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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아이들에게 빅데이터를 만들어 주자/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아이들에게 빅데이터를 만들어 주자/이호열 고려대 언론대학원 교수

    ‘생물학적 세대’가 아닌 ‘사회적·역사적 세대’의 기준으로 볼 때 필자는 세대 문제 연구학자인 만하임이 분류한 ‘베이비붐 세대’가 끝나는 무렵에 태어났다. 필자의 동년배가 초등학교 다닐 시절에는 학생들은 많은데 교실은 부족하니 오전반과 오후반이 따로 있었다. 즉 초등학교 때 2부제 수업이 진행된 것이다. 필자 세대는 역사적으로 근대화와 유신 시대를 경험하면서 과밀과 경쟁이라는 학교 공간에서 숨을 죽이며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대학생활을 민주화운동이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며 보내게 됐고, 대학 졸업 후 선배 세대가 일구어 낸 고도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볼 때 요즘과 같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지 않고서도 사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1960년대 이후 한 해 출생아 수의 추이를 보면 1970년 100만명, 1980년 86만명, 1990년 65만명, 2000년 63만 4000명으로 계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4년에는 43만 5300명으로 더 떨어졌다. 출생아 수가 감소한 이후의 세대로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나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 세대들은 과밀과 경쟁으로 특징지어졌던 베이비붐 세대보다 경쟁이 줄어들어 취업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는 단순 계산과 달리 사정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취업난은 경제성장률 저하, 대기업 일변도의 직장 선호 경향, 3D 업종 기피현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과학 발전과 정보기술(IT) 고도화에 따라 기계와 컴퓨터가 인력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투자기관에서 진행하는 대량의 주식거래와 외환거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거래의 일정 부분이 지수와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램화된 컴퓨터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대학 캠퍼스는 취업하는 데 유리하다고 하여 기업체 인턴 기회를 얻는 것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괜찮은 인턴 기회를 얻기 위해 다른 인턴 과정을 미리 거쳐야 한다는 의미에서 ‘인턴우스의 띠’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취업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뫼비우스의 띠’에서 따왔다고 한다. 나아가 지금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성장해 취업을 하게 될 때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 것인가. 취업하기가 더욱 힘든 세상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고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세대는 이 학생들의 학부모인 3040세대일 것이다. 자녀를 둔 3040세대는 잘 생각해 보시라. 아이들이 학업 과정을 마치고 어렵게 원하는 직장에 취업이 된다고 하더라도 고도의 기술 진보와 초고령화 시대가 융합된 새로운 시대가 가져다줄 다른 변수들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이 학생들의 미래 시대는 인생 3모작을 살게 될 학부모 세대와 달리 인생 4모작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120세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본다면 90세 이후에도 한 세대인 30년을 더 살게 되는 인생 4모작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 미래를 대비하도록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생각해 왔고 경험해 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즉 토머스 새뮤얼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저서에서 밝힌 것처럼 패러다임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 학생들은 취업을 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서는 객관적이고 공신력이 있는 자신의 이력 관리가 평생 동안 필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가 생활 전반에 확산될 것이다. 신입생 선발은 물론 기업체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와 새로운 직장으로 전직할 때도 자신의 이력 관리를 체계적으로 모아 놓은 개인별 ‘빅데이터’를 준비해 왔느냐의 여부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기 이력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독서 기록, 교과별 학업성취 기록, 체험학습 기록 등을 잘 챙겨 놓아야 한다.
  • [TV 하이라이트]

    ■다큐스페셜(MBC 밤 11시 15분) 아파트 매매가는 떨어질 줄 모르고, 전셋값은 나날이 치솟는다. 또 서민들은 전세난민이 돼 집값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전셋값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장만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집짓기는 더이상 꿈이 아니다. 외양이 조금 볼품없어도 최소 비용과 값진 노동으로 최대 만족을 얻은 사람들. 스스로 빌더(건축가)가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다큐프라임(EBS1 밤 9시 50분) 황금투구 조기의 전설은 단오 무렵 시작된다. 바다는 짝짓기를 원하는 이 황금투구 조기 울음으로 가득하고 포구마다 파시가 형성된다. 그러나 이 밀물 같았던 조기의 전설은 1960년대 후반 순식간에 끝나고 만다. 남획과 환경 변화, 그리고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등으로 인해 어획량은 줄었고, 그나마 잡힌 조기의 90%는 1~2년생 미만의 어린것들이 되고 말았는데…. ■스콜피온(FOX 밤 12시) 아이큐 197의 실존 인물인 천재 해커 월터 오브라이언의 이야기를 각색한 드라마. 어린 시절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을 해킹했던 아이큐 197의 천재 월터는 친구와 회사를 차리지만 쓸데없는 일거리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일하다 갈라선 갤로 요원이 LA공항의 긴급 사태를 해결해 주면 후한 보수를 주겠다고 제안하자 월터는 친구와 힘을 합쳐 비행기 추락 참사를 막으려 한다.
  • 해 뜨면 과거도시 해 지면 미래도시

