 DHA는 뇌를 위한 최고의 영양소로 뇌기능을 향상시킨다. 뇌 성장이 가장 왕성한 유아기에서 10대 초반 사이에는 영양공급이 충분히 이뤄져야 지능이 함께 발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FDA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참치캔을 포함한 수산물의 주기적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참치는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힐링푸드(Healing Food)다. 미국 타임지는 16대 힐링푸드로 참치캔을 꼽으며, 참치캔에 포함된 다량의 오메가3가 우울증 예방 등 정신건강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동원참치는 1980년대 비싼 고급식품에서 1990년대 가미참치를 통한 편의식품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건강성을 강조한 건강식품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 웰빙트렌드와 함께 학계나 업계에서 수산물의 건강성에 주목하게 됐고 특히 등푸른 생선이자 남태평양에서 잡히는 참치의 경우 고단백 저지방일뿐 아니라 몸에 좋은 각종 영양소 함유량이 높다는 것이 알려졌다. 동원참치는 현재 매 년 2억캔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2019년에는 누적 판매량 62억캔을 돌파했다. 이는 우리 국민이 1인당 121.6개를 섭취한 수치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보이지 않는 감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다

    보이지 않는 감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올해 작가로 양혜규(49)가 선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오는 8월 29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서울관에서 신작을 포함한 설치, 조각, 회화 등 양 작가의 다양한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독일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해 온 양 작가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13 등 대형 국제 미술행사에 초대된 바 있다. 최근에는 파리 퐁피두센터,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등 유수 기관에서 초대전과 소장품 전시회를 개최하며 국제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볼프강 한 미술상를 수상했다. 현재 모교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순수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상적이고 토속적인 재료로 구성한 조각과 대형 설치작품으로 잘 알려진 양 작가는 서사와 추상의 관계성, 여성성, 이주와 경계 등의 주제 의식을 다뤄 왔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의 오랜 관심사인 ‘살림’을 주제로 한 신작이 소개된다. ‘소리 나는 조각의 사중주’(가제)는 가정과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오브제를 인체에 대응하도록 크게 만들어 물리적 규모의 확장과 증폭·변형을 통해 보다 은유적이고 사유적인 의미를 제시한다. 또한 공기의 온도와 습도 차이로 생기는 대기의 움직임 등 자연 현상을 디지털 벽화와 대형 풍선 형태의 광고 설치물로 형상화한 신작도 공개될 예정이다. 냄새, 빛 등 비가시적인 감각을 다뤄 온 작업의 연장선이다.높이 10m에 달하는 움직이는 블라인드 조각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은 과거 맥주 양조장이었던 독일 베를린의 킨들현대미술센터에 2017년 설치됐던 작품이다. 작가가 15년에 걸쳐 전개한 블라인드 설치의 최근 발전 단계를 보여 주는 대표작이다.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 작가 1명을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지금까지 이불, 안규철, 김수자, 임흥순, 최정화, 박찬경이 선정됐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기성용 마요르카 입단 확정…‘우상’ 메시와의 맞대결 관심

    기성용 마요르카 입단 확정…‘우상’ 메시와의 맞대결 관심

    한국 선수로는 7번째 라리가 입성 새달 15일 바르셀로나와 경기 앞둬국내 프로축구 K리그 복귀가 불발된 기성용(31)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요르카에 입단했다. 한국 선수의 스페인 1부 리그 입성은 기성용이 7번째다. 레알 마요르카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이적생을 소개한다’는 영상과 함께 기성용 영입을 발표했다. 영상에는 스코틀랜드 리그 셀틱FC,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 한국 국가대표팀 등에서의 활약이 담겼다. 레알 마요르카는 또 올 시즌이 종료되는 오는 6월 30일까지 계약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단기 계약은 강등 위기에 놓인 레알 마요르카의 입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레알 마요르카는 다음달 15일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FC바르셀로나전, 오는 4월 13일 레알 마드리드전이 예정돼 있어 기성용의 출격 여부가 관심이다. 스페인 매체 ‘마요르카 디아리오’는 “기성용이 메시와 마주할 가능성도 커졌다”며 “기성용은 어릴 때부터 FC바르셀로나 구단에 대한 흥미를 보였다. 기성용의 아이돌인 메시를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성용에 앞서 유럽 빅리그 중 하나인 라리가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가 있다. 레알 마요르카는 올 시즌 발렌시아와의 경기 일정이 마무리돼 코리안 더비 가능성은 없다. 1916년 창단한 레알 마요르카는 1990년대부터 라리가에 얼굴을 비친 중소 클럽이다. 사무엘 에투 등이 활약했던 2000~01시즌 라리가 3위, 2002~03시즌 코파 델 레이 우승 등이 주요 성적이다. 2012~13시즌 18위에 그치며 강등돼 3부 리그까지 떨어졌다가 7시즌 만에 라리가로 돌아와 이번 시즌을 소화하고 있으나 현재 6승4무15패(승점 22)로 라리가 18위에 처져 있다. 이강인과 비교되는 일본의 신성 구보 다케후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돼 뛰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기성용 마요르카 입단 확정… ‘우상’ 메시와의 맞대결 관심

