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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틀러와 나치의 잔혹함… 그 뒤엔 마약이 있었다

    히틀러와 나치의 잔혹함… 그 뒤엔 마약이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 지도자들은 어떻게 600만명의 유대인을 포함해 폴란드인, 옛 소련군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을까? 언론인 출신 저자가 5년 동안 현장을 답사하고 독일과 미국의 기록물보관소를 뒤져 얻어 낸 자료들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그 열쇠를 마약에서 찾았다. 나치도 겉으로는 마약 퇴치를 외쳤지만 나치가 집권했던 1930년대 독일은 이미 마약의 나라였다. 머크, 베링거, 크놀 등 독일 제약업체들은 세계 코카인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었다. 매년 수천 킬로그램의 코카인 원료가 합법적으로 수입됐다. 19세기 초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제르튀르너는 아편에서 핵심 성분인 모르핀을 분리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고통을 쾌락으로 바꿔 주는 이 약물은 의학적 목적뿐 아니라 독일 제약회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됐다. 오죽했으면 초콜릿 견과류 과자인 프랄린에도 메스암페타민을 넣고 광고까지 만들 정도였다. 과자 하나에 메스암페타민이 무려 14㎎ 들어갔는데, 독일 병사들에게 배급한 헤로인과 코카인, 메스암페타민이 주성분인 ‘페르비틴’ 알약의 다섯 배에 이르렀다. 이렇게 마약을 일상적으로 복용한 독일군은 밤낮없이 진군했고 망설임 없이 적진으로 돌격했으며 지나는 곳을 가차 없이 밀어 버렸다. 히틀러는 그 누구보다 쉽게 마약에 탐닉했다. 저자는 서문의 첫 문장을 ‘나는 코블렌츠에서 단서를 찾았다’고 썼는데 연방기록물보관소에서 히틀러의 주치의 테오도어 모렐의 일지에 적힌 ‘Inj. w.I’와 ‘x’가 ‘매일 주사’와 ‘수상한 물질’임을 깨닫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히틀러는 헤로인보다 강한 쾌감을 주는 것으로 유명한 ‘오이코달’을 투약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책장을 들추면 히틀러의 말로를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 [책꽂이]

    [책꽂이]

    바다를 주다(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리드비 펴냄) 우리에겐 휴양지로 익숙한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다. 주일 미군이 주둔해 개발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라 어린 딸을 키우는 저자가 오키나와의 과거를 돌아보고, 참담한 현재를 생생히 전한다. 2021 일본 서점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작. 260쪽, 1만 5000원.스위핑홀(안지숙 지음, 걷는사람 펴냄) 아픈 엄마를 살리려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한 유진은 브로커를 만났다가 위기에 처하고, 알렉스의 도움을 받는다. 그는 유진을 나무달 카페로 데려가는데,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삭제하고 스위핑홀이라는 공간으로 보내는 ‘디 오더’ 본거지였다. 장기 불법매매 사건을 두고 디 오더와 약탈자 간 승부를 다룬 SF 소설. 292쪽. 1만 5000원.퇴마 정치(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022년 대선이 윤석열의 승리로 끝나자 민주당은 공포에 사로잡혀 탄핵까지 거론하는 이른바 ‘퇴마 정치’에 목숨을 건다. 저자는 민주당이 ‘윤석열 악마화’에 올인해 단순무식해졌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의 비극은 이런 패거리 부족주의에서 자유로운 ‘외로운 정치인’이 거의 없어서라고 진단한다. 252쪽. 1만 5000원.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유수연 지음, 에이도스 펴냄) 신경과 의사로 일하는 저자가 고전을 의학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빨강머리 앤’ 등 문학작품뿐 아니라 ‘라 트라비아타’,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뮤지컬, 그리고 각종 신화 속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의 정신건강을 살펴보고 진단하며 입체적으로 고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230쪽. 1만 6000원.한일 근대인물 기행(박경민 지음, 밥북 펴냄) 19세기 중후반 동아시아에서 왜 일본만 자발적인 개국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철종이 등극하고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될 때까지 1850년부터 55년간을 따라간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39인의 활약상과 행적을 살피고, 이들의 삶이 곧 양국의 운명을 갈랐다고 주장한다. 448쪽. 2만원.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김장실 지음, 선 펴냄) 경험과 관찰, 그리고 사색에서 얻은 지혜를 따뜻한 그림과 함께 담아낸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에세이집. 문화예술종교 분야 전문 정치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만큼 예술과 정치를 바라보는 눈이 생생하다. ‘관심, 의지, 체세, 예술, 사색, 회상’ 6개장으로 나눠 58편의 에세이를 실었다. 212쪽. 1만 5000원.
  • 히틀러와 나치의 광기, 마약이 가져다준 ‘완벽한 환각’

    히틀러와 나치의 광기, 마약이 가져다준 ‘완벽한 환각’

    아돌프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600만명의 유대인들을 비롯해 수많은 폴란드인, 옛 소련군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명령을 내릴 수 있었을까? 기자 출신으로 여러 편의 소설을 쓴 노르만 올러가 5년 동안 현장을 답사하고 독일과 미국의 기록물 보관소들을 뒤져 찾아낸 자료들에 근거해 2015년에 쓴 책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열린책들)는 마약에서 열쇠를 찾았다. 역사학자 한스 몸젠이 후기를 썼는데 “이 책은 역사의 전체 그림을 바꾼다”고 했다. 원제는 ‘완벽한 환각’으로 옮길 만한 ‘Der totale Rausch’이다. 선택받은 아리아인들의 세계를 세우려 했던 나치는 겉으로야 마약 퇴치를 외쳤다. 하지만 나치가 집권했던 1930년대 독일은 이미 마약의 나라였다. 메르크, 베링거, 크놀 등 독일 제약업체들은 세계 코카인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다름슈타트의 메르크 사에서 제조된 코카인은 우수한 품질로 정평이 나 중국에서는 이 상표가 수백만 번 넘게 무단 도용됐다. 함부르크는 천연 코카인의 유럽 허브였다. 매년 수천㎏의 코카인 원료가 합법적으로 수입됐다. 19세기 초 독일 화학자 제르튀르너는 아편에서 핵심 성분인 모르핀을 분리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고통을 쾌락으로 바꿔주는 이 약물은 의학적 목적뿐 아니라 독일 제약회사의 큰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됐다.오죽했으면 초코 견과류 과자인 프랄린에도 메스암페타민을 넣고 이를 광고로까지 홍보할 정도였다. 이 책의 62쪽에 광고 사진이 실려 있는데 문구가 상당히 충격적이다. ‘엄마의 예쁜 도우미, 항상 기쁨을 선사하는 힐데브란트 프랄린!’ 카페인과 달리 인체에 무해하다는 문구와 함께 3~9개는 먹어도 괜찮다면서 집안일이 수월해지고 살도 빠진다고 했다. 과자 하나에 메스암페타민이 무려 14㎎ 들어갔는데 독일 정부가 육군을 비롯해 공군, 해군 병사들에 배급한 헤로인과 코카인, 메스 암페타민이 주성분인 ‘페르비틴’ 알약의 다섯 배에 이르렀다. ‘열차는 정확했다’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하인리히 뵐이 페르비틴을 보내달라고 부모에게 편지를 썼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약을 일상적으로 복용한 독일군은 밤낮 없이 진군했고 망설임 없이 적진으로 돌격했으며, 지나는 곳을 가차 없이 밀어버렸다. 독일 장군 중 가장 유명한 에르빈 로멜과 나치 정권의 2인자 헤르만 괴링, 친위대장 하인리히 힘러 등 군 수뇌부도 마약을 즐겼다. 당시 독일 국방 생리학연구소장인 오토 랑케는 이 모든 상황에 눈을 감았고, 마약은 독일군에서 무차별적으로 전파됐다. 히틀러도 그 누구보다 쉽게, 원하는 때 마약을 즐겼다. 저자는 서문의 첫 문장을 ‘나는 코블렌츠에서 단서를 찾았다’고 적었는데 연방 기록물보관소에서 히틀러의 주치의 테오도르 모렐의 일지에 휘갈겨 적힌 ‘Inj. w.I’와 ‘x’가 ‘매일 주사’와 ‘수상한 물질’임을 서서히 깨닫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히틀러는 헤로인보다 강한 쾌감을 주는 것으로 유명한 ‘오이코달’을 투약하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모렐은 히틀러를 뒷배 삼아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매일같이 300㎞를 운전해 고가의 도핑제와 스테로이드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손에 넣었다. 환자 A(히틀러)가 무탈함을 증명하려고 수시로 약물을 투여했다. 제정신이 돌아오게 되면 무모하고 미친 짓임을 알아차릴까 싶어 그랬다는 것이다. 책장을 들추면 히틀러의 말로를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저자는 ‘슈피겔’ 기자로 일하면서 1995년 첫 장편 ‘할당기계(Die Quotenmaschine’을 썼는데 세계 최초의 인터넷 소설이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 대해 글을 썼고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도 머무른 적이 있다. 2008년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팔레르모 슈팅’ 각본 작업에도 함께 했다. 친하게 지냈던 DJ로부터 나치들이 약물에 쩔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희귀한 자료들을 뒤져 2015년 이 책을 썼다. 파라마운트가 영화 판권을 샀다는데 넌픽션을 어떻게 영화로 엮을지 궁금하다. 책의 맨 앞 장에 ‘몰락할 운명의 정치 체제는 본능적으로 몰락을 재촉하는 일을 많이 한다’는 장 폴 사르트르의 경구가 인상적이다.
  • 원작자도 반했다, 이토록 화려한 물랑루즈