    해 뜨면 과거도시 해 지면 미래도시

    도시는 팽창한다. 새로운 중심지가 연이어 들어서며 도시 주변으로 번져간다. 반면 옛 중심지는 정체돼 있기 일쑤다. 특히 대도시일수록 그렇다. 이를 원(原)도심이라 부른다. 예전엔 구도심, 혹은 구시가지 등으로 불렸다. 한데 낡고 결핍된 느낌 을 주는 탓에 요즘엔 원도심이라 부르는 추세다. 대전에도 원도심이 있다.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낫다 할 수는 없지만, 과거와 맞닿은 아날로그 정서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제법 많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먹거리다. 신도시에도 맛집은 생기기 마련이지만 세월이 농축된 맛은 아무래도 따라잡기 쉽지 않다. 대전 원도심은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 사이, 대흥동과 은행동, 선화동 일대를 일컫는다. 80년 가까이 대전의 중심지 노릇을 하다 1980년대 이후 둔산 신도시 등으로 상권이 옮겨가면서 점차 명성을 잃었다. 그러다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조금씩 활기도 되찾아 가는 중이다. 대개의 경우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먼저 줄기 마련이다. 한데 대전은 좀 다르다. 밤이면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다른 지역의 원도심에 견줘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다. ●유럽식 건축양식 ‘대전근현대사 전시관’ 옛 충남도청(270-4535, 이하 지역번호 042)부터 찾아간다. 2012년 말 충남도청이 홍성 쪽으로 옮겨가면서 지금은 대전근현대사 전시관(등록문화재 제18호)으로 변신했다. 1930년대 지어졌다고는 보기 힘들 만큼 중후한 유럽식 건축양식이 돋보인다. 바닥 타일과 벽면의 스크래치 타일, 스테인드 글라스 등이 매우 모던한 형태다. 1960년대 증축된 3층을 제외하고 1, 2층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본관 1층은 전시관이다. 구한말 이후 시기별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유려하고 아름답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올라간 난간 끝에서 미국 배우 비비안 리가 나긋나긋한 손길로 맞아줄 것만 같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처럼 말이다. 이 계단에서 한국 영화 ‘피고인’이 촬영됐다. 2층은 옛 도지사실이다. 무엇보다 베란다가 인상적이다. 건물 밖으로 돌출된 공간이다. 베란다에 서면 중앙로가 대전역까지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다. 베란다에서 원도심 투어의 개략적인 이동 동선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은 ‘값 착한 거리’ 등 먹거리, 오른쪽은 산호다방,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등 주로 볼거리들이 많은 지역이다. 주전부리 여정의 ‘고전’ 중앙시장도 오른쪽 끝에 있다. ●50년 주민들의 사랑방 ‘산호다방’ 원도심 투어의 들머리는 산호다방 네거리다. 폭 10m 남짓한 골목길이 씨줄날줄로 연결돼 있다. 낡은 외벽 위로 셔츠 벽화가 그려진 건물이 ‘산호다방’(256-8733)이다. 같은 자리를 무려 50여 년이나 지켜왔다고 한다. 대전 원도심의 사랑방이자 중심축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도 갈색 소파에 앉아 계란 노른자 넣은 쌍화차를 맛볼 수 있다. 산호다방 건너편은 ‘도시여행자’(070-4656-1997)다. 카페 겸 서점이자 원도심 안내공간이다. 원도심 여행 전에 들르는 게 좋겠다. ‘산호여인숙’(070-8226-8270)은 소규모 전시와 도서관, 문화예술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은 전시공간, 2층은 게스트하우스다. 1990년대 말까지 실제 여인숙이었던 곳이 낭만 가득한 여행자들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하루 숙박료는 2만원이다. 바로 옆 ‘설탕수박’(221-0474)은 문인, 연극배우 등이 주로 찾는다는 선술집이다. 올드 팝과 옛 가요 등을 LP판으로 들을 수 있다. ●거리위 스크린 으능정이 ‘스카이로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듯한 형태의 천주교 대흥동교회(등록문화재 제643호),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현 대전 창작센터, 등록문화재 제100호) 등을 줄줄이 지나면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다. 이 일대는 가급적 저물녘 찾길 권한다. 낮보다 아름다운 대전의 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스카이 로드’다. 대전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도로 위에 세워진 대형 LED영상시설물이 압권이다. 하루 네 차례,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매시 정각에 다양한 테마의 영상물이 머리 위로 흐른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곁들인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그대로 화면에 보여준다. 문자메시지 보낼 전화번호는 영상물에 수시로 나타난다. 대전역 뒷편의 소제동엔 옛 철도 관사촌이 남아 있다. 1930년대 일본 철도 노동자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곳이다. 전란 등을 용케 피한 적산가옥 등이 40채 정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일본식 건물의 원형이 많이 남아 있어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한국관광공사의 윤재진 대전충남협력지사장은 “대전 원도심 여행은 근대문화가 숨 쉬는 건축물과 문화예술을 감상하고, 오래된 맛집까지 탐방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며 “원도심이 대전의 새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대전 원도심 활성화의 일환으로 7~8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전 원도심 탐방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다. ●극강 비주얼 ‘두부·오징어 두루치기’ 이제 맛집을 말할 차례다. 옛 충남도청 왼쪽편에 ‘값 착한 거리’가 조성돼 있다. 말 그대로 대부분 음식점들의 값이 대학가처럼 저렴하다. 맛도 착하다. 광천식당(226-4751)이 가장 인상적이다. 두부와 오징어 두루치기를 대전의 대표 향토 음식으로 만든 집 중 하나다. 주 메뉴는 고춧가루 듬뿍 넣은 두루치기다. 입에 넣으면 불이라도 날 것 같은 ‘극강의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두부나 오징어 두루치기를 먼저 먹은 뒤, 시뻘건 국물에 국수나 밥을 넣고 비벼먹는 게 일반적이다. 대흥동의 진로집(226-0914)도 광천식당과 ‘원조’ 자리를 다투는 맛집이다. 주민들 간에 견해가 갈릴 만큼 강렬한 맛을 자랑한다. 으능정이 옆의 대전갈비집(254-0758)은 40년 동안 돼지갈비 하나로 대전 시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맛집이다. 손질한 쪽갈비를 양념에 버무린 뒤 이틀 정도 숙성시켜 낸다. 먹음직스런 색감을 내는 카라멜 색소 등은 일절 쓰지 않는다. 그 때문에 다소 흐릿한 ‘비주얼’이지만, 맛은 부드럽고 깊다. 튀김소보루빵으로 이름난 성심당도 인근에 있다. ●70년간 지켜온 맛의 전설 ‘소머리 국밥’ 으능정이에서 대전천을 건너면 중앙시장이다. 싼값에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집들이 즐비하다. 가장 이름난 집은 함경도집(257-3371)이다. 소머리 국밥이 전문이다. 무려 70년 동안 한 자리에서 국밥을 팔았다고 한다. 맞은 편은 서울치킨이다. 닭을 바삭하게 구워 고소한 맛이 곳곳에 잘 스몄다. 원도심 쪽의 산호다방 맞은 편에도 서울치킨(252-7333)이 있다. 밤엔 자리가 잘 안 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칼국수 맛집은 대흥동과 은행동 일대에 분포돼 있다. 스마일 칼국수(221-1845)는 감칠맛 나는 육수로 이름났다. 대흥동 대전여중 주변에 있다. 한밭칼국수(254-8350)는 두부탕을 먼저 먹은 뒤, 칼국수 사리를 넣고 끓여 먹는다. 은행동 선화초등학교 맞은 편 골목 안쪽에 있다. 글 사진 대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닥터 지바고’ 오마 샤리프는 누구? 심장마비로 별세…알츠하이머도 앓았다?

    ‘닥터 지바고’ 오마 샤리프는 누구? 심장마비로 별세…알츠하이머도 앓았다?

    ‘닥터 지바고 오마 샤리프’ ‘닥터 지바고’ 주연배우 오마 샤리프가 작고했다. 향년 83세를 일기로 10일(현지시간) 별세한 오마 샤리프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닥터 지바고’로 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전설적인 배우다. 1932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시리아-레바논계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이국적이면서도 수려한 용모와 선 굵은 연기력, 뛰어난 외국어 구사력을 바탕으로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는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았다. 이집트 빅토리아대와 카이로대에서 수학한 샤리프는 영국 런던의 연극학교인 왕립연극학원(RADA)에서 공부한 뒤 1950년대 초반 이집트 영화계에서 본격적으로 직업 배우 경력을 시작했다. 여러 이집트 영화에 출연하며 자국 내에서 인지도를 쌓은 샤리프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걸작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였다. 이 영화에서 T.E. 로렌스(피터 오툴 분)와 동지가 되는 아랍 부족장 샤리프 알리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오스카와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며 단숨에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다. 샤리프는 3년 뒤인 1965년 같은 감독의 명작 ‘닥터 지바고’에서 주연을 맡아 명연기를 펼쳐 전 세계 영화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샤리프는 모두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칭기즈칸(칭기즈칸, 1965), 나치 장교(바르샤바의 밤, 1967), 체 게바라(체!, 1969), 유대인 도박꾼(화니걸, 1968) 등 다양한 역할을 연기했다. 그러나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닥터 지바고’를 능가하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3년 한 인터뷰에서 “도박 빚을 갚으려고 멍청하고 쓰레기 같은 영화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샤리프는 전 부인인 이집트 유명 여배우 파텐 하마마와의 사이에 외아들 타레크 엘샤리프를 두고 있다. 모태 기독교도였던 그는 하마마와 결혼하기 위해 1955년 이슬람교로 개종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마마와 함께 1950∼1960년대 이집트 영화 황금기의 최고 스타 커플로 자리 잡은 샤리프는 20년의 결혼생활 끝에 1974년 이혼했지만, ‘생애 유일한 사랑’으로 하마마를 꼽았다. 하마마는 올해 1월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이혼 후 다른 여자와 재혼하지는 않았으나, 이탈리아 여기자 룰라 데 루카와의 사이에서 또다른 아들 로빈을 낳기도 했다. 2013년까지도 작품활동을 해온 샤리프는 최근 수년간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심장 마비로 숨졌다. 아들 타레크는 3년 전부터 아버지의 치매를 의심했으나 아버지가 병환을 인정하지 않고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운동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난 5월 밝힌 적이 있다. 샤리프의 절친으로 저명한 이집트 학자이자 전 유물부 장관인 자히 하와스는 파텐 하마마의 사망 소식을 알리자 “파텐 누구?”라고 반문하는 등 최근 수개월간 샤리프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고] 국내 첫 여성 영화제작자 전옥숙씨

    ‘문화계 여걸’로 불리는 국내 첫 여성 영화제작자이자 영화감독 홍상수씨의 어머니인 전옥숙 전 시네텔서울 회장이 9일 별세했다. 86세.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전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1960년 영화평론지 ‘주간영화’의 발행인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1964년 군인 출신 남편 홍의선씨와 함께 답십리에 900평의 영화촬영소를 설립해 국내 첫 여성 촬영소장이 됐고 답십리촬영소(대한연합영화주식회사)를 운영하며 ‘부부전쟁’(1964)을 시작으로 첫 여성 영화제작자로 나섰다. 나병환자인 남편의 병을 완치시킨 김숙향 여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1966년 제작한 ‘그대 옆에 가련다’는 남성 중심이던 1960년대 한국 영화계에 여성 영화인의 저력을 보여 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어에도 능했던 고인은 1975년부터 한국 문학작품을 일본에 소개하는 문학계간지 ‘한일문예’를 출간했고 1980년대에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 가사를 작사하며 후견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84년에는 국내 최초의 외주 제작사인 시네텔서울을 설립해 ‘베스트셀러극장’ 등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1991년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열어 종합유선방송시대에 맞는 방송인 양성에도 앞장섰다. 유족으로는 장남 홍영수 MDS 회장, 차남 홍상수 영화감독 겸 건국대 교수, 사위 오세정 서울대 교수, 딸 홍난실씨와 며느리 조성혜씨가 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101호실, 발인은 11일 오전 10시. (02)2030-7906. 연합뉴스
  • [부고] 한국영화 거장 촬영감독 서정민씨

