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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新 데탕트 맞으려면…“저우언라이 돌아봐야”

    미중 新 데탕트 맞으려면…“저우언라이 돌아봐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최근 블룸버그가 진행한 신경제포럼 개막식에서 “세계 1차 대전에 비견할 수 있는 재앙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미중 갈등의 봉합을 주문했다. 그는 1971년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며 시작한 ‘미중 데탕트’(긴장완화)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를 지휘한 인물은 당시 중국 총리 저우언라이(1898~1976)였다. 최근 ‘저우언라이 평전’(민음사)을 출간하고 미국에 있는 정종욱 전 중국대사는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바로 지금, 저우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미국과 배타적으로 경쟁하는 중국의 모습은 저우언라이가 말한 ‘부강한 중국’이 아니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진핑 주석의 꿈은 저우(저우언라이)가 아니라 마오(마오쩌둥)의 꿈에 가깝다”고 했다. 우리에겐 마오의 뒤에 있던 ‘공산당 2인자’ 정도로 알려졌지만, 청년 시절부터 혁명에 투신한 저우는 중국 공산당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우는 현대 중국의 내실을 다진 행정가이자 외교가로,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도 꼽힌다. 저자는 “원칙과 현실을 함께 고려하면서 최대의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저우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저우에 관해 국가에 대한 무한한 공인정신과 인민을 위한 철저한 헌신과 희생으로 기억합니다. 마오의 광기와 폭정으로부터 중국을 구해 냄으로써 오늘날의 중국 근대화가 가능하게 했던 사람이 저우였습니다. 저자는 1990년대 초반 김영삼 당시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일했고, 후반에는 중국대사로 근무했다. 대통령 안보수석으로 근무할 때 북한 핵 문제가 터졌고, 많은 중국 외교 관리들을 만났다. “저우가 중국 외교에 남긴 발자취를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 저자는 이때부터 저우를 연구했다. 가장 중요한 자료인 ‘저우 연보’를 바탕으로 해 개별 취재를 더했다. 2017년 저우가 태어난 장쑤성을 비롯해 그가 활동했던 텐진과 베이징을 방문했고, 키신저와 저우가 협상을 벌였을 때 통역을 담당했던 지차오주와 저우 조카인 저우빙더도 만나 책을 완성했다. 저자는 마오와의 대비를 통해 저우의 장점을 부각한다. 마오는 혁명가였지만 국가 건설의 지도자는 아니었다. 타고난 고집불통의 반항아이기도 했다. 기존 질서를 타파하는 데에도 뛰어난 재능과 역량을 발휘했지만, 새로운 질서를 창조할 능력이나 의지는 없었다. 저우는 부수는 일보다 만드는 일에 뛰어났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1976년 1월 8일 저우언라이가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는 중국 국민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거셌다. 문화혁명을 주도한 사인방이 저우언라이에 대한 추모를 방해하자, 이에 항의하는 중국 국민의 운동이 제1차 톈안먼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런 큰 추모의 물결은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사망 당시에도 찾아볼 수 없다. 저자는 “저우언라이가 중국인들의 가슴속에 얼마나 크게 자리 잡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리더십으로 공존과 평화의 국제 관계를 이끌었던 저우를 오늘날 다시 소환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50년대 말의 대약진과 60년대 후반의 문화혁명에서 이런 저우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많은 중국인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우는 현대 중국의 마지막 ‘스예’(師爺), 마지막 선비였습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내조 아닌 외조,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닥터 B’가 온다

    내조 아닌 외조, 최초의 퍼스트레이디 ‘닥터 B’가 온다

    “퍼스트레이디 대신 ‘닥터 B’로 불러 주세요.” 내년 1월 백악관 입성이 확실시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질 바이든(69)에 대해 앞으로는 이런 소개말이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당선 일성을 내지른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질 바이든은 36년 경력의 교사이자 ‘대통령의 일하는 부인’이라는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역할 모델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시 ‘세계의 지도자’를 자처하고 나선 미국에서 퍼스트레이디는 시대 변화에 따라 어떻게 모습을 달리하고, 여성들에게 영감의 원천과 본보기가 돼 왔는지 살펴본다.250년에 이르는 백악관 역사에서 ‘안주인’에게 으레껏 기대됐던 역할과 키워드는 가부장 제도에 충실한 보살피는 능력, 현명한 부인과 어머니, 가족 지향, 지혜로움 등이었다. 공식 석상이나 정상외교 무대에 등장할 때도 ‘패션 외교’라는 이름 아래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가십성 관심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이 1920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역사와 무관치 않게 퍼스트레이디는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보다 대통령 뒤에서 그림자처럼 조언하거나 내조하는 역할을 이상형으로 쳤다. 1900년대 초반 재임했던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는 “아내 그레이스가 정치에 참견하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곤 했다. 부인이 대중 앞에서 시사 문제를 토론하는 것도 내키지 않아 했다. 미국 작가 캐슬린 크럴에 따르면 그녀 역시 “남편이 그런 것들을 나와 상의하지 않고 자유로이 결정한다는 사실이 차라리 자랑스럽다”고 밝힌 적도 있다. 비단 현실 정치에 관심이 없어도 대중과 교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1800년대 퍼스트레이디도 예외는 아니었다. 14대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의 부인 제인 피어스는 정치를 싫어하는 성정으로 인해 미 역사상 가장 불행했던 퍼스트레이디로 꼽힌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취임식 직전 막내아들이 기차 사고로 숨지자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재임 기간 내내 ‘백악관의 그림자’로 알려진 2층에 은거하며 지냈다. 시아버지가 2대 대통령 존 애덤스, 남편인 존 퀸시 애덤스는 6대 대통령이었던 루이자 애덤스는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사석에선 백악관을 일컬어 “이 위대한 비사교적인 집에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찍부터 내조자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본인만의 영역을 개척한 여성들이 있었다. 존 애덤스 대통령의 부인 애비게일은 남편이 헌법 기초 작업을 하는 동안 ‘여성 권한이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당대 드문 여성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 32대 플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는 새로운 대통령 부인상을 제시한 선구적 인물로 꼽힌다. 정치를 시작한 남편이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해지자 함께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1940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자로도 나섰다. 백악관 생활을 끝낸 1945년부터 1951년까지 유엔 인권대사를 지내며 1946년 세계인권선언 작성을 주도했다. 지적이면서 우아하고도 검소했던 그녀는 일간지에 칼럼 ‘나의 나날’을 연재하며 친근한 영부인 이미지를 심었다. 기고·강연으로 벌어들인 7만 5000달러를 자선기금으로 내놓아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1970년대 초반 집권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대통령의 아내에 대해 “지능은 있지만 너무 총명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부인 팻은 남편이 훗날 사임하게 되는 정치 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의 유죄를 입증하는 테이프를 ‘불태우라’고 충고하고, 여성 평등권 수정안도 요구할 만큼 정치적 수완이 대단했다. ‘전쟁광’으로 폄하됐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대조적인 가정적 이미지로 인기가 높았던 로라 부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재선 구호를 ‘베티의 남편을 대통령으로’라고 만들었던 베티 포드, 직업난에 ‘퍼스트레이디’라고 쓰고 점술가 조언을 받아 남편 일정을 잡았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 린든 존슨 대통령의 애인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자문역을 자처한 레이디 버드 존슨 등이 20세기의 대표적 영부인들로 꼽힌다. 그러나 본인 고유의 경력보다는 대통령의 조력자 혹은 정치적 치맛바람을 날리는 역할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은 패션 스타일과 남편 사후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재혼 등 부수적인 화제들로 이름을 남긴 경우에 가깝다. 1990년대부터는 보조적인 성 역할과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여성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대통령과 동등한, 혹은 한발 더 나아가는 ‘야망 넘치는 정치가’로서의 영부인은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최초다. 남편과 똑같이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의 정치적 동지가 됐으며, 석사 학위를 가진 최초의 영부인이었다. 그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 윙’에 자신의 사무실을 갖고 건강보험 개정 작업에 관여하는 등 정치력을 확장했다.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 여론으로 인해 그녀의 인기는 한때 곤두박질쳤지만, 클린턴의 성 추문 탄핵 사건으로 인기가 반전되는 웃지 못할 일도 겪었다.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흑인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석패했지만 민주당 대선 압승 직후 오바마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직을 맡았다. 2016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바이든 새 행정부의 유엔대사 발탁설이 나오는 등 정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미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는 전통적인 영부인 역을 외면하지 않되 적극적이고 균형감 있는 역할상을 제시한 것으로 꼽힌다. 힐러리처럼 유능한 변호사 출신인 그는 시카고 대학병원 부원장을 지낸 보건행정 경력을 살려 소외계층을 보듬는 데 주력했다. 결식아동 방지 및 식생활 개선을 위한 아동결식방지건강법 주도, 소아 비만 퇴치 운동 ‘레츠 무브!’ 캠페인, 백악관 텃밭 가꾸기 등 먹거리 운동이 그녀의 성과다. 데이비드 예르마크 뉴욕대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그녀에 대해 “강인한 여성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가정을 이끄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제 질 바이든은 남편의 이력과 별개인 자신만의 커리어를 구축해 가는 새로운 퍼스트레이디상을 안착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최근 전했다. 앞서 질 바이든은 남편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봉직하는 8년 동안 ‘세컨드레이디’ 칭호를 받았지만 36년간 교편을 잡았던 경력을 포기하지 않고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노바)에서 영작문 강의를 계속했다. 학생 대부분은 학기가 끝날 때까지 그녀가 부통령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심지어 그녀는 함께 출근하는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학생으로 위장해 와 달라”고 부탁하거나 남편의 출장에 동행하는 전용기 안에서 시험지를 채점한 뒤 기일에 맞춰 학생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질 바이든은 저서 ‘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모든 사람이 내가 가르치는 것을 멈추고 전업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가르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노바 학장에게 채용되고 있었다”고 썼다. 그녀는 올해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남편의 직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하이오대 캐서린 젤리슨 교수는 “질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21세기로 가져올 것”이라며 통상적인 내조에 대한 고정관념을 뿌리째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니퍼 롤리스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녀가 (영부인의 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가 최초의 ‘세컨드젠틀맨’이 돼 직장을 그만둔 것처럼 그녀는 미국 정치의 진화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박명수에 진심으로 조언한 김철민 “네 몸을 사랑해라” [EN스타]

