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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압 속에서 강렬해지는 춤사위… 손뼉과 발소리가 만들어 낸 자유

    억압 속에서 강렬해지는 춤사위… 손뼉과 발소리가 만들어 낸 자유

    흑과 백, 억압과 자유, 폭력과 사랑, 남성과 여성…. 지난 22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첫 시작을 알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는 온갖 대립이 얽혀 있다. 무대 곳곳에 보이는 장치는 물론 극의 내용, 배우들의 연기와 몸짓 모든 것이 90분간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도록 팽팽하다. 빈 무대부터 마음을 바짝 조이게 한다. 정동극장의 프로시니엄(아치형) 형태 무대는 아무 배경도 없는 흰 바탕 벽과 사이사이 기둥 모양으로 뚫린 공간들이 열을 짓고 있다. 밝은 색 조명이 더해져 따뜻한 듯하면서도 왠지 숨이 막힌다. 가족들을 보호하는 공간이 돼야 할 집이 오히려 그들을 옥죄는 감옥이 돼 버린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자체를 보여 준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지방 한 마을에 사는 여인 베르나르다 알바가 두 번째 남편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다섯 딸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알바는 “이제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는 선언과 함께 “내 보호 안에서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지”, “여기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라고 말하며 딸들에게 검은 상복을 입히고 수나 놓으며 지내도록 한다.2018년 초연에서 알바를 연기했다가 직접 라이선스를 따 와 제작자로도 변신한 정영주와 7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이소정의 카리스마는 등장부터 압도적이다. 그러나 첫째 딸이 젊고 잘생긴 청년 뻬뻬와 결혼을 약속하게 되면서 자매들은 애써 감춰 둔 욕망을 터뜨린다. 언니와 결혼하기로 한 뻬뻬에게 사랑을 느낀 동생들이 밀회를 즐기거나 그의 사진을 훔치는 등 사랑과 질투, 온갖 욕구가 뒤엉켜 갈등이 증폭된다. 극을 풀어 가는 공연의 백미는 플라멩코다. 손뼉과 발바닥 소리가 만드는 리듬만으로도 경직 속에 꿈틀거리는 자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빨강, 초록 등 원색 조명 속에서 펼쳐 내는 강렬한 플라멩코 춤사위는 폭풍우 같은 욕망으로 뒤덮인 내면과 고뇌를 극대화한다. 무대를 채우는 여성 배우 10명은 이처럼 오로지 자신들이 가진 힘으로 극을 이끈다. 이번 재연 무대는 더블 캐스팅으로 모두 18명이 모였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당시 ‘미투 운동’ 분위기에 힘입어 여성 서사극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올린 작품은 더욱 넓어진 무대에서,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폭력의 사슬과 그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훨씬 더 강렬해진 에너지로 쏟아 낸다. 연태흠 연출도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성들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역사로부터 만들어진 폭력의 순환 구조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배우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두 자리 띄어 앉기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막하며 어려운 시기를 뚫겠다는 의지까지 더해진 공연장의 공기마저 색다른 느낌을 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리뷰] 플라멩코로 그리는 자유와 욕망…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에너지

    [리뷰] 플라멩코로 그리는 자유와 욕망…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에너지

    흑과 백, 억압과 자유, 폭력과 사랑, 남성과 여성…. 지난 22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첫 시작을 알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는 온갖 대립이 얽혀 있다. 무대 곳곳에 보이는 장치는 물론 극의 내용, 배우들의 연기와 몸짓 모든 것이 90분간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도록 팽팽하다. 빈 무대부터 마음을 바짝 조이게 한다. 정동극장의 프로시니엄(아치형) 형태 무대는 아무 배경도 없는 흰 바탕 벽과 사이사이 기둥 모양으로 뚫린 공간들이 열을 짓고 있다. 밝은 색 조명이 더해져 따뜻한 듯하면서도 왠지 숨이 막힌다. 가족들을 보호하는 공간이 돼야 할 집이 오히려 그들을 옥죄는 감옥이 돼 버린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그 자체를 보여 준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지방 한 마을에 사는 여인 베르나르다 알바가 두 번째 남편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다섯 딸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알바는 “이제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는 선언과 함께 “내 보호 안에서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지”, “여기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라고 말하며 딸들에게 검은 상복을 입히고 수나 놓으며 지내도록 한다. 2018년 초연에서 알바를 연기했다가 직접 라이선스를 따 와 제작자로도 변신한 정영주와 2014년 ‘태양왕’ 이후 7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 이소정의 카리스마는 등장부터 압도적이다.그러나 첫째 딸이 젊고 잘생긴 청년 뻬뻬와 결혼을 약속하게 되면서 자매들은 애써 감춰 둔 욕망을 터뜨린다. 언니와 결혼하기로 한 뻬뻬에게 사랑을 느낀 동생들이 밀회를 즐기거나 그의 사진을 훔치는 등 사랑과 질투, 온갖 욕구가 뒤엉켜 갈등이 증폭된다. 극을 풀어 가는 공연의 백미는 플라멩코다. 손뼉과 발바닥 소리가 만드는 리듬만으로도 경직 속에 꿈틀거리는 자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빨강, 초록 등 원색 조명 속에서 펼쳐 내는 강렬한 플라멩코 춤사위는 폭풍우 같은 욕망으로 뒤덮인 내면과 고뇌를 극대화한다.무대를 채우는 여성 배우 10명은 이처럼 오로지 자신들이 가진 힘으로 극을 이끈다. 이번 재연 무대는 더블 캐스팅으로 모두 18명이 모였다.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당시 ‘미투 운동’ 분위기에 힘입어 여성 서사극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 올린 작품은 더욱 넓어진 무대에서,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폭력의 사슬과 그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훨씬 더 강렬해진 에너지로 쏟아 낸다. 연태흠 연출도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성들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역사로부터 만들어진 폭력의 순환 구조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배우들과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두 자리 띄어 앉기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막하며 어려운 시기를 뚫겠다는 의지까지 더해진 공연장의 공기마저 색다른 느낌을 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미안해” 먹이찾던 코끼리, 사람이 던진 불덩이 맞고 하늘로 (영상)

    “미안해” 먹이찾던 코끼리, 사람이 던진 불덩이 맞고 하늘로 (영상)

