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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 에세이] 인문학적 행정과 공감/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전 행정자치부 차관, 시인

    [수요 에세이] 인문학적 행정과 공감/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 전 행정자치부 차관, 시인

    아버지는 언제나 힘이 세고 씩씩했다. 닮고 싶었다. 가끔 새벽 라디오 방송에서 닭과 돼지의 전염병 예방 대책을 안내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눈 비비고 일어나 들었다. 뜻은 알 수 없었지만 방송 맨 마지막에 “지금까지 충남 가축보건소 정모님께서 농민 여러분께 말씀드렸다”는 아나운서의 말이 나올 때 우리 식구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런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 병원에 자주 가셨다.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면 슬펐다. 30년 후의 내가 거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슬픈 것은 아버지와 내가 한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공감 때문이었다. 사실 같은 병실에 비슷한 이유로 입원한 다른 환자에게는 그런 안타까움을 느끼지 못했다.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이 돼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다. 통상 역지사지, 감정이입으로 일컬어지는 이 공감 능력이 가장 탁월한 사람들은 시인이다. 시인은 나무와도, 하늘과도, 구름과도 얘기하며 그들의 말을 사람에게 전한다. 필자는 늘 시인의 마음으로 주민과 공감하는 따뜻한 행정을 ‘운문 행정’, ‘공감 행정’, ‘인문학적 행정’이라고 얘기하면서 그렇게 행정을 해 보려고 노력했다. 지난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유엔의 아프리카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주제는 ‘지속 가능 발전과 거버넌스’였다. 비행기로 쉬지 않고 15시간을 날아 도착한 그곳에서 필자는 비행기가 아닌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에는 21세기 지구촌 어딘가에 살고 있는 어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아니라 필자의 기억에 여전히 생생한 50여년 전의 우리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에서 최빈국으로 분류하는 이 나라에서 1970년대 우리가 살던 그때 그 대한민국의 삶을 보았다. 그들이 타고 다니는 작은 승합차, 집, 가게, 도로, 음식 등의 생활수준과 방식은 어릴 때 우리 고향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했다. 몇 년 전 라오스의 한 시골에서 구부정한 허리로 팔을 힘차게 저으며 앞을 향해 걸어가던 어느 이장 부부의 뒷모습과 자꾸 겹쳐지던 필자의 고모부와 고모의 모습이 그곳에도 있었다. 지금은 비록 어려워도 내일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앞을 향해 휘적휘적 나아가던 그 모습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석사 공부를 했다는 감비아 대통령실의 과장과 영남대에서 새마을을 배웠다는 토고 기획개발부의 과장이 달려와 필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특히 토고 공무원은 새마을지도자의 리더십 모델이 정부, 지방정부, 지역공동체와 주민 간 거버넌스의 좋은 사례라면서 그 나라의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입하려 한다고 했다. 혹시 필자의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하니 무척 좋아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지구촌 어딘가에 제법 살고 있는 그저 그런 나라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필자가 그곳에서 우리의 과거를 본 것처럼 아프리카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보면서 그들의 미래를, 희망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이제 많은 개발도상국들에 한국은 그저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어떤 나라가 아니었다. 한국과 이 나라들은 과거와 미래를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한 생명체로서 서로의 모습을 바라볼 때 자기의 과거, 현재, 미래를 떠올리는 그런 존재의 끈으로 연결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대한민국의 발전은 그들의 꿈이자 지향하는 대상처럼 다가왔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실패는 단순히 성공 사례 하나가 사라지는 것 이상의 의미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보며 함께 아파했던 필자와 같은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번 아프리카 출장은 행정에 있어 공감의 의미가 국제사회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에티오피아 ‘모이’(Moyee) 커피를 사면서 힘든 인삼·담배 농사로 우리를 가르쳤던 부모들을 생각해 보았다. 새해를 맞아 지구촌 저쪽 누군가에게는 고난의 극복과 삶의 희망으로 느껴지는 우리의 소중한 존재 이유를 깨닫고 더욱 씩씩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 ‘사람이 좋다’ 40년차 가수 장은숙, 일본 진출 루머 “야쿠자? 황당했다”

    ‘사람이 좋다’ 40년차 가수 장은숙, 일본 진출 루머 “야쿠자? 황당했다”

    가수 장은숙이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전한 일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24일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는 40년 차 가수 장은숙(60)이 출연해 근황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장은숙은 일본 진출 이후 국내에 떠돌았던 각종 루머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일본에 진출할 즈음 한국에서 내가 도망자가 돼 야반도주한 사람이라는 루머가 돌았다”며 “야쿠자와 연결돼 있다는 설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황당했지만, 난 자신이 있었다. 나를 퇴색시키면서 인생을 살지 않았다. 분노했지만 진정한 노래로 당당한 모습을 한국에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970년대 큰 인기를 얻으며 활동한 장은숙은 1995년 돌연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가요계에 발을 내딛었다. 그는 “그동안 계속 음악작업을 했다. 전성기만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외면당하고 있구나 느낄 때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일본으로 갔다”며 일본에서 데뷔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내 모습이 창피했다. 숨고 싶었다. 도망가고 싶었다”라며 힘들었던 일본에서의 시간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장은숙은 1970년대 ‘춤을 추어요’로 데뷔, 큰 열풍을 일으키며 ‘당신의 첫사랑’, ‘사랑’ 등 곡을 히트시켰다. 당시 장은숙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데뷔 첫해 일본 유선대상 신인상 수상, 2000년에는 자신의 곡 ‘운명의 주인공’으로 각종 차트에서 12주 이상 1위를 기록했다. 현재는 일본에서 기획사 대표로 활동, 신인가수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MBC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생, 설계도 그리듯 뜻대로 되는 게 아닌 걸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생, 설계도 그리듯 뜻대로 되는 게 아닌 걸