    [부고] 한국영화 거장 촬영감독 서정민씨

    한국영화계의 거장 촬영감독 서정민(본명 서정석)씨가 7일 별세했다. 81세. 1934년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0년대 이만희 감독과 콤비를 이뤄 ‘다이알 112를 돌려라’(1962),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만추’(1966) 등의 촬영을 맡았다. 1966년 김지미·허장강·박노식 등이 출연한 영화 ‘동대문시장 훈이엄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서감독은 1964년 ‘돌아오지 않는 해병’으로 대종상 촬영상(신인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청룡영화상, 황금촬영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오청자씨와 4남이 있다. 빈소는 여의도 성모 장례식장(5호실)이며 발인은 9일 오전 9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연예 포스토리] 세 남자를 유혹한 ‘팜므파탈’ 이휘향

    [연예 포스토리] 세 남자를 유혹한 ‘팜므파탈’ 이휘향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 배우 이휘향은 아버지가 다른 자식 셋을 가진 ‘팜므파탈’로 출연했습니다. 세 명의 남자를 유혹할 만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이휘향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여러분도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겁니다. ● 특이한 데뷔…‘미스 코리아’ 아닌 ‘미스 MBC’ 이휘향은 일반적인 연예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방송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MBC 창사 20주년 행사로 1981년 개최된 ‘미스 MBC 선발대회’에 이름을 올리며 연예계에 등장했는데요. 당시 그의 나이 22세. 그녀는 김청과 함께 ‘준미스 MBC’로 선정됐습니다. ● “스타는 스스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이휘향은 1982년 MBC ‘수사반장’이라는 프로그램에 여순경으로 등장합니다. 당시 신인을 프로그램의 주연급으로 캐스팅하는 사례는 굉장히 드물었는데요. ‘파격 캐스팅’을 보고 한 중견 탤런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스타는 스스로 자라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캐스팅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본격 궤도에 올라야 김수현 작가 작품에 출연한다?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휘향은 1987년 감정묘사가 섬세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게 됩니다. 당시 매체들은 “김수현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은 연기자로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는 뜻”이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최근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누구였나 생각하게 되네요. ● 화려한 여사장에서 왕후로 ‘캐릭터 변신’ 조선조 정조시대의 서민생활상과 천주교의 전래를 다룬 MBC 드라마 ‘파문’에서 이휘향은 효의왕후 역을 맡아 사극에 첫 출연했습니다. 전 작품 ‘내일 잊으리’에서는 화려하고 세련된 여사장 역을 맡았는데요. 당시에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궁중 여인에서 화려한 미모의 에어로빅 강사로 연기 변신을 한 번만 시도했다면, 이휘향을 그리 대단한 배우로 보지 않았을 겁니다. 이휘향은 왕후 역으로 드라마에 출연함과 동시에 MBC 추석특집 뮤지컬드라마 ‘사랑은 구름을 비로 내리고’에서 현대적이고 발랄한 성격의 에어로빅 강사로 분했습니다. 이 작품은 홀아비 치과의사가 미모의 에어로빅 강사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 서구적인 듯, 동양적인 듯 ‘신비로운 얼굴’ 이휘향의 얼굴은 서구적인 것 같으면서도 동양적입니다. 하얀 얼굴에 길게 찢어진 눈은 고전적인 일본 미인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요. 1990년 이휘향은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일생을 다룬 작품 ‘왕조의 세월’에서 이방자 여사 역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 사실일까?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 타락한 여인으로 등장한 이휘향의 스타일을 보고 시청자들은 촌스럽다고 여겼습니다. 틀어올린 머리에 마스카라를 잔뜩 발라 눈매를 부각시킨 이 스타일은 전형적인 1960년대 스타일이었습니다. 6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삼은 이 드라마 덕에 91년 봄, ‘60년대 스타일’이 다시 유행합니다. 60년대와 90년대에 유행했던 이 스타일, 지금도 크게 어색하지 않죠?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가 봅니다. ● 이휘향, 알고 보니 ‘미시’ 연예인의 조상 지난 2, 3회에서는 결혼하고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여배우 김희애와 김성령의 커리어를 살펴봤습니다. 어찌보면 이휘향이 활동적인 ‘미시’(missy·결혼한 여성) 연예인의 시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91년 한 매체는 “‘결혼을 계기로 여배우는 주가가 폭락하기 마련이다’라는 일반론을 깨고 오히려 결혼 후 인기 정상에 오른 탤런트”라고 이휘향을 소개했습니다. 그때 당시 이휘향은 이미 결혼 10년 차 주부였습니다. ● 이휘향이 말하는 ‘방송’과 ‘일상생활’의 경계 많은 연예인들이(연예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도)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방송(직장)과 내 사생활의 경계는 어디인가.’ 다음은 이휘향이 한 말입니다. “일상생활에까지 배우의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거리나 동네에서 연기자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기는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가까운 동네분들과는 아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죠.” 이미경 기자 btfseoul@seoul.co.kr
  • “박신자컵은 제 농구 인생의 보너스죠”

    “박신자컵은 제 농구 인생의 보너스죠”

    “살아 있을 때 제 이름을 딴 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제 삶에 보너스와 같다고 생각해요.” 1967년 제5회 체코 프라하 세계여자농구선수권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원로 농구인 박신자(74)씨가 6일 강원 속초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박신자컵 서머리그에 참가한 손녀뻘 후배들 앞에서 시구를 했다. 요즘 팬들은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박씨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농구의 살아 있는 레전드다. 그는 “대한민국이 어느 것으로도 다른 나라를 이겨 보지 못하던 때 세계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선수들 이름을 각각 내건 해병대 지프차에 탄 채 김포공항부터 서울 도심까지 퍼레이드를 벌였다”고 돌아봤다. 같은 해 11월 그의 은퇴 경기가 열렸던 서울 장충체육관에는 7000여명이 찾아와 그와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은퇴한 지 32년이나 흐른 1999년 6월 세계여자농구 명예의전당에 동양인 최초로 헌액되는 영광도 누렸다. 이날 속초체육관에는 박씨와 한동네에서 함께 자란 방열(74) 대한농구협회장을 비롯한 원로들과 팬들이 100명 남짓 찾아와 대회 첫 경기(KB스타즈가 신한은행에 83-80 승리)를 지켜봤다. 박씨도 관중석 한가운데 앉아 득점 순간마다 손뼉을 치거나 공이 림을 맞고 튕겨 나오면 안타까운 동작을 취하곤 했다. 경기를 지켜본 소감을 묻자 박씨는 “국제대회 순위에 들 만큼 세련된 기술이나 능력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빨리 움직이는 모습이 좋았고 체력과 기술을 계속 연마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여자농구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영광을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선수들은 기본기와 체력을 열심히 가다듬어야 하고, 연맹은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가 제2의 박신자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지적하자 “나라면 제2의 누군가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난 늘 남보다 조금 더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였다”고 돌아본 뒤 “우리 팀의 모든 선수를 선의의 경쟁 차원에서 뜯어보고 하나라도 더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는 “세계선수권 시상식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체코를 떠나 파리에 도착해 내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명예의전당 첫 번째 선정자 9명에 포함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고 소개했다. 박씨는 체코 세계선수권 4개월 후에 도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일본을 누르고 우승한 뒤 주한미군 문관인 브래드너와 결혼, 미국으로 이주했다. 지금은 뉴욕에 거주하며 암 투병 중인 남편을 돌보고 있는데, 많이 걷고 태극권과 라인댄스를 즐기는 것을 건강의 비결로 꼽았다. 박씨는 8일 숙명여고 선배이자 농구 원로인 윤덕주 여사의 10주기를 맞아 경남 통영 선영을 찾은 뒤 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속초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헐크’ 슈트· 액체 방탄복· 유도 탄환...첨단 무장한 ‘슈퍼 솔져’