    먹이를 찾아 헤매던 코끼리가 사람이 던진 불덩이에 맞아 죽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인디아투데이 22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 경찰은 코끼리에게 불덩이를 던져 죽인 혐의로 주민 2명을 체포하고 달아난 1명을 쫓고 있다. 인도 경찰은 타밀나두주 닐기리스의 한 리조트에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코끼리가 주민들이 던진 불덩이에 맞아 죽었다고 밝혔다. 닐기리스 마시나구디 지역의 리조트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어둠 속을 배회하던 코끼리가 이마에 불덩이를 맞고 황급히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당황한 코끼리는 서둘러 숲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코끼리가 저 멀리 달아날 때까지도 불길은 어둠 속에서 계속 활활 타올랐다.주변 수색에 나선 산림대원들은 19일 숲에서 쓰러진 코끼리를 발견했다. 위독한 상태로 발견된 코끼리는 보호구역 이송 도중 끝내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40살로 확인된 코끼리는 이마와 귀, 등에서 심각한 화상이 관찰됐다. 사실상 불에 타죽은 셈이다. 현지언론은 먹이를 찾아 리조트로 내려온 코끼리를 쫓기 위해 누군가 불붙은 타이어를 던졌고, 타이어가 코끼리 왼쪽 귀에 걸렸다고 전했다. 비극적 사건에 대해 경찰은 코끼리를 죽인 남성 3명 중 2명을 붙잡아 조사하는 한편, 달아난 1명을 공개 수배했다.인도코끼리를 포함한 아시아코끼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EN)종으로 올라 있다. 특히 아시아코끼리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도코끼리는 1930년대~1940년대 개체 수가 절반으로 급감해 1986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 생존해 있는 인도코끼리는 3만8000마리에 불과하다. 그 중 2만7000마리~3만1000마리는 서식지 감소와 환경 파괴로 아사 직전이다. 지난해 인도 서벵골주에서는 쓰레기장을 뒤지며 플라스틱 폐기물을 먹이 삼아 삼키는 코끼리들이 목격돼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스라엘 남부서 1400년 전 죽은 기독교 여성 묘비 발견

    이스라엘 남부서 1400년 전 죽은 기독교 여성 묘비 발견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의 니차나 국립공원에서 1400여 년 전 한 기독교 여성의 죽음을 기록해둔 묘비가 발견됐다. 9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니차나 공원 자연 산책로에서 한 공원 관계자가 우연히 6세기 말부터 7세기 초 사이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 한 점을 발견했다. 당시 산책로를 정비하고 있던 나치나 교육마을 관리자 데이비드 팔마치는 이 비석을 발견하고 사진으로 위치를 기록한 뒤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이스라엘 히브리대의 고고학자 레아 디세니 박사는 이 비석에 쓰여 있는 고대 그리스어를 해석하고 “순결한 삶을 살았던 축복받은 마리아가 2월 9일 사망했다”는 내용임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문화재청(IAA)의 탈리 에릭슨지니 박사는 “니차나 마을은 레반트 지역에서 비잔틴 제국 시대와 초기 이슬람 시대 사이의 변화를 연구하는 핵심 장소로 유명하다”면서 “기원전 5세기부터 6세기 동안 니차나는 인근 마을들과 정착촌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에릭슨지니 박사에 따르면, 이 비석은 고대 정착지를 둘러싼 기독교 공동묘지들 중 한곳에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이에 따라 약 25㎝의 이 비석 주인인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성은 기독교인이었고 신분이 높았던 사람으로 추정된다.오늘날 니차나는 교육 마을의 본거지로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학과 역사 그리고 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니차나는 기원전 1세기 때까지만 해도 주요 무역로의 정거장 역할 목적으로 세워졌고 간헐적으로 사람들이 거주했다. 5세기부터 6세기까지 니차나는 시나이 산의 성 카타리나 수도원으로 향하는 기독교 순례자들을 위한 교회들과 군사 요새, 수도원 그리고 정거장이 세워져 있었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6세기 당시 니차나는 전염병과 화산 겨울(큰 규모의 화산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화산재나 부산물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 탓에 기독교 공동체를 황폐화하게 했을 수도 있으며 이 때문에 7세기부터 이슬람 교인들이 정착하게 됐다. 니차나는 결국 10세기에 버려졌고 1930년대 고고학적 발굴로 교회와 가족 그리고 군사 기록을 상세히 적은 파피루스가 발굴되기 전까지 그 이름은 잊혀졌었다. 기록에는 네사나(Nessana)라는 이름이 써 있다. 이번 비석과 같은 유물이 이후 발굴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에 대해 IAA의 고고학자 파블로 베처 박사는 “네게브 사막에 있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니차나 주변의 매장지들에 대해서는 이전까지 알려진 사례가 거의 없었다”면서 “이런 비석의 발견은 묘지의 경계를 개선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착지 자체의 경계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원더우먼도 못 구한 극장… 추억의 영화로 ‘돌려막기’

    원더우먼도 못 구한 극장… 추억의 영화로 ‘돌려막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었다. 할리우드 영화 ‘원더우먼 1984’가 극장가를 지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 관객수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신작이 개봉을 미루면서 재개봉 영화가 빈틈을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원더우먼 1984’ 누적 50만명 씁쓸한 1위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흘(8∼10일)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8만 735명에 불과했다. 새해 첫 주말이었던 전주(1∼3일) 14만 9000여명에서 절반 가까이나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해 4월 둘째 주말(10∼12일) 9만 8000여명이었던 역대 주말 최저점까지 뚫었다. ‘원더우먼 1984’는 주말 동안 2만 6000여명을 더하며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50만 7000여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날 일 관객 수 5만명대로 출발해 3일째에 10만명을 넘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관객이 확 줄었다. 개봉 3주차를 맞아 평일 관객 4000명대, 주말에는 1만명대를 이어 가고 있다.●신작 실종… 재개봉 작품만 코로나 특수 주말 극장가 2위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다. 9000여명의 관객으로 전주 3위에서 2위로 다시 올라섰다. 이 영화는 2004·2008·2013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국내 재개봉으로, 신작이 뜸한 틈을 노려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를 봤다. 3위는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독립영화 ‘천사는 바이러스’가 차지했다. 개봉 직후 ‘화양연화’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최근 이와이 지 감독의 ‘러브레터’에 이어 음악영화 ‘라라랜드’와 ‘비긴어게인’도 재개봉했다. 이들이 지난달 개봉한 ‘조제’, 지난해 11월 개봉한 ‘도굴’, ‘이웃사촌’ 등과 순위를 다투고 있다. 7일에는 ‘쌍천만’ 영화였던 ‘신과함께-죄와벌’이 개봉했고, 2편 격인 ‘신과함께-인과연’이 오는 21일 재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 ‘캐롤’도 27일 재개봉한다. 20일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외에는 별다른 기대작이 없는 가운데, 신작 영화의 고군분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참상을 폭로한 영국 기자의 실화를 다룬 ‘미스터 존스’와 수전 서랜던·케이트 윈즐릿 주연 ‘완벽한 가족’, 트랜스젠더 발레리나의 실화를 그린 ‘걸’ 등이 새로 개봉해 10위 안에 진입했다. 관객 수는 각각 2000∼4000명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원더우먼’도 힘 못쓴 극장가...신작 대신 재개봉 ‘악순환’