    연말이 되면 늘 지난 한 해 동안 읽은 책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낸다. 책에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책을 좀더 많이 읽는 편이다. 돌이켜 보니 올해도 거의 200권이나 되는 책을 읽었는데 매년 한두 권 정도는 작품성과는 별개로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는 책이 있다. 올해 내게 그런 책은 ‘모눈종이 위의 생’이라는 장편소설이다. ‘조선작’이라는 작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헌책방을 찾은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한다. 심지어 그 이름은 성별조차 짐작하기 어려워서 이미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기억 속에서 끄집어 올리기 어려운 작가다. 이름을 처음 듣는다는 사람에게 “그럼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영화는 아시죠?”라고 물으면 또 열에 아홉은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 영화를 본 적은 없어도 제목만큼은 널리 알려져서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그 작품을 쓴 작가가 바로 조선작이다.1940년 대전에서 태어난 조선작은 1960년에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까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그는 교사로 일하며 신춘문예에 여러 번 도전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신춘문예 심사를 자주 했던 김동리 작가가 말하길, 조선작이 글 솜씨는 뛰어났는데 작품의 소재가 건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당선작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때 한국전쟁을 맞았고 그때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생사도 모르고 가난에 찌들어 자란 청년이 명랑하고 건전한 소설을 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1971년 월간 ‘세대’ 잡지에 ‘지사총’으로 등단한 후에 펴낸 그의 작품 속엔 이렇듯 가난, 억압, 방황, 소외, 부조리 같은 암울한 느낌이 가득했다.‘모눈종이 위의 생’은 조선작이 ‘영자의 전성시대’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된 1970년대를 마감한 직후에 써낸 작품이다. ‘영자의 전성시대’는 제목으로만 보자면 꽤 건전하고 긍정적인 내용인 것 같다. 하지만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하다가 버스 차장으로 일하던 중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영자에게 전성시대라는 게 찾아올 수 있을까? 영자는 결국 사창가로 흘러들어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되는데 여기서 약간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영자를 좋아하는 청년이 나무를 깎아 만들어 준 의수 덕분에 손님이 늘어 돈을 좀 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창가 골목에 화재가 나서 영자는 거기서 허망하게 죽고 이야기는 끝난다. 그의 작품이 대개 이런 식이다.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인생들은 끝까지 피로한 삶을 살다가 아무런 희망도 없이 끝나버린다. 그것이 197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정권이 바뀐 1980년대는 여러모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1981년에 조선작은 한국일보에 소설을 연재했는데 그것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 ‘모눈종이 위의 생’이다. 소설은 내용과 설정 면에서 그전까지 써 오던 조선작의 작품과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주요 등장인물들이 밑바닥 계층이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안종희’는 전형적인 중산층으로 6년 전 어떤 사건 때문에 결혼식 직전 실패를 경험한 일이 있다. 그녀와 결혼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은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있는 ‘한민일’은 인기 있는 소설가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안종희가 한민일의 행적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하는 내용으로 흡사 추리소설과 같은 구성을 가진 특이한 작품이다. 안종희는 치밀한 작전을 바탕으로 한민일의 심리상태마저 이미 손바닥 위에 놓고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 행동하는데 그 시작은 북악에 있는 ‘P호텔’에서부터다. 사실 P호텔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이혼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서 기다리던 커피숍이 있는 곳이다. 어머니는 여기서 만나주지 않는 남편을 며칠 동안이나 같은 시간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P호텔은 소설 속에서 “세검정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터널 입구에” 위치해 있고 5층이라는 단서로 미루어 보아 1980년대 북악터널 근방에 있던 ‘북악파크호텔’이 그 모델일 것으로 추측한다. 소설 초반에 잠깐 나오는 P호텔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장(章)의 제목이 ‘북(北)호텔’이기도 하고 주인공 자신도 호텔 근처에서 어머니를 관찰하면서 어느 시인이 쓴 같은 이름의 시집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정확한 이름을 밝히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1979년에 민음사에서 초판을 펴낸 김영태 시인의 시집 ‘北호텔’일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북호텔’은 1938년 마르셀 카르네 감독이 연출한 프랑스 영화로 이어지며 조선작의 소설이 영화의 내용과 연계성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한편 이 영화는 외젠 다비가 1929년에 발표한 소설 ‘북호텔’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P호텔은 소설 초반에 한 번 등장했다가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운명적으로 다시 한 번 나온다. 모든 희망을 잃은 안종희가 이 호텔에 투숙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이 죽을 장소로 첫 장에서 어머니와 만났던 P호텔을 선택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첫 장 제목이 ‘북호텔’이기는 하지만 소설 속에서 P호텔의 정식 명칭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에 주인공이 수면제를 먹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어머니를 떠올리며 쓰는 유서에서 느닷없이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 이름을 ‘북호텔’이라고 쓴다는 점이다.외젠 다비의 소설 ‘북호텔’ 역시 죽음과 관계가 있다. 파리 10구 운하 근처에 있는 4층짜리 호텔은 온갖 인간 군상들이 머물다 떠나는 곳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줄거리 없이 그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기만 할 뿐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극적인 사건을 중심에 두고 있다. 한 쌍의 연인이 동반자살을 하려는 목적으로 북호텔에 투숙한다. 두 사람 중 하나가 상대에게 총을 쏘고 뒤이어 자신에게도 총을 쏘는 방법이었지만 먼저 방아쇠를 당긴 쪽이 나중에 겁이 나서 도망가버리면서 사건은 복잡해진다. 그런데 ‘모눈종이 위의 생’에서 북호텔에 투숙한 사람은 연인이 아니라 혼자다. 당연히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죽을 수밖에 없다. 죽기로 결심하기 전 안종희는 과거의 연인 한민일을 조사하면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치밀하게 준비했고 완벽하게 실행했다. 모든 게 완벽함을 추구하는 안종희의 뜻대로 되는 듯했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그런 것이 적용될 수 없었다. 이것이 안종희가 절망한 이유다. 삶의 모든 것을 자신이 계획하고 마치 건축가가 모눈종이 위에 완벽한 설계도를 그리는 것처럼 사랑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실상 인간의 삶이란 거대한 모순 덩어리임을 깨달았다. 나중에 가수가 된 주인공의 동생 안세호는 이런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서로 모순의 별들. 한동안 우리의 길을 잃은들 어떠랴.”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들은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설계하며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매번 실수하고 상처도 받는다. 그것이 거름이 되어 또 조금씩 발전한다. 조선작은 신문 연재가 끝난 후 ‘모눈종이 위의 생’을 단행본으로 펴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신작사’(新作社)라는 출판사를 만들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고 나중에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여전히 이 소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작의 여러 작품을 알고 있지만 정작 조선작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손님들을 많이 만난다. 작가가 소설에서 쓴 것처럼 이것도 굳이 애써서 풀지 않아도 될 하나의 모순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서대문 전통시장서 성탄선물 찾아볼까