    기성용 마요르카 입단 확정… ‘우상’ 메시와의 맞대결 관심

    한국 선수로는 7번째 라리가 입성 새달 15일 바르셀로나와 경기 앞둬 국내 프로축구 K리그 복귀가 불발된 기성용(31)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요르카에 입단했다. 한국 선수의 스페인 1부 리그 입성은 기성용이 7번째다.  레알 마요르카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이적생을 소개한다’는 영상과 함께 기성용 영입을 발표했다. 영상에는 스코틀랜드 리그 셀틱FC,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 한국 국가대표팀 등에서의 활약이 담겼다. 레알 마요르카는 또 올 시즌이 종료되는 오는 6월 30일까지 계약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단기 계약은 강등 위기에 놓인 레알 마요르카의 입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레알 마요르카는 다음달 15일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FC바르셀로나전, 오는 4월 13일 레알 마드리드전이 예정돼 있어 기성용의 출격 여부가 관심이다. 스페인 매체 ‘마요르카 디아리오’는 “기성용이 메시와 마주할 가능성도 커졌다”며 “기성용은 어릴 때부터 FC바르셀로나 구단에 대한 흥미를 보였다. 기성용의 아이돌인 메시를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성용에 앞서 유럽 빅리그 중 하나인 라리가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가 있다. 레알 마요르카는 올 시즌 발렌시아와의 경기 일정이 마무리돼 코리안 더비 가능성은 없다.  1916년 창단한 레알 마요르카는 1990년대부터 라리가에 얼굴을 비친 중소 클럽이다. 사무엘 에투 등이 활약했던 2000~01시즌 라리가 3위, 2002~03시즌 코파 델 레이 우승 등이 주요 성적이다. 2012~13시즌 18위에 그치며 강등돼 3부 리그까지 떨어졌다가 7시즌 만에 라리가로 돌아와 이번 시즌을 소화하고 있으나 현재 6승4무15패(승점 22)로 라리가 18위에 처져 있다. 이강인과 비교되는 일본의 신성 구보 다케후사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돼 뛰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담에 구멍 하나 냈을 뿐인데 사람들이 몰려 든다고

    담에 구멍 하나 냈을 뿐인데 사람들이 몰려 든다고

     ‘담에 구멍 하나 냈을 뿐인데’  실제로 인증 샷을 날리겠다고 달려가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더비셔 주 일케스턴 마을에 있는 냇웨스트 은행 담벼락이다. 무릎 높이에 구멍이 뚫려 있어 담 뒤쪽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및 호텔 예약 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꼽은 더비셔 주의 16개 볼거리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고 BBC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2018년 12월부터 여행 후기가 달리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부쩍 발길이 잦아 한 이용자는 “아주 붐벼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적기도 했다. 호들갑스럽게도 “(인도의) 아그라에 타지마할이 있듯, 파리에 에펠탑이 있고, 시드니에 오페라 하우스가 있지만 일케스턴의 구멍난 담을 처음 일람한 뒤 영혼에 파장을 일으킨 것에 견주면 초라하다”고 단언한 이용자도 있었다. 일케스턴 지구 역사 재단의 폴 밀러 의장은 높은 순위에 “온몸이 저릿했다(gobsmacked)”고 털어놓았다. 세계유적재단이 자랑하는 벤널리 고가다리(viaduct)보다 순위가 높은 것은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밀러 의장은 담에 구멍을 낸 것은 “뭔가 다르게 보려는 1970년대 발상처럼 보이는데 설마 피라미드까지 제치는 건 아니겠지”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냇웨스트 은행의 대변인은 1990년대 중반 새로 꾸미면서 현금인출기를 사용하는 것을 누군가 담 뒤에서 숨어 엿보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립어드바이저 순위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소가 높은 순위로 떠오른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부데(Bude) 슈퍼마켓 바깥의 투명 비닐 터널이 콘월 주의 꼭 찾아야 할 곳 1위를 차지했다. 쇼핑객들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주차장 입구까지 비닐로 터널을 만든 곳인데 뜻밖에도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다. 누군가 랭킹을 조작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사람들이 많이 몰려 들어 “세균 범벅”이란 지청구가 쏟아지자 트립어드바이저 총수가 새 리뷰들을 더 이상 싣지 않기로 했고 그 바람에 금세 순위가 내려앉은 일이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봉 감독과 다음 작품?… 썸타는 것처럼 얘기 중이죠”