    ’헐크’ 슈트· 액체 방탄복· 유도 탄환...첨단 무장한 ‘슈퍼 솔져’

    각종 첨단 무기로 무장한 전사가 ‘일당백’의 기세로 적을 궤멸시키는 모습은 미래 전쟁을 다룬 각종 매체에 종종 등장하는 인기 있는 소재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SF속 첨단군사장비들 중 우리의 목전에 실제로 다가와 있는 것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6일(현지시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군사과학 분석가 저스틴 브롱크의 설명을 인용하며 미래 전사들을 무장시킬 첨단 기술들을 소개했다. ▲부상 줄여주는 스마트 슈트 미국 군수업체 다르파(Darpa)는 ‘워리어 웹’(Warrior Web)이라고 이름붙인 잠수복 스타일의 ‘부드러운 외골격 슈트’를 개발하고 있다. 워리어 웹은 일반 전투복 아래에 착용하는 형태로 컴퓨터로 통제되는 스마트 직물과 전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W정도의 전력만으로 작동한다. 정형외과 치료용 보조기구의 원리를 차용, 관절과 다리를 보호함으로써 근육 및 힘줄 부상을 줄여준다. 브롱크는 “군의 규모는 줄어들고 훈련은 강화되는 만큼 병사 개개인의 신체를 이전보다 확실히 보호하려는 경향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골격(exoskeletons) 슈트 SF소설, 영화, 게임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외골격 기술 또한 현실에 나타나고 있다. 본래 외골격이란 갑각류나 곤충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몸의 바깥쪽을 둘러싼 채 몸을 지지하거나 보호하는 단단한 신체 조직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하게 외골격 슈트는 몸 바깥에 착용하는 보조 장치로써, 주로 유압을 통해 착용자의 팔다리 움직임을 강화시킨다. 때문에 외골격 슈트를 착용하면 이전보다 가볍게 달리거나 무거운 짐을 쉽게 옮길 수 있다. 군사용 외골격 슈트의 등장은 무려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표적 외골격 슈트는 제너럴 일렉트로닉스 사의 하디맨(Hardiman)이었다. 하디맨을 사용하면 0.5㎏ 질량을 드는데 사용하는 정도의 힘만으로 11㎏의 물체까지 들어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슈트는 작동이 안정적이지 않고 때에 따라 의도치 않은 과격한 움직임을 보였던 까닭에 끝내 활용되지 않았다. 현대의 대표적 군용 외골격 슈트로는 ‘엑소 바이오닉스’(Ekso Bionics)와 록히드 마틴이 공동으로 미 육군을 위해 개발하는 '헐크'(HULC)가 있다. 헐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움직이는 하체용 외골격 슈트로 착용자의 둔부와 다리에 적용되는 중량을 분담해 착용자가 90㎏가량의 무게를 불편 없이 옮길 수 있도록 한다. 티타늄 프레임으로 구성된 헐크 안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 정보를 헐크의 마이크로컴퓨터에 전송한다. 마이크로컴퓨터는 수집된 정보에 기초해 각 모터의 작동을 제어함으로써 헐크가 사용자의 움직임에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헐크는 제식무기, 탄약, 식수, 응급처치키트, 기본공구, 위성전화, GPS, 방탄헬멧, 방탄복 등 나날이 늘어만 가는 개인지급물품의 무게에 대한 미군 지휘관들의 우려를 줄여줄 전망이다. 현재로서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동력 확보다. 브롱크는 “외골격 슈트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최소 10㎾의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작동 지속시간은 최소 10시간 이상이 돼야 한다. 작전 도중 전력이 떨어지면 외골격 슈트는 그 즉시 도움이 아니라 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록히드 마틴은 화학전지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등을 연구, 72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가동 가능한 슈트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액체 방탄복 현재의 방탄복을 대체할 첨단 기술은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액체 방탄복은 평소엔 착용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액체 상태를 유지하다가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에만 경화하는 첨단 나노기술 장비다. 일례로 폴란드 기업 모라텍스(Moratex)의 과학자들은 전단농화유체(STF: Shear-Thickening Fluid)라고 불리는 액체를 활용해 액체 방탄복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방탄복 내부 액체는 온도에 상관없이 액상을 유지하다가 피격을 받은 순간에만 단단해진다. 이 액체는 고속으로 날아온 탄환 등이 신체를 관통하지 못하도록 막을 뿐만 아니라 발사체가 가하는 충격 에너지를 넓은 범위로 분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유도 탄환 올해 초 미군은 자체적으로 방향을 바꿔 표적에 적중하는 50구경 탄환 ‘이그젝토’(Exacto)의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개발사인 다르파는 “저격수에게 있어 빠른 풍속이나 먼지 많은 토양 등 악조건 속에서 표적을 맞추는 것은 현재 기술로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그젝토의 혁신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탄환의 궤적은 바람, 강수, 습기 등 무수한 환경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더불어 발사 거리가 멀다면 중력에 의한 총탄낙하까지 감안해야 하는 만큼 원거리 저격은 결코 쉬운 시도가 아니다. 그러나 이그젝토 시스템을 활용하면 정지해 있던 표적이 움직이거나 예상치 못했던 풍향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이에 맞춰 비행하는 탄환의 움직임을 도중에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다르파가 올해 초 공개한 테스트 영상에서는 고의로 빗맞게 발사한 탄환이 공중에서 방향을 바꿔 표적에 적중하는 모습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가상현실 훈련장치 현재도 각국 공군은 이미 가상현실 비행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오큘러스 리프트 등 개인용 가상현실 장치의 발달에 힘입어 이제 지상군 또한 가상 전투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병사들은 360도 전 방위를 둘러볼 수 있는 현실적인 가상세계 안에서 각종 전투 시나리오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적의 사격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 부상자를 치료하는 등 현실 훈련에서 묘사하기 힘든 극단적 상황을 경험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경우도 있다. 폴란드군은 가상현실 속에서 병사가 피격될 경우 병사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고통까지 구현함으로써 훈련의 현실성을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미 국방성 또한 가상현실 훈련에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개별 병사 모두가 자신의 특기 및 단점을 그대로 반영한 가상현실 아바타를 각자 하나씩 만들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시론] 또 다른 감염병 전쟁에서 이기려면/이종구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전 질병관리본부장

    [시론] 또 다른 감염병 전쟁에서 이기려면/이종구 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전 질병관리본부장

    지난 5월 4일 중동을 방문하고 돌아온 1명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6일 기준으로 186명의 감염자와 33명의 사망자를 만들었다. 한두 명으로 끝난 다른 나라와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 실패의 원인을 잘 분석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위기 초래 감염병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 말대로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는 항생제와 백신 개발로 감염병을 퇴치할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자유무역에 방해되는 그 어떤 감염병 조치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새로운 국제보건규약(IHR)을 만들었다. 모든 국경의 검역 능력을 강화하고 WHO 사무총장은 공중보건 위기를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조류인플루엔자, 에볼라, 폴리오 위기가 선포됐다. 그러나 에볼라 위기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WHO의 IHR 기준을 10년이 지나도록 20% 국가만 달성함에 따라 위기 대처가 잘 안 됐던 것이다. 각 나라의 공중보건 체계가 미약해 이 같은 위기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 빌 게이츠는 에볼라 이후 새로운 유행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대유행 발생 시 이를 담당할 인력, 시설 등 자원 동원 능력이 부족하기에 평소 1000만명분의 의약품을 비축하고 나토에 의료예비군을 두어 즉각 대응하자는 것이다. 감염병 감시, 진단 등 공중보건 체계도 강화하자고 했다. 오는 9월에는 우리나라에서 국제보건안보 고위정책자 회의가 열린다. 44개국 장관들이 메르스와 같은 위기 초래 질환을 국제보건 안보 차원에서 다루는 회의다. 이 기회에 메르스 등 공중보건 위기에 적극 대처하고, 인위적 ‘생물테러’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예방 관련 법령과 운영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공중보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모델 법안을 만들어 각 주정부에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공중보건위기관리법을 만들거나 감염병예방법을 고쳐 에볼라 등 WHO 감시 대상 감염병을 1군으로 지정해 격리, 추적, 업무종사 제한, 시설 폐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고위험 감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감염병 감시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신속히 병원체를 확인하기 위해 시·도 BL3(생물안전 3등급 연구실)와 중앙의 BL4(최고 등급인 4등급 연구실), 민간 실험실을 포함한 전국 실험실망을 구축하고 미생물 자료를 수시로,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종합병원 입원 중증 폐렴에 대한 전수조사와 고위험 병원체에 대해 엄격한 감시·보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감염병 위기관리 전문화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중앙에 질병관리청, 시·도에 감염병관리본부, 시·군·구에 현장 응급대응센터를 두어 지휘체계를 명료하게 하고 질병관리청에 위기대응중앙지휘소와 역학센터를 만든다. 관련 위기 단계 지침도 개정한다. 환자가 이미 해외로 출국해 병원을 넘어 환자와 보호자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한 경우 위기를 격상해 지방자치단체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고 부처 간 협력도 강화한다. 넷째, 국내외에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위기 소통을 강화해 공포 발생과 피해를 최소화한다. 격상한 질병관리청에 ‘감염병 미디어 센터’를 만들어 과학적 조사 결과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가공해 전파한다. 각종 미디어에 정통한 인력으로 다양한 자료를 이용해 지자체와 함께 정보 공유, 감염병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다양한 계층과 소통한다. 특히 국제기구, 국제 언론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해 국가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지자체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시·군·구에 건강성 복원과 복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과 가족에 대한 비난과 왕따를 자제하고 피해 입은 사람들과 이들이 같은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며, 동질성 회복과 사회적 자본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 액체 방탄복·외골격 슈트· 유도 탄환까지...’미래 전사’ 모습