    ‘원더우먼’도 힘 못쓴 극장가...신작 대신 재개봉 ‘악순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었다. 할리우드 영화 ‘원더우먼 1984’가 극장가를 지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 관객수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고, 신작이 개봉을 미루면서 재개봉 영화가 빈틈을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흘(8∼10일)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8만 735명에 불과했다. 새해 첫 주말이었던 전주(1∼3일) 14만 9000여명에서 절반 가까이나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해 4월 둘째 주말(10∼12일) 9만 8000여명이었던 역대 주말 최저점까지 뚫었다. ‘원더우먼 1984’는 주말 동안 2만 6000여명을 더하며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50만 7000여명을 기록했다. 개봉 첫날 일 관객 수 5만명대로 출발해 3일째에 10만명을 넘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관객이 확 줄었다. 개봉 3주차를 맞아 평일 관객 4000명대, 주말에는 1만명대를 이어 가고 있다.2위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다. 9000여명의 관객으로 전주 3위에서 2위로 다시 올라섰다. 이 영화는 2004·2008·2013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국내 재개봉으로, 신작이 뜸한 틈을 노려 재개봉하면서 오히려 코로나19 특수를 봤다. 3위는 2017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독립영화 ‘천사는 바이러스’가 차지했다. 개봉 직후 ‘화양연화’를 제치고 2위에 올랐지만 예매율이 저조해 롱런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근 이와이 슌지 감독 ‘러브레터’에 이어 음악영화 ‘라라랜드’와 ‘비긴어게인’도 재개봉했다. 이들이 지난달 개봉한 ‘조제’, 지난해 11월 개봉한 ‘도굴’, ‘이웃사촌’ 등과 순위를 다투는 모양새다. 앞서 7일에는 ‘쌍천만’ 영화였던 ‘신과함께-죄와벌’이 개봉했고, 2편 격인 ‘신과함께-인과연’이 오는 21일 재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케이트 블란쳇 주연 영화 ‘캐롤’도 27일 재개봉한다. 20일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외에는 현재 별다른 기대작이 없는 상황 속에서 신작 영화의 고군분투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참상을 폭로한 영국 기자의 실화를 다룬 ‘미스터 존스’와 수전 서랜던·케이트 윈즐릿 주연 ‘완벽한 가족’, 트랜스젠더 발레리나의 실화를 그린 ‘걸’ 등이 새로 개봉해 10위 안에 진입했다. 관객 수는 각각 2000∼4000명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평일 관객 1만 5000명↓ ‘역대 최저’...썰렁한 극장가

    평일 관객 1만 5000명↓ ‘역대 최저’...썰렁한 극장가

    극장가 평일 관객 수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갑작스런 한파가 닥친 데다가 중순까지 관객을 모을 마땅한 신작이 없어 한동안 극장가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새해 들어 평일 하루 관객 수는 1만 4000∼1만 6000명대에 머물렀다. 특히 새해 연휴가 끝나고 첫 월요일이었던 지난 4일 총관객 수가 1만 4518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 7일 기록했던 1만 5429명보다 적은 수치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한 ‘원더우먼 1984’ 이후 관객을 유인할 만한 신작이 없는 상태여서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이 개봉하는 20일까지 극장가 한파는 이어질 전망이다. ‘원더우먼 1984’는 지난달 23일 개봉한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관객 수가 4000~5000명 안팎으로, 누적 관객 수가 48만명에 불과하다. 왕자웨이(왕가위) 감독 대표작 ‘화양연화’(2000)가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해 상위권을 2∼3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참상을 폭로한 영국 기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 ‘미스터 존스’와 트랜스젠더 발레리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장기 ‘걸’, 수잔 서랜던과 케이트 윈즐릿 주연의 ‘완벽한 가족’ 등이 이번 주 개봉해 10위 안에 진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연기의 소중함 눈뜨게 해준건 스무살 슬럼프

    연기의 소중함 눈뜨게 해준건 스무살 슬럼프

    성인 캐릭터 한계 느껴 한때 고비‘펜트하우스’ ‘모단걸’ 연기로 희열 “악행 덜 밉게 통통튀게 표현해요”“스무 살에 고비가 한 번 왔었어요. 보여 드리고 싶은 모습은 많은데, 캐릭터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요.” 지난 6일 화상으로 만난 배우 진지희는 담담하게 자신의 슬럼프를 털어놨다. 2003년 네 살 나이에 드라마 ‘노란 손수건’으로 데뷔한 후 ‘연애시대’(2006) 조은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2010)의 해리로 활약한 그였기에 다소 의외의 답이었다. ‘잘 자란 아역’으로 불리지만, 성인 연기자로 전환하는 시기 그에게도 고민이 찾아왔다. 17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작품을 해오면서도 ‘어떻게 하면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왜 어렵고 잘 안 될까’ 하면서 의심하고 좌절했다. 속앓이를 하던 그에게 지난해는 ‘고마운’ 한 해였다. KBS 드라마스페셜 ‘모단걸’과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출연하면서 다시 연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진지희는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를 하면서 난 연기가 아니면 안 되겠구나, 이만큼 희열을 주는 것은 없구나 느꼈다”면서 “미래를 기대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노력하는 저로 돌아왔다”며 웃었다.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모단걸’에서 진지희는 양반 가문 여성으로 학교에 입학한 뒤 선생님에게 운명적인 첫사랑을 느끼는 경성의 신여성을 소화했다. 반면 ‘펜트하우스’에서는 실력보다 욕심이 큰 성악 전공 고등학생이자 부잣집 딸 제니로 ‘밉상’ 연기를 보여줬다. ‘펜트하우스’의 제니는 다른 아이들과 로나(김현수 분)를 괴롭히지만 마지막회에 그에게 샌드위치를 건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다. 어찌 보면 “빵꾸똥꾸”라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뒤로는 신애에게 잘해주던 해리와 닮았다. 진지희는 “제니는 악행을 하지만 단순하고 밝은 면도 있어서 밉지만은 않게 보이고 싶었다”면서 “대사를 통통 튀게 처리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많이 표현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펜트하우스’는 집단 괴롭힘 등 과도한 폭력 묘사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진지희는 이에 관해 “설아(조수민 분)를 봉고차에 감금한 건 아이들의 악랄함을 한 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 입장에서 저도 늘 놀라고 ‘부들부들’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돌이켰다. 오는 2월 방송될 시즌2에서는 더 성숙한 제니가 나올 것 같다는 예상도 덧붙였다. 다시 열정을 확인한 만큼 그는 올해 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걸크러시’나 시크한 매력을 뽐내는 작품들, 수사물 같은 장르물도 해보고 싶어요. 로맨스물도 잘할 수 있고요. 흔들리지 않고 끈기 있게 연기하며 한 단계 성장하고 싶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인류 역사에 인간을 이긴 바이러스는 없다”

    “인류 역사에 인간을 이긴 바이러스는 없다”