    서대문 전통시장서 성탄선물 찾아볼까

    서울 서대문구 홍은1동 포방터시장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첫날인 특별한 ‘토요장’이 선다.구는 23일 오후 2~6시 포방터시장 일대에서 ‘12월 크리스마스 보물캡슐찾기’ 행사를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시장 곳곳에 숨겨진 보물캡슐을 찾은 청소년과 치즈만두, 야채폭탄삼겹말이, 얼큰골뱅이탕, 폭탄주먹밥, 레인보우새우꼬치 등 먹거리 3종 이상을 구매한 성인 등 선착순 200명은 ‘나만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채소와 과일, 수산물 등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100원 경매쇼’, 포방터시장 캐릭터를 이용한 ‘당근포 투호놀이’ 등도 마련된다. 포방터시장은 1970년대 초, 자연적으로 생겨난 재래시장으로 ‘6·25전쟁 때 퇴각하는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 대포를 설치했던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3월 전통시장 인정을 받았으며 4030㎡ 면적에 90여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체험 행사로 포방터시장 매출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입해 더욱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는 생활 장터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다 잊으리…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다 잊으리… 내일은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또 한 해가 시나브로 저물어 간다. 저마다 뜨고 지는 해를 보며 송구영신의 의식을 준비할 때다.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을 골랐다. 비교적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이다. 주변에 함께 돌아볼 곳이 많은지도 고려했다.●KTX 개통된 강릉 정동진의 해돋이 강원 강릉의 정동진은 일 년 내내 사람들로 붐빈다. 워낙 관광명소라 그렇다. 특히 해돋이 장면이 빼어나다. 쉼 없이 철썩대는 파도 위로 붉은 해가 솟구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다. 이 모습을 보자고 전국에서 인파가 몰린다. 올해는 특히 KTX 경강선 개통으로 예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데 붐벼서 짜증나는 일은 없다. 외려 차가운 날씨 속에서 새 출발을 함께했다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 정동진역 앞 해변은 어디나 감상 포인트. 오는 31일 밤 모래시계 회전식을 시작으로 다양한 해맞이 행사가 새해 첫날까지 이어진다. 정동진까지는 안인진을 거쳐 해안길을 따라가야 제맛이다. 드라이브 마니아들 사이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해안길로 꼽힌다.●땅끝마을 백일도-흑일도 사이의 일출 섬을 제외하고 한반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이다. 뭍은 여기서 끝나지만 희망은 비로소 시작된다. 남루했던 지난해를 털어 내고 순백의 도화지 같은 새해를 맞으려는 이들이 땅끝마을을 찾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땅끝마을은 해넘이도 빼어나지만 해돋이 장면이 더 힘차고 아름답다. 겨울철엔 바다 왼쪽의 백일도와 흑일도 사이에서 해가 뜬다. 방울토마토처럼 붉은 해가 너른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을 물들이는 장면은 서정적이면서도 장쾌하다. 올해 해넘이제와 해맞이제 행사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취소됐다. 송지면 엄남리 해안에서 땅끝마을을 거쳐 사구리 해안까지 가는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다. 주변에 송호해변, 땅끝조각공원 등 명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세 가지 바다 색깔’ 경북 울진 현종산 경북 울진의 현종산(417m)은 낮은 높이에 견줘 매우 깊은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는 산이다. 덕신리 바닷가에 바짝 붙어 솟은 덕에 바다와 내륙을 두루 살필 수 있다. 해돋이는 물론 해넘이도 볼 수 있다. 빼어난 풍경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는 거의 없다. 현종산에 오르면 세 가지 색 바다와 마주하게 된다. 여명의 검붉은빛, 아침의 파란빛, 그리고 저물녘의 붉은빛이다. 내륙 쪽에선 통고산 등 울진 일대의 수많은 산이 파도처럼 물결치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다만 전망대가 마련돼 있지 않아 찾아가기가 다소 까다롭다. 7번 국도변의 덕신휴게소 뒤 마을길을 따라간다. 정상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지만 도로 상태가 고르지 못한 편이다. 도로 폭도 좁아 차량 교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경기 평택호의 서해대교 너머 해넘이 경기 평택의 평택호(아산호)는 보통 해돋이 명소로 통한다. 새해 첫날이면 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한데 그보다는 해넘이 장면이 좀더 빼어나다. 서해대교 너머로 해가 질 무렵이면 시시각각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평택호 관광단지는 1970년대 수도권의 관광명소였던 곳이다. 지금은 쇠락해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관광단지 안은 한국소리터, 모래톱공원, 평택호예술관 등 다양한 시설물과 독특한 조형물로 빼곡하다. ‘지영희국악관’도 이 안에 있다.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끈 ‘국악의 아버지’ 지영희(1909~1979)의 업적을 엿볼 수 있다. 모래톱공원의 다양한 조형물도 인상적이다. 모래톱공원 뒤는 계두봉이다. 주민들이 닭머리라 부르는 곳. 일제강점기에 경기 남부에서 가장 먼저 만세운동이 일어난 장소다.●강원 정선 ‘병방치’ 한반도 지형 한눈에 강원 정선의 산들은 불퉁스럽다. 곧추서거나 깎아질렀다. 폭도 좁아서 주민들 표현처럼 앞산과 뒷산 사이에 빨랫줄을 걸 수 있을 정도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렇게 수직으로 솟구친 바위절벽을 ‘뼝대’라 부른다. 정선 안엔 뼝대와 강물이 만나 물돌이동을 이루는 곳이 꽤 많다. 그 가운데 탁월한 전망 포인트로 꼽히는 곳이 병방치다. 이웃한 영월의 선암마을처럼 발아래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어 인기다. 해발 583m의 절벽 끝엔 스카이워크가 조성돼 있다. 길이 11m의 U자형 구조물이다. 바닥에 깔린 강화유리 위를 걷다 보면 꼭 하늘 위에 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입장료가 부담스럽다면 목재데크를 따라 조금만 더 걸어 오르시라. 정상 언저리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여기서 맞는 풍경이 무척 훌륭하다.●섬 곳곳이 낙조 전망대인 전남 증도 전남 신안은 ‘천사의 섬’이라 불린다. 관내에 1004개의 섬이 있다 해서다. 그 가운데 증도는 흔히 ‘보물섬’이라 불린다. 1975년 중국 송·원대의 유물이 실린 난파선이 섬 앞에서 발견된 이후 이 같은 별명을 얻게 됐다. 2010년 증도대교가 놓이면서 섬의 습속이 급속히 사라져 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느릿느릿 돌아보는 게 더 어울리는 곳이다. 증도는 섬 안 곳곳이 낙조 전망대다. 소금밭 전망대, 짱뚱어다리 등에서 서정적인 해넘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화도 노둣길의 낙조는 명불허전이라 할 만큼 아름답다. 면사무소 뒤편의 상정봉 역시 빼어난 낙조 포인트다. 한반도 모양이라는 우전해변의 송림과 태평염전 등을 볼 수 있는 곳도 여기다. 면사무소 옆 등산로를 따라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中 “악의적 비방…美, 냉전·구시대적 사고 버려야”

    중국을 미국식 가치를 전복하려는 ‘수정주의 국가’로 정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18일(현지시간) 발표되면서 미국과 중국은 첨예한 대립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특히 중국이 지난 10월 제19차 공산당 대회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슈퍼 사회주의’ 건설을 천명한 데 이어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양국의 패권 경쟁은 군사·경제·외교·이데올로기 등 모든 분야에서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 중국의 반발은 거셌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19일 “미국의 냉전적 사고가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사실 왜곡과 악의적 비방은 헛수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의 발전은 중국 인민의 노력과 각국의 협력으로 이뤄낸 것”이라면서 “중국은 결연히 주권과 발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이 제로섬의 구시대적 관점을 버리지 않는다면 스스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미 관계가 미국의 ‘배넌들’(극우주의자들)에 의해 사악한 길로 빠지고 있다”면서 “중국은 장기전을 치를 준비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대표되는 극우주의자들을 이번 안보전략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 신문은 “비록 배넌이 백악관을 떠났지만, 배넌의 위험한 사상은 여전히 백악관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생각지도 못한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국이 ‘강대강 대치’를 표방한 만큼 중·미 관계는 ‘경제적 협력’에서 모든 분야에서의 ‘적대적 대립’으로 바뀔 위험성이 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관계의 역사적 단계가 제3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수교기, 1990년대 협력기를 거쳐 전략적 대립기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진핑·트럼프 간의 개인적 호감, 트럼프의 언행 불일치 등을 근거로 중·미 관계가 더 악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美 델타항공 인천행 보잉747, 갑자기 취소된 이유

    美 델타항공 인천행 보잉747, 갑자기 취소된 이유

    88개국 247개 도시를 잇는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의 델타항공이 조종사가 없다는 이유로 예정된 비행 스케줄을 취소했다. 델타항공의 보잉 747여객기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오후 12시 31분 디트로이트공항을 출발해 인천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조종사였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여객기를 운항할 때 반드시 4명의 조종사가 탑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장-부기장 2명을 한 조로 묶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또 한 조의 조종사를 탑승케 하는데, 이날 보잉 747기를 조종할 조종사가 4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 델타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보잉 757기‧보잉 767기와 달리, 보잉 747기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역된 기종이다. 보잉 747기는 1970년대 당시 미국 시장에서 대량 항공운항 시대의 발전을 이끌었지만, 현재 미국 항공사 중 유일하게 747기를 운항하고 있는 항공사는 델타항공 뿐이다. 델타항공마저 현지시간으로 19일, 서울과 디트로이트 노선을 마지막으로 747기를 퇴역시키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더 이상 보잉 747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보잉 747과 기타 여객기의 조종 방식이 다소 다른 만큼 이를 운항할 수 있는 조종사의 숫자도 747기의 수와 함께 점차 줄어들고 있었고, 이날 디트로이트에서 출발하는 여객기의 조종사는 3명에 불과했다. 747기를 몰 수 있는 나머지 1명은 비행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델타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승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 갑작스러운 비행기 취소로 불편을 겪을 승객들을 위해 호텔과 식사 쿠폰 등을 제공했으며, 취소된 항공편은 다음날인 18일 아침 무사히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한편 보잉 747기는 미국 시장에서 물러나지만, 유럽시장에는 아직 480대가 취항 중이어서 당분간 747기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37년째…농촌 보육 책임진 사랑