    액체 방탄복·외골격 슈트· 유도 탄환까지...’미래 전사’ 모습

    각종 첨단 무기로 무장한 전사가 ‘일당백’의 기세로 적을 궤멸시키는 모습은 미래 전쟁을 다룬 각종 매체에 종종 등장하는 인기 있는 소재다.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여겼던 SF속 첨단군사장비들 중 우리의 목전에 실제로 다가와 있는 것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6일(현지시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군사과학 분석가 저스틴 브롱크의 설명을 인용하며 미래 전사들을 무장시킬 첨단 기술들을 소개했다. ▲부상 줄여주는 스마트 슈트 미국 군수업체 다르파(Darpa)는 ‘워리어 웹’(Warrior Web)이라고 이름붙인 잠수복 스타일의 ‘부드러운 외골격 슈트’를 개발하고 있다. 워리어 웹은 일반 전투복 아래에 착용하는 형태로 컴퓨터로 통제되는 스마트 직물과 전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W정도의 전력만으로 작동한다. 정형외과 치료용 보조기구의 원리를 차용, 관절과 다리를 보호함으로써 근육 및 힘줄 부상을 줄여준다. 브롱크는 “군의 규모는 줄어들고 훈련은 강화되는 만큼 병사 개개인의 신체를 이전보다 확실히 보호하려는 경향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골격(exoskeletons) 슈트 SF소설, 영화, 게임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외골격 기술 또한 현실에 나타나고 있다. 본래 외골격이란 갑각류나 곤충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몸의 바깥쪽을 둘러싼 채 몸을 지지하거나 보호하는 단단한 신체 조직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하게 외골격 슈트는 몸 바깥에 착용하는 보조 장치로써, 주로 유압을 통해 착용자의 팔다리 움직임을 강화시킨다. 때문에 외골격 슈트를 착용하면 이전보다 가볍게 달리거나 무거운 짐을 쉽게 옮길 수 있다. 군사용 외골격 슈트의 등장은 무려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표적 외골격 슈트는 제너럴 일렉트로닉스 사의 하디맨(Hardiman)이었다. 하디맨을 사용하면 0.5㎏ 질량을 드는데 사용하는 정도의 힘만으로 11㎏의 물체까지 들어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슈트는 작동이 안정적이지 않고 때에 따라 의도치 않은 과격한 움직임을 보였던 까닭에 끝내 활용되지 않았다. 현대의 대표적 군용 외골격 슈트로는 ‘엑소 바이오닉스’(Ekso Bionics)와 록히드 마틴이 공동으로 미 육군을 위해 개발하는 '헐크'(HULC)가 있다. 헐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움직이는 하체용 외골격 슈트로 착용자의 둔부와 다리에 적용되는 중량을 분담해 착용자가 90㎏가량의 무게를 불편 없이 옮길 수 있도록 한다. 티타늄 프레임으로 구성된 헐크 안에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 정보를 헐크의 마이크로컴퓨터에 전송한다. 마이크로컴퓨터는 수집된 정보에 기초해 각 모터의 작동을 제어함으로써 헐크가 사용자의 움직임에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헐크는 제식무기, 탄약, 식수, 응급처치키트, 기본공구, 위성전화, GPS, 방탄헬멧, 방탄복 등 나날이 늘어만 가는 개인지급물품의 무게에 대한 미군 지휘관들의 우려를 줄여줄 전망이다. 현재로서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동력 확보다. 브롱크는 “외골격 슈트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최소 10㎾의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작동 지속시간은 최소 10시간 이상이 돼야 한다. 작전 도중 전력이 떨어지면 외골격 슈트는 그 즉시 도움이 아니라 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록히드 마틴은 화학전지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등을 연구, 72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가동 가능한 슈트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액체 방탄복 현재의 방탄복을 대체할 첨단 기술은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도 액체 방탄복은 평소엔 착용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액체 상태를 유지하다가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에만 경화하는 첨단 나노기술 장비다. 일례로 폴란드 기업 모라텍스(Moratex)의 과학자들은 전단농화유체(STF: Shear-Thickening Fluid)라고 불리는 액체를 활용해 액체 방탄복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방탄복 내부 액체는 온도에 상관없이 액상을 유지하다가 피격을 받은 순간에만 단단해진다. 이 액체는 고속으로 날아온 탄환 등이 신체를 관통하지 못하도록 막을 뿐만 아니라 발사체가 가하는 충격 에너지를 넓은 범위로 분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유도 탄환 올해 초 미군은 자체적으로 방향을 바꿔 표적에 적중하는 50구경 탄환 ‘이그젝토’(Exacto)의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개발사인 다르파는 “저격수에게 있어 빠른 풍속이나 먼지 많은 토양 등 악조건 속에서 표적을 맞추는 것은 현재 기술로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그젝토의 혁신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탄환의 궤적은 바람, 강수, 습기 등 무수한 환경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 더불어 발사 거리가 멀다면 중력에 의한 총탄낙하까지 감안해야 하는 만큼 원거리 저격은 결코 쉬운 시도가 아니다. 그러나 이그젝토 시스템을 활용하면 정지해 있던 표적이 움직이거나 예상치 못했던 풍향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이에 맞춰 비행하는 탄환의 움직임을 도중에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다르파가 올해 초 공개한 테스트 영상에서는 고의로 빗맞게 발사한 탄환이 공중에서 방향을 바꿔 표적에 적중하는 모습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가상현실 훈련장치 현재도 각국 공군은 이미 가상현실 비행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오큘러스 리프트 등 개인용 가상현실 장치의 발달에 힘입어 이제 지상군 또한 가상 전투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병사들은 360도 전 방위를 둘러볼 수 있는 현실적인 가상세계 안에서 각종 전투 시나리오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적의 사격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 부상자를 치료하는 등 현실 훈련에서 묘사하기 힘든 극단적 상황을 경험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경우도 있다. 폴란드군은 가상현실 속에서 병사가 피격될 경우 병사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고통까지 구현함으로써 훈련의 현실성을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미 국방성 또한 가상현실 훈련에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개별 병사 모두가 자신의 특기 및 단점을 그대로 반영한 가상현실 아바타를 각자 하나씩 만들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포토 다큐] 내 안의 빛을 찾아