    “봉 감독과 다음 작품?… 썸타는 것처럼 얘기 중이죠”

    “오스카는 아니어도 칸 경쟁 정도는 예상 감독상 받는 순간에 ‘작품상이다’ 생각 제가 ‘선 안 넘으면’ 차기작 할 걸로 기대”“제가 (시상식에) 올라가는 경우는 작품상이어야만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올라갈 일이 있을까?’ 했었는데 감독상 받으시는 순간에 ‘작품상이다’ 생각했어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쓴 역사들 중 제작자인 곽신애(52)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몫도 크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수상한 곽 대표는 아카데미 작품상에 이름을 올린 첫 유색인종 여성 프로듀서다.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곽 대표는 “아직도 정리가 잘 안 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2015년 4월 봉 감독이 건넨 15쪽짜리 시놉시스를 보고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 같았다”고 표현한 얘기는 이미 많이 알려졌다. 곽 대표는 “오스카까지는 아니지만 칸(영화제) 경쟁부문 정도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건드리고 있는 게 빈부 문제고 시놉시스도 웃기고 잘 읽혔어요. 재미나 주제 의식 면에서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 현지 반응을 본 곽 대표의 소감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우리 영화지만 직접 표를 줄지는 모르겠다”였다. “상을 받는다면 세계 영화에 의미있는 자극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주다니…’ 싶었어요.” ‘기생충’의 오늘이 있기까지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감독님이 마음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해결했다”며 자신을 낮췄다. 숨가쁜 여정을 이어 온 곽 대표의 다이어리에는 ‘기생충’의 국제영화제 수상 소식이 빽빽하게 담겼다. 곽 대표는 자신을 “영화를 하나의 예술로 생각하는 매체 출신”이라고 소개한다. 1990년대 영화전문잡지 ‘키노’ 창간 멤버인 그는 영화 마케팅 업무와 프로듀서를 거쳐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2016)과 곽경택 감독의 ‘희생부활자’(2017·공동제작)를 제작했다. 곽 감독이 오빠이고,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 “오빠 영화 ‘친구’를 보면서 ‘나는 못 만들 영화’라고 생각했어요.(웃음) 독립영화와 주류 영화의 경계에 있는 자기 색깔이 선명한 영화를 좋아해요.” 그러면서 곽 대표는 엄 감독과 함께 국내외 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를 언급했다. 봉 감독과의 다음 작업에 대해서는 “하자, 안 하자 얘기한 적은 없지만 썸타는 것처럼 서로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제가 ‘선을 안 넘으면’ 다음 한국 영화 정도는 하지 않을까. 하게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첫 토론회서 난타당한 블룸버그… 현실정치 벽에 부딪히나