    37년째…농촌 보육 책임진 사랑

    농촌에서 37년간 보육에 헌신해 온 이순식(63) 충남 공주 오인어린이집 원장에게 19일 국민훈장(석류장)이 수여된다.보건복지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보육사업 유공자 정부포상식을 열고 이 원장에 대한 훈장을 비롯해 포장 1점, 대통령 표창 22점, 총리표창 26점, 기타 복지부 장관표창 등 포상 310점을 수여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원장은 1970년대 말부터 농번기 일손이 부족한 농촌 부모들을 위해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1981년엔 충남 농촌 지역에선 처음으로 유아원을 건립해 교사 겸 원장으로 지냈다. 그리고 1993년까지 사실상 무보수로 근무하면서 농촌 여성의 경제활동과 사회참여에 기여했다. 1994년부터 어린이집으로 전환해 운영하다가 시설이 노후화되자 2006년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토지(717㎡)를 공주시에 기부채납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주시와 함께 국공립 어린이집을 신축해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이날 국민포장을 받는 인천 남구 애향어린이집 장명숙(69·여) 원장은 30년 가까이 보육업에 종사하며 보육 발전에 이바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제조업 뿌리 ’ 문래동 소기업 세일즈맨 된 조길형 구청장

    ‘제조업 뿌리 ’ 문래동 소기업 세일즈맨 된 조길형 구청장

    서울 영등포구는 문래동 소상공인들의 판로 지원을 위해 오는 22일 영등포아트홀 전시실에서 ‘문래동 금속제품타운 생산제품 전시 구매 상담회’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문래동은 1500여개 소상공인 업체들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이들은 1970년대 제조업 곳곳에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며 경제성장의 뿌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소상공인은 상시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소기업들을 가리킨다. 구 관계자는 “이번 전시·구매 상담회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개별업체를 홍보해 문래동 금속제품타운 특화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상담회는 오전 9시 30분 개관식 행사와 함께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열리며 제품 전시부스와 구매상담 부스로 운영된다. 이번 상담회에는 거산정밀, 태청TECH, 에스에스스포츠, 윤창정밀산업, ㈜우진정밀, 대신테크, 현성툴테크, 영승기어정밀, 씰링크(주), 태유정공, 남도정밀, 한빛정밀, 영신정밀산업, 명신기어기공, 부영금속, 세선테크, 효성제작소 등 총 17개 업체가 참여한다. 제품은 밤껍질 탈피기계, 3단 T자 지팡이, 티켓발권기, 특수용접된 식품압력용기 등 다양하다. 먼저 참가업체당 5분간 기업 및 생산제품을 소개하고, 초청 바이어들과의 1대1 개별 구매 상담이 진행된다. 초청 바이어들에게는 17개 참가업체 브랜드 및 사전 정보를 제공했으며 상품종류, 기업별 전문분야, 시장성, 선호도 등을 고려해 바이어와 상담업체를 매칭한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앞으로도 소상공인 판로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 영등포를 구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양기대 광명시장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하면 경기도민과 함께 북한 응원단 조직하겠다”

    양기대 광명시장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하면 경기도민과 함께 북한 응원단 조직하겠다”

    “북한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하면 광명시는 시민을 포함한 경기도민과 함께 북한 선수 응원단을 조직하겠습니다.” 양기대 경기 광명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촉구했다. 양 시장은 “세계인들의 평화올림픽을 기원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54일 후면 개최된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림픽이후 30년 만에 한반도에서 개최되는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 시장은 “이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에서 3회 연속 개최되는 올림픽의 시작으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핑퐁 외교’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이 30년 만에 수교를 맺었듯이 평창올림픽은 남북관계 개선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유엔과 IOC도 북한을 참가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미국도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겠다”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한반도의 평화를 다지는 기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양 시장은 “저도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홍보대사를 자임하고 북한선수단 응원단 구성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 돼야 하고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 선언으로 7000만 동포와 세계인의 열망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광명시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시민을 중심으로 경기도민과 함께 자발적인 북한 선수 응원단을 모집하도록 하겠다”며, 광명시는 강원도와 협의해 이미 평창동계 올림픽 입장권 구입 예산을 편성해 입장권 2000장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말미에 양 시장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북한 동시 입장을 비롯해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참가 등 남과 북은 스포츠로 하나가 돼 세계인의 감동과 뜨거운 동포애를 나눈 경험을 갖고 있다”며,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는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맺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시론] 꿈을 잃어가는 꿈산업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꿈을 잃어가는 꿈산업 여성 스타일리스트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압축 성장을 한 한국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나라들은 200여년 이상 걸린 산업화를 40여년 만에 해치운 한국의 성과는 1990년대까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그런 단어는 사라졌지만, 2017년 오늘 우리는 또 믿기 어려울 만큼 경이로운 소식을 접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 대중음악이든 드라마든 ‘한류’는 한국 대표 산업 중 하나로 자리잡는 듯하다.안타깝게도 기뻐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이 산업의 현실이다. 필자는 최근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에서 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실태조사’에 함께했다.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는 담당 연예인의 활동 목적과 캐릭터에 따라 의복 등을 통해 적절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203명의 스타일리스트 또는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가 참여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9.9%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며 92.1%가 월 100만원 이하 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10명 중 9명이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며 10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도 교육생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서 시키는 일은 모두 다 한다. 연출하려는 이미지와 스타일링 개념을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옷감 구입과 의복 제작, 부속과 액세서리를 갖추는 일은 물론 광고 제작을 위한 자료 수집과 시안 작성,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연예인들에게 스타일링하는 것까지. 또 이런 업무를 하기 위해 ‘동대문’과 의복제작실, 협찬사, 촬영 현장 등 곳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돈이 없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며 연예인 옷과 소품을 담은 옷가방을 운반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두어 개씩 밀고 가는 이들이 있다면 스타일리스트 노동자라고 추측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하는 이들이 이런 조건 속에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이들의 93.6%가 여성이며, 97.5%가 20대, 특히 20~25세 연령층이 78.3%에 이른다는 사실에 있다. ‘20대 초반 여성 일자리’라는 점이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나이 어린 여성들이 몰리는 보조 일자리라는 인식이 이들을 초저임금과 초장시간 노동에 몰아넣는 관행을 지속시켜 온 것이다. 1960~1970년대 고 전태일 열사의 친구였던 청계 피복공장 소녀들을 생각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여성에 대한 이런 부당한 노동 관행이 놀라운 발견도 아니다. 하루 12시간 이상 먼지 가득한 공장에서 ‘시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일해야 했던 봉제공장의 여성 노동자들. 그들 역시 초저임금과 초장시간 노동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나이 어린 여성들의 초과 노동은 대한민국이 세계적 수출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 왔다. 그것이 의복이든 문화상품이든. 산업화 초기부터 현재까지 젊은 여성들이 저임금 노동력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노동시장에 있는 성과 연령이라는 차별 때문이다. 여성 그리고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기술과 지식, 숙련 등 직무수행 관련 요소에서 역량이 부족하고 가족부양 책임이 없으니 적은 임금을 줘도 된다는 암묵적 전제가 한국 노동시장 저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 그 결과는 여성과 젊은이에 대한 차별이다. 적절한 일과 일한 만큼의 보상, 인격적 대우에서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상황이 지속됐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관행이 돼 왔다. 10대와 20대 여성들의 초저임금은 이런 성과 연령의 교차적 차별 관행이 낳은 결과다. 우리는 언제까지 젊은 여성의 땀과 눈물을 팔아 ‘발전국가’의 바퀴를 굴려 갈 것인가. “꿈으로 선택해서 하고 있는 일이지만 꿈만 아니면 정말 최악의 직업 같다”는 한 응답자의 말은 한국의 꿈산업이 젊은 여성의 꿈을 어떻게 앗아가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화려한 스타산업의 이면에서는 밀린 월세와 교통비, 밥값을 걱정하는, ‘늘 몸살에 걸린 것 같은’ 아픈 몸과 마음으로 일하는 수많은 20대 여성들이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미국인이 올해 많이 검색한 단어 1위 ‘다카’