    [포토 다큐] 내 안의 빛을 찾아

    ‘스으으읍, 후우우우.’ 경주 함월산 자락 골굴사를 감싼 적막 사이로 깊은 호흡 소리가 새어나온다. 들숨과 날숨이 규칙적으로 이어지던 호흡은 힘찬 기합으로 변해 우렁차게 터져 나오며 산사의 적막을 깨운다. 불경과 목탁 소리로 가득할 것 같은 절간에 울려 퍼지는 기합 소리는 듣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리를 따라가니 도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무술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이 수련 중인 것은 승가 무술인 선무도다. 승가 무술은 절에서 스님들이 수련하는 무술로 선무도는 중국 소림 무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 전통 불교 무술이다. 선무도는 발차기, 주먹지르기 등 무예적인 부분인 선무술에 더해 명상, 선요가, 선기공, 선체조를 함께 수련하며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불교의 전통 수행법이다. 공격과 방어 등 육체적인 기술이 중시되는 타 무술과 달리 선무도는 바른 호흡과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육체와 내면을 함께 단련하며 정신적인 깨달음을 추구한다. ‘선무도가 움직이는 선’, ‘움직이는 명상’으로 불리는 이유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심신의 건강을 되찾아 주는 힐링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선무도의 원래 명칭은 불교금강영관으로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관법수행에 뿌리를 두고 1600년 전인 신라시대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승가에 비밀리에 전수돼 왔다. 불교를 배척한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것을 1960년대 부산 범어사의 고 양익 스님이 복원했다. 제자인 골굴사의 적운 스님이 뒤를 이어 문주가 된 후 스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선무도를 가르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경주 골굴사를 총본산으로 세계선무도총연맹이 설립돼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캐나다 등 40여 곳의 지원과 지부에서 선무도를 가르치고 있다. 매년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골굴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선무도를 접하고 있다. 이 중 외국인만 8000명에 달한다. 서울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영국인 새라 니콜(32)은 3년 전 템플스테이 체험을 왔다가 선무도의 매력에 빠져 골굴사에 머물며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다. 3년의 수련 과정을 거쳐 2단을 딴 유단자가 됐다. 니콜은 선무도의 무술적인 면보다 명상적인 면에 더욱 매료됐다. 그녀는 “선무도를 배운 후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해졌다. 수련이 쉽지 않지만 거듭할수록 나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며 선무도의 매력을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국인 수련생인 사브리나 포울센(21)은 덴마크에서 8년간 수련한 태권도 스승을 통해 선무도를 알게 됐다. 지난해 10월 선무도를 배우러 한국에 홀로 찾아왔다. 그녀는 “태권도가 내 육체를 강하게 만들었다면 선무도는 내면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덴마크에 돌아가면 태권도와 함께 선무도를 가르치고 싶다”고 선무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올여름 소란스러운 휴가지보다는 고즈넉한 사찰로 치유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골굴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선무도를 수련하다 보면 스트레스로 지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삶에 새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글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비틀어 보는 음악의 역사

    비틀어 보는 음악의 역사

    전복과 반전의 순간/강헌 지음/돌베개/360쪽/1만 5000원 일상에서 음악은 공기와 같은 존재다. 예술이 인간사를 반영하는 속성을 지닌다면 음악이야말로 당대의 정치,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 책은 음악에 미치는 사회적 분위기와 그 영향에 주목하면서 기존의 선입견들에 대한 전복과 반전의 사유를 시도한다. 저자는 재즈와 로큰롤을 단순히 새로운 음악적 장르의 출현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이 겪어야 했던 질곡의 역사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즈와 로큰롤은 노예의 후손인 하층계급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독자적인 문화를 한 번도 갖지 못했던 10대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적 권력을 장악한 혁명의 또 다른 이름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 로큰롤 혁명이 일었다면 1960년대 말 가난한 대한민국의 대학 캠퍼스에는 통기타 혁명이 최초의 청년 문화를 일군다. 통기타 음악은 순식간에 주류 음악을 점령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이 청년 문화를 문화적 적대자로 규정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 밖에도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위대함에 대한 기존의 관념들 또한 전복과 반전의 사유를 거쳐 재해석된다. 또한 ‘사의 찬미’ 신드롬의 배후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일본 제국주의 음악 자본의 음모를 파헤친다. 저자는 이 신드롬을 징검다리로 일본의 엔카 문화가 1935년 ‘목포의 눈물’을 통해 한반도에 상륙했으며 엔카의 한국 버전인 트로트가 주류 장르로 됐다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음악평론가로 활동한 저자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문화사적 비평이 돋보인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열린세상] 제2의 무역입국을 꿈꾸며/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제2의 무역입국을 꿈꾸며/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1960년대 수출주도형 성장 전략을 추진하면서 철광석·텅스텐 등 가공하지 못한 광물자원, 김·오징어 등의 1차산품, 직물·합판 등의 빈약한 수출 품목으로도 1964년 국민총생산 30억 달러인 나라에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후 50년이 지난 2014년에는 수출 5731억 달러, 수입 5257억 달러로 47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4년 연속 1조 달러의 무역 규모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남미나 아시아의 신생국들이 채택했던 수입대체형 경제발전 전략과 달리 ‘무역입국’이라는 기치 아래 수출주도형 전략을 추진한 것은 특이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한 대부분의 신생국들은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어 수출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식민지 종주국 등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공산품들을 대체하는 수입 대체 전략이 진정한 독립을 이루고 싶은 국민 정서에도 부합한다고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천연자원도 없고, 그나마 있던 산업시설도 6·25전쟁으로 파괴돼 수출할 만한 산업 기반도 없던 나라가 수출주도 전략을 채택해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됐던 세계 최빈국을 3만 달러에 육박하는 나라, 원조를 받던 나라를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시킨 것은 세계 경제사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다. ‘제1차 무역입국’ 목표를 성공시킨 밑바탕은 무엇일까. 당시의 비교적 순조로운 세계 무역환경, 중국의 폐쇄 정책으로 인한 강력한 라이벌 부재 등의 대외적인 여건을 들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식민지와 6·25전쟁으로 계급 사회가 붕괴되면서 사회계층 간 이동성이 확대돼 신분 상승과 새로운 부를 이뤄 보겠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강력했다. 자녀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열망이 교육열로 연결되면서 많은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할 수 있었던 점도 중요하다. 이러한 국내적 요인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국민들에게 미래 비전을 심어 주고 세계를 향해 개방적이고도 진취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만든 지도력의 역할이 매우 크다 하겠다. 짧은 기간에 해외 자본을 적절히 활용해 도로·철도·항만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철강·조선·전자·화학 공업 등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품목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한 결과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 성공적으로 기업을 키워 낸 사람들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면서 우리 사회 내에서 기업하겠다는 의지가 크게 확산될 수 있었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우리 기마민족의 기질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무역에서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세계로 나아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제2의 무역입국’이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우리가 과거에 성공했던 요인이 더이상 작동되지 않는 것 같은 우려가 생기고 있다. 잠자고 있었던 중국의 깨어남과 비상(飛上), 아베노믹스를 앞세운 일본의 경쟁력 복원 등 대외 여건이 불리해지면서 강력한 경쟁 상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과거의 도전적이고 미래를 위해 노력해 가는 정신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면서 해외 진출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직업 및 소득창출 능력이 저하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계층 간 이동성이 약화되면서 미래를 비관하는 계층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표출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 국민적 콘센서스를 도출해 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경제사는 모험심을 갖고 밖으로 진출한 나라들이 성공하고, 무역을 금하거나 억제한 명·청조의 중국이나 후기 조선처럼 대외 문을 닫았을 때 생존이 어려웠음도 가르치고 있다. 현재의 무역 환경은 창조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 제품의 개발 및 제조, 유통 등의 글로벌 전략을 요구하고 있어 기술력 있는 기업들과의 상생협력, 인재 육성, 각종 협정 등 무역지원제도 적극 활용 등이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이 전략적으로 추진돼 과거 50년 동안 이룩했던 ‘무역입국’을 다시 한번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두 합심하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은 이루어질 수 있다.
  • 수원역 앞 집창촌, 상업 지역 개발 본격화

    경부선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일명 집창촌)를 정비하는 사업이 본격화된다. 수원시는 1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정비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착수보고회를 갖고 이 일대 상권 회복을 위해 사회·경제·문화 등의 융·복합 시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다양한 사업 방식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이 일대의 용도와 기반시설, 광역적 입지 등을 고려,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 공공·민간이 참여하는 개발 방식으로 정비 사업의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서울지역의 집창촌 정비 사업 사례를 연구해 중심 상업형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집창촌은 전면복합개발을, 주변 지역은 자율 정비 등을 통해 도심기능형의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이재준 수원시 2부시장은 “이번 조사용역을 통해 지난 50년간 도심 흉물로 지적돼 온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 2만 1600㎡를 정비해 사회, 경제, 문화 등 융·복합 시설을 포함하는 개념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수원의 관문이지만 1960년대 수원역과 버스터미널 등을 중심으로 집창촌이 형성되면서 현재 99개 업소에 200여명의 종사자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에는 현재 롯데백화점 신축, AK플라자 증축, 수원역 환승센터 건설, 원도심과 서수원을 잇는 과선교 연장, 호텔 신축 등 경기 남부 교통 거점지역으로 개발 중이다. 또 주변에 경기도청, 수원세무서 등 행정기관이 있고 바로 옆 고등지구는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성매매 집결지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한여름 밤의 꿈 같은 판타지의 향연