    박명수에 진심으로 조언한 김철민 “네 몸을 사랑해라” [EN스타]

    폐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이 동료 박명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개뼈다귀’에서는 출연진들이 누군가의 ‘투 두 리스트(To do list, 해야 할 일 목록)’를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목록에 나와 있는 ‘강원도 묵호항 가서 짠 기운 느껴 보기’를 체험하기 위해 동해시로 이동했고, 백사장에서 씨름을 벌이거나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등 여유를 즐겼다. ‘투 두 리스트’의 주인공은 개그맨 김철민이었다. 그는 영상편지를 통해 “1994년 MBC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이다. 저는 폐암을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이겨내는 말기암 환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철민은 “벼랑 끝에 있는 저한테는 오늘 하루가 선물”이라며 ‘투 두 리스트’는 “몸이 아프지 않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날 위한 여행이라고 하면 그 자체가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 더 자연스러운 여행이 되도록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박명수와의 인연에 대해 “제가 쓰러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준 친구가 박명수였다. 1990년대 초 개그맨 지망생으로 만나, 저는 라면을 자주 사고 명수 집에 가면 어머니가 맛있는 김치찌개를 해 주셨다”고 말하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명수가 기억할지 모르지만, 만약 제가 낙엽처럼 떨어진다면 제가 가장 아끼는 기타를 명수한테 주기로 약속했다”고도 했다.이날 김철민은 박명수에게 진심을 담은 충고를 남겼다. 그는 “네가 그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서 스타가 됐고,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 이제는 네 몸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못한 게 그거야”라고 당부했다. 먹먹함에 잠긴 박명수는 “우리가 형이 바라는 대로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좀 더 오래 버텼으면 좋겠고, 꼭 완치가 돼서 여기 같이 오자고”라며 김철민의 영상편지에 답했다. 한편, 김철민은 지난해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분의 작은 기도와 응원, 다시 한번 감사하고 고맙다. 끝까지 버티겠다”며 병마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한국형 스타워즈 기술 ‘레이저 대공무기’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한국형 스타워즈 기술 ‘레이저 대공무기’

    지난 18일부터 3일간 일산 킨텍스에서는 2020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코리아 2020)이 열렸다. 국내 최대의 지상군 전문 방위산업 전시회답게 육군 관련 신형장비들이 많이 소개 되었다. 여러 장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한화가 소개한 레이저 무기였다. 특히 레이저 대공무기는 ‘한국형 스타워즈 기술’로 알려져 있다. 레이저(Laser)란 유도 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을 뜻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전부터 미국,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레이저 무기들이 본격적으로 배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영화 속에서 등장한 각종 레이저 무기들은 미래의 무기로 조명 받았다. 레이저 무기가 다른 무기들에 비해 가지는 강점은 무엇일까. 일단 레이저는 빛의 속도로 발사되기 때문에 사실상 회피가 불가능하고, 탄환이나 포탄처럼 포물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직진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매우 뛰어나다.가성비도 매우 뛰어나다. 출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레이저는 한 발에 1000~2000원 정도의 비용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단점도 있다. 우선 빛을 이용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요격이나 파괴가 가능할 정도의 레이저 무기는 킬로와트(kw)급 이상의 출력을 내야 되기 때문에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레이저 총과 달리 상당한 크기와 부피를 보인다. 참고로 발표 용도로 사용되는 레이저 포인터의 경우 출력이 1에서 5밀리와트 수준이다.우리나라도 레이저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레이저 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철판 관통시험에 성공해 무기로 사용 가능한 출력을 확보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4년 육군 방공부대의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광섬유 속에 능동 매질을 지닌 레이저 즉 광섬유 레이저 방식을 사용하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가 개발 중에 있으며 고정형으로 운용될 예정이며, 중요 시설에 대한 드론 및 무인기 방공작전에 사용된다.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은 20킬로와트의 출력으로 3km이내에서 비행하는 쿼드드론 혹은 고정익 무인기를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2’는 2030년 이전까지 개발될 기동형 즉 이동이 가능한 레이저 무기로 출력은 30킬로와트로 늘어나지만, 요격 성능은 레이저 대공무기 Block-Ⅰ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방위산업계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밖에 급조폭발물과 불발탄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제거하는 ‘레이저폭발물처리기’도 개발 중이다. 레이저폭발물처리기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 그리고 블록-2 와 달리 출력은 3킬로와트로 1km 내의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국방과학연구소는 2030년 이후 부 터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3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블록-1, 블록-2와 달리 고출력을 갖게 될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3는 중거리 드론 요격능력과 함께 미사일 요격에도 사용되며 해군의 전투함 그리고 공군의 항공기에도 탑재되도록 만들어질 계획이다. 방위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군의 전투함에 탑재될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3는 100킬로와트의 출력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특파원 칼럼] ‘솽스이’에는 있고 ‘빼빼로데이’에는 없는 것/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솽스이’에는 있고 ‘빼빼로데이’에는 없는 것/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세계 최대 쇼핑 축제가 된 중국 ‘솽스이’(11월 11일·광군제)를 취재하고자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저장성 항저우를 찾았다. 11일 0시가 되자 미디어센터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으로 전 세계 주문 현황이 물밀듯 쏟아졌다. 알리바바가 이번 솽스이 기간으로 정한 1~11일 매출은 4982억 위안(약 83조원). 같은 기간 경쟁사인 징둥도 2715억 위안을 팔았다. 두 업체의 11일간 거래액이 130조원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온라인 매출액에 맞먹는다.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11월 11일은 ‘광군제’(빛나는 독신자들의 명절)로 불렸다. 2009년 알리바바가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자’며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첫 번째 행사에서 52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열두 번째인 올해는 그때에 비해 1만배 가까이 커졌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10여년 전 취재차 들른 항저우는 중국의 평범한 지방 도시였다. 이번에 간 항저우는 도심만 보면 홍콩·싱가포르와 차이가 없었다. 이 도시의 고속성장이 알리바바 덕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솽스이 행사에서 기자가 인상 깊게 본 것은 저소득 계층에 대한 배려였다. 오지나 소수민족 자치구에서 이름 없는 장인들이 만드는 수제품들이 알리바바를 통해 판로를 얻어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었다. 좋은 기업 하나가 국가 전체에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 보여 준다. 사실 11월 11일 행사의 원조는 우리나라의 ‘빼빼로데이’다. 1990년대 초 부산 지역 여학생들 사이에서 ‘빼빼하게 되라’며 다이어트 격려차 막대과자를 주고받은 것에서 유래했다. 롯데제과가 이를 발 빠르게 이용했다. 빼빼로 연 매출(약 1000억원)의 절반 이상이 이날 나오고 군대에도 가장 많은 소포가 이 시기에 도착한다. 롯데는 이날 하루로 ‘대박’을 쳤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11·11 축제는 한국이 중국보다 20년가량 앞서 기획했지만 우리는 중국과 달리 지금도 특정 기업의 전유물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롯데의 상술에 놀아나고 있다”며 빼빼로데이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나라의 차이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중국의 ‘인구발’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확장성’에 대한 두 기업의 관점이 달라서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알리바바는 ‘솔로 축제’를 시작으로 해마다 새로운 개념을 더해 외연을 넓혔다. 자신의 플랫폼 안에서 누구나 이날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어떤 종류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이 행사는 경쟁업체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까지 참여하는 날이 됐다. 알리바바의 확장성이 솽스이를 춘제·국경절 등과 함께 국가 경제 지표를 확인하는 행사로 탈바꿈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 플랫폼만 놓고 보면 롯데도 알리바바 못지않다.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 쇼핑몰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럼에도 빼빼로데이를 ‘젊은이들에게 자사 과자를 파는 날’로만 규정한 것이 개념의 확장을 막은 것 같다. 요즘 국내 유통업체들이 ‘11·11’을 겨냥해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중국 솽스이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 빼빼로데이와는 큰 관계가 없다. 만약 롯데가 빼빼로데이를 ‘(모든 종류의) 사랑을 전달하는 날’로 개념을 확장하고 이날을 활용하려는 누구와도 손잡았다면 어땠을까. 이날 하루만이라도 롯데의 플랫폼을 통해 라이벌 행사인 ‘가래떡데이’와 협업하고 사회적기업 제품이나 공정무역 상품 등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양품도 대폭 할인해 내놓는 식으로 말이다. 빼빼로데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바꾸고 ‘의미와 재미를 더한 우리나라만의 상생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superryu@seoul.co.kr
  • [우리 동네 이거 알아?] 생각을 키우는 개방형 복합문화공간