    미국인들이 올해 구글을 통해 가장 많이 검색했던 단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폐기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정책 ‘다카’(DACA)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 불법 입국 청년 추방유예 정책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3일 구글이 연말을 맞아 올해 구글 검색에서 ‘…는 무엇인가’(What is…)라는 형식의 질문 검색 순위를 집계한 결과 다카가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다카는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작한 행정명령으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고 노동허가증을 발급해 주는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조건으로 다카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를 결정하자 약 8만명의 불법체류 청년이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2위 검색어는 올해 하반기 광풍을 일으킨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3위는 개기일식 현상인 ‘솔라 이클립스’가 차지했다. 4위는 반(反)파시스트의 줄임말인 ‘안티파’(AntiFa)가 차지했다. 1960∼1970년대 독일 극우파에 대항해 생겨난 안티파 조직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백인우월주의가 급부상하자 미국에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했다. ●2위는 하반기 광풍 일으킨 비트코인 5위는 통신사가 이를 이용하는 콘텐츠나 사업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망 중립성’이 차지했다. 6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새벽 트위터에 ‘보도’(coverage)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난 단어 ‘코브피피’(Covfefe)가 차지했다. 7위는 고대 그리스의 천문관측 및 계산용 기구인 ‘안티키테라 메커니즘’이었으며 8위는 전 세계 최고 장난감으로 등장한 피짓 스피너가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9위, 허리케인 ‘하비’가 10위를 차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입이 떡~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곡창지대’ 수단

    [해외에서 온 편지] 입이 떡~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곡창지대’ 수단

    한 달 전, 수단 동부 지방 출장을 다녀왔다. 수도 카르툼으로부터 인접국 에리트레아와의 접경도시 카살라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도 꼬박 9시간. 중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어 오랜 여정을 감수하고 굳이 육로를 택했다. 놀라운 것은 카살라로 가는 9시간 내내 전후좌우 어느 쪽을 돌아봐도 지평선 끝까지 농지로 뒤덮여 있다는 것. 사탕수수, 수수, 참깨, 면화 등 기르는 작물도 다양하다. 구글맵으로 면적을 비교해 보니 어떤 농장은 대략 서울시보다도 큰 듯하다. 엄청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진다.# 홍해와 阿내륙·이집트와 사하라 잇는 거점 아닌 게 아니라 사실 수단은 농업국가다. 수단 하면 사막이 먼저 떠오르는 이들도 있겠지만 수단은 국토를 관통하는 나일강의 풍부한 수량과 광활한 경작지를 바탕으로 한때 ‘세계의 곡창지대’로 일컬어지던 곳이다. 수단의 잠재력이 농업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드넓은 영토(186만㎢), 4000만 인구, 1000억 달러 상당의 경제규모를 보유한 수단은 홍해와 중부 내륙 아프리카를 동서로 연결하고 이집트와 사하라 이남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있다. 그간 대내외적 악재들로 오랫동안 비틀거린 수단 경제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1년 반에 걸친 치열한 협상 끝에 미국 정부가 올해 10월부로 수단에 지난 20년간 부과해 온 경제 제재를 해제한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인의 수단에 대한 무역 및 투자는 물론, 수단 은행과의 달러화 거래도 허용되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에 수단 정부와 국민들은 들썩이고 있다. # 美, 20년 만에 경제 제재 풀고 무역 새 물꼬 사실 올해 수교 40주년을 맞은 한·수단 관계에는 작년부터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양국 관계는 대우그룹이 수단에 대규모 투자를 하던 1970년대 정점을 찍었으나 1990년대 이후 20년간은 미국의 경제 제재, 대우그룹 해체 등으로 정체 상태를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6년 11월 간두르 수단 외교장관이 방한, 한·수단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데 이어, 2017년 4월에는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수단을 방문,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수교 40주년을 전후하여 양국 관계에 한동안 찾아볼 수 없던 수준의 고위급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 한·수단 수교 40년… 수출 ‘기회의 땅’으로 이제는 우리가 다시금 수단에서 경제 영토의 확장을 준비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수단 정부가 농업 등 수출 산업을 중점 육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 소재, 기계 등 중간 기술에 대한 수요는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 개척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물론 거시경제의 어려움, 열악한 투자 환경 등 수단이 풀어 나가야 할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 수단 진출을 가로막던 커다란 빗장 하나가 제거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수단은 실제 지리적 거리보다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더 멀리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수단 수교 40주년에 즈음하여 우리의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서 수단이라는 나라를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발효 음식 이야기] 다시 뜨는 국민酒