    원작자도 반했다, 이토록 화려한 물랑루즈

    캉캉춤·의상 등 제작비만 395억 영화보다 음악·스토리텔링 풍성 첫 공연 깜짝 방문한 루어먼 감독 “수많은 무대 중 단연 특별” 극찬“지나가다가 ‘물랑루즈’ 간판이 있길래 들어왔습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물랑루즈’를 보고 있는데 정말 특별하네요.”(영화감독 배즈 루어먼)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파리 클럽 물랑루즈가 지난 20일 마침내 한국에 상륙했다. 201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지난해 토니상 10관왕을 휩쓴 ‘물랑루즈!’의 아시아 공연은 한국이 최초다.뮤지컬 ‘물랑루즈!’는 루어먼 감독이 2001년 만든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1899년 파리 물랑루즈에서 최고의 가수 사틴이 재정이 어려워진 클럽을 살리기 위해 투자자를 구하다 우연히 만난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화려한 쇼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진솔한 사랑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공연장인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 관객들이 들어서는 순간 2022년의 서울은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가 된다. 지상 최고의 클럽답게 작품 속 물랑루즈는 캉캉춤을 비롯해 화려한 쇼가 일품이다. 이 화려함과 즐거움은 사전 제작비만 395억원에 달하는 뮤지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사틴이 16벌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는 데다 찬란한 조명과 무대장치,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이 어우러져 원작 못지않은 감동을 전한다. 관객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물랑루즈!’의 한국 상륙을 반겼다. 한국판 ‘물랑루즈!’는 20일 첫 공연에 깜짝 방문한 루어먼 감독조차 반할 정도였다. 루어먼 감독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완벽한 공연이었다”면서 “전 세계 수많은 뮤지컬 ‘물랑루즈!’ 프로덕션을 보고 있는데 한국 프로덕션의 아름다움은 정말 특별하다. 유독 감정선이 진하고 페이소스가 많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관객이 주는 에너지를 가장 좋아한 루어먼 감독은 “이렇게 젊은 관객들은 전 세계에 없다”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에너지를 보여 주는 관객들로 한국 뮤지컬의 미래는 매우 밝아 보인다”고 했다. 뮤지컬 버전에서는 영화보다 더 풍성해진 음악으로 20년 전 작품의 매력을 더했다. 음악감독 저스틴 르빈은 “영화에서는 음악 없이 처리된 부분이 무대에서는 음악을 덧입히는 등 뮤지컬은 영화보다 음악적으로 훨씬 더 풍부하다. 스토리텔링에서도 음악이 두드러진다”면서 “루어먼이 팝음악을 영화로 끌고 들어와 큰 성공을 거뒀다면 이후 20년간 더욱 발전한 팝음악들을 더 많이 뮤지컬에 갖고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에는 자크 오펜바흐부터 레이디 가가까지 3개 대륙에서 160년 동안 사랑받아 온 음악 70여곡이 편곡돼 담겼다. 영화에서 니콜 키드먼이 매혹적으로 연기한 사틴은 반년 이상 걸린 오디션을 거쳐 아이비와 김지우가 맡았다. 원작보다 조금 더 진취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김지우는 “뮤지컬에서의 사틴은 조금 더 강인한 여성 모습으로 그려졌다”면서 “모든 장면마다 물랑루즈를 살리기 위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는 부분이 표현돼 있다”고 말했다. 아이비와 김지우 모두 처음 사틴을 봤을 때 강렬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감격을 드러냈다. “오히려 초연이라 부담이 덜하다”는 아이비는 “굉장히 많은 힐링과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지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퀄리티의 공연을 느껴 보고 싶다면 꼭 오셔야 한다”고 관객들을 초대했다. 내년 3월 5일까지.
  • 메가박스 ‘베를린 필하모닉 갈라’와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중계

    메가박스 ‘베를린 필하모닉 갈라’와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중계

    극장을 뛰어넘어 공간 플랫폼을 지향하는 메가박스의 큐레이션 브랜드 ‘클래식 소사이어티’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갈라 프롬 베를린’과 새해를 맞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스크린에 중계 상영한다. 메가박스가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세계 최초로 극장에서 실시간 중계한 것이 2013년이었으니 이번이 11회가 된다. 이듬해 베를린 필하모닉 갈라 프롬 베를린이 추가되며 클래식 라이브 신년 음악회는 지난 10년 동안 6만 5000여명이 관람하는, 명실상부 극장 대표 클래식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베를린 필하모닉 갈라 프롬 베를린’은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과 함께 하는데 새해 둘쨋날 오후 7시 상영한다. 올해 연주 프로그램은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흐름을 만든 거장들의 대표작들로 꾸며졌다. 동시대를 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베르디, 잔도나이, 지오다노, 마스카니의 곡과 함께 클래식 명작 ‘대부’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작곡한 니노 로타의 초기 작품이 연주된다. 대미는 차이콥스키의 이탈리아 기상곡으로 새해 첫 무대의 설렘을 전한다.새해 첫날 오후 7시 상영하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매년 첫날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생동감 넘치는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세계적인 클래식 이벤트다. 오케스트라 자체의 독립성을 지키려고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는데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2011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지휘봉을 든다. 그는 1979년 카라얀 국제 지휘자 콩쿠르 결선에 최연소로 진출해 대중에 이름을 알린 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지휘자로 성장, 현재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과 미국의 5대 관현악단으로 손꼽히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역사에 처음으로 슈트라우스 일가와 쌍벽을 겨루던 칼 미하엘 질러와 같은 시기 빈에서 활동한 작곡가 프란츠 폰 주페, 요셉 헬메스버거의 곡이 연주된다. 최초로 출연하는 빈 소녀 합창단과 7년 만에 빈 필하모닉과 함께 하는 빈 소년 합창단이 음악회를 더욱 빛낸다. ‘2023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와 ‘베를린 필하모닉 갈라 프롬 베를린’은 각각 메가박스 46개 관, 24개 관에서 상영되며 상영시간은 각각 150분(인터미션 20분), 90분이다. 이번 공연은 일반관 뿐만아니라 ‘돌비 시네마’, ‘MX’, ‘더 부티크 스위트’ 등 다양한 특별관에서도 진행돼 더 생생하고 편안하게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할인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지난 2년 동안 무관중으로 치러지거나 좌석 띄어앉기 등으로 축제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는 데 한계가 있었으나 이번은 음악과 축제를 만끽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기대를 키운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눈물을 씻어 주는 크리스마스/‘일당백’ 유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눈물을 씻어 주는 크리스마스/‘일당백’ 유튜버