    지하철 7호선 상도역 4번 출구로 나와 상도터널 방향으로 200m쯤 걷다 보면 외관부터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동작구 매봉로에 있는 구립 김영삼도서관입니다. 동작구가 2018년 김영삼민주센터로부터 기부채납받아 2년간 노력한 성과물이랍니다. 도서관에 가까워질수록 야외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과 키즈카페에 온 듯 자유로운 아이들이 창문 너머로 보입니다. 도서관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타워 서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12m 높이의 기둥이 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규모와 아름다운 디자인에 감탄사가 나오게 되죠. 포토존답게 주민들은 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촬영 각도를 맞추느라 바쁘답니다. 지하 1층에는 고 김영삼 대통령과 1990년대 민주주의 역사를 체험하며 느껴 볼 수 있는 YS 아고라 전시실이 마련돼 있습니다. 1층의 유아·어린이존은 아이들이 책과 함께 놀이를 하며 독서와 친해지는 공간입니다. 2층은 북카페로 음료를 마시며 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노트북·LP·스트리밍 코너로 구성된 3층 디지털미디어라운지에서는 노트북을 들고 와서 개인 업무를 볼 수 있습니다. 4층부터 7층까지 열람실에는 주제별로 다양한 자료가 준비돼 있습니다. 구립 김영삼도서관은 개방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기고 쉴 수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최대 6m’ 세계 최대 담수어, 어떻게 멸종 피했을까?(영상)

    ‘최대 6m’ 세계 최대 담수어, 어떻게 멸종 피했을까?(영상)

    피라루쿠, 아라파미아 등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담수어는 한때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었지만, 최근에는 각계의 노력을 통해 개체 수를 회복하고 있다. CNN은 피라루쿠가 멸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했다. 원시적 특징과 고대 화석 자료를 간직한 고대어 중 하나인 피라루쿠(학명: Arapaima gigas)는 아라파이마 또는 파이체라고도 하는 남미 최대 크기의 담수어다. 이들은 아마존 강, 오리노코 강, 기아나 등 라틴 아메리카에 서식하며 최대5~6m까지 자란다. 실제 수년 전 몸무게가 154kg에 이르는 세계 최대 크기의 피라루쿠가 에콰도르에서 잡혀 국제낚시협회(IGFA)에 기록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피라루쿠는 단단한 흰 살과 적은 뼈 덕분에 ‘아마존의 대구’라고도 불린다. 아마존 지역에서는 중요한 식량원 역할을 해왔고, 브라질 일부 대도시에서도 인기 있는 메뉴로 꼽힌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은 개체 수 감소로 이어졌고 결국 1990년대에는 피라루쿠 어업의 금지명령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법 남획이 계속되면서 아마존에 서식하는 피라루쿠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졌다. 위기에 처한 세계 최대 담수어를 되살린 것은 현지 지역사회와 어부가 협력하는 여러 사회단체였다. CNN에 따르면 이 단체 중 하나인 ‘Institutio Juruá’는 피라루쿠가 주루아 강(브라질 서부, 아마존 강 상류부의 지류)에서 우기를 보내는 시기와 각각의 아마존 서식 구역에서 지속 가능한 수확 할당량을 10년에 걸쳐 분석했고, 이를 통해 사냥이 가능한 시기와 사냥 규모 등을 제한하는 방안을 냈다.그 결과 8월~11월 허가받은 어부들만 피라루쿠를 사냥할 수 있도록 했고, 길이가 1.55m 미만의 피라루쿠는 다시 방생하도록 관리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1년 후에는 주류아 강에 서식하는 파라루쿠가 4000마리 이상으로 증가했다. 현재는 이러한 관리구역을 확대했고 35개 지역, 1358곳의 호수에 약 33만 마리의 피라루크가 관리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커뮤니티는 400개 이상에 달한다고 CNN은 보도했다. 브라질 생태학자인 주앙 캄포스-실바 박사는 “아마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관리를 통해 피라루쿠의 개체 수를 보존했고, 그 결과 포획이 가능할뿐만 아니라 학교와 인프라 개선, 의료 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등의 사회적 혜택도 창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파라루쿠의 서식지를 관리할 수 없었다. 어부들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가능한 많은 파라루쿠를 수확했고, 결국 멸종 위기에 이르렀었다”면서 “환경보호가들과 지역사회가 20년 가까이 노력한 덕분에 파라루쿠는 식탁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브라질 사람들은 이 물고기를 잡아먹을 수 있지만, 개체 수는 보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회복형·복지형·팀 관리형… 외국선 소년범 사후관리도 책임진다