    [발효 음식 이야기] 다시 뜨는 국민酒

    쌀·누룩·물이 빚어낸 전통주의 모체생막걸리 100㎖당 유산균 최대 1억마리웰빙 열풍 맞물려 인기 쑥쑥 막걸리는 우리 전통주의 모체다. 막걸리를 맑게 거르면 약주나 청주가 되고, 증류하면 증류식 소주가 된다.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목을 축이던 ‘노동주’에서 지갑이 얇은 젊은이를 위로하던 대학가 ‘청춘주’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 덕분에 서민의 술로 불린 막걸리는 우리네 삶의 굴곡을 함께해 왔다. 한때는 ‘마시고 나면 머리 아픈 술’이라는 오명과 함께 화려한 외국 술에 밀려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웰빙’ 열풍과 함께 다시금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막걸리는 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이다. 발효가 끝나면 여과하지 않고 고운 채에 막 걸러 낸다고 해서 ‘막걸리’라고 부른다. 누룩은 밀이나 쌀 같은 곡식을 메주와 같이 덩어리지게 물로 반죽해 곰팡이가 피어나도록 발효시킨 것이다. 누룩은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전통주를 빚을 때 흔히 쓰이는 재료다. 일본은 주로 쌀누룩을 사용하고 중국과 한국은 밀누룩을 주로 쓰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밀을 껍질째 반죽해 누룩 틀에 담고 덩어리로 만든 ‘막누룩’을 사용한다.서민들 굴곡진 삶과 함께 막걸리는 사랑받은 세월만큼이나 별명도 많다. 맑지 않다고 해서 ‘탁주’라고 불리기도 했고,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는 의미인 ‘국주’, 농사짓기에 필요한 술이라는 뜻의 ‘농주’, 색깔이 하얗다고 해 ‘백주’, 집집마다 담근다고 해서 ‘가주’ 등으로도 불렸다. 시인 조지훈은 쌀과 누룩, 그리고 물 3가지 재료로만 만들었다고 해서 ‘삼도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막걸리는 6~8%의 낮은 도주다. 100㎖를 기준으로 열량은 40~70㎉에 불과해 와인(70~74㎉), 위스키(250㎉) 등에 비해 낮다. 생막걸리에는 발효주답게 효모와 유산균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장(腸)을 깨끗이 하는 정장작용에 도움을 주며, 식이섬유와 비타민 B·C도 함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막걸리 100㎖ 당 유산균이 10만~1억 마리 들어 있다. 또 막걸리를 가만히 놔두면 가라앉은 하얀 고형물질은 대부분 ‘비소화성 식이섬유’로 이뤄져 있는데, 포만감은 주지만 칼로리가 낮고 장내 독소성분을 쉽게 배출하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막걸리 한 병(750㎖)을 만드는 데는 약 100~125g의 쌀이 들어가 농촌의 쌀 수급 문제에도 도움을 준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부여, 진한, 마한, 고구려의 제천행사에서 밤낮으로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시기에 이미 고구려 등에서는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는 방법이 완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농업 기술서 ‘제민요술’에도 고구려의 주조 기술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또 일본의 고사기 ‘중권’에는 백제 사람 ‘수수보리’(술 거르는 이)가 일본에 가서 응신천황에게 누룩과 술을 빚는 법을 전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조선 성종 때의 농서 ‘사시찬요초’에는 “3복 중에 보리 10되와 밀가루 2되를 섞어 녹두즙에 반죽해 밟아서 떡처럼 만들어 연잎으로 싸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 말린다. 누룩은 반죽을 단단히 하고 강하게 밟아야만 좋은 누룩이 된다”는 누룩 제조법이 소개돼 있다.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집필한 조리서이자 첫 한글 조리서이기도 한 조선 현종 때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도 “밀기울 5되에 물 1되씩을 섞어 꽉꽉 밟아 디디고, 비 오는 날이면 더운물로 디딘다. 시기는 6월과 7월 초순이 좋으며, 더울 때이므로 마루방에 두 두레씩 매달아 자주 뒤적거린다”는 누룩 제조법이 나온다. 막걸리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전체 술 소비량의 약 80%를 차지하던 명실상부 ‘국민주’였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포만감이 높아 특별한 안주가 없이도 마실 수 있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4년 식량 부족을 이유로 막걸리 제조에 쌀 사용이 금지되면서 막걸리의 전성시대에 본격적으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밀가루 80%, 옥수수 20%의 혼합 양곡으로 막걸리를 빚게 되면서 품질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 뒤에 쌀 생산량이 늘고 소비량은 줄어 쌀이 남아돌게 되자 1971년부터 쌀막걸리를 다시 허가했지만, 옛 명성을 되찾기는 어려웠다.와인보다 도수 낮아…건강까지 책임 또 생산단가를 맞추고자 카바이트(탄화칼슘)와 물을 섞어 인위적으로 열을 내 강제로 빠르게 숙성시킨 ‘카바이트 막걸리’가 등장한 것도 막걸리의 침체를 부추겼다. 이 같은 속성 발효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트림을 하는 등의 숙취로 고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막걸리는 ‘머리가 아픈 술’이라는 오명을 쓰고 점점 더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됐다. 여기에 1960~1970년대 경제개발 계획에 필요한 재정수요를 확보하고자 주세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막걸리 제조 산업을 규제한 것도 악재가 됐다. 막걸리 양조장을 지역단위 조합으로 만들고, ‘공급구역 제한제도’라는 법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위치한 해당 시·군 내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품질경쟁이 이뤄질 수 없었고, 지역 영세업체나 일부 탁주조합들의 독과점식 공급으로 소비자 만족도의 하락을 가져왔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가 잇달아 대중화되면서 결국 막걸리는 서민층 소비자는 희석식 소주로, 중산층은 맥주로 각각 빼앗기면서 국민주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근 막걸리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양조기술이 발달하고 공급구역제한이 풀리면서 품질이 좋아진 데다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발효주인 막걸리의 영양학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과일 등 다양한 맛을 가미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젊은 소비자 공략에 나서면서 ‘제2의 전성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젊은층 공략…제2 전성기 시동 대표적인 곳이 국순당이다. 국순당은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막걸리에 바나나를 접목한 ‘쌀 바나나’를 선보여 같은 해 9월 말까지 약 5개월 만에 판매량 300만병을 돌파했다. 인기에 힘입어 7월에는 ‘쌀 복숭아’를, 9월에는 크림치즈와 우유를 첨가한 ‘쌀 크림치즈’를 출시하는 등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막걸리가 수입맥주 등 다른 주류와 경쟁하려면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은층을 사로잡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존에 없던 독특한 맛의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배상면주가도 대표 제품인 ‘느린마을 막걸리’를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에 따라 구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지난해 겨울부터는 계절별 고유한 디자인을 적용한 한정판 막걸리를 시즌별로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올여름에 선보인 여름 한정판은 출시 20일 만에 1차 초도 물량이 매진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느린마을 막걸리는 4년 연속 평균 15%의 매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배상면주가 측의 설명이다. 배상면주가는 2010년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막걸리 전문점인 ‘느린마을양조장&펍’(현 명칭 ‘느린마을양조장&푸드’) 1호점의 문을 연 데 이어 현재 전국에 11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또 지난 7월부터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지난 10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에 나서는 등 변화하는 주류 소비문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평주조는 주류시장의 저도주 열풍에 발맞춰 2015년 대표 상품인 ‘지평 생쌀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6도에서 5도로 낮췄다. 이후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매출 성장률 28%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출시 약 2년 만에 판매량 1500만병을 넘어섰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여 제품을 출시한 데다 한정상품을 내놓는 등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효했다”면서 “막걸리 업체들이 저마다 고정관념을 깨고 ‘젊은술’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확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 ‘중년 송중기’ 최일화 “달동네에서 살았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재조명

    ‘중년 송중기’ 최일화 “달동네에서 살았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재조명

    ‘복면가왕’에 배우 최일화가 등장해 놀라움을 준 가운데, 그가 과거 한 방송에 출연해 밝힌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10일 오후 방송된 MBC ‘일밤 -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에는 중견 배우 최일화(59)가 등장, 시청자의 반가움을 샀다. 최일화는 20년 무명생활을 딛고 현재 방영중인 MBC 드라마 ‘투깝스’를 포함해 ‘불야성’, ‘마녀의 성’, ‘가족을 지켜라’, ‘황홀한 이웃’, ‘유혹’ 등 다수 드라마에 출연했다. 특히 지난 2005년 ‘패션 70s’이라는 작품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하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꾼’, ‘그래, 가족’, ‘섬, 사라진 사람들’, ‘미쓰 와이프’, ‘간신’, ‘신의 한 수’, ‘신세계’ 등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뽐내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다. 이날 그의 ‘복면가왕’ 출연과 함께 과거 최일화가 고백한 힘들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일화는 지난 2월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해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털어놨다.최일화는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인천으로 이사를 왔다”면서 “당시 태반이 미군부대였는데, 미군부대가 떠나면서 황무지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1970년대 초에는 내 또래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장사, 구두닦이를 많이 했다”며 “11살 때 동생과 몰래 아이스크림 장사를 했다. 부모님도 막일을 하셨다”라며 어려웠던 어린 시절 형편을 회상했다. 이날 방송에서 최일화는 과거 자신이 살았던 판자촌을 둘러보며, “좁은 집이 싫어 친구 집에서 주로 지냈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SBS, TV조선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조희연 교육감 “박근혜 누리과정 반대할 때 압력 있었다”