    2021년 새해를 맞아 종교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향해 상생의 염원과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5대 종단은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갖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천주교 “소외된 자 사랑… 의료진에 감사”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신년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간은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가중시킨다”면서 “새해에는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을 위해 우선적인 사랑과 배려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생명 수호의 최일선에서 희생을 아끼지 않는 의료진과 봉사자들,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자”면서 일상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길 기원했다.●개신교 “코로나 사막에 생명의 꽃씨 뿌리자” 개신교계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의 소강석·이철·장종현 대표회장(목사)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길 앞에 다시 섰지만, 새해 새 꿈을 꾸자”면서 “비록 코로나19의 사막길을 걸어간다 할지라도 우리 안에 주신 믿음과 소망으로 생명의 꽃씨를 뿌리자”고 강조했다. “인류 역사에 인간을 이긴 바이러스는 없었다”며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버티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견뎌내자”고 호소했다.●불교 “갈등 물리치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신년 법어에서 “세계적으로 발생한 질병은 인간 내면의 정신세계를 등한시”한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과 탐욕심의 결과”라면서 “새해에는 세상의 모든 갈등과 반목, 대립과 분열을 물리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인정하는 원융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혼자만의 행복이 아니고 소외되고 그늘진 곳의 이웃과 더불어 함께하는 상생행복의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원불교 “집집마다 부처되면 그곳이 낙원” 원불교 전산 종법사는 “우리는 이 고난을 통해 희망을 품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면서 “우리가 꿈꾸는 세계는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이 다 함께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되는 세상”이라는 신년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아무리 어려워도 모든 인연을 부처로 모시고 집집마다 부처가 살게 되면 그곳이 바로 낙원”이라고 부연했다.●천도교 “국민에게 희망·보람 안기는 해 되길” 천도교 송범두 교령도 신년사를 보내며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사회경제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이해 일대 변화가 예측된다”면서 “지난해 통합의 리더십이 실종된 채 사회 전반에 야기됐던 갈등과 혼돈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희망과 보람을 안겨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심고한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황금광의 시대, 조선판 한탕 주의

    [그 책속 이미지] 황금광의 시대, 조선판 한탕 주의

    “금덩어리다! 노다지다!” 1934년 9월 ‘신동아’에 실린 만화는 금광 열풍에 휩싸인 당시 조선의 모습을 풍자한다. 조선인들은 금을 찾아 온종일 조선 팔도를 뒤졌다. 수많은 신문물과 새로운 사상이 열풍을 부채질했다. 신문들은 이를 빗대어 ‘황금광시대’라 불렀다. 지난 27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1920 기억극장’ 전시를 책으로 옮겼다.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의 문화를 신문 기사와 각종 상품 광고 등으로 생생하게 보여 준다. ‘영끌’ 주식 열풍이 거센 가운데 금을 캐는 이 서방의 모습을 그린 신문 만화 속 경고가 새삼 와닿는다. ‘그러나 이 서방은 금덩어리에 치여 죽었읍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종교계 “2021 새해 코로나 이기자...상생, 희망, 배려를”

    종교계 “2021 새해 코로나 이기자...상생, 희망, 배려를”

    2021년 새해를 맞아 종교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향해 상생의 염원과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5대 종단은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갖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천주교 “소외된 자 사랑, 의료진에 감사”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신년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간은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가중시킨다”면서 “새해에는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을 위해 우선적인 사랑과 배려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생명 수호의 최일선에서 희생을 아끼지 않는 의료진과 봉사자들,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자”면서 일상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길 기원했다.개신교 “인류 역사에 인간 이긴 바이러스 없어, 포기하지 말자” 개신교계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의 소강석·이철·장종현 대표회장(목사)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길 앞에 다시 섰지만, 새해 새 꿈을 꾸자”면서 “비록 코로나19의 사막길을 걸어간다 할지라도 우리 안에 주신 믿음과 소망으로 생명의 꽃씨를 뿌리자”고 강조했다. “인류 역사에 인간을 이긴 바이러스는 없었다”며 “우리 함께 힘을 모아 버티고, 절대 포기하지 말고 견뎌내자”고 호소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이경호 대한성공회 주교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며 고통 분담을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불교 “갈등 분열 물리치고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신년 법어에서 “세계적으로 발생한 질병은 인간 내면의 정신세계를 등한시”한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과 탐욕심의 결과”라면서 “새해에는 세상의 모든 갈등과 반목, 대립과 분열을 물리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인정하는 원융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나 혼자만의 행복이 아니고 소외되고 그늘진 곳의 이웃과 더불어 함께하는 상생행복의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원불교 “집집마다 부처되면 그곳이 낙원” 원불교 전산 종법사는 “우리는 이 고난을 통해 희망을 품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면서 “우리가 꿈꾸는 세계는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이 다 함께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되는 세상”이라는 신년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아무리 어려워도 모든 인연을 부처로 모시고 집집마다 부처가 살게 되면 그곳이 바로 낙원”이라고 부연했다.천도교 “국민에게 희망과 보람 안기는 해 되길” 천도교 송범두 교령도 신년사를 보내며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사회경제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이해 일대 변화가 예측된다”면서 “지난해 통합의 리더십이 실종된 채 사회 전반에 야기됐던 갈등과 혼돈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희망과 보람을 안겨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심고한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여배우들 엄청난 에너지, 두 발 딱 버텨 보여줄게요”

    “여배우들 엄청난 에너지, 두 발 딱 버텨 보여줄게요”

    ‘브로드웨이 42번가’, ‘레베카’, ‘팬텀’ 등 20년 넘게 수많은 무대에서 정영주는 배우로서 강렬하고 화려한 존재감을 뽐냈다. 내년 1월 22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선 주연이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이 무대를 준비하면서 머리카락은 물론 눈썹까지 하얗게 샐 정도로 한 작품에 몰두한 데는 그다지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무조건 해야 한다’는 마음만으로 생각도 못했던 공연 제작의 길에 발을 내디뎠다. 정영주는 2018년 국내 초연 무대에 선 첫날 곧바로 “이 작품, 꼭 앙코르를 해야 한다”고 다짐했는데 재연을 맡을 제작사를 찾기 어려워지자 직접 라이선스를 가져온 것이다. 밤낮을 바꿔 미국 제작사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라이선스를 얻는 데만 8개월을 쏟았다. 직접 작품 설명을 들고 정동극장 김희철 대표이사를 찾아 무대를 확정 지었다. 최근 정동극장에서 만난 정영주는 이토록 이 작품에 공을 들인 이유에 대해 그동안 쌓인 갈증을 풀 듯 터뜨렸다. “작품 자체에도 힘이 있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이 주는 힘이 정말 커요. 내로라하는 톱 남자배우들이 받는 개런티의 1만분의1도 못 받으면서 내는 에너지의 거룩함이랄까요. 간절함과 사명감으로 뭉친 에너지가 엄청나요.” 작품은 1930년대 스페인 농가를 배경으로 베르나르다 알바가 갑작스럽게 잃은 남편의 8년상을 치르며 다섯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배우 10명이 무대를 채워 초연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다. “여배우 10명이 나오는 걸 이례적이라고 말하는 거, 촌스러운 현실이죠.” 여성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은 뮤지컬 시장에선 오래도록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다. ‘베르나르다 알바’를 비롯해 이른바 여성 서사 작품들이 대극장 무대를 채우는 것은 불과 2년 남짓만의 변화다. “여배우 10명이 신기해? 그럼 다음엔 11명, 12명으로 무대를 꾸며 줄게!” 이런 ‘승부욕’마저 들게 한 초연 멤버 8명에 이어 이번에 새로 10명의 배우를 더 모았다. 베르나르다 알바로 더블 캐스팅된 이소정부터 황석정, 강애심, 오소연, 김국희, 김히어라 등 그야말로 쟁쟁한 여배우들이 함께한다. 5명을 오디션으로 뽑는 데 500여명이 몰렸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도 남성 창작진의 편견이 아닌 배우들이 스스로 그들의 것으로 다져 갔다. 그는 이 작품을 “여자들만이 아닌,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라고 했다. “여성들 이야기로 장수했던 작품은 ‘넌센스’뿐이었던 무대에서 온전히 두 발을 딱 버티고 이야기할 거예요. 첫 술에 배부르지 않고 다음에도 계속해 나갈 겁니다.”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나누고 있는 시너지를 고스란히 전달할 채비를 마친 정영주는, 이제는 그저 무사히 막이 오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광장] 난세의 시대정신과 대선/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난세의 시대정신과 대선/오일만 논설위원