    회복형·복지형·팀 관리형… 외국선 소년범 사후관리도 책임진다

    소년을 얼마나, 어떻게 처벌해야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이는 한국보다 훨씬 먼저 소년사법체계가 자리잡은 외국에서도 여전히 답이 없는 난제다. 여러 국가가 소년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적절한 교화 사이에서 형사처벌 연령을 하향하거나 상향하고, 이들의 처우를 고민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보다 형사처벌 가능 연령이 낮거나 구금을 많이 하는 국가에서도 소년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엄벌주의만으로는 범죄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뜻이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소년강력범에 대한 외국의 대응 동향’에 따르면 한국과 가장 비슷한 소년사법체계를 가진 곳은 일본이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한국처럼 14세 이상이고, 이후 사법 절차도 흡사하다. 다만 일본에선 소년에 대한 사형도 가능하다. 2000년 소년법을 개정하면서 16세 이상이 살인을 저지를 경우 일반 형사재판에 넘긴다는 조항을 신설했고, 실제 만 18세 소년이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미국은 전 세계 국가 중 형사처벌 연령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주마다 다르지만 6세부터 처벌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미국에서도 소년의 강력범죄 대응 방안을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2017년 뉴욕주에서는 형사처벌 연령을 오히려 상향하는 입법안이 통과됐다. 엄벌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지만 이 방식으로는 소년범죄를 줄일 수 없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형사 절차 이외에 상대방과의 관계 회복을 돕는 ‘회복적 정의 모델’을 도입한 국가도 있다. 학교폭력 등에서 단순히 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도와 진짜 ‘사회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이유진 연구위원은 “뉴질랜드 현지에서 회복적 사법 모델로 유명한 학교에 방문했는데, 이후 전학 건수가 0건이 됐다고 했다”며 “화해를 통해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전학만 강조한다. 아이가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학교에 간다고 갑자기 행동이 바뀌겠느냐”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피해자와 화해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형사책임 연령을 15세로 보는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는 소년범에 대해 ‘복지적’ 개입을 한다. 이는 18세 미만 아동의 모든 권리를 담은 국제적 인권조약인 유엔 아동권리협약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협약 37조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해선 안 되며, 또한 이들을 18세 이상의 범죄자와 동일한 교정시설에 수용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한다. 따로 소년범을 관리할 부처나 기관을 둔 국가도 있다. 독일의 경우 14세 이상 범죄소년에 대한 처리는 형벌이든 보호처분이든 모두 ‘소년법원’에서 담당하고, 이 안에서 교육과 징계 처분, 소년형(소년교도소)이 구분된다. 또 18세부터 21세를 ‘청년층’으로 분류해 이들까지 소년법을 적용받게 했다(한국은 14~19세). 소년사법절차와 성인사법절차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독일도 1990년대 엄벌화 논의를 거쳤으나, 이후 강력처벌보다는 징계처분을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했다. 박종택 수원가정법원장은 “독일의 소년법원에 가 봤더니 아이 한 명을 두고 판검사와 부모, 교사, 마약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한 팀’이 돼 철저히 관리하더라”면서 “한 번의 보호처분으로 아이에 대한 모든 처벌을 끝내고 사후 관리는 없는 한국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국민적 공분을 샀던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관련 기관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체계적인 감독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이들은 보호관찰 대상이었는데도 초기 비행 때 보호관찰소가 폭행 사실을 몰랐고, 경찰도 이들이 보호관찰을 받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수년간 소년범죄를 다루며 직접 국내에 청소년 회복센터(사법형 그룹홈)를 도입한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 역시 “아이들은 처벌 뒤에도 ‘왕따’가 되기 싫어 원래의 무리로 돌아가 재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도 10년간 한쪽으로만 휘어져서 자랐으면 그걸 바꾸는 데 또 10년이 걸리지 않겠느냐”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망가진 세월만큼 오랜 기간 관심을 두고 회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 ※ 본 기획기사와 인터랙티브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 [글로벌 In&Out] 한국 지역 소멸 해결되면 통일도 가능할 것/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한국 지역 소멸 해결되면 통일도 가능할 것/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1989년생인 나는 영화 ‘스타트랙’을 많이 봐서 그런지 1980년대에 한반도에서 찍은 다큐멘터리를 관람하면 묘한 느낌을 받는다. 1990년대 초에 독일이 통일됐듯이 남북도 그 시점에 통일이 이뤄졌다면 현재 한국은 어떨지 대략적으로 추측해 보고자 한다. 영국 경제잡지인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독일이 동서 간 불균형이 심각하지만 지역 간의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는 독일이 아닌 영국이었다. 독일은 2위였으며, 5위는 많은 지역이 소멸 위기로 진입하는 한국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불균형이 줄어들었던 과거와 달리 특히 2000년 이후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오히려 역방향으로 움직이게 됐다. 현재 이 나라들을 살펴보면 농촌과 중소도시는 작아지고 큰 상업도시와 산업지구는 커져 지역 간 불균형이 더욱 심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세계화로 인한 여파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이 글로벌 수급 시스템에 편입되면 그 해당 국가로 선진국의 많은 일자리가 유출됐으며, 국내에서는 대도시와 같이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인력이 유출됐던 것이다. 현재 북한은 어떤가? 북한에는 통행 질서가 있어 주민들이 비교적 풍요롭게 살고 있는 신의주 같은 도시나 수도인 평양으로 허가 없이 이동할 수 없다. 여행증서가 없으면 잠시라도 이동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부모와 부모의 계급을 토대로 한 출신성분에 따른 인구 분포도 인위적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많은 지역이 소멸될 위험에 놓인 한국의 경우와 크게 대조적이다. 그렇지만 한반도도 1980년대 말에 통일이 됐다면 어땠을까? 영국 지역 간(특히 남북 간) 그리고 독일 지역 간의 불균형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구(舊) 북한 지역과 비무장지대(DMZ) 이하 지역 간의 불균형도 어느 정도 해소됐을 것이며, 특히 한국 기업의 이윤 추구에 유익한 구 북한 지역은 더욱 발달했을 것이다. 북중 국경지대와 서울~평양 축에서 커진 수도권, 평양~신의주 간의 서해 지역 등 여러 수혜 지역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예쁜 동해에 있는 원산시와 러시아에 가까운 나진·선봉 지역 등 관광과 무역·물류업 중심지들도 나타나 북한 주민들이 현재보다 훨씬 잘살았겠다는 상상을 하면 마음이 아려 온다. 당연히 발달된 지역에 많은 기업과 문화가 집중돼 그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로 기업 간의 유대가 많아지고 강해짐으로써 혁신과 생산성 증가 등 여러 가지 양질의 파장 효과가 나타나는 선순환이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 양극화, 지역 고령화, 지역 소멸과 같은 악순환도 발생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OECD 국가가 지역 봉쇄를 해 앞으로 대도시 과잉 집중 현상과 같은 악순환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 수도권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애매하다. 한국에선 지역 봉쇄가 이뤄지지 않아 수도권 시민들이 도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자연과 가까운 근교로 벗어날 동기가 생겨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언택트’(Untact)가 큰 화제가 되는 만큼 수도권의 포화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도 보이는 듯하다. 앞으로 한국이 통일 이후 어떤 사회가 될지는 현재의 지역 소멸 문제를 얼마나 완화시키느냐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많은 사회문제 중에서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완화는 가능하다. 앞으로 전남 고흥군, 경북 의성·봉화군, 충남 서천군 같은 소멸 고위험 지역과 소멸 위험 진입 단계인 대부분 시군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 남북통일이 된 이후 일반 북한 지역들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 영등포역 확 달라진다… 영등포구, 서울시-롯데역사(주) 등과 공공성강화 MOU(4장)

    영등포역 확 달라진다… 영등포구, 서울시-롯데역사(주) 등과 공공성강화 MOU(4장)

    공공역사지만 백화점, 영화관 등 상업 공간이 전체 연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등포역이 오는 2022년까지 공공성이 강화된 시민의 공간으로 바뀐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16일 서울시, 국가철도공단, 롯데역사와 영등포역 대회의실(3층)에서 ‘영등포역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협약식엔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양용택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 임주빈 국가철도공단 부이사장, 이종석 롯데역사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영등포역은 199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로 개발되면서 상업 중심지로 변화했다. 이후 2018년 1월 국가로 귀속되면서 공공역사 지위를 확보했으나 여전히 전체 연면적의 53.7%가 상업공간이다. 영등포역 공공성 강화사업은 서울시의 ‘영등포 경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다. 내년 기본·실시 설계를 통해 최종 계획을 확정하고, 하반기 착공해 2022년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보행용도로만 쓰고 있는 영등포역 전면(북측)의 4375㎡ 공간은 시민들이 만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어울림광장’으로 재탄생한다. 광장 중앙엔 다양한 문화공연이 열리는 스탠딩 무대가 설치된다. 역사로 진입하기 위한 중앙 계단은 공연을 관람할 때 의자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폭을 넓힌다. 벤치가 설치되고 나무도 식재된다. 반대편인 영등포역 후문(남측) 앞 보행공간 6676㎡ 는 보도가 정비된다. 영등포역사 안에 있는 롯데백화점 일부 공간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창업공간 2곳이 들어선다. 사회적 기업의 우수제품을 판매하거나, 청년 기업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역 공공성 강화 사업을 통해 영등포역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임은 물론,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경인로 일대 도시재생사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씨줄날줄] 97그룹과 장강의 뒷물결/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97그룹과 장강의 뒷물결/박홍환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박주민 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국민의힘 김세연 전 의원, 같은 당 윤희숙 의원, 정의당 김종철 대표…. 199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1970년대생들이라 해서 이른바 ‘97그룹’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다. 이들의 정치권 내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당내에서 금기시됐던 이승만·박정희 재평가 등 진영 논리를 혁파하면서 대권 도전 의사까지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재선이지만 당 대표에 도전했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주요 후보로도 꼽힌다. 국민의힘 김 전 의원은 소속당을 “생명력 없는 좀비”라고 비판한 뒤 4선 고지를 포기하고 총선에 불출마했는데 당내에서는 조만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5분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윤 의원은 초선이라는 약점 및 최근의 ‘전태일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수 경제통 입지가 두터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도 거론된다. 정의당 김 대표도 “진보정당 금기를 깨겠다”며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386세대’가 정치권에서 회자됐다. 군부독재 시절이던 19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한 1960년대생들이 30대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에 수혈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가장 빨랐던 PC칩 이름을 차용해 386세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세대교체의 의미도 컸다. 기득권 세력의 견제가 집요했음은 물론이다. 허인회씨의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한 큰절을 빌미로 ‘운동권 정치상술’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노무현 시대’에 ‘좌희정·우광재’로 대표되던 386세대는 40대에 접어들면서는 ‘86세대’로 불리고 지금 여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86세대가 기득권 세력을 대체했던 것처럼 기득권 세력이 돼버린 86세대를 교체할 집단으로 97그룹이 주목받는다. 중국의 오래된 격언으로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라는 말이 있다. 장강의 도도한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오래된 사람이 새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세상의 이치라는 뜻이다. 노무현 시대 이후 10년이 한참이나 넘었으니 97그룹이 대세가 된다 해서 조금도 어색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세력화 여부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량이 적다면 천천히 밀어낼 수밖에 없다. ‘민주화 운동의 공유’라는 가치연대의 86세대와는 달리 97그룹의 공통점은 나이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21대 국회에서 1970년대생은 전체 300명 중 42명(14%)에 불과하다. 이들이 ‘큰 울림’의 정치로 세대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길 꿈꾼다. stinger@seoul.co.kr
  • 이우환의 공간서 만난 비디오아트