    조희연 교육감 “박근혜 누리과정 반대할 때 압력 있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가정보원으로 하여금 진보 성향의 교육감을 뒷조사하라고 지시한 정황 등을 포착한 검찰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9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조 교육감은 “1970년대 불법 사찰과 정치공작이 40년을 지나 다시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오후 2시쯤부터 검찰청사에 출석한 조 교육감을 상대로 불법 사찰 피해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박근혜 정부의) ‘누리과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러 압력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조 교육감의 ‘누리과정에 반대한다’는 말은 과거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두고 박근혜 정부와 교육감들이 대립하던 일을 가리킨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누리과정 국고지원을 약속하다 예산의 상당 부분을 개별 교육청에 떠넘겨 교육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조 교육감은 또 “여러 교육감에게 여러 압박이 있었고, 특별히 교육부에서 파견한 부교육감에 대한 압박이라든지 개인적으로 의심되는 사안을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참고인 조사에서 기억을 더듬어 사실대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적폐청산은 좋은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라 곳곳을 병들게 한 헌법 파괴와 국민 주권 유린을 넘어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3월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보 성향 교육감의 개인 비위 의혹 등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을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교육감을 견제할 수 있도록 개인 비위나 이들의 좌파 성향 활동 등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시였다고 한다. 이에 국정원은 조 교육감 등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의 발탁 인사나 수의계약 내용 등을 분석해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추려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에 보낸 조 전 교육감에 관한 음해성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도 전해졌다.검찰은 또 우 전 수석이 지난해 과학기술계 인사들을 상대로 정치 성향 등을 파악할 것을 국정원에 지시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씨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고 나서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이 단체 회원들의 정치 성향을 조사할 것을 지시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에 검찰은 우 전 수석을 다시 피의자로 불러 추가 혐의에 관해 조사하고 나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우 전 수석이 이번에 다시 출석하면 지난해 11월부터 개인 비리 및 국정농단 의혹 등과 관련해 다섯 번째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알콜중독 치료제로 암을 치료한다고?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알콜중독 치료제로 암을 치료한다고?

    성기능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사실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개발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미미해 폐기하려다가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의 성기능이 개선되는 것이 확인돼 다른 방향의 치료제로 쓰이게 됐습니다.의약학 역사를 보면 이렇게 본래 목적 이외의 방향으로 쓰이는 약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알콜중독 치료제가 암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6일자에 체코 팔라키대, 덴마크 국립암연구센터,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스위스 성갈렌병원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입니다. 연구팀은 알콜중독을 앓고 있으면서 유방암에 걸린 38세 여성환자의 사례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이 알콜중독이 심했기 때문에 암 치료보다 알콜중독이 우선이었다고 합니다. 이 여성은 알콜 중독이 완치되지 않아 술 취한 상태에서 창문에서 추락사했는데 부검 결과 뼈로 전이됐던 암세포가 거의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복용했던 알콜중독 치료제는 ‘디설피람’이라는 약물로 술을 조금만 마셔도 두통과 호흡곤란, 구토 같은 부작용을 일으켜 알콜을 끊게 만드는 약물이라고 합니다. 그런 디설피람이 암세포를 없앤 것입니다. 덴마크-체코-미국-스위스-스웨덴 공동연구진은 디설피람이 암세포를 죽이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실 1970년대부터 디설피람이 외과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사례들이 간혹 보고되기는 했지만 작용 메커니즘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과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에 암치료제로서 주목받지 못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제공동연구팀은 2000~2013년 사이에 암으로 진단받은 덴마크 국민 24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를 최초로 확인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24만명의 암 환자 중 3000여명이 디설피람을 복용했는데 디설피람을 꾸준히 복용한 환자 1177명의 생존율이 디설피람을 중간에 끊은 환자들에 비해 34%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니 디설피람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유방암 뿐만 아니라 전립선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에서 효과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방암을 일으킨 생쥐를 대상으로 디설피람을 투여해서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특히 디설피람의 효과를 향상시키는 구리 보충제를 함께 투여했을 경우 효과는 극대화됐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디설피람이 암세포가 새로운 혈관을 만들고 자신의 세포를 주변으로 확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암세포를 굶겨죽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많은 항암치료법이나 치료물질들이 실제로 상용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디설피람의 항암효과도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항암제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림돌은 디설피람의 특허권이 만료됐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항암제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지리 바르텍 덴마크 국립암연구소 박사는 “이미 안전성이 승인된 약물에서 다른 효과를 찾아내는 것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하기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라며 “거대 제약사들이 구식 약물에 대해서는 특허권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edmondy@seoul.co.kr
  • ‘성과주의’ SK, 에너지 사장 조경목씨

    ‘성과주의’ SK, 에너지 사장 조경목씨

    신규 선임 107명 등 163명 승진 하이닉스·이노베이션 ‘실적 잔치’ SKT 이종민 39세 최연소 임원 SK그룹이 7일 성과주의를 반영한 정기 임원 인사를 했다.SK그룹은 SK에너지 사장에 조경목 SK㈜ 재무부문장, SK머티리얼즈 사장에 장용호 SK㈜ PM2부문장을 각각 승진 발령하는 등 신규 선임 107명을 포함, 총 163명의 임원 승진을 발표했다.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14명의 승진자와 27명의 신규 임원이 탄생했다. 역시 역대 최고 실적을 낸 SK이노베이션에서도 18명의 승진자와 신규 선임자가 나왔다.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폭 교체했기 때문에 사장단 인사는 소폭으로 이뤄졌다. 신임 임원의 평균연령은 48.7세이며 30%가 1970년대 출생이다. 여성 임원도 4명이 탄생했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 생방송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상용화한 SK텔레콤 이종민 미디어 인프라랩장은 39세로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중국 현지에서 영입한 SK에너지 차이롄춘(44) 글로벌 사업개발2팀장이 여성 임원으로 임명됐다. 조 신임 사장은 지주회사인 SK㈜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SKC와 SK증권, SK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면서 검증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장 신임 사장은 반도체 소재 사업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등 SK그룹이 소재 사업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서성원 SK플래닛 사장은 SK텔레콤 MNO(모바일 네트워크 오퍼레이터) 사업부장(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임 SK플래닛 사장은 SK브로드밴드 대표를 지낸 SK텔레콤 이인찬 서비스부문장이 맡는다. 안정옥 SK㈜ C&C 사업 대표와 안재현 SK건설 글로벌비즈 대표가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 동북아 최고 의료관광 명소 꿈꾼다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 동북아 최고 의료관광 명소 꿈꾼다