    크리스마스가 모레다. ‘하늘엔 영광, 지상엔 평화’를 상징하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지 2000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변함없이 아수라장이다. 이 땅에 구세주가 내려왔다는 대사건이 판명하기 힘든 믿음의 영역에 속해서일까. 실제 12월 25일을 성탄절로 만든 주체는 로마 제국이다. 기독교를 공인한 뒤에 메시아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일을 만들었다. 그리스도와 미사를 합쳐서 크리스마스다. 밤이 가장 긴 동지 이후 태양이 부활한다는 풍속을 기독교의 신성을 강화하는 데 이용했다. 마침 12월 25일은 로마의 동지였다고 한다. 가을에 거둬들인 곡식에다 가축을 도살해서 고기도 많으니 ‘어린양’을 떠받드는 ‘작은 새해’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말구유에서 난 갓난아기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극적 서사답게 성탄절의 주인공은 어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사는 딴판이다. 종교개혁으로 등장한 신교도에게 크리스마스는 가톨릭의 날이었다. 예수가 아니라 포도주의 신 바쿠스를 추앙하는 폭음과 폭식의 향연이며 악의 축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9세기 중엽까지도 과식과 만취의 전통은 계속 이어졌다. 아이를 위한 날은 없었다. 성탄절을 나눔과 베풂의 축일로 자리잡게 한 일등 공신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다.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 개과천선해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패권국가로서의 물적 토대도 내부적 자원 배분에 여유를 갖게 했다. 아무튼 하나의 중편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축제를 만들었다. 하인에게는 상자에 음식이나 돈, 선물을 담아 주고 휴일을 줬다. 빈민들은 교회에서 기부품으로 채워진 박스를 선물받았다. 무엇보다 어른에서 어린이로 권력이동이 이뤄졌다.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클로스, 카드가 도입되고 흥겨운 캐럴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물과 정찬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서구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 행사로 위상이 승격된 것은 이때부터다. 오랜 관습으로 여겨졌던 크리스마스가 사실은 소외된 아이와 가난한 이웃을 대접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전통’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크리스마스는 바쿠스에 가깝다. 종교 행사나 가족 모임이 아니라 환락의 파티로 변용되곤 했다. 광복 직후부터 1982년까지 실시한 야간 통행금지를 예외적으로 풀어 주는 드문 날이었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통제와 감시에 억눌렸던 감정들이 해방되다 보니 대규모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오면서 광란의 밤을 보냈다. 언론인 민병욱에 따르면 가장 떠들썩했던 성탄절은 1964년이다. 그해 서울 인구는 약 350만명인데 24일 오후부터 명동과 종로에 35만 인파가 흘러넘쳤다. 지금 고희를 훌쩍 넘긴 당시 청소년들은 뿔피리를 불고 기괴한 복장과 가면으로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한반도에 기독교가 들어온 지 수백년이 지난 만큼 19세기 영국처럼 성탄절을 새롭게 조명할 때가 아닌가 한다. 예수의 출생은 양극화와 다문화 문제가 대두된 오늘날 하나의 실마리다. 가장 낮은 곳, 마구간에서 독생자는 태어났다. 먼 곳에서 온 동방박사가 탄생을 축하했다. 약자와 이방인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예수는 처음부터 가난한 사람과 나그네에게 열려 있는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과 평화의 세상은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라 있어야 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눈물의 골짜기’를 통과하는 속인의 의무일 것이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 ‘제7의 봉인’은 어떤 인생도 아무런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선포한다. 고달픈 삶에서 터져 나오는 고통과 슬픔의 눈물을 하늘에서 내려온 빗물이 씻겨 준다는 것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자들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든 이슬을 닦아 주실 구원의 크리스마스에 다시 기대를 건다.
  • 십자가 지고 걷던 800m 길, 2000년 세계사 ‘다 이루었다’

    십자가 지고 걷던 800m 길, 2000년 세계사 ‘다 이루었다’

    처형장 골고다 언덕으로 가는 길14개 주요 지점에 기념 교회 존재순례객 몰려… 역사적 상황 재현도예수 무덤, 주검 놨다던 돌판 있어 겟세마네교회, 2000살 나무 남아 유대·이슬람교 성지 중복돼 긴장“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요한복음 19장 30절)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에게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예수는 빌라도의 법정부터 골고다 언덕까지 800m 정도 되는 길을 걷는다.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동안 예수는 수많은 모욕과 조롱 속에 채찍을 맞고, 쓰러지고, 십자가에 못 박히고, 끝내 십자가에 달려 최후를 맞는다. 세속의 눈으로 보면 초라하게 끝난 죄인의 삶이지만 예수의 죽음은 인류 역사를 바꾼 가장 위대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예수가 고난을 당하며 걸어간 이 길은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로 불린다. ‘십자가의 길’ 또는 ‘고난의 길’이란 뜻이다. 800m에 불과하지만 지상에서 천상으로, 순간에서 영원으로 향한 신성함이 깃들었다. 빌라도의 법정부터 예수의 무덤까지 역사적 의미가 있는 14지점이 있고, 지점마다 기념 교회가 있다. 이곳에서는 십자가를 지고 예수가 갔던 길을 걷는 무리를 종종 볼 수 있다. 예수처럼 꾸미고 14년째 이 길을 쉬지 않고 돌고 있는 ‘21세기의 수도자’ 제임스 조지프도 만날 수 있다.‘비아 돌로로사’는 정확한 고증이 어려워 시대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현재의 길은 십자군 시대부터 정해져 19세기에 확정됐다. 1지점은 십자가의 행렬이 시작된 빌라도의 법정 자리다. 맞은편에는 채찍을 맞은 것을 기념한 2지점으로 십자가를 짊어진 이들이 여기서 출발한다. 십자가를 지고 쓰러진 3지점, 어머니 마리아를 보고 멈췄다는 4지점을 지나면 구레네 시몬이 대신 십자가를 진 5지점을 지난다.여인들이 울며 따른 6지점, 다시 넘어진 7지점, 예루살렘의 딸들에게 말을 전한 8지점, 마지막 넘어진 9지점을 지나면 ‘비아 돌로로사’의 정점을 이루는 무덤교회에 이르게 된다. 군인들에게 옷을 뺏기고(10지점), 십자가에 못 박히고(11지점), 골고다 언덕에 세워지고(12지점), 시신이 누이고(13지점), 무덤에 묻힌(14지점) 곳이 무덤교회 안에 있어 순례객들이 몰린다. 교회를 들어가면 정면에 보이는 곳이 예수의 시체를 누인 13지점인데 많은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고 깨끗이 닦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교회 내의 다른 지점과 달리 사방이 개방형으로 누구나 기다리지 않고 마주할 수 있어 오가는 많은 순례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죽음과 부활의 현장인 예수의 무덤에는 특히 더 경건함이 감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30분은 줄을 서야 한다. 성인 남성 4명 정도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사각형의 공간에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주검이 놓여 있었다는 돌판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기도하고 싶은 순례객과 다음 순례객을 위해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는 관리자의 마음이 충돌하기도 한다.성경에는 “요셉이 세마포를 사서 예수를 내려다가 그것으로 싸서 바위 속에 판 무덤에 넣어 두고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으매”(마가복음 15장 46절)라고 나와 있어 원래는 동굴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무덤만 남기고 주위를 깎아 하나의 건물처럼 만들었다. 예루살렘 성 밖에도 성지가 많다. 승천한 장소를 기념하는 예수승천교회는 이슬람이 지배하면서 모스크로 지었고, 지금도 이슬람 자본의 소유다. 다만 승천주일에는 기독교에 내줘 종파들이 돌아가면서 예배를 드린다. 예수를 선지자의 하나로 여기는 무슬림들도 이곳을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예수가 제자들에게 주기도문을 가르친 것을 기념한 주기도문교회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벽에 주기도문이 적혀 있다. 겟세마네교회에는 수령이 2000년이 넘은 나무가 철책에 둘러싸여 있다. 현지 안내를 맡은 이강근 박사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올리브나무로 이 나무는 예수님을 봤을 거라고 해서 홀리 올리브나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베드로통곡교회를 방문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여기가 베드로가 세 번 부인한 장소”라며 “예수님이 이곳에서 묶여 채찍질을 당하셨다”고 설명했다. 베드로가 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한다고 했던 내용을 따라 교회 지붕에 닭 모양 조각이 걸린 것을 볼 수 있었다.한국처럼 유대교나 이슬람교의 교세가 약한 나라에 사는 기독교인들은 예루살렘이 기독교가 융성한 도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해서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길이 50m, 높이 20m의 ‘통곡의 벽’ 앞에서는 종일 수많은 유대인이 울며 기도하고, 무슬림들은 금요일 낮에 성전산 모스크로 대거 몰려 무언의 무력시위를 펼친다. 이 지역을 둘러싸고 2000년 넘게 주인을 자처한 이들이 다툰 역사의 흔적은 현재의 아슬아슬한 평화로 남아 있다.유대인들의 슬픈 역사가 서린 ‘통곡의 벽’은 종교를 떠나 누구에게나 마음을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장소다. 서쪽벽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나라 잃은 유대인들이 성전이 파괴된 것과 나라 잃은 처지를 슬퍼하며 통곡했다고 한다. 꼭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가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소망을 담아 적고 기도하고 간다. 세상 모든 슬픔을 받아 주는 이 벽의 틈에는 더 슬퍼지지 않도록 소원을 적은 쪽지가 가득해 신에게 의지하는 인간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절대권력의 종말/우석대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절대권력의 종말/우석대 명예교수