    이우환의 공간서 만난 비디오아트

    백남준 조수 출신… 비디오아트 발전극도의 슬로모션 통해 시간 시각화45초 영상 10분으로 늘린 ‘인사’ 압권 극도의 느린 화면으로 삶의 본질적 문제와 인간의 내면을 성찰해 온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초기작부터 대표작까지 주요 작품 16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이우환과 그 친구들’ 기획전으로 열고 있는 ‘빌 비올라, 조우’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은 한국 현대미술 거장인 이우환 작가와 장르가 다르지만 예술관을 공유하는 작가들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인 ‘이우환 공간’에서 소개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지난해 앤터니 곰리의 전시에 이어 두 번째다. 1951년 미국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 시러큐스대학에서 회화, 뉴미디어, 인지심리학을 공부한 비올라는 1972년부터 비디오 영상 작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1973년 졸업 후 모교 에버슨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기술자로 일하던 중 백남준을 만나 그의 조수로 일하며 비디오아트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켰다. 비올라는 초기작부터 시간을 재료로 삼은 다양한 실험적 영상 작업에 몰두했다. 일례로 ‘투영하는 연못’(1977~1979)은 숲에서 걸어 나와 물웅덩이 앞에 선 남자가 물을 향해 뛰어들려고 힘차게 도약하는 순간 화면이 정지한다. 언뜻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만 남자를 제외한 주변 풍경은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시간을 물질로 보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담긴 작품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극도의 슬로모션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작점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인사’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폰토르모의 회화 ‘방문’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고정된 하나의 카메라로 45초간 촬영한 영상을 10분 길이로 재생했다. 원작은 동정녀 마리아가 사촌에게 임신을 알리는 내용이지만 ‘인사’는 어떤 설명 없이 세 여인이 거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준다. 르네상스 회화를 닮은 화면의 색감과 구도 아래 한없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이 관람객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다. 세 명의 배우가 기쁨, 슬픔, 놀라움, 경악 등 4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1분간 촬영한 뒤 무려 81분으로 늘린 ‘아니마’(2002)는 흡사 초상화를 연상시킨다. 비올라의 작품에는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등 명상적인 동양 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 선불교, 이슬람 수피교, 기독교 신비주의 등에 두루 관심을 둔 덕분이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들과 영적 경험,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비올라의 영상 작품들을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지속해 온 이우환의 작품과 함께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우환 공간에는 1970년대 작품 3점이 설치됐고, 본관 3층 대전시실에 ‘순교자 시리즈’(1994),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2002) 등 1990년대 이후 작업들이 걸렸다. 내년 4월 4일까지. 부산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시간을 연출하는 예술가, 비디오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를 만나다

    시간을 연출하는 예술가, 비디오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를 만나다

    극도의 느린 화면으로 삶의 본질적 문제와 인간의 내면을 성찰해 온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초기작부터 대표작까지 주요 작품 16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이우환과 그 친구들’ 기획전으로 열고 있는 ‘빌 비올라, 조우’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은 한국 현대미술 거장인 이우환 작가와 장르가 다르지만 예술관을 공유하는 작가들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인 ‘이우환 공간’에서 소개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지난해 앤터니 곰리의 전시에 이어 두 번째다. 1951년 미국 뉴욕 퀸스에서 태어나 시러큐스대학에서 회화, 뉴미디어, 인지심리학을 공부한 비올라는 1972년부터 비디오 영상 작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1973년 졸업 후 모교 에버슨미술관에서 비디오아트 기술자로 일하던 중 백남준을 만나 그의 조수로 일하며 비디오아트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켰다. 비올라는 초기작부터 시간을 재료로 삼은 다양한 실험적 영상 작업에 몰두했다. 일례로 ‘투영하는 연못’(1977~1979)은 숲에서 걸어 나와 물웅덩이 앞에 선 남자가 물을 향해 뛰어들려고 힘차게 도약하는 순간 화면이 정지한다. 언뜻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지만 남자를 제외한 주변 풍경은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시간을 물질로 보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담긴 작품이다.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극도의 슬로모션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작점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한 ‘인사’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폰토르모의 회화 ‘방문’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고정된 하나의 카메라로 45초간 촬영한 영상을 10분 길이로 재생했다. 원작은 동정녀 마리아가 사촌에게 임신을 알리는 내용이지만 ‘인사’는 어떤 설명 없이 세 여인이 거리에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 준다. 르네상스 회화를 닮은 화면의 색감과 구도 아래 한없이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이 관람객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다. 세 명의 배우가 기쁨, 슬픔, 놀라움, 경악 등 4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1분간 촬영한 뒤 무려 81분으로 늘린 ‘아니마’(2002)는 흡사 초상화를 연상시킨다.비올라의 작품에는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등 명상적인 동양 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 선불교, 이슬람 수피교, 기독교 신비주의 등에 두루 관심을 둔 덕분이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들과 영적 경험,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비올라의 영상 작품들을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지속해 온 이우환의 작품과 함께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우환 공간에는 1970년대 작품 3점이 설치됐고, 본관 3층 대전시실에 ‘순교자 시리즈’(1994),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2002) 등 1990년대 이후 작업들이 걸렸다. 내년 4월 4일까지. 부산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일산의 눈물/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산의 눈물/김상연 논설위원

    이 얘기는 너무 유명해서 부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1990년대 초 1기 신도시 입주 때 서울의 집을 팔고 분당과 일산 가운데 일산을 택한 가정의 가장들 중엔 나중에 집값 때문에 배우자로부터 질책을 받았고 심지어 이혼 위기까지 간 경우가 있다는 ‘웃픈’ 스토리다. 노태우 정부가 1기 신도시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일산은 분당과 난형난제의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일산은 북한과 가까워 장차 통일시대에 뜰 미래성을 갖고 있었고 김대중(DJ)이라는 유력 대선 주자와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정치적·인문학적 분위기를 발산하는 등 주거지로서의 매력이 넘쳤다. 따라서 당시 일산을 택한 가장들의 판단력은 나름 합리적인 알고리즘을 갖고 있었다. 다만 분당에 비해 강남에서 멀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교통난만 빼면 일산의 주거 환경은 대한민국 어느 동네보다 밀리지 않는다. 드넓은 평지에 여유있는 아파트 간 거리, 아름다운 호수공원을 비롯해 곳곳에 접근성 높은 공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일산은 출퇴근 걱정만 없다면 평생 살아도 좋은 곳이다. 그래도 집값이 모든 가치를 집어삼키는 시대여서 일산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서울이 14.75%, 분당이 7.31% 오른 반면 일산은 5.29% 떨어졌다. 그런데 일산에 아파트를 가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꾸 ‘팀킬’을 해 일산 주민들의 서운함이 폭등한다. 김 장관은 취임 이후 3기 신도시를 발표해 일산 집값을 떨어뜨렸다는 지탄을 받은 데 이어 며칠 전엔 ‘5억원 이하의 주택을 살 때만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을 일산에서는 받을 수 있다’고 발언해 일산 주민의 신경을 건드렸다. 김 장관의 주소지인 일산 하이파크시티 아파트 주민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물론 현재의 부동산 판세가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다. 일산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면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행복한 나라가 될까. 강북은 강남에 박탈감을 갖고, 일산은 분당에 박탈감을 갖고, 지방은 수도권에 박탈감을 갖는 나라는 정상일까. 부동산이라는 불로소득이 모든 소득을 압도하는 이 시대에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집값이 오르면 우리는 모두 부자가 되는 걸까. 집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이룩하지 못한다면 일산의 눈물이 마르더라도 다른 어딘가에서는 눈물이 비처럼 흘러 내릴 것이다.
  • 한 권의 책은 예술이자 삶… 오늘도 또 다른 운명을 펼친다