    다시 선거 시즌이다. 내년 4월엔 서울·부산 시장 보궐 선거가 있고 2022년 3월에는 20대 대통령을 뽑는다. 시장직의 꿈을 키우는 여야 후보군은 자신의 특장을 살린 ‘정치 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인들도 서서히 몸을 푸는 단계다. 아직 예선전도 치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역대 선거에서 봤듯이 당시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는 자가 승리를 거머쥔다. 헤겔은 ‘역사 속에서 스스로 전개시켜 나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신세계’를 시대정신(Zeitgeist)으로 규정했다. 당시 국민 대다수가 가장 염원하는 ‘그 무엇이’ 바로 시대정신이고 이는 국내외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인 것이다. 우리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6번의 대선을 치렀다. 1992년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은 ‘군정종식’이란 시대의 요구를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이뤄 냈다. 정권교체의 시대적 열망은 1997년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의 성과로 매듭을 지었다. 지역주의에 기댄 3김시대 청산과 권위주의 타파라는 시대적 요구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부자의 꿈’을 실현시키겠다는 경제전문가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에, 경제민주화와 통합의 깃발을 든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에 각각 당선됐지만 모두 구속 수감되는 비운을 겪고 있다. 공정사회 실현이란 촛불혁명의 에너지를 토대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의 시대정신은 어떨까. 여야 잠룡들이 저마다 다양한 시대정신을 중구난방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혼돈 그 자체라는 의미다.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해일이 몰려왔고 잇따른 자영업의 몰락과 실업률 상승 등 경제적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수요공급의 논리를 벗어난 부동산정책은 주택가격 급등과 전세난으로 이어져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트럼프 시대’의 종언과 함께 바이든 시대가 도래했다.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역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난세(亂世)나 다름없는 혼란에 직면해 있다. 사회 내부적으로 급격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고 코로나19는 전쟁에 준하는 사태다. 역사학자인 토인비의 말을 빌리면 사회 내부적, 외부적인 혼란을 ‘도전’으로 보고 그에 대한 수습 과정을 ‘응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난세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치·경제 문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이 휘몰아치는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기존 교과서적인 해법으로는 비상한 시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민심을 오독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선거 1년 전에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사례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민심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어설픈 통합의 구호가 먹히지 않았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구시대와 단절하고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대신 서민정치나 흉내 내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유사 시대정신’은 결국 허공의 메아리가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21세기 난세는 통섭(統攝)의 시대다. 기존의 단선적인 해법 대신 서로 다른 정책들을 이종 교배해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포퓰리즘으로 공격받던 기본소득이 코로나 재난지원 과정에서 의미 있는 정책으로 발돋움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창의적이고 참신한 정책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에 직면한 절체절명의 시기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통념을 뒤엎은 그의 뉴딜정책은 인기영합의 포퓰리즘으로 비난당했고 심지어 ‘사회주의 정책’으로 매도됐다. 당시 루스벨트는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나의 정치철학”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루스벨트와 같은 결기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이끄는 인물이 시대정신을 장악할 수 있다. 국민들은 진보와 보수로 갈린 이분법적 진영 논리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지지 세력을 볼모로 하는 ‘적대적 공존의 정치’는 더이상 시대정신이 될 수 없다. 작은 목소리라도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oilman@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관제(官製) 연탄

    [근대광고 엿보기] 관제(官製) 연탄

    “평양 석탄과 일본 석탄을 많이 무역하여 서울 용산 제물포에 지점을 벌이고 큰 장사를 하는데(…) 올에는 일본 석탄이 작년보다 비싼 고로 미리 주문하면 싸게 살 터이요 평양 무연탄도 풍범선으로 많이 실어다가 파니 누구든지 겨울에 쓸 석탄을 미리 와서 주문하시면 상등 석탄을 싸게 살 터이니 속히 와서 주문하시오.”(독립신문 1897년 9월 11일자) 석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19세기 말로 추정된다. 위 광고에 나오듯이 일본에서 수입하기도 했고 1896년 무렵 평양 근처에서 처음으로 채굴했다고 한다. 조선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는 내장원이라는 관청이 기비레라는 프랑스 기술자와 매년 3000원(元)을 주고 평양 무연탄 3000t을 채굴하는 5년짜리 계약을 체결했다는 기사가 있다(황성신문 1903년 9월 12일자). 매년 3000t이라면 그때도 석탄 사용량이 상당히 많았다는 말이 된다. 광해관리공단에 따르면 당시에는 석탄(무연탄)을 가공하지 않고 가정이나 대장간에서 그대로 불을 붙여 썼고 화물선 연료 등 동력원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일제는 평양 탄광(사동 탄광) 채굴권을 조선 정부에서 빼앗은 뒤 평양광업소를 설치해 캐 낸 석탄을 주로 일본 해군 연료로 사용했다. 이후 1923년에는 조선총독부가 지질 조사를 시작해 1936년 강원도 태백 지역(현 장성광업소)에서 처음 탄광을 열었다. 19세기 말 일본 규슈 지방 모지시에서 주먹만 한 석탄에 구멍을 내 목탄 대신 사용한 것을 연탄의 효시로 본다. 구멍이 뚫린 모양이 연꽃 열매를 닮아 ‘연꽃 연탄’ 또는 ‘통풍탄’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1907년 일본에서 연탄 제조기가 발명돼 본격적으로 연탄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평양광업소가 제조한 관제(官製) 연탄이 서울과 평양 등 대도시에 처음 보급됐다. 위 광고에 나오는 관제 연탄은 일본식 연탄과 다른 벽돌 모양의 무연탄에 구멍을 두세 개 낸 2공탄, 3공탄 형태였다. 주로 일본인 가정에서 사용했고 일부 한국인 가정도 연탄을 연료로 썼다고 한다. 광고에는 ‘평양 해군 연료창 제품’이라고 명시했다. 또 ‘신속 배달’ 한다고 하면서 ‘하명차제(下命次第·명을 내리면 순서대로) 즉시 배달함’이라고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 이는 일본인을 상대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1930년대에는 부산에서 일본인이 경영하는 삼국상회가 9공탄을 만들었지만, 이 또한 일본인 가정이나 산업용이었다. 광복 후 1947년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최초의 연탄 제조업체인 대성산업공사가 출범함으로써 우리 국민도 비로소 연탄의 혜택을 보게 됐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평소 못본 헝가리 영화 한자리에…‘살아남은 사람들’ 外 12일 상영