    루이 14세(1638~1715)는 다섯 살도 되기 전에 왕위에 올라 무려 72년간 다스렸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영화 ‘왕의 춤’에서 보듯이 그는 궁정 발레에서 ‘태양왕’ 역을 맡아 춤을 췄고 이때부터 태양왕으로 자처했다. 그는 권위 확립의 수단으로서 ‘연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한 인물로, 그의 초상화에 묘사된 절대군주의 풍모도 정교하게 꾸며낸 것이었다. 그가 건축한 베르사유궁전은 전략적 연출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다. 궁전은 하나의 무대였다. 주연 배우인 국왕은 권력 과시를 위한 화려한 의식을 거행함으로써 귀족들을 매혹해 복종토록 했다. 귀족들은 태양왕의 행차가 궁전을 장엄하게 통과할 때 잠깐만이라도 왕과 대화를 나누는 특전을 누릴 수 있기를 꿈꿨다. 1666년 과학 아카데미를 세워 과학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케플러, 갈릴레이가 이끈 17세기의 과학혁명은 태양중심설을 끌어냈는데, 태양 중심 우주관은 태양왕의 영광을 더욱 빛내는 것이었다. 군주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한 다음 단계는 전쟁이었다. 루이가 1680년대에 죽었다면 그의 명성은 최고조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말년의 루이는 성과 없는 전쟁에 집착해 프랑스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갔다. 국가 빚이 1683년에서 1715년 사이에만 10배 늘었다. 파리를 비롯해 모든 도시에 굶어 죽거나 전염병으로 사망한 시체가 즐비했다. 그는 프랑스를 ‘위대한 국가’로 만들고 싶어 했으나 백성의 복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는 작동하지 못했다. 19세기 프랑스 역사학자 기조는 “루이 14세 치하의 프랑스는 국왕의 불합리한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결국 냉정한 시간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대혁명의 씨앗은 이때 뿌려진 셈이다. 루이 14세는 죽기 직전 증손자인 루이 15세에게 말했다. “너는 나처럼 건축과 전쟁에 너무 몰두하지 마라. 백성을 편안히 만드는 일에 힘써라.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구나.” 하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그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루이 14세의 영구 행렬이 지나갈 때 달려가서 욕을 퍼부을 가치도 못 느꼈다.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부질없는 권력이다.
  • 도심 첨단 산업시대, 소수의 특구… 다양한 기능 연계되는 도시에 조성해야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도심 첨단 산업시대, 소수의 특구… 다양한 기능 연계되는 도시에 조성해야 [마강래의 함께 살아가는 땅]