    한 권의 책은 예술이자 삶… 오늘도 또 다른 운명을 펼친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서울 중구 한길사 ‘순화동천’에서 그를 만났다. 새삼 그를 만나기로 한 건 이번에 신작 ‘그해 봄날’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판인 김언호가 만난 우리 시대의 현인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그 책에는 한국 현대사의 최전선에 섰던 열여섯 분의 삶과 언어가 담겼다. 그 책에 관한 이야기, 걸어온 책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물론 김언호는 세상이 다 아는 우리나라 대표 출판인이다. 그는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되고 그 이듬해에 한길사를 창립한 이래 45년 동안 우리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중요한 책들을 최량의 품격으로 펴낸 출판인이자 스스로 중요한 책을 저술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 결과가 그동안 ‘책의 공화국에서’, ‘한 권의 책을 위하여’,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등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계보를 잇는 ‘그해 봄날’은 그의 정신적 수원(水源)이 돼 준 당대 현인들과의 만남을 기록한 현대 지성사라고 불릴 만한 결실이 아닐 수 없다.●‘그해 봄날’의 현인들을 찾아 ‘그해 봄날’은 1980년 ‘서울의 봄’을 함축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봄이자 김언호 개인에게는 이 책 속 주인공들과 만나게 된 봄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루어진 거인들을 그때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시대는 암담해져 갔지만 이분들과 새로운 미래를 구상했던 시절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감사하기만 하다. 코로나19와 함께 꼬박 1년여의 시간을 바친 이 책에서 그는 이분들에 대한 해설이나 논평을 가급적 삼가고 “해석을 앞세우지 않고 현인들 육성을 충실히 받아 적는 기록자”이고자 했다. 누군가의 치열한 생애는 다른 누군가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역사가 된다. 이 책에 기록된 열여섯 분의 삶과 언어는 김언호의 시선을 통해 한 시대의 증언과 사표와 지도가 됐다. 그해 봄날부터 이분들이 건넨 정신사의 울림과 떨림이 아직도 깊고 융융하기만 하다. 그는 이렇게 선명하고 아름다운 현대사의 인물지(誌)를 낱낱의 충실성과 정성스런 헌정으로 완성함으로써 스스로 ‘한 권의 책’이 됐다. 김 대표는 그분들과의 만남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적 공공재이고, 흘러간 옛 기록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형임을 알려 준 것이다.“험난한 시절 저는 이 현인들을 만나고 책을 만들면서 불굴의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길을 배웠습니다. 이 땅 젊은이들에게 우리 시대의 현인들의 생각과 실천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목록은 함석헌, 김대중, 송건호, 리영희, 윤이상, 강원용, 안병무, 신영복, 이우성, 김진균, 이이화, 최영준, 이오덕, 이광주, 박태순, 최명희 선생들이다. 정치인, 사상가, 예술가, 언론인, 학자가 망라됐다. 그 가운데 그는 함석헌을 맨 앞에 수록했다. “인생의 스승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함석헌 선생을 꼽는다”는 그는 “선생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며 “지금도 우리에게 탕진되지 않는 감동과 영향력을 주고 있다”고 했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1980년대 지성사를 가로질렀던 함 선생은 걸출한 사상가이자 평화주의 종교인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특별히 내 기억에는 ‘수평선 너머’라는 시집을 남긴 시인으로 남아 있는 함 선생의 육성이 잠시 떠올랐다.●책과 함께하고 책을 확장해 간 삶 김 대표의 고향은 경남 밀양이다. 그는 거기서 농사지으시는 부모님 밑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농사일과 책 만드는 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손이 조금이라도 더 가면 반듯해지고 풍부해지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시골에는 책이 없었고 당연히 서점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부산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 책방을 통해 책의 세계를 발견한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그야말로 황홀한 책의 난장이자 유토피아였다. 그곳에서 ‘사상계’를 만났다. 서울에서 대학 시절 동대문에 줄지어 서 있던 헌책방을 열심히 찾아 민족사적 해석과 전망을 내놓은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그때 인문, 사회, 역사, 철학이 한 몸이라는 걸 배웠다. 그가 창립한 출판사 ‘한길’은 우리말로 ‘큰길’, ‘하나의 길’ 혹은 ‘마당’이나 ‘광장’을 함의한다. 어쩌면 그 ‘한길’로 김 대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엄혹한 시절을 걸어갔을 것이다. “너무도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 시대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혹했던 시대가 더 치열한 사유와 고민과 전망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김 대표는 그러한 사유와 고민을 ‘책’이라는 전망으로 담아냈다. 책을 만드는 시간은 그에게 둘도 없이 귀한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 시대정신이 사람들을 발견하게 했고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성을 통찰하게 해 주었다. “1980년대를 여러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때를 책을 만들고 책을 읽는 시대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길사가 1979년 출간한 ‘해방 전후사의 인식’은 당대의 금기를 깨면서 한국사의 실증과 해석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움직인 책인데 어쩌면 시대가 그 책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술회한다. 김 대표는 책을 만드는 일을 넘어 여러 출판 관련 일에 나선다. 그는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을 지냈고, 2005년부터는 한국·중국·일본·타이완·홍콩·오키나와의 출판인들과 동아시아출판인회를 조직해 출판운동에 나섰다. 1980년 후반엔 파주출판도시 건설, 1990년대 중반에는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설계에 큰 역할을 하면서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출판 관련 운동을 확장하면서 그는 출판인들과 함께 출판문화를 발전시키려는 지속적인 실천을 해 왔다. 이 점, 김 대표를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축일 것이다. “파주출판도시도, 예술인마을 헤이리도 모두 혼자는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한 시대를 고민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운동으로만 가능했지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혼자 열 걸음 걷는 것보다 손잡고 함께 한 걸음 걷는 일이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책’이라는 단어에 꽂힌 사람이다. 원래 ‘冊’(책)이란 죽간을 끈으로 엮어 놓은 모양을 본뜬 일종의 상형문자가 아니었던가. 최근 책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디지털이라는 무형의 문화가 발전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책향’(冊香)과 함께 살아가는 ‘책’의 사제다. “책은 세계에 눈뜨게 해 주는 유일하고 강력한 힘”이라는 그는 “책을 통해서만이 삶의 가치를 알아가고 개인과 사회를 설계해 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그러한 믿음을 반세기 동안 책을 만들면서 굳히게 됐다고 고백한다. ‘책’이라는 경이로운 발명품을 통해 인류는 진화해 왔고 한국 사회도 이만한 발전을 해온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디지털의 힘은 정보의 집적에 있고 종이책은 그야말로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도 그의 움직일 수 없는 지론이었다. 책을 읽고 만들고 써온 그의 일생도 이러한 믿음 위에서만 가능했을 것이다.●예술로서의 ‘한 권의 책’ 연전에 그는 출판인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을 통해 책에 바치는 헌사를 완성한 바 있다. 그는 “서점은 태생적으로 시민사회”라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 우리는 서점에서 만났고 시간을 죽였으며 거기서 좋은 책을 발견하고 기뻐하지 않았던가. 옆구리에는 책을 끼고 가방에는 세계의 가능성을 담고 다니지 않았던가. 그렇게 한 시대의 빛으로 가득한 서점의 광휘를 아름답게 담은 결실이 ‘세계서점기행’이었다. 이제 그는 어떤 책을 읽고 내고 써 갈까? 그는 “고전 문제작을 읽음으로써 사람은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며 고전을 강조했다. 특별히 감염병과 관련해 재난의 근원과 진단과 처방에 관련한 인문학적 비전을 담은 책들을 생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책 만들기와 책 읽기 없이는 창조적이고 품격 있는 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한 권의 책’이 한 시대의 생각과 말씀을 담아낸다는 정신으로 쉬지 않고 책을 펴낼 것이다. 그는 국가가 개입해 도서관을 풍요롭게 구축해 가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역설했다. “마을마다 도서관이 있어야 합니다. 문화 선진국들은 도시 곳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좋은 책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요. 책이라는 희망을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도서관 정책이 긴요합니다.” 김 대표는 ‘한 권의 책’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글이 아름답듯이 그것을 담아내는 책도 아름답다고 말한다. 영국 아티스트 윌리엄 모리스를 통해 ‘아름다운 책’을 배웠다는 그는 모리스가 말한 “인간의 예술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이 건축이고 그다음이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을 거듭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운명입니다. 운명을 걸고 책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그 고민은 제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 의의이기도 합니다.” 책 만드는 운명을 사랑하는 ‘작가 김언호’의 생각과 실천이 ‘그해 봄날’처럼 쏟아지는 늦가을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97세대 트로이카’ 박용진·박주민·김종철 세대교체 기수 될까