    ‘지붕 없는 박물관.’ 한반도 5000년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수많은 유적지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인천 강화군을 표현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현존하는 사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전등사를 비롯해 우리 민족의 역사가 살아 있는 마니산 등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표적 관광지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 등 역사 속 시간들이 강화나들길을 따라 펼쳐져 있다. 접근성도 뛰어나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가면 푸른 바다와 멋진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점, 남도 못지않게 다양한 향토 음식, 문화재를 끼고 도는 도로망 등도 강화를 수도권 최대의 문화관광지로 인식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강화에 오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곳이 갑곶돈대다.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지역에 설치된 소규모 관측·방어시설로 강화에 53개나 있다. 갑곶돈대는 1679년(숙종 5년)에 완성됐는데 1977년 보수·복원작업이 이뤄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돈대 안에 있는 대포는 조선시대 말에 설치된 것으로 외세의 침략에 맞선 선조들의 얼이 깃들여 있다. 월곶돈대에는 경관이 매우 뛰어나 강화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연미정이 자리잡고 있다. 민통선 지역이어서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으나 2008년 완전히 개방됐다.●강화문학관, 이규보·정인보 작품 소장 강화산성은 강화읍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석성으로 조선 숙종 37년에 축조됐다. 북산에서 시작해 서쪽의 진고개를 지나 남쪽의 남산을 감싸 안으며 동쪽의 견자산으로 연결되는 총길이 7.12㎞의 산성이다. 강화산성 북문에는 오읍약수터가 자리잡고 있다. 고려시대 몽고 침입 당시 나라를 잃은 슬픔에 하늘, 땅, 임금, 백성, 신이 함께 울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돼 오읍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 약수는 조금 과장됐지만 불로장생의 물로 알려져 물을 담아 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강화에는 고려와 조선의 문화유산이 많지만 청동기 시대의 흔적도 남아 있다. 고려산 봉우리 능선에 있는 고인돌군(群)이 그것이다. 이곳 고인돌(지석묘)은 받침돌 위에 평평한 덮개돌을 올려놓은 탁자식이다. 현재는 많이 내려앉았지만 유구한 세월을 버텨온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강화나들길을 여행한다면 강화읍 관청리에 있는 강화문학관에 잠시 멈춰 문학의 향기를 느껴보자. 고려시대 이규보 문인부터 일제강점기 정인보 선생에 이르기까지 강화를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2층 수필문학관에는 수필가 조경희의 기증품 8287점과 김기창 화가 등의 미술작품 158점, 도자기 74점 등이 전시돼 있다. 마니산은 백두산이나 묘향산 등과 함께 단군왕검의 전설이 있는 강화도의 명산으로 화도면 문산리에 소재한다. 해발 468m로 북으로 백두산과 남으로 한라산의 정중앙에 위치한 산 정상에는 단군이 우리 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던 제단이라고 전해 내려오는 참성단(사적 136호)이 있다. 마니산은 특히 기(氣)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센 산으로 알려져 등산을 겸해 기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고려산(해발 436m)은 매년 봄 열리는 진달래축제로 유명한데 산 정상 주변에 형성된 진달래 군락이 30만㎡에 달해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에 있는 진달래 군락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강화갯벌·초지리습지엔 희귀종 서식 강화는 해양성 기후로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품질 좋은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강화갯벌은 독일·네덜란드 연안 갯벌 등과 함께 세계 5대 갯벌로 평가된다.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등 세계적인 희귀 조류의 서식지다. 인천시 연구자료에 따르면 강화갯벌은 1㏊당 경제적 가치가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람사르습지로 3000㎡ 규모다. 경지 정리로 멸종 위기에 처한 매화마름을 보호하려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민을 설득하고 성금을 거둬 확보했다. 꽃은 물매화를 닮고 잎은 붕어마름을 닮아 매화마름이란 이름이 붙어졌으며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한 수생식물이다.●풍물시장엔 인삼·순무 등 특산품 풍부 강화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인 풍물시장은 강화 특유의 건강한 먹거리가 즐비하다. 예전에는 읍내의 5일장이었으나 외곽의 최신식 건물로 옮겨와 편리하게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다. 보랏빛 동그란 순무를 듬성듬성 썰어 양념에 버무리는 모습은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또 강화도 인근 해역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과 밴댕이젓, 새우젓, 게장 등은 풍물시장 최고의 먹거리다. 강화 특산품인 화문석과 인삼 등은 풍물시장과 인근 인삼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강화도 인근 섬들도 잇따른 연륙교 개통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석모대교는 지난 6월 개통돼 여객선을 통해서만 찾아야 했던 고질적인 교통 불편을 해소했다. 석모도는 바다와 산림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 백미다. 강화군이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은 2011년 4월 개장 이래 2013년 7월 수목원 개장, 2015년 7월 2차 휴양림까지 단계별로 조성돼 거대한 종합 휴양림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곳은 산림휴양관과 숲속수련장을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휴양림에는 양질의 수목이 빼곡히 들어서 최적의 힐링 장소로 꼽히고 있다. 128만㎡에 달하는 산림에 퍼져 있는 참나무·소나무·소사나무·밤나무 등 50여종에 달하는 수목은 피톤치드의 향연을 만들어 낸다. 석모도에는 또 우리나라 3대 기도성지로 꼽히는 전통 사찰 보문사, 바다를 보면서 등산을 즐길 수 있는 해명산, 미네랄온천 등이 자리잡고 있다.2014년 7월 연륙교가 개통된 교동도는 민간인 통제구역이어서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이 보존돼 있다. 군부대 검문을 거쳐야 하고, 통행시간이 제한되는 불편이 있지만 청정지역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 화개산 정상에 오르면 북한 모습이 코앞에 펼쳐진다. 이곳 대룡시장은 1960∼197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6·25전쟁 때 황해도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장이 서게 됐다고 한다. TV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소개돼 유명해졌다. ●교동도 화개산에선 북녘이 손에 잡힐 듯 강화도 남단에는 대규모 의료관광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인천시는 지난달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부동산 개발전문업체인 파나핀토 프로퍼티즈와 ‘강화휴먼메디시티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강화도 남단 동막해변 일대 900만㎡에 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외국인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해상교량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파나핀토 측은 우선 이 사업에 3000만 달러(약 330억원)를 투자하고, 인천시는 휴먼메디시티 사업 예정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도록 정부에 건의하는 등 행정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시는 해상교량이 들어설 경우 강화도가 영종도에서 차량으로 20분 만에 연결되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춰 의료관광단지로서의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이상복 강화군수는 “강화도가 아시아는 물론 러시아 등지에서도 찾는 동북아 최고의 의료관광단지가 될 것”이라며 “의료 수준 향상과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그림책의 아버지 홍성찬 화백 별세

    그림책의 아버지 홍성찬 화백 별세

    1세대 그림책 작가 홍성찬 화백이 지난 4일 낮 12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88세.1929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5년 월간지 ‘희망’에 삽화를 그리면서 삽화가로 활동했다. 1970년대 ‘새소년’, ‘여학생’, ‘어깨동무’ 같은 어린이·청소년 잡지와 1980년대 역사전집, 위인전집 등에 삽화를 그렸다. 1986년 ‘개미와 베짱이’를 펴내면서 그림책 창작에 몰두한 고인은 동양화 화풍에 사실적인 묘사로 우리 옛 풍습과 민속, 전통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래동화와 어린이 교양 그림책을 다수 펴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3남 2녀가 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건강관리공단 일산병원 장례식장 8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벽제승화원. (031)900-0114.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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