    첫 토론회서 난타당한 블룸버그… 현실정치 벽에 부딪히나

    다른 후보들, 블룸버그에 의혹 집중 포화 “TV광고로 이미지 만든 사업가” 평가도‘마이클 블룸버그(전 뉴욕시장)는 재앙’, ‘모든 측면에서 난타당했다.’ 19일(현지시간)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대한 미 언론들의 관전 평이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한 블룸버그 전 시장의 데뷔 무대여서 한껏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벼르고 나온 경쟁 후보들의 ‘호된 비판’에 블룸버그 전 시장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간 66조원이 넘는 재산으로 만든 광고 및 홍보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대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현실정치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다음달 3일 슈퍼화요일에 중도층 표심을 토대로 대세로 급부상할 거라는 일각의 예측은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거세게 몰아붙인 경쟁자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었다. 여성 후보답게 과거 블룸버그의 성희롱 전력이나 발언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워런 의원은 “그들(성희롱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비공개 협약’을 풀라”고 압박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1990년대 자신의 소유인 블룸버그LP에서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소송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극소수만 비공개 협약을 맺고 있다. 그들에게 달렸다”고 요청을 거부했고, 이 부분에서 청중의 탄식이 나왔다. 또 워런 의원은 “우리는 여성을 ‘떡대’나 ‘말상 레즈비언’이라고 비하하는 억만장자와 맞서고 있다”며 “이런 성차별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블룸버그의 말”이라고 지적했다. “거만한 억만장자를 다른 억만장자로 대체한다면 민주당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블룸버그는 (뉴욕에서 실시했던) 신체 불심검문 정책 등으로 흑인과 라티노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터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샌더스와 블룸버그는 양극단”이라며 “한 사람은 사회주의자이고 다른 사람은 자본주의자다. 한 사람은 당을 깨뜨리려 하고 다른 사람은 당을 돈으로 사려고 한다”며 상승세인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내가 번 돈은 상속받은 게 아니라 자수성가해서 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희롱 의혹에 대해 “블룸버그LP는 남녀 직원에게 똑같은 액수의 월급을 지급하고, 최근 한 조사에서 미국 내 좋은 직장 2위에 꼽혔다”고 답하는 등 핵심을 비켜간 답변을 했다. 그는 토론 후반부에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 정책 현실성이 없다”며 공격도 했지만 CNN은 “프로 레슬링 경기에서 여러 선수가 한 선수(블룸버그)를 집중 공격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정말 잘 만든 TV 광고에서 블룸버그는 인기 있는 전 뉴욕시장이자 사업가”라며 “하지만 네바다에서 그가 선거운동 능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이 최근 샌더스 의원에 이어 2위까지 올라왔지만 처음 나온 TV 토론회에서 현실정치의 벽을 절감하면서 중도층 판세에 다시 안개가 드리워졌다. 한편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당적을 민주당으로 옮겼다. 본래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2002년 뉴욕시장에 당선됐지만, 2009년에는 무소속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고종 국새 돌아왔다

    고종 국새 돌아왔다

    1990년대 말 매입한 재미교포가 기증美서 14점 환수됐지만 73점 행방묘연 국립고궁박물관, 새달 8일까지 특별전해외 반출됐던 국새(國璽)와 어보(御寶) 2점이 기증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고종의 지시로 1882년 제작된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와 효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740년(영조 16년) 만들어진 ‘효종어보’다. 1990년대 말 경매 사이트에서 이 유물들을 매입해 소장해 오던 미국 뉴저지 거주 재미교포 이대수(84)씨로부터 지난해 12월 기증받았다.문화재청은 19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대군주보와 효종어보를 공개했다. 국새는 국권의 상징으로, 외교문서와 행정문서 등 공문서에 사용되던 인장이다. 어보는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의례용 도장이다. 왕이나 왕비의 덕을 기리거나 사후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제작됐다. 대군주보는 높이 7.9㎝, 길이 12.7㎝, 무게 4.1㎏이다. 은도금으로, 손잡이는 거북 형상이다. 제작 시기는 1882년으로 추정된다. 고종실록 1882년 5월 23일 기록에 “교린할 때 국서에 찍을 대군주보와 대조선국 대군주보 국새를 조성하라고 명했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은 이전까지 명과 청에서 받은 ‘조선국왕지인’ 국새를 썼다. 대군주보는 1882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까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1883년 외국과 통상조약 업무를 담당하는 전권대신을 임명한 문서와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대군주 명의로 반포된 법률·칙령 등에 날인된 예가 확인됐다. 서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고종이 제작한 외교용 국새 6점 가운데 유일하게 발견된 사례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돌아온 대군주보 손잡이 뒤쪽에는 ‘W B. Tom’이라는 영문 알파벳이 음각돼 있다. 국새를 입수한 외국인 소장자가 경매에 내놓기 전 자신의 이름을 새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효종어보는 높이 8.4㎝, 길이 12.6㎝, 무게 4.0㎏이다. 손잡이는 금빛 거북 모양이다. 영조가 제17대 임금 효종(1649∼1659)에게 ‘명의정덕’(明義正德)이라는 존호를 올릴 때 제작됐다. 효종어보는 1659년, 1740년, 1900년에 세 번 제작됐다. 그중 1659년 어보는 사라졌고, 1900년 어보는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1960년대 미국으로 유학 간 기증자 이씨는 평소 한국 문화재에 남다른 관심을 갖던 중 1990년대 말 경매사이트에서 두 유물을 매입했다. 국새와 어보는 대한민국 정부 재산으로 소지 자체가 불법이지만 이씨는 매입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최근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돼 고국으로 반환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이 과정에 뉴욕에 거주하는 고려불화 전문가 김형근 미주현대불교발행인과 신영근 전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 사무총장이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이날 기증 행사에 대리 참석한 아들 성주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려보낼 유물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귀한 유물이 고국으로 다시 오게 돼 뜻깊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선시대와 대한제국 시기에 제작된 국새와 어보는 총 412점(국새 37점, 어보 375점)이다. 일제강점기, 광복 후 혼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상당수가 도난당하거나 해외로 무단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수사 공조로 2014년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 등 인장 9점과 2017년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가 국내 환수되는 등 지금까지 국새 6점, 어보 8점이 미국에서 돌아왔지만 아직 73점은 행방이 묘연하다.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국가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국새와 어보의 환수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군주보와 효종어보는 20일부터 3월 8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 ‘조선의 국왕’실에서 특별 공개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노원 부설주차장 야간개방 사업 호평