    ‘97세대 트로이카’ 박용진·박주민·김종철 세대교체 기수 될까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70년대생을 가리키는 ‘97세대’가 최근 차세대 주자로 거명되는 등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선배 그룹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가 기득권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그 후배 세대들이 새로운 변화의 기수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일부 주자들의 약진만으로 세대교체를 말하기는 성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70년대생은 42명으로 전체 300명 중 14%를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 23명, 국민의힘 16명, 정의당 1명, 국민의당 1명, 시대전환 1명 등이다. 이들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건 민주당 소속 재선의 박용진(49)·박주민(47) 의원과 정의당 김종철(50) 대표 등 3인이다.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으로 이름을 알린 박용진 의원은 가장 적극적으로 정치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대권 도전 의사까지 밝힌 그는 15일 페이스북에 “정치인이 좌우의 논리와 여야의 진영을 넘어서서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 공동체의 번영을 도모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꽤 거시적인 메시지까지 썼다. 또 국민의힘 김세연 전 의원,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와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주제로 대담집도 발간한다.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세를 타며 20대 국회에 입성한 박주민 의원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주요 후보로 꼽힌다. 초선 때 득표율 1위로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재선에 성공한 뒤 당대표에 도전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정치적 체급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당 지도부가 입법을 꺼리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 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거에서 현역 의원을 상대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며 ‘진보정당 2세대’ 시대를 열었다. 취임 직후부터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며 여야 거대 정당이 그동안 꺼려 온 정책 의제를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당 2중대’를 거부하겠다고 공언했고 최근에는 낙태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에서 주도적 목소리를 내며 거대 정당들의 동참을 끌어내고 있다. 97세대는 민주화운동의 기수인 86세대의 바로 다음 세대로, 선배 세대의 전 분야에 걸친 왕성한 활동 탓에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해 왔다. 그러다 몇 년 새 개인기와 정책으로 무장한 97세대 정치인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86그룹의 한 의원은 “운동권 출신들이 이제는 기득권이 됐다며 그만하라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새로운 흐름을 불러일으키는 젊은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화 경험을 공유하는 86세대와 달리 97세대는 나이 외에는 공유하는 시대정신 등이 없다는 분석이다. 70년대생 한 의원은 “‘이제는 70년대생이 해 볼 차례’라고 말하기에는 왜 70년대생인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테헤란에서 암살된 알카에다 2인자, 젊을 적 이집트 프로축구 선수

    테헤란에서 암살된 알카에다 2인자, 젊을 적 이집트 프로축구 선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2인자로 알려진 아부 무함마드 알마스리(57, 본명은 압둘라 아흐마드 압둘라)가 딸 미리암(28)과 함께 지난 8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공작원들에 의해 암살됐다고 미국 정보 소식통들이 밝혔다. 놀라운 것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조직인 알카에다 수뇌부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수도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특종 보도한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전했다. 신문은 미국 정보 당국 소식통 네 명을 인용해 알카에다 창립 멤버 가운데 한 명이며, 현재 알카에다 수장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에 이어 2인자로 꼽혀온 알마스리가 미국의 의뢰를 받은 이스라엘 공작원들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 폭탄 공격을 주도해 224명을 숨지게 한 인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현상금 1000만 달러에 지명 수배돼 있었다. 딸 미리암은 9·11 테러 주모자로 2011년 미군의 비밀 작전에 의해 살해된 오사마 빈라덴의 아들인 함자 빈라덴과 결혼했으나 그녀의 남편도 지난해 7월 미군 작전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스라엘 공작원 둘은 지난 8월 7일 오후 9시쯤 테헤란 도로에서 모터사이클을 탄 채 알마스리 부녀가 탑승한 르노 L90 세단을 뒤쫓아가 권총으로 사살했다. 공작원들은 총탄을 다섯 발 발사했는데 네 발은 차 안의 운전석으로 향했고, 나머지 한 발은 근처 다른 차량에 박혔다. 사건 직후 이란 관영 언론들은 레바논 역사 교수 하빕 다우드와 딸 마리암이 숨졌다고 보도했고, 레바논 뉴스채널인 MTV과 소셜미디어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다우드를 헤즈볼라 멤버라고 밝혔다고 전했는데 알마스리의 죽음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보당국은 알마스리가 2003년부터 이란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란과 사사건건 충돌했던 알카에다 2인자가 테헤란에 이토록 오랫동안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알카에다는 알마스리의 신변에 대해 어떤 발표도 하지 않았으며 미국이나 이스라엘, 이란, 알카에다 등 어떤 나라도 그의 죽음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놀랍긴 한 가지다. 이란은 자국 내에 알카에다 대원이 없다며 NYT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때때로 미디어에 거짓 정보를 퍼뜨려 이란과 알카에다 같은 조직을 연계하려고 한다”면서 “이는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조직의 범죄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라고 비난했다.한편 알마스리는 1963년 이집트 북부 알가르비야 지구에서 태어나 이집트 프로축구 1부리그 선수로 뛴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에 소련이 침공한 뒤 아프간을 돕기 위해 지하디스트의 길에 뛰어들었다. 10년 소련이 물러난 뒤 그는 이집트로 귀국하려 했지만 거부당하자 아프간에 남은 뒤 오사마 빈 라덴을 만나 알카에다를 창립했다. 당시 170명의 발기인 가운데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1990년대 초 빈라덴과 함께 수단 하르툼을 여행하며 군사 세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소말리아 군벌 영웅 무함마드 파라 아이디드 수하로 들어가 무반동포 발사 훈련을 반군들에게 시켰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에 나온 1993년 미군의 모가디슈 작전 때 헬리콥터가 격추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알마스리가 훈련시킨 성과였던 셈이다. 2000년 그는 알카에다 9인의 집행위원회 멤버에 올라 군사 훈련 책임을 떠맡았다. 동시에 아프리카 작전 책임을 맡아 2002년 케냐 몸바사 공격을 지시해 13명의 케냐인과 3명의 이스라엘 관광객 살해를 명했다. 2003년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란에 잠입해 초기에는 가택 연금에 처해졌으나 나중에는 자유롭게 나돌아다녔다. 2015년 이란당국은 알카에다 지도자 5명을 예멘에서 납치된 이란 외교관들과 교환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위장 술책이었다고 미국 정보당국은 결론 내렸다. 나아가 아프간, 파키스탄, 시리아까지 자유롭게 여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립 대테러 센터 국장 출신인 니콜라스 라스무센 같은 이는 알마스리의 죽음이 알카에다 기성 세대와 2011년 빈 라덴의 사망 이후 성장한 신세대 지하디스트들의 분절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는 알카에다 운동이 작은 세포로 분절되고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고 갈파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박용진·박주민·김종철 ‘97세대 트로이카’…86그룹 교체시킬까

    박용진·박주민·김종철 ‘97세대 트로이카’…86그룹 교체시킬까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70년대생을 가리키는 ‘97세대’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97세대가 정치권은 물론 경제·사회 각 분야의 기득권으로 굳어진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상대로 세대교체의 물꼬를 틀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97세대의 특정 인물이 주목받을 뿐 세대교체는 이르다고 평가하는 등 97세대의 전면 등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70년대생은 42명으로 전체 300명 중 14%를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이 23명으로 가장 많고 국민의힘 16명, 정의당 1명, 국민의당 1명, 시대전환 1명 등이다. 97세대 정치인 중 주목받는 건 민주당 소속 재선의 박용진(49)·박주민(47) 의원과 정의당 김종철(50) 대표 등 3인이다. 20대 국회에서 사립유치원 3법 등을 발의하며 이름을 알린 박용진 의원은 정치권 97세대 중 가장 직접적으로 세대교체론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와 강연 등에서 “재벌 대기업들은 이미 세대교체가 이뤄져서 40대가 사장단을 차지했고 이들이 활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정치가 제일 늦다. 정치권도 빨리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박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조선일보의 공과 과를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인이 좌우의 논리와 여야의 진영을 넘어서서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 공동체의 번영을 도모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 출신임에도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세월호 변호사’로 유명세를 타며 20대 국회에 입성한 박주민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강점으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힌다. 20대 국회에서 초선임에도 민주당 최고위원 득표 1위를 하면서 위상이 높아진 박주민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며 체급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민감한 분야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현역의원을 상대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며 정의당의 세대교체를 이끌 구원투수로 주목된다.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닌 정의당만의 길을 가겠다고 강조한 김 대표가 내세운 건 ‘정책’이다. 거대 여야가 언급을 꺼리는 낙태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스타 항공 문제 등에 대해 김 대표가 목소리를 내면서 정의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직 세력은 없지만 개인기와 정책으로 무장한 97세대 정치인이 전면에 등장한 데 대해 환영한다는 평가가 있다. 86그룹의 한 의원은 “기득권이 된 운동권 출신들이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흐름을 불러일으키는 젊은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는 동질감으로 뭉친 86그룹과 달리 97세대는 같은 나이라는 공통점 외에 세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없다는 이야기다. 70년대생 한 의원은 “‘이제는 70년대생이 해볼 차례’라고 말하기에는 왜 70년대생인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미국 대통령 선거 승패 가른 ‘인종·지역·교육수준의 분절’