    평소 못본 헝가리 영화 한자리에…‘살아남은 사람들’ 外 12일 상영

    평소 영화관에서 보기 쉽지 않은 헝가리 영화를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주한 헝가리 문화원은 올해 문화원 개원 1주년 기념으로 ‘2020 헝가리 영화의 날’ 행사를 12일 서울 CGV 명동과 13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주제와 장르의 영화 다섯 편이 상영된다. ‘살아남은 사람들’(2019), ‘글루미선데이’(1999), ‘화이트 갓’(2014), ‘부다페스트 느와르’(2017), ‘유리 채색 화가-로트 믹셔의 예술’(2015) 등이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개봉되지 않은 ‘살아남은 사람들’은 ‘2019 헝가리 영화의 날’에서 상영됐던 단편 ‘나만의 내비게이션’(2013)을 연출한 토트 버르너바시 감독의 두번째 장편이다. 이 작품은 사랑의 치유력에 관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스토리로, 2차 세계대전 이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치유 과정을 한 10대 소녀의 시각으로 보여준다.‘글루미 선데이’는 독일과 헝가리 합작 영화로 롤프 슈벨 감독이 연출했으며 죽을만큼 아름다웠던 한 곡의 노래 ‘글루미 선데이’에 얽힌 한 여인과 세 남자의 거스를 수 없는 운명,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부다페스트의 명소인 세체니 다리와 다뉴브강 등 풍경을 담은 영상미로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한편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의 ‘화이트 갓’은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한만 시선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3세 소녀 ‘릴리’와 애견간의 유대를 통해 개들에 대한 학대를 암묵적으로 비판하는 영화다. CG를 사용하지 않고 250마리에 달하는 개들의 연기로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될만큼 훌륭하다는 평을 받는다. ‘부다페스트 느와르’는 헝가리가 독일 나치 정권과 연대하려던 1930년대 중반의 불안감이 도는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여인의 죽음을 취재하던 기자가 비리의 고리를 추적하며 진실을 밝힌다는 범죄 스릴러다. ‘유리 채색 화가-로트 믹셔의 예술’(2015)은 유니크영화제에서 상영돼 호응을 받았던 헝가리 유대계 아르누보 예술가 로트 믹셔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그의 예술과 삶 그리고 20세기 헝가리 역사를 보여주며, 화려한 스테인드 글래스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부다페스트 로트 믹셔 박물관을 볼 수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국립극단 신작 ‘동양극장 2020’·‘SWEAT 스웨트’ 온라인 극장 개막

    국립극단 신작 ‘동양극장 2020’·‘SWEAT 스웨트’ 온라인 극장 개막

    국립극단이 신작 두 편을 네 번째 극장인 ‘온라인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국립극단은 지난 9월 공연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며 취소됐던 ‘동양극장 2020’과 ‘SWEAT 스웨트’를 온라인 극장을 통해 선보인다고 10일 밝혔다. 대면 공연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에 하루 1회씩 편성되는 온라인 무대를 만나는 방식이다. 10일부터 12일까지 상영하는 ‘동양극장 2020’(작 김기림·이서구, 연출 윤시중)은 극단 하땅세와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국립극단이 해방 이전의 창작극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중 하나다. 1930년대 대표적인 대중극 ‘어머니의 힘’과 최초로 무대에 오르는 시인 김기림의 희곡 ‘천국에서 왔다는 사나이’를 하나로 엮어 당시 공연 양식을 되살려 표현된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를 온라인으로 마주하게 되는 관객은 동양극장 안내원으로 분한 배우가 극장 문을 열어주면 카메라 시점을 따라 객석으로 이동하게 된다. 객석과 위치가 뒤바뀐 무대로 입장하면 오늘의 공연이 소개되고 대면 공연에서처럼 공연 관람을 위한 안내가 이어질 예정이다.18~19일 상영될 ‘SWEAT 스웨트’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작가 린 노티지의 작품으로 201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국립극단이 제작해 국내 초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일 에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극장에서 먼저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산업 도시를 배경으로 일과 후 동네 술집에 모인 노동자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177분의 긴 러닝타임으로 다루고 있다. 온라인 극장도 대면 공연과 같이 인터미션 15분이 포함되고, 편집본(18일)과 풀샷본(19일) 두 가지 버전으로 상영이 가능하다. 이번 온라인 극장은 지난 9월 유료로 개시했던 ‘불꽃놀이’와 딸리 무료 예약을 기본으로 한 뒤 후원 옵션이 더해졌다. 후원은 5000원과 2만원을 선택해 할 수 있고 5000원을 후원하면 국립극단 내년 첫 공연 20% 할인 쿠폰이, 2만원을 후원하면 내년 달력이 추가로 제공된다. 국립극단은 후원금을 작품개발 사업과 청소년을 위한 관람료 지원 프로그램인 푸른티켓 등 더 많은 사람들과 연극을 즐길 수 있는 사업을 위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대부분의 공연이 중단된 가운데 연말 코로나19로 인해 심신이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보다 많은 관객들이 시범 운영 기간에 국립극단의 온라인 극장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무료 상영을 결정했다”면서 “국립극단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순수공연예술의 발전적인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10년째 팽개친 동상… 군위 ‘30억 기부천사’ 잊었다