    서울 노원구는 아파트 등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추진하는 부설주차장 야간개방 사업이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전체 주택의 83%를 차지하는 노원구 아파트들은 대부분 1990년대 초에 건설돼 지하 주차장이 거의 없다. 야간에는 단지 내는 물론 진입 도로까지 주차 차량들로 빼곡하다. 무턱대고 주차장을 조성하기도 쉽지 않다. 부지 매입 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구는 도시 곳곳에 있는 학교, 백화점 등 대형 유통시설과 교회, 업무용 빌딩의 주차공간에 주목했다. 이들 시설의 주차장은 낮에는 혼잡하지만 밤에는 빈 곳이 많다. 구는 지난해 3월부터 학교 등을 방문해 적극 동참을 호소한 결과 이번 달까지 1년 만에 모두 13곳이 참여 의사를 밝혀 460면의 주차면을 추가 확보했다. 노원중 등 학교 9곳,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대형 유통시설 4곳이다. 주차장 개방 시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30분까지, 토요일 등 주말과 공휴일은 24시간 개방한다. 주차료는 월 1만 4000원으로 야간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보다 30% 저렴하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박물관 건립은 제가 죽은 후에…” 또 빵 터뜨린 봉준호

    “박물관 건립은 제가 죽은 후에…” 또 빵 터뜨린 봉준호

    동시대 얘기라 폭발력 가진 거라 짐작 팀워크로 오스카 열정 게릴라전 펼쳐 마틴 스코세이지 ‘조금만 쉬라’며 편지 “여기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가 1년이 돼 가려고 합니다.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침내 다시 여기 오게 돼서 기쁩니다. 참, 기분이 묘하네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들과 만난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4월 같은 곳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발표회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그사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비영어권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과 함께 4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날 대단원의 마무리를 위해 ‘기생충’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이정은·장혜진·박명훈·박소담,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오스카 캠페인을 결산하며 봉 감독은 “열정으로 뛴 게릴라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저와 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며 “정확하게 세어 보진 않았지만 인터뷰 600회 이상, 관객과의 대화 100회 이상”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한복판의 거대한 광고판, 잡지 등에 전면 광고를 내보내는 거대 스튜디오에 대항해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북미 배급사 네온, CJ, 바른손, 배우들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했다”는 것이다.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1999) 이후 꾸준히 빈부 격차를 소재로 삼았던 봉 감독은 유독 ‘기생충’이 전 세계적 반향을 얻은 것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내놨다. 괴물이 활보하거나(‘괴물’·2006), 미래 기차가 나오는(‘설국열차’·2013) SF적인 이야기가 많았다면 이번엔 “동시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얘기를 배우들의 앙상블로 표현해 더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닌가 짐작해 봤다”고 말했다. ‘번아웃’을 염려하는 질문에는 “2017년 ‘옥자’가 끝났을 때 이미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날 아침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서 날아온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수고했고, 좀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리니까’라고 쓰셨어요.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정치권의 생가 보전, 박물관 건립 등의 논의에 대해서는 “제가 죽은 후에 해 주셨으면…”이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최근 나오는 ‘포스트봉준호법’ 등 영화법 개정 논의에는 “1980~1990년대 큰 붐을 이뤘던 홍콩영화가 어떻게 쇠퇴해 갔는지에 대한 기억을 (우리는) 선명하게 갖고 있다”며 “워낙 많은 재능(독립영화)이 이곳저곳에서 꽃피고 있기 때문에 (영화) 산업과의 기분 좋은 충돌이 일어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