    IT·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융복합적 지식 얻기 쉬운 대도시최첨단산업·좋은 일자리 싹쓸이 특구 전국에 800여곳… 지정 남발산업·시장 흐름 제대로 읽지 못해이곳저곳에 공장 몰아넣기식 설계 위치도 도심과 떨어져 효과 상실수도권 내 기업 유치에 무리 없는KTX 역세권 등에 특구 만들어야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이곳저곳에서 유행처럼 퍼져 나갈 즈음의 느낌이 생생히 기억난다.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는 놀라움? 그게 아니다. 또 누군가가 호들갑을 떨며 세상의 변화에 차수를 더해 가며 용어 하나를 더 만들고 있다는, 짜증에 가까운 느낌이었던 듯하다. 3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보급된 지 15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왔다고? 나의 무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내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눈여겨보지 못했다. 도시계획을 하는 연구자로서 놀랍도록 달라진 기업 입지의 변화를 보기 전까지는. 구산업이 지고 신산업이 뜨면 일자리의 종류도 달라진다. 일자리의 변화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작용했고, 이는 공간구조를 바꾸는 주요한 동인이 돼 왔다. 이건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도시계획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자리가 생기는 곳은 번성하고, 그러지 않는 곳은 쇠락한다. 이 법칙에서 벗어난 도시는 지구상에 없다. 산업혁명은 18세기 중후반에 일어났다. 이때 도시는 철도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해진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이 대표적인 예다. 이 역은 산업혁명이 무르익었던 1850년에 지어졌다. 당시 킹스크로스역은 북부의 광산에서 채굴된 석탄과 런던에서 생산된 공산품이 오가던 거점 정류장이었다. 철도역 주변에 일자리가 많이 생겼고 지역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화물을 실어 나르던 기차가 선박과 트럭 등으로 대체되면서 킹스크로스역 일대는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내가 런던에서 유학 중이던 20년 전만 해도 킹스크로스역 주변은 어둡고 음습한 곳으로 남아 있었다. 런던에 머무는 4년 동안 킹스크로스역 주변을 가 본 적이 없다. 홍등가와 마약 거래가 판쳤던 곳이란 흉흉한 소문 때문이었다. 19세기 중후반에는 전기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이 대세가 됐다. 바로 2차 산업혁명이다. 이 변화의 정점에는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있었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넓은 토지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가 필요했다. 생산의 중심지가 도시 외곽의 산업단지로 옮겨졌다. 기업의 활동이 주로 도시 외곽에서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20세기 중후반에는 컴퓨터, 인터넷, 반도체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때도 ‘생산의 터’로서 도시 외곽 산업단지나 연구단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4차 산업혁명… 기업 도심 회귀 현상 하지만 21세기 초반에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달랐다. 기업의 도심 회귀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심 내 다양한 기능이 융복합적 지식을 얻는 데 유리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도시 중에서도 대도시로, 대도시 내에서도 광역교통의 결절점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첨단 정보기술(IT),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알짜배기 산업들은 대도시가 싹쓸이하고 있다. 그럼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런던에서 가장 핫한 지역 중 하나로 변했다. 메타·구글·삼성 등 첨단 IT 기업이 몰려들었다. 1852년에 지어진 창고를 개조해 세계적인 예술대학인 ‘센트럴세인트마틴스’를 유치했다. 저녁에는 트렌디한 펍과 레스토랑을 찾는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이제 우리나라를 보자. 우리도 똑같이 산업구조의 변화가 일자리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변화는 지역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판 산업혁명의 본격적 시작은 1960년대부터다. 농업이 지고, 공업이 떴다. 이때 수많은 공장이 도시에 생겨났다. 도시는 대량생산의 핵심 기지가 됐다. 대규모 인구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이촌향도’ 현상이 나타났다. 중화학공업으로 방향을 튼 1970년대 이후 30년간 도시 외곽에 수많은 산업단지가 생겨났다. 산업단지 주변으로 근로자가 몰리며 도시가 팽창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산업이 성장했다. 외곽 산업단지뿐만 아니라 대도시 첨단산업이 동시에 성장했다. 2015년 이후에는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대다수가 수도권을 고집하고 있다. ●일자리 흡입 ‘대도시의 승리’ ‘도시의 승리’라는 책 제목처럼 다시 도시가 일자리를 흡입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도시의 승리’이고, 대도시 중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수위도시’의 승리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대도시로 쏠리는 현상은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수도권이나 수위도시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에서는 런던, 오스트리아에서는 빈, 체코에서는 프라하, 벨기에서는 브뤼셀의 성장으로 각 국가 내에서도 지역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곳을 수도권으로, 가장 뒤처진 곳을 경상북도로 밝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큰 도시만 승승장구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첨단기업의 생존에 청년 인재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커졌고, 청년들에겐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지가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도권으로 이주하려는 기업에 ‘왜 지방을 떠나려 하는지’를 물으면 하나같이 똑같은 답을 한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혁신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비슷한 대답은 예비 근로자들인 청년들로부터도 들을 수 있다. 청년들에게 ‘왜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하려 하는지’를 물어보면 ‘일자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끔은 학업적 이유를 대기도 하는데, 이 또한 잘 들여다보면 일자리와 관계가 있다. 수도권에서 학업을 이어 가야 수도권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은 청년 인재가 없어 지방을 떠난다고 말하고, 청년은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방 문제를 다루는 세미나에서 흔히 듣는 건 전통 시장에서 청년상인의 창업을 지원하고, 청년농부를 위해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떠나는 청년들이 지방의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섭섭해하기도 했다. 가장 많이 보인 슬로건은 “청년이 돌아와야 지방이 산다”였다. 맞다. 청년이 지역에 머물러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청년상인이나 청년농부가 내게는 근본적 대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나머지 한 신문 칼럼에 다음과 같이 토로한 적도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당신이 청년이라면 쇠락하는 지역으로 돌아가 남은 50년을 불사를 자신이 있겠는가.” 청년을 붙잡고 무너지는 지역경제를 되살릴 방법이 있을까. 원인 진단이 제대로 돼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책을 낼 수 있다. 진단이 틀리면 해결책도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보수가 높은 대기업이나 첨단기업에 취업하길 원한다. 그게 없기 때문에 청년들이 떠나는 것이다. 쇠퇴 지역은 산업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선 신산업이 성장하고 있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산업도 쇠퇴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중이다.●기업엔 ‘특별함’ 없는 특구 정부가 이걸 모르고 있던 건 아니다.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특구’를 만들었다. 특구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특별한 혜택을 주는 구역’이다. 기업에 세금과 부담금을 깎아 주고, 규제를 줄여 주고, 고용보조금도 지급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특구 제도가 더해졌다.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학융합지구’를 도입했다. 특히 2010년대 후반에는 비수도권에도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결과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자유특구’를, 산업부는 ‘국가혁신융복합단지’를 도입했다. 낙후된 곳이나 쇠퇴하는 곳에 성장 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혁신지구’도 만들었다. 도입 목적 또한 ‘균형발전을 위한’ 특구가 대부분이다. “지역의 자립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여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의 혁신적이고 전략적인 성장에 기여…”(지역특화발전특구), “산업 입지의 원활한 공급과 산업의 합리적 배치를 통하여 균형 있는 국토개발과…”(국가·도시첨단산업단지), “국가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성장 거점…”(국가혁신융복합단지), “외국인 투자와 기업 유치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함을 목적…”(경제자유구역) 등이다. 너무나 명확하게도 특구는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정부가 이리도 노력을 하는데 지방의 청년들은 왜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가.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너무나 많은 특구가 전국 방방곡곡에 지정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산업부, 문체부, 중기부, 농식품부, 해수부, 과기부, 행안부, 환경부, 기재부, 보건복지부 등 11개 부처는 경제특구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10월 현재 전국에 800곳이 넘는 지구가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 기초지자체가 226개인 점을 고려한다면 800곳의 특구는 과도함을 넘어 부적절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특구의 증가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개발불능지를 제외한 대부분을 땅을 특구가 덮을 기세다.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특별한 룰이 적용되는 특구를 온 동네에 지정하니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모두에게 30% 할인쿠폰을 주면 더이상 할인쿠폰이 아닌 것처럼 특구는 기업에 특별한 곳이 아닌 ‘당연한’ 것이 돼 버렸다. 두 번째로 특구의 ‘위치’가 첨단산업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특구가 도심과 떨어진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땅값이 싼 논과 밭을 매입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혁신적 아이디어는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힐링하는 중에 생기지 않는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뒤섞여 대화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전원에 자리잡은 산업단지는 심심함 그 자체다. 문화, 여가, 교육 등의 어메니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지엔 깍두기처럼 반듯한 공장들이 가득하다. 낮에는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로 북적이지만 밤에는 모두가 빠져나가 어둡고 스산한 곳이 된다. 그냥 딱 일만 하는 곳이다. 특구 내에선 일 외에 할 것이 없다. 유사한 공장을 몰아넣는 방식으로 특구를 만들어서다. MZ세대는 거주지와 가까운 직장을 원한다. 그리고 그 직장 주변이 상업, 문화, 여가활동으로 북적이는 곳을 선호한다. 청년들은 이렇지 않은 곳을 꺼린다. 그러니 혁신기업들도 올 생각을 않는다.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특구 필요 특구가 효과가 없었던 이유를 이제 한마디로 정리해 본다. ‘전국 이곳저곳, 도시 외곽에, 공장만을 몰아넣는 방식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정된 특구는 1970~90년대 우리 경제를 이끌었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앞으로는 ‘소수의 특구를, 성공할 만한 도시의 중심부(도심)에다, 다양한 기능이 연계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과거의 방식과는 완전히 반대로 가야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난립한 특구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특히 입지적으로 위계가 가장 높은 곳에 특구를 만들어 ‘특구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특구 조성의 최적지는 KTX 역세권 등 광역교통의 결절점이다. 그래야 수도권 내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다. 또한 근로자들이 주변의 의료, 문화, 상업 등의 생활 인프라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산업구조 변화에 맞추어 설계된 특구다. ‘산업정책’과 ‘공간정책’을 연계해 지방 대도시 거점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 이것만이 시장의 흐름이 만들어 낸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방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 우크라에 성탄절 휴전 없어…젤렌스키 “러시아 전쟁 실수 인정해야”

    우크라에 성탄절 휴전 없어…젤렌스키 “러시아 전쟁 실수 인정해야”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크리스마스 휴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 1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평화 협상의 첫 단계로서 크리스마스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15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이 “크리스마스 또는 새해 휴전은 우리 의제에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가 수용하지 않을 휴전 조건을 내걸면서 ‘크리스마스 휴전’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전쟁을 중단하면 러시아는 더 강력해져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공개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돈바스에서 이미 봤다”며 “그들은 영토 일부를 빼앗고 한동안 멈췄다가 더 강력한 점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집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리 땅에 와서 전쟁하는 것이므로 그들이 물러나야 한다”며 “지금 멈추자고 하면 아무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미 10개월째로 접어든 전쟁 탓에 많은 생명이 희생될 것이라는 지적에 “러시아가 와서 우리 국민을 죽이는데 우리는 ‘다 가져가라. 우린 폴란드로 가겠다’고 해야 하나”라며 “대다수는 남아서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침공 전인 2월 23일 기준의 국경선으로 되돌리고 전쟁을 중단하는 방안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두고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보안 보장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언급했다. 이는 러시아·미국·영국이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반환을 조건으로 안전 보장을 약속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 당시 국경으로 철수하면 외교가 시작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쟁 실수를 빨리 인정하면 생명을 더 오래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토에 관해 타협하려는 사람은 없다. 전쟁을 일으킨 이들을 증오하게 됐고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황에 관해 동부 지역은 현재 매우 힘든 상황으로 세계 2차 대전과 같고, 폭격과 포가 있는 실제 전쟁이라고 전했다.남부 아조우 지역과 자포리자에는 전기도 물도 아무것도 없고, 헤르손은 탈환됐지만 드니프로강 반대편에서 포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 키이우는 아주 위험하진 않지만, 로켓과 이란 무인기 공격이 시작됐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초기에 승리란 가능한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변함이 없다”며 “영토를 지킨다는 것의 유일한 의미는 생명과 목적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미국 할리우드 배우 숀 펜이 행운을 빌며 빌려준 오스카상이 있고, 책상엔 국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 19세기 우크라이나 사상가의 역사 에세이 책과 영국에서 쓴 히틀러와 스탈린에 관한 책이 놓여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일 아침 6시에 안경을 쓰고 각각의 책을 20여 쪽씩 훑어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일 내 미군 기지에서 훈련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수를 매달 300명 수준에서 600~800명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 2월부터 이 기지에서 미군의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우크라이나군은 3100명으로 전투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 로제타석 ‘비밀의 문자’ 풀리기까지 20년… 英·佛 문화 전쟁 있었다