    한여름 밤의 꿈 같은 판타지의 향연

    한여름 무더위를 싹 날려줄 공포와 스릴러, 판타지 등 장르영화의 향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오는 16일 개막한다. 19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45개국에서 온 23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메르스라는 복병을 만났지만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만 62편으로 역대 최다이고, 아시아 프리미어 작품도 61편에 달하는 등 상차림이 풍성하다. 개막작은 프랑스 안투안 바르두 자케트 감독의 ‘문 워커스’로 1960년대 말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정보기관 요원과 히피들의 사기극을 그렸다. 폐막작으로는 퇴마사가 기이한 현상을 겪는 여성을 치료하다가 절대 비극의 산물과 마주하는 김휘 감독의 ‘퇴마:무녀굴’이 선정됐다.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공포와 엽기는 물론 SF, 스릴러, 서스펜스 등 판타지물의 비중이 대폭 늘었다는 것. 이 가운데는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는 중화권, 여전히 안정적인 평가를 받는 일본, 장르영화의 메카로 자리를 굳힌 한국 등 아시아 장르영화가 포함됐다. 아시아 장르 영화계의 거장 일본 소노 시온 감독과 중국의 배우 겸 감독인 런다화는 직접 부천을 찾는다. 일본 영화계의 영원한 반항아로 불리는 소노 시온 감독의 최신작 ‘러브&피스’, ‘리얼 술래잡기’가 상영되며 감독과의 대화도 진행된다. 홍콩의 대표적인 느와르 스타 런다화는 이번 회고전을 위해 본인이 출연작을 직접 골랐다. 영화 ‘감시자들’의 원작인 ‘천공의 눈’부터 감독 데뷔작 ‘어둠속의 이야기:마리아’, 최신작 ‘총봉차’까지 그의 영화 세계를 총망라했다. 구미권에서는 좀비물이 강세였던 지난 해와 달리 괴수, SF,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영화들이 찾아온다. 장르영화 쇼케이스의 하나로 멕시코 영화들이 소개된다.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한 ‘차이나타운’, 특별전에 포함된 ‘신촌좀비만화’ 등 최신 극장 개봉작도 초청작에 포함됐다. 또한 ‘클래식 SF영화’ 특별전에서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최근 시즌4가 국내에서 크게 흥행했던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2’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부천영화제는 부분 경쟁 영화제로, ‘부천 초이스’라는 이름으로 장편과 단편 부문에서 각각 총상금 2500만원, 1300만원을 내걸고 시상한다.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부대 행사도 마련된다. 캠핑장에서 영화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 ‘우중영화산책’, 영화제가 진행되는 부천시 일대에서 다양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판타스틱 미션 헌터스’, 부천문화재단 예술체험 부스 ‘부천 예술가 살롱’ 등이 대표적이다. 2일 오후 2시부터 티켓 예매가 시작된다. 일반 상영작 6000원, 3D 상영작 8000원, 개·폐막작 및 심야 상영작은 12000원이다. 자세한 상영 시간표는 영화제 공식홈페이지(www.pifan.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영화 ‘그래비티’ 산드라 블록, 애니 ‘미니언즈’에서 악당역...”아들이 좋아해서...”

    영화 ‘그래비티’ 산드라 블록, 애니 ‘미니언즈’에서 악당역...”아들이 좋아해서...”

    할리우드 스타 산드라 블록(50)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어디토리엄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미니언즈(Minions)’ 시사회에 참석했다. ’미니언즈’는 ’슈퍼배드’시리즈의 히어로 미니언들이 진정한 슈퍼 배드 ‘그루’를 만나기 전인 1960년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산드라 블록은 미니언들이 섬기는 최초의 여성 슈퍼악당 ‘스칼렛 오버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미니언즈’ 더빙에 나선 이유에 대해 “사랑하는 아들이 미니언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아들이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작업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량리 588… 수명 다한 ‘욕망의 거리’ 올 연말 지도에서 사라진다

    청량리 588… 수명 다한 ‘욕망의 거리’ 올 연말 지도에서 사라진다

    밤이면 홍등(紅燈)을 환히 밝힌 채 욕망을 자극했던 서울의 대표적 유곽 ‘청량리 588’. 취객과 외로운 청춘들이 누가 볼까 바삐 걸음을 옮기며 여성들과 흥정하던 청량리 588은 이제 ‘욕망의 수명’이 다해 가고 있다. 올해 말이면 588이라는 공간은 서울의 지도에서 사라진다. 2019년까지 65층짜리 주상복합시설 4개동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1970년대엔 탤런트급 미모 여성들 입소문 26일 낮 588의 풍경에선 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창촌 입구를 장승처럼 지키고 있는 잔뜩 녹이 슨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라는 철제 표지판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너머로 누군가 빗자루로 쓸어버린 듯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한때 150여개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 500여명이 북적거렸던 588의 사람들은 거의 떠났다. 지금은 40여개 업소에 70여명 남짓 남았다. 30년 동안 588에서 삶을 이어 온 포주 박모(68·여)씨는 재개발이 예정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한다. 과거 청춘의 흔적이라도 찾으려는 듯 50~60대 중년들이 간혹 588을 찾아오곤 한다. 박씨는 “요즘은 메르스 때문에 동네 전체를 통틀어 하룻밤 손님이 10명이 안 될 때도 많다”고 말한다. ●현재 40개 업소·70여명만 남아 명맥 유지 박씨는 스무 살 때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다. 부잣집에서 식모로도 일했고, 식당 일도 하다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청량리 588의 아가씨가 됐다. 사는 게 그야말로 신파였다. 박씨가 보내는 돈은 고향에 있는 동생들 뒷바라지에 쓰였다. 그때는 그런 사람이 비단 박씨뿐만은 아니었을 터다. “처음에는 태평로 쪽에서 일했는데 거기 주인들이 좋았어. 손님들도 점잖은 편이었지. 거기 빌딩 올라간 뒤 청량리로 오게 됐어. 너무 가난해서 손에 쥔 게 하나도 없던 시절, 아무것도 모르던 애가 무작정 돈 벌려고 시작한 거야.” 나이를 먹으면서 포주가 됐지만 사는 형편은 나아진 게 없다. 고향 같은 곳이라 떠나지 못할 뿐이다. 청량리라는 고유 지명에 ‘588’이라는 숫자가 붙은 내력은 무엇일까. 여기에 남은 사람들도 알지 못한다. 청량리 588은 1970년대 공간이다. 6·25전쟁 이후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는 1960년대까지 ‘종삼’(종로 3가) 일대와 동대문구 창신동, 서울역 앞 양동, 중구 묵동이었다. 서울시가 1968년 4대문 안에 있는 집창촌을 철거하면서 성매매 여성들은 대거 청량리역과 미아리 등으로 흘러들었다. ●30년 자리 지켜온 여성도, 노점상도 ‘한숨’ 서울의 도시 공간을 연구해 온 학계도 고유명사가 돼버린 ‘청량리 588’ 이름의 유래는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청량리 일대 집창촌이 전농동 588번지 인근에 있어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실제 번지수는 동대문구 전동2동 620번지와 622~624번지다. 어떤 사람들은 이 지역 앞으로 588번 시내버스가 지나가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제기한다. 청량리 588은 경동시장과 청량리시장의 상인들과 이용객들, 춘천과 동해로 떠나는 청춘들이 주로 찾으면서 1980년대 최대 호황기를 누렸다. 오유석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가 쓴 ‘동대문 밖 유곽-청량리 588 공간 구성의 역사와 변화’ 논문에 따르면 청량리 588의 여성들은 1970년대 ‘탤런트 뺨칠 정도’의 미모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1990년대까지 홍등가의 ‘메이저’로 꼽혔다. 성매매 여성을 업소에 소개하는 일명 ‘빠리꾼’들이 천호동과 미아리, 용산 등에서 인기 많은 여성들을 스카우트해 청량리로 보냈다고 한다. ●‘청춘의 흔적’ 찾으러 50~60대 남성들 발길 청량리 588은 1980년대부터 재개발과 철거 도마에 오른 공간이다. 서울시가 1981년 정비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추진에는 실패했다. 1994년 도심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업소 종사자들과 주변 상인들의 강력한 반대로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재개발에 힘이 실린 것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다. 2007년 서울시에 의해 일부 철거가 이뤄졌고, 지난해 9월 동대문구가 재정비 사업시행 인가를 고시하면서 수십년 만에 일대가 정비된다. 청량리 588 사람들의 한숨도 덩달아 깊어졌다. 적게는 30대, 많으면 60대까지 성매매 여성들이 앉아 있는 분홍빛 유리방을 지나 롯데백화점 뒷골목으로 올라가면 허름한 쪽방촌이 나온다. 이 쪽방촌이 나이 든 성매매 여성들과 ‘펨프’(호객꾼)들이 사는 공간이다. 25년 전 이혼한 뒤 588 여성으로 자식 셋을 키워 온 김모(56)씨는 “이제 어디서 생계를 이어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루 4만원도 벌기 어렵다고 한다. 김씨는 청량리 588이 철거된 뒤 어디로 갈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월세 10만원인 쪽방에서 쫓겨나면 방이라도 하나 얻어야 하니까 그 돈이라도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는 이곳 여성들과 포주들은 “588이 없어진다고 성매매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한다. “젊은 애들이야 여기 없어져도 술집이나 오피스텔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겠지만 늙으면 시골 안마시술소나 종묘 공원 같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요.” 한 포주는 “588도 이제 정말 끝인가 보다”고 말한다. 이 여성은 “멀끔한 노년의 신사가 40년 만에 온 것 같다고 하면서 옛 추억을 회상하듯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수많은 남성들의 추억과 청춘 시절의 눈물이 깃든 곳 아니겠냐”고 말했다. 588이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평생 588 사람들과 공생해 온 주변 상인들도 힘들어진 지 오래다. 상당수가 올 연말 이곳을 아예 떠날 생각이다. 과일을 팔던 노점상은 “예전에 여기 성매매 여성 수십명이 경찰에게 머리채 잡혀 끌려가던 시절부터 봐 왔는데, 재개발된다니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어린 학생들도 다니는데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은 채 가게 안에 서 있는 여성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졌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일을 누가 좋아서 하겠나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경찰들 호객행위·취객 치안수요 감소 기대 경찰은 청량리 588이 철거되면 호객 행위와 취객 등으로 인한 치안 불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200여건에 달하던 호객 행위 단속 건수는 올 들어 반 토막으로 줄었다. 현재 서울에는 청량리, 영등포, 천호동, 미아리 등 4곳 정도가 집창촌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재개발 계획이 진행되고 있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종교와 국가가 틀어막아도 술~술~ 잘 넘어가네요