    10년째 팽개친 동상… 군위 ‘30억 기부천사’ 잊었다

    “현금 30억원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향 후배들을 위해 내놓은 기부자의 정신을 기린다며 흉상을 제작해 놓고는 10년째 구석에 처박아 놔서야 되겠습니까.” 8일 오전 경북 군위군 군위읍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1층(공연장) 입구에 들어서자 사방이 어두컴컴해 주변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문화회관은 월 2~4차례 공연이 열리는 날을 제외하면 인적이 끊기는 곳이다. 군은 2010년 9월 재일교포 출향인 홍종수(2011년 작고·당시 86세)씨의 흉상을 제작해 이 건물 1층 한쪽에 놨다. 같은 해 7월과 9월 두 차례 평생 모은 재산 30억원을 고향의 인재 양성을 위해 써 달라며 군위군교육발전위원회(장학회)에 기부(서울신문 2010년 9월 28일자 29면)한 그의 고향 사랑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1930년대 중반 고향에서 간이학교 2년 과정을 다닌 게 정규 학력의 전부인 홍씨는 1948년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봉제·메리야스 공장을 운영해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2만여 군위 주민 가운데 홍씨의 흉상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군이 홍씨의 흉상을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홍씨의 기부 10주년을 맞아 흉상을 군민·학생이 자주 볼 수 있는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한평생 모은 전 재산을 고향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쾌척한 홍 선생의 동상을 왜 외진 곳에 세웠는지 늘 의아했다”며 “흉상 건립 취지는 나눔과 기부 정신을 받들고 배우려는 것인데 보지 못하면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군위군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30억원 기부천사의 흉상 방치한 경북 군위군...이래서 되겠습니까

    30억원 기부천사의 흉상 방치한 경북 군위군...이래서 되겠습니까

    “현금 30억원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향 후배들을 위해 내놓은 기부자의 정신을 기린다며 흉상을 제작해 놓고는 10년째 구석에 쳐 박아 놓아서야 되겠습니까” 8일 오전 경북 군위군 군위읍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1층(공연장) 입구를 들어서자 사방이 어두컴컴해 주변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은 월 2~4차례 정도 공연이 열리는 날을 제외하면 인적이 끓겨 한산한 곳이다. 군은 2010년 9월 재일교포 출향인 홍종수(2011년 작고·당시 86세)씨의 흉상을 제작해 이 건물 1층 한켠에 놓았다. 홍씨가 그 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생 모은 재산 30억원을 고향의 인재 양성을 위해 써 달라며 (사)군위군교육발전위원회(장학회)에 기부(서울신문 2010년 9월 28일자 29면)한데 대한 작은 성의 표시이자 그의 고향 사랑을 기리기 위해서 였다. 1930년대 중반 고향에서 간이학교 2년 과정을 다닌 것이 정규 학력의 전부인 홍씨는 48년 홀홀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봉제·메리야스공장을 운영해 자수성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2만여 군위주민 가운데 홍씨의 흉상이 교육문화회관 내에 설치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군이 홍씨의 흉상을 군민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사실상 방치하다시피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홍씨의 기부 10주년을 맞아 흉상을 군민·학생이 자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역에서 일고 있다. 이전 공간으로 거론되는 곳은 군위군청 현관이나 군위읍 시가지 등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군위주민은 “한 평생 사업과 근검절약으로 모은 전 재산을 고향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쾌척한 홍 선생의 동상을 왜 외진 곳에 세웠는지 늘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흉상 건립 취지는 나눔과 기부 정신을 받들고 배우려는 것인데 보지 못하면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최적지를 찾아 많은 군민의 관심과 존경을 받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군위군 관계자는 “그동안 홍 선생의 흉상을 외진 곳에 모셔둔 데 대한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향촌동 르네상스 … 바흐가 흐른다