    로제타석 ‘비밀의 문자’ 풀리기까지 20년… 英·佛 문화 전쟁 있었다

    지난 11일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맞닥뜨렸다. 호사가들은 14세기부터 15세기까지 116년 동안 잉글랜드 왕국과 프랑스 왕국이 벌인 전쟁을 빗대 ‘축구 백년 전쟁’이라며 경기에 주목했다. 진짜 백년 전쟁이 끝나고 약 350년이 지난 뒤, 19세기의 시작과 함께 영국과 프랑스는 또 한 번 전쟁을 벌였다. 이번에는 총칼을 앞세운 것이 아니었다. 바로 1799년 7월 어느 무더운 날 이집트 서북부에 위치한 라시드 지역의 로제타 요새에서 발견된 ‘로제타석’의 해석을 두고 벌어진 ‘문화 전쟁’이었다.나폴레옹의 이집트 정복 전쟁에 따라나섰다가 로제타 요새 공사를 맡았던 피에르 프랑수아 부샤르 중위의 눈썰미 덕분에 로제타석은 요새 어느 구석에 처박힐 운명에서 주목해야 할 인류 최고 문화유산으로 부상했다. 군인이면서 학자였던 부샤르는 공사장에서 발견된 무거운 돌 한쪽면에 이상한 부호들이 가득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대단한 발견이라는 것을 직감했던 것이다. 로제타석에 새겨진 부호들은 그림 중심의 성체자(聖體字), 가운데는 속체자(俗體字), 맨 아래는 고대 그리스 문자였다. 로제타석의 존재가 유럽의 학자들에게 알려졌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신비의 고대 이집트 문자는 길어야 보름이면 해독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지만 비밀의 문자가 풀리기까지는 20년이 넘게 걸렸다. 대중들에게는 영국의 토머스 영이 로제타석 해독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프랑스의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이 최종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강산을 두 번이나 변하게 만든 세월이 지나는 동안 앙숙 국가의 학자들이 수행한 작업이 그저 한 문장으로 표현될 정도로 간단할까. 로제타석 해독에 나선 영은 다재다능한 천재이면서 차분하고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사람이었고 이집트의 미신과 타락을 비웃는 사람이었다. 반면 샹폴리옹은 이집트에만 관심을 두는 외골수 천재였고 분노조절 장애라고 할 정도로 항상 분노와 조바심에 가득 차 있었으며 고대에 가장 강력했던 이집트 제국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이런 전혀 상반된 두 명의 천재가 조국에 영광을 안기기 위해 20년 동안 경쟁을 벌인 것이다. 저자는 미국 저명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과학기자 출신답게 언어학과 고고학계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로제타석 해석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를 소설보다 더 박진감 있게 구성했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난공불락의 암호로 알려졌던 독일 나치의 에니그마도 2~3년 만에 풀렸는데 로제타석 문자 해독에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린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성체자에 대한 오랜 편견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 기원전 440년 역사학의 아버지인 그리스 헤로도토스가 이집트에 관한 글을 쓸 당시에도 이집트 글자들은 1000년 전에 사라졌다는 점이 더해졌다. 이 때문에 성체자는 일상적인 내용이나 목록에 사용되지 않고 우주와 시간의 본질, 철학에 관한 글을 쓸 때만 사용됐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오랫동안 믿고 있었다. 영과 샹폴리옹이 이집트 문자를 해독할 수 있었던 것은 학계에 깊숙이 자리잡은 선입견을 떨쳐냈기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는 과학과 학문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발전도 선입견과 편견을 버릴 때 가능해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암호나 수수께끼, 퀴즈 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저자 그리고 영, 샹폴리옹과 함께 문자를 해독해 가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 [책꽂이]

    [책꽂이]

    되겠다는 마음(오성은 지음, 은행나무 펴냄) 삼십 여년을 함께하다 폐기를 앞둔 배의 밑바닥에서 바다짐승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듣게 된 금광호 선장 이야기 ‘고, 어해’, 떠난 사람들을 기다리며 삶을 영위하는 남겨진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무명의 사람들’ 등 8편의 따뜻하고 슬픈 이야기를 담은 오성은 작가의 첫 소설집. 244쪽. 1만 4000원.당신이 모르는 이야기(황시운 지음, 교유서가 펴냄)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시운 작가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이후 겪은 일들, 작가가 사랑하는 조카들, 제2의 고향인 탄광 마을 이야기,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풀어낸다. 어두운 세상에 긍정의 불을 밝히는 산문집. 296쪽. 1만 6000원.법, 문명의 지도(퍼난다 피리 지음, 이영호 옮김, 아르테 펴냄) 세계의 질서를 만든 4000년 법의 역사를 따라간다. 법체계 흥망성쇠를 문명, 제국, 사회의 맥락에서 탐구해 법의 본질은 무엇인지, 법 없는 사회는 성립 불가능한지, 법이 정의를 구현하는지 등의 질문에 답한다. 법학·역사학·인류학·고고학·동양학 등의 연구자들이 10년 동안 수행한 ‘옥스퍼드 리걸리즘’ 결과물. 640쪽. 4만원.에도로 가는 길(에이미 스탠리 지음, 유강은 옮김, 생각의힘 펴냄) 19세기 일본 작은 마을을 떠나 에도로 향한 쓰네노와 그녀의 가족들이 남긴 편지들과 19세기 에도에 대한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복작이고 소란스럽던 당시 에도를 생동감 있게 그렸다. 2020년 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작이자 지난해 퓰리처상 전기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논픽션. 392쪽. 2만원.똑똑해질 지도?(이안 라이트 지음, 옥창준 옮김, 그림씨 펴냄) 저자가 개설한 지도 사이트 ‘브릴리언트맵스’에서 골라 뽑은 103개의 지도들을 모았다. ‘사람과 인구’, ‘종교와 정치’, ‘힘’, ‘적과 친구’ 등 이색적인 11개 주제로 분류해 관련 정보 및 해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었다. 224쪽. 1만 9500원.미래 진로 교육(이옥원 지음, 푸른들녘 펴냄) 경제교육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이자 한국경영지도연구원 부원장으로 일하며 경제·진로교육으로 전국을 누비는 저자가 모든 것이 바뀌는 대전환 시대에 ‘알파세대’ 우리 아이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평균 6번의 직업 전환의 기회가 온다는 미래사회를 맞아 부모들이 미래의 직업을 살펴보고 핵심 역량을 키워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412쪽. 1만 8000원.
  • [길섶에서] 카페의 진화/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카페의 진화/박현갑 논설위원