    종교와 국가가 틀어막아도 술~술~ 잘 넘어가네요

    알코올의 역사/로드 필립스 지음/윤철희 옮김/연암서가/568쪽/2만 3000원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약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마시면 독이 되는 게 술이다.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물보다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음료로 자리를 잡은 적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사회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질로 정부 당국과 종교계로부터 어떤 품목보다 심한 규제를 받아왔다. 뉴질랜드 출신의 역사학자 로드 필립스(캐나다 칼턴대 역사학 교수)는 ‘알코올의 역사’에서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알코올에 깃든 변화무쌍한 문화적 의미들을 좇는다. 책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술을 취급한 방법부터 술이 권력구조, 인종, 민족, 종교, 성별, 계급, 세대 등의 이슈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미치며 갈등해 왔는지를 짚어간다. 초창기 술의 역사는 약 9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은 가장 오래된 알코올성 음료에 대한 증거를 중국 북부 허난성 지아후에서 발견된 도자기들에서 찾아냈다. 쌀과 꿀, 과일 등을 조합한 원료로 만든 와인이었다. 가장 이른 와인 양조시설은 아르메니아 남부 리틀코카서스 산맥의 아레니마을에 있는 것(기원전 4000년경)이라는 주장이 있다. 기원전 3000~2500년 이집트에서 와인을 생산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그림들이 남아 있다. 와인의 희소성과 빚는 데 들어가는 높은 비용은 와인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했다. 고대문화권과 그리스·로마 문화에서 신들은 다양한 알코올성 음료와 결부됐다. 바커스와 디오니소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신들이다. 와인과 비어는 종교와 지속적으로 관련지어졌다. 기독교는 와인을 상징과 의례에서 중심적인 자리로 격상시킨다. 서기 첫 세기에 성체성사에서 빵과 와인의 실체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독교와 같은 시기 출현한 이슬람은 술을 철저히 거부하고 추종자들에게 알코올성 음료를 마시는 걸 금지했다. 최대 규모의 양조활동은 8세기부터 수도원에서 행해졌다. 중세 유럽에서 소비된 알코올성 음료는 와인과 비어처럼 발효에서 생겨난 것들이었다. 증류에 의해 생산된 스피릿은 16세기에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브랜디, 럼, 위스키, 진, 보드카 등 알코올 함량이 높은 술의 등장은 음주 소비와 규제의 패턴에 변화를 가져왔다. 18세기에 스피릿을 중심으로 술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서구의 주요 도시에 안전한 식수가 공급되기 시작한 19세기 초 물을 안전한 선택으로 묘사하고, 술을 해로운 것으로 비난할 수 있게 된다. 종교단체와 제휴한 절주운동과 금주운동이 미국과 캐나다, 영국, 스칸디나비아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술이 절주와 금주운동 옹호자들의 공격을 받는 동안에도 유럽인들은 그들의 알코올성 음료와 술 문화를 더 넓은 세계로 확장시켰다. 술은 대륙 곳곳에서 중요한 교환 수단으로 제국주의 확산과 식민지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탈식민지화 과정에서는 유럽인과 다른 지역 사람들이 접촉하고 협력하고 갈등하는 영역 중 하나가 됐다. 제1차 세계대전은 술의 역사에서도 분수령이었다. 많은 정부가 전시 비상조치로 유례 없는 규제들을 도입했고 양차 대전 사이에 절주와 금주정책이 서구세계 곳곳으로 확장됐다. 미국은 1920년 전국적인 금주령을 내렸다. 1933년까지 지속된 미국의 금주령은 이슬람이 무슬림의 술 생산과 음주를 금지시킨 이후 전국적인 기반에서 포괄적으로 제정된 정책 중에서 가장 엄중했지만 결과적으로 밀주와 밀수를 양산했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자유방임적인 술 정책을 채택하면서 전국적 금주령에서 벗어날 무렵 다른 국가들은 술 소비를 직접 통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적인 정책을 채택했다. 1960년대 이후 술 소비를 향한 공식적인 입장은 더 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이동했지만 그런 흐름에 역행하는 음주운전과 폭음 같은 특유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통제로 대응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의 중요한 일부 지역들에서 술 소비량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포스트 알코올’ 시대에 진입했다”며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면 술이 절멸하기 직전은 아니지만 사회적 이슈로 갖는 술의 중요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 같다”고 결론 지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도신우 성추행 벌금형, 여직원 호텔방서 강제 입맞춤 “이탈리아식 인사법” 주장하더니 결국

    도신우 성추행 벌금형, 여직원 호텔방서 강제 입맞춤 “이탈리아식 인사법” 주장하더니 결국

    도신우 성추행 벌금형, 이탈리아 인사법이라더니…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당시 상황보니 ‘성추행 벌금형 도신우’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모델로 알려진 도신우(70)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김우현 판사는 25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도신우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앞서 도신우는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 함께 출장 온 여직원 A씨를 자신의 호텔 방으로 불러 “이탈리아식 인사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억지로 껴안고 양쪽 뺨에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사건 발생후 A씨는 예정보다 일찍 귀국해 경찰에 신고한 뒤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도신우가 범행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1960년대 후반 한국 최초의 남성 모델로 데뷔한 도신우는 1969년 설립된 남성 프로 모델 단체의 창립회원으로 활동했고, 1982년부터 4년간 한국모델협회 회장을 지냈다. 사진=SBS 방송캡처(도신우 성추행 벌금형)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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