    향촌동 르네상스 … 바흐가 흐른다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대구 역시 오래전엔 읍성이 있었던 도시였다. 대구읍성의 북쪽 성벽 아래, 그러니까 향촌동 일대가 지금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쇠락한 도심에서 문화와 예술의 성지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새삼 이 공간에 주목하는 건 옛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향촌동에 담겨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독특한 정서 때문이다. 그 시절의 이야기만 따라가도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대구가 코로나19 초반의 악몽에서 회복됐다고는 해도 여전히 거리두기는 이어지고 있다. 외지인, 특히 수도권 지역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편이니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다니는 게 좋겠다. 먼저 향촌동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피자. 그래야 왜 대구 사람들이 ‘향촌동 르네상스’를 꿈꾸는지 알 수 있다. 향촌동은 옛 대구읍성의 북쪽 성곽(현 북성로) 일대를 일컫는 지명이다. 현 대구역 맞은편에 있다. 조선 선조 때 일본 침략에 대비해 쌓은 대구읍성이 사라진 건 1906년이다. 당시 ‘야마모토 군수’라고 불렸던 친일파 박중양 대구군수가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대구읍성을 불법 철거했다. 향촌동의 최전성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였다. 헌병대 등 권부가 몰린 옛 경북도청 앞이 낮의 중심지였다면, 밤을 지배하는 곳은 향촌동이었다. 당시 대구 유흥의 중심이었던 향촌동 골목에는 사미센(일본 악기)과 일본인들의 게다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광복 이후 일제가 떠나며 쇠퇴하던 향촌동은 1950년대 한국전쟁 피란 예술인들로 다시 전성기를 맞는다. 전쟁 중이었지만 골목에는 바흐와 베토벤 음악이 흘렀고, 문학이 꽃을 피웠다. 당시 한 외신기자가 ‘폐허에서 바흐를 듣는다’고 썼던 기적의 공간이 바로 향촌동이었다. 오늘날의 향촌동이 꿈꾸는 모습 역시 바로 이 시기의 살롱 문화다. 피란 시절 북적댔던 향촌동은 예술인들이 떠나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0~1980년대 김치에 막걸리를 마시던 젊은이들마저 대구 신도심으로 눈을 돌리면서 향촌동은 60대, 70대들의 공간이 됐다. 그 골목에 이제 막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보태지기 시작한 것이다.이 동네의 모양새가 참 독특하다. 좁은 골목길을 경계로 한쪽은 젊은이들의 양지, 또 한쪽은 어르신들의 성지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향촌동 르네상스의 중심지는 복합문화공간인 ‘대화의 장’이다. 이 안에 카페 겸 펍인 대화살롱, 대화주방, 대화강당, 대화공방, 대화스튜디오 등이 밀집돼 있다. 이름에서 보듯 음식이나 장식 등이 젊은이 취향이다. 옛 한옥을 리모델링한 대화강당에서 토론 모임을 갖거나 젊은 작가들이 입주한 공방에서 여러 소품들을 살 수도 있다. ‘개화기 복장’을 갖춰 입고 인증샷을 찍으러 오는 ‘인싸’ 커플도 흔하다.대화의 장에서 50m쯤 떨어진 ‘꽃자리 다방’도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다. 화가 이중섭이 그려 준 표지화로 유명한 구상 시인의 시집 ‘초토의 시’ 발간기념회가 열렸던 공간이다. 건물도, 이름도 예전 그대로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 ‘퍼센트 14-3’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1955년 대구 군예대에서 근무하던 명배우 허장강이 이 집 안채를 세내 잠시 살았다고 한다. 아마 당시 군예대 동료였던 영화배우 박노식 등도 문턱이 닳도록 이 집을 들락거렸지 싶다. 이 카페는 수제화 골목 지나서 있다.어르신들의 중심 공간은 ‘판코리아 성인텍’이다. 이곳은 농반진반 ‘60금’ 건물이다. 60세 이하 ‘아이들’은 출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영숙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겉으로는 작아 보여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수백 명의 어르신들로 북적댄다고 한다. 어르신 놀이터는 해거름이면 파장이다. 오후 6시 무렵이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집으로 가거나, 주변 공간으로 삼삼오오 사라진다. 화려한 복장의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향촌동 골목은 좁고 구불구불하다. 그 좁은 골목을 따라 하꼬방(단칸 가건물)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적산가옥도 많다. 보통 적산가옥 하면 목조 주택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향촌동 일대 옛 살롱들의 대부분은 시멘트로 지은 건물이다. 숱한 기억들을 갈무리하고 있는 옛 건물들을 엿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시인 구상이 즐겨 묵었다는 화월여관(현 판코리아 성인텍), 지독히 가난했던 화가 이중섭이 생애 마지막 예술혼을 불살랐던 백록다방(현 갤러리모텔), 음악감상실 르네상스(현 판코리아 식당) 등이다. 이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다.피란 시절 향촌동을 넉넉하게 만든 이는 구상 시인이다. 주머니가 솜털처럼 가벼웠던 예술인들은 무시로 외상술을 마셔댔고, ‘향촌동 귀공자’ 구상 시인은 이들의 밀린 외상값을 지갑을 털어 내줬다. 이중섭이 1955년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던 백록다방은 경북여고 동기인 두 인텔리 여성이 마담이었다. 둘의 빼어난 미모와 지성미는 숱한 예술인들을 불러모았다고 한다. ‘음악은 르네상스에서, 차와 대화는 백록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나. 이중섭이 캔버스 삼아 그렸던 은박지는 미국산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이중섭을 흠모하던 시인 김광림이 구해 줬다고 한다. 물론 이중섭은 이때 번 그림값을 술값으로 탕진해 버렸다. 그가 전시회를 열었다는 미 공보원 건물은 아쉽게 사라졌다. 르네상스는 클래식 음악감상실이었다. 박용찬이란 호남의 갑부 아들이 1951년 1·4 후퇴 때 레코드 한 트럭분을 싣고 내려와 문을 열었다고 한다. 화가 김환기, 건축가 김중업, 배우 최은희와 감독 신상옥 등이 즐겨 찾았다. ‘북성로 허브’가 세 든 건물은 해방 공간의 세도가 이기붕의 신혼집이 있었던 건물이다. 고딕풍으로 멋을 낸 외관이 인상적이다. 아울러 이중섭과 소설가 최태응이 묵었던 경복여관(현 의류 가게), 이육사의 시 ‘청포도’에서 이름을 딴 청포도 다방(현 갤러리모텔 주차장), 음악다방 백조(현 아파트 공사장) 등도 안내판으로만 남은 공간들이다.대구에 가 볼 만한 일몰 전망대가 생겼다. 앞산 중턱에 있는 ‘해넘이 전망대’다. 앞산 일대의 소박한 집들과 도심의 거대한 마천루들이 붉게 물드는 장면이 제법 곱다. 입장료를 내고 올라야 하는 앞산 전망대의 해넘이가 압도적일 만큼 화려하다면 ‘해넘이 전망대’의 일몰 풍경은 어딘가 나른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준다. 해넘이 전망대 아래는 빨래터 공원이다. 이 일대 주민들의 옛 빨래터를 공원으로 꾸몄다. 빨래터 앞엔 두 그루의 수양벚나무가 있다. 지금은 잎이 졌지만 수양벚꽃이 흐드러지던 봄엔 아마 전국에서 가장 화사하고 요염한 빨래터였을 게 틀림없다. 세상 어느 남정네가 벚꽃 아래에서 빨랫방망이를 내리치는 여인네를 보며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지 않았으랴. 빨래터에서 두어 블록쯤 아래에 봉준호 영화감독의 어린 시절 집이 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봉준호 생가 복원’ 운운하는 선거 구호가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해프닝이 일었던 곳이다. 해넘이 전망대에서 굽어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그저 봄날의 꿈에 불과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납중독 소동 일으킨 ‘박가분’ 광고/손성진 논설고문

    [근대광고 엿보기] 납중독 소동 일으킨 ‘박가분’ 광고/손성진 논설고문

    “박가분을 바르시면 주근깨와 여드름이 없어지고 얼굴에 잡티가 없어져서 매우 고와집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이라는 ‘박가분’ 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알다시피 방물장수 출신 포목상 박승직이 창업한 ‘박승직 상점’은 두산그룹의 모태인데 박승직 상점이 1916년 개발해 상표 등록한 화장품이 박가분이다. 두산유리(현 테크팩솔루션)의 상표인 ‘파카 크리스탈’(Parka Crystal)의 ‘파카’는 박가분의 박가(朴家)를 영문으로 표기한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1994년에 창업했다는 ‘박가분 화장품 전문 쇼핑몰’이라는 회사가 있다. 상표권 문제는 해결됐기에 영업이 가능할 것이다. 박가분은 박승직의 부인 정정숙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정정숙은 서울 입정동에 갔다가 한 노파가 백분을 만들어 파는 모습을 보고 남편과 상의해 백분을 만들었다. 백분은 오래전부터 화장품으로 사용됐는데 조선 후기부터 백분을 제조하는 과정에 부착력을 좋게 하는 납을 넣기 시작했다. 납은 고대 이집트나 유럽에서도 화장품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납을 가열하면 겉에 하얀 가루가 돋아나는데 이를 납꽃이라 한다. 여기에 조개를 태운 흰 가루, 칡가루, 쌀가루, 보릿가루를 섞으면 백분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든 백분을 납분 또는 연분(鉛粉)이라고 했다. 박가분도 재래의 제조법을 사용했는데 인기를 끈 이유는 포장 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박가분은 지금의 분곽처럼 상자에 담아 휴대성을 높였고 분곽에는 인쇄한 상표를 붙여 눈길을 끌었다. 박가분의 인기는 날로 치솟아 하루에 1만 갑 이상 팔려 나갔다. 박가분이 날개 돋친 듯 팔리자 1930년대 들어 ‘서가분’(徐家粉), ‘장가분’(張家粉) 같은 유사품이 등장해 박승직은 소송전을 벌이며 싸워야 했다. 또한 왜분(일본제), 청분(중국제) 등 외래품까지 들어와 박가분을 위협했다. 결정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납의 유해성이었다. 박가분을 사용한 여성들의 납 중독 피해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1934년 한 기생이 박가분을 사용하다가 얼굴을 망쳤다며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정신 이상을 일으킨 기생이 박가분을 먹고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박가분은 ‘살을 파먹는 가루’라는 소문이 퍼졌고 박승직도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승직은 일본에서 전문가를 데려다 제조법을 바꿨지만 이미 박가분은 신뢰를 잃은 뒤였다. 결국 1937년 박가분 생산은 중단됐다. 그 후의 화장품 광고에는 “무연(無鉛)백분”이나 “절대로 납이 안 들었음”이라는 문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됐다.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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