    요즘 ‘카페족’이 됐다. 휴일에 집 앞 카페를 찾는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음악을 들으며 일한다. 칸막이 있는 일인용 테이블에 콘센트도 있어 불편하지 않다. 오래 있는다고 눈치 주는 이도 없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시험공부하는 학생들을 본 적이 있다.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그런데 해보니 할 만하다. 음악 소리나 말 소리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외려 집중이 잘된다고 할까. 휴대전화를 붙들고 업무에 열중인 중년 남성이나 중고생 상대로 과외 중인 대학생 등 손님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다들 진지하다. 문화와 예술의 산실이던 19세기 파리의 카페가 서울에서는 유연근무나 학습 공간으로 변신한 셈이다. 찰스 다윈이 떠오른다. 그가 탐험한 갈라파고스제도의 새들은 부리가 제각각이었다. 환경에 적응한 생명체의 진화였다. 동네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변신이 기대된다.
  • 1만개 오크통 중 1개서만 원액 선별… “부드럽고 강렬한 풍미 선사”

    1만개 오크통 중 1개서만 원액 선별… “부드럽고 강렬한 풍미 선사”

    ‘밖에서의 경험(experience)‘을 ‘집 안(indoor)’으로 들여오는 ‘인스피리언스(insperience)‘족이 증가하면서 집에서도 고급스럽고 색다른 음주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위스키와 같은 고급 주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세계적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가 고급스러운 홈술에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추천된다. 조니워커는 1820년 스코틀랜드에서 브랜드 창시자 ‘존 워커(John Walker)’가 위스키 분야의 혁신을 위한 도전을 시도하면서 탄생했다. 이후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200여개국에 폭넓고 특색 있는 제품군을 선보여왔다. 현재 스코틀랜드 지역 특성에 맞게 숙성된 1000만통 이상의 최상급 원액이 조니워커 가문만의 블렌딩 기술을 만나 오늘날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1993년 선보인 ‘조니워커 블루’는 200년이 넘는 조니워커 브랜드 역사상 가장 특별한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출시와 동시에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여러 주류 품평회에서 수상하며 최고급 프리미엄 위스키로 인정받았다. 조니워커 블루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식료품점에서 시작한 창립자 존 워커의 철학이 담긴 위스키로, 19세기 초에 만들어진 존 워커 가문 위스키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풍미를 재현했다. 조니워커 블루는 1만개의 오크통 중 단 하나의 오크통에서 선별된 원액들만 블렌딩한다. 특히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일명 ‘유령’ 증류소들의 희귀한 원액들을 포함하고 있어 매년 한정된 수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모든 조니워커 블루에는 고유의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다. 이런 원액들은 디아지오 마스터 블렌더 손을 거쳐야 완성된다. 마스터 블렌더는 10억분의 1 정도의 낮은 농도 혼합물 맛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원액들이 가진 맛을 완성도 높게 블렌딩해 최상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또한 조니워커 블루는 연산을 표기하지 않는데 이는 단순한 연산(주령)으로는 조니워커 블루가 지닌 가치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블렌딩 위스키의 숙성연도를 표기할 때는 최저 숙성연도 원액의 주령을 표기하게 돼 있다. 조니워커 블루에는 60년 이상 숙성된 원액부터, 지금은 생산하지 않는 희귀한 원액까지 다양한 최고급 위스키가 포함돼 있다. 조니워커 블루는 최상급 위스키 원액과 고유한 블렌딩 기술을 바탕으로 매년 새로운 에디션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채널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위스키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 제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동

    제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동

    제주 4·3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14일 오후 3시부터 제주 호텔더원에서 ‘제주4·3기록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현재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행사는 김귀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회 의장의 발표로 시작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주제로 이루어질 이번 강연에서 그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소개와 기록물 등재를 위해 점검해야 하는 주요 기준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어 김현승 부산문화재단 문화유산팀장이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 17세기~19세기 한일간 평화구축과 문화교류의 역사’에 대한 발표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상호교류를 통해 양국의 평화적인 관계구축 및 유지를 위해 노력한 결과의 산물로써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은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등재 과정과 등재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기념사업 및 활용 사례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제주4·3평화재단 반영관 조사연구팀장은 제주4·3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을 좌장으로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와 유경남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전임연구원등이 참석해 제주4·3기록의 등재 방향에 대한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다. 4·3기록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가능성을 타진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열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진실과 화해, 평화로 나아가는 4·3의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장을 모색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하찮은 순간의 영원함/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하찮은 순간의 영원함/미술평론가

    일상생활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서 처음으로 미술의 주제가 됐다. 네덜란드 황금기로 불린 경제적 번영, 그 바탕이 된 경제활동의 자유는 예술에도 영향을 미쳐 그림의 수요를 늘게 하고 미술시장을 태어나게 했다. 평범한 중산층이 집이나 상점, 사무실에 걸어 놓으려고 그림을 샀기 때문에 네덜란드 그림은 대부분 스케치북 정도의 작은 크기다. 작은 그림 속에서 작은 사람들이 꼬물꼬물 집안일을 하고 편지를 쓰고 떠들썩하게 놀기도 한다.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네덜란드 그림에는 전근대 미술의 특징인 알레고리와 도덕적 교훈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시 말해 전근대와 근대에 각각 한 발씩 디디고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화가들은 가끔 자신이 속한 시대를 벗어나 불쑥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개의 이를 잡아 주는 소년’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나 근대적이어서 19세기 그림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 통나무로 만든 옆 테이블에 공책과 펜대가 놓인 것으로 보아 소년은 학생이나 상인의 도제인 듯하다.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개의 이를 잡는 데 골몰하고 있다. 고개를 수그리고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앞쪽에 비스듬히 놓인 탁자는 인상주의 화가 드가를 연상하게 만든다. 이 그림의 진정한 주인공, 이 그림의 생명점은 관객을 향한 개의 눈동자다. 어린 주인에게 몸을 맡긴 개는 눈을 들어 관객을 바라보며 “왜 우리를 방해하느냐?”라고 묻는 듯하다. 개는 약방의 감초처럼 회화에 자주 등장하지만, 이 그림 이전에는 신뢰를 나타내는 알레고리이거나 장면을 활기 있게 해 주는 액세서리로 활용됐을 뿐이다. 헤나르트 테르보르흐는 개에게 감정을 불어넣고 이를 잡아 주는 행위를 통해 소년과 개 사이의 친밀함과 애정을 묘사한다. 누구에게나 이 비슷한 순간이 있다. 이 그림을 보면 나는 우리 애가 어릴 때 귀지를 파 주던 생각이 난다. 이를 잡아 주거나 귀지를 파 주는 일에는 애정 행위의 내밀함이 있다. 무릎에 얹힌 따스한 머리, 만두피처럼 보드라운 귀, 조심조심 귀지를 끌어낼 때의 쾌감. 따스한 개를 안고 이를 잡아 주는 저 소년도 그럴 것이다. 하찮은 일상사지만 그 하찮음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영원한 행위. 덧없어서 행복한 그 순간들.
  • 19세기 영국이 그은 국경선에서…파키스탄-아프간 무차별 포격전

    19세기 영국이 그은 국경선에서…파키스탄-아프간 무차별 포격전

    2000㎞에 걸쳐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11일(현지시간) 대규모 포격전을 벌여 민간인을 포함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충돌은 파키스탄 서남부와 아프간 남동부의 차만 국경 검문서에서 발생, 파키스탄 민간인 6명과 아프간 병사 1명 등 수십 명이 교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12일 보도했다. 교전 직후 파키스탄 군 당국은 성명을 통해 ‘아프간 임시정부(탈레반) 국경수비대가 파키스탄 서부 발루치주와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 접경지대의 차만 검문소 일대에서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향해 박격포를 발포해 피해가 크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파키스탄이 공개한 성명서에 따르면, 이날 포격전으로 파키스탄 민간인 6명을 포함,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후 파키스탄 군 역시 대응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프간 측도 파키스탄의 포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상태다. 아프간 안보부의 한 소식통은 “이번 충돌의 주요한 원인은 아프간 군대가 국경선 인근에 새로운 검문소를 설치하려 했는데, 이를 본 파키스탄 측에서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이라면서 “파키스탄 군의 발포로 탈레반 무장 대원 1명이 숨지고 민간인 3명을 포함해 10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교전의 책임을 미루는 분위기다. 다만 교전은 이미 종료됐으며, 해당 검문소는 교전이 있은 직후 단 몇 시간 후에 다시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다하르주를 관할하고 있는 누르 아흐마드 관리는 “교전 직후 양측이 회담을 통해 상황을 전상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에 집권한 이후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끊이지 않는 양상이다. 양측 국경선은 지난 1893년 영국령 인도와 아프간 군주 간 협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그어졌기 때문인데, 아프간 측은 파슈툰족 거주 지역을 가로질러 그어진 해당 국경선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파슈툰족은 탈레반의 핵심 세력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군과 아프간 탈레반 무장 세력의 충돌이 지난달에도 발생한 바 있었으며, 며칠간 국경 지대의 이동이 폐쇄됐다가 정상화 되는 것이 반복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씨줄날줄] 변화를 잊은 노벨상/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변화를 잊은 노벨상/박록삼 논설위원