    미국 대통령 선거 승패 가른 ‘인종·지역·교육수준의 분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아직 많은 우여곡절이 남아 있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정리되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관심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았다. 방송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은 실시간으로 미국의 개표 동향을 보도했다. 미국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국가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선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관심은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가 4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 왔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부터 시작해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자간 국제기구의 무력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결정과 기존 체계의 무시가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은 미국이 주도했던 종전의 국제질서가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민주주의와 인권, 다양성, 다자간 협력 등 보편적 가치들 위에서 움직이던 그 시기가 소중했음을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됐다.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굳어지면서 향후 미국 정책의 변화 및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과 분석 보고서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매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예측과 전망은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수많은 돌발 변수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책이 가져오는 파급효과와 이에 대한 반작용 등이 등장하고, 미국 내 정치권의 교착상태 등이 어우러지면서 흐지부지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변화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는 선거를 통해 확인된 미국 사회의 변화와 특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치에서 인물 위주의 접근에 익숙한 관계로 후보자 개인이 아닌 사회의 변화 자체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의 의식과 힘의 균형을 보여 주는 창문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6년 미 국민의 선택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무엇이 그를 대통령으로 이끌었으며, 2020년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미국 사회의 향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대선 투표율 66.9%… 120여년 만에 최고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2억 3900만명 가운데 66.9%인 1억 6000만 2000명이 투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는 1900년 공화당 소속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이 민주당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을 때의 73.7%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높은 투표율은 유권자의 적극적 참여를 상징하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측 지지자들의 동원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통해 본 미국 사회의 모습은 ‘분절’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인종, 지역 및 교육수준 등에 따라 미국 사회는 철저하게 분절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첫 번째 분절은 인종이다. 통상적으로 민주당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의 지지율이 높으며, 공화당은 백인 지지율이 높은 정당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2016년 트럼프는 고졸 이하 백인 유권자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크게 힘입어 당선됐다. 이러한 인종에 따른 분절 현상은 2020년에도 큰 틀에서는 유지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인종에 따른 투표 성향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지속되는 백인 인구 비중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투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 주었다. 비백인 유권자 가운데 고졸 이하의 학력을 보유한 경우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2016년 20%에서 25%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플로리다와 텍사스에 거주하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트럼프는 예상 외의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히스패닉계 전체로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3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지만 쿠바에서 이주해 온 히스패닉계는 트럼프에게 과반의 지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2016년 이후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8% 이상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은 점차 내부적으로 계층 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자산을 축적해 교외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 백인과 유사한 행태를 보여 주었다. 특히 종교적으로 낙태를 인정하지 못하는 가톨릭과 백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묘한 연합이 이루어지면서 히스패닉계가 백인과 유사한 투표 행태를 보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민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계속 유지하면서 비백인 유권자 사이에서의 분절과 변화 추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애플·MS 진출한 네바다 민주 지지층 확대 두 번째 분절은 지역이다. 미국 정치의 도시와 농촌이라는 지역적 차원의 분절이 상당한 수준임을 극적으로 드러내었다. 전통적으로 2000년 이후 동부와 서부의 해안 지역은 민주당, 중부와 남부는 공화당으로 양분돼 왔다. 승자 독식제의 선거제도를 채택한 상황에서 일부 경합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는 20년간 변함없는 색깔로 표시되면서 정치적 역동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었다. 하지만 단조로운 색깔 밑에서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인구의 이동 등에 따라 지속적인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지속됐다. 1990년대 이후 대도시를 중심으로 경제성장이 집중되면서 대졸 이상의 젊은층이 유입됐으며, 점차 대도시의 정치적 성향은 민주당 쪽으로 변화해 왔다. 반면 소규모 도시와 농촌은 인구 감소 및 기존 산업의 약화 등으로 인해 보수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200개 선거구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인구밀도가 평방마일당 100명 미만인 선거구 가운데 바이든은 평균 30% 내외의 득표율을 얻은 데 비해 인구밀도가 평방마일당 2000명이 넘는 170개 선거구에서는 55%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선거구별로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1992년 선거에서는 특정 후부가 80% 이상을 득표한 선거구 비중은 1% 미만이었다. 또한 전체 선거구 가운데 민주, 공화 어느 한쪽에 60% 이상의 쏠림 현상을 보인 비중 역시 1992년에는 35%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전체 선거구의 절반 수준으로 증가했다. 후보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표를 나눠 가진 경합 선거구는 4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당 쪽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0년간 민주당은 농업 지역의 정당에서 도시 중심의 정당으로 변화해 왔으며, 1980년대 이후 진행된 대도시의 성장은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게 됐다. 19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우드로 윌슨에 대한 농촌 지역의 지지는 도시 지역의 지지보다 훨씬 높았다. 정확히 1세기 이후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10대 대도시 가운데 9곳에서 승리했으며, 그 가운데 뉴욕·보스턴·덴버·애틀랜타·필라델피아·시카고에서는 과반 득표를 했다.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은 이러한 추세에 더해 대도시와 인접한 교외 지역의 지지를 이끌어 냄으로써 트럼프가 농촌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주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지역적으로 보면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간주됐던 지역들에서 민주당으로의 변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났다. 네바다주의 경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의 기업들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대학을 졸업한 젊은층이 증가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던 텍사스주의 경우 댈러스, 휴스턴, 오스틴 등 대도시에 동부와 서부에서 이주한 대졸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과거와 다른 접전 양상을 보여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 번째 분절은 교육수준이었다. 교육수준에 따른 투표율 변화는 극적으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20%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선거구의 경우 바이든에게 투표한 비중이 2016년보다 3.4% 증가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바이든에 대한 투표율이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대졸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는 2016년에도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대졸 비율이 가장 높은 50개 선거구에서 2012년보다 9% 가까운 지지율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20년에도 반복됐다. 일반적으로 투표 성향과 소득수준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되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소득보다는 대학 졸업 여부로 대표되는 교육수준에 따른 투표 성향의 차이가 보다 두드러지면서 교육에 따른 분절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 지역과 소도시에 위치한 고졸 이하의 히스패닉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인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고졸 이하 백인과 좀더 비슷한 투표 양상을 보인 반면, 도시에 거주하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소득수준은 낮은 20대들은 소득수준이 높으며 대학을 졸업한 유권자들과 유사한 투표 패턴을 보여 주었다. 세 가지 분절 가운데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분절은 가장 분명하게 느껴지는 구별인 인종이다. 이제 백인 노조원들은 민주당의 확실한 지지자가 아니며, 자산을 축적해 교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 역시 점차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임을 이번 선거는 보여 주었다. 반면 지역적 분절은 대도시 중심의 성장이 진행되면서 향후에도 계속 강화되며, 이러한 성향은 고학력자들의 대도시 선호로 인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트럼프 닮은 포퓰리스트 재등장 가능성 바이든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당선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적 환경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유사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1990년 이래 지속돼 온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소외돼 왔던 계층과 지역들은 상실감에 시달려 왔으며, 기존 질서에 대한 불만을 키워 왔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 등의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이러한 포퓰리즘 등장의 흐름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조직화되고 더욱 강력한 발언권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된다.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점차 다양한 측면의 분절이 강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영·호남 지역갈등 구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수도권의 압도적인 영향력 강화 속에서 점차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는 교육 및 거주 공간의 분절로 이어지고 있으며, 과거 존재했던 공통의 경험과 기억 대신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 복지 수요의 증가는 이미 문화적으로 단절된 세대들을 더욱 대립 구도로 몰고 갈 것이다. 정치가 이러한 분절의 확대 속에서 이를 부추길 것인지, 아니면 다시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따라 많은 것이 결정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여기는 인도] 생매장 됐던 신생아, 기적적으로 목숨 구한 사연

    [여기는 인도] 생매장 됐던 신생아, 기적적으로 목숨 구한 사연

    산 채로 땅에 파묻혔던 신생아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 등 해외 언론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네팔과 맞닿은 인도 북부의 우타라칸드주 경찰은 농장에 파묻혀 있는 아기를 발견했다는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아기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현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였다. 쿤단 싱 반다리라는 이름의 이 노동자는 아기의 얼굴이 흙바닥 밖으로 빼꼼 나와 있는 것을 보고는 곧장 흙을 파헤쳐 아기를 꺼냈다. 성별이 공개되지 않은 아기는 돌과 흙, 나무와 풀뿌리 사이에서 미동도 없이 파묻혀 있었고, 얼굴을 포함한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다. 최초 발견자와 동료들이 가까이 다가가 아이의 얼굴과 몸을 어루만졌지만 생명의 징후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농장 직원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담요 등을 가져와 아기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마구 쏟아내며 아기를 살리려 애썼다. 이내 경찰이 도착했고 아기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은 아기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고,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이 아기를 산 채로 파묻은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인도에서 신생아, 특히 여자아이를 버리는 끔찍한 범죄는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지난해 10월, 역시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채로 항아리에 갇힌 채 땅에 묻혔던 여자 아기가 구조됐었다. 2017년에는 역시 갓 태어난 여자 아기가 부모에 의해 가시덤불에 던져졌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남아선호사상이 만연한 인도에서는 여아 낙태나 생매장, 인신매매가 비일비재하다. 매년 50만 명의 여자아기가 낙태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는 초음파 기술이 도입되면서 여아 낙태가 급증했다. 2006년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 이후 인도에서 낙태되거나 태어나자마자 살해된 여자 아기는 1000만 명에 이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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