    2016년 노벨문학상은 대중가수 밥 딜런(81)에게 돌아갔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 (Blowin’ in the wind) 등 ‘가요의 전통 안에서 참신하고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 낸 공로’를 선정 이유로 꼽았다.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에 전 세계 문단이 술렁거렸다. 문학의 경계가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 노벨문학상의 파격이 어디까지 갈지 기대와 궁금증을 한껏 끌어올렸음은 물론이었다. 이후 그가 혹시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 파격에 또 다른 파격으로 대꾸할 듯한 묘한 기대감도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밥 딜런은 그해 12월 열린 시상식에 “선약이 있어 못 간다”며 불참했다. 대신 수상 소감 편지를 스웨덴 주재 미국대사에게 대독시키는 것으로 안팎의 기대와 우려를 절반쯤에서 봉합했다. 노벨문학상 시상은 1901년 시작했다. 120년이 넘는 동안 유럽과 남성 중심으로 치우쳤다는 오래된 비판을 쉬 벗어나지 못했다. 구색 갖추듯 아프리카ㆍ아시아 대륙의 작가들을 한 번씩 끼워 넣거나 선심 쓰듯 여성 작가에게 상을 준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8년에는 ‘한림원 미투 파문’으로 그해 노벨문학상 시상이 취소되는 일까지 있었다. 따지고 보면 노벨문학상 차별과 편견의 역사는 첫 수상자로 가장 유력했던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를 외면하면서부터였다. 스웨덴과 러시아의 관계가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또한 1958년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1964년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는 각기 다른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알프레드 노벨(1833 ~1896)의 기일인 12월 10일에 맞춰 시상식이 열린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올해 시상식은 코로나19 탓에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던 2020년, 2021년 수상자들도 함께 참석해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역대 119명 중 17명째 여성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82)는 기쁨과 감격보다 “노벨상은 남성을 위한 제도”라며 해묵은 편견과 차별을 지적했다. 그는 “인종차별 등 모든 불평등에 고통받는 모두, 인정받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모두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제 노벨문학상에 더 파격적이고, 더 혁신적인 변화를 허락할 때가 됐다.
  • 성탄절 선물 쇼핑, 쪼개진 미국 연결했다고?

    성탄절 선물 쇼핑, 쪼개진 미국 연결했다고?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같은 겨울 축제가 남북전쟁과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로 쪼개진 미국을 통합하고 ‘연결하는 장치’로 기획됐다는 저자의 분석이 눈길을 붙든다. 재료과학자 아이니사 라미레즈가 쓴 이 책의 원본 제목은 ‘우리를 만든 연금술’(The Alchemy of Us)이다.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된 쇼핑이 활발해진 것은 강철 레일 덕이었다. 열차는 상품을 실어 오는 동시에 이 상품을 소비할 사람들을 상점으로 데려옴으로써 자본주의의 순환고리를 만들었다. 여기에 크리스마스는 상품 소비를 한껏 부추겼다. 19세기 후반 크리스마스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물 주는 날’로 변모했다. 그리고 갖가지 크리스마스 제품을 운송하기에는 강철 레일만 한 것이 없었다. 1880년 뉴욕타임스가 과도한 소비라고 질타했지만 아랑곳 않고 수많은 열차가 트리와 카드, 선물을 싣고 강철 레일 위를 달렸다. 링컨은 11월 넷째주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했는데 몇십 년 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한 주를 당긴 것도 쇼핑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재계 대표와 백화점 업계의 로비에 굴복한 결과였다. 이 책은 시계와 케이블, 필름, 필라멘트, 디스크, 유리 용기, 실리콘칩처럼 인류가 만든 물질이 지금의 세계를 빚어 온 과정을 돌아보면서 오늘의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인지하고 경험하며 살아가게 됐는지 풀어낸다. 여덟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목이 모두 동사인 것도 흥미롭다. 교류하다, 연결하다, 전달하다, 포착하다, 보다, 공유하다, 발견하다, 생각하다 등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물질이 인간을 바꾸는 과정을 동사로 압축해 설명한다. 백과사전식이라 딱딱해지기 쉽지만 저자는 폴라로이드 즉석사진으로 아프리카 신분증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어떤 기술을 채택했는지, 인공조명이 어떻게 인간의 교만함을 키웠는지, 1883년 그리니치표준시가 발명된 이후 쪼개 자는 데 익숙했던 인류가 어떻게 시간망에 스스로를 옭아맸는지 등을 자녀에게 들려주듯 재미있게 풀어낸다.
  • 모두의 취향 만족시킬 국립심포니 2023시즌 레퍼토리 공개

    모두의 취향 만족시킬 국립심포니 2023시즌 레퍼토리 공개

    18세기부터 21세기까지, 일반 관객부터 마니아까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시대와 취향을 모두 아우르는 다채로운 클래식으로 2023 시즌을 채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내년 1월 ‘2023 시즌 오프닝 콘서트’를 시작으로 총 8번의 무대가 마련되는 2023시즌 레퍼토리를 7일 공개했다. 고전을 대표하는 베토벤부터 한스 짐머, 존 윌리엄스와 함께 할리우드 3대 음악 거장으로 손꼽히는 대니 엘프만까지 풍성한 레퍼토리로 한국 클래식 관객들을 만난다. 첫 공연으로 내년 1월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모음곡 등을 선보인다. 소리꾼 고영일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도 준비돼 장르의 경계를 허문다.2021년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10위에 오른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2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영화 ‘버드맨’에 수록된 말러 뤼케르트 가곡(4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영화 ‘암살’의 배경음악으로 나온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7월 11일 롯데콘서트홀), 팝 가수 에릭 카멘의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아’에 차용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9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등은 모두의 취향을 위해 준비된 곡이다. 좀처럼 실연으로 만나기 힘들었던 곡들도 선보인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 엘가 오보에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독백, 하차투리안 바이올린 협주곡 등 실감이 어려웠던 곡들을 직접 만나 애호가들의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또한 성악가 김정미와 고성현이 함께하는 ‘카르멘’ 모음곡, 윤별 발레 컴퍼니와 함께 하는 프로코피예프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등 오페라와 발레를 아우르는 무대도 준비됐다.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팬데믹과 전쟁의 시대를 살아내는 시대에 사랑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목했다. 베를리오즈, 프로코피예프, 차이콥스키 세 버전으로 만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한편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선도한 세 작곡가의 음악적 개성을 비교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배트맨’(1989), ‘가위손’(1990),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등 영화감독 팀 버튼과 오랜 호흡을 맞춘 대니 엘프만의 첼로 협주곡이 고티에 카퓌송의 손끝에서 한국 초연된다. 2022~23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로 활약하는 전예은의 두 번째 위촉곡인 ‘튜닝 서곡’도 관객들 앞에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객원 지휘자로 우크라이나 출신 옥사나 리니우와 유럽에서 활약하는 토마시 네토필이 첫 내한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현존하는 최고의 오보이스트이자 지휘자로 활약하는 알브레히트 마이어, 세계적인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 역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바이바 스크리데(2001년 우승)와 세르게이 하차투리안(2005년 우승), 한국을 대표하는 바리톤 양준모, 쇼팽 해석으로 정평이 난 피아니스트 윤홍천 등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무대의 음색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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